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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돈 홍수 속의 돈 가뭄/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열린세상] 돈 홍수 속의 돈 가뭄/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갑자기 은행도, 기업도 돈 구하기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원화도, 달러도 그렇다. 리딩뱅크를 자처하던 한 은행은 지난달 마감일까지 지급준비금을 마련하지 못해 한국은행으로부터 긴급자금 8000억원을 수혈받았다. 다른 은행들도 6%가 넘는 고금리 예금상품을 앞다투어 출시하는 등 처지가 다르지 않다. 런던과 뉴욕 금융시장의 한국계 금융기관들은 얼마 전까지 천덕꾸러기였던 달러를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은행에서 돈 쓰라고 그렇게 권해도 안 쓰던 대기업도 돈 구하기 바쁘다. 그렇다고 당장 돈이 부족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이 쌓아둔 돈은 올들어 36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자본금 대비 사내 유보금 비율도 600%나 된다. 최근 대기업들이 현찰 입도선매에 나선 것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장기적인 비축으로, 우리 금융시장의 증가하는 불확실성에 대한 반사적인 행보로 보인다.100조달러에 가까운 세계 금융시장의 과잉유동성도 지난 한달 사이에 자취를 감추었다. 그간 시장에서 춤추던 ‘돈’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돈 가뭄은 너무 많은 돈에서 비롯됐다. 미국은행들이 아시아 각국에서 몰려온 돈을 처리하느라 과당 대출경쟁이 생기고 여기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생겼다. 이로 인한 손실로 세계적 금융기관의 CEO들이 바뀌고 구조조정을 당하면서 이들도 달러를 챙기기 시작했고 이는 한국금융시장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국내은행도 그간 외형확대를 위해 늘어난 유동자금을 국내 주택자금대출 등에 경쟁적으로 투여해 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은행 예치자금들이 주식시장이나 펀드로 급격히 이탈해 나갔다. 수신기반이 위축되어 다급해진 은행들이 구멍난 부분을 CD와 은행채 발행으로 손쉽게 충당하려 했지만 공급과잉으로 목적달성에는 실패한 채, 금리만 치솟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해외시장에서의 차입상황도 악화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인해 안정자산인 달러 확보에 나선 세계의 큰손들이 유동성이 좋은 이머징 마켓에서부터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타격은 심해졌다. 한국은 현금화가 가장 용이한 이머징 마켓으로 인식되며 이탈 속도가 어느 지역보다 빨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연관성이 적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우리 금융시장은 해외 투자자들에게 유동성을 제공하며 스스로는 가장 빨리 유동성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지금의 돈 가뭄 사태는 은행들의 협소한 국내시장 과당경쟁과 미래 리스크 관리능력 부족, 외부적 여건변화에 쉽게 영향 받는 취약한 우리 금융구조 등이 만들어낸 복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단단한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 등이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금융산업, 특히 은행의 힘을 키우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절실하다. 가계대출이나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여 덩치만 키우는 국내 출혈경쟁에서 벗어나, 우리 은행들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UBS,HSBC 등의 세계적 은행들은 일찍이 해외공략에 나서 해외점포 수익비중과 투자은행을 통한 해외시장 수익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하며 글로벌 투자의 큰 손으로 성장했다. 신 수익원 창출의 측면 외에도 해외 기관과의 경쟁을 통해 체득된 선진 금융기법과 리스크 관리 능력, 제고된 대외신인도는 우리 은행들이 외부적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자생력을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해 줄 수 있다. 위기는 늘 교훈을 수반한다. 돈 부족 사태로 표면화된 이번 금융위기를 우리 금융시장의 취약점을 점검해 보고 새로운 도약의 해법을 찾는 값진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치열한 ‘쩐’의 전쟁은 지금부터다. 조환익 한국수출보험공사 사장
  • 돈가뭄 은행 “새 돈줄 찾아라”

    돈가뭄 은행 “새 돈줄 찾아라”

    자금난과 영업난을 넘어서기 위한 시중은행들의 발걸음이 숨가쁘다. 새로운 자금 조달처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모기지담보부증권(MBS) 등 보유 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중은행들은 투자은행(IB) 부문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미래의 은행 ‘먹거리’에 대한 준비도 진행 중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조만간 ABS와 MBS를 시장에 내놓는다. 국민은행은 오는 17일 사모사채 3종류를 기초자산으로 5000억원어치 공모 ABS를 발행할 예정이다.AAA급 우량 사채를 기초로 발행금리는 6% 중반대가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은 1조원 규모의 국외 MBS 발행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MBS 발행을 위해 내놓은 ‘스타 모기지론3’ 매출이 1조원이 넘어갔다.”면서 “다만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봐서 발행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내년 상반기 외국에서 금리확정 모기지론을 기초자산으로 1조원 규모 MBS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MBS를 발행하기 위해 미리 대출자 동의를 받는 ‘금리확정모기지론’을 7201억원 팔았다. 우리은행도 중소기업 대출 ABS 발행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등에 비해 국내에서는 ABS나 MBS 발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은행들의 자금 고갈이 심각한 만큼, 앞으로는 보수적인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IB 분야의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검사실 내 IB 전담팀에 이어 IB 리스크심의회를 설치했다. 또한 IB 본부 전 직원의 거래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딜 다이어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힘쓰고 있다. 농협은 내년 독립사업부인 IB센터를 설립,IB 전문직원 270여명이 IB 영업과 리스크 관리를 전담토록 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역시 리스크관리반과 사후결제반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으며 론(Loan) 시장 참여에 따른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펀드 모집을 통한 사업참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밖에 홍콩IB센터를 글로벌 네트워크의 허브로 성장시키고, 내년 런던과 싱가포르 등 거점 지역에 글로벌 IB 리스크관리팀(RM)을 파견해 글로벌 플레이어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거래 참여 기회의 확대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브프라임 쇼크’ 내년초 더 무섭다

    ‘서브프라임 쇼크’ 내년초 더 무섭다

    국제금융시장의 신용경색 주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충격이 내년에 더 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의 돈 가뭄 현상과 대출금리 인상 추세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장담 못한다 10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시 미 대통령이 앞으로 5년간 일부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 동결을 추진하겠다고 지난주 발표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재경부 관계자는 “만기 30년짜리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는 대출 초기 몇 년간은 연 2∼3%로 낮지만 그 이후엔 훨씬 높아지는 구조”라면서 “2005년 이후 모기지 대출자는 내년 1월부터 금리가 재조정돼 치솟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이 내년초부터 더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내년과 2009년 중 금리 재조정 대상자는 18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은 2005년부터 지난 7월 사이 이뤄진 모기지 대출 가운데 투기자가 아닌 주택의 실거주자로 60일 이상 연체가 없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금리를 동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제대로 추진된다고 해도 120만가구만 혜택을 보게 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한 이사는 지난 7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내년 중 10명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차입자 가운데 1명은 금리 재조정에 직면하게 돼 연체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지난 3·4분기 전체 모기지 연체율은 5.59%로 지난 198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라임 모기지(우량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지난 1분기 2.58%에서 3.12%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13.77%에서 16.31%로 각각 높아졌다. 전체 모기지 가운데 주택 차압이 이뤄진 모기지 비중도 올 3분기 0.7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국제기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규모를 2500억∼5000억달러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국내 후폭풍 만만찮다 이런 가운데 국내 은행들은 예금 이탈에 이어 달러화마저 모자라 이중고를 겪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과 조선업체를 위주로 한 달러화 선물환 매매가 잦아지면서 시장 왜곡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선박 수주로 받은 선물환을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은행에 매각하고 있다. 은행들 역시 같은 차원에서 이를 다시 팔아 치우고 있다. 이런 거래는 서로 다른 화폐를 일정한 금리를 적용해 주고 받는 스와프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 하락과 단기외채 증가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국내에서 달러화를 조달하기가 어려워지면 해외 차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단기 외채 비율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40%를 웃돌고 있다. NH투자선물 관계자는 “달러화를 예전처럼 안전 자산으로 여기는 인식이 약해지면서 매물이 쏟아지는 등 시장이 한 방향으로만 쏠리고 있다.”면서 “한국은행도 은행들이 급하면 현물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의 한 임원은 “조선업의 수주 호황으로 선물환을 많이 매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환 헤지를 하는 것도 업계로선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조선업계에 화살을 돌려선 안 되며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금난을 은행 책임으로만 규정하고 방치해선 곤란하다.”면서 “중앙은행은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은행들의 해외 차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의 돈가뭄을 ‘구성원의 비(非)일치’에서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금난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같지만, 해결책에 대해선 시장참여자들간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오승호 경제전문기자 osh@seoul.co.kr
  • 시중 유동성 2000兆 돌파

    은행·기업의 ‘돈가뭄’이란 아우성이 무색하게 광의유동성이 처음으로 2000조원을 돌파했다. 유동성 증가세도 12.8%로 4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고, 풀리는 속도도 빠르다는 의미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중 통화 및 유동성 지표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광의유동성(L) 잔액은 2016조 2560억원(말잔)으로 9월 말에 비해 23조 9000억원이 늘었다. 유동성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12.8%로 2003년 2월 12.9% 이후 4년 8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이는 지난 4월 11.9%의 증가율을 제외하고 3월부터 꾸준히 12%대의 증가율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은이 지난 7월과 8월에 각각 0.25%포인트 콜금리를 인상시켰지만 시중 유동성 증가세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시중 유동성이 증가한 것은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시장성상품을 대거 발행한 데다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수익증권 설정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면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하는 CD와 은행채 등이 유동성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용어클릭]●광의유동성(L)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유동성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를 말한다.M1은 협의의 통화 개념으로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 예금이며 여기에 금융기관 예금 및 각종 금융상품을 추가하면 M2가 된다.M2에 금융기관 유동성을 합한 것이 Lf(과거의 M3)이며 여기에 다시 국채와 지방채, 회사채 규모를 더한 개념이 L이다.
  • ‘은행 돈가뭄’ 은행이 불렀다

    ‘은행 돈가뭄’ 은행이 불렀다

    은행들이 돈 가뭄으로 아우성이다. 대출 수요가 있어도 자금이 모자라 산업의 동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은행들은 돈이 마르다 보니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 예금 상품 판매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늘리면서 대출 금리 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현재 은행들 일종의 유동성 위기에” “현재 은행들은 일종의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행 예금이 빠져 나가 펀드나 자산관리계좌(CMA) 등 증권사로 쏠리고, 해외 차입은 거의 안 되고…이런 식으로 가면 예금 금리를 올리는 수밖엔 재간이 없습니다.” 우리은행의 C지점장은 “금리(수익률)를 좇아 증권사로 돈이 몰리는 것을 어떻게 말릴 수 있느냐. 통제 불능 상태 아니냐.”면서 이같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매일 평균 1억원 정도의 부동산 매입용 대출이 이뤄졌는데, 지난 6개월 동안 실적은 10여건에 불과할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있다.”면서 “기존 대출자들도 금리가 올라 짜증을 낸다.”고 덧붙였다. 은행 대출 금리는 CD에 연동돼 있고, 과거 저금리 기조때 대부분 변동금리를 택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CD를 많이 발행할수록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채권은 가격과 금리(수익률)가 반비례한다. 국민은행 서울 L지점장은 “돈이 말라 영업하기가 어렵다. 예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대출 수요는 있지만 예금이 안 들어와 자금이 없으니까 엄격히 심사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자금 부족과 금리 인상의 표면적인 원인은 ‘펀드 열풍’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은행들의 영업 행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김재천 조사국장은 “은행들이 예금에 비해 CD나 은행채 등 시장성 상품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율이 높아졌다.”면서 “CD 발행 물량 증가로 금리가 올라가면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에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8%대에 진입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0조원대여서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금리 부담은 대략 2조원대가 늘어난다. ●제2 금융권과 경쟁… 예금상품 개발해야 김 국장은 “은행들이 지난해와 올해 이익을 많이 내 자기자본도 늘어나면서 대출 등 영업을 확대하려는 외형 경쟁과 맞물려 CD나 은행채 발행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은행채 비율이 높아지면 시장 상황에 따라 위기가 올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라면서 제2금융권과 경쟁할 수 있는 예금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은은 그러나 내년엔 은행들의 수익 규모가 올해에 비해 줄어들고 안정적인 경영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금리 인상 행진도 조정 과정으로 보고 있다. 김 국장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자들의 금리 부담과 관련해선 “변동 금리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배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면서 “선진국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고정 금리 비율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K지점장은 “자금난으로 대출 수요를 충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면서 “대출을 늘리는 등 자산 키우기 경쟁을 하는 은행들도 문제”라고 실토했다. 그는 과거에는 예금액이 100이라면 대출 수요는 70가량이었는데, 요즘엔 역전돼 대출 수요가 100을 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금이 빠져나가는 것에 대한 은행 책임론도 제기했다. 은행 수익을 위해 창구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펀드 상품 가입을 적극 권유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증권사나 은행 자회사의 펀드 상품을 평균 1%대의 위탁 판매 수수료를 받고 판매한다. 특히 수수료를 미리 떼는 선취상품도 있기 때문에 은행 고유의 여·수신(예금과 대출) 업무에 비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승호 경제전문기자 osh@seoul.co.kr
  • 악! 8%…주택담보 대출금리 상승세

    회사원 강기호(36·가명)씨는 부인이 둘째를 임신한 뒤 “둘째가 태어나기 전에 30평대로 아파트를 옮겨가자.”고 조르자 경기도 파주 신도시나 은평 뉴타운 등 신규 분양을 알아봤다. 이 지역들의 33평대 분양가는 3억 7000만∼4억 6000만원으로 만만치 않았다. 강씨는 결국 신규 분양을 포기하고, 비교적 덜 오른 30평대 아파트를 알아봤다. 이들도 3억 4000만∼3억 5000만원대로 현재 20평대 아파트를 팔아도 1억 5000만원의 빚을 내야만 한다. 강씨는 “금리 상승기에 1억원이 넘게 빚을 지고 아파트를 넓혀 가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기존 대출은 4.8%의 고정금리지만, 신규대출은 현재 8%를 넘는 대출 금리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진형(43·가명)씨는 최근 회사를 옮겼다. 그는 1년 전 분당에 33평 아파트를 사면서 3억원의 빚을 냈다. 그는 한 달 대출이자가 130만원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연봉을 더 올려주는 IT기업으로 이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좌지우지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하늘로 치솟아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10월말 5.35%이던 CD금리는 지난주 말(30일) 5.60%로 한달 만에 0.25%포인트가 올랐다. 이는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효과와 같은 수준의 급등이다. CD금리가 이렇게 치솟아도 은행은 전혀 위험 부담이 없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90% 이상이 CD금리와 연동된 변동금리이기 때문에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이 없는 것이다. 때문에 시중은행들이 시중 자금이 증시로 쏠리는 데 따른 ‘돈가뭄’을 CD와 은행채 발행으로 해소하는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자들에게 CD금리 상승의 부작용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지난 5월 말 기준 279조 2000억원에 이르는 민간주택자금대출 관련 가계 부담이 연 2조 6000억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설] 요동치는 금융시장, 선제대응 나서라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은행권의 돈 가뭄과 외환시장의 달러화 품귀현상으로 장·단기 금리와 채권 수익률이 일제히 치솟고 있다. 중소기업 평균 대출금리는 6년 만에 연 7%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태의 진원지는 은행권이다. 예금 이탈과 시중자금의 펀드 유입 가속화로 돈 가뭄에 직면한 은행들이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조달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다. 또 글로벌 신용경색 우려로 해외 자금이 안전처를 선호하면서 은행권의 해외자금 조달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외국계 은행들이 추가 손실을 우려해 대규모 손절매에 나서면서 투매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통화당국은 오늘 1조 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권을 사들여 채권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책당국도 쏠림현상 등으로 인해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유동성 공급 등 선제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 뒷받침하고 있어 부실의 확대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진단한다. 외부의 일시적인 충격을 가급적이면 시장 자율기능 작동으로 해결하려는 당국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국고채권의 일시적 매입이나 시장 자율에만 맡기기에는 구조적으로 얽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따라서 우리는 당국이 시장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수급대책을 강구할 것을 촉구한다. 시장의 자율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해 시장의 쏠림현상을 선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뜻이다.10년 전 임기 말 도덕적 해이가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국난(國亂)을 초래한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10) 호주 언론에 비친 한국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10) 호주 언론에 비친 한국

    호주 언론에서 한국 관련 기사를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한 이유이겠지만 호주의 주류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은 주요 관심대상이 아닌 것 같다. 기사의 절대적인 양도 매우 적다. 반면 중국 관련 기사는 상대적으로 넘친다. 호주 내에 중국인이 많기도 하지만 초강대국으로 무섭게 커가고 있는 중국의 국력과 비례한다. 중국 최대명절인 춘제(春節) 관련 기사는 몇 주 전부터 신문과 방송에 오른다. 호주 사람들도 중국 음식을 즐기고 중국문화에 많은 관심을 표명한다. ●노대통령 방문도 거의 보도안해 그런데 지난해 호주 언론에서 이례적으로 한반도에 대해 대서특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이 아닌 북한 핵 관련 소식이었다. 호주는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적대적인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미국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하는 존 하워드 정권은 북한이 지난해 10월9일 핵실험을 단행하자 호주 주재 북한 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했다. 호주 주요 언론들도 ‘김정일 핵도발’ ‘북한 첫 핵실험후 공포, 분노 만연’등의 선정적 제목과 함께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이렇듯 한국이 호주 미디어의 사정권 바깥에 있다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작년 말 호주를 국빈방문했을 때 호주 신문이나 방송은 노대통령의 동정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시드니대 곽기성 교수는 “호주 언론이 한국을 보는 눈은 치솟는 임금, 빈번한 노조 파업,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에 대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법규 때문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면서 “한국 관련 기사는 중국과 일본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가뭄에 콩 나듯 한국 관련 기사가 나와도 십중팔구 부정적 내용이다. 그나마 지난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임시취업비자의 경우 우리 교민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저임금에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한국인이고 악덕 고용주로 비춰진 사람도 한국인이기 때문이었다. 올 들어 한국 관련 소식이 긍정적인 측면에서 크게 보도된 것은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과 ‘수영천재’ 박태환 선수의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400m 우승 정도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호주 언론들은 10월6일자 외신면 등에서 ‘한반도 지도자들 냉전 종식 합의’ ‘김정일 냉전 무대에서 나오다’ 등의 비교적 긍정적인 제목으로 처리했다. 특히 박태환 선수가 폭풍 같은 막판 스퍼트로 자유형 400m에서 호주영웅 그랜트 해켓을 제치고 우승하자 호주언론들은 3월26일자 스포츠면 머리기사로 ‘호주 400m 왕조 몰락’이란 제목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시드니대 판카지 모한 교수는 “호주인들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만 호주의 신문과 방송 등 매스컴들의 시선은 요즘 중국에 집중돼 있고 한국에 주목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핵문제나 남북 정상회담 등 호주의 국가안보 환경과 직접 관련된 뉴스를 소개하고 있지만 호주 언론에는 한국의 다이내믹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특징없는 나라 인식 뉴사우스웨일스대 신기현 교수는 “일반 호주인한테 한국은 특징이 없는 나라”라면서 “한국이 경제 등 여러 방면에서 급성장했지만 아시아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고정관념을 확인시켜주는 보도가 많다.”고 말했다. 채스트우드에 살았던 김호성씨도 “한국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면서 “지난해 북핵문제가 불거진 이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도 6자회담의 당사국인 한국에 대해 언급한 내용들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호주의 4대 수출국이며 연간 20만명 이상의 한국인 관광객과 4만여명의 청년층이 호주에 체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도 호주의 중요한 파트너 가운데 하나다. 호주 언론은 한국 관련 기사를 이런 양국 관계에 걸맞은 수준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이 요구된다. 신기현 교수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볼 시점이다.“아직도 호주에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딱히 정립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가홍보 슬로건을 보자. 예컨대 ‘한국, 유쾌한 놀라움!´(Korea,a pleasant surprise´)으로 해봄직하다. 그동안의 ‘역동적인 한국’(Dynamic Korea)이 훌륭한 이미지라는 것은 한국인들만의 생각이다. 한국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심을 가지게 하는 이미지는 아니다.” siinjc@seoul.co.kr ■조창범 駐濠 한국대사 “취업 이민땐 높은 세율 염두에 둬야” “호주는 경제호황 속에 전문인력 구인난을 겪고 있어 우리 전문 직종이나 기술인력의 이민 전망이 매우 밝습니다. 하지만 호주는 언어와 생활, 제도 면에서 우리와 차이가 많아 이에 관한 이해나 사전준비가 없으면 낭패를 보기 쉬워요.” 조창범(61) 주 호주 한국대사는 호주 이민이나 유학을 고려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22일 이렇게 조언했다. ▶호주가 언어, 생활, 제도면에서 우리와 차이가 많다고 했는데. -호주는 서구적 시각을 가진 영어권 사회다. 한국과는 다른 관습과 제도가 있다. 예컨대 지난해 서부 호주로 이민온 우리 용접공들이 연봉에 비해 많은 근로소득세, 사회보장보험 부담으로 예상보다 낮은 실질소득, 언어 장벽, 복잡한 노사관계와 근로조건 때문에 정착에 어려움을 겪다가 중도 귀국하거나 고용주와 분쟁을 겪은 일이 있다. ▶호주가 최근 이민정책을 대폭 강화했는데. -지난 9월1일부터 기술이민 비자를 신청하는 유학생의 경우 과거보다 높은 수준의 영어 실력과 업무 경험을 증명해야 비자를 취득할 수 있다. 호주 언론들은 기술이민자 및 유학생 졸업자의 영어 실력 부족으로 직장 내 원활한 의사소통이 방해받고 사소한 오해나 이해부족으로 노동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자주 지적해왔다. 영어의 경우 생활에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므로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호주 주재 다른 국가 대사관과의 협력관계는. -각국 국경일 행사, 리셉션, 호주 정부기관 초청 행사 등을 통해 120개국 공관원과 접촉하며 주요 관심현안이나 주재국의 주요 정세와 정책동향에 관해 정보를 교환하고 업무적으로 긴밀히 협력해 나간다. 최근 남북관계의 진전에 따라 북한대사관 사람들과도 만나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호주 교민사회를 진단하면. -교민사회가 40년이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공동체 중 규모 6위를 차지할 정도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특히 교민 1.5세대 및 2세대를 중심으로 회계사, 변호사, 의사, 교수 등 전문직과 공직 진출자가 증가하고 있다. 호주 주류사회에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교민에게 다가가는 행정의 구체적인 사례는. -순회영사 서비스, 영사협력원제도, 온라인 영사서비스(e-consul), 사건·사고 출장지원 등이 있다. 순회영사 서비스는 공관에서 먼 멜버른, 애들레이드, 퍼스 등지의 교민들을 위해 영사가 출장을 가서 여권, 호적, 병무, 공증, 영사확인 등의 민원을 현장 처리해주고 교민 간담회를 통해 교민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영사협력원은 사건·사고가 많은 지역의 교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현재 멜버른과 퍼스에 1명씩 두고 있다. 올해 4건의 교민 사망사고 중 3건을 영사가 출장 지원했다. ▶호주대사관의 주요 업무와 역점 사업은. -북핵 등 한국의 한반도정책에 대한 호주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둔다. 또한 안정적인 자원 공급국으로서 호주와 협력 확대를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올 봄 한국석유공사와 호주 우드사이드사(社)간 동해 조광계약 체결, 한국가스공사와 호주 ALNG사간 LNG 연장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호주 우드사이드사의 LNG 수송선 2척(약 5억달러 규모) 수주업체로 우리 기업이 선정됐다. ▶양국의 무역규모는. -지난해 교역액은 약 160억달러로 전년보다 17% 늘었다. 한국은 자동차, 휴대전화,TV, 석유화학제품 등 공산품을 중심으로 47억달러를 수출했고 LNG, 원유, 철광석, 석탄, 쇠고기 등 113억달러를 수입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대 호주 투자는 총 408건 31억달러에 달하며, 호주기업의 경우 메콰리뱅크 등 총 285건에 16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했다. siinjc@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다큐 3일(KBS1 오후 10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 15일 치러졌다. 어느 세대든 한국인이라면 이 시험이 인생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라는 사실에 공감한다. 팔공산 갓바위에서 자식이 시험에 합격하기를 애타게 비는 부모들의 모습을 비춰봤다. 수능 열풍이 관통한 대한민국의 3일을 조명했다.   ●세계 명작 드라마(EBS 오후 8시50분) 19세기말, 사실주의가 판치던 프랑스 미술계에 이단아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기존의 색채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고, 특히 빛에 노출되는 풍경이나 정물의 강인한 인상을 순간 포착한다. 후세 사람들은 이들을 인상파라고 부른다. 두각을 나타낸 인상파 화가들의 역사를 돌아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30분) 파라과이에서는 가뭄 탓에 강 수위가 낮아져 화물선 입항이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동포 수입상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도 아순시온 항구의 세관 직원들과 동포 수입상들이 야속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동포 수입상들은 칠레나 아르헨티나의 육로로 컨테이너를 운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태왕사신기(MBC 오후 9시55분) 나무에 기대앉은 처로는 잠든 수지니의 이마에 한 손을 얹고, 꿈을 꾸다 눈을 뜬 수지니는 처로와 눈이 마주친다. 연가려는 궁의 비밀실에 놓여있는 홍옥과 청룡의 신물을 가지고 나와 기하에게 건넨다. 수지니는 처로에게 자신이 할 일을 하겠다고 말하고는 기하를 뒤쫓아 간다.   ●로비스트(SBS 오후 9시55분) 장태성 의원은 해리가 훈련시킨 자신의 말이 우승을 차지하자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다. 해리는 장태성 의원이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줄 용의가 있다고 하자 자신의 상사인 마담채를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해리는 성기자가 에바유 사망사건의 행동대원이 양키즈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진을 건네자 깜짝 놀란다.   ●착한 여자 백일홍(KBS2 오전 9시) 남기는 위기에 처한 일홍을 구하기 위해 덕희에게 자신이 진솔의 친아버지라며 큰소리치지만 정작 자신은 진솔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사실을 밝힐 수 없는 일홍은 답답하기만 하다. 옥분은 덕희가 일홍과 만났다는 사실에 자신과 용찬의 관계가 발각되었을 것이라 오해하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 올림픽대표팀 ‘헛발질’로 잡은 베이징行 티켓

    몸이 덜덜덜 떨리는 영하 6도의 날씨에도 안산 와∼스타디움을 찾아준 2만 8000여 팬들에게 한없이 쑥스러운 6회 연속 본선 진출이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이 연속 무승부를 ‘3’으로 늘리며 조 1위로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올림픽대표팀은 21일 이곳에서 열린 B조 최종전에서 박주영(서울)과 서동현(수원)을 최전방에 내세워 오랜 골가뭄 해소를 기대했으나 결국 0-0 무승부를 기록,3승3무(승점 12)로 3승2무1패의 바레인을 승점 1차로 제치고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이어온 6회 연속 올림픽무대 진출의 위업을 이었다. 최종예선 14승9무의 무패 기록도 명목상 이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시리아와의 4차전부터 지난 17일 우즈베키스탄전에 이어 이날까지 3경기 연속 무득점 무승부로 공격력은 무디기만 했다. 특히 박주영의 컴백에도 불구하고 무득점을 이어간 것은 아시아의 맹주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내년 8월 베이징올림픽까지 남은 기간 박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야 하는지, 신임한다면 어떤 전술적 보완이 필요한지 축구협회 수뇌부와 기술위원회는 꼼꼼히 따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축구협회장도 “경기 내내 조마조마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승용(광주)을 오른쪽 측면으로 내려 우즈베키스탄전과 달라진 박성화호는 압박의 부재, 공간 창출노력 부족 등은 어느 정도 보완된 모습을 보였지만 잦은 패스 미스, 백패스 의존, 포지션이 겹치는 문제점 등을 여전히 드러냈다. 전반 2분 박주영이 아크 정면에서 수비수를 등지고 돌아서면서 날린 첫 슛으로 공격의 물꼬를 연 박성화호는 8분 김승용이 오른쪽 엔드라인을 파고들어 날린 크로스를 이근호가 달려들며 헤딩슛했지만 약해 골키퍼에게 잡혔다. 33분에는 서동현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상황에서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우레와 같은 함성 속에 후반전을 시작했지만 4분 미드필더 파타디에게 골지역에서 슛을 허용, 정성룡이 넘어지며 걷어내는 아찔한 순간을 맞았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서동현이 8분 박지성의 2002년 월드컵 때 포르투갈전 결승골과 비슷한 슛을 날렸지만 골키퍼가 쳐냈다. 19분에는 김승용의 오른쪽 크로스를 이어받아 이근호(대구)가 회심의 슛을 날렸지만 골대를 살짝 넘겼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정신차려 한국”을 외쳤던 붉은악마들은 이날 “힘을 내라 한국”과 “골!골!골!”을 목놓아 외쳤지만 끝내 골은 터지지 않았다. 한편 A조의 호주는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의 최종전에서 1-1로 비겨 3승3무(승점 12)로 2위 이라크(2승2무1패, 승점 8)-레바논전 결과와 관계없이 본선 티켓을 따냈다.C조의 일본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득점없이 비겼지만 3승2무1패(승점 11)로 사우디(2승3무1패, 승점 9)를 제치고 본선에 합류했다. 안산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감독한마디 ●박성화 한국팀 감독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홈경기지만 선수들의 심적 부담이 대단해 어려운 경기였다.6회 연속 본선 진출에 만족한다.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본선 와일드카드는 당연히 득점력을 갖춘 박지성 등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계속 끌고 온 게 아니라 중간에 이어받은 팀이라 효율적으로 지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기존 선수를 잘 활용해 능력을 극대화하는 게 우선이지 않겠나. 내년 1월이나 2월쯤 3주간 전지훈련을 가는데 이때 조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다. ●이반 후코 바레인팀 감독 “한국팀답지 못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빠르고 강한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도 조직력으로 맞서려 준비했고, 전술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4일 전 결과(시리아와 1-1 무승부)가 좋았더라면 오늘 경기는 다른 양상으로 펼쳐졌을 텐데 아쉽다. 아시아 본선 진출 팀들은 세계적인 강팀들과 상대해야 한다. 수준차가 있지만 좋은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 [사설] 지방 미분양 주택 대책 세워라

    미분양주택 물량이 급증하면서 중소건설업체의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9만 8235가구로 지난 연말에 비해 33.2%나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가 지속되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말의 10만 2701가구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미분양주택 증가는 건설업체의 자금난을 초래해 이달 들어서만 보름 동안 26개 건설업체가 쓰러졌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출규제, 전매제한, 부동산 세제 강화라는 초강력 투기억제책 외에 지난 9월부터 시행된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려고 업체들이 밀어내기식 분양물량을 쏟아낸 게 주된 요인으로 분석한다. 정부는 올 들어 150억원 미만 공사의 대형 건설업체 수주 제한, 일부지역의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대책을 내놓았으나 지방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다. 수요를 억누르는 각종 규제는 그대로 둔 채 몇 개의 수도꼭지를 틀어줘봐야 돈 가뭄이 해소될 리 만무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전국 단위로 일률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전매제한 등 일부 투기억제책과 대출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을 제안한다. 전체 미분양주택의 90.7%가 지방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라는 얘기다. 지금까지 부동산경기가 과열과 급냉이라는 극에서 극으로 치닫는 진폭을 거듭한 이유는 뒷북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부동산 광풍이 몰아친 다음에야 투기억제책을 쏟아내고 부동산시장이 빈사상태에 빠져야 회생책을 내놓는 악순환을 반복했던 것이다. 더 이상 냉탕·온탕식 정책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 선제 대응을 통해 시장이 막힘없이 흐르도록 해야 한다. 임기 말 대선정국이라고 해서 정부가 손 놓는다면 차기정부에서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한다.
  • 주택대출 금리 8%대로

    주택대출 금리 8%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를 돌파했다.2001년 2월 씨티은행이 CD금리에 변동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아 당시 8%대였던 주택대출금리를 7.9%로 끌어내린 뒤로 6년 9개월만이다. 18일 외환은행에 따르면 이 은행의 변동금리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87∼8.02%로 지난주 초에 비해 0.03%포인트 상승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는 지난주 초보다 각 0.03%포인트 오른 6.28∼7.78%와 6.38∼7.78%로 최고 금리가 8%에 근접했다. 국민은행도 6.04∼7.64%로 0.03%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은 6.69∼7.39%로 0.04%포인트 상승했으며,SC제일은행은 6.16∼7.66%로 0.01%포인트 올랐다. 이같은 금리 인상은 기준금리인 CD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주 CD금리는 1주일만에 0.04%포인트가 상승한 5.39%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시중자금이 은행권을 이탈해 주식시장으로 옮겨감에 따라 돈 가뭄에 시달리는 은행이 부족한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CD를 경쟁적으로 발행하고 있지만, 수요는 거의 없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주택대출 최고금리는 3년 전인 2004년 11월19일 5.46%였지만 이번 주 초에는 7.78%로 높아져 무려 2.32%포인트나 급등했다. 신용도가 높지 않은 서민이 3년 전 주택을 담보로 1억원을 대출받은 경우 연간 이자를 그때보다 232만원 더 부담해야 한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마이클 셔머 지음

    미국 성인의 52%가 점성술을,42%는 죽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믿는다.35%는 유령이 존재한다고 믿으며, 실제로 심령 현상을 겪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67%에 이른다. 과학의 권위를 빌리려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공립학교에서 이른바 ‘창조과학’과 진화과학을 똑같이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홀로코스트 부정론자들은 유대인의 주된 사망 원인이 질병과 굶주림 탓이라고 강변한다. 백인이 흑인보다 IQ가 15점이나 높다고 생각하는 인종주의 학자들과 함께 이런 주장들은 사회에 해악을 가져왔다.‘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마이클 셔머 지음, 류운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는 과학과 사이비 과학, 역사와 사이비 역사를 구분한다. 미국의 과학저널 ‘스켑틱’ 편집장인 저자는 ‘이상한 것들’을 믿는 심령술사·창조론자·사이비 역사학자·컬트 집단들을 고발한다. 행동주의자이기도 한 저자는 10년 동안 미대륙을 횡단하는 등 초장거리 프로 사이클 선수 생활을 한다. 그 사이 동료들의 조언으로 특별 채식 식단, 비타민 대량 투여 요법, 단식, 결장 세척, 진흙 목욕, 홍채 진단법, 세포 독성 혈액 검사, 지압과 침술, 음이온, 피라미드 등 이상한 것들을 모조리 시험한다.10년간의 실험끝에 훈련과 균형잡힌 식단만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결론을 얻은 저자는 이내 회의주의자가 된다. 회의주의의 기원은 기원전 2500년전 고대 그리스 플라톤의 아카데미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크라테스는 “내가 아는 것이라곤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현대의 회의주의는 과학에 기반을 둔 운동으로 발전했으며,1952년 수학퍼즐 전문가로 알려진 마틴 가드너는 이제 고전이 된 ‘과학의 이름을 내건 도락과 궤변’을 출판했다. 저자는 1996년 방송 프로그램 ‘빌 아저씨의 과학 이야기’에 출연해 불타는 석탄 위를 맨발로 걷는다. 아이들에게 사이비 과학과 초자연 현상의 실체를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였다. 케이크를 구울 때 오븐 속의 공기, 케이크, 오븐 팬 모두 205℃에 이르지만 오븐 팬만 만지지 않으면 화상을 입진 않는다. 불타는 석탄의 온도는 427℃이지만 몇십㎝ 위를 걸었던 저자의 맨발은 물집조차 잡히지 않았다. 인간이 이상한 것을 믿는 이유는 우연하고 불확실한 것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패턴을 추적하고, 인과관계를 찾도록 진화한 까닭이란 게 저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의 뇌가 항상 의미있는 패턴만을 찾아내진 않아 기우제를 지내면 가뭄이 물러간다는 식의 잘못된 믿음도 생겨났다. 잠에서 깰 때 본 환각이 유령이나 외계인이 되고, 빈집에 울리는 소리가 정령과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시끄럽게 떠드는 유령)의 존재가 되며, 나무의 음영이 성모마리아 얼굴처럼 보이는 마술적 사고도 인과적 사고가 진화하면서 생겨난 부산물이란 것이다. 과학의 세기에도 UFO, 외계인 납치, 심령현상과 같은 수렵·채집 시대의 마술적 사고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과학적 사고방식의 역사가 아직 일천한 까닭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피눈물을 흘리는 마리아상과 같은 사이비 종교의 위력은 여전하다. 이 책을 통해 ‘내 눈에 들보가 있지는 않은가’. 회의를 하다 보면 이상한 믿음에 빠지는 일은 없을 듯하다.1만8000원. 윤창수기자 geo@ seoul.co.kr
  • “온실가스 최대 주범은 북미 3국”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온실가스 최다 배출지역인 북미 3개국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해당 지역 자연계에서 정화·흡수되는 양보다 무려 3∼4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USA투데이는 14일 미국 기후변화 과학프로그램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이 지역의 삼림, 하천, 늪지 등이 급속하게 줄거나 오염되고 있는 까닭이다. 북미 지역에서 해마다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는 20억 4600만t. 미국은 이 가운데 85%를 차지하는 최다 배출국이다. 하지만 미국의 삼림과 하천, 늪지 등 ‘흡수원’은 1년에 겨우 5억 5000만t만을 빨아들이고 정화할 뿐이다.때문에 다음달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 회의를 앞두고 세계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에서 유럽연합(EU)에 밀리고 있는 미국의 입장이 한층 다급해졌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오크 리지 국립 연구소 앤서니 킹 연구원은 “북아메리카의 온실가스 흡수원이 배출량을 상쇄할 만큼 거대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 삼림 노화도 탄소 흡수능력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와 관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위원회(IPCC)는 지난여름 미국 서부지역과 지난달 남캘리포니아지역 산불 등 자연재해도 지구온난화의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중서부지역을 강타 중인 가뭄도 더 길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진행 중인 IPCC 제27차 총회에서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된다. 교토의정서에도 가입하지 않은 미국은 탄소배출권 거래에서 유럽연합에 뒤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보고서 발표로 사면초가에 빠진 꼴이 됐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43) 일본의 氣 가 살아나다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43) 일본의 氣 가 살아나다 Ⅱ

    1629년 겐포(玄方) 일행은 상경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면서 자신들이 도쿠가와 막부 장군의 명령을 받아 온 사자(國王使)라고 강변했다. 조선 조정은 그들이 진짜 국왕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정홍명(鄭弘溟)을 선위사(宣慰使)로 왜관에 보냈다. 하지만 겐포 일행은 국왕사가 마땅히 지참해야 할 국서(國書)를 갖고 있지 않았다. 조선은 당연히 상경을 다시 거부했다. 겐포는 국왕사라고 우기며 협박을 계속했다. 임진왜란 이후 최초의 상경을 둘러싼 실랑이는 쉽사리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외교전문가로 길러진 겐소의 제자 겐포 겐포(1588∼1661)는 17세기 초반 조·일 관계에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승려였다. 그의 정식 이름은 기하쿠 겐포(規伯玄方)였고 호를 백운(白雲) 또는 회계(晦溪)라고 했다. 규슈 하카다(博多)에서 태어난 그는 출가한 이후 쓰시마로 건너갔는데, 출가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겐포에게 외교술을 가르쳐준 스승은 게이테쓰 겐소(景轍玄蘇)였다. 본래 하카다의 성복사(聖福寺) 주지였던 겐소는 1580년 쓰시마로 건너갔다. 겐소는 뛰어난 한문 실력을 바탕으로 쓰시마에서 조선과의 외교 교섭을 담당하는 책임자로 활약했다. 조선과의 교역이 경제적 생명선이나 마찬가지였던 쓰시마의 입장에서는 능숙하게 외교문서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절실했다. 문화적으로 일본인들을 ‘한 수 아래’로 보았던 조선 관인들과 접촉하려면 한문 실력뿐 아니라 시문(詩文) 등을 수작(酬酌)할 수 있을 만큼 문학적 재능도 필요했는데 겐소는 바로 그 같은 임무에 적격이었다. 겐소는 임진왜란에도 참전했다. 왜란 당시 명군 지휘부는 그를 일본군의 모주(謀主) 가운데 한 명으로 지목하여 그의 목을 가져오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상금을 주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겐소의 활약은 왜란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 승리를 통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집권한 이후 쓰시마의 소오씨(宗氏)는 겐소를 내세워 조선과의 강화를 성공시켰다. 겐소는 조선 사절의 도일(渡日)을 이끌어내고 기유약조(己酉約條)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조선과의 관계를 놓고 볼 때, 겐소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노련한 외교관이었던 셈이다. 겐포는 17세부터 쓰시마의 이정암(以酊庵)이란 곳에 머물며 겐소를 보좌하면서 조선과의 외교를 배웠다.1611년 겐소가 세상을 떠나자 스승을 이어 쓰시마의 외교문서를 담당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오씨는 겐포의 나이가 아직 어린 점을 고려하여 그를 교토(京都)로 보내 좀더 학문을 닦도록 했다. 겐포는 1619년부터 쓰시마의 외교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1621년에도 국왕사라는 직함을 갖고 부산에 왔던 적이 있었다. 요컨대 겐포는 스승 겐소와 쓰시마 당국에 의해 의도적으로 길러진 외교 전문가, 조선 전문가였던 셈이다. ●조선, 논란 끝에 상경을 허용하다 겐포가 상경을 고집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을 때 조선 조정은 고민했다. 인조는 강경했다. 그는 ‘왜놈들은 우리의 원수’라고 전제한 뒤 일단 금제(禁制)를 풀면 이후의 폐단을 막을 수 없다는 것과 대의(大義)를 고려하여 상경을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상경을 허용하면 공갈과 협박에 굴복하는 셈이 되고, 일본은 분명 조선에 사람이 없다고 여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료들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병조판서 이귀(李貴)는 ‘선조(宣祖)께서도 일본을 이웃나라로 대우했는데 이웃 사신의 상경을 불허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현실론을 내세웠다.‘호란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현실에서 왜인들의 비위를 거스를 수는 없으며 유순한 태도로 강자를 제압하는 것이야말로 보국(保國)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신료들의 생각도 대체로 이귀의 주장과 같았다. 하지만 인조가 워낙 강경하게 반대하여 결론은 쉽사리 내려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겐포가 왔을 무렵 안팎의 사정이 너무 뒤숭숭했기 때문이다.1629년 2월, 후금 사신 만월개(滿月介)가 서울에 들어왔고, 같은 달 후금군은 선사포에 있는 모문룡의 둔전을 습격했다. 이 때문에 서울에는 후금이 다시 쳐들어올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퍼지면서 피란하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3월에는 홍타이지가 국서를 보내와 ‘조선이 맹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질책하고 ‘모문룡과 관계를 끊으라.’고 다시 협박했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계속되는 와중에 명화적(明火賊) 등이 발생했다. 이정구(李廷龜)는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당시의 조선을 가리켜 ‘공허한 나라(空虛之國)’라고 표현했다. 이귀가 다시 나섰다. 그는 ‘후금과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사단을 만들 수는 없다.’는 논리로 상경을 허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정구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는 겐포 일행 가운데 몇 사람만 ‘특소(特召)’라는 명목으로 상경을 허용하되 나머지 인원은 부산에서 접대하자고 주장했다. 인조도 상황 논리에 밀려 결국 신료들의 주장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조정의 절충안이 부산으로 전달되었다. 조선 조정은 겐포 일행에게 상경을 허용하면서 그들을 국왕사가 아닌 바로 아래의 거추사(巨酋使) 급으로 대우하기로 결정했다. 국서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왕사의 사절 정원은 25인이었는데 거추사의 정원은 15인이었다. 겐포는 반발하면서 거추사의 인원에 수행원 4인을 더 추가해야 한다고 강청했다. 또 자신이 ‘보행이 불편하다.’는 핑계를 내세워 가마를 타고 상경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홍명은 겐포 일행의 집요한 요구에 밀려 타협안을 받아들였다. 이윽고 1629년 4월6일,19명으로 구성된 겐포 일행은 부산을 출발하여 서울로 향했다. 임진왜란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상경 길이었다. ●돌아갈 때 목면 600동까지 챙겨 겐포 일행은 4월22일 서울로 들어왔다. 그들은 4월25일, 경덕궁(慶德宮, 오늘날의 경희궁)에서 인조에게 인사를 올리는 숙배(肅拜)를 행하고 5월21일 출발할 때까지 약 한 달 동안 서울에 머물렀다. 그들은 인조를 알현할 때 진상품으로 조총 20정을 비롯하여 화약 원료인 유황(硫黃)과 염초(焰硝) 수백 근을 바쳤다. 조선이 후금과 막 전쟁을 치렀던 것을 염두에 둔 행동이었다. 전쟁을 치른 조선이 가장 아쉬워 할 수밖에 없는 무기류를 헌상함으로써 쓰시마의 존재 가치를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기도 했다. 겐포가 이끄는 사절단의 본래 목적은, 막부의 명령을 받아 정묘호란 이후의 조선과 대륙 정세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겐포 일행은 서울에 머무는 동안 조선 내부 사정은 물론 명과 후금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부심했다. 조선인들을 통해 얻어들은 정보를 기행문 등에 꼼꼼하게 적었는가 하면, 대동했던 화가들을 시켜 목도했던 상황을 그림으로 그려 기록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겐포 일행은 실리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쓰시마 도주(島主)가 특별히 보낸 스기무라(杉村采女)는 무기류 등을 헌상하여 조선의 환심을 사는 한편,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조선으로부터 받지 못했던 목면(木棉)을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스기무라가 요청한 목면의 양은 600동(同)이었다. 자그마치 3만 필이나 되는 엄청난 양이었다. 전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조선 조정은 당연히 거절했다.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겐포 일행은 5월21일 서울을 뛰쳐나갔다. 조선 조정이 쓰시마 도주에게 보내는 서계(書契)의 접수도 거부했다. 조선 조정은 난감했다. 최명길 등은 남변(南邊)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달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결국 목면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왜관에 머물며 조선의 수락 소식을 들은 겐포 일행은 6월12일 유유히 귀국선에 올랐다. 정묘호란을 겪은 직후 ‘공허지국’ 조선의 외교를 이끌던 당국자들의 고뇌가 눈에 밟힌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동대문구 청룡문화제 개최

    동대문구 청룡문화제 개최

    용(龍)에게 제사를 지내는 제17회 ‘청룡문화제’가 오는 28일 서울 동대문구 용두초등학교에서 열린다. 25일 동대문구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제를 올리는 임금의 어가행렬이 동대문구청∼왕산로∼용두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재현될 예정이다. . 예부터 용이 비를 다스린다고 여긴 선인들은 농사를 짓다 가뭄이 들면 임금이 나서 용에게 기우제를 지냈다. 제를 올리고 나면 백성을 위한 잔치를 연다. 이날 풍물놀이, 국악·세계 민속공연, 연예인 공연, 주민노래자랑 등이 열린다. 또 도자기 만들기, 물레로 실뽑기, 민속놀이 등 체험행사와 가훈 써주기, 별점·사주 보기, 장수사진 찍어드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오후 4시까지 가족과 함께 공휴일 하루를 재미있게 즐기도록 꾸몄다. 청룡문화제는 조선시대 제3대 태종이 기우제를 지낸 ‘동방청룡제’에서 유래됐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오행설(五行說)에 따라 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룡, 남쪽엔 적룡, 북쪽엔 흑룡, 가운데에는 황룡이 비를 관장한다고 기록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매년 4월에 선농제도 지내는 등 동대문구에는 농사와 관련된 행사가 많다.”면서 “답십리동, 용두동 등 일대가 궁에서 가까운 옥답(玉畓)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가뭄·고온… 목타는 美 남동부

    미국도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다? USA투데이는 21일 미국 남동부의 4분의 1 이상이 이상가뭄, 고온에 말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초유의 가뭄을 겪고 있는 조지아주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곧 이 지역을 주요 재난지역으로 선포할 예정이다. 이 지역의 물공급 부족현상은 악화일로에 있다.주민 300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저수면적 15만 3000㎢ 규모의 라니에르 호수는 완전고갈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소규모 저수지들 사정은 더 심각하다. 소니 퍼듀 주지사는 저수용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돼 있는 연방규정을 해제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요청한 상태다.미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애틀랜타 전지역을 비롯해 테네시·앨라배마·조지아주 북부를 거쳐 남·북 캐롤라이나주, 켄터키·버지니아주 등 남동부 지역이 이상가뭄을 겪고 있다. 조지아주는 지난 4월 이후 야외살수를 일주일에 3번으로 제한했다. 애틀랜타는 아예 주말에만 야외살수를 허용 중이다.9월엔 북부 지역 절반에 걸쳐 야외지역 살수를 전면 금지했다. 레스토랑에선 물을 요청하는 손님들에게만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주당국은 주민들에게 샤워도 되도록 ‘짧게’ 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지구촌 굶는 인구 매년 400만명씩↑

    전세계 8억 5400만명의 인구가 매일 밤 주린 배를 움겨쥔 채 잠자리에 든다.날마다 4만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인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해가 갈수록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기아 인구는 매년 400만명씩 늘어나는 추세다. 제62회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가 식량 기본권 보장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크 디우프 FAO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모든 사람에게 적절하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일은 도덕적 의무를 넘어 인간의 기본권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자선에서 권리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현재 기아 인구는 개도국 8억 2000만명, 과도기 국가 2500만명, 선진국 900만명 등 총 8억 54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FAO는 추산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EF)은 가뭄과 분쟁, 곡물가격의 폭등 등으로 인해 기아 인구가 매년 400만명씩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맑은물 밝은세상] (15) 네덜란드 워터넷 정수장

    [맑은물 밝은세상] (15) 네덜란드 워터넷 정수장

    네덜란드는 국토의 30%가 바다 수면보다 낮다. 나라 이름 자체가 ‘바다보다 낮은 땅’이라는 뜻이다. 국민들은 수만년 전부터 간척으로 국토를 넓히고 댐을 쌓는 등 물과 싸우는 것이 생활의 전부였다. 지금도 간척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돗물 생산·운하·간척사업·수해 방지 기술 등은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강물·지하수를 최고급 수돗물로 네덜란드는 물은 많지만 상수원은 취약하다.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럽 5개국을 지나면서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진 라인강물을 퍼올리거나 지하수를 뽑아야 한다. 수돗물 생산 여건이 최악의 수준이다. 암스테르담 북해 바닷가 모래성(城)에 있는 워터넷(Water-net)정수장. 워터넷은 암스테르담 시민 100만명에게 상수도를 공급하는 동시에 하수도·간척사업·해외 수자원개발 사업을 펼치는 물관리 전문기업이다. 지표수로 수돗물을 만드는 기업의 모델이 되면서 세계 각국의 상수도 관련자들이 수시로 이곳을 찾아와 정수 기술을 벤치마킹한다. 거대한 모래성을 이용해 물을 자연친화적으로 걸러내는 것이 워터넷 정수장의 특징이다. 모래성은 3600㏊(분당 신도시 2배 정도)나 된다. 파도와 바닷바람에 밀려온 모래가 산을 이루는 지형이다. 취수장은 56㎞ 떨어진 라인강변에 있다. 전용 수로를 통해 이동한 물은 정수장 아래 호수에 일단 저장된다. 다음은 워터넷만의 특이한 정수 기법이 동원된다. 호수에서 모래성 인공 수로로 물을 퍼올려 물을 걸러내는 기법이다. 모래성에는 나무와 갈대가 빼곡하다. 갈대가 무성한 모래밭 사이로 폭 30m정도의 인공 수로 40여 개를 만들었는데 길이만 25㎞에 이른다. 물이 인공 수로를 따라 60∼100일을 천천히 흐르는 동안 오염 물질이 걸러지고 나면 깨끗한 물만 모래 속으로 서서히 스며든다. 모래 수로에 오염물질이 가라앉아 달라붙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박테리아를 넣어 없애거나 연중 골고루 내리는 비가 자연적으로 정화해준다. 워터넷 홍보실 어드바이저인 쿠스 데커스는 “모래성이라는 자연자원을 이용해 정수 비용을 줄이고 화학 약품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래로 시작해 모래로 정수 완료 모래성 수로에서 1차 걸러낸 물은 펌프로 뽑아내 정밀 정수 시설을 갖춘 수돗물 생산 공장으로 보낸다. 기다리는 코스는 모래와 물이 들어 있는 사일로에 공기를 불어넣어 작은 찌꺼기를 물 위로 띄워 걸러내는 과정이다(급속사여과). 미세 오염 덩어리를 걸러내는 방법이다. 특이한 것은 오존 처리를 한다. 오존이 직접 닿으면 인체에 해롭지만 이곳에서는 안전하게 물을 소독하는 매개로 이용한다. 다음은 자갈·굵은 모래 층을 거치도록 하면서 물을 부드럽게 만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활성탄(숯)으로 여과한 뒤 다시 모래와 물이 들어 있는 사일로로 보내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 과정도 모래다. 축구장 크기만한 물탱크 바닥에 1m정도 되는 밀가루처럼 아주 고운 모래층을 서서히 통과하도록 해 아주 작은 오염물질까지 걸러낸다(완속사여과). 염소 소독 시스템을 갖췄지만 비상시에만 사용한다. 시간당 7000∼8000t의 수돗물을 만들어낸다. 최대 능력은 시간당 1만 3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물값은 t당 1700원으로 우리나라보다 4배 비싸다. 워터넷은 암스테르담시와 수리국이 지분을 갖고있는 공기업형이라서 물값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 워터넷 정수장 공정관리 책임자인 프레드 반 스후텐은 “모래성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걸러내는 필터인 동시에 두 달분의 물을 저장하는 거대한 물탱크 역할을 한다.”며 “시민들은 100% 이 물을 수도꼭지에서 받아 바로 마신다.”고 소개했다. 암스테르담 글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플래보랜드 간척지 5600ha…세계적 습지·생태공원 ‘명성’ 네덜란드에는 간척지를 세계적인 국립공원으로 조성한 곳도 있다. 암스테르담 북쪽 플래보랜드.1960년대 말에 간척사업을 마친 곳으로 아직도 간척사업의 흔적을 볼 수 있다. 플래보랜드 간척지는 크게 4지역으로 나뉜다. 스키폴 공항에서 40분 떨어진 래리슈타트는 암스테르담 배후도시 역할을 한다. 도시가 개발된지 15년 정도 됐으며 주거·업무지역과 해양 관광도시로 개발됐다. 바다를 막아 생긴 아이젤 호수 주변에는 해양스포츠 문화가 발달했다. 두 지역은 농업·산업지대다. 금속·식음료·실리콘·중장비 산업으로 유명하다. 나머지 한 곳은 개발 유보지로 남아 있는데 이곳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스터파르더스 플라스 공원이다.5600㏊(분당 신도시 3배 정도)나 된다.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석유화학 산업단지로 조성하자는 주장에 밀려 사라질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 습지 생태공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가뭄이 들면 운하를 통해 늪지까지 물을 끌어와 습지를 유지토록 하고 있다. 습지는 갈대가 우거졌고, 언덕에는 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포유류와 조류 등 동물의 천국이 되었다. 비록 간척이라는 개발사업을 통해 확보한 땅이지만 필요하다면 철저하게 보존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래리슈타트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폐쇄형 대신 친환경댐으로 11세기부터 둑을 쌓아 바닷물을 막아왔던 네덜란드.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엄청난 재앙을 당한다.1953년 2월 남서부 북해 연안을 강타한 해일과 폭풍우가 주변을 한순간에 삼켜버렸다. 주민 1835명이 희생되고 가축 20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7만 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농경지 16만㏊가 사라졌다. ●평상시 수문 열어 바다·호수물 이동 암스테르담에서 남서쪽으로 승용차로 1시간 거리 델타웍스 간척지역. 대재앙을 입은 네덜란드는 해일을 막기 위해 로테르담과 제이란드 지역을 잇는 대규모 치수 사업을 시작한다.12개 댐과 62개 수문을 건설하는 ‘델타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워낙 큰 사업이라 1986년에야 끝났다. 초기 사업은 바닷물을 막는 데 중점을 뒀다.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대규모 댐을 건설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을 가둬 전기를 일으키거나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댐이 아니라 방조제이다. 그러다 보니 환경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링브리트 댐은 2중으로 막았다. 바닷물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고 댐 안의 물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흘려보내도록 설계했다. 그러나 바닷물이 호수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서 물이 더러워지기 시작했다. 아예 모래 제방을 쌓아 호수와 바닷물이 완전 차단돼 호수가 썩는 곳도 생겼다. 호수가 썩으면서 물고기와 조개가 떼죽음 당했고 어민들은 생업을 포기해야 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결국 제방에 작은 터널을 만들어 보았지만 수질개선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댐 건설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절실히 깨닫게 한 사업이었다. ●해일 때 수문 닫아 바닷물 유입 막아 환경 문제를 인식한 뒤에는 댐 건설 방향을 달리했다. 오스터스켈더 댐은 모래와 돌로 방조제를 막는 폐쇄형 댐 대신 60여 개의 수문을 달았다. 해일이 닥칠 때만 수문을 내려 바닷물 유입을 막고 평상시에는 수문을 올려 바닷물과 호수 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설계했다. 담수로 인한 수질 악화가 생기지 않아 호수에서는 예전처럼 고기를 잡고 조개도 캐고 있다. 치수사업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한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댐 옆에는 델타 프로젝트와 첨단 공법 등을 소개하는 박물관을 지었다. 댐 내부 일부를 헐어 만든 전시장과 전망대에는 늘 관광객이 붐빈다. 디 히어 국제수리공대(IHE) 교수는 “단순 치수 목적의 댐 건설에서 돌아서 자연친화적인 댐 건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로테르담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개도국 식품값 치솟아 사회 불안”

    전세계적으로 곡물 및 식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치솟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들은 심각한 사회 불안을 맞게 될 수 있다고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경고했다. 자크 디우프 FAO 사무총장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밀, 옥수수, 우유 같은 기본 곡물 및 낙농제품의 수입 가격이 계속 뛰어오르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특히 이에 대한 지출 비중이 높은 개도국에서 곡물 및 식품 가격 상승은 사회적 긴장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결국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경고다. 이번 주 밀 가격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35ℓ)당 8.89달러를 기록, 지난 1월에 비해 60%나 뛰어올랐다. 우유 등 낙농제품 가격과 옥수수와 콩류 등도 근년들어 최고가격을 기록했다. 최근 국제 밀가격의 급등은 재고를 늘리려는 인도와 이집트 등 개도국들의 사재기를 촉발시키면서 식품 수입액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나게 했다. 이같은 사재기 움직임은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을 자극하고 있다. 식료품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사회 불안의 징후는 최근 멕시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옥수수 가격이 가파르게 뛰어오르자 곳곳에서 이를 규탄하는 대중집회가 열렸다. 다우프 사무총장은 “개도국에서 식료품 수입액과 소비자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진국의 경우 소비자 지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에 불과하지만 개도국에서는 최대 65%에 달하는 점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든다. 디우프 사무총장은 세계 인구의 증가와 기후 변화로 인해 더욱 잦아진 홍수와 가뭄의 영향, 그리고 바이오연료 업계의 곡물수요 확대 등과 같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식품 가격의 상승세가 앞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에도 밀과 옥수수, 귀리 등 주요 곡물의 선물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70∼30%가량 오름세를 보였었다. 미국 농무부도 지난해 말 전세계 밀 재고량이 전년도에 비해 19% 감소한 1억 1930만t으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옥수수 재고량도 28% 감소한 8950만t으로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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