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위암 치료, 정작 현장은 ‘소멸 위기’
“20년 전만 해도 위암 수술을 담당하는 위장관외과를 세부 전문으로 선택하는 전임의(펠로우)가 한해 30명 안팎이었지만, 최근 수년간 5~6명에 그치고 있습니다. 현재 연간 약 1만 1000건의 위암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위암 수술을 할 의사가 없어져 환자들이 외국으로 가서 수술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대한위암학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지난 30년간의 위암 연구 및 치료 성과를 돌아보고 ‘완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국제학술대회 ‘KINGCA WEEK 2026’이 17일 개막했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학회 임원들은 해외 참석자들이 경이로운 눈으로 한국 의료를 바라보는 시선과 달리, 국내 의료 현장의 심각한 위기를 지적하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학술대회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더그랜드롯데에서 개최되며, 24개국에서 접수된 361편의 초록 중 243편이 발표된다. 행사에서는 위암 진단과 수술, 전신치료, 정밀의료, 재발 및 전이 등 치료 전반에 걸친 다각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학회가 외과 전문의들로부터 외면받는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낮은 수가’였다. 학회에 따르면 위암 수술 수가는 일본의 약 3분의 1, 미국의 약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심장·간 이식 수술과 비교해도 5배 이상 낮으며, 대장암 수술 수가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혁준 대한위암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위암 수가가 낮다는 것은 단순히 수가가 몇십 년 동안 동결됐다는 의미를 넘어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저평가되어 있음을 뜻한다”며 “모든 수술 수가가 함께 인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근욱 위암교과서 준비위원장은 “최근 위장관외과 지원자는 1년에 보통 5~6명, 적을 때는 2명에 불과해 위암 수술을 담당할 인력이 거의 소멸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위암 수술 수가뿐만 아니라 내시경 치료, 항암치료, 관련 검사 수가 등도 모두 낮게 책정돼 있다”며 “위암은 주로 대학병원에서 치료하다 보니 개원가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대학병원 역시 ‘다른 분야의 수익으로 보전하면 된다’는 식으로 버텨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도입으로 위암 치료는 수술 전 항암치료가 확대되는 등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술을 집도할 외과 전문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혁준 이사장은 “지난 8월 보험정책 설명회에서도 이를 구체적으로 소명했다”며 “정부는 소화기암 전체의 보험 수가가 102% 수준이라고 보지만, 학회가 확인한 결과 위암만 따로 떼어보면 80%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수도권 및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공성호 총무이사는 “학회 차원에서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이사진에 지방 의료진을 최대한 포함하고 정책 결정 시 지역 배분을 고려하고 있으며, 젊은 의사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면서도 “개별 병원들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대형병원에서 위장관외과가 적자를 내면 경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가와 병원 경영 문제가 함께 개선되어야 의료진과 환자의 분산을 이뤄낼 수 있다”고 토로했다.
김형일 학술이사는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젊은 외과 의사들이 지역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대형병원에서 펠로우 수련을 마쳐도 모두 그곳에 남을 수 없어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적절한 인력 배분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일본은 지역을 넘어 원정 진료를 받을 경우 할증이 붙어 본인부담금이 크게 늘어나는 구조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이러한 제도적 차이도 현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국내 의료 현장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세계 무대에서 한국 위암 치료의 학문적 위상은 최고 수준에 달해 있다. 김형일 학술이사는 “과거에는 해외 석학들을 초청하면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묻거나 답변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국의 뛰어난 학문적 성과와 치료 성적을 잘 알고 있어 초청에 대한 반응이 매우 뜨겁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