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상인·정부당국자,함께 시장보며 현장대담(물가를 잡읍시다:6)
◎“값 뛰는 품목 소비 줄이는 지혜를”/“농산물등 유통마진 줄일방법 없는지”/주부/“수급불안 생길때는 대체품목이 이용을”/당국자/“수송비등 오르는데 우리만 탓해서야”/상인/배·사과는 추석때의 2배,달걀 두달새 20%,고등어 석달새 300원 올라
▷참석자◁
안병우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장
김경옥 주부·서울 송파구 문정동 151
윤영숙 주부·송파구 잠실본동 우성아파트
올들어 지난 3월까지 소비자물가는 2.6%가 올라 비교적 안정 추세에 있다.그러나 물가에 가장 민감한 가정주부들은 시장을 볼 때마다 장바구니가 점점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지수로 발표되는 물가를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2만∼3만원이면 1주일분 반찬거리를 장만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이 돈으로 지난해의 절반만큼도 살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가정주부들의 불평이다.이들이 느끼는 「피부물가」는 1년 사이에 적어도 50∼1백%는 올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서울신문은 8일 가정주부 김경옥(46·서울 송파구 문정동 151)윤영숙씨(41·송파구 잠실본동 우성아파트),안병우 경제기획원 물가정책국장과 함께 시장에 나가 함께 시장을 보면서 소비자물가의 실상을 알아보고 정부의 물가정책,농수산물및 공산품의 유통과정,물가안정을 위한 소비자들의 협조방안 등을 들어보는 「주부·상인·정부당국자의 시장대담」을 마련했다.
가정주부 김경옥씨와 윤영숙씨는 1주일에 한두차례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 들러 장을 본다.다른 시장보다 싼값으로 반찬거리를 장만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을 자주 찾는다.
그러나 요즈음은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아 시장보기가 겁난다고 한다.
이날도 평소처럼 각자 3만원씩을 갖고 시장에 나왔다.맨먼저 동네 슈퍼마켓보다 물건값이 싼 시장내 「다농슈퍼」로 갔다.
○뉴캐슬로 산란 감소
달걀 파는 곳에 가보니 1개에 65g짜리 특란 한줄(10개)이 두어달전만해도 8백원하던 것이 그 사이에 9백80원으로 20%이상 올라 있었다.그래도 집 근처 슈퍼의 1천2백원보다는 훨씬 싼 편이었다.
가공식품은 밀가루가 1포(3㎏)에 1천1백원으로 연초에 비해 1백원이 오른 것을 제외하고 라면과 식용유·설탕 등은 값이 그대로였다.비누와 샴푸·치약·화장지등 일용잡화도 가격변동이 없었다.
슈퍼를 나와 건너편 과일 판매장으로 발길을 옮겼다.요즘 갓 출하되기 시작한 딸기값을 물어보니 1근에 2천4백원이었다.
1근이라야 불과 몇개 되지도 않는데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배는 7백g짜리 1개 2천원,사과 4백g짜리 1개가 8백원씩이었다.지난 추석때 7백원,3백원하던 것보다 2배 이상 올라 있었다.
철이른 수박은 3·2㎏짜리 한개가 6천원,4.4㎏짜리는 무려 1만2천원이었다.
이어 채소직판장으로 향했다.한창 비쌀때 3천원까지 했던 배추는 1천5백원,파는 석단에 1천원,풋고추는 1근에 3천원,무는(1.55㎏)8백원 등으로 채소류는 비교적 값이 많이 내렸다.
마지막으로 수산물판매장에 들렀다.고등어(30㎝)는 연초에 1천7백원했는데 석달사이에 2천원으로 올라 있었다.또 갈치(50㎝)는 5천원에서 6천원으로 값이 뛰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축산물판매장에 들러 국거리로 쇠고기 1㎏을 9천2백원에 샀다.쇠고기도 설날전에는 8천8백40원이었는데 두달만에3백60원이 오른 셈이었다.갈비는 1근에 구정전보다 1천원이 오른 1만3천원이었다.
시장을 다 보고 나니 별로 산것도 없는데 돈은 몇푼 남지도 않았다.
▲김경옥씨=요즘 달걀값이 왜 이렇게 많이 오릅니까.
▲상인=웬걸요.그래도 며칠전보다는 많이 내린 겁니다.지금 값은 생산비 수준이나 다름없어요.
▲안국장=달걀값은 연초보다 25%가 올랐습니다.외국에서 사들여온 난계들이 최근 뉴캐슬병으로 많이 죽어 생산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정부에서도 5월까지는 달걀값 인상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공산품은 원가 절감
▲윤영숙씨=닭병 때문이라면 계절에 따른 유행병을 예상하거나 사오면서 검역도 하지 않는가요.
▲안국장=닭이 병으로 무더기로 죽는다는 것은 예측하기 힘든 일입니다.연초에 수입한 난계들이 알을 낳으려면 앞으로 3개월은 걸리니까 그때까진 소비자들이 참아 주셔야지요.그래도 닭고기값은 요사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김경옥씨=공산품 값은 거의 오르지 않는데 왜 다른 물가는 계속 오르는지 잘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안국장=공산품은그동안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로 생산량을 크게 늘려 원가를 절감했기 때문입니다.그러나 공산품도 인건비가 크게 올라 문제입니다.공산품의 원가가 20%라면 인건비는 60%나 차지합니다.종업원 월급이 1년에 20∼30%씩 오르는데 이것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민주화 비용을 소비자들도 부담하고 있는 셈이지요.
▲윤영숙씨=농수산물은 산지에서는 별로 비싸지 않다고 들었는데 이건 너무하지 않습니까.결국 농어민과 소비자만 골탕을 먹고 중간 상인들은 재미를 보고 있는 셈이 아닙니까.
▲김경옥씨=과일이나 채소는 산지 가격보다 5배가 넘는데 유통과정을 정부에서 적절히 통제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방법도 있을 텐데요.
▲안국장=서울에서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가격과 밭에 심어진 상태의 산지가격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정부 조사결과로는 폭리없이 정상적인 유통이 3∼4단계쯤 되는데 유통과정마다 수송비와 인건비가 추가되고 있습니다.정부는 유통과정을 엄격히 감시하고 가능하면 유통시설 및 직거래 등을 통해 단계를 줄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싼값으로 공급하려고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그러나 농수산물은 생산자의 손을 떠나면 정부의 가격통제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문제는 마지막 단계에서 2배씩 오르고 마진율도 한꺼번에 오르는 것이지요.
▲윤영숙씨=우리 소비자들이야 상인들이 달라는대로 주고 사는 수밖에 별 도리가 있겠습니까.꼭 필요한 것을 안 쓸 수도 없으니까요.
▲안국장=제가 가정주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주부들이 요즈음 10원,20원에 너무 둔감하다는 점입니다.조금이라도 싼 상점을 찾도록 노력하고 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면 소비를 않거나 줄이는 방법으로 물가안정에도 기여하고 가계절약도 해야할 것입니다.그렇지 않고 부르는대로 사면 모든 상인들이 값을 올리려 할 것입니다.
▲김경옥씨=요즘 채소값은 비교적 안정세에 있는데요.
▲안국장=비닐하우스 재배로 농산물도 공산품의 생산원리가 지배하기 때문입니다.날씨 탓으로 출하량이 늘어난 원인도 있고 해서 공급도 원활해졌습니다.
▲윤영숙씨=고등어나 갈치값이 왜 이렇게 올랐나요.
▲상인=도매가격에 비하면 크게 비싼 것도 아니에요.갈치는 6개월 사이에 2천원이 올랐는데 비싸다고 소문이 나서인지 사려는 사람이 없어요.값을 아예 묻지도 않고 사가는 손님도 있어요.수산물은 하루가 지나면 반정도 받습니다.하루에 40∼50마리씩 팔리던 것이 요즘은 20마리를 겨우 파는 정도입니다.
▲안국장=정부도 수산물수급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고등어의 경우 지난해 스코틀랜드 미국 등지에서 9천t을 수입하기까지 했습니다.값이 워낙 뛰니까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별도리가 없었습니다.
▲김경옥씨=그렇잖아도 농어민들이 외국것 수입한다고 불평 불만이 많은데 자꾸 수입만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안국장=지난해 고추도 5천t 가량 수입했습니다.농수산물은 일단 농어민 손을 떠나면 중간 상인들에 의해 가격이 좌우되기 때문에 농수산물 수입과 농어민의 소득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결국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해 수입을 할 정도가 됐을 때는 대상 물건은 이미 상인들의 손에 있기 때문에 농어민에게는 별다른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인=값이 오른다고 상인들만 탓하는 것은 잘못입니다.우린들 비싼 값을 받고 싶겠습니까.인건비다 수송비다 모두 올랐는데 이익도 없이 장사를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정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만 들볶지 말고 보다 근본적으로 인건비 등의 안정에도 힘써 주셔야지요.
▲김경옥씨=신문을 보면 물가가 얼마 오르지 않았다고 하는데 보시다시피 소비자들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많은데요.
○연말엔 7%로 안정
▲안국장=정부에서는 소비자 물가를 가계지출에서 1만분의 1 비율이 넘는 품목 4백11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서 물가지수를 내고 있습니다.
서울·지방등을 망라해 전국 평균가격만 잡기 때문에 「피부물가」와는 다소 거리가 먼 점도 있습니다.특히 소비자물가는 서울과 시골이 다르고 소득계층별,소비유형 등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천차만별입니다.잘 사는 사람들은 물가가 아무리 올라도별로 느끼지 못하는 편입니다.그러나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물가상승을 느끼는 정도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생활안정을 위해 쌀·쇠고기등 20여개 생활기본 품목은 정부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서 가격을 안정시키고 있습니다.
▲윤영숙씨=미국등 선진국에서는 3∼4% 수준에서 물가를 잡고 있는데 우리는 10%선도 제대로 유지하기 힘드니 정부의 물가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요.
▲안국장=선진국은 절대물가가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우리도 물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면 연간 3∼4%유지가 가능해질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임금등 가격외적 요인이 가파른 상승단계에 있기 때문에 상대비교를 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됩니다.지난해는 소비자물가가 9.7%올랐지만 올해는 상반기에 5%,연말까지 7%수준에서 잡을 계획입니다.결국 물가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소비자들이 적극 협조해 주셔야 합니다.계절적 요인 등으로 일시적인 수급불안이 생길 때는 소비를 조금만 자제하고 공급이 넉넉해 가격이 싼 다른 품목으로 대체하는 등의 협조를 해주시면 잡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