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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품 손수레 끄는 할머니들, 사회가 빚은 고단함

    폐품 손수레 끄는 할머니들, 사회가 빚은 고단함

    가난의 문법/소준철 지음/푸른숲/304쪽/1만 6000원 ‘1945년생 윤영자’의 생애경로를 통해 노인, 특히 여성노인의 ‘가난의 구조’를 탐색했다. ‘윤영자’는 가공의 인물이다. 동시대 여성들이 ‘일반적인 생애주기’를 거쳤다고 여겨지는 사건들을 반영해 만들었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 견준다면 ‘45년생 윤영자’쯤 되겠다. 다만 소설이 아닌, 저자가 2015~2019년 벌인 현장 조사를 토대로 쓴 사회비평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비중이 가장 높은 건 현재의 노인 세대다. 사회보험 제도가 정착하기 전에 노인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올 초 행정안전부가 밝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00만명. 이를 노인빈곤율 44%에 대입하면 얼추 400만명 가까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꼴찌에 해당하는 수치다. 평균가처분소득 역시 꼴찌. 반면 65~69세 고용률은 두 번째, 70~74세 고용률은 가장 높다. 쉽게 말해 한국의 노인들은 일은 많이 하면서 가난하게 산다는 뜻이다. 여성 노인들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하다. 남성 노인은 대개 진학부터 취업과 결혼, 은퇴로 이어지는 ‘사회적 경로’를 거쳐 나이가 들지만, 여성은 진학 이후 잠깐의 취업과 결혼, 육아를 거쳐 자녀와의 분리로 이어지는 ‘개인화된 경로’를 거친다. 남성에 비해 임금노동자가 될 기회가 적었고, 이로 인해 경력과 숙련이 미흡한 상태에서 삶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여성 노인의 가난은 이전의 한국사회가 만들어 낸 구조적 결과물이란 얘기다. 하지만 노인에 대한 국가의 지원책은 딱히 없다. 사회가 반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노인들은 생존을 위해 제도 밖의 노동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생존 경로가 바로 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것이다. 저자는 “사회가 할 일은 재활용품 판매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득을 얻게 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 노인들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더 나은 기초소득을 가질 방법을 고민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불완전하지만 믿을 만한 인류 역량의 결과물, 백신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불완전하지만 믿을 만한 인류 역량의 결과물, 백신

    6가지 백신이 세계사를 바꾸었다/김서형 지음/살림/266쪽/1만 6000원 인류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영국이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해당 백신에 대한 데이터가 긴급승인 지침에 부합하며 안전성이 양호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2020년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가 2020년을 마무리하며 극복을 위한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김서형 러시아 빅히스토리 유라시아센터 연구교수는 책을 통해 인류사를 바꾼 여섯 가지 백신과 그것이 이뤄 낸 역사를 조명한다. 천연두, 광견병, 결핵, 소아마비, 홍역, MMR(홍역·볼거리·풍진 혼합백신) 백신이다. 천연두는 현생 인류 탄생과 함께 기승을 부렸는데, 2세기 중후반 로마제국에 창궐해 무려 500만명 이상이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갈레노스 역병’이다. 16세기 아즈텍과 잉카 문명의 멸망 원인 중 하나도 천연두였다는 사실도 잘 알려졌다. 1790년대 후반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발견하고 널리 전파했지만, 19세기 초까지도 미국 사회에서 천연두는 ‘신의 형벌’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백신 접종은 그 형벌을 피하는 일이기 때문에 신의 의지에 반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 국민은 물론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도 천연두 예방접종 혈청을 맞도록 강권했다. 저자는 그래서 토머스 제퍼슨을 ‘천연두 대통령’으로 불러도 손색없다고 강조한다. 한때 ‘불주사’로 불렸던 결핵예방백신(BCG)은 로베르트 코흐와 알베르 칼메트의 집요한 연구 덕이다. 코흐는 1882년 결핵균을 처음 발견했고, 그에 관한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다. 틀린 부분도 있지만, 결핵 관련 연구를 촉발했고 결국 1921년 알베르 칼메트 등이 BCG를 발명한다. 전 세계 인구 중 20만명 이상이 결핵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에서 BCG는 보건의 중요성을 넘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백신 논란도 피해 가지 않는다. 백신은 완벽한 치료제도 아니며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저자는 전염병의 역사를 훑으며 이를 이기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백신이 태어났음을 강조한다. 백신이 한 사회, 넓게 보면 인류의 역량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여러 백신은 나름 믿을 만한 것이 아닐까. 한 걸음 더 나아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서둘러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게까지 고루 접종될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한다.
  • [책꽂이]

    [책꽂이]

    렛 어스 드림(프란치스코 교황 지음, 강주헌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 우리는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섬겨야 한다고 상기시킨다. 더 나은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의료, 토지, 주택, 일자리를 함께 나누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332쪽. 1만 8000원.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리처드 랭엄 지음, 이유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인간 본성의 수수께끼를 진화적 탐구로 풀어 가는 책.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과 교수인 저자는 ‘자기 길들이기’ 등의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폭력과 이타주의, 전쟁과 협력, 사형과 도덕 등의 주제들을 다룬다. 특히 강한 야만성에 맞서는 사회적 관용과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480쪽. 2만 2000원.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프릿 바라라 지음, 김선영 옮김, 흐름출판 펴냄)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린 뉴욕남부지검 검사장 프릿 바라라의 실천적 정의론. 정의의 현실적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법 시스템과 집행 주체인 인간의 한계를 꼬집으면서 정의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 인지해야 할 사실이 무엇인가를 논리적으로 전한다. 428쪽. 1만 8000원.앨버트 허시먼(제러미 애덜먼 지음, 김승진 옮김, 부키 펴냄) 독창적 관점의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의 일대기. 사상적 뿌리가 마르크스주의에 닿아 있지만 공산주의적 유토피아에 동조하지 않았고, 시장에 대한 신뢰를 갖되 시장만능주의에 휩쓸리지 않았다. 20세기 격동의 현장을 겪어 낸 숙고하는 활동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의 지적 여정을 추적한다. 1256쪽. 5만 5000원.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미셸 딘 지음, 김승욱 옮김, 마티 펴냄) 여성 저널리스트이자 비평가인 저자가 20세기 뉴욕을 일군 여성 작가들의 성취를 조명한다. 헤밍웨이, 피츠제럴드처럼 성 하나로 작품을 떠올릴 수 있는 남자 작가들이 빽빽한 문학사 연대표에서 소외된 파커, 아렌트, 매카시, 손택 등을 새롭게 호명했다. 528쪽. 2만 2000원.차라는 취향을 가꾸고 있습니다(여인선 지음, 길벗 펴냄) 취재 현장과 뉴스룸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자이자 앵커인 저자가 차를 내리는 시간 속에서 얻었던 온기를 적었다. 차를 마시며 알게 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차와 그 속에서 만난 자신의 내면, 소중한 인연 이야기를 담았다. 200쪽. 1만 3500원.
  • 서민 교수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조차 차례 까마득”

    서민 교수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조차 차례 까마득”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9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계획에 대해 비판했다. 서 교수는 문 정부가 지난 8일 4400만명 분의 코로나 백신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실제로 계약한 건 아스트라제네카 딱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존슨앤드존슨-얀센과는 구매확정서, 모더나와는 공급확약서로 각각 1400명분과 1000명분의 구매 물량을 확정했으며 이달 중 정식 계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이는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는 소리’라고 서 교수는 설명했다. 서 교수는 “구매확정서나 공급확약서는 그 이름만 그럴듯하고, 화이자나 모더나에는 내년 말까지 한국에 줄 백신은 남아있지 않다”며 “1000만명분을 담당할 코백스는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공동구매 차원이라 부자 나라들이 백신을 다 맞고 난 다음이 될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1000만명 분량을 계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3상을 이미 마친 화이자나 모더나와 달리, 아직 3상을 통과하지 못했다. 게다가 화이자나 모더나는 코로나 단백질의 원료를 넣어 우리 몸에서 생산하게 만드는 첨단 방식인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에 코로나의 단백질을 실어 몸속으로 넣어 항체를 유도한다고 서 교수는 밝혔다. 서 교수는 “이 과정에서 아데노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기는 건 필수적이며, 아스트라제네카 2차접종시 효율이 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시험 당시 55세 이상의 고령자는 포함을 안시켰고, 다른 백신보다 부작용이 심했던 등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이어 훨씬 안전한 화이자, 모더나가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던 한국 보건당국이 갑자기 아스트라제네카의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떠든다며 조소했다. 서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3상 통과 시기는 연말에서 늦어도 내년 2~3월 쯤으로 예상하며 정부가 내년 2~3월에 백신을 도입한다고 발표한 것도 다 이런 ‘잔머리’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를 우리가 내년 2, 3월에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서 교수는 “선진국은 어느 백신이 좋을지 모를 때, 가능성이 높은 백신을 모조리 입도선매했는데 우리나라는 전문가들과 언론이 8월부터 백신을 구해야 한다고 그 난리를 피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도 미리 계약한 나라들부터 보내줘야 하므로 언제쯤 우리 차례가 올지는 현재로선 까마득하다”고 우려했다. 그 이유로 정부에서 백신은 2021년 1분기부터 단계적 도입 예정이나 접종 시기는 탄력적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백신은 유효기간이 있어 일찍 들여와 몇달씩 창고에 보관할 이유가 없다고 서 교수는 지적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퇴임 44일 남긴 트럼프 ‘업적 남기기’ 구설수

    퇴임 44일 남긴 트럼프 ‘업적 남기기’ 구설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트위터에 아버지가 러시모어산을 방문해 미소 짓는 사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4명의 전직 대통령 옆에 조각됐으면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한 모양새다.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백악관 테니스장 완공 소식을 홍보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이 불과 44일 남은 상황에서 가족들은 유산을 남기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방카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러시모어산을 방문해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미국 초창기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사진의 구도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옆에 조각으로 새겨졌을 때와 같다. 지난 8월 백악관 참모가 사우스다코타 주 정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러시모어산에 새기는 것을 문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처럼 들리지만 제안된 바는 없다”고 했다. 마음에 없지는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날 멜라니아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 와중에 백악관 테니스장 완공을 발표했다. 그는 “이 사적인 공간이 여가의 장소이자 미래의 대통령 가족들을 위한 모임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테니스장이 있는 백악관의 남쪽 공간은 역사적으로 대통령 가족을 위한 시설을 짓는 곳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딸을 위해 나무집을 지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온수 욕조를 설치했다. 대통령 부인들이 자신의 상징을 남기는 캔버스처럼 활용돼 왔다. 다만 코로나19에도 지난 3월 멜라니아가 공사를 감독하는 사진을 올리고 이번에는 완공을 알리는 성명까지 내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CNN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눈치 없는 홍보”라고 지적했고 트위터에는 ‘멜라니아 앙투아네트’라는 비아냥이 줄을 이었다. 가난한 백성의 형편을 살피지 못하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댄 것이다. 다만 앙투아네트가 실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퇴임 전 유산 남기려다’ 이방카·멜라니아 모녀 구설수

    ‘퇴임 전 유산 남기려다’ 이방카·멜라니아 모녀 구설수

    이방카 7월 러시모어산 찾은 트럼프 사진 트윗4명의 대통령 얼굴 조각 옆 트럼프 원하는 듯 멜라니아 코로나19에 백악관 테니스코트 완공서민 상황 모르는 ‘앙투아네트’ 빗대 조롱 글도멜라니아 7월 백악관 로즈가든 공사도 비판받아 트럼프 중동평화 강조에도 노벨상 욕심 무산돼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트위터에 아버지가 러시모어산을 방문해 미소짓는 사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4명의 전직 대통령 옆에 조각됐으면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한 모양새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 상황에서 백악관 테니스장 완공 소식을 홍보했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퇴임이 불과 44일 남은 상황에서 가족들은 유산을 남기려 하지만, 세간의 시선을 곱지 않다. 이방카 보좌관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3일 러시모어산을 방문해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미국 초창기 대통령 4명의 얼굴 조각과 함께 찍은 사진을 트윗에 게재했다. 사진의 구도가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의 옆에 조각으로 새겨졌을 때와 같다. 지난 8월 백악관 참모가 사우스다코타 주 정부에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을 러시모어산에 새기는 것을 문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처럼 들리지만 제안된 바는 없다”고 했다. 더힐은 지난해 자신들의 같은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한다면 나쁜 홍보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고 이날 전했다. 마음에 없지는 않다는 의미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월 2번째 노벨상 평화상 후보에 오른 것을 다룬 폭스뉴스 기사를 트위터에 올리고 “고맙다”고 했다. 이후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과 관계 정상화 협정을 체결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상 자격을 충분하다’는 취지의 자료까지 기자들에게 배포했지만 올해도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이날 멜라니아 여사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는 와중에 백악관 테니스장 완공을 발표했다. 그는 “이 사적인 공간이 여가의 장소이자 미래의 대통령 가족들을 위한 모임의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해당 공간은 역사적으로 대통령 가족을 위한 시설을 짓는 곳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딸을 위해 나무집을 지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온수 욕조를 설치한 바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영부인들이 자신의 상징을 남기는 캔버스 역할도 해왔다고 한다. 다만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시작됐던 지난 3월 멜라니아 여사가 공사를 감독하는 사진을 올리고, 111.5㎡의 건물까지 짓는 대대적 공사를 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CNN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 눈치 없는 홍보”라고 지적했고 트위터에는 ‘멜라니아 앙투아네트’라는 호칭이 줄을 이었다. 가난한 백성의 형편을 살피지 못하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댄 것이다. 다만 앙투아네트가 실제 이런 발언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7월 백악관 내 로즈가든을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의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해 같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여기는 베트남] 얼굴은 기형이지만 마음은 ‘천사’…고엽제 피해자의 삶

    [여기는 베트남] 얼굴은 기형이지만 마음은 ‘천사’…고엽제 피해자의 삶

    베트남 전쟁의 고엽제 후유증 2세로 선천적 얼굴 기형과 각종 질병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살면서도 늘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잃지 않는 남성이 있다. 최근 베트남 현지 언론 뚜오이째는 고엽제로 인한 얼굴 기형과 언어 장애 등으로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기쁨을 잃지 않는 히엔(44)의 사연을 전했다. 베트남 남부 빈롱성에 거주하는 히엔은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의 아들로 1976년 태어났다. 5살이 되면서 머리가 부풀어 오르듯 커졌고, 걸핏하면 고열에 시달렸다. 하지만 가난한 형편에 전문의를 찾아갈 수 없어 동네 의원에서 받은 해열제만으로 버텨야 했다. 히엔의 머리와 턱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누구라도 그를 한번 보면 놀라서 도망칠 지경에 이르렀다.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다. 히엔을 보고 놀란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을 못 한다는 학부모들의 항의에 결국 히엔은 학교를 그만두었다. 이후 사람을 두려워하게 된 히엔은 집에만 갇혀 지내야 했다. 당시 히엔의 엄마는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고, 아빠가 일하러 나간 텅 빈 집에 남겨졌다. 홀로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야 했다. 히엔이 12살 무렵 아빠는 새엄마를 데려왔다. 하지만 새엄마 역시 여느 사람들처럼 히엔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히엔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열렸다. 새엄마는 “히엔의 친절하고 착한 성품, 부모에게 순종하는 모습에 나의 마음이 녹아내렸다”고 전했다. 히엔은 10대부터 가족의 생계를 돕기 위해 거리에서 복권을 팔았다. 처음에는 그의 얼굴을 보고 도망쳤던 사람들이 차츰 그의 기이한 생김새에 관심을 기울였다. 관광객들은 그의 얼굴을 구경하며 복권을 사주었다. 히엔의 장사가 잘되자 이를 시기한 주변 상인들은 히엔에 관한 헛소문을 퍼뜨리며 그를 비방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절망에 빠진 히엔은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그는 마음을 위로해주는 친구들을 알게 됐다. 다름 아닌 참새와 비둘기들이었다. 새들은 그의 기이한 생김새를 보고 놀라 도망치지 않았고, 그가 주는 먹이를 찾아 모여들었다. 아무 편견과 차별 없이 다가오는 새들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 어려운 시기에 그의 순수하고 맑은 미소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불행할 것만 같은 외모를 지닌 사람에게서 끊임없이 차오르는 기쁨에 찬 미소는 차츰 많은 고객을 끌어모으게 됐다. 그는 번 돈을 모두 부모님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쓴다. 그의 새엄마는 “히엔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누구보다 친절하고 똑똑하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산다”면서 “불운한 삶을 짊어져야 했던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종실 호치민(베트남)통신원 litta74.lee@gmail.com
  • [단독] 앞 못 본다고 음악교육서 외면… ‘천재 작곡가’ 꿈 끝내 스러졌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단독] 앞 못 본다고 음악교육서 외면… ‘천재 작곡가’ 꿈 끝내 스러졌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장애예술인 실태 파악조차 안 돼국가 차원 체계적 양성·지원 절실누군가는 기억할 것이다. 1980년대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천재 맹인소년 작곡가’ 송율궁(48)씨. 생후 3개월에 실명(1급 장애)했다. 맹인과 가난의 굴레 속에 독학으로 피아노와 작곡법을 터득해 9세에 처음 작곡을 했다. 맹인을 위한 수학 학습도구인 고무화판에 셀로판지를 대고 점자처럼 오선지를 그려 나갔다. 그는 모든 일상의 소리를 음악화하는 ‘전위음악’을 선보였다. 11세 때인 1983년 일본 도쿄국제작곡경연대회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현대음악제 등 각종 음악대회를 휩쓸며 천재성을 입증했다. 미국의 유명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는 “이 소년의 음악이 나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한국의 베토벤’을 꿈꿨던 송씨는 맹학교 재학시절 안마 수업을 거부하고 뛰쳐 나오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지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해 지하철에서 구걸하며 공연과 현대음악당 건립 비용 마련에 나섰다.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몇 차례 작곡발표회도 가졌지만 대중의 관심은 곧 멀어졌다. 이후 10년간 보이지 않던 그의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평생 그를 뒷바라지한 어머니 송혜미자(76)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아들이 많이 아프다며 “혼자서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고 울먹였다. 천재라 불렸던 송씨는 여전한 빈곤 속에 현대음악 작곡가로서의 꿈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송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5만 3055명이다. 이 가운데 시각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유경민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기획팀장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시각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장애인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개인 집안 재력이 아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장애예술인 양성 관리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에서 장애예술인이 지원받은 비율은 올해 3.5%에 그쳤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은 올해 1.6%,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은 1%도 못 미쳐 더 열악했다. 김 의원은 “예술활동 증명을 받기 위한 기준 중 하나가 공개발표 실적인데, 장애예술인은 비장애예술인에 비해 작품 발표 기회도 부족하고, 정보를 얻어 신청하려 해도 그 과정이 어려워 포기해버린다”고 지적했다.시각장애인은 한빛맹학교나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음악 교육을 부분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직업적 예술인으로서 성장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올해 6월 제정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법이 오는 10일 시행된다. 제2조는 ‘장애예술인은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하고, 그 능력과 의사에 따라 예술 활동에 종사하고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될 ‘장애예술인 실태조사’는 예산 확보가 안 돼 2년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숙 여사는 서울맹학교를 찾아 “시각장애인들의 꿈이 장애물에 가로막히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보다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면서 “‘5년 내 예술인 100명 키우기’처럼 체계적인 양성 계획과 활동의 장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장애예술인 공연장·연습장 건립을 위해 내년 예산을 250억원으로 100억원가량 늘렸다”고 설명했다. jurik@seoul.co.kr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단독] 날고 싶었던 ‘천재 맹인 소년 작곡가’의 꿈, 끝내 스러지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

    [단독] 날고 싶었던 ‘천재 맹인 소년 작곡가’의 꿈, 끝내 스러지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

    생후 3개월에 실명, 독학으로 9살 첫 작곡80년대 초중생 시절 국제작곡대회 줄입상맹학교 안마 수업 거부 후 거리로…된서리지도자 못 찾고 생활고… 대중 관심 사라져전위음악 작곡가 맹인 송율궁씨 현실 암울40년 흘러도 장애예술인 지원 미미 여전 “장애예술인, 체계적 관리·조사·교육 미흡”“체계적인 양성 계획·활동장 마련해야”누군가는 기억할 것이다. 1980년대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천재 맹인소년 작곡가’ 송율궁(48)씨. 생후 3개월에 실명(1급 장애)했다. 맹인과 가난의 굴레 속에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독학으로 피아노와 작곡법을 터득해 9세에 처음 작곡을 했다. 맹인을 위한 수학 학습도구인 고무화판에 셀로판지를 대고 점자처럼 오선지를 그려 나갔다. 그는 모든 일상의 소리를 음악화하는 ‘전위음악’을 선보였다. 11세 때인 1983년 일본 도쿄국제작곡경연대회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현대음악제 등 각종 음악대회를 휩쓸며 천재성을 입증했다. 미국의 유명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는 “이 소년의 음악이 나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극찬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15살에 첫 작곡발표회를 갖는 그에게 성금(3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다.‘한국의 베토벤’ 꿈꾼 맹인 작곡가무관심 속 병세 악화로 활동 중단 그러나 ‘한국의 베토벤’을 꿈꿨던 송씨는 맹학교 재학시절 안마 수업을 거부하고 뛰쳐 나오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지도자를 제대로 만나지 못해 지하철에서 구걸하며 공연과 현대음악당 건립 비용 마련에 나섰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어렵게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몇 차례 작곡발표회도 가졌지만 대중의 관심은 곧 멀어졌다. 이후 10년간 보이지 않던 그의 충격적 소식이 전해졌다. 평생 그를 뒷바라지한 어머니 송혜미자(76)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아들이 많이 아프다며 “혼자서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누워만 있다”고 울먹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거동이 힘들어져 음악 활동을 못 한다고 했다. 천재라 불렸던 송씨는 여전한 빈곤 속에 현대음악 작곡가로서의 꿈을 접어야 할 위기에 놓였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송씨와 같은 시각장애인은 지난해 말 기준 25만 3055명이다. 이 가운데 시각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되는지는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장애예술인 현황조차 파악 안돼”“여전히 개인 재력 의존 현실” 김예지 “장애인, 비장애인보다 작품발표 기회 적고·정보 접근도 어려워” 유경민 한국장애인개발원 연구기획팀장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시각장애 예술인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장애인예술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개인 집안 재력이 아닌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장애예술인 양성 관리나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의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창작준비금 지원사업에서 장애예술인이 지원받은 비율은 올해 3.5%에 그쳤다. 예술인 생활안정자금은 올해 1.6%,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은 1%도 못 미쳐 더 열악했다. 김 의원은 “예술활동증명을 받기 위한 기준 중에 하나가 공개발표 실적인데, 장애예술인은 비장애예술인에 비해 작품(공연)발표 기회도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혜택이 있어도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서 어떻게 신청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고, 정보를 얻어 신청을 하려고 해도 그 절차 과정에 접근이 어려워 포기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은 한빛맹학교나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음악 교육을 부분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직업적 예술인으로서 성장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장애예술인지원법 10일 첫 시행“실태조사, 예산 확보 못해 2022년에” 김정숙 “시각장애인 꿈, 장애물 없도록 노력”단체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실질 도움을” 올해 6월 제정된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지원법이 오는 10일 시행된다. 제2조는 ‘장애예술인은 문화국가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하는 존재로서 정당한 존중을 받아야 하고, 그 능력과 의사에 따라 예술 활동에 종사하고 참여할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그 바탕이 될 ‘장애예술인 실태조사’는 예산 확보가 안 돼 2년 뒤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달 3일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숙 여사는 서울맹학교를 찾아 “시각장애인들의 꿈이 장애물에 가로막히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들은 보다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장애예술인에 대한 정부의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면서 “‘5년 내 예술인 100명 키우기’처럼 체계적인 양성 계획과 활동의 장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정부 “장애예술인 공연장·연습장 건립에예산 250억 확보… 전년比 100억↑”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장애예술인 공연장·연습장 건립을 위해 내년 예산을 250억원으로 100억원가량 늘렸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은 지난 8월부터 장애예술인을 지원하는 워크숍 형태의 아카데미 과정을 신설해 모집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서울문화재단에서도 공모를 통해 강사매칭 등 교육을 일부 받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각장애인 연주자 양성사업’에서 나이나 공연횟수 등에 상관 없이 적정 인원을 선발해 전문 강사를 통한 프로그램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장애예술인 제도와 교육 관련 문의는 문체부 예술정책과(044-203-2720)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강주리 기자의 K파일은 강주리 기자의 이니셜 ‘K’와 대한민국의 ‘K’에서 따온 것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룬 취재파일입니다. 주변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시사까지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온라인 서울신문에서 볼 수 있습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방역당국 “백신 접종 순위 미정” 다급한 영국은 9단계 제시

    방역당국 “백신 접종 순위 미정” 다급한 영국은 9단계 제시

    영국에서 다음주 코로나19 백신으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의 후보물질 접종에 들어가면 어떤 순서로 접종하게 될까? 6600만 인구의 영국은 현재 화이자 백신 4000만회 분을 주문한 상태다. 2일 긴급 사용을 승인함으로써 연말까지 1000만회분, 즉 500만명 정도가 접종을 마칠 전망이다. BBC 방송은 첫 번째 백신을 접종한 뒤 21일 뒤에 두 번째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면역 효과는 첫 접종 때부터 시작해 두 번째 접종 후 일주일 안에 면역이 완성된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가 마련한 백신 접종 순위는 다음과 같다. 코로나19 사망자의 30% 정도가 요양원에 장기 수용된 어르신들인 점을 감안해 요양원에 수용된 노령층과 돌봄 인력들을 제1순위로 해서 아홉 단계로 순위가 정해졌다. 80세 이상과 일선 의료진이 2순위, 75세 이상이 3순위, 70세 이상과 심각하게 취약한 환자들이 4순위, 65세 이상이 5순위, 심각한 질환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16~64세가 6순위, 60세 이상이 7순위, 55세 이상이 8순위, 50세 이상이 9순위다. 500만명이 접종하면 아홉 단계 가운데 어느 정도 소화될지 모르겠다. 50세 이상 접종을 마치는 데도 내년 상반기는 족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이 확대돼 60% 정도 면역 효과를 봐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커다란 기대를 낳고 있지만 화이자 백신의 효과나 면역 지속기간 등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서 인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전 세계 수요를 감당할 만한 물량 생산과 보급이 가능한지, 예를 들어 선진국 국민들만 접종 혜택을 보고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차별받는 불균등이 현실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로 보관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아 관련 의료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에서만 접종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들 백신의 3상 임상 시험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접종하면서 부작용이 일어나거나 하면 그에 맞춰 대응한다는 것이 긴급 사용 승인의 취지다.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노령층에도 효과가 있을지, 백신이 증상을 억제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염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백신이 접종되고 많은 이들이 접종한다 하더라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진행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은 아울러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집단면역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코로나19 검사 및 자가 격리 등의 조치는 그대로 유지될 수 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백신만 접종하면 모든 문제가 일단락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백신을 맞기 위해선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해 바이러스 검사를 수만명이 앞다퉈 해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초기 접종 단계에서 부작용이 속출할 경우 대중의 불신을 야기시켜 나중에 제대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백신이 나오더라도 감염병 대처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미국 CNN 방송은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조지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긴급 사용 승인을 내리면 카메라 앞에서 백신을 직접 맞아 대중의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은 ‘터르키기 매독 생체 실험’ 등 과거 보건당국이 저지른 의료분야의 불법행위와 학대의 역사를 염두에 둔 흑인사회가 백신에 품는 의심을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보건당국이 매독 치료를 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관찰하기 위해 1932년부터 40년간 흑인 600명을 대상으로 비밀 생체 실험을 감행한 일이다. 실험 중 7명이 매독으로, 154명은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했고, 이 실험은 흑인 등 유색인종 사이에 백인 집단의 연구 또는 의학적 처치에 대한 극단적 불신을 초래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이 백신을 먼저 접종하면 백신에 대한 믿음을 흑인들에 전파해 집단면역에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고령이어서 먼저 맞으면 의구심을 상당히 제거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상황이 다급한 미국과 유럽보다 사정이 그래도 상대적으로 나은 우리 보건당국에 막대한 물량의 백신을 사재기하라는 식으로 압력을 불어넣고 지나치게 닥달한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은 3일 “백신의 국내 도입을 위해 현재 개별 기업과 협상이 진행 중에 있어 기업명 등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코로나19 백신 관련 협상을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종합해 조속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제백신협약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 개별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 등 올해 안으로 3000만명 분량(국민 60%)을 확보한 뒤 내년 2분기(4~6월) 접종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코백스 측에는 선급금을 지불했고 2000만명분에 대해선 질병관리청이 해외 백신 개발사들과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다.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는 해외 제약사와의 선구매 협상을 통한 구체적인 물량 확보 계획이 공개될 예정이다. 정부는 경쟁적으로 발표된 해외 백신들의 효과성·안전성을 아직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협상에 최대한 신중한 입장이다. 해외에서 백신을 들여온다고 해도 당장 접종을 실시할 수는 없다. 해외에서 임상3상을 마친 백신이라고 하더라도 연령이나 인종 등 다양한 요인으로 효과나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어 국내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또 접종 대상, 접종 방식을 구체화하는 실무적인 시간까지 더해지면 접종 시점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백신을 연내 확보하겠다고 하면서도 국내 접종 시점을 내년 2분기로 잡은 이유다. 우리 방역 당국이 3일 백신 접종의 우선 순위를 정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노인층과 취약계층을 우선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향촌동 르네상스 … 바흐가 흐른다

    향촌동 르네상스 … 바흐가 흐른다

    지금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대구 역시 오래전엔 읍성이 있었던 도시였다. 대구읍성의 북쪽 성벽 아래, 그러니까 향촌동 일대가 지금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쇠락한 도심에서 문화와 예술의 성지로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새삼 이 공간에 주목하는 건 옛 명성 때문만은 아니다. 향촌동에 담겨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독특한 정서 때문이다. 그 시절의 이야기만 따라가도 한나절이 후딱 지나간다. 대구가 코로나19 초반의 악몽에서 회복됐다고는 해도 여전히 거리두기는 이어지고 있다. 외지인, 특히 수도권 지역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편이니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며 다니는 게 좋겠다. 먼저 향촌동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피자. 그래야 왜 대구 사람들이 ‘향촌동 르네상스’를 꿈꾸는지 알 수 있다. 향촌동은 옛 대구읍성의 북쪽 성곽(현 북성로) 일대를 일컫는 지명이다. 현 대구역 맞은편에 있다. 조선 선조 때 일본 침략에 대비해 쌓은 대구읍성이 사라진 건 1906년이다. 당시 ‘야마모토 군수’라고 불렸던 친일파 박중양 대구군수가 이런저런 핑계를 들어 대구읍성을 불법 철거했다. 향촌동의 최전성기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였다. 헌병대 등 권부가 몰린 옛 경북도청 앞이 낮의 중심지였다면, 밤을 지배하는 곳은 향촌동이었다. 당시 대구 유흥의 중심이었던 향촌동 골목에는 사미센(일본 악기)과 일본인들의 게다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광복 이후 일제가 떠나며 쇠퇴하던 향촌동은 1950년대 한국전쟁 피란 예술인들로 다시 전성기를 맞는다. 전쟁 중이었지만 골목에는 바흐와 베토벤 음악이 흘렀고, 문학이 꽃을 피웠다. 당시 한 외신기자가 ‘폐허에서 바흐를 듣는다’고 썼던 기적의 공간이 바로 향촌동이었다. 오늘날의 향촌동이 꿈꾸는 모습 역시 바로 이 시기의 살롱 문화다. 피란 시절 북적댔던 향촌동은 예술인들이 떠나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70~1980년대 김치에 막걸리를 마시던 젊은이들마저 대구 신도심으로 눈을 돌리면서 향촌동은 60대, 70대들의 공간이 됐다. 그 골목에 이제 막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보태지기 시작한 것이다.이 동네의 모양새가 참 독특하다. 좁은 골목길을 경계로 한쪽은 젊은이들의 양지, 또 한쪽은 어르신들의 성지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향촌동 르네상스의 중심지는 복합문화공간인 ‘대화의 장’이다. 이 안에 카페 겸 펍인 대화살롱, 대화주방, 대화강당, 대화공방, 대화스튜디오 등이 밀집돼 있다. 이름에서 보듯 음식이나 장식 등이 젊은이 취향이다. 옛 한옥을 리모델링한 대화강당에서 토론 모임을 갖거나 젊은 작가들이 입주한 공방에서 여러 소품들을 살 수도 있다. ‘개화기 복장’을 갖춰 입고 인증샷을 찍으러 오는 ‘인싸’ 커플도 흔하다.대화의 장에서 50m쯤 떨어진 ‘꽃자리 다방’도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다. 화가 이중섭이 그려 준 표지화로 유명한 구상 시인의 시집 ‘초토의 시’ 발간기념회가 열렸던 공간이다. 건물도, 이름도 예전 그대로다. 한옥을 개조한 카페 ‘퍼센트 14-3’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 1955년 대구 군예대에서 근무하던 명배우 허장강이 이 집 안채를 세내 잠시 살았다고 한다. 아마 당시 군예대 동료였던 영화배우 박노식 등도 문턱이 닳도록 이 집을 들락거렸지 싶다. 이 카페는 수제화 골목 지나서 있다.어르신들의 중심 공간은 ‘판코리아 성인텍’이다. 이곳은 농반진반 ‘60금’ 건물이다. 60세 이하 ‘아이들’은 출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영숙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겉으로는 작아 보여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수백 명의 어르신들로 북적댄다고 한다. 어르신 놀이터는 해거름이면 파장이다. 오후 6시 무렵이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집으로 가거나, 주변 공간으로 삼삼오오 사라진다. 화려한 복장의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무렵이다. 향촌동 골목은 좁고 구불구불하다. 그 좁은 골목을 따라 하꼬방(단칸 가건물)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적산가옥도 많다. 보통 적산가옥 하면 목조 주택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향촌동 일대 옛 살롱들의 대부분은 시멘트로 지은 건물이다. 숱한 기억들을 갈무리하고 있는 옛 건물들을 엿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시인 구상이 즐겨 묵었다는 화월여관(현 판코리아 성인텍), 지독히 가난했던 화가 이중섭이 생애 마지막 예술혼을 불살랐던 백록다방(현 갤러리모텔), 음악감상실 르네상스(현 판코리아 식당) 등이다. 이 건물들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다.피란 시절 향촌동을 넉넉하게 만든 이는 구상 시인이다. 주머니가 솜털처럼 가벼웠던 예술인들은 무시로 외상술을 마셔댔고, ‘향촌동 귀공자’ 구상 시인은 이들의 밀린 외상값을 지갑을 털어 내줬다. 이중섭이 1955년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렸다던 백록다방은 경북여고 동기인 두 인텔리 여성이 마담이었다. 둘의 빼어난 미모와 지성미는 숱한 예술인들을 불러모았다고 한다. ‘음악은 르네상스에서, 차와 대화는 백록에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나. 이중섭이 캔버스 삼아 그렸던 은박지는 미국산 ‘럭키 스트라이크’ 담배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이중섭을 흠모하던 시인 김광림이 구해 줬다고 한다. 물론 이중섭은 이때 번 그림값을 술값으로 탕진해 버렸다. 그가 전시회를 열었다는 미 공보원 건물은 아쉽게 사라졌다. 르네상스는 클래식 음악감상실이었다. 박용찬이란 호남의 갑부 아들이 1951년 1·4 후퇴 때 레코드 한 트럭분을 싣고 내려와 문을 열었다고 한다. 화가 김환기, 건축가 김중업, 배우 최은희와 감독 신상옥 등이 즐겨 찾았다. ‘북성로 허브’가 세 든 건물은 해방 공간의 세도가 이기붕의 신혼집이 있었던 건물이다. 고딕풍으로 멋을 낸 외관이 인상적이다. 아울러 이중섭과 소설가 최태응이 묵었던 경복여관(현 의류 가게), 이육사의 시 ‘청포도’에서 이름을 딴 청포도 다방(현 갤러리모텔 주차장), 음악다방 백조(현 아파트 공사장) 등도 안내판으로만 남은 공간들이다.대구에 가 볼 만한 일몰 전망대가 생겼다. 앞산 중턱에 있는 ‘해넘이 전망대’다. 앞산 일대의 소박한 집들과 도심의 거대한 마천루들이 붉게 물드는 장면이 제법 곱다. 입장료를 내고 올라야 하는 앞산 전망대의 해넘이가 압도적일 만큼 화려하다면 ‘해넘이 전망대’의 일몰 풍경은 어딘가 나른하면서도 애잔한 느낌을 준다. 해넘이 전망대 아래는 빨래터 공원이다. 이 일대 주민들의 옛 빨래터를 공원으로 꾸몄다. 빨래터 앞엔 두 그루의 수양벚나무가 있다. 지금은 잎이 졌지만 수양벚꽃이 흐드러지던 봄엔 아마 전국에서 가장 화사하고 요염한 빨래터였을 게 틀림없다. 세상 어느 남정네가 벚꽃 아래에서 빨랫방망이를 내리치는 여인네를 보며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지 않았으랴. 빨래터에서 두어 블록쯤 아래에 봉준호 영화감독의 어린 시절 집이 있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봉준호 생가 복원’ 운운하는 선거 구호가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는 해프닝이 일었던 곳이다. 해넘이 전망대에서 굽어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그저 봄날의 꿈에 불과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글 사진 대구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英 백신 접종 시작, 집단면역까지 오랜 시간 ‘달라질게 없다’

    英 백신 접종 시작, 집단면역까지 오랜 시간 ‘달라질게 없다’

    영국 정부가 세계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사용을 긴급 승인하면서 다음주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이 확대돼 60% 정도 면역 효과를 봐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커다란 기대를 낳고 있다. 하지만 백신 효과나 면역 지속기간 등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고, 전 세계 수요를 감당할 만한 물량 생산과 보급이 가능한지, 예를 들어 선진국 국민들만 접종 혜택을 보고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차별받는 불균등이 현실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여기에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로 보관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는 이들 백신의 3상 임상 시험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안전한지, 효과가 있는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접종하면서 부작용이 일어나거나 하면 그에 맞춰 대응한다는 것이 긴급 사용 승인의 취지다. 면역 효과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의문이다. 바이러스에 가장 취약한 노령층에도 효과가 있을지, 백신이 증상을 억제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염 자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백신이 접종되고 많은 이들이 접종한다 하더라도 코로나19와의 싸움은 현재진행형이자 미래진행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6600만 인구의 영국은 현재 화이자 백신 4000만회 분을 주문한 상태다. 2일 긴급 사용을 승인함으로써 연말까지 1000만회분, 즉 500만명 정도가 접종을 마칠 전망이다. 영국 BBC 방송은 첫 번째 백신을 접종한 뒤 21일 뒤에 두 번째 백신을 접종해야 하며 면역 효과는 첫 접종 때부터 시작해 두 번째 접종 후 일주일 안에 완성된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가 마련한 백신 접종 순위는 다음과 같다.지금까지 영국 내 코로나19 사망자의 30% 정도가 요양원에 장기 수용된 어르신들인 점을 감안해 요양원에 장기 수용된 노인들과 돌봄 인력들이 제1순위, 80세 이상과 일선 의료진, 복지시설 종사자들이 2순위, 75세 이상이 3순위, 70세 이상과 심각하게 취약한 환자들이 4순위, 65세 이상이 5순위, 심각한 질환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16~64세가 6순위, 60세 이상이 7순위, 55세 이상이 8순위, 50세 이상이 9순위다. 50세 이상 접종을 마치는 데도 내년 상반기는 족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방송은 아울러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집단면역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계속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코로나19 검사 및 자가 격리 등의 조치는 유지돼야 한다고 전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백신만 접종하면 모든 문제가 일단락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백신을 맞기 위해선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해 바이러스 검사를 수만명이 앞다퉈 해야 한다. 그리고 오히려 초기 접종 단계에서 부작용이 속출할 경우 대중의 불신을 야기시켜 나중에 제대로 안전성과 효과가 입증된 백신이 나오더라도 감염병 대처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캘리포니아 7가족 소송 “코로나 교육차별 개선하라”

    캘리포니아 7가족 소송 “코로나 교육차별 개선하라”

    “학교폐쇄 길어져 평등한 교육 기회 박탈”컴퓨터등 각종 교육비 늘어 저소득층 타격교육격차, 구직까지 장기간 영향 불가피해 전세계 학생 절반 넘는 10억명 학업 영향 캘리포니아주의 일곱 가족이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학습으로 ‘평등한 교육 기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가난한 부모는 아이마다 컴퓨터를 마련해 주는 것은 커녕, 인터넷 비용도 내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흑인과 라틴계 가정의 아이들이 최소한의 학업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는 “일곱 가족이 코로나19로 온라인 학습이 길어지면서 ‘기본적인 교육평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주 정부를 상대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알라미다 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1일 보도했다. 소송은 비영리 로펌이 맡았다. 가족들은 “주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부모나 조부모는 가정교사·상담교사·아동보호사·컴퓨터 기술자가 돼야 했으며, 노트북·프린터·인터넷요금 등 기본적인 학용품을 확보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길을 찾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알라미다 카운티는 공립학교 폐쇄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가족들은 소장에서 “온라인 학습은 공교육 제도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며 특히 “흑인과 라틴계 학생들이 가장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방 하나에서 사는 이들이 많는데 그 방 하나가 부모의 일터이자 여러 아이들의 교실로 쓰이면서 학업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공립학교는 문을 닫아도 사립학교는 여전히 문을 여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이번 가을학기에 공립학교 학생들의 낙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했다. 부유층의 경우 과외교사나 온라인 학습 감독교사를 구하는 등 사교육을 동원하면서 학업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문제는 소득 격차에 따른 학업 격차의 심화는 아이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구직 등까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소송을 낸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로스앤젤레스와 오클랜드에 있는 청소년단체 ‘리치’(REACH)와 비슷한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이 단체는 수백명의 가족에게 노트북과 무선 인터넷 등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온라인 학습을 돕는 법 등을 부모에게 교육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주 정부가 이런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세계 130개국 9억 9032만 4537명이 코로나19로 학업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 학생의 56.6%에 이른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코로나 백신 확보 캐나다 1위…한국은 인구 20%만 접종 예상

    코로나 백신 확보 캐나다 1위…한국은 인구 20%만 접종 예상

    한국이 참여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조달을 위한 범국가 기구 ‘코백스’가 확보한 백신 물량이 7억 도즈(1회 접종분량)에 불과하다고 네이처지가 보도했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30일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어떻게 분배될 지를 소개하면서 가난한 나라와 부자 국가의 차이가 극명하다고 전했다. 캐나다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부터 백신 확보에 나서 현재 선주문 물량만으로 백신 확보율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미 인구 1명당 9도즈를 확보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해 중하위 경제 규모의 국가 189개 이상이 참여한 코백스는 참여 국가 인구의 20%에만 겨우 백신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백스에는 보조금 지급을 위해 선진국도 참여했다. 화이자 등을 포함한 백신 제조업체는 2021년 말에는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코로나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 선주문을 하지 못한 가난한 나라 국민들은 백신을 맞으려면 2023년이나 2024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네이처는 설명했다. 백신제조업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는 내년까지 53억 도즈를 생산할 예정인데 이는 26억~31억명의 인구가 접종받을 수 있는 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2도즈 아니면 1도즈 반으로 접종이 완료되는지 여부에 따라 접종 가능 인구 숫자가 결정될 전망이다.하지만 유럽연합(EU)에 가입된 27개 국가와 캐나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5개 경제대국이 이미 백신 생산량의 절반을 확보했고, 이는 세계 인구의 13%만이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와 함께 다른 6개의 백신 개발 선도업체의 생산량까지 포함하면 백신 생산량은 74억 도즈까지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듀크 세계 건강 혁신 센터의 안드레아 테일러는 “캐나다는 선진국이 할 수 있는 것을 정확히 했을 뿐이며, 자국민을 위해 올바른 일을 했다”면서도 “현재 백신 공급에 있어 많은 나라가 빠져 있다는 것은 매우 두려운 상황”이라고 백신 분배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캐나다처럼 과다하게 백신을 확보하는 나라들은 코백스를 통해 기부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백신의 가격도 협상에 따라 다른데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은 1도즈당 3~4달러(약 3300~4400원)에 형성될 예정으로 이는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보다 5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로 싼 값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익이 아니라 코로나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행했는 지에 따라 백신 공급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2일 국회 본회의 통과 예정인 내년도 예산안에 전 국민 코로나 백신 접종비 9650억원이 신규 반영됐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예결소위 심사 결과 전북 남원 공공의대 설계비 예산 2억 3000만원이 삭감된 것을 두고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할 수 없다고 반대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백신 구매비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심사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여야는 지난 1일 강 의원의 요구대로 백신 접종에 필요한 9000억원 수준의 예산을 우선적으로 증액 반영하기로 합의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아메리칸 드림 회복하자” ‘美 경제대통령’ 돌아왔다

    “아메리칸 드림 회복하자” ‘美 경제대통령’ 돌아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를 이끌던 ‘경제 대통령’이 돌아왔다.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준 최초의 여성 의장을 지낸 그가 재무장관에 오른다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위 경제 요직 세 곳을 두루 거친 인물로도 기록된다. 라나 포루하 국제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보수·진보 양 진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무장관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옐런을 지명하며 이 난제를 해결했다”면서 “차분하면서도 데이터를 중시하는 옐런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 모두 신뢰를 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옐런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해야 한다”고 인선 소감을 밝혔다. 옐런은 빈민 가정이 밀집한 뉴욕시 브루클린의 가정의학과 의사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옐런은 아버지가 공장·부두 노동자들을 진료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이 같은 경험은 그가 노동 경제학자로서 실업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됐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옐런은 런던정경대 강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거친 뒤 1994년 연준 이사직을 맡으며 경제 관료로 본격 입문하게 된다. 그후 아시아 금융위기 시절인 1997~1999년에 경제자문위원장으로 활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던 2010년 연준 부의장으로 발탁된 뒤 2013년 연준 의장으로 ‘내부 승진’해 당시 경제 위기를 수습했다.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의사의 딸’은 이제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중증 환자’가 된 미국을 치료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을 맡게 됐다. 노동 경제학자이면서도 급진적 진보와는 거리를 두는 온건한 성격으로 시장에서도 환영받는 옐런은 무난하게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FT는 민주당이 남은 상원 선거에서 패배해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과 증세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공약은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인도계 미국인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 의장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흑인인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를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각각 기용하며 경제팀에서도 여성·유색인종을 전격 발탁했다. 다만 핵심 참모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당선인이 브라이언 디스 전 NEC 부위원장과 로저 퍼거슨 교직원퇴직연기금 회장 등을 놓고 숙고 중이란 분석이 나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의사의 딸’, 미 경제 치유할까...재무장관에 옐런 지명

    ‘의사의 딸’, 미 경제 치유할까...재무장관에 옐런 지명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를 이끌던 ‘경제 대통령’이 돌아왔다.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첫 재무장관으로 공식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의 첫 여성 재무장관이란 타이틀을 갖게 된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준 최초의 여성 의장을 지낸 그가 재무장관에 오른다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최고위 경제 요직 세 곳을 두루 거친 인물로도 기록된다. 라나 포루하 국제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보수·진보 양 진영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재무장관을 찾기가 어려울 수 있었지만, 바이든 당선인은 옐런을 지명하며 이 난제를 해결했다”면서 “차분하면서도 데이터를 중시하는 옐런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 모두 신뢰를 주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옐런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해야 한다”고 인선 소감을 밝혔다. 옐런은 빈민 가정이 밀집한 뉴욕시 브루클린의 가정의학과 의사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옐런은 아버지가 공장·부두 노동자들을 진료하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이 같은 경험은 그가 노동 경제학자로서 실업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이 됐다.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옐런은 런던정경대 강사,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거친 뒤 1994년 연준 이사직을 맡으며 경제 관료로 본격 입문하게 된다. 그후 아시아 금융위기 시절인 1997~1999년에 경제자문위원장으로 활약했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던 2010년 연준 부의장으로 발탁된 뒤 2013년 연준 의장으로 ‘내부 승진’해 당시 경제 위기를 수습했다. 가난한 이들을 치료하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의사의 딸’은 이제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중증 환자’가 된 미국을 치료해야 할 중차대한 임무을 맡게 됐다. 노동 경제학자이면서도 급진적 진보와는 거리를 두는 온건한 성격으로 시장에서도 환영받는 옐런은 무난하게 상원의 인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순탄치 않아 보인다. FT는 민주당이 남은 상원 선거에서 패배해 과반을 얻지 못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과 증세 등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공약은 실현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조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인도계 미국인 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 의장을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에, 흑인인 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를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에 각각 기용하며 경제팀에서도 여성·유색인종을 전격 발탁했다. 다만 핵심 참모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지명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바이든 당선인이 브라이언 디스 전 NEC 부위원장과 로저 퍼거슨 교직원퇴직연기금 회장 등을 놓고 숙고 중이란 분석이 나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천장 위 32구 시신의 진실”…오대양 사건, 그날의 흔적

    “천장 위 32구 시신의 진실”…오대양 사건, 그날의 흔적

    70도 넘는 천장에 속옷 차림 시신 32구“사회기업으로 포장한 사이비 종교”“32명 4박 5일간 천장에 숨어 있다 숨져” 1987년 발생한 ‘오대양 집단 변사 사건’이 1일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됐다. 오대양 사건을 단독 보도했던 사회부 기자와 당시 현장 감식을 총지휘한 경찰 그리고 살아남은 회사 직원들의 증언이 지난 26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 등장했다. 오대양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987년 8월 24일 대전, 3년 차 사회부 기자 윤모 씨는 ‘사스마와리’(경찰서를 도는 것) 중이었다. 사스마와리 코스는 병원 응급실, 장례식장, 경찰서였다. 윤 기자는 마지막 코스인 대전서부경찰서에 갔다.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윤 기자는 “새벽 6시인데 4명, 5명이 앉아있는데 눈이 풀려 있었다. 피곤한 게 아니었다. 의지가 없는 눈이었다. 아바타 같은 조종당하는 눈빛이었다”고 회상했다.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사람은 13명으로 다 같은 회사 직원이었다. 며칠 전 중년 부부를 회사 창고에 감금하고 12시간 동안 집단 폭행을 했다는 이유다. 이유는 채권 포기 각서 때문이었다. 폭행당한 중년 부부는 주유소를 몇 개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부부의 자식은 7명이었는데 그들 모두 이 회사의 직원이었다. 큰딸은 사장의 비서, 사위는 상무였다. 이 회사는 민속 공예품을 만드는 회사로 대통령상도 받고 88올림픽 공식 지정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전에 본사, 공장이 있고 용인에도 공장이 있었다. 사회사업에도 굉장히 적극적이었다. 보육시설, 초중고대학교 지원하는 학사 운영, 직원 기숙사 생활 보장, 생필품까지 지원해줬다. 우선적으로 직원의 가족을 채용하는 전통도 있었다. 회사 사장의 이름은 박순자. 자수성가한 여성 사업가라며 대전에선 그를 칭송했다. 남편은 도청의 고위 공무원이었기에 신뢰가 아주 두터웠다. 주유소 운영하는 부부도 신뢰할 수 밖에 없어서 사업자금을 투자했다고 한다. 당시 대전 18평 아파트 시세는 1300만 원 선, 이 부부는 무려 5억을 빌려줬다. 이후 이 부부가 목돈이 필요해 큰딸에게 다시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고, 일부만이라도 회수하겠다고 하자 딸이 사장님과 직접 이야기하라고 전했다. 그렇게 중년 부부는 대전 본사로 찾아갔다. 건물 문을 여는 순간 젊은 사람들이 부부를 둘러싸고 문을 걸어 잠궜다. 직원들은 창고로 부부를 밀어 넣더니 폭행하기 시작했다. 폭행 후 채권포기각서를 들이밀었다. 더 충격적인 건 그 현장에 큰딸과 사위도 있었는데 말리지 않고 부모가 맞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는 것. 결국 지장을 찍고 풀려났고 이 부부는 경찰에 고발했다. 윤 기자에 따르면 박순자 사장이 경찰에 붙잡히자 방송국 카메라가 들이닥쳤다. 잡혀 온 박순자 사장은 그 자리에서 졸도를 했다. 이후 병원에 간 박 사장과 자식 셋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후 그 회사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채권자들의 숫자는 상상 초월이었다. 이틀만에 100명 이상. 액수를 합산해보니 80억, 현 시세로 260억이었다. 박 사장은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사업자금으로 쓰고 남는 이득은 모두 돌려주겠다며 돈을 빌렸다. 이자 지급은 은행 계좌로 이용하고 지급일은 1시간도 어기지 않았다. 이자율은 무려 원금의 30~40%정도였다고 한다. 3년간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해왔다. 윤 기자는 공장에 대해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고 공장을 찾았더니 작업장도 제품이 있었지만 이 공장에서 제조한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이후 경찰은 단순 폭행에서 대형 사기 사건으로 수사 방향을 전환했다. 박 사장은 지명수배가 됐다. 박사장의 남편도 아내와 아이들을 찾기 시작했다.한날한시에 80여 명 사라져…70도 넘는 천장에 시신 32구 대전 본사에 있던 직원, 보육 시설의 아이들까지 모두 사라졌다. 한날한시에 80여 명이 사라진 것이다. 용인 공장도 텅 비어있었지만 단 한 사람 주방에서 일하던 장씨 아줌마가 있었다. 남편과도 안면이 있어 사람들의 행방을 물었지만 ‘아무도 없다’, ‘계속 모른다’고 일관했다. 남편과 기자, 경찰 등이 이 공장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그림자도 못 찾았다. 나흘째 되는 날, 경찰에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사람들이 다 용인 공장에 있다”는 전화였다. 창고 안을 뒤지던 경찰이 작은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창고 안쪽 박스가 벽처럼 보일 정도로 채워져 있었다. 박스 너머를 살펴본 경찰, 그 뒤에 사람들이 있었다. 49명이 3박 4일간 숨죽이고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30명 남짓의 사람의 행방이 묘연했다. 경찰은 숨어있던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했지만 모두 묵비권이었다. 발견되지 않은 사람들 명단을 확인했더니 특징이 있었다. 투자 유치를 많이 받아온 사람들이었던 것. 박스 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빌린 사람들이었다. 남편이 주방 장씨 아줌마를 추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날 오후 장 씨가 “공장에 찾으시는 분들이 있다”며 찾아왔다. 장씨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천장이라고 알려줬고, 천장에 올라가 손전등을 켜는 순간 속옷 차림의 한 남자가 보였다. 불러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더 위쪽을 봤더니 서까래에 목을 멘 것이었다. 그 남자가 공장장 최모씨다. 장 씨는 “다른 사람들도 다 저기 있는데 불러로 대답이 없다”고 했다. 천장을 뚫어 올라가 보니 목을 맨 공장장 옆에 사람들이 누워있었다. 12명의 사람들이 사망한 상태로 2중, 3중으로 쌓여있었다. 5m 더 떨어진 곳에 시신이 더 있었다. 박순자 사장과 아이 셋의 시신까지 있었다. 4박 5일 동안 찾지 못한 박 사장과 직원들은 천장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모두 속옷, 잠옷 차림이었고 손은 결박이 되어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목을 조른 흔적이 있었다. 31명은 교살, 공장장만 자살로 판명이 났다. 부검결과 독극물, 마취제도 없었다. 사망 추정 시간은 그날 29일 새벽 1시부터 아침까지였다. 박 사장의 남편과 식당 아줌마가 이야기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변사체 피살 뒤 운반이 가장 유력한 가설이었다. 가장 미스터리 한 것은 32명의 시신 중 어느 누구도 저항의 흔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절대로 입 닫아라. 이미 의식 없으시다. 네 시간 전부터 다섯 명 정도 갔다. 오늘 중으로 다 갈 것 같다. 성령 인도로 너만 버텨라’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천장에 있던 사람이 장 씨에게 보내려던 쪽지였다. 생존자이면서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던 장 씨는 결국 경찰의 계속된 추궁에 “박순자 사장은 교주고 나머지는 신도”라고 진술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오대양’. 민속공예품 회사가 아닌 종교 단체였다. 박순자 사장은 과거 암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었는데 기도로 완치됐다면서 그 이후로 종교에 심취했고 결국 자신만의 종교를 창시했다. 그는 신도 확보를 위해 사회사업가로 포장했다. 복지사업을 하고 투자자에겐 확실한 이자로 신뢰를 확보한다. 신뢰를 쌓은 후 오대양에서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오대양의 교리는 1988년 말세론이었고, 구원받으려면 교주의 지시를 따라야 했다. 오대양 직원들은 채권자이면서 채무자였다. 오대양은 부부간도 각방을 쓰도록 했다. 교주의 지시를 어기면 신도들끼리 ‘사랑의 매’를 때리게 했다.사건 터지자 자신과 천장에 올라갈 31명 추려… 사건이 터지자 박순자는 자식 셋과 용인 공장에 갔고 신도들 모두를 모이게 했다. 다 빚진 사람들이었다. 천장에 숨으려는 데 너무 좁아서 80명을 다 데리고 갈 수 없었고 자신과 천장에 올라갈 31명을 추렸다. 가장 열성적인 믿음을 보인 신도들을 천장에 올리고 나머지는 박스 뒤에 숨었다. 천장에 올라가지 못해 생존한 사람들은 “천국 소리가 들린다고 손을 잡고 있었다. 같이 못 올라간 게 너무 서운했고, (교주에게) 버림당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박순자와 신도들은 스스로 천장으로 올라가 시멘트 통로 위에 각목과 합판을 깔아 은신처를 만들었다. 1.7평, 2.9평, 0.4평이었다. 이곳에서 32명이 4박 5일을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문제는 생리현상과 더위였다. 이들은 아예 먹지 않는 것을 택했다고. 당시 8월이었는데 경찰이 낮에 온도를 쟀더니 70도까지 올라갔다. 다들 사망 후 발견 시 속옷 차림이었던 이유다. 당시 교주의 시신이 가장 부패가 심했고, 기진맥진 상태의 사람들을 집단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김현미 “아파트가 빵이라면”, 진중권 “국민이 헨젤과 그레텔”

    김현미 “아파트가 빵이라면”, 진중권 “국민이 헨젤과 그레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아파트가 빵이라면’ 발언에 김 장관이 프랑스 마지막 왕비처럼 ‘빵투아네트’냐는 비판에 이어 국민이 헨젤과 그레텔이 됐다는 풍자도 등장했다. 김 장관은 30일 열린 국회 국토위에서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 “5년 전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도 상당히 많이 취소됐기 때문”이라며 “아파트가 빵이라면 제가 밤을 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해 맹비난을 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화 ‘헨젤과 그레텔’에 등장하는 과자로 된 집 삽화를 싣고, “김현미 장관님이 마련해주신 집이야”란 설명을 달았다. 흔히 잔혹동화로 불리는 ‘헨젤과 그레텔’에서 가난한 나무꾼 부부의 자식인 오빠 헨젤과 여동생 그레텔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숲을 헤매다 마녀가 만든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하게 된다. 마녀는 그레텔은 하녀로 부리고 헨젤은 감방에 가둬 살찌워 잡아먹으려고 하지만, 남매는 기지를 발휘해 과자로 만든 집에서 탈출하고 마녀의 보물로 행복하게 살게 된다는 결말이다.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누가 장관보고 아파트 만들어 내라고 한 적 없다”면서 “아파트 만들겠다는 사람보고 만들라 하고 사고 팔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사고 팔게 하며 세제와 금융을 거래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놔두면 아파트가 빵이면 좋겠다라는 희대의 헛소리를 안해도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란 국회 연설로 임대차3법 통과와 함께 전세가 사라지는 전세난을 경고했던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김 장관에게 “김현미 장관 말은 ‘아파트는 빵과 달리 공사기간이 길기 때문에 본인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뜻이겠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정부정책이 체계적이어야 하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설사 아파트가 빵이라 하더라도 시장원리는 비슷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지금의 정부방향이 시정돼야 할 필요성을 가리지는 않는다”면서 “요즘 잘 나가는 빵집으로 사람들이 아침부터 몰려 빵값까지 올린다면 원인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빵집 내겠다는 사람 막지 말고, 각자 좋아하는 빵이 다른데 신도시에 빵집 많이 지으니 안심하라고 우기지도 말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어떤 빵맛을 좋아해야 하는지 정부가 국민을 가르칠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양한 빵집이 목좋은 곳에 충분히 생길 것이라는 믿음을 국민에게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전세대란 대책으로 지난 19일 다세대·연립 중심으로 11만 4000가구의 공공임대 공급안을 내놓았다. 이에 국회에서 전세대책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왔고 김 장관은 “아파트는 공사 기간이 많이 걸려 당장 마련하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가난은 내 탓도 부모 탓도 아니다

    [김금숙의 만화경] 가난은 내 탓도 부모 탓도 아니다

    학교를 밥 먹듯 빠지던 아이가 있었다. 책가방이 없어서 보자기에 책을 싸 왔고 점심에는 어딘가로 사라지곤 했다. 물 빠진 낡은 옷을 입었던 그 아이는 소문만큼은 부자였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요, 엄마는 집을 나가 동생 둘과 함께 산단다. 아버지한테 수시로 맞고 돈 벌러 술집에 다닌단다. 어느 날 아이의 배가 불룩하더란다. 임신을 한 모양이다. 누군가 보았는데 갓난아기를 업고 있었단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진짜 아기를 낳은 모양이다. 사람은 좋은 소문보다 안 좋은 소문에 관심이 많은가? 소문은 눈덩이가 된다. 녹아 사라질 눈덩이를 진짜라고 믿는다.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무서운 분이었다. 시험지를 깜빡 잊어버리고 안 가져와도 머리를 맞았다.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그래?”는 그녀의 단골말이었다. 그런 날이면 아이들은 ‘담탱이’(담임을 비하해 썼던 단어)가 지난밤 또 부부싸움을 한 걸 거라고 수군거렸다. 나는 말이 없고 얌전했더래서 딱히 혼날 일을 만들지는 않았다.그런데 한번은 친구 J와 쉬는 시간에 매점에 갔다가 수업 시작종이 울린 후에야 교실에 도착했다. 선생님이 손가락을 까닥이며 앞으로 나오라고 했다. 교실 뒷문에서 교단까지 가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선생님은 출석부로 내 머리를 세차게 내려쳤다.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아프다는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몸을 가장 작게 한 채 고개를 숙였다. 선생님은 나를 째려보면 소리를 질렀다. “너는 왜 얌전한 애가 저딴 애랑 다니면서 속을 썩여?” 그날 ‘저딴 애’ J는 맞지 않았다. 그 일이 있던 며칠 전 J의 엄마가 학교에 담임 선생님을 찾아왔더란다. 다른 엄마들은 다 돈봉투를 건넸는데 유독 J 엄마만은 도도하게 담임의 아이들 훈계 방법에 대해 지적했단다. J는 우리와 달랐다. 늘 기발하고 독특한 것을 제안했다. 어느 날은 가난해서 학교에 오지 못하는 반 아이를 돕자고 했다. J는 쉬는 시간에 반 아이들에게 마음을 보탤 것을 요구했다. J의 언변은 뛰어났다. 대부분이 설득됐던 것 같다. 떡볶이 사 먹을 돈을 모아 우리는 그 아이에게 줄 책가방을 샀다. 이 사실이 교장 선생님 귀에 들어갔다. 담임 선생님은 칭찬 대신 교장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다. 담임이 돼 가지고 아이들이 돈을 모아 친구를 도울 동안 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거였다. 교실 문을 여는 담임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그녀는 차분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 눈 감아.” 심상치 않았다. “니네가 왜 가난한지 알아? 네 부모가 게으르기 때문이야. 그래서 너희도 가난한 거야. 원망하려거든 게으른 너희 부모를 원망해.” 나는 그때까지 단 한 번도 내 부모가 게으르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근데 우리 집은 가난했다. 물론 책가방 살 돈이 없어서 책보를 들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미술학원, 피아노학원에 가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다. 차도 없었다. 그니까 가난한 게 맞았다. ‘가난하니까 선생님의 말이 맞다면 우리 부모는 게으른 거구나’ 싶었다. 나는 아직 어렸다. 나는 내 부모를 살펴보았다.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돌아왔다. 끼니를 거르며 돈을 모아 자식들을 먹여살렸고 공부를 시켰다.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난했다. 선생님의 말은 틀렸다. 단 한순간이라도 담임의 말에 넘어가서 부모가 게으르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래서 우리가 가난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부끄럽고 부모님께 죄송했다. 몇 년 전이었다. 뉴스에서 보았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한 청년이 대형마트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아서 이런 일을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몹시 불편했다. 지인 중에는 박사학위 받고도 취업을 못해 백화점에서 장식품을 파는 이가 있었다. 그러니 당신 탓이 아니다. 가진 자가 비우며 살라고 한다. 가난은 불편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빛나는 말은 가난한 이 앞에서는 하지 말기를. 다행히 내게 그림을, 문학을 발견하게 해 준 좋은 선생님도 있었다. 예술은 나에게 과거의 가난을 잊게 하는 최고의 약이었다.
  •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부희령의 다초점 렌즈] 낳을 권리와 낳지 않을 권리

    오래전 어느 출판사 관계자와 밥을 먹는 자리에서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불쑥 질문이 날아들었다. “바깥분은 무슨 일을 하세요?” 처음 만난이였다. 뜬금없는 호기심에 의아했으나,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어요. 아들이 하나 있고요.” 예기치 못한 대답에 그녀는 당황한 듯 보였다. “어머나, 그런데 어쩌면 그렇게 밝으세요?” 어색한 상황을 수습하고자 튀어나온 말이었겠으나, 더욱 어색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했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칭찬인가, 비아냥인가. 아이를 키우며 혼자 살면 어두워야 하나? 그저 ‘불편’에 불과했던 상황을 굳이 ‘불행’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시선을 실감했다. 세상 물정 몰라서인지, 주위 사람들이 선량해서인지 ‘비정상 가족’이라는 편견의 벽에 자주 부딪히지는 않았다. 현실적으로는 돈을 벌면서 아이를 키우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 더 버거웠다. 당연히 어느 쪽도 잘하지 못했으나, 그마저도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힘들었다. 어느 여성 방송인이 자발적 비혼모가 됐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요즘 한국에서는 낙태를 인정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면 거꾸로 생각해서 아기를 낳는 것도 인정해 달라’는 그녀의 발언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낳지 않을 권리가 있듯이 낳을 권리도 있다는 이야기다. 딱히 틀린 구석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과연 낳지 않을 권리와 낳을 권리가 같은 평면에서 논의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낳지 않을 권리를 말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은 낳아서 키울 사회경제적 여건이 되는가, 홀로 아이를 낳는 것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두렵지 않은가, 내가 정말로 자식을 원하는가, 대충 세 가지일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은연중에 가부장제라는 연결 고리로 서로 얽혀 있다. 그래서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하지만,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것 역시 동의할 수 없다는 모순이 생긴다. 어릴 적에 나는 생리적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사람은 어머니, 사회경제적 지원을 해 주는 사람은 아버지라고 구분했다. 가부장제 속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살다 보니 그건 역할 구분이 아니라 위계질서였다. 부모의 역할 구분이 의미가 없는 것은 사람 하나를 낳고 키우는 일은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비혼이면서 자식을 낳을 권리를 말하는 이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충분한 능력이 있으리라 짐작된다. 물론 세상의 시선은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굳이 덧붙이자면 가난은 모멸에 더 취약하다. 지금 이곳에서 낳지 않을 권리에 대한 소리가 더 높은 이유는 편부든, 편모든 홀로 아이를 키우는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나 배려하는 시선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빈곤과 차별 속으로 아이와 함께 기꺼이 걸어 들어갈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니까 결혼을 하면 되지 않느냐’, ‘그럴 상황이 아닌데 임신을 왜 하느냐’라는 말이 들리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가만히 앉아서 남을 비난하며 훈수를 두는 일이다. 미리 계산할 수 없는 우연과 조건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곳이 세상이며, 세상은 또한 끊임없이 변한다. 변화는 당연한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시작되기도 한다. 온갖 신념과 제도로 직조된 사회에서 간신히 허용되는 것은 무엇인가를 하지 않을 권리뿐인지도 모른다. 낳을 권리 또한 ‘결혼하지 않고 자식을 낳을’ 권리다. 문득 신경림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언젠가는 낳지 않을 권리와 낳을 권리가 같은 평면에 놓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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