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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독도제소 차기 정권에 넘겨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여부 판단을 차기 정권에 넘기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독도 문제의 ICJ 단독 제소와 관련한 최종 판단을 다음 달 16일 치러지는 중의원 선거(총선) 이후로 연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신문은 일본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중단된 한·일 정부 간 교류를 재개하면서 당분간은 한국의 대응을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면서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일 감정을 악화하는 것은 이득이 있는 방책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외무성 간부는 제소 방침을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당분간은 독도를 둘러싸고 한국 측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없을 경우 제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은 한국과의 관계 회복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동아시아 안보 영향을 우려한 미국의 중개로 한·일 정부 간 교류가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지난 22일 외교 차관급 경제협의에 이어, 24일에는 양국 재무장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선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자민당이 공약에서 영토 문제와 관련해 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지만 집권할 경우 한국의 새 정권과 미국을 의식하지 않고 제소를 강행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일본은 지난 8월 10일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ICJ 제소 방침을 정하고 한국에 공동 제소를 제안했으나 무산되자 단독 제소로 방향을 바꿨다. 일본 정부는 현재 독도 제소 준비를 완료했으나 ‘준비가 되는 대로 제소한다.’는 애초 방침에서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倭系 추정 고분·갑옷 고흥서 150여점 발굴

    倭系 추정 고분·갑옷 고흥서 150여점 발굴

    삼국시대 한반도와 왜(倭)의 교류가 활발했던 전남 고흥에서 왜계(倭系) 인물 혹은 왜와 밀접하게 교류한 인물이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5세기 전반 무렵 무덤이 발굴됐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26일 전남문화재자료 218호인 고흥 야막리 야막고분을 발굴 조사한 결과 이 무덤이 왜계 석실과 계통을 같이한다고 확인했으며 왜색이 강한 갑옷과 투구 등 유물 150여점도 수습했다고 밝혔다. 갑옷은 삼각형 철판을 가죽끈으로 이어 붙여 만든 삼각판혁철판갑(三角板革綴板甲)이고 투구는 그런 철판을 가죽끈으로 이어 붙여 만든 것으로, 정수리에서 이마 부분까지 각이 진 투구인 삼각판혁철충각부주(三角板革綴衝角付胄)다. 이는 왜색이 강한 것으로 간주된다. 연구소는 출토된 갑옷, 투구와 관련해 “형식으로 보아 제작 시기는 5세기 전반인 것으로 판단되며 제작지에 대해서는 국내산과 일본 열도산으로 의견이 갈려 있다.”면서 “다만 국내보다는 일본에서 더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당시 연안항로를 통행한 교역 주체들의 세력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日, 미얀마行 北미사일 자재 압수

    일본이 미얀마로 향하는 선박 안에서 미사일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북한제 알루미늄 합금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져 북한과 미얀마의 군사협력 지속 여부가 주목된다. 미얀마의 테인 세인 대통령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준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5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당국은 지난 8월 말 도쿄항에서 타이완 해운 회사가 운영하는 싱가포르 선적의 화물선 ‘완하이313’(2만 7800t)호에서 ‘DPRK’(북한)라고 새겨진 알루미늄 합금을 압수했다. 압수품은 알루미늄 합금 막대기 15개와 길이 5㎝, 지름 9㎝의 금속관 50개 등이다. 일부는 핵무기 제조용 원심분리기나 미사일을 만드는 데 쓰이는 고강도 알루미늄이었다. 이를 거래하는 것은 북한제 대량파괴 무기와 관련 물자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한·미·일 당국은 미얀마가 미사일을 만들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을 수입하려고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한국 대륙붕, 오키나와 해구까지 이어졌다” 정부, 경계문서 연내 유엔 제출

    “한국 대륙붕, 오키나와 해구까지 이어졌다” 정부, 경계문서 연내 유엔 제출

    정부가 오키나와 해구 인근 동중국해 대륙붕 경계에 대한 우리의 공식 입장을 담은 정식 문서를 유엔에 제출하기 위한 국내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25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2일 차관회의에 대륙붕 경계에 대한 정식 문서 제출 방침을 보고했으며 이번 주 국무회의 보고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늦어도 연내에는 이 문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유엔해양법 협약은 배타적 경제수역인 200해리를 초과해 대륙붕 경계선을 설정하려는 국가는 대륙붕 경계 정보를 유엔에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차관회의에 보고한 대륙붕 경계 정식 문서는 2009년 5월 12일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제출한 예비정보 문서와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당시 우리 영해기선에서 200해리 바깥인 제주도 남쪽 한·일공동개발구역(JDZ) 내 수역까지를 우리 측 대륙붕으로 규정했으며 면적은 총 1만 9000㎢에 달한다. 정부는 특히 3년 전 같은 날 예비문서를 제출한 중국과 긴밀한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대륙붕이 오키나와 해구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에 대해 일본은 자국의 해양 권익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 CLCS는 대륙붕 경계 주장의 타당성 여부만 판단할 뿐”이라면서 “실제 대륙붕 경계는 해당 국가 간 협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향후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하종훈기자 artg@seoul.co.kr
  •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공장폐쇄 → 대량실직 → 세수급감 ‘日 지자체 흔들’

    일본 도쿄에서 전철로 2시간 정도 거리에 떨어진 지바현 모바라시. 역에서 택시를 타고 5분 정도를 가면 지난해 3월까지 가동하던 파나소닉 공장 건물이 나온다. 맞은편에 히타치 공장은 아직 가동하고 있지만 8층 빌딩 높이의 건물은 파나소닉이 원래 주인이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지들이 모두 뜯겨져 있다. 지난 22일 이곳을 찾았을 때 새로 입주할 회사의 사용 용도에 맞춰 공장을 철거하고, 새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옆 출입구에서 작업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히타치 공장의 수위는 “우리도 언제 저런 운명을 맞을 줄 모른다.”면서 “철거 작업을 보면서 매일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공장을 둘러보고 걸어서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서 맞딱뜨린 광경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한때 근로자들로 북적거렸을 이자카야(선술집)와 스나쿠(술 파는 카페)들이 대부분 문을 꽁꽁 잠근 채 먼지를 잔뜩 머금고 있었다. 여관, 택시, 식당 등 도시 곳곳에는 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 있었다. 파나소닉과 도시바가 문을 닫자 모바라시에는 지난 9월까지 700여 명의 실직자가 발생했다. 인구 9만 3000명인 이 도시의 실직자는 올 연말까지 1500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모바라시 고용지원센터에는 재취업하려는 실직자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새 일자리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공업단지 주변의 상가나 식당 또한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일본 전자산업 몰락의 ‘후폭풍’은 열도 곳곳에 상처를 내고 있다. 간토 지역뿐만 아니라 서일본인 간사이나 규슈지역 등에서도 일본 기업들이 공장을 잇따라 폐쇄하거나 축소해 지역경제가 황폐화되고 있다. 소니는 내년 3월까지 기후현 미노가모시의 자회사 공장을 폐쇄할 예정이다. 종업원 2400명이 해고되거나 전환 배치된다. 소니는 ‘공장 없는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1990년대 초반 일본 내 40곳에 달하던 소니 공장은 이제 23곳으로 줄었다. 그나마 16곳이 부품 공장이고, 완성품 공장은 7곳에 불과하다. TV 위탁생산 비중은 2010년 3월 20%에서 올해 3월에는 50%로 치솟았다. 샤프도 미에현 가메야마시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폐쇄해 1400명이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가메야마시는 샤프 공장의 몰락으로 시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위기에 빠졌다. 4~5년 전만 해도 샤프 경영 호조로 지방세입이 늘어나자 가메야마시는 각종 복지 정책을 확대했다. 하지만 2008년을 정점으로 지방세입이 줄어들기 시작해 올해는 2008년 대비 30% 가까이 급감했다. 내년이면 샤프 공장이 가동되기 이전 수준까지 지방세입이 줄어들 전망이다. 도시바는 지바현 모바라시 공장뿐만 아니라 후쿠오카현 기타규슈시 3개 공장을 올 상반기에 폐쇄했다. 종업원 1200명이 전환배치 되는 운명을 맞았다. 아키타현 니카호시에 있는 전기·전자업체 TDK는 내년 3월까지 15개 공장 가운데 6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TDK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2개사는 최근 400명 이상을 해고했다. 이 여파로 이 지역 고졸 예정자의 취업률이 13.3%로 떨어졌다. 일본 전자업체 몰락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지자체들은 공장의 폐쇄로 지방세입이 줄어들자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이른바 ‘적자지방채’를 앞다퉈 발행해 부실이 심화되고 있다. 적자지방채는 지자체가 정부에서 지방교부세를 받고도 모자라는 재원을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지방채다. 세수의 버팀목이었던 공장들이 떠나자 지방채를 발행, 겨우겨우 버티는 형국이다. 빚을 내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아이치현은 지난해 적자채 발행 한도인 2899억엔을 거의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오사카부와 가나가와현도 발행 한도에 육박하는 적자채를 남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일본 지자체들은 총 13조 5396억엔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모바라시(지바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빛 잃은’ 세계최대 전자상가 日 아키하바라 직접 가보니…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빛 잃은’ 세계최대 전자상가 日 아키하바라 직접 가보니…

    지난 22일 오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아키하바라 전자상가. 23일이 근로감사의 날인 휴일이어서 3일 연속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었지만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로 유명했던 아키하바라는 썰렁하기만 했다. 화려한 조명이 번쩍이는 겉모습과 달리 아키하바라 상가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금리 1% 12개월 할부’ ‘최저가 할인’ 등 소비자들을 잡아끌려는 광고문구가 여기저기 붙어 있지만 정작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실제로 한 전자상가의 가전제품 계산대 부근에서 30여분간 서성였지만 제품을 살펴보기 위해 매장을 찾은 고객은 3명에 불과했다. 아키하바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쏟아지는 중국인 관광객으로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 아키하바라 전자제품 거리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관광버스를 점포 옆에 세워 두고 고가의 카메라 등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단골 손님’이었다. 그러나하루 몇 십대씩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나르던 버스 행렬은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을 본격화한 지난 9월 이후 거의 제로 상태로 끊겼다. 한때 아키하바라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던 톤 높은 중국어도 들리지 않았다. 20대 중국 여성 두 명이 대화하며 모습을 나타냈지만 이들의 행선지는 아키하바라 전자상가가 아니라 근처의 편의점이었다. 아르바이트생이었던 것이다. 상가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한 직원은 “이런 일은 개점 30년 만에 처음이다. 사흘간 계속되는 연휴 전날이어서 많은 고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평일과 다름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중국 단체관갱객들이 찾아오지 않는 이유는 외교문제라서 상인들인 우리로선 달리 대책을 세울 방법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가전제품 대형 할인매장에서도 중국인 고객은 3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이 매장 책임자는 “일본산 전자제품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은 아키하바라를 지탱하는 소중한 고객인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아키하바라 여러 곳에는 폐점을 알리는 문구를 써붙은 가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폐점 할인행사를 하고 있던 야마다 이치로(43)는 “20년 넘게 아키하바라에서 버텼지만 이젠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 일본 전자산업이 적자에 허덕이고 중국인, 한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아키하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인도에는 젊은 여성들이 분홍 드레스에 파란 조끼와 흰 치마를 입은 메이드 복장을 하고는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전단지를 손에 쥐어주며 말을 건넨다. “‘메이드 카페’에서 차 한잔 하고 가세요.” ‘메이드 카페’는 영어로 ‘하녀’ 또는 ‘가정부’라는 뜻의 ‘메이드’(maid)에 찻집이라는 의미로 ‘카페’를 갖다 붙인 신조어다. 건널목을 건너자 ‘메이드 카페’로 꽉 찬 골목이 나타났다. 전자상가로 명성을 날리던 아키하바라가 ‘메이드’의 천국이 된 셈이다. 아키하바라의 왕복 8차로 메인도로인 ‘주오도리’를 지나 뒷골목에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전자제품 벼룩시장격인 곳이다. 10여 개의 노란색 상자에 담긴 중고 전자제품을 연신 주워 담고 있었다. 보이스 리코더, MP3플레이어 등 비닐에 싸인 전자제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오랜 불황을 겪다 보니 새로운 제품보다는 값싼 중고제품을 선호하는 풍조가 이곳에도 역력했다. 일본철도(JR) 아키하바라 역사 건너편의 전자제품 할인점 ‘요도바시 카메라’로 발길을 옮겼다. 빅카메라(BIC CAMERA)와 전자 할인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요도바시 카메라에는 고객들이 제법 찾아들었다. 1층은 휴대전화 판매 코너. 몇년 전만해도 TV 코너가 1층에 자리 잡았지만, 스마트폰 열풍으로 ‘황금매장’인 1층은 휴대전화 차지가 됐다. 20여종의 스마트폰이 진열돼 있지만 고객들은 아이폰5와 갤럭시S3, 후지쯔폰을 주로 찾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3는 지난 6월 출시된 뒤 월간 판매 순위 1위를 이어갔지만 이달 초 ‘아이폰4S’가 판매되면서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었다. 갤럭시S3를 독자적으로 취급하는 NTT도코모보다는 아이폰을 판매하는 소프트뱅크와 au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좀 더 많았다. 일본 제품은 후지쯔의 ‘애로우스’(ARROWS)와 소니 엑스페리아GX가 선전하고 있지만 갤럭시S3와 아이폰 기세에 맥을 못추는 양상이다. 일본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BCN과 일본 스마트폰 인기 순위 집계 사이트인 카카쿠닷컴(kakaku.com)에서도 아이폰과 갤럭시S3가 판매 순위 1,2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전화 시장의 주류가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경영 판단을 늦게 해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일본 전자업체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영상·음향·가전 매장이 몰려있는 4층에 올라가니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LG전자 제품들이 죽 진열돼 있었다. “LG 3D 영상을 체감하세요.” “가장 인기가 높은 LG 스마트폰”이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진 플래카드가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TV 매장은 LG전자 제품을 중심으로 소니, 파나소닉, 샤프 제품들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자연스럽게 가격을 비교하며 구입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LG 제품의 판매가격이 일본 제품들에 비해 전혀 싸지 않았다. LG 55인치 TV는 최고 할인가로 살 수 있는 가격이 23만 9300엔(약 314만원)이었다. 파나소닉과 소니의 동일 인치 제품 가격 17만 9700엔, 13만 5500엔보다 무려 5만 9600~10만 3800엔 비쌌다. 샤프의 52인치는 12만 2200엔에 거래됐다. 판매 점원은 “LG의 3D TV는 일본 제품보다 화질이 뛰어나고, 충전하지 않는 안경 등으로 인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 제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은 최소한 전자제품 매장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0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LG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초반 크게 고전했지만 “세계에서 인정받는 제품”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한 끝에 콧대 높은 일본 고객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시작했다. 민영방송인 후지TV는 23일 오후 ‘슈퍼뉴스’에서 일본시장에서도 뿌리 내리기 시작한 LG의 성공비결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 과감한 투자, 해외 사정에 맞는 마케팅”이라고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日전자 빅3, 민·관펀드 ‘긴급수혈’ 타이완·美사와 사활 건 ‘합종연횡’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日전자 빅3, 민·관펀드 ‘긴급수혈’ 타이완·美사와 사활 건 ‘합종연횡’

    전자 및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에 경쟁력이 밀린 일본 업체들이 국내외 업체들과 생존을 건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의 몰락으로 한·일·타이완의 3자 경쟁 구도였던 전자 및 IT 산업의 생태계가 급격히 재편되면서 새로운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인 소니와 도시바·히타치는 지난 4월 민·관 펀드인 산업혁신기구로부터 투자를 받아 통합회사인 ‘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삼성·LG에 완전히 빼앗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세 회사 모두 경영난을 겪다 보니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이노베이션네트워크펀드가 약 26억 달러를 출자해 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했다. 이노베이션네트워크펀드가 70%, 3개사가 1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사실상 공기업이다. 재팬디스플레이는 한국 업체들이 장악한 대형 패널은 포기하고 중소형 패널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세계 중소형 액정패널 시장 점유율 20%를 유지하며 이 분야 선두를 지키고 있다. 심화되는 스마트폰 시장 경쟁 속에서 상대 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중국 공장 자동화에 나서며 투자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재팬디스플레이가 계속 세계 1위를 지켜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아몰레드(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로 모바일 기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고, LG디스플레이 역시 모바일용 풀고화질(HD) 디스플레이를 개발해 시장 확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타이완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인 AUO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합작 생산도 준비 중이다. 소니는 그동안 삼성과 합작 기업인 S-LCD를 통해 패널을 공급받았지만, 지난해 말 합작 관계를 청산한 뒤 타이완 업체들과의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소니는 AUO와 함께 올레드 TV를 내놓아 한국 업체들에 도전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소니는 2007년 11인치 올레드 TV를 세계 최초로 내놨지만, 이후 실적 부진으로 연구 개발이 미진해 대형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TV 및 LCD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는 샤프는 타이완 훙하이그룹과의 제휴 등을 통해 광범위한 회생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훙하이는 애플 아이폰 조립사인 팍스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애플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직접 납품하기 위해 샤프와의 합작을 추진하고 있다. 홍하이는 샤프 지분 9.9%와 샤프와 소니의 패널합작사(SDP)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홍하이가 샤프 지분 9.9%를 인수하면 샤프의 최대주주로 떠오르게 된다. 일본의 ‘100년 기업’ 샤프의 주인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현재 세계 액정 패널 시장에서 훙하이의 자회사인 치메이는 15%, 샤프는 10%가량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두 업체가 합병하면 시장 점유율이 25%로 삼성·LG디스플레이와 함께 명실상부한 ‘빅3’를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 샤프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훙하이가 지분 인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자 샤프는 인텔, 퀄컴 등과 새로운 투자 협상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샤프의 근본적인 문제인 ▲TV사업 부진 ▲LCD 사업의 경쟁심화 ▲138억 달러에 달하는 부채 등이 해결되지 않고는 근본적인 상황 호전은 어려워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는 지난해 4분기 샤프가 생산한 패널 중 8.1%만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70.1%를 자체 브랜드용으로 소화했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지난 2분기에는 삼성전자에 LCD 패널을 공급하는 비중이 50.2%로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이 밖에도 일본의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는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엘피다 측은 지난달 31일 도쿄 관할 법원이 마이크론과의 합병을 비롯한 구조조정 계획을 채권단에게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한 엘피다는 5월부터 마이크론의 재정 지원을 받게 됐고 7월 초 25억 달러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마이크론이 엘피다를 인수하면 D램 시장 점유율은 24.7%로 높아져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전망이다. D램 업체 세계 3위인 엘피다는 엔화가치 상승과 한국 기업에 밀려 경영난에 빠지면서 4400억엔(약 6조 3000억원)의 부채를 지고 올해 2월 파산했다. 마이크론은 올 7월 엘피다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향후 7년간 2000억엔(약 2조 8500억원)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엘피다-마이크론 연합은 향후 타이완 중소업체들과의 인수·합병(M&A)에도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엘피다는 최근까지도 타이완 D램 업체들과 지주회사 설립 및 통합 운영 등 포괄적인 제휴 방안을 타진해왔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한국 타도’를 위해 타이완 업체들과의 제휴나 합종연횡에 관심이 많다. 2010년부터 LCD 및 D램 반도체 가격 약세가 이어지면서 더 이상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커버스토리] 소니 정크등급…日전자산업의 몰락에서 배운다

    [커버스토리] 소니 정크등급…日전자산업의 몰락에서 배운다

    “일본의 실패를 배워야 한다.” 세계를 주름잡던 일본 전자산업은 왜 몰락했을까. 일본 전자산업의 실패는 ‘일본의 길’을 답습한 우리 업체들에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일본을 넘어섰지만 중국에 쫓기는 형국에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해답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 일본 전자산업이 몰락한 원인으로는 ‘6중고’가 꼽힌다. 엔고(円高), 전력난, 높은 법인세, 환경·노동 규제, 자유무역협정(FTA) 지체, 동일본 대지진 등이다. 파나소닉, 소니, 샤프 등 일본 대표 가전업체 3개사의 22일 현재 시가 총액은 2조 200억엔(약 27조원)으로, 2007년 상반기 16조엔에서 5년 반 만에 87.5%인 14조엔이 증발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국제 신용평가사는 최근 이들 ‘빅 3’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했다. 피치는 지난 22일 소니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인 BB-로 세 단계나 낮췄고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은 두 단계 내렸다. 샤프는 지난달 이미 B-로 떨어졌다. 실적 개선 전망이 흐려 빅 3의 이 같은 굴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의 전자업계가 이처럼 처참하게 몰락한 까닭은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이뤄진 잘못된 투자와 경영진의 늦은 판단, 혁신의 부재 등이라는 게 일본과 한국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니는 1990년대 이후 음악과 영화 등 콘텐츠에 집중적으로 투자했으나 이를 TV와 DVD플레이어 등 하드웨어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데 실패했다. 특히 2004년 세계 최초로 LED(발광다이오드) TV를 상용화했지만 투자와 마케팅을 망설이다 시장을 빼앗겼다. 파나소닉은 LCD(액정표시장치) TV와의 경쟁에서 밀린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TV에 ‘베팅’하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한때 LCD 패널 시장을 주도했던 샤프는 패널 가격의 급락 국면에서 과잉 투자로 위기를 자초했다. 오쓰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은 최근 “스스로 모든 것을 다하려고 했던 욕심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털어놨다. 1억명이 넘는 자국의 막대한 내수시장에 지나치게 안주한 ‘갈라파고스 증후군’에 매몰된 것도 실패의 단초가 됐다. 소니는 지난해 매출에서 내수 비중이 32%에 달했다. 파나소닉과 샤프는 내수 비중이 각각 48%, 53% 등 절반에 이른다. 내수 비중이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삼성전자, LG전자와 대비된다. 일본 전자업체는 D램, 리튬이온전지, LCD 패널 등의 초기 시장을 석권했지만 기술 혁신에 실패하면서 삼성전자 등 후발 주자에 밀렸다. 특히 휴대전화 기술 개발에서 세계 표준을 외면하고 빠르게 다가오는 모바일 시대를 무시했다. 독자적인 통신 방식과 내수형 제품을 고집하다 결국 안방까지 내주고 말았다. 일본 전자산업의 몰락은 정부의 재정난까지 불러왔다. 일본의 국가 부채는 9월 말 현재 983조 2950억엔(약 1경 3500조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TV·워크맨·캠코더·플레이스테이션 ‘세계적 히트’

    1979년 7월 1일 소니는 거실에 놓여있던 무거운 오디오 세트를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걸어 다니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뜻으로 ‘워크맨’(Walkman)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재생기는 문법상 엉터리 영어였지만 출시 5년 만에 1000만대 판매를 달성, 당당히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에 올랐다. 워크맨은 2010년 단종될 때까지 전세계적으로 2억 2000여만대나 팔려 나갔을 뿐더러 출시 초기에는 당대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군중 속을 활보하는 젊은이를 일컬어 ‘헤드폰 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는가 하면, 개인주의를 뜻하는 ‘미이즘’(me-ism)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소니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든 것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한 텔레비전이다. 브라운관 TV가 대중화되던 1970년대 소니는 전자총 3개를 도입한 ‘트리니트론’을 출시, 30년간 세계 TV시장을 석권했다. 뛰어난 화면 선명도와 최대 36인치에 이르는 대형TV까지 내놓으면서 1968년 출시 이후 2억 8000만대를 팔아 ‘캐시카우’(cash cow) 노릇을 톡톡히 했다. 2000년대 대중화된 디지털카메라와 가정용 캠코더도 소니의 작품이다. 소니는 1981년 빛을 디지털 신호로 압축해 저장장치에 기록하는 ‘마비카 시리즈’를 출시,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탄생시켰다. 상업화에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휴대용 전자기기의 전원장치인 리튬 충전지도 이때 함께 발명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USA투데이는 ‘미국인의 삶을 바꾼 제품’으로 휴대전화와 함께 리튬 충전지를 꼽기도 했다. 90년대 소니를 대표하는 상품은 플레이스테이션(PS)이다. 당시 닌텐도가 주름잡고 있던 콘솔게임 업계에서 소니는 고품질의 영상과 음향이 탑재 가능한 시디롬 타입의 신형 게임기를 선보여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았다. 2000년 이후에는 DVD를 탑재한 PS2와 휴대용 게임기인 PSP까지 출시, 전 세계적으로 3억 5000만대를 팔아치웠다. 60년대 TV, 70년대 워크맨, 80년대 캠코더, 90년대 플레이스테이션까지 소니는 전자업계의 ‘전설’을 써내려갔다. 파나소닉도 소니와 함께 일본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었다. 60년대 고도성장기 전세계를 무대로 전자산업의 부흥을 일으키면서 일본 경제를 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주역을 맡았다. ‘메이드 인 재팬=고급’ 인식을 심어준 주인공이기도 했다. 특히 일본 패망 후 시작한 2평짜리 소켓 가게를 한 때 37개국 45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세계적인 전자그룹으로 변모시킨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경영의 신’으로 칭송받기도 했다. 50년대 TV를 세상에 내놓았고, 당시에는 혁명에 가까운 전자레인지, 냉장고, 전기밥솥, 진공청소기, 전기담요 등을 잇달아 출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세계 3대 TV 회사로 불렸던 샤프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전문 제조업체로, 2000년 이후 LCD TV 판매 호조와 함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4년 가메야마 공장에서 생산된 LCD 패널은 초박형 TV를 만들어내는 최첨단 기술의 상징이었고, 만들어내는 즉시 전세계로 팔려 나갔다. 2007년 사카이 공장에서 생산한 LCD 패널은 그 해 세계시장에서 팔린 LCD TV 규모와 맞먹었다. 사실상 거의 독점했다는 얘기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日 전자산업의 몰락] 숫자로 본 日전자산업의 몰락

    일본 전자업체들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산업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소니는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401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해 7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 2위 TV업체인 파나소닉은 9월까지 6851억엔(약 9조 3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실적 발표에서 내년 3월 마감하는 올 회계연도에는 이보다 총 7650억엔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문가 예상치의 30배가 넘는 수치다. 한때 디스플레이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샤프는 4월부터 9월까지 3875억엔의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올해 회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인 4500억엔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는 TV사업을 중심으로 1만명에 이르는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파나소닉은 4만명을 줄일 계획이다. 샤프도 회사 존립을 위해 최근 전체 인원의 20%인 1만명 이상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1차로 2000명을 계획했지만 회사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본 종업원들이 대거 몰려 2960명이 다음 달 15일자로 희망퇴직한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대기업인 인텔이 실적 악화로 경영난에 빠진 샤프에 최대 400억엔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샤프와 스마트폰 등의 부품 공동개발을 위한 교섭을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해 샤프의 경영 안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적자가 지속돼 생존이 불투명한 샤프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린 상태여서 인텔이 출자를 결행할지는 미지수이다. 샤프가 굴욕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대기업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도 지난 9월까지 1150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최근 일본 정부 산하기관인 산업혁신기구가 약 2000억엔을 출자해 인수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국유화 절차를 밟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아베 우경화 너무 나갔다” 日 언론·정계 비판 쏟아져

    “아베 우경화 너무 나갔다” 日 언론·정계 비판 쏟아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와 자민당의 ‘막가파식’ 우경화 공약에 일본에서도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자민당이 전날 발표한 극우 보수적 공약에 대해 “자민당이 정권에 복귀한 뒤 일본의 경제, 외교,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이 되는 정권 공약에 위태로움을 느낀다.”고 평가했다. 자민당은 공약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평화헌법 개정, 국방군 전환은 물론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에 대한 부인 및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기념 등 보수적 외교 안보 정책을 포함시켰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1993년 위안부에 대한 일본군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나 근린제국 조항은 주변국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며 “차기 정권이 이를 인계하지 않을 경우 이웃 국가와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해 “위안부 문제는 미국과 유럽도 엄격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이 같은 강성 외교로 어떻게 이웃 나라와의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겠는가. 자민당은 복잡한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호기 넘치는 말로 국민에게 호소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에서 “영토와 역사 문제는 국제 사회에서 파문이 커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주변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지 않도록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의 유력한 연립 파트너로 거론되는 공명당도 자민당의 개헌 공약을 비판하고 나섰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이날 당 본부에서 취재진에게 자민당의 국방군 보유 공약에 대해 “우리는 (군대 보유를 금지한) 현행 헌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자민당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최소한의 무력행사만 인정하는 헌법하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정부의 견해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재의 무제한 금융 완화 발언에 대해서도 비난이 들끓고 있다. 아베 총재는 지난 17일 구마모토시 강연에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 방안과 관련, “건설국채를 가능한 한 일본은행이 전액 사들이도록 해 강제적으로 시장에 자금이 방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민당의 2인자인 이시바 시게루 간사장은 아베 총재의 포퓰리즘(대중적 영합주의) 주장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시바 간사장은 21일 도쿄 시내 강연에서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해 돈이 돌면 경기가 좋아져야 하는데 왜 이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냐.”고 말해 일본은행이 금융 완화를 강화해도 경기에 미치는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한편 일본 자민당이 자위대 확대 등의 총선 공약을 내건 데 대해 중국 정부가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瑩)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이 자기 역사를 반성하고 평화 발전의 길을 걷는 가운데 지역의 평화, 안정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독도 봉우리’ 이름까지 넘보는 日

    일본이 독도 봉우리에 자국 명칭을 붙이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2일 노다 요시히코 총리 주재로 열린 각료회의에서 독도 봉우리의 일본어 지명을 국토지리원의 지명에 기재하는 방향으로 검토한다는 답변서를 결정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이는 자민당의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 의원의 질문서에 대한 정부의 공식 답변이자 한국 정부의 조치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달 국가지명위원회를 열고 독도를 이루고 있는 동도의 지명을 ‘우산봉’, 서도를 ‘대한봉’으로 각각 결정한 바 있다. 일본은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르고 있으며 동도와 서도 봉우리의 일본 지명 작명을 통해 영유권 주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사설] 日 자민당, 역사의 수레바퀴 뒤로 돌릴텐가

    일본 차기정권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 자민당이 마치 제국주의 시대로 돌아간 듯한 내용의 선거 공약을 발표해 주변국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12월 총선을 앞둔 자민당은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평화헌법의 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도입, 국방비 확충과 같은 극우적이면서 자극적인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 자민당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열기로 하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역사 교과서를 ‘자학 사관’으로 규정해 전면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이 이처럼 국수주의적인 공약을 쏟아내는 것은 장기화된 경제침체 등의 영향으로 우경화된 유권자들의 분위기에 적극 편승한 탓으로 보인다. A급 전범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물론이고 ‘자민당의 2중대’로 불리는 민주당 출신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제3세력의 중심이라는 일본유신회의 이시하라 신타로 대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 등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대부분 극우 성향이다. 따라서 일본은 차기 정부에서 자민당의 공약들을 현실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중심축 이동 정책으로 동북아시아는 글로벌 정치·경제의 중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올해 선거 등을 통해 지도부를 교체하거나 개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동북아의 정세는 매우 유동적이고, 그만큼 지역 내 국가들 간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의 중요한 일원인 일본이 주변국과의 갈등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외교정책 기조를 잡는다는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자민당이 발표한 공약집의 제목은 ‘일본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외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 분야까지 전이될 것으로 우려된다.
  • ‘아키라’ 실사판 구체화 ‘메모리즈’ 16년 만에 개봉

    ‘아키라’ 실사판 구체화 ‘메모리즈’ 16년 만에 개봉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메모리즈’는 단연 화제를 모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인 작품 ‘아키라’(1988)를 만든 거장의 작품을 대형 스크린에서 볼 드문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아키라’는 ‘어둠의 경로’로만 유통됐다. ‘아키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 안노 히데아키의 ‘신세기 에반겔리온’(1997)에 앞서 묵시록적인 세계관을 담은 사이버펑크 만화의 효시로 꼽힌다. 훗날 숱한 할리우드 공상과학(SF) 영화가 ‘아키라’의 아이디어를 대놓고 베꼈다. 최근 ‘아키라’와 오토모 가쓰히로(58) 감독 팬들을 흥분시키는 소식이 거푸 들려왔다. ●영화 ‘아키라’ 연출 ‘언노운’의 세라 감독 워너브러더스가 오랫동안 공들여온 ‘아키라’의 실사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있다. ‘오펀’ ‘언노운’의 하우메 콜렛 세라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가네다 역에 ‘트론’의 가렛 헤드룬드가 확정됐다. 내년 초 촬영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키라’는 과학기술은 급격하게 발달했지만, 인간의 삶은 여전히 소외된 2019년 (20세기 말 알 수 없는 지각변동으로 파괴된 후 원래의 도쿄와 구분하는 의미로 이름 붙여진) 네오도쿄가 배경이다. 10대 폭주족의 리더 가네다와 그의 친구 데쓰오가 주인공이다. 어린 시절 정부의 의학실험 대상으로 끌려갔던 데쓰오의 잠재된 초능력이 걷잡을 수 없이 튀어나오면서 문명을 파괴하게 된다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원작자 또한 할리우드로 날아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을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더 부풀리고 있다. 또 하나의 반가운 소식은 16년 만에 ‘메모리즈’가 한국에서 정식 개봉된다는 사실이다. 29일 개봉하는 ‘메모리즈’에서 오토모 가쓰히로는 총감독이면서 세 번째 에피소드 ‘대포도시’를 직접 연출했다. ‘그녀의 추억’ ‘최취병기’ 또한 원작자는 그다. 수입배급사인 에이원엔터테인먼트의 민철환 대표는 “우연히 이 영화를 봤는데 HD로 리마스터링된 버전이 있으면 요즘 관객이 봐도 무리가 없겠더라. 수소문 끝에 일본 반다이비주얼에서 판권을 갖고 있고 마침 블루레이로 출시하려고 리마스터링을 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애니메이션 시장을 어린이용 혹은 가족용 작품들이 장악한 게 현실이다. 시장을 키우려면 청소년과 성인들이 볼만한 작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메모리즈’는 SF와 호러, 판타지, 블랙코미디를 절묘하게 버무렸다. 첫 번째 에피소드 ‘그녀의 추억’은 2092년을 배경으로 기계문명을 이용해 만든 가상세계가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상황을 섬뜩하게 묘사했다. ‘최취병기’는 옴진리교 사건(1995) 이후 일본인에게 팽배한 생화학전에 대한 공포를 재치 있게 드러냈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신약이 외려 인간을 파멸시킬 수도 있다는 설정과 경직되고 무기력한 정부에 대한 비판은 한국영화 ‘괴물’ ‘연가시’와 겹친다. 마지막 에피소드 ‘대포도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떠올리게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철모를 쓰고 대포를 발사하는 일에 종사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유럽의 실험적인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독특한 펜 터치가 돋보인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日자민당 극우공약 일색

    日자민당 극우공약 일색

    다음 달 16일 중의원(하원) 총선에서 제1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은 일본 자민당이 21일 ‘일본을 되찾는다’는 제목의 선거공약을 발표했다.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고, 국방비를 확충하겠다는 우경화 공약 일색이다. 게다가 영유권 분쟁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단호한 대처 등을 담고 있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반발과 동북아시아의 긴장 고조가 점쳐진다. 자민당은 특히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지금까지 시마네현이 해마다 2월 22일 실시했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명칭)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격상해 실시하기로 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실효 지배 강화를 위해 공무원 상주도 검토하기로 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 등의 주장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는 반론과 반증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 총재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면서 이를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의 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우경화가 급진전하고 있는 교과서의 검정제도도 우익적 시각에서 뜯어고치기로 했다. 주변국에 대한 ‘배려’인 ‘근린제국 조항’을 수정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교과서 검정 기준에 포함된 ‘인접 아시아 국가와의 사이에서 일어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시각에서 필요한 배려를 할 것’이라는 조항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침략의 역사를 부인·은폐하거나 정당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재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주장을 대부분 포함시켜 현재 1%인 인플레이션(물가) 목표를 2%로 설정하고, 명목 성장률 3%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은행을 동원한 ‘대담한 금융완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베 총재의 구상대로 현재 달러당 81엔대인 엔화가 지속적 약세로 진전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일본 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국 기업들이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286억 달러였던 대일 무역적자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자민당은 또 헌법 해석을 바꿔 동맹국이 공격받는 경우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자민당 강령대로 군대(국방군) 보유를 명기한 개정헌법 초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국방력 강화를 위해 자위대의 인원과 장비, 예산을 확충하고, 해상보안청을 강화하기로 했다. 원전과 관련해서는 3년 내 모든 원전의 재가동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원전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아베, 포퓰리즘 남발… 日금융시장 ‘출렁’

    아베, 포퓰리즘 남발… 日금융시장 ‘출렁’

    차기 일본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연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아베 총재는 “자민당이 집권할 경우 현재 1%인 일본은행의 소비자물가(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3%로 높이고, 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 금융완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또 ‘일본판 뉴딜’을 위해 정부가 발행한 건설국채를 일본은행이 전량 매입하도록 하고 인플레이션 목표에 찬성하는 인사를 일본은행 총재로 임명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재의 무제한 금융완화 발언이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아베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 20일 닛케이평균 지수는 지난 주말에 비해 118.48포인트 뛴 9142.64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달러당 81.26엔까지 떨어져 7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일본의 정치 상황이나 재정 문제 등을 고려할 때 아베 총재의 경기부양책은 ‘포퓰리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무제한 금융완화를 실시하면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주가가 뛰고,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투매 현상이 빚어진다. 디플레이션을 잡겠다고 돈을 무제한 찍어내면 엔화가 신용을 잃고 금리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국채를 일본은행이 매입하면 선진국 가운데 최악의 수준인 재정 건전성은 더욱 악화하고, 국가신용등급이 흔들릴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행 총재 인사는 중의원과 참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참의원은 현재 민주당이 제1당이다. 아베 총재가 총리가 된다고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경제프리즘] 한·중·일 재무차관회의 또 한국서 열린 까닭

    지난 14일 부산에서 한국, 중국, 일본 3개국 재무차관들이 회의를 가졌다. 동북아 경제에서 3국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국내외 언론들의 관심이 집중될 만했다. 하지만 회의 내용은 물론 회의 개최 자체가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졌다. 2001년부터 해마다 3개국에서 번갈아 열리는 한·중·일 재무차관회의는 올해 당초 중국에서 열릴 순서였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 열렸을까. 정부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과정에서 중국과 일본이 보여준 ‘우정’에 감사해 올해 재무차관회의를 우리나라에서 열자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소유권 등 영토 분쟁으로 갈등의 골이 파일 대로 파인 중국과 일본 때문이었다. 두 나라는 모두 중국에서의 회의 개최에 부정적이었다. 중국은 일본 재무차관이 중국 땅에 오는 것을, 일본은 중국에 가는 것을 각각 부담스러워했다. 통상 경제는 웬만한 외교 분쟁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두 나라 갈등이 ‘경제 제재’로까지 불똥이 튀자 경제관료들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이 함께 자리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차라리 올해는 건너뛰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면서 “결국 (제3국인) 한국에서 열자는 데 합의해 부산에서 재무차관회의가 열리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이 같은 갈등의 단면은 단적으로 나타났다. 한·중, 한·일 정상회담은 잡혔지만 중·일 정상회담은 없다. 때문에 한·중·일 3국 통상장관이 20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지만 타결까지는 난관이 적잖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정부 고위관계자는 “우리 경제 규모가 많이 커졌지만 중국, 일본 등과는 비교가 안 된다.”면서 “양국 사이에서의 등거리 외교로 최대한 많은 이익을 얻어내는 게 우리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자유로 화장실 없어… ‘고통의 47㎞’

    준공 20년이 다 돼 가는 자유로에 화장실 등을 갖춘 편의시설이 거의 없어 주말 나들이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日 평균 27만대 통행·年 700만 방문 20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자유로는 남북을 잇는 간선도로망을 구축하고 수도권 서북부 지역 교통 수요에 대비해 행주대교 북단에서 임진각 나들목까지 47㎞ 구간이 1990년 10월 착공돼 1994년 9월 완공됐다. 가양대교에서 고양시 일산 구간 하루 평균 차량 통행량은 27만~29만대로 전국에서 가장 많고, 파주 임진각과 헤이리마을 일대 관광객은 연간 700만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주말에는 서울 방향 산남동부터 성산대교까지 차량 정체가 심각하다. 지난 주말 임진각에서 파주장단콩축제가 열렸을 때도 서울 방향 정체가 심해 일부 나들이객들은 교하, 일산 등 도시 지역으로 우회해야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화장실이 있는 휴게소는 임진각 방향 고양·파주 접경지역에 있는 자유로휴게소 단 한 곳뿐이다. 임진각 방향은 차량 정체가 덜한 데다 간간이 주유소도 있어 용변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반대 서울 방향은 중간에 휴게소는 물론 주유소마저 없어 도로변에서 용변을 해결하거나 교하신도시 또는 일산 도심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야 한다. 행주산성 앞 SK주유소에 화장실과 매점이 있지만, 이곳은 이미 자유로가 끝나는 지점이다. ●파주·고양 “군 작전지라 설치 어려워” 지난 17일 파주장단콩축제를 다녀온 정수진(43·여·고양시 덕양구 화정동)씨는 “임진각에서 덕양구까지 2시간 가까이 가는 동안 화장실이 한 곳도 없어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했다. 모처럼 나들이가 엉망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임진각에 인파가 몰리는 명절 때는 물론 파주시가 주최하는 파주개성인삼축제 때, 행락철 주말에 예외 없이 반복된다. 고양시와 파주시에는 행락객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서울 상암동에서 파주 산남동까지 제2자유로가 개통됐지만 자유로와 연결되지 않아 교통량 분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자유로를 따라 택지개발이 계속되고 관광객들이 느는 만큼 서울 방향에 적어도 2개의 휴게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파주시 구간은 의정부국토관리청이, 고양시 구간은 관할 지자체에서 유지 관리 업무를 맡아 이원화돼 있는 데다 해당 지역이 군 작전지역이라 누구도 휴게소 설치를 위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日총선 ‘의원 세습 철폐’ 핫이슈로

    다음 달 16일 중의원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일본 정치권에서 ‘세습 의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민주당 공천과 관련, 19일 “‘탈세습’ 방침을 관철하겠다. 예외는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은퇴 의원의 선거구에 친족들의 출마가 잇따르는 자민당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같은 선거구에서 3촌 이내의 친족이 의원직을 물려받기 위해 입후보하는 것을 내규로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정계 은퇴를 선언한 하타 쓰토무 전 총리의 후계자로 장남인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을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타 국토교통상은 현재 참의원이지만 부친의 뒤를 이어 나가노 3구에서 중의원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세습 의원’ 논란에 대해 자민당의 스가 요시히데 간사장 대행은 NHK에 출연해 “공모를 통해 신인 후보 100명을 결정했고 세습은 겨우 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자민당은 2009년 총선 당시 세습 정치인이 문제가 되자 은퇴한 정치인의 배우자나 3촌 이내 친족의 지역구 공천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으나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자 당내 원로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세습 금지 방침이 흐지부지되고 있다. 실제 자민당은 지난 9월 정계 은퇴 의사를 밝힌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아들인 다쓰오를 후쿠다 전 총리의 지역구인 군마 4구 지부장(지구당 위원장)에 공천하기로 했다. 또 홋카이도 12구 지부장에 다케베 아라타, 가가와 3구 지부장에는 오노 게이타로를 공천하기로 했다. 다케베는 다케베 쓰토무 전 간사장, 오노는 오노 요시노리 전 방위청 장관의 아들이다. 이념 논쟁도 치열하다. 노다 총리는 전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총선을 앞두고 일본에서 대중국 강경론과 외국인을 배척하는 경향이 부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MB “日 우경화는 주변국 불안요인”

    MB “日 우경화는 주변국 불안요인”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한·일, 중·일 간 외교분쟁과 관련, “일본 우경화가 주변국들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프놈펜 숙소 호텔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문제(영토·영해 분쟁 등)는 우호적·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원 총리는 회담에서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영토·영해 문제는 회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영토·영해 분쟁은) 일본이 군국주의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반대로 중·일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담이 모두 무산된 가운데 일본의 우경화 조짐에 대해 한·중 양국 정상이 함께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주목된다. 두 정상은 북한이 개혁·개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에도 뜻을 같이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도 침략 의지가 없다.”면서 “한국도 북한이 도발하면 대응하겠지만 그러지 않다면 언제나 대화의 문을 열어 두고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도 이에 동의한 뒤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개선 의지를 여러 차례 설명했는데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또 2015년까지 양국 간 무역액이 3000억 달러에 이르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 아세안+3가 단일 경제권역으로 성장하기 위한 ‘연계성에 관한 아세안+3 파트너십 선언’을 채택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아세안 정상들은 2015년까지 협상 타결을 목표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의 협상 개시를 20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 아세안과 FTA를 체결한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 국가가 참여하는 동아시아 지역의 다자간 FTA다. RCEP가 체결되면 인구 34억명의 시장을 형성하고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경제 블록이 될 전망이다. 프놈펜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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