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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에서 온 편지] 귀향, 잿더미 된 터전… 아프간 난민과 함께해요

    [해외에서 온 편지] 귀향, 잿더미 된 터전… 아프간 난민과 함께해요

    카불 동쪽 유엔 난민지원센터에는 아침 일찍부터 먼 길을 달려온, 짐 보따리를 가득 실은 트럭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귀환 난민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는 광경이다.1980년대 대(對)소련 투쟁의 혼란으로, 1990년대 탈레반 정권 수립 이후 이데올로기에 대한 반발로, 그리고 2000년대에는 탈레반 정권 전복 이후 계속되는 내전 때문에 수많은 이들이 아프간을 떠나 이웃 국가인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그러다 접경지대에서 긴장이 고조되자 난민들이 다시 고향을 향해 아프간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남루한 옷에 신발조차 제대로 못 신은 아이들, 더러는 키우던 닭과 염소도 같이 왔다.# 올 1분기 5만여명 귀향… 재정착 대책 ‘全無’ 작년에만 약 100만명의 난민이 아프간으로 귀환하였고 유엔 통계에 따르면 올해도 1분기에만 5만 7000여명이 파키스탄에서 돌아왔다고 한다. 엄청난 인구 유입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지만 아프간 정부의 대책은 답보 상태다. 반군 소탕을 위해 매일 전투를 벌이고 부패, 마약, 밀수 대처로 여력이 없는 까닭이다. 따라서 귀환 난민들이 그나마 작은 지원이라도 기대하면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유엔난민지원센터다. 여기서 개인당 200달러 정도 받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그마저도 트럭 운임비를 제하면 몇 달 생활비밖에 남지 않는다.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던 귀환 난민들의 앞으로의 생계나 당장 필요한 주거지, 학교, 의료에 관한 대책은 여전히 막막하다. “아프간에서 도움을 바랄 수 없다면 이번에는 유럽을 향해 떠나는 수밖에 없습니다”고 하는 데서는 귀환 난민들의 비장함이 배어난다. 2015년부터 유럽으로 들어간 난민의 20%가 아프간 사람들로, 시리아 난민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러나 이란을 거쳐 소아시아를 지나 유럽으로 가는 길은 목숨을 걸고 감행해야 하는 위험한 길이다. 국제사회는 아프간을 떠나 새로운 국가에 정착하는 난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외국 피난처에서 고향 아프간으로 용감하게 돌아오는 귀환 난민들에 대해서도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프간의 평화 정착일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와 국제사회가 아직 요원한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돌아오는 귀환 난민들의 정착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반란세력에 가담할 유혹의 요인을 줄여 장기적으로는 아프간 평화 정착을 더욱 앞당길 수 있다. 귀환 난민들은 “삶의 터전을 깡그리 잃어버린 난민이 재정착해서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반이라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들을 돕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귀환 난민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수년간 유엔난민기구를 통해 아프간 귀환 난민들의 재정착을 지원해 왔다. 정착비와 월동비를 지원하고, 취약계층에게 긴급구호를 제공하고, 직업훈련과 학교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반대로 아프간을 떠나 이란에 대피하여 있는 아프간 난민 아이들을 위해서도 난민캠프 내 교실을 열어 주고 있다. 우리는 전쟁과 가난을 딛고 공여국으로 도약한 국가로서 누구보다 아프간 사람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고 있고 그리고 국제사회 그 어느 국가보다도 아프간이 전쟁과 혼란을 극복하고 우리처럼 평화와 재건에 성공하기를 응원하고 있다. # 한국전 상황과 유사… 격려와 지원은 책무 귀환 난민들은 고향에서 여전히 전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예전 집은 이미 부서졌거나 다른 이에게 빼앗긴 경우가 태반이고 당분간은 친척이나 이웃에게 신세를 지고 생계 수단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이들은 유엔난민지원센터에서 소아마비 백신과 구충제를 받고, 도처에 널린 지뢰와 폭발물을 피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아프간 난민의 참담한 모습은 어쩌면 과거 우리의 자화상이었는지도 모른다. 분단과 전쟁, 가난이 가득했던 20세기 초·중반 우리 역사의 불행한 한 국면과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아프간 귀환 난민들이 모진 세월을 극복하고 고국에 정착하여 살아 나갈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와 지원을 보내는 일은, 고난의 역사를 극복하고 이제 국제사회에 보답하는 것을 넘어 자발적으로 기여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양심이자 도덕적 책무가 아닐까 한다.
  • 400원이 모자라 콜라 훔친 연평해전 용사...선처 성금 받아

    400원이 모자라 콜라 훔친 연평해전 용사...선처 성금 받아

    제1연평해전 참전 용사가 음료를 훔치다 잡혔지만, 전투 후유증에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딱한 사연을 들은 경찰의 배려로 선처에 성금까지 전달받게 됐다.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 23일 “조모(38)씨가 지난달 28일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1800원짜리 콜라를 훔치다 종업원에게 붙잡혔다”고 밝혔다. 범행 당시 조씨에겐 1만 원이 있었는데 빵을 사고 나면 3400원이 남고 그 중 2000원은 빌린 돈을 갚는 데 써야 해서 1800원짜리 콜라를 사기엔 400원이 모자랐다고 한다. 가난한 절도범으로 보였던 조씨는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1999년 6월 제1연평해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였다. 대학을 휴학하고 해군에 입대했던 조씨는 당시 전투 중 겨드랑이에 파편을 맞아 크게 다쳤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병원 후송이 늦어져 치료 시기를 놓쳤고 현재는 후유증으로 인해 오른손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한다. 조씨는 매일 2∼3회 극심한 통증이 찾아와서 진통제를 복용해야 하고 흉부외과, 통증클리닉, 성형외과, 피부과, 정신과 등 온갖 병원 진료를 받는 상황에 있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해 연금 170만 원에 의존해 살지만, 투자 사기에 속아 대출금 5000만 원이 생겼고, 매달 110만 원을 갚아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경찰은 나머지 60만 원 중 40만 원을 고시원비로 내고 2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국가유공자의 처지를 보고 지난 19일 경미심사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이 위원회는 경미한 사건의 피의자를 대상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 ‘즉결심판’으로 넘길지를 심사하는 곳이다. 위원회는 사건 자체가 경미한 데다가 조씨의 생활형편, 건강 상태, 국가적 유공 등을 고려해 만장일치로 조씨에 대해 즉결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지난 22일 열린 서울동부지법 즉결법정은 조씨에게 벌금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유죄를 인정하되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선처’를 내린 것이다. 피해를 변상받은 편의점 측도 합의서와 함께 조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경찰에 알려 왔다. 경찰은 선처를 받은 조씨에게 직원과 지역민이 함께 마련한 성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조씨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서다. 선처에 성금까지 받게 된 조씨는 경찰에 “사후 국립묘지 안장을 원하기에 범죄 경력이 남을 일은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그 말을 들었다/천양희 나룻배를 타고 가다 뒤집히는 꿈을 꾸었다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기능이 결핍된 상태라 한다결핍에 더듬이를 댄 것이다나는 그 말이 가난하지만가련하지는 않다는 말로 들렸다 몇 해 전무릎에 갑자기 나타난 퇴행성보다는덜 적막했다 퇴행성이 어느 별자리인가갑상선이 뉘 집 나룻배인가 나는어안이 벙벙했다 노화가 시작되면 신체 기능이 퇴화하면서 여기저기 탈난다.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생기고, 갑상선 기능은 나빠진다. 오래 써서 그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인은 아픔을 안으로 삭이면서 고통을 익살의 소재로 삼는다. “퇴행성이 어느 별자리인가/갑상선이 뉘 집 나룻배인가.” 이 말장난은 낙천주의의 소산이다. 고통에 익사하는 자는 비명만을 남기지만, 고통을 관조하는 자는 삶의 진실과 만난다. 시인은 고통에 빠져 허우적이지 않고 그것을 갖고 논다. 그것은 고통 따위에 결코 무릎을 꿇지 않겠다는 영장류의 의연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장석주 시인
  • ‘아시아여성대학’ 네팔 졸업생, 국제인권전문가 향해 발돋움

    ‘아시아여성대학’ 네팔 졸업생, 국제인권전문가 향해 발돋움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 여성들에게 수준 높은 무상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아시아여성대학(AUW)의 1기 졸업생에게 국내 법무법인의 공익재단에서 장학금을 수여했다.법무법인 원의 공익재단인 사단법인 선(이사장 이태운)은 네팔 출신의 카말라 케이씨에게 ‘국제 인권을 위한 장학금’을 수여했다고 22일 밝혔다. 케이씨는 AUW에서 정치학, 철학, 경제학을 전공한 뒤 아시아여성대학지원재단의 후원으로 이화여대에서 이화글로법파트너십프로그램의 장학금 지원으로 사회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성공회대 NGO대학원에서 NGO 연구과정을 밟으며 차세대 국제 인권 전문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 2014년 사단법인 선에서 ‘네팔 귀환 노동자들의 현황과 사회적기업으로의 조직방안’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장학금 수여로 케이씨는 연구과정을 마칠 때까지 교육비를 지원받게 된다. 케이씨는 “한국의 우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아시아여성대학지원재단과 사단법인 선에 감사하다‘면서 ”공부를 마친 뒤 네팔에서 어린이와 청년을 위한 교육기관을 설립하고 네팔 귀국 이주자들을 위한 투자 플랫폼을 만드는 등의 공익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AUW는 방글라데시의 특별법 제정으로 치타공에 세워진 국제교육기관으로,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는 아시아 여성들을 위한 교육 과정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AUW 및 선진국에서의 유학 과정을 거친 뒤 모국으로 귀국해 자국의 여성 및 어린이들을 위해 교육의 기회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AUW 및 아시아여성대학지원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영준 밀뱅크 서울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카말라 케이씨처럼 교육 기회가 없었던 인재에게 한국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AUW는 전쟁과 가난, 종교 등의 문제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시아 여성 인재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잡초/손성진 논설주간

    뿌리 내릴 곳도 없어 보이는 시멘트 틈새에 자리를 잡고 꿋꿋이 살고 있는 잡초. 누가 물 한 방울 뿌려 주지 않아도 거뜬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이름 모를 풀. 척박한 도심 보도블록까지 어떻게 풀씨를 날려 삶터를 잡았는지 그저 경이롭기만 하다. 화분에 자라는 예쁜 꽃에만 눈길을 주지 사람들은 잡초에는 관심이 없다. 눈길은커녕 밟고 또 밟는다. 그러거나 말거나 잡초는 의연하고 굳세며 끈질기다. ‘춥다 덥다 울지 않는다/배고프다 목마르다 조르지 않는다/못생겼다 가난하다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난초를 꿈꾸지 않는다/벌 나비를 바라지 않는다/태어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사는 것을 버거워하지 않는다/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아무도 탓하지 않고/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주어진 것만으로 억척으로 산다/버려진 곳 태어난 곳에서 모질게 버틴다/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살기 위해 먹는 수단은 언제나 신성하다’(김종태, ‘잡초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은 있다. 삶이 고달프다고 생각되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잡초를 들여다보자.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는 생명력을 느껴 보라.
  • 터미네이터처럼… 마윈 “AI발 3차대전 올 것”

    터미네이터처럼… 마윈 “AI발 3차대전 올 것”

    30년내 하루 4시간·주4일 근무…“인간, AI와 싸움서 승리할 것”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 마윈(馬雲) 회장이 인공지능(AI)발 3차 세계대전 발발 가능성을 경고했다.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게이트웨이 2017’ 콘퍼런스에 참석한 마 회장은 21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1차 기술혁명은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2차 기술혁명은 2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다”며 “지금은 3차 기술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마 회장은 각국 정부가 신속히 움직이지 않으면 축적된 정보와 자동화 설비의 유무에 따라 돈 많은 자와 가난한 자, 근로자와 사용자 간 격차가 심화돼 갈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의 발전과 기계화의 진전에 따라 일자리가 줄어들 경우 국가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3차 세계대전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이다. 그는 향후 30년간이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자동화에 따른 고통을 피하려면 교육 시스템에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 회장은 그러나 인간이 AI와 싸움에서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계는 인간과 겨룰 지혜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혜는 마음에서 나온다”며 “AI는 두뇌에 의한 것으로 기계가 지식을 배우게 할 수는 있어도 기계가 사람의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AI의 목표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기계가 하게 하는 것이지, 인간 같은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는 기계가 강력하다는 것을 알지만 인간은 정보와 AI 물결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 회장은 AI 덕분에 노동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노동시간이 30년 안에 하루 4시간, 1주일에 4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우리의 할아버지 세대는 하루 16시간 들판에 나가 농사를 지으며 아주 바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주 5일, 하루 8시간 일하면서도 마찬가지로 느낀다”며 “30년이 지나면 사람들은 주당 4일만 일하고 하루 4시간 노동을 해도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 덕분에 가까운 미래에는 현재보다 훨씬 다양한 휴가를 즐기게 될 것이라며 “요즘은 30곳 정도를 휴가로 다니는데, 30년 뒤에는 300곳을 방문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연극리뷰] ‘슬루스’

    [연극리뷰] ‘슬루스’

    두 남자의 살벌한 게임은 한 여자 때문에 시작된다. 여자의 남편과 애인, 마주하기 껄끄러운 이 두 남자의 만남은 처음부터 아슬아슬하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향한 적의는 차오른다. 두 사람은 게임 내내 교묘한 방법으로 서로를 농락하고 모욕하기에 바쁘다. 평행선을 달리는 듯 위험한 이 게임의 최종 승자는 과연 누구일까.●‘미스터리 심리극 거장’ 극작가 앤서니 샤퍼의 작품 연극 ‘슬루스’는 두 사람의 치밀한 심리전을 통해 내밀한 욕망과 이기심으로 가득 찬 인간의 민낯을 다룬 작품이다. 연극 ‘블랙버드’, ‘거미여인의 키스’ 등 섬세한 2인극을 선보여 온 문삼화 연출가가 연출을, 연출가 겸 극작가 오세혁이 각색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원작은 미스터리 심리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영국 극작가 앤서니 샤퍼가 1970년 발표한 작품으로 같은 해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서 초연한 뒤 토니상 작품상을 받았다. 이어 1972년 영화 ‘발자국’, 2007년 영화 ‘추적’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2인극 대가 문삼화 연출… 섬세한 연기 몰입감 더해 영국 귀족 출신의 앤드루 와이크는 영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다. 어느 날 그의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 앤드루를 찾은 가난한 삼류 연극배우 마일로 틴들은 앤드루의 아내 마거릿의 애인이다. 마거릿과의 사랑을 인정해 달라는 마일로에게 앤드루는 마거릿의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려면 많은 돈이 필요할 것이라며 자신의 집안 금고에 있는 거액의 보석을 훔쳐 가라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마일로는 사전에 입을 맞춘 대로 강도가 된 척 연기를 하며 앤드루의 집에 침입하지만 앤드루는 작심한 듯 마일로를 향해 총을 쏜다. 며칠 후 앤드루의 집을 찾은 한 형사는 사라진 마일로의 살해범으로 앤드루를 지목하고 탐문 수사를 벌인다. 그리고 이내 관객은 생각지 못한 반전의 순간과 마주하게 된다. 2인극인 만큼 무엇보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가 극에 몰입감을 더한다. 앤드루는 뮤지컬 ‘비스티’, ‘사의 찬미’ 등에서 강한 남자를 연기한 김종구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배우 정동화가 연기한다. 마일로는 최근 드라마 ‘김과장’을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정문성과 대학로 인기 배우 정욱진이 맡았다. 7월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3만 3000~5만 5000원. (02)766-7667.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파키스탄에 62조원 퍼주는 中… ‘제2 동인도 회사’ 만드나

    [글로벌 인사이트] 파키스탄에 62조원 퍼주는 中… ‘제2 동인도 회사’ 만드나

    지난달 인도와 파키스탄의 접경지역인 파키스탄 서부 라호르의 펄컨티넨탈 호텔 로비에는 ‘파키스탄·중국의 우정이여 영원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또 다른 플래카드에는 ‘양국의 우정은 히말라야보다 높고 심해보다 깊으며 꿀보다 더 달콤하다’고 적혀 있었다.모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한 부분인 ‘중·파 경제회랑’(CPEC)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문구였다. CPEC 프로젝트는 중국 서쪽 끝인 신장 위구르자치구 카스에서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항까지 3000㎞ 길이의 도로와 철도, 가스관을 건설해 신실크로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무려 550억 달러(약 61조 5200억원)를 파키스탄에 투자키로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투자로 과연 누가 혜택을 얻는 것인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심층 보도했다.세기의 프로젝트라고까지 불리는 CPEC의 최대 수혜자는 표면적으로는 파키스탄이 분명해 보인다. 중국의 투자에 따라 해마다 5%의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될 만큼 국내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속 성장을 이어 가는 인도나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는 방글라데시와 비교해 정치적 불안정성이 부각되는 파키스탄으로서는 중국의 거액 투자는 중요하다. 중국이 건설하려는 발전소와 도로, 철도 등 기반시설은 파키스탄이 필요로 하던 것들이다. 쿠람 다스티르 칸 상무장관은 “파키스탄은 오랫동안 세계의 일부가 아니었다”며 “중국이 싸구려 상품을 팔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지만, 그들이 유일하게 우리 시장에 남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파키스탄 정책 당국자는 중국의 거액 투자가 자칫 작고 가난한 이웃 국가에 대한 자원 수탈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경계감을 갖고 있다. 이는 지난해 200억 달러가 넘는 무역적자 중 3분의2가량이 중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2012~2015년까지 3년간 양국 간 교역규모는 77% 증가했는데 무역적자도 93억 달러에서 165억 달러로 큰 폭으로 늘었다.●XPCC가 동인도 회사로 변할까 우려 카라치의 한 사업가는 “중국은 물론 파키스탄 정부와 소원해지길 바라지 않아 누구도 CPEC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길 원치 않는다”며 “근처에 아주 덩치 큰 이웃이 있으면 파키스탄은 조그만 일개 성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우려는 CPEC 프로젝트 관련 문서를 파키스탄 언론이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면서 더욱 커졌다. 51개의 양해각서(MOU)와 8개의 부속서 등으로 이뤄진 관련 문서는 중국 신장생산건설병단(新疆生産建設兵團·XPCC)을 최우선으로 계약대상자로 고려하도록 돼 있었다. XPCC는 인민해방군에서 떨어진 군대 조직으로 개간과 국경 방위를 하는 국가기관으로 신장지역만의 독특한 생산조직이다. 파키스탄의 한 관계자는 “XPCC가 동인도회사처럼 변신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우리가 방심하면 정말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 부족 파키스탄에 발전소 21곳 투자 중국은 CPEC를 통해 파키스탄 남서부 항구도시인 과다르항의 확장을 원하고 있다. 과다르항의 확장과 이를 통한 운영권을 얻는 한편 이곳에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을 건설하고 경제특별구를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발전소와 같은 기반시설 건설은 파키스탄 스스로 하지 못하던 것이라 더 매력적이다. 만성적인 전력부족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은 최대 전력수요량이 6기가와트에 달하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 매일 몇 시간씩 정전이 일어난다. 당장 12개의 석탄발전소를 건설해야만 전력부족분을 메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서쪽으로 85㎞ 떨어진 카롯 지역에 720메가와트 규모의 수력발전소 건설 등 모두 21개의 발전소를 새롭게 건설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데 350억 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전체 CPEC 투자액의 3분의2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16기가와트에 달하는 전력을 생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파키스탄 전력수요량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중국의 투자에 따른 낙수효과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대기업인 아리브 하비브 그룹은 CPEC에 따른 건설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시멘트 생산량을 현재의 3배로 늘렸다. 아샨 이크발 기획처 장관은 “중국은 경제 규모를 확장시킬 것”이라며 “CPEC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러에 질린 파키스탄, 치안 확보 기대 이런 상황에서 CPEC가 갖는 매력은 중국이 안보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년간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치안이 불안정한 파키스탄은 중국의 투자보호를 명목으로 치안 확보를 바라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2일 CPEC에 따른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근로자가 괴한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24일에는 CPEC의 요충지 중 하나인 중부 퀘타의 진나어학센터에서 중국어를 가르치던 중국인 부부가 ‘이슬람국가’(IS) 출신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돼 살해됐다. 이런 일이 발생하자 중국은 치안 강화를 위해 파키스탄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양도하고 있다. 또 과다르항 보호를 위해 2척의 초계함을 해군에 양도했다. 전 파키스탄 중앙은행 고문인 무스타크 칸은 “중국이 과다르항 보호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들은 CPEC가 실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 프로젝트에는 안보적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제 투자전문가들은 CPEC를 둘러싼 조달과 입찰 절차가 중국에 매우 유리하게 구성돼 있다고 말한다. 중국 기업이 중국인을 고용해 중국의 기술과 자본으로 인프라를 건설하고 이런 계약을 파키스탄 정부가 보장한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언론이 보도한 CPEC 양해각서 등에는 중국이 서부 페샤와르에서 남부 카라치에 이르는 모든 파키스탄 도로에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시스템을 설치하도록 하는 안이 포함돼 있다. 또 이를 위해 인터넷 접속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전국적인 인터넷망 구축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런 모든 제반 시설 건설의 권한이 모두 XPCC에 있다는 점이다. 카라치가 있는 신드주 수석장관인 사이드 무라드 알리 샤는 “우리가 가진 위험은 철저하게 중국이 상황을 장악하고 나중에 그 대가를 우리가 치른다는 것”이라며 “대가를 치를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FTA처럼 손해보면 안된다” 내부 우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CPEC가 2006년 중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못지않은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비판한다. 파키스탄 제2당인 PTI당의 아사드 우마르는 유출된 문서에 대해 “우리가 그동안 FTA를 통해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는 심각한 결과를 낳는 그런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CPEC를 둘러싼 불투명한 정보 공개가 우려를 낳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싱크탱크인 ‘지속가능한 개발정책기구’의 바카르 아메드 사무부총장은 “양국 간 체결된 양해각서의 세부내용을 얻고자 노력하고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보도를 확인하고 있지만, 정부가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CPEC를 둘러싸고 중국은 물론 파키스탄도 군부가 개입돼 있어 계약이 불투명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파키스탄이 지나치게 중국에 많은 양보를 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건설에 따른 혜택은 파키스탄이 향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파키스탄 상공위원회 에흐산 마리크 위원장은 “중국이 우리에게 기회를 준 거 같지만, 우리가 그들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며 “지난번 FTA를 통해 많은 실수를 했지만, 이번에는 더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유진모의 테마토크] ‘노무현입니다’와 ‘박열’에 주목할 이유

    [유진모의 테마토크] ‘노무현입니다’와 ‘박열’에 주목할 이유

    지난달 25일 개봉된 영화 ‘노무현입니다’(이창재 감독)는 사실 영화적 예술성이나 재미 등을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 그런데 왜 관객을 끌어들일까. 인권변호사 출신 노무현은 제13대 총선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하지만 1992년 14대 총선에서 소포모어 징크스에 부닥친다. 3년 뒤 부산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다.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미끄러졌다 1998년 보궐선거 때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당당하게 재기한다. 그런데 2000년 16대 총선에서 부산을 지역구로 선택해 낙선한다. 그 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 후보 국민참여경선에 뛰어든다. 지지율 2%에 불과했던 그가 강력한 후보 이인제를 극적으로 뛰어넘은 뒤 결국 대통령이 되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영화는 훑고 지나간다. 열렬한 노무현 지지자가 아닐지라도 매우 슬프다. 통곡할 만하다. 누가 봐도 노무현을 추억하자는, 그리고 인간 노무현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취지가 담긴 연출 의도가 곳곳에 짙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책가방 끈이 짧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린 대통령이었고, 대통령이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자란 세뇌를 바로잡아 주고자 노력한 국민의 한 사람이었으며, 오로지 개혁과 통합(동서의 화합)만이 목적인 정치인이었다. 세상이 어수선해 잠시 잊고 지냈던 고인에 대한 그리움, 미처 몰랐던 그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새삼스레 입증된 그의 고매한 인격과 인간적 고뇌에 공감하는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 게 흥행 성공의 이유일 것이다. 어쩌면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새삼 그를 재발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오는 28일엔 ‘박열’(이준익 감독)이 개봉된다. 노무현이 대통령 최초의 탈권위적 이단아였다면 박열은 독립운동가 중 가장 점잖지 못한 이단아였다. 17살에 3·1운동에 참여했다가 탄압을 피해 도쿄로 간 그는 한국과 일본의 아나키스트들을 규합해 불령사를 조직, 독립운동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1살 연하의 가네코 후미코와 사랑에 빠져 동거하다 간토대지진이 야기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계략에 의해 투옥된다. 영화가 집중하는 곳은 두 사람이 일본의 회유와 협박과 고문 속에서도 꿋꿋하게 사형을 요구하는 법정 다툼이다. 박열은 자신의 죽음을 통해 조국의 국민들이 들불처럼 일어나 자주독립의 의지를 활활 불사르기를 원한다. 후미코 역시 일본이 천황이란 가짜 신을 만들고 섬기는 게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유지하고 늘리기 위함이란 박열과 같은 생각을 갖고 천황과 황태자를 암살하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 어떤 부부보다 서로 사랑한 박열과 후미코는 가난해도 마음에 여유가 넘치는 아나키스트였고, 그래서 소신을 포기하면 육체는 편할 수 있었다. 대다수가 추구하는 일차원적 행복, 헤도니아는 그들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죽음을 불러들이면서까지 일본의 제국주의에 항거한 이유는 에우다이모니아의 행복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노무현입니다’의 에필로그에서 거리를 누비며 시민들에게 “노무현입니다”라고 인사하며 자신을 알리는 노무현의 삶에서도, 스스로 선택한 죽음에서도 세상에 들끓는 부조리에 대해 분노하고 빼앗긴 인격과 자존감에 항거하는 에우다이모니아를 느낄 수 있다. 차안과 피안의 경계를 허물 수 있다는 해탈의 에우다이모니아가 감지된다. 그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표정에선 상실의 시대에 고뇌하던 그의 침윤된 정의의 가치관이 읽힌다.
  • [그림으로 보는 경제뉴스] ?최저 시급 1만원 땐 근로자는 얼마 벌까

    [그림으로 보는 경제뉴스] ?최저 시급 1만원 땐 근로자는 얼마 벌까

    !현재 알바 월수입 135만원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한이 이달 말로 다가오면서 노사 이견이 팽팽합니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7.3%(440원) 오른 시간당 6470원입니다. ▶이를 한 달 통상 근무시간(주 근로시간 40시간, 주 유급휴일 8시간) 209시간으로 계산하면 월 최저임금은 135만 2230원입니다. 과거보다 올랐다고는 해도 여전히 퍽퍽합니다.!매년 15.7%씩 올려야 하는데 ▶대통령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려면 해마다 15.7%씩 올려야 합니다. 그러면 2018년 7486원, 2019년 8661원, 2020년 1만 20원이 됩니다. ▶결국 주휴수당(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에게 1주일에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는 제도)을 포함한 월 최저급여는 2018년 156만 4574원, 2019년 181만 149원, 2020년 209만 4180원이 됩니다. ▶한쪽에선 최저임금 1만원이 되면 가난한 사장보다 알바가 돈을 더 번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의 51.8%는 연매출이 4600만원에 못 미치는데 이를 월급으로 계산하면 187만원이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해 보입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정의당, 집권 꿈꾸는 유력정당으로 만들 것” 이정미 당대표 출마 선언

    “정의당, 집권 꿈꾸는 유력정당으로 만들 것” 이정미 당대표 출마 선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심상정 상임대표가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의당 당권 경쟁은 박원석 전 의원과 이 의원의 2파전 구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이 의원은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의 길은 정해졌다. 세상 대부분을 차지하면서도 세상 밖으로 밀려나 얼굴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가 그 곁을 지켜 그들을 세상의 주류로 만드는 것이 정의당의 집권 비전이자 촛불이 갈망한 삶의 교체”라면서 “정의당이 ‘얼굴 없는 민주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존재의 이유를 입증한 정의당을 이제 ‘집권을 꿈꾸는 유력정당’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삶을 바꾸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 의원은 또 “정의당은 한국정치의 주류를 교체할 것”이라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주류가 될 것이다. 우리가 대변하는 노동의 다른 이름은 여성이며 청년이고 비정규직이다. 격차와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의 노동,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진 청년세대의 노동, 나쁜 일자리의 늪에 빠진 비정규직의 노동을 대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의원은 “정의당은 새 정부의 개혁에 대해서는 무한히 협력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시계를 되돌리려는 보수정치와 기득권세력에 대해서는 비타협적으로 싸울 것”이라면서 “그저 여당을 이기기 위해 누구와도 손잡을 수 있다는 낡은 정치에 손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함께 촛불혁명의 승리를 일구고, 대통령을 탄핵시킨 정당이다. 여당 이상으로 열렬히 개혁을 추진하고, 미흡한 개혁에는 책임 있는 비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새 정당질서를 만드는 첫 시험대다. 우리 후보들이 정의당의 이름으로 당당히 선거를 치르게 하겠다”면서 “집권 정의당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CJ E&M, ‘혼술남녀’ 이한빛 PD 유족에 사과

    CJ E&M, ‘혼술남녀’ 이한빛 PD 유족에 사과

    CJ E&M 측이 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고(故) 이한빛 PD 사망과 관련해 유가족과 대책위원회에 공식 사과했다. 15일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열린 CJ E&M 측과의 공식 간담회에서 김성수 대표 이사가 유족에게 직접 사과했다.김 대표는 “고인의 사망 이후 미숙한 대응으로 유가족의 아픔을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하고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저희를 지켜봐 주신 많은 분들의 말씀과 질책에 귀기울여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시스템 개선에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CJ E&M 측은 이날 간담회에서 ▲책임자 징계 조치 ▲회사 차원의 추모식 ▲이한빛PD 사내 추모편집실 조성 ▲고인의 뜻을 기릴 수 있는 기금 조성에 관련된 재정적 후원을 약속했다. 또 방송 제작환경과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제작인력의 적정 근로시간 및 휴식시간 등 포괄적 원칙 수립, 합리적 표준 근로계약서 마련 및 권고 등 9가지 개선과제 실천도 약속했다. 이한빛 PD의 부친은 “이한빛 PD는 우리 가족의 희망이자 삶의 전부이며,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아들”이라며 “그는 항상 자신보다는 사회의 어렵고, 힘들고, 가난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살았다. 그의 죽음이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갑다. 이제 우리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길은 그의 꿈을 실현하고 이 땅의 청년들이 꿈과 희망이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가 이한빛 PD의 뜻을 기리고 방송미디어 업계가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PD는 지난해 4월부터 CJ E&M의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 일하다 같은해 10월 목숨을 끊었다. 유가족 측은 이 PD의 죽음이 고강도 노동환경과 인격모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혜리 기자 lee@seoul.co.kr
  • 가난·비난 이겨내고… 듀랜트, 왕좌에 앉다

    듀랜트, 파이널 5경기 30점대 활약…이적 후 첫 시즌 챔프·MVP 품어 케빈 듀랜트(29·골든스테이트)가 두 번째 파이널 무대에서 첫 챔피언 반지를 끼었다. 듀랜트는 13일 오라클 아레나로 불러들인 클리블랜드와의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5차전에서 뒤쫓길 때마다 결정적인 3점슛 다섯 방을 성공하는 등 39득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129-120 완승에 앞장섰다. 4승1패로 시리즈를 끝낸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시즌 3승1패로 앞서다 허망하게 트로피를 내준 아픔을 멋지게 되갚으며 세 시즌 동안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플레이오프(PO) 16승1패를 기록한 것은 왕조 구축을 증명한다. 지난 시즌과 가장 달라진 점은 듀랜트의 가세였다. 그는 파이널 다섯 경기 연속 30점대 이상 득점해 2000년 샤킬 오닐(LA 레이커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파이널 최우수선수(MVP)를 만장일치로 꿰찼다. 그가 지난해 7월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났을 때 팬들은 엄청난 비난을 퍼부었다. 우승 한 번 하겠다고 프랜차이즈 팀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는 조롱이었다. 하지만 이적 후 첫 시즌 기어이 우승함으로써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새 팀과 ‘찰떡 궁합’이었다. 이기적 유전자가 없었다. 동료에게 좋은 기회가 생기면 공을 돌려주고, 캐치프레이즈 ‘숫자의 위력’(Strength in Numbers)처럼 언제 어느 포지션에서 뛰지 못하는 상황을 맞아도 대체 선수들이 화수분처럼 나왔다. 듀랜트는 NBA에서 성공한 뒤 자신처럼 신발 살 돈조차 없는 청소년들을 돕는 재단을 만들었다. 늘 챔피언 반지가 없는 게 마음에 걸렸다. 우승 뒤 어렵게 자신을 키워 준, 왜소(?)한 어머니를 와락 끌어안았던 것도 2012년 르브론 제임스가 이끌던 마이애미에 1승4패로 챔피언을 빼앗겼을 때 함께 울었던 분풀이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야투 20개 중 14개를 성공해 높은 효율로 제임스(30개 중 19개)를 압도했다. 파이널 다섯 경기 평균 35.2득점 8.4리바운드 5.4어시스트 야투성공률 55.6%를 뽐냈다. 제임스와 카이리 어빙 등을 잘 막아 지치게 만들었다. 첫 경험이었던 2012년부터 이번까지 파이널 10경기 모두 25점 이상을 넣는 꾸준함에서 남달랐다. 제임스는 이날 41득점 13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분전하며 커리어 처음 파이널 평균 트리플더블(33.6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을 달성했다. 하지만 다섯 번째 준우승에 그친 제임스는 듀랜트를 꼭 껴안았다. 최선을 다한 ‘킹’다운 모습이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65세 이상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금 30%로 줄인다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이 임플란트와 틀니 시술을 받을 때 내는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을 현행 50%에서 3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50% 수준인 노인 임플란트와 틀니에 대한 본인부담금을 절반 가까이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최근 열린 건강보험 최고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내년 이후 시행을 목표로 노인 틀니 등 본인 부담 완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보고했다. 노인 임플란트, 틀니의 본인부담금 절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지난해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은 틀니와 임플란트 2개에 대해 반값으로 시술받는 등 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본인부담금 50%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가난한 노인들에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미술]●박철 개인전(작품) 작가는 한지를 이용해 독특한 조형성을 보이는 부조회화 작업으로 국내외에 이름을 알렸다. 전통 기와의 파편, 창호 문짝, 맷방석 등 조상의 숨결이 담긴 문화유산을 소재로 삼아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최근의 작업을 선보인다.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줄리아나 갤러리. (02)514-4266. ●‘호접몽(胡蝶夢)-박승모 개인전’ ‘입체적 회화’라고 불리는 박승모의 작품은 캔버스 대신 얇은 철망들을 겹쳐 인물 형상이나 풍경의 이미지를 표현한다. 장자의 ‘나비의 꿈’을 주제로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이 대립하는 찰나를 상징하는 평면 작품과 알루미늄 와이어를 이용한 입체 작품을 선보인다.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포스코미술관. (02)3457-0793. [대중음악]●도끼 & 더 콰이엇의 미친힙합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힙합 아티스트 도끼와 더 콰이엇이 힙합 마니아를 위해 마련한 콘서트.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신예 래퍼와 화려한 게스트들과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특히 런웨이형 돌출 무대를 꾸려 관객과 가깝게 호흡한다. 17일 오후 6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7만 7000~8만 8000원. 1566-6668. ●김창훈&블랙스톤즈 콘서트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과 그가 새로 결성한 밴드 블랙스톤즈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신고식 성격의 공연이다. 지난 3월 싱글을 발표하며 탄생을 알렸던 블랙스톤즈는 최근 김창훈이 작사·작곡한 산울림의 명곡들과 가수 김완선 등에게 선물한 히트곡 등을 새롭게 해석한 0집 ’황무지’를 발매하고 본격 활동을 예고했다. 17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하나투어브이홀. 5만원. (02)338-0958. [뮤지컬·연극]●뮤지컬 ‘인터뷰’ 살아남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 한 소년이 10년 후 죄책감으로 또다시 살인을 저지르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베스트셀러 작가 ‘유진 킴’에게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 고든’이 찾아오고, 차분하게 시작된 두 사람의 면접 인터뷰는 극이 진행됨에 따라 살인 사건의 진범을 찾기 위한 심리 싸움으로 변모한다. 8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TOM 1관. 4만 5000~6만원. 1577-3363. ●연극 ‘이건 로맨스가 아니야’ 국립극단 ‘한민족디아스포라전’ 선정작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2살 때 영국으로 입양됐던 작가 인숙 차펠의 데뷔작이다. 부모님을 여읜 후 가난에 시달리던 끝에 영국 가정에 입양된 ‘미소’가 한국에 홀로 남겨진 남동생 ‘한솜’을 25년 만에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18일까지. 서울 용산구 소극장 판. 3만원. 1644-2003. [클래식·국악]●필리프 헤레베허 &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올해 70세를 맞은 고(古)음악 거장 필리프 헤레베허가 자신이 창단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한다. 정신과 의사에서 지휘자로 전향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인 헤레베허는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을 연주한다. 17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4만~18만원. 1577-5266. ●국립국악관현악단 ‘정오의 음악회’ 이달의 감상 키워드는 ‘민요’다. 첫 순서 ‘여는 음악’에서는 경쾌하고 밝은 선율이 특징인 아일랜드 민요 ‘캐롤란과 캐슬의 대화’, 뉴에이지 그룹 시크릿가든의 ‘송 프롬 어 시크릿 가든’ 등 세 작품을 연주한다. 1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만 5000원. (02)2280-4114.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 공감(KBS1 토요일 밤 7시 10분) 전남 목포에서 배를 타고 3시간 이상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섬 대둔도. 모터 달린 배가 익숙한 시대지만 아직까지 나무배를 노 저으며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86세 박복탑 할매가 있다. 복이 탑처럼 쌓이라는 의미로 친정어머니가 지어줬다는 이름, 복탑. 10대 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 가난하지만 착한 남자 만나 스물여섯 살에 가정을 꾸렸으나 결혼한 지 3년 만에 사별했다. 그 후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억척같이 살아 온 세월이지만 인생 말년이 되어서야 돌아보니 그 고생도 행복이었다고 말하는 신바람 복탑 할매. 오늘도 100년 넘은 낡은 뗏마배를 저어 바다로 향하는 복탑 할매의 인생을 만나 본다. ■당신은 너무합니다(MBC 토요일 밤 8시 45분) 지나(엄정화)는 해당(장희진)과 떠나려는 경수(강태오)에게 해당의 전 남자친구를 자신이 빼앗았다고 이야기한다. 강식(강남길)은 경수에게 해당을 놓아 달라고 이야기한다. 한편 현준(정겨운)은 해당과 경수가 서로를 포기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수를 찾아간다. ■주먹쥐고 뱃고동(SBS 토요일 오후 6시 10분) 1597년 정유재란이 일어난 지 420년을 맞아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왜구를 물리쳤다고 알려진 ‘명량해전’의 격전지 진도를 찾는다. 이날 멤버들은 ‘420년 전 이순신 장군의 밥상을 완성하라’는 미션을 받은 후 수군이자 어부였던 이순신 장군처럼 직접 돌문어배를 섭외해 조업에 나선다.
  • 인간 한계, 과학으로 넘는다?…스포츠 파고드는 기술도핑

    인간 한계, 과학으로 넘는다?…스포츠 파고드는 기술도핑

    ‘과학기술의 힘을 빌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속임수와 과학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진다.’ 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인간이 한계를 느끼는 모든 영역에 손길을 뻗친다. 공정과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스포츠에도 시나브로 과학기술의 유혹이 뻗친다. 금지약물 규정을 피하는 갖가지 편법을 시험해 보고 전수하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 과학이란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다. 여기에 자본의 논리가 물줄기를 대니 거대한 둑이 조그만 틈 하나로 무너지듯 과학과 속임수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종목 경기단체마저 자본의 손을 들어 주거나 관전의 흥미를 높인다는 이유로 빗장을 내리고 있다. 요즘 자주 거론되는 ‘기술도핑’이다. ‘스포츠 엔지니어링’이라고 에둘러 치장하는 이들도 있다.지난달 인간의 한계를 상징하는 대표적 장벽 가운데 하나인 남자 마라톤 2시간 벽에 도전하는 프로젝트가 육상계의 이슈가 됐다. 세계적인 마라토너 셋을 불러 다른 대회 출전도 막은 채 오로지 ‘1시간 59분 59초’ 안에 결승선을 통과해 달라고 실험실과 같은 환경을 만들었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가장 알맞은 날씨를 고르고 평탄한 경기장 트랙을 잡아 20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바람을 앞뒤에서 막아 주며 셋이 달리게 했다. 물을 마시기 위해 급수대에 달려가는 시간마저 줄이자며 모터바이크를 탄 이들이 접근해 물통을 건넸다. 더욱이 달림이의 발바닥 탄성을 높여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될 것이란 러닝화를 신은 채였다. 경쟁사도 비슷한 이벤트를 기획 중이란 얘기까지 들려온다. 지난달 세계체육기자연맹(AIPS) 총회 참석차 서울을 찾은 서배스천 코(영국)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은 “연맹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은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한 뒤 “기술 발전에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선수들이 안전하게 운동하면서 부상이 덜 나올 수 있도록 한다면 오히려 더 비중을 늘려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수수방관이 아니라 사실상 두 손 들어 환영한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일찍이 2006년 기술도핑에 관해 자문을 받겠다고 공언하더니 종목 경기단체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발을 빼버렸다. WADA는 지금도 근력을 강화하거나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다면 기술적 진보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견해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제 스포츠에서 기술의 진보는 종목 단체들이 스포츠의 진정성을 해치지 않는다고만 판단되면 대체로 받아들여지는 추세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광범위한 설문조사 결과가 공표됐는데 많은 응답자가 인간 정신과 노력의 가치를 갉아먹을 수 있고, 몇몇 종목을 너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며, 최고의 선수가 승리하지 못하는 불공정함을 부추기고, 부자 선수와 부자 나라가 가난한 선수와 가난한 나라보다 이득을 누릴 수 있게 한다는 점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과학과 기술의 틈입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겨우 12년 만에 퇴출된 전신 수영복 스피도의 LZR 레이서 전신 수영복은 기술도핑의 대표 사례로 가장 첫손 꼽힌다. 1998년 상어 피부를 본떠 디자인돼 산소를 근육에 더 잘 전달하게 하고 수역학적으로 더 나은 상태로 이끌고 공기를 붙잡아 부양력을 높이도록 만들었다. 18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수집한 마이클 펠프스(32·미국)가 입어 본 뒤 “내 몸이 로켓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고 털어놓은 일화로 유명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몇몇 수영 선수는 두 겹을 겹쳐 입고 풀에 뛰어들기도 했다. 수영에서 세계신기록 25개가 작성됐는데 23개는 전신 수영복을 입은 선수의 차지였다. 그 뒤 다른 대회에서도 이 수영복을 입은 이들의 세계신기록 경신이 계속되자 국제수영연맹(FINA)은 2010년부터 착용을 전면 금지했다. ●WADA “이온 셔츠 금지할 이유 없다” 뉴질랜드 기업이 내놓은 ‘이온X 셔츠’는 전기장을 지닌 음이온을 함유한 것으로 광고됐다. 혈액의 흐름을 증가시켜 더 많은 산소를 근육에 전달하고 근육에서 분비되는 젖산을 빨리 분해한다고 주장했다. WADA는 인체의 이온 수치를 변화시키거나 근육을 강화하거나 금지된 성분을 함유한 것도 아니라며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인터랙티브 장치들 공공연히 영연방 과학산업연구기구의 호주 연구진은 운동 효과를 모니터하고 피드백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의류를 개발했다. 농구 선수가 어깨깃에 전송 장비를 부착한 채 운동을 하면 컴퓨터에 슛 쏘는 자세를 가르치는 정보 등이 전달되는 것이다. 슛이 성공할 때와 실패할 때의 패턴을 분간해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곧바로 알려 준다. 몸의 움직임을 교정하도록 돕고 ‘근육의 기억’을 도와 전송 장비가 제거됐을 때에도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봅슬레이 선수들은 속도와 가속도, G포스(운동할 때 느끼는 압력), 트랙 표고차 데이터 등을 전송할 수 있는 장비 덕을 봤다. 빙상에서는 출발선과 결승선을 레이저빔으로 쏴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는 기술의 도움을 받았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은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해 경기 운용을 더 잘할 수 있었다. ●‘기계도핑’ 장비에 숨겨진 장비들 유치하지만 자전거에 배터리와 모터를 감춰 기록을 단축하는 일이 과거에 꽤 있었다. 2010년 투르 드 플랑데르에서 처음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국제사이클연맹(UCI)이 전면 금지시켰지만 지난해 UCI 사이클로-크로스 세계선수권에서도 한 사례가 확인됐다. 2015년 이후 이제 자전거 감독관은 어느 로드 대회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적발되면 최대 20만 스위스프랑(약 2억 3205만원)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6개월 이상 대회에 나서지 못한다. 지난해 투르 드 프랑스 심판들은 열추적 감지기가 달린 카메라를 이용해 숨겨진 장치를 찾으려 애쓰곤 했다. ●인공 팔다리가 공정경쟁 해친다?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등에 출전하는 절단 장애 선수들은 가벼운 탄성 소재의 의지(義肢·인공 팔다리)를 달고 경기에 나서는데 장애를 갖지 않은 선수들보다 유리한 구석이 적지 않다는 지적을 곧잘 받는다. 앞으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장애로 생긴 결함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기록 단축이나 경쟁에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재갈이 물린다면 윤리적, 도덕적으로 위험한 패러독스에 빠지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부자 나라의 대표팀만 과학과 기술의 혜택을 누린 유니폼과 장비 덕을 본다. 예를 들어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빙상 선수들은 컬럼비아 경기복을 입고 경쟁했는데 지퍼 무게까지 감량한 데다 근육의 쓰임새마저 경쟁자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눈(雪) 패턴을 넣어 제작하기까지 했다. 미국 빙상 선수들은 우주항공 업체인 록히드마틴과 언더아머의 제휴로 제작한 유니폼을 입었는데 방풍 실험 등 가난한 나라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장비 실험 등을 손쉽게 할 수 있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미국 대표팀은 자동차·모터사이클을 제작하는 BMW사에서 만든 썰매를 탔는데 탄성소재로만 이뤄져 있어서 보기만 해도 미끈했다. 미국과 같은 나라는 스폰서 홍보를 떠들썩하게 하느라 노출이 됐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쉿’ 하며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댄 채 특정 기술을 남몰래 심어놓느라 애쓰는 나라들이 있을지 모를 일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참전용사·파독 광부·봉제 여공… “헌신한 이들이 대한민국”

    참전용사·파독 광부·봉제 여공… “헌신한 이들이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6·25전쟁 호국영령과 서해를 지킨 용사,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민주 열사, 한 푼의 외화가 아쉬웠던 시절 낯선 땅에서 젊음을 바친 파독 광부와 간호사, 허리조차 펼 수 없는 곳에서 16시간 노동한 청계천 봉제공장의 여공들.이념과 전쟁의 소용돌이를 온몸으로 받아낸 영령들과 굴곡진 시대를 헤쳐 온 이름 없는 이들이 6일 국립현충원 현충일 기념식에서 차례로 호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국가가 보듬지 못한 파독 광부, 파독 간호사, 어린 ‘시다’(봉제보조)까지 ‘애국’의 반열에 올렸고, 순국열사와 호국영령의 제단 옆에 민주열사를 나란히 모셨다. 그러면서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며 애국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이라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 분, 한 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했다. 식민지, 분단, 전쟁, 가난, 독재로 이어지는 시련의 역사를 극복할 수 있었던 정신적 원동력이 애국이었듯, 더 나은 내일로 나아가기 위한 원동력 역시 애국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애국의 의미에 통합의 메시지를 더했다. “애국에는 보수와 진보가 없다”며 애국을 보수진영의 전유물로 여겼던 과거와 선을 그었다.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공헌한 유공자들에게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상징물처럼 쓰인 태극기의 의미도 되찾아 왔다.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의 신념이 새겨진 태극기’, ‘파독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 ‘서해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진 태극기’라는 말로 왜곡된 태극기의 본래 이미지를 바로잡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분단과 전쟁, 사회 갈등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낡은 체제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마땅한 예우와 지원도 약속했다. 보훈 정책을 국민통합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애국이 보상받고, 정의가 보상받고, 원칙이 보상받고,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증오와 대립, 세대 갈등을 끝내 사회 통합을 이루고, 국민이 애국심을 바칠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메시지가 원고지 17장 분량의 추념사에 담겼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제62회 현충일 추념식…문 대통령 “이념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청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문 대통령 “이념 정치, 편 가르기 정치 청산”

    6일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 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추념사를 통해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으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며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뉘어지지도 않는 그 자체로 온전한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이곳 현충원에서 애국을 생각한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지만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다. 지난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하다.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 되고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겠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 흘렸던 국군이 있었다. 한 구의 유골이라도 반드시 찾아내 이곳에 모셔 명예를 지켜드리겠다”며 “베트남 참전용사의 병과 휴유장애도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로,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이다.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하고자 한다”며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간호사,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경제에 디딤돌을 놓았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드린다. 재봉틀을 돌리며 눈이 침침해지고 실밥을 뜯으며 손끝이 갈라진 그분들”이라며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노인이 되어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분들께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 위에서 펄럭였고, 파독 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다. 서해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다”며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제도상 화해를 넘어 마음으로 화해해야 한다”며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 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저와 정부는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며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이념 갈등을 끝내주실 분들이고,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세대갈등을 끝내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들”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회가 동의해주신다면 국가보훈처를 장관급 기구로 격상해 위상부터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며 “애국이, 정의가, 원칙이,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예순 두 번째 현충일을 맞아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의 거룩한 영전 앞에 깊이 고개 숙입니다. 가족을 조국의 품에 바치신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가유공자 여러분께 충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저는 오늘 이곳 현충원에서 ‘애국’을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입니다. 식민지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가난과 독재와의 대결로, 시련이 멈추지 않은 역사였습니다. 애국이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해냈습니다. 지나온 100년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만들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킨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이었습니다. 항일의병부터 광복군까지 국권회복과 자주독립의 신념이 태극기에 새겨졌습니다. 살이 찢기고 손발톱이 뽑혀나가면서도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조국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독립운동가를 키우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나라 잃은 설움을 굳건하게 살아냈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국가의 예우를 받기까지는 해방이 되고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합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애국의 대가가 말뿐인 명예로 끝나서는 안됩니다. 독립운동가 한 분이라도 더, 그 분의 자손들 한 분이라도 더, 독립운동의 한 장면이라도 더, 찾아내겠습니다. 기억하고 기리겠습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38선이 휴전선으로 바뀌는 동안, 목숨을 바친 조국의 아들들이 있었습니다. 전선을 따라 늘어선 수백 개의 고지 마다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찾고자 피 흘렸던 우리 국군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짧았던 젊음이 조국의 땅을 넓혔습니다. 전선을 지킨 것은 군인만이 아니었습니다. 태극기 위에 위국헌신을 맹세하고 후방의 청년과 학생들도 나섰습니다. 주민들은 지게를 지고 탄약과 식량을 날랐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철원 ‘백마고지’, 양구 ‘단장의 능선’과 ‘피의 능선’,이름 없던 산들이 용사들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전쟁의 비극이 서린, 슬픈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전우를 그곳에 남기고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살아오신 호국용사들에게 눈물의 고지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백골로 묻힌 용사들의 유해, 단 한구의 유골이라도 반드시 찾아내 이곳에 모시겠습니다. 전장의 부상을 장애로 안고, 전우의 희생을 씻기지 않는 상처로 안은 채 살아가는 용사들, 그 분들이 바로 조국의 아버지들입니다. 반드시 명예를 지켜드리겠습니다. 이념에 이용되지 않고 이 땅의 모든 아들딸들에게 존경받도록 만들겠습니다. 그것이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습니다. 대한민국의 부름에 주저 없이 응답했습니다.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이국의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생긴 병과 후유장애는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입니다.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입니다.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습니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은 독립과 호국의 전장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음을 여러분과 함께 기억하고자 합니다. 1달러의 외화가 아쉬웠던 시절, 이역만리 낯선 땅 독일에서 조국 근대화의 역군이 되어준 분들이 계셨습니다.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일까지 견뎌낸 파독간호사, 그 분들의 헌신과 희생이 조국경제에 디딤돌을 놓았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 천장이 낮아 허리조차 펼 수 없었던 그곳에서 젊음을 바친 여성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에도 감사드립니다. 재봉틀을 돌리며 눈이 침침해지고, 실밥을 뜯으며 손끝이 갈라진 그 분들입니다.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렸던 그 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그것이 애국입니다. 이제는 노인이 되어 가난했던 조국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그 분들께 저는 오늘, 정부를 대표해서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애국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것입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한분 한분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보수와 진보로 나눌 수도 없고, 나누어지지도 않는그 자체로 온전히 대한민국입니다. 독립운동가의 품속에 있던 태극기가 고지쟁탈전이 벌어지던 수많은 능선위에서 펄럭였습니다. 파독광부·간호사를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 항쟁의 민주주의 현장을 지켰습니다. 서해 바다를 지킨 용사들과 그 유가족의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그 모두가 애국자였습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제도상의 화해를 넘어서, 마음으로 화해해야 합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데 좌우가 없었고 국가를 수호하는데 노소가 없었듯이, 모든 애국의 역사 한복판에는 국민이 있었을 뿐입니다. 저와 정부는 애국의 역사를 존중하고 지키겠습니다.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공헌하신 분들께서, 바로 그 애국으로, 대한민국을 통합하는데 앞장서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이 나라의 이념갈등을 끝내주실 분들입니다. 이 나라의 증오와 대립, 세대갈등을 끝내주실 분들도 애국으로 한평생 살아오신 바로 여러분들입니다. 무엇보다,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기보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보훈이야말로 국민통합을 이루고 강한 국가로 가는 길임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그동안 우리의 보훈정책은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군사원호에서 예우와 보상으로,호국유공자에서 독립, 민주유공자, 공무수행 유공자까지그 영역도 확대되어 왔습니다. 국가유공자로 모시지는 못했지만 그 뜻을 함께 기려야할 군경과 공무원, 의인들을 예우하고 지원하는 제도도 마련해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분들의 공적에는 많이 못 미칩니다.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가겠습니다. 국회가 동의 해준다면, 국가보훈처의 위상부터 강화하겠습니다. 장관급 기구로 격상하겠습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대상자, 그 가족이 자존감을 지키며 살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국민이 애국심을 바칠 수 있는,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애국이 보상받고, 정의가 보상받고, 원칙이 보상받고, 정직이 보상받는 나라를 만들어 나갑시다. 개인과 기업의 성공이 동시에 애국의 길이 되는 정정당당한 나라를 만들어 나갑시다. 다시 한 번 순국선열, 호국영령, 민주열사의 애국헌신을 추모하며, 명복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7년 6월 6일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버스 차장과 삥땅/손성진 논설실장

    [그때의 사회면] 버스 차장과 삥땅/손성진 논설실장

    버스 차장, 즉 안내양이 있던 시절에 요금을 빼돌리는 행위를 뜻하던 은어 ‘삥땅’이 국정농단 사건에서 다시 등장했다. 이 말은 화투에서 나왔다고 한다. ‘삥’은 1, ‘땅’은 두 장이 똑같다는 뜻이니 곧 1땅(땡)으로 작은 이득을 뜻한다. 차장의 ‘장’은 한자로 ‘長’이 아니라 ‘掌’인데 ‘맡다’는 의미다.군사정권이 들어선 1961년부터 버스 차장은 남성에서 대부분 여성으로 교체됐다. 차장이 여성스럽고 존중하는 느낌을 주는 안내양으로 바뀐 것은 고속도로가 놓인 뒤 고속버스 차장을 안내양이라고 부른 데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가난에 찌들어서 무슨 일이든 몸이 바스러지도록 하지 않을 수 없었던 1960, 70년대 젊은 여성들이 선택한 직업이 안내양이었다. 안내양들의 생활은 어떤 직업보다도 고달팠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종점과 종점을 일고여덟 번은 돌아야 했다. 적은 임금 탓이 컸겠지만 ‘견물생심’이라고 현금을 만지는 안내양들의 ‘삥땅’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1960년대 말부터였다. ‘삥땅’을 막으려고 차주들은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종점에 도착하면 돈을 숨겼는지 확인하려고 감독들은 높이 1m의 줄을 쳐 놓고 뛰어넘을 것을 강요했다. 또 안내양들의 몸을 샅샅이 수색했다. 알몸 조사 같은 비인간적인 인권 침해도 더러 있었다. 한 달에도 대여섯 번씩 몸을 수색당하는 수모를 견디다 못한 안내양이 자살을 기도하는 사건도 생겼다. 속칭 ‘암행’이라고 불렸던 감시원이 버스에 탑승하기도 했다. 일부 안내양들이 삥땅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월급보다 많은 요금을 빼돌리고 그 돈으로 계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삥땅은 어쩌면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운전사와 안내양이 짜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감독들에게 상납도 했다. 1970년 4월 28일 서울 YMCA 대강당에서는 ‘버스 여차장의 삥땅에 관한 심포지엄’이 열리기도 했다. 당시 안내양의 한 달 월급은 1만원가량 됐으나 식비를 떼고 나면 당시 월급으로도 매우 적은 4000원 정도 받았다. 삥땅으로 한 달에 2만원을 빼돌리는 일도 있었으니 사업주로서도 손실이 컸다. 삥땅 문제가 커지자 서울에서는 1977년 12월 1일 버스 토큰제를 시행했다. 그러나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암거래돼 현금으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버스 토큰 60만개를 1년 동안 빼내 판 안내양 20명이 적발되기도 했다. 승하차 문을 따로 만들어 요금을 선불로 받는 자율버스제도가 도입된 것은 1982년 무렵이다. 안내양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안내양은 그 뒤에도 일부 명맥을 유지해 왔지만 마지막으로 없어진 것은 김포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운행하던 김포교통 소속 안내양 38명이 사표를 낸 1989년 4월이었다. 사진은 1963년 11월 27일 서울 어느 버스 정류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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