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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월에 되새기는 광주의 아픔…영화 ‘꽃잎’ 30주년 재개봉

    오월에 되새기는 광주의 아픔…영화 ‘꽃잎’ 30주년 재개봉

    최윤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를 원작으로 한 영화 ‘꽃잎’이 개봉 30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했다. 소설과 영화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국가적 폭력이 어떻게 개인의 내면을 파괴하는지 묘파한 명작이다. 영화 ‘꽃잎’은 배우 이정현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이정현은 당시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영화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가족을 잃고 정신적 충격 속에 살아가는 한 소녀와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96년 첫 개봉 당시 강렬한 메시지와 더불어 독창적인 연출로 주목받았다. 서강대 불문과 교수를 지냈던 소설가 최윤의 단편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가 이 영화의 원작이다. 올해로 영화 ‘꽃잎’이 개봉한 지 30년이 된다. 4K 리마스터링으로 관객을 다시 찾아온 ‘꽃잎’은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상처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재개봉 후 관객과 만나고 있다.
  • 솟구치는 푸르름 … 느리게 오래 걸어요 초록빛 낙원으로

    솟구치는 푸르름 … 느리게 오래 걸어요 초록빛 낙원으로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풍경은 그저 무릉도원산성의 벽 타고 흐르는 신록 끝엔, 낡은 것에 새것 더한 묘한 봄날이비탈길 들어선 동물원에선 동물도 인간도 치유되고주인공 없는 박물관과 축제는 그 나름의 주인공을 기억한다청주(淸州). 맑을 청, 고을 주. 풀어쓰면 ‘맑은 고을’이지만, 봄의 청주는 조금 다르게 읽힌다. ‘미칠 듯이 푸른 고을’이다. 이 도시엔 ‘꽃 피는 산골’을 고향으로 가져 보지 못한 이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봄이 흐른다. 그 푸른 아우성에 몸도 마음도 푸르게 물든다. # 새잎 터트리며 숨막히는 봄을 알리는 미동산수목원 충북 청주시 미동산수목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 의미를 몸이 먼저 느낀다. 나무들이 일제히 새잎을 터뜨리고 있다.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신록이다. 연두와 초록 사이 어딘가, 이름을 붙이기 전의 색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할 때마다 ‘미쳤다’는 말이 입에 걸린다. 나무들은 이 계절이 덧없이 짧다는 걸 안다. 그러니 일제히, 한꺼번에, 무섭게 푸른 거다. 수목원 초입에 붉은 흙이 깔렸다. 발바닥에 닿는 맨땅의 질감이 상큼하다. 촉촉하고 보들보들한 황톳길을 걷다 보면 신발 속으로 땅의 기운이 전해지는 듯하다.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곳곳에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서 있다. 나무 사이에 슬쩍 끼워 넣은 것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청주라는 도시의 느낌 그대로다. 크든 작든, 신록보다 앞으로 나서려 하지 않는다. 배경이 완벽할 때 조형물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태도다. 짧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지나면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저수지가 나온다. 아담한 수면 위로 주변의 신록이 그대로 내려앉았다. 하늘도 제 빛깔을 슬며시 얹었다. 마침 골바람이 불어 끝물에 이른 벚꽃을 수면 위로 날린다. 딱 무릉도원이다. 상당산성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차로 20~30분. 짧지 않은 거리다. 미동산수목원처럼 상당산성도 도시 외곽에 있다. 청주 시내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리지만 외곽의 명소 사이를 오가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성곽 위에서 보면 신록이 성벽을 타고 흘러내린다. 돌과 나무가 수백년을 함께 버텨온 풍경이다. 성은 낡았으되 나뭇잎은 새것이다. 그 대비가 절묘하다. 낡은 것이 새것을 더 새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것, 낡은 게 있어야 새것도 있다는 이치를 여기서 본다. 산성 인근에 청주동물원이 있다. 이 동물원은 좀 이상하다. 안내인에 따르면 “동물 없는 동물원을 꿈꾼다.” 동물도 인간처럼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시각인 거다. 스라소니가 머물던 공간을 비우고 ‘사람 사육사’로 꾸민 곳도 있다. 한 번쯤 갇힌 동물의 입장이 되어보라는 뜻이겠다. 수용하고 있는 동물도 독특하다. 경남 김해시 동물원의 방치로 갈비뼈가 훤히 드러난 채 구조된 ‘갈비 사자’ 바람이처럼 사연 많은 동물들이 대부분이다. 웅담 농장의 곰도 왔고, 야생에서 다친 독수리도 왔다. 바람이와 2024년 해후한 딸 구름이 역시 동물농장에서 학대당했던 기억을 갖고 있다. 동물원에 머물다 치유가 된 녀석 일부는 자연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다. 태국 푸켓의 긴팔원숭이재활센터에서 이와 비슷한 노력을 본 기억이 있다. 관람객의 눈요기보다 동물 식구의 치료가 먼저다. 동물원 높은 곳에는 추모관도 있다. 생을 마친 동물들의 위패가 모여있다. 동물을 위한 추모관이 있는 동물원은 처음 본다. 그게 이 동물원이 동물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동물원의 입지도 특이하다. 가파른 비탈에 들어섰다. 여느 동물원들이 산을 깎아 관람 동선을 편하게 만들 때, 청주동물원은 경사를 그대로 뒀다. 불편한 경사가 야생의 지형이라서다. 방문객은 숨을 헐떡대는 반면 동물은 자연스럽게 지낸다. 퍽 청주다운 선택이랄까. 여느 동물원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동물과 마주할 수 있게 한 것도 독특하다. # 예나 지금이나 청춘 홀린 건 옛 도심 성안길에 깊게 밴 꿈들이라 이제 청주 시내로 들어간다. 일제강점기 ‘본정통’이라 불렸던 원도심, ‘성안길’이 가장 먼저 찾을 곳이다. 성안길은 예나 지금이나 번다하다. 낡은 원도심에 청춘들의 발걸음이 잦은 건 국내 어느 도시에서도 보기 쉽지 않은 광경이다. 성안길 입구부터 ‘시네마 거리’가 펼쳐진다. 내용을 모르는 관광객은 생뚱맞게 여길 수도 있다. 1970~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해가 빠르다. 당시 청주엔 영화관이 많았다. 개봉관부터 재개봉관까지 곳곳에 영화관이 박혀 있었다. 영화관은 꿈꾸는 이들의 공간이다. 사람들은 스크린 앞에 오종종하게 모여 앉아 다른 세계를 꿈꿨다. 그러다 어느 해부터인가 홀연히 영화관이 사라졌다. 성안길 초입에 복합상영관 하나 남기고는 정말 모조리 자취를 감춰 버렸다. 청주가 광역화되고 도시 규모가 확장되면서 다시 복합상영관 형태로 돌아오긴 했지만 단관 극장의 추억을 되살릴 수는 없다. 성안길 풍경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건 B급 영화의 걸작 ‘짝패’(2006)다. 절친의 죽음으로 고향에 내려온 형사 정태수(정두홍 분)가 후배 유석환(류승완 분)과 함께 동네 양아치 수십명과 ‘지옥행 액션열차’ 같은 격투를 벌이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영화 ‘베테랑’(2015)에서 서도철(황정민 분)과 조태오(유아인 분)가 격투를 벌이는 장면도 성안길이 배경이다. 두 영화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이 성안길을 영화 소재로 꽤 즐겨 쓴 셈이다. 아울러 ‘짝패’에서 유석환이 유골을 들고 찾아가는 사찰 장면은 청주 우암산 중턱 관음사에서 촬영했다. 경내 천불전에서 청주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론 저물녘엔 더 극적이다. #오리발 닮은 900년 은행나무가 지켜봐 온 오랜 삶들의 정취 성안길 한가운데에는 은행나무가 서 있다. 900년을 살아낸 노거수다. 오리발을 닮은 잎, 오리발을 닮은 수형, 그래서 압각수라 불린다. 올해 비로소 나라에서 인정한 천연기념물이 됐다. 압각수는 이른 아침에 찾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오리발 닮은 수형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낮이 되면 어르신들의 독무대다. 한바탕 윷놀이판이 펼쳐지고, 여기저기서 동년배들이 자리를 잡고 나면 외지인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렇다고 서운해할 것도 없다. 오래된 나무 앞에서 노인들이 오래된 놀이를 하는 풍경, 그것도 압각수의 삶의 일부이니 말이다. 압각수 뒤에 쫄쫄호떡이 있다. ‘오픈런’에 ‘웨이팅’이 일상인 집이다. 하지만 현지인은 바로 옆 공원당으로 들어가 메밀국수를 먹는다. 그게 ‘청주식’이다. 청주를 좀 오래 다닌 사람들은 안다. 유명한 것 옆에 더 좋은 게 조용히 있는 법이다. 이제 무심천을 건너 국립고인쇄박물관 앞에 선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를 기념하는 곳이다. 그러나 직지는 여기 없다. 프랑스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다. 프랑스 법은 소장품의 양도를 허용하지 않는다. 반환 협상은 사실상 멈춰 있다. 그 탓에 청주의 박물관은 주인공 없이 운영된다. 비슷한 사례가 세계에 여럿 있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조각의 절반은 영국 대영박물관에 있고, 그리스는 그 조각들이 돌아올 자리를 비워두고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을 설계했다. 이집트의 네페르티티 흉상은 독일 베를린에, 로제타석은 영국 런던에 있다. 청주는 그 사실을 담담하게 안고 산다. 주인공 없는 축제도 있다. ‘봄 중앙극장’ 축제가 그렇다. 청주 중앙극장은 오래전 문을 닫았다. 그러니까 극장은 없고 축제만 있는 셈이다. 주인공 없는 무대, 그래도 사람들은 모인다. 사라진 것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청주시립미술관에선 씨킴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 전시 제목이다. 씨킴은 중의적인 이름이다. 작가 자신의 이니셜 CI KIM이면서, 바다(SEA), 혹은 보다(SEE)라는 뜻도 담았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의 그림이 가장 바다와 먼 내륙의 도시에 걸린 셈이다. 씨킴은 이웃한 충남 천안시 향토기업인 아라리오의 김창일 회장의 영문 이니셜이다. 그의 이력이 독특하다. 천안 고속버스터미널과 그 일대를 합쳐 하나의 거대한 미술작품으로 꾸몄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이 세운 서울 종로구의 옛 ‘공간’ 사옥을 인수해 아라리오 갤러리로 되살려내기도 했다. #수암골 전망대·육거리시장·무심천… 볼거리 먹거리도 미친 맛집 해가 기울 무렵 수암골 전망대로 오른다. 수암골은 우암산 자락에 자리한 오래된 마을이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2010)의 주무대로 쓰이면서 그야말로 인기 폭발의 여행지가 됐다. 좁은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숨이 차오를 즈음 시야가 열린다. 청주 시내가 한눈에 펼쳐진다. 높고 낮은 건물들이 뒤섞인 평범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다. 한데 저물녘의 빛이 내려앉으면 달라진다. 주황빛이 건물 유리창마다 번지고, 원도심 지붕들이 낮게 깔린 연기처럼 흐릿해진다. 전망대 난간에 젊은 연인이 나란히 서 있다. 어깨를 기대고, 손을 잡고, 말없이 같은 방향을 본다. 특별할 것 없는 도시의 저녁을 함께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특별할 터다. 육거리시장으로 내려간다. ‘만원의 행복’ 야시장을 찾아서다. 올해 상반기 주말에만 열리는 이벤트다. 시장 입구부터 냄새가 먼저 달려나온다. 기름지고 달콤하고 매운 것들이 한데 섞인 냄새다. 만원짜리 한 장을 손에 쥐고 어디서 무엇을 먹을까 저울질하는 것부터가 이미 즐거움이다. 육거리시장 밑엔 남석교가 있다. 현재 남은 조선시대 돌다리 중 가장 길다. 시장 바닥이 복개돼 보이지 않지만, 조선시대 청주 사람들이 건너다니던 다리가 완벽한 모습으로 묻혀 있다. 역사는 대개 그렇게 발밑에 있다. 수백년 전 사람들도 남석교 위에서 뭔가를 먹었을 것이다. 배고픈 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니까. 육거리시장에서 걸어 무심천으로 나간다. 역시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야경이 거기 있다. 개울 위로 다리의 불빛이 내려앉고, 산책 나온 사람들과 자전거와 반려견이 무심하게 지나간다. [여행수첩] ●미동산수목원은 청주 외곽 미원면에 있다. 미동산이란 이름도 ‘미원의 동쪽’을 줄인 것이다. 상당산성도 도심 외곽에 있다. 미동산 수목원과 묶어 돌아보는 게 효율적이다. 시내 중앙공원 압각수는 오전 8시 이전 이른 아침에 찾는 게 좋다. 조용하게 압각수와 마주하는 맛이 각별하다. 국립고인쇄박물관과 청주시립미술관은 무료 관람이다. ●청주동물원은 청주랜드의 시설물 중 하나다. 청주랜드 안에 회전목마와 미니기차 등 어린이 놀이기구, 유아를 위한 어린이체험관도 있어 가족 나들이에 제격이다. 어린이박물관이 딸린 국립청주박물관, 명암저수지, 상당산성이 가까워 함께 둘러보기 좋다.
  • 역사는 폭력·평화의 무한 반복… 모순을 안고 사랑을 결단하라 [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역사는 폭력·평화의 무한 반복… 모순을 안고 사랑을 결단하라 [오경진의 폐허에서 무한으로]

    평화는 영원히 도달 못 할 이상향쟁취된 자유·평화 과연 정당한가절대적인 선악은 없고 ‘친구와 적’적을 없애면 과연 적은 사라질까폭력과 아름다움 양면성의 모순불안정한 평화 속 끝없는 대화뿐 “주권자란 예외상태를 결정하는 자다.”(카를 슈미트, ‘정치신학’) 평화는 찰나였다. 세계는 다시 전쟁에 돌입했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평화보단 폭력으로 점철돼 있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슈미트가 말한 ‘예외상태’가 무엇인지 깊이 음미해야 한다. 예외상태는 전쟁인가, 평화인가. 그동안 무수히 많은 전쟁을 일삼았던 인간에게는 오히려 평화가 예외상태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주권자의 의지로 평화를 구현할 수 있는가. 평화는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이다. 역사와 정치는 그곳을 무한히 추구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사야마 하지메 원작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은 정치적 결단의 복잡성을 치밀하게 구조화한 작품이다. 지난해 국내 개봉한 뒤 큰 성공을 거둔 극장판 ‘더 라스트 어택’이 오는 13일 재개봉한다. 불완전한 평화를 위해 주인공 에렌 예거가 슬프게 결단했던, ‘땅울림’의 철학적 의미를 다시 곱씹을 기회다. “구축해 주마. 이 세상에서 한 마리도 남김없이!”(‘진격의 거인’ 주인공 에렌의 대사) 에렌은 벽 안에 갇힌 인류에게 자유를 선사하리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다. ‘몰아서 쫓아낸다’는 뜻의 다소 생소한 일본식 한자 ‘구축’(駆逐)은 에렌의 의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벽 안으로 몰린 에르디아인과 파라디섬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된 에렌은 작품에서 가장 극단적인 폭력인 ‘땅울림’을 기어코 결단한다. 수천만의 ‘초대형 거인’을 일으켜 인간과 문명을 닥치는 대로 짓밟는다. 땅울림으로 인류의 80%가 말살됐다. 아무 죄가 없는 순진무구한 어린아이까지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쟁취된 자유와 평화는 정당한가. 평화를 누릴 존재조차 없는 텅 빈 들판의 막막한 고요. 그것을 과연 우리는 평화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역사상 최악의 악인으로 손꼽히는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것은 이란 국민뿐 아니라 하메네이와 그의 잔인한 깡패집단(THUGS)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위대한 미국인 그리고 전 세계 모든 이를 위한 정의 구현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루스소셜, 2026년 2월 28일)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끊어졌다. 자타공인 세계 최강 패권국 미국은 자신들의 적장을 단숨에 처단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됐다. 트럼프는 이것을 ‘세계 정의를 위한 결단’으로 포장했다. 무자비한 폭격 가운데 죽음을 맞이한 건 “악당” 하메네이만이 아니다. 이란 남부 미나브에 있는 한 학교에서는 초등학생 17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권 단체에 따르면 이란 전역에서 1100명 정도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만화에서나 그려져야 할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현실에서 펼쳐진다. 결단의 무게를 짊어진 ‘진격의 거인’ 에렌은 슬프고 고뇌에 찬 표정을 짓고 있다. 트럼프는 다르다.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멋진 제스처까지 취해 보이는 그에게서는 세상을 고통에서 해방한 영웅의 흥분이 엿보인다. 지난 9일(현지시간)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는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기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하메네이를 처단해 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트럼프 댄스’를 추는 이란인들의 영상이 공유됐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진정 본인이 세계 평화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 “세계는 잔혹해. 그리고 아름다워.”(‘진격의 거인’ 중 미카사 아커만) 폭력과 아름다움의 모순이 세계를 추동한다. 이 양면성을 끌어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하메네이가 실제로 악(惡)이었는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힘은 본디 나에게 있으면 선한 것이고 적에게 있으면 악한 것이니까. 정치를 “적과 동지의 구분”(‘정치적인 것의 개념’)이라고 했던 슈미트의 오래전 진단처럼 우리 세계에 절대적인 ‘선악’은 없다. ‘친구’와 ‘적’이 있을 뿐이다. 적을 없애면 적이 사라질까. 그렇지 않다. 새로운 적은 계속해서 나타난다. 적대와 폭력은 영원하다. 지구라는 좁디좁은 행성 안에서 서로를 끊임없이 갉아먹는 이 지긋지긋한 ‘내전’은 그렇게 무한히 반복된다. 서서히 종말로 치닫는 세계에서 예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머지않아 봉착하게 될 멸망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찰나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도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한 걸까. 다시 ‘진격의 거인’으로 돌아가 보자. 에렌의 폭주 이후 땅울림을 멈춘 건 그의 친구 미카사였다. 미카사는 자기 자신보다도 사랑했던 에렌의 목을 직접 자르고 그의 얼굴을 품에 안았다. 수심이 가득했던 에렌의 얼굴은 미카사의 품에 안겼을 때 마침내 평화를 찾았다. 물론 에렌의 죽음 이후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파라디섬의 에르디아인들은 땅울림 이후 살아남은 인류의 보복이 두려워 군비를 증강한다. 미카사와 친구들이 파라디섬에 평화사절단으로 파견되지만,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 힌트가 있다. 전쟁이 아니라 끝없는 대화를 선택하는 것. 그렇게 달성한 평화가 불완전할지라도 계속 추구하는 것. 그리하여 적대 대신 ‘사랑’을 결단하는 것. 이 모든 건 인간이 폭력만큼이나 아름다움도 추구할 줄 아는 존재임을 알아챌 때 가능한 일이다.
  • ‘말포이’가 왜 나와?…中서 ‘복덩이’로 인기 폭발하자 본체 등판 [여기는 중국]

    ‘말포이’가 왜 나와?…中서 ‘복덩이’로 인기 폭발하자 본체 등판 [여기는 중국]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주인공인 해리포터와 앙숙 관계로 등장하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중국 춘제(춘절, 중국의 음력 설)의 마스코트로 떠올랐다. 영국 가디언은 4일 “‘말포이’의 중국식 발음 때문에 말포이 캐릭터가 현지에서 ‘복덩이’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얼푸의 첫 글자 ‘마(马)’는 ‘말’을, 마지막 글자인 ‘푸(福)’는 ‘복’을 의미해 “말이 가져다주는 복”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2026년이 붉은 말의 해인 만큼, 올해와 딱 맞춘 풀이인 셈이다. 극중 말포이의 대사는 아니지만 “입 닥쳐, 말포이!”라는 대사에 포함되어 밈으로도 인기를 모은 말포이 캐릭터는 ‘말의 해’ 의미를 담은 중국식 이름 해석이 확산하면서 더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웨이보와 더우인 등 현지 SNS에는 말포이의 트레이드마크인 비웃는 표정을 담은 사진이나 붉은 배너를 문에 걸어놓은 ‘인증샷’을 쉽게 볼 수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 판매자들도 이러한 열풍에 동참해 말포이 캐릭터가 그려진 스티커와 자석을 출시했다. 말포이를 향한 열광의 분위기는 해당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인 톰 펠튼에게도 전해졌다. 톰 펠튼은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말포이가 중국 설날 마스코트가 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공유하며 중국 팬들의 관심에 응답했다. 앞서 중국에서는 지난 2020년 당시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재개봉했을 때 사흘 만에 9000만 위안(한화 약 191억 원)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해리포터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중국 내 해리포터 인기에 힘입어 “2027년 상하이에 최대 규모의 해리 포터 스튜디오 투어를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 불멸의 명작 돌아온다…추억도 감동도 그대로

    불멸의 명작 돌아온다…추억도 감동도 그대로

    불멸의 고전이 된 명작들이 속속 스크린으로 돌아오고 있다. 감동도 그대로일까. 이미 봤다면 추억의 힘으로, 아직 안 봤다면 새로움의 힘으로 거장의 어제와 마주하면 되겠다. 오는 21일 ‘천공의 성 라퓨타’①가 재개봉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과 스튜디오 지브리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일본에서 1986년 개봉했던 작품이니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견습 기계공 파즈가 ‘비행석’을 품고 하늘에서 내려온 신비로운 소녀 시타를 만나 하늘 위에 떠 있는 성 ‘라퓨타’를 찾아 나선다. 지브리 특유의 그림체가 기계와 마법이 공존하는 몽환적인 세계관과 만나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 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모노노케 히메’는 이미 지난해 6월과 9월 한국 영화관에서 관객과 다시 만났다. 지난해 3월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지브리풍 이미지’ 생성이 유행하기도 했지만, 지브리 영화에선 기계가 감히 넘볼 수 없는 거장의 손맛이 느껴진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화양연화 특별판’②도 지난달 31일부터 영화관에 걸렸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영화의 제목처럼 2000년 개봉 당시 두 주연 장만옥과 양조위의 ‘리즈 시절’을 감상할 수 있다. 1960년대 홍콩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다. 제목에 ‘특별판’이 붙은 이유는 극장에서만 공개되는 특별한 버전이기 때문이다. 원작에는 없었던, 2001년 재회한 두 남녀의 미공개 에피소드가 담겨 있다. 다시 만나는 게 좋았을까. 아니면 만나지 않은 채 여운만 남기는 게 좋았을까. 영화관에서 확인할 일이다. 1960년대 프랑스 영화계에는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었다. 프랑스어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바그’는 기존 영화적 질서와 문법에 저항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일컫는다. 프랑스의 거장 장뤼크 고다르는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고다르 감독의 데뷔작인 ‘네 멋대로 해라’③가 14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한다. 1960년 개봉했던 이 영화는 시네필 사이에서는 유명한 작품이었지만, 뜻밖에도 국내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면이 흔들리는 촬영 기법인 ‘핸드헬드’, 장면이 연속해 이어지지 않고 끊어지듯 편집하는 ‘점프 컷’ 등 신인 고다르 감독의 혁신적인 연출을 엿볼 수 있다. ‘네 멋대로 해라’의 제작 과정을 담은 영화 ‘누벨바그’도 지난달 31일 개봉한 바 있다.
  • 영화를 따뜻하게 채워 주는 음식들[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영화를 따뜻하게 채워 주는 음식들[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 본 영화]

    지난 연말 그리고 연초에 오래된 일본 영화 두 편이 4K라는 멋지고 우아한 날개를 달고 우리 관객들 곁에 찾아왔다. 이타미 주조 감독의 ‘담뽀뽀’와 후루아타 야스오 감독의 ‘철도원’이 그것이다. 전자는 제작된 지 40년 만에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고 후자는 한국에서 개봉한 지 25년 만에 재개봉한다. 일본 영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너무나 잘 아는 작품이 ‘담뽀뽀’지만, 사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자도 처음 본 것은 스크래치가 가득한 복사판 비디오테이프를 통해서였고, 그나마 영화제를 통해서만 스크린으로 만난 적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화질이 뛰어난 4K로, 그것도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반갑고 기대가 컸다. 특히 라면이라는 소재를 작품에 잘 담아 놓았다. 다소 선정적인 표현이 있어 성인들을 위한 작품으로 분류되지만, 라면에 대한 표현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다카쿠라 겐의 선 굵은 연기가 돋보였던 영화 ‘철도원’은 25년 전 개봉 당시 기자 시사회에서 처음 만났다. 스크린 그득한 설원을 배경으로 가슴 아린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일본의 국민배우라 불리는 다카쿠라 겐과 히로스에 료코의 대표작으로 불릴 만큼 관객들에게 두 사람을 깊이 새겨 놓은 작품이다. 작품에는 삶의 회한을 통해 묵직한 아버지의 군상을 우직하게 담아냈다. 17년 전 잃은 딸의 등장은 다소 SF 영화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일본인이 생각하는 ‘삶과 죽음’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이 두 작품을 보며 겨울날을 따뜻하게 데워 주는 일본의 대표 먹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라면’과 ‘단팥죽’이다. 영화 ‘담뽀뽀’는 그 소재가 라면이고, 영화의 배경도 라면 가게다. 또한 ‘철도원’에서 여러 사람의 추위를 녹여 주고 손을 데워 주는 것은 우리의 감주와 비슷한 ‘아마자케’ 또는 ‘단팥죽’ 그리고 딸 유키코와 함께 나누는 식사다. 영화를 보고 나서 식사로 라면이, 후식으로 감주나 단팥죽이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그러다 보니 차가운 겨울날 우리의 고유 음식 중엔 뭐가 좋을까 궁리를 해 보았다. 역시 얼큰하고 뜨거운 ‘김치찌개’, 밀가루 반죽을 투덕투덕 뜯어낸 ‘수제비’는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그러곤 윤재호 감독의 단편영화 ‘찌개’(2022)를 떠올린다. 어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셰프 에이미, 엄마의 뒤를 이어 찌개집을 운영하는 은선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혁 감독의 단편영화 ‘귀로 만든 수프’(2023)는 프랑스 입양 청년 막심이 어머니가 만들어 준 추억의 수프를 찾아 고국에 와서 마침내 찾은 것이 ‘수제비’였다는 이야기다. 거장 감독의 음식영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생각하며 자그마한 단편작품을 떠올리는 것이 어불성설이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크건 작건 음식에 다가가는 자세나 그 표현에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작품들이다. 특히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찾아 맛보는 데엔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 김치찌개를 생각하며 떠올린 곳은 청년들을 위한 김치찌개 식당 ‘청년문간’과 ‘청년 식탁 사잇길’. 서울 정릉동을 비롯해 여러 곳에 위치한 ‘청년문간’, 전북 전주시 전북대 인근 ‘청년 식탁 사잇길’은 모두 3000원에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흔하면서도 소중한 먹거리인 김치찌개를 청년, 청소년은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곳이다. 추운 겨울날뿐 아니라 무더운 여름날에도, 일년 내내 김치찌개를 3000원에 제공하며 요즘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 두 곳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인다. 그중에서 주목할 것은 영화에 관한 활동이다. ‘청년문간’에서는 청년들에게 영화를 연출해 보거나 다양한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2030 청년영화제’를 여러 해 동안 개최했다. 올가을 여섯 번째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여러 가지 꿈이 있다. 그중 하나인 영화감독이 되는 꿈을 실현함으로써 사회로 한 걸음을 내딛게 하려는 것이 ‘2030 청년영화제’의 취지다. 5회째 열린 지난해까지 40여명의 감독을 배출하고 매해 40~50여 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의 영화제다. ‘사잇길’에서는 해마다 4분기에 젊은 영화인들의 단편 작품을 상영하고 관객들과 대화하는 ‘월례영화만찬회’라는 상영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사잇길 청년인권영화제’를 열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인권을 영화를 통해 만나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인권영화제는 스무 편가량의 작품을 경쟁 부문 등에 초청해 상영하는 영화 잔치로 꾸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몸을 채워 주는 양식으로 음식이 있듯이 정신을 채워 주는 마음의 양식으로는 영화가 제격이 아닐까. 특히 청년들의 싱그러움이 그득한 건강한 마음의 양식들로 채워진 영화제들 말이다. 작지만 소중한 두 곳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먹거리와 영화라는 문화적 소양을 듬뿍 섭취하기를 바라 본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 지브리 ‘공식 첫 작품’ 40년 만에 재개봉…새해 초 극장에서 만난다

    지브리 ‘공식 첫 작품’ 40년 만에 재개봉…새해 초 극장에서 만난다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통해 공개했던 첫 공식 작품 ‘천공의 성 라퓨타’가 제작 40주년을 기념해 국내 극장가로 돌아온다. ‘천공의 성 라퓨타’는 내년 1월 21일 국내 재개봉을 확정 짓고 티저 포스터를 공개했다. 1986년에 공개된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스즈키 도시오, 다카하타 이사오와 함께 스튜디오 지브리를 설립한 이후 공개한 첫 공식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개봉해 상영된 바 있다. 영화는 특별한 비행석을 가진 소녀 시타와 소년 파즈가 하늘 위를 떠다니는 신비의 성 ‘라퓨타’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근현대적 스팀펑크 비주얼, 혁신적인 공중전과 로봇 액션의 속도감 있는 연출 등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정수가 응축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일본 문화청이 주관한 ‘일본미디어예술 100선’에서 3위를 차지하고, 2022년 ‘미야자키 하야오 장편 애니메이션 인기 랭킹’ 1위에 오르는 등 시대를 초월해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국내 영화 평론가 중 점수를 박하게 주기로 유명한 박평식이 9점을 준 유일한 애니메이션 영화이기도 하다. 올해 국내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클래식 3부작으로 꼽히는 ‘천공의 성 라퓨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 ‘모노노케 히메’(1997)를 재개봉하는 ‘스튜디오 지브리 기획전’이 진행됐다. 이에 지난 6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9월 ‘모노노케 히메’가 국내 극장에서 상영됐다. 내년 초 ‘천공의 성 라퓨타’ 재개봉을 끝으로 기획전은 마무리될 예정이다.
  • 지난달 한국 관객들이 극장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지난달 한국 관객들이 극장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지난 한 달 동안 한국 관객들이 극장에서 가장 많이 본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와 박정민 주연의 ‘얼굴’이 ‘귀칼’의 뒤를 이었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9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를 보면 지난 한 달간 국내 전체 극장 매출액은 778억원, 전체 관객 수는 752만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액은 223억원(-22.3%), 관객 수는 259만명(-25.6%) 감소했다. ‘귀칼’은 지난 한 달 동안에만 매출액 205억원, 관객 187만명을 동원했다. 9월ᄁᆞ지 누적 매출액 545억원을 기록해 전체 흥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3일까지 누적 584억원 매출을 올렸는데, 앞서 2023년 ‘스즈메의 문단속’(특별판 포함, 매출액 578억원)을 넘어서며 매출액 기준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랐다. 순제작비 2억원대 저예산으로 제작된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 매출액 96억원, 관객 수 93만명을 기록하며 전체 3위에 오른 점은 특기할 만하다. ‘귀칼’과 ‘어쩔수가없다’ 개봉 사이 틈새를 메우며 지난 13일까지 누적 매출액 109억원, 누적 관객 수도 107만명을 기록하며 ‘100만 관객’ 고지를 넘어섰다. 이 외에도 재개봉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매출액 20억 7780만원, 관객 수 16만 9706명), ‘퍼펙트 블루’(매출액 2억 7376만원, 관객 수 2만 8401명)가 각각 독립·예술영화 흥행 1위와 4위에 올랐다.
  • ‘에바’ 탄 신지, 30년 흘러도…“또 한 번 만나보고 싶었지”

    ‘에바’ 탄 신지, 30년 흘러도…“또 한 번 만나보고 싶었지”

    CGV 31일부터 내년 3월 5일까지모든 극장판 에반게리온 재개봉‘사도신생’ 28년 만에 국내 첫 상영홍대 AK플라자선 ‘원화’ 전시도 “신지, ‘에바’(EVA)에 타라.” 이카리 신지가 인류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생명체 ‘사도’에 맞서 ‘에반게리온 초호기’에 탑승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1995년 10월 일본에서 방영을 시작한 뒤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야기다. TV판 애니메이션(포스터)은 일본에서 이듬해 3월까지 반년 남짓 방영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작품은 침체해 있던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대중문화 산업 전반에 강한 여진을 남겼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최근까지도 꾸준히 제작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에반게리온’에서 파생된 ‘밈’은 여전히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이름의 만화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이 만화가 원작인 것과 달리, ‘에반게리온’은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원작자인 안노 히데아키 감독은 이 작품으로 단숨에 거장 반열에 올랐다. 지난 30년간 ‘에반게리온’의 성공 및 인기 요인은 여러 각도에서 분석됐다. 우선 ‘사도’, ‘아담’, ‘롱기누스의 창’ 등 성경에서 가지고 온 소재들이 서사에 신화적인 깊이감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캐릭터도 컬트적인 인기의 한 요인이다. 병약하고 우유부단한 미소년 신지는 다른 일본 소년만화의 패기 넘치는 ‘열혈남아’와는 차이를 보이며 일본 만화 안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로 거듭났다. ‘기동전사 건담’의 아무로 레이처럼 트라우마를 겪으며 존재론적 고뇌에 빠지는 신지의 내면에 몰입한 ‘오타쿠’도 상당하다. 신지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탑승하는 로봇인 ‘에바’는 피규어, 장난감으로 제작됐고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기반으로 한 게임도 만들어지는 등 산업적 파급력도 상당했다. TV판 애니메이션 오프닝곡인 다카하시 요코의 ‘잔혹한 천사의 테제’는 일본의 국민가요라고 불릴 만큼 인기를 누렸다. 유튜브에는 이 곡에 도전하는 젊은 가수들의 ‘커버곡’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신지가 우유부단하지 않았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는 재창작을 비롯해 “어른의 키스야. 돌아오면 다음을 계속하자”, “목표를 센터에 넣고 스위치…” 등 작품 속 대사를 재치 있게 비튼 인터넷 밈도 유행이다. TV판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시작으로 극장판 ‘신세기 에반게리온 사도신생’(1997),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1997) 이후 신극장판 ‘에반게리온 서’ (2007), ‘에반게리온 파’(2009), ‘에반게리온 Q’(2012), ‘신에반게리온 극장판’ (2021) 등의 작품이 관객을 만났다. ‘에반게리온’의 깊은 세계를 조만간 영화관에서 ‘정주행’할 수 있다. CGV는 오는 31일부터 내년 3월 5일까지 ‘에반게리온 30주년 기념 무비 페스티벌 2025·2026’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상영회에서는 지금까지 개봉한 모든 극장판 ‘에반게리온’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특히 ‘사도신생’은 일본 개봉 28년 만에 국내 최초로 상영되는 것이라고 한다. ‘잔혹한 천사의 테제’와 함께 ‘에반게리온’을 대표하는 명곡 중 하나인 ‘혼의 루프란’을 커다란 스크린과 웅장한 스피커로 감상할 기회다. ‘에반게리온’의 세계를 그림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원화전 ‘에반게리온전 선’도 서울 마포구 에이케이(AK) 플라자 홍대에서 오는 11월 30일까지 열린다.
  • [데스크 시각] 백범이 문화의 힘을 꿈꾼 이유

    [데스크 시각] 백범이 문화의 힘을 꿈꾼 이유

    우리가 문화의 경제 산업적 가치에 주목하게 된 시기는 1990년대 중반이 아닌가 싶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공원’이 계기가 됐다. 1993년 6월 개봉한 이 영화는 전 세계에서 9억 7816만 7947달러를 벌어들였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1조 3596억 5344만 6330원이다. 몇 차례 재개봉 성적까지 보태면 수익은 11억 437만 9926달러로 늘어난다. 전 세계 역대 흥행 1위를 꿰찼던 이 영화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39위에 자리하고 있다. 물가 변동에 따른 티켓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역대 흥행 50위 안에 든 21세기 이전 작품은 ‘타이타닉’(4위·1997), ‘스타워즈: 에피소드1-보이지 않는 위험’(49위·1999)까지 3편뿐이다. ‘쥬라기 공원’은 미국 개봉 뒤 한 달이 지나 국내 스크린에 걸렸다. 영화관 입장 수익이 전국적으로 집계되기 한참 전, 단관 개봉 시절이었는데 서울을 기준으로 관객 106만 3352명을 동원했다.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클리프 행어’(111만 명)에는 조금 뒤졌고, 판소리를 소재로 한 우리 영화 ‘서편제’(103만 명)에는 조금 앞서 그해 흥행 2위를 차지했다. ‘쥬라기 공원’은 영상 기술 측면에서도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이전까지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작품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쥬라기 공원’은 차원이 다른 기술로 6500만 년 전 사라진 공룡을 생생하게 재현해 경이로움을 전달했다.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느꼈던 그 웅장함은 지금도 떠오를 정도다. 사실 한국에서 ‘쥬라기 공원’이 끼쳤던 영향은 흥행 성적 그 이상이었다. 영화, 나아가 문화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을 바꿔 버린 것이다. 1994년 5월 대통령 자문기구였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했다. “흥행의 귀재로 불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65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쥬라기 공원은 1년 만에 8억 5000만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이는 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해서 얻는 수익과 같다.” 1993년 국내 자동차 업계가 해외에 내다 판 자동차가 64만 대 정도였다고 한다. ‘쥬라기 공원’과 자동차 수출 간의 비교는 이후 문화 산업 육성의 중요성이 강조될 때마다 꾸준히 따라다녔고, 한국의 콘텐츠 산업 규모는 세계 7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백범 김구 선생이 남긴 말이 이곳저곳에서 자주 회자된다. 그는 ‘백범 일지’에 담긴 ‘나의 소원’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건 아니라며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썼다. 대중음악을 필두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문학, 음식 등 K컬처가 세계 곳곳에서 환대받는 요즘, 김구 선생의 말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선생이 그토록 바랐던 ‘문화의 힘’을 얼추 갖추게 됐다는 자부심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이재명 정부도 선생의 소원을 언급하며 글로벌 문화강국 실현을 위해 K콘텐츠 국가전략산업화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예술문화산업 시장 규모를 300조원대로 확장하고, 문화 관련 산업 수출 5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김구 선생이 높은 문화의 힘을 꿈꿨던 이유를 생각하면 문화강국의 목표를 단순히 숫자로, 경제적 가치로만 치환하는 것은 2% 부족해 보인다. 선생은 문화의 힘을 가지고 싶은 이유를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인류가 무력도, 경제력도, 자연과학의 힘도 부족하지 않은데 불행하다며 그 까닭으로 “인의가 부족하고 자비가 부족하고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짚는다. 그리고 인류가 인의, 자비, 사랑으로 향하는 길은 오로지 문화라고 강조한다. 결국 우리가 진정으로 이뤄야 할 문화의 힘은 숫자 너머에 있는 것이다. 외적인 성장 못지않게 내실도 다져야 할 시점이다. 홍지민 문화체육부장
  • ‘4K’로 되살아난 명작… 그때 그 감동 4배로

    ‘4K’로 되살아난 명작… 그때 그 감동 4배로

    극장가 불황에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들이 스크린에 재등장하는 일이 잇따라 눈길을 끈다. ●‘델마와 루이스’ 34년 만에 첫 4K 버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왼쪽) 4K 리마스터링 판이 다음달 개봉 예정이다. 1991년 개봉한 지 34년 만에 나온 첫 4K 버전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난 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식당 종업원 루이스(수전 서랜던)를 주인공으로 여성 간 연대와 해방을 그린 로드무비다. 페미니즘 영화의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작품은 제인 캠피언, 클로이 자오, 소피아 코폴라 등 많은 여성 감독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래드 피트의 20대 시절을 보는 즐거움도 있다. ●‘네이키드 런치’ 국내 첫 공식 개봉 레니 할린 감독·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산악 액션물 ‘클리프행어’(1993)가 오는 18일, 보디 호러물의 선구자 데이비드 크로넌버그 감독의 ‘네이키드 런치’(1991)가 4K 버전으로 오는 25일 관객과 만난다. 특히 미국 작가 윌리엄 S 버로스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네이키드 런치’는 국내에선 첫 공식 개봉이다. ‘네이키드 런치’와 같은 날 전쟁 블록버스터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오른쪽)가 27년 만에 재개봉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역시 4K로 화질을 높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지에 고립된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을 구하라는 지시를 받은 밀러 대위(톰 행크스) 등 미군 특수부대원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도입부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 장면이 압권이다. 대하 SF ‘듄’ 시리즈로 유명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을 이끈 초기작 ‘그을린 사랑’(2010)도 4K 화질로 재탄생해 오는 25일 개봉한다. 레바논 출신 캐나다 극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 ‘화염’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반전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지난 11일과 4일 각각 재개봉한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1999)와 밀로시 포르만 감독·톰 헐스 주연의 ‘아마데우스’(1984)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영화산업 침체에 ‘작은 영화관’도 위기… “문화 향유권 보장을”

    영화산업 침체에 ‘작은 영화관’도 위기… “문화 향유권 보장을”

    코로나19 대유행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확대로 영화관 사업이 침체하면서 농산어촌 ‘작은 영화관’에도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작은 영화관 수는 늘었지만 관람객은 2019년 대비 반토막 나면서 운영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한국작은영화관협회에 따르면 2개 관·좌석 수 100석 내외인 작은 영화관은 이달 기준 65개 지자체에 71곳이 있다. 스크린 총수는 140개, 좌석 수는 8574개다. 2010년 전북 장수군이 설립한 장수한누리시네마를 시작으로 물꼬를 튼 작은 영화관 건립은 2013년 정부 공모 사업이 더해져 확산했다. 2019년 작은 영화관은 48개로 늘었고 1곳당 평균 관람객 수가 7만 1000여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침체하기 시작했다. 2020년 16개 작은 영화관이 휴·폐관했고 관람객도 대폭 줄었다. 이듬해 휴관했던 영화관이 재개관하고 신규 영화관이 설립되며 스크린 수는 늘어났지만, 어려움은 계속됐다. 한 예로 2016년 7월 99석 규모로 문을 연 합천시네마는 2019년 이후 민간 위탁 업체 파산, 군 직영 운영과 연속 적자, 임시 휴관, 재개관 부침을 겪었다. 작은 영화관은 농산어촌 지역민이 주요 수요처이면서 좌석 수가 한정돼 관람객 증가를 기대하긴 어렵다. 도시권 대형 상업 영화관보다 푯값도 저렴해 수익성 개선도 한계가 있다. 영화산업 위기 속 작은 영화관이 가장 먼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 등은 작은 영화관이 지속하려면 정부·지자체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대도시권과 농산어촌 지역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공익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함주리 한국작은영화관협회 사무국장은 “우선 영화산업 전체가 회복돼야 한다”며 “다만 도시권 대형 영화관은 재개봉, 공연 영상·스포츠 경기 중계 등 임시 생존 전략을 모색할 수도 있겠지만 작은 영화관은 그럴 여력조차 없어 공익성·운영 안전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함 국장은 “OTT 시장 확대 등 시대가 변했으니 영화관도 그에 맞춰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그건 대도시 중심적 사고에 가깝다. 70~80대 농촌지역 어르신 중에는 작은 영화관 덕에 영화관을 처음 경험했다는 분도 많다”며 “작은 영화관 취지를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획전 확대, 운영비 지원 등 정부 지원 강화와 연계 문화 프로그램 개발, 성과·수치 중심의 평가 탈피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술관 지키는 고양이부터 불시착 외계인까지…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들

    미술관 지키는 고양이부터 불시착 외계인까지…가족과 함께 볼만한 영화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들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들이 14일과 21일 잇따라 개봉한다. 어른도 아이도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이니, 손잡고 함께 극장 나들이 가도 좋겠다. 1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고양이 수비대: 모나리자를 지켜라!’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홍수로 집을 잃은 고양이 빈센트가 치즈보다 명화 먹는 것을 즐기는 특이한 생쥐 모리스와 함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관을 지키는 고양이 수비대를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목숨 걸고 명화 모나리자를 지켜야 하는 고양이 수비대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림을 먹으려는 생쥐 모리스 사이에서 고양이 빈센트는 등이 터질 지경이다. ‘아이스 에이지 2’, ‘마이펫의 이중생활’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영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물론, 드가, 렘브란트, 라파엘로, 모네와 같은 대가들의 작품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80분. 전체 관람가. 같은 날 개봉하는 한국영화 ‘보이 인 더 풀’은 수영을 좋아하는 소녀 석영과 발에 물갈퀴가 있는 소년 우주의 이야기다. 서울에서 바닷가로 이사를 간 석영은 발에 물갈퀴가 있는 소년 우주를 만나 친구가 된다. 석영은 재능이 부족해 바라던 수영 선수가 되지 못했지만, 우주는 물갈퀴 덕분에 특출한 실력을 보인다. 수영 천재로 주목 받고 한국 신기록까지 세웠던 우주는 커가면서 물갈퀴가 점차 줄어들고 방황하다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석영을 만나 새로운 꿈을 꾼다. 2007년 12살·13살 소년과 소녀가 2013년 18·19살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는 꿈과 재능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여름 바다처럼 청량하면서도 다소 알싸하게 펼친다. 댄서인 효우와 배우 이민재은 물론, 아역 배우 이예원·양희원의 연기가 눈에 들어온다. 89분. 12세 이상 관람가. 21일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실사 영화화한 ‘릴로 & 스티치’가 개봉한다. 외계인들이 불법으로 유전자 실험하다 만든 생명체 626호는 뭐든 부숴버리는 파괴본능을 보이면서 폐기가 결정된다. 그러나 626호는 이를 피해 지구로 도망치고, 하와이에 불시착해 천방지축 소녀 릴로(마이아 케알로하)를 만난다. 사고뭉치에 친구 하나 없는 릴로는 언니인 니나(시드니 엘리자베스 아구동)와 살고 있다. 강아지를 입양하면서 626호를 만나 ‘스티치’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영화는 원작 설정을 바탕으로, 지구에 정착하게 된 스티치의 좌충우돌과 스티치를 잡으러 지구에 온 외계 일당의 소동을 유쾌하게 그린다. 그 속에서 ‘가족’을 의미하는 하와이어 ‘오하나’를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했다. 파란털북숭이 스티치의 귀여움을 잘 살리고, 등장인물들의 싱크로율도 높은 데다 즐거운 유머 장면으로 예고편 이후 좋은 평가가 나온다. ‘인어공주’와 ‘백설공주’ 등 애니메이션 실사화에 거듭 실패했던 디즈니가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108분. 전체 관람가. 2017년 국내 개봉했던 무공해 첫사랑 영화 ‘플립’이 가정의 달을 맞아 21일 재개봉한다. 어린 시절 이웃으로 만난 줄리(매들린 캐롤)와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의 첫사랑을 그린 영화로, ‘어퓨굿맨’,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등으로 유명한 랍 라이너 감독의 숨겨진 명작으로도 불린다. 브라이스와의 만남을 숨이 멎을 정도로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하는 줄리, 반대로 줄리와의 만남을 최악으로 여기는 브라이스의 이야기다. 중학생이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이 있다가도 멀어지고, 서로 엇갈리기도 한다. 이해심 많고 똑부러지는 줄리와, 얼굴은 잘 생겼지만 철없는 브라이스의 알콩달콩 성장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렸다. ‘누구나 일생에 한 번은 무지개처럼 찬란한 사랑을 만난다’, ‘개별적인 사물이지만, 모이면 마법같은 일이 생긴다’는 명대사는 다시 봐도 설렌다. 90분. 12세 이상 관람가.
  • 타셈 싱 감독 “20년 만에 재개봉해 10만 넘긴 ‘더 폴’ 인기 이유? ‘레트로’라서”

    타셈 싱 감독 “20년 만에 재개봉해 10만 넘긴 ‘더 폴’ 인기 이유? ‘레트로’라서”

    “장애가 있는 아기가 20년 지나고 보니 달리고 있는 느낌입니다. 정말이지 놀랍네요.” 지난해 12월 25일 ‘더 폴: 디렉터스 컷’으로 재개봉한 뒤 1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더 폴’(2006)을 연출한 타셈 싱 감독이 6일 이렇게 말했다. 20년 전 2만여명이 봤던 영화가 재개봉으로 5배 넘는 관객을 동원한 이례적인 사례다. 감사 인사를 전하고자 한국을 방문한 타셈 감독은 이날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었다. 영화는 병원에 온 무성영화 스턴트 배우 로이(리 페이스)가 병원에 있는 꼬마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언타루)에게 병원 속 인물을 활용해 즉흥적으로 만든 동화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으로 만들었다. 그가 들려주는 다섯 무법자의 모험은 지금 봐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전 세계 24개국을 돌며 촬영에만 4년이 걸렸는데, 특히 CG를 전혀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낸다. 타셈 감독은 “아무리 훌륭한 특수 효과를 써도 일정 시간 지나면 구식이 돼버린다. 그런데 어떤 영화는 반세기가 지나면 멋져 보인다. 그런 게 바로 ‘레트로’”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영화가 당시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흥행에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올드보이’(2003)나 ‘기생충’(2019‘)처럼 기존과 다른 영화에 관객은 열광한다. 그런데 제 영화는 새롭지만 뭔가 다른 걸 기대한 관객들 기대와는 달랐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더 폴’을 찍게 된 계기에 대해 “당시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큰 상심을 받았다. 그동안 광고 제작으로 돈을 많이 벌었던 터라 전 세계를 여행하며 촬영하고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극단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감독으로도 알려졌다. 예컨대 ‘신들의 전쟁’(2011)에서는 느린 화면과 빠른 화면을 섞은 독특한 액션으로 유명하다. 타셈 감독은 이런 성향에 대해 “아버지가 이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고, 덕분에 어렸을 적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된 영화를 많이 봤다. 그런 경험을 통해 비주얼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주얼과 스타일에 집착하는 이유는 제가 인도인이라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농담을 건넸다. 자신에 대해 “저는 극단적인 사람(크리처 오브 익스트림)”이라고 밝힌 그는 “‘더 폴’은 극단적인 영화라 20년 걸려 인정받은 것 같다.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간담회 말미 “제 아기(‘더 폴’)가 계속 달리게 해주신 한국 관객에게 고마움을 다시 한번 표하고 싶다”면서 한쪽 무릎을 꿇고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유쾌하게 말했다.
  • 새해 보고픈 얼굴들

    새해 보고픈 얼굴들

    2025년 새해를 맞아 향수를 자극하는 재개봉 영화들이 극장가를 찾아온다. MZ세대라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아재들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배우들이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지난 25일 개봉한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스턴트맨 로이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에게 전 세계 24개국의 비경에서 펼쳐지는 다섯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는 내용의 영화로, 18년 만에 감독판으로 돌아왔다. 로이 역은 ‘브레이킹 던’, ‘파운데이션’ 시리즈와 영화 ‘호빗’,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으로 알려진 배우 리 페이스가 맡았다. 196㎝나 되는 큰 키에 선 굵은 얼굴로 주목받은 그의 이십 대 후반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다. 2024년 마지막 날인 31일 개봉한 ‘밀레니엄 맘보’는 대만 뉴웨이브 시네마를 대표하는 허우 샤오셴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24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났다. 밀레니엄 당시 방황하는 청춘 비키가 사랑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내용으로 비키 역은 배우 서기가 맡았다. 서기는 이 영화에서 발랄하면서도 때론 우울하고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 줬고 이후 연기력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1일 개봉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어느 날 편지를 받은 한 여성이 학창 시절 첫사랑과의 추억을 더듬어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홋카이도 오타루시의 설원을 배경으로 빼어난 영상미와 함께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숨진 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청순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 같은 날 개봉하는 이안 감독의 ‘색, 계’는 1930년대 후반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영화로 대학 연극반 왕 치아즈가 친일파 핵심 인물이자 정보부 대장인 이를 암살하기 위해 막 부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접근했다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2007년 개봉 당시 주연 배우 탕웨이와 양조위의 정사 장면으로 화제가 됐지만 역사적 흐름에 휘말린 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해 수작으로 꼽힌다. 1960년대 말, 혁신적인 음악으로 록의 역사를 새로 쓴 밴드 도어즈와 이를 이끈 록스타 짐 모리슨의 이야기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도어즈’ 역시 24년 만에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특히 모리슨 역을 맡은 발 킬머가 그의 복잡한 성격과 무대를 장악하는 카리스마, ‘라이트 마이 파이어’, ‘디 엔드’ 등 주요 곡을 직접 소화하는 등 퍼포먼스까지 실감 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서기, 탕웨이, 발 킬머...연초엔 그리운 스타들 만나볼까

    서기, 탕웨이, 발 킬머...연초엔 그리운 스타들 만나볼까

    새해를 맞아 향수를 자극하는 재개봉 영화들이 극장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MZ세대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겠지만, 아재들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배우들이 등장해 반가움을 더한다. 25일 개봉한 타셈 싱 감독의 ‘더 폴: 디렉터스 컷’은 스턴트맨 로이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알렉산드리아에게 5명의 무법자의 환상적인 모험을 들려주는 내용의 영화이다. 18년 만에 감독판으로 돌아왔다. 전 세계 24개국의 비경에서 펼쳐지는 화면이 감각적이다. 특히 로이 역에 시리즈 ‘푸싱 데이지스’와 ‘브레이킹 던’, ‘파운데이션’, 영화 ‘호빗’,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에서 얼굴을 비춘 배우 리 페이스가 등장한다. 196㎝나 되는 큰 키에 선 굵은 얼굴로 주목 받은 그의 이십 대 후반 당시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 타셈 감독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전 제작진과 배우에게 그를 “실제로 걷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면서 리가 12주 동안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 연기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31일 개봉한 영화 ‘밀레니엄 맘보’는 대만 뉴웨이브 시네마를 대표하는 허우 샤오시엔 감독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밀레니엄 당시 대만에서 방황하는 청춘 비키가 사랑을 통해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내용이다. 특히 비키 역은 배우 서기가 맡았다. 배우 생활 초기부터 섹시한 이미지만 부각됐던 그는 이 영화에서 발랄하면서도 때론 우울하고 때론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당시 ‘책받침 요정’으로 불릴 만큼 인기를 끌었던 그의 풋풋한 모습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 1일 개봉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는 어느 날 편지를 받은 한 여성이 학창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면서 추억하는 내용의 영화이다. 1995년 일본에서 개봉한 뒤 우리나라 대학가에 불법 유통됐고, 1999년 개봉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로 이와이 감독은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유명해졌다. 홋카이도 오타루시의 설원을 배경으로 빼어난 영상미를 감상할 수 있다.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타계한 주연 배우 나카야마 미호의 청순한 모습도 눈에 아린다. 같은 날 개봉하는 이안 감독의 ‘색, 계’는 1930년대 후반의 홍콩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영화다. 대학 연극반의 왕 치아즈가 친일파 핵심 인물이자 정보부 대장인 이를 암살하기 위해 막 부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의도적인 접근에도 이와 왕 치아즈는 서로에게 빠져든다. 2007년 개봉 당시 왕 치아즈와 이를 맡은 주연 배우 탕웨이와 양조위의 정사 장면으로 화제가 됐지만, 역사적 흐름에 휘말린 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 수작으로 꼽힌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록스타 짐 모리슨의 이야기 다룬 올리버 스톤 감독의 ‘도어즈’는 다음 달 재개봉을 앞두고 있다. 1960년대 말, 혁신적인 음악으로 록의 역사를 새로 쓴 밴드 도어즈와 이를 이끄는 짐 모리슨의 폭발적인 무대, 그리고 뒷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모리슨과 ‘싱크로율 200%’로 화제가 됐던 배우 발 킬머의 신들린 연기가 눈에 띈다. 짐 모리슨의 복잡한 성격과 무대를 장악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 그리고 퍼포먼스까지 실감 나게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트 마이 파이어(Light My Fire)’, ‘디 엔드(The End)’ 등 주요 곡을 직접 소화했는데, 당시 도어즈의 멤버들조차 킬머의 모창에 놀랐다는 후문으로도 유명하다.
  • “참담한 상황 속에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 고민”

    “참담한 상황 속에서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 고민”

    신념에 균열 겪는 동독 비밀경찰役美英 아카데미 영화상 휩쓴 원작극적 장면·입체적 인물 해석 더해“매 회차 다른 공연에 대한 사명감‘꾸준히 도전하는 배우’이고 싶어” “누군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우물을 계속 파고 있을 때, 당신의 고독이 헛되지 않았음을 누군가 알아준다면 그 힘은 실로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장면에서 많은 관객이 눈물을 훔치는 것도 연극이 고독을 어루만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커튼콜에 불려 나온 배우 이동휘(39)는 한참 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박수를 보내는 관객을 향해 그는 허리를 깊게 굽혔다. 최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유플러스 스테이지에서 연극 ‘타인의 삶’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동휘는 국가의 신념이 곧 자신의 신념인 동독의 비밀경찰 비즐러 역을 맡아 굳건했던 신념에 균열이 가면서 점차 변화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타인의 삶’은 독일의 동명 영화(2006)를 연극화했다. 영화는 2007년 미국 아카데미, 2008년 영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등 각국의 영화상을 휩쓸며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2007년 개봉해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았으며 올해 10월 재개봉하기도 했다. 연극은 영화와 같은 플롯을 따라가지만 극적인 장면들을 추가하고 감정을 좀더 실어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선택을 입체적으로 해석했다. 배우 손상규가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이동휘는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지만 이번이 데뷔 후 첫 연극이다. “애초 영화배우가 되고 싶어 바로 영화판으로 갔어요. 그 사이 몇 차례 연극 제의가 있었지만 연극을 꾸준히 해 온 동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고사했지요. 무엇보다 연극에만 몰두할 수 있을 때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마음을 변화시킨 것은 손상규, 최희서 등이 출연한 연극 ‘벚꽃동산’이었다. “그 작품을 보고 ‘정말 연극이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타인의 삶’을 함께 해 보자는 제의가 들어와 놀랐죠.” 공연 시작 후 이미 몇 차례 무대에 올랐지만 여전히 긴장된다고 털어놓았다. “늘 무대에 서 왔던 배우들과 달리 매일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서게 돼요. 매번 같은 공연을 하지만 관객이 전혀 똑같지 않게 느끼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굉장히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엄살(?)과 달리 무대에서 그는 지나치게 경직된 등, 차갑고 건조한 말투,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비즐러로 순식간에 변한다. 그런 그에게 균열을 만드는 것은 브레히트의 시, 바흐의 전주곡, 그리고 그가 감시하는 극작가 드라이만과 여배우 크리스타의 사랑이다. 비즐러의 선한 의지가 어디서 비롯된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두 장면을 꼽았다. “드라이만이 ‘씁쓸한 진실’을 알게 된 뒤에도 크리스타를 말없이 안아 주는 모습에서 비즐러는 자신이 평상시 느껴 보지 못한 사람 간의 감정을 느끼게 되죠. 또 권력자의 눈 밖에 나 활동이 금지된 예르스카의 죽음과 그 죽음으로 슬퍼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점점 스며든 것으로 봐요.” 이번 연극에서 이동휘의 모습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과 영화 ‘극한직업’ 등의 코믹한 이미지로만 그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낯설게 보일 수도 있다. “제가 계속 잘 쓰이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인사를 드릴지, 아니면 계속 도전할지는 제 선택인 거죠. 다만 나이가 지긋하게 들었을 때 ‘저 배우가 꾸준히 도전하고 있었구나’라는 평을 받고 싶어요. 그걸 알아봐 주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제게는 굉장히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국가 폭력을 다루는 연극인 만큼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고,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고 이동휘는 털어놓았다. “참담한 상황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당혹스럽지만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어떤 목적을 갖고 살아야 할지 계속 고민한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위안과 행복을 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목적과 가치를 조금 더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공연은 내년 1월 19일까지.
  • 이터널 선샤인·러브레터… 다시 찾아온 그때 명작들

    시간을 뛰어넘는 명작 재개봉 열풍이 연말연시 극장가에도 이어진다. 13일 영화계에 따르면 롯데시네마는 오는 18일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2004)을 개봉 20주년을 맞아 단독 재개봉한다. 세계 최초로 4K 리마스터링한 버전을 스크린에 건다. 겨울이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멜로 영화로,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즐릿)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한 조엘(짐 캐리)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가 내년 1월 1일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자신과 이름이 같은 중학교 동창의 연인에게서 갑작스레 편지 한 통을 받은 뒤 과거를 돌이키게 된 후지이 이쓰키(나카야마 미호)가 설원에서 “오겐키데스카, 와타시와 겐키데스”(잘 지내나요, 저는 잘 지내요)라고 외치는 장면은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널리 알려진 명장면이다. 이번 재개봉판은 1999년 국내 개봉 당시 사용한 ‘세로 자막’을 입혀 향수를 자극한다. 릴리·라나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매트릭스’(1999)는 11일 CGV에서 개봉했다. SF 장르의 새 지평을 연 이 작품은 가상 세계 매트릭스에 갇혀 살아가는 사람들을 구하려는 네오(키아누 리브스)의 모험을 그렸다. ‘세기말 감성’이 가득한 이 작품은 수많은 추종자를 양산하기도 했다. CGV는 아이맥스관에서 특히 사랑받았던 명작을 재상영하는 ‘IMAX 마스터피스’ 기획전도 선보인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2021)과 ‘듄: 파트 2’(2024),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와 ‘덩케르크’(2017)를 오는 17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이 밖에 ‘아키라’(1991), ‘공각기동대’(2002),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2007) 등 일본 애니메이션과 28년이 걸려 제작된 타셈 싱 감독의 ‘더 폴’(2006), 대만 거장 허우샤오셴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2003) 등도 재개봉 채비를 하고 있다.
  • 자택서 숨진 채 발견 ‘러브레터’ 여주인공…사인 드러났다

    자택서 숨진 채 발견 ‘러브레터’ 여주인공…사인 드러났다

    지난 6일 자택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본 유명 방송인 나카야마 미호의 사망 원인은 목욕 중에 일어난 ‘불의의 사고’ 때문으로 판명됐다고 소속 연예기획사 빅애플이 8일 밝혔다. 빅애플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망과 관련해 “경찰의 검시 결과 사건성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다만 ‘불의의 사고’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나카야마는 지난 6일 오전 도쿄 시부야구 자택 욕실에서 쓰러져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은 그의 사망을 확인한 뒤 사인을 조사해왔다. 배우 겸 가수인 나카야마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5년 영화 ‘러브레터’에서 여주인공으로 등장해 과거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러브레터’는 첫사랑의 추억을 그린 작품으로 1999년 한국 개봉 당시 140만 명을 동원했으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재개봉했다. 나카야마가 눈으로 뒤덮인 홋카이도 설원에서 간절히 외치는 “오겐키데스카, 와타시와 겐키데스”(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라는 대사는 한국에서 여러 번 패러디될 정도의 명장면으로 남았다. 나카야마는 정재은 감독의 ‘나비잠’과 이재한 감독의 ‘사요나라 이츠카’ 등 한국 감독 작품에도 출연하며 한국 관객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 ‘러브레터’ 나카야마 미호, 자택서 숨진 채 발견

    ‘러브레터’ 나카야마 미호,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영화 ‘러브레터’(1995)와 ‘새 구두를 사야해’(2013) 등으로 국내에도 알려진 일본 배우이자 가수 나카야마 미호가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6일에는 오사카 빌보드 라이브에서 ‘나카야마 미호 크리스마스 콘서트 2024’가 예정돼 있던 터라 그를 기다린 팬들에게 충격파가 더욱 컸다. 일본 언론은 이날 경시청 브리핑을 토대로 ‘콘서트를 앞둔 나카야마가 소속사로 출근하지 않자 관계자들이 시부야구 에비스에 있는 집을 찾아가 그가 욕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110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간 경찰과 구급대는 그가 이미 사망했다고 확인하고, 도쿄도경찰청으로 사건을 넘겨 사망 경위 조사에 들어갔다. 1982년 하라주쿠에서 연예기획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캐스팅 된 그는 1985년 TV 드라마 ‘매번 떠들썩하게 합니다’로 얼굴을 알렸고, 그해 가수로도 데뷔해 ‘미포링’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일본을 대표하는 가수 반열에 올랐다. 이후 드라마 ‘여름체험 이야기’, ‘세일러복 반란군 연합’, ‘엄마는 아이돌’ 등에 출연하면서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가수로서도 연이어 히트곡을 내다가 1992년 그룹 완즈(WANDS)의 보컬 우에스기 쇼우와 낸 듀엣곡 ‘세상 누구보다 분명’(Surely More Than Anyone in the World)가 180만장 판매고를 올리며 대히트를 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콘서트를 하며 팬들을 만나왔다. ‘러브레터’(이와이 슌지 감독)에서 온통 흰 눈밭을 걷다 “잘 지내시나요?(お元気ですか)”라고 외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나 마찬가지였다. 절절한 그리움을 잔잔하게 담아낸 연기로 그는 그해 일본의 모든 영화상을 휩쓸었다. 영화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개봉 30주년을 맞는 내년 1월에는 한국 재개봉이 예정돼 있다. 1997년에는 타케나카 나오토 감독의 영화 ‘도쿄 맑음’에서 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아내를 연기하며 일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망 소식에 팬들은 나카야마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콘서트에서 볼 수 있길 바랐는데, 믿고 싶지 않다”, “내 학창시절, 연기와 노래로 동행해줘서 고마웠어”, “안녕, 미포링”이라며 슬픔과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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