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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박 추진하던 ‘힘센 엔진’, AI 돌린다

    선박 추진하던 ‘힘센 엔진’, AI 돌린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 빅테크 기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9560억원 규모의 발전설비를 공급한다. 데이터센터용으로는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 대형 계약이다.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선박에서 전기를 만드는 데 쓰이던 엔진이 육상 발전까지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기업 코반에너지그룹과 9.6㎿급 힘센 엔진 기반의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총 1000㎿, 9560억원 규모로 이 업체의 역대 최대 발전용 엔진 공급계약이다. 해당 발전 설비는 현지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코반에너지그룹은 데이터센터 구축과 미 전쟁부(국방부) 프로젝트 등 각종 인프라 사업에서 가스·액화천연가스(LNG)·전력 제품을 공급하는 에너지 인프라 및 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이 지난 4월 에이페리온에너지그룹(AEG)과 맺은 6271억원 규모의 계약을 합하면 넉 달 사이에 미국에서 데이터센터용 발전설비 1조 5831억원어치를 수주했다. 9.6㎿급 발전용 힘센엔진은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해 라이선스를 보유한 대용량 중속 엔진이다. 중형 선박 추진용이나 대형 선박 발전용으로 주로 쓰이는데, 최근 데이터센터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발전용 가스터빈 등 기존 대형 발전설비는 공급 부족으로 납기가 길어지면서, 설치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엔진 발전설비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HD현대중공업은 “고출력·고효율의 성능을 바탕으로 24시간 운용이 가능해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 부문은 올 상반기 연간 수주 목표의 91.6%를 이미 달성했고 향후 약 3년치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미국 전력연구원(EPRI)에 따르면 미국 전체 전력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30년 9~17%로 현재보다 2~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가 커지는 만큼 국내 조선업계는 선박용 엔진에서 쌓아온 기술과 생산 기반을 AI 데이터센터용 엔진 수주로 확장할 계획이다.
  • 땅이 안되면 물위에...‘바다 위 데이터센터’ K조선 새 먹거리 부상

    땅이 안되면 물위에...‘바다 위 데이터센터’ K조선 새 먹거리 부상

    ‘바다 위 데이터센터’로 불리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가 조선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육상 데이터센터가 부지 확보 문제와 주민 반대 등으로 진척이 늦어지고 있어서다. 그간 해양플랜트 건조 기술력을 축적한 국내 조선업계는 새 먹거리로 FD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이번 하반기에 FDC 건조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50㎿급 FDC 기본설계를 마친 뒤 지난 4월 미국 선급협회와 영국 로이드 선급협회로부터 개념설계 인증(AIP)을 확보했다. 지난 6월에는 그리스 대형 선주사인 캐피탈, 미국 인공지능(AI) 서버 기업 슈퍼마이크로 등과 FDC 사업 협약을 맺었다. 이어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사 무스테리안과 FDC 설비 관련 엔지니어링 계약 체결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FDC 상업 서비스 시점을 2028년 상반기로 발표했다. 지난달 24일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연내 최대 2척의 FDC 수주 가능성도 언급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프랑스 에너지 관리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FDC 인프라 기술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에너지 관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이 자체 개발한 육상 발전용 ‘힘센엔진’의 발전 설비 역량과 결합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상풍력과 소형모듈원전(SMR)을 데이터센터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화오션도 내부 연구·개발(R&D)로 FDC 시장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DC가 육상 데이터센터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인허가의 유연성과 구축의 신속성, 해수를 활용한 냉각 효율성 덕분이다. 해상풍력이나 육상 변전소 연계 등으로 전력 공급도 더 유연하다는 평가다. 특히 FDC 건조를 위해 해수 냉각 시스템과 그래픽처리장치(GPU) 보호 설비, 하부 선체 디자인 기술 등이 관건인데 국내 조선사들은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나 원유 생산·저장·하역설비(FPSO)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기술에 특화돼 있다. 육상 데이터센터 구축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잡음으로 FDC는 보다 조명받고 있다. 이미 주민 반대로 경기 용인과 안양에서 데이터센터 신축이 철회됐고, 고양의 경우 10개월 지연된 바 있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경우 전자파, 막대한 전력 소비, 열돔 현상 등에 대한 우려로 주민 반대가 거세지면서 시행사가 일부 주민을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해 갈등은 더 깊어졌다. DS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내년 가동 예정인 육상 데이터센터 중 약 70%가 준공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뉴욕주 등은 신규 데이터센터의 환경 허가 발급을 중단했다.
  • HD현대마린솔루션, 북미 사업 확대… 데이터센터 전력 유지·보수 맡는다

    HD현대마린솔루션, 북미 사업 확대… 데이터센터 전력 유지·보수 맡는다

    HD현대 해양산업 분야 종합 솔루션 기업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시장에 진출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기업 AEG와 데이터센터 전력용 엔진 유지·보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AEG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립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내 전력용 엔진 33기에 대해 장기 유지·보수 및 운영을 위한 협력 체계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AEG와 20㎿급 힘센(HiMSEN)엔진 기반 684㎿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력용 발전설비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면서 비상 발전 및 상용 전력 공급 시스템의 신뢰성이 데이터센터의 효율적인 운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번 협력을 통해 힘센엔진의 검증된 성능과 엔진 유지·보수 기술력을 선보이고, 북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계기로 활용할 계획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양사 간 협력이 단순 엔진 공급을 넘어 엔진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장기 유지·보수 계약(LTSA)과 운영·정비 계약(O&M) 체결을 전제로 하는 만큼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익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증가분의 절반 수준이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HD현대, 美 데이터센터 전력 유지·보수…솔루션 시장 진출

    HD현대, 美 데이터센터 전력 유지·보수…솔루션 시장 진출

    HD현대마린솔루션이 최근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 기업 AEG와 ‘데이터센터 전력용 엔진 유지·보수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전력용 엔진 공급 계약에 이어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 시장에 진출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AEG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립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내 전력용 엔진 33기에 대한 장기 유지·보수 및 운영을 위한 협력 체계를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AEG와 20MW급 힘센(HiMSEN)엔진 기반 684MW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력용 발전설비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면서 비상 발전 및 상용 전력 공급 시스템의 신뢰성이 데이터센터의 효율적인 운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HD현대마린솔루션은 AEG와의 협력을 통해 힘센엔진의 검증된 성능과 엔진 유지·보수 기술력을 선보이고, 북미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양사 간 협력이 단순 엔진 공급을 넘어 엔진의 전 생애주기를 관리하는 장기 유지·보수 계약(LTSA)과 운영·정비 계약(O&M) 체결을 전제로 하는 만큼, 고부가가치 서비스 수익 모델을 구축할 예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의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증가분의 절반 수준이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에 대한 세심한 유지·보수 서비스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HD현대마린솔루션의 AM 솔루션 역량을 증명하고, 북미 시장 내 데이터센터 관련 신규 수요를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에이텀, 디에스티 인수로 사업 다각화… 조선·방산 시장 확대

    에이텀, 디에스티 인수로 사업 다각화… 조선·방산 시장 확대

    에이텀이 정밀 가공 전문기업 디에스티(DST)를 전격 인수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에이텀은 조선, 방산 부품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기존 트랜스 제조 사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디에스티는 1996년 설립된 정밀 가공 기업으로, HD현대중공업, HD현대마린솔루션 등에 선박 엔진 핵심 부품을 공급해왔다. 특히, 세계 60여 개국에서 사용되는 중형 선박 엔진 ‘힘센(HiMSEN) 엔진’의 실린더 모듈 및 헤드를 제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방산 분야에서도 전차와 자주포용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에이텀 관계자는 “디에스티 인수를 통해 정밀 가공 분야로의 확장을 이루고, 기존 트랜스 사업과 조선·방산 부품 가공 기술 간의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특히, 친환경 선박 엔진 시장의 성장성과 방산 산업의 지속적인 확대를 고려했을 때, 이번 인수는 에이텀의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를 통해 에이텀은 조선·방산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의 트랜스 제조 사업과 정밀 가공 기술을 접목해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에이텀이 디에스티의 기존 고객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신규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에이텀의 이번 인수가 조선 및 방산 산업의 성장성과 맞물려 큰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디에스티는 정밀 가공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에이텀과의 협력을 통해 더욱 안정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최근 조선업의 슈퍼사이클 진입과 방산 산업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두 회사의 결합은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 “한국 조선 기술 중국에 따라잡혀… 핵심 R&D 없인 경쟁 못 이겨”[전경하의 집중]

    “한국 조선 기술 중국에 따라잡혀… 핵심 R&D 없인 경쟁 못 이겨”[전경하의 집중]

    ‘조선 한국’의 미친 열정‘내 분야 산업 세계 제일’ 목표 유학새벽 2~3시까지 힘센엔진 개발 연구당시 사장은 ‘미친놈’이라면서 반대혼자 연구… 사장 바뀐 뒤 허락받아땀 흘린 결실과 ‘신화’ 창조힘센엔진 사내서도 선박 탑재 반대독일 선주에 6개월 무상사용 의뢰합격 판정에 현대중 모든 배에 설치평가 좋아 세계시장 한때 70% 점유한국 실태·바람직한 방향과학기술, 경제 발전 도구로만 여겨기초·원천 기술 상대적으로 떨어져과학기술을 지배하면 미래도 지배발전 너무 빨라 피곤해도 투자해야산학연 함께 성공하려면기술개발, 비관·중도·낙관 측면 검토‘수천 번 실패’ 수천 번 발명으로 여겨불황 때는 신제품으로 새 시장 개척교수는 업계, 업계는 학문을 공부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조선업에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지만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평가한 조선업의 종합경쟁력은 중국이 1위다. ‘조선업 최고의 발명가’인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도 우리 기술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 전 회장은 2008년 과학기술계의 최고 상인 ‘최고과학기술인’에 선정됐는데 당시 선정 사유가 ‘기술개발을 통한 세계 1위의 조선해양 강국 확립’, ‘중공업 분야 전반에 걸쳐 선진사와 동등 이상의 경쟁력 확보’ 등이다. 민 전 회장을 지난 6일 선진사회만들기연대 사무실에서 만나 조선업과 과학기술 등에 대해 들었다.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내에서 건조까지 할 수 있게 존스법(Jones Act)을 바꿔야 한다. 1920년에 만들어진 존스법은 미국에서 만든 선박만 미국 항구에서 다른 항구로 물품과 승객을 운송할 수 있다는 강제 규정이다. 그래서 유지·보수·정비(MRO)만 해외에서 가능하다.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으니 동맹에 한해서 건조도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수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국내에서 건조할 수 있으면 비용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 ●고유 모델 있으면 파생상품 제작 쉬워 -미국 제조업 상황은 어떤가. “보잉이 유럽 에어버스와 초음속 여객기 개발을 경쟁할 때 보잉에 근무(1978년)했다. 보잉이 의회에 예산을 신청했는데 무산됐다. 어느 날 점심 먹고 들어오니 수천 명 직원 책상 위에 2주치 급여와 잠정해고 통지서가 들어 있는 봉투가 놓여 있었다. ‘고용의 유연성’이라는데 이래서는 애사심이 생길 수 없다. 그러니 연구개발(R&D)도 등한시한다. R&D가 안 되면 원가 계산도 어렵고 고객의 수정 요구에 제대로 대응도 못 한다. 핵심 R&D가 없는 제조업은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기술개발하려고 대우조선중공업에서 현대중공업으로 갔다. “김우중 회장은 경기고 선배이고 매우 친했다. 기술개발을 몇 번 건의했지만 기술은 해외에서 사오면 된다고 했고, 핵심 역량 집중보다는 대마불사(大馬不死)와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고집했다. 당시 같은 ROTC 출신인 데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동문인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을 가끔 만났는데 현대중공업으로 오라고 했었다. 어느 날 국회의원 사무실에 갔더니 정주영 명예회장 사무실로 데려갔다. 정 명예회장이 내일부터 출근하라면서 전화로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 이런저런 지시를 했다. 명예회장 지시를 거역할 수도 없고. 다음달 현대중공업으로 출근했다. 그분 추진력은 대단하다.” -현대중공업 시절 별명이 ‘최후의 퇴근자’다. “제대하고 유학 가기 전 대한조선공사에서 4개월 정도 일할 때(1967년) 우리 산업계 현실은 열악했다. 내 전문 분야의 우리나라 산업은 세계 제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그때 가졌다. 현대중공업 최고경영자(CEO) 당시 슬로건이 ‘대한민국에서 최고가 세계 최고’였다. 근무가 끝나면 새벽 2~3시까지 연구했다.(민 전 회장은 논문 280편, 발명 및 특허 300여개, 기술 보고서 90건을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 재직 동안 힘센엔진을 개발했다. “현대중공업 부사장 시절(1992년) 시작했는데 당시 사장이 ‘엽전이 무얼 한다고 미친놈’이라며 반대했다. 당시 부사장급 본부장들이 나를 보면 ‘미친놈’이라고 농담을 했다. 혼자서 연구하다가 1995년 사장이 바뀐 뒤 허락을 받았다.” -그런 모욕을 받고도 왜 했나. “꼭 필요하니까. 세계에서 제일 수요가 많은 게 중형 디젤엔진이다. 주로 선박의 발전용 엔진으로 쓰이는데 다른 용도도 많다.” -개발 이후도 쉽지 않은데. “힘센엔진을 1999년 개발했지만 선박에 탑재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사내에서도 반대했다. 당시 고객인 독일 최대 해운선사 선주를 찾아가 힘센엔진을 6개월 써 보고 만족하면 원가만 내고 그렇지 않으면 선호하는 엔진으로 무상 교체해 주기로 하고 설치했다. 6개월 뒤 선주가 원가에 6%를 더해 지불했고 현대중공업에서 짓는 모든 배에 힘센엔진을 설치하라고 했다.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하기도 했다.(현재 시장점유율은 35%다.)” -힘센엔진으로 발전소도 만들더라. “컨테이너에 힘센엔진과 발전기를 넣어 이동식 발전소를 만들 수 있다. 2006년 카리브해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발생해 쿠바 발전소 대부분이 파괴됐을 때 이동식 발전소 3기를 무상 후원했다. 이후 쿠바가 344기를 사갔다. 쿠바 직원 교육도 3주간 현대중공업에서 했다. 그 인연으로 쿠바 중앙은행이 2007년 발행한 10페소 지폐 뒷면에 이동식 발전소가 있다. 동일본 대지진이 난 2011년 도쿄전력회사에도 긴급 지원됐다.” -요즘 생산되는 ‘힘센메탄올엔진’은 뭔가. “디젤은 이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된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를 하니까 힘센엔진의 원료를 디젤에서 메탄올로 바꾼 것이다. 우리 고유 모델이 있으면 파생상품을 만드는 것은 쉽다.” -이런 연구는 어떻게 하면 되나. “연구에는 기초, 응용, 개발 3단계가 있다. 기초연구는 무슨 제품이 나오는가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황과 수소, 물이 결합되면 황산이 된다’ 이런 식이다. 황산을 어디다 쓰느냐가 응용연구, 쓰게 만드는 것이 개발연구다. 내가 개발한 추력날개를 예로 들어 보자. 추력을 연구하는 게 기초연구, 추력을 어디다 쓰느냐를 연구하는 게 응용연구, 실제 제품화하는 게 개발연구다. 기초연구는 대학, 응용연구는 국책연구기관, 개발연구는 기업에서 주로 한다. 이 세 과정이 합쳐져야 한다.” -현실은 다른 거 같다. “다 따로 연구하고 있다. 산업별로 기술의 속성이 다르다. 산업과 기술, 제품과 공정의 연계를 제대로 파악해야 개발이 된다. 많이 배우고 많이 상상해야 한다. 쓸데없는 상상이라도 많이 해야 창의력이 생긴다.” -인재들도 과학기술을 연구하기보다는 의대를 간다. “과학기술은 너무 발전이 빨라 피곤하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서양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을 경제개발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세계적 수준의 생산기술을 갖고도 기초과학기술이나 원천기술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기초과학이 당장 부와 편리함을 주지는 않지만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과학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 중국은 과학기술을 어마어마하게 지원하고 있다.(시진핑 주석은 2035년까지 첨단기술의 자립자강을 지시했다.)” -연구 실패에 대한 부담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R&D 10개 중 성공하는 사례는 한 개도 어렵다. 에디슨이 백열전구 발명할 때 유명한 일화가 있다. 조수가 수천 번 실패했는데 왜 하냐며 그만하라고 했다. 에디슨은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걸 수천 번 발명했다고 답했단다. 우리나라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심하게 묻는다. 그게 두려워서 안 하는 경우도 있다. 기술 개발에 대해 비관, 중도, 낙관으로 나눠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황이 닥치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CEO로 있던 시절 현대중공업이 10년 동안 연평균 27.4% 성장한 배경이다.” ●젊은 세대에 먼저 묻고 반응 와야 대화 -과학기술의 목표는 뭔가. “과학기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한다. 과학기술자는 안전, 환경, 안보 등 사회적 임무와 국제적 임무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 경제적 임무는 물론이다. 이를 통합하는 과학기술 정책이 있어야 궁극적으로 국민이 행복하다.” -과학고나 대학에서 강연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하나. “과학기술이 인류사에 미친 영향도 이야기하고 사회나 정치 이야기도 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 체제 어디서 살고 싶냐고 생각해 보라고만 한다. 질문이나 대답은 하지 말고. 나는 자유민주주의의 철저한 신봉자다. 자유민주주의가 있어야 경제가 발전하고 상상력이나 창의력이 나온다.” -강연하면서 느낀 소감은. “요즘 젊은 세대는 ‘3초’ 세대다. 초합리. 논쟁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바로바로 검색해서 답을 찾아낸다. 대충 이렇고 저렇고 식의 넘겨짚기가 없다. 초개인. 질문하라고 해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 초자율.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기를 원한다. 이들을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물어보고, 반응이 오면 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먼저 답하지 않는다.” -교수 제의도 여러 번 받았을 텐데. “내가 연구하고 설계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면 현장, 기업에 있어야 한다. 독일 공대는 한때 산업계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교수로 임용했다. 교수는 산업계를, 산업계는 학문을 공부해야 한다.” ■ 민계식 전 현대重 회장은 194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조선학과 항공학 석사,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우조선중공업에 11년 근무하다 1990년 현대중공업으로 옮겨 2000년 대표이사로 승진, 2012년까지 근무했다. 조선산업의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건설장비, 전기전자 등 중공업 분야의 기술자립과 세계 일류화에 기여한 공로로 2008년 최고과학기술인(총 47명), 2017년 과학기술유공자(85명)에 선정됐다. 두 분야에 모두 선정된 인물은 민 전 회장을 포함해 딱 3명이다. 글·사진 전경하 논설위원
  • HD현대, 사우디에 선박엔진공장 짓는다

    HD현대, 사우디에 선박엔진공장 짓는다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25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합작사 ‘마킨’(MAKEEN)이 사우디 라스 알 헤어에서 선박 엔진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마킨은 HD한국조선해양과 사우디아람코개발회사, 사우디 산업투자공사 두수르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합작 엔진공장은 사우디 동부 주베일 인근 라스 알 헤어 지역의 킹살만 조선산업단지 내 15만㎡(4만5000평) 규모로 설립된다. 마킨은 2025년 4분기부터 본격적인 엔진 생산에 착수할 계획으로 연간 최대 생산 능력은 선박용 대형엔진 30대, 중형엔진 235대, 선박용 펌프 160대이다. 친환경 수요에 대응하고자 이중연료 엔진 생산도 검토 중이다.HD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해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형엔진 ‘힘센엔진’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힘센엔진은 중남미, 중동 등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고 선박용 중형엔진 분야에서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사우디아람코개발회사, 사우디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 등이 합작해 건설 중인 IMI 조선소도 있어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HD현대는 전했다. IMI 조선소는 중동지역 최대 조선소로 올해 말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마킨은 힘센엔진의 첫 라이선싱 사업으로 선박용 엔진 시장의 해외거점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쏘나타 125만대가 내는 힘”… 현대중공업 대형엔진 ‘2억 마력’ 생산

    “쏘나타 125만대가 내는 힘”… 현대중공업 대형엔진 ‘2억 마력’ 생산

    “장내가 시끄러울 수 있으니, 내빈께서는 귀마개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22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엔진조립 공장. 사회자의 안내가 끝나자 이내 ‘치이익’ 하는 굉음이 현장에 울려 퍼졌다. 현대중공업의 7만 4720마력급 선박용 대형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였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의 1만 6000TEU급 컨테이너선에 탑재될 엔진의 크기는 웬만한 건물과도 맞먹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엔진 생산을 통해 누적 ‘2억 마력’이라는 기록을 세계 최초로 세웠다. 1979년 대형엔진을 처음 만든 이후 44년 만의 대기록이다. 2억 마력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급 중형차 약 125만대가 내는 출력과 같다. 최근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디젤 이외에 메탄올로도 구동할 수 있는 엔진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이날 기념식을 “2억 마력이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친환경 엔진, 나아가 친환경 조선해양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중공업이 선박 엔진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76년이다. 선박의 심장인 엔진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당시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 1979년 9380마력급 엔진 1호기를 시작으로 1992년 1000만 마력을 달성했다. 이후 생산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2005년 5000만 마력, 2010년에는 1억 마력 고지를 넘어섰다. 이날 현대중공업이 세운 기록(2억 6만 6277마력)은 2위에 무려 8000만 마력 이상 앞선다.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6%다. 아직 대형엔진은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독일 기반 다국적기업인 ‘만’, 핀란드의 ‘바르질라’ 등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제작한다. 다만 중형엔진 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으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1년부터는 모든 중형엔진을 해외 라이선스 제품이 아니라 힘센엔진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2016년 누계 1만대를 달성했다. 수주 호황으로 조선업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업계에서는 선박 엔진 사업의 인수합병(M&A)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되는 시기에 사업 시너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의 모기업인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대우조선해양을 품는 한화그룹의 한화임팩트는 올 3분기 중 HSD엔진의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절친으로 알려진 양사의 오너 3세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쟁 구도가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최근 조선업이 인력 문제에 봉착했지만, 정부가 제도 개선으로 지원해 주고 있는 만큼 저희도 200~300명의 직고용, 협력사를 통한 외국인 채용 등에 나서 일할 맛 나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쏘나타 125만대가 내는 힘”…현대중공업, 대형엔진 누적 2억 마력 달성

    “쏘나타 125만대가 내는 힘”…현대중공업, 대형엔진 누적 2억 마력 달성

    “장내가 시끄러울 수 있으니, 내빈께서는 귀마개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22일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엔진조립공장. 사회자의 안내가 끝나자 이내 ‘치이익’ 하는 굉음이 현장에 울려 퍼졌다. 현대중공업의 7만 4720마력급 선박용 대형엔진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였다.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의 1만 6000TEU급 컨테이너선에 탑재될 엔진의 크기는 웬만한 건물과도 맞먹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엔진 생산을 통해 누적 ‘2억 마력’이라는 기록을 세계 최초로 세웠다. 1979년 대형엔진을 처음 만든 이후 44년 만의 대기록이다. 2억 마력은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급 중형차 약 125만대가 내는 출력과 같다. 최근 탄소중립 트렌드에 맞춰 디젤 이외에도 ‘메탄올’로도 구동할 수 있는 엔진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이날 기념식을 “2억 마력이라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친환경 엔진, 나아가 친환경 조선해양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중공업이 선박 엔진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76년이다. 선박의 심장인 엔진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당시 경영진의 판단이 있었다. 1979년 9380마력급 엔진 1호기를 시작으로 1992년 1000만 마력을 달성했다. 이후 생산능력이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2005년 5000만 마력, 2010년에는 1억 마력 고지를 넘어섰다. 이날 현대중공업이 세운 기록(2억 6만 6277마력)은 2위와 무려 8000만 마력 이상 앞선다. 회사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36%다.아직 대형엔진은 국내 독자 기술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독일 기반 다국적 기업인 ‘만’(MAN), 핀란드의 ‘바르질라’ 등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제작하고 있다. 다만 중형엔진 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힘센엔진’으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1년부터는 모든 중형엔진을 해외 라이선스 제품이 아닌 힘센엔진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2016년 누계 1만대를 달성했다. 수주 호황으로 조선업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업계에서는 선박 엔진 사업의 인수·합병(M&A)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되는 시기에 사업 시너지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중공업의 모기업인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대우조선해양을 품는 한화그룹의 한화임팩트는 올 3분기 중 HSD엔진의 인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절친’으로 알려진 양사의 오너 3세 정기선 HD현대 사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경쟁구도가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최근 조선업이 인력 문제에 봉착했지만, 정부가 제도 개선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만큼 저희도 직고용 200~300명, 협력사를 통한 외국인 채용 등에 나서 일할 맛 나는 회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현대重, 국내 첫 LNG·수소 ‘혼소 선박엔진’ 개발

    현대중공업이 국내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함께 사용하는 엔진 개발에 성공하며 선박 엔진 수소시대의 첫발을 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지주사 한국조선해양과 계열사 현대중공업이 최근 독자 기술로 1.5㎿(메가와트)급 LNG·수소 혼소 힘센(HiMSEN) 엔진을 개발해 성능 검증을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LNG·수소 혼소 엔진은 디젤 연료와 LNG, 수소 혼합 연료를 선택적으로 사용, 수소 엔진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등의 배출을 크게 줄였다. 이 엔진은 성능 시험에서 국제해사기구(IMO)의 질소산화물 규제 중 최고 등급인 ‘티어3’을 충족해 이산화탄소와 메탄 슬립 절감 효과를 증명했다. 메탄 슬립은 완전히 연소하지 않고 배출되는 메탄을 일컫는다. LNG·수소 혼소 엔진은 선박뿐 아니라 육상용 소형·분산 발전에서의 활용도 기대된다.
  • 훈풍 부는 조선업 ‘스마트’로 실적 개선할까

    훈풍 부는 조선업 ‘스마트’로 실적 개선할까

    삼성중공업, ‘종이 없는 조선소’ 구축 앞장 현대重은 ‘힘센엔진’에 AI·IoT 기술 적용 대우조선해양, ‘스마트 LNG 운반선’ 추진조선소부터 선박까지, 조선업계에 ‘스마트 열풍’이 불고 있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선박의 생산부터 운항까지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 분위기가 모처럼 나쁘지 않은 가운데 올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스마트야드’를 구축하기 위해 잰걸음을 걷고 있다. 스마트야드란 조선소에 ICT를 도입한 것이다. 선박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반적인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것을 뜻한다.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종이 없는 조선소’ 구축이 대표적이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이런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게임 제작 엔진을 주로 생산하는 회사 ‘유니티’의 엔진을 조선소에 들여오기도 했다. 복잡한 선체 구조 설계 정보를 3차원 그래픽으로 변환한다. 방대한 정보가 모바일 기기에서도 빠르게 구동될 수 있도록 경량화하는 작업을 주로 수행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기존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종이 도면을 보고 작업했지만 이제는 모바일 장비로 수많은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종이 없는 작업장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도 ‘똑똑한 선박’을 만들기 위해 선박용 발전엔진에 AI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회사의 독자 모델인 ‘힘센엔진’에 AI와 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을 접목시켰다. 운항 중인 선박 내 기자재 가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지능형 선박기자재관리솔루션’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연비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선박에 명령을 내린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연료비가 10%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올 상반기 중 ‘스마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을 운항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LNG운반선의 운항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육지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바닥을 찍었으니 이제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있다. 특히 올해는 LNG선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분위기가 좋다”며 “중국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기술의 고도화가 핵심이다. 조선업계의 스마트 열풍은 그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6) 위기의 현대중공업그룹에 구원투수로 나선 경영인들

    이종락의 재계인맥 대해부](16) 위기의 현대중공업그룹에 구원투수로 나선 경영인들

    권오갑 부회장, 위기의 현대중공업 경영쇄신 이뤄 한영석 현대중 사장, 선박설계 전문가로 경영능력발휘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 최대 영업이익 숨은 공로자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사업과 정유, 건설기계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종합중공업 회사다.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계열 3사는 긴 불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정유사업 계열사와 현대건설기계는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의 중심에는 권오갑(67)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부회장)가 있다. 성남 효성고와 한국외대 포르투갈어과를 졸업했다. 해병대 장교 출신이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런던사무소 외자구매부 부장, 서울사무소 전무를 거쳐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지냈다. 2010년 현대오일뱅크 사장 시절, 회사 규모는 업계에서 가장 작았지만 정유부문에서 영업이익률 1위의 알짜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모든 임직원이 직영주유소에서 연간 20시간 이상 근무하도록 해 애사심을 키우도록 했다. 2014년 9월 현대중공업 사장에 취임한 뒤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 호(號)’를 진두지휘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사업재편을 마무리하는 등 그룹의 지주사체제를 확립한 주역이다. 그해 현대중공업의 실적은 역대 최악의 수준이었지만, 임원을 대폭 감축하고 비효율 사업을 과감히 재편했으며, 성과 연봉제 도입 등 임금체계를 개선하는 등 강력한 경영쇄신작업을 실시했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조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냈고, 이해 말 현대중공업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3월에는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2021년까지 기술개발에 3조 5000억원 투자,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 1만명 확보 등을 골자로 한 기술과 품질 중심의 경영을 선포하며 ‘제2의 도약’이라는 기틀을 마련했다. 한영석(61) 현대중공업 사장은 예산고와 충남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선박 설계 및 생산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온 최고의 엔지니어 출신 CEO다. 회사 내 선박 설계 전문가로 손꼽힌다. 2015년 조선사업본부 생산본부장에 오른 그는 2016년 현대미포조선 사장으로 승진했다. 현대미포조선을 3년 연속 흑자로 이끌어 중공업사장으로 영전했다.  가삼현(61) 현대중공업 사장은 인천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해외영업통으로 런던지사장을 거쳐 2014년 그룹선박영업본부의 초대 본부장이 됐다. 사장으로 승진한 이듬해인 지난해 전 세계를 직접 돌며 글로벌 주요 선사들과 영업활동을 펼친 덕분에 수주 목표를 30% 초과 달성했다.  신현대(59) 현대미포조선 사장은 충북고와 충북대 전기공학과 출신이다. 조선사업본부 계약관리, 의장, 시운전 담당을 거쳐 군산조선소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사업본부 사업대표를 맡아왔다. 이상균(57) 현대삼호중공업 사장은 장흥고와 인하대 조선공학과를 나왔다. 선박 건조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엔지니어 출신이다. 2015년부터 생산본부장을 맡아온 현장형 CEO로 손꼽힌다.  정명림(59) 현대일렉트릭 부사장은 강원 영동고와 아주대 기계공학과를 나왔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4월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인적분할하면서 설립됐으며, 변압기, 차단기 등 각종 중전기기 제품을 제작하고 있다. 정 사장은 30여 년간 고압차단기 및 변압기의 설계와 생산 등 여러 실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다.  공기영(56) 현대건설기계 사장은 마산고와 부산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31년간 건설장비 분야에서 한우물만 파온 전문가다. 이런 전문성을 인정받아 현대건설기계에서는 처음으로 내부승진을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공 사장은 지난해 4월 현대건설기계가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하면서 첫 사령탑을 맡았다.  안광헌(58)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부사장)는 서영고-경희대 기계공학과-홍익대 열유체공학 석사학위를 거쳤다. 2016년 11월 ‘엔지니어링 서비스 전문회사’인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대표를 맡았다. 안 부사장은 엔진기계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2000년 첫 독자개발 중형엔진인 힘센엔진(HiMSEN)의 개발을 주도했다.  강철호(49) 현대중공업그린에너지 대표이사(부사장)은 창원고와 서울대 동양사학과, 상해 복단대 MBA과정을 마쳤다. 10여년간 외교관으로 일하다 2004년 현대중공업 기획실로 입사, 2006년 현대중공업 중국지주회사 설립을 주도했다. 그룹 내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알려진 강 부사장은 2010년부터 중국지주회사 법인장을 맡아 현대중공업의 중국사업을 총괄해왔다. 강 부사장은 태양광발전 EPC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크게 중공업 분야와 에너지 분야로 나뉜다. 에너지 분야의 핵심 리더는 강달호(59) 현대오일뱅크 사장이다. 영훈고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문 사장은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생산부문장, 중앙기술연구원장, 안전생산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종락 논설위원 jrlee@seoul.co.kr
  • 현대重, 사우디에 대형 엔진공장 세운다

    현대重, 사우디에 대형 엔진공장 세운다

    선박 및 발전용 중형 엔진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와 합작해 현지에 대형 엔진 공장을 설립한다.현대중공업은 지난 4일 사우디 아람코(국영석유회사) 및 두수르(산업투자공사)와 ‘선박·육상용 엔진 합작 사업’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합작 법인은 2019년까지 4억 달러를 들여 사우디 동부 라스알헤어 지역에 연간 200여대를 생산할 수 있는 엔진 공장을 설립한다. 현대중공업은 합작 사업을 통해 로열티 수입과 기자재 판매, 기술 지원 등을 통한 추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내부에선 이번 합작이 자사에서 개발한 ‘힘센엔진’의 첫 라이선스(사용권) 사업이라는 점에 고무된 분위기다. 힘센엔진은 2000년 8년 현대중공업이 10년간 연구 끝에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중형 디젤엔진이다. 주로 선박이나 발전용으로 사용된다. 현재 중남미, 중동, 아시아 등 40여개국에 수출돼 세계 중형 엔진 시장에서 점유율 1위(22%)에 올라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 세계 엔진 기술 판매를 확대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국가 핵심기술 ‘힘센엔진’ 짝퉁 부품 36억어치 유통

    현대중공업 ‘힘센엔진’의 주요 부품 설계도면을 입수한 뒤 36억원 상당의 짝퉁 부품을 제작해 국내외에 판매한 일당이 해경에 붙잡혔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는 16일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S사 대표 이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박모(52)씨 등 선박부품 유통업체 대표 3명과 부품업체 M사 대표 정모(5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은 힘센엔진 노즐부품 설계도면을 이용해 2009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억원 상당의 현대중공업과 유럽·일본 부품업체의 노즐·연료 분사 장치 복제품을 만들어 중국과 유럽 등지의 선박부품업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 등 선박부품 유통업체 대표 3명과 정씨는 이씨가 제조한 6억원 상당의 짝퉁 부품에 독일과 일본의 유명 선박부품회사 상표·상호·국제해사기구(IMO) 인증번호를 새겨 정품인 것처럼 속여 유럽 등지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1100억원을 들여 10여년간의 연구 끝에 2000년 8월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선박용 중형 디젤엔진으로 올해 3월 1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중남미와 중동, 아시아 등 40여개국에 수출되는 힘센엔진은 중형엔진 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22%)를 차지한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현대중 힘센엔진 주요부품 기술 유출 일당 적발

    조선분야 7대 국가 핵심기술인 현대중공업 ‘힘센엔진’의 실린더 헤드 도면 등을 빼돌린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선박부품 수출업체인 A 교역 대표 김모(51)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500마력 이상 디젤엔진 기술에 해당하는 힘센엔진 실린더 헤드 설계도면을 협력업체 직원 등을 통해 빼돌린 뒤 2가지 모델의 금형 177개와 완제품 10개를 만들어 국내외 시장에 팔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 협력업체인 S기계대표인 한모(74)씨는 2013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은 힘센엔진 실린더 헤드 설계도면으로 완제품과 부속품 등 1900여개를 생산한 뒤 GT로 이름만 바꿔 국내외에 팔아 3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 등은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자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완제품과 금형 등을 다른 업체로 옮겨 놓거나 모래 속에 숨기는 등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힘센엔진 실린더 헤드 생산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는지 수사할 계획이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10년간의 연구 끝에 2000년 8월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중형 디젤엔진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현대重 ‘힘센엔진’ 도면 유출 의혹 수사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1일 현대중공업 힘센(HiMSEN)엔진의 설계도 일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10년간 4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2000년에 처음으로 개발한 순수 국산 선박용 엔진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 엔진 가운데 피스톤에 들어가는 중요 부품인 헤드 도면이 유출된 정황이 있다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현대중공업에 부품을 납품하지 않는 부산과 경남 창원에 있는 회사에서 엔진 헤드의 거푸집을 만드는 데 쓰는 나무로 된 모형인 목형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목형은 정규 부품을 분해하고 역설계해 만들 수 있지만 정확하게 만들지 않으면 성능이 떨어진다. 그러나 이 목형은 현대중공업이 설계한 것과 같거나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정황을 파악하고 문제의 업체에서 찍은 목형 사진 등을 제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2013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젤리피시/조수경

    [2013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젤리피시/조수경

    분홍빛 바다가 출렁인다. 수심이 가장 깊은 곳에 토막 난 엉덩이가 바짝 엎드려 있다. 둥근 엉덩이 사이로 크기와 모양이 서로 다른 페니스들이 서 있다. 페니스들은 물살이 지나갈 때마다 일제히 부드럽게 흔들린다. 한쪽에서는 실리콘 가슴이 유두를 꼿꼿하게 세운 채 먹잇감을 찾고 있다. 위험을 감지한 듯, 무지개빛깔 콘돔 무리가 빠르게 헤엄쳐 지나간다. 나는 눈을 감는다. 바다 깊은 곳까지 파고든 햇빛을 향해 고개를 든다. 눈꺼풀을 투과한 빛이 안구를 따스하게 감싼다. 빛은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온몸에 뿌리내리고 있는 뼈마디를 녹인다. 몸이 점점 더 가벼워진다. 나는 분홍빛 바다를 부유한다. 나는 휠체어 바퀴를 탄력 있게 밀었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휠체어를 미는 손에는 조금의 망설임이 없었다. 방향을 틀 때마다 짧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하늘거렸다. 출입문이 열리며 사십대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의 얼굴 위로 분홍빛 조명이 물결처럼 흘러갔다. 나는 카운터 위에 달린 회전 조명등을 껐다. - 천천히 돌아보세요. 휠체어를 밀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남자의 시선이 뒤쫓았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남자의 시선이 진열대 쪽으로 튕겨 나갔다. 남자의 눈동자는 진열대에 놓인 성인 잡지와 DVD, 콘돔 상자와 딜도를 빠르게 훑으며 한 칸씩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줄리’ 앞에서 멈췄다. ‘줄리’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었다. 그것은 유명한 포르노 여배우가 자신의 성기를 직접 본떠 만든 것이었다. 남자는 ‘줄리’의 우윳빛 허리를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허리부터 허벅지까지, 토막 난 몸뚱이를 쓰다듬던 남자는 여배우의 그곳을 구석구석 살피며 촉감을 확인했다. 남자의 턱관절이 점점 느슨해지며 입이 벌어졌다. 모니터 앞에서 바지를 내리고 앉아 있을 때도 남자는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삼 개월 할부로 몸값을 치르고, 남자는 토막 난 연인을 끌어안은 채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비록 신체 일부분이긴 하지만 남자는 매일 밤 포르노 스타와 밀애를 즐기게 될 것이었다. 이곳에 있는 상품 중 완전한 것은 없었다. 모두 분절된 신체기구뿐이었다. 발기된 페니스를 본뜬 고가의 바이브레이터, 살짝 벌어진 여자의 성기, 둥글고 탐스러운 엉덩이, 가슴 사이에 질이 달린 기형적인 기구까지 온통 토막 난 몸뚱이뿐이었다. 토막 난 몸뚱이들은 나와 제법 어울렸다. 아이처럼 작은 몸에 달린 성숙한 여자의 젖가슴, 근육이 잘 발달된 짧은 팔,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붙어 있는 가늘고 휘어진 다리는 몸통을 중심으로 하나로 이어져 있으나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법했다. 내 몸뚱이는 버려진 재료를 모아다가 아무렇게나 조립해 만든 결과물 같기도 했다. 나는 가끔 가게 안에 분해된 채로 진열된 내 몸뚱이를 상상해 보곤 했다. 오후 두 시. 노인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인의 손에는 쟁반이 들려 있었다. 나는 카운터 뒤쪽에 있는 방문을 열었다. 노인은 방 안에 쟁반을 밀어 넣은 뒤 내 몸을 들어 올렸다. 가느다란 두 다리가 아무 의지도 없이 덜렁거렸다. 노인은 나를 방 안에 내려놓은 뒤 문지방에 걸터앉아 천천히 신발을 벗었다. - 오늘은 유난히 바빴어. 공영주차장 공사가 시작됐거든. 그쪽 인부들이 다 왔지 뭐야. 한동안 바쁘겠어. 노인은 안주인과 함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동네 이름을 따서 지은 평범한 상호에, 따로 메뉴도 없이 그날그날 안주인이 만든 국과 반찬을 내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일하는 공업사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의 식당을 찾았다. 젊은 시절, 노인은 이 근방에서 기계 다루는 일을 했다. 안주인은 노인이 일하는 곳 근처에 세를 얻어 식당을 열었다. 공업사와 공구상가가 밀집된 지역이었다. 식당은 벌이가 꽤 괜찮았다. 노인은 일을 그만두고 식당에서 안주인을 거들거나 상가로 배달을 다니곤 했다. 세를 얻어 식당을 차린 노인 부부는 이제 식당이 딸린 3층짜리 건물의 주인이 되었다. 내가 노인의 건물 2층에 세를 얻어 산 것도 벌써 6년째 접어들었다. 노인은 내가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게끔 화장실을 개조해 주었다. 노인이 아니었다면 가게를 시작할 엄두도 못 냈을 것이었다. 끼니때가 되면 노인은 식당에서 밥과 반찬을 챙겨다 주었다. 때로는 나를 안고 식당에 내려가기도 했다. 한창 바쁘게 손님을 치르고 난 안주인까지 함께 둘러앉아 늦은 점심을 먹을 때면 ‘가족’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공업사 사람들은 노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밥알을 씹으며 노인 같은 사람이야말로 선행상을 받아야 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때마다 노인은 쑥스럽게 웃으며 “딸자식 같아서…”라고 겸손하게 말하곤 했다. -갈치조림이야. 손님상에 내려고 만든 건 아니고… 며느리가 보낸 걸 내가 몇 토막 졸여 달라고 했지. 방으로 들어온 노인이 쟁반을 덮고 있던 신문지를 걷어냈다. 매콤한 갈치조림 냄새가 침샘을 자극했다. 노인은 손으로 갈치 한 토막을 집어 들고 몸통 양 옆에 박혀 있는 가시를 빼냈다. -이렇게 가시를 미리 빼두면 먹기 좋지. 갈비처럼 손에 들고 뜯어 먹기도 좋고. 양념장이 묻은 손가락을 입으로 빨며 노인이 말했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갈치 살을 발라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갈치는 꽤 먹음직스러웠다. 발라낸 살을 입안에 넣자마자 연약한 살점이 부서졌다. 그제야 허기가 밀려왔다. 자작자작한 국물에 뜨거운 밥을 비벼 입에 넣고,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무를 베어 먹었다. 노인은 남은 갈치 토막을 집어 들고 가시를 제거한 뒤 살점을 발라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살점을 씹고, 국물을 삼키는 나를 보며 노인은 기름으로 번들번들해진 손가락을 자꾸만 빨았다. 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는 밥그릇 가장자리에 들러붙은 밥알을 떼어 냈다. 손톱으로 접시에 말라붙어 있는 갈치 비늘을 긁어냈다. 손톱 사이로 은빛 비늘이 반짝였다. 나는 신문지로 빈 그릇을 덮었다. 노인은 쟁반을 방 한쪽으로 밀어 놓았다. 나는 갈치 기름으로 얼룩진 신문지 귀퉁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손님이 올 거예요. -그래, 그래.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신발을 꿰신었다. -저녁 올려다 주마. 노인이 쟁반을 들고 일어서며 말했다. 나는 방 한쪽에 쌓아 놓은 상자더미 쪽으로 기어갔다. 어제 들어온 상품 몇 개를 새로 진열해 놓을 생각이었다. 상자더미 옆에는 계단식으로 만든 나무받침대가 있었다. 노인이 만들어 준 것이었다. 나는 받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가 보였다. 몸집이 큰 그는 사람들과 섞여 있어도 쉽게 눈에 띄었다. 식당에 내려가 밥을 먹을 때 그와 몇 번인가 눈이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선한 눈을 갖고 있었다. 그는 마치 바다 속 포유류 같았다. 그가 맞은편에 위치한 자동차 공업사에서 일한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다. 그리고 공업사 2층에 딸린, 내 방에서 마주 보이는 방에 살고 있다는 사실도 곧 알게 되었다. 그 후로는 받침대에 올라갈 때마다 창밖을 내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작업을 마친 그는 손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툭툭 털어내고 동료들과 함께 공업사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맨 위에 올려져 있던 상자에서 ‘투 러버스’를 꺼냈다. 페니스 모형 두 개가 하나로 이어진 상품인데, 한쪽은 딱딱하고 다른 한쪽은 부드러운 질감을 하고 있는 기구였다. 이것은 마치 머리가 둘 달린 뱀처럼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튜브 걸’도 꺼냈다. 여체를 본뜬 비닐 튜브에 바람을 주입한 뒤, 성기 부분에 실리콘으로 제작한 질 모형을 끼워 넣고 사용하는 상품이었다. 모양이나 촉감은 ‘리얼 돌’에 못 미치지만 저렴한 가격이 ‘튜브 걸’의 장점이었다. 나는 두 개의 상품을 들고 가게로 나갔다. ‘투 러버스’를 딜도 옆에 나란히 진열해 놓은 뒤, 납작하게 눌린 ‘튜브 걸’의 몸에 숨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밋밋한 얼굴과 유두 없는 가슴이 조금씩 부풀어 올랐다. 흐느적거리던 비닐 다리에도 팽팽하게 공기가 차올랐다. 나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튜브 걸’의 다리를 벌리고 핑크빛 질을 끼워 넣은 뒤 무릎 위에 앉혔다. 공기처럼 가벼운 여인을 한 팔로 끌어안고 가게 중앙으로 휠체어를 밀었다. 나는 춤을 청하듯 정중하게 ‘튜브 걸’에게 손을 내밀었다. ‘튜브 걸’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동그란 원을 그리듯 휠체어를 밀었다. 멀어질 듯 밀착되고, 흐느끼듯 가라앉다 이내 경쾌하게 튀어 오르던 춤. 오래전 영화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흘러나왔던 연주곡을 흥얼거리며 나는 ‘튜브 걸’과 함께 가게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다.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춤추기를 멈췄다. -제법인데. P공업사 사장 최 씨였다. 최 씨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가게를 찾아왔다. 최 씨는 나에게서 ‘튜브 걸’을 빼앗아간 뒤, 춤을 추는 시늉을 했다. 나는 ‘튜브 걸’을 거칠게 낚아채 한쪽에 세워 두고 가게 문을 잠갔다. -이쪽으로 오세요. 최 씨가 나를 따라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알코올로 기구를 닦아 내는 동안 최 씨는 양말과 바지, 그리고 팬티를 차례로 벗었다. 나는 최 씨 쪽으로 기구를 밀었다. 무릎을 세운 채 다리를 한껏 벌리고 있는, 여자의 하반신을 본뜬 기구였다. 최 씨는 내가 건넨 윤활제를 자신의 성기에 발랐다. -거기 있어. 네가 보고 있으면 더 흥분이 되거든. 이곳에 찾아오는 남자들 대부분이 내게 자신들의 행위를 지켜봐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나에게 섹스를 요구한 사람은 없었다. 기구가 아닌 진짜 여자와의 섹스를 원했다면 그들은 다른 곳에 갔을 것이었다. 대신 그들은 내가 여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해했다. 나는 남자들이 기구 안에 사정을 할 때까지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그들을 지켜보곤 했다. 때로는 기구에서 여자의 상반신이 자라나는 상상을 하거나, 기구처럼 남자들의 상반신이 사라지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일을 마친 최 씨가 기구에서 몸을 빼냈다. 나는 전기주전자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커피 잔에 인스턴트커피를 쏟아부었다. 황갈색 커피 알갱이가 잔 위로 우박처럼 떨어졌다. 하얀 프림이 쏟아지며 커피 알갱이 사이를 파고들었다. 입자가 고운 프림은 카리브 해의 모래를 닮았다. 카리브 해에는 영원히 죽지 않는 해파리가 산다고 했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언젠가 TV에서 본 그 해파리의 이름을 천천히 발음해보았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는 성장과 퇴행을 무한히 반복한다고 했다.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 1cm도 안 되는 이 작은 해파리는 죽지 않고 끊임없이 번식하며 전 세계 바다로 퍼져 나가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했다. 지구상에서 모든 생명체가 사라진다 해도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는 태고로부터 멀고 먼 미래까지, 끝없이 헤엄쳐 갈 것이었다. 바다를 가득 메운 영생불사의 생명체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헤엄쳐 오는 환영. 나는 몸을 떨었다. 아주 오래전, 나는 해파리였다. 뇌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흐물흐물한 두 다리는 내가 해파리의 삶을 살았다는 흔적기관으로 남아 있었다. 분출하는 법은 잊었지만, 여전히 분비되고 있는 독이 동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지며 현기증이 일 때도 종종 있었다. 물이 끓었다. 나는 최 씨에게 커피를 건넸다.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 최 씨는 커피값을 기구 옆에 내려놓았다. 나는 해변에 누워 바다를 바라본다. 수평선 끝에 태양이 반쯤 걸려 있다. 태양은 바다 위로 황금빛 길을 만들고 있다. 황금빛 길을 따라 무언가 해변을 향해 헤엄쳐 오고 있다. 그것은 수면 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헤엄쳐 온다. 물살이 점점 거세진다. 하지만 나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해변에 가까워지면서 그것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검은 고래다. 고래와 나는 서로 마주 본다. 나는 고래의 등 위로 기어 올라간다. 고래의 등은 생각처럼 미끄럽지 않다. 그리고 따뜻하다. 나를 태우고 고래는 다시 바다로 헤엄친다. 내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고래는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친다. 물살에 발등이 간지럽다. 낯설다. 나는 내 다리를 내려다본다. 길고 튼튼한 다리가 쭉 뻗어 있다. 나는 다리를 한껏 뻗어 물살을 가른다. 잠결에 쇠가 또 다른 쇠붙이 안으로 파고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떴다. 철컥, 하고 가게 출입문이 열린 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다시 출입문이 슬며시 닫히는 소리, 쇠붙이가 돌아가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이어졌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로 허공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는 귀가 예민해지는 법이었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방문이 천천히 열렸다. -벌써 잠이 든 게냐? 노인이었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방문을 등지고 돌아누웠다. -저녁상 봐왔다. 불을 켜지도 않은 채, 노인은 방 한쪽에 쟁반을 내려놓았다. -저녁은 먹고 자야지. 노인은 문지방에 걸터앉아 신발을 벗었다. -갈치찌개다. 남은 갈치 넣고 끓였는데 맛이 아주 개운하다. 노인이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오며 말했다. 노인이 등 뒤에서 나를 끌어 안았다. 노인의 손이 티셔츠 안으로 밀려들어왔다. 노인의 피부는 차갑고 거칠었다. 노인은 내 가슴을 성급하게 움켜쥐었다. 노인은 내 등 뒤에 바싹 붙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물을 벗고 있는 커다란 곤충이 등 뒤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멀리,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렸다. 간간이 쇠를 자르는 날카로운 소리도 들려왔다. 공업사에서는 종종 야간까지 작업을 하곤 했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나는 어두운 방 안에 누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쇠가 잘리는 소리는 비명소리 같았다. 그것이 쇠붙이에서 피 맛이 느껴지는 이유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이불로 온몸을 꽁꽁 감싸고 누워 기계가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소리를 듣다 잠이 들곤 했다. 노인이 긴 숨을 토해냈다. 허물처럼 노인의 몸이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만 같았다. -입맛 없으면 뒀다가 아침에 데워 먹어라. 방문을 닫기 전, 노인이 말했다. 가게 문이 열리고 다시 닫힐 때까지 나는 어둠 속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노인의 발소리가 멀어지고 난 뒤, 나는 기구를 소독하듯 내 몸 구석구석을 닦아 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배고픈 아기마냥 희미하게 울다가도 이내 앙칼진 비명을 질러댔다. 안주인은 또 잠에서 깨어났을 것이었다. 그녀는 평소에 전화벨이 울려도 못 들을 만큼 깊은 잠에 빠지는 편인데, 고양이 울음소리만 들리면 이상하게 잠에서 깨어난다며 투덜거리곤 했다.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단순히 교미를 하고 있는 짐승이 아닌, 이제 막 성의 유희를 알게 된 계집 같다며 몸서리치기도 했다. 나는 노인이 두고 간 쟁반을 끌어당겼다. 밥공기를 거꾸로 들고 흔들었다. 차갑게 식은 밥덩이가 갈치찌개 위로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비닐봉지 안에 담은 뒤 나무받침대 맨 위까지 기어 올라갔다.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응시했다. 캄캄한 골목길에서 몸집이 작은 고양이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나는 비닐봉지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비린내를 맡은 고양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곧 생명을 잉태할 어미 고양이에게는 충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할 것이었다. 전봇대 아래 둥그런 물체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쓰레기더미일 것이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고양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맞은편, 그가 살고 있는 방을 바라봤다. 불이 꺼져 있었다. 창문은 밤하늘보다 더 어두운 빛깔을 하고 있어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낮에 본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자동차 보닛을 열고 부품을 교체하던 중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육중한 부품들을 그는 날렵한 동작으로 들어내고 또 갈아 끼웠다. 그의 손을 거치고 나면 자동차는 매끄러운 엔진 소리를 냈다. 그는 무엇이든 고칠 수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그는 내 몸을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괴한 모양으로 붙어 있는 팔과 다리를 몸통에서 분해한 뒤 정상적인 팔과 다리를 다시 이어 붙이고 조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때, 그의 집 창가에 커다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나는 재빨리 몸을 숨기며 받침대에서 기어 내려왔다. 안주인이 자꾸만 하품을 했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지난밤 잠을 설친 탓이었다.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는 손으로 열무를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노인이 두부조림을 반으로 잘라 내 밥 위에 얹어 주었다. -양념장이 간간하니 입맛이 돌 게다. 나는 노인이 얹어 준 두부를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었다. 두부에 배어 있던 물기가 밥알 사이로 스며들었다. 노인은 배추김치를 손으로 찢어 밥 위에 올려 주고 코다리찜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주었다. 안주인이 열무를 집어 먹던 손을 앞치마에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으면서도 식당 출입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안주인의 오랜 습관이었다. 곧 식당 문을 밀고 남자 몇몇이 들어왔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온 사람들 중에 그가 있었다. 빈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그는 나와 마주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안주인이 부엌에 들어가 국을 데우는 동안, 노인은 밑반찬을 가져다 날랐다. 나는 밥알을 씹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는 코다리찜을 한입에 넣고 씹다가 입을 우물거리며 가시를 뱉어냈다. 그의 젓가락은 계란말이를 자주 집어 들었다. 그는 국그릇을 한 손으로 들고 후루룩 국물을 삼켰다. 콧등에 땀이 맺히자 손등으로 스윽 닦아냈다. 숟가락질 서너 번 만에 그는 밥 한 공기를 비웠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물로 입가심을 하던 그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노인이 맞은편 자리로 와 앉았다. -다 먹은 게냐? 노인이 물었다. 노인 뒤로 그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노인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노인이 나를 안으려는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올려다 줄게요. 그가 노인에게 말했다. 노인 옆에 서자 그의 몸집은 더 커보였다. 노인은 그와 내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그가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그는 나를 안은 채로 식당 문을 열고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랐다. 그의 새끼손가락이 내 가슴에 아슬아슬하게 닿아 있었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콧날에서 인중으로, 인중에서 다시 윗입술로 이어지는 선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윗입술에 비해 아랫입술이 들어가 있고 아래턱이 짧아 그는 고집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휠체어에 나를 내려놓았다. 그의 목덜미가 내 얼굴에 닿을 듯했다. 그는 후, 하고 숨을 짧게 내뱉었다. 그는 물건을 사러 온 손님처럼 가게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나는 휠체어를 밀고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나를 돌아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뭐 좀 마실래요?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에게 들어오라는 시늉을 하고 방문을 열었다. 방바닥에는 포장하려고 꺼내 놓은 상품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인터넷 쇼핑몰 주문량이 나날이 늘고 있었다. 나는 상품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그가 앉을 자리를 만들었다. 방에 들어온 그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반쯤 찔러 넣고 머뭇거렸다. 방바닥에 앉아서 바라보니 그는 더욱 커 보였다. 엉거주춤하게 선 자세로 방안을 휘휘 둘러보던 그가 갑자기 창가로 걸어갔다. -내 방이 마주보이는군요.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그는 정말 모르고 있었던 걸까. -저기가, 그가 손을 쭉 뻗으며 맞은편을 가리켰다. -내 방이거든요. 그가 천진하게 웃었다. 방바닥에 앉아 있는 나는 창문 너머 그의 집을 볼 수가 없었다. 그제야 눈치 챈 듯,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창문 앞에 놓인 나무받침대를 흘끗 쳐다보고 내 옆에 와 앉았다. 나는 전기주전자 쪽으로 몸을 끌었다. 양손으로 바닥을 짚고, 손을 짚은 곳까지 엉덩이를 끌어당겼다. 작고 가느다란 두 다리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꼬리처럼 흐물흐물 따라왔다. 그가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더 무거워졌다. 전기주전자에 물이 끓는 동안 그는 주문 목록을 집어 들고 천천히 훑어봤다. 상품명을 일일이 소리 내어 읽다가 그는 중간중간 주변을 돌아보며 해당 상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상품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내가 커피를 건네고 나서야 그는 주문 목록이 적힌 종이를 내려놓았다. 나는 바닥에 늘어놓은 상품들 중 딜도를 손에 쥐었다. 나는 익숙한 솜씨로 딜도를 포장해 상자에 넣었다.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콘돔 두 개도 빠뜨리지 않았다. 상자를 테이프로 봉한 뒤 나는 ‘식스팩맨’을 끌어당겼다. 탄탄한 복근부터 허벅지까지 만들어놓은 것으로 ‘초콜릿 복근’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출시된 상품이었다. ‘식스팩맨’을 개발한 회사에서 상품을 광고할 때 내건 문구는 ‘지금은 여성 상위시대’라는 말이었다. 광고 문구를 읽을 때마다 나는 구시대의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레즈비언 커플을 위한 기구를 포장했다. 벨트를 허리에 두르면 여자도 남자의 성기를 몸에 지닐 수 있었다. 내가 상품을 포장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던 그가 여자의 엉덩이를 본뜬 상품을 집어 들었다. 그는 내 손놀림을 곁눈질해가며 여자의 엉덩이를 포장했다. 엉덩이를 움켜쥐는 그의 손등 위로 핏줄이 일어섰다. 나는 페니스 모형을 말아 쥐었다. 불끈 튀어나온 핏줄까지 정교하게 만들어 놓은 상품이었다. 그의 시선이 느껴져 손의 감각이 예민해졌다. 나는 페니스를 더욱 세게 말아 쥐었다. 그는 포장한 엉덩이를 상자에 넣고, 이번에는 실리콘 가슴 모형을 끌어당겼다. 그의 커다란 손 안에 한쪽 가슴이 가득 찼다. 그의 시선이 내 가슴 쪽으로 옮겨 왔다. 순간, 아랫도리에 더운 피가 고여 들었다. 나는 실리콘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그의 손을 끌어다 내 가슴에 가져다댔다. 잠시 멈칫했던 그의 손이 이내 옷 속을 파고 들었다. 나는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두 개의 다리가 공중으로 솟아올랐다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옷 속을 파고든 그의 손이 몸의 굴곡을 따라 느리게 움직였다. 온기가 지나간 자리에 소름이 돋아났다. 가슴과 배꼽 위에 차례로 머물던 따스한 기운이 순간 사라졌다. 그가 치마를 거칠게 잡아끌었다. 나는 그의 손을 다급하게 막았다. -일 끝내고, 나는 창문을 올려다보았다. 빛이 한창 쏟아지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짧고 가느다란 다리가 여과 없이 보일 터였다. 다리를 보게 되면 햇볕에 말라죽은 강장동물의 사체라도 발견한 듯, 그의 눈은 경멸로 가득해질 것이었다. -밤에 다시 와줄래요? 그가 내게서 몸을 뗐다. 그는 몸의 열기를 빼내듯, 숨을 길게 내뱉고 일어났다. 포장이 끝난 상자 몇 개를 한쪽에 쌓아 두고 그는 방에서 나갔다. 오후 일곱 시. 나는 딜도를 크기별로 보기 좋게 정리했다. DVD를 진열해 놓은 선반을 손바닥으로 쓸어 보니 먼지가 묻어났다. 물티슈를 뽑아 선반에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내친김에 다른 진열장에 쌓여 있는 먼지도 닦았다. 출입문 손잡이 부분은 늘 손님들의 지문으로 얼룩져 있었다. 나는 물티슈를 한 장 더 뽑아서 손잡이 부분을 닦았다. 휠체어를 뒤로 밀어 얼룩이 남은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카운터 주변까지 정리를 마치고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택배기사가 상자를 수거해 가고 난 뒤에 방안을 쓸고 걸레질까지 했지만, 나는 물티슈로 방바닥을 한 번 더 훔쳐 냈다. 가지런히 개어 놓은 이불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노인의 냄새가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불 귀퉁이에 향수를 살짝 뿌려두고 나서야 나는 안심했다. 욕실 문을 열고 쓰윽 훑어봤다. 거울도, 세면대도, 바닥도 모두 말끔했다. 세면대 옆에 걸어둔 수건이 낡아 보였다. 나는 서랍장을 열고 비교적 깨끗해 보이는 수건을 찾아 욕실에 새로 걸어 두었다. 그가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열고 화장품을 꺼냈다. 파우더 퍼프를 두드려 이마와 콧등의 기름기를 지웠다. 턱을 살며시 들고 마스카라를 덧발랐다. 손거울 안에 들어있는 여자의 얼굴이 제법 도도해 보였다. 나는 턱을 든 채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움직여 보기도 하고 입 꼬리를 올려 웃어 보기도 하다가 키스를 기다리는 여자처럼 입술에 긴장을 풀었다. 거울을 끌어당기고 살짝 벌어진 입술 안을 들여다보았다. 세상을 향해 처음 속살을 내보인 패류(貝類)처럼 나는 재빨리 입술을 닫았다.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카운터 서랍을 급히 닫고 미리 띄워 놓은 인터넷 쇼핑몰 창을 들여다보며 주문량을 확인했다. 문이 열리며 발자국 소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제야 모니터 너머로 고개를 빼고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노인이었다. -문 닫고 내려가서 저녁 먹자. 일곱 시 사십 분. 평소대로라면 벌써 가게 문을 닫았을 시간이었다. -손님이 올 거예요. 나는 다시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노인은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 출입문 밖으로 나갔다. 노인의 발자국 소리가 희미해지자 나는 가게에 불을 켜둔 채 방문을 열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이미 어두웠다.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걸까. 나는 상체를 숙여 손으로 방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끌어내렸다. 쿵, 소리가 났지만 이 정도 충격에는 이미 단련되어 있었다. 나는 어두운 방안을 기어갔다. 방바닥에 가로등 불빛이 창문 모양으로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나는 계단식으로 만들어 놓은 나무받침대를 한 칸씩 올라갔다. 팔 근육은 웬만한 성인 남자보다 더 굵고 튼튼했다. 창밖으로 그의 방 창문이 보였다. 불이 꺼져 있었다. 공업사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빠른 속도로 나무받침대를 내려왔다. 휠체어에 올라타고 카운터로 나갔다. 모니터에 인터넷 쇼핑몰 창을 띄워 놓은 채, 나는 가끔씩 출입문 쪽을 바라봤다. 배송해야 할 상품목록을 정리하고, 제조사에서 보낸 신상품 카탈로그를 살펴봤다.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어느덧 아홉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을 기어 나무받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의 방 창문이 보였다. 불이 켜져 있었다. 나는 창가에 바짝 붙어 그의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나무 책상이 보였고 침대 모서리가 보였다. 멀리서 자동차가 사이렌을 요란하게 울리며 지나갔다. 소리는 점점 멀어지다 사라졌다. 침대 모서리 밖으로 하얀 다리가 튀어나왔다. 창틀에 가려져 다리의 일부만 보였지만 그의 것은 아니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돌려 벽에 등을 기댔다. 나는 침을 삼켰다. 나는 다시 몸을 낮추고 창밖을 내다봤다. 하얀 다리 사이로 그의 커다란 몸뚱이가 보였다. 하얀 다리가 그의 허리를 감쌌다. 곧은 뼈와 그것을 감싸고 있는 탄력 넘치는 근육. 근육이 움직이며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곡선. 관절의 거칠고도 부드러운 움직임. 실리콘도, 비닐 튜브도 아닌 살아 있는 다리. 만져 보고 싶었다. 나는 카운터 위에 달린 회전 조명등을 켰다. 꼿꼿이 서 있는 딜도와 납작하게 웅크리고 있는 엉덩이 위로 분홍빛이 내려앉았다. 휠체어를 밀고 가게 안을 둘러봤다. 나는 포르노 스타의 토막 난 몸뚱이 앞에서 멈췄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질을 가지고 있는 포르노 스타 옆에는 실리콘 가슴이 누워 있었다. 나는 계속 가게 안을 둘러봤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성인 잡지에서 종종 봤으나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나는 잡지를 집어 들고 휠체어를 밀었다. 나는 여자의 얼굴이 크게 인쇄된 면을 찾아 방바닥 한가운데에 잡지를 펼쳐 놓았다. 그 아래로 실리콘 가슴을 가져다 놓았다. 나는 다시 포르노 스타의 토막 난 은밀한 부위, 그리고 여자의 다리를 본뜬 쿠션을 차례로 가져다 놓았다. 나는 내가 창조해 낸 여자 옆에 나란히 누웠다. 카리브 해의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여자와 나는 백사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분홍빛 파도가 밀려와 여자와 내 몸을 적신다. 여자의 분절된 몸이 하나로 이어진다. 여자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운다. 한 걸음씩 발을 내딛다 여자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전라의 아름다운 육신이 부드럽게 출렁인다. 여자는 춤을 추며 내게 다가온다.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 여자는 주문을 외우고 섬세한 손길로 내 다리를 쓰다듬는다. 숨을 불어넣은 ‘튜브 걸’처럼 가늘고 휘어진 두 다리가 조금씩 부풀어 오르며 감각이 되살아난다. 탐스럽게 살이 오른 두 다리가 공중으로 뜨기 시작한다. 다리와 함께 내 몸도 붕 떠오른다. 내 몸은 분홍빛 바다 위를 떠다닌다. 따스한 물결이 몸을 부드럽게 감싼다. 투명한 몸에서 빛을 발하는 해파리들이 바다 깊은 곳에서 하나둘씩 떠올라 해면을 부유한다. 해파리들이 헤엄쳐와 내 몸을 핥듯이 뒤덮는다. 목을 감싸고 가슴 위로 미끄러지고 내 몸 안을 깊숙이 파고든다. 태양과 바다가 맞닿은 곳을 향해 나는 해파리들과 함께 헤엄친다. [당선소감] 연인이 세상 떠난 벼랑끝, 거짓말 같은 일이…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삼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쏟아졌고, 나의 연인은 세상을 떠났다. 감당이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이쪽이 아닌, 저쪽 세상을 바라보던 시간이었다. ‘나’도 잃고 ‘언어’도 잃은 시간이었다. 두려웠다. 벼랑 끝에서,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정말, 거짓말 같은 일이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달려가며 세상을 편리하게 만드는 사람들과 느리게 걸으며 주변을 돌아보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 나는 후자 쪽을 꿈꾼다. 어릴 때부터 꿈은 하나였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언제나 명확했다.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삶의 사각지대였고, 나는 그것을 문장으로 만들고 싶었다. 이제, 간신히 ‘입장권’을 받은 기분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임을 잘 알고 있다. 글. 그림. 여행. 세상 구경 실컷 하고, 아이들, 동물들과 사랑을 나누는 삶.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글’의 힘을, 나는 믿는다. 늦게 출발한 만큼 더 열심히 쓸 것이다. 제게 ‘숨’인 소중한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좌뇌를 물려주신 아빠, 우뇌를 물려주신 엄마, 가장 소중한 우리 가족, 사랑합니다. 등단하면 찾아뵙겠다며 지금껏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어요. 조해룡 교수님, 곧 찾아뵐게요. 대모님을 비롯해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신 많은 분, 믿고 응원해 준 친구들, 특히 집 밖에 나가지 않는 나를 위해 식량과 각종 영양제를 배달해 준 재경양, 모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모습 그대로, 내 안에 영원히 방부 보존되어 있을 당신, 그곳에서 늘 지켜봐 주세요. ■약력 ▲1980년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현재 SBS 라디오 작가 [심사평] 인간의 깊은 내부세계 들여다보는 문제작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전통적으로 좋은 작품, 좋은 작가를 새롭게 배출하는 자리로 알려져 왔다. 최근 이은선, 차현지, 김가경과 같은 재능 있는 작가들을 문단에 새로 내놓았고 이들은 이미 활발한 문단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힘센’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본심을 맡으면서 우리는 비상한 관심과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들은 모두 열두 작품 정도. 생각보다 많은 예심 통과작은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시간적으로도, 마음 씀씀이로도 쉽지 않은 일을 하도록 했다. 두 사람이 미리 배송해 받은 예심 통과작을 읽고 그 가운데 몇 편을 추려 꺼내 놓은 후보작은, 한 사람은 두 편, 다른 한 사람은 네 편. 공교롭게도 한 사람의 네 편 가운데 다른 사람의 두 편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 두 편의 제목은 조수경의 ‘젤리피시’와 이완의 ‘아빠의 네트워크’. 두 작품 모두 나무랄 데 없는 수작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아빠의 네트워크’는 아들의 시선으로 아버지의 세계를 조명한 독특한 작품이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작중 화자의 시각이나 생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녹록지 않은 생활을 이어 가는 인물들 모두의 삶에 흐르는 생기나 활력은 이 소설의 작가가 성숙한 세계인식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수경의 ‘젤리피시’는 어떻게 보면 더 독특하면서도 문제적인 생각을 전달하는 것 같다.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일하는 고독한 장애 여성의 시점을 취한 것은 이 작품을 쓴 사람이 세태와 시류를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유행감각의 소산이 아니다. 이 작가는 인간의 깊은 내부 세계를 들여다보는 안목을 갖추었다. 또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묘사 능력도 탁월했다. 심사위원들은 고심 끝에 조수경의 ‘젤리피시’를 당선작으로 올렸다. 문제작을 당선작으로 올린 것에 만족한다. 조수경에게 축하드리며 정진을 당부한다. 이완은 이것으로 낙심하지 말고 힘내시길.
  • [경제플러스] 현대重 ‘힘센 H35G’ 개발

    현대중공업은 고출력 친환경 가스엔진인 ‘힘센 H35G’를 독자 개발하고 27일 시동식을 가졌다. 이 엔진은 지름 35㎝의 실린더 20개가 왕복 피스톤 운동을 하고, 최대 출력이 1만 3000마력에 달하는 가스엔진이다. 선박 추진은 물론 육·해상 발전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디젤 엔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줄였고, 유해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NOx) 배출량도 97% 줄였다.
  • 코리아 대표기업 세계로 - 중공업

    코리아 대표기업 세계로 - 중공업

    조선업계는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중소 조선업체들은 발주 취소가 잇따르면서 줄도산 사태에 직면하는 등 ‘쓰나미’를 겪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주요 업체들도 위기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조선산업이 오히려 경기 불황을 발판 삼아 중국 등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위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망은 밝다. 과감한 투자와 세계 최고의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을 발판으로 수주 기근을 차근차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경영 환경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 하반기엔 세계 주요 업체들의 선박 및 해양플랜트 등의 발주가 잇따르고, 이를 우리 업체들이 상당 부분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가올 호황기에 시장지배력을 더욱 단단히 하기 위해 기술개발, 설비투자, 신성장동력 발굴 등에 보다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삼성중공업 - 고부가가치 드릴십 세계점유 66% 삼성중공업은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세계 선박 전시회인 ‘노르시핑(Nor-Shipping)’에서 현재 건조 중인 11만t급 셔틀 탱커 ‘아문센 스피릿’호가 국내 업계 최초로 친환경 선박상을 수상함으로써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고부가가치선의 대표 선박이자 해양분야의 성장엔진인 드릴십 분야에서 경쟁자를 찾기 힘들 정도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세계 최고가 선박으로 기록된 1조원짜리 드릴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19척 중 11척을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드릴십은 북해 극지용으로 북해 지역 해상 조건을 극복하고 원유를 캘 수 있는 특수 선박이다. 삼성중공업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에서 발주된 44척의 드릴십 가운데 29척을 수주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66%로 세계 1위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극지용 드릴십은 지식경제부로부터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수주한 ‘천연가스 저장 및 생산 설비(LNG-FPSO) 역시 조선업계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LNG-FPSO는 기존의 대형 LNG선보다 가격이 4배 이상 높다. 일반적인 FPSO와 달리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주된 천연가스용 FPSO로,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5척 모두를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이르면 이달 중 네덜란드 로열더치셸사가 발주할 예정인 50억달러 규모의 LNG-FPSO 프로젝트에서도 삼성중공업의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가스저장선(LN G-FSRU) 및 드릴링 FPSO 등 신개념 복합선박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LNG-FSRU선은 육상에서 멀리 떨어진 해상에 설치하는 대규모 하역 및 보관설비다. 삼성중공업은 이미 30만㎥급 FSRU의 선형을 개발하고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과 LNG-FPSO, 쇄빙유조선 등 세계 최고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하고, LN G-FSRU와 드릴링 FPSO 및 풍력발전설비사업과 같은 신규 사업을 착실히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은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복합선박과 북극지방에 적합한 신개념의 선박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2012년에는 세계 초일류회사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나 일본의 조선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일반 유조선이나 중형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은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기술력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벌크선 수주 잔량이 단 한 척도 없다. 삼성중공업은 연평균 70% 이상의 높은 수주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조선경기 하락 우려 속에서도 지난해 모두 54척, 153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연간 수주목표인 150억달러를 초과 달성하며 세계조선업체 중 수주량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풍력발전 사업도 추진한다. 주력 제품으로는 3㎿급 육상용과 5㎿급 해상용 풍력발전 설비를 구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풍력발전의 핵심장치인 ‘블레이드(바람을 전기로 바꾸는 장치)’와 선박용 프로펠러에 적용되는 기술이 서로 유사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발전설비 설치작업 역시 대규모 토목·플랜트 공사를 수행해 온 건설부문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투자비가 가장 적게 든다. 전력 생산단가도 5분의1 수준에 불과해 친환경 에너지 가운데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현대중공업 - 선박엔진 등 14개 제품 세계 1위 자타 공인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경쟁력에서도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최근 워싱턴에 위치한 미국 최대 국립박물관인 ‘미국역사박물관’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세계적인 위상을 보여 주는 ‘사건’이 있었다. 이곳에 현대중공업이 1997년, 2004년에 미국과 그리스에 인도한 선박 2척의 축소 모형과 사진이 전시된 것이다. 20년간 현대중공업의 조선 경쟁력과 위상을 세계에 전파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뿐 아니라 엔진기계, 육·해상 플랜트, 건설장비, 전기전자 등 6개 사업부를 가진 종합중공업회사이다. 2008년엔 124억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켜 나가는 데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이 뒷받침됐다. 지난해 12월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세계일류상품 선정 현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총 25개로 세계일류상품 수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국내 최다 보유 기업이 됐다. 세계일류상품이란 지경부가 세계시장규모 연간 5000만달러 이상인 제품 중 시장점유율 10% 이상, 5위 이내의 제품을 선정하는 제도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만든 제품 중에서 선박 및 부유식원유생산저장설비(FPSO), 선박용 대형엔진 등 14개 제품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현대중공업의 핵심 경쟁력은 역시 선박이다. 선박은 회사 전체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대표 품목이다. 최근에는 특히 엔진 분야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00년 현대중공업이 4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국내 유일의 국산모델인 ‘힘센엔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결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01년 처음 힘센엔진 4대를 생산한 이후 2007년 832대, 2008년 1700대를 생산했으며, 2009년에는 약 1900대를 생산·수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은 나이지리아에 15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FPSO를 앞당겨 인도했다. 우리나라의 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10억달러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FPSO는 1기당 가격이 15억∼20억달러에 이르는 초부가가치 해양설비다. 현대중공업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9년 4월 세계 최초로 100만t급 FPSO 전용 도크를 완공했다. 이에 따라 일반 상선용 도크에서보다 FPSO 조업기간을 5.5개월에서 4.5개월로 1개월 단축하고 생산원가도 15∼20% 절감할 수 있게 돼 글로벌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시설 투자액의 20%인 2800여억원을 이 부문에 투입할 계획이다. 내년까지는 폴리실리콘에서부터 잉곳, 웨이퍼, 태양전지, 모듈, 발전시스템까지 생산하는 태양광 사업 전 분야에 진출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러시아 연해주 소재 하롤 제르노 영농법인의 지분 67.6%를 인수하는 등 농업부문도 확대하고 있다. 이 영농법인은 연해주 하롤스키 라이온 지역에서 1만㏊(1억㎡) 규모의 농장을 소유,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 넓이의 33배에 이르는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2012년까지 추가로 4만㏊의 농지를 확보, 2014년까지 연간 6만t의 옥수수와 콩을 생산해 국내 축산 농가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국내시장의 25% 차지…디젤차의 모든 것

    국내시장의 25% 차지…디젤차의 모든 것

    올 상반기 국내 신규등록 자동차는 52만 2472대. 이 중 12만 7768대(24.5%)가 경유를 쓰는 디젤엔진 차였다. 디젤차가 국내 차 시장의 4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보편화돼 있지만 디젤차의 특성에 대한 일반의 이해도는 그리 높지 않다. 디젤차의 정체를 확인해 보자. 여러분 안녕? 난 디젤 마을의 귀염둥이 ‘루돌프’야. 왜 루돌프냐고? 디젤 엔진의 원조인 독일 기술자 루돌프 디젤(1858∼1913) 할아버지처럼 훌륭하게 크라고 아빠가 붙여주셨어. 요즘 들어 우리 디젤차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으시더군. 늘어나는 레저용차량(RV)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지금부터 여러분에게 우리를 소개해 볼게. ●고온압축 공기의 자기발화 우리는 가솔린 마을 차들이 갖지 못한 장점이 꽤 많아. 딱 하나만 얘기할까. 현대촌 ‘아반떼’(1600㏄ 자동변속기)를 비교해 보자고. 가솔린은 최대토크가 15.6㎏.m/4200rpm밖에 안 되지만 우리 친구들은 26.5㎏.m/2000rpm이나 돼. 연비도 우리쪽이 ℓ당 16.5㎞로 가솔린 13.8㎞보다 훨씬 높지. 엔진구조를 들여다볼까. 가솔린 엔진은 휘발유 10%·공기 90%의 비율로 섞인 혼합기체가 압축상태로 실린더에 들어가면 점화플러그가 불꽃을 튀기면서 폭발이 일어나지. 하지만 우리는 억지로 불꽃을 튀기지 않아. 공기만 흡입한뒤 이걸 약 20분의1 정도로 압축을 시키지. 그러면 공기가 분자활동 때문에 열을 받게 돼. 섭씨 500도 이상으로 뜨거워지면 그 때 노즐을 통해 경유를 모기약 스프레이처럼 칙∼ 하고 분사하는 거야. 그때 폭발이 일어나면서 엔진이 돌게 되지. 자기발화를 하는 구조여서 가솔린 엔진과 달리 불완전 연소가 거의 없어. ●디젤은 힘센 황소… 가솔린은 달리는 말 잠깐 휘발유와 경유의 특성을 살펴볼까. 헷갈리는 얘기일 수도 있는데 휘발유는 인화성(引火性)이 좋고 경유는 착화성(着火性)이 좋아. 휘발유는 외부 불꽃에 의해 쉽게 불이 붙지만 경유는 그렇지는 않아. 대신에 온도가 올라갔을 때 점화플러그와 같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불타는 특성(착화성)은 오히려 휘발유보다 강하지. 통상 섭씨 300도 정도면 스스로 불이 붙거든. 각각의 엔진이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쓰게 된 이유 이제는 알겠어? 통상 디젤차들이 토크는 좋은데 마력은 떨어진다고 하잖아(서울신문 6월4일자 18면). 그 이유는 이런 거야. 우리는 압축비가 굉장히 높다고 했잖아. 그러다 보니 엔진 연소실이 가솔린보다 훨씬 길어. 당연히 피스톤 왕복에 드는 시간도 가솔린 엔진보다 오래 걸리지. 회전 수가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마력이 낮아지는 이유야. 반면에 연소실이 기니까 폭발하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돼. 그래서 디젤이 토크가 강하지. 가솔린을 달리는 말에 비유하자면 우리는 다소 느리지만 힘센 황소라고나 할까. 최근의 성능 향상도 우리쪽이 좀 나아. 지난 30년간 가솔린 엔진의 토크는 두 배로 개선됐지만 우리 디젤은 세 배가 됐대. 우리더러 너무 시끄럽다고 비난하는 사람들 많잖아. 가솔린이나 우리나 똑같이 4행정 기관을 쓰기 때문에 소음 발생경로는 비슷하지만 경유가 폭발력이 더 강하고 고압으로 압축된 공기를 쓰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다소 크긴 해. 하지만 요즘에는 기술 발달로 우리도 많이 소음과 진동이 개선됐어. ●차값 비싼 편… 1마력당 엔진무게 5~8㎏ 우리는 몸값이 좀 높아. 현대촌 ‘NF쏘나타’의 경우 럭셔리 모델 기준으로 디젤이 가솔린보다 330만원이나 더 비싸지. 경유값이 휘발유값보다 15% 싼데도 워낙 차값이 비싸다 보니 경제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얘기를 듣곤 하는 이유야(서울신문 5월21일 18면). 우선 우리한테는 가솔린보다 고급스러운 부품이 많이 들어있어. 가솔린은 연소압이 60∼70바(bar·기압단위) 정도이지만 우리는 160∼180바나 돼서 고강도 실린더 블록과 실린더 헤드를 사용해야 해. 다른 부품들도 높은 압력과 고온을 견뎌낼 수 있도록 더 단단해야 하고. 하지만 이 대목은 우리의 한계이기도 해. 가솔린처럼 회전 수를 크게 높이기 어려운 이유가 되거든. 가솔린은 분당 6500번 이상도 회전할 수 있지만 우리는 기껏해야 4000번 정도야. 공기 압축장치, 연료 미립화 장치도 필요해.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터보차저와 인터쿨러, 커먼레일 연료장치 등인데 이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더군. 가솔린이 갖고 있는 점화플러그, 고전압 전기계통, 공기 혼합계통은 없지만 다른 것들이 워낙 많다 보니 무게도 많이 나가지. 가솔린 엔진은 1마력당 엔진무게가 3.5∼4㎏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5∼8㎏나 하거든. 속도를 올리는 방법도 가솔린과는 좀 달라. 가솔린 엔진은 회전수를 높이기 위해 가속페달로 밸브를 열어 공기의 양을 증가시키지만, 디젤 엔진은 항상 대량의 공기를 흡입해야 하기 때문에 밸브 조절이 별 의미가 없어. 그래서 가속페달로 연료 펌프로부터 들어오는 경유의 양을 조절해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게 되지. ●배기가스 배출총량은 이미 휘발유차보다 적어 우리의 배설물 얘기를 해볼까. 전에는 우리가 뿜어내는 매연이 너무 심하다고 욕을 많이 먹었잖아. 요즘은 사정이 좀 달라졌어. 질소산화물(NOx), 입자상 물질(PM) 등은 우리가 가솔린보다 좀더 많이 내보내는 게 사실이지만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배출량은 우리가 훨씬 적어. 최근들어 NOx나 PM 외에 장기적으로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등을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등 배출 저감이 중요해지면서 우리들의 위상이 좀 높아졌지. 또 우리는 점화플러그 같은 소모성 부품이 없고 엔진의 강도도 높고 내구성이 좋잖아. 일반적인 소형 디젤엔진은 30만㎞ 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져 엔진의 노후화가 가솔린보다 훨씬 천천히 일어나거든. 중고차 시장에서도 이걸 인정받고 있지. 우리가 가장 환영받는 곳은 유럽이야. 유지비용, 환경 등 때문에 1990년대 초 10% 미만이었던 디젤차의 시장점유율이 현재 50%를 넘어섰지. 한국시장에도 우리가 더 환영받는 날이 머지않아 오지 않을까. 그럼 안녕. 안전운전 잊지말고. 김태균 강주리기자 windse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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