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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1) 관용의 나라에 관용이 없다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1) 관용의 나라에 관용이 없다

    지금부터 약 1년 전의 일이다. 전 세계 언론은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요·방화사태를 연일 대서특필했다. 신문·방송만 보고 있으면 마치 프랑스가 내전상태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해 10월27일 파리 북부 교외의 클리시-수-부아에서 10대 무슬림 소년 2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하면서 촉발된 소요사태 1주년을 앞두고 프랑스에서는 다시 대규모 폭력 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엄청난 물적·인적 피해를 안겼던 지난 해의 소요사태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그동안 프랑스에 대해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혹은 이미지)과 진실(혹은 현실) 간의 괴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했다. 프랑스는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대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것으로만 가득한 나라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당장에 거꾸러질 나라는 물론 아니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전국에는 문화유산이 넘쳐나고 드넓은 국토는 아름답고 기름지다. 오랜 세월 다양하고 깊이있는 문화와 예술을 향유한 나라답게 프랑스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과 이를 국부(國富)로 가꿔 나가는 노하우는 놀랍다. 지난 3년간 파리특파원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프랑스에 대한 거짓과 진실을 파헤쳐 본다. 프랑스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책 가운데 하나가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다.90년대 중반에 발간된 이 책은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처지였던 저자가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 호구지책으로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었는데, 특히 프랑스가 오래 전부터 중시해 온 관용(톨레랑스) 정신을 부각시켜 화제가 됐었다. 이 책은 프랑스를 사회 저변에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뿌리내리고 있는 관용의 사회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프랑스에서 살면서 내린 결론은 ‘프랑스에는 더 이상 톨레랑스가 없다.’는 것이다. ●톨레랑스 ‘제로’! 프랑스의 치안총책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범죄와의 전쟁을 논할 때마다 “톨레랑스 제로”라고 강조한다. 모든 범죄를 단호하게 다스리겠다는 뜻이지만 이 말을 접하면서 한치의 관용이나 아량도 기대할 수 없는 살벌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섬뜩함이 느껴졌었다. 물론 톨레랑스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만 의미는 확실히 퇴색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되는가 하면 인본주의, 인도주의를 제일로 치던 가치관도 바뀌고 있다. 특히 각종 사회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물가가 올라서 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다,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데 톨레랑스는 너무 한가한 얘기라는 거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에서 관용이 명문화된 것은 1598년 앙리 4세가 선포한 낭트칙령에서다. 다음 세기 접어들어 식민지 시대가 개막되면서 프랑스는 미개한 인류에 대한 ‘문명화(文明化)의 사명’을 내세우며 그들 나름의 관용정책을 확대시켰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나라는 아니지만 인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관용정책과 함께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는 프랑스다. 법보다 인간이 앞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프랑스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불법 입국자라도 현행범이 아니면 이들을 추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 11월 소요사태 이후 사르코지 장관은 불법 체류자들을 색출해 강제추방하겠다고 공언하고 공화국에 적합한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새 이민법을 추진했다. 프랑스인들도 대부분 정부의 이런 강경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 ●관용정책의 딜레마 식민지 시대가 종식되면서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모로코를 비롯해 아프리가 흑인, 베트남인들은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로 몰려들었다. 이들을 프랑스는 관용의 정신으로 받아들였다. 정치적 망명자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했다. 문제는 이민자들을 프랑스 사회에 통합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는 지난 해 가을의 소요사태와 같은 뼈아픈 매를 맞아야 했다. 프랑스 정부를 더욱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밀려드는 불법이민자들이다. 프랑스엔 현재 20만∼4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화재 등 각종 재난에 노출돼 있다. 불법이민자들이지만 프랑스에서 사고를 당하면 책임은 정부에 떠넘겨진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상황은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프랑스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까지 제공하며 불법이민자 청소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인권단체와 사회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전역의 무슬림(이슬람교도) 수는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500만명을 헤아린다. 이는 유럽 국가 중에서 최대 규모다.10명 중 1명은 무슬림이라는 얘기인데, 실상은 이보다 더하다. 무슬림들이 모여사는 파리 북부지역이나 교외지역에 가보면 10명 중 1명이 프랑스인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낮에도 날치기, 도난, 차량방화, 폭행 등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가지 않는다. 일부 지역은 경찰들도 근무를 기피할 정도다. 경찰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리교외 이민자 밀집 지역의 범죄는 더욱 조직적이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 ●심화되는 인종차별주의 지난해 프랑스 소요사태는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통합 정책이 실패한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 팽배한 인종차별주의다. 프랑스 사회에서는 경제적·사회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관용이 점점 사라지는 반면 인종차별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프랑스가 사회주의의 본산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프랑스인들의 인식은 갈수록 우향우의 경향을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이폽(IFOP) 조사 결과 프랑스인 10명 중 4명 정도는 “극우파의 정책이 프랑스 사람들의 관심사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당수는 이민을 반대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수차례 벌금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프랑스에서는 드러내 놓고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리기를 원치 않으며 1972년 이후로 인종차별은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행위가 됐다. 그러나 겉으로는 인도주의와 인본주의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엄연히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등 부자 나라 사람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동남아, 아프리카 등 가난한 제 3세계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을 보인다. 프랑스는 주택문제가 무척 심각한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집을 계약하기가 무척 힘들다. 복덕방은 이들에게 아예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해진 거주지가 없으면 이 나라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랍식 이름을 갖고 있으면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은 프랑스의 공립학교에서 프랑스식 교육을 받는다. 라 마르세즈(프랑스 국가)를 부르고 프랑스어를 프랑스인처럼 구사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에서는 엄연하게 인종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 [책꽂이]

    ●최무선(강학태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고려 우왕이 즉위한 후에는 왜구가 충청도 내륙의 부여와 공주까지 쳐들어와 마구잡이로 노략질을 해댔다. 이에 조정에선 대대적인 왜구토벌작전에 나섰다. 최무선의 화약이 위력을 발휘한 것은 바로 그 무렵. 최무선이 직접 나서 지휘한 진포해전은 최영의 홍산대첩, 이성계의 황산대첩, 정지의 남해도전투와 함께 고려 말 왜구를 무찌른 4대승전의 하나로 꼽힌다. 고려를 제2의 화약보유국으로 만든 최무선의 위업을 그린 역사소설.1만 2700원. ●박인환 깊이 읽기(맹문재 엮음, 서정시학 펴냄) “박인환은 1950년대의 그 어느 시인보다도 사회참여 의식이 강했다. 따라서 그의 시는 모더니즘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리얼리즘 시로 보아야 할 것이다.” 편저자인 맹문재 안양대 교수는 박인환의 시가 모더니즘 시인 만큼 사회참여 의식이 없는 순수시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한다.‘폐허의 시대를 품은 지식인 시인’으로서의 박인환의 면모를 살핀 평론집.1만 7000원. ●요절 시선(우대식 엮음, 새움 펴냄) 가곡 ‘기다리는 마음’으로 널리 알려진 부산 출신의 천재시인 김민부는 화마에 휩쓸려갔고, 서울 변두리 기찻길 옆 판자집에서 가난에 허덕이며 살아야했던 김용직은 술로서 시를 쓰다 간경화로 죽었다. 농약을 마시고 자살에 이른 김만옥, 한창 나이에 폐결핵을 얻어 사망한 진이정, 심야극장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기형도…. 이 책엔 날로 강퍅해져 가는 우리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 주는 요절 시인 10명의 대표작들이 실렸다.9800원. ●글로벌 시대의 문학(김성곤 지음, 민음사 펴냄)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에서 크게 인정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가 훌륭한 번역가인 동시에 영어로 미국 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꼽히는 저자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작가들이 동시대 외국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고 국제감각과 외국어 능력을 갖춰 한국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의 조화를 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메두사적 현실과 미로 속의 문학’‘자기중심의식에서 생태의식으로’ 등 20여편의 평론이 실렸다.1만 8000원.
  • “적을 굴복시켜 얻는 승리보다 적을 성공시켜 얻는 대승 필요”

    “적을 굴복시켜 얻는 승리보다 적을 성공시켜 얻는 대승 필요”

    “남녀평등, 그리고 상하좌우가 회통하는 대중사회에의 비전을 담은 교법이 교세 급성장의 으뜸 동력이었다고 봅니다.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게 이제부터는 원불교 스스로의 내포에 충실해야 합니다.” 지난달 29일 원불교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에서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경산 장응철(66) 종법사는 17일 전북 익산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름대로 원불교 발전의 이유를 들면서 원불교 본연의 특장을 살려 개개인의 정신적 자주력을 키우는데 주력할 뜻을 밝혔다. “욕심은 일방적으로 누르려고만 들 때 거꾸로 부작용을 낳지요. 순수한 마음을 통해 정신적 자주력을 기른다면 욕심을 절제, 승화시킬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선 ‘나눔’과 ‘섬김’의 정신을 바탕삼아야 합니다.” 원불교가 가진 큰 미덕은 바로 정신개벽을 통한 평등사회 완성임을 강조한 장 종법사는 “지금은 불공이나 하늘·부모뿐만 아니라 자식과 모든 무정물까지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무엇보다 가진 자들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절 적을 굴복시켜 승리하는 오류를 답습했지만 이젠 적을 성공시켜 이기는 대승적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남북 관계도 서로 조화해 어려운 입장의 사람들을 구하는 화공(和共)·구공(救共)통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를 굴복시켜 얻는 일시적 승리는 한과 보복의 악순환을 낳는 만큼 북핵사태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그는 북한 지원도 형제애와 인도적인 차원에서 참을성있게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대 종법사들의 관행을 따라 최고지도자 선출 직후 삭발을 했다는 장 종법사는 “전통과 개혁의 간극을 메워야 하는 내부적인 어려움이 없지 않다.”면서 남성들과 달리 여성 교무들의 독신서약 등 자칫 평등에서 벗어난 것으로 비쳐지는 부분을 점진적으로 고쳐나갈 뜻을 비쳤다. 평소 ‘도의 맛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덕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도미덕풍(道味德風)’을 큰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그다. 그래서인지 노자의 ‘도덕경’을 인용하며 “출가자와 재가 신자들이 지도자의 존재조차 의식하지 못한 채 모두 제 일처럼 신명나게 교정에 참여하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젊은 시절 집안 분위기에 휩쓸려 정치에 뜻을 두었었지만 친척의 소개로 원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교당에서 스승과 제자들이 어울려 공부하는 모습에 반해 출가를 결심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입(말)은 적게 하고 귀는 키워서 대중의 마음을 내 마음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작은 것을 크게 키우는 이소성대(以小成大)의 정신을 지켜 여생을 사무여한(死無餘恨)의 마음으로 교단 발전에 바치겠습니다.” 장 종법사는 전남 무안 출신으로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한 뒤 청주·서울교구장, 영산선학대학장, 교정원장 등을 지냈다. 교조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 정산 송규·대산 김대거·좌산 이광정 종사에 이은 원불교의 다섯 번째 최고지도자. 다음달 5일 오후 2시 익산 중앙총부에서 대사식(戴謝式·이취임식)을 통해 공식 취임한다. 익산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가수 세븐 ‘궁2’ 주연 확정

    가수 세븐이 내년 초 방송 예정인 MBC 드라마 ‘궁’ 시즌2의 주연으로 확정, 연기자로 데뷔한다. 세븐의 상대역으로는 신인 허이재가 낙점됐다. 또 그룹 ‘더 자두’의 강두와 SBS 드라마 ‘천국의 나무’에 출연한 박신혜가 함께 캐스팅됐다. 세븐은 황족이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중국집 ‘궁’에서 자장면을 배달하는 ‘이후’역을 맡았다. 가난하지만 자유롭게 살던 그에게 갑자기 황위계승 서열 1위로서의 인생이 시작된다. 허이재가 맡은 ‘양순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이후가 황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얼떨결에 그와 함께 궁궐생활을 시작한다.‘궁’ 시즌1의 혜명 공주가 여황제로 즉위한 지 1년 후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며,11월부터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다.
  • ‘포도나무를 베어라’ 민병훈 감독

    ‘포도나무를 베어라’ 민병훈 감독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첫째날인 지난 13일 해운대 메가박스 극장. 밤 11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민병훈(37) 감독의 새 영화 ‘포도나무를 베어라´가 매진 속에 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고, 상영이 끝나자마자 관객들은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감독과 30여분에 걸쳐 열띤 작품토론을 벌였다. 한눈에도 영화학도로 뵈는 관객의 날카로운 질문에, 좌중의 웃음을 퍼올리는 초보적 감상기까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떵떵거리며 간판을 거는 호사를 누리진 못해도 그 순간만큼 민 감독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홍보 한번 제대로 한 적이 없건만 용케도 매진사례를 만들어준 귀밝고 눈밝은 관객들. 그 넉넉한 미소를 감독은 다음날 아침 인터뷰 자리에까지 매달고 나왔다. 그럴 수밖에.“(작품을 완성하기까지)어딜 가나 누굴 만나든 듣게 되는 대답은 한 가지,‘안 된다.’뿐이었거든요.” 4억원짜리 저예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혼자 쏟은 안간힘을 생각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솟구칠 것 같다. 전작들이 그랬듯 이번 영화 역시 시나리오, 연출에 편집까지 도맡았다. ●‘두려움 3부작´ 마지막 작품 ‘포도나무를’는 감독이 부산영화제를 통해 소개한 세 번째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 ‘벌이 날다’로 영화제의 찬사를 이끌어냈던 것이 1998년.2001년 다시 두 번째 작품 ‘괜찮아, 울지마’를 선보였다. 이번 영화는 감독이 일찍부터 ‘두려움에 관한 3부작’으로 기획했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벌이 날다’가 가난에 대한 한 가장의 두려움이었다면,‘괜찮아, 울지마’는 거짓말에 대한 두려움이었고, 끝으로 이번엔 종교적 구원과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다. ‘포도나무를’는 한 신학도(서장원)가 사랑과 신앙 사이에서 갈등하고 절망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다.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에서 촬영을 전공한 감독이 국내 배우를 동원해 찍은 장편은 이번이 처음.“전작들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찍었던 건 투자며 캐스팅 등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궁여지책이었다.”고 했다. “내게 있어 두려움은 내 영화에 ‘영화제용’ 혹은 ‘예술영화’ 같은 딱지가 붙는 겁니다. 영화제에서만 박수받고 정작 극장개봉이 막혀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가 없다는 건 숨이 막히는 일이에요.” ●다음 작품은 향기에 관한 이야기 토리노, 테살로니키 등 국제영화제 주요상을 휩쓴 ‘벌이 날다’는 간신히 국내 개봉했다. 하지만 역시 카를로비바리, 테살로니키 영화제 수상작인 ‘괜찮아, 울지마’는 여전히 국내 개봉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영화제 수상작’이란 꼬리표가 오히려 장애물이란 걸 알지만, 다가오는 베를린국제영화제 출품을 또 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다.“그나마 영화제 수상이력이 있어야 단관개봉의 꿈이라도 꿔볼 수 있으니까요.” 2002년부터 한서대 영상예술학과 강단에 서온 그는 그러나 “(작은 영화의)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신인배우 서장원(중견탤런트 서인석의 아들), 연극배우 기주봉 등을 캐스팅한 건 “그들에겐 아직 보여지지 않은 잠재 에너지가 충만하기 때문”이었다. 세트를 쓸 수도 있었으나 굳이 실제 수도원을 극중 공간으로 잡느라 갖은 애를 쓴 것도 “실제 장소가 갖는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담아내기 위해서”였다. 촬영허락을 받아내려 남양주 수도원을 100번이 넘게 찾아갔다.100여일 동안 새벽 5시 미사에 꼬박꼬박 ‘출석’하는 그를 수도원장도 끝내 뿌리치지 못했던 거다. “그래도 무뎌지지 않을 겁니다. 예술은 뾰족해야 하는 거라고 믿으니까요.” 오기처럼, 다음 작품을 또 준비중이다.“향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 해요. 다분히 종교적일 수 있는데, 세상을 기쁘게 하는 영화가 되게 하려고 열심히 구상 중입니다.” 부산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부산 사진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 [샘물 한 모금] 엄마의 밥그릇

    가난한 집에 아이들이 여럿. 그래서 늘 배고픈 아이들은 밥상에서 싸움을 했습니다. 서로 많이 먹으려고... 엄마는 공평하게 밥을 퍼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마지막으로 엄마 밥을 펐습니다. 엄마는 항상 반 그릇을 드신 채 상을 내가셨습니다. 아이들이 밥을 달라고 졸랐지만 절대로 더 주는 법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배고픔을 못이긴 막내가 엄마 밥을 먹으려 수저를 뻗었다가 형이 말리는 바람에 밥그릇이 그만 엎어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엄마가 막내를 때렸습니다. 막내는 엉엉 울었습니다. 형이 쏟아진 밥을 주워 담으려고 했을 때였습니다. 아! 아이들은 저마다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습니다. 엄마의 밥그릇엔 무 반 토막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밥을 더 주려고 무를 잘라 아래에 깔고 그 위에 밥을 조금 푸셨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제야 엄마의 배고픔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따스한 엄마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엄마도 아이들도 저마다 끌어안고 한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 TV 행복한 동화 -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60~70년대 ‘국민가수’로 명성 오기택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60~70년대 ‘국민가수’로 명성 오기택 씨

    아빠가 있다. 늘 곁에서 든든하게 지켜준다. 하지만 어느새 멀어지기 시작했다.1997년 외환위기(IMF)때였다. 고개 숙인 아빠들이 늘어났다. 며칠동안 방황하다 힘없이 돌아오는 아빠들이 많았다. 이무렵 생겨난 동요가 새삼 생각난다.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얼른 문을 열었더니/그토록 기다리던 아빠가 문 앞에 서 계셨죠/너무나 반가워 웃으며 아빠 하고 불렀는데∼/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 시계바늘을 40년 전으로 돌린다.6·25전쟁의 후유증, 배고픔과 가난으로 아빠들은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만큼은 가난을, 무지를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꾹꾹 참고 견뎠다. 한(恨)도 그리 많아 두다리 쭉 펴고 잠을 제대로 자본 날이 얼마였을까. 그런 1966년에, 노래 하나가 툭 튀어 나왔다. ‘이 세상의 부모마음 다같은 마음/아들 딸이 잘 되라고 행복 하라고/마음으로 빌어주는 박영감인데/노랭이라 비웃으며 욕하지 마라/나에게도 아직까지 청춘은 있다/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부라보 부라보 아빠의 인생’ 이 노래는 당시 아빠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듯 전국적으로 급속히 퍼졌다. 이른바 국민가요로 애창됐다. 이심전심, 세월이 지난 IMF때에도 자주 불렸다. 지금도 회갑잔치나 40대 이상의 남성들이 거나하게 술한잔 마시면 단골로 나오는 노래 메뉴 중 하나다. ●해남서 내년부터 ‘오기택 가요제´ 개최 특유의 저음 가수 오기택(64). 분명 한 시대를 풍미했다. 지난 63년이었다. 밤깊은 서울 마포에서 바라본 영등포는 불빛만 아련했다.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의 가사 중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나’처럼 영등포는 먼 곳이었다. 또 있다. 오죽하면 ‘진등포’였을까. 사람마다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할 정도로 늘 땅이 젖어 있었다. 이럴 때 스무살의 젊은 청년 오씨가 불현듯 나타나 ‘영등포의 밤’을 구성지게 불렀다.‘궂은 비 하염없이 쏟아지는 영등포의 밤/내가슴에 안겨오는 사랑의 물결∼/아 영원히 잊지 못할 영등포의 밤이여’ 한자락 쫙 깔린 바리톤 목소리로 가슴을 후벼 팠다. 당시 영등포 사람들은 거의 ‘애국가’처럼 불렀다. 고단한 민초의 삶을 토해냈고 미래의 꿈과 사랑을 위한 이중주였으니….3년 뒤에는 남궁원·엄앵란 주연으로 같은 제목의 영화가 나왔고 노래를 부른 오씨까지 출연하면서 ‘영등포의 밤’은 공전의 히트를 쳤다. 뿐만 아니다. 오씨는 66년도에만 ‘아빠의 청춘’에 이어 ‘고향무정’‘충청도 아줌마’‘마도로스 박’을 연이어 불러 히트치면서 단숨에 국민가수로 떠올랐다.‘구름도 울고 넘는 저 산아래∼’로 시작되는 ‘고향무정’은 타향살이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진한 향수의 리얼리즘으로 다가갔다. 지금도 명절때 가족끼리 만나면 즐겨 부른다. 또 명사들을 만나 18번이 뭐냐고 물으면 ‘고향무정’을 꼽는 사람이 많다. ‘충청도 아줌마’ 역시 지금의 40대 이상에겐 한두 소절의 가사를 중얼거릴 정도로 친숙해져 있다.‘와도 그만 가도 그만 방랑의 길은 먼데 충청도 아줌마가 한사코 길을 막네∼’ 두번에 걸쳐 10대가수상을 받은 오씨는 그렇게 60∼70년대를 풍미했다. 일본까지 원정갈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가 녹음한 노래만 무려 1000곡이 넘는다. 지금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모든 부와 영예, 인기를 뒤로 하고 외롭게 혼자 재활치료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작은 아파트에서 노래말처럼 ‘아련한 불빛’과 ‘쓸쓸한 여의도 비행장’을 생각하며 회한에 빠져 있다. 이런 그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 두가지가 날아들었다. 첫번째는 전남 해남군에서 내년 10월부터 ‘오기택 가요제’를 개최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충청도 아줌마’의 노래비가 곧 세워진다는 것. ●바다낚시 갔다 뇌출혈로 죽을 고비 오씨를 만나기 위해 아파트 문을 노크했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한손으로 벽을 기대며 애써 맞이한다. 오씨는 10년전 6시간의 뇌수술을 받고 깨어나 언어장애와 왼쪽 팔·다리 마비증상이라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했다. 그러니까 1996년 12월30일이었다. 낚시광인 그는 제주 추자도로 혼자 낚시를 떠났다.10일간 낚시할 수 있는 야영 준비물을 챙기고 도착한 곳은 상(上)추자의 ‘염섬’이라는 무인도. 이날 오후 50㎝ 크기의 감성돔 3마리를 기분좋게 낚고 상추자 주민들과 새해 첫날을 맞이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내일은 폭풍주의보라는 라디오 뉴스가 흘러나왔다. 철수 준비를 서둘렀다. 하지만 오기로 돼 있던 배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가 지난 31일에도, 그 이튿날에도 배는 오지 않았다. 휴대전화도 없어 연락할 방법조차 없었다. 1월2일 아침. 폭풍주의보가 해제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배가 곧 오겠지 하며 다시 짐을 꾸렸다. 이때였다. 갑자기 어지러움 증세와 함께 왼쪽 팔·다리의 힘이 쭉 빠지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운이 없게도 바다쪽으로 경사진 낭떠러지 바로 앞이었다. 게다가 솔잎이 바닥에 널려 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미끄러져 바다에 떨어질 판이었다. 겨우 오른손을 뻗어 옆에 있는 소나무 가지를 잡았다. 설상가상, 팔에 힘이 점점 빠졌다. 바지의 허리띠를 겨우 풀어 오른손을 소나무에다 칭칭 감았다. 캄캄한 밤이 됐다. 배가 고프면 솔잎으로 허기를 채웠다. 입술이 덜덜 떨릴 정도로 진눈깨비의 추위까지 엄습했다. 아무 노래나 마구 불러댔다. 부처님과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몸 전체가 꽁꽁 얼었다. 낚싯배가 온 것은 1월3일 오전 10시였다.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오씨는 제주경찰청 헬기로 긴급 후송돼 제주 한라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4일 오후에는 대한항공편으로 서울 성모병원으로 옮겨져 뇌수술을 받았다. “뇌출혈이지요. 평소 혈압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했습니다. 해병대에서 고된 훈련을 받았기에 24시간을 버텼다고 생각합니다.” 오씨는 손목의 흉터를 보여준다. 당시 소나무에 감겨진 자국이다. 침이란 침은 다 맞아보고 약이란 약은 다 써봤다고 했다. 독자로 태어나 세살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마저 일찍 작고해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년동안 재활치료하느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결혼을 안 한 후회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향인 해남에서 먹을 것을 조금씩 보내주는 훈훈한 인정이있었다. 치료비는 잘나가던 시절 벌어놓은 것으로 충당했다. ●날마다 헬스클럽서 걷는 연습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체력과 강한 의지로 언어장애는 약간 극복했지만 노래 부를 정도는 아니다.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하루에 한번 동네 헬스클럽에 가서 힘겹게 걷는 연습을 하며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매년 그랬듯이 올겨울에도 쑤셔오는 몸 때문에 태국에 가서 요양할 예정이다. “그때 ‘영등포의 밤’을 불러 영등포 지역의 땅값이 많이 올랐습니다. 노래요? 어릴 때부터 잘한다고 했지요. 고복수 선생님이 운영하는 동아예술학원에 들어가면서 가수가 됐습니다.” 오씨에겐 두가지 이력서가 있다. 가수와 골프.80년부터 시작한 골프실력은 88년 제5회 광주CC 챔피언 등 각종 아마추어대회에서 10여차례나 우승을 거머쥐었다. 뭐든지 열심히 해야 한다는 특유의 성미 덕분이다. 나이가 비록 60대 중반이지만 가수로서의 재기의욕도 그만큼 강하다. 노래가 좋아 결혼도 못했다는 그는 잠시 창너머 한강쪽을 바라본다.“정말 아까운 노래들이 많아요. 생전에 팬들에게 보답하는 기회가 꼭 한번 왔으면 좋겠네요.” ■ 오기택이 걸어 온 길 ▲1943년 해남 출생 ▲59년 서울 성동공고 졸업 ▲62년 동아예술학원 2년 수료 ▲61년 제 1회 KBS 주최 직장인 콩쿠르대회 1등입상 ▲63년 ‘영등포의 밤’‘가버린 영아’로 데뷔 ▲65년 해병대 만기제대 ▲67년 제2회 부산문화방송 10대 가수상 수상 ▲75년 한국연예인협회 이사 ▲79년 동협회 가수분과위원장 ▲86∼91년 일간스포츠 초청 연예인 자선골프대회 연속 우승 ▲90년 싱가포르 렉스오픈 아마추어 1위 ▲97년 1월 추자도 인근 무인도에서 낚시 도중 뇌출혈로 쓰러짐 ▲2006년 반야월 가수예술공로상 수상 # 주요 히트곡 ‘아빠의 청춘’‘영등포의 밤’‘고향무정’‘충청도 아줌마’‘찾아온 고향’‘비내리는 판문점’ 등. 현재까지 1000여곡 발표 km@seoul.co.kr
  • 작사(作詞)·작곡(作曲)·노래하는 가요3부자(父子)

    작사(作詞)·작곡(作曲)·노래하는 가요3부자(父子)

    부자(父子)작곡가 집에 신인가수가 탄생하여 흔치않게 가요3부자(父子)의 이색가정을 이루게 됐다. 『차라리 꿈이라면』으로 가요계에 「데뷔」한 한정호(韓政浩·21)군. 아버지는 작사 겸 작곡가 한복남씨(韓福男·52)고 젊은 작곡가 하기송씨(河基松·본명 한정일(韓政一)·32)가 바로 맏형. 「레코드」사「도레미」가 바로 韓씨집의 것이고 보면 『작사에 아버지, 작곡에 큰 아들, 노래에 막내아들』, 취입까지 겸해서 완전한 자급자족이다. 「데뷔」곡부터가 그렇다. 한정호가 불러 요즘 상승의 인기를 보이고 있는 『차라리 꿈이라면』은 아버지 한복남씨의 작사·작곡이고 두번째 노래 『마음의 꽃』은 형 하기송씨의 곡이다. 아버지 작곡가는 작사·작곡 이외 가수로도 소문난 사람. 『엽전 열닷냥』『나그네 밤거리』『빈대떡 신사』등 왕년의 「히트·송」이 모두 한복남씨의 詞·曲·노래다. 지금도 술집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 나오는 『오동동 타령』『한많은 대동강』『페르샤 왕자』『처녀 뱃사공』등이 이를 테면 아버지의 대표작곡. 노래 재질은 하기송씨 역시 빠지지 않는다. 「히트」는 안됐지만 『푸른 수평선』이란 노래가 바로 하기송씨의 詞·曲·노래다. 대표곡은 『회전의자』(김용만(金用萬) 노래) 『둘이서 트위스트를』(박재란(朴載蘭) 노래) 『나룻배 처녀』(최숙자(崔淑子) 노래)등. 이렇게 보면 한정호의 노래 재질은 타고 난 혈통으로 볼 수 있다. 아버지가 작곡에 손을 댄 것이 5남매의 막내아들인 정호군이 출생한 해이고 그래서 그는 악기를 장난감 삼아 자라났다. 「피아노」, 「기타」 솜씨가 보통 이상. 혈통의 혜택이 아니라도 음악가가 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그래도 아버지 작곡가의 말인즉 『가수 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다. 가난과 싸워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아들들만은 다른 분야로 진출해주길』바랐단다. 그래서 정호군의 가수「데뷔」는 전혀 돌발적이다. 『작년 12월이었죠. 할머니에게 담배 20갑을 사다 드리기에 돈이 어디서 났느냐고 추궁했더니 방송 출연료를 받았다는 겁니다』 TBC의 『다이어먼드·쇼』에 「아마추어·싱어」로 출연한 것이 가수로서의 출발. 중앙대(中央大) 연극영화과 2년생으로 전공이 연예분야이기도하지만 내친 김에 가수로 「데뷔」를 시켰단다. 이런 경위는 큰 아들 하기송씨에게서도 볼 수 있다. 작곡가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세 때부터지만 처녀작 『제주 비바리』(황금심(黃琴心) 노래)를 내놓은건 17세때, 당시 서울高 1학년때다. 『어느 날 「기타」를 튕기고 있기에 야단을 쳤죠. 연예인 생활은 나로써 족하다고. 그런데 5선지 위에 끼적거려 내놓은 곡이 나보다 낫단 말예요. 할 수 없다, 하고 싶으면 해라. 그래서 예명도 하기 송(Song), 노래 하기 좋아한다는 뜻으로 지어줬죠』 언뜻 보아서는 3부자(父子)라기보다 3형제(兄弟)다. 부자간에 오갈 수 있는 성질 이상의 농담이 거침없이 튀어 나오고 서로 어깨를 치면서 박장대소를 한다. 취미도 똑같이 낚시와 당구. 당구실력은 아버지와 큰 아들이 2백이고 막내둥이 정호군이 3백. 시간이 나면 3부자는 나란히 당구장에 들어가 「게임」을 벌인단다. 일요일이면 온가족이 「닐」낚시를 떠나고. 『한때 사업이 부진해서 고민 많이 했죠. 그래도 불행하다는 생각은 안해봤습니다. 가정적으로 나만큼 복많은 사내도 없을테니까요』 - 이름도 복남(福男)인 아버지의 얘기. 그는 사업운영은 큰 아들에게 맡기고 좋은 곡을 만들어 정호군의 가수 진출을 힘껏 밀어 볼 생각이란다.[선데이서울 70년 2월 22일호 제3권 8호 통권 제 73호]
  • [열린세상] 룰라의 재선/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0월29일에 있을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룰라의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주 야당후보 알키민과의 TV 토론이 끝난 뒤 여론조사기관 이보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7대43으로 룰라의 우세가 예상된다고 한다. 격차가 14%나 되고 부동표도 많지 않은 상황이니 재선이 확실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빈부의 대결구도가 명확했다.‘벨린디아’의 대결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벨린디아는 벨기에와 인디아의 합성어이다.1974년 극도로 양극화된 브라질 사회를 비꼬아 경제학자 에드마 바샤가 만들어낸 조어이다. 상파울루의 공업지대와 리우의 해변가는 벨기에에 버금가는 수준이지만 대도시의 빈민가나 동북부는 인도 수준이란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상파울루 출신인 야당후보는 브라질의 부가 모여있는 상파울루주와 남부 주에서 표를 집중적으로 얻었다. 그가 승리한 주들이 생산하는 부는 국부의 60%를 차지한다. 반면 가난의 대명사인 동북부 출신인 룰라는 동북부와 북부의 16개주에서 표를 많이 얻었다. 이곳은 원시적 브라질이고, 문맹과 가난의 브라질이다. 브라질의 선거지도도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 양극화 논리가 선거정치에 동원되면 룰라와 같은 중도좌파 후보가 유리해진다. 가난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긴축기조의 경제운영을 오랫동안 견디기 어렵다. 민중주의의 유혹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룰라 역시 긴축기조의 경제운영으로 지난 4년을 버텼다. 그랬기에 사회운동 세력과 가난한 사람들의 불만이 드높았다. 지난해에 여당 노동자당의 정치부패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자 룰라의 재선은 물 건너간 것 같았다. 하지만 룰라의 인기는 올해 들어서 쉽게 회복했다. 빈자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 선거전에서 야당후보 알키민은 룰라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도마에 올렸다. 알키민은 전 대통령 카르도주가 만든 브라질 사민당 소속으로 기술관료로 출발하여 상파울루 주지사까지 지냈다. 이번 여름에 방문한 상파울루에서 만난 지식인들과 전문직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알키민을 지지했다. 청렴하고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했다. 반면 룰라 정부의 사회정책 프로그램은 퍼주기에 가깝고, 전달체계도 엉망이라고 비판했다. 무능한 정부란 것이다. 하지만 부패 스캔들을 입에 떠올리는 사람은 없었다. 정치적 부패가 허약한 정당체계 속에서 구조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은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반면에 서민들이나 택시 기사들은 한결같이 룰라밖에 대안이 없다고 했다. 룰라가 지난 대선 공약을 어겼지만 사회정책 분야에서 작은 진전은 있었다고 인정했다. 아마도 재선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일찌감치 일차투표에서 룰라의 과반수 득표가 예견되었다. 하지만 투표일 2주 전에 야당세력을 음해하는 문서를 매수하려는 공작 스캔들이 발생했고, 지불할 80만달러도 발견되었다. 룰라 후보에게는 큰 악재였다. 게다가 룰라는 대선후보들의 TV 토론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선거전 마감일에 그는 축구클럽 코린티안 복장으로 거리 유세에 나섰다. 이런 행태에 그를 지지하던 중간계급의 표가 일부 떨어져 나갔다. 그는 아깝게도 48.6%를 얻었고, 결선투표의 홍역을 치러야 했다. 룰라후보의 최대 적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인 노동자당이란 점이 이번 선거전에서 드러났다. 브라질에서 대중적 계급정당으로 성공사례라 평가받던 노동자당은 이제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된 일종의 ‘스탈린주의 정당’으로, 기층민주주의가 사라진 선거전문가 정당으로 변신했다. 룰라 대통령은 재선이 되겠지만 노동자당은 주지사 상하원 선거에서 브라질 사민당에 완전히 밀렸다. 하원의석은 겨우 16%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룰라의 제2기 정부도 여당연립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또 제1기의 사회정책의 더딘 진전에 불만을 품은 사회운동의 압력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코드로 읽는책] ‘기적의 신약’ 그 이면의 음모

    제약회사의 신약개발은 모든 인류에게 축복일까.‘몸 사냥꾼’(소니아 샤 지음, 정해영 옮김, 마티 펴냄)은 신약에 관한 일반인의 상식과 믿음을 여지없이 날려버린다. 환자를 치유하는 ‘기적의 신약’ 같은 신화 이면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거대 제약회사의 추악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낱낱히 파헤친다. 인도 출신의 여성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우선 임상실험이라는 명목하에 거대 제약회사가 저지르는 비인륜적인 행위를 고발한다. 서구의 제약회사는 자국에서 신약의 피험자를 찾기 어려워지자 가난하고 척박한 곳으로 눈을 돌렸다.3D 제조업체가 개발도상국의 노동자들을 이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위탁계약연구기관(CRo)들은 임상실험을 원하는 제약회사의 주문에 따라 실험지역과 실험대상, 실험규모를 결정하고, 연구 결과물을 학술지 논문으로 엮어내기까지 한다. 가난한 나라에서 행해지는 위약 대조실험은 제약회사의 부도덕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위약 대조실험에 참여한 환자들 가운데 절반은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설탕물로 만든 위약만 제공받을 뿐이다. 의료진의 우선순위가 환자가 아니라 제약회사에서 의뢰한 실험결과를 위한 실험대상이라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생명윤리학자 솔로몬 베나타의 말을 인용하면 “개발도상국에서 행해지는 임상실험은 피험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학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가치있는 것은 바로 데이터다.” 저자는 해마다 신약이 쏟아져 나오지만 전세계 절반 이상이 30년 전과 똑같은 질병으로 죽어가는 현상에 주목한다. 이는 제약회사들이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고치게 하기보다는 그런 생활습관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신약개발에 더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유는 물론 지속적으로 약을 팔아 먹기 위한 것이다. 또 발기 부전이라는 용어 대신 성기능 장애라는 애매한 용어로 ‘비아그라’의 상품력을 높이는 사례처럼 의도적으로 질병의 위급함을 왜곡하는 사태의 심각성도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국가 기관이 나서서 거대 제약회사의 횡포를 막지 않는 것일까. 미국의 의약산업계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익단체 중 하나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이 제약회사 CEO 출신이라는 점은 그 단적인 예다. 저자의 고발은 먼 타국의 일이 아니다. 우리 역시 먹잇감을 노리는 몸 사냥꾼의 수색망에서 피할 수 없다는 사실에 오싹해진다.1만 5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노벨평화상 유누스는 누구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무하마드 유누스(66)가 그라민 은행을 세운 때는 30년 전. 당시 농민이나 어민, 장인(匠人) 등 빈민들에게 은행 문턱은 한없이 높기만 했다. 담보도, 보증도 없는 그들은 소규모 창업을 하고 싶어도 종자돈이 없었다. 유누스는 빈민들이 게을러서 일어서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사회가 기회를 제공하지 못해서라는 믿음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의 책임을 결합한 ‘무보증 소액 창업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창안했다.‘신용은 곧 인권’이라는 신념도 거기서 싹텄다.1940년 방글라데시 치타공의 금 세공업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다카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밴더빌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 그해 미들테네시 주립대를 거쳐 1972년부터 치타공 대학에서 가르쳤다. 하지만 대기근이 닥친 1974년 수도 다카로 밀려든 뼈만 남은 빈민들은 그가 배운 고상한 경제학 이론을 무색케 했다. 그는 “내가 가르친 경제 이론은 내 주변의 삶과는 동떨어졌다.”고 회고했다. 그때부터 실천 경제학의 길을 걷게 된 유누스는 조브라 마을로 들어가 빈민들과 고락을 함께했다. 대나무 제품을 만들어 입에 풀칠하는 주민들이 고작 몇 푼이 없어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현실도 목도했다. 당시 대나무 직조기에 앉아 있던 세 아이의 엄마 수피아 베굼은 “직조기를 장만하는 데 5타카(약 90원)를 빌렸기 때문에 이자를 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다음날 유누스는 주민 43명에게 856타카(약 27달러)를 주며 빚을 갚게 한 뒤 “능력이 될 때 갚으라.”고 말했다. 3년 뒤 1976년에는 자신이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국립은행에서 돈을 빌려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었다. 벵갈리어로 ‘시골’이란 뜻의 그라민은 빈민들이 소나 닭, 전화기를 장만, 낙농이나 전화사업을 창업하도록 유도했다. 시큰둥하던 정부와 중앙은행도 1979년 500가구가 회생하자 도와주기 시작했다. 교수직도 버리고 그라민 은행에 매달린 유누스는 마침내 1983년 법인으로 발족시키고 86년 정식 은행으로 인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660만명의 빈민이 대출을 받았고 이 가운데 58%가 가난에서 벗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대출자의 97%가 여성들로 이들이 경제역군으로 나서는 데도 기여했다. 그라민 은행이 성공하자 1997년 139개국 대표가 미국 워싱턴에 모여 ‘마이크로 크레디트’ 정상회의를 가졌고 유엔은 2005년을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해’로 정하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그라민 은행에 대해 “지난 100년간 제3세계에서 탄생한 가장 중요한 단일 발전모델”이라고 평가했다.‘사회연대은행’의 안준상 과장은 13일 “빈민 타파운동에 새로운 모델을 제공한 그의 활동에서 많은 귀감과 영감을 얻어 국내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도 점차 저변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유누스는 이날 수상 소감을 묻는 기자에 “노벨위원회가 가난에서 해방된 세상을 만들려는 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노벨상 상금을 빈민들을 위한 또 다른 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저비용 고영양’ 식품을 제조하는 업체와 안과병원을 세우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유누스·그라민은행 노벨평화상 공동수상

    유누스·그라민은행 노벨평화상 공동수상

    올해 노벨평화상은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운동가인 무하마드 유누스(66)와 그가 창설한 그라민 은행에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3일 ‘무보증 소액 창업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과 같은 획기적인 빈민구제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수백만명의 자활을 도운 공로로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무담보 대출은 빈곤타파에 매우 효과적 무기이자 가난해서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이들의 삶을 개선하는 촉매제가 됐다.”며 유누스의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경제학자인 유누스는 빈곤층이 가난을 타파하지 못하면 지속적인 평화도 오지 않으며 경제·사회적 발전을 이뤄야만 민주주의와 인권이 신장된다는 신념 아래 1976년 단돈 27달러로 사업을 시작했다. 유누스는 선정 직후 노르웨이 국립 NRK TV에 “환상적이고 믿을 수 없다.”며 “많은 이들이 평화상을 탈 것이라고 말해 줬지만 막상 소식을 들으니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방글라데시도 축제 분위기에 젖었다. 칼레다 지아 총리는 유누스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은 조국에 위대한 영광을 안겨줬다.”며 축하했다. 유누스와 그라민 은행은 100만스웨덴크로네(약 13억원)의 상금을 받아 빈민들을 위한 식품업체와 안과병원을 차리는 데 쓰기로 했다. 시상식은 12월10일 오슬로에서 열린다. 앞서 유누스는 제8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도 선정돼 오는 18일 방한한다. 19일 시상식에 이어 20일 이화여대에서 강연회를 갖는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작가 이야기] 가을에는 - 이해인 수녀

    ♡가을에는♡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버려 두었던 단어 몇 개를 내 가슴에 품고 마음 깊이 스며들도록 할 것입니다그것은 은혜. 감사. 사랑. 평화. 순결. 용기. 자유. 겸손. 지혜. 용서. 고독. 진실. 동행. 영원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행하지 못한 몇 가지 일들을 할 것입니다.그것은 사랑하기. 욕심 버리기. 단순하기. 따뜻하기. 깊이 생각하기. 목소리 낮추기. 격려하기.칭찬하기. 오래 참기. 많은 나누기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내 이웃을 향해 조용히 다가갈 것입니다.그분들은 외로운 사람. 가난한 사람. 마음에 상처입은 사람. 슬픔 속에 있는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 몸이 갇힌 사람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자연의 모습을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것입니다.그것은 붉은 단풍 위에 펼쳐지는 쪽빛 하늘. 황금 들판. 투명한 햇살 속에서 익어가는 열매들에 핀 들국화 입니다.이번 가을에는 그동안 들리지 않았던 정겹고 아름다운 소리를 귀담아들어 볼 것입니다. 그 소리는 가을을 전하는 노랫소리. 풀벌레 소리. 가을비 소리. 농부의 타작 소리. 아이의 웃음소리. 가족의 기도 소리입니다.이번 가을에는 아직도 내 마음밭에서 자라고 있는 몇 그루 나무를 뽑아낼 것입니다.그 나무는 불평의 나무. 낙심의 나무. 의심의 나무. 이기심의 나무. 교만의 나무. 무관심의 나무. 게으름의 나무입니다. - 정용철님의 책 <마음이 쉬는 의자>에서-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가을이 깊어갑니다.언젠가 저장해 두었던 위의 글을 다시 읽으니 좋아서 나누고 싶습니다.10월에는 추석연휴가 끼어있으니 가족들과의 모임 외에도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다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네요. 우리도 가을이 되면 성지 순례를 하거나 코스모스와 억새풀이 출렁이는 곳으로 종종 가을 소풍을 가기도 합니다.수녀는 늘 사랑 속에 자신을 다스리는 수행자, 남을 가르치는 선교사이며 교육자, 알뜰한 살림꾼이며 요리사, 사소한 것으로도 멋을 내는 생활 속의 예술인,모든이에게 마음이 열려있는 기도자, 아픈이의 위로자... 참으로 모든이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종합선물셋트’가 되어야 하니 때로는 삶이 고달프지 않겠어요? 각 개인이 다 할 수 없는 것을 공동체는 서로 서로 보완하게 해 주어 좋습니다. 공동체의 고마움을 새롭게 절감하는 요즘이에요. 저도 언제 기회가 오면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싶어요자주는 아니지만 간병하며 제 나름대로 터득한 몇가지 사항을 혹시 다른분들에도 참고가 될까하여 생각나는대로 적어둡니다. 입으로 외우는 염경기도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성심으로 돌보는 행위 역시아주 중요한 기도의 예식임을 새롭게 절감하면서 말입니다.♥ 얼굴 표정은 늘 밝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환자의 기분도 밝아집니다♥ 말씨는 평소보다 좀 더 상냥하고 공손하게 해야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마음놓고 필요한 심부름을 시킵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병상의 그분에게만 마음과 시선을 집중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돌봄의 주인공이 자신임을 받아들이며 쓸쓸해 하지 않습니다 ♥ 때로 환자가 지나친 요구를 하거나 감당하기 힘든 고집을 부릴 때는 충분히 들어준 다음 ‘알아본다’고 하며 간호사에게 가서 지혜를 구하고 마음이 다치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게 평화적으로 설득합니다:그래야 환자가 믿고 의지합니다♥ 대화를 할 수 있을 적엔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북돋워줍니다:그러면 기분이 좋아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일대기를 신나게 들려주기도 하지요♥ 앞의 소임자에게 인계받은 사항 외에도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살펴보고 연구하여 메모를 했다가동의 하에 실행합니다:그러면 간혹 동화나 시도 읽어주며 공감대가 형성 됨을 느낄 수 있고 환자의 팔을 주무를 적엔 손톱이 닿아 안 아프게 해야겠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환자의 입장을 배려하는 지향으로 자신의 피곤함과 어려움은(나중에 쉬면 되니까)들키지 않게 관리합니다:그래서 화장실 봉사할 적엔 냄새도 안 나는 것처럼 더 명랑하게 말하고 보호자의 밥은 더 맛있게 먹겠다고 작정하면 정말 그렇게 되더라구요.이 밖에도 많지만 오늘은 이쯤 할게요. 사랑이란 달콤한 낭만이 아니라 때론 자신과의 외로운 투쟁임을 배우고 당연한 것도 기적처럼 느껴지며 매사에 감사하는 법을 배우는 곳 또한 병원인 것 같습니다.제가 최근의 어느날 일기에는 이렇게 적혀있던데 여러분과 나누고 싶어 옮겨 적습니다.”사람들은 왜 그리 극단적인 말을 할까. 왜 좀 더 순하게 말을 하지 못하고 흥분된 기분을 절제 못하고 막말을 내뱉는 것일까.화가 나면 그리해야하는 것일까-->(화가 난다는 이유로 그리해도 되는 것일까)나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더라도 속상하고 그러 인해 엷은 상처를 받을 때가 많다모처럼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한 안부를 묻고 상대의 주변상황에 대한 이야길 하는게 옳지,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험담 그리고 자신의 질병 고통, 자랑부터 시작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을 대하면 금방 슬픈 마음이 된다. 나도 종종 이런 실수를 하지만 더욱 깨어있어--주위를 밝고 따뜻하게 하는 대화자가 되고 싶다. 요즘 저의 곁에 있는 책들은,<파인애플 스토리>(김두화 역/나침반), <알이 닭을 낳는다>(최재천/도요새), <마더 데레사의 단숨한 길>(마더 데레사.백영미 역/사이), <새벽을 흔들어깨우리라>(마리아 루이스 스카퍼란다.강우식 역/바오로 딸), <길에서 만난행복>(루이스 알렉산드레 솔라누 로씨.김항섭 역/바오로 딸), <길리아드:에임스 목사의 마지막 편지>(마릴린 로빈스.공경희 역/지식의 날개), <안데르센 동화 123가지>(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한국어린이문화연구소 엮음),<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공지영/황금 나침반), <루쉰의 편지>(리우푸친 엮음.임지영 역/이룸), <소걸음으로천리를 가다>(정수일/칭비), <낙천주의 예술가>(다니엘 리베스킨트.하연희 역/마음산책),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노향림/창비) 등입니다.올 해 안으로 해인의 신간 두 권이 출판사는 다르지만 쌍둥이 자매처럼 나오게 되었답니다.1986년 <두레박>이후 20년만에 분도출판사에서 하나, 2004년 봄 이후 마음산책에서 하나 나오는데 아직 제목은 확실히 정해 지지 않고 논의 중입니다.하나는 그간 지면에 발표되었던 글들이, 하나는 수년간의 해인방 소식에서 가려뽑은 글들을 토대로 한 것들이 묶여지는데...나오면 읽어주셔요!’한 개의 두루마리 만드는데 나무 세 그루가 필요하다고 합니다’오늘 우리집 화장실에 들어가니 이런 글귀가 적혀 있네요.아껴쓰란 말일테지요. 사실 우리는 물 전기 종이를 낭비하는 경향이 많아요. 어쩌다 여행길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가 사람들이 물을 쓰거나 공동으로 비치된 화장지를 말아서 가져가는 걸 보면 제가 며칠 간 쓸 것을 한꺼번에 가져가곤 합니다. 모든 걸 아직 흔하게 사용할 수 있을 적에 좀 더 절약하는 우리가 되도록 해요. 저렇게 맑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고도 여러분의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아셨지요?이 가을 부디 성실하게 노력해서 더욱 행복한 나날 이루시길 비오며, 부산 광안리에서....해인 수녀
  • [씨줄날줄] 극우정당의 득세/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유럽 대륙의 작은 나라 벨기에에서 최근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극우 정당인 ‘블람스 벨랑(플랑드르의 이익)이 북부 플랑드르 지방에서 선풍을 일으킨 때문이다. 벨기에 제2도시인 앤트워프의 시장직을 빼앗지는 못했지만 네덜란드어권인 북부에 비해 가난한 프랑스어권 남부와의 분리, 직업이 없는 이민자에 대한 지원 중단 등 이민법의 강화를 공약해 무려 20.5%나 득표했다.2000년에 비해 5%포인트나 올라간 수치다. 블람스 벨랑은 유럽 극우정당 중 비교적 신생 정당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성공적인 정당이 됐다.17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후 300년이 넘게 관용의 문화를 지켜왔고,140개국 이상의 국적을 가진 내외국인이 평화롭게 살고 있는 국제도시에서 인종차별주의를 교묘하게 위장한 이민법 강화나 분리주의가 먹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아프리카 이민자가 4만명이나 유입되면서 실업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플랑드르 지방의 세금이 남부로 흘러들어가는 데 대한 불만도 컸다고 한다. 블람스 벨랑측은 실업·이민·치안불안 문제에 기존 정당들이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선거에는 눈에 띄는 현상도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나치즘 등 극우세력에 의해 다대한 피해를 입었던 유대인 공동체의 일부에서 블람스 벨랑을 지지한 것이다. 영국의 타임스는 블람스 벨랑이 이슬람 이민자를 배척하기 위해 ‘뿌리가 같은’ 유대교와 기독교가 손을 잡자며 내민 손을 유대인 공동체가 맞잡았다고 전한다. 또 하나는 여론조사에서 미래세대인 16세 이하 청소년의 인종차별의식이 그 윗세대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유럽에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덴마크 영국 등에서 극우 정당들이 일제히 득세하고 있다.20세기 초 유럽에서 극우 정당이 등장할 때처럼 위험해지지 않을까. 파시즘 연구로 저명한 로버트 팩스턴은 프랑스에서도 1930년대 파시즘이 대두했지만 독일과 달리 기존 정치제도가 별 무리없이 기능하면서 쉽게 침투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21세기인 지금 질문은 되풀이된다. 유럽의 기존 정치 제도가 극우 정당에 대한 방화벽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청춘이여 꿈을 가져라”

    꿈은 이상이다. 동시에 희망이며 미래이다. 그것에 동의반복이거나 비슷한 말은 바로,‘청춘’이다. 영화 속에서의 청춘이나 젊음은 이유 없는-기성세대들의 몰이해에서 나온 단순한 평가가 대부분인-반항이거나, 방황하고 불안전하며, 치유 극복 불가능한 쾌락의 모습들로 그려지기 일쑤. 하지만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자신의 나이에서 완전하고 만족스런 삶의 모습을 살고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더군다나 스스로의 날개를 달지도 못하고, 또는 방향성을 깨닫지 못한 그들의 삶에 대해 어떤 근거로 방황이나 반항이나 불안정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겠는가? 중요한 건 우리는 누구나 그 시기를 거쳤으며, 또 누구나 그 시기를 거쳐 우리가 된다는 것…. 여기 28명의 젊고 유쾌한 에너지들이 있다.‘워터 보이스’(Water Boys·2001년)에서는 숭숭난 털로 무장한 각선미와 ‘샤방샤방한’ 꽃미남들이 대담하고 화려한 구성과 신나는 춤으로 상상을 초월한 전혀 새로운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젊은 청춘들의 좌충우돌 수중발레 스토리인 이 영화는 실제 모델이 언론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는 사이마타현립 고등학교 수영부의 이야기다. 청춘은 분명 질풍노도의 시기이나 아름답고 푸른 블루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그리고 여기, 편견과 가난과 재능 사이에서 몸부림치는 소년이 하나 있다.‘빌리 엘리엇’(Billy Elliot·2000년)은 광산촌의 노동분쟁과 한 소년의 꿈을 찾는 여정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보여주며 극복하고 이겨내며 이해하고 감싸 안는 청춘 성공담을 제시한다. 광부인 형과 아버지는 파업상태이고, 사랑으로 가족을 감싸던 어머니는 죽었으며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거리를 헤맨다.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빌리는 할아버지의 오래된 권투장갑을 끼고 체육관을 찾고, 아버지는 남자의 상징은 힘이라며 빌리를 독려한다. 하지만 빌리는 자신의 손보다 발에 더 재능 있음을 깨닫고 발레 선생인 윌킨슨 부인의 응원에 힘입어 발레를 남몰래 시작한다. 그리고 무섭게 반대하던 아버지는 이 지긋지긋한 광산촌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빌리에겐 있다는 것을 느끼고 런던으로 보내기 위해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지닌 미덕은 그 순간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광산촌의 노동자에서 치매 걸린 노인,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갈등하는 친구, 꿈을 좇는 소년까지 모두가 함께, 더불어 존재하고 포용하는 너그러움 말이다. 저마다, 시대마다 시기는 다르지만 사춘기라는 것을 거치고 변성기와 첫 생리의 과정을 겪는다. 변성기를 거치며 평생 쓸 목소리를 얻고, 첫 생리 이후엔 여자에서 여성의 존재를 부여받는다. 성장의 과정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것이 단순한 몸의 변화와 견줄 만한 것은 못될지라도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고, 살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 배경은 이때 마련된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며, 우리가 그때를 그리워하는 까닭이다. 영화 속 청춘과 젊음이 대개는 핑크빛 무드의 안정된 과정보단 불안하고 거친 경로를 따른 이유도 가장 아름답고 화려한 시기에 대한 예찬이며,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반대의 표현이지 않을까. 시나리오 작가
  • 노벨경제학상 美 펠프스 교수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드먼드 펠프스(73)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9일 “거시경제 정책의 장·단기 효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를 넓힌 공로로 펠프스 교수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왕립과학원은 “그의 연구가 경제정책뿐만 아니라 경제학 연구에서도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펠프스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측면을 종래 미시경제쪽에서 거시경제쪽으로 시각의 틀을 바꾼 인물이다.1960∼70년대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간에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한다는 이론(필립스 커브)이 설득력을 지녔으나, 이때 펠프스는 장기적으로는 상충관계가 없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인플레이션이 있다 하더라도 장기균형실업률은 바뀌지 않는다는 게 그의 핵심 논리다. 이후 통계적인 수치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76년 시카고 대학의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펠프스 교수와 비슷한 논리인 ‘자연실업률 가설’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을 때 그도 같이 수상했어야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에드먼드 펠프스는 ‘가난 구제, 나라님이 할 수 있다(원제:Rewarding Work)”라는 저서에서 소외계층에서 벌어지는 빈곤의 악순환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저임 근로자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금혜택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용자가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근로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보조금을 포함해 더 높은 임금을 주자는 것이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예일대학, 펜실베이니아대학, 뉴욕대 등을 거쳐 현재 컬럼비아대학 경제학과 교수로 있으며, 프리드먼 교수와는 남다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유럽 강소국 경쟁력 어디서] (하) 포파스의 리온스 경제분석관

    |더블린(아일랜드) 최광숙특파원|“국가경제의 초점을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에 맞추고 있습니다. 이미 진출한 기업에도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옮겨가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 산업통상고용부 산하 정책자문기구 포파스(Forfas)의 로난 리온스 국가경쟁력과 경제 분석관을 만나 아일랜드가 이룬 성공과 실패의 교훈을 들어봤다. 세계 각국에서 아일랜드를 찾는 방문단의 발길이 잦아서인지 잘생긴 외모 못지 않게 프리젠테이션이 능숙했다. 리온스 분석관은 국가 경쟁력의 바탕이 된 외국인 투자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12.5%의 단일 법인세를 적용하고 있는데 유럽연합(EU)의 다른 국가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을 유치한다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만큼 2010년부터는 법인세율을 상향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또 외국인 직접 투자와 내국인 기업을 육성하는 전담기구를 설립해 효과적으로 정책수행을 한 것도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미국 기업이 투자한 나라 가운데 세후 평균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아일랜드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세후 평균 수익률이 25%에 이르는데 영국·프랑스·독일에서는 10%대에 그치고 있다. 왜 아일랜드에 외국 기업들이 몰리는지를 알 수 있다. 리온스 분석관은 “아일랜드는 인구가 적어 내수 기반이 취약하다.”면서 “궁극적으로 외국인 투자에 ‘올인’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투자로 미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아일랜드는 실제로 미국의 9.11사태와 정보기술(IT) 산업 침체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급속한 외국자본 유출로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되면서, 오히려 국내 기업 육성에 신경을 쓰는 계기가 됐다. 리온스 분석관은 아일랜드 경쟁력의 원천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고급 인력이 한몫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려웠던 시절에는 해외로 두뇌유출이 이뤄졌으나 이제는 거꾸로 아일랜드 출신 고급 인력이 역이민을 오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는 물론 고령화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임금을 무기로 한 동구권 국가들의 자본유치 활동에는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영어를 사용하고, 정치적으로 안정된 아일랜드가 외국투자자들에게는 매력있는 투자대상이라는 것이다. 아일랜드에도 실패는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국가 정책은 사회대협약을 체결하는 등 합의가 이뤄졌지만, 지역개발 문제는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바람에 정책 추진이 어려웠다.”면서 “그 결과 도로 시설이 열악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등 물류 분야에서의 취약점도 적지않다.”고 털어놓았다. 포파스의 역할에 대해서는 “국가 발전과 관련된 사항을 관계장관에게 조언하고, 장관의 요청에 따라 산업개발청과 기업진흥청, 기타 다른 산하조직의 정책개발 및 조정에 관한 도움을 준다.”고 소개했다. bori@seoul.co.kr ■ 아일랜드 포파스 어떤곳 아일랜드는 2005년 말 현재 인구가 410만명 밖에 되지 않다보니 내수기반이 취약하다. 이런 약점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과 같은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로 극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800년동안 영국의 식민지배를 거치며 ‘유럽의 가난뱅이’로 인식됐던 아일랜드가 ‘유럽의 신데렐라’로 변신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일랜드의 혁신을 주도한 정부 기관은 산업개발청(IDA), 기업진흥청(EI), 정책자문기구 포파스(Forfas) 삼총사이다. 모두 산업통상고용부 산하로 수도 더블린에 있다.IDA는 외국인 기업을 유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공장 입지 선정과 회사 설립 절차는 물론 근로자의 주거와 자녀의 학교 문제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한다.EI는 국내기업을 육성하고, 해외로 진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포파스(Forfas)의 ‘fas’는 아일랜드어로 ‘성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파스는 ‘성장을 위하여’라는 의미가 된다.IDA와 EI 등 산업통상고용부 산하 기관들이 정책 개발을 하는데 ‘싱크탱크’역할을 한다. 이들 기구의 정책, 전략기획을 총괄 기획·조정 역할을 하면서 평가·환류작업도 맡는 ‘컨트롤 타워’이다. 각 기관이 때로는 독자적으로, 때로는 유기적으로 협조하면서 업무를 수행하도록 돕는다. 또 국가경쟁력위원회(NCC), 미래기술수요예측전문가회의, 과학기술추진자문회의 등 각종 정책자문기구의 연구 및 정책지원도 담당한다. 정재호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연구위원은 “포파스가 지원하는 정책자문기구들에는 의회, 정부, 교육계, 기업, 노동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포파스는 정부 부처의 산하기관에 머물지 않고 독립적 지위를 갖고 활동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학교 교실 벤젠 농도 위험수위 넘었다

    학교 교실 벤젠 농도 위험수위 넘었다

    가려움증으로 피부가 벗겨지도록 긁어대는 아토피 아이, 충동적인 행동이나 괴성을 까닭없이 불쑥불쑥 내지르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 걸린 아이 그리고 천식이나 비염에 시달리거나, 외부 자극에 대해 눈에 띄게 신경행동 반응이 더딘 아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8일 공개한 ‘어린이 환경성 질환 조사·감시연구’ 결과는 이런 환경성 질환의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부가 어린이 건강보호 정책수립 등을 위해 지난해 착수한 연구사업(2005∼2010년)의 첫번째 성과물로 질환별 병인(病因) 분석과 대책수립을 목표로 6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소득수준따라 발병 이번 연구에선 눈에 띄는 새로운 결과들이 몇 가지 제시됐다. 우선 초등학교 1∼3학년 어린이들의 아토피 질환과 소득수준간의 상관성이 처음 조명됐다. 열 명 가운데 세 명꼴로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아토피 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소득수준과 정확히 비례해서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월 가구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집의 아이들은 214명 가운데 46명(21.5%)으로 가장 낮았고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은 658명 중 179명(27.2%)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은 824명 중 237명(28.8%)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은 533명 중 181명(34%) ▲500만원 이상은 116명 중 49명(42.2%) 등 순으로 올라갔다. 연구팀은 “아직 연구 초기단계여서 지금은 현상만 드러내 보이는 수준”이라면서 “원인 분석은 향후 연구를 통해 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동안 국제학계에선 고소득층일수록 위생에 훨씬 엄격하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몸의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질환 발생률을 높인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아토피보다는 낮았지만 다른 알레르기 질환도 증가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비염은 아이 열 명 가운데 2.4명, 결막염은 1.7명, 천식은 1.2명꼴로 걸린 적이 있거나 현재 앓고 있는 중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노영만 교수는 “전반적으로 아토피와 천식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어린이의 혈중 납농도는 가난한 집 아이일수록 비례적으로 높아졌다. 특히 일종의 어린이 정신질환인 ADHD 증상 역시 납 농도와 정비례 관계를 보인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납 농도가 1㎍ 미만인 아이들의 ADHD 증상은 4.8%에 불과한 반면 3.5㎍ 이상일 때는 이보다 두 배인 9.6%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는 조사대상 1778명 가운데 115명(6.5%)이 ADHD 증상을 나타냈다. 6개 지역 어린이들의 평균 혈중 수은농도는 선진국 성인보다 5배까지 높았는데, 이 가운데 대구시 어린이들이 가장 심각했다. 혈액 1ℓ당 3.67㎍으로 가장 낮은 제주지역 어린이(2.26㎍)의 1.6배 수준이었다.8∼10세 대구시 아이들의 혈중 수은농도가 선진국에서 ‘안심해도 되는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는 수치(5㎍ 이하)의 73% 가량에 이미 도달해 있는 셈이다. ●학교 교실도 오염 연구팀은 아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공간인 학교 교실의 환경오염물질 실태도 조사했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같은 오염물질들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학교보건법상 환경기준치를 대부분 초과했다. 미세먼지(PM10)는 조사대상 9개 학교 가운데 5개 교실에서, 이산화탄소는 9개 학교 모두에서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측정됐다. 특히 1급 발암물질인 벤젠 농도는 위험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태다. 유럽연합과 일본은 각각 벤젠의 환경기준으로 ㎥당 5㎍과 3㎍의 농도를 제시하고 있는데,9개 학교 중 5개교가 유럽기준을,6개교는 일본기준을 초과했다. 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벤젠 환경기준을 5㎍ 이하로 설정, 운용할 계획이다. 노영만 교수는 “그동안 교실내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의 농도 측정은 이뤄져 왔지만 벤젠을 비롯한 개별물질에 대한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조사대상 학교는 대부분 신축 건물이 아니었는데도 벤젠 농도가 높았는데, 리모델링 공사나 공작수업 과정 등을 통해 유해물질이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문화마당] 달구경/황주리 화가

    어릴적 추석은 꿈에 부풀어 기다리던 즐거운 축제였다. 송편과 빈대떡과 과일들이 그림처럼 쌓여 있던 차례상 앞에서 어린 동생과 나는 그저 즐거웠다. 빛깔 고운 때때옷을 입고 친척집을 향하던 발걸음은 아무 걱정 없는 새들의 날개처럼 마냥 가벼웠다. 새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누군가의 시가 떠오른다. 하지만 새가 되지 못하고 어른이 된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어린 우리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어머니의 걱정이 무엇이었는지,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의 부채가 얼마나 되었는지 어린 우리는 알 턱이 없었다. 저녁이면 휘영청 달은 밝았고, 하루가 가는 것이 아쉬워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던 그리운 한옥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로 그 자리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지 오래다. 하도 그 옛집이 그리워 나는 아파트를 구경하러 여러 번 갔었다. 아무런 추억도 불러내지 못하는 고층 아파트의 전망은 북악산과 저 멀리 청와대까지 다 보여 아주 근사했다. 요즘도 꿈에 보이는 그리운 골목길은 누가 다 가져갔을까? 막다른 골목길 하늘 위에서 어린 나를 내려다보던 한가위 보름달을 어찌 잊으랴? 달구경을 가고싶다. 성북동이나 평창동 골짜기 쯤이면 아직도 옛날 맛을 내는 달 구경을 할 수 있을까? 대학 시절 어느 추석날 누군가와 달구경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이종 사촌오빠의 고종 사촌 형이던 그는 무척 얼굴이 잘 생긴 청년이었다. 그를 보면 가슴이 늘 설레던 나는 추석에 우리 집에 인사차 들른 그와 함께 달구경을 나섰다. 아마 김대건 신부의 묘가 있는 절두산 성지였을 것이다. 별들은 빛났고, 달님의 얼굴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눈이 부신 대보름 밤이었다. 나는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그날 이후 그 잘 생긴 청년은 나에게 좋아한다는 편지를 보냈다. 오랜 나의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몹쓸건 정말 이내 심사, 가까이 다가서는 순간 나는 그가 나랑 아주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는 그 누구와도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 너무 맑은 물에서는 물고기가 자라지 못한다고, 정말 그가 그랬다. 생각처럼 그는 행복하지 못했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재혼을 했지만,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는 2년 전 어느 날 암에 걸려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병원 영안실에서 만난 그의 사진은 늘 그렇듯 참 잘 생긴 청년이었다. 그 옛날 달구경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을까? 삶의 형이상학은 언제나 현실의 형이하학에 자리를 내주고 만다. 세상의 많은 여자들은 그렇게 맑고 바르고 세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남자와 잘 살아내지 못하는지 모른다. 적당히 세속적인 세상의 남자들이 가정을 더 잘 꾸려가는 걸 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아직도 그 옛날과 똑같은 모습으로 내려다보는 달님은 세상이 점점 더 망가지는 이유가 바로 그렇게 세속에 물든 우리 탓이라고 꾸짖는다. 하지만 장을 보는 사람은 안다. 장바구니에 담긴 우리들 일용할 양식을 위해 치러지는 돈이 얼마나 가볍고 무가치한지를…. 장바구니 가득하던 추석의 기억은 어른이 되면서 서서히 그 의미가 사라져갔다. 남색 마고자를 입으신 우리 아버지가 대문을 열고 들어서던 마당 넓은 한옥이 헐려 사라진 뒤였을까?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아버지와 할머니의 목소리를 잊어버려서일까? 내게 추석은 이제 별 의미없는 휴가의 한 부분일 뿐이다. 어디 내게만 그러랴? 사는 일이 넉넉한 사람들은 외국 여행을 떠나고, 이제나 저제나 가난한 사람들은 2006년 추석 대보름에도 배가 고픈, 이 불공평한 세상에 평화 있으라. 무정한 세월에 닳아, 그조차 마음이 변한 달님 하나가 무심히 우리를 내려다본다. 황주리 화가 ●알림 이달부터 필진이 바뀝니다. 새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황주리(화가) ▲여건종(숙대 영어영문학부 교수) ▲황현산(문학평론가·고대 불문과 교수) ▲임영균(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 (3) 사자 동물원 가던 날

    (3) 사자 동물원 가던 날

    아디스 아바바에 사자 동물원이 있다고 하기에 거길 다녀왔다. 사자는 에티오피아에서 아주 특별한 동물이다. 군부가 집권하기 이전의 황제 시대엔 사자가 황제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황실의 문양을 비롯해 곳곳에서 사자를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가 않다.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에서도 물론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거주하고 있는 과거 황제의 궁전 앞에 아직도 거대한 돌사자상이 떡 버티고 있고 광장 한 가운데 사자상을 세워 놓은 곳도 있다. 지금의 공식 국기는 아니지만 에티오피아의 국기를 비롯해 사자 문양이 사용된 물건들을 에티오피아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동안 자연사박물관, 국립박물관, 국립도서관 등을 방문했는데 사자 동물원만큼 강한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한국에 있을 때, 바짝 말라 뼈만 앙상한 에티오피아 아이를 저울에 달아 몸무게를 재는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몹시 충격적인 사진이었다. 같이 숨쉬고 사는 이 지구상에 저런 아이가 사는 나라가 있구나, 그때 그랬었다. 그런 나라에 사자 동물원이 있다니. 고기가 주 먹이인 사자를 가둬놓고 사람들에게 구경을 시킨다는 게 처음엔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이것도 우리가 그 동안 에티오피아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를 과신한 데서 비롯된 거였다. 박물관이든 동물원이든 외국인의 입장료는 무조건 내국인의 다섯 배다. 내국인은 2birr, 외국인은 10birr. 1달러가 8.67birr 정도니까 대충 계산이 나올 것이다. 생각보다 방문객이 많았다. 입구에서 몸수색을 당했는데 아디스 아바바에서는 누구를 막론하고 공공기관 출입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심지어 아디스 아바바 대학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를 입구에 맡겨 놓아야 한다고 해서 차에 놓고 들어갔더니 사진을 찍어 파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입구에 있는 사람들과 공생관계인가 보다. 평일이었는데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와서 동물들을 구경하고 있는 게 신기해 보이기까지 했다. 동물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안에는 우리나라 아파트 단지 공터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놀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아이들한테는 사자보다 인기가 더 많았다. 배고파 울부짖는 사자들에게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두툼하게 자른 고기 덩어리를 던져주고 있는 모습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곳은 에티오피아가 아닌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다는 나라. 날마다 사람이 굶어 죽고 UN이나 NGO등의 구호단체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나라로 묘사되는 그 에티오피아라는 나라가 아닌가. 그런 에티오피아에 고기를 먹고 사는 사자들을 위한 사자 동물원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돈을 내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자 우리 주변에는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벤치마다 다정한 포즈의 연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직은 보수적이라서 공공장소에서는 손 잡는 것 정도만 허용된다는 아디스 아바바에서 아주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인데 자꾸 어두운 모습만 보려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장면들에 그 동안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이 곳에서의 많은 것이 새롭다.       <윤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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