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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인생의 등대] 김동익 서울농업기술센터 소장

    [내 인생의 등대] 김동익 서울농업기술센터 소장

    “글쎄, 삶의 나침반이라….‘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꼽을 수 있을까요.”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푸른나래길 쪽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김동익(55) 소장은 사람좋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건넸다. 경기도 여주에서 자라면서 부모님 따라 논밭을 오가는 사이에 몸과 마음으로 익힌 것이란다. 고교졸업 뒤 농사를 거들다가 조금 늦은 나이인 25세(1975년) 때 공채로 센터에 들어왔다.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진리는 요즈음 웰빙, 웰빙 하는 세태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입니다.” ‘웰빙’의 핵심인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거의 농업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에서 웬 농업이냐고 하며 한때 농업기술센터를 폐지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친환경 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도시민에 대한 농업적 측면의 교육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갈수록 메말라가는 도시인에게 감수성을 자극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려면 정서도 함양해야 하는데 여기에 센터의 역할이 큽니다.” 특히 오는 7월부터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주5일제 시대를 맞아 시민들의 여가선용에 초점을 맞춰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각종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겠다는 게 그의 각오다. 실버농장 운영계획이 좋은 예다. 텃밭 가꾸기는 센터에서 13년째 애써온 덕택에 자리잡았다는 평가이지만 이는 가족단위 위주인 반면, ‘환갑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도 마땅히 일자리도 없는 노인들이 참여하도록 하자는 뜻이다. 김 소장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삶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살아온 50여 평생에 티끌만큼이라도 후회는 남지 않는다고 당차게 말했다.‘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격언처럼 진실되게 살아간다면 최고의 삶이라는 자부심이다. “농심(農心)은 곧 천심(天心)”이라는 그는 다행히 고향이 가까운 사실을 되새기고, 올해부터 농사를 직접 짓겠다는 청사진도 세워놨다. 이를 통해 자신의 여가도 활용하겠지만, 농업인들 지도는 물론 시민들에게 설명하려면 실제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대에서 늦깎이로 농학과 행정학을 전공한 김 소장은 99년 ‘종자 기사’ 자격증을 따내기도 했다. “70년대 말∼80년대 초 논바닥이었던 송파구 문정·장지동에 주기적으로 가뭄이 심해져 마음고생이 됐지요. 멀리 떨어진 석촌호수에서 몇 단계를 거쳐 물을 끌어왔는데, 이 때 젊다는 기백 하나만으로 10마력짜리 양수기를 겁없이 옮기다 삐끗한 허리가 요즈음 들어 이따금 시큼해지기도 합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교황 베네딕토 16세 시대] 신도 440만 한국 “두번째 추기경 나오나” 기대

    독일의 요제프 라칭거(78) 추기경이 제265대 교황(베네딕토 16세)으로 선출됨에 따라 한국에서 두번째 추기경이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에는 1969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임명된 김수환(84) 추기경 한 명뿐이다. 김 추기경은 그동안 한국에 젊은 추기경을 서임해달라는 뜻을 교황청에 여러 차례 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계 일각에서는 새 교황이 선출되면서 한국에 두번째 추기경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즉위 초기에 교황이 한 두번에 걸쳐 추기경단을 추가로 임명할 것이란 희망섞인 관측에서다. 이와 관련, 성염 주 교황청 한국대사는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새 교황이 선출되면 한국에 추기경이 추가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교구장으로 계신 분들이나 주교님들 가운데서 새 추기경이 나오셔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 주목된다. 현재 거론되는 추기경 후보로는 정진석(75) 서울대교구장, 최창무(70) 광주대교구장, 장익(72) 춘천교구장, 장인남(57) 방글라데시 주재 교황대사, 강우일(61) 제주교구장 등이 꼽힌다. 그러나 부정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교황청은 통상적으로 교황선출권을 가진 추기경 수를 120명 이내로 제한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 콘클라베 참석권이 있는 추기경이 118명(신원 미공개 추기경 1명 포함)이나 돼 추가로 추기경을 임명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김종수(가톨릭대 교수) 신부는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여명을 새로 추기경에 임명했다.”며 “고작 한 두 명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추기경을 새로 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신부는 이어 “현재 한국인으로 추기경 물망에 오르는 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 가톨릭 신자수는 1969년 80만명에서 현재 440여만명으로 5배 이상 늘어났지만 추기경 수는 제자리다. 이에 비해 가톨릭교인 수가 한국의 4분의 1수준(약 100만명)인 일본에는 시라야나기 세이치(77), 하마오 후미오(75)등 두 명의 추기경이 있다. 추기경 수는 물론 단순한 교세나 신자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가톨릭 교세나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비중 등을 고려할 때 추기경이 적어도 두 명은 돼야 한다는 게 교계 안팎의 바람이다. 이같은 ‘추기경 가뭄’ 현상에 대해 한 가톨릭계 인사는 한국 가톨릭 성직자들이 로마 교황청 같은 ‘외지’에서 일하기를 꺼리는 등 지나치게 ‘자폐’ 성향이 있는 것도 추기경 임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새 교황에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1974년 ‘그리스도 신앙과 어제와 오늘’이라는 저서가 국내에 번역 출간되면서 처음 소개됐다. 한국을 찾은 적이 없는 만큼 한국 가톨릭에 대한 이해는 그리 깊다고 할 수 없다. 한국의 새로운 추기경이 탄생하는 데 교황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한국 천주교는 20일 오전 명동성당에서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의 집전으로 ‘새 교황 선출’ 감사 미사를 열어 새 교황이 세계평화와 인류복지를 위해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원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문화마당] 정직한 관객/진회숙 음악칼럼니스트

    아마 재작년의 일이었을 것이다. 친한 후배가 음악회 초대권을 주었다. 한때 세계 성악계를 주름잡던 소프라노의 내한 독창회 초대권이었다. 명색이 음악평론가지만 표값이 하도 비싸 평소 세계적인 음악가의 연주회는 가 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에게 그 초대권은 가뭄에 단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표를 받으면서 내심 우려되는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때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이름을 날리기는 했지만 현재 그녀의 나이로 볼 때 은퇴를 해도 한참 전에 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 아직까지 노래를 할 만 하니까 계속 무대에 서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연주회장을 찾았었다. 그런데 첫 곡인 로시니의 아리아를 듣는 순간 나의 막연한 우려가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 동안 내가 음반을 통해 들어오던 그런 목소리가 아니었다. 아예 거의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음반을 통해 전성기 때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직접 그녀의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은 아마 말할 수 없이 실망했을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여전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그녀의 용기(?)도 놀라웠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그렇게 한 물 간 소프라노를 초청해 비싼 입장료를 받아 챙긴 주최측의 배짱이었다. 나야 초대권을 받아서 갔으니 그다지 억울할 것도 없지만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사람들은 정말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놀라운 일은 정작 마지막 곡을 부른 다음에 일어났다. 클래식 마니아는 물론이고 음악에 문외한인 사람이 들어도 너무나 말이 안 되는 그런 노래를 들은 후에도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청하는 것이 아닌가. 연주 도중에 야유를 하며 퇴장을 해도 성이 안 찰 판인데 박수를 치는 것도 모자라 앙코르까지 청하다니. 아무리 손님에게 예우를 다하는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이라지만 이것은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에 세계적으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한 피아니스트가 한국에 와서 말도 안 되는 연주를 하고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주곡목 중에 바흐의 곡이 있었는데 그것을 외우지도 못해 악보를 보고 쳤는가 하면 연습 부족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왼손을 아예 빠뜨리고 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연주자로서 기본적인 자세가 안 된 사람들이 소위 세계적인 연주자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와서 최상의 대우를 받고 간다. 그 때 알 만한 사람은 그것을 보면서 분노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광적인 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연주자라도 언제나 최상의 연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관객들은 그 사람이 현장에서 얼마나 연주를 잘 하는가보다는 그 사람이 세운 화려한 이력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 화려한 이력에 주눅이 들어 정직한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 외국 연주자들 사이에 한국에 가면 아무리 연주를 못해도 박수를 받는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기까지 하다. 관객은 자기 느낌에 대해 정직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는 연주자라도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다. 벌거숭이 임금님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신하들처럼 주눅 들 필요가 없다. 몇 년 전에 어떤 독창회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 무대에 선 사람은 국내 굴지의 음악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였다. 객석은 동료교수와 제자 그리고 학부형인 듯한 사람들로 만원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연주의 질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아마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심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래가 한창 진행 중일 때였다. 부모를 따라온 듯한 한 꼬마가 무례하게도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이 아닌가. “아이. 목소리가 왜 저렇게 이상해?” 그 순간 나는 이 시대 가장 정직한 관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진회숙 음악칼럼니스트
  • 새교황 첫과제 재정난 타개

    교황청이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추기경 성추문과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교구별 자금확보가 어려워진 데다 달러화 약세까지 겹쳤다. 교황청은 미국뿐 아니라 제3세계로부터의 기부금도 달러로 받아 환차손을 겪고 있다. 때문에 차기 교황의 급선무는 교황청의 ‘재정난 타개’라는 소리가 나온다.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된 교황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교황청의 재정은 현재 9억달러 남짓.1993년 전세계 교구가 바티칸을 지원해야 한다는 교회법 개정으로 2000년까지는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기가 나빠진 2001년부터 3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2003년도 한 해에만 118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바티칸의 재정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많은 교황청 관리 2700명에 대한 임금 지급을 만성적 주범으로 꼽는다. 요한 바오로 2세의 활발한 외교활동도 교황청의 자금난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최근에는 달러화 약세가 큰 부담이 됐다. 미국에서 나오는 교황청에 대한 지원금은 달러화 약세의 여파로 2002년 8500만유로에서 2003년 7900만유로로 감소했다. 안전책으로 달러화 표시 유가증권에 투자한 것도 손실을 키웠다. 추기경들의 성추문 논란은 미국과 아일랜드 등에서의 모금활동에 지장을 줬다. 더욱이 성추문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은 천정부지로 늘어 총 8억 4000만달러에 달했다. 미 워싱턴주와 오리건 및 애리조나주의 교구는 파산에 직면했다. 교황청은 베르니니의 조각품 등 바티칸 소유의 예술작품을 판매할 생각도 했으나 ‘인류 전체의 보물’이라는 차원에서 포기했다. 박물관 관람료나 기념품 판매는 교황청 예산이 아닌 바티칸시티의 수입으로 잡힌다. 한편 18일 콘클라베의 개최를 앞두고 12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선 추기경 총회가 열려 2004년도 예산안을 감사했다.13일 오전부터는 성베드로 성당 내 교황의 묘소를 일반에게 공개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골프계 숙원 코리안투어 출범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PGA투어, 유러피언투어와 같은 본격적인 투어가 열린다. 골프문화를 한 단계 발전시킬 SBS코리안투어가 14일부터 열리는 스카이힐제주오픈을 통해 힘찬 첫발을 내딛는다. 골프 선진국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꿈의 무대가 드디어 이 땅에서도 펼쳐지는 것이다. 개막전을 포함해 올해 예정된 투어 대회는 모두 10개. 골프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이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투어 출범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기쁜 일이다. 투어는 골프계의 질적인 변화,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대회가 많아지면 기량 향상은 물론 생활 안정에 따른 투어 전념 등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또 해외 투어와의 교류를 통해 외국 선수들에 대한 문호 개방과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투어 출범의 일등공신은 역시 SBS.90년대 초 개국한 이후 방송을 통해 골프 발전에 크게 기여한 SBS가 올해부터 매년 30억원씩 5년 동안 총 1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 결과 골프계 숙원사업인 투어가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도 미국과 유럽처럼 투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여 왔다. 문제는 ‘그 일을 누가, 어떻게 하는가.’였다. 말은 쉽지만 재원 마련은 물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았다. 투어에 대한 골프계 안팎의 기대는 남다를 것이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스타의 부재, 대회 주최사의 저조한 참여, 스폰서 유치의 어려움 등 본질적인 어려움 외에 새로 출범하는 투어의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처럼 하나의 투어를 이루지 못하고 기존 대회와 병행해야 하는 반쪽짜리 투어다. 투어 업무를 관장하는 조직도 갖추지 못했다. 당연히 커미셔너의 주도와 업무 조정, 이에 따른 체계적인 업무 추진은 투어 타이틀 스폰서로 나선 SBS, 대회를 주관하는 협회, 마케팅 대행사 등의 유기적인 협조로 대신해야 한다. 골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00년, 협회가 발족한 지 37년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투어가 만들어진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투어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계자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 [기고] ‘태백산맥’에 대한 검찰의 딜레마/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지난 10여년간 학문·사상의 자유를 옥죄던 대표적 국가보안법 사건들에 대해 연이어 무죄 판결과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3월11일 대법원은 경상대 교재인 ‘한국사회의 이해’에 대해 무죄판결을 하였고,3월31일에는 검찰이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과 최장집의 저서 ‘한국 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에 대해 잇달아 이적성이 없다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가뭄에 단비가 내리듯 반갑고도 반가운 소식이다. 검찰은 이번 무혐의 결정을 계기로, 수사기관이 ‘이적성 판단을 정확히 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보안법의 남용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식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이번 결정으로 수사기관의 수사라는 도마위에 발가벗겨진 채 올려져 이적성의 칼질을 당한 작가의 11년간의 고통이 씻겨질 수 있을까. 진정 학문사상의 자유에 대한 ‘이적성 논란’은 종결되었고, 국가보안법의 남용여지는 없어진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NO”이다.‘한국사회의 이해’와 ‘태백산맥’은 11년간이나,‘한국민주주의의 조건과 전망’은 7년 동안 재판과 수사를 받아야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자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정래씨와 출판사는 1990년 ‘태백산맥’을 출간한 이후 수많은 협박전화와 위협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는 11년 동안 수사 그 자체보다는 처벌 대상이 된 이후 마음대로 집필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에는 ‘아리랑’을 집필했고,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한강’을 쓰고 있었는데,‘이적성’ 논란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고 있더란다. 작가의 창조적 상상력에 재갈을 물린 당연한 결과이다. 그러니, 무죄와 무혐의 판단만으로는 그 긴 세월 동안의 고통스러운 상처가 치유될 리 만무하다. 검찰의 이번 결정이 ‘국가보안법의 남용문제’ 또는 ‘이적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법원과 검찰은 이번 결정에 대해 종래 40년 이상 적용해오던 ‘이적성의 판단기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솔직히 이번 검찰의 결정은 종래 ‘이적성’의 기준에 따르면 백번 처벌해야 하나 처벌의 후과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마지못해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 ‘태백산맥’의 경우, 수사기관에 의해 ‘이적성’여부를 놓고 조사를 하던 같은 시기에, 역설적이게도 경찰대를 포함한 전국의 각 대학은 이 책을 권장도서로 지정했고 평론가들은 우리시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무려 600만부가 팔려 나갔다. 검찰이 11년 동안 위법성 판단을 보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태백산맥’에 ‘이적성’이라는 낙인을 찍는 순간, 최소한 600만명을 ‘이적표현물 소지죄’로 처벌해야 하고, 권장도서로 추천한 대학의 관계자들, 평론가들 역시 처벌해야 하는 사법사상 최고의 코미디를 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결정을 두고 ‘검찰의 전향적 결정’ 운운하며 확대 해석할 일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이 11년 동안이나 최종 결정을 미뤄온 것과 종래의 ‘이적성에 대한 판단기준’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에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하였으나 제2의 태백산맥에 대해서도 다시 무혐의 결정을 할 수 있을까. 검찰의 ‘이적성 판단기준’이 달라지지 않는 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법원과 검찰이 지금까지 ‘이적성’이라는 모호하고 낡은 잣대로 인권을 함부로 짓밟았던 모든 사건에 대해 그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또한 종국적으로 이런 과오를 반복되게 한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폐지되지 않는 한, 검찰은 태백산맥과 똑같은 딜레마에 다시 빠질 수밖에 없고, 수사과정에서 제2의 조정래에게 도마위에 서서 발가벗기를 다시 강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호창 변호사·민변 국보법TF 팀장
  • 흘러가는 물도 지키는 ‘水護神’

    ‘흘러가는 물을 잡자.’ 우리나라는 한햇 동안 내리는 비의 3분의2가 여름철에 집중된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다른 계절에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홍수와 가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홍수기에 적정량의 물을 저수지에 잘 가두어 둠으로써 하류피해를 줄이고, 이듬해 우기전까지 농업용수, 공업용수, 생활용수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 물 관리센터는 여름철에만 집중적으로 내리는 물 관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다.4개팀에 54명의 석·박사급 수자원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물 관리센터는 다목적댐 및 용수전용댐 운영을 통한 효율적 홍수조절, 안정적 용수공급, 주요 하천수질관리 및 수력발전설비의 통합원격제어 등 종합적인 물 관리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물 관리센터에서 운영 중인 물 관리시스템은 전국에서 발생되는 각종 수자원정보를 실시간으로 관측·분석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물 관리센터가 개발한 물 관리시스템은 미국의 기상위성에서 관측한 구름사진을 위성처리해 구름의 현재 상황 및 이동경로를 추적해 준다. 또 우리나라와 일본 기상청, 그리고 미국의 태풍예보센터로부터 레이더 에코자료, 수치예보자료, 각종 일기도, 태풍추적자료 등 다양한 기상정보를 수집한 후 물 관리센터에 소속된 기상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상세한 댐유역 및 하천유역의 강우예보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물 관리센터는 수력발전설비 원격통합제어시스템을 활용해 전국에 분산된 9개의 수력발전설비간 통합구축망을 구축, 여름철의 전력 과부하 현상에 대비하는 기능도 맡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을 통해 물 관리센터는 2002년 태풍 루사 내습시에 한강 인도교 지점의 수위를 2.4m, 낙동강 진동지점의 수위를 4.25m로 낮추는 등 홍수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儒林(308)-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08)-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명종 4년(1548년) 10월. 48세의 이퇴계는 단양을 떠났다. 퇴계가 단양군수를 사직하고 이웃한 풍기의 군수로 전근한다는 소문을 듣고 수많은 백성들이 나와서 퇴계가 탄 가마를 막으며 울부짖으며 말하였다. “나으리, 가시면 아니 되옵니다.” “나으리, 오신 것이 어제와 같은데 벌써 가시다니요.” 단양군민에게 남긴 퇴계의 인상은 놀라운 것이었다. 불과 9개월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단양군민을 위해 이퇴계는 경이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퇴계가 군수로 부임할 무렵 단양은 오랜 가뭄으로 곳곳에 헐벗은 기민(飢民)들로 피폐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3년 동안 계속해서 한발이 들어 백성들은 초근목피로 간신히 연명해 가고 있었다고 한다. 퇴계로서는 그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단양은 예부터 남한강과 단양천을 비롯하여 곳곳에 물이 풍부한데 어째서 해마다 가뭄으로 재앙을 입는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퇴계는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단양에 강이 많기는 하지만 날이 가물면 흐르는 물도 곧 말라붙어 물을 농사에 이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풍부한 양의 물을 농사에 이용하려면 보(洑)를 쌓아 흐르는 물을 가둬서 저수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였던 것이다. 퇴계는 실제로 단양의 곳곳을 답사하여 마침내 탁오대 바위 옆 여울목이 가장 좁아 둑을 만들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마을 사람들을 총동원하여 ‘복도소(復道沼)’란 저수지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아마도 퇴계가 만든 ‘복도소’는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만들어진 인공저수지인데, 그로부터 500여년이 지난 최근에 이르러 남한강에 충주댐을 쌓고 거대한 인공호수가 생긴 것은 퇴계가 위대한 사상가였을 뿐 아니라 실학정신까지 갖춘 선각자였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해 여름 퇴계는 ‘복도소’의 수중보(水中洑) 준공을 기념하여 큰 바위에 ‘복도별업(復道別業)’이란 친필의 휘호를 새긴다.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도를 회복한다.’는 이 문장의 뜻을 통해 퇴계는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은 자연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로 얼마든 개선될 수 있음을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퇴계가 건설하였던 수중보의 유구(遺構)는 1986년 6월 충주인공댐의 조성으로 수몰되어버리고 퇴계의 친필휘호만 따로 보존되고 있을 뿐. 따라서 퇴계가 건설한 저수지로 고질적인 한발을 막고 홍수 때 내리는 물을 저장하여 범람까지 막을 수 있는 다목적용 댐을 갖게 된 단양군민들은 퇴계와의 이별을 못내 아쉬워하며 떼 지어 나와서 가마를 향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퇴계 자신도 단양의 빼어난 절경에 심취되어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짧은 재임기간이었지만 ‘단양산수기’란 책을 남길 만큼 이곳의 산수를 사랑하였고, 또한 오늘날까지 인구에 회자되는 ‘단양팔경’을 일일이 지정하여 스스로 이름까지 명명하지 않았던가.
  • [NBA] 하승진 첫 득점

    한국인 최초로 미프로농구(NBA)에 진출한 하승진(20·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이 첫 득점에 성공, 또 한번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지난 1월8일 데뷔전을 치른 뒤 출전 6경기 만에 거둔 ‘가뭄 끝에 단비’ 같은 득점. 하승진은 13일 포틀랜드 로즈가든에서 열린 04∼05시즌 미국프로농구(NBA) 멤피스 그리즐리스와의 홈경기에서 1분간 뛰면서 2득점을 올렸다. 개인 통산 2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하승진은 종료 직전까지 감독의 호출을 받지 못해 이날도 벤치를 지키는 듯했다. 하지만 4쿼터 52초를 남기고 78-64로 앞선 상황에서 케빈 프리처드 감독이 고대하던 출격 명령을 내렸다. 주전센터 테오 라틀리프 대신 코트를 밟은 하승진은 오랜만의 출전으로 감각이 무뎌진 탓인지 첫번째 회심의 점프슛이 림을 외면했다. 하지만 림을 맞고 튀어나온 공을 동료 빅터 크야파가 낚아채 포인트가드 세바스찬 텔페어에게 연결했고, 텔페어는 다시 한번 하승진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었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상대 수비를 앞에 놓고 사뿐하게 뛰어오른 하승진은 깔끔한 레이업슛으로 데뷔 첫 득점을 올려넣었다. 소속팀 포틀랜드는 샤리프 압둘라힘이 25점을 터뜨린 데 힘입어 80-66으로 승리,6연패의 악몽에서 탈출했다. 한편 하부리그인 NBDL에서 활약중인 방성윤(23·로어노크 대즐)도 발목부상에서 6경기 만에 복귀해 11득점을 쏘아올려 컨디션을 조율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국코미디영화 웃기긴 웃기는데 왜 허전할까

    한국 상업영화가 가뭄기에 들어선 이때, 두 편의 영화가 단비를 뿌릴 채비를 갖췄다.160억원에 당첨된 복권을 찾기 위한 모험을 다룬 ‘마파도’(제작 코리아엔터테인먼트·11일 개봉·추창민 감독)와 조직폭력배 부두목의 딸을 감시하려고 학생으로 위장잠입한 여형사를 그린 ‘잠복근무’(제작 마인엔터테인먼트·17일 개봉·박광춘 감독). 둘 모두 독특한 컨셉트와 캐릭터로 그럭저럭 관객을 웃게 만들지만, 매끄럽지 못한 이음새와 어설픈 코미디로 쓴 웃음을 짓게 하는 대목도 많다. 두 영화를 통해 많은 한국 코미디영화가 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해본다. 두 영화 모두 캐릭터는 재미있고 풍성하다. 실수 연발인 비리 경찰 충수(이문식), 걸쭉한 욕설의 진안댁(김수미), 총각들 앞에서 한껏 멋을 내는 마산댁(김형자)등 ‘마파도’의 캐릭터들은 연기파 배우들의 힘을 빌려 생기발랄하게 관객들을 흡입한다.‘잠복근무’ 역시 김선아표 코믹 연기로 여형사의 캐릭터를 잘 살려냈고, 공유도 비밀을 간직한 멋쟁이 청년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맛을 선사한다. 하지만 근사한 캐릭터와 달리 내러티브에는 구멍이 송송 뚫렸다.‘마파도’의 큰 줄기는 복권을 찾는 것이지만, 다양한 캐릭터들이 부딪히는 좌충우돌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복권 찾기’는 뒤로 한참 밀렸다. 도대체 이들이 왜 마파도에서 그렇게 고생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 없이 캐릭터로만 밀어붙인 느낌이다.‘잠복근무’ 역시 조폭 부두목을 찾아서 지켜야 하는 본연의 내러티브는 부실하다.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의 치밀함보다는 김선아의 코믹연기에 비중을 두다보니, 코미디와 액션이 서로 겉돈다. 큰 줄기의 내러티브 속에서 다양한 코믹상황들을 가지치기하면서 웃음을 만들어내기보다, 배우들의 개인기를 살리는 캐릭터에만 주력하는 것이 한국 코미디영화의 가장 큰 문제. 여기에 덧붙여지는 것이 에피소드 위주의 코미디다. 부실한 내러티브 위에 그려진 캐릭터로 어떻게든 웃겨보려고 에피소드들을 끼워넣기 때문이다. ‘마파도’는 특히 온갖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쓸데없이 벌통을 건드려 도망가고, 실수로 화장실을 폭파시키고, 일하기 싫어 얼굴에 상처를 내는 등 짧은 만화적 설정을 짜깁기한 듯 에피소드들의 판을 벌였다.‘잠복근무’는 덜한 편이지만 화장실 문을 열려다가 쓰러져서 얼결에 키스를 하는 장면 등 웃음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끼워넣은 듯한 몇몇 장면들이 거슬린다. ‘웃음 뒤에 찡한 감동’은 한국 코미디물의 잘못된 공식 가운데 하나. 감동이라는 요소로 영화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올리려는 작가의식의 발로인지, 웃음과 감동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관객을 흡입하려는 상업적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심각한 판단 착오다. 지난해부터 ‘가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아서인지 두 영화는 모두 가족 관계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려고 한다.‘마파도’는 복권을 갖고 튄 끝순이와 귀가 어두운 어머니의 사랑을 영화의 끝자락에 끼워넣었다.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것 같았던 건달들이 이 생뚱맞은 감정코드에 갑자기 동조하는 모습은 설득력도 없을 뿐더러 영화의 일관된 톤도 무너뜨린다. ‘잠복근무’는 형사반장인 삼촌과 조카인 여형사, 조폭 아버지와 모범생 딸과의 사랑에 많은 비중을 뒀다. 가족때문에 슬퍼하는 이들의 모습이 ‘감동스러운’ 음악 위에 꽤 긴 시간 포커스가 맞춰지는데, 상투적인 감동을 강요받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 두 영화 모두 15세 관람가.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Anycall프로농구] SBS, 4경기 싹쓸이 “내친김에 16연승”

    ‘폭주기관차’ SBS의 연승 행진은 언제까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04∼05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의 최대 화두는 파죽의 12연승으로 연승 신화를 창조한 SBS. 단숨에 전국구 스타로 부상한 ‘괴물 용병’ 단테 존스(평균 30.4점 12.8리바운드)의 합류와 그의 시너지효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SBS가 연승 행진을 몇으로 늘릴지가 초미의 관심사다.SBS는 ‘2월의 선수’ 존스가 가세한 뒤 평균득점 11.9점이 늘어 96.6점이고, 실점은 3.2점이 줄어 81.9점이다. 매 경기 4.5리바운드에 3.3스틸도 추가됐다. 김동광 SBS 감독은 1일 프로농구 최다연승 기록을 갈아치운 뒤 “14연승까지 욕심내 보겠다.”면서 은근슬쩍 남은 경기를 싹슬이하려는 야망을 드러냈다. 공동 2위 KTF·KCC를 1경기 차로 바짝 추격한 SBS가 4전 전승을 거두면 4강 직행도 가능하다. 플레이오프 4강전은 25일부터 열려 2위팀에는 13일간의 꿀맛 휴식이 주어진다.4개월여의 강행군으로 체력이 바닥난 시점에서 2주간의 휴식은 ‘가뭄속 단비’나 다름없다. SBS는 TG삼보,SK, KCC, LG와의 순으로 경기를 남겼다. 까다로운 상대인 정규리그 우승팀 TG의 전창진 감독은 “원주에서만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고, 원정경기는 식스맨 위주로 꾸릴 것”이라고 공표했다.SBS의 승리가 점쳐지는 대목. 다음 상대인 SK는 전력상 SBS의 발목을 붙잡기엔 역부족이어서 14연승까지 기대된다. 관건은 오는 9일 15연승 길목에서 마주치는 KCC와의 한판 승부. 존스 합류 이후 한차례도 붙지 않아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단테 신드롬’에 가려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KCC 역시 최근 12경기에서 10승2패의 가파른 상승세다. 시즌 초반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쳐 ‘한물 간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4라운드부터 야금야금 승수를 챙겨 어느덧 공동 2위까지 올라왔다. ‘가드 지존’ 이상민의 노련한 경기 조율과 조성원-추승균-찰스 민렌드-제로드 워드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스피드와 외곽슛, 위기관리 능력에서 리그 최상위권. 최근 12경기에서 평균 90.6점을 얻고 84.8점을 내줘 SBS와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SBS의 연승 여부는 결국 ‘에어 단테’의 손끝에 달렸다. 김성철-양희승 ‘쌍포’가 맹위를 떨칠 수 있는 것도 존스의 활약 덕이다. 박건연 KBS 해설위원은 “추승균이나 민렌드가 앞선에서 존스에게 투입되는 공을 차단하는 디나이(deny) 수비가 먹힌다면 KCC에도 승산이 있다.”고 내다봤다. 9시즌 만에 한국프로농구 역사를 고쳐쓴 SBS의 목에 어느 팀이 방울을 달지 팬들의 시선이 뜨겁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그 영화 어때?]절망에서 부르는 희망하모니 ‘코러스’

    ‘여러 직장을 전전한 끝에 결국은 막다른 곳까지 오게 됐다.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최저 기숙학교. 최저란 말이 나랑 너무도 잘 맞는다.’ 2차 대전 직후, 프랑스 마르세이유의 한 기숙학교에 부임한 음악교사 마티유(제라르 쥐노). 전쟁의 폐허속에 가족들과 떨어져 제멋대로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대면한 첫날, 그는 실패한 작곡가로서의 초라한 자화상을 절감하며 일기장에 착잡한 심정을 적는다. 순수함이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거친 아이들이나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들어 일벌백계로 학생들을 다스리려는 엄격한 교장 모두 마티유에겐 구제불능처럼 보인다. 하지만 겨울 벌판처럼 황량한 이곳에도 한줄기 희망의 빛이 깃든다. 그건 어느날 밤 우연히 들려온 아이들의 노래소리. 자신의 대머리를 빗댄 가사를 흥얼대는 짖궂은 아이들의 합창에서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그는 오래 전 접었던 작곡가의 꿈을 다시 펼쳐든다. 영화 ‘코러스’(Les Choristes·3일 개봉)는 사랑에 허기져 삐딱해진 아이들과 이들을 사랑으로 감싸는 참 스승 마티유가 음악을 매개로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마티유의 열정적인 손끝에서 반항아 모항쥬는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훌륭한 성악가로 변신하고, 늘 교문 밖에서 아빠를 기다리던 꼬마 페피노의 그리움도 사라진다. 영화는 마티유의 진심과 음악의 힘이 천방지축 아이들을 변화시키는 마법같은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줌으로써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자칫 평이한 스토리와 익숙한 주제의식으로 진부하게 비칠 수 있는 영화를 돋보이게 하는 건 음악이다. 온갖 못된 짓을 골라하던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대목에선 빈 소년합창단이 부럽지 않을 정도. 특히 모항쥬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가뭄의 단비처럼 메마른 가슴을 촉촉히 적시는 매력을 선사한다. 절망의 끝에서 ‘음악’이란 희망의 싹을 틔운 마티유와 아이들은 교내에서 벌어진 불미스런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별의 순간을 맞는다. 아무도 배웅나오지 않은 교정을 쓸쓸히 나서는 마티유. 그때 마티유의 머리 위로 아이들이 접어 날린 수십개의 종이비행기가 쏟아진다.‘난 아이들이 명령을 어기고 뛰쳐나와 인사를 해주길 바랬다. 하지만 그들의 지혜는 그 이상이었다. 우리는 막다른 골목에서 만났지만 우리가 헤어진 곳은 희망의 이름이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900만 관객을 모으며 일약 국민영화로 떠오른 ‘코러스’는, 파리음악학교 출신의 크리스토퍼 바라티에 감독이 1945년작 ‘나이팅게일의 새장’을 리메이크한 것. 모항쥬역의 장 밥티스테 모니에를 비롯해 극중 아이들은 모두 실제 합창단원 출신들이다. 마티유를 연기한 제라르 쥐노는 국내에는 낯설지만 프랑스에선 감독, 작가, 제작자로도 활동하는 대스타.‘시네마 천국’으로 친숙한 자크 페렝이 성인 모항쥬로 등장하고, 그의 아들 막상스 페렝이 페피노로 출연하는 것도 흥미롭다.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가지수 10% 더 오르면 소비여력 10조원 느는 셈”

    주식시장이 달아오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불황탈출의 관건인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활성화에 주가 상승이 가뭄 속 단비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라경제 전체로 볼 때 주가상승이 개인들의 주머니 사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높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개인들의 주식 직접투자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주가의 ‘웰스 이펙트’(부의 효과)는 빠르고 크다. 현재 거래소와 코스닥의 개인투자 비중은 각각 20%와 50% 수준. 펀드 등 간접투자가 주류를 이루는 외국에 비해 주가차익이 곧바로 투자자의 두둑한 지갑으로 현실화되기 쉽다. 이를테면 500조원에 이르는 거래소와 코스닥 시가총액이 앞으로 10% 정도 오른다고 가정할 때 투자자들은 50조원의 이익을 더 얻게 된다. 개인투자 비중을 20%로 잡을 경우, 가계의 소비여력이 얼추 10조원 가량 확충되는 셈이다. 얼어 붙은 가계부문의 소비심리와 소비여력을 활성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기업들도 자본조달이 쉬워진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많을 경우, 시장 신규진입은 물론 증자도 활발해진다. 실제로 올들어 코스닥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자본시장 신규진입이 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자산가치 상승에는 언제든지 ‘거품’(버블)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다. 자산가격이 높아진다는 것 역시 물가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인플레이션이기 때문에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주가가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에 따라 완만하게 올라가야지 갑작스럽게 올라가면 거품붕괴 등이 나타나게 된다는 게 교과서적인 이론이다. 채권, 환율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전통적인 개념으로는 주가가 뛰면 채권시장으로 갈 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채권가격 하락(채권금리 상승)이 생기고,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로 몰려 달러화가 늘어나기 때문에 환율도 떨어지게 된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경제주체의 움직임이 워낙 다양해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儒林(290)-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90)-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이처럼 신분과 풍습을 초월하여 인간에 대한 휴머니즘으로 가득찬 이퇴계가 두향이가 한갓 미천한 기생의 신분이라 할지라도 그녀를 길가는 사람 보듯 하지 않았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퇴계와 두향의 로맨스는 과장된 헛소문이 아니라 분명한 역사적 사실인 것이다. 그때였다. 짧은 상념에 잠겨 있는 동안 군청에 전화를 걸었던 선원이 내게 다가와 말하였다. “허가가 떨어졌습니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말하였다. “선생님을 모시고 두향의 무덤까지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선착장에는 비상용으로 작은 쾌속정 한 대가 구비되어 있었다. 배를 타기 전 나는 매점에서 간단하게 소주 한 병과 술을 따를 종이컵, 그리고 간단한 안줏감을 사 들었다.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배에 올라타시지요.” 배에 올라타자 사내는 배가 요동치지 말라고 묶어둔 밧줄을 풀었다. 어느 정도 배가 선착장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려 발동을 걸었다. 이내 투투타타― 하는 엔진소리가 터지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배가 출발하였다. 배는 빠른 속도로 사선을 따라서 호수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물의 수면을 떠올라 빠르게 전진하고 있었으므로 물보라가 일었다. 봄이었지만 호수 주위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으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두향의 무덤 앞에는 원래 커다란 바위가 있었습니다. 강선대라고 불리던 바위지요.” 강선대(降仙臺)라면 문자 그대로 선녀들이 내려와 노닐던 바위라는 뜻이 아닐 것인가. “수몰되기 전에는 어른이 수십명 앉아 놀 수 있을 만큼 넓고 큰 바위가 그대로 보였지요. 그러나 지금은 물에 잠겨 볼 수가 없습니다. 조금만 일찍 오셨더라면 겨울가뭄 때문에 수량이 많지 않아 바위가 드러나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이퇴계 선생과 기생 두향이가 주로 이 강선대 위에서 거문고를 타고 노닐었다고 합니다.” 사내는 엔진소리를 이기기 위해서 소리를 높여 내게 말하였다. “따라서 두향의 무덤은 원래 강선대 바로 위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충주댐으로 인공호수가 생기자 물에 잠길 것을 마을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산 중턱으로 이장하였다고 하지요. 만약 이장하지 않았다면 수중무덤이 되었을 것입니다.” 나는 팔짱을 끼고 호수를 바라보았다.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어찌하여 나를 낳은 조국의 산야는 이처럼 금수강산인가. 누더기와 같은 역사와 넝마와 같은 혼란 속에서도 조국의 강산은 어찌하여 이토록 절세(絶世)인가. 순간 내 머릿속으로 이곳을 찾아 시를 짓고 그림을 그렸던 추사 김정희의 시가 한 수 떠올랐다. “명필의 붓처럼 천둥번개에 몰아치듯 뛰어난 운치, 그윽한 정, 먼 물가에 흩어졌구나. 천리 밖에 한 조각 돌 주워가지고 책상 위에 놓으면 이 봉우리는 언제고 푸르리.” 추사의 시는 정확하다. 이 절경의 모습은 천둥번개를 몰아치듯 뛰어난 운치로 창조주가 붓을 움직여 그린 신필(神筆)인 것이다.
  • [여의도in] 의원12명 후원회없는 의정실험

    법적 정치자금의 한도와 출처, 모금법을 엄격하게 규정한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인해 ‘돈가뭄’을 호소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 12명은 후원회도 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관위가 20일 공개한 후원회 미결성 의원은 열린우리당 김혁규·조성태·정의용·서혜석·이상민·김우남, 한나라당 박세일·유승민·황진하·김영덕·이계진·정종복 의원 등 모두 12명이다. 후원회를 결성하지 않으면 의원 세비로 의정활동비를 충당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12명 가운데 7명이 비례대표로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은 편이다. 또 김혁규 의원과 박세일 의원은 재력가로 손꼽히고 있고, 최근 금배지를 승계받은 서혜석 의원과 제주 출신 김우남 의원은 후원회 결성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는것으로알려졌다. 반면 이계진 의원측은 “지역구 조직관리비와 선물비 등을 없앴더니 후원회 없이도 빚지지 않고 정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사설] 마침내 현실화된 온실가스 규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위한 교토의정서가 마침내 내일 발효된다. 세계 최대 물량인 24%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미국이 중도 탈퇴해 당초보다는 폭발력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유럽 선진국을 비롯한 141개국이 지구환경을 구하기 위한 행동에 공동보조를 취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지구평균기온은 100년전에 비해 0.7도 상승했다. 유엔환경계획은 이같은 추세가 계속될 경우 10년 안에 가뭄, 홍수, 사막화, 식수부족 등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 판이다. 원인물질 감축이 늦었으면 늦었지 빠르다고는 할 수 없다. 의정서에는 참가국들간 입장에 따라 국익이 각축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유럽국가들의 경우 배출권 거래를 산업화하고 오염국가에 대한 환경세 등 무역장벽 구축도 예상된다. 반면,1차 의무감축기간 중 대상에서 면제된 한국, 중국 등 ‘개도국’그룹들은 면제 연장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최근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자발적 감축’을 주장한 것도 이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어정쩡한 정부 입장은 변화하는 국제사회 패러다임에 적절한 대응이 될 수가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무역대국으로 지구촌 국가들과의 공영 없이 독자 생존해 갈 수 없다. 또한 국내적으로는 세계 9위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지난 95년간 한반도에서만도 1.5도라는 높은 기온상승을 목도하고 있다. 새만금간척, 천성산터널 공사 중단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 환경인식 변화는 또 어떠한가. 정부는 올해부터 3년간 21조 5000억원을 투자해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실감되지 않는 내용뿐이다.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나 계획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하면서 산업도 보호하는, 환경정책에 발상의 대전환이 있기를 바란다.
  • [남부 폭설·혹한 왜?] 찬 고기압 골 북위 40도 남하 ‘이례적’

    [남부 폭설·혹한 왜?] 찬 고기압 골 북위 40도 남하 ‘이례적’

    여름철 게릴라성 호우현상이 동절기에도 나타나고 있다. 혹한에 국지성 폭설이 남부지역을 강타한 것이다. 눈이 왔다 하면 신기록 수준이고 눈 구경조차 하기 힘든 곳도 눈 세상으로 변했다. 전문가들은 예년 기록을 웃도는 폭설이 2000년 이후 자주 관측되는 만큼 태풍에 버금가는 설해 종합재난대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륙성 고기압+더운공기 대류현상 발생 2월 1∼3일 광주지역 적설량은 23.4㎝였다. 눈 때문에 광주시내 22개 학교가 이틀 동안 문을 닫기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94년 2월 11일(24.3㎝) 이후 11년 만에 폭설이었다.1939년 기상관측 이래 2월 들어 하룻동안 내린 눈의 양(18.3㎝)으로 따져도 사상 두 번째 수치다. 이로 인해 수출용 차량이 이틀 동안 발이 묶였고 폭설에다 한파가 겹치면서 전남 영광·신안군, 전북 부안군의 양식장 숭어 132만마리가 얼어죽었다. 충남 태안에서도 숭어 50만마리가 동사했다. 태안군 근흥면 용신리 문모(42)씨는 “5년간 이곳에서 양식을 했지만 한해를 당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근 G횟집 주인 김모(57)씨는 “수족관에 밤새 더운 물을 부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치를 떨었다. 2월 1∼3일 정읍(32.4㎝), 장성(28㎝), 순창(25.6㎝), 고창(23㎝)에도 많은 눈이 내렸다. 특히 순창군 복흥면에는 기존 계측장비로는 측정조차 불가능한 적설량 72㎝라는 경이적인 수치로 주민들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광주기상청은 광주와 전남·북 등 남서쪽에 많은 눈이 내린 것은 시베리아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찬 공기가 서해상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와 만나 대류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 상층에 형성된 골이 올 겨울 들어 주로 북위 40도 위를 지나쳐 그동안 눈없는 겨울이 계속됐지만 이번에는 남쪽을 경유해 폭설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부산, 울산도 눈다운 눈내려 제주도는 올 들어 3일까지 예년보다 두 배쯤 많은 15일 동안 눈이 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따뜻하다는 서귀포는 수은주가 영하 1.9도로 내려가면서 수도관 129개가 얼어터졌다. 특히 지난 1일에는 북제주군 고산에 초속 42m의 바람이 관측되는 등 강풍이 불어 모든 교통편이 끊기고 설 맞이 소포와 택배 등 10만여건이 오도가도 못했다. 울산과 포항, 부산에도 눈이 쏟아졌다. 지난달 16일 울산에는 10.5㎝가 내렸다.1931년 기상관측 이후 1959년(10.8㎝)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이다.1월 중 내린 눈으로는 역대 최고치다.1999년,2000년,2002년에는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포항도 같은 날 16.2㎝로 관측 이래 두 번째 폭설로 자리잡았다. 최고치인 1981년 1월 15일(17.4㎝)에 버금가는 수치다. 예년의 적설량은 1㎝ 미만. 이튿날 포항시내는 교통대란을 맞았다. 부산도 2001년 이후 4년 만에 3.6㎝의 제법 많은 눈이 내렸다. 부산지방 기상청 이승령(48) 예보사는 “시베리아 대륙성 고기압이 남부지방 끝까지 세력을 확장해 남쪽에서 올라오는 더운 공기와 만나 눈이 왔다.”면서 “대륙성 고기압 세력이 강하고 남쪽 공기가 더울수록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예보사는 “남쪽에서 더운 공기가 올라올 때와 매우 찬 대륙성 고기압이 남부지방까지 세력을 강하게 뻗칠 때가 맞아떨어질 때 기습적으로 많은 눈이 내리지만 이를 환경변화에 따른 기상이변 등의 현상으로 설명하기에는 과학적인 분석이 약하다.”고 말했다. 광주·울산 남기창·강원식기자 kcnam@seoul.co.kr ■ 달라진 생활 패턴-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전화만 최근 며칠새 강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 시민들은 차량운행과 외출을 자제하는 등 생활패턴을 바꾼다. ●외출·차량운행 자제 대구지역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8.2도였던 지난 2일 새벽 금호강이 20년만에 완전히 결빙됐다. 시민들은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외출 시에도 승용차 대신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시내도로 교통량이 크게 줄어 한산했다. 고속도로 이용 차량도 감소해 소통이 원활했다. 이날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운행한 전체 차량은 1만 2513대로, 평일 2만여대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광주지역의 교통량도 감소하긴 마찬가지였다. ●전력 사용량 및 전화 통화량 증가 혹한 등으로 시민들의 외출 삼가와 조기 귀가로 전력·전화 사용량이 크게 증가했다. 대구·경북지역 전기사용량은 최저온도가 대부분 영상을 보였던 지난달 25일 최대 전력 사용량은 584만 8000㎾였으나, 영하 6도로 떨어진 지난 1일은 4% 정도 증가한 607만 4000㎾를 기록했다. 이는 올 겨울들어 최대치다. 광주지역도 눈이 오기 전인 지난달 30일 84만 7000㎾에서 눈이 내린 1일 99만 5000㎾로 17.5% 늘었다. 전화 통화량 역시 늘어났다. 대구·경북지역의 통화량을 보면 평년 기온을 유지했던 지난달 25일쯤에는 하루 평균 8600여만건이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진 지난 1∼2일에는 9400여만건으로 10% 증가했다. 광주·전남지역은 지난달 31일 이전 1400만건에서 2일에는 1800만건으로 30%가 늘었다.KT 및 한전 관계자들은 “이는 폭설 등으로 시민들이 외부 모임 대신 일찍 귀가해 집에서 전화로 의사를 전달하면서 난방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찜질방 특수 30여개의 찜질방이 있는 대구 수성구의 경우 요즘 가는 곳마다 이용객들로 넘쳐나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찜질방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D찜질방 업주 김모(53·수성구 두산동)씨는 “최근 갑작스러운 맹추위로 낮엔 손님들로 터져나가는 데다 숙식하는 사람들도 평소보다 3∼4배 정도 늘어난 30여명이나 된다.”면서 “영업 5년만에 이런 특수는 처음”이라고 활짝 웃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기온 낮아야 해충 피해 적어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 풍수해만 없다면 올 농사는 풍년을 이룰 전망이다. 최근 며칠 동안 전국이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가 이어진 데다 남부지역에는 폭설까지 내렸기 때문이다. 한겨울 기온이 겨울답지 않고 따뜻하면 각종 병충해의 월동이 쉬워져 농·수산물 작황에 악영향을 미친다. 올 겨울에는 최근 한파에 이어 또다시 한두차례 한파가 더 이어질 예정이어서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겨울 평균 기온이 높을 경우 벼물바구미, 애멸구, 끝동매미충 등 각종 병해충의 월동이 수월해진다는 것. 벼물바구미의 경우 월동한 성충이 증가해 6월 이후 발생면적이 크게 확산돼 벼농사에 타격을 준다. 감귤에는 귤응애와 까지벌레가, 양파와 마늘 등에는 녹병과 잎마름병이, 보리에는 흰가루병이 크게 번질 우려를 낳고 있다. 월동기의 이상난동과 가뭄 등 기상이변은 김 작황에도 영향을 준다. 해태 포자를 그물에 붙이는 채묘시기에 바다의 수온이 적정온도보다 높을 경우 채묘마저 늦어지는 등 적정시기를 놓쳐 작황이 부진하게 된다. 또 겨울에 가뭄이 계속될 경우 내륙에서 빗물에 쓸려 바다로 들어가야 할 영양소의 유입이 줄어드는 바람에 영양부족현상마저 나타나 작황이 나빠진다. 때문에 김 양식 어민들은 이상난동이 발생한 해에는 김 작황 부진과 함께 영양결핍 등에 의한 제품의 질저하 등으로 2중고를 겪게 된다. 반면 심한 추위가 이어지거나 눈이 내리지 않아도 피해는 크다. 눈 없는 메마른 추위가 이어지면 보리 등 맥류(麥類)와 과일나무들이 건조동사하기 때문이다. 몇년 전 강원도 철원지역에서는 영하 25도의 맹추위가 이어지자 10여마리의 소가 동사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 속에 겨울철 3한4온은 옛말이 됐지만 그래도 겨울철은 적당하게 추워야 곧 이어지는 봄·여름·가을이 풍성하다는 것은 진리인 듯하다. 수원 김병철·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왜 계룡산인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5)왜 계룡산인가

    ●태조 이성계와 계룡산 1392년 조선왕조를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옛 귀족이 건재한 개성이 싫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이 있듯 이 태조는 충신으로 가득한 새 수도에 새 왕조의 터전을 닦고 싶었다. 이때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한 곳이 계룡산이었다. 이 태조는 1393년 음력 정월 직접 계룡산에 행차해 산세를 휘둘러 보았다. 그해 3월부터 왕도 건설의 삽질 소리가 계룡산 골짜기에 메아리쳤다. 일설에 따르면 계룡산이란 명칭도 그때 비롯됐다. 이 태조를 수행해 현지로 내려온 무학대사는 신수도 예정지 신도안의 좌우 산세를 살핀 다음 이렇게 평가했다고 전한다. 계룡산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 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요, 비룡승천형(飛龍昇天形 용이 날아 하늘로 오르는 형상)이다. 여기서 말한 ‘금계’는 부의 상징,‘비룡’은 현명한 임금을 의미한다. 즉, 이곳에 도읍하면 풍요한 태평세월이 보장된다는 말이다. 무학대사는 금계의 ‘계’와 비룡의 ‘룡’을 차용해 산 이름을 계룡산이라 부르자 했고 그 말대로 됐다 한다. 계룡산 신도안에 한창이던 천도 사업은 1393년 연말 문신 하륜(河崙)의 맹렬한 반대로 파국을 맞는다. 하륜은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계룡산을 반대했다. 첫째, 남쪽에 너무 치우쳐 한반도의 동쪽·서쪽·북쪽과 교통이 불편하다. 둘째, 주변에 큰 강이 없어 세금은 물론 물산을 운반할 큰 배가 드나들지 못한다. 셋째, 계룡산의 풍수는 중국의 풍수가 호순신(胡舜臣·송나라)이 말한 이른바 ‘수파장생쇠패입지(水破長生,衰敗立至)’의 땅이다. 즉, 흘러나가는 물이 땅의 기운을 약화시켜 나라가 곧 쇠망할 곳에 해당한다. 조정 대신들은 공방 끝에 하륜의 주장을 채택해 계룡산 천도 계획은 결국 백지화되고 말았다. 뜻밖의 결정에 남부지방 사람들은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수년 뒤 태종은 마이산(전북 진안군)이란 명산에 친림해 천도 백지화에 대한 산신(山神)의 뜻을 점쳤다 한다. 물론 산신은 그 결정이 옳다는 답을 줬고, 이에 민심도 안정됐다 한다. 한낱 전설에 불과하지만 계룡산 천도에 기대를 걸었던 남도 민심이 여실하다. ●18세기 말부터 계룡산의 인기는 급상승 수도가 한양으로 결정되자 계룡산 천도설은 한동안 잊혀졌다. 계룡산의 풍수에 대한 평가도 신통치 않았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이렇게 말했다.“계룡산은 웅장하기가 개성의 오관산에 미치지 못하고, 수려함도 서울의 삼각산만 못하다.” 그러나 17세기 말부터 계룡산 신화는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민심은 조선왕조를 이반하기 시작했고 그로 말미암아 천도설이 다시 고개를 든 것 같다. 홍만종은 1678년에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조선 태조가 계룡산 아래 새 수도 건설을 시작했을 때의 전설을 수록했다. 태조의 꿈에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계룡산은 전읍(尊邑 즉,鄭)이 들어설 곳이라며 당장 계룡산을 떠나라고 명령했다 한다. 이 설화는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도 그대로 실려 있다. 이로 보면 계룡산에 정씨가 도읍한다는 이야기는 양반들 사이에도 널리 퍼졌던 것 같다. 바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감록’이 널리 인기를 끌었다. ●바위에 새겨진 비밀 19세기 후반 계룡산에서 신비한 각석문자(刻石文字)가 하나 발견되었다.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월암리에 있는 연천봉 바위에 “방백마각구역화생(方百馬角口或禾生)”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여러 해 동안 아무도 해석을 못하다가 사람들은 드디어 한 가지 해석에 도달했다. 방(方)은 4방이요, 글자도 4획이라 4를 뜻한다. 마(馬)는 오(午)인데 오라는 글자는 八十을 더한 것이라 80이다. 각(角)은 뿔이다. 모든 짐승이 두 개의 뿔이 있으므로 2가 된다. 이를 모두 더하면 482란 숫자가 된다. 구(口)와 역(或)은 국(國)자가 되고, 화(禾)와 생(生)을 합치면 禾生인데 이것은 이(移)의 옛글자다. 전체를 다시 조합하면 ‘四百八十二 國移’란 구절이 된다. 요컨대 조선은 개국 482년째 되는 1874년에 망한다는 뜻이다. 이런 뜻이라면 그것을 몰래 바위에 새긴 사람이 누굴지는 뻔하다. 그는 조선왕조의 몰락을 염원한 사람이다. 어쩌면 ‘정감록’의 신봉자였을 수도 있다. 아무튼 각석의 풀이는 한동안 민심을 동요시켰다. 그 때는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는 소문이 연달았던 시절이다. 마침 ‘정감록’에는 위기가 절정에 이른 순간 계룡산에서 정진인이 나타나 새 나라를 세운다고 돼 있어, 많은 사람들은 계룡산이 새 수도가 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조정대신들의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19세기 말 권좌에 오른 대원군은 계룡산으로 천도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천도를 통해서라도 이미 달아난 민심을 조선왕조에 매어 두고 싶었던 것이다. ●명산 중의 명산 계룡산 계룡산은 최고봉의 높이가 845m로 별로 큰 산은 아니다. 그러나 고대로부터 국중(國中)의 손꼽히는 명산이었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명산대천이었다. 해마다 국왕은 제관을 보내 계룡산 산신에게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었을 정도다. 내가 만나본 현지 주민들은 우선 계룡산이란 이름의 뜻이 각별하다고 말했다.‘계’ 즉, 닭은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가축인데다 새벽을 알리는 매우 특별한 역할을 하므로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고 풀이했다. 그런가 하면 ‘용’은 전설 속의 영물로 기린, 봉황 등과 함께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다고 믿어졌다. 용은 성스러운 지배자를 뜻하기도 한다. 달리 말해 ‘계룡’에는 성스러운 통치자의 출현 또는 새 세상의 시작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명산인 계룡산은 풍수지리설에 힘입어 더욱 독특한 이미지를 갖게 됐고, 오랫동안 풍수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요컨대 계룡산은 유서 깊은 명산인데다 조선 초기 도읍 후보지가 되기도 했고, 그 뒤에도 풍수가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정씨가 도읍한다는 전설도 있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볼 때 ‘정감록’에서 계룡산이 새 왕조의 도읍지로 예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풍수로 본 계룡산 ‘정감록’에는 천하의 지맥이 흘러가는 큰 줄기가 언급돼 있고 그 가운데 계룡산이 나온다. 그에 따르면, 천하의 산맥은 곤륜산에서 발원해 백두산을 거쳐 금강산으로 흐른다고 했다. 금강산에 옮겨진 내맥(來脈)의 운은 다시 태백산(太白山)과 소백산(小白山)으로 내려가며 산천의 기운을 받아 지기를 더욱 강화시킨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계룡산(鷄龍山)으로 들어감으로써 장차 정씨(鄭氏)가 도읍하여 800년을 누릴 길한 땅이라 했다. 근세의 풍수가들은 계룡산의 특징을 회룡고조(回龍顧祖), 산태극(山太極), 수태극(水太極)의 3가지 개념으로 평했다.‘회룡고조’란 계룡산이 그 조산(祖山 조상에 해당하는 산)인 대둔산을 되돌아보는 모습이라 나온 말이다. 풍수지리에서는 보통 조산이 너무 높으면 명당을 내리눌러 명당 기운이 죽는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조산인 관악산(629m)이 진산인 백악(342m)보다 수백m나 높다. 서울의 풍수가 이런 탓에 서울을 떠나지 않는 한 한국은 외세의 압박에서 좀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풍수상의 해석이다. 그러나 계룡산은 전혀 그렇지 않다. 조산인 대둔산(878m)은 높이는 계룡산(845m)과 30m밖에 차이가 없다. 게다가 조산과 진산의 거리도 멀기 때문에 계룡산의 기세가 대둔산에 눌릴 리가 만무하다고 본다. 지맥의 흐름으로 볼 때 계룡산은 백두대간에서 뻗어 나온 큰 줄기가 진안의 마이산까지 내려오다 다시 갈라져서 북쪽으로 거슬러 올라온 형세다. 마이산에서 반전된 산세가 대둔산과 천호산을 향해 달음박질하다 공주 동쪽에서 C자를 뒤집은 모양으로 꺾였다. 산세의 이런 흐름은 마치 태극과 같아 풍수가들은 ‘산태극’이라고 부른다. 이것이 계룡산의 둘째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계룡산의 물길 또한 산세와 마찬가지로 ‘수태극’을 빚어냈다. 전북 장수읍 신무산(神舞山) 아래 수분리(水分里) 뜸샘(또는 물뿌랭이)에서 시작된 금강의 도도한 흐름은 무주, 영동, 대청호, 부강, 공주, 부여, 강경을 차례로 휘감아 돌다 장항을 거쳐 서해로 들어간다. 이런 금강 물줄기에 합류하는 것이 계룡산 명당수인데 그 모양이 태극과 같다. 계룡산의 명당수는 신도안 용추골에서 시작되어 우청룡을 휘감아 흘러들어가 금강과 만난다. 풍수설만 가지고 보면 계룡산은 도읍터로서 매력적인 곳이라 하겠다. 그러나 이미 하륜이 정확히 지적했듯 한나라의 수도를 정하는 데는 교통, 행정 및 경제적인 요건이 풍수설보다 더 중요하다. 정감록은 계룡산 도읍설을 펴고 있지만 그것은 조선왕조 자체를 부인하는 데 초점을 둔 것이지 계룡산이 정말 도읍할 만한 곳인가를 따진 것은 아니다. 정감록에 담긴 메시지는 민중은 새 세상을 원한다는 그 말이다. ●계룡산 바위가 희어질 때 계룡산에 큰 의미를 부여한 때문일 테지만 정진인이 왕으로 등극하기 직전 여러 가지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다고 한다. 정치 사회적 변화 못지않게 자연계에 큰 변화가 예언돼 있는데 계룡산이 관련된 한두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우선 계룡산의 바위가 흰색으로 변한다고 했다. 바위 색깔이 희게 변하는 일이 보통은 불가능하다. 흥미롭게도 우리 풍습엔 예부터 흰색 바위를 미륵불의 상징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중국 당나라에도 똑같은 풍습이 있었다. 흰 바위는 미륵불의 출현, 달리 말해서 복된 새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상서로운 표징이다. 여러 해 전 현지조사 때 직접 주민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조선 후기부터 계룡산의 바위가 조금씩 하얗게 변했다고 한다. 내 육안으론 그런 변화를 확인할 수 없었다. 진인왕이 올 때가 되면 계룡산 아래 있는 초포(草浦)에 바닷물이 들어와 배가 들락거린다는 예언도 있다. 초포는 금강과 계룡산 사이에 있는 작은 농촌마을인데 먼 옛날엔 거기까지 작은 배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엔 금강의 토사가 많이 쌓여 배가 통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1990년 금강하구 제방공사가 완공되자 강물이 불어 이제 초포에도 다시 작은 배들이 다닐 만하게 되었다. 어떤 주민은 이를 두고 ‘정감록’ 예언은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선 다른 견해도 있다.‘정감록’에 바닷물이 초포까지 들어온다고 한 것은 해수면이 높아지는 해양 생태계의 대변화를 예고한 거라는 현대적 해석이다. 정감록에 또 예언하기를, 말세엔 생선과 소금 값이 아주 떨어진다고 돼 있는데, 이 역시 생태계의 일대변화를 예고한 것이란다. ●말세엔 계룡산으로! 정감록에 예고된 급격한 환경 변화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말세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누런 안개와 검은 구름이 사흘 동안 움직이지 않는다는 예언은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철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을 온통 뒤덮는 짙은 연기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구제역 등 전염병을 몰고 오는 황사현상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가올 재난은 황사 이상이다. 냇물이 마르고, 산이 무너진다는 무시무시한 예언을 두고 어떤 이는 수자원의 고갈, 녹색환경의 파괴를 예언한 것으로 읽었다. 말이 나온 김에 좀더 알아보면 정감록의 일부인 ‘서계이선생가장결’엔 이런 섬뜩한 내용이 있다.‘9년에 걸친 흉년,7년간의 수재(水災), 그리고 3년 동안의 역질(疫疾)이 닥칠 것이다. 열 집 중 한 집만 겨우 살게 될 것이다. 이상하구나, 세상의 재난이여! 전쟁도 아니고 범죄도 아니구나. 가뭄 아님 물난리, 흉년이 아니면 돌림병이로다!’ 정감록은 새 세상이 밝아오기 전 민중이 넘어가야 할 마지막 고난의 문턱이 다름 아닌 자연재해, 전염병, 그리고 경제대란이라고 못박았다.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1821년,1822년,1858년,1886년, 그리고 1895년에도 전국에 콜레라가 유행해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1858년 한 해만도 50만명이 쓰러졌다. 조선 후기엔 독감, 장티푸스 등 전염병이 창궐해 사망자수가 수만을 헤아렸다.5∼6년이 멀다하고 찾아든 홍수와 가뭄으로 흉년이 끊이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1807년엔 서해안 일대에 해일이 발생하여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1815년과 1817년의 대홍수 역시 처참한 피해를 안겨줬다. 이런 예에서 확인되듯 ‘정감록’이 예언한 말세의 조짐은 그저 막연한 공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사상 민중이 겪은 집단적 고통의 기록이었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역사는 미래의 예언과 만나는 것이다. 대환란이 닥쳐오면 어떻게 피할 것인가? ‘정감록’은 특출한 10개의 명당 즉,‘십승지(十勝地)’로 들어가라고 말한다. 여러 지역을 여기서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계룡산이 최고의 피난처로 손꼽힌다는 점이다. 계룡산 인근의 유구(維鳩)와 마곡(麻谷) 사이도 또한 길지라고 했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그 지역에 신행정수도가 예정된 것은 흥미롭다. 현지에서 만난 노인들은 ‘정감록’을 직접 인용해 가며 이 지역으로 반드시 새 수도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계룡산,600년 전엔 조선왕조 건국 세력이 정한 도읍지였다.300년 전엔 조선왕조를 혐오하던 민중의 희망이었다. 지금 또다시 그 계룡산은 신 행정수도 논란의 와중에 서 있다. 우리에게 계룡산은 과연 무엇인가? (푸른역사연구소장)
  • [백문일의 국제경제 읽기] 中경제의 걸림돌 ‘性比 불균형’

    1850년 중국의 한 북부지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뭄과 기아로 식량이 부족하자 마을 어른들은 여자 아이들을 대거 살해했다. 이후 이곳 남자들의 25%는 신부가 없어 결혼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범죄집단으로 무리를 짓다가 군벌에 편입됐다. 남자가 여자보다 많아 지역사회를 황폐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성비(性比)의 불균형이 중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발전의 초기단계에는 성비보다 인구 수가 관심이다. 머릿수가 노동력이자 소비의 원천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을수록 성장 잠재력에 보탬이 된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 인구 증가는 성장에 ‘짐’이 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선 경제가 부양할 수 있는 ‘적정 인구선’을 넘으면 식량부족과 실업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중국이 10년간 9%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도 ‘1자녀 갖기’ 정책을 추진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당국이 두 번째 아이를 강제 낙태시키는 끔찍한 ‘행정력’까지 불사해 인구 억제책은 부분적으로 성공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들을 얻는 것을 일종의 ‘노후 보장책’으로 보는 중국의 풍토에선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아들을 포함해 2자녀 이상을 두면 세금 등 각종 불이익을 받자 남아선호 사상에 물든 중국인들은 뱃속에 있는 아이의 성별부터 가렸다. 여아로 확인되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낙태시켰다. 그 결과 중국 어린이들의 남녀 성비는 지난해 119대100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인 105대100보다 불균형이 훨씬 심하다.20년 이내에 중국 남성 3000만∼4000만명이 결혼할 짝을 못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촌지역의 초·중등학교에서는 75% 안팎이 남자다. 미 브리그햄 영 대학의 밸러리 허드슨 교수는 행동분석적 측면에서 ‘총각 신드롬’을 밝혔다. 기혼 남성들은 가족들을 위해 법과 질서를 지키지만 미혼 남성들은 살인과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론에 불과하지만 미혼 남성들의 증가는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재정부담을 높여 중국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딸만 둔 가정에 연 180달러씩 지급하려 하지만 별무신통이다. 선진국은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연 0.5% 포인트씩 성장이 둔화될 위기에 처했다. 지금은 인구가 많은 게 고민이지만 나중에는 ‘득’이 될 수 있다. 강압적이고 전근대적인 ‘1자녀 갖기’보다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성비 불균형이나 빈부격차 해소에 더 주력할 때인 듯싶다.
  • [나눔세상] ‘교도소 장벽’ 녹인 사랑의 인술

    [나눔세상] ‘교도소 장벽’ 녹인 사랑의 인술

    교도소의 높은 담을 넘어 인술(仁術)을 전하는 ‘독수리 5형제’. 안동교도소에서 전국 유일의 ‘종합병원’식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전문의 5인이다. 지난주말 교도소로 왕진을 나가는 이들을 따라 나섰다. ●강력범도 이들 앞에선 순한 양 금속탐지기와 소지품 검사대, 굳게 닫힌 철문 세개를 차례로 지나서야 복도 끝 의무과 진료실에 도착했다. 낮 1시지만 교도소 복도에는 냉기가 흘렀다.‘철커덩.’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자 진료를 기다리던 재소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회에서 치료받은 건데, 영 시원찮더니 결국 보철이 빠졌어요.”힘깨나 쓸 법한 폭력사범 권모(45)씨가 어린 아이처럼 칭얼거렸다.“위생관리를 잘못해서 조금 헐거워진 것뿐이에요. 손봐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송현치과 김남수(42) 원장이 권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다독였다. 손거울로 입속을 살피던 권씨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덟평 남짓한 공간에 진료 의자 2개를 나란히 놓은 좁은 진료실. 조금 겁나게도 느껴질, 덩치 큰 재소자들을 치료하는 김 원장의 몸동작과 손놀림은 날렵하기만 하다. 김 원장은 1993년 안동에서 개업한 직후 재소자 진료에 참여했다. 벌써 10년이 넘은 의료봉사단의 맏형이다. 매주 김 원장에게 이를 치료받는 재소자는 20명 가까이 된다. 봉사활동 시작한 계기를 묻자 “교도소에서 병원이 가까워서 그랬나 보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복도 건너편 또 다른 진료실에선 성모안과 이종관(36) 원장의 진료가 한창이다. 올해 말 출소하는 백내장 환자 김모(32)씨가 “수술해야 하느냐.”고 걱정하자, 이 원장은 “아직은 괜찮다.”며 교도소에 구비된 약품으로 처방을 내렸다. ●폐쇄된 환경 탓에 치료 한계 안타까워 법무부에 따르면 질병을 앓고 있는 전국 46개 교정시설의 재소자는 2500∼3000명. 그러나 재소자 진료를 맡은 전문의는 67명, 공중보건의는 86명에 불과하다. 안동교도소에서도 의무과장과 공중보건의 2명이 있지만 재소자 1000여명의 건강을 책임지기엔 힘이 달린다. 고혈압, 당뇨, 심장발작, 천식 환자 등 큰 병을 가진 재소자만 90명을 웃돈다.2003년 10월 안동교도소는 지역 의사협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안동류병원 내과 전대형(37) 과장, 신경정신과 염형욱(34) 과장, 가톨릭 피부과 윤영묵(34) 원장이 흔쾌히 합류했다. 매주 혹은 격주로 교도소를 방문하는 이들의 봉사는 ‘가뭄에 단비’다. 의사들은 “재소자들이 집단생활과 폐쇄된 환경 탓에 병을 얻지만, 맞춤식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아쉬워했다. 윤 원장은 “건조한 환경 때문에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가 많은데, 자극이 덜한 면 침구류를 사용할 수 없어 그렇다.”고 안타까워했다. 식이요법이 필요한 당뇨나 고혈압 등 환자들에게는 짠 교도소 음식을 물에 씻어 먹으라는 충고에 그친다.‘가진 것은 몸뿐’인 재소자들은 건강관리에 유난히 신경쓴다. 특별한 병도 없이 ‘건강염려증’에 걸린 재소자들에겐 비타민을 처방한다. 특히 ‘신참’들은 가벼운 증상에도 약을 찾는다고 한다. ●“재소자 교화해 재범 막는 게 진정한 치료” 내과를 맡은 전 과장은 “처음 진료기록부를 펼치니 살인, 폭력 등 죄명이 먼저 들어와 섬뜩했다.”고 털어놓았다. 가끔 처방에 불만을 품고 ‘돌팔이’라고 욕을 하거나 위협하는 일도 있었다. 신경정신과 염 과장은 “교도소에 오기 전 ‘지위’를 내세워 특별대우를 요구하는 재소자를 만나 당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재소자들에게 의료 검진을 받는 15분은 바깥 세상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다. 의사들에게 신세를 한탄하거나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부탁하는 재소자들도 있다. 치료를 받고 작업장으로 돌아가는 재소자들은 헤어짐이 못내 아쉬운 듯했다. 오후 3시, 텅빈 진료실을 뒤로 하며 의사들은 “진정한 치료는 재소자들을 교화해 재범을 막는 치료가 아니겠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안동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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