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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한 몰입 MMORPG ‘레드블러드’ 공개서비스

    무한 몰입 MMORPG ‘레드블러드’ 공개서비스

    엠게임은 빅스푼코퍼레이션과 함께 3D 멀티타겟팅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레드블러드’ 공개서비스를 7일 시작한다고 밝혔다.  레드블러드는 인기리에 연재된 만화 ‘레드블러드’를 원작으로 한 온라인 게임이다. 멀티타겟팅과 몰이 사냥, 무한 물약 섭취라는 최신 트렌드와 과거의 재미 요소를 접목시킨 게임성이 특징이다. 엠게임은 이용자들의 접근성과 편의성 강화를 위해 엠게임 포털 내 채널링 서비스에 나섰으며, 빅스푼코퍼레이션은 지난 두 차례에 걸친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저 의견을 수렴하며 게임의 완성도를 높였다.  공개서비스에서는 50층의 수직 던전 ‘무한의 탑’ 가운데 20층까지 선보인다. 2차 비공개 테스트에서 선보인 3개의 신규 필드 및 캐릭터 4종을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가문시스템, ‘용이 우는 계곡’, ‘얼어붙은 고성’ 등 필드 2곳이 추가 공개된다. 이날부터 오는 28일까지 서비스 시작을 기념하는 오픈 이벤트도 갖는다. 이벤트 기간 동안 15레벨을 달성한 유저에게는 추첨을 통해 엠캐시를 선물한다. 온라인뉴스팀 iseoul@seoul.co.kr
  • ‘노근리 쌍굴’에선 나흘간 무슨 일이…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한 철교 밑. 미군 전투기의 폭격을 피해 철교에서 뛰어내린 300여명의 피란민들은 근처의 쌍굴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질긴 삶은 나흘을 넘기지 못했다. 미군은 굴다리 앞 야산에 기관총을 걸어놓고 쌍굴을 빠져나오는 양민을 차례대로 쏘아 죽였다. 젖먹이와 노인, 부녀자와 아이를 가리지 않고. 6·25전쟁 중 벌어진 뼈아픈 참극 ‘노근리 양민 학살 사건’이다. 충북 영동 출신의 소설가 이현수가 쓴 소설 ‘나흘’(문학동네 펴냄)은 노근리 사건을 피해자의 시각에서 다루지 않고 유장한 역사의 맥락에서 읽게 했다. 복잡한 현대사를 꺼내 놓고자 내시 가문의 자잘한 일상부터 황간 지방을 휩쓸고 간 동학혁명, 몰락하는 조선왕조를 6·25전쟁으로 연결시켰다. 고향인 황간을 도망쳐 나온 다큐멘터리 작가 김진경. 누구인지 모르는 아버지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는 평생의 상처가 됐다. 지방 유지의 손녀지만 ‘내시 가문의 딸’이란 불명예를 꼬리표처럼 달고 살았다. 사람들의 조롱이 지겨워 평생 고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려 했지만 노근리 사건에 관한 다큐를 만들라는 국장의 지시에 따라 귀향한다. 자신을 낳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의 비밀은 노근리 쌍굴과 얽혀 차츰 모습을 드러낸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브라질 국방부, UFO 기밀자료 공개 약속

    남미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에 대한 국가기밀문서가 공개될 전망이다. 브라질 국방부가 자국 UFO 연구가들과 만나 관련문서의 공개를 약속했다고 중남미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브라질이 UFO 민간연구가들과 회의를 열고 자료공개에 대해 논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잡지 UFO의 편집인 페르난도 아라가오는 “UFO에 대해 브라질 정부와 민간분야 전문가들의 공식 만남은 처음”이라면서 문서공개 약속에 기대감을 보였다. 그간 브라질 정부는 UFO와 관련된 정보에 대해 언급하길 꺼렸다. 광범위하게 국가문서의 공개를 금지한 법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1년 국가기밀자료에 대한 새 법이 제정되면서 비공개 규제는 완화됐다. 브라질 국방부는 UFO와 관련된 국가문서의 공개 여부를 유연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국방부는 6월 전후로 UFO 관련문서를 공개할 전망이다. UFO연구가들은 1977년과 1978년 브라질 아마존지역에서 실시된 브라질 공군의 UFO 확인작전 내용도 공개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당시 브라질 파라 주 콜라레스에서는 의문의 빛을 내는 비행체가 목격됐다. 빛을 본 주민들 중 일부는 병원치료를 받았다. 4명은 사망했다. 공군은 전투기까지 띄워 확인작전을 펼쳤지만 조사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당시 확인비행을 한 조종사의 증언, 레이더기록 등이 공개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사설] ‘경제뇌관’ 공기업 부채 특단대책 있어야

    공기업 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라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부터 국가신용등급과 별도로 공공기관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이 곧 공기업 신용등급이던 시절은 지났다. 그만큼 공기업 부채 관리의 중요성이 커졌다. 반면 공기업 부채는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일부 공기업은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신용등급 강등이 없길 바랄 뿐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7일부터 기획재정부와 코레일 등 공기업 3~4곳을 방문, 공기업 지원 계획과 재무상태 등을 점검했다. 무디스도 이번 주 현장 평가를 할 예정이다. 공공요금 인상이나 구조조정 계획, 국책사업 등과 관련해 공기업에 따라 반응이 상당히 엇갈린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무디스는 지난달 우리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가계와 공기업 부채를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지정학적 위험보다 공기업 부채를 더 취약 요인으로 본 셈이다. 공기업 부채비율은 2006년까지는 100%를 밑돌았으나 이듬해 107.2%를 기록하는 등 해마다 치솟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190.1%로 1년 사이 15.4% 포인트 높아졌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공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대와 신규 사업 진출 등을 꼽는다. 정부는 공기업을 통해 공공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기업 부채를 줄이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공기업들이 진행하는 사업들 가운데는 정부 정책을 반영한 것들이 적지 않기에 정부도 공기업 부채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 세 부담으로 돌아오지 않게 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열고 ‘2012~2016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확정했다. 당시 정부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22개 공기업을 포함해 자산 2조원 이상 41개 기관의 부채비율이 내년부터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는 다음 달 재정전략회의를 열어 박근혜 정부 5년 동안의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정부의 재무관리 계획으로 과연 공공기관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실효성을 꼼꼼히 따져 보기 바란다. 400조원에 육박한 공기업의 부채 부담은 대형 국책사업과 요금 규제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요금을 대폭 올리는 것은 물가문제 등을 고려하면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정부는 매출액은 늘어나는데 부채비율은 줄어들지 않는 원인을 잘 살펴야 한다. 민영화된 공기업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해 부실 공기업 민영화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어린이 책꽂이]

    내 말도 들어주세요(정수민 지음, 가문비어린이 펴냄) “꽃이 되고 싶다”는 초등학교 5학년 정수민양의 동시집. 동시 51편에는 아이만이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상상의 세계가 담겼다. 어린 시인은 선생님의 큰 목소리를 ‘초강력 접착본드’에 비유하고, 개미의 발걸음과 시계의 걸음 소리를 직접 듣는다. 나무, 꽃, 물, 새, 매미, 개미, 금붕어 같은 일상의 작은 소재를 시로 옮겼다. 시인 이해인 수녀는 “빼어난 시인의 눈과 귀, 마음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9000원. 새록새록 웃긴 이야기(김경연 엮음, 홍기한 그림, 한겨레아이들 펴냄) 기쁠 때나 웃길 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위험이나 곤란을 극복했을 때 안도의 웃음이 머금어진다. 어색한 상황을 넘기려는 멋쩍은 웃음도 있다. 아버지의 빚을 받으러 온 못된 관리인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엉뚱한 답변으로 빚을 청산한 영리한 소년(‘영리한 대답’, 프랑스), 낡은 못 하나로 환상적인 수프를 만들어낸 떠돌이(‘못으로 만든 수프’, 스웨덴) 등 이야기 15편이 담겼다. ‘세계의 옛이야기 시리즈’ 첫 번째 책. 1만원. 적성과 진로를 짚어 주는 직업 교과서1~5권(와이즈멘토 지음, 문다미 등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요즘 아이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 의사, 판사, 변호사 같은 낯익은 단어는 펀드 매니저, 심리 전문가 등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전문 컨설팅업체인 와이즈멘토에서 집필했다. 앞으로 50권에 걸쳐 100여개 직업군을 다룰 예정. 역사 속 직업이야기, 직업 일기 등 다양한 각도에서 직업을 조명한다. 각권 8000원. 무민과 아빠의 첫 운전(토베 얀손 지음, 이지영 옮김, 어린이작가정신 펴냄) 1934년 첫선을 보인 ‘무민’ 시리즈의 열한 번째 책. 무민 골짜기에 방치된 빨간 자동차를 무민 아빠가 운전하면서 모험이 시작된다. 아슬아슬한 아빠의 첫 운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2001년 작고한 토베 얀손은 이 시리즈로 어린이 문학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도 제작됐다. 9000원.
  • 희로애락 속 인간의 옷장

    속옷, 도포, 장옷, 수의…. 사람이 아무리 잘났건 못났건 누구나 한번쯤은 밟아 나가야 할 일생의 과정들이 있다. 물자가 풍족하지 못하던 시절, 그 과정에 맞춘 옷들은 미리미리 준비해 놓았다. 갖춰 놓고 그걸 버리기보다 다시 쓰기 위해 또 세심한 손길로 손질돼 전해져 내려왔다. 집안에서 어른들이 손으로 만든 물건들이 그냥 물건이 아닌 이유다. 이렇게 전해져 오는 물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경운박물관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마련한 ‘근대 직물 100년’(The memory of fabric)전이다. 박물관은 경기여고 100주년기념관에 자리 잡고 있다. 여고 동문 중심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런 옷가지들, 그러니까 300여 동문이 낸 4300여점의 유물을 갖추게 됐다. 첫 개관전의 주제도 근대 복식이었고 개관 10주년전도 근대 직물이 됐다. 이번에 나온 것은 복식 200여점, 직물 50여점. 모두 어떤 용도에 맞게 정성스럽게 만들었고, 그 용도에 쓰일 날을 기다리며 오랜 세월 보관됐고, 다음 세대에 쓰이기 뒤에 다시 한번 묵혀졌던 것들이다. 그래서 기증자 가문과 얽힌 스토리들이 살아 있다. 너무 물자가 풍족해 물건의 역사성에 대해 무심한 요즘으로선 이채로운 전시다. 7월 19일까지. (02)3463-1336.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경주 교촌한옥마을 문열자마자 소송 휘말려 ‘삐걱’

    경북 경주시가 새로운 관광명소 개발을 위해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조성한 교촌한옥마을이 개장 초기부터 소송에 휘말리면서 삐걱거리고 있다. 시는 최근 시내 교동 교촌한옥마을 관리운영 민간위탁사업자인 ㈔전통문화진흥원에 위·수탁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9월 양측이 관리운영 위·수탁 협약을 체결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시의 이 같은 조치는 전통문화진흥원이 시의 사전승인 없이 일방적으로 다시 임대해 과도한 임대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통문화원은 시에 연간 임대료 5780만원을 물기로 했지만, 다시 임대한 업체로부터 연간 8억 8000만원의 임대료(매출수수료 및 관리비 포함)를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5년 12월 9일까지 3년간 한옥마을 운영권을 넘겨받은 전통문화진흥원은 건물 인도 및 퇴거에 불응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시는 건물인도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문화진흥원이 직영하는 국악·창의적 체험학습·루비 체험장 3곳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나머지 체험시설 6곳과 한식당 등 9곳을 진흥원과 임대 계약한 8개 업체는 시가 진흥원과 협약을 해지하면서 임대료 등을 돌려받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협약 체결 당시 관련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은 시의 행정력에 대한 비난도 일고 있다. 시는 최부자 가문의 생활 현장을 교육·체험 관광지로 활용하고 품격 높은 새로운 관광 명소를 개발하기 위해 한옥마을을 조성했다. 모두 215억원을 들였다.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의 증표인 경주 최씨 고택 사랑채도 30여년 만에 함께 복원됐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경주 교촌마을 임대’ 관련 반론보도문] ‘경주교촌마을, 문 열자마자 소송 휘말려 삐걱’ 관련 기사(4월 12일자 14면) 중 “㈔전통문화진흥원이 연간 8억 8000만원의 임대료를 받기로 알려졌다”란 내용의 금액은 경주시의 요청에 따라 제출한 연간 운영비 산출 금액이며, 경주시의 승인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진흥원은 또 국악 등 체험장 3곳은 경주시의 소송과 상관없이 정상 운영 중이라고 전해 왔습니다. 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두 사람이 사타구니가 쓰리도록 열불 나게 걸어 당도한 곳은 샛재 턱밑인 비석거리였다. 이름하여 선정비나 공덕비란 것들은 길손들의 내왕이 번다한 길목에 즐비하게 세워두기 마련이었고, 그래서 번화한 곳을 가리켜 비석거리로 불러온 것이었다. 그런 곳에 숫막이 들어서고 간혹 들병이들도 술 단지를 끌어안고 길손들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춘궁기를 앞두고 있는 시절이어서 내왕도 뜸하고, 숫막 경영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비석거리에는 숫막 세 집이 나란하게 문을 열고 있었고, 허술하기 그지없지만 돌을 쌓아 바람막이를 한 마방도 갖추고 있었다. 마방이 딸린 숫막에는 어림잡아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낙네가 나이가 이팔인 구월이라는 여식과 사팔뜨기에 밤이나 낮이나 눈에 눈곱을 달고 사는 늙은 중노미 한 사람을 데리고 숫막질을 하고 있었는데, 택호가 난데없는 월천댁이었다. 그것은 6, 7년 전에 역병으로 열명길에 오른 남편이 이곳에서 한식경 거리에 있는 말내(두천) 물가에 움집을 짓고 살며 사람을 업어 내를 건네주는 월천꾼이자 길라잡이로 연명했기에 붙여진 택호였다. 월천댁은 여식 하나를 남기고 졸지에 명줄을 놓아버린 아비를 이곳 비석거리 언덕에 묻고 시묘살이를 하더니, 아예 이곳에 숫막을 열어 자리잡고 말았다. 죽은 남편의 무덤을 떠난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으니, 한미한 집 자손이지만 심덕 한 가지는 열녀의 반열에 올려둘 만하였다. 궐녀는 샛재를 오가는 길손들 중에 반명하는 위인이든 상것들이든 층하를 두지 않고 상종하였다. 선비라고 호들갑스럽게 아양 떨며 납죽거리지 않았고, 상것이라고 체면을 깎고 홀대하는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다. 간혹 도포 입고 행세한다는 표객이 궐녀의 숫막에 식주인을 정하고 객고나 풀자 하고 지분거리기도 하였다. “여보게, 술어미. 그냥 두면 곰팡이만 슬고 젓국 냄새만 등천을 한다네. 더러는 뒷물할 일도 생겨야 쓸모가 있는 게 바로 임자 불두덩 아래 붙어 있는 가죽방아가 아닌가. 어떤가? 내 말의 깊은 이치를 알아듣겠지? 임자가 살보시만 질탕하게 해준다면 먼 길 행보, 만리 행역이 싹 가시지 않겠는가. 해우채는 섭섭하지 않게 헤아려줌세.” “길거리에 나와 앉은 본데없는 계집이라고 깔보고, 실없는 언사가 낭자하시구려. 공규를 지키는 하찮은 계집을 상종하여 양반 행티 너무 마시오. 댁이 남행* 부스러기로 벼슬길 맛을 보았는지… 작둣간에서 풀무질이나 하다가 공명첩으로 양반의 직첩을 얻었는지 어느 개 아들놈이 알겠소. 말본새하며 행티 하는 거조가 댁이 겉보기와는 달리 가문 있는 집 자손이 아닌 것은 분명하오. 육허기가 목젖까지 차올랐거든 나보고 지분거리지 말고 봉놋방 외짝문 닫아걸고 혼자 실컷 용두질이나 해서 육허기를 채우시지요. 그러나 해보았자 허망하긴 마찬가질 것이오.” “술어미… 내 잠깐 실언을 했기로서니 면박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집구석이 망하려면 제석 항아리에 말 좆이 들어간다는 말이 있지요. 제가 간구하게 살다보니 댁과 같이 비위짱 사나운 꼴을 보아도 주리 참듯 참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가련하네요.” 그런 꼴같잖은 위인에겐 가차없이 면박을 주지만, 평소에는 범절이 더없이 무던한 아낙네여서 병자를 샛재까지 한달음으로 업고 온 것이었다. 병자를 좁은 툇마루에 내려놓자 파랗게 질린 월천댁은 불당그래를 손에 든 채로 부엌의 널쪽문을 밀치고 엎어질 듯 내달았다. 봉당 쪽마루에 사지를 늘어뜨리고 누운 병자를 이리저리 살피던 월천댁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장독을 입었는지 오장육부를 다쳤는지 알 수 없으나, 우선은 된장밖에 약이 없네요.” 정주간으로 달려가더니 된장을 한 바가지나 떠왔다. 우선 병자를 바로 눕힌 다음 서둘러 된장을 발랐다. 정한조가 말했다. “어성초나 소리쟁이 뿌리 말려둔 것은 없소? 어혈을 풀어주는 데 그만한 갈약*이 없소.” “쑥이나 명아주 말린 것은 있습니다.” “지네 말린 것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마시게 하면 그것도 효험이 좋소. 타박상에는 광대나물이 제격이오.” “지네나 광대나물 말린 것은 말내 도방에 당도하면 돌팔이를 불러 구처하시고 우선 된장이나 바릅시다. 된장도 만병통치라 하지 않습니까.” 부러진 다리와 상처에는 쑥을 두드려 발라준 다음, 소나무 껍질을 벗겨 지지대로 싸매주고, 경황중에 끓인 미음을 떠먹였다. 그러나 병자는 미음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다. 병증이 뼈에 사무친 것이었다. 발을 싼 감발을 벗겨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동상까지 앓았던 듯 두 발등이 죽장같이 부어올라 있었다. 구완 않고 오래 방치하면 화농되어 썩어들어갈 것이 뻔했다. “어허 이런 야단이 없군.” “한군데도 성한 구석이 없네요. 말린 쑥은 있으니, 싸매주어야 하겠소.” *남행: 음직을 낮추어 부르는 말 *갈약: 상비약
  • ‘가족기업’ 욕하지 마라!?

    ‘가족기업’ 욕하지 마라!?

    세습, 족벌, 재벌! 이러면 인상부터 찌푸려진다. “재벌가의 이윤 독식, 경영권 세습을 위한 불법·탈세 행위가 워낙 만연”되어 있는 세태 때문이다. 그간 기업 승계를 두고 논란을 빚었던 기업들을 정리해 둔 표를 보니 금호, 두산, 대림, 동아제약, 대성, 롯데, 삼성, 한라, 한진, 한화, 현대 등 어지간한 회사들은 다 들어가 있다. 아니, 솔직히 이런 기업들은 덩치 때문에 보는 눈들이 많아 눈에 띄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관점을 바꿔 이리 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상장기업과 코스닥 기업의 약 70%가 가족기업”이다. 정확하게 파악하긴 어렵지만, 중소기업이나 비상장기업들은 90% 이상이 가족기업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렇게 많았던가. 혹시 핏줄, 집안 이런 거 유달리 따지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인가. 통계를 내보니 미국의 가족기업 비중은 92%, 프랑스·영국·독일은 60% 이상, 이탈리아는 90% 이상이다. 그러니까 모든 아이들이 태어나는 순간 부모를 모르도록 키운 뒤 경영을 지망하는 아이들에게 각종 테스트를 치르게 해서 그 성적에 따라 대기업 회장에서 중견기업, 중소기업, 하청업체 사장 순으로 직위를 부여하는 엄청난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에 모두가 승복하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누구나 자신이 땀 흘려 일군 회사를 이왕이면 자식들에게 넘겨주고 싶어 한다. 보편적 욕망이라는 것이다. 조금 논의를 높여 보자. 고상한 표현을 쓴다면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이고, 동시에 ‘대리인 비용’의 문제다. 원래 영국 중심의 1차 산업혁명 이후 초창기 기업들은 모두 가족기업이었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에서 시대의 진보를 이끌어 나간다는, 모험가이자 탐험가로서의 기업가다. 그런데 독일 중심의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주력 업종이 화학, 철강 같은 것으로 바뀌자 엄청난 설비와 자본이 투입되어야 했다. 그 설비와 자본을 한 개인이나 가문이 감당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투자자들, 그러니까 주주들이 등장했다. 이런 추세가 굳어지면서 우리 귀에 익은 구호가 등장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 이 개념은 1932년 하버드대 교수 아돌프 돌리와 가드너 민스가 제기했다. 창업자 가문이 가문의 명예와 영광을 걸고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를 겨루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기술적 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거대 조직을 운영해 나갈 관료적 경험이 풍부한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이끌어 나가는 ‘관리자본주의’ 시대로 바뀐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곧이어 전문경영인이 자기 이익을 챙겼다. 열심히 해봤자 오너그룹의 영광만 드높아질 뿐 자신에게 떨어질 몫은 한정적이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전문경영인에게 일한 만큼 보상을 주기 위해 스톡옵션제도가 생겨나고, 전문경영인 감시를 위해 독립적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진용을 갖추도록 했다. 어, 가만 들어보니 이건 그토록 말 많던 그 ‘주주자본주의’ 아니던가. 이런 멘트까지 곁들이면 어떨까. “주주자본주의는 주주들에게도 이롭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주주들은 주주자본주의 도입 전인 1933년부터 1976년까지 7.6%의 수익을 거두었지만 1977년부터 2008년까지 주주자본주의 시기에는 연 5.7%의 수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적의 적은 친구인 셈이니, 결국 가족기업이 우리의 최종 해결책이 되는 건가. 사실 어떤 지배구조가 정말 좋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많다. 한국에서야 워낙 눈에 띄는 폐해가 크다 보니 재벌, 족벌, 세습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지만, 기업의 장기적 영속성을 생각하면서 투자하고 고용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는 차라리 가족기업이 더 낫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하준 같은 사람이 이런 그룹에 속한다. 그래서 ‘100년 기업을 위한 승계전략’(김선화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기업 승계는 보편적이다. 욕망에 관한 것이어서다. 욕망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승계 과정에서 일어나는 각종 지분 다툼 같은 불상사도 보편적이다. ‘가족끼리 어떻게’라고 하지만 그거야 큰돈 만져볼 일 없는 장삼이사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그 와중에 기업이 망가지는 경우도 보편적이다. 한국에 “부자는 3대를 못간다”는 말이 있다면, 중국에는 “논마지기도 3대를 못간다”, 미국에는 “셔츠바람에 시작해서 3대 만에 셔츠바람으로”, 독일에는 “아버지는 재산을 모으고, 아들은 탕진하고, 손자는 파산한다”는 말이 있다. 저자는 보편적 현상이라면, 현상이 보편적인 만큼이나 해결책도 보편적일 수 있다고 보는 쪽에 선다.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서양은 수백 년의 기업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많이 다뤄봤지만, 한국 기업의 역사는 100년 안팎이니 많이 나가봤자 3~4세대 수준이다. 서툴 수밖에 없다. 한국의 기업 승계 문화에 대한 직접적 비판은 삼가지만 장수기업 연구자인 윌리엄 오하라의 입을 빌려 삼성에 대해 “기업 규모를 보면 성공한 기업일 수 있지만, 가족경영에는 실패한 대표적 기업”이라고 해둘 정도로 저자 역시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저자는 일단 선을 하나 그어 뒀다. 2008년 중소기업계를 발칵 뒤집은 쓰리세븐 사례다. 손톱깎이 하나로 세계를 제패한 튼실한 기업이었는데, 창업주 회장이 갑작스레 사망하자 상속세를 감당할 수 없어 회사를 매각했던 사건이다. “언론에서는 상속세를 내지 못해 문을 닫는 기업의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세금 문제를 가장 크게 부각”했지만, 저자가 보기에 그건 기업 승계 전체 과정 속의 일부, 그것도 테크닉적인 문제일 뿐이다. 저자는 몇 세대를 이어서 수십~ 수백 명의 후손들의 협력으로 회사가 매끄럽게 굴러가는 맥주회사 인베브, 금융회사 로스차일드, 보석기업 스와로브스키, 종 제조기업 마리넬리, 화장품기업 에스티로더, 여관업 호시료칸, 간장회사 깃코만, 가위 회사 장쇼우췐, 오토바이 제조사 할리 데이비슨, 명품기업 에르메스 등의 사례를 쭉 훑어본다. 이를 통해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가족위원회 구성, 위원회에 실질적 권능을 부여할 가족헌장 제정, 가족을 회사에서 일하게 할 때의 기준과 절차를 규정한 가족고용정책의 실시, 그리고 가족을 뛰어넘는 자선네트워크 구성 등을 바람직한 제도적 대안으로 제안했다. 2만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푸에블로호 신경전/임태순 논설위원

    미국과 북한이 푸에블로호 반환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콜로라도 주 하원은 최근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1월 23일을 ‘푸에블로호의 날’로 지정하고 결의안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베이너 연방하원 의장에게 전달했다. 콜로라도 주 의회가 푸에블로호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배의 이름을 주 내에 있는 도시 ‘푸에블로’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는 1968년 일본을 출항, 원산항 공해상을 항해하다 영해 침범혐의로 북한군에 의해 나포됐다. 이른바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이다.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한 ‘1·21사태’ 이틀 뒤 발생했으니 당시 북한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았을 것이다. 미국은 28차례 비밀협상 끝에 그해 12월 23일 판문점을 통해 80여명의 선원들을 돌려받았으나 영해 침범사실을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으니 국제적으로 톡톡히 망신을 당한 셈이다. 푸에블로호 사건은 북한에서 구한말 발생한 제너럴 셔먼호 사건과 함께 반미항쟁의 기념비적 사건으로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있다. 미국 상선 셔먼호가 1866년 대동강에 나타나 통상을 요구하며 관군과 주민들에게 횡포를 부리다 격침된 게 제너럴 셔먼호 사건이다. 한국사에서는 평안도 관찰사 박규수가 주민들과 함께 셔먼호를 공격했다고 되어 있지만 북한 역사책에는 김일성 주석의 증조할아버지 김응우가 셔먼호를 불태웠다고 기록돼 있다. 사건 발생 100주년인 1966년에는 역사의 현장인 대동강변 쑥섬에 격침비를 세우기까지 했다. 아버지 김일성이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푸에블로호까지 나포했으니 김정일로선 가문을 빛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선전 소재도 없었을 것이다. 김정일은 지시를 내려 1999년 원산에 있던 푸에블로호를 대동강으로 옮겨 주민들이 관람케 했다. 큰 함정을 어떻게 옮겼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해상으로 운송하려면 남해로 우회해야 해 미국의 감시 눈길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해해서 육로로 수송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정보함이어서 분해, 조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콜로라도 주 의회는 지난해에는 북한 측에 푸에블로호의 반환을 촉구했다. 북한은 이에 대해 “우리는 백만년이 지나도 반환하지 않을 것이며 돌려받고 싶으면 직접 와서 가져가라”는 답신을 보냈다. 핵 개발로 남북은 물론 북·미 관계도 점점 경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이 대미 투쟁의 전리품인 푸에블로호를 쉽게 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푸에블로호의 반환은 북한의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조선 건국세력, 신흥사대부 아니다

    조선 건국세력, 신흥사대부 아니다

    해외의 한국학 교수를 바라보는 가장 익숙한 시선은 대개 ‘한류의 증언자’다. 변방이라는 열등의식, 강인한 민족주의적 열망이 동전의 앞뒷면처럼 버무려져, 해외 한국학자들만 만나면 한국이 얼마나 훌륭한가 묻고, 원하는 대답을 듣곤 으쓱해한다. 그들이 외부인의 시각에서 한국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번역이 늦은 건지도 모르겠다. 1991년 나온 카터 에커트 하버드대 교수의 ‘제국의 후예’(푸른역사 펴냄)는 2008년에야 번역됐다. 고창 김씨의 경성방직 연구를 통해 한국 자본주의의 식민지적 기원을 분석한 저서인데, 늘 그렇듯 내재적 발전론에 비판적인 ‘식민지적 기원’론은 ‘식민지근대화’로 오인받곤 한다. 에커트가 그려내는 것은 제국주의 정치권력과 결탁한 경제권력의 기원인데 말이다. 고창 김씨의 경성방직이란 고려대학교와 동아일보의 인촌 김성수, 그의 동생 김연수를 뜻한다. ‘제국의 후예’의 원문은 Offspring of Empire인데 Offspring이란 단어의 뉘앙스도 흥미롭다. 어쨌든 추악해도 뿌리는 식민지에 있다는 주장은, 분명히 내재적 발전론에 대한 공격이다. ‘조선 왕조의 기원’(존 던컨 지음, 김범 옮김, 너머북스 펴냄)은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은 성리학 이념으로 무장한 신흥사대부에 의한 사회혁명이었다는, 한국사의 통설을 부정한다. 한국사 전반에 은연중에 깔려 있는 ‘왕조 교체=근대를 향한 한 발자국 전진’이라는 공식을 비판함으로써, 다시 한번 내재적 발전론을 공격하는 것이다. 저자는 미국 UCLA 한국학연구소장. 역시나 영어로는 2000년 나왔고 10년 넘은 지금에서야 번역됐다. 저자는 자세히 살펴보니 고려 말 지배층과 조선 초 지배층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고, 조선 초 성리학 이데올로기라는 것도 아주 모호한 상태였다는 점을 지적한다. 아니 더 직접적인 표현도 있다. “당·송 교체에 관련된 전통적 해석”은 성리학으로 인해 “당의 귀족적 사회정치질서에서 송의 지방 신사 중심 사회로 전환했다는 사회적 변화를 강조했다”고 해뒀다. 그러니까 고려 멸망-조선 개국을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흥사대부의 승리라고 보는 것은, 솔직히 우리 역사를 제대로 살펴보고 손에 쥔 결론이라기보다 중국사에 대한 전통적 해석을 적당히 베껴온 게 아니냐는 뜻이다. 그래서 저자는 중앙관료로 활약했던 유력가문들에 대한 통계작업을 진행했다. 고려 초인 10세기부터 조선 중기인 16세기까지 600년간 임명된 관료 5000명에 대한 분석작업이다. 여말선초 부분에 대한 설명에만 한정하자면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고려-조선의 왕조 교체가 사회적 혁명을 수반하지 않았다.” 더 쉽게 말해 지배층의 교체는 없었다. 고려 말 유력 가문을 뽑은 뒤 이들이 조선 초까지 어떻게 됐나 살펴봤더니 “이성계가 흥기한 결과 (고려 후기 주요 가문 가운데) 3개의 주요 가문만이 제거되었다는 사실”과 그에 앞서 공민왕 때 몰락한 행주 기씨와 평강 채씨는 “조선 중기 들어 모두 입지를 회복했다”고 지적했다. ‘양반’, ‘사대부’ 같은 표현도 고려 말부터 슬슬 등장하는데, 이 역시 성리학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력이 등장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려 말 왕들이 왕권 강화를 위해 승려, 환관 등 비천한 이들을 등용하자 기존의 명문가들이 자신들의 남다른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쓴 용어라고 본다.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흥사대부가 불교에 찌든 귀족들의 대토지 농장을 혁파했다는 통설도 부인한다. 고려 말 정권을 장악한 뒤 역성혁명의 초읽기에 들어간 이성계 일파의 농지개혁안인 과전법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1390년 사전과 공전 대장을 태워버린 유명한 사건”은 “지대 수취와 소유라는 두 가지 형태의 토지소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경기 이외의 모든 토지를 공전으로 복구시켜 국가재정을 강화”한 것으로 제한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사상으로 중무장한 새 집권층에 땅을 빼앗긴 대토지 귀족들이 길거리에 나앉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저자는 정도전보다 조준을 더 주목한다. 정도전에게 주목하면 그의 강력한 개혁정책이 눈에 들어오겠지만 실제 채택된 것은 기득권층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다소 온건한 조준의 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출발점은 조선 중기 사림파가 등장했다는 말에 대한 의문이다. 이미 조선 개국 자체가 성리학으로 무장한 신흥사대부의 작품이라면서, 중기에 또 성리학으로 무장한 사림파가 등장했다? 그럼 개국 세력들이 개국 뒤 일제히 낙향했다가 더 이상 나라 꼴을 이리 둘 수 없다면서 일제히 상경이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다. 그래서 고려 말 지배층과 조선 초 지배층의 연속성에 주목했고, 성리학은 미약했고 기득권층의 영향력은 뜻밖에도 강고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자칫 서구가, 일제가 내세웠던 ‘정체성론’의 위험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기대했던 만큼의 혁명은 아닐지 몰라도 신라 말에서 조선 초까지를 “중앙집권화의 추진과 지방자치의 토착적 전통 사이의 긴장”이라는 긴 호흡으로 봤을 때 조선의 건국은 “중앙집권적 관료적 정치제도를 수립하려는 고려 전기의 노력이 거둔 궁극의 열매”였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그런 장기지속은 지배층의 현명함 때문이었을까, 피지배층의 무기력함 때문이었을까. 저자의 스승이자 미국 내 한국학 대부로 꼽히는 제임스 팔레가 노비 비율이 30%였으니 조선을 노예제 사회라 부르고, 저자 역시 조선 초 노비를 100명씩이나 보유한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미국의)남북전쟁 당시 남부 대지주보다 더하다”고 언급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일 것이다. 2만 50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신현준, 12살 연하와 5월 결혼

    신현준, 12살 연하와 5월 결혼

    배우 신현준(45)이 12살 연하의 여성과 오는 5월 결혼한다. 신현준의 소속사 스타브라더스엔터테인먼트는 17일 두 사람이 오는 5월 26일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며 예비신부는 음악을 전공했고 현재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현재 신현준의 아버지가 투병중이라 신현준이 더욱 적극적으로 결혼을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신현준 역시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저 결혼합니다. 이제는 둘이 되어 더 성실하고 더 노력하는 하나님의 아름다운 일꾼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밝히며 결혼을 발표했다. 신현준은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해 ‘은행나무침대’, ‘퇴마록’, ‘킬러들의 수다’,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위기’ 등의 영화와 ‘천국의 계단’, ‘울랄라부부’ 등 드라마에 출연했다. 지금은 KBS 2TV ‘연예가중계’를 진행하고 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부고] 대금산조 무형문화재 서용석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예능보유자 후보인 서용석씨가 17일 오전 7시 20분 별세했다. 73세. 국악 가문에서 태어난 고인은 이모인 명창 박초월에게서 판소리를 배웠고, 이모부인 대금 명인 김광식에게서 대금풍류와 산조를 익혔다. 대금산조의 예능보유자 후보로 자신의 이름은 딴 대금산조 등을 후학들에게 전수해왔으며, 국립국악원 민속연주단 음악감독도 지냈다. 빈소는 전주모악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 오전 10시.(063)286-4444.
  •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커버스토리] 세종시 공무원 24시 그리고 애환

    정부세종청사로 이전한 부처 공무원들은 세종시에서 많게는 6개월, 짧게는 2개월 반을 생활했다. 대다수 공무원들은 겉으론 입주 초기보다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편한 것에 익숙해졌을 뿐 입주 초기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들 한다. 주거형태도 가족까지 몽땅 세종시로 이주한 공무원은 3분의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생활한다. 출퇴근자와 나홀로 둥지족들이 많다 보니 근무 형태나 여가문화 트렌드는 많이 달라졌다. 세종청사 출범 6개월, 이주 공무원들의 달라진 생활문화와 그들만의 애환을 소개한다. 세종청사 입주로 겪은 가장 큰 변화라면 이동거리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청사주변에 먹거리나 편의시설이 없다 보니 인근 도시로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점심을 먹기 위해 조치원이나 공주, 유성까지 가고오는 데만 40분~1시간이 걸린다. 장거리 출퇴근 공무원들은 ‘원정 점심’까지 감안 하면 하루 대여섯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내는 셈이다. 원거리 출퇴근이나 원룸생활 등 생활 패턴이 달라지면서 회식이나 근무 형태도 크게 달라졌다. 서울·과천·인천·안양 등 장거리 출퇴근자들은 셔틀버스를 놓치면 하루가 완전히 꼬인다. 출근 셔틀버스는 지역에 따라 출발 시간이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서울 신도림이나 인천 등 수도권 한복판에서는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서울 목동에서 매일 출퇴근 한다는 한 사무관은 “셔틀버스 출발지인 신도림까지 나오는 데 30분이 걸린다”며 “하루 평균 5시간 넘게 버스에서 갇혀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10~20분 전부터 하던 일을 접는다. 오후 6시 30분 셔틀버스가 출발하지만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하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 양재와 과천시 인덕원 등 일부 노선은 오후 8시와 9시에도 출발하는 차량이 있지만, 나머지 구간은 한번 떠나면 끝이다.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목 베개도 필수품이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목 베개를 꺼내 두르는 모습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현재 서울에서만 매일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은 KTX나 승용차 이용자를 제외하고 3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거리 출퇴근자들에게는 ‘야근’이나 ‘연장근무’란 말은 다른 나라 얘기가 됐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해야 할 때는 그냥 남녀 휴게실에서 잔다. 휴게실은 부처별로 마련돼 있는데 이층침대 형태로 24명(남녀 각 12명)까지 잘 수 있다. 하지만 장거리 이용자에게 야근을 강요할 수 없어 휴게실을 이용하는 빈도는 사실상 매우 낮다. 나홀로 둥지족들도 많다. 가족이 내려오지 않은 공무원은 원룸이나 아파트를 얻어 2~3명씩 공동생활을 한다. 이런 공무원들을 지칭해 ‘세종총각’ ‘세종댁’이란 신조어도 생겼다. 장거리 출퇴근자들 때문에 부서별 회식도 주로 점심으로 돌린다. 저녁에 일정을 잡았다가는 뭇매(?)를 맞게 되는 분위기다. 저녁 회식이 줄어들면서 대신 여가 활동에는 여유가 생겼다. 특히 나홀로 둥지족들은 썰렁한 집에 일찍들어가기보다 처지가 같은 동료들과 함께 운동을 즐긴다. 헬스나 자전거 타기 등으로 건강을 다지는 사람들이 많아 이른 아침과 퇴근 후 청사 체력단련실은 운동 마니아들로 항상 북적인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가장 번거롭고 심란해 하는 게 국회 출장이다. 그런데도 부처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나 보좌관들을 직접 만나 설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행을 하게 하는 분위기다. 정책이나 법안을 충분히 이해시켜 각 부처가 유리한 쪽으로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번거로운데 자료만 보내달라”는 국회의원들도 있지만 어지간하면 직접 올라가는 것이 원칙처럼 굳어지고 있다. 15일 출근길에 만난 경제부처의 한 과장은 “국회에 가서 협의할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가는 중”이라며 “10분 설명하기 위해 오가며 하루 일과를 다 허비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회부처의 한 과장은 이틀 전 10명의 본부 과장이 줄줄이 국회에 올라가 설명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요즘 ‘취미’가 서울과 오송을 오가는 ‘KTX 예약하기’”라며 웃었다. 그는 세종시에 숙소도 마련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서 회의가 있다 보니 서울 명동 은행회관이나 정부서울청사로 더 자주 ‘출근’한다. 그렇다고 세종청사에 들르지 않을 수도 없다. 하루만 빠져도 결재할 서류가 산더미가 된다. 얼마 전에는 세종청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에 서울로 올라가 회의를 하고 저녁 때 약속 때문에 세종시로 내려왔다가 다시 막차를 타고 서울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다. 다음 날 새벽에 서울에서 있는 조찬회의에 늦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종시에 내려온 지 이제 넉 달인데 오르락내리락하는 생활에 벌써 지쳐간다”면서 “국감 시즌이면 아예 세종청사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장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장비를 담당하는 사회부처의 한 주무관은 “서울 출장이 너무 잦다 보니 연말까지 사용해야 할 출장비가 다음 달이면 바닥날 것 같다”며 “어떻게 예산을 전용해야 모자란 출장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세종시에 내려온 공무원들은 국회뿐만 아니라 행안부와 조직·인원 협의나 청와대 보고, 타 부처와의 회의 등으로 일주일에 몇 번씩 서울을 오르내리는 ‘셔틀근무’가 피곤하다고들 하소연한다. 특히 조직·인사와 공무원들의 처우관리를 하는 행안부가 내려오지 않고 서울에서 ‘이래라저래라’한다며 속을 끓이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국회 출장에 따른 행정 낭비를 없애기 위해 세종청사 내에 국회 분원을 설치해 스스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분원이나 서울출장소를 마련하고 화상회의 등 물리적인 공간과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식이 변해야 한다”면서 “의원이나 보좌관들이 부처 공무원들을 국회로 불러들여야 위엄이 선다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사를 벗어나면 세종시는 대도시로서의 기본조건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의료시설이다. 세종청사 주변에서 의료시설이라야 대규모 아파트 단지인 첫마을에 소아과와 내과 딱 두 곳뿐이다. 종합병원은 언감생심이다. 다른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대전이나 조치원 등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한다. 한 공무원은 “얼마 전 주말을 이용해 서울에서 치과 치료를 받은 뒤 월요일에 통증이 심해 병원에 전화했더니 세종시에는 치과가 드물다고 하더라”면서 “이곳에서는 아프면 생고생”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세종시 첫마을에 입주한 또 다른 여성 사무관은 최근 한밤중에 일어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한밤중 배를 잡고 고통을 호소해 난감했다”면서 “인근에 병원이 없어 아이를 싣고 무작정 대전시내 큰 병원 응급실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진찰 결과 급성 장염이어서 병원에 입원시키고 여러 날 오가느라 고생했다고 덧붙였다. 청사에서는 이런 불편해소를 위해 청사 내 간이 진료실을 마련했다. 또 종합병원 등과 연계해 순회 진료도 정례화하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불만을 해소할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세종청사 부처 노조위원장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세종시 이전계획 원안 고수’를 고집했는데 요즘은 잊고 있는 것 같다”면서 “불편한 점이 부각될 때마다 ‘문제 없다’고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세종시와 행안부 말만 믿고 언제까지 인내하며 생활해야 할지 의문이 든다”고 쓴소리를 했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책꽂이]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오풍연 지음, 북오션 펴냄) 매일 새벽 2시 30분 일어나 써왔던, 일상의 자그마한 일들에 대한 감흥을 담은 짤막한 에세이들 200여편을 한데 모았다. 1만 2000원. 인간이 된다는 것의 의미(리처드 포츠 등 지음, 배기동 옮김, 주류성 펴냄) 인간이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600만년 전 두 발로 서고, 260만년 전 석기를 만들고, 80만년 전 두뇌가 커지기 시작하고, 10만년 전 혁신을 이뤄내기 시작한 인간의 뿌리를 추적한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지침서다. 2만 5000원. 나도 허리디스크 환자였다(윤강준 지음, 자유롭게 펴냄) 강남베드로병원장으로 스스로도 디스크 환자였던 저자가 자신의 치료기법과 노하우를 담았다. 1만 5000원. 도란도란 책모임(백화현 지음,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저자는 10년동안 책읽기 모임을 꾸려온 중학교 국어 교사. 그 10년의 경험을 담아서 아이들을 어떻게 책과 친숙하게 지내게 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해 학교 도서관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상세하게 담았다. 1만 5000원. 경북의 종가문화2(최은주 등 지음, 예문서원 펴냄) 경상북도가 추진하는 ‘종가문화 명품화 사업’의 일환으로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에서 내놓은 교양서 시리즈 두 번째다. 모두 8권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보백당 김계행 종가, 허백정 홍귀달 종가, 호수 정세아 종가 등 여덟 종가 얘기를 담았다. 각권 1만 7000~2만 4000원.
  • [씨줄날줄] 정치와 영화/최광숙 논설위원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공식 기록영화인 ‘민족의 제전’에서 가장 긴 시간이 할애된 대목은 바로 손기정 선수의 역주 장면이다. 독일의 천재 여성감독 레니 리펜슈탈. 손 선수와 친구사이이기도 한 감독이 손 선수의 가슴에 일장기가 달려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손기정 골인 장면’은 스포츠사에서 손꼽히는 명장면으로 남게 됐다. 히틀러의 총애를 받은 리펜슈탈에겐 ‘나치 협력자’와 ‘영화사상 가장 뛰어난 다큐멘터리를 만든 예술가’라는 상반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가 히틀러의 의뢰로 제작한 나치 전당대회 기록영화 ‘의지의 승리’와 베를린 올림픽 2부작 ‘민족의 제전’과 ‘미의 제전’은 당대 최고의 선전영화였다. 하지만 그의 혁신적인 영화기법과 영상미는 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렇듯 영화는 직간접으로 정치 메시지를 담아내는 도구로 활용돼 왔다. 베니스· 칸·베를린 등 3대 영화제는 시대정신과 정치의식이 투영된 영화들에 높은 평점을 매긴다. 부시 대통령 부자 일가와 오사마 빈라덴 가문 간의 30년에 걸친 사업적 유착관계를 그린 ‘화씨 9.11’이 그 한 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은 이 영화에서 부시를 ‘가장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등 우리 전쟁영화도 정치상황을 빼놓곤 얘기하기 어렵다. 장이머우 감독의 ‘연인’ 같은 중국 로맨스 영화 주인공들도 종종 정치적 한계상황에 갇힌 불쌍한 존재로 묘사된다. 우리 대통령들은 영화를 정치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측면이 없지 않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영화에 가장 관심을 보인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정계 은퇴 선언 후 영국에 체류하다 돌아온 김 전 대통령이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보면서 영화는 또 한번 인기를 끌었다. ‘대통령 관람효과’다. 재임 중 영화를 가장 많이 본 대통령으로 꼽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창동 감독을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만만찮은 ‘문화권력’을 키워내기도 했다. 최근 정치를 재개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을 감명 깊게 봤다고 한다.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노예제 폐지와 남북전쟁에 회의적인 각료와 정치인들을 설득하는 링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어디 안 전 교수뿐이겠는가. 새 정부가 출범한 지가 언제인데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처리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링컨의 설득과 통합 리더십을 떠올렸을 것이다. 모쪼록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새겨 보고 정국 타개의 ‘정답’을 찾았으면 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데스크 시각] 대처와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오일만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대처와 메르켈 그리고 박근혜/오일만 정치부 차장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이 대작을 연주해야만 비로소 피아니스트로 인정받는 척도가 되는 곡이다. 150년 전 초연 당시 러시아의 피아노 거장 루빈시테인도 처음 이 곡을 받고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 연주를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피아노 연주가라면 조금만 연습하면 연주가 가능한 곡이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수의 전문가가 모여 기술적인 연주법에 대해 계속 토의했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연주법에 대한 진보가 이뤄진 것이다. 소통을 통한 집단지성의 힘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일본 바둑의 몰락이다. 한·중·일 3국 가운데 바둑 선진국이었던 일본은 기타니 도장 등 바둑가문 위주로 운영되는 전통적인 폐쇄성과 속기 바둑의 경시 등 시대흐름을 좇지 못했다. 철녀(鐵女)로 불리는 루이 9단이 1990년 중국 기원과의 불화로 조국을 떠나 낭인의 신세로 전락했을 때다. 그녀는 당시 최강의 일본기원에서 활동하고 싶어했지만 일본 여류기단이 쑥대밭이 될 것을 두려워한 일본은 그녀의 입성을 거절했다. 반면 한국 기원은 과감하게 그녀를 받아 줬고 바둑 중흥의 밑거름으로 삼았다. 소통과 개방의 힘은 민주주의 본질과도 맥이 닿는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에너지를 끌어내서 국가운영에 참여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정치분야에 적용되면 통합의 정치가 꽃을 피우는 것이고, 경제분야에 접목되면 경제민주화가 되는 이치인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보름을 맞으면서 불과 3개월 전 박 대통령에게 보냈던 우렁찬 박수소리가 점차 잦아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과 박근혜 정부 출범 2주간을 지켜보면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는 국민들도 많아진 듯하다. 박 대통령의 철학과 집권 비전에 동의해 표를 던졌다는 한 지인의 경우 내각과 청와대 인사 과정에서 ‘준비된 대통령’이란 믿음에 의구심을 가졌다고 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지켜보면서는 박 대통령이 주장해 온 대통합, ‘100% 대한민국’이 구호로 끝날 것 같다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런 민심의 흐름은 최근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 측근들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정부출범조차 못하게 막는 야당의 발목잡기를 더 부각시키고 싶을 테고 이명박 정부와 달리 측근들의 전횡을 막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도 평가받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갖는 불안의 밑바닥을 살펴보면 ‘정치인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에 대한 달라진 잣대가 자리잡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국민의 신망이 높고 인기가 하늘을 찌르더라도 막상 대통령직에 오르면 국민들의 평가는 더욱 엄격해진다. 언론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원칙과 소신의 정치에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갈등 조정 능력이 더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대통합 정치와 경제민주화 공약이 국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영의 논리에 갇혀 있는 한국의 정치는 강한 압박으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오바마 대통령의 설득정치가 빛을 발하는 이유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국민들은 확고한 원칙의 정치를 펼친 영국의 대처 전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의 포용의 정치가 합쳐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고 싶어 한다. oilman@seoul.co.kr
  • 부시 家門 세 번째 대통령 나올까

    2명의 미국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에서 또 한 명의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10일(현지시간) 6개의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2016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젭 부시는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으로, 만약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미 역사상 처음으로 한 가문에서 3명의 대통령이 배출되는 셈이다.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한 그는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선이 끝난 지 3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차기 출마 여부를 밝히는 것은 너무 이르다”면서도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맥락에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해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으로서 남긴 부정적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부시라는 이름에 어떤 부담도 없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형이 남긴 업적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내가 대선에 나선다면 그건 내 핏속에 흐르는 DNA가 그 길로 몰고 간 때문이 아니라 우리 가문에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진보성향 방송인 NBC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당신과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중 누가 더 인기가 있고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크냐’고 묻자 “당신들은 정치에 너무 집착한다. 크랙(마약의 일종) 중독자다”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사회자가 “안 그래도 나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린다”고 받아치자, 그는 “그럼 헤로인 중독이라고 불러주는 게 더 마음에 드나”라고 응수해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워싱턴 김상연 특파원 carlos@seoul.co.kr
  • 中 정협위원 1% ‘훙얼다이’에 세습

    中 정협위원 1% ‘훙얼다이’에 세습

    중국의 국정자문회의 성격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2237명의 약 1%인 24명이 당·정·군 원로들의 자손인 ‘훙얼다이’(紅二代)로 나타났다고 홍콩 봉황TV가 4일 보도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의 유일한 손자인 마오신위(毛新宇·왼쪽) 인민해방군 소장, 덩샤오핑(鄧小平)의 차녀인 덩난(鄧楠) 전 중국과학기술협회 서기 등이 포함돼 있다. 남성 15명, 여성 9명으로 직업별로는 재계 및 금융계 10명, 정계 8명, 군 5명, 학계 1명이다. 8대 혁명원로 가운데 한 명인 천윈(陳雲)의 아들인 천위안(陳元) 국가개발은행 회장 등 3명은 이번에 새로 선출됐다. 마오 소장은 정협 회의 때마다 할아버지인 마오쩌둥 관련 제안을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오른쪽) 중뎬궈지(中電國際) 유한공사 이사장은 전력 분야를 장악했고,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딸 주옌라이(朱燕?) 중국은행 홍콩법인 본부장은 금융계의 유명인사이다. 덩난은 훙얼다이 정협 위원 가운데 지위가 가장 높다. 2011년부터 정협의 교육·과학·문화 분야를 맡고 있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여동생 장쩌후이(江澤慧)는 정협 인구자원환경위원회 부주임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의 질녀인 저우빙젠(周秉建)은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일용직 노동자) 자녀들의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다. 훙얼다이는 중국 건국에 공로가 큰 혁명원로들의 자손들로 태자당으로도 불린다. 중국에서는 이들이 가문의 ‘후광’을 이용해 막대한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우린 ‘얼굴들’이었죠… 이제 정체성 찾아 떠나요

    우린 ‘얼굴들’이었죠… 이제 정체성 찾아 떠나요

    ‘인간이 존재의 시작을 찾아나섰다. 자신의 시작이 된 어머니, 그 어머니를 낳은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며 거슬러 가보니, 태초에 흑인 여성이 있더라. 같은 맥락으로, 음악을 실마리 삼아 시스터즈의 기원을 찾아보니, 숙자매와 펄시스터즈, 코리아키튼즈를 거쳐 김시스터즈에 다다르더라. 손녀뻘인 미미시스터즈가 시스터즈의 계보도를 그려 음악극으로 만들었으니, 이름하야 ‘시스터즈를 찾아서’라더라.’ 하늘거리는 빨간색 원피스에 빨간 빵모자와 검은 망사 장갑을 매치하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표정은 무덤덤하게.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미미시스터즈(이하 미미들)는 익숙한 그 모습으로, 자신들이 쓴 음악극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할까요. 우리가 동경한 ‘시스터즈의 낭만과 유머’를 찾아가는 거죠.” 가슴 크기로 호칭을 정했다는 미미들 중 ‘작은’ 미미의 말이다. 미미들은 2008년 ‘장기하와 얼굴들’로 데뷔했다. 복고풍 의상과 덤덤한 표정, 요상한 춤으로 관심을 끈 ‘얼굴들’이었다. 잘 활동하는가 싶더니 2011년 초 별안간 독립하고 1집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거야’를 내놓았다. 그들은 이를 두고 ‘합의이혼’이라고 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그저 재미있게 놀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관심을 무척 많이 가지시는 거예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쳐질까 고민하게 됐죠.” 데뷔부터 1집까지 과정을 묻자 미미들은 한몸인 양 주거니 받거니 대답을 완성해 나갔다. “사람들이 미미들에게 원하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고 “선글라스에 가려진 채로 잊힐까 봐” 두렵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음악을 해보자”는 의지로 독립했다. 그런데 음반 반응이 엇갈렸다. 쟁쟁한 음악인들과 작업했더니, 미미들이 피처링해 준 느낌이라는 말도 들렸다. 덜 익은 채로 대중 앞에 나선 미미에게 필요한 것은 ‘존재의 이유’였다. 그즈음 만난 기획전에서 답을 찾았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작곡가 김해송과 가수 이난영, 애자·숙자·민자로 구성된 김시스터즈를 조명한 ‘가문의 영광’전이다. “김시스터즈는 미국 슈프림스보다 먼저 데뷔한 걸그룹이에요. 부모에게 철저히 음악교육을 받아서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세 분이 합쳐 스무 개가 넘는 재능 집합체죠. 시스터즈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 그런데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큰 미미) 선배 ‘시스터즈’를 연구하고, “뒷조사를 하듯” 여기저기 수소문을 했다. 펄시스터즈의 배인순, 코리아키튼즈의 윤복희와 전화 연결이 됐다. 유명을 달리하거나 해외에 있어서 연락이 닿지 않는 때도 있었다. 큰 미미가 한 모임에서 만난 남인우 연출이 취지에 ‘대공감’하면서 의기투합했다. 미미들이 일기처럼 쓴 글들을 극으로 다듬고, 키보드 연주자 고경천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면서 음악극 형식이 됐다. 우리나라 여가수들의 역사를 따라가는 시간여행으로 확장했다. 두산아트센터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젝트 ‘두산아트랩’에 선정돼, 새달 1~2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올리게 됐다. 1시간 남짓한 공연에서 미미들은 자작곡 3곡을 부르고, ‘커피 한 잔’, ‘거짓말이야’, ‘첫사랑’ 등을 노래한다. “관객에게는 시대를 풍미한 시스터즈를 돌아보는 계기를 주는 것, 우리에게는 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것, 이게 공연의 의미죠.”(작은 미미) “공연을 준비하면서 진짜 미미들을 찾았으니, 자신있게 2집을 내려고요. 1집에서는 뭣 모르고 호기롭게 전설이라고 했는데, 이젠 달라졌다는 뜻에서 2집은 ‘정신차렸어, 본격 1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큰 미미) 이번 공연은 미미들이 목적지로 가는 과정의 하나다. 최종 종착점은 ‘시스터즈 다큐멘터리’ 제작이다. “시스터즈들은 굉장히 매력적인 역사를 만들어냈죠. 이시스터즈는 멤버들이 출산을 번갈아가며 10년 동안 활동했고요. 이쁜 게 잘못인가, 누가 뭐 사랑해 달랬나(펄시스터즈의 ‘아저씨가 좋아요’)라고 당당하게 노래하기도 하죠.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시스터즈 전설을 맛보게 될 겁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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