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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을 못 모으는 사람의 무의식은 이렇습니다”…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무의식 결정적 차이는? [시냅스]

    “돈을 못 모으는 사람의 무의식은 이렇습니다”…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무의식 결정적 차이는? [시냅스]

    “내가 어느 정도 부에 대해서 무의식을 갖고 있는지 파악한 후에 무의식을 바꾸면, 부의 결과치도 바뀔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가이자 최면상담센터 대표원장인 박보건 원장은 서울신문 유튜브 채널 ‘시냅스-당신을 깨우는 지식’에 출연해 “대부분 무의식을 보통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의 삶은 모두 무의식의 반영이자 결과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1. 어린 시절 환경, ‘부의 무의식’ 형성에 영향준다 박 원장은 성인의 재정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어린 시절의 환경’을 꼽았다. 그는 “어린 시절의 환경과 양육자의 언어가 돈에 대한 무의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돈에 관해서 어릴 적부터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줘야 무의식이 부유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생활 보호 대상자였던 유년기 시절을 떠올리며 “아버지께서 어릴 적 ‘땅을 파 봐라, 돈이 나오느냐’고 말하며 습관처럼 가난한 무의식을 전해주시곤 했다”며 “부모로부터 전해진 가난한 무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평소 일상생활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부유한 무의식은 ‘긍정적 태도’에서 나온다 박 원장은 ‘돈의 에너지’를 언급하며 돈에 대한 태도를 강조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은 주로 돈을 아끼고, 돈의 부정적 측면에 집중한다. 반면 부자들은 돈을 창출하는 방법에 집중하고 돈의 긍정적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할 때조차 돈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해야 무의식의 에너지가 모여 돈이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을 ‘모으는 힘’과 ‘사용하는 힘’의 차이를 설명하며 돈을 탓하지 않는 자세를 강조했다. ‘돈 때문에 결혼을 못 했다’, ‘돈 때문에 우리 아버지가 수술을 못 받았다’ 라는 식의 언어 사용은 부와 관련한 에너지를 끌어당길 수 없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3. 부의 무의식을 갖기 위한 실천 전략 박 원장은 평소 일상생활 속에서 부자들의 돈 관리 태도와 생활 방식을 배우며 무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들도 돈을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소비가 필요할 때는 기분 좋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가난한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 작은 소비를 모아 고급스러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부의 무의식’을 갖기 위한 실천 전략으로 박 원장은 ‘심상화 명상’을 강조했다. 그는 “심상화 명상은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무의식을 자극하는 방법”이라며 “사람의 오감을 활용해 긍정적인 경험을 하는 상상을 떠올리며 뇌가 상상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화 명상 후에는 결과를 믿고 걱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박 원장은 심상화 명상 이외에도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매일 반복적으로 되뇌는 ‘자기 확언’과 사소한 것이라도 감사한 일들을 직접 적어보는 ‘감사 일기’도 부의 무의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부의 무의식을 갖기 위한 실천 전략의 핵심은 구체적인 목표와 날짜를 명시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자기 주문을 통해 매일 반복적으로 말하거나 쓰는 방법을 꼭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냅스] 서울신문 영상미디어센터가 선보이는 지식 교양 채널입니다. 뇌의 신경세포를 잇는 시냅스처럼, 세상 곳곳의 흩어진 정보와 이야기를 연결하고자 합니다. 지식은 연결될 때 힘이 됩니다. 지금, 당신의 시냅스를 깨워드립니다.
  • “유튜브 했다면 100만 넘었을 것”...민주당 창당 70주년 기념식에 등장한 盧 음성

    “유튜브 했다면 100만 넘었을 것”...민주당 창당 70주년 기념식에 등장한 盧 음성

    “아마 제가 (유튜브를) 했으면 (구독자) 100만명은 넘었을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목소리와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축사 영상이 19일 더불어민주당 창당 70주년 기념식에서 공개됐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겨울 대한민국은 큰 위기를 맞이했지만 민주당은 언제나 그랬듯 당원과 국민을 믿고 지혜롭게 이겨냈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살아 움직인 순간이었고 정의가 승리한 날”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상식이 통하는 세상,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지 않는 세상, 부자가 가난한 자를 착취하지 않는 세상, 권력이 국민을 착취하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바람은 당원동지들과 다르지 않겠다. 여러분이 그 꿈을 꼭 완수해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의 AI 영상이 공개되자 곳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고 눈물을 훔치는 일부 당원들 모습도 보였다. 사회를 맡은 박지혜 대변인도 “이렇게 좋은 날, 다시 만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와 국민 속에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워 줬다”며 “너무 감격스럽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AI 영상도 공개됐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불법 비상계엄 사태 때도 국민과 당원 동지들은 용기 있게 불의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켰고 끝내 승리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정신을 이어받은 민주당 정부다. 국민과 함께 국민의 곁에서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생전 일기의 한 구절을 읊었다. 이날 민주당은 창당 70주년 기념식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 시대와 맞물린 당원주권 시대를 선언했다. 또 향후 100년 정당의 역사를 열어가자고 했다. 정청래 대표는 “국민 가까이에서 당원들과 함께 호흡하는 ‘더불어민주당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했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 믿음에 응답하고 민생 회복과 경제성장, 사회대개혁, 평화를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영상 축사에서 “하나 될 때 불가능은 없다”며 “다 함께 주역이 돼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 ‘부의 추월차선’에 현혹돼 코인 사기 미끼 무는 이웃들 [파멸의 기획자들 #05~#08]

    ‘부의 추월차선’에 현혹돼 코인 사기 미끼 무는 이웃들 [파멸의 기획자들 #05~#08]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20대 대학생 이성진 대전의 한적한 대학가. 졸업을 코앞에 둔 20대 청년 이성진은 오늘도 자신의 원룸에 켜켜이 쌓인 전공 서적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 지역에서 알아주는 4년제 대학을 다니고 있지만 지금같은 불경기에는 원하는 회사에 취직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이수 학점을 거의 채웠지만 졸업을 최대한 미룬 채 아르바이트 일로 하루를 보냈다. 낮에는 왁자지껄한 중국집 주방에서 웍 소리와 기름 냄새에 뒤섞여 땀을 쏟아냈다. 뜨거운 불 앞에서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밤이 되면 시 외곽 공업단지 한편에 자리잡은 편의점의 계산대를 지켰다. 그나마 여기는 일이 많지 않아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곳이었다. 처음엔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네 시간을 일했지만, 야간 근무를 하던 형이 취업에 성공해 ‘심야 알바’ 자리가 공석이 되었다. “성진아, 야간 일 좀 맡아줄 수 있을까? 정 안 되면 사람 구할 때까지만이라도…” 편의점 사장의 간절한 부탁에 성진은 망설였다. 돈은 필요했다. 하지만 밤까지 이 일을 이어가면 ‘알바 인생’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도 사장의 거듭된 요청을 못이겨 며칠만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며칠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공단 지역 편의점은 밤이 되면 유령 마을처럼 고요했다. 편의점을 찾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새벽 내내 졸아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고, 심지어 한두 시간 가게 문을 잠그고 창고에서 잠을 자도 문제가 없었다.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니 자정 이후 편의점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한두 명뿐. 이마저도 상당수는 술에 취해 잠긴 문을 잡고 졸다가 돌아갔다. 이곳 심야 알바 자리는 그야말로 ‘신이 숨겨놓은 꿀 보직’이었다. 사장은 편의점 매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도심 곳곳에 여러 사업체를 운영하는 ‘큰손’이었고, 요즘은 번화가에 막 개업한 프랜차이즈 고깃집에 온 정신이 팔려 있었다. 하루 매출 400만원을 넘나드는 그 가게에 비하면 편의점은 그저 용돈벌이 수준이었다. 다른 편의점 사장들은 심야 매출이 조금만 떨어져도 알바생을 닦달한다지만, 이 사장은 오히려 알바생이 가게를 걱정해 줄 만큼 편의점 경영에 무심했다. 덕분에 성진은 길고 긴 심야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업무가 몸에 익자 계산대에 앉아 교재를 펼쳐 놓고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이성조 교수의 텔레그램 채팅방을 알게 된 것은 심야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두 달쯤 지나서였다. 유튜브로 지루한 취업 콘텐츠를 시청하다가 문득 ‘틈나는 대로 투자 공부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렇게 이 교수의 카카오톡 채팅방을 발견했고, 오래지 않아 김가영 비서의 안내로 텔레그램으로 옮겨갔다. IEKAF 거래소에도 가입했다. 거래소에서 가입 기념으로 300 USDT(약 42만원)를 받았다. 공짜 돈이었지만 성진은 이 교수가 이끄는 선물 거래에는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몇 년 전 외삼촌이 가상화폐 선물 투자로 큰 손실을 봤다는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그는 그저 이 교수의 리딩을 면밀히 관찰하며 회원들의 투자 성공담을 ‘눈팅’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단 한 차례도 손실을 보지 않는 이 교수의 ‘족집게 예언’에 성진도 마음이 흔들렸다. 거래가 끝난 뒤 채팅방에는 수익 인증 사진들이 올라왔는데, 한 회원의 ‘인증샷’에 그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성진이 그토록 입사하고 싶었던 대기업 A사의 초봉이 4000만원이었는데, 그 회원은 30분 만에 그 돈을 벌었다고 자랑한 것이다. ‘내가 1년 동안 뺑이쳐서 벌어야 할 돈을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모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어차피 거래소에서 준 300 USDT는 공짜 돈이니까 그걸 다 잃어도 손해는 아니잖아? 속는 셈 치고 한 번 도전해 볼까?’ 그날 저녁, 그는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이 교수의 리딩에 맞춰 가상화폐 ‘HERMES’ 선물을 20% 비중으로 매수했다. 12분 뒤, 이 교수의 매도 신호에 맞춰 버튼을 누르자 정확히 33 USDT(약 4만 6000원)가 수익금으로 들어왔다. 편의점에서 4시간 넘게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단 10여분 만에, 그것도 버튼 몇 번 눌러서 얻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뻤다. 그의 심장이 기쁨에 못이겨 격렬하게 요동쳤다. 이때부터 성진은 이 교수를 전적으로 믿고 선물 거래에 참여했다. 그의 계좌에 날마다 투자금의 20~30%씩 수익이 쌓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언제 끝날지 모를 ‘알바 인생’의 고단함 때문에 미래가 암울해 보였지만 지금은 이성조 교수의 텔레그램 채팅방이 그에게 등대같은 희망으로 느껴졌다. 김 비서가 개인 메시지로 ‘채팅방에 투자 수익 인증샷을 올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성진은 다른 회원들과 수익률이 비교되는 것이 부담스러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평소와 다름없이 선물 거래가 끝나자 김 비서에게서 텔레그램 개인 메시지가 도착했다. “학우님, 저는 오늘 하루에만 1만 5000 USDT를 벌었어요. 우리 돈 2000만 원이 넘는 돈이죠. 연말에는 꿈에 그리던 대형 아파트와 최고급 전기차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학우님은 오늘 얼마나 버셨나요?” “저는 투자금이 작아서 많이 벌진 못했어요. 그래도 교수님 덕분에 매일 수익이 생겨서 행복합니다.” “어쨋든 학우님 정말로 축하드려요. 투자금이 많으면 더 많은 수익을 벌 수 있을 텐데 아쉽네요. 투자금을 좀 더 모으실 것을 추천 드릴게요. 교수님 가르침만 충실히 따른다면 우리 모두 머지않아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파이팅!” ‘경제적 자유, 경제적 자유….’ 김 비서의 말대로 경제적 자유를 얻게 된다면... 더는 지방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취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고, 지금의 ‘알바 인생’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상화폐 선물 거래용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있으면 인생의 모든 어려움을 단박에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다음 날 성진은 은행을 찾아가 지금까지 알바로 모은 1000만원이 들어 있는 예금을 해지했다. 통장에 찍힌 숫자가 ‘0’으로 바뀌자 잠시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곧 찾아올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니 홀가분한 기분이 더 커졌다. ‘1000만원을 환전하면 대략 7200 USDT가 되겠지. 이 돈의 20%인 1400 USDT(196만원)만 투자해도 하루 20%씩 수익이면 약 300 USDT, 우리 돈 40만원을 능히 벌 수 있어. 이런 식으로 한 달 20일만 거래해도 800만원이 손에 떨어지네. 코인에1000만원 투자해서 한 달 800만원 수익이라니. 이제 A사에 들어가려고 가슴 졸이며 취업을 준비할 필요가 없겠구나.’ 결심을 굳힌 성진은 김가영 비서가 알려준 IEKAF 거래소 고객센터 텔레그램 채팅방에 ‘USDT를 충전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잠시 뒤 고객센터 담당자가 알려준 환전소 계좌로 1000만원을 입금했다. 현물 계좌에 7200 USDT가 충전됐다. 얼마 뒤 고객센터 직원에게서 텔레그램 메시지가 도착했다. “회원님, 최근 코인 사기 우려 때문에 거래 은행에서 고객님께 전화해서 방금 전 계좌이체에 대한 자금 사용 동향을 물어볼 건데요. 아무 걱정 마시고 ‘이 돈은 상품 구매에 사용된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가상화폐 투자용이라고 이야기하시면 은행에서 더 자세히 물어볼 수밖에 없어서 번거로움이 커질 수 있어요. 그러니 상품 구매 용도라고만 답하시면 됩니다.” 텔레그램 메시지를 다 읽었을 무렵, 진짜로 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XX은행 상담센터 박아름입니다. 조금 전 고객님 계좌에서 거액의 금융 거래가 확인돼 연락드렸습니다. 어떤 거래였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성진은 IEKAF 직원의 조언을 그대로 따라 답했다. “예, 물품 구매 대금으로 사용했어요.” “알겠습니다. 답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를 마친 뒤 성진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제 곧 그의 세상이 올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온 성진은 중식당과 편의점 사장에게 ‘아르바이트를 그만 두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손가락으로 터치 스크린을 미끄러지듯 누르는 순간,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퍼져 나갔다. 부자가 되는 초입에 들어섰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그의 눈에는 성공의 빛만 보였을 뿐, 그를 향해 입을 벌린 거대한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30대 워킹맘 민진영 서울 금천구의 빽빽한 빌딩숲. 30대 워킹맘 민진영이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길 지하철에 올랐다. 촉망받는 유통 대기업 본사의 야근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1년 전 집 근처 영업장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쳇바퀴 도는 일상은 여전히 두 손 가득 든 장바구니 무게만큼 버겁게 느껴졌다. 진영은 지방에서 상경한 남편과 캠퍼스 커플로 만나 4년 간 연애한 뒤 결혼했다. 그녀의 꿈은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갖는 것이었다. 6살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전셋집에서 벗어나 정착하고 싶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그녀의 월급을 비웃듯 자고 나면 저만치 달아났다. 자신의 꿈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었지만, 진영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성조 교수는 그간의 노력을 보상해 주려는 신의 은총 같았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그의 차분하고 자신감 넘치는 설명은 고단한 현실에 지친 진영에게 성스러운 예언처럼 들렸다. 이 교수는 21세기에 기적처럼 나타난 성인(聖人)이자 가족의 행복을 위한 성배(聖杯)를 쥐여줄 구원자였다. “학우 여러분, 제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만큼 여러분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제도 몇 분이 가상화폐 선물 거래로 큰 수익을 냈다고 고마워하며 제게 ‘학비를 받으라’고 제안했습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사례할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도 하셨고요.” 진영 역시 소액이라도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학우 여러분, 저에게 금전적으로 도움 주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전 이미 충분히 부유하니까요. 그저 저를 통해 돈을 많이 버셨다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세요. 패밀리카를 구입해서 다같이 탑승해 즐거워하는 영상을 전송하셔도 됩니다.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 교수의 숭고한 말들이 진영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좇는 현실에서, 자신은 오직 학우들의 행복만을 바란다는 말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진영의 가상화폐 거래소 IEKAF 잔고가 날마다 불어났고, 방 세 개짜리 아파트의 꿈도 더 선명해지는 듯했다. 진영은 이 교수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사람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의 퇴근길 강의를 듣고 가상화폐 선물 거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날이었다. 이 교수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학우 여러분, 텔레그램 채팅방 회원 수가 오늘로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제 김가영 비서가 학우님 한 명 한 명께 맞춤형 메시지를 드리는 것이 힘들어졌어요. 회원 수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우리를 시기 질투하는 외부 세력도 생겨나기 마련이죠. 카카오톡 채팅방을 폐쇄하고 텔레그램으로 넘어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은 신규 회원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본격적인 ‘부의 추월차선’으로 뛰어 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문제는 지금 여기 계신 학우님들의 투자금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하나의 리딩 신호로 100명이 동시에 선물 거래를 이어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저와 팀원들이 오랜 고민 끝에 새로운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모두가 함께 거래하지 않을 생각이예요. 투자금 규모에 따라 팀을 나눈 뒤 거기에 따라 맞춤형으로 관리하려 합니다.” 이 교수는 투자금 20만 달러(2억 8000만원) 이상을 ‘골드클럽’, 15만 달러(2억 1000만원) 이상 ‘실버클럽’, 10만 달러(1억 4000만원) 이상 ‘브론즈클럽’, 5만 달러(7000만원) 이상 ‘예비클럽’으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상위 클럽일수록 더 많은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특히 골드클럽 회원은 특별 관리를 통해 1개월 안에 투자금을 두 배로 불려준다고 약속했다. 하위 클럽으로 갈수록 리딩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실상 ‘돈을 더 많이 가져오라’는 압박이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 스승’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던 평소 발언과 사뭇 달랐지만, 이미 그에게 깊이 빠져든 진영은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심장은 이 교수의 발표를 듣는 순간 차가운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투자금이 1만 달러(1400만원)밖에 되지 않아 어떤 클럽에도 들어갈 수 없어서였다. 지난밤까지 진영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내 집 마련’ 꿈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이 교수의 모순된 행보를 의심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한 투자금 때문에 ‘부의 사다리’에 올라설 수 없는 현실을 탓하며 절망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진영은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힘없는 발걸음으로 영업장을 돌았다. 허탈한 마음에 직원 휴게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매일 밤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잠들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던 그때,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김가영 비서의 개인 메시지였다. 진영이 떨리는 손으로 스크린을 켰다. “좋은 아침이예요. 어제 이성조 교수님이 발표하신 새 전략 보셨죠? 지금 팀을 나누고 있는 중인데, 현재 학우님이 가지고 계신 투자금은 어느 정도 되나요?” “비서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투자금이 1만 달러(약 1400만원)밖에 안 돼요. 어느 클럽에도 참여할 수 없어요.” “교수님께서는 모든 학우님이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를 원하세요. 하지만 투자금이 너무 적으면 더는 교수님의 가상화폐 선물 거래에 동참하기 어렵습니다. 학우님께서도 서둘러 투자금을 마련하시길 권해 드려요.” 김가영 비서의 메시지를 받으니 진영은 마음이 더 급해졌다. 서둘러 친정 식구들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가상화폐 투자에 필요하니 긴급 자금을 빌려달라고. 모두가 그녀의 부탁을 일언지하 거절했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냐며 화를 내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손실도 없이 날마다 꾸준히 수익을 내는 이 교수의 ‘기적’을 눈으로 본 진영은 친구들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며칠 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한 회원이 ‘자녀 수술비가 필요하다고 울며 이야기하면 대부분은 돈을 빌려준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가상화폐라는 말은 쏙 빼고 ‘아들의 병원비가 모자란다’고 거짓말을 시작했다. 그 작전은 효과가 있었다. 친구들이 100만원, 200만원씩 십시일반 도와줬고 예상보다 많은 액수가 모였다. 곧바로 가상화폐 거래소 IEKAF 고객센터에 연락해 원화를 USDT로 환전했다. 그래도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는 최소금액 5만 달러(7000만원)까지는 1만 5000달러(2100만원)가량 부족했다. 다음 날 오후였다. 현장을 돌고 있는데 이 교수가 직접 텔레그램으로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성조입니다. 김 비서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니 학우님께서 아직까지 어느 클럽에도 가입하지 않으셨더군요. 금액이 모자라서 그러시는 듯해서 연락드렸습니다. 현재 투자금 규모는 얼마나 되시죠?” “교수님, 저는 지금 예비클럽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투자금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아직도 1만 5000달러가 부족해요.” “잘 알겠습니다. 투자금을 더 모아 보시고 준비가 되시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진영은 다음 날에도 돈을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자 이 교수가 먼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학우님처럼 투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김 비서에게서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 제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그 분들에게 특별한 도움을 드리기로 했습니다. 예비클럽에 가입할 수 있는 투자금을 만들 수 있도록. 당분간 학우님께 1대1 선물 거래 리딩을 해 드릴게요. 대신 약속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회원방 내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 제가 학우님을 돕고 있다는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해선 안 됩니다.” 그날부터 이 교수는 진영을 위해 별도의 선물 거래 매수·매도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진영은 이틀간 네 번의 거래로 1만 USDT의 수익을 냈다. 우리 돈 1400만원. 그녀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가상화폐의 신(神)’ 이 교수가 너무도 고마웠다. 방 세개까리 아파트를 사게 되면 반드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튿날에도 이 교수가 먼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학우님, 좋은 아침입니다. 제 특별 리딩 거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내셨을 것으로 생각해요. 현재 회원님의 투자 현황을 스마트폰으로 캡처해서 보내 주세요.” 진영은 IEKAF 앱을 열고 자산 현황 화면을 확인해 전달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학우님, 큰 성과를 내셨습니디만 아직도 예비클럽에 들어가려면 5000달러(700만원)가 부족하군요. 마음 같아서는 계속 개인 거래를 도와드리고 싶은데요. 학우님 말고도 챙겨드려야 하는 분들이 많고요. 개별 클럽들 거래도 이끌어야 하기에 더 이상은 힘들 듯 합니다.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제가 회원님께 1만 달러를 빌려 드리죠. 회원님의 전자지갑 주소를 보내주시거나 IEKAF 거래소 아이디를 알려주시면 바로 송금해 드릴게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140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선뜻 빌려주겠다니. 이 교수의 말이 진영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아! 교수님, 말씀은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저 스스로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아니예요. 이미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학우님이 느끼는 고민과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요. 저 역시 젊은 시절 투자금을 모으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었으니까요. 회원님들과 손 잡고 ‘부의 길’로 함께 나아가는 것을 제 인생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이 돈을 예비클럽 가입에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이 돈을 공짜로 드리는 건 아니예요. 충분한 수익을 내신 뒤 원금은 반드시 돌려주셔야 해요.” 진영은 자신이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와주는 이 교수에게 깊은 감동을 느꼈다. 잠시 뒤 IEKAF 현물 계좌로 1만 달러가 들어왔다. 드디어 예비클럽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쁨과 그간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느낀 서러움이 겹치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때까지도 진영은 알지 못했다. 그가 이 교수에게 송금받은 게 ‘진짜 돈’이 아니었다는 걸.
  • 대한민국 소시민, 자신도 모르게 코인 사기의 덫에 걸리다 [파멸의 기획자들 #01~#04]

    대한민국 소시민, 자신도 모르게 코인 사기의 덫에 걸리다 [파멸의 기획자들 #01~#04]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It takes money to make money.’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 속담이다. 돈이 없어서 돈을 마련하려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내용의 격언이 아닐 수 없다.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취업하려면 최소한 정장 한 벌은 있어야 면접을 본다.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생활비도 있어야 하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 해도 어느 정도 종잣돈은 필수다.세상은 우리에게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돈 많은 이들이 돈을 더 쉽게 불린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들은 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이런 소시민들을 노려 구원의 손길인 양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인 경제적 불평등을 파고드는 ‘투자 사기꾼들’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멸의 기획자들’로 불러야 할 놈들 말이다. 40대 직장인 김민준 경기도 남양주의 작은 빌라. 이 집은 40대 가장 김민준이 사랑스러운 아내 나소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지영과 함께 사는 안식처였다. 가구 공장에 다니는 그에게 딸은 삶의 목표 그 자체였다. 지영의 성적표가 나오는 날은 하루종일 인생의 희망이 샘솟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딸의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마다, 민준의 가슴 속에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안타까운 꿈이 되살아났다. 동두천의 작은 마을에 살던 소년 민준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5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그는 명문대에 진학해 인생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어려서부터 공부에 몰두했다. 하지만 가난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민준은 눈물을 머금고 자퇴서를 내야 했다. 이때부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수년의 분투 끝에 고교 졸업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그의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에 전념하려고 해도, 등록금과 생활비가 모자라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야간대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당시만 해도 밤 근무가 밥 먹듯 이어져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군대에 다녀 온 청년 민준은 긴 고민 끝에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신 딸이 태어나자 울먹이며 다짐했다. 절대로 내 보배에겐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그가 다니는 가구 공장은 규모가 작아 학자금 제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400만원에 턱없이 모자란 월급으로는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지영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해왔다. 딸이 대학생이 되면 이 돈으로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퇴근 뒤 서둘러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핸들을 잡았다. 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고된 노동이었다. 술에 잔뜩 취해 반말과 하대로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그때마다 민준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분노와 자괴감을 삼켰다. ‘이 돈은 지영이의 대학 등록금이 된다.’ 그렇게 700일 넘는 땀과 눈물이 모이자 ‘2100만원’이라는 숫자가 통장에 찍혔다. 딸의 대학 생활을 책임질 값진 보물이었다. 그의 심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일단 2000만원은 안전하게 6개월짜리 예금에 넣어두었다. 100만원이 남았다. 자투리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굴려서 한 달에 몇만 원이라도 수익을 내 보자. 그걸로 지영이 용돈에 보태주면 되겠다.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손해보면 되니까 위험할 건 없어.’ 민준은 주식 관련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무료 단기 급등주 추천’ 광고를 접했다. 그가 그토록 찾던 문구였다. 처음에는 사기꾼들의 허장성세가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날리면 된다’는 생각이 안도감을 줬다. 10여분의 고민 끝에 광고 계정 하단에 연락처를 남겼다. 몇 시간 뒤 ‘박순필’이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저희가 알려 드리는 급등주가 회원님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 이성조 교수님이 도와드릴 건데요. 일단 이 교수님의 비서 김가영 씨를 카톡 친구로 추가해 주세요.” 박순필의 말대로 김가영 비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민준은 그녀가 보낸 링크를 타고 단체 카톡방에 입장했다. ‘이성조 교수’라는 이가 50명 넘는 회원들에게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투자의 성공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거시적 안목에서 시작된다’ 라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단순히 오르는 종목을 쫓는 것은 투기가 될 뿐이죠. 지난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피벗’(정책 전환) 기대감에 부풀어 있어요. 어려운 말 같지만 간단합니다. 미국이 조만간 돈을 풀 것이고 그러면 우리 같은 신흥국 시장까지 그 돈이 흘러 들어온다는 거죠. 기술주 중심 코스닥 시장에 강력한 유동성이 공급될 신호탄입니다. 외국인 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오기 전, 우리가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거시적 안목의 힘’이죠.” 그의 메시지가 끝나기가 무섭게 회원들이 감사의 이모티콘을 쏟아냈다. 단순히 종목 몇 개를 찍어주고 매수·매도 신호만 보내는 일반적인 리딩방과 차원이 달랐다. 국내외 경제 동향부터 글로벌 시장 현황과 전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었다. 이 교수가 잠시 쉬었다가 카톡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면 이 유동성은 어떤 분야로 가장 먼저 흘러 갈까요? 저는 단언컨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섹터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요. 누구나 건강 관리만 잘 하면 100살 넘게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오죠. 첨단 제약 및 바이오 기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관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늘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한 번만 봐도 머리에 쏙 들어왔다. 채팅방에 들어온 지 몇 분만에 이 교수의 정확한 비유와 해박한 지식이 민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매일 오전 9시 30분, 이성조 교수는 회원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는 국내 주식 한 종목을 골라 상세히 분석했다. 저녁 7시에는 30분가량 출석체크를 마친 뒤 3시간 넘게 경제 지식을 쏟아냈다. 회비를 받지 않는 강의인데도 수준이 상당했다. 게다가 김가영 비서의 안내로 채팅방에 출석체크 문자 ‘777’을 찍으면 5000원씩 보상금을 적립해줬다. 10번의 강의를 수강하자 정확히 5만원이 계좌로 입금됐다. 민준은 이 교수와 단톡방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걷어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난 어느 저녁 강의 시간이었다. 이날따라 회원들의 이모티콘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 들어 있었다. 이 교수는 ‘낮에 너무 열심히 일하셔서 그런지 수업에서 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러분들의 잠을 깨워 드리겠다’며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분, 제가 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렇게 강의하고 종목을 추천하는지 궁금하시죠? 여기 계신 대부분 회원님처럼 저 역시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공부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해 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서요. 그런데 30대 초반, 남의 말만 믿고 주식 투자에 전 재산을 밀어 넣었다가 모든 걸 잃었습니다. 제 돈을 노린 사기꾼들에게 ‘작업’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죠. 삶의 의지를 내려놓고 자살을 시도했어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실려 가서 천우신조로 깨어났습니다. 저를 살리려고 병원까지 업고 오신 분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단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자고.” 채팅방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다들 이 교수의 다음 메시지를 숨죽여 기다렸다. “그때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낮에는 죽어라 돈을 벌었고 밤에는 죽어라 세계 경제를 공부했죠. 국내외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채권 등 닥치는 대로 연구하고 투자한 뒤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세히 분석했어요. 그렇게 10년 넘게 모은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물리가 트였습니다. 투자 대상마다 폭등과 폭락 전 나타나는 특별한 매매 패턴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를 토대로 저만의 ‘필승 투자 공식’을 완성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남들이 말하는 백만장자가 되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조용히 살고 있어요.” 회원들이 감동과 축하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죠. 언젠가부터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내 인생이 이토록 힘들고 괴롭진 않았을 텐데’라고 말이죠. 가난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좋은 스승을 만나면 나처럼 수십년간 고통을 겪지 않고도 부를 일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다 같이 행복해지는 ‘좋은 세상’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텐데.” 민준은 그 글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 교수의 인생 역정이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서였다. 그의 다음 발언이 민준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켰다. “여러분, 당시 제 머릿속에 무슨 계시가 떠올랐는지 아세요? 바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바로 제가 가난한 이들의 ‘참스승’이 되기로요. 여러분의 경제적 어려움을 빨리 끝내 드리고 다 같이 부자가 되는 새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저는 여기에 남은 삶을 모두 걸었습니다. 예수님이 인류에 종교적 복음을 전했다면 저는 감히 여러분께 경제적 복음을 나누려고 해요.” 민준에게 이 교수는 단순히 투자 정보를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자 ‘투자’라는 종교의 교주였다. 이 교수만 믿고 따른다면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매일 밤 그는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을 꼼꼼히 복습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서도 조금씩 수익이 나고 있었다. ‘이 분은 진짜다’라는 믿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김가영 비서가 긴급 공지를 올렸다. “회원 여러분, 교수님을 시기하는 일부 유료 리딩(투자조언)방에서 우리 채팅방을 사기 조장 등 혐의로 카카오에 신고했습니다. 우리가 이 방을 무료로 운영해 눈엣가시로 여긴 듯 해요. 더는 여기서 공개 채팅방을 운영할 수 없게 됐어요. 교수님께서 카카오 측에 항의하고 있지만, 단체방 폐기를 피하기 힘들 듯해요. 고민 끝에 다른 소셜미디어(SNS)로 채팅방을 옮겨서 열기로 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링크를 다시 공지할게요.” 다음 날 텔레그램 채팅방 링크가 올라왔다. 민준은 아무 의심 없이 동참했다.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이 교수와 김 비서의 단톡방 운영 방식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파멸 기획자들’의 거대한 음모였음을. 민준은 자신이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지 못한 채, ‘희망’이라는 이름의 구렁텅이 속으로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50대 농업 스타트업 대표 최승현 전라북도 완주군. 밤이 깊어질수록 적막이 한층 더 두터워졌다. 낡은 창문 너머로 새어 나오는 빛줄기 하나가 어둠을 베고 있었다. 그 빛의 주인은 50대 농업 스타트업 대표 최승현. 2년 전 고통스럽던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숨 막히는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이제 누구보다 용기 있는 도전자로 살았다. 낮에는 뙤약볕 아래서 억척스러운 농부로 땀 흘리며 작물을 키웠고, 밤에는 컴퓨터 스크린 앞에 앉아 복잡하고 역동적인 금융 시장의 흐름을 읽는 야심 찬 투자자로 활동했다. 그에게 흙냄새 가득한 낮의 삶이 현실의 뿌리라면, 디지털 세상의 밤은 희망을 향한 날개였다. 요즘 그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존재는 이성조 교수였다. 매일 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진행되는 그의 강의는 기존의 따분한 금융 지식과 다른, 살아있는 통찰력과 경험을 선사했다. 승현은 이런 귀인을 이제야 알게 됐다는 사실이 내내 아쉬웠다. 이 교수의 강의를 들은 지 한 달쯤 됐을까. 국내 주식 시장이 며칠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승현의 계좌는 초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원금만 지키고 있었다. 그때 이 교수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텔레그램을 통해 전해졌다. “여러분, 지금 국내 주식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세요. 누가 봐도 작전 세력이 주가를 계속해서 빼고 있는데, 금융 당국은 이놈들을 잡아들일 생각이 없어요. 대한민국 금융 시장 전체가 썩어빠진 ‘작전 세력들의 집합소’라는 증거죠. 외국인 큰손들도 한국 시장의 ‘불편한 진실’을 잘 알기에 이렇게 탈출하고 있는 겁니다. 정부가 나서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고쳐야 한다고 선언하고 ‘금융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하지만, 요새 지도자들은 그럴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새로 태어나지 않는 한 우리 증시에는 투자 모멘텀이 없어요. 그래서 더 이상 국내 주식에는 투자하지 않으려 합니다!” 갑자기 회원들이 술렁였다.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한동안 침묵이 흐르던 채팅방에 이 교수가 결단 내린 듯 하나의 화두를 던졌다. “가. 상. 화. 폐.” 그는 곧바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 금융 천재들과 손잡고 가상화폐 시장을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며 설득력 있는 논리를 펼치기 시작했다. 승현의 마음속에서 강한 거부감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전국에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치던 2017년, 친구처럼 따르던 지인 박상철이 있었다. 그는 ‘흙수저 탈출’을 외치며 수억 원의 사채까지 빌려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두 달 만에 100% 넘는 수익률을 거둬 잠깐 부자가 된 상철은 승현과 후배들을 유흥주점으로 불러냈다. “니들도 늦지 않았어. 나처럼 큰돈 벌고 싶으면 당장 가상화폐 거래소 가서 계좌부터 만들어!” 아가씨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던 그의 오만한 태도가 모두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승현은 그런 상철이 내심 부러웠다. 하지만 그 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고, 그는 홀연히 동네에서 사라졌다. 소문이 무성했다. 사채업자들을 피해 외국으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도, 조폭들에게 붙잡혀 물고기 밥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상철의 비극적인 실종은 승현에게 비트코인이 ‘패가망신’의 상징으로 깊이 각인되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의 불편한 감정과는 달리, 채팅방의 다수 회원은 이 교수의 새로운 제안에 폭발적 관심을 보였다. 그들은 마치 새로운 구원자를 만난 듯 열렬히 환호했다. 이 교수는 회원들의 호응에 힘입어 “앞으로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를 병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강의 내용은 오로지 가상화폐로만 채워졌다. 다음 날 저녁, 이 교수는 ‘아이카프’(IEKAF)라는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를 소개했다. “오늘 소개할 ‘IEKAF’는 미국 재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 라이선스를 받아 누구나 믿을 수 있는 해외 거래소입니다. 지난 5년 동안 저도 이 거래소를 통해 투자해 왔고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큰 수익을 냈어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회원 가입을 진행해주세요. 궁금한 점은 제 비서나 거래소 내 한국인 전담 매니저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승현의 마음속에서 낡은 기억과 새로운 유혹이 충돌하며 혼란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씁쓸한 과거의 교훈을 지켜야 할지, 아니면 이 교수의 제안을 받아 들여 신세계를 열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이성조 교수의 강의가 끝나자 가상화폐 거래소 IEKAF의 매니저 한 명이 승현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회원님의 전담 매니저가 될 박세훈입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회원 가입이 어려우시면 언제든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저희 IEKAF에서는 처음 가입하시는 회원님들께 가입 선물로 미화 300달러에 해당하는 300 USDT를 제공합니다. 가입 절차가 완료되는 대로 제게 말씀해주시면 즉시 회원님 계좌로 충전해 드립니다.” ‘가입만 해도 우리 돈 40만원 넘는 돈을 준다고?’ 승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가입 선물로 1만원 예치금을 주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격적 혜택이어서다. 반신반의하며 회원 가입을 마치자, 정말로 그의 계좌에 ‘300’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눈앞에서 기적이 벌어진 것만 같았다. “이 돈을 다 날려도, 내 돈만 넣지 않으면 전혀 손해 볼 게 없네.” 그동안 가상화폐에 대해 굳게 닫아둔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짜릿한 발걸음의 시작이었다. 다음 날 저녁, 이 교수는 IEKAF 이용법을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처음 접하는 낯선 화면이었지만, 주식 거래에 능숙한 승현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주식 앱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이어서 사용이 편했다. 밤 10시가 가까워지자 이 교수가 ‘연습 거래’를 제안했다. “자, 다들 300 USDT 갖고 계시죠? 이제 직접 거래를 시작해 봅시다. 현물 계좌로 들어가셔서 매수 대상을 ‘비트코인’으로 지정하시고요. 예치금의 10%만 투자하세요.” 승현은 망설임 없이 IEKAF에서 받은 300 USDT의 10%인 30 USDT(약 4만 2000원)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다음 지시를 기다렸다. 15분 뒤 채팅방에 “매도”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승현은 곧바로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모두 팔았다. 15분 만에 0.9 USDT(1260원)를 얻었다. 수익률 3%. 금액이 크진 않았지만, 긴장감으로 시작한 첫 코인 투자에서 재미와 짜릿함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다음 날 저녁 7시. 승현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김가영 비서의 강의 안내 메시지가 올라오자 망설임 없이 ‘777’을 눌러 출석 체크를 마쳤다. 7시 30분이 되자 이 교수가 강의를 시작했다. 이날도 주제는 가상화폐였다. 주식은 이제 완전히 접은 것처럼 보였다. 8시 반, 그가 회원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했다.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상화폐 선물 거래였다. “선물 거래는 매우 위험합니다만, 다행히도 저는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하우를 쌓아왔습니다. 저렇게 변동성이 극심해도 제 눈에는 최적의 매수·매도 패턴이 뚜렷하게 보여요. 여러분도 제 말만 잘 들으시면 단 한 번의 거래로 20~30%의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현물 계좌에 있는 USDT 예치금을 선물 계좌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리고는 수많은 코인 가운데 ‘QUANTA’를 지정하며 “투자금의 20%만 매수하세요”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현물 거래에서 자신감을 얻은 승현은 이 교수의 제안에 아무런 거부감도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300 USDT의 20%인 60 USDT(8만 4000원)로 QUANTA를 샀다. 20분 뒤 이 교수의 지시에 따라 매도 주문도 넣었다. 결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웠다. 60 USDT를 투자해 20 USDT(2만 8000원)를 벌었다. 20분 만에 투자금액 대비 33%라는 놀라운 수익률이었다. 1억원 어치를 넣었다면 20분 만에 3300만원을 챙겼을 것이다. 종일 흙냄새를 맡으며 땀 흘려야 얻을 수 있는 수확의 보람과는 다른, 매우 강렬하고 중독성 있는 짜릿함과 황홀함이었다. 승현의 마음속에 남아 있던 가상화폐에 대한 마지막 우려가 모두 녹아내렸다. 대신 그 자리를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설렘과 기대감이 채웠다. 이날부터 승현은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다음 강의가 너무 궁금했고 다음 거래가 너무 기대됐다. 그의 삶에 뒤늦게 찾아온 ‘미지의 유혹’이 너무나 즐거웠다. 그것이 자신의 영혼을 파괴할 ‘쥐약’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 로마 멸망도, 유럽 제국 부흥도… 결국 ‘돈’의 힘

    로마 멸망도, 유럽 제국 부흥도… 결국 ‘돈’의 힘

    돈은 모든 것을 조종한다. 뉴스 사회 면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건 사고들의 원인을 분석해 보면 돈 때문에 촉발된 경우가 적지 않다. 돈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돈을 중심으로 5000년 인류의 역사를 재해석한다. 책은 인류 대부분이 노예이던 시절부터 물물교환, 금속화폐의 등장, 중세 이후 지폐의 등장, 상업과 금융시스템의 발달을 거쳐 오늘날 디지털 경제와 암호화폐까지 돈의 진화에 대해 세밀하게 관찰한다. 모든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는 돈 문제라는 속사정이 있다. 로마 황제들은 자국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려 생활비를 충당했는데 결국 화폐 가치의 하락은 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이어졌다. 또한 유럽이 ‘총·균·쇠’라는 막강한 파워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에서 식민지 사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업이 있었다. 17~18세기 네덜란드를 필두로 한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스페인의 제국주의 사업을 뒷받침한 것도 금융업이었다. 기술의 발달과 해양업, 무역업의 발달 뒤에는 고도의 신용 제도를 필두로 한 금융 시스템이 존재했던 것이다. 저자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만든 아스테카 제국에는 아주 기본적인 화폐 형태는 존재했지만 금융 시스템은 전무했다”면서 “화폐는 혁신의 강력한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책은 연대기적으로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무력보다 더 막강한 돈의 힘을 간파했던 독일 나치 아돌프 히틀러의 위조지폐 작전과 러시아를 공산국가로 만들기 위한 블라디미르 레닌의 화폐 말살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의 인쇄기가 독일에서 발명된 이유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돈을 벌기 위해 성경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15세기 독일은 금융 혁신으로 대부업자들이 넘쳐났고 시중에는 돈이 남아돌았다. 만약 가난했던 구텐베르크가 투자금을 빌릴 수 없었다면 인쇄기는 독일에서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17세기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상인들로부터 자금을 빌려 해군을 지원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또한 책에는 그리스 시대의 올빼미 주화, 폼페이 유적지에서 발견된 상업의 신 메르쿠리우스 프레스코화와 콜로세움 등 35점의 도판과 전 세계의 무역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지도 자료가 삽입돼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 서울시의회-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 간담회, 한미 지방의회 정책 협력 모색

    서울시의회-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 간담회, 한미 지방의회 정책 협력 모색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김경 위원장, 아이수루 부위원장, 김형재 위원, 김혜영 위원)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16일 뉴욕 플러싱 지역구에 위치한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 사무실을 방문해 간담회를 열고 주거, 교육, 문화, 도시 브랜딩, 다문화 사회 정책 등 다양한 의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김경 위원장이 공교육과 주거 문제를 주제로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됐다. 론 김 의원은 “지역구인 플러싱은 노인 주거 문제가 가장 큰 현안이며, 이는 뉴욕 전역의 대도시가 겪고 있는 공통 과제”라며 “사무실에서는 매년 약 3만건 이상의 주거 민원을 해결하고 있으며, 입법 활동과 병행해 민원 행정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 위원장은 이에 “서울 역시 임대주택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며 유사한 고민을 공유했다. 김형재 위원은 예산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론 김 의원은 “예산은 늘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노인 사망 문제를 다루며 겪은 어려움을 전하며, “그 경험으로 현재는 문화 관련 상임위에서 활동하며 한국 문화 확산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형재 위원이 한국 내 대형 공연장 건립 현황을 소개하자, 론 김 의원은 “뉴욕에서도 K-POP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성장이 뚜렷하다”며 향후 문화 협력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혜영 위원은 도시 브랜딩 전략을 질문했다. 론 김 의원은 “뉴욕의 ‘아이 러브 뉴욕(I Love New York)’ 슬로건은 이미 세계적 브랜드가 됐지만, 오히려 안일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서울처럼 역동적으로 브랜드를 변화시키는 것도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에 대한 소개와 교체가 잦았던 서울 브랜드의 실정을 접하고는 “뉴욕과 서울은 다르지만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회와 뉴욕주의회 간 협력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는 “뉴욕과 서울은 닮은 점이 많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교류가 위축된 점은 아쉽지만, 한국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가까워졌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현대자동차 공장 투자 건과 같은 불안정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한미 지방정부 차원의 긴밀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수루 부위원장은 론 김 의원의 정치적 동기를 물었다. 론 김 의원은 “어린 시절 이민자 가정에서 집 파산과 가난을 겪으며 기본 생활 정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중산층이 두터워져야 경제가 안정될 수 있다. 급여 지원 정책과 주거 안정 대책을 통해 계급 이동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문화 정책에 대한 추가 질문에는 “뉴욕 플러싱은 수백 개 언어가 공존하는 대표적 다문화 도시”라며 “이민자 수용이 곧 경제 활성화의 동력이지만, 현 행정부가 이를 무시해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간담회는 양측이 주거 안정, 문화 교류, 도시 브랜딩, 다문화 사회 정책에서 협력할 여지가 많다는 점을 확인하며 마무리됐다. 론 김 의원은 “서울시와 뉴욕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정책적 해법을 함께 모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역시 한미 지방정부 간 협력을 강화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 [데스크 시각] 돌봄이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데스크 시각] 돌봄이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

    내년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이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지금은 전액 본인 부담이지만 앞으로는 환자 부담이 30%로 줄어든다. 정부는 의료 역량이 높은 요양병원부터 참여시켜 2026년 200곳(4만 병상), 2028년 350곳(7만 병상), 2030년 500곳(10만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간병 부담이 가장 무거운 중증 환자부터 적용해 재정 효율과 서비스 질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전환이다. 간병비 급여화는 요양병원의 기능 재정립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요양병원에 환자를 맡기고 간병인을 고용한 가구의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에 이른다. 환자 가족들은 당연히 간병비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요양병원을 우선 선택할 것이다. 급여화가 의료 역량을 갖춘 요양병원, 즉 급성기 치료 후 기능 회복을 돕는 병원에 집중될수록 그렇지 않은 병원은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돌봄 공백으로 불필요하게 입원해 있던 ‘사회적 입원’ 환자들도 지역사회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살던 집에서 의료·돌봄 서비스를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통합돌봄’ 체계가 지자체별로 확충되고 있지만 서비스 질과 인프라 편차는 여전하다. 퇴원 후 돌봄이 이어지지 않으면 방치, 사고, 고독사 같은 2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충북 진천군은 의료통합돌봄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곳에선 소득 기준 없이 모든 노인에게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노인이면 모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저소득층은 무료, 재산 있는 노인은 일부 자기부담금만 낸다. “소득을 따져 지원하면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진천군의 설명이다. 진천군 거점 종합병원에서는 입원 직후부터 간호사와 사회복지사가 초기 상담을 하고 퇴원 후 재활·영양·방문진료 계획까지 맞춤형 돌봄 계획을 세운다. 병원 파견 간호사가 지역사회에 상주하며 건강과 영양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군에서 운영하는 농장 ‘케이팜’에서는 노인과 장애인이 작물을 기르고 수확하며 자존감을 회복하고 지역에서 삶을 이어 갈 힘을 얻는다. 그 결과 진천군의 장기요양등급자 비율은 2023년 이후 꺾였고, 건강 상태가 가장 좋지 않은 1등급 수급자 비율도 전국 평균(3.7%)보다 낮은 2.9%로 줄었다. 연간 약 15억 5500만원의 장기요양급여 절감 효과도 나타났다. 경로당 한의사 방문진료, 동네복지사 확충, 장애인·노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지역 상생 모델로 자리잡았다. 진천군 사례는 퇴원 이후 삶까지 연결하는 서비스가 있어야 요양병원 기능 재정립이 성공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하지만 이런 모델은 지자체장의 의지와 예산, 전담 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중앙정부가 재정과 인력을 지원하지 않으면 전국 확산은 어렵다. 자녀들은 생계 때문에 아픈 부모를 집에서 돌보기 어렵지만 선뜻 시설에 맡기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요양병원은 사실상 마지막 선택지가 됐고 그 결과 사회적 입원 문제가 고착됐다. 이제는 지역마다 돌봄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이나 재택 돌봄이 어려운 사람을 위한 준의료형 거점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간병비 급여화는 사적 간병 부담을 덜어 주는 데 그쳐선 안 된다. 의료와 돌봄의 경계를 다시 그리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요양병원이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고 병원 밖 삶을 이어 주는 체계가 갖춰질 때 그 효과가 온전히 발휘된다. 재택 돌봄과 방문진료, 주거 인프라가 함께 작동하지 않으면 환자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고 재정도 지속되기 어렵다. 지역 돌봄 역량을 점검하고 예산·인력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해야 요양병원은 그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지역사회는 사람을 품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 이현정 경제정책부 차장
  • “정신질환 노숙자 처형해야”… 美흑인의 女난민 살해사건에 ‘과격발언’ 결국

    “정신질환 노숙자 처형해야”… 美흑인의 女난민 살해사건에 ‘과격발언’ 결국

    폭스뉴스 보수 토크쇼 진행자 킬미드“치사 주사 놓든가 죽여야” 논란되자발언 나흘 만에 “매우 무정했다” 사과사건 CCTV 확산 후 인종적 논란 번져 보수 성향의 토크쇼 ‘폭스 앤 프렌즈’를 진행자이자 폭스뉴스의 유명 정치평론가인 브라이언 킬미드가 ‘정부 도움을 거부하는 노숙자는 처형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비판이 빗발치자 사과했다고 14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킬미드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를 통해 “(문제의 발언은) 매우 무정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노숙자 모두가 ‘노스캐롤라이나의 가해자’처럼 행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물론 알고 있다. 많은 노숙자는 우리의 공감과 연민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킬미드는 지난 10일 ‘폭스 앤 프렌즈’ 방송에서 지난달 노스캘로라이나주 샬럿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 이리나 자루츠카(23) 피살 사건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CNN에 따르면 자루츠카 살해 용의자 디칼로스 브라운(34)의 모친은 아들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노숙자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토크쇼에서 공동진행자인 로렌스 존스는 노숙자 지원에 수십억 달러의 공적 자금이 쓰이고 있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지원 프로그램을 거부한다면서 “정신질환 노숙자들은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거나 구금당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킬미드는 “아니면 비자발적(강제) 치사 주사를 놓든가 뭐든 상관없이 그냥 죽여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킬미드의 이 발언은 직후에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으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당 장면 영상이 점차 퍼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비판에는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가난한 자의 부르짖음에 귀를 막는 자는 자신이 부르짖을 때 응답받지 못할 것”(잠언 21장 13절)이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해 비판했다. 뉴욕 시의회 의장 출신으로 노숙 여성과 어린이를 위한 쉼터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위민인니드’(WIN) 대표인 크리스틴 퀸은 “완전히 인간성이 결여된 발언”이라며 “분열과 선동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자루츠카 피살 사건은 단순한 강력 사건을 넘어 미국에서 정치·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2일 샬럿의 경전철에서 발생한 사건은 처음엔 주목받지 못했으나, 한참 뒤 살해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인종 문제로 번졌다. 자루츠카를 살해한 용의자는 일면식도 없던 흑인 남성 브라운으로, 그는 절도와 흉기를 사용한 강도, 모욕 등으로 경찰에 14번 체포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확산된 CCTV 영상을 보면 경전철 안에 자루츠키가 들어와 앉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브라운은 뭔가 못마땅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젖히는 듯한 동작을 하더니 약 4분 뒤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순식간에 자루츠키에게 휘둘렀다. 당시 해당 경전철 칸에는 자루츠키와 브라운 외에 5명가량이 더 있었는데, 모두 흑인인 이들은 자루츠키가 치명적인 급습을 당한 것을 보고도 그대로 자리를 뜨거나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상은 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워싱턴DC 성경박물관에서 열린 백악관 종교자유위원회 회의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자루츠키는 그냥 앉아 있을 뿐이었는데, 갑자기 일어난 미치광이에게 잔인하게 찔렸다”며 “녹화된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우리는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살해당한 여성이 흑인이었다면 거리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라는 등 내용의 게시물 10여건을 SNS에 공유했다.
  • 70년만 경매 오르는 이중섭 걸작…‘최고가’ 경신할까

    70년만 경매 오르는 이중섭 걸작…‘최고가’ 경신할까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이중섭(1916~1956)의 걸작 ‘소와 아동’이 70년 만에 경매에 오른다. 작가의 작품 ‘소’가 기록한 작가 작품의 최고가 47억원을 경신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와 아동’이 출품되는 무대는 케이옥션이 오는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진행하는 경매다. 경매에는 이 작품을 비롯해 총 126점, 총 150억원 상당의 작품이 출품될 예정이다. ‘소와 아동’의 경매 시작가는 25억원이다. 이 작품은 1955년 1월 서울 중구에 있던 미도파백화점(현재 롯데백화점 영플라자 명동점 자리) 미도파 화랑 전시를 통해 공개된 이래 단 한 명의 소장자가 70년 동안 간직해 온 작품이다. ‘소와 아동’은 격동적인 붓질이 압권인 ‘소’ 연작 중 하나다. 현재 ‘소’ 연작은 10점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미술관이나 기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경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시장에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만, 역설적으로 이중섭의 예술 세계를 조명하는 가장 중요한 미술사적 전시에는 빠짐없이 초대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해당 작품은 1955년 미도파 화랑 개인전을 시작으로, 이중섭을 국민 화가로 부활시킨 1972년 현대 화랑의 전설적인 유작전, 그리고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 ‘이중섭, 백년의 신화’에 이르기까지, 이중섭을 논하는 모든 중요한 자리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이번 경매에서는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작품 ‘산’도 출품된다. 이 작품은 박수근의 독창적인 질감과 한국적인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대표적인 풍경화다. 단순히 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정신과 삶의 애환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과 존경이 담겨있다. 경매 시작가는 13억원이다. 이밖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통해 재조명받고 있는 ‘물방울 작가’ 김창열(1929~2021) 화백의 작품들도 다수 출품된다. 꼭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도 경매 출품작을 직접 볼 수 있는 프리뷰를 통해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13~24일 해당 작품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서울광장] 우리 정치, 오타니 쇼헤이처럼

    [서울광장] 우리 정치, 오타니 쇼헤이처럼

    경기가 끝나면 덕아웃 주변을 정리하며 남이 버린 쓰레기를 줍는 메이저리거가 있다. 세계 최초 한 시즌에 홈런 50-도루 50을 달성한 오타니 쇼헤이다. 홈런과 강속구로도 모자라 사소한 습관까지 울림을 주는 그의 모습은 흡사 노무현이 꿈꾸었던 진짜 ‘깨어 있는 시민’의 모습 같다. 2007년 노무현은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 그가 꿈꾼 깨어 있는 시민, 깨시민은 대화와 타협과 관용을 실천하는 성숙한 시민이다. 하지만 2025년 깨시민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특정 정치인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우리는 깨어 있고 너희는 악하다’고 단정한다. 이런 맹목성은 먼저 ‘조직된 힘’부터 만들고 나서 ‘깨어 있음’을 나중에 채우려 한 결과다. 본래는 각자 깨어난 이들이 연대해 조직을 이루자는 뜻이었을 텐데 말이다. 깨시민들은 스스로 정세에 밝고 혁신적이라 자부하지만, 그들이 지지하는 정책이 정작 시민을 배신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검찰개혁이 그렇다. 공방 정도로 여기던 검찰개혁 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지난 7월 국회 법사위 ‘검찰개혁 4법’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나선 김예원 변호사의 발언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걸 본 이후부터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전에는 모든 사건이 자동으로 검찰에 송치되어 검사가 한 번 더 검토했다. 하지만 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무혐의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이를 대리하며 330만원을 받는 변호사들이 생겼단다. 무료 법률 서비스가 유료화된 것이다. 검찰개혁이 진행될수록 피해자들이 사법적 정의라는 최후의 보루를 잃고 있다고 김 변호사는 한탄했다. 여윳돈 없는 서민들이 변호사비를 마련할 때 손대는 통장이 무엇인지 깨시민들은 알까? 자녀 명의 적금이다. 아이 세뱃돈 모아둔 계좌밖에 융통할 돈이 없는 가계가 많다. 이걸 안 다음부터 나는 “반론 모두 들을 테니 제발 소송하지 마시라”고 빌면서 취재하게 되었다. 그러나 깨시민들은 그들의 정치인에게 형사사법 체계를 복잡하고 비싼 절차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검사의 수사권을 견제하는 방법을 찾을 노력을 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깨시민들이 상대 진영을 비판할 때 쓰는 어록은 날카롭고 아프다. 태극기부대 대부분이 가난한 노인이라고 상정하고는 “돈 없는 사람들이 보수를 찍는 건 계층 배반적 투표”라고 현학적으로 말한다. 스스로는 수사기관을 여러 개 만들고 서류가 이 기관에서 저 기관으로 넘어갈 때마다 330만원씩 추가 비용이 발생할지 모르는 복잡한 사법 정책을 지지하면서 말이다. 오타니는 다르다. 남의 허물보다 자신의 부족함에 더 관심이 많다. 그가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십대 때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해야 할 구체적 방법들을 격자 모양으로 정리한 만다라트 계획표에서 ‘운을 좋게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쓰레기 줍기를 적어 놓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엄청난 노력이다. 물론 노력이라면 깨시민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이번 정부에 깨시민들이 숙제로 내민 정책들만 보면 알 수 있다. 검찰개혁은 숙원이었고, 탈원전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신념이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15년 동안 무르익은 소망이었다. 부자 증세는 양보할 수 없는 당위이며, 친노동 정책은 도리로 여긴다. 64개의 실천계획으로 이뤄진 오타니의 만다라트를 채우는 건 깨시민에게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만다라트가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도구라면, 깨시민의 실천은 상대를 파괴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오타니의 실천에서는 경외와 각성을 얻지만, 깨시민의 염원이 실현될수록 분열과 대립은 커지고 만다. 깨시민은 ‘깨달음’을 외주화했다. 유력자에게 받은 깨달음을 조직하는 데만 힘을 썼다. 오타니는 스스로 깨달은 뒤 자신을 바꿔 세상을 바꾸는 ‘스스로 돕는 자’가 되었다. 그래서 오타니의 어록을 담은 책 ‘오타니 쇼헤이의 말’에 담긴 그의 이 말이 유독 눈길을 끈다. “아무 고민 없이 내리는 직감과 깊이 고민한 끝에 도달한 직감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희경 논설위원
  • “코인으로 돈 벌어서 아파트 사자” 워킹맘 파고든 가상화폐 투자 사기 [파멸의 기획자들 #07]

    “코인으로 돈 벌어서 아파트 사자” 워킹맘 파고든 가상화폐 투자 사기 [파멸의 기획자들 #07]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서울 금천구의 빽빽한 빌딩숲. 30대 워킹맘 민진영이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길 지하철에 올랐다. 촉망받는 유통 대기업 본사의 야근 지옥에서 벗어나고자 1년 전 집 근처 영업장으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쳇바퀴 도는 일상은 여전히 두 손 가득 든 장바구니 무게만큼 버겁게 느껴졌다. 진영은 지방에서 상경한 남편과 캠퍼스 커플로 만나 4년 간 연애한 뒤 결혼했다. 그녀의 꿈은 ‘방 세 개짜리 아파트’를 갖는 것이었다. 6살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전셋집에서 벗어나 정착하고 싶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은 그녀의 월급을 비웃듯 자고 나면 저만치 달아났다. 자신의 꿈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었지만, 진영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했다. 그런 그녀에게 이성조 교수는 그간의 노력을 보상해 주려는 신의 은총 같았다.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그의 차분하고 자신감 넘치는 설명은 고단한 현실에 지친 진영에게 성스러운 예언처럼 들렸다. 이 교수는 21세기에 기적처럼 나타난 성인(聖人)이자 가족의 행복을 위한 성배(聖杯)를 쥐여줄 구원자였다. “학우 여러분, 제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경제적 자유를 이룬 만큼 여러분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어제도 몇 분이 가상화폐 선물 거래로 큰 수익을 냈다고 고마워하며 제게 ‘학비를 받으라’고 제안했습니다. 어떤 분은 저에게 사례할 테니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도 하셨고요.” 진영 역시 소액이라도 감사 표시를 하고 싶었다. 그가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학우 여러분, 저에게 금전적으로 도움 주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전 이미 충분히 부유하니까요. 그저 저를 통해 돈을 많이 버셨다면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고 가족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 보내주세요. 패밀리카를 구입해서 다같이 탑승해 즐거워하는 영상을 전송하셔도 됩니다.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이 교수의 숭고한 말들이 진영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수많은 사람이 돈을 최고의 가치로 좇는 현실에서, 자신은 오직 학우들의 행복만을 바란다는 말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진영의 가상화폐 거래소 IEKAF 잔고가 날마다 불어났고, 방 세 개짜리 아파트의 꿈도 더 선명해지는 듯했다. 진영은 이 교수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사람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의 퇴근길 강의를 듣고 가상화폐 선물 거래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날이었다. 이 교수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발표한다고 선언했다. “학우 여러분, 텔레그램 채팅방 회원 수가 오늘로 100명을 돌파했습니다. 이제 김가영 비서가 학우님 한 명 한 명께 맞춤형 메시지를 드리는 것이 힘들어졌어요. 회원 수가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우리를 시기 질투하는 외부 세력도 생겨나기 마련이죠. 카카오톡 채팅방을 폐쇄하고 텔레그램으로 넘어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잖아요. 그래서 더 이상은 신규 회원을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본격적인 ‘부의 추월차선’으로 뛰어 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었다. “문제는 지금 여기 계신 학우님들의 투자금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지금처럼 하나의 리딩 신호로 100명이 동시에 선물 거래를 이어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아요. 그래서 저와 팀원들이 오랜 고민 끝에 새로운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는 모두가 함께 거래하지 않을 생각이예요. 투자금 규모에 따라 팀을 나눈 뒤 거기에 따라 맞춤형으로 관리하려 합니다.” 이 교수는 투자금 20만 달러(2억 8000만원) 이상을 ‘골드클럽’, 15만 달러(2억 1000만원) 이상 ‘실버클럽’, 10만 달러(1억 4000만원) 이상 ‘브론즈클럽’, 5만 달러(7000만원) 이상 ‘예비클럽’으로 나눈다고 설명했다. 상위 클럽일수록 더 많은 거래 기회를 제공한다고도 했다. 특히 골드클럽 회원은 특별 관리를 통해 1개월 안에 투자금을 두 배로 불려준다고 약속했다. 하위 클럽으로 갈수록 리딩 횟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실상 ‘돈을 더 많이 가져오라’는 압박이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경제 스승’이 되겠다고 큰소리치던 평소 발언과 사뭇 달랐지만, 이미 그에게 깊이 빠져든 진영은 이상한 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심장은 이 교수의 발표를 듣는 순간 차가운 돌덩이처럼 굳어버렸다. 투자금이 1만 달러(1400만원)밖에 되지 않아 어떤 클럽에도 들어갈 수 없어서였다. 지난밤까지 진영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내 집 마련’ 꿈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이 교수의 모순된 행보를 의심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한 투자금 때문에 ‘부의 사다리’에 올라설 수 없는 현실을 탓하며 절망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진영은 희망을 잃은 사람처럼 힘없는 발걸음으로 영업장을 돌았다. 허탈한 마음에 직원 휴게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매일 밤 희망찬 미래를 그리며 잠들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던 그때,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김가영 비서의 개인 메시지였다. 진영이 떨리는 손으로 스크린을 켰다. (8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가난한 교사 휴대전화 바꿔준 ‘감동 사연’… 알고보니 관광객 노린 미얀마 사기꾼?

    가난한 교사 휴대전화 바꿔준 ‘감동 사연’… 알고보니 관광객 노린 미얀마 사기꾼?

    유튜버에게 접근한 미얀마 남성가이드 호객 아닌 역사 교사로 소개6년 전 영상선 가이드 후 돈 요구 미얀마 여행을 간 한국인 유튜버가 우연히 만난 현지인의 망가진 휴대전화를 보고 새것으로 바꿔준 사연이 전해졌다. 그런데 해당 현지인이 사실은 관광객의 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사기꾼 같다는 의혹이 불거져 화제가 되고 있다. 문제의 ‘감동 사연’은 구독자 10만명을 보유한 여행 유튜버 ‘제여비’가 지난 3일 자신의 채널에 올린 미얀마 여행 영상을 통해 소개됐다. 제여비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중심에 있는 마하반둘라 공원에 갔다가 현지인 중년 남성을 만났다. 남성은 인근 건축물 관련 역사적 설명 등을 해주면서 자신을 13년째 교단에 서고 있는 역사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남성은 ‘관광 가이드로 생각했다’는 제여비의 말에 “아니다. 방학이라 쉬고 있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관광객을 마주치면 내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미얀마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려고 한다”며 친절한 면모를 보였다. 두 사람은 함께 카페로 이동했다. 남성은 화면 터치가 잘 안 되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면서 “많이 떨어뜨려서 고장났다. 선생님이지만 급여가 얼마 안 돼 스마트폰을 당장 바꿀 형편이 안 된다. 아내는 아파서 병원에 다니는데 치료비가 만만찮다”고 말했다. 제여비의 제안으로 두 사람은 함께 휴대전화 수리점에 갔다. 남성은 수리 비용 약 12만원이 든다는 말에 “돈이 없다”며 가게를 나오려 했지만, 제여비는 자신이 부담하겠다며 수리를 권유했다. 그러자 남성은 “약 8만원이면 좋은 중고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그러면서 “45년 동안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어본다. 나한테 정말 큰 도움을 줬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시장으로 이동한 뒤 제여비는 남성이 마음에 들어하는 중고 휴대전화를 사줬다. 그날 저녁 제여비는 남성과 그의 아내에게 미얀마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이들 부부와 헤어진 후 제여비는 “여행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많이 받기만 했는데 오늘 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베푸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우연히 만난 현지인과의 훈훈한 에피소드로 기억될 수 있었던 이 사연은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이 남성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반전을 맞았다. 역사 교사라고 밝힌 남성이 6년 전 다른 여행 유튜브 채널에 등장했을 때는 자신을 양곤대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라고 소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호락여행기’에 2019년 8월 올라온 미얀마 여행 영상에서 이 남성은 술레 파고다를 방문한 유튜버 호락 앞에 나타났다. 술래 파고다는 남성이 제여비와 만난 마하반둘라 공원 바로 옆에 있는 불교 사원이다.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미얀마의 유명 관광지에서는 가이드들이 따라붙어 영어로 안내를 해준 뒤 나중에 소정의 돈을 받는 일이 흔하다. 호락은 ‘가이드냐’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는 남성에게 “설명한 대가로 돈 달라고 할 건가, 아니면 그냥 가르쳐주는 건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성은 당황하며 “나중에 약간의 후원만 해줘도 된다”고 말했다. 술래 파고다 구경이 끝난 후 호락은 남성에게 1만원을 주려고 했다. 그러자 남성은 “큰아들이 많이 아프다. 병원에 가야 한다” 등 얘기를 하면서 2만원을 요구하고 결국 받아냈다. 미얀마 현지인 남성의 최근과 6년 전 모습을 모두 본 네티즌들은 “저 미얀마 사람한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사기를 당할지”, “그래도 이번 영상으로 미얀마 사기꾼 제대로 박제했다”, “다소 지난친 선의가 아니었나 싶다” 등 반응을 보였다. 다만 또 다른 네티즌들은 “뭔가 잘 짜인 각본 같아서 찜찜한 기분이긴 한데 설령 사기꾼이라고 해도 좋게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좋은 마음과 물질로 스스로 감동을 보상받았으면 된 거다. 작은 사기는 한쪽 눈 감아주면서 여행하는 게 동남아 여행의 재미다” 등 댓글로 제여비의 선행을 응원했다.
  • [서울광장]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 대응법

    [서울광장]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 대응법

    집권 2기 9개월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같은 ‘스트롱맨’들에게 큰소리를 치며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일관되게 러브콜을 보내는, 다른 차원의 스트롱맨이 있다. 올해 41세가 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처음 참석한 김 위원장이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오르자 “푸틴과 김정은에게 나의 가장 따뜻한 안부를 전해 달라”며 김 위원장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친분을 과시해 온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밀착하는 모습에 꽤 신경 쓰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5일 워싱턴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과 북한 문제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이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 달라. 김정은도 만나 달라.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치켜세우자 “매우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올해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며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또는 남북미 회동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집권 1기였던 2018년 6월과 2019년 2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갖고 2019년 6월 미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고 김 위원장과 판문점에서 회동했던 트럼프 대통령다운 답변이었다. 취임 전부터 북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여 온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 가지 눈에 띄는 발언을 했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피스메이커’를 하면 자신은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는 것. 자신을 ‘조연’으로 낮추는 페이스메이커론은 한미 양국에서 상당히 회자됐다. 둘째, 미 측에서 우려를 표했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에 대해 ‘한국이 과거처럼 이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것. 마지막으로 북한을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칭하며 억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으니 적절히 관리할 수단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 북한이 기분 나빠할 표현까지 쓰면서 현실적 대안을 찾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가난한’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7% 늘었다. 그럼에도 국민총소득은 대한민국의 58분의1, 1인당 국민총소득은 29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자 외화벌이에 북러 군사협력 대가, 암호화폐 탈취 등으로 버티고 있으나 북중러 정상 회동 후 제기된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북한은 잘 안다. 그러니 한미의 러브콜을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당장 APEC 때 호응하면 좋겠으나 다음달 10일 당 창건 80주년 열병식과 내년 초 9차 당대회 등을 거친 뒤 새로운 대미, 대남 전략을 채택해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대동한 12세 딸 김주애의 4대 세습도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전승절 다자외교 데뷔를 계기로 고립에서 벗어나 새로운 차원의 경제 발전을 모색할 것이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간다면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언급한 “북한에 트럼프월드도 하나 지어서 저도 거기서 골프도 칠 수 있게 해 주시고”에 대한 후속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게도 원하는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나운’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진행형이다. 새 우라늄 농축시설에 미 본토를 겨냥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 개발까지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동결, 축소, 비핵화’라는 3단계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6자 회담도, 북미 정상회담도 ‘스몰딜’ 과정에서 어그러졌다. 이제는 북한의 체제 보장과 비핵화를 맞바꿀 수 있는 획기적 협상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미가 신뢰를 더 쌓아야 한다. 남북, 북미 대화가 활발했던 2018년과 지금은 다르다. 그렇지만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설득해 평화를 앞당기길 바란다. ‘핵 없는 한반도’를 후대에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김미경 논설위원
  • 글로벌 입맛 잡은 ‘신라면 왕국’… 케데헌 열풍 타고 나는 농심 [2025 재계 인맥 대탐구]

    글로벌 입맛 잡은 ‘신라면 왕국’… 케데헌 열풍 타고 나는 농심 [2025 재계 인맥 대탐구]

    선대회장 “한 끼라도 편히” 모토1965년 라면 후발 주자로 도전장소고기라면·너구리 등 메가 히트신동원 회장 취임 후 세계화 매진연간 라면 55억개 생산, 수출 주력2030년까지 매출 2배 7.3조 목표장기 과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농심이 대표 제품 ‘신라면’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까지 404억개. 올해 말이면 전 세계에서 425억개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미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 100여개 나라에서 한 해 동안 20억개가 넘는 신라면이 소비되고 있다. ●누적 판매 404억개 ‘신라면 신화’ 신라면은 2021년 별세한 농심 창업주 신춘호 선대회장이 자신의 성씨를 따서 만든 제품이다. 1930년에 태어난 신 선대회장은 롯데그룹 창업주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동아대 법대를 졸업했지만 청년 시절부터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신 선대회장은 일본에서 사업하던 맏형이 1959년 국내에 롯데를 설립했을 당시 회사 전무를 맡았다. 하지만 라면 사업은 신 선대회장이 홀로 일궈 냈다. 사업차 일본을 오가며 라면을 접한 그는 국내에서도 라면 사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형인 신 명예회장이 반대하면서 독자 노선을 걸었다. 신 선대회장은 35세이던 1965년 시계 공장을 하기 위해 마련한 서울 신대방동 부지에 ‘롯데공업’이란 이름으로 라면 공장을 세웠다. 현재 농심 사옥이 있는 자리다. 시장 후발 주자로 시작한 농심의 초기 경영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라면을 독자 개발하겠다는 신 선대회장의 의지에 따라 ‘농심라면’, ‘왈순마’ 등의 초기 제품을 선보였지만 시장점유율이 90%에 가까운 선발 업체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신 선대회장은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굳센 추진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무엇보다 당시 가난했던 한국 사회를 배불리 먹이겠다는 인간적인 진심이 동력이 됐다. 신 선대회장의 회고록인 ‘농심으로 이루리라’에는 농심 설립 직전 구로공단에서 허겁지겁 밥을 지어 먹는 어린 여공들을 보고 ‘라면을 잘 만들어 아이들이 한 끼나마 편하게 먹게 해 주고 싶다’고 결심했다는 일화가 담겨 있다. 농심은 이후 메가 히트 상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입지를 다졌다. “교남동 도가니탕 맛이 나는 라면을 만들어 보라”는 신 선대회장의 아이디어를 담은 ‘소고기라면’이 1970년 출시되면서 농심의 시장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어 스낵인 ‘새우깡’, 통통한 면발이 특징인 ‘너구리’ 등이 연달아 성공하며 농심의 기틀을 세웠다. ●4년 새 해외 매출 비중 7%P 높아져 농심은 일찌감치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197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최초의 라면을 수출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에는 중국, 일본, 미국 등에 판매법인과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글로벌 시장을 넓혀 갔다. 2013년 1월에는 한국 식품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3600여개 점포에 신라면을 공급하게 됐다. 당시 라면은 한인 교포들이 주요 수요층인 ‘이민자 푸드’였지만 지금은 K푸드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현지 소비자들도 신라면을 즐겨 찾고 있다. 농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20년 2조 6398억원에서 지난해 3조 4387억원으로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30%에서 37%로 높아졌다. 특히 세계 최대 식품 시장인 미국에서 농심은 수년째 라면 점유율 2위를 수성하고 있다. 1위는 일본 도요수산, 3위는 일본 닛신푸드로 라면 종주국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농심의 세계화는 신 선대회장의 별세 후 장남인 신동원 회장이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2021년 7월 그룹 회장에 취임하며 “글로벌 라면 기업 5위에 안주하지 말고 글로벌 넘버원을 꿈꾸자”고 강조했다. 이후 신 회장이 생산과 마케팅 시스템 재정비를 진두지휘하면서 늘어나는 해외 수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현재 농심의 연간 라면 생산 규모는 55억개에 달한다. 특히 해외 물량 조달에 집중하고 있다. 2022년 미국 제2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부산 녹산 수출전용공장의 첫 삽을 떴다. 구미, 안성, 안양 등 기존 공장의 생산량 증가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약 1900억원을 들여 새 생산기지를 짓게 됐다. 녹산공장은 내년 하반기 완공 후 3개 라인을 우선 가동하면 연간 5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그동안 수출 물량을 전담해 왔던 부산공장 생산량(6억개)과 구미공장 수출 생산량(1억개)을 합치면 농심의 연간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총 12억개 수준으로, 현재보다 약 2배 늘어나게 된다. ●‘케데헌 효과’ 주가 한 달 새 7.7% 급등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와 협업한 한정판 제품을 내놔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9일 농심몰에서 케데헌 캐릭터를 포장지에 적용한 라면 6000개를 판매했는데 1분 40초 만에 완판됐다. 8일 농심 주가는 41만 3000원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8일보다 7.69% 올랐다. 그동안 ‘불닭볶음면’으로 해외에서 대박이 난 삼양식품과 비교당하며 상대적으로 주가 매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던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농심은 올해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한 데 이어 미국 시장에서 ‘신라면 툼바’를 출시하는 등 해외 매출 증가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와 해외로 구분됐던 마케팅과 영업조직을 글로벌 관점에서 통합하며 해외시장에 대응하는 조직 경쟁력을 높였다. ●‘제2의 코어 사업’ 스낵 안착에 올인 농심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이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2030년까지 연결기준 매출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7조 3000억원으로 늘리고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해외 매출 비중은 2030년 61%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심은 미국, 멕시코, 브라질, 인도, 영국, 일본, 중국 등 7개국을 글로벌 핵심 타깃 시장으로 설정하고 현지 맞춤형 전략을 추진한다. 스낵을 ‘제2의 코어 사업’으로 육성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 71%를 차지한 라면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먹태깡, 빵부장 시리즈 등 인기 스낵 상품을 중심으로 전략적인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해외 거점 구축을 검토하는 등 시장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아픔을 이겨 낸 생수 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농심의 생수 브랜드 ‘백산수’는 올해 상반기 출시 약 12년 만에 누적 매출 1조 1000억원을 돌파했다. 출시부터 지난해까지 백산수의 연평균 성장률은 16%에 달한다. 올해 백산수 신공장 가동 10주년을 맞아 브랜드 재도약을 추진한다. 농심은 1998년 제주 삼다수를 위탁판매하며 생수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지만 2012년 광동제약에 판매권을 내줬다. 이후 중국 백두산 인근 내두천을 수원지로 확보해 백산수를 생산하고 있다. 농심은 음료, 외식 사업 등도 벌이고 있지만 존재감이 크지 않아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숙제다. 농심은 사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신사업을 찾고 있다. 사업형 인재와 창의적 조직문화 육성을 위해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 ‘엔스타트’를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식 부서로 승격된 ‘라이필’은 건강기능식품 브랜드로 지난해 말 국내 누적 매출액 1200억원을 넘어섰다. 향후 해외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사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공식 온라인몰 ‘농심몰’도 제품 판매뿐 아니라 소비자와의 소통 채널 역할을 겸해 사내에서 호평받고 있다. 이 외 기능성 펫푸드 브랜드 ‘반려다움’도 지난해 7월부터 다양한 반려견 영양제를 선보이고 있다. 중동에 K스마트팜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스마트팜 수출 활성화 사업’에 참여해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국립농업연구센터에 시범 온실을 착공했다. 연말까지 2000㎡ 규모의 스마트팜을 완공해 첨단 농업용 로봇, 환경 제어 솔루션 등 다양한 K스마트팜 기술을 선보인다. 이후 현지에서 작물 연구와 가공, 유통판매 등 스마트팜 연관 산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 아빠의 피·땀·눈물, 투자 사기꾼의 먹잇감 되다

    아빠의 피·땀·눈물, 투자 사기꾼의 먹잇감 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의 신종 사건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우리 정부가 사기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가상화폐 거래소 및 코인의 명칭도 대부분 허구입니다. 매일 오전 9시 30분, 이성조 교수는 회원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 뒤 국내 주식 한 종목을 골라 시황을 분석했다. 저녁에는 7시 30분부터 3시간가량 온갖 경제 지식을 쏟아냈다. 회비를 받지 않는 강의인데도 수준이 상상 이상이었다. 게다가 김 비서의 안내로 채팅방에 출석체크 문자 ‘777’을 찍을 때마다 5000원씩 보상금을 적립해줬다. 수강 시작 열흘 뒤 계좌로 5만원이 입금됐다. 민준은 이 교수와 단톡방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걷어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난 저녁 강의 시간이었다. 이날따라 회원들의 이모티콘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자 이 교수는 ‘다들 낮에 너무 열심히 일하셔서 그런지 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러분들의 잠을 깨워 드리겠다’며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여러분, 제가 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렇게 강의하고 종목을 추천하는지 궁금하시죠? 여기 계신 대부분 회원님처럼 저 역시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공부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해 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서요. 그런데 30대 초반, 남의 말만 믿고 주식 투자에 전 재산을 밀어 넣었다가 모든 걸 잃었습니다. 제 돈을 노린 사기꾼들에게 ‘작업’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너무 힘들어서 삶에 의지를 내려놓고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실려 가서 천우신조로 깨어났습니다. 저를 병원까지 업고 오신 분들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단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자고.” 채팅방이 숙연해졌다. 다들 이 교수의 다음 메시지를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낮에는 죽어라 돈을 벌었고 밤에는 죽어라 세계 경제를 공부했습니다. 국내외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채권 등 닥치는 대로 연구하고 투자한 뒤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10년 넘게 모은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트였습니다. 투자 대상마다 폭등과 폭락 전 나타나는 특별한 매매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저만의 ‘필승 투자 공식’을 발견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남들이 말하는 백만장자가 되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회원들이 감동과 축하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죠. 언젠가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내 인생이 이토록 힘들고 괴롭진 않았을 텐데’라고요. 가난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좋은 스승을 만나면 나처럼 수십년간 고통을 겪지 않고도 부를 일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다 같이 행복해지는 ‘좋은 세상’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텐데.” 민준은 그 글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 교수의 인생 역정이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서였다. 그의 다음 발언이 민준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켰다. “여러분, 당시 제 머릿속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 계시처럼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어요. 제가 바로 가난한 이들의 ‘참스승’이 되기로요. 여러분의 경제적 어려움을 최대한 빨리 끝내 드리고 다 같이 부자가 되는 새 세상을 만들어 보기로요. 저는 여기에 제 남은 삶을 모두 걸었습니다. 예수가 인류에 종교적 복음을 전했다면 저는 사람들에게 경제적 복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민준에게 이 교수는 단순히 투자 정보를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자 ‘투자’라는 종교의 교주였다. 이 교수만 믿고 따른다면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매일 밤 그는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을 꼼꼼히 복습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서 조금씩이지만 수익이 났다. ‘이 사람은 진짜다’라는 믿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김가영 비서가 긴급 공지를 올렸다. “회원 여러분, 이 교수님을 시기하는 일부 유료 리딩(투자조언)방에서 저희 채팅방을 카카오에 사기 조장 등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더는 여기서 공개 채팅방을 운영할 수 없게 됐어요. 교수님께서 카카오 측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지만, 운영 중단을 피하기는 힘들 듯합니다. 고민 끝에 채팅방을 텔레그램으로 옮겨서 다시 열기로 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링크를 다시 공지할게요.” 다음 날 텔레그램 채팅방 링크가 올라왔다. 민준은 아무 의심 없이 링크를 클릭했다.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이 교수와 김 비서의 단톡방 운영 방식은 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눈치채지 못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는 ‘파멸 기획자들’의 거대한 음모의 서막임을. 자신이 이들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지 못한 채, 민준은 ‘희망’이라는 이름의 구렁텅이 속으로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3회로 이어집니다.)
  • 대한민국 소시민, 가상화폐 사기의 덫 걸리다

    대한민국 소시민, 가상화폐 사기의 덫 걸리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의 신종 사건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우리 정부가 사기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소설 속 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가상화폐 거래소 및 코인의 명칭도 대부분 허구입니다. ‘It takes money to make money.’ 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 속담이다. 돈이 없어서 돈을 마련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단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내용의 격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돈을 번다’는 불편한 진실을. 생각해 보라. 취업하려면 최소한 정장 한 벌은 있어야 면접을 본다.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생활비도 있어야 하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어느 정도의 종잣돈은 필수다. 이렇듯 세상은 우리에게 ‘먼저 내놓으라’라고 요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돈 많은 이들이 돈을 더 쉽게 불린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들은 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소시민들을 노려 구원의 손길인 양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인 상대적 박탈감과 경제적 불안감을 파고드는 ‘투자 사기꾼들’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멸 기획자들’로 불러야 할 놈들 말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작은 빌라. 사랑스러운 아내 마소연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지영이 함께 사는 이 집은 40대 가장 김민준 씨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가구 공장에 다니는 그에게 지영은 삶의 목표 그 자체였다. 딸의 성적표가 나오는 날은 인생의 희망을 재충전하는 날이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지영의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마다, 민준의 가슴 속에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안타까운 꿈이 되살아났다. 소년 민준은 동두천의 작은 마을에서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5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그는 ‘명문대에 진학해서 인생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어려서부터 공부에 몰두했다. 하지만 가난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민준은 눈물을 머금고 자퇴서를 내야 했다. 이때부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수년의 분투 끝에 고교 졸업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그의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에 전념하고 싶었지만, 등록금과 생활비가 턱없이 모자라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야간대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당시만 해도 밤 근무가 밥 먹듯 이어지던 터라 이 또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군대에 다녀 온 청년 민준은 긴 고민 끝에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신 딸이 태어나자 울먹이며 다짐했다. 절대로 내 보배에겐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그가 다니는 가구공장은 규모가 작았다. 별도의 학자금 제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30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으로는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지영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해왔다. 대학생이 될 딸에게 필요한 자금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서다. 저녁 6시에 공장에서 나와서 서둘러 저녁을 먹고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핸들을 잡는 건 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노동이었다. 술에 잔뜩 취해 반말과 하대로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그때마다 민준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분노와 자괴감을 삼켰다. ‘이 돈은 지영이의 대학 등록금이 된다.’ 그렇게 700일 넘는 땀과 눈물이 모이자 ‘2100만원’이라는 숫자가 통장에 찍혔다. 딸의 미래를 책임질 무엇보다 값진 보물이었다. 그의 심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일단 2000만원은 안전하게 6개월짜리 예금에 넣어두었다. 100만원이 남았다. 자투리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굴려서 한 달에 몇만 원이라도 수익을 내 볼까. 그걸로 지영이 용돈에 보태주면 되겠다.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손해보면 되니까 크게 위험할 건 없어.’ 민준은 주식 관련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무료 단기 급등주 추천’ 광고를 접했다. 그가 그토록 찾던 문구였다. 처음에는 사기꾼들의 허위·과장 광고 아닐까 의심도 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날리면 된다’는 생각이 그에게 안도감을 줬다. 10여분의 고민 끝에 광고 계정 하단에 연락처를 남겼다. 몇 시간 뒤 ‘박순필’이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저희가 알려 드리는 급등주가 회원님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 이성조 교수님이 도와드릴 건데요. 일단 이 교수님의 비서 김가영 씨를 카톡 친구로 추가해 주세요.” 박순필의 말대로 김가영 비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민준은 그녀가 보낸 링크를 타고 단체 카톡방에 입장했다. ‘이성조 교수’라는 이가 50명 넘는 회원들에게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투자의 성공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거시적 안목에서 시작된다’ 라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단순히 오르는 종목을 쫓는 것은 투기가 될 뿐입니다. 지난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피벗’(정책 전환)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간단합니다. 미국이 조만간 돈을 풀 것이고 그러면 우리 같은 신흥국 시장까지 그 돈이 흘러 들어온다는 거죠. 기술주 중심 코스닥 시장에 강력한 유동성이 공급될 신호탄입니다. 외국인 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오기 전, 우리가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거시적 안목의 힘’이죠.” 단순히 종목 몇 개를 찍어주고 매수·매도 신호만 보내는 방식이 아니었다. 국내외 경제 동향부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현황과 전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소개하고 있었다. 회원들이 감사의 이모티콘을 쏟아냈다. 이 교수가 잠시 쉬었다가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면 이 유동성은 어떤 분야로 가장 먼저 흘러 갈까요? 저는 단언컨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바이오’ 섹터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나 관리만 잘 하면 100살 넘게 사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와요. 제약·바이오 기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관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어요.”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늘 봐도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그의 설명은 누구도 알아듣기 쉽게 쉽게 귀에 감겼다. 채팅방에 들어온지 단 몇 분만에 이 교수의 정확한 비유와 해박한 지식이 민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회로 이어집니다.)
  • ‘투자의 신(神) 이 교수’…경찰 추적 피하고자 텔레그램으로 단체 채팅방 옮겨 [파멸의 기획자들 #02]

    ‘투자의 신(神) 이 교수’…경찰 추적 피하고자 텔레그램으로 단체 채팅방 옮겨 [파멸의 기획자들 #02]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매일 오전 9시 30분, 이성조 교수는 회원들에게 아침 인사를 건네고는 국내 주식 한 종목을 골라 상세히 분석했다. 저녁 7시에는 30분가량 출석체크를 마친 뒤 3시간 넘게 경제 지식을 쏟아냈다. 회비를 받지 않는 강의인데도 수준이 상당했다. 게다가 김가영 비서의 안내로 채팅방에 출석체크 문자 ‘777’을 찍으면 5000원씩 보상금을 적립해줬다. 10번의 강의를 수강하자 정확히 5만원이 계좌로 입금됐다. 민준은 이 교수와 단톡방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걷어냈다. 그렇게 한 달쯤 지난 어느 저녁 강의 시간이었다. 이날따라 회원들의 이모티콘 반응이 눈에 띄게 줄어 들어 있었다. 이 교수는 ‘낮에 너무 열심히 일하셔서 그런지 수업에서 조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러분들의 잠을 깨워 드리겠다’며 자신이 살아 온 이야기를 꺼냈다. “여러분, 제가 왜 돈 한 푼 받지 않고 이렇게 강의하고 종목을 추천하는지 궁금하시죠? 여기 계신 대부분 회원님처럼 저 역시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낮에는 돈 벌고 밤에는 공부했습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해 뜰 날’이 올 거라는 희망을 품고서요. 그런데 30대 초반, 남의 말만 믿고 주식 투자에 전 재산을 밀어 넣었다가 모든 걸 잃었습니다. 제 돈을 노린 사기꾼들에게 ‘작업’을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죠. 삶의 의지를 내려놓고 자살을 시도했어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병원에 실려 가서 천우신조로 깨어났습니다. 저를 살리려고 병원까지 업고 오신 분들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그래서 결심했죠. 단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인생을 걸고 도전해 보자고.” 채팅방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다들 이 교수의 다음 메시지를 숨죽여 기다렸다. “그때 저는 다시 태어났습니다. 낮에는 죽어라 돈을 벌었고 밤에는 죽어라 세계 경제를 공부했죠. 국내외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채권 등 닥치는 대로 연구하고 투자한 뒤 성공과 실패 사례를 자세히 분석했어요. 그렇게 10년 넘게 모은 데이터를 살펴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물리가 트였습니다. 투자 대상마다 폭등과 폭락 전 나타나는 특별한 매매 패턴이 제 눈에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를 토대로 저만의 ‘필승 투자 공식’을 완성했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은 남들이 말하는 백만장자가 되었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서울 강남의 최고급 아파트에서 조용히 살고 있어요.” 회원들이 감동과 축하의 이모티콘을 보냈다. 이 교수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말이죠. 언젠가부터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어요. ‘내가 처음 투자를 시작했을 때 제대로 된 스승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내 인생이 이토록 힘들고 괴롭진 않았을 텐데’라고 말이죠. 가난한 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좋은 스승을 만나면 나처럼 수십년간 고통을 겪지 않고도 부를 일굴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다 같이 행복해지는 ‘좋은 세상’을 더 빨리 만들 수 있을 텐데.” 민준은 그 글을 읽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이 교수의 인생 역정이 마치 거울처럼 자신의 삶을 그대로 비추는 것 같아서였다. 그의 다음 발언이 민준을 완전히 무장해제시켰다. “여러분, 당시 제 머릿속에 무슨 계시가 떠올랐는지 아세요? 바로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바로 제가 가난한 이들의 ‘참스승’이 되기로요. 여러분의 경제적 어려움을 빨리 끝내 드리고 다 같이 부자가 되는 새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저는 여기에 남은 삶을 모두 걸었습니다. 예수님이 인류에 종교적 복음을 전했다면 저는 감히 여러분께 경제적 복음을 나누려고 해요.” 민준에게 이 교수는 단순히 투자 정보를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유일한 희망이자 ‘투자’라는 종교의 교주였다. 이 교수만 믿고 따른다면 딸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을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매일 밤 그는 이 교수의 강의 내용을 꼼꼼히 복습했다. 실제로 이 교수가 추천한 주식 종목에서도 조금씩 수익이 나고 있었다. ‘이 분은 진짜다’라는 믿음이 더욱 커졌다. 그러던 어느 날, 김가영 비서가 긴급 공지를 올렸다. “회원 여러분, 교수님을 시기하는 일부 유료 리딩(투자조언)방에서 우리 채팅방을 사기 조장 등 혐의로 카카오에 신고했습니다. 우리가 이 방을 무료로 운영해 눈엣가시로 여긴 듯 해요. 더는 여기서 공개 채팅방을 운영할 수 없게 됐어요. 교수님께서 카카오 측에 항의하고 있지만, 단체방 폐기를 피하기 힘들 듯해요. 고민 끝에 다른 소셜미디어(SNS)로 채팅방을 옮겨서 열기로 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링크를 다시 공지할게요.” 다음 날 텔레그램 채팅방 링크가 올라왔다. 민준은 아무 의심 없이 동참했다. 플랫폼은 바뀌었지만, 이 교수와 김 비서의 단톡방 운영 방식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의 이동이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파멸 기획자들’의 거대한 음모였음을. 민준은 자신이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을 깨달지 못한 채, ‘희망’이라는 이름의 구렁텅이 속으로 조금씩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3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대한민국 소시민들, ‘무료 급등주’ 광고 눌렀다가 코인 사기의 덫 걸리다 [파멸의 기획자들 #01]

    대한민국 소시민들, ‘무료 급등주’ 광고 눌렀다가 코인 사기의 덫 걸리다 [파멸의 기획자들 #01]

    서울신문 나우뉴스는 ‘사기공화국’ 대한민국에 경종을 울리고자 르포 소설 ‘파멸의 기획자들’을 연재합니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실제 가상화폐 사기 사건을 나한류 작가가 6개월 가까이 취재·분석해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께 ‘사기를 피하는 바이블’이자 정부가 범죄에 더 엄하게 대응하도록 촉구하는 ‘여론 환기’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보자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사건 속 인물과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 등은 모두 가명 처리했습니다. ‘It takes money to make money.’ 돈을 벌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는 미국 속담이다. 돈이 없어서 돈을 마련하려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충고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내용의 격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돈을 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취업하려면 최소한 정장 한 벌은 있어야 면접을 본다. 월급이 나올 때까지 버틸 생활비도 있어야 하고.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려 해도 어느 정도 종잣돈은 필수다. 이렇듯 세상은 우리에게 ‘먼저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돈 많은 이들이 돈을 더 쉽게 불린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들은 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며 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소시민들을 노려 구원의 손길인 양 다가오는 이들이 있다. 자본주의의 치명적 약점인 경제적 불평등을 파고드는 ‘투자 사기꾼들’이다. 대한민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멸의 기획자들’로 불러야 할 놈들 말이다. 경기도 남양주의 작은 빌라. 이 집은 40대 가장 김민준이 사랑스러운 아내 나소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지영과 함께 사는 안식처였다. 가구 공장에 다니는 그에게 딸은 삶의 목표 그 자체였다. 지영의 성적표가 나오는 날은 하루종일 인생의 희망이 샘솟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상위권을 유지하는 딸의 반짝이는 눈빛을 볼 때마다, 민준의 가슴 속에는 한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 시절의 안타까운 꿈이 되살아났다. 동두천의 작은 마을에 살던 소년 민준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5살 때부터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머리가 좋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그는 명문대에 진학해 인생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어려서부터 공부에 몰두했다. 하지만 가난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민준은 눈물을 머금고 자퇴서를 내야 했다. 이때부터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고단한 삶이 이어졌다. 수년의 분투 끝에 고교 졸업 자격증을 손에 쥐었지만 그의 도전은 거기까지였다.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에 전념하려고 해도, 등록금과 생활비가 모자라 직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야간대에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당시만 해도 밤 근무가 밥 먹듯 이어져 이 역시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군대에 다녀 온 청년 민준은 긴 고민 끝에 진학을 포기하고 생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신 딸이 태어나자 울먹이며 다짐했다. 절대로 내 보배에겐 가난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그가 다니는 가구 공장은 규모가 작아 학자금 제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400만원에 턱없이 모자란 월급으로는 유명 사립대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지영의 등록금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2년 전부터 부업으로 대리운전을 해왔다. 딸이 대학생이 되면 이 돈으로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다. 퇴근 뒤 서둘러 편의점 도시락을 먹고 피곤한 눈을 비비며 핸들을 잡았다. 고통과 희망이 뒤섞인 고된 노동이었다. 술에 잔뜩 취해 반말과 하대로 자신을 무시하는 이들을 수도 없이 만났다. 그때마다 민준은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분노와 자괴감을 삼켰다. ‘이 돈은 지영이의 대학 등록금이 된다.’ 그렇게 700일 넘는 땀과 눈물이 모이자 ‘2100만원’이라는 숫자가 통장에 찍혔다. 딸의 대학 생활을 책임질 값진 보물이었다. 그의 심장이 뜨겁게 요동쳤다. 일단 2000만원은 안전하게 6개월짜리 예금에 넣어두었다. 100만원이 남았다. 자투리 돈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던 그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걸 좀 더 적극적으로 굴려서 한 달에 몇만 원이라도 수익을 내 보자. 그걸로 지영이 용돈에 보태주면 되겠다.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손해보면 되니까 위험할 건 없어.’ 민준은 주식 관련 정보를 뒤지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에서 ‘무료 단기 급등주 추천’ 광고를 접했다. 그가 그토록 찾던 문구였다. 처음에는 사기꾼들의 허장성세가 아닐까 의심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에도 100만원만 날리면 된다’는 생각이 그에게 안도감을 줬다. 10여분의 고민 끝에 광고 계정 하단에 연락처를 남겼다. 몇 시간 뒤 ‘박순필’이라는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앞으로 저희가 알려 드리는 급등주가 회원님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국내 최고 전문가 이성조 교수님이 도와드릴 건데요. 일단 이 교수님의 비서 김가영 씨를 카톡 친구로 추가해 주세요.” 박순필의 말대로 김가영 비서에게 메시지가 왔다. 민준은 그녀가 보낸 링크를 타고 단체 카톡방에 입장했다. ‘이성조 교수’라는 이가 50명 넘는 회원들에게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투자의 성공은 시장의 흐름을 읽는 거시적 안목에서 시작된다’ 라는 점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단순히 오르는 종목을 쫓는 것은 투기가 될 뿐이죠. 지난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이후 시장은 연준이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피벗’(정책 전환) 기대감에 부풀어 있어요. 어려운 말 같지만 간단합니다. 미국이 조만간 돈을 풀 것이고 그러면 우리 같은 신흥국 시장까지 그 돈이 흘러 들어온다는 거죠. 기술주 중심 코스닥 시장에 강력한 유동성이 공급될 신호탄입니다. 외국인 자본이 밀물처럼 들어오기 전, 우리가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요. 이것이 바로 ‘거시적 안목의 힘’이죠.” 그의 메시지가 끝나기가 무섭게 회원들이 감사의 이모티콘을 쏟아냈다. 단순히 종목 몇 개를 찍어주고 매수·매도 신호만 보내는 일반적인 리딩방과 차원이 달랐다. 국내외 경제 동향부터 글로벌 시장 현황과 전망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었다. 이 교수가 잠시 쉬었다가 카톡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면 이 유동성은 어떤 분야로 가장 먼저 흘러 갈까요? 저는 단언컨대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개발’ 섹터라고 확신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어요. 누구나 건강 관리만 잘 하면 100살 넘게 사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오죠. 첨단 제약 및 바이오 기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관심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TV에서 나오는 뉴스는 늘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한 번만 봐도 머리에 쏙 들어왔다. 채팅방에 들어온 지 몇 분만에 이 교수의 정확한 비유와 해박한 지식이 민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회로 이어집니다. 사기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를 위해 많은 이들과 기사를 공유해 주세요.)
  • “돈 없으면 쿠팡이라도 뛰든가”…‘결혼’ 이민우, ‘가난 코스프레’ 논란에 입 열었다

    “돈 없으면 쿠팡이라도 뛰든가”…‘결혼’ 이민우, ‘가난 코스프레’ 논란에 입 열었다

    그룹 신화의 멤버 이민우가 최근 불거진 ‘가난 코스프레’ 의혹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 출연한 이민우는 한국에 입국한 예비 신부 이아미, 6살 딸 미짱을 데리러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제작진이 “올 때도 버스를 탈 거냐”고 묻자 이민우는 “아이도 있고 임산부도 있으니까 편하게 택시를 타야지”라며 “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달 ‘살림하는 남자들’에 출연한 이민우는 생활고를 고백하며 예비 신부와 딸을 한국으로 데려와 부모님, 누나가 살고 있는 집에서 함께 생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당시 “지금 독립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 고정 수입이 딱히 없어서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이민우는 지난해 지인에게 26억원 사기 피해를 당해 안면 마비 증상까지 호소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민우가 방송을 위해 경제적으로 힘든 척 연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렇게 돈 없으면 쿠팡이라도 뛰든가”,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이면 돈 걱정 안 해도 된다”, “방송에서 돈 없다고 이야기하는 거 좀 그렇다”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날 방송에서 이민우는 ‘가난 코스프레’ 논란에 대해 “제가 가난한 척하는 게 절대 아니라 당장 신혼집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금은 최대한 아끼고 있다”며 “(다 같이 사는 게) 사실 불편한 건 있다”라고 말했다. 이민우는 지난달 재일교포 3세 여성과 결혼 소식을 알렸다. 이민우보다 11살 어린 예비 신부는 이혼 후 6세 딸을 홀로 키우고 있는 싱글맘이다.
  • ‘17번째 출산’ 55세 여성, 축하·우려 동시에…“손자보다 어린 막내” [핫이슈]

    ‘17번째 출산’ 55세 여성, 축하·우려 동시에…“손자보다 어린 막내” [핫이슈]

    인도의 55세 여성이 최근 17번째 아이를 출산해 품에 안은 사실이 알려져 축하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은 최근 “라자스탄주(州) 우다이푸르에 사는 55세 여성 레카가 지역 보건소에서 17번째 아이를 출산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결혼 생활 동안 아이를 17명 출산했다. 그중 다섯 아이(아들 넷, 딸 하나)는 출산 직후 사망해 아들 7명과 딸 5명 등 총 12명의 자녀를 뒀다. 레카는 현지 언론에 “아들 둘과 딸 셋이 이미 결혼해 각각 자녀를 낳았다”면서 “우리는 한 집에 3대가 함께 산다”고 말했다. 레카의 출산 사연은 지역 내에서 화제가 됐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자연임신을 통해 17번이나 출산한 사례는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이 여성은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동시에 여러 손주들의 할머니 역할도 맡고 있다”면서 “17번째 출산 소식과 3대가 한 집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는 그녀의 목수리에는 자부심과 동시에 지친 기색도 역력했다”고 전했다. “부족 주도 지역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이 여성의 17번째 출산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레카의 경우 남편과 고철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며 가난에 허덕이던 중 17번째 아이까지 낳았다. 레카의 자녀를 포함한 가족 누구도 가난 때문에 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아들 둘과 딸 셋을 결혼시킬 때에는 결혼자금을 마련하려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다. 가난이 여전히 이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지만 레카의 임신과 출산은 계속됐다. 현지에서는 이 사례가 부족이 주도하는 지역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현지 의료지원센터의 다르멘드라 박사는 “교육과 인식이 부족한 부족 중심의 지역에서 극심한 고난에 시달리면서도 임신과 출산을 멈추지 않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다”면서 “이번에 17번째 자녀를 출산한 이들에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연결시켜주고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을 담당했던 산부인과 전문의인 로샨 박사는 “여러 조사 결과 이 여성은 17번 출산한 것이 맞다. 이제는 그녀에게 불임 수술을 고려해보라고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산부인과 전문의는 “이번 산모는 지난달 말 초음파 검사나 분만 전 검사도 없이 출산이 임박한 상태에서 입원했다”면서 “산전 및 임신기간 동안 정밀한 검사가 없었으며, 일이 잘못됐다면 과다 출혈로 사망할 가능성도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히 이번에는 모든 출산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면서도 “분만 횟수가 많아 자궁이 약해지면 출혈 위험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한편 2025년 기준 인도의 합계 출산율을 1.9명으로, 2022년 2.01명에 비해 낮아진 상태다. 이는 최근 10~20년간 교육 수준 향상,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도시화와 같은 요인이 출산율 하락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도시·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더 빨리 줄고 있는 추세이다. 앞서 1960년 인도 인구가 약 4억3600만 명이었을 당시 합계출산율은 약 6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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