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공시위반에 ‘1조6500억 증발?’
‘부도덕한 소버린 탓에 1조 6500억원어치를 날렸다?’
SK㈜ 소액주주들이 지난해 소버린자산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 10%룰 위반’ 기간에 무려 1조 6500억원의 투자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소버린은 현재 1조원가량의 주식평가 이익을 챙겨 ‘극과 극’을 달리는 형국이다. 따라서 지난해 ‘소버린의 10% 룰 위반’을 기소유예로 처리했던 검찰측에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2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SK㈜의 이날 종가는 5만 8900원. 소버린의 ‘10%룰(외국인이 10% 이상의 주식을 취득할 때 사전 공시)’ 신고 지연 기간인 지난해 4월 4∼9일까지 6일간의 SK㈜ 평균 주가는 1만 737원, 주식 거래량은 3440만주으로 집계됐다. 소버린이 제 때 공시를 했다면 인수·합병(M&A) 호재로 소액주주의 ‘손바뀜’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현재의 주가로 계산하면 ‘개미’들은 주당 4만 8000원의 손실을 입은 셈이다.
●엿새만에 1조 6500억원 증발(?)
소버린은 지난해 3월26일 SK㈜ 주식 300만주 매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SK㈜ ‘M&A행보’를 내디뎠다.
4월3일에는 SK㈜ 지분 8.64%를 취득했고, 증권거래법 ‘5%룰’에 따라 첫 지분 보유를 공개했다.4일에는 지분 10.50%를 확보했지만 9일에서야 사전 공시를 했다.5일간 공시 위반을 한 셈이다.
이 기간에 소액주주들은 소버린의 적대적 M&A 의도를 모르고 SK㈜ 주식 3440만주를 거래했다. 반면 소버린은 M&A 목적을 숨긴 채 헐값으로 SK㈜ 주식을 매입했다. 이는 소액주주들이 당시 M&A 호재를 알고 매각하지 않았다면 현 주가로 1조 6500억원의 평가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중간에 매각이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은 주당 수만원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린 셈이다. 경영권 분쟁 덕분에 SK㈜의 주식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점은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소버린은 ‘미필적 고의’
소버린측은 그동안 ‘외투법 10%룰’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제임스 피터 대표는 지난해 검찰의 기소유예 결정 이후 이틀만에 방한 기자회견을 갖고 “외투법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자원부의 고발 전까지 소버린 대표는 전주(錢主)인 첸들러 형제였으며, 산자부의 고발 이후 대표를 현 대표인 제임스 피터로 바꿨다. 첸들러 형제를 보호하기 위한 속셈이다. 또 당시 소버린의 법률 자문은 국내 최고 로펌인 ‘김&장’으로, 외국인 투자의 기본인 ‘외투법’을 몰랐다는 것은 소버린측이 김&장의 실력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김선웅 변호사는 “김&장은 외국인에 대한 법무서비스를 많이 하는 만큼 소버린에 외투법 설명을 실수로 빠뜨렸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소버린의 사전 인지에 무게를 뒀다.
소버린이 사전에 ‘알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은 더 있다. 소버린은 기업결합 심사를 피하기 위해 15%룰을 사전에 파악해 14.99%만 매입했다. 국내 사정에 그만큼 정통하다는 방증이다.
●“명백한 역차별…사실 여부 다시 가려야”
검찰은 지난해 소버린의 기소유예 처분 배경으로 ▲신고 지연 기간이 짧고 ▲일반인 투자자 피해가 없었으며 ▲뚜렷한 범행의도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이같은 검찰측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우선 일반 투자자의 손실이 사실상 발생했으며, 법원도 지난해 ‘의결권침해금지가처분신청’ 기각 판결에서 소버린의 경영권 장악 의도를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또 KCC가 현대엘리베이터의 M&A 과정에서 증권거래법 5%룰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검찰이 최근 불구속 기소를 결정, 소버린과 KCC에 대한 역차별 논란은 곱씹어 볼 대목이다.
당시 수사 부장검사인 민유태 고양지청 차장 검사는 “소버린의 위반사항은 외투법에 대한 법 취지를 감안할 때 절차상의 문제”라고 설명했다.SK 관계자는 “KCC와 소버린은 법 조항만 다를 뿐 위반 사실은 같다.”고 강조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