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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권력에 가정 파괴됐지만… 노동운동 밀알 된 누나 자랑스러워”

    “공권력에 가정 파괴됐지만… 노동운동 밀알 된 누나 자랑스러워”

    “누가 그러더라고요. 70년대 노동 운동의 시작은 전태일 열사, 끝은 김경숙 열사라고. 자랑스럽지만, 그래도 언제나 누나 생각이 납니다.” 1979년 8월 11일 새벽 2시, 서울 마포구 신민당사 옥상에서 생존권 보장을 부르짖으며 경찰 진압에 저항하던 한 여성 노동자가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스물한 살, 김경숙 열사다. 한때 국내 최대 가발수출업체였던 YH무역의 부당 폐업에 맞서 벌이던 농성 과정에서 발생한 첫 희생이었다. 서슬 퍼런 유신 정권은 ‘경찰 진압과 무관하게 스스로 동맥을 절단한 후 투신 자살했다’고 거짓 발표를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믿지 않았다. 김경숙 열사의 죽음은 ‘나비 효과’처럼 같은 해 10월 부마민주항쟁으로 이어졌고, 10·26 사건이 일어나 유신 정권은 종말을 고했다.40년이 흐른 지난달 28일 서울신문은 김 열사가 가족 생활비와 하나뿐인 동생의 학비를 벌기 위해 떠나온 고향인 광주를 찾아 동생 준곤(58)씨를 만났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평범한 가장인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했다. 또 “누나의 뜻을 이어가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이라고, 경찰의 방해를 받으며 누나를 제대로 떠나보내지도 못했다며 지금도 누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1979년 8월, 당시 상황이 듣고 싶습니다. “전 고3이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형사들이 집에 찾아와선 누나가 죽었다면서 당장 서울에 올라가야 한다더라고요. 형사과장이라는 사람이 경황이 없는 어머니와 외삼촌, 저를 차에 태워 무조건 이동했어요. 그런데 바로 병원에 가지 않고 수원의 한 여관으로 데려가더라고요. 누나를 보지도 못하고 3~4일 동안 수원에 머물렀어요. 숙소도 4~5번은 옮겼어요. 제대로 이유는 말해 주지 않고 ‘누나 상태가 좋지 않다’는 핑계만 댔어요. 어린 나이에 제대로 대꾸도 못했어요. 경찰이 멋대로 결정해서 누나가 화장되기 직전에야 시립병원으로 가 누나를 처음 볼 수 있었지요. 화장이 끝나자마자 다시 경찰차에 실려 광주로 돌아갔습니다.” -경찰이 가족을 감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죠. 나중에 병원에서 마주친 기자가 ‘그동안 대체 어디에 있었느냐’고 묻더라고요. 알고 보니 이미 누나 사건을 알고 있던 기자들이 광주에서 서울로 오는 톨게이트 길목을 무작정 지키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를 알아챈 경찰이 일부러 수원으로 경유한 것이죠. 누나를 화장한 직후에 병원 앞에서 잠깐 기자들과 공식 만남을 가졌지만 주변에 경찰 간부들이 포진해 있어서 제대로 말할 수도 없었어요.” 당시 경찰은 ‘경찰 진압과 무관하게 스스로 투신 자살했다’고 발표했다가 이후 ‘경찰이 진입하기 30분 전 추락해 사망했다’고 정정했다. 모두 거짓 발표였다. 시신을 화장해버렸기 때문에 사인(死因)을 규명할 수도 없었다. 진실이 밝혀진 것은 30년 가까이 흐른 2008년 3월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족하면서다. 위원회는 “주검에 동맥 절단 흔적이 없고, 손등에 쇠파이프로 가격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다. 후두정부에서는 모서리진 물체로 가격당한 치명적인 상처가 있다. 김경숙은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경찰 발표를 믿었나요? “전혀 믿지 않았죠. 누나 친구도 그러더군요. ‘경숙이가 무슨 자살을 하냐. 스스로 뛰어내릴 사람이 아니다.’ 저도 동의했어요. 삶의 의욕이 강한 사람이었어요. 제가 아는 누나는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고3이었던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어요. 사건 때 붙잡혔다가 이듬해 출소한 누나 동료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지요.” 1979년 YH무역 투쟁을 이끈 최순영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은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김경숙 열사가 화장되던 순간도 지켜보지 못했다고 한다. 1980년 1월 출소한 최 지부장은 곧장 광주로 향해 김경숙 열사의 가족을 만났고, 지금까지도 준곤씨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어렸을 때 김경숙 열사는 어떤 누나였나요. “지지 않으려는 성격이었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고, 어머니는 장사를 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누나가 절 업어 키웠죠. 동네 형들한테 맞아 코피라도 흘리고 오는 날엔 먼저 찾아가서 싸워주곤 했어요.” -상경은 언제 했나요. “누나는 초등학교만 나오고, 중학교에 다닐 나이에 봉제 공장이나 누에고치 농장을 다녔어요. 그러다 돈을 더 벌려고 서울로 옮겼어요. 누나가 없었다면 전 고등학교도 다니지 못했을 거예요.” -상경한 누나는 자주 보았는지요. “거의 보지 못했어요. 서울에 있는 3~4년 동안 한두 번 봤나 싶어요. 워낙 쉬기도 어렵고, 차비도 비쌌던 시절이니까요. 아버지 기일에도 거의 내려오지 못하고, 두 달에 한 번씩 편지만 오갔어요. 편지에서도 일이나 서울 생활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가족 얘기만 가득 적었습니다. 미주알고주알 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깐요.” -마지막으로 누나를 만난 게 언제였나요. “사건 넉 달 전인 1979년 4월에 오랜만에 집에 내려와 이틀 정도 머물렀어요. 평소 자기 얘기를 안 하던 누나인데, 야학을 다닌다고 하더라고요. 한문이 어렵다며 저랑 같이 한자 공부도 하던 기억이 나요. 원래 공부를 하고 싶어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일찍 일을 시작한 거라 미안한 마음이 컸지요.” -누나가 노동 운동을 한다는 사실은 알았나요. “어렴풋이 알았어요. 집에 내려왔을 때 YH무역 노동자들의 호소문을 가져와서 보여줬어요. 사장이 돈을 가지고 도망쳐 버리고, 공장 문은 강제로 닫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8월 10일 집에 누나 편지가 도착했어요. 노동자들이 똘똘 뭉쳐 회사 정상화를 외치며 싸우고 있다고. 또 저를 대학까지 보내는 게 본인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누나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경찰이 사과를 한 적은 없었죠? ”전혀 없었죠. 공권력이 우리 가족의 행복을 파괴했지만 아무런 사과도 없었습니다. 저희 가족을 서울로 데려갔던 형사과장은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오래고, 다른 경찰들도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공권력 때문에 우리 누나가 세상을 떠난 건데.” -누나가 많이 그립겠습니다. “누나가 살아 있었다면 제가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미안해요. 조금 적게 먹고, 더 가난하게 살더라도 우리 가족은 행복했을 텐데. 아옹다옹 잘살아갔을 텐데. 늘 누나가 맴돌고, 언제나 아른거려요. 누나 때문에 결국 대학교에도 진학했어요. 원래 공고만 마치고 취업할 생각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에서 제가 대학에 가는 것이 살아가는 이유라고 해서….” -최근 들어 김경숙 열사가 다시 알려지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당시 누나와 YH무역만 있던 것은 아니에요. 이전에도 핍박받은 여성 노동자들이 있었고, 그들을 위해 싸운 사람들이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YH무역과 함께 활동하던 동일방직 노동조합이 있죠. 그분들도 여성 노동자들을 위해 열심히 싸워나갔어요. 모두 기억되길 바랍니다.” -누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노동 환경이 지금보다 더 열악했을 시절 조그만 밀알이 됐던 사람이에요. 모든 것은 씨앗에서부터 시작하니깐요. 우리 노동사에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사진 광주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안녕? 자연] 2100년,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대란 올 것 (연구)

    [안녕? 자연] 2100년,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대란 올 것 (연구)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시행되지 않는다면, 2100년에는 지구에 사는 사람 10명 중 9명이 식량부족으로 인해 배를 굶주리며 살아야 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예측이 나왔다. 기후변화로 인해 식량이 부족해진 현실은 SF 영화에서 종종 등장해 왔다.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미국 SF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2014) 역시 식량위기로 옥수수 밭만 즐비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프랑스 파리 과학인문대학교(PSL) 연구진은 기후 및 작물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 두 가지를 만들고, 여기에 2100년의 전 세계 인구분포 데이터를 대입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가 최악으로 진행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약 90%가 식량이 부족한 생활을 해야 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후상태가 양호하고 식량이 풍부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3% 미만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후변화가 최악의 수준으로 진행된다면 2100년에는 농업 생산성이 2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생산성 감소는 5%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업의 경우 타격이 더 크다. 역시 기후변화가 최악의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2100년에는 어업 생산성이 60%까지 감소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경우 어업 생산성 감소는 10% 정도 수준으로 예상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는 생산성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 적응력이 가장 낮은 열대지역의 가난한 국가의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면서 “온실가스 배출 등을 줄이는 노력을 한다면, 인도 등지의 농부들이 내열성 작물로 전환해 재배하며 식량 위기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협의체(IPCC)는 지난 8월, 기후변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 폭염이 더욱 빈번하고 극심하게 발생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결국 식량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엔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식량 공급 불안정으로 2050년에는 주요 곡물 가격이 최대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인류가 조속히 토지 사용 및 식량 생산 방식을 바꾸고 육류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면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농장에 나무를 심는 혼농임업을 확산시키고 토질 관리를 개선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면 토지 생산성도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27일자)에 게재됐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가난이 장내미생물까지 빈곤하게 만든다

    [달콤한 사이언스]가난이 장내미생물까지 빈곤하게 만든다

    사회경제적 빈곤이 생물학적 빈곤의 원인 공중보건, 사회적 불균형 해결 차원에서도 빈곤해결 필요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옛 말이 있다. 과거를 현재와 같은 잣대로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옛 말에만 의지해 빈곤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방기한다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재산 소유 상위집단과 중산층과 하위계층의 격차가 커지면 커질 수록 사회는 불안정해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많은 국가들은 빈곤층도 최소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그런데 인문사회학자와 도시학자, 생물학자들이 함께 빈곤이 사회적 불안전성과 갈등 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건강과 공중 보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오레곤대 내에 있는 생물학및환경센터, 클라크오너스 교양대학, 인간생리학과, 경영대학원, 저널리즘·커뮤니케이션스쿨, 조경건축학과, 교육대 상담심리학및복지학과, 생태·진화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빈곤층의 장내미생물은 숫자와 종류가 턱없이 적고 유익한 장내미생물도 많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공공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 27일자에 실렸다. 일반적으로 빈곤층은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과 깨끗한 환경를 제공받지 못하고 다양한 사회경제적 차원의 스트레스 때문에 수많은 질병에 노출돼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연구팀은 빈곤이 유익한 장내미생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빈곤층이 쉽게 질병에 노출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장내미생물은 보통 장에서 소화를 돕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장내미생물은 비만, 당뇨, 고혈압과 같은 대사질환은 물론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다발성 신경질환, 각종 정신질환, 체내 염증으로 인한 각종 자가면역질환, 심지어는 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중산층 이상과 빈곤층의 장내미생물 종류와 숫자를 비교해본 결과 빈곤층의 장내미생물 균총의 종류와 숫자가 눈에 띄게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유익한 장내미생물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런 유익한 장내미생물의 부족 때문에 비만과 관련한 대사질환, 우울증과 알콜중독,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에 취약하게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건강의 불균형과 격차를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저소득층의 산전, 산후관리를 통해 산모들부터 유익한 장내미생물을 확보하도록 하고 이것이 영유아들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학교 급식에서 균형잡힌 식단을 제공하고 학내에 정크푸드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빈곤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정기적인 방역과 충분한 녹지지대 확보로 깨끗한 공기와 보건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수잔 이스햅 오레곤대 생물학및환경센터 연구원이자 메인대 교수(동물학·수의과학)는 “미생물은 사람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는 그 미생물이 사회적 균형에도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스햅 교수는 “유익한 장내미생물에 대한 접근은 개인은 물론 공중보건차원에서 중요한 인간의 권리라고 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라며 “국가나 지역사회에서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호혜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균형이나 건강권이라는 차원에서 이해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울지마 톤즈’가 못 담은… 故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울지마 톤즈’가 못 담은… 故이태석 신부의 마지막

    남수단 톤즈에서 사랑을 실천하다 암으로 선종한 이태석 신부(살레시오회)의 10주기(2020년 1월 14일)를 맞아 이 신부를 다시 기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펼쳐진다. 의대를 졸업한 이태석 신부는 2001년 사제 서품을 받고 곧바로 톤즈로 떠나 전쟁과 가난에 시달리던 아이들을 위해 헌신했던 사제. 톤즈의 아이들에게 의사이자 선생님이었고 사제이자 친구였지만 암 투병 끝에 4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우선 이 신부의 선종 10주기를 기념해 제작된 ‘울지마 톤즈: 슈크란바바’가 내년 1월 초 극장가에 선보인다. ‘울지마 톤즈: 슈크란바바’는 KBS미디어가 제작하고, 살레시오회 한국관구가 제작 지원 및 감수한 다큐멘터리 영화. 2010년 개봉 이후 4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울지마 톤즈’의 후속편으로 전편에 미처 담지 못한 이 신부의 인터뷰와 마지막 모습이 공개된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이태석 신부 선종 10주기 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를 발족, 이 신부의 10주기 미사와 함께 1962~2010년 이 신부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10주기 미사는 2020년 1월 12일 오전 11시 광주 살레시오중·고교 성당에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의 주례로 봉헌된다. 미사 참가자들은 담양천주교공원묘원의 이 신부 묘소도 함께 참배한다. 한편 기념사업회는 이 신부의 생애를 담은 영상물을 내년 상반기 공개하고, 전기도 내년 말쯤 발간할 계획이다. ‘이 신부의 나눔 정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전도 마련한다. 2007년 발족한 수단어린이장학회는 톤즈에서 사목 활동을 하는 이 신부를 돕기 위해 소규모 후원을 시작했으며 이 신부가 선종한 뒤인 2013년부터는 후원국을 확대해 동티모르, 말라위, 몽골, 방글라데시, 잠비아, 캄보디아, 필리핀, 에티오피아, 인도, 파푸아뉴기니 등 여러 나라를 지원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배고픔 더는 없기를… 탈북 모자 빈소에 조문행렬

    배고픔 더는 없기를… 탈북 모자 빈소에 조문행렬

    서울 관악구에 살다가 가난 때문에 숨진 탈북자 한상옥씨 모자를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가 2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경기서북부하나센터에 마련됐다. 하나재단은 28일까지 수도권 6곳에 분향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는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낙태 못한 케냐 여성, 모유 대신 콜라 먹여 아기 살해”

    “낙태 못한 케냐 여성, 모유 대신 콜라 먹여 아기 살해”

    낙태를 하지 못한 케냐 여성들이 갓 태어난 아기에게 모유 대신 콜라를 먹여 살해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최근 케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영아 살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케냐 나이로비의 빈민가 키베라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있는 빈센트 오드히암보는 텔레그래프에 “가정을 꾸릴 처지가 아닌 여성들이 신생아에게 콜라를 먹이고 있다. 모유 대신 콜라를 마신 아기는 3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 시신은 쓰레기장이나 강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다”라고 설명했다. 콜라 외에 진저비어(소량의 알코올을 함유한 생강맛 탄산음료)도 영아 살해에 자주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키베라에서는 지난 5월에도 단 7일 동안 8명의 영아가 쓰레기로 뒤덮인 강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키베라정의센터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것 없지만, 영아 살해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서 쓰레기 처리업을 하고 있는 한 남성은 1년에 15구 정도의 영아 시신을 목격한다고 말했다.현지 인권운동가들은 이 같은 영아 살해가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케냐는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낙태법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응급치료가 필요하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에만 임신 중절을 허용한다. 문제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케냐 여성들이다. UN에 따르면 케냐 임산부의 49%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한다. 특히 하루 생활비 1달러 수준의 극빈층은 먹을 것이 없어 성매매에 나섰다가 임신에 이른다. 텔레그래프는 극심한 가난 속에 가뭄과 홍수까지 겹치면서 농사를 망친 케냐인들이 딸과 식량을 교환하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루스 시디(17) 역시 지난 5월 음식을 대가로 식당 주인과 성관계를 가졌다가 임신을 하고 말았다. 케냐에서는 10대 소녀 5명 중 1명이 임신했을 정도로 10대 임신률이 높다. 하지만 이들에게 낙태는 허락되지 않는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거나 아기를 양육할 여력이 없는 여성들은 알음알음 뒷골목의 돌팔이 의사를 찾는다. 하지만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낙태는 임산부의 목숨도 위협한다.세탁일을 하는 메리(26)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초 그녀는 임신 4개월 차에 불법 낙태 시술을 받았다. 보잘것 없는 수입으로 10살짜리 아들과 어머니, 세 명의 여동생을 홀로 부양하고 있는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아기의 아버지도 임신 후 곁을 떠났다.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 진료소를 받은 그녀는 낙태에는 성공했지만 자궁 손상으로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메리는 “손가락만한 태아가 뱃속에서 빠져나간 뒤 심한 하혈에 시달렸다”면서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어디에 물을 곳도 없었다. 친구가 추천한 돌팔이 의사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피임 및 낙태 관련 비정부기구 ‘마리 스톱스 인터내셔널’은 매일 7명의 케냐 여성이 불법낙태수술로 사망하며, 연간 35만 명이 불법 시술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낙태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여성도 매년 12만 명에 이른다. 산모 사망에서 불법 낙태가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전 세계 평균 13%의 3배 가까운 수치다. 이 때문에 여성인권운동가들은 낙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인권운동가 캐롤라인 음와타(당시 37세)가 불법 임신중절 수술 도중 사망하면서 이들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음와타는 임신 5개월 차에 불법 진료소를 찾았다가 자궁 파열로 사망했으며, 경찰은 불법 진료소 주인과 아들, 무면허 의료인과 택시기사 등 6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케냐 종교계는 도덕적 이유를 들어 낙태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이달 12일 나이로비에서 열린 인구와 발전에 관한 국제회의(ICPD)에서 여성의 성적 권리와 출산 권리에 낙태권도 포함시키자는 의견이 나오자 케냐 주교단은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에 낙태 및 동성애를 도입하려는 술책”이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히로시마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손잡은 교황

    히로시마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손잡은 교황

    프란치스코(왼쪽) 교황이 지난 24일 일본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평화기원 행사에서 재일한국인 피폭자 박남주(가운데)씨와 만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박씨가 이 자리에서 ‘전후 가난한 생활에도 긍정적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교황님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2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만남에서 원폭에 의한 파괴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민족 간, 국가 간 분쟁은 가장 심각한 경우라도 대화를 통해서만 유효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히로시마 EPA 연합뉴스
  • 제 31회 아산상에 이석로 병원장…25년 방글라데시 의료 환경 개선

    제 31회 아산상에 이석로 병원장…25년 방글라데시 의료 환경 개선

    아산사회복지재단은 2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31회 아산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지난 25년간 방글라데시에서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한 이석로 방글라데시 코람톨라병원장이 대상인 아산상을 수상했다. 이 원장은 1994년부터 연간 8만명의 저소득 환자들의 질병치료와 병원 자립을 위한 체계를 갖췄다. 또 방글라데시 여성을 위해 간호학교를 설립해 자립을 돕고 장학사업, 임산부 대상 진찰 등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아산상의 상금은 3억원이다. 의료봉사상 수상자로는 소록도 한센인 의료봉사로 시작해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오지 주민들의 질병치료와 교육, 지역개발을 위해 42년간 헌신한 김혜심 약학박사가 선정됐다. 사회봉사상은 46년간 무의탁 노인들의 편안한 생활과 임종, 장례를 책임진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대표 이상옥 헬레나 수녀)가 수상했다. 의료봉사상과 사회봉사상의 상금은 각각 1억원이다. 아산재단은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3개 부문 수상자 9명에게 각각 상금 3000만원을 시상하는 등 총 6개 부문에서 12명(단체 포함)을 선정해 총 7억 7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히로시마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손 잡은 교황

    히로시마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손 잡은 교황

    일본을 방문해 ‘핵무기 없는 세상’을 호소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4일 인류 첫 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를 만났다. 요미우리신문은 25일 “교황이 24일 밤 히로시마시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평화기원 행사에서 재일한국인 피폭자 박남주(87)씨와 악수를 나눴다”며 “감개무량한 표정의 박씨는 전후 가난한 생활에도 긍정적으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교황님의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씨는 “전쟁은 이제 필요 없다. 무기의 굉음은 이제 필요 없다. 고통은 이제 필요 없다”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언급하며 “교황님 말씀대로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이 사라지기만 간절히 기원할 뿐”이라며 묵주를 꼭 쥐었다. 원폭 투하 당시 히로시마시립여중 1학년(13세)이었던 박씨는 폭발 중심지로부터 1.9㎞ 떨어진 곳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가다 피폭당했다. 유리 파편에 머리를 다친 채 불길에 휩싸인 전차에서 겨우 빠져나와 목숨을 건졌지만,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안고 가난 및 차별과 싸우며 살아왔다. 박씨는 이역만리 타향에서 원폭에 희생당한 한국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결성한 한국원폭피해자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등 피폭의 참상을 증언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 왔다. 교황은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여러 장소에서 모여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었고 그중에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장소의 모든 희생자를 기억에 남긴다”고 말했다. 공원에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심장병 발병 확률,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50% 더 높다”

    “심장병 발병 확률,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50% 더 높다”

    가난한 사람들이 왜 부유한 사람들보다 심장질환에 잘 걸리는지를 수면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과학자들이 주장하고 나섰다. 스위스 로잔대 두샨 페트로비치 박사팀이 유럽인 총 11만1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50% 더 높은 경향을 발견했다. 이는 특히 여성(58%)의 경우 남성(48%)보다 두드러졌는데 원인은 수면 부족 탓일 수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페트로비치 박사는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직업과 수면 시간의 관계가 약하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여성은 종종 신체적이고 심리사회적인 부담을 받는 수작업이거나 저임금 직업을 갖고 있는 데다가 가정의 책과 스트레스를 함께 짊어지는 데 이런 영향이 남성보다 수면과 건강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수면 부족이 사람들의 심장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기존 연구자료 8건을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다양한 요인에 관한 설문조사에 답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이들 참가자가 하룻밤에 평균적으로 얼마나 자는지(평균 수면 시간)부터 직업은 무엇이고 소득은 얼마나 되는지(사회경제적 지위), 그리고 의료기록 등을 통해 심혈관계 질환 발병 여부를 알 수 있었다. 또한 모든 참가자는 심장 건강 상태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 검진을 받았다. 그 결과, 저소득층 남성의 약 13.4%는 자신의 심장질환이 지속적인 수면 부족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이 연구에서는 밤 사이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인 경우를 짦은 수면 즉 수면 부족으로 봤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빈곤층은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청구서를 지불하기 위해 투잡 이상을 뛰어야 해서 잠잘 시간조차 부족할 수 있다면서 이들은 또 돈 걱정에 잠을 설치거나 층간 소음 등 이웃에 의해 잠에서 깰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페트로비치 박사도 “사람들이 잠을 더 잘 수 있게 하려면 사회 각층의 구조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수면 장애의 중요한 원인인 소음을 줄이려면 새로 짓는 모든 주택에 이중 유리창의 설치를 의무화하거나 교통량을 제한하고 또는 공항이나 고속도로 근처에는 주거지 조성을 제한하는 정책 등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유럽심장학회(ESC)가 발간하는 학술지 ‘심혈관 연구’(Cardiovascular Research) 최신호(22일자)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실종 3년 만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美 해군 전역자

    실종 3년 만에 자신의 아파트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美 해군 전역자

    3년 전부터 가족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고 신고한 미 해군 전역자가 자신의 아파트안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로널드 웨인 화이트가 살던 텍사스주 댈러스 데소토 주상복합지구의 3층 건물 관리인이 몇년째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미심쩍게 여겨 맨 위층 구석진 아파트의 문을 부수고 들어갔더니 고인이 주방 바닥에 누운 채 숨져 있었다고 영국 BBC 등이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사는 어머니 도리스 스티븐스를 비롯한 가족들은 오래 전부터 당국에 여러 차례 신고했는데도 당국이 자택조차 수색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세상을 떠날 때 나이가 51세였던 화이트는 군 전역 후 국방 관련 사업을 벌였고 부인과 이혼 뒤 혼자 살았으며 해외 출장이 아주 잦았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한달에 두 차례 저도 안부 전화를 하곤 했는데 3년 전부터 뚝 끊겼다. 도리스는 여러 경찰서에 아들이 실종됐다고 신고했지만 번번이 아들이 성인이며 해외로 출장 갔을 것이란 말만 되풀이해 들었다며 수사 팀조차 꾸려지지 않았다고 어이없어 했다. 사립탐정을 고용하고 싶었지만 가난해 그러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녀는 댈러스의 ABC 계열 WFAA TV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장 커다란 의문은 세상에나, 우리 아들이 자기 아파트에서 숨져 있었는데 어떻게 누구도 모를 수 있었느냐”라고 되묻고 “그 숱한 나날, 휴가를 보내면서까지 아무도 그를 찾는 데 도와주지 않으려 해서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아파트가 3층 짜리 현대식 건물의 북서쪽 구석에 자리하고 모든 창문들을 걸어 잠근 상태라 오랫동안 주검이 눈에 띄지 않았다고 방송은 전했지만 사실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데소토 경찰서의 피트 슐트 형사는 고인의 월세는 해군 전역 자금에서 몇년치를 한꺼번에 선납했으며, 2년 전 아래층 주민이 지붕에 누수가 발생했다고 신고했다가 나중에 괜찮다고 하는 바람에 정비공들이 아파트에 들어갈 기회를 날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관들이 처음 아파트에 들어갔을 때 고인이 죽기 전 한동안 아파트에 머물렀음을 알아챌 수 있었으며 아무런 범죄나 범법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아파트 안에서는 그가 3년 전 당뇨병 치료를 받은 사실을 보여주는 문서가 발견됐고 덮개를 씌운 그의 픽업 트럭이 근처 주차장에서 발견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치료비 대신 아기 시신 볼모 삼은 병원에 오토바이 택시 ‘떼법’ 써 장례

    치료비 대신 아기 시신 볼모 삼은 병원에 오토바이 택시 ‘떼법’ 써 장례

    가난한 부모가 치료비를 내지 못하자 병원은 생후 6개월 된 아이 시신을 내주지 않았다.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장례는 곧바로 치러야 하는데 답답한 노릇이었다. 소식을 들은 아이 삼촌의 동료들인 오토바이 택시 운전자들이 우르르 몰려가 항의하자 병원은 도리 없이 시신을 내줬다. 인도네시아 파당의 M 드자밀 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수술대에 올랐지만 지난 19일 아침에 세상을 떠난 알리프 푸트르의 시신을 인도하라고 오토바이 택시 운전자들이 항의하자 보안요원들도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순순히 영안실에 있던 푸트르의 시신을 내줬다. 아이 부모가 내지 못한 치료는 . 항의 시위를 기획한 와르디안샤는 “가족들이 2500만 루피아(약 209만원)를 지불하지 못해 아이 장례를 치르지 못한다는 소식을 듣고 행동에 옮겼다”면서 “처음엔 경비들도 우리를 막아서려 했지만 우리 수가 너무 많아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병원에 떼로 몰려가 아이 시신을 되찾는 과정을 담긴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당연히 이런 행동이 올바른 것인가 비판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한켠에서는 이런 일이 하도 많아 심드렁해 하는 이들도 있었다. 조코 위도도 정부는 보편적 복지 프로그램을 전국에 걸쳐 시행하고 있지만 기금 부족 때문에 많은 가난한 가정이 등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 엄마인 드위 수리야는 눈물이 글썽인 채로 장례식 도중 알리프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복지 프로그램에 막 가입하려던 차였다고 설명한 뒤 “병원은 우리 보고 당장 치료비를 지급하라고 했다. 정부의 절차는 시간만 질질 끌었다. 해서 운전자들이 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완력으로 알리프를 끌고 나왔다. 불쌍한 알리프는 영안실에서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뒤늦게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유시르완 유수프 원장은 병원 이사회가 수술비를 부담할 것이라며 “병원 간부에게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했을 때에야 가정 형편을 알게 됐다. 우리는 공공병원으로서 돈이 있는지를 따져 치료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오토바이를 몰고 떼로 몰려와 항의한 행동은 무례하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병원 운영 규칙을 갖고 있는데 이것이 무시됐다. 무람한 일이다. 만약 시신 때문에 다른 질환에 감염이라도 되면 어떡하느냐? 누가 책임 질 것이냐”고 되물었다. 시위를 조직한 알피안드리는 “병원이 좋은 평판을 얻도록 하기 위한 일이었는데 동료들을 대표해 잘못했음을 사과 드린다. 우리는 절차를 몰랐고, 시간이 너무 걸려서 우선 행동에 옮긴 것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美 플로리다 고교 땅밑에 145구의 시신, 알고 보니 70년 전 공동묘지

    美 플로리다 고교 땅밑에 145구의 시신, 알고 보니 70년 전 공동묘지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레이더로 탐사했더니 교정 땅밑에 145명의 유해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20세기 중반에 가난한 이들의 공동묘지로 쓰이던 부지 위에 학교 교사를 건립한 것이었는데 이제야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영국 BBC는 21일(이하 현지시간) 킹 고교에 최근 제보가 들어와 레이더 탐지를 한 결과 현재 공터와 농업 교사로 쓰이는 건물 땅밑 1~1.5m에 관들이 묻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사실 레이더 탐지로는 지하에 묻힌 물건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단 모양으로 봤을 때 공동묘지였다는 기록과 일치한다고 방송은 전했다. 1942년 리지우드 공동묘지가 들어섰는데 1957년 개인 기업에게 팔려 넘어갔다. 지역 교육청이 2년 뒤 부지를 매입해 1960년 이 학교가 문을 열었는데 까마득히 몰랐다는 것이다. 관련 기록을 찾아 보니 공동묘지에 매장된 사람은 250명이 넘었고 대부분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었다. 77명은 영유아였다. 제프 이킨스 교육청 장학사는 건물을 철거하고 관들을 옮길 계획이라며 “우리는 이곳에 묻힌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록의 매장 숫자와 레이더 탐지 결과가 다른 이유로는 썩어 없어졌거나 유실됐거나 어린이 유해들이어서 레이더가 탐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유색인종 전진을 위한 전국연맹의 지방 책임자인 이브티 루이스는 탬파베이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마음이 매우 아프다. 나처럼 생긴 사람에 대해 적개심을 갖는 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미워했다는 것과 그들이 덜 사람답게 취급했다는 것이 날 정말 슬프게 만든다”고 말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미학 스캔들(진중권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2016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영남 그림 대작 사건’에 대해 미학자 진중권이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그는 “현대미술에 대한 몰이해가 빚어낸 소극”이라며 “이미 수십년 전에 창작의 정상적인 방법으로 확립된 관행을 여전히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404쪽. 1만 8900원.한국 출판계 키워드 2010-2019(기획회의 편집부 엮음,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펴냄) 출판전문지 ‘기획회의’에서 발표한 2010년대 주요 키워드를 연도별로 갈무리했다. 2010년 아이패드가 출시되고, 2010년대 중반 이후 스마트폰의 성장 등 기술 변화와 궤를 같이한 출판의 변화를 출판인, 기자, 작가 등이 선별한 키워드로 살펴본다. 548쪽. 3만원.밀레니얼, 386 시대를 전복하라(백경훈 외 10명 지음, 글통 펴냄) 민주화 운동권 세대로 상징되었지만, 어느덧 50대 기성 세대가 된 ‘386’에 대한 밀레니얼 세대의 비판을 담았다. 20세부터 39세까지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필진 11명이 역사, 정치, 경제, 통일, 안보 등 각 분야에 대해 썼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해제를 맡았다. 350쪽. 1만 5000원.대리모 같은 소리(레나트 클라인 지음, 이민경 옮김, 봄알람 펴냄) 호주의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쓴 대리모에 관한 비판서. 여성의 장기 건강과 재생 문제에 관해 연구해 온 저자는 다수의 대리모는 가난한 국가 출신인 낮은 계층의 교육받지 못한 여성이며 안전성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지금 당장 대리모를 중단하라”고 주장한다. 248쪽. 1만 5000원.닥터 셰퍼드, 죽은 자들의 의사(리처드 셰퍼드 지음, 한진영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 미국 9·11 테러, 영국 다이애나비 사망사건 등 굵직한 사건에 참여한 법의학자의 회고록. 30년 법의관 생활을 훑어보며 자연사와 수상한 죽음, 살인사건과 정당방위, 아동학대와 돌연사 등 다양한 사건과 사례를 통해 인간의 삶과 죽음을 증언한다. 464쪽. 1만 8500원.호기심의 탄생(마리오 리비오 지음, 이지민 옮김, 리얼부커스 펴냄)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리처드 파인만까지 호기심을 가진 인류가 등장한 배경을 탐구한 저작. 심리학자, 신경학자 등 호기심이 많다고 생각되는 이들을 인터뷰해 자문을 구한 저자는 “중세시대에 인간을 특징짓는 지식의 독단적인 허세를 버리고 그것을 호기심으로 대체한 우리는 이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312쪽. 1만 7000원.
  • [데스크 시각] 아직도 오지 않은 ‘노동의 새벽’/박상숙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아직도 오지 않은 ‘노동의 새벽’/박상숙 정책뉴스부장

    “돈 많고 권세 높은 집 도련님들이 그 고공에서 일을 하다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죽었다면, 한국 사회는 이 사태를 진작에 해결할 수 있었다. 정부는 기업을 압박하거나, 추경을 편성하거나, 행정명령을 동원하거나 간에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층에서 떨어지는 노동자들은 늘 돈 없고 힘 없고 줄 없는 사람들이었다.”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인 소설가 김훈의 글을 읽다가 ‘쿵’ 하고 속에서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말대로 ‘낙엽처럼 떨어져’ 목숨을 잃은 건설 노동자들의 뉴스는 숱하게 접했지만, 불안한 일터를 오가는 그들의 처지가 크게 와닿진 않았다. 벼락같은 그의 통찰에 다단계 하도급, 하청업체, 비정규직이란 완곡 표현에 가려져 있던 희생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 즉 ‘계급’을 자못 실감했다. 영화 ‘기생충’ 마지막 장면에서 여전히 반지하에 머물며 이루지 못할 꿈을 꾸는 주인공 기우를 봤을 때의 우울한 감정이 겹쳐졌다. 지난해 12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지지부진했던 개정안은 그달 터진 태안발전 하청업체 노동자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사망사고에 빚져 국회 문턱을 넘었다. ‘김용균법’으로 여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산안법 개정안은 그러나 “기업의 책임을 묻기엔 시기상조”라는 재계의 상투적 논리가 먹히면서 입법 과정에서 한 차례 물렁해졌다. 대표적으로 중대 사고를 일으킨 기업과 기관에 과실치사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목이 빠졌다. 지난 4월 입법예고된 시행령 개정안은 노동인권 사각지대를 없애려고 백방으로 뛴 김용균씨 어머니와 시민사회를 절망시켰다. 노동계는 오히려 하위 법령이 상위법의 취지를 비틀어 김용균씨의 죽음을 헛되게 만들었다고 본다. 도급 금지 및 도급 승인 작업의 범위를 좁게 설정하면서 김용균씨를 스러지게 한 발전소 업무를 빼버렸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지만 끔찍한 사고가 일어난 현장과 업무를 배제한 건 ‘수많은 김용균’을 배려하지 않은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란 허무 개그 속에 이런 시행령을 밀어붙일 수 있는 건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에 내몰린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소위 ‘있는 집 자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로 작가의 일침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사람이 죽고 다치는 참혹한 노동 현실을 고발한 박노해 시인의 ‘노동의 새벽’은 1984년에 나왔다. 책이 나오고 강산이 세 번 넘게 변했지만 시집의 내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소득 3만 달러에,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지금도 매년 2000명 이상의 생때같은 목숨이 소멸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 시절 가난했던 노동자의 2세들이 대를 이어 다치고 죽어 나가는 현실은 ‘공화국 코리아´가 신분사회로 퇴보했다는 의심마저 갖게 한다. 28년 만에 산안법 개정이 가능했던 건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굳은 의지 때문이다. 부산의 변호사 시절부터 그는 열악한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뛴 걸로 유명하다. 대선 후보가 되고 “안전 때문에 눈물 짓는 국민이 단 한 명도 없게 만들겠다”고 한 공약에는 진심이 어려 있다. 그러나 그 진정성은 뒷걸음질치는 시행령 탓에 빛이 바랠 지경이다. 내년 1월 시행될 개정령은 국무회의 상정을 앞두고 마무리 중이다. ‘죽음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주요 내용들을 시행령에 포함하거나 강화하라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귀담아듣는 것 같지 않다. ‘늘 돈 없고 힘 없고 줄 없는’ 이들과 관련된 법이어서 그럴지 모른다는 심증이 물증으로 굳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okaao@seoul.co.kr
  • SM ‘21세기판 라이브 에이드’ 내년 9월 서울 유치

    SM ‘21세기판 라이브 에이드’ 내년 9월 서울 유치

    ‘21세기판 라이브 에이드’라 불리는 사상 최대 규모 자선공연의 아시아 공연이 내년 9월 한국에서 열린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오른쪽) 총괄 프로듀서와 김영민 총괄 사장 등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글로벌 시티즌의 공동창립자인 사이먼 모스(왼쪽) 등을 만나 ‘글로벌 골 라이브: 더 파서블 드림’ 공연의 아시아 개최지를 한국 서울로 확정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글로벌 시티즌이 2030년까지 전 세계 193개 유엔 회원국가 정부와 지도자, 자선가, 민간단체 등과 힘을 모아 가난한 국가들을 돕는 기금 마련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글로벌 시티즌은 2009년부터 10년간 각 국가와 기업들로부터 56조 6천억원 상당의 기부금을 후원받았다. ‘글로벌 골 라이브: 더 파서블 드림’은 음악과 캠페인 운동을 결합해 기아, 불평등, 환경오염 등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는 취지로 열린다. 내년 9월 26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 등 전 세계 5개 대륙에서 동시에 개최되며 10시간에 걸쳐 생중계된다. 사상 최대 규모 공연답게 라인업도 화려하다. 콜드플레이, 메탈리카, 뮤즈, 어셔,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SM 소속의 엑소, 보아, 슈퍼엠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수만 프로듀서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자선 공연을 한국에 유치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공연 총감독으로서 아티스트들과 관객, 시청자가 하나가 돼 세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공연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매지 토마스는 글로벌 시티즌을 대표해 ”케이팝 가수들과 그들의 음악은 현재 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문화와 사람들간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며 ”케이팝을 사랑하는 팬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특별한 플랫폼을 제공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행촌동·백양로·외솔관… 독립문 앞 숙연해지는 시간

    [흥미진진 견문기] 행촌동·백양로·외솔관… 독립문 앞 숙연해지는 시간

    3·1운동 100주년에 찾은 서대문독립공원 이곳저곳은 전날 비 온 뒤의 날씨와 맞물려 스산했다. 탑골공원에서 옮겨져 지난 8월 건립된 3·1독립선언기념탑을 기점으로 시작된 투어는 항일투쟁으로 순국한 선열들의 족적이 좌우에 배치돼 누구보다 나라를 위했던 그들의 정신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밥 먹을 때마다 나라를 생각했다’는 장병하 애국지사의 족적은 찡한 여운을 남겼다. 여운을 뒤로하고 파리의 개선문을 본떠 화강석으로 건립된 독립문 앞에 섰다. 물리적 규모보다는 가슴에 크게 새겨야겠다는 해설사의 말씀을 듣고 잠시나마 초라하게 보였던 독립문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며 절로 숙연해졌다. ‘한글이 곧 목숨이다’며 일제강점기 때 한글을 지킨 독립운동가 외솔 최현배 선생의 작품 ‘사주오 두부장수’의 배경이 된 행촌동의 자취를 따라 걸었다. 작품 속처럼 ‘생선 사려’, ‘새우젓 사오’라는 골목길의 외침 소리는 사라졌지만 대신 옛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무악동 선교본당을 볼 수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그들이 스스로 주인임을 알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설명으로 자주독립과 계몽을 위해 애쓴 선열들의 뼈아픈 현실과 그 현실을 해학적인 표현으로 풀어낸 최현배 선생의 ‘사주오 두부장수’의 내용이 예스러운 풍경과 겹치며 시대적 상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일행은 석교감리교회와 영천시장을 지나 연세대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은행나무잎을 사뿐히 밟으며 곧게 뻗은 백양로를 걷다 보니 연세대 초대 부총장과 30여년간 교수로 몸담았던 최현배 선생의 호를 딴 외솔관을 마주할 수 있었다. 외솔관은 교정의 제일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건물 뒤쪽으로 작은 동산이 있고 나무들이 울창했다. 민족의 정신과 얼은 곧 말에서부터 나온다는 주시경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글교육과 국어의 문법체계를 만드신 최현배 선생의 업적과 작품의 해설을 들으며 가치 있는 투어를 했다는 흡족한 마음으로 마무리했다. 김미선 책마루독서교육연구원
  • [미래유산 톡톡] 어려운 시절 따뜻한 정 담긴 작품… 읽다보면 미소가

    [미래유산 톡톡] 어려운 시절 따뜻한 정 담긴 작품… 읽다보면 미소가

    최현배 선생의 ‘사주오 두부장수’는 짧은 산문으로 정과 해학이 있는 작품이다. 1940년 민족주의 글을 싣기 위해 만들어진 잡지 ‘문장’지에 실렸다.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으로 해방 전 어두운 시절을 보내던 독자들에게 힘을 실어 줬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내용은 행촌동의 도붓장수 중 하나인 두부장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부장수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두부팔이 외침과 더 얹어주거나 외상으로도 주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어느날 두부장수가 나타나지 않자, 외상값을 못 갚은 가족은 두부장수를 걱정한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자 놀라고 반가워하며 외상값 받으러 오라고 당부한다. 이런 모습들이 아주 짧은 작품 속에 정겹게 녹아 있다. 어려운 시절에 사람들 간에 오가던 따뜻한 정을 묘사한 이 작품을 읽다 보면 해방 전이나 지금이나 시대를 초월해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한다. 석교감리교회는 일제강점기 때인 1910년 5월 미국의 남감리교 선교사인 로버트 하디(하리영)가 서대문 밖에서 전도활동을 하며 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곳이다. 처음엔 한옥을 예배당으로 개조해 사용했다고 한다. 신도가 늘어나자 석교교회 건립을 추진하게 됐는데 교인 대부분이 가난한 성문 밖 주민들이어서 건축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미국에서 헌금이 모여 1917년 2층의 적벽돌 교회로 준공됐다. 종탑은 1950년대에 증축됐다. 석교교회는 1층 회당 입구에 수직성을 강조한 첨두아치와 강당식 평면을 갖춘 건축물로 고딕 양식의 원형을 건립 당시의 모습으로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다. 건축사 및 종교사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교회명 ‘석교’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인근 영천시장 입구 쪽으로 무학천이 흐르고 돌다리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일제 말기인 1930년대에 ‘황민화정책’이 시행되면서 저항해 순교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대부분의 기독교는 생존을 위해 순응했고, 석교교회도 그중의 하나였다. 아픈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고 돌아보게 해 주는 유적으로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윤정 서울 도시문화지도사
  • [단독] “제보 후 내 삶 파탄… ‘합격’ 믿기지 않아”

    [단독] “제보 후 내 삶 파탄… ‘합격’ 믿기지 않아”

    다스 입사 18년간 이상은 회장 보좌 10여곳 취업 면접 봤지만 모두 ‘쓴잔’ 내가 어려움 처했을 땐 모두가 외면 의료원은 채용 과정 블라인드 진행“공익제보 이후 한국에서 정직하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고, 사기 치고 거짓말하면 부자가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폭로했던 ‘공익제보자’ 김종백(43)씨가 경기도의료원 감사실장으로 내정됐다. 의료원 본부 및 산하 6개 병원 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김씨는 20일 서울신문에 “공익제보 이후 일자리를 구하려고 입시학원 등에서 열 번 넘게 면접 봤지만 ‘내부고발자’라는 낙인 탓에 고배를 마셨다”며 “문자로 온 ‘최종합격’ 네 글자를 봤을 때 머리가 멍해졌다.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인 의료원은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해 합격한 것 같다는 게 그의 추측이다. 전직 다스 직원인 김씨는 2017년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1000%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핵심 자료를 언론·검찰 등에 제보했다. 1997년 입사해 2015년 사직 때까지 18년간 근무했는데, MB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운전기사 겸 ‘집사’ 역할을 했다. 그가 감사 비서실과 총무실 등에서 일할 때 모은 다스와 MB의 비자금 조성 자료, 다스 상속세 관련 청와대 문건 등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쓰였다. 정의는 세웠지만 개인의 삶은 산산조각 났다. 그는 “회사들이 채용할 것처럼 하다가 이력서를 확인한 뒤 ‘부득이하게 채용이 취소됐다’고 통보하는 등 노골적으로 꺼렸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게 됐지만 하루에 20시간 넘게 일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면서 “‘주군을 배신했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과도 1년째 떨어져 지낸다. 아직 어린 두 아들이 자신과 함께 있는 모습이 눈에 띄면 괜히 얘기가 나올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씨는 “제보 당시에는 정치인과 언론 등이 달라붙었다가 막상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 국회의원이 식사 자리에 초대해서 갔는데 당원 모임이었다. 나를 소개하고 박수는 의원이 받았다. 언론사들도 기사 한번 쓸 때나 나를 찾았다”고 말했다.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정으로 신고자들에 대한 보호·보상제도가 마련됐지만 언론, 시민단체에 한 제보는 법이 보호하는 공익제보에서 제외되는 등 미흡한 점이 많다. 2007년 삼성 법무팀장으로 일하다 비자금 실태를 공익제보한 김용철 변호사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2011년 광주시교육청 감사관으로 들어오기 전까진 실업자로 지냈다”고 회고했다. MB 정부 민간사찰을 폭로했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은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까지 했다. 장씨는 지난 6월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재취업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단독] “다스는 MB 것” 공익제보자 김종백씨, 경기도 공공병원 감사 책임진다

    [단독] “다스는 MB 것” 공익제보자 김종백씨, 경기도 공공병원 감사 책임진다

    경기도 의료원 감사실장으로 채용“제보 뒤 구직 면접에서 매번 고배정치권·언론도 어려울 땐 외면해”장진수 전 주무관 등 재취업 사례 늘어공익신고자 보호법 등은 여전히 미흡“공익제보 이후 한국에서 정직하면 가난을 벗어나기 어렵고, 사기치고 거짓말하면 부자가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실소유주임을 입증한 결정적 증거를 폭로했던 ‘공익제보자’ 김종백(43)씨가 경기도 의료원 감사실장으로 내정됐다. 의료원 본부 및 산하 6개 병원 감사 업무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김씨는 20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공익제보 이후 일자리를 구하려고 입시학원 등에서 열 번 넘게 면접 봤지만 ‘내부 고발자’라는 낙인 탓에 고배를 마셨다”면서 “(공공기관인) 의료원은 블라인드 채용으로 진행해서 합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의료원 감사실장 채용 공고를 우연히 보고 지원했다고 한다. 전직 다스 직원인 김씨는 2017년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것이라고 1000%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핵심 자료를 언론·검찰 등에 제보한 인물이다. 1997년 입사해 2015년 권고사직 때까지 18년간 근무했는데 MB의 큰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의 운전기사 겸 ‘집사’ 역할을 했다. 그가 회사의 감사 비서실과 총무실 등에서 일할 때 모은 다스와 MB의 비자금 조성 자료, 다스 상속세 관련 청와대 문건, MB가 BBK 투자금을 부당 환수하는 과정이 담긴 문건 등은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결정적 자료로 쓰였다.정의는 세웠지만 개인의 삶은 산산조각났다. 그는 “회사들이 채용할 것처럼 하다가 이력서를 확인한 뒤 ‘부득이하게 채용이 취소됐다’고 통보하는 등 노골적으로 꺼렸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 한 버스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게 됐지만 하루에 20시간 넘게 일하는 등 격무에 시달렸다”면서 “‘주군을 배신했다’고 수군거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말했다. 가족들과도 1년째 떨어져 지낸다. 아직 어린 두 아들이 자신과 함께 있는 모습이 눈에 띄면 괜히 얘기가 나올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다. 김씨는 공익제보자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보 당시에는 정치인과 언론 등이 달라붙었다가 막상 취업이 안 돼 어려울 때는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더라”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 국회의원이 식사 자리에 초대해서 갔는데 당원 모임이었다. 나를 소개하더니 자신이 박수받았다. 언론사에서도 기사 한 번 쓸 때나 나를 찾았다”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최근 공익 제보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구직에 성공하는 모범 사례들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에 임명된 ‘MB 정부 민간인 사찰’ 관련 제보자 장진수(46)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과 2017년 서울공고에 특채된 사학비리 폭로자 김형태(54) 교사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교육청은 2016년 공익제보자 지원·보호 조례를 만들어 교육 비리를 폭로했다가 일터에서 쫓겨난 교직원들을 다시 채용하는 등 각 기관들이 나름의 보호책을 만들고 있다.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도 많다. 2011년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되며 신고자들에 대한 보호·보상제도가 마련됐지만 언론, 시민단체에 한 제보는 법이 보호하는 공익제보에서 제외되는 등 허점이 있다. 법률상담, 소송, 행정신고 등 공익제보자 보호와 지원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곳은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나 호루라기재단 등이 전부다. 2007년 삼성 법무팀장으로 일하다 비자금 실태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2011년 광주시교육청 감사관으로 들어오기 전까지는 몇 년간 실업자 신세로 지냈다”고 과거 어려움을 털어놨다. MB 정부 민간사찰을 폭로했던 장 전 주무관도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기도 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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