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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분양 과열 ‘투자주의보’

    일부 완공된 상가가 점포주인이 개업을 하지 않아 비어있는 곳이 늘어나는 가운데 신규 분양상가는 내정가 대비 낙찰가율이 200∼400%에 달하는 등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점포 하나 분양받는데 최소한 5억원가량이 필요해 일부에서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분양이 이뤄지면서 실제 입주후에는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투자자의 피해도 우려된다. ●20∼30대 경쟁률 기록 지난 18일 실시된 경기도 수원 율전주공아파트 단지내 상가는 평균 경쟁률이 14.2대1이었다.내정가 대비 낙찰가율은 270%로 2.7배나 높은 가격에 분양을 받은 것이다. 이에 앞서 4월22일 포천 송우지구에서 분양된 상가는 평균 경쟁률이 24.21대1이었다.이달 13일 분양된 인천 삼산지구 7블록 단지내 상가는 최고 경쟁률이 34대1이었다.이들외에도 대부분의 상가가 10∼2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아파트는 대부분 청약을 했다가 비로열층인 경우 청약을 안하는 경우가 있지만 상가는 점포를 지정해 입찰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10대1이 넘는 경쟁률은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상가분양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저금리와 주택시장 침체로 갈곳을 잃은 여유자금이 상가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특히 서울 동대문 굿모닝시티 분양사고 이후 투자자들이 대형 쇼핑몰을 기피하면서 단지내 상가나 근린상가에 돈이 몰린다는 분석이다. ●최소 5억원은 있어야 지난달 22일 분양된 포천 송우지구 상가 평당 최고 낙찰가는 4550만원이었다.또 이달 18일 분양된 율전1지구 주공아파트 단지내 상가는 최고 낙찰가는 평당 3800만원이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22일 분양된 부천 삼산주공 7블록 단지내 상가는 평당 9006만원에 낙찰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평당 분양가가 폭등하면서 투자자는 점포당 최소 5억원은 있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소규모 미니 점포라도 3억원은 들어간다. 13일 입찰을 받는 삼산지구 7블록 11평짜리 상가는 예정가가 1억 9800만원이었으나 낙찰가는 5억 8400만원이었다.평당 5300여만원에 분양된 것이다.물론 2층 점포는 평당 1000만원대지만 1층 점포는 대부분 5억원은 있어야 분양을 받는다. ●상가시장 대박은 없다 상가에 돈이 몰리지만 상가는 주상복합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땅처럼 대박을 내기가 쉽지 않다.대부분 임대료 수입을 겨냥해야 한다. 따라서 분양에 앞서 그 일대의 상가 임대시장을 먼저 알아봐야 한다.최소한 임대를 통해 6%이상은 순수익이 나와야 한다. 인천 삼산지구 11평을 5억 8000여만원에 분양받은 경우는 최소한 보증금 5000만원에 월 250만원가량의 임대료를 받아야 6%대의 수익을 낼 수 있다.그러나 이처럼 수익을 낼 수 있는 점포는 전체 분양 상가의 10∼15%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시간과 공간사 한광호 대표는 “상가는 임대료에서 수익이 나는 만큼 분양에 앞서서 반드시 인근의 임대시장을 잘 살펴봐야 한다.”면서 “최소한 6%수익이 나는 상가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
  • 부산고법“거창학살 국가에 책임 없다”

    6·25전쟁 당시 발생한 거창양민학살에 대해 국가는 유족에 대한 직접피해는 물론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도 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제5민사부(부장 윤인태)는 18일 문모(80)씨 등 거창양민 학살사건 희생자 및 유족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거창사건은 1951년 2월 발생했고 학살책임자에 대한 판결도 같은 해 12월 선고된 만큼 판결 선고일로부터 3년,사건 발생일로부터 5년을 경과해 손해배상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또 국가가 거창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및 희생자 배상 등에 소홀히 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국가나 공무원의 부작위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현행법 체계에서는 거창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이 불가능한 만큼 국회의 특별입법에 의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거창사건 유족 등 324명은 2001년 창원지법 진주지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국가는 유족 등에게 4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 재계 리스크관리‘위험감지체제’ 도입 시급

    극심한 내수 부진에 고유가와 중국쇼크,미국의 금리인상설로 기업마다 비상이 걸렸지만 국내 업체들의 리스크 관리 대책이 너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대증요법식 리스크 관리로 일관,위기가 사라지면 잊었다가 위기가 재발하면 똑같은 대책을 내놓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판박이 대책 고유가 대책의 경우 걸프전(1990년), 이라크전(2003년) 때와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유가 상승에 이은 임금동결과 운임·제품가 인상,에너지절약 등이 바로 그것이다.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마찬가지이다. 원가부담이 늘면 제품가를 올리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문제는 기업들의 대응책이 이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다.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대응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그나마 큰 기업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대응수단이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과거나 지금이나 고유가나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속수무책으로 정부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 리스크 관리는 정부 몫 중소기업들은 고유가와 환율 등 외부 변수에 가장 민감하지만 제품가 인상이라는 대책 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그나마 납품단가 인상은 대기업에 의해 좌우돼 중소업체들은 리스크를 피해갈 만한 수단이 거의 없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우산’이 없으면 중소기업은 앉아서 당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지원도 미진해 위기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중소기업은 환변동 보험 가입이나 은행 선물환 거래,원자재 선물 거래 및 공동구매 활성화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생활화해야 위기 때에만 리스크 관리를 외치기보다 평상시에도 위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또 단기 대책보다는 중장기 위주의 리스크 관리기법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오승구 박사는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에너지 절약,에너지 효율화 정책이 필요하며,장기적으로는 원유수급상황이 원활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비축을 해둬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력이 없다.”면서 “에너지 효율화제품 개발,기업차원의 대체에너지 확보,해외 에너지 탐사 참여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두바이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전영재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미국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국내 기업들이 ‘위험감지체제’를 가동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부를 제외한 대기업들은 전혀 준비조차 안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출시장 다변화,제품의 고부가가치화,지역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 등 기본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곤 유길상 김경두기자 sunggone@seoul.co.kr˝
  • [이제는 경제다(中)] 한국경제의 현주소

    “우리경제의 진정한 문제는 고유가나 중국쇼크가 아니다.허약해진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다.”(한국은행 고위 관계자) 정부나 경제전문가들의 예측대로라면 지금쯤 우리 경제는 신나는 회복가도를 달리고 있어야 한다.하지만 내수침체,실업난,가계대출 연체,중소기업 자금난 등 경제전반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국경제 긴축,유가 상승,미국 금리인상설까지 등장하면서 경제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전문가들은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경기사이클에 따른 일과성(一過性)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한때 앓고 나면 낫는 감기가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중병(重病)에 걸렸다는 것이다. ●성장동력의 약화 경제의 주축인 내수(소비·투자)와 수출 가운데 기댈 곳은 오직 수출 뿐이다.소비와 투자는 좀체 상승세를 탈 기미가 없다.한국은행은 이를 성장동력의 약화 차원에서 해석한다. 한은 박준경 박사는 “우리나라는 90년대 이후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성장전략을 선진국형으로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비슷한 수준에서 맴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똑같은 양의 자본과 노동을 투입했을 때 기술수준 격차 때문에 미국의 50% 정도 밖에 부가가치를 못 낸다.영국,프랑스,캐나다,싱가포르,홍콩 등에 비해서도 60% 수준이다. 현오석 무역연구소장은 “수출이 잘돼도 그 효과가 산업전반에 못 퍼지는 것은 열악한 부품산업에 원인이 있다.”면서 휴대전화 부품의 60%가 일본제라는 것을 예로 들었다.그는 “우리 수출상품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부품을 그만큼 질좋고 비싼 것으로 써야하는데 국내 자체조달이 안돼 일본 제품을 쓰다보니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대외 교역조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지난해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00년=100·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양)는 89.0으로 2002년 95.0에 비해 6.3%가 하락했다.88년 통계개편 이후 최악이다.실물부문의 대외 의존도가 높다보니 금융시장도 외부동향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말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경제긴축 발언 이후 원화의 평가절하폭과 주가 하락폭이 어느나라보다도 컸다. ●투자할 곳 못찾는 기업들 설비투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별로 늘지 않고 있다.기업들이 공장이나 기계 등에 투자를 많이 해야 잠재성장능력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중소기업 등으로도 효과가 확산되고 일자리 창출과 개인소득 증가도 일어나게 마련이지만 현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실질 설비투자액(2000년 기준)은 71조 4359억원으로 전년 72조 5564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었다.통상 설비투자 증가율이 연간 3% 가량은 돼야 노후장비 교체 등 최소한의 유지가 가능하지만 지난해에는 그만큼도 안됐다는 얘기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 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투자처를 못 찾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어떤 사업이 고수익을 낼수 있을 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빚으로 흥청망청…바닥난 소비능력 경기냉각의 초기였던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정부는 내수침체의 이유로 ‘소비심리’의 냉각을 들었다.안이한 분석이었다.문제의 실체는 ‘소비능력’의 약화였다.거대한 가계부채 때문이다.99년 말 1419만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가구당 가계신용(가계대출+외상구매) 잔액은 지난해 말 2926만원으로 106%나 늘어난 반면 같은기간 국내 개인처분가능소득은 321조원에서 400조원 안팎으로 증가율이 20%대에 그치고 있다.소득은 별로 안늘었는데 빚만 두배로 늘어난 탓에 같은기간 신용불량자 수는 199만명(경제활동인구의 9.2%)에서 372만명(〃 16%)으로 뛰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가계부채 문제는 내년까지도 해결이 안되고 잘못하면 내후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집값 상승에 따른 부동산거품의 붕괴와 맞물릴 경우,우리경제가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진적인 서비스산업 구조 공장의 해외이전 등으로 국내 제조업의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보완해야 할 서비스업도 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특히 많은 사람들이 교육·관광·의료 등 서비스를 위해 해외로 나가면서 국부(國富) 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서비스수지의 대표격인 여행(관광·유학·연수 등)의 경우,98년만 해도 34억 4000만달러 흑자였으나 99년에는 흑자규모가 19억 6000만달러로 줄더니 2000년에는 3억달러 적자로 반전됐다. 이후 2001년 -12억 3000만달러,2002년 -45억 3000만달러,지난해 -47억 3000만달러로 큰 폭의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전체 서비스업에서 컨설팅이나 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를 내는 비즈니스 서비스업의 비중은 6.9%에 불과해 미국(13.0%),영국(20.0%),독일(17.1%) 등에 크게 뒤처진다.반면 음식·숙박·부동산업 등 소비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로 미국(15.2%),영국(14.3%),캐나다(13.0%)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함정호 한은 금융경제연구원장은 “내수는 바닥인 데도 교육·관광·의료 등 해외에서의 지출은 늘고 있다.”면서 “취약해진 제조업 성장동력을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서비스산업의 확충은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고용없는 성장 가능성 국민소득이 10여년째 1만달러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형 딜레마인 ‘고용없는 성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우리경제의 고민이다. 국내 취업자 수는 2000년 86만 5000명,2001년 41만 6000명,2002년 59만 7000명 등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으나 지난해에는 3만여명이 오히려 줄어들었다.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설비투자 부진 ▲국내 공장의 해외이전 ▲일부 기업에 편중된 경제성장 등 때문이다.특히 반도체·석유화학·IT(정보기술) 등 성장주도 산업이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장치산업’들이라는 게 경기회복과 고용확대를 막는 이유가 되고 있다. 비용절감 등을 위해 상시고용 인원을 최소화하고 임시직·계약직을 늘리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鄭’떠난 자리 일단 ‘辛’체제로

    정동영 의장이 사퇴하면 열린우리당 지도부 개편작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국회는 천정배 원내대표가 주도하고,당권은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이 접수한다.‘정동영 의장·김근태 원내대표’ 투톱체제가 ‘신기남 의장·천정배 원내대표 ’체제로 뒤바뀌는 것이다. ●“신기남 체제,얼마나 가나?” 정 의장의 사퇴 이후 행보는 아리송하다.의장 비서실장인 김영춘 의원은 16일 “쉬는 게 맞으나 개각 때 입각할지 여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정 의장도 이후 행보를 묻는 기자들에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입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한 중진의원은 “입각하지 않으면 뭐하겠느냐.”고 지적할 정도다. 정 의장이 사퇴하면 중앙당은 의장 경선 때 2등을 한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이 당헌에 따라 의장직을 자동 승계하게 된다. 주목되는 점은 ‘신기남 체제’의 지속여부다.당내 일각에서는 간선 의장제 채택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 개최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그러나 신 의원은 “전당대회를 하려면 선거인단이 있어야 하는데 지구당이 모두 폐지된 상황이라 선거인단 구성 자체가 어렵다.”면서 “현실적으로 개최는 내년 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구당 당원들이 뽑은 대의원들은 엄연히 있기 때문에 전대 개최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지적도 있어 전대개최 여부는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신 의원도 그동안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신 의원이 정 의장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의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할 수 있는 ‘총선승리’라는 화두는 효용가치가 사라진 지 오래다.‘민생안정과 개혁완수’라는 새로운 목표는 천정배 원내대표가 거머쥔 상태다.의장후보로 거론되던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당내 ‘국정과제수행특별위원회’위원장에 내정된 것도 부담이다. 결국 그로서는 자신이 위원장인 새정치실천위원회를 통해 영향력 확대를 노릴 것으로 여겨진다.의장직 승계시 새정치실천위원회 위원장 자리는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 ●“이종걸 의원,수석부대표” 원내의 경우,이종걸 수석부대표 내정자가 주목된다.야당과의 국회의사일정 교섭은 물론 당내 상임위 배분 등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게 된다.이 의원은 “현재 16개인 상임위를 법제사법,환경노동,정무위 등을 중심으로 하나씩 더 늘려 약 20개로 만들 예정”이라면서 “다음주 초가 되면 상임위 구성과 배분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1명으로 구성될 원내부대표진도 주목된다.기획·정무·홍보·언론 등 각 분야별 부대표들이다.당 대변인제는 폐지 가능성이 많다.정당개혁 추진단의 관계자는 “지난주말 1박 2일 워크숍을 통해 대변인제는 없애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귀띔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서울광장] ‘한국경제號’ 시동 걸자/오승호 논설위원

    ‘한국 경제호’가 중국 쇼크와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설,오일쇼크 등으로 경기회복을 향해 한발짝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우리의 최대 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경제성장의 급격한 하락,이른바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출 중지,금리인상 준비 등의 정책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우리는 어떤가.4·15 총선 이후 성장과 분배의 우선 순위 등을 따지는 데 집착,노선 갈등만 키우고 있다.성장이 먼저냐,분배가 우선이냐를 따지는 논쟁 따위에나 몰입해 중국과는 딴판이다.국민들은 정말 진절머리난다고 한다.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2001년 1월 신년호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1세기는 더 이상 성장·분배 논쟁은 의미가 없으며,21세기의 화두는 ‘젊음과 늙음’”이라고 했다.그러면서 2030년이나 2040년쯤이면 중국이 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그런데 나이든 사람들은 경제 활력이 떨어져 열정이 있는 젊은이들이 일을 해야 하는데,젊은이들은 “왜 우리가 하느냐.”고 되묻는 시대가 오는 것이 우려된다는 내용이다.먹고 사는 문제의 접근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야의 개혁 논쟁은 접어두더라도 중요한 경제정책과 관련해 정부 부처간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영 보기가 좋지 않다.부처간 혼선은 재벌정책의 주무부서인 공정거래위원회가 불을 지피면서 시작됐다.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간 사전 조율 없이 재벌 금융 계열사의 의결권을 30%에서 15%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임원 해임이나 정관 개정,외국자본의 인수·합병(M&A) 방지 등을 위해 현행대로 30%를 유지해야 한다는 재경부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출자총액제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공정위 방침 역시 재경부는 난색을 표한다.기업투자에 방해가 된다면 예외 규정을 두는 등 신축적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는 시각이다.“우선 투자가 일어나고 성장이 돼야 한다.”는 이헌재 부총리의 경제관이 반영된 것일 게다. 갈길은 바쁜데 메아리 없는 ‘구호’ 논쟁과 정부 내의 불협화음이 잦다 보니 정부의 상황 판단 능력도 예전같지 않은 것 같다.긴박감도 덜해 보인다.국제 유가가 40달러를 돌파해 비상이 걸렸다.이럴 때 세수 감소도 없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라도 벌일 법한데 조용하다.올 초 중동 정세 불안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 영향으로 유가가 치솟았을 때,정부는 어땠나.“세계적으로 석유 비수기인 2·4분기부터는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급기야 지난 3월31일에는 고유가 대책의 1단계 조치 시행 기준인 두바이유의 10일 평균 가격을 26∼28달러에서 32달러로 높이는 등 허둥댔다.우리나라는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일본과는 다르다.유가나 주식시장,금리 수준 등이 외생 변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다.이런 사실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 현상이 아닌지 되묻고 싶다. 개혁 논쟁과 경제정책의 방향 부재,당·정·청간의 경제정책 주도권 다툼 등은 대통령의 업무 집행 정지 여파도 컸을 것이다.경제부총리가 오죽했으면 지난 13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현재 경제상황을 “망망대해에서 떠 있는 배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을까.사공이 많아 말은 많지만 컨센서스를 이루지 못하는 형국을 빗대어 한 말이다.노무현 대통령이 업무에 복귀했다.“대통령이 경제정책의 방향을 확실히 제시해 줘야 한다.”는 게 기업은 물론 정부 관료들의 주문이다.정책 혼선이 재연되지 않도록 경제정책만은 부총리가 책임지고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히는 것도 기대하고 있다.재계가 먼저 조건없이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반길 일이다.이제 한국경제호의 시동을 걸어 순항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9)한국의 찻그릇 - 우동진의 백자 찻사발

    백자는 청자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그릇이자 조선시대의 유교이념이 투영된 세계적 미술품이다.중국의 당·송 시대에서 비롯된 백자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고려 중엽 이후부터였다.불교사상을 상징한 청자시대의 화려하고 우아한 멋이 백자의 단아함과 고결함을 껴안게 되면서 고려시대라는 정신사를 아름답게 장식했다.주로 중국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다 귀국하는 길에 선물용으로 사오거나 중국 정부의 예물로 들여오기 시작하다가 고려백자라는 이름의 흉내낸 그릇이 제작된 적도 있었지만,백자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게 된 것은 조선시대 들어서부터였다. 특히 순백자 예찬론자였던 세종대왕의 고급 문화정책에 힘입어 경기도 여주,이천,광주에 관요(官窯)가 세워졌고,조선의 왕실,귀족,양반 관료들만의 전유물인 고급 백자가 엄격한 체제와 관리 아래서 생산되었다.조선시대 민중들은 이같은 백자를 사용할 수 없었다.그릇은 곧 신분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백자시대였지만 정작 차문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찻사발은 그리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다.차문화가 불교문화의 핵심인 헌공다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불교사상을 배척하는 것을 조선의 정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의 지배자들이 차문화를 숭상하기 어려웠던 탓이다.차 대신 술이 지배한 시대가 조선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조선시대는 차 대신 술이 지배 그런 중에도 아주 적은 양의 찻그릇들이 제작되어 사용된 사실은 있었다.찻사발도 마찬가지였다.백자 찻사발은 백자 특유의 차갑고 엄격한 선과 색깔을 아름다움의 핵심으로 삼았다.날카롭다고 볼 수 있는 찻사발의 전이 지닌 얇고 경직된 선,단조롭고 정형화된 굽,허리와 중배에서 전으로 이어지는 차가운 선,조선 선비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절개와 무욕의 흰 색깔로 된 찻사발은 매우 적은 양만이 전해지고 있다.백자는 민중들과의 신분 차별을 뜻하기도 해서 역사적인 의미로나 미학적 접근에서 난해하고 제한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현대사회에 와서도 백자를 빚는 이들이나 사용하는 이들의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보여진다. 경남 양산시 웅상읍 매곡리 매곡요(梅谷窯) 주인 우동진(46)씨가 최근 발표한 백자를 주제로 한 찻사발의 재해석은 백자에 관한 우리의 통념을 크게 변화시켜 줄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그의 작업장으로 찾아가 작품 세계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문:기본적으로는 백자의 미학적 토대를 유지하면서도 민중적 정서와 체취를 느끼도록 시도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떻게 이같은 발상이 가능했을까요? 우동진:찻사발에 대한 관심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특히 최근 들어 도자작가나 차인들에게 크게 회자되고 있는 정호(井戶) 찻사발의 장점과 아름다움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백자에다 정호를 응용하고 싶어지더군요. 문:언제부터 도자기를 빚게 되었지요? 우동진:27세 때부터였습니다.처음엔 산어도자에 관심이 있었지요.타일,전기애자를 생산하는 일을 해 보고 싶었는데 이 분야는 기술과 자본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더군요.흙의 문제도 있었고요.생활도자기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흙을 만지게 되었습니다.벌써 20년째가 됩니다. 문:가마의 불은 어떤 재료를 주로 사용합니까? 우동진:석유가마,가스가마를 거쳐서 현재의 장작가마로 밟아왔습니다.이 가마는 스승이신 천한봉 선생께서 터를 잡고 지어주신 것입니다.가마가 곧 저의 스승인 셈입니다. 문:대학 학부에서는 도자공예를 공부하고,대학원에서는 도예디자인과 광물학 두 과정을 공부했거나 현재 공부하고 있는데,학문이 도자 실기에 도움이 됩니까? ●흙의 성질 알고 그릇 만들면 희열 우동진:굳이 찻그릇을 만드는데 석사 박사 학위가 필요한 조건이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요.다만 제가 광물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흙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도자기는 한마디로 흙의 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우리나라 곳곳에 도자소가 산재했다는 점,선조들이 흙의 분석에 철저했다는 점 등은 우리나라 지층 구조가 다양했기 때문이라 봅니다.흙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고,흙의 성질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알고 그릇을 만들면 훨씬 자유롭고 깊은 정신적 희열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흙의 성격은 복합적인 화학적 구성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구성 요소마다 못된 놈 좋은 놈들의 상호작용이 존재하지요.그 작용이 조화인데,이를 잘 이해해야만 흙의 질서를 배울 수 있거든요.따라서 도자기를 만든다는 것이 그냥 그릇을 만들어 돈을 받고 팔아서 먹고 사는 경우와 먹고는 살되 흙의 질서를 배워 나도 흙이 되려고 하는 경우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제딴에는 후자에 속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문:백자 찻사발 세계를 들여다보면 박지원 선생의 양반전을 떠올리게 됩니다.조선의 양반제도가 지닌 모순과 폐해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꾸짖는 양반전의 통쾌함이 우 선생의 백자 찻사발에서도 감지된다는 말입니다.갓 쓰고 도포 입은 양반이 무논에서 쟁기질하는 것 같은 묘한 맛과 함께,조선시대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던 백자를 민중들의 정서에 맞도록 재구성한 것은 확실히 놀라운 실험정신의 소산으로 보입니다.그런 것을 의식했을까요? ●양반제 폐해 신랄하게 풍자해 통쾌 우동진:꼭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다만 우리 시대의 삶과 정신을 담을 수 있는 백자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줄곧 해왔습니다.임진왜란으로 한국 도자역사 500년을 일본에 빼앗겼지만 우리에게 미래는 무궁합니다.미래의 세대가 21세기 한국의 도자 역사를 물을 때 대답해 줄 최소한의 몇 마디라도 준비해야 옳지 않겠습니까. 도자기 만드는 이들이 실험정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재료도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을 많이 합니다만 저는 그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왜냐하면 상업적인 도자 제작 판매에 매달려서 남의 우수한 창작품을 베끼기하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그렇지 않은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 하나가 다 도전정신의 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지요. 문:우 선생께서는 평소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지요. 우동진:남 욕하고 허물을 들추지 말자는 것이지요.작가로서 이름 얻는 수단만 좇을 게 아니라 내가 할 몫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최선을 다하다 흙이 되자는 것입니다. 문:우리나라 찻사발의 문제점이 뭐라고 보십니까? 우동진:찻사발 만드는 작가들이 먹고 사는 일에 너무 급급하다 보니 실험정신과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실험정신은 도자 교육과정에서 강조되어야 옳은데 이를 소홀히 하면 미래로 향하는 작가의 발목이 현실 안주라는 마귀에게 붙들리게 됩니다.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지요.부족함을 드러낼 줄 아는 것이 실험정신이고,아름다움 아니겠습니까?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39)한국의 찻그릇 - 우동진의 백자 찻사발

    백자는 청자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그릇이자 조선시대의 유교이념이 투영된 세계적 미술품이다.중국의 당·송 시대에서 비롯된 백자가 우리나라에 알려진 것은 고려 중엽 이후부터였다.불교사상을 상징한 청자시대의 화려하고 우아한 멋이 백자의 단아함과 고결함을 껴안게 되면서 고려시대라는 정신사를 아름답게 장식했다.주로 중국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다 귀국하는 길에 선물용으로 사오거나 중국 정부의 예물로 들여오기 시작하다가 고려백자라는 이름의 흉내낸 그릇이 제작된 적도 있었지만,백자가 본격적으로 생산되게 된 것은 조선시대 들어서부터였다. 특히 순백자 예찬론자였던 세종대왕의 고급 문화정책에 힘입어 경기도 여주,이천,광주에 관요(官窯)가 세워졌고,조선의 왕실,귀족,양반 관료들만의 전유물인 고급 백자가 엄격한 체제와 관리 아래서 생산되었다.조선시대 민중들은 이같은 백자를 사용할 수 없었다.그릇은 곧 신분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백자시대였지만 정작 차문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찻사발은 그리 많이 만들어지지 않았다.차문화가 불교문화의 핵심인 헌공다례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불교사상을 배척하는 것을 조선의 정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의 지배자들이 차문화를 숭상하기 어려웠던 탓이다.차 대신 술이 지배한 시대가 조선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조선시대는 차 대신 술이 지배 그런 중에도 아주 적은 양의 찻그릇들이 제작되어 사용된 사실은 있었다.찻사발도 마찬가지였다.백자 찻사발은 백자 특유의 차갑고 엄격한 선과 색깔을 아름다움의 핵심으로 삼았다.날카롭다고 볼 수 있는 찻사발의 전이 지닌 얇고 경직된 선,단조롭고 정형화된 굽,허리와 중배에서 전으로 이어지는 차가운 선,조선 선비의 이상향을 상징하는 절개와 무욕의 흰 색깔로 된 찻사발은 매우 적은 양만이 전해지고 있다.백자는 민중들과의 신분 차별을 뜻하기도 해서 역사적인 의미로나 미학적 접근에서 난해하고 제한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현대사회에 와서도 백자를 빚는 이들이나 사용하는 이들의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보여진다. 경남 양산시 웅상읍 매곡리 매곡요(梅谷窯) 주인 우동진(46)씨가 최근 발표한 백자를 주제로 한 찻사발의 재해석은 백자에 관한 우리의 통념을 크게 변화시켜 줄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그의 작업장으로 찾아가 작품 세계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문:기본적으로는 백자의 미학적 토대를 유지하면서도 민중적 정서와 체취를 느끼도록 시도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떻게 이같은 발상이 가능했을까요? 우동진:찻사발에 대한 관심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특히 최근 들어 도자작가나 차인들에게 크게 회자되고 있는 정호(井戶) 찻사발의 장점과 아름다움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백자에다 정호를 응용하고 싶어지더군요. 문:언제부터 도자기를 빚게 되었지요? 우동진:27세 때부터였습니다.처음엔 산어도자에 관심이 있었지요.타일,전기애자를 생산하는 일을 해 보고 싶었는데 이 분야는 기술과 자본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더군요.흙의 문제도 있었고요.생활도자기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흙을 만지게 되었습니다.벌써 20년째가 됩니다. 문:가마의 불은 어떤 재료를 주로 사용합니까? 우동진:석유가마,가스가마를 거쳐서 현재의 장작가마로 밟아왔습니다.이 가마는 스승이신 천한봉 선생께서 터를 잡고 지어주신 것입니다.가마가 곧 저의 스승인 셈입니다. 문:대학 학부에서는 도자공예를 공부하고,대학원에서는 도예디자인과 광물학 두 과정을 공부했거나 현재 공부하고 있는데,학문이 도자 실기에 도움이 됩니까? ●흙의 성질 알고 그릇 만들면 희열 우동진:굳이 찻그릇을 만드는데 석사 박사 학위가 필요한 조건이라고는 말하기 어렵겠지요.다만 제가 광물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흙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도자기는 한마디로 흙의 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우리나라 곳곳에 도자소가 산재했다는 점,선조들이 흙의 분석에 철저했다는 점 등은 우리나라 지층 구조가 다양했기 때문이라 봅니다.흙의 맛과 멋을 제대로 알고,흙의 성질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알고 그릇을 만들면 훨씬 자유롭고 깊은 정신적 희열을 느낄 수 있었을 겁니다. 흙의 성격은 복합적인 화학적 구성 요소를 지니고 있는데,구성 요소마다 못된 놈 좋은 놈들의 상호작용이 존재하지요.그 작용이 조화인데,이를 잘 이해해야만 흙의 질서를 배울 수 있거든요.따라서 도자기를 만든다는 것이 그냥 그릇을 만들어 돈을 받고 팔아서 먹고 사는 경우와 먹고는 살되 흙의 질서를 배워 나도 흙이 되려고 하는 경우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제딴에는 후자에 속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문:백자 찻사발 세계를 들여다보면 박지원 선생의 양반전을 떠올리게 됩니다.조선의 양반제도가 지닌 모순과 폐해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꾸짖는 양반전의 통쾌함이 우 선생의 백자 찻사발에서도 감지된다는 말입니다.갓 쓰고 도포 입은 양반이 무논에서 쟁기질하는 것 같은 묘한 맛과 함께,조선시대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던 백자를 민중들의 정서에 맞도록 재구성한 것은 확실히 놀라운 실험정신의 소산으로 보입니다.그런 것을 의식했을까요? ●양반제 폐해 신랄하게 풍자해 통쾌 우동진:꼭 그렇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다만 우리 시대의 삶과 정신을 담을 수 있는 백자라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줄곧 해왔습니다.임진왜란으로 한국 도자역사 500년을 일본에 빼앗겼지만 우리에게 미래는 무궁합니다.미래의 세대가 21세기 한국의 도자 역사를 물을 때 대답해 줄 최소한의 몇 마디라도 준비해야 옳지 않겠습니까. 도자기 만드는 이들이 실험정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재료도 부족하지 않으냐는 지적을 많이 합니다만 저는 그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왜냐하면 상업적인 도자 제작 판매에 매달려서 남의 우수한 창작품을 베끼기하는 이들이 없지 않지만,그렇지 않은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은 하나 하나가 다 도전정신의 산물이라고 보기 때문이지요. 문:우 선생께서는 평소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지요. 우동진:남 욕하고 허물을 들추지 말자는 것이지요.작가로서 이름 얻는 수단만 좇을 게 아니라 내가 할 몫이 무엇인가를 찾아서 최선을 다하다 흙이 되자는 것입니다. 문:우리나라 찻사발의 문제점이 뭐라고 보십니까? 우동진:찻사발 만드는 작가들이 먹고 사는 일에 너무 급급하다 보니 실험정신과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실험정신은 도자 교육과정에서 강조되어야 옳은데 이를 소홀히 하면 미래로 향하는 작가의 발목이 현실 안주라는 마귀에게 붙들리게 됩니다.완벽함이란 존재할 수 없지요.부족함을 드러낼 줄 아는 것이 실험정신이고,아름다움 아니겠습니까?˝
  • 한나라당 염창동으로 가나

    한나라당이 국회 주변의 싸고 좋은 건물을 물색해 놓고도 국회에서 멀리 떨어진 비싸고 허름한 건물로 당사를 옮길 것 같다.건물 외관만 놓고 ‘호화당사’라는 비난이 나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새 당사 후보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강서구 염창동 강서보건소 옆 식당건물.지은 지 오래돼 허름하기 이를 데 없는 2층짜리 건물이다.임대료는 보증금 6억원에 월 7000만원.국회에서도 별로 가깝지 않다.장점이라면 동시에 승용차 3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여유공간이 있는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새 당사로 내심 원하는 건물은 서울 여의도공원 주변 KT 사옥이다.이 빌딩은 새로 지은 첨단빌딩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현재 8층에서 12층까지 모두 5개 층이 비어 있다.계약만 맺으면 당장 입주가 가능하다. 한나라당은 2개층이면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임대료는 보증금 10억∼15억원에 월 45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국회에서는 걸어서 10분 정도면 닿는 거리에 있다.여러모로 비교해 봐도 염창동 식당건물보다 월등히 유리한 조건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염창동 식당건물을 새 당사로 삼으려는 것은 여론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차떼기당’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새 당사는 허름해야만 한다는 지나친 ‘강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표도 ‘염창동 당사’로 기울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박 대표는 10일 실·국장 업무보고에서 여의도공원 인근의 KT 사옥 대신 염창동 식당 건물주와 협상을 해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임대 보증금이나 월세를 좀더 싸게 하라는 주문도 나왔다.KT측이 한나라당에 임대하는 것을 껄끄럽게 생각할 것이라는 상황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이에 대해 당내 일각에선 “당 이미지를 살리는 것도 좋지만 싸고 좋은 건물을 두고 굳이 비싸고 허름한 건물을 찾아 들어가는 것은 지나친 게 아니냐.”는 푸념도 나온다. 전광삼기자 hisam@
  • [日 열도 달군 한류열풍] 쉽게 꺼질 ‘거품’ 아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한류 열풍에 대해 일본내의 전문가나 관계자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긍정론의 근거는 이렇다.일본의 한류는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가 계기가 됐고,상호 문화개방 확대로 상승작용하고 있다. 특히 오랜기간 지속적 교류를 통해 형성된 정서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상호 뿌리를 내리는 형식이기 때문에 포말처럼 허무하게 꺼져버릴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논거다. 일본에 거주하는 당국자들은 그래도 무척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주일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도 일본에서는 한류 열풍이 상당했지만 일순간 꺼져버린 적이 있다.”며 “따라서 이번에도 잘못 대응하면 그 때의 전례를 되풀이하지 말란 법이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그런 그마저도 “그때와 지금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 같다.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일본인들이 한국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분위기”라며 “NHK 한국어 강좌 교재를 50만명 이상이 사갈 정도로 저변이 확산돼 쉽게 열기가 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한국인들과 만 20년째 교류하고 있는 일본인 I는 “내 주변에도 한국어를 배웠거나,배우려는 사람이 요즘 늘고 있다.”면서 “한국말을 배우면 한국 문화 전체에 대한 이해가 증진돼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한류 확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통계적으로도 긍정론은 뒷받침된다.미래의 일본을 이끌 젊은층이 한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중·장년층에 비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내각부가 올초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 젊은이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50%대인 평균을 10%나 웃돌았다.장·노년층보다는 무려 20%나 높았다. 다만 특정스타에만 의존하는 한류는 위험하다는 점이 지적된다.한국문화원 김종호 과장도 이같은 점을 강조하며 “아울러 당국이나 관련자들이 우리 문화상품의 해외진출 확대란 단편적인 사고나 성과주의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씨줄날줄] 돌아온 카페/신연숙 논설위원

    “인터넷 상에서 카페는 보통명사나 관용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특정업체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카페’란 이름의 사용을 놓고 인터넷 포털사이트끼리 벌인 다툼에 대해 법원이 내린 판결 요지다.1심 판결에 불과하지만 이로써 인터넷 상에서 ‘카페’란 이름은 당분간 널리 쓰여질 수 있게 됐다. 커뮤니케이션 역사에서 ‘카페’는 대화의 장소,하버마스 식으로 말하면 ‘공론장(公論場)’을 의미한다.17세기말 프랑스에 처음 생긴 ‘카페’는 터키에서 온 ‘검은 음료’의 그윽한 향기를 즐기기 위한 곳이었다.그러나 카페는 곧 ‘대화’를 매개로 한 예술적,정치적,오락적 장소로 발전해 갔다.특히 계몽주의시대를 만난 카페는 온갖 사상이 자유롭게 부딪치며 진리를 찾아 가는 토론의 공간으로서 각광받는다. 그러나 공론장으로서 카페는 역사적인 부침도 겪었다.결정적인 타격은 19세기말,대중신문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이었다.대중신문은 공론의 방식도 획기적으로 바꿨다.커피를 놓고 얼굴을 마주보며 행하던 대인적(對人的)커뮤니케이션에서 비대면적(非對面的)커뮤니케이션으로,카페를 드나드는 사상가나 엘리트층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대중의 커뮤니케이션으로 형태가 변화해간 것이다.소유형태 등에 따른 대중언론의 편향성,일방성 등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약점은 우리가 모두 아는 바와 같다.카페는 이제 토론장이라기보다는 문화적 공간에 가까워졌다. 그러나 카페는 죽지 않았다.오히려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의 성장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포털 사이트들의 커뮤니티 카페는 하나의 이슈를 놓고 하루만에 수만명의 토론자들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떠올랐다.9·11사건 하나에 개설된 카페만도 수십개,최근엔 독도영유권논란,탄핵문제 카페가 위력을 발휘했다. 공론장으로서 인터넷 카페는 사실성,공정성,명예훼손 등 문제점도 많다.이번 소송에서 보이는 것처럼 상업성과의 결합도 문제점이다.그러나 기존 매체의 비대면성,접근제한성,시간성의 문제를 일시에 극복한 새 매체로서의 파워는 주목 대상이다.이번 소송의 최종 결과 여부를 떠나 사회현상으로서 생환한 ‘카페’현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 같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seoul.co.kr˝
  • ‘거짓말’에 비틀대는 미쓰비시車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미쓰비시자동차가 ‘작은 거짓말’로 시작된 신뢰의 위기로 인해 비틀거리고 있다.연이은 거짓말과 사실 은폐가 드러나면서 앞날이 불투명한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뒤늦게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으나,‘백약이 무효’인 상태다. 미쓰비시는 1차 경영위기에 처한 지난 2000년 7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경영에 참여하며 회생의 기회를 맞았다.그러나 그 해 리콜요구 은폐 사실이 드러나 신뢰에 금이 갔다. 거짓말이 더 큰 거짓말을 키운 걸까.2002년 1월 요코하마에서 주행중이던 트럭의 앞바퀴가 빠져 사고지점을 지나던 29세의 여성이 즉사하면서 거짓말 논란에 빠졌다.회사측이 10여년간 33건의 바퀴 이탈사고 때처럼 ‘정비불량’ 탓으로 돌린 것이다.이어 지난달 말 다임러가 금융지원 계획을 모두 중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쓰비시차는 또 기우뚱거렸다.다임러가 추가자금 투입 중지를 결정한 게 소비자들이 리콜은폐 등 미쓰비시의 정직성을 의심했기 때문이었다는 설이 나돌면서 신뢰성은 더욱 추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가나가와현 경찰이 6일 미쓰비시상용차(버스·트럭)부문인 미쓰비시 푸조의 트럭 앞바퀴가 주행중 이탈하면서 행인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우사미 다카시(63) 전 미쓰비시 푸조 회장과 하나와 아키오(63) 전 상무 등 임직원 7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으로 “차체결함을 정비불량이라고 허위보고했다.”는 혐의를 앞세웠다.도로운송차량법상 허위보고 혐의가 불과 200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해당하지만 체포까지 한 건 “악질성 은폐(거짓말)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처방”이라고 한다.따라서 미쓰비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7일 현재 극점으로 치닫는 상황이다.미쓰비시차 경영진이 전날 “맹성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사죄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2000년 리콜은폐가 탄로난 뒤 “윤리향상을 위한 개혁조치를 하겠다.”던 미쓰비시의 다짐들이 거짓으로 드러난 사실을 상기하기 때문이란다. 2002년 1월 사고 피해여성의 어머니(55)도 6일 “살인차를 평생 용서할 수 없다.정말 성의있는 사죄가 있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미쓰비시차에는 부담이다. 일본에서는 2002년 니혼 햄이 광우병 파동 때 정부 보상금을 더 타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가 ‘저승사자의 입’까지 들어갔다 나온 적이 있다.멀쩡한 기업이 작은 거짓말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교훈들이다.한국의 기업들도 새겨봐야 할 것 같다. taein@˝
  • 동탄 ‘분양가 大戰’

    경기도 화성 동탄지구 주택 분양을 앞두고 주택업체와 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간의 분양가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모처럼 노른자위 택지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주택업체는 한몫을 챙기겠다는 태세인 반면 시민단체들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업체와 시민단체사이에 낀 지자체도 과도한 분양가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섰다.더욱이 동탄지구는 올해 도입된 ‘플러스 옵션제’가 처음 적용될 전망이어서 분양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500만·600만·700만원 총 273만여평 규모의 동탄지구에는 아파트 3만 2615가구 등 모두 4만여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올 상반기에 현대산업개발 등이 5309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주택업체가 책정한 분양가는 평당 700만∼750만원.자재값 상승과 택지 분양가 등을 감안할 때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평당 480만원이 적정하다고 주장한다.땅을 평당 180만원에 분양받은 만큼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논리다.시민단체들은 나아가 분양원가 공개도 요구하고 있다.주택업체는 공공택지의 조성원가 공개가 추진되는 마당에 아파트 분양원가까지 공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또 땅 분양가도 각종 경비 등을 감안하면 평당 300만원대라며 아파트 분양가는 700만원이 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인허가권자인 화성시는 주택업체들이 사업승인을 신청하자 평당 분양가를 600만원 이하로 낮추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주택업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주택업체 한 관계자는 “시장조사 결과 평당 800만원에 분양해도 수요가 뒷받침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시민단체들의 인하요구 때문에 700만∼750만원으로 낮췄는데 이를 더 내리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분양가 논란이 일면서 분양시기도 당초 5월에서 1,2개월 늦어질 전망이다. ●플러스 옵션제 악용 우려도 동탄지구에서는 플러스 옵션제가 처음 적용될 전망이다.플러스 옵션제를 활용하면 평당 분양가를 600만원대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플러스 옵션제란 아파트 분양시 붙박이(빌트인) 가전제품·가구·위생용품을 없애고 기본형으로 분양하도록 하고,수요자들이 원할 때만 옵션품목을 추가토록 하는 것이다.제도가 도입되면 외형상 분양가는 평당 45만∼80만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플러스 옵션제에 따른 분양가 조정은 분양가를 내리는 게 아니라 분양가에서 옵션품목 가격을 제외한 것인 만큼 분양가 인하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당초 주택업체들이 옵션품목을 통해 분양가를 올린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된 제도가 자칫 눈속임 분양가 인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동탄지구 분양에 참여하지 않는 한 주택업체의 직원은 “동탄신도시는 분양가나 플러스 옵션제 측면에서 볼 때 앞으로 신규 분양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김봉태-창으로부터’ 展

    서양화가 김봉태(67)는 원색을 사용해 빛의 세계를 표현하는 ‘빛의 작가’다.1960년대 앵포르멜의 세례를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동시대 작가들이 단색조 회화에 빠져 작업하던 시기에도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색감의 세계를 추구했다.이같은 색면예술의 세계는 40여년의 화업을 통해 이어져 왔다.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김봉태­창으로부터’전에 나와 있는 작품들 역시 작가의 그런 풍부한 색채감각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97년부터 선보여온 ‘창문’ 연작 중 최근작 40여점을 골랐다.아크릴릭과 자동차 도료로 사용되는 폴리우레탄을 안료로 쓰는 작가의 작품은 미세한 붓질 흔적조차 느낄 수 없을 만큼 곱고 선명하다.여러 모양으로 변형된 캔버스와 알루미늄을 사용해 부조 형식으로 꾸민 점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왜 ‘창’에 관심을 가질까.작가에게 창은 안과 밖의 경계이자 외부와 내부가 소통하는 통로다.창이라는 틀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색채를 통해 작가는 경계를 뛰어넘는다.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너와 나의 구분이 무의미한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이번 작품들은 정형화된 사각의 창문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각형에 삼각형이 잇대어진 것,아래 위로 두개의 삼각형이 포개어진 것,둘레에 가느다란 막대모양의 프레임을 얹은 것 등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띤다. 작가는 지난 63년 미국으로 건너가 20여년 동안 캘리포니아에 정착해 살며 강렬한 자연의 색채들을 경험했다.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태양빛을 닮은 찬란한 색채들이 빛을 내뿜는다.김봉태는 ‘현대미술사의 교과서’로 불리는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의 ‘ART TODAY’(영국 파이돈 출판사)에 백남준,하종현,김종학과 함께 한국미술의 대표 작가로 실려 있다.전시는 16일까지.(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
  • 日 도심회귀 현상

    |도쿄 이춘규특파원|‘지진의 나라’ 일본의 도쿄심장부에서 최근 30∼40층은 물론 50층대의 ‘초고층 아파트’ 건축붐이 일고 있다.더불어 일본 도쿄에서 ‘인구의 도심회귀 현상’이 8년째 계속되고 있다. 인구 도심회귀 현상은 도쿄도(都)에서도 중심부인 23개 구 지역,그 중 지요타,주오,미나토 구 등 3개 구에서 강력하게 진행중이라고 3일 산케이신문이 보도했다.도쿄도는 23개 구,26개 시,5개 정,8개 촌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문에 따르면 올 1월1일 시점 도쿄도의 인구는 약 1237만명으로,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만 9000명이 늘었다.8년 연속 증가로 과거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그 이전의 신도시건설→인구의 도심탈출과 대비됐다. 특히 구지역 아파트 판매 호수가 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하게 증가했다.즉 도쿄도 구지역 아파트 판매 증가율은 10%대를 기록했으나,도쿄도내 구 이외의 지역은 한자릿수 마이너스,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현 등은 두자릿수 마이너스 증가율이었다. 이같은 도심회귀 현상은 생활의 질을 보장하는 ‘도심의 매력’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양질의 의료기관,유명학교,문화·오락시설,고급브랜드 판매 상점의 밀집과 함께 ‘인재들이 몰려 있는 곳’ 등이 매력이란 것이다. 초고층아파트 건설붐은 통계로도 잘 드러났다.부동산경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고층아파트는 전년 대비 21.4% 늘어난 1만 937채였다.지난 2월엔 56층짜리 초고층분양아파트가 완공됐다.연구소는 이런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도심지역 아파트(초고층아파트 위주) 판매가 호조를 보인 배경에는 도심지역의 땅값이 ‘잃어버린 10년의 디플레’로 인해 하락,분양가가 내린 데 기인한다는 분석이다.도심지역 아파트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 주변지역 아파트와 가격차가 대폭 축소됐다. 고이즈미 정권 출범 이후 도심재개발을 촉진키 위해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용적률 완화 조치 등 규제의 완화가 도심회귀를 가속화한 측면도 있다.˝
  • [사설] 동물용 의약품 범죄악용 방치 안돼

    동물용 마취제를 사람에게 먹여 깊은 잠에 빠지게 한 후 금품을 빼앗은 강도사건이 일어났다.동물용 약품을 사람에게 먹였다는 것도 혐오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약품이 아무나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방치돼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외국에서 동물용 마취제가 성폭행과 강도의 범행도구로 사용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범행계획을 세운 혐의자가 이를 손에 넣기까지 필요했던 절차는 형식적인 주민등록증 제시 한 가지뿐이었다.아무리 동물용 의약품이라고는 하지만 유통 과정이 이렇게 허술해서야 제2,제3의 유사범죄가 줄을 잇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동물용 마취제의 문제점은 이미 지난달 마약사범 적발 때 드러난 바 있다.고양이용 마취제가 가열처리 과정을 거쳐 신종 흡입식 마약으로 사용되고 있었는데도 약사법 상 마약이나 향정신성 의약품으로서 처벌 근거가 없어 다른 품목의 마약 복용만 사법 처리됐다.결국 동물용 마취제에 대해 아무 규제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또다른 유형의 범죄 악용 사례만 낳고 만 것이다. 동물용 의약품은 축산 농가나 양식어민들이 생업상 널리 사용하는 것이어서 쉽사리 사용 제한을 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애완용 동물의 증가로 농촌은 물론 도시에서도 동물용 의약품 유통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지금처럼 규제의 사각지대로 방치해서는 악용과 오·남용을 막지 못한다.당국은 인체에 해를 미치거나 악용될 소지가 큰 약품을 선별,유통을 철저히 규제해야 한다.수의사처방 조건부 판매약품을 지정하는 것도 그 한 방법이 될 것이다.˝
  • 유엔, WMD규제 결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8일(현지시간) 테러세력 등이 핵 및 생화학무기를 취득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결의안을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날 통과된 결의안 1504호는 유엔 헌장 7조에 따른 ‘강제 규정’으로 191개 유엔 회원국은 의무적으로 국내 입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따르지 않는 국가에는 원칙적으로 제재와 무력사용이 가능하다.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번 결의안은 “테러세력이나 무기 암거래상 및 이른바 ‘비국가 행위자’가 대량살상무기나 운반수단의 제조·습득·보유·개발·이전·이용 등을 못하도록 각국이 입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유엔 회원국은 결의안 채택 6개월 이내에 입법 등 후속 조치를 안보리 산하에 신설될 이행점검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이 위원회의 시한은 2년이나 연장될 수 있다. 미국은 결의안 통과 다음날인 29일 연례 세계 테러보고서를 발표,북한 등 7개국을 테러지원국에 재지정했다.북한·이란·리비아·쿠바·수단·시리아·이라크 등이다.파키스탄의 핵 개발자 압둘 카디어 칸 박사는 지난 2월 북한·이란·리비아에 핵 개발 기술을 전수했다고 자백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재지정과 관련,평양 정권이 국제테러리즘의 공조노력에 실질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이라크가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되지 않은 이유는 현재 과거 테러를 지원했던 정부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범죄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한 지 7개월 만으로 부시 행정부에는 외교적 승리를 안겼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결의안은 중요한 성취이며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과 조직들이 가장 파괴적인 무기들을 보유하지 않도록 이같은 노력에 계속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화학무기금지협약(CWC),생물무기금지협약(BWC) 등을 통해 개별국가나 국가간의 무기거래 등에 초점을 맞춰 테러세력 등 비국가 행위자를 통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결의안에 따라 개별적인 대량살상무기뿐 아니라 미사일 등의 운반수단과 관련 물질 및 기술의 이전까지도 포괄적으로 규제할 수 있어 부시 대통령이 주창한 ‘대량살상무기 방지구상(PSI)’은 국제적으로 더욱 힘을 받게 됐다. 앞서 존 볼턴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27일 몇몇 나라들이 핵 무기 개발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해 결의안 통과에 압박을 가했다. 핵 보유국인 5개 상임이사국은 6개월에 걸쳐 협상을 벌였고 비상임이사국인 파키스탄의 거부로 3차례 수정을 거듭하다 ▲결의안을 소급 적용하지 않고 ▲이번에는 제재 조항을 결의안에 담지 않는다는 조건을 수용,파키스탄의 동의를 얻어냈다. 미국은 각국이 결의안을 따르지 않으면 명단을 공개,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게 한다는 방침이다.제재를 가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결의안이 요구된다.그러나 파키스탄은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지 우려를 표시했다. mip@˝
  • 외국 교장임용 어떻게

    영국·프랑스·미국·독일 등 외국의 교장임용제는 다소 차이가 있다.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근무평정·연수 등 점수경쟁에 의해 승진 임용하는 나라는 찾기 힘들다. ●영국 학교운영위원회는 지역교육청의 자문과 협의 아래 교장의 임용·평가·연봉까지 결정한다.학운위가 모든 책임을 가진 셈이다.교장이 되려면 국가교장자격증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최근 교장직의 공모 교원수가 감소,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임용은 ‘공모·추천제’를 채택하고 있다.교장의 결원이 생긴 학교는 지역교육청에 신고,중앙 일간지에 채용공고를 낸다.이때 봉급수준·주요 역할·학교 특성·학교의 성적수준 등을 적시해야 한다.이어 학운위 위원 중 3명 이상으로 채용전형위원회를 구성한다.전형위원회는 서류전형을 통해 면접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채용 업무의 전권을 위임받는다.다만 전형위원회는 면접대상자의 신상명세 등 정보를 받아 지역교육청에 제공,적합 여부를 판단케 해야 한다.전형위원회는 지역교육청으로부터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학운위를 통해 최종 후보자를 추인받아 지역교육청에 추천한다.지역교육청은 결격사유가 없는 한 학운위가 추천한 후보를 임용한다. ●독일 교장의 임용은 감독관청인 교육청의 고유 권한이다.공개 전형을 통해 선발한다.교사는 원칙적으로 같은 학교의 교장으로 뽑힐 수 없다.교장 선발은 교육청이 주관하되 교사위원회·학부모위원회·학생위원회·학교운영위원회·학교설립자·감독관청 등 학교 관련 단체들이 참여하도록 길을 터놓고 있다.이들 단체는 임용 후보자에 대한 의견 제시 및 거부권 행사,후보자 추천·선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교장 임용과정에 참여한다.물론 세부적인 선발절차에서는 주(州)별로 다소 차이가 있다. ●프랑스 교수직과 관리직으로 교장의 역할을 나눈다.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교장은 교원,중·고교의 교장은 관리직이다.교장의 시험 응시 연령은 30세 이상 50세 이하다.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교장은 2년 이상의 교사 경력,중·고교는 5년 이상의 교사·교육상담사·직업심리상담사 경력을 가져야 한다. 임용 절차는 채용 공고 뒤 경력·능력·계획 등을 서술한 지원서를 검토하는 서류심사를 거친다.이어 장학관과 교장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서류심사와 면접위원회의 인터뷰를 실시한다.합격지원자는 3년간 유효한 교장 후보자 명부에 등록된다.교장 임명은 선발된 후보자 가운데 교사·직원 대표자들의 직원인사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관리자로 임용된다. 교장의 임기는 한 학교에서 9년 동안 근무하며 7년째부터 다른 학교에 지원서를 낼 수 있다.특히 교장은 해마다 직무수행결과보고서를 지역 교육장에게 제출해야 하며,교육장은 3년차부터 직무수행계획서에 적시된 목표들을 기준으로 교장을 평가한다. ●일본 2001년부터 일부 현에서는 교사자격증과 상관없이 민간인도 교장으로 채용하고 있다.민간인 교장은 2003년 4월 현재 58명이다.임명권자는 국가나 지방공공단체의 교육위원회이다.일반적으로 교장 자격은 교직 경력 10년 이상,학교 사무직을 포함한 교육 관련직에 5년 이상 근무한 사람들에게 주고 있다.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을 거쳐야 한다. ●미국 교사와 달리 행정가로서 별도의 교육이나 연수과정을 밟아야 한다.주(州)교육부에서 자격을 준다.교장 임명은 대부분 지역의 학교구(School district)에서 책임진다.최근 교장 자격기준에 대한 주 사이의 연계 강화와 함께 표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법적으로 정년은 없다. 절차는 교장 공모-교직경력·연수 등에 대한 서류심사-학교구에서 학부모·지역사회인사·다른 학교장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서류심사와 인터뷰-복수 후보자의 교육감 추천-교육감 인터뷰의 과정을 거친다. 박홍기기자˝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고령 노동력인구 500만육박 ‘실버 대국’ 일본

    이른바 ‘실버산업 대국’ 일본의 노인들은 지금 정력적으로 열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출근시간 도쿄시내 전철에선 정장의 노인들이 직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종신고용제에서 구조조정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임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새하얀 원로급들이 회사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다.삼팔선,사오정,오륙도란 유행어가 난무하는 한국상황과 판이하다.특히 노인들 중에서도 65세이상 인구만 2400여만명이나 되고,이들 중 20% 가깝게 산업역군이나 농어민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노인들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현지에서 만나는 대부분 노년층들의 표정은 밝고 의욕이 넘친다.올초 한 일본신문이 60대로 한정한 ‘실버’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90% 가깝게 ‘마음은 젊은이’라며 청춘을 자처했다.상당한 경제력도 있었고,노인이란 호칭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노인 취급받는 것도 싫어했다.그래서인지 일본 지하철·전철 등 대중교통에는 경로석을 설치한 예가 드물다. 노인문화의 선진국 일본에서는 ‘신(新)노인’이 뛰고 있다.신노인은 젊은세대들에게 짐으로 인식되는 구식노인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사회에 적극 기여하는 진취적인 노인들을 지칭한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대다수 기업들이 60세가 정년이고,이후엔 65세까지 계약직으로 채용한다.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각자 능력에 따라 맹렬하게 산업현장을 누빈다. 소규모 업체서도 마찬가지다.우리나이로 69세인 오가와 미키오는 전형적인 맹렬노인이다.지바(이승엽 선수의 프로약구 롯데마린스 본거지)에 사는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전차로 약 40분 걸리는 도쿄시내 니혼바시의 포목점 ‘마루토미’로 간다.8년 전에 회사를 그만뒀다가 사장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총지배인격으로 일하는 그는 젊은 점원들을 다그치며 해질 녘까지 판매,청소,점검 등으로 눈코 뜰 새 없다.내일 일을 생각하며 오후 9시30분에야 집에 도착하는 생활이 50년째다. 남부 구마모토현의 기쿠치시 공보담당관인 쓰루 게사토시(61)도 현해탄을 흰머리 휘날리며 넘나든다.그는 무비자가 된 한국의 수학여행단 유치를 위해 유창한 영어로 활동하는,노인축에끼는 것을 거부하는 맹렬 초년 노인이다. 이른바 구식 노인들도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 ‘생산적인 노년’을 보낸다.도쿄 도시마구 JR스가모역 인근에 있는 노인천국 스가모.스가모지역 시장통인 지조도오리는 ‘노인에 의한,노인을 위한,노인의 거리’다.190여개 각종 상점들이 800여m 길 양쪽에 빼곡히 늘어서 있다.서울 탑골공원과는 무언가가 다른 분위기다. 토요일이자 한국식으로 장날인 24일오후(4,14,24일이 장날) 스가모지역은 전국에서 밀려든 노인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비가 내린 지난 14일에도 마찬가지였다.젊은이도,서양사람도 눈에 띄지만 붕어빵집 등 가게 주인과 손님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상가진흥조합과 도시마구청측의 노력으로 이 곳은 5년여 전부터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노인문제 해결의 명소가 됐다.소비·판매·친교의 장이다.한국서도 노인문제시찰단이 종종 이곳을 찾는다. 노인취급을 안 받으면서 ‘복고풍’의 추억에 젖고 싶은 고바야시(75·여·사이타마현) 등 할머니들이 주로 찾는 이 곳은 연간 9백만명의 실버들이 찾는다.장날에 날씨까지 좋으면 시골 노인들이 단체로 원정도 온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퇴직 노인의 재교육과 이른바 취로사업 확충노력에 발벗고 나선다.인구 126만명의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는 퇴직 남성 고령자들을 위한 시민아카데미를 개설했다.여성들은 문화센터나 자치회 등 활동공간이 많지만,고령 남성들을 위한 문화와 재교육 공간이 부족해서다. 지금은 남성은 물론 여성노인,젊은이들까지도 시민아카데미를 찾는다.거의 대학과 유사하게 운영되는 아카데미의 나카무라 다카아키 주임은 “수강생이 모두 1600여명인데 그 중에 대다수가 엘리트 할아버지들”이라면서 “이들은 2∼5년 수준 높은 역사·철학·환경·경제 공부를 하며 학점을 이수,졸업하고 재학중,졸업후 함께 지역활동을 하면서 보낸다.”고 소개했다. 도쿄 시내에서도 공원청소,화단정리,도서관 서고 정리,주차관리 요원들 중에는 70∼80대 노인들을 친근하게 만나 볼 수 있다.취로사업 형식이다.등·하교시간 통학로 교통정리 등 자원봉사 활동은 특히 노인들이 주류다.섬세한 지혜가 필요한 정밀가공 산업현장도 노인들의 주 활동무대다. 노인들의 재취업과 교육,자원봉사 활동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도 매우 왕성하다.의외로 벤처기업 관리직도 경험 많은 노인들의 활발한 활동무대라는 게 호사카(68)의 귀띔이다. 하지만 실버 대국 일본에서도 극심한 자산 거품붕괴의 고통을 안겨준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노인들의 삶도 과거보다는 힘들어지고 있는 것도 냉엄한 현실이긴 하다. taein@seoul.co.kr˝
  • [녹색공간] 숲은 물 머금은 ‘그린댐’ /오정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프랑스의 토털 디자이너 장 미셸 빌모트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특성을 소나무·화강암·물로 귀결시킨 바 있다.그는 이 한국적 이미지를 인천국제공항 실내 조경,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인사동 인사아트센터 등 10여개가 넘는 건축 작품에 적용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웬만한 곳의 물이면 별탈 없이 마실 수 있는 천혜의 땅에 살고 있다.대나무 관을 따라 흐르는 산사의 물,마을 뒷동산 한 쪽에 자리잡은 약수터의 물,깊은 산 속 개울물 등 여러 곳의 물을 마셔본 경험이 있다.우리가 이렇게 쉽게 물을 마실 수 있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빌모트의 지적처럼 화강암과 화강편마암이 우리나라 모암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산림학자들은 우리 물이 좋은 이유를 산원수(山源水)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산원수란 국토의 65%가 산림지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떨어지는 빗물의 3분의2가 산림에서 기원된다는 의미를 가진다.우리나라 수자원 총량은 1267억t이므로 823억t의 물이 숲을 통해 공급되는 것이다.우리나라 산림은 약 180억t의 물을 저장한다고 한다.춘천에 위치한 소양호가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보다 10배나 많은 물을 숲이 머금고 있다. 요즈음 숲을 보는 도시민의 시각은 목재를 생산하는 경제적 기능보다는 경관과 생활환경을 보전하는 기능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낙동강이 구미공단을 지나면서 오염되었다느니 한탄강이 염색 공장으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느니 하는 수질오염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 자연 물에 대한 관심이 숲으로 이어지고 숲은 항상 깨끗한 자연이라는 이미지를 마음에 담고 있는 것이다. 산림은 여러 가지 형태로 물을 담고 있다.겨울에는 새하얀 눈이 산봉우리를 덮고 있으며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 개울을 덮고 있다.봄에는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투명한 물이 흘러내리며 여름에는 흙과 뒤범벅이 된 흙탕물이 산을 빠져 나간다. 그러나 산원수가 우리에게 주는 느낌은 깨끗하고 신선한 천연성이며 항상 흘러내리는 지속성이다.청량한 느낌을 주는 이유는 숲이 물을 정화하는 수질 보전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빗물은 우거진 수관을 통과하여 줄기를 흘러내리며 갖가지 풀이 어울려 있는 초본층을 통과한 후 다시 낙엽층과 토양층을 지나면서 여과되어 지하수가 되기 때문에 옹달샘으로 용출한 물은 항상 천연음료로서의 청량함을 지니고 있다. 산원수가 지속성을 지니는 이유는 숲이 녹색댐이기 때문이다.토양층으로 연결되는 두꺼운 녹의(綠衣)는 스펀지와 같이 많은 양의 물을 머금을 수 있다.산림토양은 토양구조가 매우 발달하여 공극(孔隙)이 많다.숲속을 걸어갈 때 푹신거리는 느낌이 바로 이 때문이며 공극이 많을수록 물을 더 많이 머금을 수 있고 머금은 물을 천천히 흘려 보낸다.따라서 산림유역에 형성된 하천은 사시사철 풍부한 물이 흐르는 것이다. 나무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싹이 트는 봄철에는 물을 많이 소비한다.광합성을 하면서 뿌리로부터 잎을 통해 대기로 물을 뿜어내는 증산활동을 하기 때문이다.그래서 혹자는 산에 나무가 있으면 물이 줄어든다고 우려한다.이러한 현상은 모든 숲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숲에 나무가 너무 밀생할 때 나타난다.우리 숲은 70% 정도가 청년기에 속해 있다.나무들끼리 서로 빨리 자라려고 경쟁하는 시기이다.따라서 숲이 물을 많이 머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밀도로 솎아베기를 해주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숲을 잘 가꾸어주면 40년 뒤에는 지금보다 40%의 물을 더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물이 휘발유보다 더 비싼 요즈음 더 풍부하고 깨끗한 물을 얻기 위해서 숲가꾸기에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오정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환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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