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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지우기’ 100일 작전… ‘더블 법안’ 만들어 규제완화

    미국 공화당이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한 4대 입법개혁 과제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오후 앙숙이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백악관에서 만나 민주당과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집권 여당인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는 22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이 나라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 성장하려면 잘 들여다봐야 할 4개의 기둥이 있다”며 앞으로 100일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4대 입법개혁 과제로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핵심 건강보험정책인 ‘오바마케어’ 폐지와 환경 규제를 필두로 한 이른바 ‘오바마 규제’ 폐지, 세제 개혁, 인프라 개혁을 꼽았다. 이미 오바마케어 및 규제 폐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 20일 행정명령을 통해 오바마케어 부담을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감축 등 환경 규제 동결을 지시한 만큼 보조를 맞췄다는 관측이다. 매카시 대표는 건강보험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리는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고 그것을 대체할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그동안 국민에게 말해 왔던 것처럼 오바마케어 대체 방안 마련 작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안에 관한 구상을 일부 공개한 것처럼 우리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의사와 더 나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하나의 통일된 안이 아니라 지금보다 의료 선택권을 더 확대하고 프리미엄 보험료도 낮출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오바마 정부에서 도입된 각종 환경, 경제 규제 등을 비판하면서 “앞으로는 규제를 축소하고 규제에 따른 비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대형 규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행정규제 정밀조사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은 현재 이 법과 함께 오바마 정부가 임기 막판에 쏟아낸 각종 규제를 의회가 백지화할 수 있도록 하는 일명 ‘미드나이트 규칙 법안’(Midnight Rules Act)도 준비 중이다. 그는 또 세제 개혁과 관련해 “미국을 다시 성장하게 할 수 있는 경제 엔진과 21세에 맞는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며 “세제 개혁과 인프라 구축은 필수”라고 주장했다. 세부적인 것은 밝히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기간 중 제시한 ‘조세제도 간소화’,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등의 공약을 뒷받침하는 법안이 주를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최강 군사력 보유·年 4% 경제성장… “美 이익 최우선”

    최강 군사력 보유·年 4% 경제성장… “美 이익 최우선”

    미국 백악관이 20일(현지시간) 제시한 신임 트럼프 행정부의 ‘6대 국정운영’ 과제를 통해, 힘을 바탕으로 한 미국 우선 외교정책과 미국에 유리한 무역협정을 비롯해 10년간 일자리 2500만개, 연 4% 성장 등을 내세웠다.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제시한 6대 분야 국정 우선과제는 ▲미국 우선 외교정책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법질서 구축 ▲미군 재건 ▲일자리 회복과 성장 ▲미국 우선 에너지계획 등이다. 백악관은 우선 ‘힘을 통한 평화’와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 평화’를 강조했다. 또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체제를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동맹국에 더 부담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주한미군이나 나토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엄격하고 공정한’(tough and fair) 무역협정도 강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등의 재협상이나 파기할 가능성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기존 무역협정 위반사례를 조사해 정부 차원에서 단호한 조치를 하겠다고 공언, 미국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을 긴장케 했다. ‘미국 우선주의’가 ‘최강 군사력 보유’로 이어질 것임도 시사했다. “우리의 해군 전함은 1991년 500척 이상에서 2016년 275척으로 줄었으며 공군은 1991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며 미군의 ‘재건’을 약속했다. 누구도 위협하지 못하는 강한 ‘미국’을 만들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강대국 간의 군비 경쟁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경제 성장률 4%’란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도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감세와 규제완화 등 철저한 신자유주의 노선과 미국 이익 우선주의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규모 감세는 재정압박과 복지제도의 위축으로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는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도 크다. 또 제조업 부양으로만은 경제성장률 높이기에 한계가 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경찰력 강화와 국경장벽 설치 등으로 공권력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의 총기 휴대를 완화해 자위권을 늘리겠다고 했다. 한편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도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만큼, 협상력을 잘 발휘한다면 우려되는 한·미 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열리는 트럼프시대<하>] 유럽이 보는 트럼프 시대

    [열리는 트럼프시대<하>] 유럽이 보는 트럼프 시대

    獨·佛, 나토 집단안보 흔들려 전전긍긍 英, 브렉시트 이후 새 무역관계 큰 기대 러, 핵문제 충돌 불씨… 기대半 - 우려半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더타임스 인터뷰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무용지물이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잘한 일”이라고 밝히자 유럽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70여년간 러시아 위협에 공동 대처해 온 미국·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EU의 핵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는 불확실한 미래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美 나토서 발 빼면 유럽 방위비 부담↑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 등 잇단 유럽의 위기 속에서도 군사안보협의체인 나토를 기반으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왔다. EU 28개 회원국(영국 포함) 중 22개국이 나토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고립주의를 강화하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는 EU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는 지난해 7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 예산으로 투입하지 않는 나토 회원국은 외부의 공격을 받더라도 지켜주지 않겠다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강조했다. 영국, 폴란드, 에스토니아 등을 제외하고 대다수 유럽국가가 트럼프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압박이 계속되면 유럽의 방위비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독일과 프랑스는 트럼프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개방적 난민 정책을 ‘재앙’에 비교하고 EU의 존재 가치를 노골적으로 폄훼한 데 충격을 받았다. 지난해 6월 브렉시트 이후 서구 사회를 뒤흔들던 극우 포퓰리즘 열풍이 트럼프의 등장으로 재현되고 포퓰리즘이 유행하면서 EU의 결속력이 와해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르 피가로는 오는 4월 대선을 앞두고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여론 조사 지지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하지만 EU는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에 대해 미국 의회가 견제해 줄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가 청문회 과정에서 나토 협력 강화를 천명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국과 EU가 결국 접점을 찾지 않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란 핵 합의 관련 美 - 英 이견 드러내 미국과 ‘특수관계’를 자처하는 전통적 우방 영국도 트럼프에 대해서 마냥 우호적일 수는 없다. 트럼프는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과의 핵합의안이 최악이라며 대이란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16일 “이란이 핵무기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막은 합의였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테리사 메이 총리의 정적이자 브렉시트 강경파인 마이클 고브 의원이 15일 트럼프의 더타임스 인터뷰를 주관한 사실도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노선에 동조하는 영국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 주고 브렉시트 신중파인 메이를 견제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존슨 장관은 트럼프가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해 현명한 결정이라고 논평하며 새로운 무역 관계를 맺어 나가겠다고 밝힌 데 대해 “아주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EU의 단일 시장 접근권과 관세동맹의 혜택을 누리기 어렵게 된 상황에서 새로운 미·영 관계에 기대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나토가 적국으로 간주했던 러시아는 트럼프에 대해 크게 기대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완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선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며 치켜세우며 2014년 크림 반도 병합을 비롯한 러시아의 영향권을 인정하는 태도에 만족하고 있다. ●예측 불가능 트럼프 성향에 러도 불안 하지만 러시아도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성향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지난달 22일 트위터를 통해 명시적으로 핵 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러시아와의 핵무기 군비 경쟁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 15일에는 대 러시아 제재 완화를 조건으로 푸틴과 핵무기 군축 협상에 나설 수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17일 “제재 해제와 엮어 무장해제하도록 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다소 이견을 보였다고 CBS가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미·러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만 핵을 비롯한 군비 통제 문제를 놓고 충돌의 불씨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열리는 트럼프 시대-세계의 시선(상)] 日, 美와 무역 마찰·통상압력 ‘발등의 불’…아베정권 국방력 강화 행보 탄력받을 듯

    [열리는 트럼프 시대-세계의 시선(상)] 日, 美와 무역 마찰·통상압력 ‘발등의 불’…아베정권 국방력 강화 행보 탄력받을 듯

    일본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을 불안과 의구심, 기대감이 뒤엉킨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동맹관계 등 외교안보에서부터 경제·무역통상에 이르기까지 ‘미국 제일주의’와 일방주의 성향만을 드러낸 채 구체적인 정책과 방향성은 보여주지 않고 있어서다. 대미 군사동맹을 안전 보장의 축으로 삼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외교안보적인 불안정성이 커지고, 경제분야의 예측 가능성도 떨어져 부정적인 측면이 늘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속에서 일본에 대한 더 많은 책임과 부담 요구도 압박이 되고 있다. 당장 발등의 불은 무역 마찰 및 통상 압력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첫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강조해 왔던 미국 제일주의와 일방주의적 자세를 바꾸지 않은 채, 무역역조를 들먹이고 무역장벽 등을 거론하며 일본을 비판하자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초긴장 자세다. 지난해 미국의 대일 적자는 전체 적자 5004억 달러(약 57.5조엔)의 10%가량인 554억 달러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의 강화 속에서 통상 압력과 무역 마찰의 파고가 일본의 수출과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트럼프노믹스’가 진전되면서 벌어질 달러 강세와 재정 적자 만회를 위한 미국의 대일 통상·환율 압박도 커질 수 있다는 경계감도 커졌다.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명예교수도 최근 서울신문에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케나카 교수는 “앞으로 1년 정도는 미국, 일본 등의 완만한 경기 회복 영향이 기대되지만 그 이후 일본, 한국 등에 대한 미국의 환율 조정 압박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계획대로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진전되면 외자 유치 및 투자 확대 속에서 달러 강세 및 재정적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결국 무산된다면 경제적 영향을 넘어 미·일 주도의 아시아 외교질서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일본은 보고 있다. TPP가 미국의 아시아 회귀 및 균형 전략의 빼놓을 수 없는 기둥이며 시장 개방, 통상 규범 설정 등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안보 전략으로서도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TPP가 무산된 뒤 아시아 경제 질서를 누가 만들 것인가”란 측면에서 중국이 미·일을 밀어내고, 아시아 경제 질서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 일본의 고민이 있다. 아베 신조 총리가 TPP 탈퇴를 선언한 트럼프 설득을 주요 당면 과제로 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안보 측면에서 일본은 상당한 기대감이 있다. 트럼프 정부도 일본을 아시아 정책의 축으로 보고, 핵심 동맹국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안도하고 있다. 우선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분명한 견제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을 환영하고 있다.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과의 마찰이 격화되는 등 일본으로서는 상당한 힘이 되고 있다. “세계 보안관 역할은 이제 그만두겠다”며 국익 우선을 앞세우는 트럼프의 국내 지향적, 고립주의적 자세는 아베 정권의 행보에 탄력을 더해 줄 전망이다. 일본 보수세력들은 국방력 강화 등 ‘미국 없는 홀로서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보수 성향의 일본의 세계평화연구소(회장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지난 12일 “1% 미만인 방위비를 1.2%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억지력을 위해 적 기지 등에 대한 공격 무기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보수세력들은 지역 안보의 불안정성의 확대를 들면서 국방력 강화, 교전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박차를 가할 태세다. 아베 총리가 올해 첫 해외순방국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등을 선택했고, 이들과 중국을 겨냥한 해양 협력 강화 및 공조에 합의한 것도 해양 안보에 우선순위를 뒀음을 보여준다. 이들 국가는 TPP 가입국들로 한목소리로 TPP의 조기 출범을 촉구하기도 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클릭! 삼각지] ‘방위비’ 협상 테이블에서 쓸 카드는… ‘韓, 美동맹국 중 최고 수준’

    [클릭! 삼각지] ‘방위비’ 협상 테이블에서 쓸 카드는… ‘韓, 美동맹국 중 최고 수준’

    한국과 미국은 1991년 이래 2~5년 주기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결정하는 협상을 벌여 왔다. 2014년 1월 체결된 9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2018년 말 만료된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향후 협상은 한·미 간 팽팽한 신경전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곧 출범하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 의무’를 강조하면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분담금 증액을 공세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년 반 후인 2018년 여름부터 시작할 새로운 협상에서 꺼내들 명분과 논리를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15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지불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9441억원에 이른다. 올해 예상 분담금은 여기에 2015년 물가상승률 0.7%를 반영해 9500억원선에서 정해질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규모로 따지면 일본과 엇비슷하고, 독일보다는 월등히 많다. 게다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5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40%로, 일본(1.00%)이나 대만(1.98%), 영국(2.05%), 독일(1.09%)보다 높다. 이미 충분할 정도로 지갑을 열어 적극적으로 ‘안보 분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좀더 세밀히 따져 보면 우리만큼 미국의 이익을 뒷받침해 주는 동맹국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 10년간 36조원어치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했다. 박근혜 정부 4년 동안만 해도 F35A 전투기 40대, 글로벌호크 4대 등의 구매대금으로 18조 5539억원을 미국에 지급했다. 또한 단일기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평택 미군기지 조성 비용으로도 8조 9000억원을 부담했다. 카투사(주한미군 배속 한국군) 운영에도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의 안보분담 규모는 미국의 동맹국 중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면서 “이런 내용을 트럼프 행정부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독일을 상회하는 안보 분담 규모를 수치로 보여주며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담금 총액 규모에 집착한 나머지 그동안 소모전 형태의 협상이 반복돼 왔고, 지급하는 우리나 받는 미국이나 서로 만족하지 못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인건비, 군사건설, 군수 등 분야별 소요 금액을 따져 분담금 검증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美국방 내정자,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 제기

    美국방 내정자,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 제기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 내정자인 제임스 매티스가 12일(현지시간) 동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이후 유럽과 아시아 동맹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압박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매티스 내정자는 이날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상당 부분 추가로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미국은 (방위)조약 의무를 유지할 때, 또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할 때 더 강하다”면서 “마찬가지로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도 그들의 의무를 인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군철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은 제기한 것이다. 그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북한 정권의 지속적인 도발적 언행으로 인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면서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정교한 탄도미사일 능력을 지속해서 개발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은 역내 국가, 특히 한국·일본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본토는 물론 그들의 미사일 방어능력도 강화해야 하며 필요하면 북한의 침략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내각의 외교사령탑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도 11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 인준청문회에서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모든 동맹이 그들이 한 약속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의무를 다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 (문제 제기 없이) 모른 척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유럽과 아시아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부담하지 않는 동맹에 대해서는 미군철수를 검토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격은 천지 차… ‘쌍둥이자리’ 中·美 두 남자의 밀당

    성격은 천지 차… ‘쌍둥이자리’ 中·美 두 남자의 밀당

    요즘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탐구’에 여념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오는 20일 정식 취임하면 시진핑은 미국 역사상 가장 예측 불가능한 대통령인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1953년생인 시진핑의 생일은 6월 15일이다. 시진핑보다 7살 많은 트럼프의 생일은 6월 14일이다. 생일이 하루 차이인 이들의 별자리는 ‘쌍둥이자리’다. 쌍둥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극의 캐릭터를 가진 두 정상이 벌이는 ‘밀당’과 ‘기싸움’에 올 한 해 세계는 크게 출렁일 것이다. ●NYT “美·中 엇박자, 세계 불확실성 키울 것”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함께 써 내려온 ‘대하드라마’에서 이렇게 대조적인 두 주인공이 등장하긴 처음”이라면서 “두 사람의 엇박자가 세계적인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목소리가 크고 즉흥적인 트럼프와 속을 알 수 없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시진핑의 조합이 매우 불안하다는 것이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도 “강대국 관계에서는 국가원수의 개성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며 “농담까지도 미리 정해진 것만 하는 시진핑으로서는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트위터에 불쑥불쑥 던지는 트럼프가 무척 기이하고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이 최근 남중국해에서 압류한 미 해군의 수중 드론을 돌려주겠다고 했을 때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필요 없으니 중국이 갖도록 놔두라”고 밝혀 중국 외교 라인이 크게 당황했다. 갈등 때문에 서로 험악한 말을 주고받다가도 해결책이 나오면 웃으며 악수하는 게 외교적 관례인데 ‘필요 없으니 가지라’는 응답이 돌아올 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진핑과 트럼프의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아버지로부터 두둑한 유산을 물려받은 ‘금수저’라는 것이다. 시진핑은 중국인들이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혁명 원로 중 한 명인 아버지 시중쉰(習仲勳·전 부총리)으로부터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다.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을 정치적 배경으로 한 리커창(李克强) 총리와의 대권 경쟁에서 태자당(혁명 원로 2세 그룹)과 상하이방(장쩌민 전 주석 계열)의 지지를 끌어내 권좌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의 후광 때문이다. 트럼프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는 자수성가한 독일계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트럼프가 1971년 물려받은 아버지의 ‘트럼프 그룹’은 당시 가치가 100만 달러(현재 가치 680만 달러, 약 82억원)에 이르렀다. 트럼프는 아버지의 ‘경제적 유산’을 종잣돈으로 맨해튼에 뛰어들어 큰 부를 일궜다. 트럼프와 달리 시진핑은 아버지의 ‘유산’ 때문에 오히려 초년을 힘들게 보냈다. 문화대혁명 시기 아버지가 반혁명 분자로 몰려 투옥됐을 때 시진핑도 산시성 옌촨현으로 하방돼 6년 동안 ‘지식 청년’으로 생활했다. 산골에서 토굴 생활을 시작한 나이가 불과 17세, 1969년의 일이었다. 트럼프는 이때 명문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 경영 수업을 받고 있었다. 시진핑은 문혁 말기인 1975년 뒤늦게 칭화대에 들어갔다. 졸업 이후 국무원 판공청에서 말단 비서로 일했다. 1985년 허베이성의 작은 마을인 정딩현의 서기가 돼 처음으로 조직의 수장이 됐다. 당시 외자 유치가 시급했던 시진핑은 정딩현 축산업자들을 데리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가서 투자설명회를 했는데, 이때가 그의 첫 외국 나들이였다. 하지만 당시 트럼프는 이미 뉴욕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기업가로 성장했다. 1989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 모델이 되기도 했다. ‘쌍둥이자리’를 타고난 두 사나이는 중년이 돼서도 운명이 엇갈렸다. 시진핑은 1995년 중국 남부의 핵심 지역인 푸젠성의 2인자(부서기)가 됐다. 이후 푸젠성, 저장성, 상하이시의 당 서기를 거치며 권력의 최정상을 향해 직진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1990년대 초반 4차례나 파산하는 실패를 경험했다. 1995년 트럼프가 세무 당국에 신고한 손실액은 9억 1600만 달러(약 1조 1000억원)에 이른다. 트럼프는 정치적으로도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 무소속을 거쳐 다시 공화당으로 돌아오는 등 방황의 세월을 보냈다. ●흥분 트럼프 vs 인내 시진핑… 언행 큰 차이 트럼프와 시진핑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것은 언행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내가 만일 대통령이라면 그를 위해 만찬을 베풀지 않겠다. 그냥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 사 주면서 ‘너희의 환율 조작을 이제 끝장내겠다’고 충고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중국을 비난하는 말을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 냈다. 그러나 시진핑은 아직 트럼프 개인은 물론 미국 정부를 직접 언급한 적이 없다. 홍콩 명보의 칼럼니스트 쉬밍중(徐明中)은 트럼프의 스타일을 무술 장권(長拳)에서 사용하는 ‘하거요격’(遐擧遙擊)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주먹을 크게 휘둘러 선제공격을 한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시진핑의 권법은 태극권의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에 가깝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큰 힘을 제압하는 권법이다. 트럼프가 대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통화한 것도 모자라 ‘하나의 중국’ 정책 폐기까지 들먹이는데도 시진핑은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트럼프에게 직접 대응하는 것을 자제하는 대신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대만 앞바다에 출동시킨 것도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시진핑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 박사는 “두 사람 모두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지만 이를 표출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본인이 공격받았다고 생각되면 더 크게 목소리를 높여 반박하는 스타일이고, 시진핑은 평온한 모습을 통해 자신의 강인함을 드러내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 자오커진(趙可) 부원장은 “이익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상인적 근성은 미국의 대외 정책에 그대로 투영될 것”이라며 “국제 관계에서 의리를 중시하는 시진핑과의 모순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미 관계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자오 교수는 특히 “트럼프는 실패와 성공의 ‘위험한 널뛰기’를 마치 게임처럼 즐긴다”면서 “트럼프의 ‘공포 마케팅’을 극복하는 게 중국 외교의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핵심 이익엔 양보 없어… 주변국에 더 파장 스타일이 완전히 다른 시진핑과 트럼프이지만 통치 목표는 일치한다. 시진핑은 2013년 집권 이후 줄곧 중화민족의 부흥과 중국의 꿈(中國夢)을 외치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의 안보나 영토, 주권 등 이른바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도 양보한 적이 없다. 트럼프의 선거 슬로건은 ‘위대한 미국 재건’이었고, 그의 모든 정책은 ‘미국 우선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익 앞에서는 동맹도, 인권도, 국제 협약도 무시하는 미국식 힘의 외교가 최소한 4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두 지도자의 성격을 비교하는 기사에서 “시진핑과 트럼프의 싸움은 승자 없는 게임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두 사람의 싸움이 심각한 것은 그 영향이 미국과 중국보다는 주변국에 더 크게 미친다는 데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그래픽 길종만 기자 kjman@seoul.co.kr
  • 멕시코 공장 둔 기아차·삼성·LG 불똥 튈라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포드와 GM 등 자국 기업을 넘어 일본 도요타를 정조준하면서 국내 기업도 비상이 걸렸다. ●관세 협박… 멕시코 공장 철회 압박 트럼프 당선자는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도요타 자동차가 멕시코 바자에서 미국 수출용 소형차 코롤라 생산공장을 만든다고 하는데, 절대 안 될 말”이라면서 “미국 내에 공장을 만들든지 아니면 관세를 왕창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을 명확하게 지적했다는 점에서 도요타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도요타는 멕시코에 10억여 달러(1조 1900여억원)를 투자해 2019년부터 연간 20만대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도요타 사장인 아키오 도요타는 이날 트럼프 당선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화해의 메시지를 보냈다. 도요타의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특별 규제를 받으면 상당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멕시코에 공장을 짓고 준중형차인 K3(현지모델명 포르테)를 생산하고 있는 기아차도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 멕시코공장에서 연간 25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기아차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기아차 관계자는 “GM과 포드,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가 멕시코에서 연간 생산하고 있는 물량은 180여만대로 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로 미미하다”면서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텍사스에 투자 발표… LG, 공장 검토 멕시코에서 TV와 세탁기, 냉장고 등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말에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 1863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또 미국에 생산 공장이 없는 LG전자도 공장 설립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中·이란도 美 대선개입 연루 가능성”

    트럼프·측근 ‘러 개입’은 엇박자 트럼프 “개입한 증거 전혀 없다” 대변인 내정자 “선거 영향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증거가 없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 조치에 반대하지만 일부 측근은 이를 반박하며 트럼프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트럼프에게는 트럼프의 당선을 도왔다는 러시아의 해킹을 인정하면 정권의 정통성이 훼손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쉽게 면죄부를 주면 여론의 역풍을 맞는 등 정치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주류 언론의 보도 방식은 러시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인데 러시아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제로(0)”라며 “해킹은 잘못된 것이나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의 보고서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가 향후 자신들의 IT 보안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관한 매뉴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당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가 거짓말만 늘어 놓고 있다”고 반발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 부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년간 동유럽과 중동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했다”면서 “우리 정보 기관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도 간섭하려 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턴은 “푸틴이 이런 행동들을 멈춘다면 지금과는 다른 관계를 보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의 태도 변화가 미·러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와 함께 중국이나 이란도 연루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 때 트럼프 당선인의 안보고문 역할을 한 울시 전 국장은 이날 CNN 방송의 ‘뉴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해킹에는 하나 이상의 국가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지난달 31일 플로리다 마라라고 별장에서 취재진에게 “러시아와 전혀 상관없는 제3의 범인이 대선 해킹의 배후에 있다”면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몇 가지 사실을 알고 있으며 3일이나 4일쯤 (여러분이) 그 내용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의 노골적인 ‘러시아 감싸기’ 행보에도 불구하고 미국 의회는 초당적으로 대러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이 아닌 공화당 소속 인사들 가운데는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을 비롯해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 등이 러시아의 해킹 시도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제재 조치에 찬성하고 있다. 상원 군사위원회는 5일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러시아의 대선 해킹 의혹 관련 청문회를 개최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럼에서 “트럼프의 사업체인 트럼프 그룹이 오랫동안 러시아와 사업으로 얽혀 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올 美 경제 ‘쌍둥이 적자’ 재현… 韓, 규제·노동개혁 토양 마련을”

    “올 美 경제 ‘쌍둥이 적자’ 재현… 韓, 규제·노동개혁 토양 마련을”

    다케나카 헤이조 교수는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여전히’ 개혁과 혁신을 강조했고, 이를 위한 규제 개혁과 국가전략특구의 과감한 활용을 역설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경제재정상·금융상 등 여러 각료 자리를 옮겨 가면서 불량 채권 정리, 우정개혁 등 각종 구조개혁을 완성시켰던 그를 지난 2일 도쿄 중심가 오테마치의 파소나그룹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7년 새해는 어떤 한 해가 될까. -한국,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하이퍼 포퓰리즘’(초대중 영합주의)이 일어나고 있다. 흡사 거대한 지각의 단층선(fault line)이 사회를 단절시키는 듯한 형국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가 6년 전 ‘단층선’이란 책에서 계층으로 단절된 사회에서 불만세력들이 과도한 요구를 쏟아내고, 대중영합적인 정책들이 난무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런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사회적 격차, ‘갈라진 단층’들 안에서 국민 불만이 여러 형태로 폭발했다. 영국에선 브렉시트로, 미국에서는 예상 밖의 지도자 선출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한국 국민의 격한 반발도 이와 관련이 없지 않을 듯하다. 올해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주요 선거들이 예정돼 있다. 선거를 통해 이런 현상이 고조될지, 완화될지, 매우 중요한 국면이다. 민족주의 고조는 장기적인 경제 이익을 저해한다. →갈등과 불확실한 요소들이 어느 때보다 돌출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미·중 갈등 등) 아·태지역의 평화질서 구축 여부 등이 대표적인 불확실 요소다. 1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다보스포럼에 간다. 그 직후 새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다. 두 사람이 각각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 무게를 지닌다. 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중국의 상황과 대응도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이 구체화된 것은 아직 적다. 향후 행보를 봐야 한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국제경제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거시경제적으로는 앞으로 진행될 상황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1980년대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정책이었던 ‘레이거노믹스’의 초기 단계와 비슷해질 것이다. 레이거노믹스는 재정 확대와 금융 긴축을 조합으로 한 정책이었다. 당시 재정과 무역수지 양쪽의 ‘쌍둥이 적자’ 발생으로 금리가 뛰고 달러 강세 현상이 나타났다.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이다. 엔화와 원화가 약세가 되고, 주가는 오를 것이다. 2017년은 일본경제도, 세계경제도 전반적으로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런 정책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당시에도 적자가 크게 늘자, 미국은 1985년 일본을 압박해 엔화 가치를 올린 플라자합의를 맺었다. 당시 4년 만에 조정이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1~2년 안에 (엔화·원화 가치를 높이려는) 조정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조정 국면이 한국, 일본 경제에 충격을 주진 않을까. -조정 국면이 닥치면 통화 가치가 오르고, 수출기업에 부담을 주게 돼 관련주가가 내려가게 된다. 부정적 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재정, 금융 모두 확대정책으로 가게 된다. 1985년 당시 일본도 이런 정책을 쓰다 결국 버블에 빠졌다. 버블은 세계 어느 곳에선가 진행돼 왔다. 1980년대 후반 일본 버블, 1997년 한국 등이 포함된 아·태지역 버블, 2001년 IT 버블, 그 뒤 미국 부동산 버블 및 이로 인한 2008년 리먼 쇼크 등…. 신흥국들에서 버블에 가까운 상황이 생겼다. 인도, 중국 등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브라질, 러시아는 벌써 왔는지 모른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중국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6% 경제성장을 지속 중인 중국의 성장률이 2030년 2.8%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성장은 모순을 감춘다”는 말이 있는데,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 소득격차, 부패, 정치 불안정 등 여러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 사회 불안정 가능성도 있다. 성장이 지속될 때의 버블은 견딜 수 있지만 성장률이 떨어지면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높아진 자산가격 및 대차대조표 조정 등 세심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도 일본의 지난 20년의 저성장 상황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이노베이션, 혁신이 필요하다. 명확한 법의 지배, 창의적인 인재 및 교육제도, 자유 등이 불가결하다. 자유가 없으면 혁신은 없다. 한국에 시급한 것은 정치적 안정과 정상화다. 안정성이 떨어지면 미래 예측가능성도 낮아져 경제도 정체한다. 국가가 사회에 어떤 정책과 행동을 취하려는지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중소 기업 문제와 관련, 한국은 과거 재벌에 대한 우대정책을 펴 왔는데 이제는 공정한 정책으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결국 공정 경쟁 정착 문제다. 독과점 규제도 필요하고, 경쟁 정책과 공정거래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공공 개혁의 권위자로서 경쟁력을 높이고,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떤 구조개혁 조치들이 필요한가. 한국 정부의 공공 구조개혁 국제위원으로 활동했는데, 한국에 필요한 공공·구조개혁은 무엇인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부문이 비대하다고 판단, 내가 우정민영화담당대신으로서 민영화를 이뤄낸 것에 관심을 보였다. 인구가 주는 상황에서 물류사업인 우정을 글로벌화시키려면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국영기업으로는 불가능했다. 성장 여력이 큰 아시아물류사업의 매력도 컸다. 독일의 도이치포스트는 유럽연합(EU) 전체를 보고 민영화를 단행했고, DHL을 매수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축은 늘고 투자는 둔화 추세다. ‘자연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추계도 나왔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투자 기회가 줄고 있다”면서 “방치할 경우 장기 침체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금리를 내리고, 각 분야의 규제개혁을 단행해 투자 기회를 늘려야 한다. 규제개혁으로 민간 투자와 공항시설 등 인프라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일본)국가전략특구의 제안자로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도 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위한 많은 전략을 조언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에게 두 가지 제안을 했다. 민간투자설비를 늘리기 위해 규제를 혁파하라는 제안은 국가전략 특구를 만들어 실행되고 있다. 규제개혁에는 반대 세력이 많아 특구를 만들어 우선 그 안에서 규제 개혁을 시작해 보려는 시도다. 도쿄권·오사카권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공공투자를 늘리기 위해 인프라의 ‘컨세션’(concession)제도의 도입이다. 국가가 도로, 항만, 공항 등 주요 인프라의 소유권을 갖되, 운영권은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센다이 공항, 간사이 공항 등이 이 방식을 취했다. 후쿠오카공항, 홋카이도 지토세 공항 등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현금이 도는 인프라 운영권 이용은 활용도가 높다. →경쟁력과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선 어떤 조치들이 또 필요한가. -일본의 경우 산업과 기업의 신진대사를 높여야 한다. 창업률, 개업률이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기업 폐쇄율도 마찬가지이다. 신진대사를 높이려면 기업 거버넌스를 강화해 경영 효율화를 높여야 한다. 지난해 도쿄증권거래소에서 기업거버넌스 코드를 만들어 이에 따라 사외이사를 늘리기 시작했다. 수익성 없는 사업에서는 손을 떼게 하고, 경영능력이 떨어지는 경영자는 그만두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용의 유동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시장의 개혁이 필요하다. 종신·연공서열이 일본의 표준방식이 돼 있는데, 이를 유연하게 해야 한다. 여러 형태의 노동과 근무형태를 수용하고 가능케 해야 한다. →노동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비정규직이 늘고 직업의 질은 떨어져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올해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이 안에서 비정규직의 급여와 대우를 높이는 방안도 들어 있다. 입법을 추진 중인 ‘동일(同一)노동 동일임금’도 이를 위해서다. 올 3월쯤 정부 가이드라인이 완성되고, 관련 법안은 연내 국회 통과가 예상된다. 임금 부담이 큰 기업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임금 하향 조정도 고려해야 한다. 노조 반발이 클 수밖에 없어 정치력이 발휘돼야 한다. 증가 추세인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르고, 대우가 나아져야 소비도 살고 경제도 활성화된다. 다양한 노동형태를 수용해야 한다. 한국도 더 노력해야 한다. 해고의 규범, 룰도 분명해져야 한다. 일본은 쉽게 해고할 수 없게 하는 도쿄고법의 1979년 판결 등 판례에 따라 이를 결정해 왔다. 해고 시 금전 보전 등이 확립돼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해고할 때 금전 보상 제도가 없는 나라는 일본과 한국뿐이다. →지난해 대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져도 소비는 살아나지 않았다. -가계 소득이 크게 늘지 않은 것이 근본 이유였다. 소득을 늘리려면 임금이 올라야 하는데 늘어난 부분이 정부 세금으로 흡수됐다. 지난 3년 동안 국민들의 국내총생산(GDP)은 30조엔이 늘었지만, 그 가운데 70%가 세금으로 흡수됐다. 국민 주머니 사정이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베 정부는 대규모 추경을 통해 이를 다시 가계와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이하게 세금을 늘려서는 안 된다. 증세 없이 가능하냐는 반문도 있지만, 재정 건전화 방안을 모색하면 된다. 일본은 매우 큰 사회보장 예산을 쓰고 있다. 나도 올해부터 연금을 받게 됐다. 게이단련의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회장도 그렇다고 한다. 대기업 사장 등 연금을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에게 주는 돈 등 절약할 부분이 많이 있다. 연금 수급 개시연령을 65세에서 더 올려야 한다. 지금 제도는 1960년 일본인의 평균수명이 66세일 때 만들어졌다. 지금은 남성 81세, 여성 87.4세가 평균수명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다양한 노동형태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활성화되고, 연금재정 수요도 준다. 사회보장비용을 합리적으로 절감해 양육 지원, 보육원 대기아동 해소 등 젊은 세대를 위한 재정을 더 써야 한다. 사회보장개혁으로 얻은 여유 재정을 인프라에 더 투자할 수도 있다. →일본 사회의 당면 과제에 어떤 해법이 있나.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수용과 GDP의 200%를 넘어선 정부부채 해결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방향성은 분명하다. 사회보장 개혁을 통한 예산 절감, 성장을 위한 규제개혁, 컨세션과 특구를 활용한 규제개혁의 활성화 등이다. 도쿄에서는 20개 이상의 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데, 5~7년 정도가 걸리던 대형도시개발 심의를 특구에서는 20개월 만에 해결했다. 기초의학 연구, 의료관광 등 글로벌화를 겨냥해 38년 만에 신규 의대도 세우게 됐다. 나리타 공항 부근 특구에 산노병원의 의과대학이 들어선다(의사협회의 반대로 신규 의대를 세우지 못해 왔다). 공동조합들의 더 자유로운 경쟁 등 농업개혁도 필요하다. 3년 남짓 앞으로 다가온 올림픽도 일본에는 커다란 정비와 개혁의 기회다. 이를 잘 활용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때까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인 자동운전, 로봇을 활용한 건설 등을 한 단계 올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1965년 도쿄올림픽 개막 9일 전에 도카이도 신간센이 개통됐고, 도쿄를 대표하는 뉴오타니호텔, 프린스호텔 등이 세워졌다. 오쿠라호텔도 개막 2년 전에는 문을 열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이란 계기를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활성화를 지적했는데. -자동차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lot), 빅데이터, 그리고 우버와 에어비엔비 같은 공유경제활동 등 5가지 요소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일본은 AI와 자율주행 기술은 있지만 ‘차는 사람이 운전해야 한다’는 법규 탓에 공공도로에서 이를 실험할 수 없다. 영국이 핀테크를 위해 만들고, 싱가포르가 도입한 샌드박스(모래상자)형 특구를 활용하면 된다. 자율주행을 위해 올해 중 국회에서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 빅데이터 등의 활발한 활용을 위해서도 개인정보보호 등을 해결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역시 아마존, 구글 등을 앞세운 미국이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다. 유럽의 에스토니아와 같은 작은 나라의 성취도 연구 대상이다. 글 사진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다케나카 헤이조 도요대 교수는 고이즈미 前총리의 ‘경제 선생’… 구조 개혁 불도저처럼 밀어붙어 게이오대 교수로 있다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에서 주요 각료를 지내며 불량 채권 정리, 우정개혁 등 핵심 개혁을 추진·성사시켰다. ‘총리의 가정교사’, ‘구조개혁의 사령탑’ 등으로 불리며 2001년 4월 고이즈미 1차내각에 경제재정상으로 입각해 2006년 9월 3차 내각까지 5년 6개월 동안 금융상·총무상 등을 맡으며 총리와 임기를 함께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전폭적인 신임 속에서 공공 개혁을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 각료 퇴임 후에도 각종 자문을 하며 일본정부의 개혁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베 신조 정부의 산업 경쟁력회의, 국가전략특구자문회의, 미래투자회의 등의 위원으로 왕성한 자문 활동을 펴고 있다. 2016년 게이오대 퇴임(명예교수) 후, 도요대 글로벌·이노베이션학 연구센터 소장 겸 교수로 있다. 2009년부터 파소나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세계대변동과 일본 부활: 2020년 대전환 플랜’(고단샤)을 비롯해 40여권의 저서를 통해 일본경제의 혁신 및 재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1951년 와카야마현 출생 ▲히토쓰바시대 졸업 ▲오사카대 박사 ▲일본개발은행 근무 ▲대장성 재정금융연구실 주임연구관 ▲ 하버드대 객원교수 ▲컬럼비아대 일본경영연구센터 연구원 ▲도쿄재단 이사장 등 역임
  •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親러·反中·美우선’ 트럼프 시대… 한반도 위험관리 시급”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親러·反中·美우선’ 트럼프 시대… 한반도 위험관리 시급”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포퓰리즘 시대의 도래와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반(反)중국 정책은 북한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 관계도 불확실성이 커져 대비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위험분석가로 꼽히는 이안 브레머(48)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전망한 2017년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포퓰리즘 득세, 글로벌 리더십 부재, 미국 대외정책의 불확실성, 글로벌 무역질서의 분열 등으로 인해 그리 밝지 않았다. 브레머 회장은 1일(현지시간) 서울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도 대통령 탄핵 등 앞날이 불투명한 만큼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 등 전 세계적 포퓰리즘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포퓰리즘 득세에는 두 가지 주요 이유가 있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과 정치적 정체성의 상실이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화로 신흥시장은 성장했지만 미국·유럽 등에서 일자리를 뺏긴 중산층이 주류층, 지도자와 정당 등에 화가 났다. 또 ‘정체성의 정치학’으로 볼 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자국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경제적 박탈감이 결합되면서 포퓰리즘으로 이어졌다. 유럽의 경우, 독일·프랑스 등은 그래도 경제가 받쳐줘 다가오는 대선에서 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6년 가장 큰 놀라움을 줬는데 미국인의 50%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적 무관심을 드러낸 것이고 워싱턴이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포퓰리즘의 승리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향후 5~10년 내에 신흥국가들도 포퓰리즘을 겪게 될지 여부다. 세계화로 덕을 본 중국 등에서 한순간 혜택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없어져 반발이 생기면 포퓰리즘이 글로벌 현상으로 고착될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신(新)고립주의인가.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한 일방주의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더이상 남을 위한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또 동맹이 무임승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글로벌 무역 설계 역할도 축소하는 등 미국의 예외성·불가결성을 버리겠다는 것인데, 1945년 시작된 ‘팍스 아메리카나’가 2016년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이 없는 시대, 즉 리더 그룹이 부재한 ‘G-Zero’ 시대의 공식 시작을 뜻하는데, 어느 나라도 미국처럼 중동이나 유럽 등 다자구조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불황’(Geopolitical Recession)이 왔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었다면, 이제는 정치적 진공상태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이 온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불분명해 우려를 낳고 있는데. -트럼프의 불확실한 대외정책이 엄청난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외교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컸다. 오바마는 시리아 등 중동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다루면서 강한 리더가 되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대로 끝낸 것이 없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보다 더욱 ‘와일드카드’라서, 대만 총통과 통화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고, 러시아와의 밀월을 예고한 가운데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대선 해킹 개입을 밝히자 증거를 내놓으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들은 이제 미국을 믿고 의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동맹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한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이 앞으로 닥칠 많은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 헤징(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트럼프의 대중, 대러 정책에 대한 전망은. -트럼프의 대러 정책은 단기적으로 ‘라프로슈망’(화해·협력)이 이뤄져 오바마 때보다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외교정책의 최대 실패는 러시아였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실제 군대를 주둔시키자 결국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하고 가능한 한 밖에 머무르려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대러 제재 등을 협의하면서 긍정적 관계를 도모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해킹에 대해 독일 등 선거를 앞둔 유럽 다른 나라들도 걱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동맹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할 것인지 주목된다. 반면 미·중 관계는 훨씬 더 큰 걱정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이 무역에서 폭리를 취하고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판해왔으며 이제는 대만 이슈까지 꺼내 들었다.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겠지만 중국은 멕시코와 달리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이 있다. 우리는 이미 중국이 트럼프의 발언 이후 미국 자동차기업 등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 정책을 바꾼다면 중국도 대미 정책을 바꿀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미·중 간 긴장은 한국을 포함한 그(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거론했는데 한·미 관계 전망은. -미국의 최대 아시아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대한 관계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문, 일본의 방위 공약 확대 등을 밝힌 것에 대해 아주 기뻐했다. 아베는 자신이 강력 희망하는 TPP를 트럼프가 버리겠다고 밝혔음에도 트럼프 시대에 미·일 관계가 아주 좋을 것임을 강조했고, 이에 트럼프도 호응했다는 점에서 미·일 관계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 결정 등 엄청난 정치적 도전을 고려할 때 한국 대통령이 향후 몇 달간 누가 될지도 모르고 (새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도 다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의 대외적 입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세심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독자 제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미 양자 제재를 거부했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특히 석탄 수출 제한은 중국이 다자 제재에 동참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자주의자가 아니라서 6자회담이나 유엔 제재에 회의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나서 북한을 옥죄기보다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는 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미·중 간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대북 대응은 실무 정책을 주도할 국무부 부장관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다. 강경파 존 볼튼(전 유엔대사)이 되면 미·중, 북·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대치 상태가 될 것으로 보여 크게 우려되지만 합리적 성향의 리처드 하스(미외교협회장)가 되면 걱정은 줄어들 것이다. 더 큰 우려는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거칠게 비난해 북한으로부터 나쁜 반응을 야기하고 그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TPP 파기, 무역협정 재협상 공약에 대한 평가는. -TPP를 없애는 것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이 다수 동맹이 참여하는 TPP에서 빠져버리면 동맹들이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쏠릴 수 있고 이는 자본 흐름과 기준이 아시아로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남미 등도 미국보다는 중국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 상처를 입힐 것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안 브레머 회장은 누구 : 정치적 위험 분야에서 떠오르는 권위자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정치학자로, 뉴욕대 교수와 베스트셀러 작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맹활약하며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 분야에서 ‘떠오르는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998년 글로벌 정치위험연구·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을 세워 전 세계 다수의 정부와 투자자, 기업 등에 정치적 위험과 금융시장과의 연관성 등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처음 제시한 용어 ‘G-Zero’(글로벌 파워의 공백 상태)는 미국 등 슈퍼파워의 역할과 국제정치 질서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서로는 ‘자신을 위한 모든 국가: G-Zero 세계에서 승자들과 패자들’, ‘자유 시장의 종말: 국가와 기업 간 전쟁의 승자는?’ 등이 있다.
  • 올해 동북아 정세 급변… 한국 외교 더 어렵다

    中 사드배치로 ‘한한령’ 전면전 위안부 합의실행 압박 사면초가 美·中 본격 대결 땐 줄타기 아슬 한국 외교가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였다. 올해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면서 한반도 주변국들은 ‘자국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놓인 한국은 어느 하나 대응이 쉽지 않은 모양새다. 특히 정상외교 공백으로 외교 당국의 선제적 대응까지 어려워지며 이대로 우리의 외교적 공간이 극도로 축소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올 초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지형은 중국의 압박과 일본의 독주, 미·중간 고래싸움 등으로 요약된다.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을 노골적으로 이어 가고 있다. 그간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며 지방정부 등을 앞세운 산발적인 제재 조치를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연말 천하이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의 방한을 ‘신호탄’으로 한국 전세기 운항을 금지하고 한국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이용을 봉쇄하는 등 전면전에 나선 분위기다. 외교 소식통은 2일 “탄핵 정국 이후에 외교안보 정책의 구심점이 약해지자 본격적인 여론 분열 작업을 진행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드 갈등에 대해 “외교부뿐 아니라 정부 내 유관부서와 해당 부분을 검토하고 총체적인 대책을 만들어 적절한 형태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안보 협력 등을 늘려가던 일본도 우리의 외교적 부담을 더하고 있다. 최근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갈등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당국과 국민 여론 간 간극이 여전히 넓다는 점을 보여준다. 합의에 따라 소녀상 이전에 노력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일본의 압박과 국민 여론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꼴이 됐다. 또 올해 대선 결과에 따라 위안부 합의 폐기론이 득세하면 한·일 관계는 전면적인 재설정이 불가피하다. 오는 20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식 출범하면 미·중 대결도 본격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방국 미국도 방위비 증액,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을 공약해둔 상황이라 마냥 안심할 대상은 아니다. 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전날 1일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까지 천명했다. 게다가 잇단 성추문 등 조직 내부 문제까지 불거졌다. 윤 장관은 “연초부터 (북핵 문제 등에 대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가까운 우방국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고위 실무급 행사가 이번 주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해병대vs로마군단…맞붙는다면?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美해병대vs로마군단…맞붙는다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흘러간 시대마다 그 시대를 지배했던 최강의 군대가 있었다. 지중해 일대를 석권했던 로마제국군이나,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었던 칭기즈칸의 몽골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했던 대영제국 해군이나 오늘날의 미군이 바로 그 최강의 군대들이다. 그렇다면 시대를 초월하여 각자 그 시대를 호령했던 최강의 군대끼리 맞붙으면 어떻게 될까? 이러한 상상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최첨단 무기를 갖춘 현대의 군대가 모종의 사고로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그 시대의 군대나 악의 무리와 싸운다는 설정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 중 일부는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 미국 헐리우드에서는 21세기 최강의 군대인 미 해병대와 과거 지중해를 호령했던 최강의 군대인 로마제국군이 맞붙는다는 설정의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첨단장비로 무장한 수백 명의 해병대와 창과 방패로 무장한 수만 명의 로마군이 맞붙으면 과연 누가 이길까? 현대 군대 vs 과거 군대 자동화기로 무장한 현대의 군대가 과거로 돌아가 창·칼로 무장한 옛날 군대와 싸운다는 설정은 국내외에서 개봉했던 여러 영화에서 등장했었다. 2005년 개봉한 '천군'에서는 MP5와 AK 소총으로 무장한 남북한 군대가 칼을 휘두르며 돌격하는 여진족과 맞서 싸우는 장면이 등장했고, 지난 1980년 개봉한 '최후의 카운트다운'에서는 미 해군의 초대형 원자력 항공모함 니미츠가 1942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신예 초음속 전투기 F-14로 일본의 제로센 전투기 편대를 가지고 노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현대 군대와 과거 군대가 맞붙는다는 설정의 영화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현대 군대가 승리한다. 화력과 전술의 차이 때문이다. 창과 칼로 무장한 군대의 병력이 아무리 많더라도 1분에 수백 발이 발사되는 자동화기로 무장한 소수의 군대를 이기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실제로 1893년 11월 지금의 짐바브웨 땅에서 있었던 마타벨레 전쟁(Matabele War)에서 4정의 맥심 기관총을 가진 영국군 50명은 진지를 겹겹이 포위하고 쳐들어온 5000여 명의 마타벨레족 전사들을 일방적으로 학살한 적이 있었다. 100배의 병력 차이가 있었지만 영국군의 사상자는 없었고, 마타벨레족 병력은 전멸했다. 사실 자동화기나 폭탄 등으로 무장한 현대의 군대 입장에서 보자면 밀집 대형으로 줄을 맞춰 들어오는 옛날 군대는 움직이는 표적에 불과했다. 고대 그리스부터 근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군대들은 다수의 병사들을 밀집 대형으로 묶어 전투를 벌였다. 이러한 방진(Phalanx)은 창과 칼, 화살, 화승총과 같은 무기로 싸우던 시절에는 효과적인 전술이었겠지만, 대포와 폭탄, 자동화기가 보급된 현대전에서는 한두 발의 포탄으로도 수십, 수백 명의 병력이 몰살될 수 있기 때문에 19세기 들어 자취를 감추었다. 현대 군대가 압도적인 질적 우세를 통해 과거 군대를 격파하는 장면은 여러 영화에서 묘사된다. '천군'에서는 1개 분대 병력도 채 되지 않는 남북한 장병들이 자동소총과 수류탄을 이용해 적의 대군에 맞서거나 ‘크레모아’를 이용해 수십 명의 여진족 선발대를 단번에 제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본의 '전국 자위대 1549'에서는 전국시대로 돌아간 일본 자위대가 90식 전차와 코브라 공격헬기로 오다 노부나가의 군대를 몰살시키는가 하면 석유 정제시설과 탄약 제조 시설까지 만들어 놓고 미래의 역사를 바꾸는 모습도 등장한다. '최후의 카운트다운'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대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였던 일본의 제로센 전투기를 20세기 최고의 전투기 중 하나인 F-14 톰캣이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역사의 흐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함장의 판단에 따라 미국 항공모함이 전투를 포기하고 다시 미래로 돌아가지만, 당시 항공모함에서 발진했던 F-14 전투기나 A-7 공격기 등 초음속 전투기들이 그대로 일본함대를 덮쳤다면 일본 함대는 그대로 수장됐을 것이다. 이렇듯 ‘현대 군대 vs 과거 군대‘의 전투를 다룬 대부분의 영화에서 승자는 압도적인 질적 우세를 앞세운 현대 군대였다. 하지만 이번에 제작되는 ’미 해병대 vs 로마군단‘의 전투를 다룬 영화의 결말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미 해병대 VS 로마군단... 승자는? 돈 많고 스케일 큰 영화 만들기로 유명한 할리우드에서 제작 중인 '롬 스위트 롬'(Rome Sweet Rome)은 원래 미국 아마추어 사학자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제임스 어윈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썼던 쓴 가상전쟁 시나리오였다.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된 이 이야기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영화제작사에서 판권을 사서 영화로 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의 설정은 이렇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이던 미 해병원정대(MEU)가 정체불명의 모래폭풍에 휩쓸려 약 20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최전성기의 로마제국 군대와 맞붙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양 진영의 전력은 어느 수준일까? 미 해병대 편제상 1개의 MEU는 2200여 명의 병력으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실제 전투병력은 1100여 명 수준이고, 나머지 절반은 지휘 및 지원부대와 항공대이다. 제임스 어윈의 원작에서는 이러한 지원부대까지 모두 과거로 날아간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럴 경우 하나의 MEU는 수만 명의 로마군단도 두렵지 않은 강력한 화력을 갖게 된다. 완편된 1개 MEU에는 시속 100km의 속도로 질주가 가능한 LAV-25 장갑차 6대, 물 위에서도 자유롭게 떠다닐 수 있는 AAV7A1 상륙돌격장갑차 15대 등이 편제되며, 여기에 M777 견인곡사포와 M327 EFSS 박격포 각각 6문이 화력지원 수단으로 따라 붙는다. 뿐만 아니라 MEU 항공대에는 AV-8B 해리어 II 전투공격기 8대, AH-1Z 바이퍼 공격헬기 각각 4대와 UH-1Y, MV-22B 등 다양한 항공수단이 편성된다. 미 해병대는 1개의 MEU가 추가 보급 없이 30일간 독립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각종 물자와 탄약을 휴대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전력이 모두 동원된다면 밀집대형을 갖추고 있는 로마군단을 상대로 일방적인 전투를 벌일 수 있다. 하지만 영화의 설정은 원작과 조금 달랐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미 해병원정대는 약 300여 명 남짓이고, 험비와 트럭 약간, 몇 대의 헬기만 가지고 있다. 원래 편제대로라면 있어야 할 전차와 장갑차, 화포, 장갑차 없이 싸워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해병대원들은 분당 700~950발의 자동사격이 가능한 M16A4나 M4A1 소총을 휴대하고 있고, 이보다 더 강력한 M249나 M240 기관총, 심지어 수류탄 수준의 파괴력을 가진 40mm 유탄을 분당 400발의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Mk.19 유탄기관총이나 박격포 등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즉, 1개 중대 병력의 화력을 총동원할 경우 약 6000여 명으로 구성되는 1개 레기온(Legion)도 충분히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전력을 가진다. 또한 이들은 고기동차량인 험비나 트럭에 탑승해 움직이면서 전투를 벌이기 때문에 전투 지역이 평지라면 화력과 기동력에서 로마군단을 압도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자면 다른 영화들처럼 미 해병대의 압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로마군단은 로마제국의 최전성기였던 기원전 23년의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의 로마군단이라는 설정으로 등장한다. 치열했던 내전을 거쳐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1인 지배체제를 굳힌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집권 초기 약 50만 명에 달하는 대규모 병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 병력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고려해 전체 병력을 약 30만 명 수준까지 감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병력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의 로마제국은 유럽과 아프리카, 서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이었고, 국경선의 길이만 1만km가 넘었다. 북쪽에는 강력한 게르만족, 남쪽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유목민족들이 끊임없이 로마제국을 위협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로마군단은 이탈리아 반도 밖 국경지대에 주둔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당시 황제가 즉각 동원할 수 있었던 병력은 로마 인근에 주둔하며 황제 직속의 군대로 활용되던 프라이토리아니, 즉 근위대 소속 약 9000여 명의 병력 뿐이었다. 바다 건너 브리타니아(현재의 영국)나 아프리카, 시리아 지역의 병력은 유사시 즉각 로마로 돌아오기 어려웠고, 당시 로마의 최전방 지역이자 가장 안보 위협이 심각했던 북방 게르만 접경 지역의 부대는 빼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미 해병대를 맞아 동원할 수 있는 최대 병력은 이탈리아에 있는 근위대와 스위스 일대의 1개 레기온 병력을 합쳐 1만 5000여 명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차량과 중화기로 무장한 현대의 미 해병대 300여 명과 창과 칼, 화살과 방패로 무장한 로마군단 1만 5000여 명이 평원에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까? 전투가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로마군단은 필패한다. 미 해병대는 헬기를 이용해 로마군단의 위치와 규모, 진형을 하늘에서 미리 파악할 수 있고, 공중에서 기관총 세례를 퍼부어 밀집해 있는 로마군단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또한 로마군단은 기병 부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었으므로 차량을 이용해 기동력에서도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미 해병대가 로마군단의 취약점인 측면이나 후방을 공격해 전열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다. 양측의 전투가 로마 근처에서 발생했다면 미 해병대는 순식간에 로마군단을 격파하고 수도를 점령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 전황은 미 해병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해진다. 미군은 물량으로 전쟁을 하는 군대다. 보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전투 수행이 어려운 군대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험비 차량은 1리터의 연료로 평균 4~6km, 험지 주행의 경우에는 1리터 당 1~2km밖에 못가는 ‘연료 먹는 괴물’이고, 분당 수백발이 나가는 자동소총도 탄약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로마는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장정들을 징집해 창과 방패로 무장시켜 전장으로 보낼 수 있지만, 고립된 미 해병대가 기원전 시대의 로마 한복판에서 재보급을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전투가 장기화되어 연료와 탄약이 떨어지면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원작 시나리오에서도 고립된 미 해병대가 인해전술로 밀고 들어오는 로마군단에 패하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헐리우드가 그려내는 ‘미 해병대 vs 로마군단’의 전투 양상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전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량과 화력으로 밀어 붙이는 21세기 최강 군대와 창과 방패로 지중해를 제패했던 기원전 시대의 최강 군대, 과연 승자는 누가 될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문재인·이재명 둘 중 대통령 당선되면 트럼프와 충돌…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주한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한국의 차기 대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선되면 주한 미군이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P는‘트럼프의 아시아를 통한 중심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친미 노선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되고 있고 그의 뒤를 이을 야당의 선두주자는 좌파 문재인과 ‘한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포퓰리스트 이재명”이라면서 “두 사람은 친미 색깔이 약하고 북한과 대결보다는 화해를 모색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FP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트럼프가 (한국) 보호 비용 부담액의 증액을 요구한다면 한국은 갈등 조정 없이 미군이 떠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FP는 “만약 그런 사태가 실제로 일어나면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獨, 트럼프 리스크에 ‘핵 억지력’ 공론화… 英·佛 “핵 협력 싫다”

    獨, 트럼프 리스크에 ‘핵 억지력’ 공론화… 英·佛 “핵 협력 싫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수십년 동안 유럽의 안보는 미국의 핵무기가 핵심 역할을 맡았다. 그렇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그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역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유럽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트럼프가 지난 22일 핵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나토에서 방어 핵심인 미국의 핵 억지력(Nuclear Deterrence)을 철수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더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같은 날 “핵무기 부대의 잠재력 강화”를 지시했던 터다.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 철수는 일종의 금기(禁忌)로, 그동안 입에 담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다. EU 관계자는 “이 문제를 꺼내는 것은 너무 민감해 거대한 눈사태와 같다”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면 나토라는 구조물은 허물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EU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을 대체할 대안을 놓고 조심스러운 논의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불확실성 증대 속 핵심은 ‘핵 억지력’ EU가 수십년간 잠재적인 위협을 가하는 러시아에 맞설 수 있는 마지막 방어 수단은 바로 미국이 제공하는 핵 억지력이었다. 하지만 최근 EU 회원국은 미국이 더이상 유럽을 방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대외 정책을 펼지 분명하지 않다. 다만 트럼프는 불확실성의 최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바를 얻는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국가 경영에도 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얘기는 결국 EU가 안보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트럼프가 미국 대외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60여년간 독일은 안보를 나토와 미국에 의존해 왔다. 사실 나토 회원국은 미국의 핵 억지력을 제외하면 러시아와 같은 가상적국의 위협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EU 관계자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 EU에 의한 핵 억지력이 가능한지를 신중하게 고민해 왔다. 물론 EU 스스로 핵 억지력을 갖추는 것은 군사적, 정치적, 국제법적 장애물이 많다. 그럼에도 EU의 외교관은 진지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프랑스와 영국이 독일과 같은 나라에 핵 억지력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메리칸 아카데미의 얀 테카우 홀브룩포럼 연구원은 “미국의 핵 억지력이 사라진다면 미래에 누가 우리를 지켜 줄 것인지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래 EU의 핵 억지력 문제는 유럽의 안보에 있어 누구나 아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린어페어스 11월호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핵 억지력을 유럽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고민한다면 독일은 프랑스와 영국의 핵무기에 기초해 유럽의 핵 억지력을 세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싱크탱크 “유럽 스스로 방어 필요” 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기억하는 독일은 핵 문제가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것을 되도록이면 피하고 있다. 볼프강 이싱거 뮌헨안보회의 의장은 “독일은 미국의 핵 정책 변경에 따른 논의를 가장 나중에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어쩌면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원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주변에 불러일으킨다면 이는 반(反)독일 진영에 불을 지르는 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싱크탱크를 중심으로 조금씩 이 문제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있다. 로데리히 키제베터 기독교민주당(CDP) 외교담당 의원은 지난 11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핵 억지력은 EU에 필수적”이라며 “미국이 핵 억지력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유럽은 스스로의 방어를 위해 핵 억지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비서실장인 페터 알트마이어도 “EU에 핵 억지력을 제공하는 것은 안보 정책에 있어 매우 큰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라며 “EU 회원국 중 2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키제베터는 안보 문제와 관련해 EU는 이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군 대령 출신인 그는 독일은 물론 프랑스와 영국의 정부 관계자와 만나 핵 억지력에 대한 논의를 해 왔다. 문제는 독일 국민은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90% 이상의 독일인이 자국의 핵무장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안보 측면에서 핵무장 필요성이 있을지 몰라도 도덕적 측면에서 독일 번영의 기반은 미국의 핵 억지력으로 인해 이뤄진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독일을 제외한 다른 EU 회원국은 독일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나토 회원국의 한 관계자는 “핵무장과 같은 민감한 논의가 독일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이런 논의는 결국 미국은 물론 러시아에도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독일이 주목하는 것은 트럼프가 지난 대선 기간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이다. 미국의 안보 비용 축소를 위해 유럽에서도 독일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EU가 자신만의 핵무기를 바탕으로 핵 억지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EU를 탈퇴하려는 영국은 과연 이 문제에 동의할까. 프랑스가 독일에 대가도 없이 핵 억지력을 제공할까. 영국과 프랑스는 나토에서 시작된 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연 영국과 프랑스가 협력한다고 해도 핵 억지력으로 충분하게 작용할 수 있을까. 일단 영국과 프랑스가 보유한 핵무기의 숫자만을 놓고 본다면 가능할 것 같다. 양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미국의 10%에 불과하지만 선제공격이 아닌 보복 공격을 가해 전쟁을 막기에는 충분한 분량이다. 미국이 나토에 제공하는 핵 억지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오하이오급 핵잠수함과 공중폭격기 등 전략무기를 꼽을 수 있다. 핵잠수함 한 대에만 여러 곳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트라이던트Ⅱ 미사일 20발이 탑재돼 있다. 이 외에도 미국은 나토 5개 회원국의 공군기지 6곳에 항공기 발사 핵미사일 180발을 배치했다. ●英·佛은 유럽을 방어할 수 있을까 프랑스는 4~6개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전략미사일 16기를 탑재한 잠수함 4척을 운용 중이다. 또 미라주 2000과 라팔 전투기에 각각 50발의 핵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크루즈미사일을 운영 중이다. 영국 역시 4척의 뱅가드급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잠수함에 모두 160발의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는 트라이던트 미사일이 탑재돼 있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를 모두 합치면 EU를 방어하는 데 군사적으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정치적 측면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핵무기를 국가 자산으로 간주해 왔다. 나토라는 테두리 안에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은 그동안 프랑스의 핵 억지력 확대를 희망했다.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총리와 프란츠 요제프 슈트라우스 국방장관은 프랑스와의 핵 협력을 원했지만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이를 거절했다. 이 같은 프랑스와 독일의 움직임은 올해 초 공개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 간의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자리에서 미테랑 대통령은 프랑스의 핵 억지력은 작은 영토에만 적용되고 이를 확장하면 치명적인 위협에 노출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독일을 보호하고자 러시아와 맞대결하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이 핵무장을 검토하는 것은 국제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당장 독일이 핵무기를 생산한다면 1975년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이며, 독일 통일 당시인 1990년 체결한 ‘2+4 조약’ 위반이기도 하다. 당시 조약에서 통일 독일은 핵무기 생산이나 소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독일이 영원히 핵무기를 생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NPT 가입 당시 승인 문서에는 “유럽 통합에 맞춰 적절한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이는 NPT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다. 일부 독일 정치인은 이 문구를 근거로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내년 달러 환율 최고 1300원” 금융시장 불안·수출 반짝미소

    “내년 달러 환율 최고 1300원” 금융시장 불안·수출 반짝미소

    美 금리인상에 强달러 지속 전망… 수입물가 상승 등 서민 경제 타격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을 넘으면서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기본적으로 환율이 오르면 수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지만, 급격한 환율 상승은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지난 23일 원·달러 환율은 1203.9원으로 전날보다 3.9원 올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 10일(1203.5원) 이후 9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4일부터 8거래일간 36원이나 올랐다. 원화 가치가 3.1% 떨어진 셈이다. 미 연준이 내년에 세 차례에 걸친 금리 인상을 내비쳐 달러 강세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내년 2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1250원으로 올라서고 3분기 1275원, 4분기에는 1300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캐나다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케츠는 원·달러 환율이 내년 1분기에 1270원으로 오른 뒤 2분기에는 1310원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 기업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환율 상승 폭만큼이나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와 조선, 철강, 반도체 등에서 호조를 보일 수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한국 제조업 내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0.05% 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수출 증대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25일 “원화뿐 아니라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가 공동 약세라면 우리 수출에 미칠 긍정적인 영향은 많지 않다”면서 “신흥국의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우리 수출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오히려 급격한 환율 상승은 우리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우선 수입 물가의 상승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여기에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외환 당국이 이를 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 재무부로부터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만큼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스라엘 “유엔과의 관계 재평가 나설 것”

    이스라엘 “유엔과의 관계 재평가 나설 것”

    네타냐후 “유엔분담금 지원 중단” 美는 기권… 간접적 채택 묵인 트럼프 “극히 불공정하다” 비판 아랍권 “국제사회 지지 반영돼” 성탄절을 앞두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팔레스타인 자치령 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이스라엘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등이 강력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현지시간) TV에 출연해 “안보리의 결정은 편파적이고 수치스럽다”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결정은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부권 대신 기권 행사를 지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스라엘에) 수치스러운 매복 공격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는 특히 “한 달 내 유엔 기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분담금 지원과 이스라엘의 유엔 대표부 존치 등을 포함해 우리와 유엔과의 모든 접촉을 재평가할 것을 외교부에 지시했다”고 말해 유엔과의 ‘관계 재평가’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미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5개 유엔 기구에 3000만 세겔(약 94억원)의 재정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면서 “이런 중단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3일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과 동예루살렘에서 정착촌 건설의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4표, 반대 0표, 기권 1표로 통과시켰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거부권 행사 요구에도 기권표를 던져 간접적으로 결의안 채택을 묵인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2국가 해법’을 방해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2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을 종식하고자 1967년에 설정했던 경계선을 기준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자는 내용이다. 안보리가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정책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1979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로서는 상당한 외교적 부담을 갖게 됐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미국이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을 방어해온 미국의 오랜 정책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반영한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 공화당과 일부 민주당,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까지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는 결의안 채택 1시간여 만에 트위터에 “(내가 대통령에 취임한) 1월 20일 이후 유엔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는 양측의 직접 협상으로 가능하지 유엔의 조건 부과를 통해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는 협상에서 이스라엘을 매우 불리한 입장으로 만들며 극히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이스라엘을 고립시키고 악마로 만드는 위험한 외교적 선례를 만들어 중동 평화에 타격을 가했다”고 비판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 동맹 이스라엘에 ‘2국가 해법’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고자 새로운 행정부 및 의회 동료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차기 상원 원내대표인 찰스 슈머 의원은 “불만스럽고 어리둥절하다”며 비판했다. 반면 아흐메드 아불 게이트 아랍연맹(AL) 사무총장은 “정당한 권리를 얻으려는 팔레스타인 사람의 역사적 투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반영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데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사설] 美 금리 인상, 1300조 가계빚 충격 최소화해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기준금리를 0.50~0.75%로 0.25% 포인트 인상하면서 내년 중 세 차례에 걸쳐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지난해 12월 0% 금리 시대를 마감한 이후 1년 만에 나온 추가 조치였다. 최근 고용시장 개선과 물가 상승 전망, 소비심리 개선 등 경제 성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 정치적 불확실성 등 산적한 악재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했다. 한은은 어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당장 내년 통화정책의 운용 방향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예상보다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신정부 정책 변화도 지켜봐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당장 우리의 가계부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 대출 가운데 700조∼800조원이 금리 변동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형으로 추정된다. 대출 금리가 1% 포인트 올라가면 가계가 새롭게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연간 7조∼8조원에 이른다는 의미다. 내수와 수출의 동반 하락 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가 가시권에 들어선 것이다. 고령층·영세 자영업자·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제2금융권 대출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 기준 금리가 인상돼도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 대출금리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도록 정책 당국의 다양한 노력이 절실하다. 내년이 더 큰 문제다. 미국이 경기 자신감을 토대로 내년 세 차례에 걸쳐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간다면 내년 말에는 미국 금리가 현재 우리의 1.25%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국내의 외국인 자본의 대규모 유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말 미국의 금리 인상 조치로 석 달 동안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간 돈이 50억 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자금(3조 5100억 달러·약 4105조원) 중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이전될 것이다. 신흥국 경제 자체가 도미노 충격에 빠질 수 있다. 한국 경제는 미국, 중국 등과의 통상 마찰과 환율 문제로 수출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미 금리 인상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면 작금의 저성장 기조가 일본식 장기 불황 구조로 바뀔지도 모른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발성이 아닌 만큼 우리도 중·장기적인 정책 대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를 관리하면서 내수와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정교한 경제 로드맵이 필요하다. 정치권은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 혼란을 하루빨리 종식해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가계는 금리 인상에 대비해 스스로 부채를 줄이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는 부실 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좀먹는 요인들을 시급하게 정비해야 한다.
  • 美 예상 밖 속도전… 내년 초까지 ‘Bye 코리아’

    美 예상 밖 속도전… 내년 초까지 ‘Bye 코리아’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매파적’(조기 금리 인상) 성향 강화에 긴장하고 있다.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전망돼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 단기 하락과 채권시장 외국인 자금 이탈 가속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국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15일 금융시장은 이번 인상보다 내년 금리 인상 속도에 더 촉각을 곤두세웠다. 연말 금리 인상은 예고된 이벤트였지만 내년 세 차례 인상 시사는 시장의 예상보다 빠른 것이었다. 그간 시장은 대체로 내년에 금리를 두 차례 올릴 것으로 봤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매파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금융시장이 연준의 태도 변화에 적응하려면 한두 차례 홍역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쏠린다. 하지만 이번 인상은 충분히 시장에 선반영된 만큼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미국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이달에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68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문제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점이다. 내년 미국 금리의 3회 인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질 수 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신흥국 자금 유입을 촉진한 저금리와 달러 약세가 모두 가파르게 되돌려진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에게 부담스러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까지는 국내 주식시장 전망이 어둡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안도 랠리’는 당분간 어렵게 됐다. 불확실성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믿었던 FOMC가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르면 내년 3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에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미국이 내년에 세 차례나 금리를 인상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 지속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내년 미국 금리 인상은 두 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채권시장의 외국인 자금 이탈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보유 국내 상장채권 잔액은 지난 13일 기준 89조원으로 4년 만에 처음으로 90조원을 밑돌았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이미 국내 상장채권 12조원어치를 팔았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차손 우려가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채권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선진국으로 자금이 흘러갈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종우 센터장은 “내년에도 코스피는 박스권을 뚫을 힘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금 당장은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달러 강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테지만 지금 추가로 사는 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면서 “이미 가격이 많이 하락한 국내 중소형주를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금 가격이 많이 하락했고 생산량도 줄고 있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트럼프 취임 앞두고… 이란, 美 보잉기 80대 구매 계약

    이란이 11일(현지시간) 미국 보잉사의 여객기 80대를 166억 달러(약 19조 3888원)에 구입하기 위한 계약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 항공기업체 보잉사는 2018년부터 10년간 이란항공에 중·단거리용 ‘737 맥스 8s’ 50대, 장거리용 ‘777-300ER’과 ‘777-9s’ 각각 15대 등 모두 80대를 인도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보잉사는 “이번 이란과의 계약으로 일자리가 수만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란항공은 보잉사의 경쟁사인 유럽 에어버스와도 계약 최종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항공은 앞서 1월 제재가 해제되자마자 250억 달러 규모의 에어버스 여객기 118대를 구입하는 계약에 잠정 합의한 바 있다. 이란이 보잉사와 에어버스와 맺는 계약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서방 기업들과의 거래로는 최대 규모이다. 하지만 보잉사의 이번 거래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이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만큼 최종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 합의를 문제 삼는 데다 국방장관에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 전 중부군사령관 등 트럼프 새 내각에는 이란에 적대적인 인사가 적지 않다. 미국 의회 일각에서도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기에다 보잉사는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의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트럼프 당선자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그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보잉사는 이란항공에서 받은 주문을 장부에 ‘우발 사안’으로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가 최종 성사되려면 미국 재무부과 국무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까닭이다. 보잉사와 이란항공의 거래가 양국 관계의 향방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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