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산업 전기료, 최대 10% 인하 혜택
이르면 연말부터 영호남 지역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최대 10% 싸진다. 충청과 강원 등 중부 지역은 최대 8%, 서울 강북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북부는 5%씩 내린다. 연간 전기요금 1조원을 내는 현대제철은 약 800억원, 5000억원을 내는 포스코는 약 500억원의 감면 혜택을 받게 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개최한 공청회에서 산업용 지역별 전기요금제 초안을 공개했다. 새로운 요금제는 ‘지역별 조정 요금’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별 전력 자급률과 송전 비용, 균형 성장을 고려해 산출한 조정 요금을 기존 요금에 적용해 지역별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수도권에서 가장 먼 남부권(영호남)은 가장 높은 kWh(킬로와트시)당 13~18원이 인하된다. 지난해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판매단가 181.9원을 고려하면 인하율은 7~10%다.
중부권(충청·강원)은 10~15원(5~8%), 수도권 북부(경기 북부·인천·서울 강북)는 6~10원(3~5%)씩 낮아진다. 수도권 남부(경기 남부·서울 강남)의 인하액은 0~1원으로 사실상 기존 요금이 유지된다.
권역 내에서도 시군에 따라 인하폭이 다르게 적용된다.
행정안전부가 개발 중인 ‘지역우대지수’를 활용해 서울과 거리가 멀수록, 지역 경제 지표가 좋지 않고 인구 소멸 위기가 심화한 지역일수록 인하폭이 커진다.
기후부는 “전국이 11개 지역으로 구분돼 산업용 전기요금이 차등 적용된다”면서 “비수도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으로 공급하는 단방향 구조를 깨는 것과 더불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개편으로 지방에 제조 시설을 갖춘 중화학 기업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는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전력의 지난해 전력 판매량은 석유화학 산업 60TWh, 철강 등 1차 금속 45TWh로 집계됐다. 현재 전기요금 단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총 전기요금은 석화 10조 9000억원, 1차 금속 8조 2000억원 수준이다. 평균 5% 인하율을 적용하면 석화와 1차 금속이 각각 5450억·4100억원, 최대 10%를 적용하면 1조 800억원·8200억원이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영남·충청권 철강 기업과 에쓰오일,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영호남 석유화학 기업을 중심으로 연간 수백억원의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한전이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현대제철 1조 84억원, LG화학 5611억원, 에쓰오일 5540억원, 포스코 5028억원, SK에너지 4318억원, GS칼텍스 3836억원, 롯데케미칼 2664억원씩의 전기요금을 냈다. 공장 소재지별 인하율을 고려했을 때 현대제철은 연 800억원 이상, 포스코는 500억원, LG화학은 450억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전기요금은 3조 2639억원, SK하이닉스는 1조 18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두 기업은 전기요금 액수로는 상위 1, 2위이지만 경기 용인과 이천, 평택 등 수도권 남부에 있어 혜택을 받지 못한다. 호남으로 공장을 옮기면 연 2000억~3000억원의 감면 혜택이 생긴다.
산업용 전기요금 지역 차등제가 지역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행정구역별로 요금을 달리 적용하다 보니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요금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발전소가 밀집해 전력 자급률이 높은 지역은 이미 발전소주변지역법에 따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선안이 ‘중복 혜택’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기요금 감면에 따른 한전의 경영 악화도 부담이다. 한전은 이번 개편으로 2조 8000억원 안팎의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후부와 한전은 이날 공개한 지역 전기요금제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연내 적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