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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32)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홍세안 신부

    [김성호 선임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32)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홍세안 신부

    서울 성북구 보문 전철역 인근의 천주교 서울대교구 보문노동사목회관.이곳에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와 노동을 하며 어렵게 살아가는 남미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발길과 전화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자신들의 피곤한 삶을 이해해주고 막힌 길을 뚫어주는 반가운 사람들이 언제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프랑스,몽골,태국,베트남,스페인 출신의 신부와 수녀 10명이 그들.이가운데 파리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인 홍세안(62·본명 미카엘 홍세안·프랑스) 신부는 8년째 이곳에서 변함없이 이주노동자들을 맞아 애환을 들어주고 문제를 풀어주며 남미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해결사’로 통하는 푸른 눈의 사제이다. ●페루 등 남미출신 노동자 4000명 남짓 크리스마스 이튿날 오전 보문 노동사목회관.성탄절 시즌인 만큼 조금은 들뜬 분위기를 머릿속에 담아 찾은 노동사목위원회의 사무실 분위기가 예상과는 판이하게 썰렁하다. 숙소인 합정동 파리외방전교회 본부를 떠나 막 도착했다는 홍세안 신부가 내막을 들려준다.“영세 공장에서 변변치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크리스마스를 여유롭게 보낼 수 있나요.더구나 이곳을 찾거나 상담을 부탁하는 10명 중 8~9명은 불법체류자들인데….” 신부가 “오는 일요일에나 모여 미사를 겸한 조촐한 행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기자에게 커피 잔을 내놓는 순간에도 ‘해결사 신부님’을 찾는 전화 벨이 연방 자지러진다.이런 저런 사연을 담아 걸려오는 전화만 하루 60여통.물론 사연마다 내 일처럼 성의를 다한다. “해결사라니요,당치도 않아요.해결하는 것보다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더 많아요.당연히 받고 살아야 할 것들을 챙겨주는 것 뿐인데….” ‘해결사’라는 그 유명한 별명을 입에 올리자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친다.아침부터 손 전화를 통해 애타게 사제를 찾아대는 사람들의 사연은 과연 어떤 것들일까. “페루,볼리비아,에콰도르,콜롬비아….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 수가 4000명 남짓한데 대부분 불법체류자들입니다.이들은 적법하지 않은 신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려 하지요.당연히 전화를 통해 사연을 전하고 해결방법을 물어오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요.” 밀린 임금을 받아주고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혜택받기 어려운 의료시설이며 주거환경,항공료까지 챙겨주는 신부.이역 만리의 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게 이보다 더 고마운 사람이 있을까.프랑스 낭트 출신으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로 이 땅을 밟은 홍 신부의 삶은 철저하게 고달프고 어렵게 살아가는 노동자 돕기에 맞춰졌다. “어릴 적부터 선교사,특히 아시아 지역의 선교사로 살고 싶었어요.사제서품 때 지금처럼 살게 되리란 생각은 전혀 못했지만 후회하지 않아요.다시 인생을 산다고 해도 이 길을 갈 것입니다.” 정동 프란치스코회와 연세대에서 한국어를 2년 배우고 공장지대인 오류동에서 사목하면서 한국 젊은이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알게 된 것이 평생을 노동 사목에 매달려온 계기.“밤잠을 못자고 공장에 매여 살아도 손에 쥐는 임금이 쥐꼬리만한 것이었어요.정말 어려운 시절이었어요.착취는 물론 사람대접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태반이었으니까요.” 파리 외곽의 파리외방전교회 신학대에서 2년을 공부하고 군 생활을 마쳐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생활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사제서품을 받아 곧바로 한국에 들어온 게 1974년.열악한 근로 환경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어 넘어가고 분신을 이어갔던 그 무렵이었으니 노동자 출신 눈 푸른 사제의 눈길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류동,상봉동,사당동,대림동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있으면서 가톨릭노동청년회,가톨릭노동장년회를 찾아다니며 생활이 어려운 노동자들의 말을 들어주며 애환을 달래고 밀린 임금을 받아주기 위해 공장 걸음을 계속하는 생활을 한 게 10년.이어서 7년간 미아동 전셋집에 살면서 철거민과 노동자들을 만나며 부대끼던 중 로마 교황청으로부터 가톨릭노동장년회 국제지도신부 임명을 받아 벨기에 브뤼셀로 옮겨 살게 됐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 지역 등 전 세계 50개국에 퍼져 있는 가톨릭노동장년회 활동을 연결하며 노동자들의 뒷바라지 생활을 8년 한 끝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평소 소신대로 다시 한국행을 결정해 돌아온 게 2001년.한국 땅을 그토록 고집한 이유는 뭘까. “언제나 한국은 제가 살고 있어야 할 곳이란 생각이었어요.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만나 함께 울고 웃던 이들의 모습이 브뤼셀 사목 중에도 늘상 어른거려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브뤼셀에서 돌아온 이후 줄곧 지금의 노동사목회관을 지키며 가난하고 억울한 남미 이주 노동자들 챙기기에 매달려 왔다. 브뤼셀 사목 중 남미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스페인어 공부를 힘겹게 했고 그 때 남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했던 사목을 지금까지 한국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노동사목회관은 원래 1992년 명동에서 자그마한 공간으로 시작했는데 2000년 지금의 건물을 마련해 옮겨왔어요.그 때 명동에서 일한 인연으로 지금 이렇게 살고있지요.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1970~80년대 한국의 노동자들이 겪었던 어려운 삶을 지금은 이주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살고 있다.”는 홍 신부.떳떳하지 못한 입장과 신분 탓에 세상의 눈을 피해 숨죽인채 그늘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야말로 내가 만나고 곁에서 도와야 할 이들이란다.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해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순간의 화를 이기지 못해 감옥에 갇힌 이들,불법 체류 사실이 들통나 고향의 혈육들과도 연락을 끊고 살아야 하는 이들….특히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환율 탓에 고통받는 이주 노동자들의 숨쉬기가 아주 힘들단다.감원의 최우선 대상도 이들이다. ●공장주와 담판 짓고 노동청에 진정 노동사목회관서 찾아오는 이주 노동자들을 맞고 전화상담을 하는 일 말고도 홍 신부가 할 일은 너무 많다.공장주들을 만나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담판을 짓고 노동청에 진정을 하는 일은 이제 몸에 밴 일상이다.감옥에 수감된 노동자들을 찾아 위로하고 신앙생활을 돕는 일도 그의 몫이다. 노동자들의 하소연을 듣고 막상 공장을 찾아가면 공장주들이 만나주지 않는 게 다반사.며칠을 끈덕지게 찾아가 공장주들을 만나도 딱부러진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하지만 말이 서툰 탓에 불거진 오해를 풀어 이주 노동자들과 공장주의 사이가 좋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단다. “이주 노동자들이 항상 옳다고 보진 않아요.게으르고 일에 태만한 이들이 사실 적지 않아요.하지만 당연히 받아야 할 대우를 받지 못하는 억울함은 누가 해결해줍니까.” 지난해부터는 주한 페루대사관의 요청으로 ‘페루의 날’ 행사도 열어오고 있다.남미 출신 이주 노동자의 90%는 페루인들.페루로 건너가 살았던 일본인들의 본국 역류가 심해지자 덩달아 일본으로 이주하던 페루 노동자들의 입국이 제한된 까닭에 그 대안 지역으로 페루인들이 홍수처럼 찾아든 게 한국이란다. “‘페루의 날’ 행사라야 그저 함께 모여 얼굴을 맞대고 미사도 보고 식사를 나누고 가슴에 담았던 사연들을 털어놓는 게 고작이지만 이들에겐 그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절실한 만남의 자리입니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 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루카복음 4장 18~19절) 사목회관을 나서는 기자에게 들려주는 성경 한 마디.“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힘 있을 때까지 언제나 함께 하고 싶다.”는 사제는 세상의 그늘에서 빛을 찾아주려는 자신의 작은 말,작은 몸짓에 함박 웃음을 짓는 이들을 볼 때마다 사제의 길을 새롭게 발견한다며 손을 흔든다. kimus@seoul.co.kr ■ 홍세안 신부는 ▲1946년 프랑스 낭트 출생 ▲1973년 파리외방전교회 신학대 졸업,사제서품 ▲1974년 선교사로 한국 파견 ▲1974~83년 오류동,상봉동,사당동,대림동 본당 보좌신부,가톨릭노동청년회,가톨릭노동장년회와 노동 사목 ▲1983~84년 필리핀 마닐라서 사목 재교육 ▲1985~92년 미아동서 철거민,노동자 사목 ▲1992~200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톨릭노동장년회 국제지도신부로 사목 ▲2001년 한국 재입국 ▲2001년~ 보문노동사목관서 남미 이주민 노동자 대상 사목
  • 영친왕 부부 유품 680여점 기증한 재일동포 하정웅씨

    │도쿄 박홍기특파원│“우연이었다.하지만 손이 떨릴 만큼 흥분됐다.”영친왕(1897∼1970)과 이방자(1901∼1989) 여사의 유품 680여점을 입수하는 과정에 대한 재일교포 하정웅(70)씨의 설명이다. 하씨는 지난 7월 이 여사의 결혼기념품으로 추정되는 일왕가의 1600년대 단도를 소유한 골동품상의 연락을 받고 진위를 가리던 중 “야마구치라면”하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영상물 기획사를 경영하는 야마구치 다쿠지 사장은 이 여사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만큼 이 여사와 오랜 친분을 맺어왔던 터였다.하씨도 야마구치 사장과는 1982년 도쿄에서 열린 이 여사의 자선 작품전을 돕다 이 여사의 소개로 가깝게 지내왔다.하씨는 1974년 처음 고향인 전남 영암을 찾았다가 서울 낙선재에서 기거하던 이 여사를 처음 만난 이후 행사 등을 줄곧 후원해왔다. 전화통화에서 야마구치 사장의 대답은 “단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대신 “이 여사의 작품이 몇 점 있는데 구입하겠느냐.”고 제안했다.곧바로 야마구치 사장의 집을 찾았다.“그림을 사 가지고 나오려는데 ‘이것도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해서 보니까 포장지에서 곰팡이 냄새가 날 정도로 오래된 물건들이었지요.” 다름아닌 영친왕 부부의 유품이었다.영친왕이 1907년 12월 일본에 ‘유학’을 명분으로 강제로 끌려온 이후의 생활을 담은 사진,일상을 적은 수첩,고국에 보내려다 못 부친 한맺힌 편지와 받은 편지,손때가 묻은 서류뿐만 아니라 이 여사의 다큐멘터리 필름 등 무려 680점이 넘었다.이 여사가 별세하기 10년 전인 1979년부터 야마구치 사장에게 10여차례에 걸쳐 ‘맡겨놓은’ 것들이었다.“흥분할 수밖에 없었죠.평소 존경하던 이 여사의 드러나지 않은 유품을 손에 쥘 수 있다는 게….” 유품은 지난 4일 강기홍 주일 한국문화원장을 통해 한국에 도착했다. 재일 이주노동자의 5남 중 장남인 하씨는 가난 속에서도 부모의 덕에 아키타 현립공업고교를 졸업했다.그러나 차별이라는 현실의 벽에 직장을 잡지 못하다 전자제품 판매사업에 뛰어들어 1964년 도쿄올림픽의 붐과 함께 ‘부자’가 됐다.그러면서 못이룬 화가의 꿈에 대한 보상처럼 가난한 동포들의 그림을 사 모았다.재일동포들의 삶과 당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작품들이다.도쿄 근교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하씨의 자택 거실은 평생 미술품을 수집해온 덕분에 화랑 같았다.현재 부동산회사를 운영하는 하씨는 “내 자신,사(私)가 아닌 사회에 환원,공(公)에 바친다는 마음으로 기꺼이 기증했다.”며 웃었다. hkpark@seoul.co.kr
  • [새해맞이 여행지] 雪山 내게 희망을 말하네 묵은 시름일랑 털고 가라네

    [새해맞이 여행지] 雪山 내게 희망을 말하네 묵은 시름일랑 털고 가라네

    함백산 강원도 태백과 정선 등에 걸쳐 있는 함백산(1573m)은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정상까지 포장도로가 생기면서 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산이 됐다.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국도→석항→31번국도→화방재(어평재)→414번 지방도→함백산 순으로 간다.고한읍사무소 (033)560-2615. 활성산 전남 영암의 활성산(498m)은 목가적인 산상 고원이 인상적이다.산의 경사면을 따라 조성된 광활한 초원 너머로 영암의 너른 들녘과 월출산,다도해의 풍경 등이 어우러지며 서정미를 물씬 풍겨낸다.초원지대의 면적은 660만㎡로 강원도 대관령의 삼양목장에 버금가는 규모다.서해안고속도로→목포 나들목→2번 국도→영암(5시간)→819번 지방도(금정방향)→6㎞→여운재 고개→오른쪽 약수터 길→활성산(서광목장) 순으로 간다.영암군청 문화관광과 (061)470-2255. 오도산 경남 합천의 오도산(1134m)은 작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너른 풍광과 만날 수 있는 곳이다.특히 멀리 지리산 등 명산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해돋이는 오래전부터 근동의 사진작가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유명하다.수십개의 봉우리가 넘실대는 ‘산들의 바다’를 눈으로 따라잡기조차 벅찰 지경.정상까지 도로가 나 있지만,다소 폭이 좁다.88고속도로 해인사 나들목을 나와 야로·합천 방향 1084번 지방도로를 따라 고개를 하나 넘으면 26번 국도와 만난다.묘산면 방향으로 직진해 면소재지까지 간 다음 묘산초등학교를 지나면 오른쪽에 ‘오도산 중계소’ 표지판이 나온다.묘산면사무소 (055)930-4031. 발왕산 강원도 평창군과 강릉시의 경계를 이루는 발왕산(1458m)은 산세가 완만해 겨울철 설원의 정취를 즐기려는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다.발왕산에서는 아기자기한 눈꽃보다 산들의 파노라마에 주목해야 한다.내로라하는 백두대간의 마루금들이 주름 접힌 채 다가서는 장면은 쉽게 접할 수 있는 풍광이 아니다.용평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면 20분 안쪽에 정상 바로 아래에 닿는다.곤돌라 어른 1만 2000원,어린이 8000원.(033)330-7421. 백운산 강원도 정선의 백운산(1376m)은 특유의 고원지형과 백두대간 전경을 굽어볼 수 있는 곳.국내 최장(2832m)의 곤돌라를 타고 은색의 태백준령을 발 아래 두는 맛이 각별하다.설경이 아름다운 산 중턱의 도롱이연못은 반드시 찾을 것.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영월→사북→하이원리조트 순으로 간다.곤돌라 어른 1만 2000원,어린이 1만원.1588-7789. 덕유산 전북 무주 덕유산은 남쪽에 치우쳐 있으면서도 유난히 눈이 많다.무주리조트 관광곤돌라가 설천봉(1520m)까지 운행한다.대전통영간고속도로 무주 나들목→좌회전→적상면 삼거리→좌회전→사산삼거리→좌회전→치목터널→구천동터널→무주리조트 순으로 간다.곤돌라 어른 1만 1000원, 어린이 8000원.(063)322-9000. 두륜산 전남 해남 두륜산은 해발 703m로 바다에 인접한 봉우리치고는 제법 높은 편이다.명찰 대흥사와 초의선사가 수행했던 일지암 등이 이 산에 기대어 있다.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이용한다.대흥사 옆에서 출발해 고계봉(638m)까지 이어지는데,길이가 1600m에 달한다.맑은 날이면 제주도 한라산이 보인다.전망대에 서면 ‘섬들의 천국’이라는 서남해의 섬들을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많이 볼 수 있다.맑은 날이면 제주의 한라산까지 관측된다고.어른 8000원,어린이 5000원.(061)534-8992. 박물관의 고을 영월 내륙의 오지로만 여겨졌던 강원도 영월이 이제 박물관의 고장으로 거듭나고 있다.자그마한 시골 마을에 동강사진박물관,화석박물관 등 무려 10 여개의 박물관이 들어서 있다.겨울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찾는 학습 기행지로 제격인 셈. 단종의 묘소인 장릉,청령포,선돌,판운리 섶다리 등 볼거리도 많다.영월의 토속음식인 ‘꼴두국수’는 가난했던 시절 물릴 정도로 먹어 ‘꼴도 보기 싫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신일식당이 유명하다.(033)372-7743. 겨울잠에 빠진 호수 고성 강원도 고성군은 산과 바다 그리고 호수의 정취를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드문 여행지다.굽이굽이 진부령을 넘어 만나는 화진포,송지호 등 아름다운 호수들과 명태잡이 전진기지 거진항에서 맞는 싱싱한 아침 그리고 소박한 항·포구 등 이곳저곳 부지런히 노닐다 보면 하루해가 짧다. 요즘 물미역과 도치,명태 등이 제철이다.물미역은 음력 정초쯤 되면 부드럽고 들척지근한 맛이 최고조에 달한다.생김새가 심통맞게 생겨 ‘심퉁이’라고 불리는 도치는 담백하고 비린내 없는 생선이다.고성군청 문화관광과 (033)680-3350. 하늘아래 첫 눈꽃동네 평창 강원도 평창군 횡계리 일대는 겨울이면 어김없이 몇 차례 대설주의보가 내려진다.덕분에 횡계리 등 대관령 주변 지역은 한번 눈이 쌓이면,겨우내 아름다운 설경을 펼쳐 보인다.눈이불을 뒤집어쓴 황태덕장과 어우러진 산골 마을의 정취는 한 폭의 풍경화다.풍력발전기 돌아가는 삼양 대관령목장과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눈 쌓인 전나무 숲길도 빼놓을 수 없다.싱싱한 겨울풍경이 한창인 그곳에 ‘바람의 마을’ 의야지 농촌 체험마을(033-336-9812∼3)이 있다. 스노래프팅, 튜브썰매,봅슬레이 썰매 등 눈 위에서 할 수 있는 놀이는 거의 모두 즐길 수 있다.황태구이와 꿩만두,오징어와 삼겹살 등이 평창의 별미. 고흥, 우주로 날다 새해 내 나라 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행지 중 한 곳이 전남 고흥 외나로도다.새해 4월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과학위성이 발사될 예정이기 때문.끝간 데 없이 펼쳐진 제방도로가 압권인 고흥호,30m 높이의 삼나무와 편백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삼나무숲,해돋이 풍경이 예쁜 남열해수욕장 등도 찾을 만하다.남도의 먹거리도 빼놓으면 서운하다.고흥을 둘러싸고 있는 여자만과 득량만은 남도의 넉넉한 갯살림을 대표하는 지역.포실하게 살이 오른 참꼬막과 참살이 음식의 상좌 자리를 꿰찬 매생이 등이 제철 해산물이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길섶에서’ 바라본 무자년 한해 세상살이

     서울신문 오피니언란에 ‘길섶에서’란 코너가 있습니다.소소한 일상에서 느꼈던 감회를 편안한 필체로 옮겨놓는 곳인데 의외로 즐겨 찾는 이들이 많습니다.유난히 심란하고 안타까웠던 일들이 많았던 2008년 한해를 돌아보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200자 원고지 2.7매밖에 안 되는 짧은 공간이어서 독자를 흡인력있게 끌어당기기 위해 필자들이 겪었을 고뇌와 번민이 오롯이 드러나는 곳이기도 합니다.물론 필자들의 재주를 비교 감상(?)하는 재주는 덤입니다.올 한해 이 란을 수놓은 기사들 가운데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한 10편을 골랐습니다.오프라인에서는 얼마나 많은 독자가 어떤 글을 읽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온라인 클릭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덕망있는 논설위원님들이 많은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공간인데 클릭 수만으로 재단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기도 하고 무람한 짓인 것 같기도 합니다.해서 순위를 일부러 엉크려 날짜 순으로 배열했습니다.하지만 그렇게 많은 클릭 수의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만 말씀드립니다.  아무쪼록 2009년 기축년에도 이 란을 채워가는 여러분들이나 이 란에서 삶의 여유와 희망을 느꼈던 독자 여러분 모두 행운이 가득하기를 빌어봅니다.아울러 절망보다는 희망의 노래가 가득 울려퍼지길 기대해 봅니다.  인터넷서울신문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상심의 계절(2월5일)  깊은 밤이다. 메피스토 왈츠가 춤춘다.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자 리스트의 곡이다.‘선술집에서의 춤’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겨울 밤 그림자가 창가를 맴돈다. 리스트의 연주는 현란했다. 평론가들은 “피아노가 없어지고, 소리가 나타났다.”고 했다. 그는 천재적 연주만큼이나 쇼맨십이 뛰어났다고 전한다. 여성팬을 몰고 다녔다. 그는 관객을 향해 초록색 장갑을 던졌다. 오빠부대 동원의 원조라고 할까. 질투와 비난이 쏟아졌다.  화가 엘그레코가 없었다면, 스페인의 고도 톨레도가 지금처럼 화사한 빛을 더할 수 있었을까. 그는 성당 벽화 등에 ‘암호’를 남겼다. 중심 인물은 둘째, 셋째 손가락을 벌리고 있다. 자신의 그림이라는 표시다. 성화엔 사인을 할 수 없어서였다. 사람들은 속물 근성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지금은 리스트, 엘그레코의 ‘돌출’을 인간적인 측면으로 이해하는 목소리가 높다.‘트로트의 황제’ 나훈아의 바지지퍼가 여전히 화제다. 꿈을 잃었다고 했다. 견디기 힘든 고통속에서 돌출된 인간적인 몸짓으로 이해한다면, 지나친 옹호일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성장통(2월6일)  요즘 이유 없이 몸이 피곤하다. 뼈마디가 쑤시고 잠자리도 편치 않다. 저항력이 떨어졌는지 알레르기도 심해졌다. 자고 일어나도 몸이 찌뿌듯하고 얼굴은 푸석푸석하다. 컨디션이 이 지경이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쉽게 울적해지고, 쉽게 노여움을 탄다.  이런 증세를 얘기했더니 한 동료가 ‘성장통’이라고 진단했다. 나이가 드느라고 아프다는 것이다. 오십견, 갱년기 장애라는 것도 모두 성장통의 한 유형이라고 했다. 옆에 있던 다른 동료는 “성장이 멈춘 지가 언젠데 성장통이 웬 말이냐?”며 ‘사추기’라고 했다. 인생의 가을을 맞아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오는 병이라고 했다. 좌우에서 날아온 강펀치를 맞고 얼얼해 있는데 또 다른 동료가 어퍼컷을 날린다.  “성장통은 무슨, 그건 나이가 들어 근육이 쪼그라들면서 나타나는 ‘수축통’이다.”라고. 억장이 무너진다.  어느덧 인생의 절반을 넘게 살았다. 나머지 생을 잘 살려면 몸과 마음을 제대로 재정비해야겠다.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넉넉하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아름다운 시절(3월27일)  며칠 전 작가 이봉구의 ‘명동백작’서평을 봤다. 어둡지만 낭만이 샘물처럼 넘쳤던 1950·60년대 풍류객들 이야기다. 박인환 시인에 대한 회고담이 나온다. 그는 서른 나이에 술과 함께 세상을 떴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박인환은 어느 술집서 단숨에 ‘세월이 가면’을 썼단다. 저자는 박인환이 활개쳤던 명동이, 가장 아름다웠던 명동이라고 추억했다. 사랑노래가 잡힐 듯하다.  어느 문인의 황망했던 여고시절 추억담이 떠오른다. 새 학기였다. 담임 선생님이 액자를 들고 왔다. 마른기침 끝에 “반훈(班訓)을 만들어 왔다.”고 했다. 액자가 올라갔다. 칠판위 하얀 벽으로 눈동자가 옮겨졌다.‘첫 사랑을 잊지 말자’ 학생들이 까무러쳤다. 포복절도에 교실이 떠내려갔다. 첫 사랑을 그토록 상찬한 선생님은 어떤 이였을까. 박인환류의 사랑 당부였을까. 꿈 많던 시절의 추억을 잊지 말라는 주문이었을까. 사랑없는 사랑이 넘친다. 명동백작이 그리운 시대다.‘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이 새삼 아프게 다가온다.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자유로운 새(5월20일)  숙제처럼 쌓아 두었던 ‘카르티에 소장품전’과 ‘티파니 보석전’을 토요일 오후 반나절에 모두 다녀왔다. 일본에서 온 손님 덕분이었는데 아름답고 진귀한 보석 구경에 내 눈은 잠시나마 엄청난 호사를 누렸다. 내 것이 될 수는 없는 것들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143.23캐럿의 에메랄드가 박힌 카르티에 목걸이,128.54캐럿의 옐로 다이아몬드로 된 티파니의 브로치 등 엄청난 보석들이 수두룩했다. 하지만 수백점의 보석 가운데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카르티에 전시회에 소개된 자그마한 브로치였다.  디자이너 장 투생의 1944년 작품으로 ‘자유로운 새’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브로치다. 새 한마리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는 형상이다. 그런데 그 새는 새장 속이 아니라 밖에 앉아 있다. 독일의 점령에서 해방돼 자유를 되찾은 프랑스를 표현한 것이란다. 얼굴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고 가슴은 붉은 산호, 날개는 남색 청금석으로 만들었다. 파랑, 빨강, 흰색의 세가지 색깔은 프랑스를 상징한다. 새장 밖의 새…. 생각만해도 자유롭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배호가요제(5월24일)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구를 찾아왔나’. 요절가수 배호(본명 배신웅·1942∼1971년)를 기리는 ‘배호가요제’가 어제 서울 장충단 공원에서 열렸다는 사실을 동네 골목에 붙은 홍보 포스터를 보고 알았다.  올해로 벌써 열두번째란다. 팬클럽인 배호사랑회가 주최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불멸의 히트송 ‘안개 낀 장충단공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뽑은 한국인의 열창 성인가요 20위에 올랐다. 배호는 37년전 세상을 떠났지만 팬들은 그를 보내지 않는 것이다. 가수의 이름을 붙인 가요제가 명멸하고 있지만 배호가요제가 롱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90년대 노래방이 등장해 노래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기 전에는 숟가락을 마이크 삼거나 젓가락 장단으로 노래를 불렀다. 참 많이도 불렀다. 오죽하면 ‘노래를 못하면 장가(시집)를 못간다. 엽전 열닷냥∼’하는 노래 촉구송도 있었을까. 우리나라는 노래방이 가장 많은 나라이고 심지어 노래는 한국인의 힘이라는 분석도 있다. 팬들이 꾸려가는 배호가요제는 노래를 향한 한국인의 목마름인 것 같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사람의 향기(7월23일)  인사동을 지나다 우연히 백단향 한통을 구입했다. 제사 때 피우는 일주향(一炷香)밖에 모르던 문외한이 향을 알게 된 것이다. 가족들이 타박했지만 향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여름철엔 시골 뒷마당에서 태우던 짚불처럼 모기, 파리를 쫓아주니 ‘아로마 테라피’가 따로 없다.  용연향(龍涎香), 사향(麝香), 침향(沈香)을 3대 향으로 꼽는다. 팥꽃나뭇과의 상록교목을 벌채해 땅 속에 묻어서 썩인 다음 흘러나온 수지(樹脂)를 수집하여 만드는 침향이나 사향노루 수놈의 샘에서 분비되는 사향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다. 용연향은 향유고래가 즐겨먹는 대왕오징어를 소화시키지 못하고 토해낸 소화분비물. 용연이란 말 그대로 ‘용이 흘린 침’. 귀하고 비싸다.  주위에 번지르르한 얼굴과 말로 우리를 현혹시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도종환시인이 빗댔다. 향유고래나 사향노루, 팥꽃나무 모두 향기나는 음식을 먹어서 향을 내는 것은 아니며 그들은 그저 바닷물과 풀과 햇빛을 먹었을 뿐이라고. 사람의 향기도 마찬가지 아닐까.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실패의 교훈(7월25일)  “이제야 인생을 알게 됐다.”선거에 출마했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한 선배의 변이다. 정무직인 장·차관만 빼놓고 여러 고위급 보직을 섭렵하는 등 순탄하기만 한 공직생활을 한 그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퍽 달라져 보였다. 항상 진지하고 모범생 분위기만 풍기던 그가 이젠 실없는 농담도 곧잘 던졌다. 일생일대의 좌절을 맛보았는데도 종전보다 더 낙천적으로 바뀐 그를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의문은 금방 풀렸다. 그 스스로 “선거에 진후 한때 절망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든 실패한다고 해서 사람이 아주 죽으란 법은 없다는 요지였다. 선거의 패인도 자신의 오만에서 찾는다고 했을 때 그 말의 진정성도 느껴졌다.  그렇다. 누구나 마음먹기에 따라 절망의 심연에서도 희망의 샘물을 길어 올릴 수 있는 법이다. 염세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조차도 “강을 거슬러 좌절을 경험한 사람만이 자신만의 역사를 갖게 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선생의 편지(8월2일)  한창 소설에 빠져있던 고3 여름 무렵이었다. 인생엔 책밖에 없다며 입시 공부는 저만치 제쳐 놓았던 시기다. 집에서 가라던 공대를 포기하고 문학계열로 진학하겠다고 선언한 뒤로 방을 책으로 채워갔다. 책꽂이에 늘어가는 책만으로도 작가가 된 것처럼 의기양양하던 어느날, 불안감이 엄습했다.  습작이랍시고 해보는 글들이 제 눈에도 형편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대 위기였다. 그래서 편지를 낸 것이 이청준 선생이었다.“제게 글쟁이 자질이 있나요.”가 골자인 편지였다. 대작가가 답장 따위 보내 줄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스스로를 질책하는 편지였으니.    2주쯤 지나서일까, 선생이 답장을 보내왔다. 파란색 만년필의 달필이었다.“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공부하시오. 대학에서 경험과 노력을 쌓을 기회는 많으니 말이오.”라는 요지였다. 비록 길을 틀어 신문쟁이로 늙어왔지만 한낱 고등학생에게 5장이나 답신해준 선생의 따뜻한 격려는 아직도 마음속에 살아 있다.  황성기 편집국 부국장 marry04@seoul.co.kr   ● 버킷 리스트(10월13일)  영화 ‘버킷 리스트’를 DVD로 빌려 봤다. 잭 니컬슨, 모건 프리먼이라는 걸출한 배우가 출연하고 롭 라이너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말한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66살 동갑내기 갑부와 자동차 정비사가 병실에서 만나 의기투합, 목록을 작성하고 실행에 옮겨본다는 내용이다.  의미있는 죽음에 대한 고찰과 죽음으로써 완성되는 삶의 미학을 관조하는 영화다. 스카이다이빙하기, 최고의 미녀와 키스하기, 장엄한 광경 보기 같은 난제도 있지만 문신하기, 눈물이 날 때까지 웃기,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기처럼 손쉬운 목표도 세웠다.  난 무얼 꼽을까. 얼핏얼핏 생각은 했지만 아직 절실하지 않은 탓인지 정리하지 못했다. 특정시기의 목표나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몇가지 정해 보기는 했지만 인생을 망라한 것은 아니었다. 단순명료화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일피일 미룰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나의 버킷 리스트엔 무엇을 올릴 것인가. 숙제가 생겼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   ● 노팬티 아이들(10월24일)  이따금 경북 상주 과수원에 가서 자원봉사하고 돌아오는 아줌마가 들려준 이야기다. 인근에 사는 초등학교 3학년,5학년 자매들이 과수원으로 와 낡은 그네를 타고 놀았다. 별다른 놀 것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우연히 못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이들이 속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주위를 통해 알아보니 자매들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이른바 ‘조손’(祖孫)가정이었다. 조손가정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까 싶었다.  서울로 와 아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와주자고 했다. 옷, 학용품 등을 챙겨 지난 추석 과수원을 찾았다. 물론 아이들의 속옷도 준비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소용이 없었다. 옷이 갑갑하다며 다시 벗어 던졌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읽은 밀림에 사는 소년 이야기가 떠오르더란다.  국민소득 2만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 절대빈곤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조차 못받는 극빈층도 적지않다. 가난은 눈에 잘 띄지 않는 모양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2008년 진 별들] 박경리·이청준 대작 남기고 흙과 천국으로

    [2008년 진 별들] 박경리·이청준 대작 남기고 흙과 천국으로

    ●국내 무자년 올 한 해는 국내외 인사들의 부음이 끊이지 않았다. 국내에선 한국문학계의 두 큰 별이 졌다.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82) 선생이 5월5일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선생은 1969년 현대문학에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해 94년 8월까지 원고지 4만장 분량을 탈고,한국 현대 문학사에 금자탑을 세웠다.굴곡진 한국 현대사 속에 새겨진 개인의 일생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짚어냈다.폐암 진단 후에도 치료를 거부한 채 원주 토지기념관에서 기거했다.유해는 고향 통영 앞바다가 보이는 미륵산 기슭에 묻혔다. 4·19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이청준(69)은 7월31일 역시 폐암으로 타계했다.소설 ‘서편제’와 ‘이어도’에서 토속신앙과 전통문화를 탁월하게 묘사했다.실화가 바탕인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 한센인 병원에 부임한 원장과 원생들 사이 갈등과 화해를 통해 자유,구원의 상관관계를 그렸다.생전에 25권 전집이 발간된 흔치 않은 작가이기도 했다.박경리와 이청준,두 작가에게는 문화예술인에게 주는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됐다. 국악계의 큰어른 성경린은 3월5일 97세를 일기로 영면했다.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지휘보유자로 1986년부터 국립국악원 사범으로 재직해 온 궁중음악계의 산 증인이었다.31년 이왕직 아악부원 양성소를 졸업한 뒤 61년 국립국악원장을 지냈다.이왕직 아악부원 양성소 후신인 국립 국악고등학교 교장직도 역임했다.후학을 위해 2000년엔 관재국악상 기금으로 1억 7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대중문화계는 스캔들성 궂긴 소식이 이어졌다.톱탤런트 최진실(40)이 10월2일 스스로 생을 마감해 연예계는 물론 온나라가 발칵 뒤집혔다.최씨가 탤런트 안재환 자살 및 사채업 괴담의 악플에 시달렸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성론이 일었다.그는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란 CF광고 멘트로 연예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뒤 20년 넘게 꾸준히 톱스타의 자리를 지켰다.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가난한 어린시절,매니저의 죽음,야구선수 조성민과의 이혼 등 불행의 연속이었다.사후에도 아이들 양육권과 유산상속을 놓고 조씨와 가족들간 분쟁이 이어졌다.그의 죽음으로 사이버 모욕죄 입법이 추진되기도 했다.앞서 탤런트 안재환(36)은 9월8일 서울 노원구 주택가 골목 승합차 안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지난해 11월 개그우먼 정선희와 결혼한 새신랑이자 서글서글한 이미지로 사랑받던 터라 그의 죽음은 의문부호였다.수사 결과 40억원의 사채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드러났다.이로 인해 고리사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타살설 및 정선희씨의 방송진행 중단 등 후유증이 이어졌다. 해양법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독도 전문가인 박춘호(78) 국제해양법 재판관은 11월12일 작고했다.서울대 정치학과 재학 때 한·일 어업분쟁을 보고 해양법 연구에 발을 들였다.1996년 우리에겐 불모지나 다름없던 유엔 사법기구 고위직에 한국인으로 처음 진출했다.독일 함부르크에 설립된 국제해양법재판소 초대 재판관으로 당선됐고 2005년 9년 재선에 성공했다. 재계에서는 동성제약 창업주 이선규 회장이 8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3월17일).이 회장은 한국 제약산업 1세대로 ‘정로환’ 등 토종 브랜드를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주요 기업의 안주인들도 잇달아 타계했다.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구본무 회장의 모친인 하정임(85)씨가 1월9일 타계했다.여든이 넘도록 제사상을 직접 차리며 살림을 꾸렸다.두산가(家)는 9월16일 정신적 지주 명계춘(95)씨를 잃었다.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부인이자 18살에 30명이 넘는 대가족의 맏며느리로 들어가 장남 용곤(두산 명예회장),2남 용오(성지건설 회장),3남 용성(두산 회장) 등 6남1녀를 키워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친 김홍조(97)옹은 9월 말일 세상을 떴다.생전 멸치어장으로 큰 돈을 벌어 아들의 정치인생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정계에선 그의 멸치선물을 받아보지 못했으면 정치인이 아니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을 정도다. 인촌 김성수 선생의 손자이자 동아일보 회장을 지낸 김병관(74)씨도 2월25일 타계했다.89년부터 동아일보 사장 겸 발행인을 맡으며 동아일보를 이끌었다.서울신문 사장 출신인 원로 언론인 장기봉(81)씨도 8월28일 유명을 달리했다.65년 신아일보를 창간했지만 80년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으로 종간을 맞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이 밖에 소설가 홍성원(71·5월1일),조선왕조 마지막 무동 김천흥(98·8월18일)옹,정진숙(96·8월22일) 을유문화사 회장,춘향가 예능보유자인 오정숙(73·7월7일) 명창,중문학 개척자이자 독립투사였던 차주환 (88·12월2일)박사,탤런트 박광정(46·12월15일) 등이 우리 곁을 떠났다. ●해외 해외에선 ‘러시아의 양심’ 솔제니친(89)이 8월3일 심장마비로 타계했다.옛소련 반체제 작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용소 생활을 토대로 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암병동’ 등의 작품으로 70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그러나 73년 옛 소련의 인권탄압을 기록한 ‘수용소 군도´ 를 내놓으면서 반역죄로 강제추방당했다.그는 16년 만인 90년에야 러시아 시민권을 회복했다.조국에 돌아간 뒤에도 서방 물질주의를 비판하며 조국 부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지난해 6월 러시아는 그에게 예술가들의 최고 명예로 꼽히는 국가공로상을 수여했다. 32년간 철권통치를 펼치다 88년 반정부 시위로 물러난 수하르토(1월27일)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86세로 숨졌다.한때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기도 했지만 국제투명성기구는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그를 지목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의 ‘딥 스로트’(Deep throat·익명의 제보자)였던 윌리엄 마크 펠트 전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12월18일 95세로 사망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의 영원한 반항아였던 배우 폴 뉴먼(83)이 9월27일 암으로 숨졌다.‘상처뿐인 영광’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 58년 마틴 리트 감독의 ‘길고 긴 여름날’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85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컬러 오브 머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는 등 아카데미상 후보에 10회나 올랐다.감독으로 나서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유리동물원’을 연출하기도 했다.지난해 6월 그의 은퇴의 변은 “기억력과 자신감,창의력이 점점 퇴화되고 있어 연기는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벤허’와 ‘십계’로 유명한 미국 영화배우 찰턴 헤스턴(4월5일)은 84세를 일기로 숨졌다. 53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88)경은 1월11일 세상을 떠났다.53년 5월29일 네팔인 세르파 텐징 노르게이와 함께 에베레스트에 최초로 오른 후 20세기 가장 위대한 탐험가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문명의 충돌’ 저자인 새뮤얼 헌팅턴(81) 하버드대 교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타계했다.고인은 “이념은 가고 문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서 서구 기독교 문명과 이슬람,아시아 유교문화권의 충돌을 예견한 석학이다.비교정치,민주주의 분야에서 제3의 물결 등 17권의 저서,90여편의 논문를 발표했다.그러나 그의 서구중심적 시각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프랑스의 세계적 디자이너 이브생 로랑(71·6월1일)도 하늘나라로 떠났다.그는 여성 패션에 최초로 바지정장을 도입해 여성에게 자유를 입힌 패션혁명가였다.가브리엘 샤넬,크리스티앙 디오르를 이은 상업화 세대 전 마지막 오트 쿠튀리에(고급맞춤복 디자이너)다.이브생 로랑은 “블랙에는 하나가 아니라 무수히 많은 색상이 존재한다.”고 한 블랙예찬론자이기도 했다. 정리 이재연기자 osacl@seou.co.kr
  • [2008년을 강타한 말말말] “지금 주식 사면 최소 1년이내 부자 된다”

    [2008년을 강타한 말말말] “지금 주식 사면 최소 1년이내 부자 된다”

    다사다난.2008년 무자년(戊子年)은 그 어느 해보다 이 사자성어가 어울리는 해였다.이명박 정부 출범 전과 후로 정치적 갈등은 날카로웠다.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뜨거웠다.전대미문의 경제위기 한파는 온 나라를 얼어붙게 만들었다.어렵고 힘든 일만 있지는 않았다.베이징올림픽에서의 낭보는 통쾌했고,한국의 첫 우주인 탄생은 벅찼다.미국의 첫 흑인대통령 탄생도 시대의 변화를 실감케 하는 빅 뉴스였다.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신조어와 어록을 통해 분야별 한해를 갈무리했다. 정치 ●처음에 미국 가서 오렌지를 달라고 했더니 못알아듣더라.그래서 ‘아린쥐’라고 했더니 알아듣더라 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1월30일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출신),강부자(강남 땅부자),S라인(서울시청 출신) 이명박 정부 첫 내각,청와대 인사를 놓고 생긴 신조어. ●만사형통,상왕정치,형님예산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영향력을 비꼰 말. ●버르장머리 고쳐 줘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3월19일 친박계의 좌장으로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나라당 공천심사가 엉망이라고 비판하면서.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에 의한 권력의 사유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6월7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전횡을 공개비판하며. ●공직자는 서번트(머슴)다.이런 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나 이명박 대통령,3월10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공무원들에게 머슴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아보라고 비판하면서. ●저도 속고,국민도 속았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3월23일 긴급기자회견을 자청,여당의 제18대 국회의원 후보 공천결과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요즘은 카드로 타는데,한번 탈 때 70원 하나요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6월27일 최고위원 후보자 라디오 토론회에서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지 아느냐.”는 공성진 후보 질문에. ●발신자 16대 대통령 노무현,수신자 이명박님 노무현 전 대통령측,10월29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첫 수확한 노무현표 봉하오리쌀을 선물하면서 겉포장에 이같이 표기. ●그런 건 다 개소리라고 생각한다 북한 외무성 리근 미국국장,11월7일 뉴욕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회동한 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을 일축하면서. ●전직 대통령의 도리가 있겠지만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동생의 도리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12월5일 형 노건평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형님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 (내가) 사과해 버리면 형님의 피의사실을 인정해 버리는 것이어서 (사과하기) 어렵다.양해해 달라.”며. 경제 ●지금은 전대미문의 위기로,그에 걸맞은 전대미문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11월23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중에 열린 ‘CEO서밋’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 1년 이내에 부자가 된다 이명박 대통령,11월2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동포 리셉션에서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라고 밝히면서. ●중산층,서민에게는 대못을 박으면 안 되고 고소득층에는 대못을 박는 상황은 괜찮은 것이냐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9월23일 국회에서 야당의원들이 종부세 완화에 대해 공세를 취하자.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예전에 쓰던 낫과 망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11월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권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또 만들려면 10년,20년 갖고는 안 될 것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7월2일 삼성재판 1심 피고인 신문 도중 재판장이 “삼성계열사 중 특별히 중요한 계열사가 있느냐.”고 묻자 울먹이며.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우리에게 준 선물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8월1일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의 농림수산식품부 기관보고에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과 관련해 불거진 ‘한·미정상회담 선물’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에 답하며. ●요즈음 사태 진행 추이는 초기 진화에 실패한 남대문 화재의 참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든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11월28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 초청강연에서 정부의 미숙한 위기대응을 지적하며. ●어둠이 걷히기만을 기다리지 말고 어둠 속에서 길을 떠나 새벽녘 기회의 강을 건너자 김승연 한화 회장,10월9일 창립 56주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현재의 경기 불황이 분명 큰 시련이지만 이를 기회로 이용하자며. ●2008 한국 증시는 어류(魚類)가 대세 펀드와 주식계좌 중 상당수가 반토막을 넘어 4분의1 토막까지 나면서 난데없는 ‘고등어계좌’ ‘갈치계좌’가 유행어로 떠올랐다.고등어는 반 토막을 내 먹는다는 의미에서,갈치는 4분의1토막을 내 먹는다는 뜻에서 유래. 사회·문화 ●사람은 누구나 한두 가지 비밀이 있는데 나는 지난 수개월 동안 발가벗겨지다시피 했다.이제 나는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저 봄을 기다리는 초라한 여인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3월12일 결심공판에서 학력위조 등 혐의에 대한 최후변론에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이전 정권의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3월12일 광화문문화포럼의 초청으로 취임 후 첫 강연에서 참여정부의 코드인사 퇴진을 거론하며.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소설가 고 박경리.타계하기 한달 전인 4월 ‘현대문학’에 발표한 시 ‘옛날의 그 집’ 중에서. ●찍지 마,성질이 뻗쳐 정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10월24일 국회 국감장에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신상발언으로 정회 소동이 벌어졌을 때 화를 내다가 이를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에게 한 말. ●30개월이 안 된 소를 대부분 먹는 줄 몰랐다.소도 생명체인데 10년은 살아야 하지 않나 김성이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5월13일 기자들과의 만찬자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논란을 거론하면서. ●과거 노동부에서 직원이 몸이 안 좋다고 생쥐를 튀겨먹으면 좋다고 하는 일이 있었는데 변도윤 여성부 장관,3월22일 업무보고에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차를 마시던 자리에서 ‘새우깡 생쥐머리 파동’이 언급되자 농담조로 답변하며.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하는 것일 뿐 박은경 환경부 장관후보자,2월22일 절대농지 보유로 투기의혹을 사자 이를 해명하면서. ●우주에서 바라본 한반도는 하나더라.소유스 귀환모듈에 타기 전에 본 한반도가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씨,4월19일 지구 귀환 직후 카자흐스탄 코스타나이공항 기자회견 중 우주에서 본 한반도 모습에 대한 질문에 답하며. 연예·스포츠 ●똥!덩!어!리 탤런트 김명민,11월 종영한 MBC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실력이 부족한 오케스트라 단원을 다그치며. ●바지를 내려서 5분간 보여드리겠다.그러면 믿으시겠는가 가수 나훈아,1월25일 자신과 관련된 소문을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신체훼손설을 언급하다가. ●마지막 1분은 언니들 몫이다 임영철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베이징올림픽 여자핸드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후반 1분을 남긴 무렵 작전 타임을 불러 선수들을 모두 노장으로 교체하며. ●축구장에 물 채워라,박태환이 수영하게 한 네티즌,베이징 올리픽에서 축구가 졸전을 거듭한 반면 8월10일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 수영 400m에서 금메달을 따자 포털사이트에 올린 글. ●은메달 따니까 애국가가 안 나오던데요 수영 선수 박태환,8월12일 올림픽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금메달과 은메달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감독님께 인사하려고 가는데 옆에 카메라가 보여 나도 모르게 윙크를 하고 말았다.굳이 얘기한다면 엄마한테 보낸 것이다 이용대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8월17일 이효정 선수와 함께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에서 우승한 직후 ‘윙크 세리머니’를 한 이유에 대해. ●성적은 꼴찌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기에 꼴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자 역도 이배영,8월12일 올림픽 69㎏급 경기에서 다리에 쥐가 나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끝내 바벨을 움켜 쥐고 있던 집념을 보이며. ●우정도 왜곡하는 세상이 무섭다 탤런트 최진실,생전에 지인들에게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며. 국제 ●우리는 할 수 있다(Yes,We Can) 버락 오바마,11월4일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연설에서 위대한 미국인들은 현재의 난국을 극복할 능력이 있다며. ●신발 테러는 내가 대통령이 된 후 겪은 가장 특이한 경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12월16일 이라크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한 기자가 자신에게 신발을 던진 사건과 관련해 “그가 내게 신발을 던진 것 또한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이라크 사법당국이 이번 일에 대한 과잉 대응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우리 집에서도 러시아가 보여요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9월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외교 경험이 일천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대해 “러시아는 알래스카와 인접해 있어 알래스카의 섬에서도 러시아가 보인다.”고 동문서답한 것을 빗댄 것. ●지금의 위기는 100년에 한 번 있을 신용 쓰나미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10월23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자신의 저금리 정책이 거품을 불러왔다는 비판에 대해. ●금융위기는 신의 징벌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10월9일 미국이 가난한 국가들에 대해 미국식 경제원칙을 강요했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비난하며. 정리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불황 직격탄’ 벼랑끝에 선 사람들

    ‘불황 직격탄’ 벼랑끝에 선 사람들

    혼자 살면서 가족들의 생계와 자녀들의 양육을 함께 책임지고 있는 장모(46·여·서울 전농동)씨는 지난 26일 느닷없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3년째 다니던 봉제공장에서 1월23일까지만 나오라고 했다. ■싱글맘의 힘겨운 겨울나기 “일감 줄어 이번달 70만원밖에 못 벌어” “일 없다고 12월에 4번이나 쉬는 바람에 70만원밖에 안 나올 텐데….저만 바라보는 가족들은 어떡하죠.” 장씨는 지체장애 3급인 아들(24)과 다리가 아픈 남동생(41),남동생의 딸까지 책임지고 있는 여성 가장(싱글맘)이다.평생 재봉틀을 돌리면서 입에 풀칠하기 바빠 고급 기술은 배워본 적이 없다.그러니 하루 10시간 이상 일해도 장씨의 임금은 100만원이 채 안 된다.통상 저임금·비숙련노동을 하는 비정규직 여성의 일자리가 가장 열악하다.이런 일자리는 대부분 40대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장씨같이 가족 부양까지 하는 경우에는 상황이 더 열악하다.경기 불황에 가장 타격을 받는 주변부 중의 주변부다. 2002년 여성 가구주가 처음으로 20%를 넘은 이래 여성이 생계를 책임지는 양상은 꾸준히 늘고 있다.그러나 여성 가장들은 대부분 단순 노동을 하는 비정규직을 벗어나지 못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남녀 근로자의 고용형태를 조사한 결과,일하는 여성의 28.7%만이 정규직이었다.남성은 42.7%가 정규직이었다.김직상 한부모가족자립센터 소장은 “여성은 생계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같은 일을 해도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또 출산과 육아의 과정을 겪으면서 남성보다 쉽게 안 좋은 일자리로 밀려나게 된다.”고 설명했다.여성 가장은 양육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은 배가된다.중학교 2학년 딸과 함께 사는 국모(36·부산 서면)씨는 1994년 남편과 이혼하고 대형 마트에서 판매사원으로 일하다 3년 전 그만뒀다. 사춘기에 접어들던 외동딸이 “엄마 아빠 이혼한 가난한 집에서 살기 싫다.”며 가출한 직후다.그러나 마냥 아이에 집중할 수는 없었다. 뒤늦게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지만 고졸 여성,그것도 애 딸린 싱글맘에게 열려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았다. 국씨는 어린이집 주방보조,노동부 사무보조 등 구청 자활사업에 참여하다 실업자 교육 훈련을 통해 양장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아이를 맘 편히 돌볼 수 있도록 정시에 출퇴근하는 사무직이 되고 싶어요.그런데 자격증만 딴다고 취업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임윤옥 여성노동자회 정책실장은 “여성 가장들은 고용 불안과 육아 문제가 가장 힘들다.서비스업 중심의 고용구조를 바꿔 좀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고,육아를 지원할 수 있는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영세 자영업자 새출발 막막 “폐업으로 수입 없는데 실업급여도 먼 얘기” 서울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던 김모(48)씨는 27일 장사가 안된다며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지난 성탄전야에는 주물업체를 운영하던 30대 사장이 사업실패를 비관해 음독자살했다. 최근의 경제난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폐업·부도 등으로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28일 노동부에 따르면 자영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601만여명으로 지난 5월의 611만여명에 비해 10만여명이나 줄었다.이 가운데 소규모 제조업과 도·소매업,음식·숙박업을 운영하던 연매출 4800만원 이하의 영세 자영업자가 전체의 7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우 부도나 폐업 등으로 실직 상태에 빠져도 근로자와 달리 실업급여 등 제도적 지원장치가 미흡해 어려움이 더 크다.전병유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이번 경제위기는 우선 중소 영세기업 근로자와 영세 자영업자가 먼저 타격을 받고,이어 비정규직,정규직 근로자 순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면서 “단기·한시적인 긴급구호 차원이 아니라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반 근로자들의 경우 실업과 동시에 최장 8개월까지(내년부터 1년으로 연장) 실업급여(월 최대 120만원)를 지급 받을 수 있지만 자영업자들에겐 지원금이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영세사업장은 고용보험 가입이 이뤄지지 않아 실업급여 지급이 안 된다.”면서 “영세사업자의 범위 등 보험료 체계가 개선되는 내년 하반기쯤 영세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소외 청소년 멘토로 나선 ‘음악 3인방’

    소외 청소년 멘토로 나선 ‘음악 3인방’

    록가수 윤도현,뮤지컬 배우 남경주,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박상현이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한 멘토로 나섰다.EBS TV ‘다큐프라임’은 연말 특집으로 29~31일 오후 9시50분 예술나눔 프로젝트 3부작 ‘나의 노래는 나의 힘’을 방송한다.세 명의 예술가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과 함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나누며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았다. 29일 ‘클래식,순수를 만나다’에서는 지휘자 박상현과 강원도 영월 청소년 합창단의 교감이 이뤄진다.박씨는 성악가와 지휘자라는 두 가지 길을 걸으며 깨달은 음악적 경험을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꿈이다.전문적인 교육을 받아 본 적 없는 영월 청소년 합창단은 박상현과 함께 예술의 전당에 서기 위한 연습에 돌입한다. 30일 ‘열정,Rock으로 날다!’에서는 윤도현과 고교연합밴드 ‘칠리파우더´의 이야기가 소개된다.일곱 살 때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하며 일찍 철이 들어버린 성모(19)와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기타를 친구삼아 살아온 승진(18)은 고교 연합 록밴드 ‘칠리파우더’의 멤버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록을 한다며 손가락질을 받지만 음악이 있어 행복한 ‘칠리파우더´ 아이들.세탁소집 아들로 성장하며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 많은 노력을 했던 록밴드 YB의 윤도현은 가난하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는 ‘칠리파우더´ 아이들에게 록에 대한 열정을 가르친다. 윤도현은 어려운 환경에서 음악을 하는 청소년 록밴드들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한다.오디션에서 1등한 밴드에게 11월에 있을 YB의 콘서트에서 오프닝게스트로 설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이다.뛰어난 자질에도 불구 하고 여의치 않은 형편으로 그 꿈을 펼칠 수 없는 이들에게 절호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윤도현은 이들에게 “나의 인생경험,음악의 노하우까지 전수하겠다.”고 나섰다. 31일 ‘꿈꾸는 뮤지컬’에서는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뮤지컬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남경주는 자선학교 ‘해피뮤직스쿨’을 통해 꿈은 있으되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이 꿈을 완성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이 아이들에게 뮤지컬은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크리스마스 공연을 준비하는 남경주.같은 꿈을 향해가는 남경주와 ‘해피뮤지컬스쿨’ 아이들의 가장 행복한 뮤지컬 공연이 그 막을 올린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공연리뷰] 뮤지컬 ‘울고 있는 저 여자’

    밤늦은 지하철 승강장.한 여자가 울고 있다.전동차에서 내린 남자가 여자를 한참이나 바라본다.남자와 여자는 모르는 사이다.다만 울고 있는 여자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남자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할 뿐이다.여자는 도대체 왜 울고 있는 것일까.여자는 대답이 없고,남자의 궁금증은 커져만 간다. 남자는 여자가 왜 우는지를 알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털어놓는다.가난하다는 이유로 여자친구와 이별한 일,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비루한 삶….남자의 독백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자신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아픔과 두려움의 기억과 맞닿는다. 서울 혜화동 게릴라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울고 있는 저 여자’(김현영 작,이윤주 연출)는 작지만 단단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극이 진행되면서 여자에 쏠렸던 관객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옮겨가는 전환이 자연스럽다.남자가 울고 있는 여자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심을 보인 이유가 과거의 특정한 사건과 연결되고,남자가 그 사건과 똑같은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마지막 반전도 울림이 깊다. 연희단거리패가 ‘젊은 배우를 위한 무대’로 기획한 이 작품은 2005년 연극으로 초연돼 호평 받았던 희곡을 세미 뮤지컬로 각색한 것이다.남녀 배우 2명과 걸인 가수 1명이 출연하지만 모노극의 성격이 강하다.변진호,김하영 등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젊은 배우들의 풋풋한 연기에서 열정과 가능성을 엿보는 재미도 크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인생을 청기백기 게임으로 비유한 장면은 뮤지컬적 요소가 꽤 어울렸지만 전체적으론 이 작품을 굳이 뮤지컬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전문 뮤지컬배우가 아닌 출연진이 서툴게 노래하는 대목은 극의 흐름을 자주 깨트렸다.통기타 라이브 음악을 활용하는 선에서 그쳤더라면 좀더 밀도 있는 작품이 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든다.내년 1월25일까지.(02)763-1268.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개혁추진에 앞서 양극화 청산부터/현진권 아주대 경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개혁추진에 앞서 양극화 청산부터/현진권 아주대 경제학부 교수

    정권이 바뀐 올해에는 어느 때보다 사회계층간 대립이 심했다.지난 정부와 현정부는 확실히 국가운영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사회적 대립각은 이념적 논쟁보다,개별정책방향에 대해서 일어났다.한·미 FTA,감세정책,종부세,대기업정책,수도권 규제완화정책 등이 대표적이다.이들 정책에 반대하는 진영들의 기본사고틀은 양극화적 사고이다.즉 한 계층의 이익은 다른 계층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이러한 양극화적 사고의 뿌리는 지난 정부의 매우 정교한 정치적 계산을 통한 전략이었다.국민들을 80대20으로 대립하게 함으로써,민주주의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정권유지 등의 정치적 자산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정치전략은 실패했지만,의식화 전략은 실패하지 않아,현정부의 많은 정책전환 시도에 항상 발목을 잡고 있다. 양극화적 사고는 좌파적 경제철학을 바탕으로 한다.정책방향을 결정할 때 기본적 시각차이가 엄청난 정책방향의 차이를 야기한다.자본주의 경제학의 문제접근은 ‘내 탓이오’인 반면,좌파적 경제학은 ‘네 탓이오’이다.모든 것을 네 탓으로 돌리는 사고는 단순하고,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고,때론 거리로 나오게끔 감성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부자들에 대한 감세는 가난한 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수도권의 발전은 지방의 희생 때문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감세 및 수도권 규제완화정책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복잡한 논리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양극화적 사고는 ‘경쟁’을 ‘전쟁’으로 해석한다.전쟁에는 반드시 승자와 패자가 발생하는 것같이,경쟁을 앞세우는 모든 정책은 나쁘다는 것이다.학교간 경쟁,교사간 경쟁,지역간 경쟁 등이 모두 비인간적인 정책인 것이다.자본주의 경제학의 핵심에는 ‘경쟁’이 있다.애덤 스미스는 경쟁에는 신적인 섭리가 존재하는 듯하다며,‘보이지 않는 손’이라고 이름지었다.경쟁이란 메커니즘은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모든 국민들이 지금까지 누리지 못한 새로운 부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우파진영에서는 경쟁이라는 보이지 않는 신을 내세우는 반면,좌파진영에서는 정부라는 보이는 신을 내세운다.결국 정책방향은 경쟁과 정부 간의 싸움인 것이다. 지금 세계는 경쟁논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과거 사회주의 국가들도 이제 형평의 망령에서 벗어나,경제성장에 정책적 가중치를 두고 있다.이제 세계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국내정책은 범세계적 추이를 따라야 하는 규범이지 선택사항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더 잘살아 보려는 정부정책은 양극화 사고와 경쟁을 불신하는 편향된 사고로 인해 번번이 좌절되고 만다. 참여정부의 양극화 유산은 아직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아무리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해도,국민들의 정치적 지지도가 뒤따르지 않으면 무산된다.우리의 양극화된 사고를 어떻게든 ‘내탓이오’라는 사고로 우리 사회의 인식구조를 바꿔야 한다.경쟁은 승자와 패자로 분열하는 메커니즘이 아니고,새로운 부를 창출하게 하는 원동력이다.공공성·복지·균형과 형평을 앞세우면서,정치인과 관료들을 살찌우게 하는 정부개입이 없어도,비용도 들지 않는 ‘보이지 않는 손’에 한국의 미래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 현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유령 때문에 정책다운 정책을 펴지도 못했다.그 유령은 한국에만 우연히 나타난 것이 아니고,양극화 사고로 편향된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 고도의 계산된 정치적 바이러스가 유포되었기 때문이었다.정부는 내년부터 실질적인 개혁을 추진하려고 한다.개혁을 위한 정책개발도 중요하지만,지난 정부의 양극화 유산을 청산하는 것이 더 중요한 정책과제임을 알아야 한다.
  • 서울,가난한 자치구 교부금 더 준다

    서울,가난한 자치구 교부금 더 준다

    내년부터 재정 여건이 어려운 자치구들이 서울시 교부금을 더 많이 받는다. ●강남·북 균형발전 큰 도움 강남·북지역 재정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교부금 제도 개선안은 2004년에도 도입이 추진됐지만 일부 자치구의 반대로 무산됐다가 13년 만에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 서울시는 취·등록세의 50%를 재원으로 하는 ‘조정교부금’을 재정 상태가 어려운 자치구에 더 많이 배정하는 내용의 ‘자치구 재원조정 조례 개정안’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이로써 올해 초부터 재산세 공동과세제(구세인 재산세의 일부를 서울시가 거둬 25개 자치구에 다시 나눠주는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교부금까지 동네 살림살이에 조정함으로써 지역간 재정 불균형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서초 등 ‘5개 부자구´는 배분 제외 조례 개정에 따라 강서구는 지난해보다 268억원의 교부금을 더 받는다.주민 시설을 하나 더 만들 수 있는 재원이다.이어 노원구 183억원,동작구 161억원,성북구 151억원,은평구 149억원,중랑구 136억원,관악구 123억원,강북구 112억원,구로구 108억원,도봉구 103억원 등을 더 받는다. 배분 총액은 노원구 1246억원,중랑구 1087억원,은평구 1072억원,관악구 1058억원,성북구 1042억원 등의 순이다.다만 강남구,서초구,송파구,종로구,중구 등 재정 여건이 좋은 이른바 ‘5개 부자구’는 배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정 교부금은 한해 1조 6000억원 규모로,1995년 만들어진 조례가 자치구의 필요 예산규모,산정 기준 등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2004년 제도 개선을 모색했으나 부자구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적이 있다. 새 조례안은 또 산정 기준도 6개 분야,12개 항목에서 11개 분야,17개 항목으로 세분화했다. 특히 가로등 관리비 등 실제 소요예산은 적지만 배분액 산정 때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을 삭제하거나 축소하고 대신에 노인 인구수,자동차대수,학교수 등 현실에 맞는 사회복지와 문화,교육 등 항목을 비중있게 인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지방세 징수율을 높여 세입을 늘리면서 연말에 낭비성 예산을 지출하지 않는 자치구에 대해선 파격적인 ‘건전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연말 낭비성 예산집행 없으면 인센티브 이에 따라 최근 건전재정 운영평가에서 최고 성적을 얻은 동작구에 191억원의 특별교부금을 주기로 했다. 최항도 서울시 행정국장은 “서울시와 자치구의 상호협력을 다지고,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교부금 배분제도를 더 적절히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장윤정 “난방, 가스 끊긴 채 3년을 견뎠다”

    장윤정 “난방, 가스 끊긴 채 3년을 견뎠다”

    가수 장윤정이 SBS ‘골드미스가 간다’(이하 ‘골미다’)의 골미다 팀 멤버들과 함께 SBS ‘야심만만-예능선수촌’의 녹화에 참여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3년간 난방, 가스가 다 끊긴 옥탑방에서 혼자 살며 보낸 힘든 시절을 털어놨다. 장윤정의 극심한 어려움은 아버지 사업의 실패에서 시작됐다. 상상 이상의 엄청난 빚으로 인해 가족 모두 뿔뿔이 흩어져 생계형 이산가족으로 살아야 하는 상황이 닥친 것. 그는 그 당시의 심각한 상황에 대해 “난방이 안 되는 방이 너무 추워 헤어드라이어로 몸을 데우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며 “그렇게 잠이 들어도 너무 추워 두통 때문에 금세 잠이 깨곤 했다.”고 해 모두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어 장윤정은 “씻고 싶을 때도 얼음장처럼 찬 물에 씻을 엄두가 안나 학교 운동장을 여러 바퀴 뛴 후에 열나는 몸으로 겨우 샤워를 했다.”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제작진은 “출연자들 모두가 장윤정의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과 놀라움이 뒤섞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장윤정의 힘든 가난의 시기를 극복하고 지금에 큰 성공을 이루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외에도 진재영의 연예계 데뷔 후 동네 주유소, 할인마트 등에 아르바이트 구하러 다닌 사연 등은 12월 22일 밤 11시 15분 방송된다. 서울신문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 동티모르 여행기③] 마우비시, 커피로드 그리고 그린 빈

    [ 동티모르 여행기③] 마우비시, 커피로드 그리고 그린 빈

    정일근 《삶과꿈》기획위원과 안남용 사진작가는 지난여름 커피 시즌을 맞아 동티모르 커피생산지인 고산지역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가이며 우리에게 미지의 국가인 동티모르에 대한 생생한 현지 취재를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본지를 통해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잠결에 아라비카 커피향이 코끝을 톡톡, 치고 갑니다. 하늘의 천사가 땅의 첫 커피를 신에게로 가지고 가다 실수로 몇 방울을 떨어뜨린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한 스푼의 커피향이 시간이 지날수록 우주의 무게로 느껴집니다. 눈을 감고 커피향기를 맡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커피를 ‘아라비아의 와인’이라고도 한다지요. 손을 내밀면 와인의 부케 같은 커피 특유의 향기가 만져질 것 같습니다. 당신이 커피로 아침을 준비하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아참! 내가 당신을 떠나 아주 멀리 동티모르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커피 향기, 내가 머무는 호텔의 쿡(cook)이 손님들을 위해 아침커피를 준비하나 봅니다. 쿡은 나무로 불을 지펴 솥을 달구어 올해 수확한 생두를 볶고 있을 것입니다. ‘그린 빈’이라 부르는 생두는 다갈색과 검은색 사이에서 제 몸이 익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보지 않고도 그 풍경이 선명해지는 것이 나도 어느새 커피 마니아가 된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 동티모르 산간도시인 ‘마우비시’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나라 수도인 딜리에서 60km쯤 떨어져 있는 마우비시는 해발 1,400m에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도시에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가깝게 내려와 있습니다. 내가 말하는 동티모르의 도시라는 것, 그건 우리가 사는 도시와는 다릅니다. 도시의 모습을 가졌지만 만지면 그냥 부서질 것 같은 신기루 같은 도시입니다. 후, 하고 불면 모두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낡고 오래된 도시입니다. 여긴 이미 오래 전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풍경도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완료형입니다. 만들어지는 풍경이 아니라 사라지는 풍경입니다. 나는 이 도시가 가졌던 영욕의 역사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그 절정의 번성기를 짐작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마우비시는 동티모르가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만들어진 도시입니다. 식민지 시대 통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는 이제는 오래된 유물로 남았습니다. 유물 같은 이 도시에서 변하지 않고 새로워지는 곳은 십자가가 서 있는 가톨릭식 공동묘지뿐인 것 같습니다. 도시의 높은 곳에 성(城)이 있고, 그 아래 양철지붕을 인 마을이 들어서 있습니다. 마을은 조용하나 가끔 수도 딜리를 오가는 미니버스가 사람들을 데리고 가기도 하고 풀어놓기도 합니다. 꽤 큰 성당과 상설시장도 있고, 삼거리 길에는 로터리가 있습니다. 여기도 가을이 오는지 길가에 핀 쑥부쟁이 꽃도 보입니다. 마우비시도 밤 12시가 되면 어디든 전기가 뚝 끊깁니다. 요란한 도시, 불야성의 밤풍경에 길들여져 있다 산간도시의 밤이 주는 깊은 어둠에 낯설었지만 이내 그 어둠이 주는 평온함을 나는 즐기고 있습니다. 문명이 주는 편리함보다 불편함에서 무엇이든 절실해지는 법이니까요. 내가 머무는 숙소는 이 도시를 다스리던 포르투갈 성주가 살던 성입니다. 성을 개조해 6개의 객실과 레스토랑을 가진 호텔로 만들었습니다. 호텔이라고 하지만 역시 자정에는 전기가 끊기고 아침 저녁시간에 잠시 목욕물이 공급될 뿐입니다. 어젯밤엔 숙소에서 가까운 길거리에서 3인조 밴드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숙소로 오는 길인데 귀에 익은 연주가 흘러나왔습니다. 리듬을 따라 흥얼거려 보는데 그 연주곡은 우리나라에서 <연가(戀歌)>란 제목으로 번안되어 불리는 뉴질랜드 민요였습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학창시절 즐겨 불렀던 그 노래가 이곳에서 연주되고 있다는 것에 신이 나 큰소리로 따라 불렀습니다. 그들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자기들이 동티모르 최고의 밴드라고 자랑했지만 제대로 된 악기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국 공통어인 ‘음악’으로 그들과 내가 소통하는 데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하늘 아래 영원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음악은 영원하다는 생각을 하다, 커피나무도 그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선 커피나무만이 영원한 존재입니다. 마우비시 사람들도 커피농사를 합니다. 해발이 높은 지대에서 아라비카 종 커피농사를, 낮은 지대에서 아라비카 종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로부스타 종 커피농사를 합니다. 마우비시를 중심축으로 하여 남으로는 사메지역까지 북으로는 수도 딜리 가까이까지 커피나무는 자라고 있습니다. 수확한 커피나무 열매는 모두 길 위로 모입니다. 그렇게 모인 커피열매들은 트럭을 이용해 수도에만 있는 파치먼트 가공장으로 옮겨집니다. 커피나무가 자라고, 커피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살고, 커피열매가 이동되는 그 길에 나는 ‘커피로드’라는 이름을 주었습니다. 실크로드도 있고 소금길도 있듯이 동티모르에는 커피로드가 있습니다. 커피나무 꽃이 눈이 내린 듯 피고, 꽃이 지고 나면 커피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는 커피로드가 있습니다. 비록 지도 위에 기록된 공인된 길 이름은 아니지만 내 마음의 지도에 뚜렷하게 그 길을 새겼습니다. 동티모르에는 커피로드가 있다고요. 동티모르의 커피로드는 그들의 가난한 삶과 함께 가는 길입니다. 지금은 비록 힘들고 고달픈 길이지만 그 길이 그들의 꿈을 이루게 하는 길이길 바랄 뿐입니다. 가난이야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커피로드 위에서 만난 그들이 보여주는 미소는 아름다웠고, 그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 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들의 웃음에 흰 커피 꽃이, 붉은 커피열매가 배경이 될 때 몇 배나 증폭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커피나무가 있다는 것, 그건 신이 지금은 힘들고 가난한 이 나라에 준 축복 같았습니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처럼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커피나무를 심고 커피를 따는 사람이 있기에 그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손톱 밑에 새까맣게 때가 앉았고 손등은 커피를 따는 일로 터져버렸지만 내게 환한 미소로 두 손 가득 붉은 커피를 내미는 아이의 손을 만나 내가 울었던 것은 내가 그 아이보다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나와 같은 시간에 아침커피를 마시는 당신의 거칠어져 가는 손을 생각합니다. 삶이 당신의 손을 힘들게 하지만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하는 손은 이제 희망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그건 습관이 아니라 한 잔의 커피로 에너지를 충전해 또 하루 분의 삶과 싸워야하는 손입니다. 나는 당신 스스로 그 손에 감사하며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이제 커피에 대한 나의 나쁜 고정관념도 버릴 것입니다. 커피 한 잔으로 참으로 많은 손들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돌아가면 당신에게 제일 먼저 올해 새로 수확한 그린 빈을 보여주며 동티모르를 추억하고 내가 명명한 ‘커피로드’를 자랑할 것입니다. 오랜 여행으로 내 얼굴을 내가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새까맣게 탔고 지독한 풍토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나는 행복합니다. interview -김수일 동티모르 한국대사 동티모르에 이는 한국어 붐 “동티모르는 한국인의 정서가 통하는 나라라 생각합니다. 최근 여야, 동서 간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오래지 않아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부는 동티모르를 돕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한 동티모르를 사랑하는 한국인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동티모르에 한국대사관이 있다. 독립 직후 초기에 대사관이 개설됐으며 현재 부산외국어대 인도네시아·말리이시아어과 교수인 김수일 대사(55)가 동티모르 한국대사로 근무하고 있다. 주부산 인도네시아 명예영사, 외교통상부 자문위원 등을 지낸 외교전문지식을 인정받아 동티모르 대사로 발탁된 학자 출신의 외교관이다. 김 대사는 부산 사람답게 부산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 동티모르와 부산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구상들을 풀어놓는다. “동티모르는 산유국입니다. 현재 유전개발이 본격화되고 있고, 또한 SOC(사회간접자본) 개발 산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은 물론 부산도 진출할 기회가 많은 나라입니다. 기업들이 동티모르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김 대사는 동티모르와 석유 및 천연가스 개발과 관련 우선협상국 지위를 확보해 수십 조 원의 경재효과가 기대되는 에너지 파트너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동티모르를 돕기 위해 고용허가제에 의한 인력송출 양해각서(MOU)를 체결시켜 6천여 명의 동티모르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 파견될 동티모르 근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을 함께 진행시키고 있어 현재 동티모르에 한국어 붐이 일고 있다. 김 대사는 2007년 9월에 부임했다. 2년 6개월의 대사 임기가 끝나면 다시 대학으로 돌아와 강의를 맡게 된다. 글 정일근 기획위원 / 사진 안남용 다큐멘터리 사진가
  • 텔레비전 전쟁

    텔레비전 전쟁

    집에 들어오기가 무섭게 텔레비전 리모컨부터 든 남편은 늘 그렇듯 채널 돌리기에 빠져든다. “하하하, 큭큭큭.”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남편의 웃음소리가 집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그 소리에 숙제를 하러 방에 들어갔던 큰아이가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한마디 했다. “아빠, 너무 시끄러워서 집중이 안 되잖아요.” 내 속이 다 시원했다. 집에 오면 아이들하고 놀아주고, 책도 좀 읽어주고, 같이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고 그렇게 일러도 자식은 그저 낳아놓으면 저절로 크는 줄 알고 있으니, 남편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 때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은 버럭 화를 내며 아이를 거실로 불러내는 것이 아닌가. “너 이 녀석! 어디서 그런 못된 걸 배웠어?” 아빠가 심하게 화를 내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아이는 멀뚱멀뚱한 눈으로 나와 남편을 번갈아가며 살폈다. 남편은 다시 “아빠 말이 우스워? 왜 대답을 안 해? 누구한테 배웠느냐고?” 하며 아이를 다그치는 것이다. 남편이 아이를 야단칠 때는 가장의 권위와 집안의 위계질서 확립을 위해 웬만하면 참견을 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아이를 무조건 윽박지르기부터 하는 남편의 태도는 잘못된 듯했다. “뭘 잘못했는지부터 말해주고 야단을 쳐요.” 그랬더니 아이에게로 향했던 화살이 금세 나에게 돌아온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애가 저 모양이지.” 단순히 아이 문제가 아니라 부부가 풀어가야 할 문제다 싶어 나는 우선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려 했다. 그러나 쭈뼛거리며 방으로 들어가려는 아이에게 남편은 다시 고함을 질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아이는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곁에 있던 작은아이도 책을 읽다 말고 따라서 울음을 터뜨렸다. 조용히 해결하려 했는데 아이들의 눈물을 보니 나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두 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내기가 무섭게 남편은 내게 화를 낸다. “당신이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니까 애들이 버릇이 없는 거 아니야. 아빠가 텔레비전을 보는데 어디서 아들 녀석이 시끄럽다고 짜증을 내?” “그래서 내 탓이라고?” “당연하지. 그러면 하루 종일 나가서 돈 벌어오는 내 잘못이야?” “누가 당신 잘못이래? 하지만 이번엔 당신이 너무 심했잖아. 하루 종일 밖에 나가서 돈 벌어오는 거 힘든 줄 알아. 그리고 고맙고. 그런데 애 공부하는 시간에 텔레비전 틀어놓고 꼭 그렇게 시끄럽게 해야 돼?” “뭣 때문에 내가 보고 싶은 것도 안 봐야 되는데? 아예 나가라고 해라.” “그런 뜻이 아니잖아. 낳기만 한다고 부모야? 남들은 학원 보내고 과외 시키는데 우리는 그럴 형편이 못 되니까 분위기라도 만들어주자 그거지. 부모 가난한 줄 알고 스스로 공부하는 애들이 기특하지도 않아?” “자식 그렇게 상전처럼 받들어 키우면 돌아오는 게 있을 거 같아? 당신이나 정신 똑바로 차려.” 텔레비전 때문에 큰소리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무리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지만, 아홉 살 아이의 집중력으로 어찌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온갖 유혹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남편에게 아이들이 공부할 때만이라도 참아달라고, 정 보고 싶으면 볼륨이라도 줄여달라고 수십 번도 넘게 부탁했다. 남편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삶의 유일한 낙이 텔레비전인 남편이 가끔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날이면 만세삼창이라도 외치고 싶어진다. 남편이 없을 때 아이들은 학교 갔다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숙제하고, 책 보고, 독서록을 쓰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처음엔 투정도 부렸지만 이젠 텔레비전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남편이 오면 이렇게 잘 다져놓은 생활 리듬이 단번에 깨져버린다. 나 혼자 백날 발품 팔아 책 빌려오고, 생활비 아껴서 책 사주는 열성을 보이면 뭐하겠는가? 가정교육은 엄마만의 몫이 아니란 것을 남편은 모르는 걸까? 아버지의 권위는 텔레비전 리모컨보다 아이들의 마음을 쥐었을 때 비로소 바로 선다는 것을 아버지들이여 제발 알아주시길. 주경심_ 결혼 10년차 주부이며 아홉 살인 아들 건이, 일곱 살인 딸 민이의 엄마입니다. 의류 판매업을 하는 남편은 물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순응형, 필자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물의 방향을 바꿔버리는 도전형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남편의 짐을 덜고 싶어 공인중개사에 도전했습니다.2008년 12월
  • [SPECIAL 7080] 학림다방-역사와 추억이 현재와 어우러진 그곳

    [SPECIAL 7080] 학림다방-역사와 추억이 현재와 어우러진 그곳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5년에서 3년 아니 2년으로 점차 짧아지는 요즘. 유행의 첨단을 달리는 대학로에서 50년 넘게 자리 한 번 바꾸지 않고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곳이 있다. 70~80년대 젊은이들의 근거지이자 문화의 산실인 학림다방이다. 몇 차례 주인이 바뀌고 대학로의 그 대학이 자리를 옮긴 지도 오래건만, 학림만은 굳건하다. Since 1956 학림. 건물 입구 간판에서 학림다방의 역사를 읽는다. 흰색과 녹색이 깔끔하게 조화를 이룬 커다란 간판엔 다방이란 말 대신 커피(coffee)를 붙여놔 최근 만들어진 듯 보이지만 학림다방은 무려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1956년 처음 문을 연 뒤 반세기가 넘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자리를 지키며 많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학림은 이곳 대학로에서 유일하게 옛 모습을 지키고 있는 낭만의 장소다. 화려한 대학로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70~8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학림다방, 추억과의 재회 학림의 역사성은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수없이 드나들던 사람들이 찍어놓은 발자국이 쌓이고 쌓여 거뭇한 나무계단. 그 계단 끝에 자리한 학림으로 향하는 길은, 실제로는 나지 않지만 한 발씩 뗄 때마다 삐거덕 소리가 날 것처럼 오래돼 보인다. 어디 그뿐이랴. 계단을 다 올라 문을 열면 시대극에나 나올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복층식 실내구조. 친구들과 모여앉아 무언가를 모의하고 토론하기에는 딱인 구석자리가 많다. 곳곳엔 긁힌 흔적이 있는 나무탁자와 쿠션감 없는 빛바랜 의자가 조용하게 흐르는 클래식 선율에 감싸인 채 놓여 있고, 진한 갈색 톤의 어두운 실내는 공간 스스로 추억을 음미하는 듯 아스라하다. 베토벤 두상과 유명 음악가들의 연주 모습을 담은 사진, 그리고 벽 한쪽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 LP판 등등, 계란 동동 띄운 모닝커피라도 팔 것 같은 그야말로 옛날식 음악다방의 모습이다. 이런 학림의 모습이 번쩍거리고 화려한 곳에 익숙한 이들에겐 다소 촌스럽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낡은 탁자에 기대어 앉아 커피 향과 어우러지는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대학로의 풍경을 바라보노라면, 오래된 공간이 주는 포근함에 취해 묘한 향수에 젖게 된다. 그 때문에 옛 추억을 찾아오는 중장년층도 많지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이다. 설탕과 프림 듬뿍 든 다방커피의 과거와 신선한 원두커피의 현재가 공존하는 학림은, 7080세대가 아니어도 추억이 서려 있지 않아도 찾게 되는 마력이 있는 추억의 명소이자 세대 간의 소통의 장소가 되고 있다. 7080세대의 문화의 산실 지금은 관악산 기슭으로 옮겨진 옛 서울대 캠퍼스 앞(현재의 마로니에 공원)에 문을 연 학림은 서울대생들의 단골 다방이었다. 오죽하면 서울대 문리대 학생들 사이에서 ‘제25강의실’이라 불렸고, 문리대의 옛 축제명 학림제란 이름이 학림다방에서 유래되었을까. 당시 위치적으로 가까워 서울대생들이 많이 드나들었지만, 학림은 그 시절 대학로 일대의 젊은이들이 공유하던 문화공간이었다.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를 외치던 대학생들, 즉 오늘날 7080세대는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통기타와 다방 같은 낭만의 문화를 잃지 않고 향유했다. 그 시절 학림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학생들의 토론장이자, 커피 한 잔을 놓고 음악과 문학과 사랑을 논하던 젊은이들의 낭만의 공간이었다. 당시 학림을 드나들며 젊은 날을 보냈던 이들은 소설가 김승옥·박태순, 시인 김지하·황지우·김정환, 가수 김민기, 작곡가 김영동, 미술평론가 유홍준, 지금은 고인이 된 소설가 이청준과 시인 천상병 그리고 수필가 전혜린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자유와 낭만에 목말라하던 젊은이들의 거리 대학로에서, 학림은 그들만큼이나 뜨거웠던 한 시대를 보냈고, 아직도 그 자리에서 지금은 중년이 된 그때의 젊은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2001년 4월 학림을 찾은 시인 김지하는 “학림시절은 내겐 잃어버린 사랑과 실패한 혁명의 쓰라린 후유증, 그러나 로망스였다”는 글을 낙서장에 남겼다. 전화번호부 두 권 분량의 두께를 가진 학림의 20년 된 낡은 낙서장에는 추억을 찾아 온 이들의 메모가 빼곡하다. 조심스레 종이를 넘기며 찬찬히 낙서를 읽다보면, 당시 젊은이들에게 학림이 어떤 존재였는지를 알 수 있다. 반세기 넘는 시간 같은 자리를 지켰기에, 20년이 지난 다음에도 장성한 아들과 함께 찾아 와 자신의 젊은 시절 향유했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곳. 그렇기에 오랜 프랑스 망명생활 끝에 귀국한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의 저자 홍세화 씨는 낙서장에 이런 말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학림 이름은 안 잊었노라. 1999. 6. 14. 서울 학림에서 홍세화. 반갑구나, 학림!” 클래식만을 고집해 온 음악다방 소설가 김승옥이 <볼레로>를 청해 들으며 슬피 울고, 시인 김정환이 하루 종일 죽치고 앉아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만 신청해 들어서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곳, 학림다방. 이곳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악이다. 학림은 50여 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것 같이 쭉 클래식만을 고집해 온 음악다방이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오디오가 귀한 가난했던 그 시절. 다방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종일 앉아 있을 수 있는 젊은이들의 사랑방이었다. 예전에는 DJ가 앉아 신청곡을 틀어주었을 음악박스는 지금은 계산대로 변해 있다.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들을 수 있는 베토벤, 슈베르트 등 클래식음악의 선율은, 다방커피가 원두커피로 대체되었듯 LP판에서 CD로 바뀌어 다방 벽을 타고 맑게 흘러내린다. 변한 세월 탓에 이제는 장식용일 때가 더 많은 턴테이블과 70~80년대를 수놓던 1,500여 장의 클래식 LP판들은 조용히 제자리에서 학림의 음악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비록 학림의 역사 때문에 옛날식 다방에 대한 환상을 품고 찾아와 다방커피도 없고, 턴테이블 위에서 지지직거리며 흐르는 음악소리가 들리지 않아 실망스러운 마음이 든다 해도, 추억을 반추하게 하는 많은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 학림은, 한 잔의 커피를 다 마실 때쯤 그 실망감도 비우게 해준다. 프랑스 파리의 생제르맹 거리는 서울의 대학로와 비슷한 문화의 거리다. 대학로에 50년 역사의 학림다방이 있다면 생제르맹 거리에는 100년 전통의 ‘카페 드 플로르(Cafe de Flore)’가 있다. 사르트르와 보봐르, 알베르 카뮈, 자크 프레베르 등이 자주 찾았던 이곳은 파리 여행자들에게 추천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혁명과 문학과 진실한 사랑을 나누던 수많은 예술인들의 향기가 서린 학림다방. 이곳도 카페 드 플로르처럼 100년 전통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다방으로 남아, 역사와 함께 더욱 빛나는 우리의 자산이 되길 바란다. 글·사진 최수진 프리랜서 기자
  • “20년 뒤에 다시 만나자”

    “20년 뒤에 다시 만나자”

    새롬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기로 한 날, 아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기 위해 나는 그림책의 삽화들을 준비해갔다. 예쁜 그림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펴고, 글을 써보는 경험을 해보길 바랐기 때문이다. 동시를 쓰는 아이들은 함께 가준 지인 강만수 시인이 봐주기로 했기에 우리는 산문과 운문 모두를 지도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공부방에 들어서자 나를 반겨주는 것은 구수한 음식 냄새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부방의 역할 가운데 중요한 것이 바로 끼니 거르는 아이들을 잘 먹이는 것이었다. 현황표를 보여주면서 하나하나 짚어주는 아이들의 삶은 정말 어린 나이에 견디기 버거운 십자가였다. 그나마 이렇게 지역아동센터에 머물면서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형편이 좋은 거란다. 16만 명 정도의 어린이들을 전국의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보는데, 이는 전체 저소득 아동의 20%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머지 80%의 아이들은 이 땅의 그늘에서 버려지고 보호받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것이었다. “꿈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그랬다. 내가 그날 아이들에게 해줄 일은 꿈을 심어주는 일. 그러나 어떻게 짧은 시간에 그런 일을 한단 말인가. 이러구러 수업은 시작되었고 옹기종기 모여 앉은 아이들에게 준비해간 그림을 하나씩 보여주며 말문을 틔웠다. “이 그림 보면 뭐가 생각나지? 어디 한번 이야기해볼까?” 처음엔 뻔한 대답을 하던 아이들은 조금씩 상상의 나래를 펴기 시작했다. 누가 되었건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격려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가져간 그림을 다 보여준 뒤 아이들에게 나는 아무 그림이나 하나씩 붙잡고 글을 써보라고 했다. 그때 내 눈에 띈 아이가 용득이(가명). 글을 쓰라고 하자마자 나눠준 종이를 깨알 같은 글씨로 빼곡히 채워나갔다. 다른 아이들이 한 시간 동안 장난을 치고, 과자를 먹으며 산만해져 있는 동안 녀석은 한 편의 멋진 동화를 완성했다. 나와서 읽어보라고 하니 난생처음 해본다며 쑥스러워했지만 결국 그 긴 글을 다 읽었다. “…호랑이는 아빠 엄마가 없는 아기를 잡아먹지 않고 기르기로 결심했습니다. 얼마 전에 태어난 새끼가 병으로 죽어서 대신 아기에게 젖을 물렸습니다. 아기는 호랑이의 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가 소년이 되자 호랑이는 말했습니다. 너는 호랑이의 새끼가 아니라 사람의 아이다. 그러니 사람들 사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흰 호랑이가 아기를 품에 안고 포근히 잠든 한 장의 그림을 보고 한 시간 남짓한 시간에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그렇게 이야기 한 편을 빠르고 완벽하게 꾸미는 건 재능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용득이는 나중에 작가가 되면 좋겠다.” 내 한마디 말에 고무된 용득이는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내가 차에 탈 때까지 쫓아와 지켜보았다. 총기 있는 눈매의 녀석에게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용득아, 너 문학에 소질 있어. 나중에 꼭 작가가 되어라. 그러면 20년 뒤에 선생님 다시 만날 수 있어.” 말을 마치고 나는 출판사에서 받아 차 안에 두었던 새해 달력을 녀석 손에 쥐어 주었다. 그날의 소득은 용득이의 발굴이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가난의 질곡을 끊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가 꼭 되지 않아도 성장할 동안 만날 수많은 유혹과 방황과 좌절을 딛고 멋진 어른이 되었으면 싶다. 경기 부천 약대동에 위치하고 있는 ‘새롬지역아동센터’는 열네 평이라는 협소한 공간이 정부 지원기준에 미치지 못해 그간 절반가량의 지원금만 받아오다, 다행히 두 달 전 한 독지가의 후원으로 지금의 자리로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금 부족으로 바닥에 보일러를 놓지 못해 서른여덟 명의 아이들은 방석과 온풍기만으로 추운 겨울을 나야 합니다. CJ 도너스캠프는 소외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원하는‘온라인 나눔터’입니다. 지역아동센터, 공부방 등의 선생님들이 올린 교육 제안서들을 후원자가 보고 직접 선택해 기부합니다. www.donorscamp.org . 꿈꾸는 공부방’은 월간 <샘터>와 도너스캠프가 함께하는 지식기부 프로젝트입니다. 매달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명사들이 1일 선생님으로 직접 공부방을 찾아가 아이들과 재능과 경험을 나눌 예정입니다.글 고정욱(소설가, 아동문학가) | 사진 이현정 2008년 12월
  • [토요영화] 게이샤의 추억

    [토요영화] 게이샤의 추억

    ●게이샤의 추억(KBS 2TV 겨울특선영화 밤 12시10분) ‘게이샤의 추억’은 일찌감치 화려한 감성 블록버스터로 주목을 받았다.‘시카고’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롭 마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할리우드 ‘미다스의 손’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는 만큼 기대도 컸다.원작은 지난 1997년 발간된 아서 골든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2차 대전이 시작되기 전인 1929년 일본의 한 어촌.가난 때문에 9살 지요는 급기야 부모님과 헤어진다.그리고 당도한 곳은 교토의 게이샤 하우스.언니와 함께 팔려온 것이다. 노예 같은 생활을 이어나가는 지요는 언니와도 헤어진 채 갖은 수모를 다 겪게 된다.라이벌 하쓰모모(공리)는 그녀를 질투하며 끊임없이 괴롭힌다.이 와중에 회장(와타나베 겐)은 유일하게 지요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는 존재.회장 때문에 게이샤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된 지요는 회장의 도움으로 교토 최고의 게이샤 마메하(양자경)에게 본격적인 게이샤 수업을 받게 된다. 춤,노래,화법 등 다양한 분야의 예기를 두루 익힌 지요는 마침내 ‘사유리(장쯔이)’라는 이름으로 최고의 게이샤로 거듭난다.곧 기업가 등 그녀에게 구애하는 이들이 줄을 서지만,사유리의 마음은 오직 회장만을 향한다.하쓰모모의 시기심,2차 대전의 포화를 겪으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던 사유리에게 새로운 시련이 닥쳐오는데…. 영화 ‘게이샤의 추억’(2005년)에서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시아에서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매력 대결이다.사유리 역을 위해 혹독하게 영어와 춤을 연습했다는 장쯔이는 ‘와호장룡’,‘영웅’,‘연인’ 등 과거 어느 작품에서보다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뽐낸다.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로 불리는 공리는 하쓰모모 역으로 전미비평가협회로부터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 중국계 최고의 배우들이 일본 최고의 게이샤 연기로 화면을 사로잡는다.물론 개봉 당시 일본 문화와 게이샤를 다룬 영화의 주인공을 중국 배우가 맡는 것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특히 장쯔이는 매국,친일 등 자국 팬들의 따가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아카데미상을 다섯 번이나 수상한 영화음악계의 거장 존 윌리엄스 음악감독은 이 영화에서 동양악기와 서양악기의 어우러짐,세계적 음악가 요요마(첼로)와 이작 펄만(바이올린)의 명연주로 신비스런 영화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원제 ‘Memoirs of a Geisha’,145분,15세 이상.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공교육 길을 잃다] 서울 A외고-지방 B고교의 ‘텅 빈 공교육’

    [공교육 길을 잃다] 서울 A외고-지방 B고교의 ‘텅 빈 공교육’

    지난 17일 서울의 유명 외고와 지방의 무명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을 동시에 찾았다.대학 진학 결과라는 잣대만을 들이댄다면 두 고교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하지만 지성과 인성을 기른다는 교육 본연의 잣대로 보면 사정은 비슷했다.두 학교 모두 교실 어디에서도 공교육의 향기는 찾을 수 없었다. 서울의 A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고요했다.수학능력시험과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부터는 줄곧 대입 상담기간이어서 선생님과 상담을 받으려는 학생들만 한 시간에 한 명꼴로 교실을 찾았다. 학생들은 예약된 상담시간에 맞춰 등교했고,30분 정도 상담을 받은 뒤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이미 졸업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교육청은 기말고사 이후에도 정상수업을 하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교감은 “교육청 방침 때문에 아예 학교를 나오지 말라고는 못 한다.”면서 “상담기간이 끝나면 체험학습 등으로 정규 교과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은 하나같이 “오는 30일 겨울방학식에만 참석하면 된다.”면서 “학교에서 대입 준비를 할 시간을 주려고 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학교는 학원 등을 찾아가 대입 지원전략을 짜라고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학생들은 이런 학교의 방침을 ‘배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미 1회에 20만~30만원씩 하는 대입컨설팅업체 등에서 상담을 받은 상태였다.3학년 담당교사는 “학생마다 1시간 남짓의 상담시간을 배정했는데 시간을 채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학교상담보다는 학원상담을 더 신뢰하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그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의 올해 수능 평균점수는 525점으로 대부분이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수준이다.지난해에는 서울대에 20명,연세대와 고려대에 각 80명씩 입학했다.올해는 28명이 이미 해외명문대에 합격한 상태다.학교에서는 수능이 끝난 후 지난달 말까지 개인별로 논술을 가르쳤다.그런데도 상담을 마치고 나온 양모(18)군은 “한 반 30명 가운데 수시합격이나 재수를 준비하는 친구들을 제외한 20명은 사설 논술학원을 다닌다.”고 말했다.한 교사는 “주로 강남의 대치동 학원에 많이 가는데 가격은 월 70만원에서 150만원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교실 앞 대형 텔레비전에선 철 지난 할리우드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듬성듬성 자리에 앉은 10여명의 고3 학생들은 따분한 듯 친구와 잡담을 나누며 장난을 치고,3~4명의 학생은 엎드려 자고 있었다.교실에 담임교사가 앉아 있었지만 몇몇 남학생들은 복도에 빙 둘러서서 셔틀콕을 차며 놀고 있었다. 경기도의 B고등학교 3학년 6반은 한창 진행 중인 2009학년도 대입 정시모집과는 무관해 보였다.담임은 “우리 반 36명 가운데 대학을 안 가는 4명을 빼고 32명 모두 수시전형으로 대학을 정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서울·경기 등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을 가는 학생은 5명,지방 4년제는 2명,나머지 25명은 전문대에 갈 예정이다. 이날 출석한 학생은 36명 중 20명.담임은 “교육청은 정상적인 수업일정을 진행하라고 압박하지만 수능이 끝나고 학교는 멈췄다.”면서 “등록금 번다고 결석하는 학생들을 영화 보러 오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해 2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400만원을 모았다는 최모(18)양은 “사교육은 꿈도 못 꾸고 교과서만 봤다.”면서 “그래도 전문대 간호학과를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2학기 수시모집에서 실기와 내신으로 이미 대학에 합격했다는 이모(18)군은 “어차피 수능과 논술이 대입과 상관없었다면,인성교육이나 교양교육을 더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감은 “학생들을 수준별로 묶어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그래도 고교등급제에 대비해 ‘공부 못 하는 학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고 말했다.3학년 담임인 모 부장은 “고교등급제로 내신을 무력화시키고,사교육 아이템인 논술과 본고사까지 부활시키면서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은 난센스”라면서 “수업 열심히 들어 내신성적이 좋고,인성이 제 아무리 훌륭해도 가난한 친구들은 대학 오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박창규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감동 펑펑… 마음이 따뜻해져요”

    “감동 펑펑… 마음이 따뜻해져요”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옷깃을 파고드는 얼음 바람에 ‘역시 겨울은 겨울’이라고 중얼거리게 된다.여기에 가족이 함께 읽으면 얼어붙은 마음이 훈훈해지는 어린이 책 3권이 있다. ●‘행운의 날’(파트리스 파바로 지음,르노 페렝 그림,김동찬 옮김,청어람 주니어 펴냄)은 인도의 작은 도시 마나쿨루에 사는 자강과 현악기 사랑기를 연주하는 아버지 스리람의 이야기다.자강은 아버지의 연주에 마리오네트(꼭두각시)를 춤추게 하고 돈을 번다.다섯 살 때 거리에 나와 벌써 열 살이 됐다.그런데 어느날 누군가 바구니에 500루피를 넣고 갔다.거리의 예술가인 부자는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자강과 아버지 스리람은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그런데 아버지 스리람은 생각하지도 못한 결정을 내린다.가난한 점쟁이 할아버지의 바구니에 500루피를 살짝 집어넣은 것이다.아버지는 “500루피로 우리가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잠깐이나마 풍요와 행복을 느낄 기회를 주자.”고 말한다.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절대로 못할 일일 텐데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자강은 한 술 더 뜬다.이렇게 상상하면서 말이다.“점쟁이 할아버지가 우리 아버지처럼 한다면,500루피는 광대의 손에서 광대의 손으로,걸인의 손에서 걸인의 손으로,그러는 동안 세상 사람들 모두 한 번씩 부자가 되는 거야.” 7500원. ●‘안젤로’(데이비드 맥컬레이 글·그림,김서정 옮김,북뱅크 펴냄)는 혼자 사는 늙은 미장이로 성당 외벽을 보수한다.어느날 일하다 병든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안젤로는 몹시 귀찮아 하면서 새를 모자에 담아서 집으로 데려온다.돌아가는 길 어디쯤에 내려놓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다.새를 집까지 데려온 안젤로는 테라스서 하룻밤 쉬게 하고 날려보낼 생각이다.그러나 커다란 고양이가 발톱을 가다듬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안젤로는 마지못해 새를 집의 손님으로 받아들인다. 안젤로는 성당 보수하고 남은 시간에 새를 고치는 데 힘을 쓴다.좋은 음악도 들려주고,주말이면 교외로 나가 햇볕도 흠뻑 받게 한다.이름도 지어줬다.실비아라고.체력이 약해진 안젤로는 이제 혼자 남을 실비아를 걱정한다.고민 끝에 그는 성당에 정말 안전하고 특별한 실비아의 집을 마련한다.지은이는 건축가 출신으로 정밀하고 치밀한 건물 그림을 수채화 느낌으로 따뜻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9500원. ●‘코기빌의 크리스마스’(타샤 튜더 글·그림,공경희 옮김,월북 펴냄)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미국의 작은 마을 이야기다.꼬마 친구들은 트리를 만들고,집안을 청소하기에 바쁘다.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삽화는 미국 시골의 전형적인 인테리어와 미국인의 삶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타샤 튜더는 미국 버몬트 산골에 집을 짓고 느리게 살기를 실천하는 자연애호주의자로 유명하다. 골동품같은 화풍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98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스칼렛 요한슨이 ‘코푼 휴지’ 사실래요?

    스칼렛 요한슨이 ‘코푼 휴지’ 사실래요?

    ‘아일랜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잘 알려진 스칼렛 요한슨의 ‘코푼 휴지’가 경매사이트 이베이에 올라 현재 2151달러(270 만원)까지 입찰 가격이 치솟아 화제다. 스칼렛 요한슨은 지난 수요일 유명 토크쇼인 ‘제이 레노의 투나잇 쇼’에 그녀의 신작 ‘스피릿’(The Spirit)을 홍보하러 출연했다. 요한슨은 이날 “동료배우인 사무엘 잭슨에게 감기에 옮았다.”며 “이 감기는 유명인 사이를 거쳐 값어치가 있지 않겠냐?”고 농담 했다. 이에 사회자인 제이 레노가 요한슨이 2번 코를 푼 휴지를 건네 받고 이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단체인 ‘USA 하베스트’에 기부하기 위해 이베이에 경매로 팔자고 제안했다. 스칼렛 요한슨의 콧물과 립스틱 자국이 남아 있는 이 휴지는 비닐봉투에 담겨, 사인이 첨부돼 경매에 나왔다. 19일 현재(한국시간 오전 11시) 스칼렛 요한슨의 콧푼 휴지는 이베이에서 64명이 입찰하여 2151달러가 최고 가격인 상태. 이 경매는 다음주 월요일에 마감될 예정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태경(tvbodaga@hanmail.net)@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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