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공들인 한국, 콘텐츠 신경 쓴 일본
尹, 박물관 관람 뒤 용산시대 부각日, 美대통령 취향 맞춰 신뢰 강조바이든, 일왕과 악수 없이 인사만
2010년 6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태평양 안보의 린치핀(linchpin·수레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이라고 표현했다.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린치핀’은 1970년대 이후 미일동맹의 동의어였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총리 취임을 앞둔 아베 신조와의 통화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일동맹을 ‘코너스톤’으로 지칭하며 논란은 일단락됐다.
대미 관계가 외교안보의 근간인 한일은 이처럼 미국과 얽힌 표현 하나에도 민감하다. 미 대통령 취임 이후 통화 및 방문 순서, 정상회담 시간 등을 두고 매번 신경전을 빚는 것도 같은 이유다.
만찬에 국한해 보면 한국의 의전은 ‘공간’에 공을 들인 모양새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 만찬은 회담 장소인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까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용산시대’ 개막으로 청와대 시설 활용이 어려웠던 데다 한국 대표 유물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청와대 내 유일한 한옥인 상춘재를 백악관 손님맞이에 활용했다.
반면 일본의 ‘오모테나시’는 ‘콘텐츠’에 집중한다. 23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만찬 장소로 에도시대 정원이 있는 ‘핫포엔’(八芳園)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지지통신은 처음 만나는 두 정상이 조용한 환경에서 신뢰를 쌓을 장소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아베 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는 시끌벅적했다. 일본은 골프광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향을 저격하려 했다. 2017년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방일 때는 골프를 친 뒤 햄버거 오찬을 했고, 2019년 5월엔 라운딩 이후 롯폰기의 화로구이 전문점에서 식사를 했다.
미국 대통령의 방일 때마다 일왕과의 대면 방식도 화제가 된다. 2009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키히토 일왕을 만나 90도 폴더 인사를 해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악수를 했고, 면담이 끝난 뒤 일왕의 팔을 툭툭 쳤다. 일본 언론의 관심이 쏠린 가운데 23일 나루히토 일왕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목례도 악수도 하지 않았다. 꼿꼿하게 인사를 나눴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