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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이중섭의 풋풋한 사랑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담다

    청년 이중섭의 풋풋한 사랑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이 말에 가장 어울리는 화가 이중섭(1916~1956)이 아닐까. 특히 가난이 낳은 은지화 그림들은 우리의 뇌리 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2002년 이중섭 전시관으로 개관한 이중섭 미술관이 올해로 벌써 20주년을 맞아 의미있는 특별·기획전이 펼쳐진다. 스물살 맞는 미술관의 첫 행사로 16일부터 이중섭 특별전 ‘청년 이중섭, 사랑과 그리움’과 기획전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기증 작품전: 아름다운 울림의 시작’이 동시에 열린다. 특별전 1부로 펼쳐지는 ‘청년 이중섭, 사랑과 그리움’전은 이중섭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는 은지화·편지화·엽서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다. 청년 이중섭의 풋풋한 사랑과 다정한 아빠, 이중섭의 가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중섭 화가하면 떠오르는 은지화에 주로 등장하는 가족과 아이들,‘게(蟹)’는 서귀포 시절 가족과의 추억이 모티브가 되어 그려진 작품들인데 편지화 ‘길 떠나는 가족’, 은지화 ‘복숭아밭에서 노는 가족’, 엽서화 ‘무제1’ 등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편지화는 이중섭이 1952년 6월 부인과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내고 나서 1955년까지 가족에게 보낸 것으로 가족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나온다. 이중섭이 1940년~1943년 기간동안 일본 문화학원 미술과 후배이자 연인 관계였던 야마모토 마사코(山本方子)에게 보낸 일종의 연서(戀書)인 엽서화에선 청년 이중섭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이중섭특별전 2부 전시는 9월부터 12월까지 이중섭 원화 중 유화를 중심으로 전시될 계획이다. 한편 소장품 한 점 없던 이중섭전시관이 제2종 미술관으로 등록될 수 있게 해준 가나아트센터 이호재 회장의 ‘기증전’에서는 이중섭 원화작품 8점을 비롯해 김병기, 김환기, 장욱진 등 우리나라의 유명 근현대화가의 작품 30여점을 연말까지 만날 수 있다.
  • 검찰, 출소 한 달 만에 또 도둑질한 ‘대도‘ 조세형 기소

    검찰, 출소 한 달 만에 또 도둑질한 ‘대도‘ 조세형 기소

    좀도둑으로 전락한 ‘대도(大盜)’ 조세형(84) 씨가 출소 후 한 달여 만에 또 도둑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절도 혐의로 조씨를 구속기소 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 1∼2월쯤 교도소서 만난 공범 A씨와 함께 용인시 처인구 소재 고급 전원주택에 몰래 들어가 2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을 부인하던 조씨는 지난달 19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A씨가 함께 하자고 해서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2019년 절도 혐의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지난해 12월 출소한 조씨는 불과 한 달여 만에 재차 남의 물건을 훔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1970∼1980년대 사회 고위층을 상대로 전대미문의 절도 행각을 벌여 ‘대도’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훔친 돈 일부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쓴다는 등 나름의 원칙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적’으로 미화되기도 했다.
  • “너무 값싼 것만 찾는 일본인, 고통의 지옥에 스스로 갇혔다”...日언론 지적 [김태균의 J로그]

    “너무 값싼 것만 찾는 일본인, 고통의 지옥에 스스로 갇혔다”...日언론 지적 [김태균의 J로그]

    “일본인은 다른 어느나라 사람들보다도 ‘가격 인상’에 질색을 하고 ‘값싼 것’에 집착한다. 사회 전반에 ‘구두쇠’ 문화가 깔려 있다. 싼값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을 안 올리고, 이것이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고, 이것이 다시 값싼 것만 찾게 하는 ‘저렴함의 무간지옥(극심한 고통의 지옥)’이다.” 햄버거 가격, 디즈니랜드 입장료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세계 각국의 빅맥(맥도널드의 주력 햄버거) 가격을 비교해 산출하는 구매력 지표인 ‘빅맥지수’에서 일본은 올해에도 3.38달러(약 4200원)로 주요국 수준을 크게 밑돌았다. 지난 2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발표 기준으로 미국은 5.81달러로 일본보다 2.5달러 가까이 높았고 영국은 4.82달러, 중국은 3.83달러, 한국은 3.82달러였다. 그러나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는 자국에서 판매되는 빅맥에 대해 ‘바가지 가격’이라는 비난이 꾸준히 제기된다. 일본 디즈니랜드는 지난해 10월 일일 자유이용권 가격을 기존의 최고 8700엔(약 9만 2000원)에서 9400엔(약 9만 9000원)으로 올려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소셜미디어 등에는 “혼잡해서 이용이 어려운데 가격은 너무 비싸다”, “이제는 디즈니랜드 따위 이용 안한다” 등 비난이 빗발쳤다. 그러나 일본내 빅맥 가격과 마찬가지로 일본 디즈니랜드 입장료도 각국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프랑스, 중국 등지의 디즈니랜드는 비수기에도 기본적으로 1만엔을 웃도는 경우가 많다. 외국에서는 ‘너무 싸서 부러운 일본 맥도널드’, ‘세계 최고의 가성비 일본 디즈니랜드’ 등 호평을 받는데도 정작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는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정서가 강한 것은 왜일까.“사회 저변의 ‘구두쇠’ 문화가 일본 특유 저물가의 원인” 일본 시사주간지 ‘슈칸신초’는 14일 인터넷판에서 이러한 일본 특유의 현상을 집중분석했다. 기사는 “경제 전문가들은 ‘엔저 정책(일본 엔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것)의 폐해’ 등을 이유로 들지만, 본질적으로 일본인들은 과도하게 물가 인상에 질색을 하고 저렴함에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사회 전반의 ‘구두쇠’ 문화가 핵심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등의 국민들에게 ‘단골가게의 물건값이 10% 오를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는 “(원자재·인건비 등 요인으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인상된 금액에 상품을 구입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반면 일본 소비자들은 “다른 가게에서 구입한다”, “그 가게에서는 해당 물건을 덜 산다”는 등 응답이 우세했다. 조사의 결론은 “일본 소비자들만 가격 인상에 극히 단호한 자세를 취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왜 일본인만 유독 기업의 가격 인상을 참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가격인상 못참는 것은 다른나라 국민보다 가난하기 때문” 경제 저널리스트 구보타 마사키는 “정답은 간단하다. 일본 국민들이 다른나라 국민들보다 가난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영국에서는 1990년 이후 실질임금이 40% 이상 올랐지만, 일본은 불과 4% 밖에 오르지 않았다. 2020년 주요국 평균임금을 비교하면 일본은 연간 424만엔으로 35개국 중 22위에 불과하다. 1위 미국(763만엔)과는 339만엔이나 차이 난다. 기사는 “한국도 과거에는 일본보다 저임금이었지만, 1990년 이후 30년간 1.9배로 오르면서 2015년 일본을 추월했다”며 “현재는 일본보다 평균 38만엔 정도 높다”고 전했다. 구보타는 ‘세상의 상식을 거스르는 초저임금’이 나타난 근본 이유로 일본의 중소기업 중심 산업구조를 들었다. 지난해 발간된 중소기업 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전체 기업 중 대기업의 비중은 0.3%(약 1만 1000개)에 불과하다. 전체 기업의 99.7%(357만개)를 차지하면서 고용의 약 70%(3220만명)를 책임지는 것은 중소기업이다.“압도적 대다수가 일하는 중소기업의 임금을 높이지 않으면 일본 전체의 임금은 절대로 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중소 영세기업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감을 확보하며 생존하려면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적자를 각오하고 가격을 내리는 ‘출혈 수주’가 불가피한 환경에 놓여있다.” 일례로 일본을 대표하는 문화산업인 애니메이션 분야도 극심한 저임금이 만연해 있다. 사단법인 일본 애니메이터연출협회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애니메이션 종사자 평균 연봉은 440만엔이다. 이 가운데 정규직은 14%에 불과하다. 신입 직원들의 연봉은 평균 125만엔에 그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지난해 6월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2년 이상 3D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자’는 월 34만~68만엔을 받는다. 이에 비하면 일본은 우수인력을 저임금으로 후려치는 나라인 셈이다. ‘초저가 구매’ 지상주의가 임금까지 초저가로 만들어 기사는 “일본 소비자들은 ‘초저가 음식’, ‘초저가 슈퍼마켓’을 찬양하고 “더 싸게!”, “더욱 저렴하게!”를 외치며 기업의 가격 인하를 독려하지만, 그것이 돌고 돌아 결국 자신들의 임금까지 ‘초저가’로 만들어 버렸다”고 지적했다.“월급이 오르지 않으니 소비자는 ‘조금이라도 싼 것’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 기업은 출혈 수주의 여파로 더 이상 임금을 올려줄 수가 없다. 결국 근로자(소비자)들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 일본인은 ‘저렴함의 무간지옥’이라는 악순환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슈칸신초는 “기시다 후미오 정부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저렴한 일본’ 현상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 일본인이 ‘지옥’에서 사는 데 대한 위기감은커녕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는 없다’며 만족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옥도 사람이 사는 집’(지옥처럼 끔찍한 곳도 익숙해지면 마음이 편해진다)이라는 속담 그대로다. 이러한 ‘저렴함의 무간지옥’에서 느끼는 우리의 행복은 꿈인가 환상인가.”
  •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 4주 연속 1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3위

    [베스트셀러] ‘불편한 편의점’ 4주 연속 1위…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3위

    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4주 연속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지켰다. 11일 교보문고 3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목록에 따르면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여전히 가장 많은 판매됐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도 상승세를 이어 종합 2위에 올랐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인터뷰집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도 이 전 장관의 별세 이후 큰 관심이 모아져 지난주보다 열 계단 오른 3위를 기록했다. 전자책 콘텐츠로 독자들의 입소문이 이어진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두 계단 상승해 종합 5위를 차지했다. 힐링소설로 ‘불편한 편의점’의 인기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 소설은 기욤 뮈소의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이 분야 1위를 지켰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허상의 어릿광대’, ‘조인계획’ 등 신간도 순위에 올랐다. ●교보문고 3월 첫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불편한 편의점(김호연/나무옆의자) 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곰출판) 3.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김지수/열림원) 4. 세븐 테크(김미경 외/웅진지식하우스) 5.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클레이하우스) 6.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팩토리나인) 7.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기욤 뮈소/밝은세상) 8.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로버트 기요사키/민음인) 9. 12 ½ 부와 성공을 부르는 12가지 원칙(게리 바이너척/천그루숲) 10.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20(설민석/아이휴먼)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매운맛을 뺀 고추의 다양한 표정들/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매운맛을 뺀 고추의 다양한 표정들/셰프 겸 칼럼니스트

    레시피북은 마치 성경과도 같다. 종교적으로 신성시한다거나 절대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언뜻 보기에 모호한 성경 구절의 행간과 맥락을 이해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듯 레시피를 바라본다는 뜻에서다. 성경 구절을 단순히 암기하는 이도 있지만 그 구절의 의미를 해석해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이들도 있다. 레시피북도 마찬가지다. 어째서 이런 재료가 들어가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레시피는 거의 없다. 목자가 없으니 스스로 생각할 수밖에 없어 가끔 레시피를 붙잡고 씨름을 한다. 답답하고 괴롭기도 하지만 스스로 깨우쳤을 때 오는 희열 같은 게 있다.최근엔 중동 지역의 레시피를 연구하다 고추의 쓸모가 생각보다 꽤 다양하다는 것에 놀랐다. 단순히 음식에 매운맛을 주는 식재료로 알고 있지만 의외로 음식에 다채로운 풍미를 선사할 수 있는 유용한 식재료로서 고추를 다시 보게 됐다고 할까. 고추에서 매운맛은 존재의 이유이자 쓸모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매운맛을 빼놓고 보면 훨씬 더 매력적인 향과 맛을 부각할 수 있다. 고추는 스스로 맵기로 결심한 식물이다. 보통 열매를 가진 식물은 스스로 동물의 먹이가 돼 씨를 퍼뜨린다. 식물의 열매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건 종을 보존하기 위한 식물의 교묘한 전략 덕인 셈이다. 식물에 가장 고마운 존재는 조류다. 씨앗을 그대로 삼키고 배설할 뿐만 아니라 멀리까지 날아가 씨앗을 퍼뜨려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포유류다. 어금니를 이용해 열매를 씹어 먹으니 고추 입장에선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포유류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매운맛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게 매운 고추의 사연이다.매운맛은 고추의 캅사이신 성분 때문인데 조류는 매운맛을 느낄 수가 없다. 그래도 조류가 열매를 쪼아 먹어야 하니 과육은 매력적인 맛과 향이 있어야 했고 온통 녹색인 야생의 숲에서 포식자의 눈에 띄기 좋아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것처럼 달콤하면서 청량한 과육을 가진 형형색색의 고추가 탄생했다. 눈물 나게 매운맛을 제외하면 꽤 매력적인 자질을 타고난 셈이다. 고추는 15세기 콜럼버스에 의해 남미에서 유럽으로 소개됐고 이후 세계 각지로 전파됐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고추는 많은 이름을 얻었다. 콜럼버스가 고추를 발견한 최초의 섬 원주민들은 ‘아히’라고 불렀지만 후추, 스페인어로 ‘피미엔타’를 찾고 있었던 콜럼버스는 아쉬운 김에 고추를 ‘피미엔토’로 이름 붙여 스페인에 소개했다. 피미엔토는 영국에선 ‘페퍼’, 이탈리아에선 ‘페페로네’, 프랑스에선 ‘피망’, 헝가리에선 ‘파프리카’로 불렸다. ‘칠리’는 옛 아즈텍어에서 유래됐다.고추는 이상하리만큼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에 대해 영국의 음식 작가 제니 린포드는 “따분하기 짝이 없는 재료에 묘미를 더해 주는 효과로 인해 향신료를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가치 있게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한다. 고추가 단조로운 식단에 강한 자극을 주는 역할을 했고 특히 남유럽과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처럼 무덥거나 습한 지역에서 훨씬 쉽게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아주 매운 일부 고추를 제외하고 고추의 매운맛은 속에 있는 씨와 피막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매운 고추는 땀을 쏙 빼게 하는 자극적인 매력이 있지만 맵지 않은 고추는 활용도가 훨씬 많다. 우리가 아는 파프리카는 맵지 않게 개량된 대표적인 고추다. 아삭한 식감과 달큼한 맛은 향신채보다는 채소나 과일에 가까운 특성이다. 페루에서는 아히 아마리요라는 맵지 않은 노란 고추의 과육을 갈아 셰비체에 넣거나 다양한 소스로 활용한다. 우리나라의 고춧가루처럼 페루 식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다. 스페인식 차가운 수프인 가스파초에도 맵지 않은 붉은 고추를 갈아서 넣는다. 대체로 산뜻하거나 입맛을 다시게 하는 청량한 풍미를 불어넣고 싶을 때 맵지 않은 고추의 과육을 생으로 사용한다. 날것의 고추도 매력 있지만 익혔을 땐 또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대표적인 게 크고 붉은 고추의 겉면을 숯불에 태워 껍질을 벗겨낸 ‘피미엔토스 아사도스’다. 구운 파프리카라고 이해하면 쉬운데 우리나라의 김치처럼 스페인 식단에서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태우는 게 번거롭다면 간단하게 이국적인 고추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홍고추를 기름에 넣고 가볍게 익힌 뒤 잘게 썬 후 올리브유와 와인 식초를 넣으면 지중해식 고추 양념장이 완성된다. 기름진 고기에도 어울리고 생선에도 잘 어울리는 팔방미인이다. 매워야만 고추라는 편견을 버리면 고추는 훨씬 다양한 표정을 보여 줄 것이다.
  • [마감 후] 지도자의 독서/하종훈 문화부 기자

    [마감 후] 지도자의 독서/하종훈 문화부 기자

    “모든 독서가가 다 지도자가 될 수는 없지만, 모든 지도자는 독서가가 돼야 한다.” 해리 S 트루먼(1884~1972) 전 미국 대통령의 이러한 말은 대통령의 독서가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를 수립한 트루먼은 평소 정치사상의 근본인 플라톤의 ‘국가’를 비롯해 마크 트웨인의 문학작품을 즐겨 읽은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나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통해 혜안을 기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최근 여야 대통령 후보자에게 ‘인생의 책 또는 젊은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 세 권’을 물어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눈 떠보니 선진국’(박태웅),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윤흥길), ‘공정하다는 착각’(마이클 샌델)을 꼽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선택할 자유’(밀턴 프리드먼)와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를 추천했다. 두 후보가 고른 책들은 후보 개인 및 해당 진영의 색깔, 방향성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이 후보가 추천한 ‘눈 떠보니 선진국’은 우리 사회가 양적 성장 위주 사고에서 벗어나 ‘신뢰 자본’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고,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는 19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도시 빈민 문제를 다뤘다. 가난했던 이 후보의 마음이 투영됐다. 능력주의의 결함을 지적한 ‘공정하다는 착각’은 공정과 능력주의를 내세운 국민의힘에 반박하는 성격이 강하다. 윤 후보의 ‘선택할 자유’는 시장에 규제를 가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발한 책으로 규제 일변도인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읽힌다. ‘자유론’은 개인은 오직 타인과 관련된 부분에서만 사회에 책임을 진다는 자유주의의 바이블 격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도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인센티브를 보장하는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고 진단한다. 다분히 지지층을 의식한 책 선정으로 방향은 다르지만 두 후보 모두 경제·사회와 관련해 나름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다만 더 큰 틀에서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이나 역사에 대한 고찰이 담긴 책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은 아쉽다.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을 다룬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나 전쟁을 정치의 연속성에서 이해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 같은 고전은 차치하고서라도 헨리 키신저의 ‘세계 질서’나 존 미어샤이머의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등 세계질서 속에서 한국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책들도 많다. 대통령 자리는 경기도지사나 검찰총장과는 다르다. 변화하는 국제정치 환경을 인식하고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 합리적 선택을 하는 지혜와 용기를 갖춰야 한다. 특정 독트린에 빠지지 않고 창의력을 적용할 지성적 용기를 기르려면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두 후보가 각각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외교’나 ‘한반도 비핵화 및 한미동맹 강화’를 내세웠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네거티브 공방이 대선을 뒤덮었기 때문일 테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당장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선 이후라도 국제정치 서적에 대한 일독을 권하고 싶다.
  • [STOP PUTIN] “우크라 전쟁으로 비료값 폭등, 식량난과 기근·소요 촉발할 수”

    [STOP PUTIN] “우크라 전쟁으로 비료값 폭등, 식량난과 기근·소요 촉발할 수”

    세계 최대의 미네랄비료 업체인 야라 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세계 식량 공급망에 충격이 가해져 식량 값 폭등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르웨이에 본사가 있고, 한국을 비롯해 60여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야라 인터내셔널은 러시아에 상당한 양의 원자재를 의존하고 있는데 이미 가스 도매가 상승 때문에 비료값이 폭등한 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이 가격 폭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스베인 토레 홀세더 회장은 7일 영국 BBC 인터뷰를 통해 “시시각각 상황이 바뀌고 있다”며 “전쟁 전부터 상황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공급망 교란까지 겹쳤다. 북반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는데 비료 수요가 급변해 아마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농업과 식량에 가장 큰 생산국이다. 러시아는 동시에 식물과 곡물이 자라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칼륨과 인산염 등을 엄청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홀세더 회장은 “세계 인구의 절반은 비료 덕에 먹거리를 얻는다. 해서 몇몇 작물 경작지에서 비료가 사라지면 소출은 50% 줄게 된다”면서 “내게는 글로벌 식량위기로 나아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이 위기가 얼마나 크게 올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야라 사무실에도 미사일이 날아왔는데 다행히 11명의 직원이 부상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아직까지 러시아를 겨냥한 서방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선적 일정 등이 엉크러져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BBC 인터뷰를 마친 몇 시간 뒤 러시아 정부가 비료 수출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홀세더 회장은 유럽 식품 생산에 쓰이는 주재료 가운데 4분의 1정도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 기사가 뜨기 전에 “우리는 추가로 확보할 공급처들을 찾고 있지만 시간이 빠듯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이동 때문에 농민들과 생산성이 낮은 경작지들에게 더 큰 비용을 불러와 결국 식품값 폭등을 불러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원자재 말고도 질산염 비료 생산에 중요한 암모니아를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가 들어간다. 야라 인터내셔널은 유럽 공장에 제공할 천연가스를 러시아의 공급에 의지하고 있다. 지난해 가스 도매가가 급등해 유럽 생산량의 40%정도를 일시적으로 생산 중단한 일이 있었다. 다른 생산업체들도 공급량을 줄였다. 선적 운임이 치솟고, 마찬가지로 칼륨 공급원인 벨라루스도 제재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지난해 비료 값이 무섭게 올랐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날마다 평가를 하고 있지만 조금 더 폐쇄하는 것을 논의해야 하는지 말하긴 이르다고 했다. 아울러 결정적인 포인트에 이를 때까지 계속 생산하는 일을 “아주 강한 의무”로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홀세더 회장은 세계는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식량 생산에 있어 러시아 의존도를 낮춰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우리는 경작을 포기하지 않는 농민들에게 비료가 흘러갈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강한 대응도 있어야 한다. 우리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딜레마이긴 한데, 솔직히 아주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음을 규탄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인구증가는 팬데믹이 덮치기 전부터 글로벌 식량생산 시스템이 직면한 어려움으로 인식됐다. 홀세더 회장은 전쟁이야말로 “재앙 중의 재앙”이라며 지금은 이 정도 충격으로도 글로벌 먹거리 공급망이 흔들릴 정도로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 가난한 나라일수록 식량 안보에 불안정이 심화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2년 동안 5억명 이상이 굶주린 채 잠자리에 들었음과 함께 이제 진짜 걱정할 일의 맨처음에 기근이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흑해 연안은 세계적인 곡물 생산지이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두 나라는 세계 상위 5대 곡물 수출국으로, 세계 총 칼로리의 약 12%가 이들 지역에서 나온다. 2018~2020년 기준 전 세계 밀의 34%, 보리의 26.8%, 옥수수의 17.4%가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해바라기씨유는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생산의 49.6%를 담당한다. 이 지역의 곡물은 흑해를 거쳐 전 세계로 수출되는데 러시아 침공 이후 곡물 운송은 일체 중단됐다. 마리우폴은 이미 러시아군의 수중에 들어갔고, 최고의 물동항 오데사는 러시아군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터키, 이집트 등 우크라이나 곡물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집트는 2020년 기준 식량의 86%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예멘의 식량구호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밀의 절반은 우크라이나산이다. 빈곤국에 분배할 곡물과 식량을 조달하는 WFP는 지난해 140만톤의 밀을 구입했으며 그 중 70%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나왔다. 이들 지역에서는 식량위기가 정국 불안이나 소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09년 곡물가격 급등은 2010년 튀니지, 이집트 등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아랍의 봄)의 방아쇠를 당겼다. 2007~2008년 호주의 흉작으로 세계 밀 가격이 급등했을 때 코트디부아르 등 40개국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 “우크라이나 여자는 가난해서 쉬워” 망언 날린 브라질 의원의 최후

    “우크라이나 여자는 가난해서 쉬워” 망언 날린 브라질 의원의 최후

    우크라이나 여성들에 대해 외설적 망언을 한 현역 브라질 의원이 파문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공개 사과하고 주지사 도전을 포기했다. 브라질 하원 아르투르 두바이는 5일(이하 현지시간) "(언론이 공개한) 음성메시지의 목소리는 나의 것이 틀림없다"며 상파울로 주지사선거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발언이 외설적이고, (여성에 대해) 성차별적이었다. 유권자들이 내게 기대했던 건 이런 게 아닌데 철부지처럼 실수를 저질렀다"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인 4일 브라질 언론은 두바이 의원의 모바일메신저 단체방 음성메시지 파일을 입수, 보도했다. 함께 축구를 즐기는 친구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단체방에 그가 남긴 음성메시지에는 외설적이고 성차별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며 최근 우크라이나를 다녀온 그는 음성메시지에서 "우크라이나 여자들은 쉽다. 가난한 여자들이라 그렇다"고 주장했다. 돈만 주면 얼마든지 우크라이나 여자들과 연애를 즐길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여경들에 대해 "여신이 따로 없다"고 외모 평가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너무 아름다워)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다시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부적절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전쟁을 피해 피난길에 오른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클럽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브라질 청년들 같다"고 비유했다. 음성메시지가 공개되자 브라질 각계각층에선 비판이 빗발쳤다. 브라질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상무관 회견을 통해 "두바이 의원의 발언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며 "(전쟁 중인) 지금의 상황에선, 특히 피난민에 대한 발언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고 규탄했다. 두바이 의원의 소속 정당인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어)'도 징계를 예고했다. 당대표 레나타 아브레우는 "매우 심각하고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한 두바이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포데모스의 대통령후보 직을 노리고 있는 중견 정치인 세르지오 모로는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이라면 범죄로 보는 게 맞다"며 "이런 사람을 주지사 후보로 세울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판이 쇄도하자 두바이 의원은 "상파울로 주지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용서를 구했다. 그는 "(음성메시지의 내용은 내가 봐도) 매우 유감스럽다"며 "브라질 여성에게나 우크라이나 여성에게나 하지 않았어야 하는 말을 했다. 용서를 구한다"고 사죄했다.
  • 너른 엄마 품 같은 한 자 한 자… 무자비한 세상에 헤진 마음 기대다 [작가의 땅]

    너른 엄마 품 같은 한 자 한 자… 무자비한 세상에 헤진 마음 기대다 [작가의 땅]

    마흔 살에 등단해 맹렬한 글쓰기연이어 가족 잃은 슬픔에도 집필암 투병 중에도 후배 작가 챙기고부의금 받지 말라던 시대의 어른 사후 문학관·문학마을 건립 반대도서관에 세워진 자료실이 유일소설·수필·동화 등 치열한 흔적둘러보기만 해도 마음 놓이는 곳그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스산했던 마음이 놓이는 사람이 있다. 선생께서 동의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와 선생님이라는 호칭에 앞서 ‘엄마’가 놓이는 것은 그의 너른 품과 손맛 그리고 그가 쓴 문장의 힘에 모두들 기대어 산 덕분이 아닐까. 선생에게 천둥벌거숭이 같은 이들과 무자비한 세상을 향해서 날카로운 문장으로 단도리를 해 주던 큰엄마 같은 느낌을 갖는 것은 비단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소설을 누군가의 슬하에 놓아두어야 한다면 최소한 한국 문학의 자리에서 그 주인은 ‘박완서’다. 나는 입때껏 그리 믿고 읽고 써 왔다. 이 또한 나만의 일일까.소설가 박완서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 청교면 박적골에서 1남 1녀 중 둘째로 출생했다. 세 살 무렵에 아버지를 여의었지만 조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선생은 훗날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할아버지가 손녀와 집안 사람들의 창씨개명을 허락하지 않았던 까닭에 ‘박완서’라는 이름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딸을 사대문 안의 좋은 학교에 보내고자 했던 어머니의 교육열 덕분에 개성에서 경성으로 이사를 했다. 숙명고등여학교에 입학했지만 일본의 소개령으로 인하여 개성으로 이사한 후에 호수돈고등여학교로 전학을 갔다. 개성에서 해방을 맞았고, 서울로 돌아와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1950년 6월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지만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6·25전쟁이 발발한다. 스무 살의 박완서는 전쟁 중에 숙부와 오빠, 올케를 잃는다. 어린 조카와 어머니를 책임져야 했기에 학업에 복귀하는 대신 미8군의 PX 초상화 부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미군들의 초상화를 그려 주던 박수근 화백을 만나게 되고 이는 훗날 등단작 ‘나목’의 주요 모티프가 된다. 선생은 그곳에서 일하는 것을 그다지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았지만 졸지에 가장이 된 처지였던 터라 생계를 위해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후에 서울의 동화백화점으로 자리를 옮겨 일하다가 그곳에서 만난 측량기사와 결혼을 한다. 1남 4녀의 자식을 둔 채로 ‘엄마’와 ‘아내’의 역할에 충실하던 중에 1968년에 열린 박수근 유작전을 보고 그와 함께 일을 했던 때의 이야기를 쓴 수필을 소설로 개작해 ‘신동아’ 장편소설에 응모를 한다. 첫 소설 집필작으로 당선이 된 선생은 그때의 소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중략) 자꾸 쓰다가 빗나가면서 내가 상상한 걸 보탤 적이 있어요. 그럴 때는 즐겁게 써져요. 원고지에다가 쓸 때니까 하루 대여섯 장만 써야지 했는데, 20장도 써지는 날이 있어. 보면 내가 막 보태는 거야. 그 다음날 계속해서 쓰려고 어제 거 읽어 보면, 이건 아닌 거예요. 진짜만 추리고 나면 뼈대만 남고. 말보다는 거짓말을 보태니까 잘 써진다 싶어요. 거짓말을 시키는 게 내 소질이라는 걸 느꼈어요. 그때는 생각도 못했지만, 쪼끔 어려운 말로 하면 상상력이죠. 사실에다 상상력을 보태야지 사실의 뼈대만 갖고 쓰는 건 난 도저히 재미가 없구나.”(박완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나이 마흔의 늦깎이 등단이었다. 그 이후의 엄청난 창작열은 데뷔하던 해 작가의 나이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 준 셈이다. 선생은 끝까지 현역 작가로 살다 가겠다는 뜻을 품었고, 마침내 이루어 내었다. 그의 작품에 대해 문학평론가 서영채는 이렇게 말했다. “늦깎이들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보여요. 일단 냉정하고 현실적이에요. 문인이기 때문에 삐딱함이나 낭만이 없을 수 없지만, 세상과 삶을 보는 방식에는 낭만기가 없어요. 냉정하죠. 냉소적이기도 하고요. 젊지 않은 나이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양상은 다르지만, 늦깎이가 지니는 맹렬함 같은 것도 보여요.”(서영채, ‘왜 읽는가’에서) 그야말로 맹렬하게 써 내려갔다. 왕성하다는 말로도 부족함이 있다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어쩌면 서영채의 말대로 ‘냉정하고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작가로서의 시간을 엄마의 시간에서 떼어 내 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등단 이후에도 작가와 엄마의 역할을 매우 충실하게 해 나갔던 터라 집안은 평화로웠고 작가로서의 치열함은 매해 출간되는 작품집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했다. 그러나 1988년 5월에 암투병을 하던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마취과 레지던트로 근무하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는 일이 벌어진다. 연이어 가족을 잃은 선생은 심한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부산의 분도 수녀원에 요양을 하러 내려가기도 했다. 도저히 회복될 것 같지 않던 아픔 속에서도 선생은 다시 글을 써 내려갔다. 그 당시의 심정을 수필집 ‘한 말씀만 하소서’에 토로했다. “걔는 또 앞으로 할 일이 많은 젊은 의사였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가시다니요. 하느님 당신도 실수를 하는군요. 그럼 하느님도 아니지요. (중략) 행복했을 때는 아침이 좋았는데 요샌 정반대다. 내 앞에 펼쳐진 긴긴 하루를 살아낼 생각이 지겹도록 아득하게 느껴진다. 시시때때로 탈진하도록 실컷 울면 그동안이라도 시간을 주름잡을 수가 있는데 그것도 용납 안 되는 하루 동안이란 얼마나 가혹한 형벌인가.”(‘한 말씀만 하소서’에서)부산 수녀원을 나와서 미국에 살던 딸네 집으로 갔던 선생은 머지않아 서울로 돌아와서 중단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전과 다름없이 꾸준히 작품을 생산해 내었고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1년 별세 후에는 보관문화훈장에 추서됐다. 우스갯소리로 ‘박완서 선생이 타지 못한 문학상은 젊은작가상밖에 없다’는 말을 할 수도 있을 만큼 현존하는 문학상을 거의 다 수상했다. 수상하지 못한 젊은작가상은 ‘심사’를 하다가 돌아가셨으니 어느 정도 연관은 있게 된 셈은 아닌가. 선생은 암 투병은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젊은 후배들의 작품을 읽었다. 새로운 영화를 보는 것도 즐겼고 간간이 후배들을 만나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이었다고. 등 뒤에 서 있는 이들에 대한 촉을 놓지 않으려는 어른의 배려를 받은 작가들은 그 시간을 더할 나위 없이 그립다고들 한다. 해마다 쏟아낸 작품의 종수와 그의 빼어남은 육신의 나이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선생께서 세상을 뜨셨을 적에 오죽하면 ‘우리는 원로 작가 한 분을 떠나보낸 게 아니라 당대의 가장 젊은 작가 하나를 잃었다’(문학평론가 신형철)고 했을까. 게다가 소설을 읽고 쓰는 사람치고 박완서 선생의 글을 곁에 두지 않았던 이가 있을까. 다작이면서도 빼어난 작품들을 스스럼없이 써내는 선생을 귀감으로 삼는 후배 작가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한 사람으로서도, 소설가로서도 모든 것을 알고 읽고 있는 듯하던 선생은 자신의 삶에 대해 이렇게 돌아보았다.“돌이켜보면 내가 살아낸 세상은 연륜으로도, 머리로도, 사랑으로도, 상식으로도 이해 못 할 것 천지였다.”(‘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중에서) 다른 이도 아닌 ‘박완서’의 말이었기에 더 수긍이 가고 또 그의 수백 편의 소설들 덕분에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들이기도 하다. 병석에서 후배들의 병문안을 극구 사양하고, 별세하기 전에는 가난한 후배 문인들에게 절대로 부의금을 받지 말라는 말을 남겼던 시대의 어른. 미처 다 읽지 못한 ‘젊은작가상 심사 원고’가 선생의 곁에 놓여 있었다는 병실의 풍경은 너무도 많이 되뇐 탓인지 보지 않았는데도 마치 본 것 같다. “한국 문단에 박완서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여성 작가들에게 얼마나 든든한 희망이었는지 선생님은 아실까요. (중략) 선생님만큼 오랫동안 쓰고 싶다는 바람을 가슴에 품은 후배 작가들이 저 말고도 참 많습니다.”(소설가 정이현의 편지 중에서) 너른 품으로 감싸 안아 줬던 후배들이 많았다고 한다. 어른 아니 엄마의 자리에 있던 선생의 부음을 들었을 문단과 독자들의 상실감은 아직도 너무 크다. 선생이 기거하던 경기 구리시 아치울 마을의 노란 집에는 아직도 가족들이 살고 있다. 자신의 사후에 집이 문학관이나 문학마을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박완서의 이름이나 유물의 전시가 아닌 오로지 작품으로만 후대에게 기억되고 싶다는 작가의 유지였지만 작가 박완서를 기리는 후대의 갈망은 더 컸던 모양이다. 구리시에서 문학관 건립을 승인했고 착수 절차에 돌입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무산됐다. 그리하여 2009년 인창도서관에서 문을 연 박완서 자료실이 현존하는 유일한 박완서의 기념관인 셈이다. 박완서 자료실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띈 것은 서울대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 선생의 모습이었다. 전쟁통에 그만둔 학교에서 훗날 문학박사 학위 수여식을 열기까지 선생의 삶의 면면들이 한눈에 펼쳐진 공간이기도 했다. 소설, 수필, 동화에 이르기까지 선생이 엄혹할 정도로 치열하게 썼던 흔적이 모여 있는 곳이다. 자료실 곳곳에 놓인 선생의 사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마음이 놓이는 장소였다. 다시 한번 선생의 소설을 펼쳐 보고 싶어지는 공간이었달까. 한 작가의 자료를 모아 둔 곳이 꼭 그가 살던 터는 아니어도 될 것이다. 그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마음 한자리에 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새겨 놓은 공간을 마련해 둔 것이니. 게다가 그 작가가 박완서라면 살아가는 내내 마음이 무너지고 다리가 꺾일 때마다 자신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는 든든한 의자 하나 마련한 것과도 같을 터이다.우리에게는 박완서가 있었다. 손맛 좋아 밥을 두 공기씩 먹게 만들고 이야기를 잘 들려주어 밤마다 채근하듯이 그의 곁으로 모이게끔 하는. 그리고 이제 우리에게는 박완서의 소설이 남았다. 종종 선생께서 돌아가셨다고 느껴지지 않는 것도 어쩌면 그가 쓴 소설의 힘이 아닌가. 소설이라는 집의 가장 첫 번째 주인 같은 박완서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그가 만든 소설 속에서 상처받고 헤진 마음을 놓아두어도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엄마의 품에서는 그래도 된다. 소설가 이은선
  • [여기는 베트남] 19년간 죽은 아내 못 잊어 유골 담은 ‘석고인형’ 안고 자는 남편

    [여기는 베트남] 19년간 죽은 아내 못 잊어 유골 담은 ‘석고인형’ 안고 자는 남편

    죽은 아내를 못 잊어 아내의 유골에 석고를 입혀 19년간 한 침대에서 생활하는 베트남 남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베트남 현지 언론 단트리는 꽝남성 탕빈군 하람 지역에 살고 있는 68세 르반 씨가 지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죽은 아내의 유골을 석고 인형으로 만들어 함께 살고 있다고 전했다. 르반 씨는 지난 1975년 소개로 만난 아내와 결혼한 뒤 7명의 자녀를 낳았다. 비록 가난으로 삶은 고단했지만, 따뜻한 온기와 웃음이 가득한 행복한 삶이었다. 하지만 2003년 2월, 타지에서 일을 하던 르반 씨는 갑작스러운 아내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급히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아내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고 아내의 마지막 모습을 오래도록 지켜볼 새도 없이 장례가 치러졌다. 아내의 시신을 땅에 묻은 뒤 르반 씨는 도무지 잠을 잘 수 없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무덤가에서 잠들기 일쑤였다. 이렇게 20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무덤가에서 지내던 그는 급기야 아내의 무덤에 굴을 파서 아내와 함께 지낼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자식들에게 계획이 들통나면서 무덤에서 잠자는 것은‘금지 사항’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의 아내를 향한 그리움은 더 커져만 갔고, 결국 대담한 계획을 세우게 됐다. 2004년 11월의 깊은 밤, 그는 아내의 무덤을 파서 시신을 꺼내왔다. 아내의 체형과 똑같은 크기의 석고상을 만들어 그 안에 아내의 시신을 넣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죽은 아내의 ‘석고 인형’을 애지중지 아꼈다. 옷을 입히고, 화장을 시키고, 매니큐어를 발라 안방 침대 위에 눕혔다. 하지만 부친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알게 된 자식들은 불같이 화를 내며 모친의 시신을 다시 매장할 것을 요구했다. 주변에서도 그의 ‘기이한 행각’을 질타했고, 지방 당국도 아내를 다시 매장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르반 씨는 요지부동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내를 데려갈 수 없다”면서 완강히 버텼고, 결국 모두가 그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19년, 처음에는 ‘미친 짓’이라던 주변 사람들도 이제는 그의 모습에 익숙해졌다고 한다. 여전히 아내를 사랑한다는 그는 “(아내에게) 충실한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 페더러 꺾었던 우크라 선수, 라켓 대신 총 들었다

    페더러 꺾었던 우크라 선수, 라켓 대신 총 들었다

    우크라이나 출신 테니스 스타 세르게이 스타코프스키(36)가 참전을 위해 귀국, 수도를 지키는 국토방위군에 합류했다. 그는 평생 테니스 라켓만 잡았고, 총은 단 한번도 쥐어본 적도 없다고 고백했다. CNN은 3일(현지시간) “스타코프스키는 아내와 세 자녀를 헝가리에 있는 자택에 남겨두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현재 스타코프스키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지키는 국토방위군이다”라고 보도했다. 가족들과 두바이에서 휴가를 즐기던 스타코프스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참전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아이들을 위해 조국을 구하는 것이 목표”라며 입대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저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제 조부모님은 이곳에 묻혀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할 역사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해방시켜주길 바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가지고 있다. 러시아는 절망과 가난을 주려고 한다“고 푸틴을 겨냥했다. 스타코프스키는 “내게는 아내와 세 아이가 있다. 집에 있다면 우크라이나로 돌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텐데 여기 있으니 집을 떠나온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든다”고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스타코프스키는 “지금껏 군대 경험은 한 번도 없지만, 나는 온 몸을 바쳐 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코프스키는 지난 1월 호주 오픈을 끝으로 18년간 선수 생활을 끝냈다. 최고 세계 31위(단식)까지 올랐던 스타코프스키는 현역 시절 세계 1위 선수인 로저 페더러를 꺾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 “10대에 공장일로 팔장애…” 美 타임지, 이재명 단독 인터뷰

    “10대에 공장일로 팔장애…” 美 타임지, 이재명 단독 인터뷰

    미국의 유력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자신의 어린시절이 나라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 한국의 대통령 후보”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인터뷰 기사를 3일자 온라인판에 실었다. 타임은 이재명 후보가 가난한 농가의 가정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부터 공장에서 일하며 장애를 입는 등 불우했던 성장 과정에 대해 상세히 전했다. 매체는 “가난한 가정 7남매의 다섯째로 태어난 이재명은 초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왕복 10마일(16km)을 걸어다녔다. 학교의 작은 도서관은 그에게 안식처였다. 10대 초반 학교를 떠나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임금체불과 팔에 장애를 입었다”라고 말했다. 매체는 “이른 시기 이같은 고통은 이재명의 시야를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의로 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라며 “어떤 사람도 나와 같은 삶을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이 후보의 인터뷰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단호한 대처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라고도 했다. 아울러 매체는 “이 후보의 자수성가 이야기는 한국의 역사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이후 많은 국민들이 사망했음에도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을 자랑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거지다. 음식, 드라마, 영화, 음악을 포함한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추종자들을 끌어 모았다”라고 서술했다. 타임은 경쟁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는 “인터뷰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4일 “타임지는 지난 16대부터 19대까지 역대 대선에서 당시 후보자 신분이었던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단독 인터뷰를 게재해 한국 대통령 당선인 예측에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고 설명하며 “이에 따라 타임지가 이 후보를 단독 보도한 점으로 볼 때 워싱턴 등 미국 정가가 그를 한국의 가장 유력한 대통령 당선인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 여야 대선후보가 꼽은 ‘인생책’…이재명 ‘눈 떠보니 선진국’, 윤석열 ‘선택할 자유’

    여야 대선후보가 꼽은 ‘인생책’…이재명 ‘눈 떠보니 선진국’, 윤석열 ‘선택할 자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눈 떠보니 선진국’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선택할 자유’를 ‘인생 책’으로 꼽았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출판인들의 질문을 취합해 각 당 대선후보에게 보낸 뒤 지난 1일 받은 답변을 공개했다. ‘인생의 책 또는 젊은이들ㅇㅔ게 추천하고 싶은 세 권의 책’에 여야 대선후보는 각각 세 권의 책을 꼽았다.이 후보는 ‘눈 떠보니 선진국’에 대해 “이전엔 우리보다 나은 나라의 사례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지만 이제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길잡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면서 “이 책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던져주고 있어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기에 아주 훌륭한 책”이라 소개했다. 이어 광주대단지사건을 다룬 소설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를 들어 “처참할 만큼 바닥 인생을 살고 있던 주인공의 모습에서 어린시절의 저와 제 가족이 아주 선명하게 생각난다”면서 “가난이 반복되고, 그러면서 사람을 불신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읽으면서 제가 힘이 없고 약한 누군가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처음 시간을 다시 떠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되어도 그 첫마음을 잊어선 안 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 책으로는 마이클 샌덜이 능력주의를 비판한 ‘공정하다는 착각’을 언급했다. 이 후보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법치와 제도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연대정신이 좀더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연대의 정신은 능력주의를 넘어 개개인의 노력에 마땅한 성취와 보상이 얻어질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하기만 해선 아무것도 아니다. 공정하면서도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 후보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필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았다. 윤 후보는 ‘자유보다 평등을 앞세우는 사회는 평등과 자유, 어느 쪽도 얻지 못한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이 책은 신자유주의 경제 이론서이기도 하지만 규제를 가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고발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검사로 있으면서 무엇인가 단속을 하라거나 혹은 수사권을 행사할 때, 그게 과연 국가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항상 의문을 가졌다”면서 “검찰 상부의 지시를 이행하기에 앞서 ‘이게 과연 국가 공권력이 할 일인지 해선 안 될 일인지’ 생각했고, 그런 의문에 논리적 근거와 이론을 제공해 준 책”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 덕분에 검찰의 가장 강력한 공권력인 수사권과 소추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또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두고 “법대 진학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가 된 책”이라고 말했다.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강제나 통제-법에 따른 물리적 제재 또는 여론의 힘을 통한 도덕적 강권-를 가할 수 있는 경우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 적힌 서문을 거론하며 학창시절 경제학과 진학을 생각했다가 책을 통해 법학으로 진로를 바꾼 경험을 설명했다. 최근 읽은 책으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도 선택했다. 특히 ‘분배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고도 강조했다.
  • [베스트셀러]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종합 47→13위로 ‘역주행’

    [베스트셀러]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종합 47→13위로 ‘역주행’

    지난달 26일 별세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의 메시지가 담긴 책들이 서점가에서 다시 ‘역주행’했다. 4일 교보문고의 2월 넷째 주(2월 23일~3월 1일) 베스트셀러 순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을 인터뷰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지난주 47위에서 34계단 오른 종합 13위를 차지했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여성(63.1%)이 남성(36.9%)보다 많이 구매했고, 특히 40대 여성(21.9%)과 30대 여성(16%)이 많이 찾았다. 이 전 장관의 생전 마지막 책이 된 ‘메멘토모리’와 인터뷰집 ‘이어령, 80년 생각’ 등도 판매가가 상승했다. 2월 넷째 주에도 김호연 작가의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 1위를 지킨 가운데 룰루 밀러의 과학에세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2위로 올랐다. 황보름 작가의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지난주보다 16계단 오른 7위를 기록했다. 동네 서점을 안식처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인물들을 그린 책으로 지난해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불편한 편의점’ 등 ‘힐링’ 한국소설의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2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순위 1. 불편한 편의점(김호연/나무옆의자) 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룰루 밀러/곰출판) 3. 주술회전 18: 열기(아쿠타미 게게/서울미디어코믹스) 4. 세븐 테크(김미경 외/웅진지식하우스) 5.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박근혜/가로세로연구소) 6.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팩토리나인) 7.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황보름/클레이하우스) 8. 윤석열 X파일(열린공감TV/열린공감TV) 9. 센 강의 이름 모를 여인(기욤 뮈소/밝은세상) 10.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로버트 기요사키/민음인)
  • 李, 서울서 “민심의 물결 믿는다”

    李, 서울서 “민심의 물결 믿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3일 “세상에 잔파도는 많지만 민심의 도도한 물결은 파도가 거부할 수 없다. 국민과 역사를 믿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를 ‘잔파도’에 빗대 깎아내리며 “노무현 전 대통령 말씀대로 조직해서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 보신각터 유세에서 “1인 1표의 민주공화국에서,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집단지성이 우리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2030 여성 타깃’으로 진행된 보신각 유세에서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의 역사를 설명하며 “여성들의 한 표 한 표에는 이렇게 많은 이의 희생과 역사의 무게가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귀중한 한 표로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구태 정치, 구태 세력에 확실한 심판을 하겠느냐”며 “평등한 대한민국, 양성평등의 나라 저 이재명이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이후 영등포 타임스퀘어 앞 유세에서 윤·안 단일화를 겨냥한 듯 “왕조시대에도 백성을 두려워했거늘 감히 정치인 몇몇이 이 나라의 운명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초박빙이라고 한다. 열 표 차이로 결정 날지도 모른다고 한다”며 “우리가 한 분 한 분 나서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생각으로,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는 심정’으로 실천하자”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단일화를 이룬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손을 잡고 등장한 후 포옹을 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윤·안 단일화를 “이익에 따른 야합”이라고 규정한 뒤 “저와 이재명 후보는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다. 이재명의 추진력과 김동연의 일머리가 합쳐지면 못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강서 발산역 앞 유세에서는 “뭐 별거 아니다”라며 “우리가 역사를 되돌아봐도 언제나 위기 땐 백성이 국민이 나라를 구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구속시켜 주라”고 하자 이 후보는 “이런 소리 저한테 하지 말라. 잘못하면 정치 보복한다는 소리 나온다”며 웃으면서도 “뿌린 대로 거두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지막 유세지인 금천에서는 “국민 누구도 가난함 때문에 비참함을 느끼지 않고, 아프고 병들어도 곤란하지 않고, 나이 들고 약해져도 외롭지 않고 내가 사는 사회가 안전하다, 국가가 마지막 순간에는 나를 지켜 줄 것이다, 이런 세상을 만드는 게 저의 꿈”이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의 발언 후 지지자들은 “이재명 후보가 가는 길에 국민이 불빛이 돼 주겠다”며 휴대전화 플래시를 비췄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이런 소망/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정은귀의 詩와 視線] 이런 소망/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에이즈 걸린 대통령동성애 부통령건강보험 없는 이가대통령이 되면 좋겠다.유독성 폐기물 동네에서 자라백혈병에 걸려야 했던 이가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병원에서, 복지부 사무실에서줄 서본 경험이 있는 자, 실직자,명퇴자, 성희롱 당해본 자,추방당해 본 자를 원한다. ―조이 레너드, ‘나는 이런 대통령을 원한다’ 중에서 미국의 미술가이자 인권운동가 조이 레너드가 1992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뉴욕 맨해튼의 하이라인 공원에 큼지막하게 설치한 선언문의 일부다. 그때 레너드는 갓 서른 넘은 나이, 당시 레즈비언 대통령 후보로 나온 아일린 마일스를 지지하는 글이었다. 지금 읽어도 매우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시가 30년 전에 나왔다. 지금도 이게 놀라운 건 아직도 약자들이 억압받는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어서다. 개인뿐 아니라 국가도 마찬가지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레너드의 급진적인 목소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이들의 눈을 뜨게 한다. 레너드가 실제로 원한 건 이것이지 않을까. 중심이 아닌 주변부에 서 본 이, 밑바닥을 경험해 본 이, 생존을 위해 울어 본 적 있는 이, 부당한 탄압을 받아 본 이가 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고. 인종이나 성, 계급적 차원에서 겪을 수 있는 치욕을 어느 정도 알고 또 그걸 이겨 낸 자의 시선이 중요하다고. 왜 그런가.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논리나 학습이 아닌 경험으로 아는 이가 지도자가 돼야 이 세계를 좀 낫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을 원하는가. 나는 평화를 지향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청년, 노동자, 노약자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 빈부 격차와 불평등을 줄이는 실천력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 레너드의 선언문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나는 흑인 여성 대통령을 원한다. 충치가 있는 이, 병원 밥을 먹어 본 이, 옷도 바꿔 입어 보고, 마약도 해 보고 재활도 받아 본 이를 원한다. 시민불복종을 해 본 이를 원한다. 그런데 왜 이게 불가능한지 궁금하다. 왜 대통령은 늘 광대이며, 남자여야 한다고 어디서 배웠는지 궁금하다. 창녀가 되면 왜 안 되는지. 노동자면 왜 안 되고 대장이어야 하는지, 늘 거짓말을 하고 도둑질을 하지만 한 번도 붙잡힌 적 없는 이가 대통령이라고 배웠는지 궁금하다.” 이 시는 얼핏 분노와 화로 가득한 시선으로 읽히지만, 실은 예리한 질문의 시선이자 사랑과 포용의 시선이다. 전쟁이다 뭐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세계에서 우리에게도 대선이 코앞이다. 각자는 자기 지향대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것이다. 우린 누구나 어느 순간 억울한 일도 당하고 몸도 아프고 늙어 가고 약해진다는 걸 잘 안다. 사회적, 경제적 특권을 누리는 쪽이 계속 특권을 누리기보다는 소외되고 비참한 이들이 덜 가난하고 덜 소외되는 세상을 꿈꾼다면, 이를 실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것이다.
  • 스위스·스웨덴도 러에 등 돌려… 새 국제질서는 확실한 선택 요구한다 [2022 쟁점 분석]

    스위스·스웨덴도 러에 등 돌려… 새 국제질서는 확실한 선택 요구한다 [2022 쟁점 분석]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유럽에서의 국가 간 정규전이 2022년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2021년 내내 지속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압력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경향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시도에 대한 압력 정도로 간주했을 뿐 실제로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나설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 군사적 위협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러시아가 실제 군사적 행동에 나서더라도 과거 크림반도 병합과 마찬가지로 친러시아 세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 대한 점령 정도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시나리오상에서만 존재하던 전면적 침공을 지난달 24일 단행했다.●동유럽이라는 완충지 지키려는 러 압도적 전력 차이로 조기에 마무리될 것 같은 러시아의 침공은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반격, 그리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단호한 대응으로 인해 의외로 길어지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우크라이나의 저항 속에서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와 장비 지원을 본격화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점차 러시아와 서방의 대리전 성격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비극은 본질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위치와 역사적 경험에 기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영토를 자랑하는 러시아지만 유럽 중부지역부터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평원이라는 지리적 조건은 언제나 러시아 지도자들에게 두려움을 가져왔다. 나폴레옹, 그리고 히틀러의 침공은 이러한 두려움을 더욱 고착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탈린은 최대한 완충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국경선을 조정하고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다. 우크라이나 서남부 국경선이 카르파티아산맥 안쪽으로 길게 이어져 도나우 평원 일부까지 뻗어 있고 도나우강이 흑해로 흘러 들어가는 하구가 우크라이나 영토가 된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소련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폴란드 동쪽 영토였던 르부프(현재 우크라이나 리비우), 빌니우스(현재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등을 모두 자국의 영토로 만들고 대신 폴란드에 독일 영토였던 슈테틴(슈체친), 브레슬라우(브로츠와프), 단치히(그단스크) 등을 넘겨주었다. 완충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경선이 현재 유럽의 국경선이 된 것이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폴란드를 비롯한 구 동유럽 국가들의 유럽연합(EU) 및 나토 가입, 그리고 이 지역에서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설치 등은 러시아에 완충지역 상실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서측으로부터의 위협을 본격적으로 느끼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서방으로부터의 이탈은 러시아에 전략적 과제로 대두됐다.●크림 합병이 키운 우크라 저항의지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이후 자신들의 독자성을 강화해 왔다. 20세기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에 대해 여러 차례 자행됐던 대규모 숙청, 기아 유발을 통한 대량 학살의 기억은 우크라이나 국민들로 하여금 러시아로부터의 분리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독립 이후 체제 전환 과정에서 부패한 재벌세력인 올리가르히와 이들과 결탁한 정치세력은 우크라이나를 무기력하고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도탄에 빠진 국정 앞에서 밝고 공명정대하며 이성적이면서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외침은 한층 거세졌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EU가 표방하는 가치는 우크라이나가 나아가야 할 방안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마침내 국민들은 이에 저항하는 정치세력들을 힘으로 퇴출시켰다. 2004년의 오렌지 혁명,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는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합병에 이어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의 분리주의 반란과 8년 가까이 이어진 무력 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 정체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인식변화 과정에서 이루어진 러시아의 전면적 침공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스스로를 지키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민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출시키는 계기가 됐고, 이는 강력한 저항의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누구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일을 짧은 시간에 현실로 만들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의 축출, 러시아 항공기의 EU 영공 통과 불허, 러시아 핵심 인사들의 자산동결 등이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더이상 러시아에 대한 입장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유럽 내 국가 간의 대립과 갈등은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냉전 이후 존재 가치를 의심받던 나토는 러시아 침공 이후 확실한 안보 공동체로 인정받게 됐으며, 유럽 각국은 그동안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머뭇거렸던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국가이면서도 친러시아적 성향을 보여 오던 독일은 근본적인 상황의 변화가 발생했다는 선언과 더불어 1000억 유로에 이르는 대규모 군비투자를 통한 국방력 재건에 나섰다. 중립국으로 존재하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진지하게 나토 가입을 고려하게 만들었으며, 스웨덴은 무려 80년 만에 외국에 대한 무기지원을 결정했다. 심지어 냉전 시절에도 중립국의 역할을 지켜 온 스위스 역시 EU의 러시아에 대한 모든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짧은 시간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가능했던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이 공유하고 있던 일방적인 타국에 대한 침공 금지와 현존 국경선의 유지라는 근본적인 질서와 규범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한국의 선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단순한 국가 간의 분쟁과 대립을 넘어서 1990년 냉전 종식 이후 30여년간 유지돼 왔던 국제질서가 붕괴했음을 극적으로 보여 준 사례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 향후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될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세계는 결코 2022년 2월 24일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게 됐다. 자국의 손해와 피해를 감수한 제재가 합리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게 됐고, 중간적인 입장 유지는 양측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는 당분간 제재에 굴복하지 않고 맞설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국제금융망과 각종 산업 공급망의 분리와 단절은 지속될 것이며, 동유럽을 중심으로 한 군사적 대립 역시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변화한 상황에 맞춰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대화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해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미국과 유럽의 대응이 자국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면서 전체적인 전략을 보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 이 기회를 통해 북방 4개 도서에 대한 자국 영유권 주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적 관점을 우선시하면서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곤 했다. 그러나 급속히 커진 경제적 규모와 영향력, 소프트파워의 향상 등에 힘입어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나라가 되면서 더는 과거와 같은 접근이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가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윤석열 “‘조카 살인 변호’ 이재명, 女인권 짓밟으며 페미니즘 운운”…李 “페미니즘과 무관”(종합)

    윤석열 “‘조카 살인 변호’ 이재명, 女인권 짓밟으며 페미니즘 운운”…李 “페미니즘과 무관”(종합)

    尹 “회칼 난자 흉악범 조카 변호한 李” 비판李 “변호사 자체가 범죄자 변호… 제 부족”대장동 사건에 李 “누가 진짜 몸통인지 보자”尹 “거짓말의 달인이라 못하는 말이 없네”박빙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일 마지막 TV 토론에서 이 후보의 변호사 시절 여자친구과 어머니를 잔인하게 살해한 ‘조카 살인사건 변호’를 놓고 서로 언성을 높였다.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여자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조카를 변호하면서도 페미니즘을 운운한다”고 비판했고 이에 이 후보는 “변호사 직업 자체가 범죄인을 변호하는 일로 페미니즘과는 상관 없다”고 받아쳤다. 두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놓고도 고성이 오가는 난타전을 벌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좌초된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양강’ 후보에게 동시에 견제구를 날렸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양강’ 후보의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이 허구라는 점을 거듭 비판했다. 李 “페미니즘과는 상관 없어”尹 “여성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 윤 후보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3차 TV토론에서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문제”라면서 “여러 정책도 중요하지만 자유가 숨 쉬고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품격 있는 나라 국민이 자부심이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돼야 젊은이가 아이를 갖게 되지 않겠냐”고 밝혔다. 윤 후보는 이어 “(이 후보가) 조카가 여자친구와 어머니를 37번 찔러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변호)을 맡아 데이트 폭력, 심신 미약이라고 했다”면서 “딸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회칼로 난자해 살해한 흉악범을 심신미약, 심신상실이라고 변호했다”고 해당 사건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성 인권을 무참히 짓밟으며 페미니즘을 운운한 이분, 이런 분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된다면 과연 젊은이가 아이 낳고 싶은 나라가 되겠느냐”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이 후보는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범죄인을 변호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해도 제 부족함이었다고 생각하고 피해자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윤 후보님”이라고 부른 뒤 “페미니즘과 이것은 상관없다. 변호사의 윤리적 직업과 사회적 책임 두 가지가 충돌한 것이니 분리해 말해달라”고 했다. 윤 후보는 “여성들이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이라고 답했다.尹 “대장동 사건, 국민 우습게 보는 처사”李 “대선 끝나도 대장동 특검해, 동의하나”尹 “이거 보세요, 당연한 걸 왜 여태 안해”李 “왜 확인되지 않은 내 얘기하나” 두 후보는 대장동 개발사업특혜 의혹을 놓고도 격돌했다.  윤 후보는 “대장동 사건을 시장으로서 설계하고 승인했지만, 검찰은 이 수사를 덮었다. 하지만 덮은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장동 사업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과 녹취록 등을 일일이 열거한 뒤 “국민들은 다 안다. 이 후보가 아이 키우고픈 나라를 이야기하고 노동 가치를 이야기하고 나라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건 국민을 우습게, 가볍게 보는 처사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대선이 끝나더라도 특검을 하고, 거기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 당선돼도 책임을 지자. 동의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곧장 “이것 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가 연거푸 “동의하느냐”고 묻자 윤 후보는 다시 “이거 보세요”라고 말하며 후보 간 언성이 높아졌다.윤 후보는 “지금까지 다수당으로서 수사 회피하고. 대선이 국민학교 애들 반장선거인가. 정확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검찰이) 덮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그러니깐 특검하자고요. 왜 동의를 안 하느냐”고 재차 묻자, 윤 후보는 “당연히 수사가 이뤄져야죠. 왜 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안 하고 있었나”라고 받아쳤다. 이 후보는 또 “같은 사람이 한 말인데 ‘윤석열 후보가 내 카드 하나면 죽는다, 바로 구속돼 죽는다’ 이렇게 말한 건 인용을 안 하고 왜 저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는 그렇게 하느냐”면서 “검사를 그렇게 해왔나”라고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제가 중앙지검장 때 법관 수사를 많이 해서 혹시나 법원에 가면 죽는다는 이야기라고 이미 언론에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검찰에서 사건 덮어 여기까지 왔으면 그런 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지, 국민들한테 이게 뭐냐”고 말했다. 이 후보가 “국민 여러분 한번 보십시오. 누가 진짜 몸통인지”라고 하자, 윤 후보는 “거짓말에 워낙 달인이다 보니 못 하는 말씀이 없다”고 응수했다.李 “기본소득, 국가가 책임”尹 “현금성 복지, 엄청난 세금·성장위축” 두 후보는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을 놓고 대립했다. 이 후보는 복지 정책 질문에 “기본소득과 각종 수당을 통해서 최소한의 수당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또 일자리 안전망, 소득 안전망, 돌봄 안전망 등 세 가지 안전망을 강조하고 “유아, 아동, 노인, 장애인, 환자 등을 확실하게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원에 대해선 “재원 마련 방법은 지출 구조조정과 같은 세원 관리로, 탈세를 잡고 자연증가분을 포함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 후보는 “모든 국민이 질병, 실업, 장애, 빈곤 등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 주는 복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초가 되고 또 성장은 복지의 재원이 된다”면서 “성장과 복지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서비스 복지는 현금 복지보다 지속가능한 선순환에 크게 기여한다”면서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보편 복지는 엄청난 재원과 세금이 들어가고 성장을 위축시키는 반면에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이 후보를 겨냥했다.이어 “4차 산업혁명에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해서 도약적인 성장을 시킴과 아울러 복지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면 더욱 큰 선순환을 이루어낼 수 있고 맞춤형 복지 또 사각지대 복지의 제로의 시대를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재원 마련과 관련, “1년에 (1인당) 연 100만원만 해도 50조원이 들어가는데 이걸 가지고 탄소세다, 국토보유세다 해서 증세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성장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기본소득 비판을 자주 하는데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1항에 기본소득 한다고 들어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윤 후보가 “이 후보가 말한 그런 기본소득과는 다르다”고 응수하자, 이 후보는 “‘사과’라고 하면 ‘사과’이지 ‘내가 말한 사과와 다르다’는 것은 이상하다“고 꼬집었다.안철수 “李, 조세부담률 2% 증세 밝혀”이재명 “증세 자체를 할 계획 없다”심상정 “그러면 퍼주기 비판 받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 후보의 공약 이행 재원 마련 방안을 거론하며 “조세 부담률을 2% 인상하는, 그러니까 증세에 근거한 시나리오에 의한 재정 추계”라면서 “앞으로 증세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밝히셨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언론에 보니까 국정공약 300조에서 350조, 지방공약은 아예 예산 추계가 안 나왔는데 감세는 얘기하면서 증세 계획은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이 후보는 “안 후보가 말한 2%는 세율을 올리거나 세목을 만드는 게 아니고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세수가 늘어난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저희는 증세 자체를 할 계획은 없다.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이에 심 후보는 “증세 계획이 없다면 100% 국가 책무로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 그럼 퍼주기 비판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여유 있는 분들, 코로나 때도 돈을 버는 분들에게 더 고통 분담 얘기를 해야 된다. 복지 증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면서 “이 후보가 증세를 얘기하는 저더러 좌파적 관념이라 얘기하고 증세는 자폭행위라고 말씀하실 때 제가 깜짝 놀랐다”면서 “윤 후보한테나 들을 만한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이건 굉장히 비겁하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제가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는데 자꾸 지어내신다”고 부인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고 감세 없는 복지는 사기”라면서 “어려운 재난 시기에 부유층에게 고통을 분담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게 책임정치”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필요하면 증세도 하고 국채 발행도 할 수 있지만, 원칙은 초저성장 시대에 경제를 원활하게 성장시켜야 복지 재원이 많이 산출된다”며 증세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복지 공약 재원 266조원 조달 방안으로 지출구조조정과 자연 세수 증가 등을 제시했다. 그러자 심 후보는 “그거 거짓말이다”라고 언급했고, 윤 후보는 “근거도 없이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응수했다. 심 후보가 “자료를 후보가 내야지”라고 하자, 윤 후보는 “자료도 없이 아무 말이나 하는 데는 아니지 않나”라며 날 선 발언을 했다.安 ‘정신병원 입원 권한 이양’ 공약에尹 “李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安 “수사권 없어 몰라”…李 “경찰이 한 것” 안 후보는 이 후보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방침과 관련, 야구장에서 각자 키가 다른 사람들이 야구를 관람하는 장면을 담은 패널을 꺼낸 뒤 “똑같은 혜택을 주는 산술적 평등보다는 공평, 형평이 더 맞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어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을 배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강’ 후보가 안 후보와 연대 전선을 형성하려는 모습도 포착됐다. 윤 후보는 정신병원 입원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전문가위원회로 넘기는 안 후보의 공약을 놓고 이 후보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과 관련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수사권이 없어서 (사실관계는) 모른다. 이런 문제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약을 냈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중간에 끼어들어 “(강제입원은) 경찰이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와 안 후보는 지방균형 발전 문제를 놓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 바이든 “푸틴은 틀렸다...독재자 침략 대가 받아야”(종합)

    바이든 “푸틴은 틀렸다...독재자 침략 대가 받아야”(종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서방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고 비판했다. 1일(현지시간) 백악관이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을 앞두고 미리 배포한 연설 발췌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의 전쟁은 사전에 계획됐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외교 노력을 거부했다”면서 “그는 서방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대응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은 틀렸다”며 “우리는 준비돼 있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를 통해 독재자가 침략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들이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계속 (혼란을 향해) 움직이고, 미국과 세계에 대한 비용과 위협은 계속 증가한다”며 “이것이 2차 대전 후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나토 동맹이 만들어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서도 “물가와 싸우는 한 방법은 임금을 낮춰 미국인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나는 더 나은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임금이 아닌 비용 절감, 미국 내 더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 생산, 더 많은 상품의 빠르고 값싼 이동 등을 제시한 뒤 “외국의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서 이를 만들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또 “경제학자들은 이를 경제의 생산 능력 증대라고 부르지만 나는 ‘더 나은 미국 만들기’라고 부르겠다”며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내 계획은 여러분의 비용과 적자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 아직 로맨스? 이젠 워맨스!

    아직 로맨스? 이젠 워맨스!

    최근 ‘워맨스‘(우먼과 로맨스를 합친 신조어)가 드라마의 주요 흥행 코드로 떠오르며 여성 서사가 강화되고 있다. 과거 신데렐라콤플렉스나 여성 관계를 적대적으로 풀던 정형화된 서사에서 벗어나 여성의 연대와 성장 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주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 늘어나며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소구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신작 드라마에서도 워맨스는 빠지지 않는다. 지난달 시작한 JTBC ‘서른, 아홉’은 고교 시절부터 20년 넘게 끈끈한 우정을 이어 가는 서른아홉 살 세 여자의 우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달 24일 방송된 4회에서는 미조(손예진)가 미국행을 포기하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찬영(전미도)을 간호하겠다고 선언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절망 속에서도 행복을 찾는 세 친구의 이야기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찍었다. 흥미로운 점은 세 친구의 워맨스를 다룬 영상 클립의 재생 수가 다른 작품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10%대 시청률을 기록 중인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도 두 여성의 우정이 다층적으로 그려지며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펜싱 선수 나희도(김태리)와 고유림(보나)은 겉으로는 경쟁자지만, 랜선에서는 채팅 친구로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한다. 현재는 서로의 존재를 모르지만 후반부에 둘의 관계가 밝혀지며 서로 성장하는 워맨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이 같은 여성 서사의 강세는 지난해 tvN ‘마인’에서 본격화됐다. 동서 사이로 만난 두 여성이 재벌가를 상대로 힘을 합쳐 대항한다는 여성 간 연대를 다뤄 새로운 여성 서사의 등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서현(김서형)과 서희수(이보영)가 보여 준 강인한 여성상은 대중문화계의 워맨스 열풍에 불을 지폈다.지난해 말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도 세 친구의 워맨스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디자이너 영은(송혜교)이 암투병 중인 미숙(박효주)의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기 위해 패션쇼 피날레 무대에 세우고, 미숙이 떠난 뒤 그의 딸을 살뜰히 챙기는 장면은 큰 여운을 남겼다. 이후 워맨스 열풍은 티빙 웹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이 이어받았다. 이 작품은 직장인으로서의 애환은 물론 가족, 이성 관계 등 MZ세대 여성들을 현실적으로 그려 호평을 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주연 배우들이 그대로 등장하는 스핀오프 예능 프로그램 tvN ‘산꾼도시여자들’이 나왔고, 드라마의 경우 시즌2를 기획 중이다.워맨스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4월 방송되는 JTBC ‘그린 마더스 클럽‘은 녹색어머니회를 중심으로 한 엄마들의 워맨스를 다룬다. 김고은, 박지후, 남지현이 출연을 확정한 tvN ‘작은 아씨들’은 가난하지만 우애 있게 자란 세 자매의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오는 9일 시작하는 tvN ‘킬힐’에서 이혜영, 김성령과 호흡을 맞추는 김하늘은 “예전부터 여배우들과 대화하면서 여자들의 감성을 그리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표현도 많고, 여러 감정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하지만 워맨스의 도식적인 활용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혁 CJ ENM CP는 “여성들이 연대해서 공동의 목표를 이루고 함께 성장하는 서사는 기존에 잘 다뤄지지 않아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라면서 “여성 서사에 대한 섬세한 이해 없이 무조건 여러 명의 여성을 내세우는 식의 ‘무늬만 워맨스’는 외면받을 공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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