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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아직 ‘파인다이닝’ 갈 길 멀어… 기본 지키며 현지화해야” [전경하의 집중]

    “한식 아직 ‘파인다이닝’ 갈 길 멀어… 기본 지키며 현지화해야” [전경하의 집중]

    ‘흑백요리사’ 에드워드 리 주목누벨퀴진에 한식 접목 인상적미학적 요리 연구 활발해지길조선시대에 있던 파인다이닝 진연·진찬, 식민지 되며 사라져새로운 재해석 통해 재생해야포장마차 배달음식이던 日스시 中딤섬도 원래는 길거리 음식고급화되고 서구 현지화로 성공맛의 균질화엔 소비자들도 책임노포 잇고 다양한 음식점 있어야K푸드 범위 확장 놓고 고민 필요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계급 전쟁’이 화제다. 출연한 요리사들의 식당 예약은 하늘의 별 따기고 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글과 동영상이 매일 쏟아지고 소비된다. 넷플릭스는 ‘흑백요리사 시즌2’를 제작, 내년 하반기에 공개하기로 했다. ‘흑백요리사’가 우리 음식문화와 사회에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세계적으로 K푸드 열풍도 불고 있는데 한식은 어떻게 발전해 나가야 할까. 이런 다양한 질문들을 국내 최초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 교수에게 물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민속학을 담당하고 있는 주 교수가 안식년을 맞아 지난 8월부터 영국 런던에 거주 중이라 인터뷰는 지난 12일 화상으로 진행됐다. -‘흑백요리사’에서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제작진이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에드워드 리, 이균의 출연이 신의 한 수였다. 그는 누벨퀴진에 한식을 계속 접목시키면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한식이나 유사한 한식이 결승전에 올라가지 않았다면 한국 요리 경연인데 왜 한식이 힘을 못 쓰냐는 지적이 나왔을 거다. 한식 하는 분들과 통화했는데 프로그램에서 한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인이면서도 이탈리아·프랑스·일본·중국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가 많다는 것을 보여 줬다. 개인적으로는 한식이 계층화되려면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식은 아직 오트퀴진이나 누벨퀴진으로 가는 길에 접어들지 않았다. 5~6년 사이 한식을 하는 분들이 파인다이닝을 시작했는데 아직 성공 사례가 없다. ‘흑백요리사’를 계기로 많은 전문가들이 표준 한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한식을 미학적 요리 관점에서도 활발히 연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오트퀴진은 18세기에 자리잡은 프랑스 왕실의 전통 코스 요리를 뜻한다. 이에 반발해 100년 뒤 가벼운 요리를 지향하는 누벨퀴진이 등장했다. 오트퀴진은 육류 중심의 다양한 소스와 향신료를 사용하고 누벨퀴진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료로 짧은 시간에 요리한다. 둘 다 완성도 높은 음식, 파인다이닝이 목표다.) -국내에서 파인다이닝이 수용될 수 있을까. “서구는 산업화를 거치고 시민사회가 되면서 집밥과 음식점 식사가 분리됐는데 한국은 아직 집밥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점에서 먹어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식사로 보는 시각이 있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20~30대가 주류가 되는 20년 후에는 한국에서도 파인다이닝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젊은 세대는 국경을 넘어서 다양한 경험을 한 세대다. 조선 성리학을 좋아하는 일본 기업가가 20년 전에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매년 한국인 학자 10여명을 불러 심포지엄을 했다. 그리고 최고급 식당에서 1인당 3만~5만엔의 식사를 대접했다. 언젠가 식사 끝나고 헤어졌는데 남성 교수들이 다른 곳으로 몰려가길래 몰래 따라가 봤더니 라면집으로 갔다고 했다. 누벨퀴진은 양이 적다. 그걸 2시간 설명 들으면서 먹고 나면 나도 배가 고프다. 5060은 포식의 세대다. 식민지, 전쟁, 가난, 압축성장의 시대를 거치면서 포식하기를 원했다. 우리에게도 파인다이닝이 있었다. 조선시대 임금들은 일상과 잔치를 구분해 일상에서는 소박하게 먹으려고 노력했다. 잔치인 진연이나 진찬에서는 단품 요리와 여기에 맞춘 술 또는 음료가 나왔다. 보통 요리 7가지에 술이 하나씩 나왔는데 많으면 9번, 적으면 3번이었다. 식민지가 되면서 사라졌다. 당시 메뉴와 음식을 내는 방식을 재해석해야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재료들을 개념화하고 연구하며 요리 기술이 있는 분들과 공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다음달 궁중음식전시회가 열리는데 한국식 누벨퀴진 재생에 필요한 행사다.” -일본과 중국은 어떤가. “일본의 스시는 18~19세기 포장마차에서 배달했던 음식이었다. 일본의 경제적 성공에 냉장시스템이 갖춰지고 누적된 노하우가 터지면서 고급화됐다. 198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스시 열풍을 일으켰던 요리사 노부 마쓰히사는 페루 등에 살아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었고 유명 배우들과 교류했다. 당시 일본이 워크맨 등 작은 물건을 잘 만든다는 명성까지 더해져 스시가 고급화됐다. 중국 딤섬도 원래 길거리 음식이었다. 화교가 200년 전 서양으로 이주하면서 송나라의 음식이 세계로 퍼져나갔다. 송나라는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잘살던 나라다. 런던에 중식점 하카산(홍콩계 영국인으로 요리 컨설턴트로 유명한 앨런 야우가 운영하는 체인점. 마이애미, 두바이, 상하이 등 세계에 14개 지점이 있다)이 있는데 중식을 누벨퀴진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했다고 평가된다. 한식의 현지화가 중요하다. 이민자들의 향수를 당기는 음식이 아니고 한국 음식의 기본을 가지고 현지인들이 자기화해야 한다.” -현재 한식 수준은. “강의할 때 농담 삼아 이런 이야기를 한다. 전국에 사는 친구나 친척들과 약속해서 감자탕집에 가라. 감자탕을 먹으면서 영상통화를 하면 거의 똑같은 맛과 모양의 감자탕을 동시에 먹을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라고. 그만큼 맛이 균질화돼 있고 체인점화돼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소유 형태에 따라 맛의 계급을 나눴다. 프랑스인을 인터뷰해 보니 계급에 따라 즐겨 먹는 와인, 자주 가는 음식점 등이 구분됐다. 한국은 이런 구분이 안 된다. 급속하게 성장했기 때문에 200년 동안 성장한 국가들의 경험과는 다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야 하나. “노포가 이어지고 중심가에 다양한 메뉴의 음식점이 자리잡아야 한다. 경제적·문화적 수준에 맞는 다양한 음식점이 있어야 한다. 요리 수준과 서빙 방식도 마찬가지다. 음식 소비를 맛과 가성비에만 한정하지 말고 주방과 홀의 수준도 함께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음식의 균질화·체인화에는 소비자들 책임도 있다. 가지김치나 수박껍질김치, 호박김치를 맛있게 만들어서 돈을 받겠다고 작정하는 요리사가 있어야 하고 그걸 돈 내고 먹겠다는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중국에서 수입한 배추김치는 무한리필하는 것이 당연하다. 음식을 레벨화해야 한다. 문화적 투자인데 식품회사들은 시간이 오래 걸려 투자하기 어렵다. 정부가 주도하면 관료화될 가능성도 크다. 자발적 ‘미식시민연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는 노포가 많다. “오래된 가족제도 때문이다. 가업을 장남이 이어받지 않으면 장남은 가족 구성원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성은 유지되는데 결혼식 등 가족행사에서 자리가 없어진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지매를 안 당하기 위해 물려받는 거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점을 가업으로 이어받는 경우가 드물었다. 최근 들어 방송이나 유튜브를 통해 뜬 음식점이나 떡집들이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K푸드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서양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의 경제적 수준이 중상위층에 해당한다. 그들의 구매력이 높아졌다. 현재 인기를 끄는 것이 떡볶이 등 길거리 음식과 가공식품 중심이다. 이 범위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음식인문학자가 된 배경은. “1980년대 중반, 대학원을 식품영양학과로 가려고 했는데 당시에는 남성이라고 안 받아줬다. 대학 전공인 사학과에서는 음식의 역사는 학문이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문화인류학을 선택했다. 문화인류학자는 현지조사를 하는데 현지조사에서 음식을 만난다. 모든 음식은 오랫동안 각 지역에서 먹어 왔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들에게 건강을 위해, 혹은 맛을 위해 문화적으로 적용된 결과물이다. 1960년대부터 문화인류학자들이 중심이 돼 음식의 역사를 연구하고 이론화했다. ‘음식인문학’이란 용어는 내 논문을 책으로 만든 출판사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가 만들었다. 2010년대 당시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나는 음식인문학을 인문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음식에 대한 연구라고 정의한다.” -책마다 긴 참고문헌과 각주가 인상적이다. “나는 푸드칼럼니스트가 아니고 학자다. 학술적으로 음식에 대해 쓴 책이기 때문에 단행본을 쓸 때도 논문처럼 각주나 참고문헌은 반드시 넣고 있다. 매년 책을 1~2권 쓰느라 논문을 못 쓰고 있는데, 논문 검색만 하는 연구자가 내 책을 인용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보관된 자료의 양이 방대해 보인다. 중국·일본 자료도 많고. “연구비 받으면 하는 첫 번째 일이 외장하드 구입이다. 수십개의 20TB 외장하드에 관련 자료들이 다 담겨 있어 해외에 있어도 작업하는 데 별 무리는 없다. 지금 런던에서도 컴퓨터 3대 켜 놓고 작업하고 있다.”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가 번역된다는데. “컬럼비아대 출판부에서 제안이 왔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으로 원고 샘플을 번역했는데 전체를 번역하자고 한다. 번역료가 2000만원 정도 필요한데 미국 출판사는 지원하지 않는다. 한국문학번역원은 문학작품에 한정해 지원한다. 중국·일본의 음식 역사와 관련된 책은 오래전에 영어권에서 다양한 저자와 내용으로 출판됐고 2010년대 이후 베트남, 태국으로도 범위가 넓어졌다. 내 책은 이미 일본, 베트남, 중국, 대만에서는 번역됐다. 영어로도 번역될 필요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주영하 교수는 음식을 문화와 역사,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연구한다. 음식의 역사에 대해 각종 문헌에 기반해 통념과 다른 사실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 문화인류학자로서 관찰이 체화돼 매일 기록을 남긴다.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서강대에서 역사학을, 한양대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했다. 1998년 중국 중앙민족대에서 민족학(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졸업 이후 유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풀무원에서 김치박물관 학예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음식의 세계에 입문했다. 일본 가고시마대 심층문화학과(2007~2008년), 캐나다 브리시티컬럼비아대 아시아학과(2017~2018년)에서 1년간 방문교수로 지냈다. 현재는 영국 런던대 SOAS에서 방문교수로 체류 중이다. ‘식탁 위의 한국사’, ‘조선의 미식가들’ 등 20여권의 음식 관련 단독 저서를 썼다. 전경하 논설위원
  • [데스크 시각]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해법이다

    [데스크 시각]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해법이다

    올해 노벨상의 특징은 인공지능(AI)의 부상이다. 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 등이, 화학상은 AI를 활용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설계에 기여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 등이 받았다. 올해 경제학상도 이런 흐름에 한발 걸치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를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세계에서 부유한 상위 20% 국가는 가난한 하위 20%의 국가보다 약 30배 더 부유하다는 점을 연구하고 경제·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2012년에 아제모을루 교수가 로빈슨 교수와 함께 쓴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주요 논지다. 이들은 최근에는 AI 등 최첨단 기술 혁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는 2023년작 ‘권력과 진보’의 중심 주제다. ‘4차 산업혁명 등 기술 혁신은 인류를 번영으로 이끌 것인가.’ 이는 경제사학계의 오랜 논쟁거리다. 대표적인 비관론자는 로버트 고든 노스웨스턴대 교수다. 같은 대학의 조엘 모키르 교수는 반대 입장이다. 그는 “기술을 활용해 새 제품을 만들면서 성장을 이어 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산업혁명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술 발전은 번영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제모을루 교수 등은 ‘권력과 진보’에서 모키르 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산업혁명의 기술 발전은 좁은 탄광에서 하루 12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아동 노동을 불러왔지만 노동자들의 소득은 100년 가까이 증가하지 않았고, 소수에게만 막대한 부를 창출해 줬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십 년 새 컴퓨터의 놀라운 발달로 소수의 사업가가 지극히 부유해지는 동안 많은 이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했”다. 그들은 “오늘날의 ‘진보’는 또다시 소수의 기업가와 투자자만 부유하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이득을 거의 얻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사회 권력 기반의 재구성을 주장한다. 시민들이 지배층이 독점한 비전에 도전하고, 기술 발전의 풍요를 모두가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시도의 중심엔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하고 공공정책의 방향을 설정할 때 중요하게 여겨”지는 목소리의 다양성, 곧 민주주의가 자리한다. ‘권력과 진보’의 전제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가 제공한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포용적 정치 경제 제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소수가 부를 독식하는 수탈적 제도가 아닌 누구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유인을 제공하는 포용적 제도가 국가의 실패가 아닌 번영을 불러오는 열쇠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한민국과 북한이다. 그는 약사 황평원 일가의 사례를 소개하며 “반세기 만에 하나의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두 나라의 소득 격차는 열 배까지 벌어졌다. 완연히 다른 길을 걸은 해답은 (포용적) ‘제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곧 포용적 제도는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강의 기적을 낳은 과거의 포용적 제도는 현재 잘 작동하고 있을까. 마냥 긍정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비극이다. 자산과 소득 양 부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일자리 창출 능력은 많아야 월 10만명대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다리가 무너지고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그 원인이자 결과다. 포용적 제도가 작동하지 않으면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정책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권력 기반의 재구성, 곧 민주주의의 작동이 불가능해진다. 그렇다면 해법 역시 민주주의에서 찾아야 한다. AI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포용적 제도와 사회, 곧 더 많은 민주주의다. ‘기억의 정치학’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운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더불어 올해 노벨상을 바라보며 느낀 단상이다. 이두걸 전국부장
  • 부자가 8년 더 건강하게 산다… 소득별 건강수명도 격차

    부자가 8년 더 건강하게 산다… 소득별 건강수명도 격차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8년 더 건강하게 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특별한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게 사는 삶조차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의 건강수명은 2011년 71.8세에서 2021년 73.4세로 1.6세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20%의 건강수명은 64.7세에서 65.2세로 0.5세 늘어나는 데 그쳤다. 격차가 10년 만에 7.1세에서 8.2세로 벌어졌다. 건강수명이란 기대수명에서 질병 또는 장애가 있는 기간을 제외한 수명을 말한다. 소득 상위 20%가 73세부터 아프기 시작한다면 소득 하위 20%는 그보다 8년 빠른 65세부터 병원 신세를 진다는 뜻이다. 자살이나 만성질환 등에서도 소득에 따른 불평등이 커지고 있다. 여성 자살 사망률은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격차가 2018년에는 인구 10만명당 8.9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10명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남성 고혈압 유병률은 소득에 따른 격차가 5.4% 포인트에서 7.7% 포인트로 커졌다. 치매는 소득에 따른 치매안심센터 치매 환자 등록·관리율 격차가 지난해 56.5% 포인트로 2018년(52.2% 포인트)에 비해 4.3% 포인트 증가했다. 여성의 암 발생률은 소득 상·하위 격차가 2017년 97.3명에서 2021년 117.4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 암 발생률은 78.3명에서 79명으로 0.7명 늘었다. 김 의원은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 보다 보편적인 복지시스템 구축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들 우리 쳐다보고 있어”…韓 대사 나오는 아프리카 드라마 정체

    “다들 우리 쳐다보고 있어”…韓 대사 나오는 아프리카 드라마 정체

    최근 나이지리아에서 제작된 영화 ‘마이 선샤인, 나의 햇살’이 화제다. 총길이 1시간 15분짜리 이 영상에는 한국어 대사가 빠지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국어 대사가 자주 나온다. 비교적 복잡한 대사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그사이에 한국어와 요루바어(서아프리카 서남부에서 쓰이는 언어)가 계속 섞여 나온다. 학교에서의 대화 속 추임새는 대부분 한국어다. “앗싸”, “아이고”, “어떡해”, “빨리”, “대박”, “그렇지”, “왜 그래”, “화이팅” 등의 표현이 등장한다. 또 학생들은 “괜찮아? 무슨 일 있었어?”, “다들 우리 쳐다보고 있어”, “먹자” 등의 한국어 문장을 섞어 대화한다. 학교 선생님들도 서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교장 선생님은 “한국어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언어”라고도 한다. 여주인공 카리스가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맘’(Mom·영어로 엄마)이나 ‘이야’(Iya·요루바어로 엄마)라는 표현 대신 ‘엄마’라는 호칭을 쓴다. 한글이 나오는 장면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학교 게시판에는 ‘학교 발표’(프롬)라는 공지문이나 ‘웃음은 최고의 명약이다’라는 글이 붙어 있다. 한국 드라마의 클리셰(판에 박힌 듯한 진부한 표현이나 문구)도 담겼다. 카리스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운 좋게 장학생으로 선발돼 나이지리아 있는 한국 학교인 세인트폴 바티스트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여기서 잘생기고 인기 많은 부잣집 아들 제럴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여주인공을 시기하는 ‘여왕벌’ 무리와의 갈등이나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다정한 남학생과의 삼각 구도도 등장한다. 이 작품은 나이지리아의 유명 래퍼 겸 프로듀서인 JJC 스킬즈가 연출했고, 나이지리아 배우 겸 크리에이터 케미 이쿠세둔이 각본을 쓰고 직접 여주인공으로 나섰다. 재밌게 볼 수 있는 요소들이 담긴 덕분인지 유튜브에서 이 영상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일 공개된 이 영상은 15일 기준 누적 조회 수 61만회를 넘어섰다.
  • [서울광장] ‘아프지 말자’가 인사말이라니

    [서울광장] ‘아프지 말자’가 인사말이라니

    운 좋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의료를 경험한 적이 있다. 10여년 전 미국에 잠시 체류했을 때다. 아이가 놀이터 철봉에서 떨어져 팔 골절을 당했다. 당시 살던 곳에는 대학병원이 있긴 했는데 분원이었다. 응급실을 찾았는데 의사가 상주하지 않아 엑스레이를 찍고 부목만 한 상태로 귀가할 수밖에 없었다. 예약 후 일주일 만에 만난 의사는 완전 골절은 아니고 깊이 금이 간 상태라며 자신보다 더 권위 있는 의사에게 수술 여부를 따져 볼 것을 권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 본 또 다른 의사는 성장판과 상관있으니 수술이 좋겠다고 했다. 날짜는 다시 일주일 뒤로 잡혔고 당일 자동차로 3시간이나 떨어진 본원에서 무려 3주 만에 수술 후 깁스를 하고 퇴원할 수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하루나 걸렸을까. 첫 청구서를 받았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사고 당일 엑스레이 촬영을 포함한 응급 처치와 이후 두 번에 걸친 의사 진료에 대해서만 무려 1만 8000달러가 나왔다. 한국에서 미리 들고 간 민간보험 한도액(5만 달러) 안에서 수술비까지 모두 처리돼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그 뒤로 의료 민영화라는 말만 들어도 두려움이 든다. 아프면 의사를 만나기도 어렵고 돈도 많이 드니 미국인들 사이에 웬만한 병은 ‘기다리다 낫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할리우드 영화 중 이런 실상을 보여 주는 작품이 많다. 명배우 잭 니컬슨이 나오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로맨틱 코미디영화지만 달콤한 연애담보다 내게 ‘미국은 무서운 곳이구나’를 간접 경험하게 해줬다. 주인공인 괴팍한 소설가가 자신의 주치의를 동원해 가난한 웨이트리스의 아픈 아들을 보살펴 호감을 산다. 보건소 진료조차 한번 받기 힘들었던 아들이 번듯한 의사에게 진료받는 모습에 엄마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이 될까 걱정한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2000명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가 떠난 지 8개월째다. 의료개혁에 대한 지지세가 줄어드는 가운데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개혁에는 진통이 따른다며 열정을 불태운다. 맞다. 그러나 뭐 하나라도 좋아져야지 고통도 참을 수 있다. 지금 의료현장과 의과대학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불안감과 불확실성만 키우는 것들이다. 의료대란 이후 투입된 건보재정만 2조원이 넘는다. 이 돈을 처음부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에 투입했더라면 정부가 원했던 의료체계의 건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을까. 현 상황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서, 재정 고갈 시기를 앞당겨 결국 한국도 의료 민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라는 암울한 주장이 벌써 나온다. 의사 수는 모르겠지만 의료의 질은 정부가 염원하는 ‘OECD 평균’에 도달하고 있다. 위급할 경우 OECD 국가처럼 의사 보기가 쉽지 않다. 돈도 더 내야 한다. 2월 이후 중환자실 사망자가 늘고 있는 것은 물론 응급실 뺑뺑이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공의 대체재로 공보의와 군의관을 대거 차출해 지역과 군 의료체계까지 흔들린다. ‘아프면 안 된다’가 요즘 인사말이다. 2학기에 3% 정도 돌아온 의대생의 집단적 유급과 휴학을 막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수업 없이 시험만 봐도 진급하거나 6년제를 5년제로 단축한다는 꼼수뿐이었다. 7500명이 동시 수업을 받아야 하는 초현실적 상황과 부실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머릿수만 맞춘다면 아무나 흰 가운을 입어도 상관없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고 해도 정도가 있다. 더욱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그룹을 상대하려면 더욱 정교한 정책 준비가 있어야 했다. 지난달 경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나온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대표의 한마디가 이 사태를 요약해 준다. 소아마취 전문의 꿈을 접었다는 그는 “언제, 어디가 아파도 상급병원에서 VIP 대접을 받는 권력자들이 의료 현안, 의료 정책에 대해 결정한다는 게 화가 난다”고 했다. 이런 목소리에 귀를 열 때 의료개혁이 본궤도에 진입하지 않을까. 박상숙 논설위원
  • 한국의 번영·北의 불평등 가른 열쇠… 노벨경제학상에 미국 교수 3명 영예

    한국의 번영·北의 불평등 가른 열쇠… 노벨경제학상에 미국 교수 3명 영예

    경제·사회적 제도가 소득 격차 결정성공·실패 대표적 사례로 남북 언급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사회제도가 국가 번영과 불평등에 미치는 연구에 천착한 경제학자 3인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다론 아제모을루(57)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사이먼 존슨(61) 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64) 시카고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야코브 스벤손 왕립과학원 경제과학상 위원장은 “국가 간 엄청난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은 우리 시대의 큰 과제 중 하나”라며 “이들 3명은 세계에서 부유한 상위 20% 국가는 가난한 하위 20%의 국가보다 약 30배 더 부유하다는 점을 연구하고 경제·사회적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충격적이고 놀라운 소식”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지금 민주주의 국가가 힘든 길을 지나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더 청렴한 통치 체제로서 지위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존슨 교수는 “포괄적인 민주주의는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튀르키예계 미국인인 아제모을루 교수는 2005년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수상했다. 그의 대표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는 국가 간 빈부 격차가 왜 나타나는지를 분석한 경제학 베스트셀러다. 로빈슨 교수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이 책을 필독서로 꼽기도 했다. 이들은 왜 어떤 나라는 부유하고 어떤 나라는 가난한지에 대한 연구에 천착했고 국가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제도’라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포용적 제도’를 구축한 나라에서 경제성장과 국가 번영이 이뤄진다고 봤다. 반대로 소수집단에 부와 권력이 집중된 ‘착취적 제도’란 개념도 제시했다.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무역을 국가 번영의 핵심으로 설명했다면 이들은 현대사회에서는 정치적인 제도가 나라의 부를 창출한다고 본 것이다. 두 사람은 성공과 실패가 갈린 대표적 국가로 한국과 북한을 꼽았다. 사유재산이 보장되는 한국의 경쟁 체제와 일부 집단이 더 큰 이익을 챙기는 북한의 착취적 제도가 경제의 성패를 갈랐다고 분석했다. 아제모을루 교수 밑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안상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아제모을루 교수의 3부작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좁은 회랑·권력과 진보’는 경제는 경제학만으론 풀지 못하며 사회문제를 함께 보며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한다”면서 “경제학의 좁은 시야를 넘어 사회 발전을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정치학자처럼 고민했다”고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은 1901년부터 시상된 다른 5개 부문과 달리 1969년부터 수여됐다. 수상자는 메달과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4억 3000만원)를 받는다.
  • 신원식 “北, 자살 결심 아니면 전쟁 못 해…김정은 잃을 것 많아”

    신원식 “北, 자살 결심 아니면 전쟁 못 해…김정은 잃을 것 많아”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13일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이날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에서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내용의 기고가 나온 데 대한 질문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은 6·25 전쟁 이후 늘 존재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신 실장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 것은 북한의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지와 태세에 달려있다”며 “북한이 그런 걸 하지 못하도록, 승산이 없도록 만드는 우리 국민의 단합된 노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신 실장은 “북한이 지난 1일 우리 국군의날 기념식 행사 이후 굉장히 전례 없이 굉장히 과민 반응하고 있다”며 “그 직전 벙커 버스터(특수 폭탄)에 의해 헤즈볼라 수장이 죽임을 당했는데 초 위력 미사일 ‘현무5’는 그것보다 10배 이상의 위력으로, 김정은이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 주민은 가난하고 잃을 게 별로 없지만 북한의 모든 의사 결정을 틀어쥐고 있는 김정은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이고 가장 강력한 권력이 있다”며 “다시 말해 가장 잃을 게 많은 자로 그래서 가장 겁이 많기 때문에 우리의 정밀 고위력 무기는 우리 국민이 느끼는 것보다 김정은 자신이 훨씬 공포를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실장은 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는 “확인해준다는 것 자체가 북한이 원하는 우리 내부 갈등 상황이 전개되리라고 본다”며 “경험을 고려할 때 무시하는 것이 최고의 정답”이라고 밝혔다. 신 실장은 북한이 남한의 무인기 침투를 주장하고 이를 외부에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데 대해서도 “체제 위협을 확대해서 내부를 통제하는 데 이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만큼 북한 내부가 흔들린다는 방증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신 실장은 정부의 ‘확인 불가’ 대응을 두고 야당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서는 “야당이 북한의 많은 도발과 핵무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비난이나 문제 제기를 안 하면서 우리 국민을 보호하려는 군과 정부의 노력에 대해서는 너무나 가혹할 정도로 문제를 제기해 아쉽다.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데스크 시각] 고귀한 거짓말

    [데스크 시각] 고귀한 거짓말

    “세계 어디를 다녀도 어느 대학이나 다양성을 위해 뽑는데, 우리는 성적순으로 뽑는 게 가장 ‘공정’하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지역비례 선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얘기다. 벌써 세 번째다. 지난 8월 말 한은이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발표한 심포지엄에선 “(지역비례 선발제는) 서울대 교수들께서 합의하면 될 일”이라고 했고, 이후 외신 인터뷰에선 ‘강남 입시생 대입 상한제’를 주장했다. 문제적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은 한은과 그의 행보를 두고 꽤 시끄럽다. “오지랖이 과하다” 내지 “되지도 않을 일을 쓸데없이 떠든다”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은은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지가 상위권 대학 진학률을 과도하게 좌우하고 있음을 다양한 데이터로 증명했다. 2018년 서울대 진학생(일반고) 중 서울 출신은 32%, 강남 3구 출신은 12%였다. 전체 일반고 졸업생 중 이들의 비중(16%, 4%)과 비교하면 한참 높다. 2010년 고3 중 소득 최상위층(5분위)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최하위층(1분위)의 5.4배였다. 중1 수학성취도 점수로 측정한 학생 잠재력과 대학 진학률 분석 결과는 더 놀랍다. 엇비슷한 잠재력을 지녔을 때 상위권대 진학에 부모의 경제력이 미치는 효과는 75%였다. 서울과 비서울의 서울대 진학률을 비교했더니 거주 지역 효과는 92%였다. 가난하지만 잠재력이 큰 지방 학생보다 평범하지만 부유한 서울 학생이 좋은 대학에 갈 기회를 더 얻고 있었다. 단순히 입시 문제가 아니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아빠찬스 같은 인적 자본에 따른 교육 불평등 심화는 저출산과 서울 집값 상승, 지방 소멸과도 맞물려 있다. ‘잃어버린 인재’(Lost-Einsteins)가 나오지 않도록 지역별 비례선발제를 도입하자는 게 한은 보고서의 요지다. 잃어버린 인재는 2019년 앨릭스 벨 등이 쓴 ‘누가 미국에서 혁신가가 되는가?’에서 처음 언급됐다. 어린 시절 적절한 경험에 노출됐다면 아인슈타인이 됐을지도 모를 이들이 불평등으로 배제되고 있고, 특히 저소득층·여성·소수자 사이에 많다는 것이다. 한은의 제언을 ‘강남 역차별’, ‘위헌적 발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능력에 따른 성과 배분만큼 효율적이고 공정한 것은 없다는 반박이다. 과연 능력과 재능은 그들만의 것일까. 1940년대 미국의 세습 엘리트층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로 출발한 능력주의 담론은 레이건부터 오바마 행정부까지 40년 가까이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젠 한계에 봉착했다. 세습 특권층에서 능력주의 엘리트로 바뀌고, 자녀에게 재산과 신분을 물려주는 대신 성공을 결정하는 치트키를 마련해 주는 방식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누구나 재능만큼 올라갈 수 있다’는 구호가 판타지임은 우리도 경험칙으로 알고 있다. 정의와 공정이란 화두에 천착해 온 마이클 샌델의 언급은 곱씹어 볼 만하다. “사회 이동성은 더이상 불평등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없다. 빈부 격차에 대한 진지한 대응은 부와 권력 불평등을 직접 다뤄야 하며,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을 돕는 방안으론 무마될 수 없다. 사다리 자체가 점점 오르지 못할 나무가 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공정하다는 착각’ 중)” 올 들어 기획재정부는 최상목 부총리 겸 장관이 작명했다는 ‘역동경제’(윤석열 정부 경제로드맵)에서 사회 이동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구조적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근원적 고민은 엿보이지 않는다. 사라져 가는 ‘개룡남(개천에서 용 된 남자) 신화’를 보호해 재능과 노력이 있다면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고 믿게 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플라톤은 신들이 간통을 저지르거나 실수했다는 신화 내용을 그대로 가르치면 신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질 수 있기에 교육 과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사회이동성 제고 방안이 플라톤이 말한 고귀한 거짓말(Noble Lie)은 아니길 바란다. 임일영 세종취재본부 부장
  • 尹, 싱가포르렉처서 “자유 통일 한반도 실현되면 인태지역과 국제사회 평화 획기적 진전”

    尹, 싱가포르렉처서 “자유 통일 한반도 실현되면 인태지역과 국제사회 평화 획기적 진전”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싱가포르렉처’에서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되면 한반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며 “인태 지역의 경제 발전과 번영에도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오차드호텔에서 열린 싱가포르렉처에서 광복절에 밝힌 8·15 통일 독트린이 갖는 국제 연대의 의미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8·15 통일 독트린이 추구하는 자유 통일 한반도가 인태지역의 자유, 평화, 번영을 획기적으로 신장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면서 국제 사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이 역내 평화와 번영을 증진하는데 책임 있는 역할과 기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먼저 “자유의 가치를 크게 확장하는 역사적 쾌거가 될 것”이라며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600만 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간절히 바라는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자유를 얻게 된 한국은 역내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더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역내 국가와 지역간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며 “역내 해상에서의 불법 거래 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보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 질서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방된 한반도를 연결고리로 태평양-한반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에너지, 물류, 교통, 인프라, 관광에 걸친 활발한 투자와 협력의 수요가 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미중의 정치학적 고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래 지향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중국은 한국의 안보·경제·투자 분야에서 굉장히 중요한 국가”라며 “국제사회의 어떠한 경쟁도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하고, 미중 갈등 및 경쟁 문제에 한국의 국익이 걸려 있을때는 양쪽에 솔직한 입장 전달해서 문제가 합리적으로 풀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8·15 통일 독트린이 북한에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질문에는 “북한에 위협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통일 원칙과 비전은 자유, 평화 통일이다. 어떤 무력과 물리력에 의한 강제적인 통일을 헌법에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렉처는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연구소가 주최하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강연 프로그램이다. 이날 강연에는 테오 치 힌 선임장관, 찬 헹 치 전 주미 싱가포르 대사, 초이 싱 궉 동남아연구소장 등 약 450명이 참석했다.
  • ‘이나은 옹호’ 논란 곽튜브 근황 공개 “얼굴이 4분의 3이 돼”

    ‘이나은 옹호’ 논란 곽튜브 근황 공개 “얼굴이 4분의 3이 돼”

    그룹 에이프릴 출신 이나은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시켜 논란을 빚고 활동을 중단했던 여행 유튜버 겸 방송인 곽튜브(32·본명 곽준빈)의 근황이 공개됐다. 곽튜브는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더 밥 스튜디오’에 공개된 웹예능 ‘라면꼰대 프렌즈: 파김치갱’에 모습을 드러냈다. ‘파김치갱’은 만화가 겸 방송인 김풍이 진행하는 웹예능 ‘라면꼰대’ 시리즈에서 결성된 크루로, 김풍과 곽튜브, 침착맨(이말년), 빠니보틀, 키드밀리로 구성돼 있다. 김풍과 침착맨, 빠니보틀, 키드밀리가 한 카페에 모여 대화를 나누던 중 제작진이 “왜 곽튜브는 아직 안 왔냐”고 묻자 김풍은 “내가 일을 좀 시켰다. 뭘 좀 가져오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후 모자를 푹 눌러쓴 곽튜브가 캐리어를 끌고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풍은 곽튜브에게 “너 요즘 다이어트하니”라고 물었고, 빠니보틀은 “얼굴이 4분의 3이 됐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에 곽튜브는 “많이 빠지진 않았나봐요. 4분의 3이면”이라고 답했다. 빠니보틀은 “반쪽이라고는 못 하겠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앞서 곽튜브는 지난달 1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곽튜브’에 이나은과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하는 내용의 ‘돌아온 준빈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를 둘러싸고 그룹 에이프릴의 해체로 이어졌던 그룹 내 ‘왕따 사건’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이나은을 옹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곽튜브는 해당 영상에서 이나은에게 “학교폭력 이야기만 나오면 막 예민했다. 바로 너를 차단했었는데 아니라는 기사를 봤다”면서 “내가 피해자로서 많은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정작 오해를 받는 사람한테도 내가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그렇더라”라고 이나은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곽튜브는 영상을 삭제하고 “제가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놓쳤던 부분들이 있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럼에도 비판이 끊이지 않자 “오만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는 부분을 사려 깊게 살피지 못했다”고 재차 사과했다. 곽튜브는 여러 인터뷰 등을 통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학창시절 내내 자신의 외모와 가난 등을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고 그 여파로 고등학교를 중퇴했다고 고백했다. 학교폭력의 상처를 딛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유튜버로 성공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받았던 탓에, ‘이나은 옹호’ 논란은 그에게 치명타가 됐다. 곽튜브는 교육부와 협업해 촬영한 학교폭력 방지 캠페인 영상이 비공개 처리되고 예정됐던 행사 및 방송 출연이 취소되는 등 후폭풍을 맞았다. 이후 곽튜브는 MBN ‘전현무계획2’와 ENA ‘지구마불 우승여행’ 등의 예능으로 복귀를 예고했다.
  • 어디서 안 웃을 수 있죠? 극강의 도파민 중독 ‘젠틀맨스 가이드’

    어디서 안 웃을 수 있죠? 극강의 도파민 중독 ‘젠틀맨스 가이드’

    흔히 난감하거나 재미가 없으면 ‘어디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현을 쓴다. 그런데 정확히 그 정반대다. 하도 재밌어서 어디서 안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 제대로 작정하고 웃긴 덕에 제대로 도파민 중독을 불러일으킨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가 극강의 유머로 관객들의 도파민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다. 황당한 설정에 황당한 전개가 이어지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이 그 막장스러움을 잊게 만든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그는 가문의 백작 자리에 오르기 위해 자신보다 서열보다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해 나간다. 잔인한 피의 복수극인 셈인데 김동연 연출의 “누군가가 죽을 때마다 웃게 되는 이상한 공연”이라는 표현답게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웃음을 빵빵 터뜨린다. 독특한 전개와 중독성 넘치는 음악, 쉴 새 없는 웃음을 내세워 토니어워즈, 드라마데스크어워즈, 외부비평가상, 드라마리그어워즈 등을 휩쓸며 브로드웨이를 평정했다. 한국 프로덕션 또한 아시아컬처어워드 2관왕, 한국뮤지컬어워즈 3관왕에 오른 수작이다. 영국의 작가 로이 호니만(1874~1930)이 1907년 발표한 ‘이스라엘 랭카: 범죄자의 자서전’이란 책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됐다. 사람 죽이는 건 따라 하지 말라면서도 계속해서 죽음이 이어진다. 난관이 있을 법도 한데 기발한 재치와 천운이 더해지면서 몬티의 계획이 술술 진행된다. 이런 자연스러운 흐름이 작품을 재밌게 보게 하는 요소이면서도 뭔가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아니나 다를까 1막의 전개가 2막의 이야기를 더 탄탄하고 흥미롭게 하면서 어찌 보면 악당인 몬티를 응원하게 된다. 작품 자체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외에도 매력이 넘친다. 배우들은 힘들겠지만 귀호강을 제대로 누리게 해주는 음악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수준이고 영상미가 돋보이는 연출 역시 작품 보는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1인 9역을 소화하는 다이스퀴스의 코믹한 연기가 일품이다. 작품의 전개 방식이 짧은 영상이 유행하는 요즘 시대 흐름에 딱 맞는 작품인 것도 흥미롭다. 1막에서 각 에피소드가 짧게 짧게 치고 빠지는데 마치 재밌는 쇼츠 영상을 여러 개 보는 것 같다. ‘젠틀맨스 가이드’는 관객들에게 기존의 뮤지컬 문법과는 다른 색다른 감상을 제공하면서 요즘 뮤지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처럼 여러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밑도 끝도 없이 재밌다는 점이다. 몬티 역에 송원근·김범·손우현, 다이스퀴스 역에 정상훈·정문성·이규형, 시벨라 홀워드 역에 허혜진·류인아, 피비 다이스퀴스 역에 김아선·이지수가 출연한다.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서울 공연을 마치면 경북 구미(11월 15~16일), 전남 여수(11월 22~24일), 부산(12월 6~8일) 공연으로 이어진다.
  • “출국 전까지 현지 여성과 결혼생활”…‘쾌락 관광’ 뭐길래

    “출국 전까지 현지 여성과 결혼생활”…‘쾌락 관광’ 뭐길래

    남성 관광객이 500달러(한화 66만원)를 내고 가난한 시골여성들과 결혼하는 ‘쾌락 결혼(pleasure marriage)’ 관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산악 휴양지인 코타 분가(Kota Bunga)에서는 남성 관광객들이 임시 결혼 중개업체들을 통해 현지 여성들을 소개받는다. 양측이 동의하면 비공식적인 결혼식을 치르고 여성에게 신부값을 지불한다. 아내가 된 여성은 관광객인 남편과 성관계를 맺고 집안일도 한다. 남편이 출국하면 결혼생활도 끝난다. 20번 가까이 결혼식을 치른 여성도 있다. 카하야라는 여성은 17살 때 중동에서 온 50대 관광객과 신붓값 850달러(112만원)를 받고 처음 결혼했지만, 실제로 받은 돈은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카하야는 결혼당 300달러에서 500달러를 받아 집세를 내고 아픈 조부모를 돌본다고 말했다. 첫 남편은 5일 뒤 출국했고 둘은 이혼했다. 그렇게 결혼식만 15번 치렀다. 니사라는 여성은 최소 20번 이상 결혼했다. 그는 4년 전 인도네시아 남성을 만나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니사는 “이전 삶으로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시아파 무슬림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쾌락 결혼’은 여성에게 돈을 지불하고 일시적으로 혼인을 하는 것으로, 논란이 많은 종교 관습이다.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에서는 이른바 ‘미샤(misyah)’ 결혼이라는 것이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다. 이는 원래 남성이 여행 중에 아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면서 생겨났지만, 오늘날은 남성과 여성이 정해진 기간동안 성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을 허락하는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 SCMP는 쾌락 결혼을 시아파 이슬람 문화의 일부로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이슬람 학자들은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관행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가족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결혼의 근본적인 목적과 모순되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법에도 저촉된다고 밝혔다.
  • 한동훈 “민주당, 금투세 입장 바꾸는 김에 투자자 원하는 폐지 선택해달라”

    한동훈 “민주당, 금투세 입장 바꾸는 김에 투자자 원하는 폐지 선택해달라”

    한동훈, 한투연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 참석“금투세 폐지는 민생… 다른 대안은 없어”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4일 금융투자소득세 유예·폐지를 논의하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어차피 입장을 바꾸는 김에 1400만 투자자들이 진정 원하는 폐지의 선택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에 참석해 “(민주당이 금투세 시행에서) 입장을 바꿨다고 놀리거나 뭐라 할 사람 없다. 좀 더 힘내달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은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 1월 금투세 시행과 유예, 폐지 가운데 당론을 정할 계획이다. 한 대표는 집회에서 “유예와 폐지는 완전히 다르다. 그렇게 (유예가) 되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예측 가능성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한 판단이고 국민, 투자자 모두를 위한 판단이다. 금투세 폐지는 민생이고, 다른 대안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정의정 한투연 회장은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거부하고 꼼수 유예로 결론을 내리면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참패할 것이다.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국민에 대한 역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금투세를 강행해 1400만 투자자를 몽땅 가난뱅이로 만드는 획책을 시도한 민주당은 당장 해체하라”라고도 했다. 집회에는 국민의힘에서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 곽규택 수석대변인과 김소희 의원, 박상수 대변인, 이상규 성북을 당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금투세 시행론과 유예론 사이에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전당대회부터 유예 입장을 밝혀온 만큼 당론으로 ‘금투세 유예’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결정을 일임한 뒤, 지도부에서 ‘유예’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 ‘마초 사회’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취임

    ‘마초 사회’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 취임

    멕시코 헌정사 20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국가수반에 오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시작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시티 연방 하원 의사당에서 대통령직 승계를 상징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피헤니아 마르티네스 하원 의장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에게서 어깨띠를 전달받아 셰인바움 대통령에게 건넸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먼저 돌보는 멕시코 인본주의 전통을 이어 가겠다”면서 “이제 멕시코는 변화와 여성, 정의를 위한 시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혁을 통해 더 발전하겠다”면서 “국제사회에서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멕시코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 주변국 정상이 다수 참석했다. 미국에서도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가 자리했다. 한국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참석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시장(2018~2023년)을 지낸 엘리트 좌파 정치인이다. 중남미 최고 명문대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고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대표적 ‘마초’(남성 중심) 문화 사회인 멕시코에서 이례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셰인바움은 전날 퇴임한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을 ‘정치적 후견인’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과 노령연금 지급 연령 하향, 공공 의료서비스 확충, 공기업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상대 폭력 비율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포부다. 이미 새 부처 장관을 남녀 동수로 임명했고 대통령실 내 주요 보좌진에 여성을 대거 기용했다.
  • ‘남성 중심’ 멕시코서 취임한 첫 여성 대통령…“약자와 여성 우선 돌보겠다”

    ‘남성 중심’ 멕시코서 취임한 첫 여성 대통령…“약자와 여성 우선 돌보겠다”

    멕시코 헌정사 200년 만에 처음으로 여성 국가수반에 오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2)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시작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시티 연방 하원 의사당에서 대통령직 승계를 상징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이피헤니아 마르티네스 하원 의장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에 어깨띠를 전달받아 셰인바움 대통령에 건넸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먼저 돌보는 멕시코 인본주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면서 “이제 멕시코는 변화와 여성, 정의를 위한 시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등이 이끄는) 신자유주의 신화는 무너졌다. 우리는 변혁을 통해 더 발전하겠다”면서 “국제사회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멕시코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뜻하는 여성명사 ‘쁘레시덴따’를 외치며 셰인바움 대통령의 취임을 환영했다. 이날 행사에는 ‘남미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등 주변국 정상이 다수 참석했다. 미국에서도 퍼스트레이디인 질 바이든 여사가 자리했다. 한국에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문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시장(2018~2023년)을 지낸 엘리트 좌파 정치인이다. 중남미 최고 명문대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했고 2000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대표적 ‘마초(남성중심) 문화‘ 사회인 멕시코에서 이례적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날 퇴임한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을 ‘정치적 후견인’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셰인바움 대통령도 최저임금 인상과 노령연금 지급 연령 하향, 공공 의료서비스 확충, 공기업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여성 상대 폭력 비율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포부다. 이미 새 부처 장관을 남녀 동수로 임명했고 대통령실 내 주요 보좌진에 여성을 대거 기용했다.
  • [최여정의 아침 산책] 두 일본인의 쓸쓸했던 추석

    [최여정의 아침 산책] 두 일본인의 쓸쓸했던 추석

    지난 추석 오후, 망우역사문화공원 산책길을 걸었다. 서울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역대 가장 늦은 폭염 경보가 내려졌다. ‘2024년 뒤끝 더위’ 속에 ‘가을저녁’(秋夕)이 무색했다. 흠뻑 젖은 등허리의 땀을 식히기 위해 망우산 고갯길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섰다. 저 멀리 한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도 바로 이곳에 섰다. 지금의 구리시 ‘건원릉’ 묫자리를 친히 답사하고 흡족한 마음으로 환궁하던 중이었다. 그러고는 ‘내가 이 땅을 얻었으니 근심을 잊을 수 있겠다’라고 경탄했다 하여 이곳을 ‘망우리’(忘憂里)라 이름 붙였다. 다시 망우산 숲속 사잇길을 짚어 내려가는데, 봉긋이 솟아오른 봉분마다 성묘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깊이 뿌리 박힌 잡초를 솎아 내고 흙탕물로 가려진 비석을 닦아 내는 손길이 분주하다. 정성껏 차려 놓은 차례상 위에는 커다란 아이스아메리카노, 딸기 생크림케이크, 시원한 팥빙수가 등장했다. 홍동백서 따지는 엄격한 차례문화는 지나간 지 오래, 살아생전 고인이 좋아했던 기호품을 준비하는 게 요즘 조상 섬기는 문화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손주가 조막만 한 손으로 차례상 팥빙수에 숭덩 담근 손을 얼굴에 대고 문지르자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번져 나간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오랫동안 ‘망우리공동묘지’로 불렸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에 개원했으니 그 역사가 깊다. 이 땅에 묻힌 2만 8000여명의 육신이 흙에서 꽃으로, 이슬로, 바람으로 흩어진 시간이다. 이름난 독립운동가와 소설가, 시인, 정치인 등의 안식처이기도 한데 공원 초입에 안장된 유관순 열사부터 만해 한용운, 소파 방정환을 지나 도산 안창호의 묘소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곳에서 두 명의 흥미로운 일본인 이름을 발견했다. 한 명은 아사카와 다쿠미, 또 하나는 사이토 오토사쿠. 아사카와는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친한파 일본인으로 조선총독부 임업연구소에 근무하면서 광릉수목원을 조성한 인물이다. 종자 채집을 위해 조선 땅을 돌아다니던 그는 조선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졌다. 일본의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에게 조선 공예를 소개한 것도 그였다. 야나기 무네요시는 아사카와가 수집한 공예품들에 매혹됐다. 해방 이후 다른 일본인들과 다르게 아사카와와 야나기 무네요시는 자신들이 수집한 공예품 3000여점 전부를 한국 정부에 기증했고 이는 우리 공예연구의 밑거름이 됐다. 월급의 대부분을 가난한 조선인을 위해 기꺼이 내놓을 정도로 교감을 나누었다는 아사카와 다쿠미의 인생은 ‘백자의 사람’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사이토 오토사쿠는 일제강점기 산림 정책의 총수로, 조선 임야 수탈의 지휘자이자 조선 임업의 설계자로서 공과가 나뉘는 인물이다. 생을 다하고 다시 일본으로 가는 대신 이 땅에 묻힌 쓸쓸한 두 일본인의 묘소를 바라본다. 저 일본인들의 후손은 먼 한국 땅에 묻힌 조상을 잊지 않았을까. 잊지 않았다면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최여정 작가
  •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밀레의 ‘만종’이 태어난 특별한 장소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밀레의 ‘만종’이 태어난 특별한 장소

    한 개인에게 특정한 장소가 사랑의 대상이자 기쁨의 원천이 되는 것을 ‘토포필리아’(Topophilia·장소애착)라고 한다. 이 용어는 그리스어의 ‘장소’를 의미하는 ‘topos’와 ‘사랑’을 의미하는 ‘philia’가 결합된 것으로, 중국 출신의 지리학자 이 푸 투안이 처음 사용했다. 장소애착은 어떤 장소를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 그곳에서 경험하고 느낀 모든 것이 개인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가 있었다.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 바르비종 주변의 샤이 들판이다. 파리에서 살던 밀레는 콜레라의 공포로 도시가 큰 혼란에 빠지자 1849년 파리와 가깝고 물가와 집값이 싸며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바르비종으로 이주해 1875년 사망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흙냄새를 맡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밀레는 샤이 들판에서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확인했다. 씨앗을 뿌리는 농부들의 손길, 땀 흘리며 밭을 가는 모습, 풍요로운 수확의 기쁨까지 본능적으로 땅을 사랑하는 농부들에게서 노동의 숭고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했다. 샤이 들판은 밀레가 예술적 영감과 정체성을 찾은 곳이자 농부들의 일상과 자연의 순환을 깊이 관찰할 수 있는 장소였다. 그는 이곳에서 농부들의 삶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랑했으며, 그런 감정을 ‘이삭 줍는 여인들’, ‘양치는 소녀’, ‘씨 뿌리는 사람’ 등 대표작들로 승화시켰다. 어느 날 해 질 무렵 밀레는 샤이 들판에서 감자를 캐던 농부 부부가 저녁 종소리에 맞춰 기도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 가난한 농민 부부가 힘든 노동 속에서도 삶에 감사하며 신께 기도하는 모습이 숭고하게 다가왔다. 밀레는 이 감동적인 순간을 화폭에 담았고 그렇게 탄생한 그림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만종’이다. 이런 그림에 관한 배경 설명을 듣고 작품을 감상하면 밀레의 시선을 따라 샤이 들판에 서서 농부 부부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밀레는 샤이 들판을 사랑했고, 그 사랑은 밀레에게 ‘만종’이라는 위대한 작품을 선물했다. 밀레와 샤이 들판, ‘만종’의 연결 고리는 장소애착이 예술가의 삶과 창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아 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 [단독] 피해자 조롱한 유영철의 편지…“(미제 시신) 묻어두고 가겠다. 내 자식에게 상처 주기 싫어”[범죄 피해자 리포트 : 그날에 멈춘 사람들]

    [단독] 피해자 조롱한 유영철의 편지…“(미제 시신) 묻어두고 가겠다. 내 자식에게 상처 주기 싫어”[범죄 피해자 리포트 : 그날에 멈춘 사람들]

    유영철, 영화 ‘추격자’ 주인공 실재 인물에 23통 편지 보내 현학적 표현 쓰며 지식 과시…반성 없이 자기 합리화가 대다수 지난 2004년 유영철로부터 여자친구를 잃은 정삼영(가명·51)씨는 5년 전부터 그와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정씨는 유영철을 다룬 영화 ‘추격자’의 주인공 엄중호(김윤석 분)의 실재 인물로 유영철을 경찰에 최초로 신고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건 당시 윤락업을 했던 정씨는 자신과 일했던 여성 중 유영철에게 살해당했음에도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다고 생각하고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여자친구를 왜 살해했는지 ‘그놈’ 입으로 직접 듣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처음엔 반응이 없던 유영철은 정씨의 편지가 계속되자 최근까지 23통(134페이지)의 답장을 보냈다. 서울신문은 30일 정씨를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입수한 ‘유영철의 편지’를 일부 공개한다. 20년이란 시간이 그를 조금이라도 교화시켰는지 분석하고, 우리 사회가 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환기하기 위해서다. 정씨도 이런 취지에 공감하며 편지를 공개하는 것에 동의했다. ‘살인마의 글’이 여과 없이 전해져 피해자들이 또 다른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한국신문윤리위원회 강령을 준수하며 공개할 부분을 골랐다. 편지 원문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일부 오타나 비문은 수정하지 않았다. “(내가 죽인 네 여자친구는) 약쟁이에다 여러 사업가에게 매달 돈을 받는 노리개일 뿐이었어. 너 혼자 착각한 것일 뿐이야. (파악되지 않은 피해자 시신들은) 더 밝혀지면 충격적일 것 같아서 그냥 묻고 가기로 했다. 내 자식들을 생각하면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서.” ‘보내는 사람 대구 ○○우체국 柳永哲’. 겉봉투에 자신의 이름을 정갈하게 한자로 적은 유영철은 필체도 깔끔했다. 하지만 반성과 사죄가 조금이라도 담겨 있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조롱과 비웃음으로 편지는 시작됐다. 이 편지들은 정씨가 유영철에게 “가족처럼 데리고 있었는데 실종된 여성 4명의 시신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그들을 묻은 장소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한 것에 대한 답장이다. 정씨는 2018년부터 유영철에게 200통 넘는 편지를 썼고, 이듬해 8월부터 답장을 받았다. 유영철은 시신 행방을 묻는 정씨 요구에는 ‘묻고 가겠다’라며 단칼에 잘랐다. 그는 “짜장면 먹느라 내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던, 쉽게 날 도주하게 만든 경찰들까지 나중에서야 심각성을 깨닫고 갖은 사탕발림과 당근으로 행방불명자에 대한 자백을 회유했지만 나는 오히려 더 밝혀지면 너무 충격일 것 같아서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어”라고만 했다. 이어 “여기저기서 파장은 고려하지 않고 양심선언만 하라고 거래를 제안하고 있는데 응할 리 없고, 나는 그저 쥐 죽은 듯이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찰에 체포될 당시 유흥업소 여성과 부유층 등 26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다만 수사와 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인정된 피해자는 20명이다. 유영철이 추가 범행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이유는 자녀들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냉혈한이 자식들 때문에 주저한다고 하면 코웃음들 치겠지만 자식들이 새로운 사실을 뉴스를 통해 듣게 된다면 다시 흔들릴 것이고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커질 수밖에 없지.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서 신중할 수밖에 없어”라고 했다. 그는 정씨의 질문에는 제대로 답하지 않으면서도 “무엇보다 내가 기다린 말은 애들 소식이었어. 연일 애들 꿈을 꾸고 보고 싶은데 그 소식을 전해준다고 해놓고 왜 아무런 말이 없지”라고 되묻기도 했다. 또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우리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땐데 지금도 아들은 여전히 날 괴물 취급하고, 딸은 날 ‘불쌍한 인간일 뿐’이라고 했다고 해”라고 자조 섞인 반응도 보였다. 그는 살인을 저지를 당시 마약을 투약했던 사실도 털어놨다. 그는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뼈와 살을 분리하던 중 얼굴에 피가 튄 모습을 보고 내가 약을 끊게 됐어”라며 “거울 속에 비친 그놈은 웃고 있었는데 나는 울고 있더라. 약에 의한 환각이었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날 체포할 당시) 약 기운에 그랬다는 것도 전혀 파악 못하더라. 정신과 검사만 했고 약 검사는 한 번도 안 했으니까”라고 했다. 이어 “사이코패스는 나의 수식어처럼 대명사가 됐어” “재수 없게 여론의 장난질로 이어졌고 난 여전히 유배 생활이 길어졌지”라고 한탄했다. 끔찍하게 저지른 살인을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유영철은 경찰에게 붙잡혔을 당시도 “부유층은 각성하고 여자들은 함부로 몸을 굴리지 마라”고 했는데, 20년간 수감 생활을 하면서도 반성의 기미라곤 없었다. 그는 편지에서 “(내가 죽인 사람 중) 오직 사치와 환락 파티에 빠졌던 멀쩡한 여대생, 낮에는 요조숙녀로 신부수업을 받다가 밤에는 즐기는 가시나, 남자를 농락하는 가시나 등이 있었으니 세상은 요지경”이라며 피해자들을 조롱했다. 또 그는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처럼 나 또한 신이 결코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일부러 교회 옆 부유층만을 대상으로 삼았어”라며 “‘망치를 든 철학자’라는 니체의 별명처럼 여느 살인자들과 다르게 내가 칼이 아닌 망치를 든 이유”라고 했다. 다른 피해자에 대해서도 “욕하고 대들지만 않았어도 안 죽였다”고 비아냥댔다. 심지어 “누가 내게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하더라. 사람을 좀 죽이면 그런 게 느껴지나? 나 같은 캐릭터가 흔한 건 아니지”라며 살인을 자랑스러워 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목도 있었다. 편지에는 유독 어린 시절 얘기도 많았다. 그는 “가난하고 힘이 없어도 사회의 번듯한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막상 현실을 접하자 가진 자들의 장난질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어”라며 “고작 15살밖에 안 됐던 내가 가장 크게 충격을 받았던 건 여자들이 사랑을 명목으로 너무나 쉽게 몸을 판다는 것이었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8살 무렵까지 용산역 앞 창녀촌에 살았는데 그때 피임기구 심부름도 많이 하곤 했어. 당시 아버지는 술과 노름으로 돈을 탕진하고 형은 가출했어. 종일 굶는 것은 기본이었어”라며 “어렸던 여동생과 난 만화 가게에 달린 방에서 술집 여자였던 계모와 함께 지냈는데 학대가 싫어서 여동생과 집을 나오기도 했었지”라고 했다. 자신의 범행이 불우한 어린 시절 탓이라고 정당화 것으로 보인다. 사형수로서의 신세 한탄도 있었다. 유영철은 “단 하루만이라도 어머니와 뭘 할 수 없을까 명상에 잠겨봤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어. 생각만으로 눈시울이 뜨겁더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사형수로 살아가는 십 몇년 동안 운동장도 안 나갔어. 시한부 인생이 바라는 게 뭘까? 좀 더 사는 것?”이라며 “누가 ‘세월’이라는 놈에게는 고통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했는지는 몰라도 내겐 해당하지 않아”라고 썼다. 또 “(편지 답장을 쓰는 것도) 사형수일 뿐이기에 모든 게 부질없다고 여겨져”라고 했다. 그는 “흉악범들은 노쇠화가 될 때까지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만이 범죄 억제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심판이 필요해”라며 “아무리 불량품인 사람들이라도 인격적으로 대해주고 관심을 가지면 미안해서라도 자중할 텐데 불신과 상실감으로 서로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이곳은 ‘악마 양성소’”라고 반발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행복추구권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는 언제든 나 같은 사람이 또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단독]프로파일러가 본 유영철 편지…“다중인격·반사회적 성향 여전”[범죄 피해자 리포트 : 그날에 멈춘 사람들]

    [단독]프로파일러가 본 유영철 편지…“다중인격·반사회적 성향 여전”[범죄 피해자 리포트 : 그날에 멈춘 사람들]

    서울신문과 함께 30일 ‘유영철 편지’를 접한 범죄심리 분석 전문가(프로파일러)들은 유영철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범죄를 정당화하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다고 분석했다. 유영철 자필 편지의 특징 중 하나는 철학자의 권위 있는 명언 등을 풀어 해석하거나 속담 및 신화 등을 인용하는 것이다. 그는 그리스 신화를 인용하며 “복수의 여신은 사람들에게 죄를 저지르게 해 형벌을 내리는 나쁨과 무모함의 신”이라고 하거나, ‘논리 대신 인신을 공격하라’는 고대 로마 정치가 키케로의 말을 빌려 “나에 대한 루머들을 진실처럼 퍼나르다보니 허위정보가 필터버블(확증편향)이 됐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영철 사건 당시 심리분석을 맡았던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계모의 학대나 가난 등 자신을 트라우마를 많이 겪은 피해자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과 철학자의 권위 있는 말 등을 인용해 현학적인 측면을 과시하고자 하는 모습 등이 사건 당시와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악마는 사회의 통념’이라고 강조하면서 본인도 현재 ‘언론 호들갑의 피해자’로써 유배생활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엿보인다”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몫은 스스로에 있다’라고 쓴 것 등은 사회가 죄를 제대로 따질 자격이 있느냐고 되묻는 반사회적 성향으로, 사회의 ‘심판’ 기능 자체를 부정하고 있고 여전히 교화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욕한다’거나 자신도 예수처럼 모함과 질시를 받고 고난에 처해있다는 표현들을 보면 자기 망상에 취한 듯해 보인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성경이나 그리스 신화, 중국 제나라 임금 이야기들을 인용하고 영어나 한자 표기를 함께 쓰는 등 편지 곳곳에 과시적이고 현학적인 표현이 많이 나온다”면서 “뿌리 깊은 열등감의 반동형성으로 나타나는 표면적인 성격 특성”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죽음에 미련 없다는 듯 계속 언급하지만 반대로 이는 생에 대한 집착을 보이고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심을 잘 드러내지 않는 모습으로 봤을 때 벽을 쳐놓듯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해 보인다”고 했다.
  • “사장 못하겠다”…직원보다 가난한 사장님, 무려 23만명

    “사장 못하겠다”…직원보다 가난한 사장님, 무려 23만명

    자신이 고용한 직원보다 못 버는 자영업자가 무려 23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9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귀속 연말정산 대상인 개인 사업장 97만 1000개 중 최고 보수 근로자의 보수 금액을 기준으로 건보료를 부과한 사업장은 전국 21만 2000개, 자영업자는 22만 7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한 직원보다 낮은 소득을 신고한 자영업자가 22만 7000명이라는 뜻이다. 이들 자영업자가 낸 건보료는 2222억 9400만원으로, 실제 자영업자가 신고한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한 연간 건보료 1243억원의 1.8배 수준이었다. 1인당 건보료를 평균 43만 1000원만큼 더 내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서 사용자(자영업자)의 한 달 보수가 근로자보다 낮을 경우 가장 높은 보수를 받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건보료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건보료 부과 체계가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2022년 말부터 사업소득이 아예 없거나 적자인 경우 근로자들의 ‘평균 보험료’만 부담하도록 규정이 일부 개선됐다. 그런데도 소득이 발생하는 자영업자들은 여전히 ‘최고 보수’를 받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건보료를 내면서 건보료 체계와 관련한 개선 요구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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