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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道政/손학규 경기도 지사

    “당면한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중앙정부·교육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학규(孫鶴圭) 경기도지사는 5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교육문제를 화두로 꺼냈다.대학교수 출신으로,교육이야말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인프라가 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서다.올해 도 전체 예산 가운데 20%에 달하는 1조 3060억원을 교육비 지원예산으로 편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도의 교육여건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올해는 교육청과의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교육부문의 예산을 확대,교육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입니다.” 손 지사는 “중소도시의 명문학교를 육성,지역사회의 커뮤니티 기능을 활성화하고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의 환경 및 교육여건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특히 도시지역의 평준화에 따른 부작용을 보완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특수목적고,특성화고,자립형 사립고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외국어교육 강화 방안도 마련했다.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외국어 구사능력이 필수지요.이같은 기반 조성을 위해 도내에 외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을 비롯해 식당·숙박시설·우체국·병원 등을 갖춘 외국의 1개 마을을 그대로 재현하는 ‘영어마을’을 만들 계획입니다.” 손 지사의 선거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은 올 여름 ‘캠프형 영어마을’을 시작으로 희망찬 첫걸음을 내딛는다. 손 지사는 교육지원사업과 함께 SOC 확충에도 역점을 둔다.동북아 경제중심지 건설 및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교류 협력의 전진기지 역할을 맡기 위해 평택항 활성화와 배후지 개발에 주력하고 서해안지역의 항만·공항과 고속전철역 등 주요 교통거점들을 연결하는 광역교통망을 구축한다. 무선인터넷 연구소와 나노팹 조성,바이오 및 IT연구센터 건립 등 첨단지식기반 육성 사업도 손 지사가 관심을 갖고 직접 챙기게 된다. 행정수도 이전도 빼놓을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다. 손 지사는 이와 관련,“행정수도 이전과 관계없이 현재의 수도권이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도가 마련한 수도권 성장관리방안 등 경기도 발전전략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손 지사는 “도는 기본적으로 새 정부의 국정기조와 정책방향을 적극 수용하는 자세로 임할 것”이라며 “새로운 행정환경 변화에 대해서는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국가발전을 견인하는 자치단체로의 위상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가는 곳마다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뜻의 수처작주(隨處作主)를 강조해온 손 지사는 “경기도의 발전만큼은 우리가 주도한다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경기도를 경제·교육·문화·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선도 자치단체로 만들기 위해 도민들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꽃 피는 공중전화’ (김경주)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齒列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이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 하고 잘려 나 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 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당선소감 시간이 가고 있습니다 유령처럼. 그대를 비 내리는 창 밖에서 처음 보던 순간이 생각나는군요 나는 은유로 출렁이던 그대의 눈 속에서 무엇을 보았던가요 알 수 없는 세상의 거친 은유에 대해 나는 자주 연민합니다 어머니,아버지,고향,그리고 그대…,그래요 그대라는 계절을 타는 동안 나는 시를 썼던가요 한량없는 마음으로 나는 틈만 나면 노트에 나의 계절들을 옮기기 위해 애썼지요 오늘 첫눈 같은 당선 소식을 받고 무작정 수화기를 들었다가 마음에 주소하나 없이 떠다니던 그 손끝의 떨림에 대해선,맥없이 내려놓는 나의 어정쩡한 자세에 대해선 침묵하겠습니다 함께하고 싶은 이들이 많습니다.詩 이전에 이미 詩이셨던,생각하면 눈물로이루어지는 어머니,너무 야위어져버린 종아리로 오늘도 새벽에야 겨우 주무시고 계실 아버지,그리고 두분 당신이 지상에 내리신 희끗희끗한 눈발들 희경+현수,나경… 이승에 없는 누님,아직도 눈빛만 보고 나의 뒤통수를 아무런 이유없이 툭 때려줄 수 있는 고향들 희상 경석 봉섭 성환 진영 승필 계택,나의 파란 피 필용형,힘들게 공부하시는 진이형 등등, 끝으로 부족한 작품에 죽비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까지 살아 있어 주어 감사합니다. ●약력 본명 김병곤 76년 광주생 원광대 국문과 4년 재학 ◆심사평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시편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솜씨를 보여주었다.높낮이를 쉽게 가늠하기 힘든 작품들 중에서 당선시 한 편을 고른다는 것은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번갈아 작품을 꼼꼼히 읽어보고,선자들은 한여진의 ‘나의 서가’외 5편,권오영의 ‘투입구’외 4편,김경주의 ‘꽃 피는 공중전화’외 4편 등을 최종 후보작으로 정하였다. 이 세 편의 시들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었다.‘나의 서가’외 5편의 시들은 평이한 서술로 진솔한 감정을 유연하게 드러냈지만,시적 수사에서 약세를 보여주었고,‘투입구’외 4편의 시들은 유전자 조작 실험쥐나 공룡알 화석 등을 통해 과학적 상상력을 독특하게 포착하고 있지만 이를 시적으로 전환시키는 데는 아직 미흡한 점이 있었다. 김경주의 ‘꽃 피는 공중전화’외 4편의 시들은 이런 약점들을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자들의 관심을 끌었다.삶을 객관적으로 투시하는 시선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동시에 사물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시적 역량이 신선하게 다가왔다.예를 들어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수화기를 타고 전해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가슴 속에 고스란히 박혀온다”와 같이 사물의 속살을 파고드는 그의 ‘꽃 피는 공중전화’는 당선시로서 손색이 없다고 판단되었다.다른 투고작의 고른 수준 또한 참고가 되었다. 최종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을,그리고 아깝게 탈락한 응모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 드린다.또한 신춘문예가 일회성 연례 행사가 아니라 모든 시인 지망생들에게 지속적인 분발과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황동규·최동호
  • 특별사면, 환란 주범에 국가발전 동참 기회, 사형폐지 여론 감안 사형수 감형

    국민의 정부에서 여섯번째로 단행된 특별사면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극복했다는 판단에 따라 환란(換亂)의 주범들에게 사회참여의 기회를준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요 공직자와 공안사범들에게 국민화합 차원에서마지막 은전을 베풀었다.특히 사형폐지 여론을 감안해 모범 사형수 4명을 무기징역형으로 감형함으로써 앞으로 사형제도 존속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환란을 유발한 기업인들을 임기말에 사면해준 것은 환란의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에서 지나친 선심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 대통령의 임기중 마지막으로 단행된 특별사면은 차기 정부에서 국가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했다.경제인 특별사면은 모두 14명이다.이중 집행유예형을 확정받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대표이사,조욱래 전 효성기계그룹 회장 등 12명에 대해서는 형선고실효 특별사면 및 복권을 단행했다.이들은 전과기록이 삭제되며,공무담임권과 피선거권 등 공민권도 회복하게 된다. 하지만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등 2명의 사면은 형집행의 실효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들은 지병으로 수감생활이 어려워 이미 형집행정지로 풀려났고 앞으로도 수형생활이 어렵다고 보아 잔형 집행을 면제했다.그러나 복권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강정훈 전 조달청장,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배재욱 전 사정비서관등 고위 공직자 5명은 문민정부 또는 국민의 정부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강 전 청장은 다른 공직자와 달리 징역형을 확정받았다는 점을 감안,복권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강 전 청장은 특사 전에 지병 등을 이유로 형집행이 정지돼 풀려났다.YS 시절 민방비리로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전병민 전 청와대 정책수석은 집행유예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형선고 실효와 동시에 복권됐으며,세풍사건에 연루됐던 배 전 비서관은 집행유예 기간을 마치고 복권됐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독자의 소리/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 필요

    유치원,초등학교,학원 등에서 어린이 통학버스를 운행하고 있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통학버스가 운행중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있는 것 같다. 많은 차량들이 어린이 통학버스를 앞지르기하거나 유아나 어린이들이 타고내릴 때 일시정지해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나아가 이런 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 위반 차량의 경우,그것이 법규 위반인지 모르는 운전자도 많다.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첫째 어린이 또는 유아가 타고 내리는 중임을 표시하는 장치(점멸등 등)가 가동중일 때에는 어린이 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차로의 바로 옆차로를 통행하는 차량은 통학버스에 이르기전에 일시정지해안전을 확인한 뒤 서행해야 한다.또 반대 차로를 운행중인 차량도 일시정지해 안전을 확인한 뒤 서행해야 하며,유아나 어린이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하고 통행하는 때에는 어린이 통학버스를 앞지르지 못한다.이밖에 어린이 통학버스 운전자도 유아나 어린이들이 타고 내릴 때 각별히 조심하여 사고가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운행을 해야 할 것이다.어린이 통학버스 특별보호 위반을 하면 승합차는 5만원,승용차는 4만원,이륜차는 3만원,자전거는 2만원의범칙금에 처해지며 10점의 별점도 부과된다.어린이는 우리나라의 백년대계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이다.어린이는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되어야 한다.위 준수사항을 잘 지켜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성희[경북 의성경찰서 중앙파출소]
  • 우주 미스터리 10선

    과학전문 인터네사이트인 스페이스닷컴(www.space.com)은 내년과 그 이후에도 천문학자들이 의문해결에 도전할 10가지 우주 미스터리를 소개했다. ◆암흑 에너지(Dark Enenrgy) 인력이 모든 것을 잡아당긴다면 암흑에너지는 모든 것을 밀어낸다.이 힘에의해 우주 팽창이 가속화된다는 것이 최근 발견됐다. ◆화성에 물이 있나 미 항공우주국(NASA)과 화성 연구자들의 궁극적 관심사는 생명의 존재에 필수적인 액체 형태의 물이 화성에 있는가다. ◆은하 중심에 있는 중간 규모의 블랙홀 중간 규모의 블랙홀 3개가 은하계 중심에서 지난 10월 발견됐다.이 블랙홀은 빛까지 포함해 중력이 미치는 범위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대형 블랙홀과 달리 주위를 돌고 있는 별이 관찰됐다. ◆생명의 기원 생명이 지구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 의견이지만 외계생명체 유입설이계속 나오고 있다. ◆달의 비밀 7월 지구표면 구성물질 4983㎏이 달 표면 수인치 내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발표됐다.수십억년전 소행성 충돌로 지구에서 달로 운석이 떨어졌다는 주장에 근거를 제공한 셈이다. 과학자들은 달의 운석이 초기 지구의 구성물질과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데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다. ◆또다른 태양계 지난 6월 우리 태양계와 규모가 비슷하고 행성 하나가 목성 궤도와 유사한궤도를 가진 태양계가 발견됐다. ◆태양의 수수께끼 올해 태양흑점 사진은 지금까지 촬영된 것중 가장 정밀하다.이 사진에는 흑점 표면의 밝은 부분에서 어두운 표면 중심까지 운하모양의 구조가 나타난다. 이 구조는 태양의 엄청난 열과 자기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지만태양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주의 나이 현재 우주 나이는 120억∼150억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지난 4월 허블 망원경 관측에서는 130억∼140억년으로 추산됐다.과학자들마다 주장이 다르다. ◆사라진 행성 행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기본모델에 따르면 천왕성과 해왕성은 한동안 실종돼 있었다. ◆우리의 생존 가능성 지난 7월 소행성이 2019년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전경하기자 lark3@
  • 북한산 동장대.아차산 팔각정서 해맞이

    계미년(癸未年) 새해 해맞이를 서울에서도 즐길 수 있다. 장소는 서울 북·동쪽에 위치해 가장먼저 해를 볼 수 있는 삼각산(북한산의 옛 이름) 동장대와 아차산 팔각정 등 2곳.서울시민을 위해 계미년 첫 일출시각인 1일 오전 7시47분을 전후해 약 2시간여동안 다채로운 해맞이 행사가열린다. 해발 610m의 삼각산 동장대에서는 강북구(구청장 김현풍)가 다양한 행사를준비해 해맞이를 더욱 의미있게 만끽할 수 있다.해 뜨기전 오전 7시부터 풍물놀이로 흥을 돋운 후 지역과 국가발전을 염원하는 기원문이 낭송된다.일출이 시작되면 만세삼창과 애국가를 부르며 각자의 소원성취를 주문한다.특히참석자중 최고 연장자가 ‘희망찬 강북,행복한 강북’ 등의 구호를 외치는등 이웃간의 덕담으로 새해를 맞이한다. 김 구청장은 “민족의 진산(鎭山)인 삼각산에서의 해맞이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줄 것이다.”며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같은 시각 해발 296.9m의 아차산 팔각정위 능선에서도 흥겹고 뜻깊은 해맞이 행사가 펼쳐진다. 광진구(구청장 정영섭)는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경기도 등지에서 1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먼저사물놀이패가 새벽어둠을 가르며 식전행사로 풍물한마당을 펼치고 일출에 맞춰 해맞이 기념연주,소망풍선 날리기,신년메세지 낭독,덕담 등을 서로 나눈다.번영과 태평을 기원하는 대형 방패연 날리기와 아차산 입구부터 행사장까지 1.2㎞ 구간은 청사초롱으로 ‘희망의 길 밝히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진행된다.특히 구민들의 새해 소망을 모아 설치한 양 모양의 ‘행운의 박’을 함께 터뜨리며 행복을 기원해보는 행사도 기획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노무현시대/‘대외정책 유지’ 안정감 부각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대북·대미정책을 설명한 뒤 토머스 허버드 주한 미국대사와의 면담,부시 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잇따라 갖는 등 당선 첫날부터 ‘안정감’을 강조하기 위한행보를 펼쳤다.특히 기자회견에서는 일부 국민들의 불안감을 의식한 듯 기존 대외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각론에 대한 언급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등 집권예정자로서 달라진 면모를 과시했다. 노 당선자는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내외 보도진과의 기자회견에서 대북·대미 관계를 비롯,정치개혁·국민통합 등 국정운영에 대한입장을 50여분간 차분히 밝혔다. 대국민 연설에 이어 질의응답에서도 지금까지의 다소 직설적이고 딱딱한 화법과는 달리 매우 신중한 말투와 자세를 견지함으로써 대통령 후보에서 당선자로서 신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주지시켰다.특히 북한 핵문제와 관련,노당선자는 “그간 선거과정에서 여러 가지 구상을 말했으나 그것은 당선자가되기 전 충분한 정보를 고려하지 않고 대강 짚었던 것”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및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 문제에 대해서도 “절차나 시기 등은 그동안 외교를 해왔던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 준비해나가겠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내년 봄 예상되는 서민경제 불안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단기경기정책은 전문팀에 의해 운용돼야 하고 대통령이 직접 하면 자칫 큰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해 그동안 여러 공약을 나열하던 모습과 차별성을 보였다. 그러나 회견 말미에 추가발언을 요청,“너무 이론에만 치우쳐 국민이 명쾌하게 듣고 싶어한 부분을 놓친 것 같다.”면서 “경제의 활력을 추구하되,집값과 물가는 반드시 잡아나가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오후에는 허바드 주한 미대사를 접견,한·미간 긴밀한 우호관계와 공조협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이어 밤 9시30분쯤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당선 축하전화를 받고,북한 핵문제 및 공식 초청방문 등에 대해 논의하는 등 대미관계를 적극적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앞서 노 당선자는 오전 7시40분쯤 서울 명륜동 자택을 나서면서 대기중이던 기자들과 즉석 문답을 가졌다.노 당선자는 “새벽 2시쯤 잠자리에 들어 늦잠을 잔 탓에 아침식사도 못했다.”며 환하게 웃었다.이어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서울 흑석동 국립현충원을 방문,참배를 하고 방명록에 “멸사봉공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오전 10시에는 대통령 경호실로부터 보고를 받고 “권위를 탈피한 유연한경호를 해달라.”고 주문했다.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축하 인사와 난을전하기 위해 예방한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과 20분간 환담을 나눴다.이 자리에서 노 당선자는 “선거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옛날에는 청와대에서 돈 좀 줬는데.”라며 농담을 던졌다.박 실장은 “청와대에서 돈 조성을 안한 것은 최초일 것”이라고 응답하자 노 당선자는 “그래서 불만이 많은 것 같죠.”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유도했다. 노 당선자는 이어 전경련 식당에서 오찬을 겸한 선대위 전체회의를 갖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위로를 보낸다.”면서 “한나라당을 성숙한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삼아함께하고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해 당선자로서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김미경기자 chaplin7@
  • 2002대선 대해부/KSDC교수진 결산 좌담

    30년만에 양강 구도로 치러진 16대 대통령선거는 투표함을 열기 전까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승부였다. ‘노사모’를 축으로 한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20∼30대 젊은층과 보수 성향의 50대 이상의 세대간 뚜렷한 격차를 보인 끝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57만표,2.3%P 차이로 신승(辛勝)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대한매일은 그동안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함께 8차례에 걸친 공동여론조사를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민심의 흐름과 대선의 향방을 읽어왔다.그 결과 노당선자의 근소한 우세와 73%의 최저 투표율을 점쳤고,결과도 비슷했다.대한매일은 20일 오전 편집국 회의실에서 정치팀 한종태 차장의 사회로 이남영숙명여대 교수(소장),김형준 부소장,안순철 단국대 교수,김도종 명지대 교수,김욱 배재대 교수 등 KSDC 교수진들과 선거 결과 분석 및 평가,새 정부의바람직한 인사정책,정치개혁 방안 등에 대해 짚어봤다. 1.여론조사 문제점 해결책은 ◆이남영-우리나라의 여론조사 시장은 과밀화돼 있는 탓에 경쟁이 치열하고,여론조사의 정확성이 외국에 비해 떨어진다.때문에 국민들에게 혼란만 가중시켜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국민의 의사가 정치 과정에 정확히반영돼야 한다는 점에서 여론조사의 중요성은 높아진 반면,여전히 준비가 부족한 편이다.따라서 여론조사 기관이 영리뿐 아니라 국민 생활을 향상시켜주는 지침을 제공한다는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김형준-우리나라의 기존 여론조사는 특정 후보가 지지율을 몇 % 얻었느냐는 식의 경마식 여론조사에 매몰돼 있다.그러나 지지율의 성격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분석이 더 중요하다.여론조사의 역할은 유권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태도나 생각들을 잘 잡아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욱-단순히 ‘누가 이길 것인가.’라는 것을 맞히는 여론조사라면 차라리 ‘정치 주식시장’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낫다.현행법상 선거기간동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정보의 자유로운 소통과 여론조사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이 기간에도 발표토록 법개정이 필요하다. ◆김형준- 대한매일과 KSDC는 여론조사 내내 심층 분석에 중점을 뒀다.기존여론조사는 ‘20∼30대는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하고,50대 이상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는 식의 평면적 분석인 반면,우리는 후보의 자질,선호도,현 정부의 국정운영 평가 등 여러 변수들이 어떠한 경로로 유권자들의 선택에영향을 주는지 찾아 나섰다.이것이 심층 분석의 좋은 예다. ◆이남영-무응답층은 지난 97년 대선에 비해 많지 않았지만 그 구성에 있어은폐형 무응답층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잠재돼 있다는 식의 의견이 많았다.그러나 실제 현상은 달랐다.과거 군사독재 시절 개인 의사의 표출이 부자유스럽던 상황과는 달리 이제는 자신의 의견 표출이 자연스러워져서 무응답층과 응답층 사이의 괴리가 많이 사라졌다. ◆김형준- 무응답층은 크게 은폐형 부동층,순수 부동층,정치적 무관심층 등세가지다.기권 예상층인 무관심층을 뺀 나머지로 분석해 보니 은폐형 부동층이 모두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2.투표성향.투표율 분석 ◆김도종-역대 대선 사상 최저 투표율이라고는 하지만 두 후보가 ‘모을 표’는 다 모은 것으로 보인다.유권자들 중 ‘반창비노(反昌非盧)’,‘반노비창(反盧非昌)’ 세력이 많은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남영-동서로 크게 나뉘어지는 표쏠림 현상속에서도 노 당선자와 동질성이 별로 없는 충청권에서 노 후보를 지지하는 등 탈지역적 현상도 나타났다.지역감정 완화의 바람직한 조짐으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김욱- 투표율이 감소추세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과거 동원형 투표가 아닌자발형 투표로 투표 형태가 바뀜에 따라 투표율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김도종-조직선거의 영향력이 지난번보다 급격히 감소한 것은 미디어의 영향력이 극대화된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한 듯하다. ?김형준 이번 선거의 특징은 ‘동원형 공조직’이 아닌 ‘자발적 사조직’중심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모든 언론이 “투표율이 75% 이하로 낮으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했지만,실제로 투표율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후보가 승리했다는 점이다.5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고르게 득표했으며또한 행정수도 이전 등 정책을 통한 지역연대의 성격을 띤 것도 독특했다. ◆이남영-수도권의 경우 한나라당의 공세와는 달리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으며 노 당선자에게 많은 표를 줬다.이는 한나라당이 ‘수도권 집값 하락’ 네거티브 전략으로,수도권에서 전월세를 사는 50% 이상유권자들의 표를 발로 차버린 셈이었다.여기에 민주당의 국민경선제와 후보단일화 등이 노 후보의 당선에 일등공신이 되었다는 평가다. ◆김형준-한나라당은 과거지향적인 ‘회고적 투표’를 강요한 반면 민주당은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였다.한나라당이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김도종-한나라당은 또한 조직이 너무 방대해 전략의 발빠른 수정 등이 쉽지 않았다.큰 조직이 유리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김욱-여론주도층이 이동했다.과거 엘리트 계층이 여론을 주도했다면,이제는 ‘노사모’ 등 정치인 팬클럽이나 열성적인 온라인 네티즌 등이 새로운여론주도층으로 부상했다. 3.달라진 세대간 정치의식 ◆이남영-지난 월드컵 때 우리 젊은이들은 유례없는 자발적 참여를 보여줬다.이를 계기로 젊은이들은 나름의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이는 대선에도 영향을 미쳤다.이번 선거는 노사모 등을 통해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첫정치적 사건이라고 보여진다.또 젊은이들이 진솔하고 젊은 이미지를 가진 노 당선자 쪽으로 대거 몰려들었다.노 당선자는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누리고 있던 월드컵 효과와 노사모라는 ‘여론 주도층 특공대’의 지원을 받았다.이러한 복합적 관계가 20∼30대와 50대 사이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김도종-최근 20년동안 정치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의 주도권은 젊은 세대가 가지고 있었지만 월드컵을 계기로 젊은 층이 정치 분야에도 자신감을 갖게 됐다.이들은 선거에서 노 당선자라는 매개 변수를 통해 정치 권력에까지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형준-세대·지역간 갈등은 다원적인 발전으로 바라볼 소지가 있다.우리사회는 지금 다원민주주의로 진입하는 단계다.이번 대선에서 노 당선자는 대북 포용정책,분배중심 정책,개혁적 입장을 취했던 반면 이 후보는 대북강경정책,성장중심 정책,보수적 입장을 취함으로써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식 구도를 보여줬다.이는 우리 사회가 다원적 사회로 돌입했음을 뜻한다.이런 의미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가 100만표 가까운 득표를 한 것은시사하는 점이 크다. ◆안순철-젊은 세대의 정치적 성향은 이번 선거에서만 나타난 게 아니라 누적돼 왔다.실제로 지난 6·13 지방선거나 2000년 4·13 총선 때 이미 기성정치권에 대한 저항 움직임이 있었다.이번 대선에서는 이러한 여건 및 양강구도에서 뚜렷하게 부각된 것이다. ◆이남영-이번 대선의 투표 성향은 개혁적이었다.정당정치가 제대로 됐으면한나라당에도 젊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고,젊은 층의 민주당 표쏠림도 현격하게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이번 대선에서 전라도,경상도의 젊은 층은 비슷한 투표 성향을 보여줬다. ◆안순철-우리 사회에는 일반적인 보수·진보의 개념이 정형화돼 있지 않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이념적인 성향이 점차 두드러지는 추세다.앞으로는젊은 층에서도 분리가 될 것이다.이번 대선은 과도기상태에서 개혁을 바라는 젊은 층의 표쏠림 현상이다. 4.바람작한 인사정책 ◆김도종-인사탕평책은 당연하다.집권자에게 지역 안배문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다.하지만 인력풀이 너무 적다. ◆안순철- 물론 말로는 항상 탕평책 또는 지역안배라고 한다.하지만 단순한자리 배분의 문제가 아닌 만큼 말 만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또한 인력풀이 적다보니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이 발탁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미국은 모든 공직에 공개채용제도를 채택하고 있다.자신의 정체성에 맞는정부가 들어설 경우 지원하고 정부는 공정하게 심사·평가하여 채용한다.탕평책같은 제스처만 쓰지 말고 공개모집 제도 등 구체적인 제도의 틀을 만들길 바란다. ◆김형준-일정 비율의 쿼터는 반드시 필요하다.영남 출신의 노무현 당선자는 자칫 잘못하면 영호남 양쪽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다.권력의 중요한 포스트는 철저한 지역안배가 필요하다.대신 자격을 갖췄음을 검증하기 위해 인사청문회제도를 확대·강화해야 한다.또한 각계각층의 참여를 통해 요직의 기준을 명확히 정립해 거기에 맞춰 지역안배해야 할 것이다. ◆이남영-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동조하고,그 철학을 민생에 반영할 수 있는사람이 들어와야 한다.단순한 테크노크라트만 있으면 오히려 무책임할 수도있다.그동안 지역안배에 의해 장관 지낸 사람은 매우 많다.바로 위와 같은문제 때문이다.지역안배도 중요하지만 집권자와 동일한 국정철학을 소유한사람들에 대한 인사 역시 적절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안순철-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국정철학이 동일한 사람들이 그동안 요직을 맡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던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봤다. ◆김욱-이미 존재하고 있는 지역·이념 구도를 깬다는 말은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다.대통령제 책임정치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이남영 교수의 말처럼 철학과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김형준-미국의 경우를 곧바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미국은 제도와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우리는 정치시스템이 개인화돼 있고 미국은 구조화돼 있다.지역으로 분열됐다는 사실을 염두에둬야 한다.▲지역안배 ▲검증시스템 ▲국정철학 공유를 적절히 잘 써야 한다. 5.정치개혁 방향 ◆사회-민주당 재창당 등 정당개혁·정계개편이 예상되고 있는데. ◆김형준-현재와 같은 중앙당 시·도지부와 지구당위원장 중심의 정당 구조에서는 정당 개혁이 있을 수 없다.획기적인 정당 개혁을 위해서는 당 대표도 없이 원내총무만 있어야 한다.이때라야 국회의원의 자발성이 확대될 수 있다.또 중앙당의 슬림화가 필수적이다.중앙당 사무처 월급만 한달에 10억원이상 소요되는 구조에서 어떻게 정당 개혁이 있을 수 있겠는가. ◆안순철-정치 개혁은 지구당 위원장을 없애고 대신 시·도 지부가 중앙당과의 매개 역할을 하는 식으로 돼야 한다.민주당이 야당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안을 내놓는다면 원내정당으로 가는 길이 그리 먼 것만은 아니다. ◆김형준-새 정부가 2004년 4월 총선에서 가장 신경 쓸 문제는 공천의 문제다.당원만의 경선으로 후보 뽑는 식으로는 언제나 지구당위원장이 당선될 수밖에 없다.때문에 정당 개혁은 공천 제도와의 관계에서 추진돼야 한다. ◆사회-노 당선자가 의원 빼오기는 안 한다고 천명했다. ◆이남영-노 당선자는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탈당한 의원을 수용해서는안 된다.한나라당 의원들이 탈당해도 갈 곳이 없게 만들어야 한다.이런 의식 가지고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때로는 정책 공조도 할 수 있는 리더십을발휘해야 한다.그러면 야당도 여당도 살고,레임덕 현상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안순철-노 당선자는 인위적인 정개 개편 욕심을 버려야 한다.그래야 한나라당에 초당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김욱-한나라당에 있으면서 성향이 안 맞는 사람은 민주당으로 가야 한다.김문수 이부영 의원 등 개혁 성향의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 옮기는 게 뭐가 이상한가.어정쩡한 동거보다는 서로 갈라지는 게 낫다. ◆이남영-지역구 주민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당적을 바꾼다면 국민들이 느낄 허망함과 정치 불신은 더욱 가중된다.노 당선자가 새 정치를 원한다면 ‘지역구 주민들의 허락을 맡고 와라.’는 식의 자신감이 필요하다. ◆김형준-역대 정부의 실패 원인은 도덕성 위기 때문이었다.정계 개편을 위해 한나라당으로부터 의원 빼오기를 하면 도덕성의 위기가 시작된다.새 정부는 인위적인 정개 개편을 안 하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줬을 때 1년 2개월뒤 총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6.50대 대통령의 의미 ◆김형준-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집무 시간의 70%를 야당 의원 만나는 데 썼기 때문이다.성공한 대통령의 제 1조건은의회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노 당선자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겠다고 밝혔는데 타협은 바로 정보 공유를 뜻한다.이를 테면 국정원장이 야당대표에게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필요하다. ◆이남영-50대 대통령은 세계적 흐름이다.노 당선자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50대 후진타오 총리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영국·러시아·일본 모두 마찬가지로 젊은 지도자를 선택해 새로운 발전을 기약하고 있다.우리의 지도자 역시,땀흘리고,고민하는 역동적인 지도자상으로 변화의 의미를 띠고 있다.내각도젊어지고,젊은 기운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 것으로기대된다.국가와 사회가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안순철-노 당선자의 통치환경은 아주 열악하다.이럴 때 자칫 인기영합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대통령의 자질과 보좌진의 기능이 분리돼야 한다.대통령은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거시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보좌진은 철저하고 명확한 분석 등 과학성·전문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얽혀야 한다. ◆김도종-50대라는 의미를 떠나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여기까지 오는데 크게 두 번의 위기가 있었다.두 번 모두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최고 통치자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국익에 직결됨을 인식해 지금 보다 더욱 돌출 행동을 조심하며 국정을 운영하기 바란다. ◆김욱-의원내각제,이원집정제 등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는 장기적인 방안을 검토했으면 좋겠다.또 앞으로 국민경선 또는 상향식 공천을 정치개혁의화두로 삼아야 할 것이다.대한매일과 KSDC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북핵 문제보다 더욱 중요한 현안이라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이는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원하는 욕구가 노 당선자가 표방했던 변화의 흐름과 맞아 떨어졌음을 감안해 향후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김형준-우리가 최근 대통령이 갖춰야 할 덕목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을 때응답자들은 개혁성과 도덕성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노 당선자는 이 두 축을중심으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분명히 성공한 대통령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정리 박록삼 이두걸기자 youngtan@
  • 노무현시대/인사구상 어떻게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새 정치를 외치며 당선된 젊은 대통령인 만큼 21세기 동북아시대를 책임질 실무형 인재들을 각 분야에서 대거 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운영과정에서 국민통합과 개혁성을 겸비한 올스타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포함한 노 당선자의 인사 구상을 미리 점쳐본다. 1.청와대비서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는 새 정치를 외치며 당선된 젊은 대통령인 만큼 21세기 동북아시대를 책임질 실무형 인재들을 각 분야에서 대거 중용할것으로 보인다.국정 운영과정에서 국민통합과 개혁성을 겸비한 올스타팀을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를 포함한 노 당선자의 인사 구상을 미리 점쳐본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당초 청와대 비서실 규모나 체제는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 유지할 생각이었으나 규모와 기능을 일부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역대 정권의 청와대 비서실이 불필요한 권한에서 일부 부패가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비선(秘線)장치를 제거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측근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는청와대 비서실에 국가경영 전략의 기획 기능과 주요 국정현안에대한 조정기능을 부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명실상부하게 대통령의 핵심참모그룹으로서 정책개발에도 일부 관여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아울러 조정 기능을 지님으로써 순발력 있는 국정운영도기대된다. 현재 국정조정 기능은 국무총리실에서 갖고 있으나 담당자들이 조정이 필요한 해당 부처와 마찬가지로 관료이다 보니까 관련 절차에 얽매여 일 추진이더딘 경우가 많다는 지적을 받은 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 비서진은 당 간부나 중진 각료형보다는 실무형 인재들이대거 기용될 전망이다.노 당선자는 20일 신계륜(申溪輪) 비서실장을 당선자비서실장으로 임명함으로써 이와 같은 개편을 일부 예고한 셈이다.새 정부가 출범하면 신 당선자 비서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도 매우 커 보이기 때문이다. 현직 의원인 신 실장이 청와대로 들어가면 지역구 국회의원직을 포기해야하는데,이에 대해 신 실장의 측근은 이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노 당선자를 돕는 한편 정치경륜을 바탕으로 신 실장을 보완할인물로는 김원기(金元基) 고문이 있다.김 고문은 대통령직 인수위가 구성되는 순간부터 참여해 그 이후에도 대통령의 공식 정치자문역을 맡아 노 당선자에게 많은 조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실무급 비서진에는 젊은 선대위 참모들도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여기엔 이광재,유종필,안희정,천호선,윤태영,배기찬,서갑원,김만수,황이수 등특보 및 보좌역 등이 거론된다. 김경운기자 2.대통령직 인수위 노무현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기능과 편성을 일부 개편,내년 1월초쯤에서야 인수위를 구성,본격 활동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제15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때에는 외환위기 등 국정현안이 다급해 당선과 거의 동시에 인수위를 구성했으나 이번엔 좀 늦어질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20일 “사정이 그때와는 다른 만큼 서둘지 않고 차분하게 여러 분들에게 의견을 듣고 정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당선자는 23일 청와대를 방문,김대중 대통령과 당선 인사를 나눈 뒤 인수위의 구성에 대한 노 당선자의 생각과 김 대통령의 조언 등을 서로 주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는 특히 제15대 대통령 인수위의 경험을 토대로 인수위에 국정업무 인수·인계뿐만 아니라 정부조직 개편에 필요한 검토임무도 부여할 전망이다.효율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일부 부처의 신설 또는 통·폐합을 예고하는 셈이다.아울러 인수위 업무의 무분별한 노출로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것을 막기 위해 인수위에 대변인 제도를 신설할 방침이다. 15대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외환·경제 위기 상황과 구조조정 문제등을 고려해 인수위 외곽에 비상경제대책위,노사정위,정부조직개편위원회를별도로 두었으나 이번엔 인수위 안에서 분과를 나눠 활동할 방침이다. 인수위원장에는 김원기 고문과 정대철 선대위원장 및 정동영 최고위원 등당내 인사가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일부에서 거론되는 정대철 선대위원장에게는 당 운영을 맡길 것으로 보인다.인수위 대변인에는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이 유력하다. 그러나인수위원장직이 국정 전반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차기 국정운영에대한 노 당선자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국정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전직 각료를 지냈으면서도 선대위 활동을 통해 노 당선자와 호흡을 맞춘 본부장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라 인수위원으로는 이해찬,김한길,이강래,임채정 의원 등과 함께 차기 내각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병완 정책위 부의장,정만호 정책기획실 수석전문위원,임혁백 고려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김경운기자 3.정부요직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책임총리제'도입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책임총리제의 도입은 국무총리에게 정부운영에 대한 전권을 위임하다시피 해 효율적으로 급변하는 국내외 변화에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책임총리제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후속조치로 헌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내년 2월 25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바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해도 노 당선자는 현재의 총리직에 보이지 않는 위상과 무게를 실어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따라서 국무총리에는 국정운영 경륜을 지닌 비중있는 인물이 중용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여겨진다. 당초 국민통합21과의 정책공조에 따라 총리직에 정몽준 대표도 거론됐으나 이젠 원인무효가 된 셈이다. 이와 관련,이낙연 당선자대변인은 20일 “”정대철 선대위원장께서 모 방송에 출연,'통합21과의 공조는 살아있다고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어 공조는 끝났다'고 말한게 노 당선자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선거과정에서 노 당선자를 적극 지지한 이수성(李壽成) 전 국무총리도 거론된다.물론 당내에선 다른 중량급 거물이 발탁될 것이라는 설이 보다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장.차관급 경제 각료엔 강봉균.정세균.김효석.허운나.정철기의원, 김진표 국무조정실장,오종남 통계청장,임내규 산자부 차관 등이 있고 통일.외교.국방 각료엔 조순승.유재건 의원과 이준 현 국방장관이 후보로 거론된다. 사회.문화 각료후보로는 이재정.추미애.이강래.김경재.임채정.김성순의원과 박순용 전 검찰총장.최병모 전 특검 등이 있다. 이밖에도 김병준 국민대교수,임혁백 고려대 교수,윤원배 숙명여대교수 등도 입에 오르내린다.아울러 국가정보원장엔 문희상,조순형의원이 거론된다. 그러나 새 정부 내각엔 당 인사보다 외부 전문가 영입과 해당 부처의 발탁인사 가능성도 점쳐진다.이는 노 당선자가 누구보다 탕평인사에 대한 원칙이 분명하고 엄격하게 능력위주의 인재등용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김미경 기자chapin@ 4.黨 재정비 민주당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누차 강조한 사안인 만큼 재창당 수준의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 당선자는 지난 17일 “선거가 끝나면 새 정치에 뜻을 함께 하는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적극 영입해 당의 면모를 일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호남을 근거지로 하는 민주당을 명실상부한 국민통합당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야심찬 생각이다. 노 당선자 자신이 동교동계 등에게 발목을 잡힐 만큼 빚을 진 일도 별로 없다는 사실이 그런 점에서 유리한 여건이다. 그 시기는 예상보다 좀 늦어져 이르면 내년 상반기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20일 “민주당 개편문제는 인수위 구성 등이 있어당선자의 관심사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다.”고 말했다. 모양새는 선대위를 구성했던 범개혁 그룹을 주축으로 여러 개혁세력을 모아 재창당을 하거나 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여기서 유시민씨가 이끄는 개혁국민정당 등의 역할도 주목된다.이 과정에서한나라당 수도권 개혁성향 의원들도 자연스럽게 영입돼 당 개혁작업은 곧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노 당선자를 지원했던 ‘신주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붙었다떨어졌다하던 ‘구주류’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즉 한화갑 대표를 비롯한 한광옥,박상천,정균환,이협 의원 등의 구주류와김상현,김원기,정대철 의원 등의 신주류의 당권 경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구 주류는 현재 “노·정 단일화 과정에서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를밀자는 회합도 가졌다.”는 괴소문에 휩싸여 있는 상태다. 신당의 대표는 정대철 선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본인도 원하고 노 당선자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현 한 대표의 퇴진 여부가 관건이다. 사무총장엔 이상수,김덕규 의원이,원내총무엔 이해찬,유재건 의원이,정책위의장엔 현 임채정 의원과 김성순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김경운기자 kkwoon@ ★검찰.법원 개혁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법조계 공약은 ‘검찰 개혁,법원 독립’으로 요약된다.노 당선자는 판사와 변호사를 거친 법률가여서 법조계는 노 당선자의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시적 특검제 도입 5년 임기 동안 상시적인 특별검사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사안별로 특검법을 제정하는 불편을 없애고 어떤 사안이라도 국회의 의결만 거치면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검찰도 의혹이 있고 권력의 핵심 관계자가 관련된 사건에 대한 특검제는 반기는 분위기다.다만 검찰은 검찰총장이 요구하는 사건에 대해서도 정치권이특검제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정치권이 특검제 도입에 대한 합의를 못한 민감한 사건을 검찰이 떠안게 되면 검찰의 중립성이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 노 당선자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공약이다.경미한 사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필요하지만 경찰의 중립성을 위해서는 경찰 구조개편,국민의 여론형성,인권보장책 마련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것이다.노 당선자는 검찰의 업무과중을 덜어주고 수사상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킨다는 차원에서는 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시행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검찰 인사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되 2년 임기는 철저히 보장하겠다고 밝혔다.또 현재 자문기구에 불과한 검찰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하고 외부인사 참여를 대폭 확대해 검찰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도록 했다.검찰총장에게 검사의 인사권을 주는 것은 검찰의 중립성에 필요하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관 인사 법관단일호봉제를 실시,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에 누락한 법관들의 조기퇴직을 막겠다고 공언했다.법원의 독립성을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도 사법부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도 사법부 독립과직결되는 사안이다.하지만 단일호봉제를 실시하면 능력과 관계없이 일정 근무연한만 되면 모든 법관이 차관급인 고법 부장의 대우를 받게 돼 기획예산처나 중앙인사위원회의 반발이 큰 것도 사실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이경형 칼럼]이런 ‘후보 채점표’

    투표 날 아침이 밝았다.2003년부터 5년 동안 국정을 이끌 제16대 대통령을선출하는 날이다. 이번 선거는 양자 대결 구도에다 후보의 노선 차별화도 비교적 분명하지만투표 당일까지도 섣불리 어느 한쪽의 절대 우세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로박빙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특히 선거 막판에도 유권자 5명 가운데 1명이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으로 나타나고 있다.선거 종반에 행정수도 이전,북핵 문제 등이 쟁점으로 떠오른 탓인지 선거일에 다가갈수록 오히려 부동층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 지난 1997년 15대 대선 직후 한 여론조사기관이 유권자들의 투표행태를 조사한 결과,선거운동기간 중 지지 후보를 바꾼 사람이 총 투표자의 19.6%에달했고,이 중 약 46%가 투표 당일 혹은 2∼3일전에 바꿨다고 한다.이런 추이를 미루어 볼 때,근소한 차이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현 양자 대결 구도에서도 유권자들의 ‘지지 후보 교체 여부’가 당락의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유권자들은 저마다 후보를 선택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질 수 있다.그러나 이번 선거처럼 후보간 이념적 차이가 크고,주요 쟁점도 두드러지고 있는상황에서는 유권자의 개인적인 이해관계보다는 뭔가 ‘큰 차원’의 잣대로지지 후보를 잴 필요가 있을 것이다.적어도 어떤 후보의 TV연설 때 맨 넥타이 색깔이 좋아 그 후보를 찍기로 결심하는 투표 행태는 가급적 지양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전에 ‘후보 채점표’를 만들어1점이라도 높은 후보를 선택해 찍어주는 것이 투표권을 현명하게 행사하는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동시에 후보 선택의 고민을 합리적으로 푸는 방식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각 후보를 비교하는 채점 항목을 다음과 같이 10개 항으로 잡아,각 항목에 10점 척도를 적용해 합산하면 총 100점 만점 기준으로 개별 후보득점이 산출될 수 있다. ①인물 및 자질 ②국가발전 비전 제시 ③사회 통합 ④정치 개혁 ⑤세대교체 ⑥부패 청산 ⑦남북관계 ⑧시장경제 추구 ⑨서민 복지 ⑩기타(후보 참모 및 주변 인물들,후보 경력,소속 정당,후보 호감도 등)를 체크 포인트로 잡을수 있다.여기서기타 항목은 괄호 속에 든 항목을 종합해도 좋고,아니면 유권자 각자가 9개 항목 중 특별히 가중치를 두어도 좋을 것이다. 채점 항목에 사회통합을 넣은 것은 우리 사회가 고도 정보사회로 진입하면서 세대간 계층간 갈등,정보 격차 등으로 인해 분열의 요소가 급격히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또 21세기 한국을 이끌 지도자라면 미래의 한국이 어디를지향해야 하는지,국가 비전을 통해 제시해야 한다. 지역할거주의·보스 정치 등으로 대변되는 ‘3김 정치’의 부정적인 요소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권력기관,정당,국회 등 정치제도 자체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때문에 정치개혁의 의지를 후보 평가 기준의 하나로 본 것이다. 이런 채점표는 “인물을 보면 A후보가 나은데,정책을 보면 B후보 공약이 마음에 드는” 경우에 대비해서도 필요하다.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중요한 원칙의 하나는 다수결의 원칙이다.개개인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현대 산업·정보사회에서는 51% 다수의 의견대로 의사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마찬가지로 개별 유권자 입장에서모든 정책과 공약이 마음에 꼭 드는 후보란 있을 수 없다.상대적으로 어느 쪽이 나의 가치에 더 근접해 있느냐는 것을 선택할 뿐이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오늘 ‘한 표’를 던지는 투표함 속에 담기게 된다.진지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투표에 나서자. 논설위원실장 khlee@
  • 네티즌마당/행정수도 이전’ 서울시 게시판 들썩들썩

    대선 종반 최대 이슈로 떠오른 행정수도의 이전 문제가 인터넷까지 달구고있다.그 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이 서울시 홈페이지(www.metro.seoul.kr)의 시민자유토론장이다.행정수도 이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서울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청계천 복원,강북 뉴타운 개발,지하철 연장운행 등 사안에 따라 조용할 날 없는 곳이 시민토론장이지만 행정수도 이전에 관해서는 찬성과 반대의견이 유난히 날카롭게 부딪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일부에서 집값 폭락을 주장하지만 괜한 우려라면서 장기적으로 폭락이 아닌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예측한다.또 인구를 분산시켜 쾌적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데 반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절대 집값 폭락 안 합니다.과천에 정부종합청사 옮겼다고 서울 집값 안 떨어졌습니다.그리고 행정부처 몇 개 옮기고,국회 옮긴다고 서울시민 모두가 한순간에 빠져나가지 않습니다.어떻게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고집값이 떨어질 수 있습니까. 물론 집값의 상승세는 이전처럼 가파르지는 않을 것입니다.가파르게 상승하길 바라는 사람은 집으로 돈버는 사람들밖에 없지 않습니까. 좀 더 장기적으로 봅시다(ID 평범시민). ◆이제 우리 모두 서울의 비대화에 대하여 재고해볼 때가 되었습니다.인구유입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행정기관의 이전입니다.더 이상 서울의 기형적인 비대화를 방치하면 안됩니다.이제 우리의 자손들을 위해서도 심각하게 행정수도 이전을 고민해야 되고,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그동안 정치세력들의 당리당략 때문에 감히 추진하지 못했던 정책을 이제는 제발 국가발전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 고민해 봅시다.비록 그 기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지금부터라도 장기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되지 않을까요(ID 자손만대). ◆오히려 집값은 올라갑니다.서울이 어느 정도 쾌적해지면 서로가 서울에서살려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행정수도 옮겨야 모두가 삽니다.지옥 같은 교통문제,교육문제가 조금씩 해결됩니다.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거짓 선전에 불과 합니다.만약에 이 상태로 수도를 그냥 내버려둔다면 서울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겁니다(ID 오태수). 행정수도의 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집값 폭락,더 나아가 공동화에 대한 우려다.그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행정수도를이전하는 것이 필요한가 반문하면서,현실성 없는 대선 공약에 불과하다고 공박하고 있다. ◆행정수도를 이전한다? 사실상 ‘천도’를 의미합니다.청와대는 물론 중앙부처와 국회 등 핵심 국가기관이 이동한다는 것은 곧 수도 이전을 의미하는것이기 때문이지요.그렇게 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땅값과 집값이 폭락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대전으로 이동하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듯 행정부서와 일부 기업,학교만이 아니며 투자자금 또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ID 푸른나라). ◆민주당 대선후보는 “행정수도일 뿐이다.수도권의 주민이 옮겨가는 것이아니다.50만∼100만명의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수도권 과밀화 해소를 위한 행정수도 건설이라면서 수도권 주민이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니….그럼 무슨 수로 과밀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인가. 또한 50만∼100만명의 신도시로 어떻게 23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가 가능하단 말인가. 수도권 부동산가격 하락과 경기침체,슬럼화 등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과밀화 해소’와는 정반대되는 ‘수도권 주민 이주불필요,50만∼100만명 신도시 건설’ 등 횡설수설하고 있는 것 같다(ID 오솔길). ◆한꺼번에 정부기관이 모두 옮겨간다는 데 대해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이 느낄 허탈감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셨습니까. 모든 일을 한꺼번에 이룰 수는없습니다.부처 몇 개 옮겨보고 다소 안정을 찾은 뒤에 그 장단점을 파악하여 추가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합당한 일입니다(ID 화난이). 이호준기자 sagang@
  • 14일 서울시청앞 대규모’여중생 추모행사’‘시위로 번질라’ 경찰 속앓이

    경찰이 오는 14일 서울 시청앞에서 열리는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두 여중생의 촛불추모식 경비수위 조절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경찰은 여중생 범대위측에 ‘추모행사는 가능하지만 ‘집회’나 ‘시위’는 안된다.’고 통보했다.그러나 추모행사가 대규모 집회로 이어질 것은 불을보듯 뻔하다.국민정서도 평화적인 추모행사까지 막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강제 해산에 나서면 비난여론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경찰로서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 앞 집회 때 강경 대응했다가 곤욕을 치른 선례도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평화적으로 행사가 끝나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지난 6월 월드컵 때 광화문과 시청앞을 가득 메웠던 가족단위 응원객처럼 추모객들이 ‘조용히’ 추모식만 치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만∼20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 경우 자칫하면 ‘사고’가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경찰청 관계자는 “일부 네티즌들이 ‘미대사관을 접수하자.’고 공언하고 있다.”면서 “무턱대고 평화적으로 대응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경비인력이라도 많으면 걱정을 덜겠지만 연말연시를 맞아 특별방범활동에 5만∼6만명이 동원됐고 올해는 대선까지 겹쳐 일손도 부족한 상황이다.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관할서인종로·남대문경찰서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다들 고민하고 있다.”면서 “미 대사관만 집중적으로 경비하자는 의견 등 다양한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 “대선후보들 부끄러워 해야죠”동대문 휘경1동구의원선거 후보5명 페어플레이 귀감

    “알고 보면 모두가 이웃인데 서로 헐뜯는 일은 있을 수 없지요.” 갑작스러운 의원 사망으로 오는 19일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동대문구의회 휘경1동 선거구에는 5명의 후보가 나서 ‘이전투구식’의 비방전이 아닌 ‘페어플레이’를 펼쳐 귀감이 되고 있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이처럼 백의종군의 마음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해 일하겠다는 출마자들의 선거운동 분위기를 ‘조용한 열기(熱氣)’라고 표현하고 있다.결코 대선만큼 뜨거운 것은 아니지만 각 후보들은 저마다 지역발전 공약을 내걸고 1∼2명의 운동원을 고용,주로 출퇴근길 지하철역을 찾거나 관내 경로당 등에서 깨끗한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각 후보들이 내건 슬로건도 대선 못잖게 진지하다.경력과 연령층도 그만큼다양하다.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A(55)씨는 ‘봉사로 다져진 지역 일꾼’이라는 슬로건을 달았다. 관내에서 국군 상이용사 단체를 맡고 있는 B(51)씨는 국가발전을 위해 헌신한 점을 내세워 ‘따뜻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사람’이라는 문구로 유권자들의 눈길 끌기에 나섰다. 5명의 출마자 가운데 최연소인 C(44)씨는 젊다는 점을 앞세워 ‘새벽부터자정까지 뛰는 일꾼’을 선택해달라며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또 이미 1∼2대 구의원을 지낸 D(68)씨는 수년에 걸친 의정경험을 살려 지역발전에 힘쓰겠다며 ‘바로 듣고 바로 행동’을,E(58)씨 역시 ‘부지런한,능력 있는,해내는 사람’을 기치로 내걸었다. 작지만,결코 가볍지 않은 선거임을 말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지난 4일 한예식장에서 관내 케이블방송이 개최한 후보자초청 패널토론회에는 방청객이200여명이나 몰려 성황을 이뤘으며 출마자들은 이들 앞에서 페어플레이를 다짐하기도 했다. 한 주민은 “연령층별로 40대 1명,50대 3명,60대 1명씩 고루 출사표를 던져 ‘노-장’대결이 된 데다 정당 내천자와 무소속을 표방한 후보들의 ‘보-혁’구도로 대선 양상과 비슷해 흥미를 더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송한수기자 onekor@
  • [행정개혁 성과와 과제] ① 정부조직 재정비

    ‘작지만 봉사하는 효율적인 정부’라는 비전 아래 추진돼 온 김대중 정부의 행정개혁은 1970년대 후반부터 유행한 신자유주의의 시대적 흐름에 영향을받았다.서구 선진국들은 복지병,고실업,재정적자라는 삼중고에 대한 처방으로 감축관리,규모축소,능률화,민영화,외부계약,규제완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공급자 위주의 행정관행과 이른바 ‘저가치 행정’을 초래한 기존 행정시스템의 낙후성을 치유하는 데 매진했다.김대중 정부도 이런 흐름에 영향을 받아 집권내내 공공부문의 조직·인력·예산을 축소하고,공공관료제를 최대한시장 또는 계약으로 대체하는 행정개혁을 시도했다.5년 가까이 지속된 행정개혁의 공과를 조직·인사·운영시스템·서비스·재정별로 나누어 6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행정기구를 조정 또는 통폐합하는 구조개혁과 이에 따른 인력감축은 정부주도형 국가발전과 관료주의적 정부운영에서 발생되던 여러 폐단을 시정하고예산절감의 성과를 거두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그러나 관료사회를 비롯한 정치권의 저항과 반발로 조직개편의 원래의도가 희석되는가 하면 개혁의지가 퇴색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기구개편 국민의 정부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구개편을 단행했다.1차개편은 98년 2월 재정경제원과 통일원 등 2개의 부총리직을 폐지,부처의 수가 36개로 줄고 21명의 국무위원이 17명으로 줄었다.그러나 2차개편으로99년 3월 기획예산처,중앙인사위원회,국정홍보처 등 3개 부처가 신설됐다.3차 개편은 2000년 재정경제부장관을 경제부총리로,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교육부총리로 격상하고 대통령직속 여성특별위원회를 여성부로 개편했다.이 결과 중앙행정기관은 김영삼 정부 말기의 2원14부5처14청 정무1·2에서 현재 18부4처16청으로 변화해 수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 세 차례에 걸친 정부조직 개편은 행정환경 변화에 따른 정부기능의 적합성·효율성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심도있는 검토보다는 부처 이기주의에 근간한 개편이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위원회 활성화 국민의 정부의 특징중 하나는 중앙인사위원회,방송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부패방지위원회 등 위원회 제도를 적극 운영한 것이다. 위원회 조직의 활성화는 그간 역대정부에서 소홀히 취급되었던 민주화,인권,부패방지 등의 이슈를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시키는 등 적지않은 성과가 있었다.그러나 정부위원회 설치의 원칙과 운영방법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혼선을 빚기도 했다.국가인권위원회와 부패방지위원회 등이 기존 정부부처와 갈등을 빚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363개에 이르는 위원회의 난립을 정비하는 것도 향후의 과제다. ◆구조조정 현 정부는 인력증원을 막기 위해 국가공무원 정원의 한도를 규정하는 총정원제를 99년 1월부터 도입했다.이에따라 정부는 지난 4년간 공무원 8만 5731명(국가공무원 2만 2365명,지방공무원 6만 3366명)을 감축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구조조정기간중 교원(1만 7134명)을 비롯해 경찰·공안 등 3만 7848명의 증가 요인이 생겨 목표치의 55.8%인 4만 7883명만을 줄이는 데 그쳤다.그러나 공무원 총수는 88만 7876명으로 92년 수준(88만 6179명)을 유지해 나름대로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평가된다. 다만 분야별로 심도있는 인력수급계획을 바탕으로 전 정부차원에서 종합적인 인력감축계획을 수립,추진한 것이 아니라 일시에 획일적으로 감축을 추진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획일적인 구조조정은 정권 후반기에 들어 몇개 분야에서 인력부족 현상이 나타났고,지방공무원이 5만 6633명이나 감축돼 공무원노조에 적극 가담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종락기자 jrlee@ *인력감축.위원회 축소 긍정적 ◆김병섭(金秉燮)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김대중 정부가 단행한 조직개편과 인력감축은 양뿐 아니라 질적인 감축이이뤄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정부 위원회도 외형적으로는363개가 난립하고 있지만 김영삼 정부 말기의 380개보다는 줄었다.중앙인사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부패방지위원회 등 행정위원회가 10개나 신설돼 활발한 활동을 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만 기구개편을 세 차례나 하고,부총리제가 부활되고 국무조정실이 유지되는 등 집권초기의 개혁방향이 흐트러진 것은 문제다.새 정부는 정부조직 개편시 조정·통제장치를 확대하기보다는 일선 행정부처를 강화해야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부처 수가 몇 개이냐에 집착하기보다 일선 부처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행정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할 것을 주문한다. ◆박우순(朴雨淳)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 김대중 정부의 조직개편은 비교적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개혁을 추구했지만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의견수렴 및 심층적인 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등 몇가지 문제점을 노출했다. 첫째,성급하게 개혁을 추진한 나머지 공무원들의 불안감과 저항을 초래하는 등 여러 제약에 직면했다.둘째,조직개편을 시도하면서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해 원래의 방향으로 개편작업을 마무리하지 못했다.셋째,공동여당으로 출발한 한계로 개혁의 결정에 있어 취지가 변질되는 한계를 드러냈다.넷째,대통령 또는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위원회가 개혁을 주도해 오랫동안 정부업무에 종사해온 공무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끝으로 집권 초기에 내세운 개혁목표와 개혁분위기가 후기에 이르러 개혁주체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점차 퇴색했다.
  • 책꽂이/겨울강 하늬바람 外

    ●겨울강 하늬바람(박범신 지음) 지난 81년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을 받은작품을 재출간했다.70년대 이후 산업·도시화의 영향으로 당시 우리 문학을지배한 탈향(脫鄕)·귀향(歸鄕)의 문제를 특유의 감성적이고 화려한 문체로다루었다. 세계사 8000원. ●제6회 동서커피문학상 수상 작품집 대상 수상자인 이미경의 단편소설 ‘청수동이의 꿈’을 비롯해 시부문 금상 이선남의 ‘풍선’,수필부문 금상 전계숙의 ‘엄마의 저금통장’,소설부문 금상 박영미의 ‘호랑나비 한 마리가 꽃밭에 앉았는데’등을 수록했다.더북 9000원. ●꽃이 진다 꽃이 핀다(박남준 지음) 전주 모악산 기슭에 ‘모악산방’이라는 흙집을 짓고 12년째 살고 있는 중견시인의 산문집.자연에 몰입해 사는 작가의 진솔한 삶이 거짓없이 그려져 있다.호미 8000원. ●헤어져 있어도 우리는 사랑이다 국내 유명 시인들의 따뜻한 사랑시를 모았다.정호승의 ‘내 마음 속의 마음이’,이성복의 ‘입술’,정해종의 ‘연애편지 쓰는 밤’,장석남의 ‘5월’등이 실렸다.휴먼&북스 5500원. ●플레이보이 SF 걸작선(앨리스 K 터너 엮음,한기찬 옮김) 플레이보이지에실린 SF소설 모음.이 잡지의 소설부문 편집장으로 10여년간 활동한 지은이가 시대·장르·작가별 대표작을 가려 실었다.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의 죽은 도시’,어슐러 K 르귄의 ‘아홉개의 생명’등 24편 수록.황금가지 전2권각 9000원. ●체호프 단편선(안톤 체호프 지음,박현섭 옮김) 모순과 부조리에서 비롯된비극적인 삶을 유머로 따뜻하게 감싸는 작품들이다.의학계의 샛별로 떠오른남편을 죽음으로 내몰고서야 자신의 허영심과 어리석음을 깨닫는 여자를 그린 ‘베짱이’ 등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단편소설 9편.민음사 6000원. ●반항아(산도르 마라이 지음,김인순 옮김) 헝가리 출신 작가가 1930년 발표한 자전적 소설.제1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혼란스러운 사춘기를 보낸 작가의경험이 배어 있다.전쟁의 와중에서 겪는 방황과 갈등,가치관이 붕괴된 시민사회에 대한 거부감 등 청소년들의 반항의식을 키우는 사회적 억압,죄와 책임문제,세대간 갈등을 다뤘다.솔 1만원.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안나 가발다 지음,이세욱 옮김) ‘누가 어디에선가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다’는 단편집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프랑스 신예 여류작가의 첫 장편소설.이혼 위기에 몰린 며느리와,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진 경험을 가진 시아버지가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문학세계사 7800원.
  • [시론]거꾸로 본 ‘여중생 사망’ 재판

    미군 장갑차에 여중생이 치여 사망한 사고에 관하여 관제병인 페르난도 니노 병장과 운전병인 마크 워커 병장에게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신문지상과방송에 이를 비난하는 기사와 논평들이 넘쳐나고 있다.대학생이나 시민단체들의 시위도 날로 격렬하다. 이 사건 재판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하나는,교통사고가발생한 정황과 미군 사령관이 사과한 점 등에 비추어볼 때 이들 병장의 운전상 과실이 충분히 인정되는 데 왜 무죄냐는 것이다.또 다른 하나는 미군이이들을 무죄로 만들기 위한 계획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재판권 행사를 고집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비판이 지향하는 최선의 목표는 잘못의 시정과 개선에 있다.그리고 이러한목적의 비판이라면 정확한 사실과 보편적 논리에 기초할 때 비로소 상대방에 대하여 설득력을 갖고 잘못의 시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재판은 미국법의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미국법을 적용한 결과,무죄가 된 것이므로 과연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을 때 미국법상 과실치사죄의 유죄가인정되는지 생각해 볼필요가 있다. 미국법상 유죄의 요건인 과실(criminal negligence)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 위한 과실의 정도보다 월등히 높다.즉,위험을 인식하면서도 무모할 정도의 부주의가 없었다면 수많은 인명 피해를 초래한 대형 사고라고하더라도 가해자를 형사 법정에 세우는 일은 거의 없다.우리나라 교도소나구치소에 수감된 수많은 교통사고,안전사고와 관련한 범죄자들이 미국에서태어났더라면 기소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실수로 발생한결과에 대하여는 대부분 민사책임 문제로 해결한다. 반면에 고의로 남에게해악을 가한 자에 대하여는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중형을선고한다.1998년 2월3일 이탈리아에서 미군 전투기가 연습비행 도중 초저공비행의 곡예를 부리다 스키장의 곤돌라 로프를 날개로 쳐 끊는 바람에 곤돌라에 타고 있던 사람 20명이 몰살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그러나 이 사고기의 조종사에 대해 미국 법정은 무죄를 선고했다. 2001년 2월9일 미국의 핵잠수함은 민간인들을 태우고 하와이 근해에서 해저로부터 급부상하는 시범을 보이다 바로 그 위치의 해상을 항해중이던 일본수산업 고등학교 학생들이 탄 실습용 어선의 밑바닥을 들이받아 침몰시켜 9명이 익사한 사고가 발생했다.이 잠수함의 선장에 대하여는 기소조차 되지않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미국 정부가 사과하고 책임을 인정한 이상 잠수함 선장이 엄하게 처벌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발표하였다.그때쯤 운전을 하다 우연히 들은 어느 라디오방송 진행자의 말이 기억에 새롭다.“저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일본 사람들은 자존심도 없나 보지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비판은 자유다.그러나 그 판단의 잣대는 동일한 것이어야 한다.이번 사건과 관련된 미군 병장들이 우리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더라면 유죄가 선고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다),이는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이 명확히 분화되지 않은 우리의 잣대를 갖다 대었을 때의 이야기다. 일본 정부가 어선 침몰 사고에 관하여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은 것은 비굴하고 자존심이 없어서 였을까? 윤남근 창원지법진주지원 판사·명예논설위원
  • “1500년만의 발굴 모두 허사될 판”-신라 목간발굴 함안 성산산성 대부분 사유지/문화재청 “”봄이면 발굴 불가””...토지 매입호소

    “땅 좀 사주십시오.정부든 함안군이든 발굴지역 땅을 사들이지 않으면 당장 내년 봄부터 발굴을 못합니다!” 사상 최고(最古)최다(最多)의 목간(木簡)을 쏟아내 이목을 집중시킨 경남함안의 성산산성 발굴현장에서 열린 지도위원회.김성범 창원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실장은 발굴 결과를 설명하다 말고 문화재청 및 함안군 관계자들에게 이렇듯 공개적으로 ‘읍소’를 넘어선 ‘경고’를 했다. 경주 안압지를 포함하여 그동안 전국에서 발굴된 목간은 모두 150여점.지난 92∼94년 27점의 목간이 나온 성산산성에서 이번에는 불과 3평 남짓에서 무려 65점이나 토해놓았다. 목간뿐 아니라 공구와 식기·의례용구·어로용구 등 137점의 완성품을 포함한 1000여점의 목기와 목기 파편도 출토됐다.목공소가 가까이 있었으리라는 추정도 그래서 나왔다. 산성 내부의 저수시설이었을 것으로 보이는 저습지의 규모는 동서가 90m.발굴을 해 봐야 정확히 밝혀지겠지만 남북의 길이도 그 정도는 될 것이라니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유물이 나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그럼에도 해당지역이 대부분 사유지여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더 이상 발굴이 불가능한것이 현실이다. 창원연구소의 성산산성 발굴은 지난 91년 이후 7번째.이렇듯 ‘조각난 발굴’을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땅 주인들에게서 발굴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이번 부분 발굴은 땅 주인의 호의로 가능했다.그러나 목공소 자리로추정한 지역은 끝내 허락을 받지 못해 발굴할 수 없었다. ‘조각 발굴’은 유물 교란이라는 부작용도 낳는다.이번 발굴현장은 지난 92∼94년 발굴지점과 상당 부분이 겹쳐 있다.당시 목간을 수습하고 흙으로 덮은 지역을 다시 파냈다.당연히 현장의 전모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성산산성은 둘레가 1400m,내부는 3만 5000평에 이른다.매입에는 물론 적지않은 예산이 필요하다.그러나 문화재청은 산하 연구소가 중요한 발굴 성과를 거둔 것에 흐뭇해 하는 데 그치고,함안군은 또 유적전시관을 세워 관광객을 불러모을 꿈에만 부풀어있다.발굴에 몰두해야 할 학예실장의 하소연에도 불구하고,당장 추가발굴이 필요한 지역만이라도 사들여야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기관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서동철기자 dcsuh@
  • 징계거부 울산2개 구청장 부당성 비판 행자부 입장 담은 문안 전달

    행정자치부는 20일 연가투쟁에 참여한 공무원들의 징계를 거부하고 있는 울산시 이갑용(李甲用) 동구청장과 이상범(李象範) 북구청장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정부 입장을 담은 ‘기고 문안’을 울산시에 전달,눈길을 끌고 있다. 행자부는 먼저 기고문에서 두 구청장의 태도와 관련,“자치단체장은 자치단체의 대표이자 소속 공무원의 수장으로 부여된 권한과 책임은 소속 정당도 공무원도 아닌 지역 주민 전체의 복리증진과 국가발전을 위해 주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구청장이 민주노동당 출신 정당인이라는 점을 감안,“단체장은 소속 정당이 어디든지,누가 표를 찍어주었든지,단체장으로 취임한 이상 지역주민 전체를 대표해 자치단체를 이끌어 가고,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국법질서를 유지토록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단체장이 취임식에서 법령을 준수하고 국가시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했는 데도 불구하고 공무원 징계를 거부하는 것은 주민앞에서 행한 신성한 선서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꼬집고,“단체장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출신 정당이나 소속 공무원이 아니라 법과 민의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행자부는 기고문을 울산시가 지역 언론에 실어 주민들에게 홍보하거나,공무원들에게 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발언대] 순국정신, 오늘에 필요한 시대정신

    입동(立冬)도 10여일이 지나고 어느덧 찬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몸이 움츠러든다.한편으로 화사한 꽃을 피워내는 따뜻한 봄을 맞기 위해 강인한 생명력으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모습에서 세상사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17일은 일제가 우리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은 을사조약이 체결된 날이다. 우리의 선열들은 치열한 독립투쟁을 전개했으며,수많은 분들이 순국했다.마침 17일은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그 공훈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을사조약이 체결된 11월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한 이래 올해로 63번째를 맞는 기념일이다.특히 올해의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은 지난 10월 말 문을 연 백범기념관에서 열리게 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러면 순국선열의 날은 오늘날 어떠한 의미로 자리매김되어야 할까? 역사는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있듯이 순국정신은 우리가 가꾸어가야 할 시대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먼저,우리에게는 남북통일을 이루어 민족공동체의 삶을 복원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지난날 지역·계층·이념을 초월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선열들의 모습이야말로 민족화합의 소명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다. 또한 국가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질서 속에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전략의 모색을 위해서는 우리의 역량과 잠재력을 결집시키는 정신적 가치가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한다.그것이 바로 민족혼이며 민족정기이다. 우리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국가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난 극복의 원동력이 되어 온 민족정기를 계승하는 일이 시급하다.이처럼 선열들의 순국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시대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일이야말로 나라를 지켜 낸 분들에 대해 취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조국에 광복의 봄을 맞기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겨 보는 순국선열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재달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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