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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마음의 월동준비/김이설 소설가

    [문화마당] 마음의 월동준비/김이설 소설가

    올해의 첫눈 소식이 있었다. 일기예보에서는 수능 한파를 우려하고 있다. 어느새 그런 계절이 된 것이다. 첫눈 소식이 있던 날 한지혜 작가의 산문집 ‘참 괜찮은 눈이 온다’를 읽었다. 온라인 서점 소개글에 따르면 ‘가난의 기억이 선명한 유년기,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젊은 시절, 그리고 엄마이자 여성 작가로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들과 마주한 세상의 풍경들에 관해 담백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 53편의 산문을 수록’한 책이다. 나는 아파트 키즈로 자랐기 때문에 작가가 성장한 골목길 정서를 모른다. 그러나 내가 20여년간 살았던 저층 아파트 단지가 재개발 지역이 된 경험이 있다. 작가가 말하는 ‘철거’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와 ‘빈집이 부수어 나갔다’라는 문장은 베란다 창문과 현관문에 빨간색 X자가 그어지고 단지 곳곳에 산처럼 쌓이던 쓰레기 더미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작가에게 아버지 생의 흔적이자 가족 살림 일지이기도 한 아버지의 가계부가 있듯이 내게는 아버지에게 받아 온 편지가 있다. 작가가 아버지와 둘이서만 맛있다고 먹었다던 칼국수의 기억처럼 내겐 친정엄마의 투병기와 맞물리는 칼국수의 기억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사 원고를 전부 읽는다는 작가의 일화와 내 경우가 겹치고, 작가의 중학생 아이가 내 아이와 또래여서 책 속의 여러 삽화는 마치 내 아이에게 일어난 일과 똑같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산문집을 잘 읽지 못한다. 내가 가진 것이 원체 빈약한 데다 성정이 곱지 못한 탓이다. 고상한 취향이나 우아한 예술관, 남다른 여행관, 독특한 인생관 같은 게 없다 보니 주로 그런 것들이 골자인 산문을 잘 읽어 내지 못했다. 으레 산문집의 저자들은 독특한 심미안으로 인생을 향유했고, 그런 삶을 훔쳐 볼 때마다 나의 조악한 일상이나 밋밋한 인생이 괜히 부끄러웠던 것이다. 때론 그들의 넘치도록 튀는 감각이 부러웠고, 그들이 누리는 삶의 양태가 내 쩨쩨한 일상과는 너무 달라 억울하기조차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좀 달랐다. 지난여름 나는 한 출판사로부터 산문집 출간 제의를 받았다. 작가가 직접 말하는 자신의 소설과 소설 쓰기, 여성 작가로 살면서 겪는 삶의 단상 정도를 소소하게 엮어 보기로 한 것이다. 근래 올해 마지막 단편소설을 마감한 나는 얼마 전부터 산문집에 실을 짧은 글을 한 편씩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선 덜컥 겁이 났다. 아무래도 산문집 계약을 보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유야 간단하다. 세상에 이렇게 대단한 산문집이 있는데, 내 아무리 욕심을 내지 않는 글을 쓴다 한들 이 책보다 더 담백할 자신이 없다. 내 아무리 욕심을 내도 이 책보다 더 깊은 혜안을 담은 산문을 쓸 재간도 없다. 애초에 21년차 중견 소설가이자 여러 매체에 수려한 글을 써 오던 유명한 칼럼니스트와 나를 비교한 것이 큰 잘못이다. 나의 건방이 너무 심했다. 좋은 산문은 계절과 무관하게 사랑받을 것임이 자명하지만, 이 책만큼은 어느 계절에 읽어도 당신의 차가운 마음을 다독여 줄 책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 그러니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겠다. 이 문장으로 마음의 월동준비를 하시길 권한다.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위로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더이상 위로를 찾아다니지 않았다. 대신 하루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았다. 그러고 나니 홀연히 그 시절이 지나갔다. 지난 다음에 생각해 보니 사실 그렇게 나쁜 시절도 아니었다. 열 길 물속보다 깊은 게 한 길 사람 속이고, 그중 가장 알 수 없는 게 자신의 마음이겠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의지도 희망도 보인다. 깨닫는 대로 걸으면 그게 운명이고 미래가 될 것이다. 신년운세? 다 필요 없다. 내 마음이 토정비결이다.’
  • [글로벌 In&Out] 북한의 기업소 개혁 반전 조짐/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글로벌 In&Out] 북한의 기업소 개혁 반전 조짐/피터 워드 북한 전문 칼럼니스트

    북한의 무역 제도는 여러 차례에 걸쳐 개편됐다. 변혁의 조짐은 1980년대 후반 들어 보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즉 북한의 대기근 시절에 북한 무역회사 구조에 시장 요소와 시장의 주요 주체인 ‘돈주’(신흥 자본가)들이 들어갔다. 이들이 무역회사의 하위 단위인 지사 및 기지에서 돈과 인맥, 기술과 발상을 갖고 사업을 하게 됐다. 많은 경우 무역회사의 하위 단위가 사실상 민영화됐다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은 법과 현실 사이가 먼 나라인 만큼 이런 현실은 인정되기는커녕 간헐적 검열 대상, 심지어 척결 대상이 되기도 했다. 북한식 사회주의경제 체제하에서 자본가와 사기업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북한 같은 ‘가난한 공화국’은 이런 현상에 대해 간헐적 탄압을 시도할 수는 있지만, 이를 없애고 ‘사회주의적’ 관리로 대체할 만한 물자와 역량은 없다. 북한은 역량 부족으로 시장을 탄압할 수 없었고, 시장 주체들과 시장의 기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 이후 외화난에 시달리면서 시장에 의존하게 되고 시장은 커지게 됐다. 그리고 국가 허가제들을 감독할수록 부자가 될 가능성은 커졌다. 국가 내부에서도 돈주가 되는 경우가 생겼다. 어쨌든 무역은 외화벌이가 되고, 외화벌이는 북한이 생존하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시장과 국가 사이에 서로 메워 주는 부분도 있지만, 중앙 차원에서 시장을 계륵으로 보는 세력도 있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책을 보면 이 계륵 같은 시장을 비교적 좋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시대 들어 각종 국영기업 관련 조치인 이른바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를 실시하게 되면서 국영기업들에 새로운 제품 개발권, 그 제품에 대한 가격 결정권, 기업 간의 계약 체결권,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상대로 직접 무역 및 투자 합작 활동을 수행하는 권한을 주었다. 이는 국내외 국영기업에 대한 자율화 조치로 볼 수 있다. 물론 중앙 지표 등 국가가 전략물자와 전략활동을 중앙 차원에서 결정할 재량권을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다. 그렇지만 전국적으로 직접 장사를 하고 대외적으로도 무역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변화로 볼 수 있었다. 그전에는 무역회사들만 무역권을 행사할 수 있었고, 가격도 무역성 (무역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무역의 경우는 특별히 중요하다. 외화를 직접 획득해 해외 물자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으로 볼 수도 있는데 무역권까지 하달해 중앙 지표가 아닐 경우 국영기업은 스스로 개발한 제품의 무역을 실현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통계기관에 등록하고 제때 납부금을 내기만 하면 됐다. 돈주 같은 시장 주체의 관리 능력과 인맥 등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시장 기제를 인정하고 하위 단위의 혁신과 ‘창발성’(창의력)을 장려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2018년 9월 무역법을 개정해 무역성(무역부)이 모든 제품의 가격과 거래를 승인해야 한다는 조항이 다시 만들어졌다. 이는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의 일부였던 무역권에서 중요한 부분인 무역 지표 결정권 폐지로 볼 만하다. 승인은 곧 거부권인데 이제 기업들의 무역에 대한 혁신 능력을 믿지 않는다는 뜻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하위 단위들의 자유적 돈벌이와 돈주의 힘을 의심하거나 심지어 불신하는 당국의 옛 반(反)시장 정책이 재개될까 걱정된다. 그렇지만 이번 헌법 개정에서 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가 직접 명문화된 만큼 반시장 정책의 재개 조짐으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 위원장이 돈주들과 합작해 경영권을 확대할지 중앙 당국의 재량권을 복원시킬지 아직은 애매모호하다.
  • 2019 톨게이트 농성, 1979 김경숙의 눈물 보인다

    2019 톨게이트 농성, 1979 김경숙의 눈물 보인다

    YH무역 사장 회삿돈 빼돌리고 폐업 부당함 알리던 김경숙은 농성 중 숨져 40년 지났지만 노동 환경은 아직 열악 1970년대 노동운동 상징의 두 축 전태일·김경숙 열사 함께 기억되길“1970년대 노동운동은 전태일에서 시작해 김경숙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두 사람이 함께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최순영(66) 전 YH무역 노동조합 지부장은 전태일 열사 49주기를 하루 앞둔 12일 경기 부천의 한 카페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 대표는 전태일기념관 추진위원장을 지냈으며, 김경숙 열사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김 열사는 유신정권 붕괴의 도화선이 됐던 1979년 ‘YH무역 사건’ 때 신민당사에서 추락 사망한 여성 노동자다. 노동운동과 무관한 삶을 살던 최 대표는 가발업체인 YH무역에 입사한 뒤 노동조합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1966년 자본금 100만원으로 시작한 YH무역은 급성장했지만 노동자 임금은 그대로였다”면서 “하지만 사장은 1973년 10억원을 빼돌릴 정도로 착취 구조가 이어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YH무역 노동자들은 1979년 회사의 부당한 폐업 조치에 항의하기 위해 당시 신민당사를 점거했다. 최 대표는 “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언론을 통해 단 한 줄도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며 “‘노조 탓에 회사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퍼졌다. 억울함을 알리려고 농성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노조 조직차장이었던 김 열사가 숨진 것도 동료들은 뒤늦게 알았다. 최 대표는 “그 자리에 있었던 누구라도 희생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전태일과 김경숙은 가난했지만 주변 동료들의 어려움을 헤아리면서 살았다는 점에서 닮았다”며 “가 버린 사람의 뜻을 이어 가고 살려 내는 건 산 사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김 열사가 떠난 지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국내 노동 현실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빈부격차는 더 커졌고 노노 갈등까지 생겼다”며 “가난이 대물림되고 비정규직으로 살아야 하는 청년들은 희망마저 포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 노동자가 중심이 된 톨게이트 노조의 농성을 두고는 “1978년 2월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이 경찰 앞에서 속옷만 입고 맞선 지 40년이 지났지만 비슷한 일이 또 일어났다”며 “쓸모없어지면 버린다는 태도는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경숙 열사 기념사업회는 2014년부터 연말에 노동 현장에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을 상대로 ‘김경숙상’을 시상하고 있다. 앞서 KTX 열차 승무지부 조합원들이 상을 받았다. 최 대표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기념관 건립도 추진하려 한다”며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문화를 통해서도 김 열사의 정신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최기찬 서울시의원 “서울시 교육청 기초학력 진단검사 내년 시행…의견 모아 보완책 마련해야”

    최기찬 서울시의원 “서울시 교육청 기초학력 진단검사 내년 시행…의견 모아 보완책 마련해야”

    최기찬 의원(더불어민주당, 금천구 제2선거구)은 제290회 정례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서울시교육청 조희연 교육감을 대상으로 기초학력보장방안에 대해 질의하고, 2020년 3월 시행되는 기초학력 진단 검사와 관련 보완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시 교육청은 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각 학교가 기초학력을 진단해 보정하도록 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를 실시하기로 하였으나 최근 진단검사와 관련해 학생에 대한 낙인효과와 학교 논란이 일각에서 제기되었다. 최 의원은 기초학력 부진 문제를 위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기초학력진단평가와 관련해 의견청취가 미흡하다고 여긴다면, 시행 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기초학력담당 교원들의 현장지도 어려움에 대한 해결 방안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 기초학습 지원 대상 학생들은 주로 방과 후 강사가 지도하거나 수업 중 담임지도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 학교의 기초학력담당 교원들은 개별 지도시간의 확보 어려움, 학부모 동의를 얻어야 하는 어려움, 낙인효과로 인한 부정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낙인효과에 대한 대안은 국가적으로 논쟁할 의지가 있다”라고 밝히고 “그동안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방향으로 12년 동안 한 번도 지적 성장의 점검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하면서 “초·중등교육법 28조 기초학력 지원과 부진문제를 해결하도록 기초학력진단 이후 지원방안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 의원은 “기초학력이 부진하면 자존감 상실과 함께 학교에 가기 싫어지게 되고 사회성 결여의 우려가 있으며, 이로 인한 가난의 대물림까지 연결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라며 앞으로 기초학력 진단뿐 아니라 학생 개별 맞춤형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요구했다. 그동안 최 의원은 기초학력강화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정책적 보완 방법을 모색했으며, 교육 격차를 공교육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교육청과 함께 논의해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초선의 꿈/이경주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초선의 꿈/이경주 정치부 차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초선 의원들의 쓴소리가 터졌다. 일부는 불출마의 변을 겸해 발언했고, 일부는 의원총회에서 일갈했다. 사석에서 읊조린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정치 좀 한다는 이들의 평가는 박했다. 본업이 따로 있는 초선들이 정치적 계산으로 언론 장사를 했다거나, 정치를 겉핥기로 경험하고서 순진한 이야기를 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정치적 책임을 버리고 도망가는 격인데 ‘훈수가 웬 말이냐’거나 중진 및 특정 의원들을 공격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이용당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일견 맞다. 그럼에도 초선의 발언을 정치공학적으로 비틀어 보기만 하는 건 아쉽다. 국민들이 느끼는 ‘국회 무용론’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국회 계단에서 먼 산을 보던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 옆에 앉았다. 불출마 선언을 한 직후였다. 그는 “정치는 상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비슷한 걸 찾아내서 타협하는 거다. 그 주제는 민생이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가 한국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한쪽이 비토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양당제의 폐해가 답답하다고 했다. 서로 욕만 하다 끝나는 ‘두 낫싱(Do Nothing) 국회’에서 할 건 다 해봤다고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은 2030세대에게 사과했다. 좌우나 보수·진보와 같은 극한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현 기성 세대에서 끝냈으면 했다. 가난한 집에서 열심히 공부한 것만으로 경찰대에 갔고 국회의원이 된 자신의 이야기도 했다. 특권층 자녀가 아니면 사회적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신들도 사회적 차별에 아파하고 항거했던 세대인데, 모순적으로 “내 자식만은”이란 생각에 이런 세상을 만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여야를 막론하고 상대 말을 막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같은 최첨단 산업에 대응하는 법안을 만들 전문가가 없고, 세밀하게 분화된 이해관계를 조정할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국회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고사할지 모른다”고 했다. 앞서 불출마 선언을 했던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각종 특권을 감안할 때 국회의원은 “마약 같다”고 표현했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도 “여야 한쪽이 100% 맞는 건 없는데 당이 정하면 따라야 했다”며 정치와 안 맞는다고 했었다. 정리하면 늘 국민이 국회를 비판하던 그 지점이다. 민생에서 멀고, 정쟁에 몰두한다. 2030세대를 품지 못했고,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 특권은 여전하다. 당이 정하면 따라야 하고 건강한 토론 문화는 요원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인재 영입전이 한창이다. 지금 쓴소리를 하는 초선들도 4년 전에는 영입된 인재였다. 힘차고 맑은 물이 일부 고인 물을 빼내듯 정치 개혁의 동력이었다. 정쟁에만 몰두하며 민생에서 멀어진 당시 국회의 이미지를 바꿔 줄 열쇠였다. 그러니 초선들의 목소리에 설사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해도 그들의 ‘실패록’에는 귀를 기울일 만하다. 정치를 개혁하겠다는 풍운의 꿈을 안고 들어온 인재들이 매번 ‘환멸을 느낀다’며 떠난다면 적어도 기록으로 남길 만하다. 내년 총선으로 들어올 인재들도 역시 정치 개혁의 꿈을 꿀 것이다. 정치 9단들의 눈에는 순진하고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이들의 꿈은 국민에게는 정치적 자산이다. 무모하게 꿈을 좇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처럼 이들의 무모함으로 정치 개혁은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할 수 있을지 모른다. kdlrudwn@seoul.co.kr
  • ‘14년 집권’ 볼리비아 대통령 퇴진…남미 좌파 지도자들 “쿠데타” 규탄

    ‘14년 집권’ 볼리비아 대통령 퇴진…남미 좌파 지도자들 “쿠데타” 규탄

    모랄레스, 軍·경찰도 돌아서자 사퇴 쿠바·베네수엘라 등 불똥튈까 비상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회주의 지도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던 에보 모랄레스(62) 대통령이 국민에 의해 권좌에서 끌려 내려왔다. 2006년 1월 대통령궁에 들어간 지 13년 10개월 만에 쫓겨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에 중남미 좌파 국가들은 “쿠데타”라고 규탄했다. 대선 불복 시위가 3주째 이어진 10일(현지시간) 오후 모랄레스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다”며 “이런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 무척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사퇴 발표는 그가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달 20일 대선 이후 3주 만에 나왔다. 그는 선거에서 40%를 득표해 2위인 카를로스 메사(65) 전 대통령에 10% 포인트 앞서며 결선 없이 승리를 선언했지만 부정선거 논란이 제기되면서 3주째 거센 시위가 이어졌다. 투표 당일 처음 나온 중간개표 결과에는 1·2위 격차가 크지 않아 결선투표가 유력한 상황이었는데, 선거관리당국이 돌연 개표 결과 공개를 중단한 후 24시간 만에 다시 내놓은 결과에서는 격차가 10% 포인트나 벌어졌던 것이다. 야권은 곧바로 반발하며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버티던 모랄레스 대통령은 “선거 조작이 있었다”는 미주기구(OAS)의 이날 감사 결과 발표에 “헌법상 역할을 다하겠다”며 내년 1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윌리엄스 칼리만 군 최고사령관은 이날 오후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경찰 수장 역시 퇴진 요구에 동참하면서 결국 모랄레스 대통령은 사퇴연설을 하게 됐다. 그의 사퇴에 이어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부통령도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각료들도 줄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라 당분간 볼리비아에서는 정국 혼란이 이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장관 등은 잇따라 성명 및 트위터를 통해 그의 퇴진을 “쿠데타” 또는 “군사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칠레·페루 등 우파 정부는 성명을 통해 “신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현존 최장수 중남미 지도자’였던 모랄레스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아이마라족 원주민 출신으로 1959년 산간 지역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목동, 벽돌공장 잡부, 빵 장수 등 허드렛일을 전전했다. 이후 코카콜라 원료인 코카 재배를 시작하면서 코카인 재배농 이익단체를 이끌게 됐고 볼리비아 원주민 단체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1997년 좌파 사회주의운동(MAS) 소속으로 의회에 진출한 뒤 2005년 12월 대선에서 53.7%를 득표하면서 볼리비아 원주민 첫 대통령 당선이라는 역사를 쓰게 됐다.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한 그는 4선 도전에 나섰다가 결국 쫓기듯 대통령궁을 떠나게 됐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화폐는 사회적 가치 보여줘”… 詩가 된 33개국 돈

    “화폐는 사회적 가치 보여줘”… 詩가 된 33개국 돈

    화폐 도안에 그 나라 역사·자부심 담겨 대만은 미래·폴란드는 과거에 초점 현금, 부자·빈자 포용하는 결제수단“화폐는 그 사회의 사회적 가치의 정수를 보여 주죠.” 중앙은행의 발권국은 화폐의 탄생부터 죽음을 지켜본다. 우리나라 발권국 수장인 이정욱(53) 한국은행 발권국장이 지난 9월 말 시집 ‘화폐 제국의 숨결’을 펴냈다. 33개국의 화폐 도안에 담긴 각 나라의 자부심과 역사를 시로 풀어내고 설명하는 줄글을 더했다.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만난 이 국장은 스스로를 ‘시인이 아니라 논문을 쓰는 경제학자’라고 소개한다. 책 곳곳에도 한은 분위기가 녹아 있다. 이 국장은 “중앙은행의 뱅커로서 도의와 매너로 가급적 좋은 부분을 찾으려 노력했다”면서 “화폐 도안을 보면 과거 역사가 슬픈 대만은 주로 미래를 얘기하고, 역사가 화려한 폴란드는 과거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가장 애정을 담은 시는 캐나다 달러를 다룬 ‘포용의 갈래’다. 그는 “캐나다 달러는 화폐 도안의 예술성은 물론 기능적 품질 면에서도 단연 최고”라면서 “이민족과 다른 약자에 대한 포용을 지향하고 단풍잎의 갈래갈래는 서로 다른 문화와 민족의 공생과 공존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글 쓰기가 익숙하지는 않았다. 그는 “강원 화천 최전방에서 근무할 때 고참들이 연애편지를 대신 써 주면 눈을 치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며 사심으로 출발한 글 쓰기에 웃음을 터뜨렸다. 자녀를 따라갔던 일산 호수 예술제에서 성인부문 우수상을 탄 뒤 간간이 짬을 내 쓴 시들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세 번째 책이다. 2002년 처음 집필한 ‘돈을 다루는 사람의 돈 이야기’는 둘째 형님의 권유로 대중적 눈높이에서 화폐를 소개했다. 둘째 형은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나무’ 등을 한국에 소개한 이세욱 번역가다. ‘현금 없는 사회’는 올까. 그는 “현금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를 포용하는 결제 수단이기 때문에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면 거래가 없어지면 현금 사용 기회도 줄고 일자리도 준다”면서 “적어도 한 곳은 현금 계산을 할 수 있는 직원을 두는 게 포용과 배려”라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루브르박물관, 문경한지 영구적 보존성에 깜짝 놀라”

    “루브르박물관, 문경한지 영구적 보존성에 깜짝 놀라”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은 지난해 소장 중인 로스차일드 컬렉션 가운데 판화 ‘성캐서린의 결혼식’을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복원했다. 로스차일드 컬렉션은 세계에서 가장 부자 가문으로 꼽히는 로스차일드가문 소장 미술품이다. 국내에서도 ‘고려 초조대장경’이 복간됐다. 초조대장경은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불심으로 거란의 침입을 막고자 판각을 시작해 선종 4년(1087년)에 완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이다. 하지만 몽골의 침입으로 1232년 불에 타 없어졌으며, 대구시와 대한불교조계종 동화사 등은 2011년 제작 1000년을 기념해 다시 출판했다. 이들 작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경북도중요무형문화재 한지장(韓紙匠·제23-2호) 김삼식(78)씨가 우리의 전통 방식으로 만든 ‘문경 한지’가 사용된 것이다. 특히 세계를 대표하는 루브르박물관이 기록 유물 복원용 종이로 다른 나라 종이가 아닌 한국, 그것도 경북 문경의 전통한지를 사용한 것은 큰 사건이다. 김 한지장은 올해로 69년째 전통 한지 제조방식을 고수하며 종이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그 바탕에는 오로지 바보처럼 묵묵히 전통의 맥을 잇겠다는 철저한 장인정신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8일 김 한지장이 관장을 맡고 있는 문경시 농암면 한지장 전수교육관을 찾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루브르박물관이 유물 복원에 문경 한지를 사용하게 된 배경은. “박물관 측은 오랫동안 기록 유물 보수용 등의 종이로 일본 전통종이 화지(和紙)와 중국 선지(宣紙)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내구성과 보존성에 있어 단점이 발견돼 애로를 겪어 왔고, 수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 수소문해 영구적인 보존성을 갖춘 종이 찾기 작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국내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이 박물관 측에 문경 한지를 소개했고, 아리안 드 라 샤펠 루브르박물관 소장이 2016년 2월 문경을 직접 방문해 문경 한지의 제조 과정과 효능을 살핀 뒤 “지구상에 이런 종이가 있다니?”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게 인연이 됐다. 이번 복원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루브르박물관이 다른 유물 복원용에도 문경 한지를 사용하기로 했다.” -한지와 일본 화지, 중국 선지의 차이점은. “한지의 품질을 결정짓는 핵심은 우리만의 ‘외발뜨기’다. 화지나 선지는 ‘쌍발뜨기’로 종이에 방향성이 생겨 잘 찢어지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외발뜨기 한지는 섬유가 직교하면서 서로 얽혀 훨씬 질긴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화지 등에 비해 내구성과 보존성이 훨씬 뛰어나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록물이 통일신라시대 무구정광대다라니경으로 인정받은 만큼 기록유산으로서 한지의 품질은 세계 독보적이다. -오는 21일 루브르박물관 측에서 또다시 문경 한지를 찾는다는데. “그렇다. 이번에는 샤펠 소장과 박물관 관계자 10여명이 함께 온다. 문경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한 박물관 측이 직접 제조 과정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들에게 닥나무 삶기부터 다듬기까지 모두 8단계를 거치는 전통 문경 한지의 까다로운 공정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고 샘플을 공개하겠다. 또 박물관 측이 문경 전통한지를 문화재복원 데이터베이스작업 표준 종이로 선정해 준 데 대해 감사도 드리겠다.” -루브르박물관이 김 한지장을 한지 분야 세계 최고의 장인으로 인정한 셈이다. “(웃음)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옛날식으로 만든 것이 ‘과학적으로 세계 최고’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생 한지를 옛날 방식대로 만드는 것밖에 모른다. 항상 천년을 견디는 ‘고려지’를 재현해 낸다는 일념으로 종이를 만든다. 빠른 길 대신 바른 길을 택해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이는 화지이지만, 예부터 동양 최고의 종이는 고려지였다.” -어떻게 한지장이 됐나. “아홉살 때부터 종이 만드는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일제의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뒤 입에 풀칠이라도 하기 위해 옆 마을로 시집을 간 누이의 시아주버니였던 유영운 장인의 닥공장에 나가게 됐다. 그곳에서 전통한지 만드는 법을 혹독하게 배웠다. 밥줄이 걸린 일이라 싫다, 힘들다는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죽어라고 일만 했다. 일이 너무 험하고 고돼서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지독한 가난 때문에 배운 것이라곤 전통한지 뜨는 일밖에 없었다. 결국 세계에서 1등 가는 한지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외곬의 길을 걸어왔다. 이 때문인지 2005년에는 인생의 훈장인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한지장이 됐다.” -전통 문경 한지 제조방식을 소개해 달라. “먼저 직접 재배한 우리의 재래종인 ‘참닥’(조선닥) 1년생 닥나무를 삶아 벗겨 낸 껍질에서 다시 겉껍질을 제외한 백피(속껍질)만 빼낸다. 이를 잿물에 넣어 삶고 두드려 물에 씻고, ‘황촉규’(닥풀)라고 하는 식물로 만든 천연 풀을 섞어 종이를 뜨는 공정 과정이 꽤 까다롭다. 이 과정에서 화학약품은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말로는 간단하고 쉽지만, 실제로 손이 수천 번 움직이고 마음을 수백 번 담아야 질 좋고 오래 사는 한지를 만들 수 있다. 한지는 1년 중 서리 내릴 때부터 3월 초까지 다섯 달 정도밖에 만들 수 없다. 왜냐하면 날씨가 더워지면 천연풀이 상해 만들 수 없다.” -작업장이 한지장의 이름을 딴 ‘삼식지소’(三植紙所)다. 무슨 의미인가. “양심, 진실, 전통 세 가지를 지키겠다고 내 이름을 따 작업장 입구에 붙였다. 천년 세월을 버텨 주는 전통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마음을 담지 않으면 절대 좋은 종이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전통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 내 인생이다. 우리 전통한지를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 -아들 춘호(45)씨가 문경한지장 전수교육 조교로 있다. 종이 만드는 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내 자식이지만 참으로 고맙고 대견스럽다. 종이를 떠서 큰돈을 벌겠다는 야망보다 세계에서 제일 좋은 한지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나의 염려보다는 전통한지를 지켜내는 일에 훨씬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도회지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지장으로 살겠다며 곁을 지키고 있다. 벌써 20년째 전통한지 만드는 일을 배울 뿐만 아니라 충북대 대학원에서 한지 관련 공부와 연구도 열심히 하고 있다. 현재 우리 부부와 아들딸 등 온 가족이 연간 1만 3000여장(각 전지 크기 145×75㎝)의 종이를 떠서 1억 3000만원 정도의 조수입(농가의 생산물 총액)을 올리고 있다. 투자와 노력에 비해 큰돈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우리의 전통한지가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저질의 저가 수입 종이가 한지로 둔갑하는가 하면 국내 많은 한지장들이 백피를 만들 때 칼로 일일이 긁어내는 대신 화학약품을 써서 겉껍질을 녹이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이런 한지는 질기지도 않고 오래 보존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요즘엔 닥나무 껍질 대신 수입한 펄프를 사용하거나 중국산 닥나무를 써 더 쉽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 한지장들의 사기가 크게 꺾이고 설 자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먹고살아야 종이도 뜬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전통 한지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글 사진 문경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슈퍼마켓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 가져가면 절도죄 성립될까

    슈퍼마켓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 가져가면 절도죄 성립될까

    독일 여대생 둘이 슈퍼마켓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들을 가방 안에 담았다. 지난해 6월의 일인데 뮌헨 근처 올칭의 에데카 슈퍼마켓에서 못 팔겠다고 판단한 과일, 요거트, 채소 등이었다. 두 사람은 먹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관 둘이 나타나 가방 안의 것들을 다시 쓰레기통에 쏟아붓게 하고 절도죄로 기소했다. 검찰은 쓰레기통이 슈퍼마켓 소유이니 이들이 그 안의 것들을 처분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지방법원에서는 유죄가 선고됐다. 그리고 바이에른 최고법원은 항소심에서 프란지스카 슈타인(26)과 카롤린 크루거(28)에게 각각 225 유로(약 28만 7300원)의 벌금형을 유예하고 푸드뱅크의 일손을 8시간 거들라고 판결했다. 이에 두 학생은 8일 카를스루헤에 있는 연방헌법재판소에 상고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둘은 음식 쓰레기를 줄여 사회를 이롭게 하려 했다고 항변했다. 그들은 블로그를 통해 바이에른 최고법원의 판결이 기후 위기의 시대에 우리 삶을 보호하는 일은 다운그레이드이기 때문에 “멍청한” 짓이라고 개탄했다. 베를린의 비정부 조직인 시민권재단(GFF)은 학생들을 돕겠다며 이런 일이라면 카나비스를 소량 소지하는 것처럼 법정으로 끌고 가선 안되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이어도 도둑은 여전히 도둑이냐는 도덕적 질문을 던졌다. 확대 해석하면 도덕적으로 의심스러운 은행들을 털어 가난한 이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로빈후드’가 정당화될 수 있다. 만약 슈퍼마켓이 안 팔린 음식들을 진열대 위에 올려놓고 가져가라고 하면 완전히 다른 얘기가 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연방정부 통계를 들어 독일인들이 매년 1200만t의 음식을 버린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1800만t으로 본다. 슈퍼마켓이 버리는 음식 양을 줄이고 안 팔린 음식을 자선단체에 전달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입법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두 학생의 재판은 그걸로 끝날지도 모른다. 지난 6월 영국의 주요 음식 업체들은 버리는 음식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고 대중의 각성을 촉구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매년 1020만t의 음식과 음료수, 200억 파운드 상당이 낭비된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이미 2016년 2월에 이미 비슷한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슈퍼마켓이 안 팔린 음식을 자선기관이나 가난하거나 필요로 하는 그룹에 기증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르 피가로는 안 팔린 음식 총량이 2015년 3만 6000t에서 2017년 4만 6000t으로 현격히 늘었다고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갑론을박 모병제’] 돈·안보·인구절벽·빈부격차 그리고 일자리

    [‘갑론을박 모병제’] 돈·안보·인구절벽·빈부격차 그리고 일자리

    민주연구원 모병제 전환 이슈 던지자 갑론을박안보 약화, 가난한 청년이 주로 군복무 ‘박탈감’7조원 예산에 표몰이용 반짝 공약에 피로감도반면 여성복무, 양심적 병역거부 등 사회논란 해소수십만 일자리 양성에 GDP 16조 이상 주장도헌법 상 징병제, 핵심 전투병과만 모병제 제언도민주연구원이 쏘아올린 모병제 전환 문제가 갑론을박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본래 민주연구원의 의도는 더불어민주당의 총선공약으로 모병제를 추천하려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민주당 안에서도 의견이 제각각이고 야당 역시 의견통일이 안 된다. 정리하자면 인구절벽으로 언젠가는 불가피하게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연기를 피우던 시점에, 민주연구원이 뜨거운 감자를 던진 셈이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 및 안보 약화, 가난한 이들이 주로 군복무를 하는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등이다. 반면 무엇보다 확실하게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게 장점이다. 최첨단 군으로 도약할 경우 안보가 외려 강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모병제를 당분간 공식적으로 논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내 이견이 너무 뜨겁게 표출되자 우선은 논의를 미루는 방향으로 식히려는 것으로 보인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지난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병제 전환이 시기상조라며 안보 약화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며 “섣부른 모병제 전환은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병제로 경제적 약자가 주로 군 복무를 할 경우 계층 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고도 했다. 반면 장경태 당 전국청년위원장은 “징집제 때문에 생기는 사회적 갈등이 많고, 모병제의 순기능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모병제 도입에 찬성했다. 박범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모병제는 필연적으로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감소와 첨단과학군과 연결돼있어 검토할 때가 됐다”며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 논의되는 중인 것도 참고할 만하다. 진지하게 논쟁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자유한국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보수, 진보를 넘어선 초당파적 이슈”라며 모병제 논의를 환영했다. 그는 “지금의 징병제로는 숙련된 정예 강군을 만들 수 없어, 핵심 전투병과부터 직업군인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징집 자원이 줄고 있는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헌법에서 징병제를 명시한 것에 대해서는 핵심 전투병과 중심으로 모병제를 통한 직업군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신중해야 할 병역에 관한 사항을 포퓰리즘 공약으로 던지고 있다”며 “결국 재산의 많고 적음에 따라 군에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이 결정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다”고 비판했다.모병제의 배경은 인구절벽이다. 19~21세 남성은 100만 4000명에서 2023년 76만 8000명으로 23.5%가 급감한다. 2025년에는 징병제 유지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도 이에 따라 2022년까지 50만명 수준으로 상비병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부족한 인력은 여군과 중간간부(중·상사 및 대위)의 복무기간을 늘려 대응할 방침이다. 게다가 국방부는 징병제의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첨단 무기를 다루게 된다는 점에서 실제 능숙한 병력으로 근무하는 기간은 1년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연구원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징병제로 인해 학업·경력 단절과 같이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최대 15조 7000억원이다. 또 모병제로 사병 18만명을 감축하면 국내총생산(GDP)이 16조 5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군 가산점 찬반 논란, 양심적 병역거부, 병역기피, 군 인권 학대 등 사회적 갈등도 줄어들 여지가 있다고 했다. 모병제로 수십만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란 의견도 내놓았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모병제 시행을 위한 예산은 7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또 최첨단 무기가 도입돼도 아직은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안보업무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빈부 격차로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군복무를 할 경우 사회통합에 저해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간 모병제는 총선 때면 나오는 단골 메뉴였다. 20대 남성을 위한 표몰이용 공약으로 반짝했다 없어지는 게 반복되면서 해당 이슈에 대한 피로감도 높은 게 사실이다. 즉, 현실성은 없는데 선심성 공약으로 남발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기초 생활 부양의무자 2022년까지 완전 폐지”

    “기초 생활 부양의무자 2022년까지 완전 폐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2022년에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제도의 틀을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하고자 내년 1월을 목표로 복지부 내에 질병 예방을 전담하는 ‘질병예방정책실’(가칭)도 신설할 계획이다. ●국가가 가난 구제… 文대통령도 긍정 반응 박 장관은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늦어도 2022년까지 완전히 폐지하겠다”며 “내년에 새로 만드는 기초생활보장 3개년 종합계획에 완전폐지 계획을 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 욕심으로는 (2022년보다) 폐지 시기를 1~2년이라도 앞당기고 싶다”며 “정부 내에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고 문재인 대통령도 긍정적으로 호응했다”고 전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을 구제할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제도다. 소득과 재산이 있는 1촌의 직계혈족과 배우자가 있으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될 수 없다. 연락도 닿지 않는, 부모를 부양할 의사가 전혀 없는 부양의무자 때문에 가난하지만 기초생활보장을 받지 못한 비수급 빈곤층이 지난해 기준 89만명으로 추정된다. 박 장관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모두 없애면 매년 3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치료→예방’ 질병예방정책실 신설 계획 복지부 조직도 전면 개편한다. 박 장관은 “100세까지 장수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질병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를 예방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이 일만을 전담하는 부서를 복지부 내에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건강보험 재정이 사회보장 재정의 안정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국민이 건강해져서 의료비를 적게 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설 조직은 업무 총괄·조정 권한을 가진 ‘실’이다. 질병예방정책실을 만들어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예방에 집중하도록 하고 건강보험 비용 효율화 업무를 맡길 계획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이슈있슈] 엄마도, 82년생도 아니지만

    [이슈있슈] 엄마도, 82년생도 아니지만

    겪지 못한 삶에 상처주려 안달인 사회 이해하지 못해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철수도, 아빠도… 62년생도, 92년생도 보통의 이야기였다. 부자는 아니지만 김지영은 학원을 못 다니거나 밥을 거를 만큼 가난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해 꿈까진 아니어도 원하던 회사에 취업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누군가는 쉽게 가질 수 없는 아이를 낳았다. 실은 평범한 게 가장 어렵다. 누군가에게 김지영의 일상은 특별함이기에 김지영의 아픔이 사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김지영 자신조차 그렇게 여긴 듯 하다. 일상의 이상함을 남편인 정대현이 고백할 때까지 몰랐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아프게 하고 나서야 자신의 아픔을 어찌해야 할 지 몰라 물었다. 마음의 ‘병(病)’에 자격을 물을 때 책부터 영화까지, 논란에 논란이 더해질 때 솔직한 심정은 물음표였다. 어느 소설이 그렇듯, 어느 영화가 그렇듯 작가와 감독이 초점을 맞춘 한 인물의 이야기일 뿐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다. 김지영에 가지는 반감은 걷잡을 수 없이 크고 막연해서 만든 이부터 읽는 이, 이야기하는 이로 번졌고 그 형태는 혐오에 가까워보였다. “관심있는 남자한테 ‘82년생 김지영’ 보자고 해 봐.” 이성친구가 한 장난섞인 말에 이 영화가 이성으로부터 비호감으로 낙인찍히는 기준이 되고 있음을 알았다. 영화에 대해 ‘재미있다, 없다’가 아니라 ‘본다, 보지 않는다’를 논하는 것이 생소했다. 64년생 엄마는 지영이 엄마의 이야기에 눈물을 보였고, 59년생 아빠는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잘 몰라서 머쓱해 하는 지영이 아빠의 모습에 공감한 듯 웃었다. 89년생인 나는 어느 인물도 아니었지만 그 모두를 본 적이 있었다. 김지영은 아프다. 그 나름의 최선을 다해 보통의 삶을 살다 우울증에 걸렸다. 그게 그토록 미움받을 일인가 묻고 싶다. 누군가의 삶이 이전보다 힘들 수 없다고 해서 힘든 게 아닌 게 되는 걸까. 모두가 납득할 만한 힘듦이어야 힘들다고 말할 자격을 얻는 걸까.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도 마음이 힘들 수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어린 딸이 보채는 바람에 커피를 엎지르고는 ‘맘충’ 소리를 들은 김지영은 참고 참다 말했다. “저를 아세요?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그쪽이 아세요? 왜 다른 사람 상처 주려고 안달이에요.”  상처 주려고 안달인 사회. 사랑하는 이들을 외롭게 만들고, 잃고 나서 후회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겪지 않은 삶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는 걸 멈추지 않는다.“지영아, 너 하고 싶은 거 해.” 어딘가에 있을 지영이에게. 나이자 당신이며, 여자이자 남자이며, 과거이자 현재 그리고 미래에 보내는 응원이라 느꼈다. ‘그때는 다 그랬어’라는 말은 누구에게도 힘이 될 수 없을 테니까. 이해하지 못해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철수의 이야기도, 62년생의 이야기도 나올 테니까. 그럴 때 ‘뭐가 힘들어’가 아닌 ‘많이 힘들었겠다’라고 말해줄 수 있기를, 들을 수 있기를.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홀트아동복지회, 아트펌∙끄라몽과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사회공헌협약 체결

    홀트아동복지회, 아트펌∙끄라몽과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사회공헌협약 체결

    지난 5일 홀트아동복지회(회장 김호현)는 서울 마포구 양화로에 위치한 홀트아동복지회 본부 1층 공감홀에서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아트펌 주식회사(PD 김형석), 끄라몽 주식회사(대표 한현진)와 사회공헌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나눔 문화 확산과 더불어 소외된 아동들을 후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트펌 주식회사(이하 ‘아트펌’)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 투자 및 기획, 제작을 지원하는 크리에이티브 컴퍼니로, 코리아 아트의 전시와 페스티벌, 콜라보레이션 진행, 팝아트와 파인아트 작가들의 저작권 보호와 매니지먼트 등을 담당하고 있다. 끄라몽 주식회사(이하 ‘끄라몽’)는 디자인 소셜 플랫폼과 티셔츠 SPA 브랜드로 다양한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 공모전을 통해 신인 디자이너들의 데뷔를 지원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을 제품화하며, 기업의 CSR 활동을 돕고 꾸준한 도네이션 및 리사이클 프로그램을 통해 윤리적 소비를 이끌고 있다. 한편 아트펌과 끄라몽은 아트펌 소속 작가인 팝아티스트 찰스장과 ‘해피하트 공모전’을 진행 중에 있다. 찰스장 작가의 해피하트를 변형하지 않은 채 이를 활용한 티셔츠 디자인을 주제로 공모전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 작가와 함께 참여할 수 있어 신진 작가들뿐만 아니라 일러스트에 관심 있는 학생과 일반인 모두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김호현 회장은 “평소 아트펌의 김형석 PD가 홀트아동복지회의 미혼한부모 지원사업부터 해외아동 지원사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심과 참여가 있었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윤리적 소비와 나눔을 실천하는 끄라몽과도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더욱 감사하다”고 전했다. 홀트아동복지회는 현재 국내외를 대표하는 아동복지기관이다. 1955년 전쟁과 가난으로 부모를 잃고 고통받고 있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는 입양복지를 시작으로, 미혼한부모복지, 장애인복지, 지역사회복지를 비롯해 다문화가족지원, 캄보디아∙몽골∙탄자니아∙네팔의 해외빈곤 아동지원에 이르기까지 소외된 이웃을 위해 전문적인 사회복지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새로운 사회, 새로운 예술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새로운 사회, 새로운 예술

    대각선으로 화면을 채운 붉은 말, 중세 종교화의 인물처럼 가늘고 긴 소년의 몸, 초록색 호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러시아 초원지대의 소년들은 말을 끌고 강가에 나가 목욕을 시키면서 물놀이를 했다. 쿠지마 페트로프봇킨이 자란 볼가 강변의 작은 마을도 그랬을 것이다. 풍속화에 어울릴 만한 일상생활이 페트로프봇킨의 손에서 타는 듯이 붉은 말과 차가운 누드가 어우러진 상징주의 그림으로 탄생했다. 그는 가난한 구두장이의 아들로 태어나 러시아 정교회의 성상 화가에게 미술을 처음 배웠다. 고향의 한 상인이 학비를 대주어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초기에는 성화를 그렸는데, 그의 그림은 교회로서는 용납하기 힘든 상징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를 띠고 있어서 마찰을 빚었다. 이 그림의 붉은 말은 전쟁과 피를 상징하는 요한 묵시록의 붉은 말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냉담한 표정의 누드는 묵시록의 기사보다 고대 그리스와 맞닿아 있다.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은 이 그림에서 보색 대비, 면의 대담한 분할, 운동감 같은 추상적 요소에 주목했다. 소비에트 비평가들은 정치적 의미를 부여했다. 붉은 말을 러시아의 미래, 다시 말해 볼셰비키 혁명을 예고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물에서 솟아올라 앞발을 치켜든 붉은 말과 방금 태어난 듯한 알몸뚱이 소년은 혁명의 아이콘이 됐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는 러시아 제국이 두 번의 혁명 사이에 있던 때였다. 페트로프봇킨은 반동적인 사람은 아니었으나 특별히 혁명적인 사람도 아니었다. 1905년 혁명이 실패하고 사회가 암울한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 화가가 다섯 해 뒤에 일어날 볼셰비키 혁명을 예상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그림의 진정한 혁명성은 정치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러시아 전통을 아방가르드 형식과 결합한 데서 찾아야 한다. 국제적인 인물이었던 칸딘스키와 달리 페트로프봇킨은 러시아의 정신적 유산을 간직한 채 추상으로 나아갔다. 스탈린 치하에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숙청당할 때 페트로프봇킨은 살아남았고 소비에트예술가협회의 초대 의장까지 지냈다. 하지만 그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1910년대의 그림이다. 미술평론가
  • 하루 330원으로 살다 영양실조 걸린 中 20대 여성 사연

    하루 330원으로 살다 영양실조 걸린 中 20대 여성 사연

    중국에서 부모 없이 아픈 남동생을 돌봐온 20대 여성이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끼니를 거르다시피 하다가 영양실조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안타까운 사연이 세상에 공개돼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영국 BBC뉴스 등 외신은 인민일보를 인용해 이달 초 구이저우성의 한 병원에 실려 온 24세 여대생의 속사정이 공개된 뒤 여성을 돕겠다는 문의가 쇄도해 많은 기부금이 모였다고 전했다. 입원 당시 키 135㎝, 몸무게는 간신히 20㎏을 넘겨 아이처럼 보였다는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첸난부이족먀오족자치주의 한 대학에 다니고 있는 우화옌(24)양. 네 살 때 어머니를 여읜 우양은 2014년 아버지마저 간경변으로 세상을 떠나 홀로 아픈 남동생을 돌봐야 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에 다니고 있던 우양은 교내에서 급수시설 청소와 강사 보조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매달 600위안(약 9만9000원)의 수입을 올리는 데다가 할머니와 삼촌 부부로부터 매달 300위안(약 4만5000원)을 지원받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돈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남동생의 의료비로 써야 해서 그녀는 하루에 단돈 2위안(약 330원)의 빵 1개나 고추를 넣은 밥을 먹는 생활을 5년째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던 최근에서야 마침내 우양의 몸이 이상 신호를 보였다. 갑자기 우양은 호흡곤란에 빠져 병원에 입원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양은 영양실조 외에도 심장과 신장에 질환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탈모 증상으로 인해 눈썹이 빠졌으며 귀 울림증과 불면증에 시달려온 것으로 확인됐다.이같은 사연이 현지에서 보도되자 SNS상에서는 “이건 아프가니스탄 난민보다 심하지 않은가” “건국 70주년 기념식에 막대한 돈을 쓰는 것보다 이런 사람을 도와주는 게 낫겠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우양에 대해 지원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왔는데 현지 마을 주민들은 기부금 3만 위안(약 495만원)을 모았고, 그녀가 다니는 대학의 교수들과 학생들로부터 4만 위안(약 660만원)을 모아 우양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부 관계자는 우양은 일찌기 국가로부터 최저 보조금을 받고 있었다고 밝혔다. 보조금은 매달 300~700위안(약 4만9500~11만5000원)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이번 소식으로 우양은 긴급 구호 기금으로 2만 위안(약 330만원)을 받게 됐다. 이 밖에도 SNS 등에서는 우양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권유로 기부금이 모였는데 그 합계액은 80만 위안(약 1억3200만원)에 달한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하지만 구이저우성은 중국에서도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며, 우양과 같은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시대의 화두, 빈곤 극복에 성공하려면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시대의 화두, 빈곤 극복에 성공하려면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빈곤과 경제발전을 연구했던 하버드대의 마이클 크레이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에게 공동 수여됐다. 지난 2015년 프린스턴대학의 앵거스 디턴 역시 빈곤에 대한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데 이어 불과 4년 만에 유사한 주제를 연구한 이들에게 상이 수여된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경제학자들이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음에도 최근 이 분야에서 수상이 잦아진 것은 빈곤과 이를 극복하는 문제가 시대의 화두라는 의미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빈곤은 그 자체로 경제학의 오랜 연구 주제였다. 산업혁명이 빈곤층에게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기존의 견해와 대조적으로 실제로는 빈곤층의 삶을 크게 개선시켰다고 지적한 유명한 경제사학자인 맥스 하트웰은 ‘경제학은 본질적으로 빈곤에 대한 연구다’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경제발전의 결과 그 숫자 자체는 감소했지만 절대빈곤 계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구가 세계적으로 여전히 상당히 존재하고, 개별 국가 내에서의 소득불평등과 빈곤 문제는 심지어 경제발전을 이룬 선진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반적인 소득불평등 자체는 세계적으로 평균 수준에 머물지만, 빈곤층 비율은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중위 가계소득의 절반 정도를 빈곤선의 기준으로 측정한 빈곤층 비율은 2017년 기준 0.174 정도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66세 이상의 노인빈곤층 비율은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빈곤을 정의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극복할지를 연구하는 것은 쉬운 주제는 아니다. 빈곤을 극복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빈곤층에게 돈을 주거나 이들의 임금을 올리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빈곤이 극복될 수 있다면 세계에 가난한 국가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저소득국 내지는 빈곤국에 대한 대외 원조는 엄청난 규모로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많은 국가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보조금을 지원받는 빈곤층이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는 많다. 개인이나 국가의 투자를 위한 노력과 연계되지 않는 일방적인 현금 지원은 단발성 효과에 그치며 가난과 빈곤을 오히려 고착화시킨다는 연구들도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발전론의 이름으로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네르지와 뒤플로 교수는 소규모 원조개발협력 프로젝트의 효과를 엄밀하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실증적인 증거를 축적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빈곤퇴치 정책을 과학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좋은 뜻이 있어도 인간 행동을 이해하고 시장의 원리를 고려하는 정교한 정책 설계 없이는 그 의도를 발현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나라도 최저임금의 상승 내지는 청년층에 대한 현금 지원을 비롯해 빈곤 극복과 소득재분배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이 수행됐다. 그러나 그러한 정책이 실제 의도된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심지어는 정책 부작용으로 오히려 저소득층이 더 큰 어려움에 처하거나 정책을 지속가능할 가치가 있는지 또는 실제로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결국 정책이 효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경제 원리에 입각해 세밀하게 설계돼야 하고, 여러 측면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또 한 명의 올해 노벨상 수상자인 크레이머 교수는 ‘오링’ 이론을 통해 마치 작은 링 하나가 빠져도 기계가 오작동하는 것처럼 기술이나 지식을 갖춘 인재 그룹이 형성돼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빈곤 퇴치를 위한 정책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정책이 의도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작은 하부 요소들이 경제 원칙에 따라 잘 설계되고 경제 생태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적절하게 구사하는 전문가적 식견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시대의 화두를 해결하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어도 실제로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얻거나 오히려 정반대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정책 실패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
  • ‘두 번은 없다’ 첫방부터 웃음-눈물-공감 “연기 고수들의 대향연”

    ‘두 번은 없다’ 첫방부터 웃음-눈물-공감 “연기 고수들의 대향연”

    ‘두 번은 없다’가 첫 방송부터 배우들의 찰진 열연과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흥미진진 전개로 안방극장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MBC 새 주말특별기획 ‘두 번은 없다’(극본 구현숙, 연출 최원석, 제작 팬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일(토) 드디어 베일을 벗고 첫 포문을 열었다.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낙원여인숙에 운명처럼 모이게 된 개성만점 투숙객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전개와 흥미로운 스토리로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이에 ‘두 번은 없다’는 1회 6.2%, 2회 9.5%, 3회 8.3%, 4회 8.5%(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또한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이자 채널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인 2049 시청률(수도권 기준) 역시 2.1%로 전작 대비 두배 가까운 수치를 보이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두 번은 없다’는 첫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를 오랜 시간 지키며 역대급 주말 드라마의 탄생을 당당히 입증했다.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꿀잼 스토리와 적재적소에 배치된 코미디, 그리고 캐릭터 싱크로율 100%를 자랑하는 배우들의 넘사벽 연기와 케미 등의 높은 완성도로 안방극장을 한 방에 사로잡은 것. 특히 ‘두 번은 없다’는 막장과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들이 넘쳐나는 요즘,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로 주말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쓸 것으로 자신했던 만큼 첫 방송 만에 완성도와 화제성 그리고 시청률까지, 결과물로서 이를 당당히 입증했다. 이날 첫 방송은 예기치 못했던 남편의 사망으로 상복을 입고 서울로 올라온 금박하(박세완)의 장면으로 시작됐다. 만삭이었던 박하가 산기를 느낀 때 마침, 낙원여인숙 대문 앞에 모여있던 투숙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들은 두 번의 고민도 없이 곧바로 그녀를 낙원여인숙으로 데리고 들어가면서 범상치 않은 인연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그리고 이 날부터 낙원여인숙은 1호실부터 6호실까지 만실이 되었다. 예사롭지 않은 포스의 CEO 복막례(윤여정)가 운영하는 낙원여인숙의 터줏대감은 5, 6호실에 장기투숙 중인 감풍기(오지호)와 방은지(예지원)이었다. 짝퉁 골프채를 팔다가 경찰서에 끌려간 방은지를 빼내기 위해 복막례는 한 걸음에 달려가 자신에게 어머니냐고 묻는 형사에게 “저희 다 한 가족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가 하면, 마주치기만 하면 서로 티격태격하던 감풍기 역시 형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드링크제를 따서 건네는 등 이 모든 것이 다 은지를 구하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낙원여인숙에서 함께 지낸 시간이 길었던 만큼 복막례와 감풍기, 그리고 방은지, 세 사람 사이의 특별한 가족애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마음에 전해졌다. 은지가 무사히 유치장에서 풀려나 낙원여인숙으로 돌아온 날, 또 다른 투숙객이 찾아왔다. 50년 만에 첫사랑이었던 막례를 만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낙원여인숙을 찾아온 거복(주현)이 그 주인공. 첫사랑의 애틋한 재회를 기대했지만 반전은 있었다. 막례는 그를 보자마자 “이런 개코같은 인간!”이라 외치며 평상의 고추를 집어서 마구 던졌고 급기야는 내 눈앞에서 당장 치우라며 소리를 지르다 정신을 잃었던 것. 하지만 때 마침 산통을 느낀 박하가 낙원여인숙 마당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거복 역시 투숙객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첫사랑 막례에 대한 애틋함이 가득 느껴지는 거복이 앞으로 어떤 직진 로맨스를 선보이게 될 것인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하와 함께 낙원여인숙의 마당에 입성한 사람들은 또 있었다. 감풍기의 후배이자 프로 골프선수인 김우재(송원석), 그리고 무슨 사연이 있는지 구성호텔의 스위트룸에서 하룻밤 묵으려다가 낙원여인숙을 발견하고 급 마음을 바꾼 금호(정석용)와 만희(고수희) 부부까지 한꺼번에 들이닥치게 된 것. 이 과정에서 낙원여인숙이 하룻밤이 아닌 달방 시스템으로 운영된다는 것과 원하는 누구나 묵을 수 있는 곳이 아닌 CEO 복막례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만 투숙객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특별함을 더했다. 결국 낙원여인숙 사람들의 도움으로 박하는 무사히 아기를 출산할 수 있었고, 처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박하의 무사 출산 소식에 다 함께 기뻐하는 투숙객들의 모습에서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느껴져 안방극장을 훈훈함으로 물들였다. 무엇보다 낙원여인숙에서 한 지붕 생활을 시작하게 된 이들 앞에 어떤 사건이 펼쳐질 것인지, 그리고 이들이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정(情)을 느끼게 될 것인지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박하는 핑크빛 날들을 꿈꾸며 함께 주꾸미 낚시를 하던 중 회사 전화를 받고 급히 가버린 남편이 주검이 되어 돌아온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특히 남편의 죽음이 자살이라는 경찰의 말에 박하의 의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갑자기 중국 출장을 간다고 했던 남편이 왜 죽게 된 것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박하는 무작정 남편의 직장이었던 구성 호텔을 찾아가지만 문전 박대를 당한다. 남편의 사건이 구성호텔 나왕삼(한진희) 회장의 둘째 며느리인 오인숙(황영희)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 여기에 유학에서 돌아온 구성호텔 후계자 1순위, 오인숙의 아들 나해준(곽동연)이 임신한 박하가 회사에서 쫓겨나는 모습을 보고 오해하고 또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서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그리고 박하의 남편이 의문의 화재 사고를 당하던 그날, 우연인지 운명인지 낙원여인숙으로 모이게 된 투숙객 감풍기(오지호), 방은지(예지원), 거복(주현), 그리고 금호와 만희 부부(정석용&고수희)가 그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극의 몰입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특히, 구성호텔 나왕삼 회장의 첫째 며느리 도도희(박준금)의 딸인 나해리(박아인)는 신분 차이 때문에 비밀 연애 중인 가난한 프로골퍼 김우재(송원석)와 화재 사건이 발생했던 그 창고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전개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5년 동안 남동생 치료비 보태려고 하루 330원만 쓴 24세 중국 여대생

    5년 동안 남동생 치료비 보태려고 하루 330원만 쓴 24세 중국 여대생

    5년 동안 아픈 남동생의 치료비 등에 보태겠다고 하루 2위안(약 330원)으로 버텨 극심한 영양실조로 입원한 24세 여대생의 사연이 중국을 울리고 있다. 사람들이 앞다퉈 80만 위안(약 1억 3243만원)을 모금했다고 영국 BBC가 1일 전했다. 주인공은 중국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귀저우성의 구이양에 사는 우후아얀.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숨쉬기가 곤란해 이달 초 병원을 찾았다. 키 135㎝에 몸무게는 20㎏를 조금 넘었다. 의료진은 5년 동안 너무 적은 양의 음식을 먹어 심장과 신장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네 살 때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역시 얼마 뒤 여읜 형제자매들은 할머니에 의해 양육됐고 나중에는 이모와 삼촌 손에 길러졌다. 이모와 삼촌은 형제자매들에게 한달 300 위안(약 4만 9650원)의 생활비만 건넸다. 이 돈 대부분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남동생 치료비로도 빠듯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우후아얀은 자신을 위해선 하루 2위안만 쓰기로 마음먹었다. 해서 쌀과 고추장으로만 배를 채웠다. 딱한 그녀의 사연이 알려지자 중국 누리꾼들은 당국은 뭐하고 있었느냐고 질타하는 한편, 대학도 수수방관했다고 꾸짖는 글을 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아프가니스탄 난민보다 못하다”고 지적하는가 하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0주년에 흥청망청 쓴 돈이면 이들을 훨씬 낫게 돌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는 이들도 있었다. 또 어떤 이는 남동생을 위해 헌신하려는 마음 씀씀이가 대단하다며 대학을 마칠 때까지 돕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고교 시절의 교사와 급우들도 4만 위안을 모금했고, 마을 주민들도 3만 위안을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지방정부 관리들은 최소 정부 보조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는데 한달에 300~700위안 밖에 안됐다. 이제는 긴급 지원을 받아 2만 위안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번 모금 캠페인은 지난해 한 중국 소년이 학교에 등교하면서 내린 눈과 우박 등을 그대로 맞아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애처롭다며 돕겠다고 팔을 걷어붙인 사례와 비슷해 보인다. 중국 경제는 급속한 성장을 구가했지만 가난은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빈부 격차는 심해졌다고 BBC는 지적했다. 2017년 정부 통계에 따르면 3046만명의 농촌 인구 평균 생계비는 하루 1.9달러도 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내년까지 빈곤이란 말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했을 정도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이 나라가 “1990년대 중간 정도의 불평등에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 가운데 하나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시골 청년의 꿈을 이뤄준 명왕성 - 왜 행성서 왜 퇴출됐을까?

    [이광식의 천문학+] 시골 청년의 꿈을 이뤄준 명왕성 - 왜 행성서 왜 퇴출됐을까?

    현재 대부분의 성인들이 중학교에 다닐 때 우리 태양계 행성 이름을 이렇게 외었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하지만 태양계 9개 행성 중 막내였던 명왕성은 더이상 행성이 아니다. 2006년 세계천문연맹(IAU) 총회에서 명왕성을 행성 반열에서 퇴출하기로 결졍했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이유는 미국의 천문학자 마이크 브라운이 2003년, 명왕성 뒤쪽에서 지름 2300㎞인 명왕성보다 25%나 더 큰 소행성 에리스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후로도 비슷한 크기의 소행성들이 잇달아 발견됨으로써 IAU는 2006년 행성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정하기에 이르렀다. 1)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할 것. 2) 자체 중력으로 유체역학적 평형을 이룰 것. 3) 구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할 것. 4) 주변 궤도상의 천체들을 쓸어버리는(충돌, 포획, 기타 섭동에 의한 궤도 변화 등) 물리적 과정이 완료됐을 것. 이 정의에 의거해 2006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IAU 총회에서 표결에 부친 결과, 명왕성은 행성 반열에서 퇴출되고 왜소행성으로 분류되었다. 궤도를 어지럽히는 얼음 부스러기들을 청소하기에 명왕성은 덩치가 너무 작았던 것이다. 이리하여 명왕성은 ‘134340 플루토’라는 왜행성으로 분류됐다. 명왕성은 1930년 고졸 출신으로 로웰 천문대의 비정규 직원이었던 23살의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발견되었다. 로웰 천문대는 미국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퍼시벌 로웰(1855~1916)이 1894년에 세웠다. 출중한 호기심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로웰은 우리와도 인연이 닿아 있는 인물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후, 1883년 조선을 방문하고 '고요한 아침의 나라 조선'(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로웰은 30대에 천문학에 헌신하기로 결심하고 해왕성 바깥에 있는 제9의 행성을 찾는 것을 필생의 목표로 삼았다. 천왕성의 이상 운동을 근거로 해왕성을 발견하게 된 것이 60년 전의 일이었다. 해왕성 발견 후, 이 행성의 궤도에도 오차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해왕성 바깥쪽에 다른 행성이 존재할 거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로웰은 해왕성 너머로 궤도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행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행성 X라 불렀다. 로웰은 애리조나주에 있는 해발 2210m의 플래그스탭산에 로웰 천문대를 세우고 행성 X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그러나 로웰은 불행하게도 그의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1916년 61살의 나이로 우주로 떠났다. 고졸출신 별지기의 꿈이 로웰의 꿈이 14년 후 고졸 출신 아마추어 천문가 클라이드 톰보에 의해 마침내 이루어졌던 것이다. 일리노이 주의 두메산골 출신이었던 톰보가 로웰 천문대에서 근무하게 된 것은 몇 장의 천체 스케치 덕분이었다. 가난한 농가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마추어 별지기로 천체관측을 즐기던 톰보는 자작 망원경으로 관측한 화성과 목성의 관측 스케치를 충동적으로 로웰 천문대에 보냈다. 천문대 대장은 이 스케치를 보고는 ‘고되지만 보수가 짠’ 천문대 일을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편지를 보냈고, 편지를 받자마자 시골 청년은 한 점 망설임 없이 즉시 저축한 돈을 긁어모아 몇날 며칠을 가야 하는 플래그스탭행 편도 기차표를 끊었던 것이다. 이 고졸 출신 별지기 클라이드 톰보가 마침내 천문대 입성 1년 만에 고인이 된 로웰의 꿈을 이루었던 것이다. 24살의 열정적인 톰보는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천체사진을 이용하여 동일한 지역의 밤하늘 사진을 2주 간격으로 두 장을 촬영한 후, 그 이미지 사이에서 위치가 바뀐 천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끈질기게 탐색을 진행한 끝에 1930년 2월 마침내 명왕성을 발견하는 쾌거를 올려 천문학사에 불멸의 이름을 남겼다. 명왕성 발견 소식은 곧 AP통신의 전파를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났으며, 태양계 제9의 행성 발견으로 세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과연 태양계가 앞으로도 얼마나 더 확장될 것이며, 그 바깥으로는 무엇이 더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사람들은 망연한 시선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쨌든 명왕성 발견 하나로 톰보는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영국 왕립천문학회 등으로부터 공로 메달을 받았으며, 캔자스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아 정식으로 천문학을 전공하여 학위를 받았다. 1955년부터 1973년 퇴임할 때까지 뉴멕시코 주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1997년 뉴멕시코의 라스크루서스에서 평생을 꿈꾸었던 새로운 우주로 갔다. 그러나 명왕성과 톰보의 인연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된 2006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최초의 명왕성 탐사선 뉴허라이즌스(New Horizons)를 발사했고, 탐사선은 목성의 중력도움을 받아 가속한 후 출발 10년 만인 2015년 7월 명왕성에 도착, 명왕성 표면으로부터 약 12,550㎞ 거리까지 접근하는 역사적인 근접비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탐사선에는 이색적인 화물 하나가 실려 있었다. 바로 명왕성 발견자 클라드 톰보의 뼛가루가 캡슐에 담긴 채 선체 데크 밑에 부착되어 있었던 것이다. 의리 깊은 후배 NASA 과학자들의 배려로, 톰보는 비록 살아서는 가지 못했지만 자신의 뼛가루는 명왕성 옆을 스쳐지나면서 꿈을 이루어주었던 명왕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톰보의 뼛가루를 담은 캡슐에는 그의 묘석에 새겨진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미국인 클라이드 톰보 여기에 눕다. 그는 명왕성과 태양계의 세 번째 영역을 발견했다. 아델라와 무론의 자식이었으며, 패트리셔의 남편이었고, 안네트와 앨든의 아버지였다. 천문학자이자 선생님이자 익살꾼이자 우리의 친구 클라이드 W. 톰보'(1906~1997). 발견된 지 한 세기도 채 채우기도 전에 행성 지위에서 퇴출된 명왕성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대중에게는 그 전보다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아직도 미국에서는 명왕성의 행성 지위 회복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2015년 7월 명왕성 근접비행에 성공한 뉴허라이즌스의 명왕성 탐사를 계기로 미국인들의 명왕성 지위 회복 요구가 더욱 드세어지고 있다. 그만큼 미국인들은 명왕성을 사랑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톰보는 류현진이 뛰고 있는 메이저리그 LA다저스팀의 에이스 투수 클레이턴 커쇼의 큰외할아버지다. 그래서 커쇼는 ‘명왕성은 내 마음의 행성이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TV에 출연한 적도 있다. 톰보가 그런 손자의 모습을 보았다면 무척 대견해했을 것 같다. 명왕성은 지금은 행성 반열에서 탈락하여 왜행성으로 분류되고 있다. 정식명칭은 134340 명왕성(134340 Pluto)으로 불리며, 카이퍼 띠에 있는 왜행성으로서는 현재 가장 큰 천체다. 암석과 얼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름 2400㎞로 지구의 달의 70%에 지나지 않는다. 태양으로부터 평균 약 60억㎞(40AU) 떨어진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으며, 공전주기는 약 248년, 자전주기는 6.4일이다. 길쭉한 타원형 궤도 때문에 해왕성의 궤도보다 안쪽으로 들어올 때도 있다. 위성은 5개 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파키스탄 열차서 가스통 폭발… 최소 73명 사망

    20분 뒤 멈춰… 상당수 뛰어내리다 희생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힘야르칸을 달리던 열차에서 조리용 가스통이 폭발해 최소 73명이 숨졌다. 3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남부 카라치에서 라왈핀디로 향하던 열차에서 가스통이 폭발하며 화재가 발생해 객차 3칸이 소실됐다. 40여명의 부상자 중 10여명이 위독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일부 승객들이 규정을 어기고 열차에 가스 스토브를 가져와 아침 식사를 준비하다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셰이크 라시드 아마트 파키스탄 철도부 장관은 “가난한 승객들은 장거리 여행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작은 가스 스토브를 가지고 열차에 타는 경우가 많다”면서 “음식을 조리하던 스토브 2개가 폭발한 뒤 불이 급속히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화재 발생 후 열차가 멈추기까지 20분 가까이 걸렸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희생자의 상당수는 화마 때문이 아니라 이를 피하려 열차에서 뛰어내리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열차에서 뛰어내린 승객들의 시신이 사고 현장 주변 2㎞ 구간에 흩어져 있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에서는 올해 7월 열차 사고로 24명이 숨지는 등 낙후된 철도 시설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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