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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열 칼럼] 한국 외교가 직면한 불신의 이중구조

    [손열 칼럼] 한국 외교가 직면한 불신의 이중구조

    한국은 불신의 시대에 진입했다. 지난 8월 3일 발표한 동아시아연구원(EAI)의 동아시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국민의 미국에 대한 신뢰도는 45%, 일본은 37%, 중국은 15%이다. 반대로 불신의 수준은 중국이 74%, 일본 52%, 미국 46% 순이다. 한국 국민의 미국에 대한 신뢰는 2022년 85%에서 불과 4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지난 6월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의 36개국 여론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 평균 47%를 밑도는 수준이다. 중국에 대한 신뢰는 2017년 사드 보복 이래 줄곧 10%대에 머물고 있다. 일본의 경우 ‘노(No) 재팬’ 등 불매운동이 뜨겁던 2020년 4.4%까지 떨어진 신뢰도가 2026년 37.1%까지 상승해 미중 양국의 경우와 대비되지만, 여전히 국민의 반 이상은 일본에 대한 불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본래 국제정치는 세계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무정부 상태이고, 항시 생존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세계이다. 이런 구조에서 신뢰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상대국과 신뢰가 쌓여 있을 때 상대의 의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우발적 충돌 위험이 완화되며, 측정 가능한 경제적 이익이 창출된다. 반면 신뢰가 없으면 오해, 긴장,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협력의 유인이 낮아진다. 신뢰는 협력의 촉매자가 되고 불신은 협력의 방해자가 된다. 그런 가운데 입장이 비슷한 국가들은 군사동맹, 무역협정, 경제연합, 기술제휴, 기후협정 등을 통해 상호 신뢰 관계를 구축하며 평화와 번영을 추구했다. 현재 신뢰의 체계는 악화일로다. 이는 일부 국가의 일시적 갈등이나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국제 질서의 근본적 변화에 기인한다. 신뢰의 중심축이던 미국은 패권 쇠퇴에 따라 각종 국제제도에 대한 지지를 축소하거나 철회하고, 동맹 공약을 조건화·거래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강압적 행동으로 국제사회의 기존 규칙과 규범을 파괴하고 있고, 중국은 공급망 등 협력의 연결고리를 지정학적 압박과 보복의 수단으로 무기화해 경제적 신뢰 체계를 흔든다. 한국 여론은 미국이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해 가치와 신뢰 기반 동맹에서 거래 기반 동맹으로 전환하는 것에 위화감, 불안감, 배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또한 중국 경제에 과잉 의존하면 취약성이 증대되어 언제든 보복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일본의 경우, 관계 개선에 따른 호감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무역 보복의 기억이 여전히 협력의 기운을 억누르고 있다. 이렇듯 신뢰 자산이 하락하는 가운데 현 정부는 과거와 달리 이들 국가와 합의나 협정을 맺을 때나 협력의 범위를 확장할 때 더 많은 거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공약 이행 의지가 의심되므로 위험회피(헤징)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상대 행동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장기적 이익을 추구하기 쉽지 않다. 더욱이 정부는 대외 불신이 국내적으로 분열되는 양상을 목도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 응답자들은 미국에 대해 63%(신뢰) 대 32%(불신)로 신뢰를 보였고, 진보 진영은 34% 대 59%로 불신이 높다. 일본에 대해서도 보수는 54% 대 39%로 신뢰가 높고, 진보는 22% 대 66.7%로 불신이 높다. 압도적 불신의 대상인 중국에 대해서도 보수는 12% 대 85%로 불신이 깊지만 진보는 26.4% 대 63%로 그 정도가 낮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진보 진영은 미국과 일본을 불신하고 중국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불신감을 가진 반면 보수 진영은 미국과 일본을 신뢰하고 중국에는 강한 불신감을 표시한다. 이런 경우 정부는 특정국 관계에 전략적 결단을 내릴 때 상대 진영으로부터 ‘굴종 외교’, ‘안보 실종’ 등 반대에 직면하고, 내부 분열로 상대국에 신뢰의 시그널을 주지 못해 협상력이 약화되고 종종 결정 연기나 미봉책에 머무른다. 핵심 외교 합의는 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흔들리거나 번복되어 상대국으로부터 신뢰 상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렇듯 대외 불신과 대내 분열의 이중 구조는 한국 외교의 활로를 제약하고 있다. 실용주의 원칙에 기반하고 진영논리를 넘는 외교정책을 견지하지 않고서는 불신의 세계에서 신뢰 네트워크를 재구축하기 어렵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임혁백 칼럼] 트럼프의 돈로주의와 한국의 대응

    [임혁백 칼럼] 트럼프의 돈로주의와 한국의 대응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 국가안보전략(NSS)에서 19세기 먼로주의(Monroe Doctrine)의 트럼프판 외교 원칙인 돈로주의(Donroe Doctrine)를 선언했다. 먼로주의가 유럽 제국주의 세력의 서반구에 대한 개입을 금지하는 방어적인 고립주의였다면, 돈로주의는 서반구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간섭을 배제하고 서반구에서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을 통한 팽창주의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첫째, 2025 NSS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단독으로 세계의 안보, 해상교통로, 경제 질서를 ‘떠받치는’ 시대는 지나갔으며 더이상 전 지구의 안보를 지탱하는 ‘세계 경찰의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아틀라스 시대의 종언’을 선포하고, 미국은 본토 방어와 서반구의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추구하겠다는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 안보 원칙을 세웠다. 둘째, 트럼프는 2기 취임 연설에서 미국은 신의 섭리에 의해 영토를 확장하도록 운명 지어졌다는 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미국의 외교 원칙으로 부활시켰다. 트럼프는 자신의 영웅인 잭슨 대통령과 매킨리 대통령의 영토 팽창주의를 2기 트럼프 정부의 근간으로 삼고 화성에까지 미국 영토를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2026년 정초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 압송해 돈로주의적 영토 확장을 실행에 옮긴 후 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에 이르기까지 서반구에서 영토적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트럼프는 유럽이 개방적 이민정책과 과도한 규제로 서구적 정체성을 상실해 20년 내에 ‘소멸될 문명’ (civilizational erasure)이 되었다고 조롱했다. 트럼프는 유럽 전역에서 반자유주의, 반이민주의 애국주의로 유럽적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애국적 극우 유럽정당’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NSS의 실행 계획인 국가방위전략(NDS)이 그리고 있는 동아시아 안보 구도는 첫째,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을 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서 억제 전략에 방점을 두고 있다. 북한을 미국 본토에 대한 분명하고도 현존하는 핵공격 위험 세력으로 보고 있으나 ‘북한 비핵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 미국은 확장·억제를 통해 핵우산을 한국에 제공하고, 한국은 북한의 재래식 전력 공세에 일차적 책임을 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 미국은 ‘역외균형자’(offshore balancer)로서 동아시아 지역에 최소한의 개입을 하고 동아시아의 군사 그리고 경제 강국인 한국에 역외균형을 위한 외주를 준다. 북한 억지를 위한 1차적 책임을 한국에 맡기고 중국을 포위, 견제하는 제1도련선 방어에서 한국에 핵심적 역할을 부여한다. 미국은 역외균형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방위비 지출을 늘리게 해서 안보 비용을 분담시킨다. NDS는 한국군의 재래식 억제력을 공식 인증하고, 한미동맹 7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전쟁 주도권을 맡기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 목표와 일치하며, 미국과의 거래에 있어서 한국이 갑의 위치로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동아시아 역외균형 전략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되면서 한국은 북한과 ‘힘을 통한 평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미국과의 방산 협력을 증대시킬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이 치러야 할 위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딜레마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딜레마가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은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한미연합훈련, 대만해협 사태 개입, 남중국해 갈등에 대한 참여 수준 조정 등이다. 이들 영역에서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과의 동맹에 소극적으로 임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버림받게 되는 방기의 위험이 있고, 지나치게 맹목적으로 미국에 편승할 경우 원하지 않는 미중 간 갈등에 연루될 수 있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미국에 편승하면서도 중국의 요구 역시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절충적 편승을 통해 위험을 회피하는 헤징(hedging)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 [손열 칼럼] 노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이 되려면

    [손열 칼럼] 노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이 되려면

    ‘빛 샐 틈 없는 동맹’이라던 한미 관계에 이상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을 둘러싼 파열음이 심상치 않고 국내적으로 정쟁의 소재가 되고 있다. 미국에 ‘노’(No)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허세로 끝나지 않으려면 치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1989년 일본의 우파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와 소니 사장 모리타 아키오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을 출간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미국 의회가 급히 영어 번역본을 마련해 회람했을 정도였던 이유는 충견으로 여겼던 일본의 반항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엔화 환율의 강제 평가절상을 추진한 플라자 합의를 눈물을 머금고 수용했고, 세계 최고 기술력의 일제 반도체와 TV, 자동차 수출을 덤핑으로 몰아 때리는 미국과 굴욕적 협상을 벌였다. 이 책은 미국의 경제 강압에 분개하면서 존중받아 마땅한 강국으로서의 자긍심 회복을 촉구했다. 그러나 36년이 지난 현재도 일본은 미국의 뜻을 거역하지 못하는 처지다. 미일 동맹에 안보를 전적으로 맡기고 미국 시장에 수출을 의지하는 대미 의존 구조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대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보유한 협상 카드를 넘는 블러핑(bluffing)은 어렵다. 국제정치에서 협상력은 상대적인 국력과 전략적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미국에 대한 한국의 국력 균형이나 전략적 가치가 일본보다 크지 않기 때문에 지난 9월 4일 일본이 서명한 미일 관세합의 양해각서 이상의 성과를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디테일에서 일본이 놓친 부분을 확보할 수는 있겠으나, 큰 틀에서 협상을 잘못했다고 분노할 필요도, 잘했다고 상찬할 이유도 없다. 정작 필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는 장기 플랜이다. 스스로 국방력과 기술력을 키우는 국력 증진 플랜은 당연하고,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외교 플랜도 중요하다. 트럼프 시대에 더이상 강고한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은 지정학적 변화와 경제적 여건에 따라 개별 동맹의 가치를 판단하고 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 및 중국의 군사적 부상으로 한미동맹의 가치는 여전히 높지만 향후 트럼프·시진핑, 트럼프·김정은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동맹의 가치는 출렁일 수 있다. 관세와 투자를 둘러싼 거래 역시 가변적이고 잠정적이다. 이번에 타결한다고 해서 지속적·장기적으로 적용될 것이라 자신할 수는 없다. 한미동맹과 연합을 강화하는 플랜A를 지속 추진함과 동시에 장기적 시야에서 대미 과잉의존 구조가 초래하는 리스크를 축소하기 위해 헤징과 다변화 등을 중심으로 정교한 플랜B를 수립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수출·수입 양면에서 중국에 대한 과잉 의존을 줄이고 날로 상승하는 유럽연합의 보호주의에 대한 방책도 마련해야 한다. 대미·대중 리스크를 줄일 유력 선택지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다. 이 지역의 중심은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인 아세안과 인도로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 4위권이다. 아세안은 한국에 제2의 무역 상대이자 제3의 직접투자 대상이며 제1의 관광지다. 인도는 중산층 5억명, 25세 이하 청년층 6억명을 가진 미래의 슈퍼파워다. 안보적으로도 이 지역은 미중 전략경쟁의 단층선에 있어 한국과 동병상련의 처지이며 전략적 발신력을 보유한 일본, 호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과 연대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전략 공간이다. 그간 한국은 인도·태평양 개념의 수용을 주저해 왔다. 미중 경쟁 구도에서 양자택일의 문제 즉, 미국 편에 서는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관계 강화라는 차원에서 인태전략을 수립했고, 중국 배제 구상이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했다. 주체적인 인태전략을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인태전략은 한국 외교의 유력한 플랜B가 될 수 있다. 동맹 표류 가능성에 대비해 전략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경제 강압에 대비해 공급망의 안정성과 회복탄력성을 향상시키는 역내 중견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을 풀가동하는 것이다. 이럴 때 대미 협상력도 강화될 것이다. 한국 외교는 동북아 4강 외교란 전통 노선을 넘어 인도·태평양으로 전략적 시프트를 본격화할 시점에 와 있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북, 10월 ‘당 창건 80주년’ 대규모 열병식 준비… ‘러시아 특수’로 치적사업도 활발

    북, 10월 ‘당 창건 80주년’ 대규모 열병식 준비… ‘러시아 특수’로 치적사업도 활발

    오는 10월 노동당 창건 80주년을 맞는 북한이 대대적인 경축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통일부는 이날 ‘최근 북한동향’ 자료를 내고 열병식과 대집단체조 개최 준비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 단계에서 규모 파악은 제한적이지만 북한이 열병식 행사를 대규모로 준비하는 동향이 있다”며 “80주년인 만큼 예년보다 작을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최근 노동신문에 당 연대기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지난 7일 건당 과정을 설명한 글을 처음 실었고 23일 2회를 게재했다. 특히 연대기를 게재하며 ‘북조선 공산당 중앙조직위원회’라는 명칭을 모두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를 언급한 뒤 ‘북조선’ 표현을 일제히 삭제하는 등 분단과 통일의 흔적을 지우는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올해 9월과 5월 각각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갖는다. 특히 김 위원장이 밀착 관계를 강화해온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를 계기로 러시아에 방문할지도 주목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중·러 간 고위급 인사의 교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이들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외교 노선의 중점을 러시아에 두고 파병 대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방위적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고도 통일부는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동안 친전 등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각하’라고 불렀지만 2023년 8월부터 ‘동지’로 호칭하고 있다. 당국자는 “북한이 이전에 동지라고 부른 나라는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쿠바 등 4개국이었다”며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의전을 격상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대러 군수지원, 파병의 경제적 효과로 북한 당국의 정책 수행능력 일부가 개선됐다고도 통일부는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군수물자를 제공하며 얻는 경제적 효과가 약 30억달러(4조 3900억여원)에 이른다고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한 해 예산이 약 100억달러 규모인 것을 고려하면 ‘러시아 특수’가 매우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러한 경제적 효과로 경제·민생이 아닌 김정은 치적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열악한 주민 생활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도 파악됐다. 북한이 올해 들어 나선 지역에서 중국 단체관광을 추진했고, 북·중을 잇는 신압록강대교의 공사를 재개한 점 등이 근거로 꼽힌다. 통일부 당국자는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부분에 대한 위험을 헤징하고, 민생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과 원활한 교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일부는 또 북한의 대미 비난이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조롱하는 표현이나 비난 수위는 다소 낮아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관망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북한이 건물 공사를 마무리하고 오는 10월 개원을 예고한 평양종합병원에 대해선 국내 상급종합병원 규모로 외관상 보인다며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특히 이러한 시설을 선전하기 위해 다음달 열릴 예정인 평양국제마라톤 코스를 평양종합병원 앞을 경유하는 것으로 변경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 트럼프 당선에 “국민 경제 손실 최소화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

    트럼프 당선에 “국민 경제 손실 최소화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

    “수출·관세 등 리스크 대비 오래돼”재집권 ‘불확실성’ 정부 대응 강조“트럼프와 케미 맞을 거란 말 들어”내년 1월 20일 취임 이전 회동 추진北 문제엔 “한미일 논의 이뤄질 것” 윤석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과 관련, “우리 국민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라며 관련 준비를 오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는 내년 1월 20일 전에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시킬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2기 집권 시 수입 관세 등을 적용해 한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에 “바이든 정부 때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리스크 헤징(위험 회피·적정 배분)을 위한 준비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어쨌든 수출로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나 봐야 하고 실제 정책을 구체적으로 수립해 밀어붙이는 참모들과 정책 우선순위에 먼저 대응해야 해서 정부가 바쁘다”고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또 “트럼프 재임 시절 행정부 고위 관료를 지낸 분들, 공화당 상·하원의 영향력 있는 의원들과도 관계를 잘 맺고 있다”고 소개했고, 미측 인사들로부터 트럼프 당선인과의 ‘케미(궁합)가 잘 맞을 것 같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별문제 없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제가 트럼프 당선인이 이야기하는 어떤 정책들은 한국 기업에 불리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분들이 ‘걱정하지 말아라. 한국 기업에 크게 피해가 안 가게끔 여러 가지 잘 풀어 나갈 것이다’라는 얘기를 계속하더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의 대북 공조에 대해서는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시절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나 큰 실망을 한 것”이라며 “금명간 북한의 핵기술과 역량이 어느 정도 변했는지 보고를 받고 나면 양자든, 일본 이시바 시게루 총리까지 셋이든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한미일 논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정부는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조속한 회동을 추진 중이다. 다만 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임하고 있는 만큼 만남 형식과 내용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통령께서도 빠른 시기에 (회동을) 하자고 하신 만큼 계속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2016년 외국 정상 중 처음 트럼프 당선인과 만났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사례도 참고하는 것으로도 전해졌다. 당시 아베 전 총리와 트럼프 당선인은 격식을 덜 갖춘 ‘친교 행사’ 차원으로 회동했다. 외교 당국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에도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캠프 데이비드 공동 성명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매년 개최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에서도 한미일 협력을 더욱 확장,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서 “트럼프 2기에서는 중국에 대한 압박 정책이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국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더욱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글로벌 In&Out] 중일 관계와 한중 관계의 같고 다른 길/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글로벌 In&Out] 중일 관계와 한중 관계의 같고 다른 길/이희옥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장

    지난달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베이징과 도쿄의 기념식에는 ‘경축’이라는 표현이 없었다. 양국 정부가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지역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으나 외교적 수사에 그쳤다. 1972년 일본은 미중 데탕트에 편승해 발 빠르게 ‘하나의 중국’을 수용하고 국교를 정상화했으나, 지금은 최악의 관계에 직면했다. 일본은 미일 동맹 틀 속에서 대중국 압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지난 5월에는 중국을 겨냥해 ‘경제안보 추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또한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도 건드리고 있다. 10월 10일 중화민국 국경일을 맞아 일본의 중의원과 참의원 19명으로 이뤄진 ‘중화민국 경축일 일본 축하단’이 대만을 방문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을 겨냥해 자위대 전투기의 출격 횟수를 늘리고 중국과 접촉면이 늘어난 남태평양에서의 군사작전 범위도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조치에 대해 중국은 “불 속에서 남의 밤을 줍지 말고 이웃을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된 길을 가지 말라”는 거친 발언을 쏟아내면서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양국 국민의 여론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비록 지난해 양국의 교역액이 3714억 달러에 달했고 일본의 대중 무역의존도가 21%에 이르고 있으나, 중국 외문국과 일본의 언론 NPO의 공동여론 조사에 따르면 2021년 일본인의 대중국 부정인식은 90.9%, 중국인의 대일 부정적 인식은 66.1%에 달했다. 당분간 이 추세는 양국의 국내 정치와 맞물려 크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일본산 핵심장비와 소재부품에 대한 의존이 높아 보복 수단도 여의치 않다. 중일 국교 정상화 50년을 돌아보면 수교 초기 중국을 평화적이고 비위협적인 국가로 본 일본에 ‘중국 열풍’이 불었으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이 체제 자신감을 높이면서 외교행태에 공세성을 강화해 왔다. 일본에서 과거 침략을 부정하는 교과서 파동이 일어난 2005년 ‘비바람의 해’에 이어 2010년 중일 간 조어도(센카쿠 열도) 영토분쟁 이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특히 ‘보통국가’의 열망을 지닌 아베 정권이 대중국 인식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중일 관계 갈등은 구조화됐다. 요컨대 양국은 수교 초기에는 서로를 이해하고자 했고 시장의 기회가 있었으며 중국위협론도 본격화되지 않았으나, 미중 전략경쟁의 심화, 중일 간 역내 패권경쟁이 맞물리면서 양국 관계도 새로운 위상을 찾는 중이다. 수교 30년의 한중 관계도 중국에 대한 실망감으로 중일 관계와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 새 정부도 가치와 인권외교를 표방하고 있고 한중 간 경제적 경쟁도 심해지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민간의 부정적 정서도 넓게 퍼져 있다. 실제로 대중국 헤징(hedging) 대신 일본과 함께 미국의 대중 봉쇄망에 사실상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상,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 구조와 공급망 의존 등 경제 여건이 일본과 다르고, 중국에 투자하면 동남아 등 다른 곳에도 함께 투자하는 일본의 ‘차이나 플러스’를 따라하기도 쉽지 않다. 지난해 미일 정상이 ‘양안 관계의 평화와 안정’에 합의했으나, 한미 정상은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로 수위를 낮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중국 위구르족 인권문제를 제기하며, 대중 공급망 압박에 참여하는 등 대중 정책 방향을 전면 전환할 때는 돌이킬 수 없는 냉전이 다시 오는 것은 아닌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나 중국 진출기업에 부담을 주지는 않는지, 중국 반발에 초당적 협력이 가능한 틀은 있는지 등 몇 수 앞은 내다봐야 할 것이다. 미국조차 가치외교와 자유주의라고 쓰고 ‘힘을 통한 이익’, 중상주의로 읽고 있지 않은가.
  •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 이대한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 전문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 이대한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문 전문

    “독자 핵무장은 최후의 수단이며 한국이 직면한 외교안보 및 통일 분야에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이 되지 못하더라도 불가피하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을 앞장서 주장해 온 이대한 디펜스 뉴스와 네이벌 뉴스 한반도 담당 특파원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게재한 ‘독자 핵무장 불가론에 대한 반론’ 전문을 소개한다. 이 특파원은 주한 미국대사관과 주한 벨기에대사관에서 일했으며 해군 통역병 출신이다. 이 특파원의 글을 27일 소개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지난 7월 한달에만 ‘포린 폴리시’에 로버트 켈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고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최승환 일리노이대 교수와 이 특파원의 기고가 실린 데 이어 이번에 이 특파원의 기고가 다시 실리는 등 한국의 독자 핵무장 또는 한국과 일본의 동시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특파원은 11월 초에 공식 출범할 예정인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자강전략포럼’ 간사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서울신문 7월 28일자 서울광장 ‘커지는 핵무장 목소리’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20729027028&wlog_tag3=daum 이대한 특파원 기고문 원문 : https://nationalinterest.org/blog/korea-watch/case-south-korean-nuclear-bomb-204995핵무장은 한국 정부 내에서 오랜 금기로 여겨져 왔다. 한국의 독자적 핵개발에 반대하는 주장들을 분석해보면, 한국이 핵무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안보적 이익을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무형의 손실들을 과장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하다. 미국과 서방 진영이 막지 못한 중국의 군사 굴기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발전을 보면 한국이 핵무기에 대한 목소리를 아직도 감추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길 만하다. 한국이 ‘제한적 핵확산’과 ‘조건 핵무장’의 프레임 하에서 핵개발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한국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주요한 논거들은 설득력을 상실한다. NPT와 핵도미노 이론 핵무장에 대한 가장 흔한 우려는 한국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는 유엔 안보리로부터 혹독한 제재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해당 조약에서 탈퇴하였지만 유엔이 북한을 제재한 이유는 조약 탈퇴가 아니었다. 또한 NPT는 가맹국들로 하여금 핵심 이익이 위협받을 경우 탈퇴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북한의 점증하는 핵위협이 한국의 핵심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는 명분에 기반해 탈퇴할 수 있다. 한국은 북한보다 핵기술이 이미 더 발전하였기에 별도의 대대적인 핵실험이 필요치 않을 것이므로 제재마저 피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한국이 NPT 탈퇴를 말한다면 모든 사용가능한 옵션에 열려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중국과 북한에 보내어 김정은의 핵무기에 대한 한-미 양국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북한과 중국을 모두 억제하기 위해 결국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경제대국 중 하나인 한국이 핵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한국의 핵무기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 노력을 뒷받침할 경우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다. 인도가 1998년에 5차 핵실험을 하였을 때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는 불과 3년 동안 지속되었다. 그 후 2005년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해 양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핵협정을 체결했다. 인도의 사례가 보여주듯 민주주의 국가가 핵보유국으로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세이프가드 조치와 핵비확산 의무를 받아들인다면 NPT와 워싱턴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으며, 한국의 핵무장은 결국 미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다. 널리 퍼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NPT 체제는 한국이 핵개발을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의 안보협의체로서 호주에 핵잠수함을 제공하는 AUKUS(오커스)와 사실상의 핵보유국을 용인하고 있는 NPT에 대한 논란이 있음에도 NPT 레짐은 건재하므로 추가적인 핵도미노 현상 또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핵보유국이 나타날 때마다 항상 핵확산과 불안정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핵확산이 물밀 듯 밀려오지도 않았고 국제 질서 또한 무너지지 않았다. 여전히 김정은의 핵위협에 비례적인 대응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핵국가인 한국이 핵보유국들의 기득권을 걱정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엄밀히 말해서 핵도미노 현상은 동아시아에 이미 발생했다. 이 현상의 두 가지 요인은 중국과 러시아의 묵인과 함께 개발된 북한의 핵무기, 그리고 동아시아 내 미국 동맹국들의 대등한 전략적 무기의 부족에서 오는 핵불균형이다. 그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국을 지켜야하는 한국과 일본 같은 국가들에게 핵경쟁의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다른 나라들로 핵확산이 진행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과장된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경제력, 발전된 핵기술, 농축 우라늄 또는 플루토늄, 핵 투발수단 등이 부족하므로 핵무장을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 또한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상황이므로 이 국가들은 핵무장을 위해 경제 개발을 포기하기 보다 선진 개발도상국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에 더 끌릴 수 밖에 없다. 대만의 핵무장도 중국과 맞닿은 특성 상 비현실적이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너뜨려 중국이 대만을 병합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레드 라인이기 때문이다. 이전의 방사능 피폭 경험들로 인해 누적되어 형성된 일본 대중의 매우 강한 반핵 감정을 고려하면 한국의 핵무장이 반드시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이 핵무기를 개발하기도 전부터 일본은 군사용 ICBM으로 전환가능한 우주 로켓과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확보했다. 그러므로 한국의 핵무기가 이미 완성된 일본의 핵역량에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이다. 낮은 확률로 일본이 먼저 핵무장을 할 수도 있으나, 미국과 한국은 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일관계가 역사적, 민족주의적 반감에 영향을 받아왔으나 양국은 공통된 민주적 가치와 중국, 북한을 억제해야 하는 안보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를 지지한다. 일본이 북한과 중국을 역내에서 포위하기 위한 핵 안보분담을 지원하고자 결심한다면, 한-미는 ‘인도태평양 핵동맹’을 형성하기 위해 일본 또는 호주까지 환영해야 할지도 모른다. 핵무장한 한국이 여전히 중국의 군사경제적 힘에 맞서려면 이들 국가와 협력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 설득 유럽이 북한과 매우 멀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연합은 한국의 핵무장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단순히 외교적 우려만 표명할 것이다. 따라서 서방 국가들이 한국의 핵무장이 북의 핵위협과 중국에 대항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있음을 납득하는 한 EU의 묵인을 받아낼 수 있다. 그러면 곧 한국이 설득해야 할 핵심 파트너인 미국만 남는다. 북의 증가하는 핵무력, 중국의 군사굴기 및 불법적인 북한 핵개발에 대한 침묵, 한국과 일본의 우려들이 워싱턴의 선택지를 좁힐 것이고, 머지않아 미국이 은밀히 핵심 동맹국의 핵무장을 환영하게 만들 수도 있다. IAEA와 미국을 통한 제3자의 핵사찰에 동의함으로써 한국은 핵무장 후에도 백악관의 비확산 원칙과 핵통제 정책을 존중할 수 있으며 원자력 및 안보 협력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널리 퍼진 인식과는 달리, 중국의 한국 핵무장 묵인을 이끌어 내는 것은 꽤 간단하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밖에 없는 비핵국가인 한국과 핵 레버리지를 가지고 더 융통성있게 행동할 수 있는 핵보유국인 한국 중에서 중국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미국에 반하는 헤징을 한국이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에 기반해 후자를 고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미동맹과 역내 미국의 영향력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로 인해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대국들이 누리고 있는 핵 카르텔 또한 해치지 않을 것이다. 10명 중 9명의 한국인들이 미국에 호의적인 시각을 가졌다는 점이 보여주듯 한국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적성국가들로 인해 미국과 핵무장한 한국 간의 친밀한 관계는 필수적이며, 이는 워싱턴이 역내 반미국가들을 견제하는 데에 있어 한국의 핵자산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뜻한다. 확장억제와 비용효율 일각에서는 여전히 나토식 핵공유나 미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향상된 확장억제를 해결책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전술핵 사용을 위해 미국의 최종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이 그러한 방안을 상징성만 갖는 해결책으로 만들 것이고 핵균형을 가져오지도 못할 것이다. 또한 역내 미국의 핵무기는 중국과 북한을 자극하고 미국의 영향력 강화에 대해 반발만 불러올 뿐이며 한국을 핵보유 국가로서 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공 방어무기인 사드를 한국에 배치했을 때 경제보복을 가한 반면 한국이 신형 탄도미사일을 선보였을 때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따라서 핵우산은 북한의 핵프로그램이 초기 단계에 있었을 때나 유용했을 철 지난 미봉책이다. 핵우산은 일시적인 억지만 제공할 뿐이며 한반도에서의 핵 교착상태에 대한 영구적인 안보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자국과 동맹국들의 핵심 이익을 수호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최근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 마저도 적의 핵공격에 대한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핵보복이 언제 어떻게 즉각적으로 이루어질지 정의하는 명확하고 문서화된 기준 또한 지금까지 없었다. 예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였을 때, 핵개발 및 그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은 천문학적이지 않다. 이미 한국이 지상 및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과 폭격기로 사용가능한 핵 3축 체계를 모두 확보하였기에 핵무기가 제공하는 정치적 메시지와 억지력을 생각해보면 핵무장이 재래식 전력보다 훨씬 값싼 전략자산이다. 또한 잘 정립된 핵시설 안전관리 시스템은 한국에 풍부한 기술적 경험도 가져다주었다. 게다가 한국의 핵개발 목적이 인접한 구공산권 국가들을 억제하기 위함이므로 비싼 전략폭격기나 장거리탄도미사일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북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2022년 국방예산으로 460억 달러(약 65조원)를 투입한 반면 북한은 자신들의 핵개발을 위해 6억 4천만 달러(약 9천억원)만을 사용하였던 점을 미루어 보면, 산업화된 한국은 그간 재래식 무기에 사용해온 금액보다 훨씬 더 적은 비용을 핵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경제적, 국방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있다. 결과적으로 핵무기는 재정적으로 확실하고 효율적인 국방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비확산 옹호론자들이 제기하는 다른 우려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의 큰면적을 차지하고 압도적인 수의 핵무기를 보유한 역내 동구권 국가들로부터 역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핵 대치 상황이 당사국들을 죽느냐 사느냐의 상황에 놓이게 하므로, 수십 년간 핵전쟁을 억제해온 고전적인 상호확증파괴 법칙이 한국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이상주의자들이 주장하듯 핵무기가 그 어떠한 전략전술적 의미도 갖지 않는다면 미국은 왜 나토 동맹국들에게 핵억지력을 제공하였으며 이게 어떻게 전쟁을 예방할 수 있었는가? 모두가 이해하다시피 핵을 보유한 한국은 중국이나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공격적인 메세지를 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인접한 적성국가들에게 조차 정제되고 관리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정상적인 민주 국가의 표준 행동 절차이다. 한국은 김정은의 잦은 핵협박과 호전적인 언사가 반감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의 핵무기는 방어적 태세를 통한 레버리지 확보가 목적일 것임을 알고 있다. 북한이 자초한 고립이 한국에도 찾아오는 것은 핵 대전략이 없을 경우에나 가능한 것이지 정당화된 핵무기 보유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핵무장이 북의 핵무기를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비판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적국의 선제 타격이나 임박한 위협에 대한 비례적인 대응을 취한다고 해서 적국 행위자의 잘못된 선제 행동을 정당화 하는 것은 아니며, 대응을 하는 것은 정당방위의 범주에 속한다. 한국은 비핵화에 대한 굳건한 입장을 견지했고, 김정은이 이를 존중했다면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북이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핵 선제사용 독트린을 채택하고 비핵화를 거부함으로써 핵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으므로 한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독자적인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고, 외교안보 및 통일 분야에서 한국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또한 미국이 당장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 핵개발을 용인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와 그러지 못한 국가 간에는 핵불균형이 항상 존재하며, 가장 강력한 재래식 전력조차도 핵무기에 비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은 북과 중국으로부터의 현존하는 위협에 있어 한미동맹을 위한 최고의 억제력이자 안보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핵개발을 하겠다는 한국의 결심은 이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도 뒷받침할 것이다. 힘이 없는 평화는 절름발이이다. 독자 핵무장을 하겠다는 한국의 생존 본능을 죄악시하는 자들은 한국이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안보 무임승차 비핵국가로 남는 것이 동아시아의 안보를 영구히 보장할 수 있다는 순진하고 나약한 논리에 매달려 있는 모양새다. 이는 한국을 더욱 위험한 곳으로 몰고 갈 뿐이다.
  •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여부보다 더 큰 그림을 고민해야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여부보다 더 큰 그림을 고민해야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비전투 물자 추가 지원계획을 확정하고 이르면 다음주부터 수송을 시작할 방침이라고 13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함선과 미사일에 맞설 수 있는 무기를 보내달라고 호소하는데 우리 정부는 여러 한계와 이유 때문에 인도적인 물자 지원에만 그치겠다는 답을 돌려준 셈이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놓고 문재인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방부 모두 새로운 국제 질서의 도래에 발 맞춰 어떤 국가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인도적 물품 지원에 그치겠다고 발표한 것은 어쩌면 우리 정부와 사회가 국가전략을 짜놓지 못했음을 은연 중 드러낸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기자는 지난 11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리 국회 화상연설을 지켜보며 몇 가지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광재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폴란드 등을 방문하고 귀국한 날 곧바로 화상연설을 개최해 모든 국회의원이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두 의원이 화상연설을 주선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국가전략의 모색 차원보다 폴란드 국경지대에 피란 나온 고려인들의 조속한 환국을 위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겠다는 의도가 더 커보였다. 물론 고려인 돕기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이 갖는 의미를 잠식한 측면을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젤렌스키의 연설은 그저 한 번 들어보는 수준 이상이 되지 못했다. 이미 사흘 전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살상무기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에게 전화로 거절한 상황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말대로 대한민국은 1950년대 한국전쟁에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전쟁과 대량학살의 참화에 직면한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 미사일을 무력화하는 방어용 무기인 한국의 지대공 유도 미사일 등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게 되면 러시아와의 교역에 나쁜 영향이 미치게 되고, 러시아는 한국을 적으로 규정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으며, 핵협상 등에서 러시아가 북한을 제어할 명분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북-중-러 신냉전(또는 열전) 구도가 강화되면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 우크라이나 로켓 제작 업체인 유즈마쉬의 엔지니어가 북한 미사일의 엔진 제작에 참여했다. 중국에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건조해 제공한 것도 우크라이나였다. 이런 상황에 한국이 우크라이나를 동맹처럼 여기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쟁범죄자로 단죄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사실 유엔이나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에서 전범 단죄를 막았던 것은 러시아나 중국 뿐만 아니었다. 미국도 한몫 거들었다. 러시아는 제재를 회피하는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고, 실제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러시아 경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에 그다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또 지구 상에는 민주 국가를 표방하면서도 실은 권위적인 정부가 통치하는 국가들이 상당수다. 이런 나라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러시아 동맹에 가담하기 쉽지 않다. 한국도 반러시아 동맹에 섣불리 참여했다가 외교적 입지가 좁아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이날 세종연구소가 주최한 제38차 세종국가전략포럼(유튜브에 생중계 중)에 다수 발제자들도 미중 패권경쟁이 한 세대 또는 10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어느 한 나라가 국제 질서를 주도하지 못하고 각자도생하는 새로운 세상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냉전 가운데 열전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 무대가 폴란드와 한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사실 한국전쟁도 냉전이 막 시작되던 때 열전으로 전개된 것이었다.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문정인의 미래 시나리오(2021)’에서 한국 외교의 옵션으로 △한미동맹 강화 △중국 편승 △홀로서기(가치중립, 비동맹) △현상유지(전략적 모호성) △초월적 외교 등을 제시했다며 역사적 경험, 국민 여론,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중국 편승(줄서기) △중립(홀로서기, 비동맹, 등거리) 등은 현실성이 없어 결론적으로 △한미동맹 강화 △전략적 모호성, △한미동맹 플러스 헤징(초월외교) 등 세 가지 옵션이 현실성 있다고 밝혔다. 지금 우리는 역사적 전환의 시기를 마주하고 있는데 정작 중요한 것들을 제쳐두거나 자꾸 놓치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깨어 있는 지도자가 절대 필요하며 국가전략을 유연하면서도 실용적으로 구사해야 하는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데 우리는 정작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두렵기만 하다.
  • “롤모델 한국”… 우즈베크 손잡고 중앙아시아 경제영토 넓힌다

    “롤모델 한국”… 우즈베크 손잡고 중앙아시아 경제영토 넓힌다

    1965년 우즈베키스탄 남동부 사마르칸트 도로공사 현장에서 고대 벽화 한 점이 발굴됐다. 아프라시아브 궁전벽화는 소그디아나 왕국의 바르후만왕 시절인 7세기에 제작됐는데, 새 깃털을 꽂아 만든 관을 쓰고 환두대도를 찬 고구려 사신의 모습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1500년 전 교류의 흔적이다.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은 이듬해 한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고, 내년으로 수교 30주년을 맞는다.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16일부터 2박 3일간 국빈 방한한다. 두 정상 간 네 번째 이뤄지는 이번 정상회담(화상회담 1회 포함)은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는 191개 수교국 중 인도와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네 곳뿐. 우즈베키스탄의 전략적 중요성을 짐작케 한다.수교 30년이 채 안 됐지만 양국 관계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특히 2019년 4월 문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계기로 한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 격상 이후 더 가깝게 다가서는 모양새다. 현 정부가 새로운 경제 영토를 개척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자 힘을 기울여 온 신북방정책에서 우즈베키스탄은 핵심 파트너이자 거점 국가다. 중앙아시아 인구의 약 45%인 인구 3300만여명의 우즈베키스탄은 역내 모든 국가 및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지정학적·정치적 중심이다. 옛 식민 종주국 러시아, ‘일대일로’(육·해상 60개국 거대경제권을 이루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구상)를 도모하는 중국, 중러 견제 거점을 마련하려는 미국 모두 영향력 확대를 꾀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은 균형을 추구함으로써 자율성을 지키는 ‘외교적 헤징’을 구사한다.강대국에 대한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우즈베키스탄이 발전 모델로 삼은 대상이 한국이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2017년 국정연설에서 한국의 유아교육, 보건의료, 민원행정시스템을 본받아야 할 사례로 적시하기도 했다. 2019년 교역 규모는 약 23억 달러(약 2조 7294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7년(약 12억 달러) 이후 불과 2년 만에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탓에 주춤했지만 올 들어 회복세다. 전체 외국 투자기업 중 한국 기업은 910개로 러시아와 중국, 터키, 카자흐스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지난해 우즈베키스탄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1.6% 성장률로 선전했고, 올해에는 5%대 성장이 예상된다.정부는 발전소 현대화, 민관 합작 인프라 사업 등에 우리 기업 참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 기업의 플랜트·건설 수주 실적은 수르길 가스전 개발(약 36억 달러, 한국컨소시엄이 50% 투자) 등 누적으로 약 108억 달러(약 12조 8000억원)에 이른다. 아울러 한국과 우즈벡은 지난 1월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했다. 신북방정책 협력국 중 상품분야 무역협정 협상 개시는 처음이다.
  • [시론] 2019년은 과연 누구의 편일까/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

    [시론] 2019년은 과연 누구의 편일까/김봉현 제주평화연구원장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식된 이래로 국가 간 관계에서 착시현상이 일상화돼 왔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미국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됐고, 미국의 이념인 자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세계 속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는 자유주의에 기초한 국제적 협조와 다자주의가 보편적인 것으로 잠시 착각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듯이 국가 간 관계는 토머스 홉스가 말한 ‘만인의 투쟁’이 벌어지는 정글이 기본 유형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하자마자 만인 투쟁의 상식을 일깨워 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전통적으로 추구해 온 국제적 협조와 다자주의 정신이라는 가면을 벗어 버리고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웠고, 국제사회는 정글로 들어가는 양상이 됐다. 미국은 기후변화협정의 탈퇴를 선언했고 유네스코, 유엔 인권이사회 등에서도 탈퇴했다. 이란과 어렵게 이뤄 낸 핵합의(JCPOA)도 파기했다. 중국과 무역분쟁을 일으키면서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약화를 불렀다. 2019년에도 미국의 이러한 자국 우선주의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최소한 2020년까지 지속될 것이며, 그 이후에도 계속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봐야 한다. 그것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세계 모든 국가들에게 우리가 정글에 살고 있다는 새로운 현실을 인식시켜 줬기 때문이다.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이 크게 강화됐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모두 안전벨트를 단단히 조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새로운 국제질서 규범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그 ‘어쩔수 없음’은 모든 나라들에도 마찬가지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그리고 중남미, 아시아 등 모든 국가들이 부딪히는 자국 내의 부의 불균등, 일자리 부족 등에 대한 불만 때문에 자국 우선주의와 배타적 포퓰리즘을 취할 수밖에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노란조끼’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는 4월 인도네시아 대선과 인도 총선 그리고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는 주목할 만하다. 이 선거에서 ‘밀레니얼 세대’(1982~2001년 사이 태어난 세대)의 반응은 배타적 포퓰리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2019년에도 중국과 대립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미국과의 대립을 피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아태 지역에서의 전략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을 적극 추진할 것이며, 중국은 시 주석이 제시한 ‘일대일로’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중 양국으로부터 헤징하기 위한 전략에 고심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한·미 동맹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자국 우선주의도 확대될 것이다. 난민을 받아들이던 유럽의 포용성, 개방성, 그리고 다자주의 정신은 올해도 많이 약화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은 난민들이 자국민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남미 난민들에 대해 연방정부를 셧다운하면서까지 강경책을 취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완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일은 유럽 내에서 더 확대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며, 프랑스와 함께 유럽을 이끌어 가는 지도국의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될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새로운 안보 위협, 즉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 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협조해 나가면서 다자주의의 부활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다자주의 부활 가능성은 2018년 말에 이미 나타났다. 2018년 12월 폴란드에서 개최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4)에서는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행을 위한 중요한 합의가 이뤄졌다. 또 미국이 탈퇴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대신하는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타결됐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올해 타결하기로 정상들이 선언했다. 따라서 2019년은 미국에 의해 촉발된 자국 우선주의 경향과 미국을 제외한 다자주의 경향이 동시에 발생하는 한 해가 될 것이며, 어느 경향이 더 우세해질 것인지를 판가름해 주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 2019년은 과연 누구의 편을 들어 줄 것인가.
  • 트럼프發 ‘블랙 크리스마스’… 글로벌 증시 폭락

    경제 둔화·美연방정부 셧다운 악재 겹쳐 다우존스 3% 하락…日 닛케이 5% 빠져 크리스마스를 맞은 세계 주식시장에 산타클로스 대신 ‘블랙 먼데이’가 찾아왔다.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폐쇄) 등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대형 악재가 쏟아지면서 미 뉴욕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세계 증시 급락을 불러온 것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최고 3% 가까이 급락하는 바람에 글로벌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탓이다.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2.91% 폭락했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7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1% 각각 떨어졌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으면 통상적으로 ‘산타 랠리’를 보여 온 것과 달리 뉴욕증시 3대 지수가 1% 넘게 일제히 급락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발 악재가 그대로 투영된 25일 도쿄 증시는 개장하자마자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장 초반 2만엔 선이 맥없이 무너지며 투매 세력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전거래일 종가보다 5.01%나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닛케이지수 2만엔선이 붕괴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반면 일본 엔화는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 미·일 증시가 동반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헤징(위험 회피)을 위해 달러화를 팔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를 사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힘겨운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상하이 증시도 폭락세를 보이며 오전 한때 60포인트 이상 떨어지면서 2500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하지만 후장 들어 큰 폭 하락에 대한 반발 매수세가 들어오며 낙폭을 줄여 가까스로 2500선을 회복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포치’(破七)가 무서운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포치’(破七)가 무서운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포치’(破七)는 ‘1달러=7위안’이라는 등식이 깨진다는 뜻이다. ‘1달러=7위안’은 중국 정부가 관리해 온 위안화 환율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다. 포치가 위안화 투매와 자본 이탈을 부채질하는 임계점이라는 말이다. 중국 경제의 둔화세가 뚜렷하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에 바짝 다가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포치가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포치는 엄청난 경제적 파장을 몰고 온다. 위안화 환율이 상승하면(가치 하락) 기업들이 하루라도 빨리 환전해 외채를 갚으려 하는 만큼 환율은 더 올라간다. 외국 자본들은 위안화를 달러화로 바꿨을 때 금액이 줄어드는 환차손을 입게 되는 만큼 앞다퉈 짐을 싼다. 이 때문에 환율 상승은 더욱 가팔라지는 악순환을 이룬다. 포치가 현실화되면 중국 기업의 위안화 부채보다 달러화 등 외채가 문제가 된다. 중국 정부가 개입하면 위안화 부채야 그럭저럭 회피하겠지만, 외채는 기업들이 갚아야 하고 규모가 클수록 중국 경제를 ‘경착륙의 늪’으로 밀어 넣는다. 위안화 환율이 급상승하면 외채의 원금과 이자 부담이 급증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중국 기업 부채는 공식적으로는 1조 달러라고 하나 실제로는 3조 달러(약 3370조원)에 이른다는 게 전문 이코노미스트의 추산이다. 중국의 외환보유고와 맞먹는 규모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의 채무가 965억 달러에 이르는 탓에 상당수가 디폴트 벼랑에 내몰릴 처지다. 기업 외채를 해결하려면 중속성장(6.5% 수준)은 지속돼야 하는데 내년 성장률 하락 전망이 지배적이다. 유럽·미국의 경기 둔화도 수출 감소로 이어져 외채 갚기에 애로가 생긴다. 포치는 수입가격 급등을 불러 내수 부양도 어렵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한 조건이라도 삐끗하면 외환위기가 도둑처럼 찾아오는 것이다. 중국 투자 외국 자본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포치가 중국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높여 주지만 대규모 자본 이탈과 주가 폭락 등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다. 중국은 2015년 환율 급등으로 혼쭐이 났다. 당시 환율 산정 방식을 바꾸며 위안화를 기습적으로 절하하는 바람에 4개월 만에 무려 1조 달러나 중국을 탈출한 것이다. 미국과의 관세폭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90일간 정전에 들어가자 중국 기업들이 내년 물량을 앞당겨 밀어내기 수출에 나섬으로써 올해 말까지는 성적이 괜찮겠지만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 내년 상반기에 그 성적표를 받아 든다. 경기 둔화에다 수출 절벽까지 맞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포치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중국 못지않게 무서워해야 하는 곳은 한국이다. 원화가 위안화의 대체통화로 여겨져 한·중 통화의 동조화 현상이 심하다. 이 때문에 위안화 환율이 수직 상승하면 원화 역시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외국 자본이 투매에 나서는 것이다. 외국 자본들이 한국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데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힘든 위안화보다 위안화와 비슷하게 움직이는 원화에 투자해 헤징(위험 분산)하고 있는 까닭이다. ‘공포’로 몰아넣을 포치가 목전에 다가왔다. khkim@seoul.co.kr
  • 투자 자산 피난처 없다

    투자 자산 피난처 없다

    주식과 채권부터 원유, 구리 등에 이르기까지 각종 투자자산 가치가 올해 역대 최악 수준의 동반하락을 기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짙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에게는 ‘피난처’가 없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WSJ은 도이체방크가 투자하는 70개 자산군(群) 가운데 90%가 올해 들어 11월 중순까지 미 달러화 기준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같은 마이너스 수익률의 비중은 1901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에는 이들 자산군 가운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비중은 1%에 불과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증시가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그동안 상대적 강세를 보였던 뉴욕증시가 최근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액티브투자 대표는 “글로벌 증시와 채권이 모두 올해 수익률 ‘마이너스 영역’으로 가고 있다”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최소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가격과 금값은 올 가을 미 증시와 주요 상품가격이 흔들리면서 상승세를 타기는 했지만, 올해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가치가 하락한 상태이다. 미 기술주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던 펀드들은 최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이른바 ‘팡’(FAANG) 주식이 급락,약세장에 진입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WSJ은 골드만삭스를 인용, 26개의 펀드가 3분기에 페이스북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전했다. 신흥국 통화 역시 미 달러화 대비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급등한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최근 5000 달러 밑으로 폭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도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기존 ‘공급 과잉’ 부담에 최근 폭락세를 거듭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약세장’(베어 마켓)에 진입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올해 초 장담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피에러 앤두런드의 ‘앤두런드 상품 펀드’는 지난 10월 월간 기준 최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 로 프라이스의 아시아태평양 멀티에셋 책임자는 “돌이켜보면 꽤 비참한 해였다”면서 “2019년에도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침체가 임박했다고 믿는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고 WSJ은 전했다. 글렌메드 트러스트의 제이슨 프라이드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증시는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강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WSJ은 미 증시의 강세장 지속을 전망하는 인사들도 방어적 투자 등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UBS는 최근 고액자산 고객들에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투자 유지를 권고하면서도 위험분산을 위해 가격이 내리면 이익을 얻는 파생상품인 ‘풋옵션’ 같은 투자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에 좀 더 보수적이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헤징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시론] 트럼프·시진핑의 전략적 경쟁과 한국/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트럼프·시진핑의 전략적 경쟁과 한국/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시기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빌미로 시작됐다. 그러나 실제는 양국이 국제질서 주도권을 놓고 최후의 본격적 결전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냉전 2.0시대의 시작이라 칭해도 좋을 듯하다. 미·중이 각기 세계를 어떠한 형태로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전쟁의 형태로까지 진화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비전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인류 공동체’ 비전이 충돌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미·중 간 무역전쟁은 단순한 경제적 분쟁이 아니며, 단기적이기보다 중장기적 지속 기간을 가질 전망이다. 미·중 간 경제력 규모가 거의 비슷해지는 2030년까지 새로운 국제규범과 관계 설정을 위한 지난한 갈등의 시작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냉전 1.0과 같이 전쟁을 전제한 갈등이라기보다 경제가 주전장이 될 개연성이 크다.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헤징(위험분산) 전략은 네 가지 전제에 기반하고 있었다. 첫째, 중국의 급속한 부상 결과 국내 문제가 산적해 있어 중국은 당분간 국내 문제에 치중하고 대외정책의 연속성이 지속될 것이다. 둘째, 중국의 급속한 경제적 부상은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중진국의 함정’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는 중국이 공세적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것을 억제할 것이다. 셋째, 중국은 비록 급속히 군사비를 확장하고 있지만 미·중 간 군사적 격차는 본질적으로 커서 중국은 미국에 군사적으로 노골적 대항을 하지 못할 것이다. 설사 중국이 군사적 도발을 한다고 할지라도 미국의 군사력은 이를 저지할 충분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넷째, 중국은 현 국제 체제의 가장 중요한 수혜자 중 하나라서 당분간 현상 유지 세력으로 남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1년에 제시한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 역시 본질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헤징 전략의 사고틀 내에서 재구성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미 주류 전략가들은 최근 들어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직면한 어려움이나 미국 대중들의 불안 심리에 대한 답을 제공해 주지 못했다. 중국은 보란 듯이 미 헤징 전략의 4대 전제가 틀렸음을 보여 줬다. 시 주석은 미국과의 중장기 전략경쟁 게임에 더욱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중국의 꿈’이라는 강대국 부상 전략을 공식화했다. 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들려 하고 있고, 세계적 범위로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에는 중국이 주도한 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성공적으로 설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기력해진 미국의 대중 전략에 새로운 해법을 들고나왔다. 처음에는 단순한 무역역조 시정과 국내 정치적 필요에 입각한 중국 때리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정책 변화가 보다 근원적·전략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2017년 12월 발표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전략 경쟁자’로 규정했고 ‘현 국제질서의 도전자’로 공식화한 데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추이를 반영하는 새로운 세부 전략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했다. ‘대만 여행법’을 통과시켰고, 중국과의 대규모 무역 마찰도 계속 확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동안 미·중 간 협력 대상이었던 북핵 문제도 언제라도 중국에 대한 공격에 활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주고 있다. 강한 민족주의와 권위를 기반으로 하는 시 주석은 미국의 압박에 물러나지 않겠다는 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야심차게 내세운 국영기업에 기반한 혁신 ‘중국 제조 2025’와 이들의 성장을 돕기 위한 경제 운용 관행, 불공정 무역, 기술 탈취 등에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이는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 전략이 시 주석의 권력 강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 권력에 대한 의도적이고 집중된 공격이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상황은 이제 본격화하고 있다. 그 결과 북핵 문제 해결이나 향후 한국의 대외정책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미 중간선거 이전에 북핵 문제 해결의 큰 가닥을 잡도록 서둘러야 할 이유다. 해양과 대륙 사이에 끼어 있고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는 엄청난 외교안보적 부담이 다가오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처가 부실하다면 우리는 아마도 북한의 핵공격에 의해 나라가 결딴나는 상황보다는 경제적 난국에 따른 파국이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 문정인 “‘북한, 美 비핵화 방식 수용 안 했다‘ 들어”

    문정인 “‘북한, 美 비핵화 방식 수용 안 했다‘ 들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7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 “미국 측이 생각보다 훨씬 유연한 조건을 얘기했는데 북측이 안 받은 것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주최한 ‘북미관계와 북핵전망’ 강연에서 “북미 간 핵 관련 신고·사찰 협상 상황은 외교 비밀이어서 제가 알 수 없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문 특보는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측에서 (핵 물질·시설의) 신고 및 사찰과 관련해 상당히 파격적인 양보를 했는데 북측이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부연했다. 성김 대사는 한때 북미 간 판문점 실무회담의 미국 측 대표를 맡았다. 그러면서 “미국 쪽에선 대화 모멘템을 살리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은데 그게 안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의 방북과 오는 18∼20일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문 특보는 설명했다. 문 특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실현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과 관련, 파격적인 조치가 있어야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 특보는 “완전한 비핵화는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탄도미사일, 핵 과학자와 기술자, 5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인데, 2년 반 사이에 할 수 있는가.”라며 “이는 또 사찰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문 특보는 “미국이 ‘핵물질,핵탄두를 선제적으로 20∼30개 반출해 폐기하라’고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북한이 이를 안 받았다고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를 하려면 그런 선제 조치를 북한이 고려해야 시간표를 맞추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또 “미국이 얼마나 보상해줄 수 있느냐도 문제”라며 북한체제 인정과 수교를 핵심으로 한 정치적 보상,북한에 대한 불가침 보장,제재완화를 비롯한 경제적 보상 등을 꼽았다. 문 특보는 북미 간 신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북한과 협상을 오래 한 고위직 인사와 얘기해 보면 북한과 미국 사이에 신뢰가 쌓이지 않는 한 (핵 폐기 등의) 신고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을 믿지 못하면 ‘헤징, 즉 위험 분산 전략을 사용하고, 미국 입장에선 그것이 ‘치팅’(속임수)이 된다.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않으면) 사소한 것으로 싸우면서 파국으로 간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문 특보는 북한의 9·9절 행사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넌 해외 자본유출 주범이야… 中 ‘비트코인과의 전쟁’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넌 해외 자본유출 주범이야… 中 ‘비트코인과의 전쟁’

    “중국 동북부 산둥(山東)성에 살고 있는 황(黃·32)모는 소위 ‘비트코인(디지털 가상화폐) 트레이더’이다. 유치원생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지난해 2월 자동차 정비공 일을 때려치우고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는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황은 전문적인 금융투자 경력이 없지만 그래도 자신을 ‘비트코인 전문가’라고 자부한다. 먹고 자고 집안 일을 하는 시간을 빼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비트코인 거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데이트레이더’(Day Trader)이기 때문이다. 황은 비트코인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이후 6개월 동안 가족의 저축 절반을 투자해 3배로 불렸다. 침체된 증시를 기웃거리는 친구들에게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주식시장에 갖다 버리느냐”고 설득해 비트코인 투자로 끌어들여 ‘대박’이 났다. 친구들은 감사 인사와 함께 고급 양주를 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가 지난해 9월 26일 전한 ‘중국의 비트코인 투자 열풍’을 묘사한 대목이다.중국 정부가 비트코인 투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전쟁을 선포했다. 비트코인 거래소가 고객의 인출을 돌연 정지시키도록 강제하는 등 중국 금융당국이 ‘해외 자본유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비트코인의 거래를 줄이기 위해 규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BTC차이나 등 3대 거래소, 고객 인출 돌연 중단 중국 3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차이나와 훠비(火幣), OK코인은 지난 10일 고객들의 자금 인출을 돌연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요청으로 BTC차이나는 전날부터 72시간 심사를 실시한다는 이유로 모든 비트코인 인출을 막았고, 훠비와 OK코인도 비트코인의 인출을 완전히 봉쇄해버렸다. 다만 이들 비트코인 거래소는 비트코인을 위안화로 바꾸거나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거래는 가능하다. 이번 인출 중단 사태는 관련 법률의 준수와 대응 조치가 끝나는 대로 풀리게 된다고 이들 거래소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불투명하다. 인민은행은 앞서 8일 하오비터비(好比特幣) 등 소형 비트코인 거래소 9곳의 대표를 불러 외환 관리와 돈세탁, 결제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면 폐쇄시키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지난달에는 이들 빅3 거래소에 대해 현장조사를 이례적으로 실시하고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해당 금액의 0.2%를 거래수수료로 부과하라는 규정을 발표했다. 비트코인 전문 조사기관 비트코이니티(Bitcoinity)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비트코인의 전 세계 거래량은 1억 7471만 비트코인(약 1935억 달러·222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거래량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이 사실상 세계 비트코인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셈이다.●지난 1월 中외환보유고 ‘심리적 저지선’ 무너져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과의 전쟁을 천명한 것은 중국에선 투자가가 위안화 하락에 대한 헤징(위험 분산), 부유층은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바람에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2015년 1월 12일 코인당 214.08달러에서 불과 2년 만인 지난 1월 4일 무려 4배 이상 오른 1129.87달러까지 치솟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위안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화보유고를 헐어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는 시장 개입을 지속하는 한편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 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심리적 저지선인 3조 달러(약 3415조원) 선마저 맥없이 무너지면서 자본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이 비트코인 거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무엇보다 중국 내 위안화 자산을 손쉽고 편하게 해외 빼돌릴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산 가치 축소가 우려되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중국 내 자산을 자유롭게 해외에 반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위안화를 해외로 빼내 다시 달러로 바꾸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소를 통해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사들인 뒤 이 비트코인을 해외 거래소로 옮겨 놓으면 곧바로 달러로 환전이 가능하다. 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진다. 이 덕분에 당국의 감독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트코인 거래소가 중국 내 자산을 간편하게 해외로 밀반출하는 통로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덩젠펑(鄧建鵬) 중앙민족대학 교수는 “비트코인 거래는 외환관리제도를 피해가기 쉽고, 거래소에서 고객 확인에 더 노력하지 않으면 돈세탁으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역대급’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점도 투기 열풍을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120% 수직 상승하며 수익성이 높기로 소문난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크게 압도했다. 여기에다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중국 금융당국의 외환 관리·감독 강화가 한몫했다. 인민은행은 올 들어 개인들이 달러를 매입할 수 있는 연간 한도(5만 달러)를 초과할 경우 매입 목적이나 기간 등을 서류로 제출하도록 했다. 개인들의 무분별한 달러 매입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추긴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미국 금리인상과 맞물리며 오히려 비트코인 같은 대체 투자처로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세금이나 환전 수수료 같은 부담이 없고, 거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도 개인 큰손에게 더없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비트코인 자체가 갖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보비 리 BTC차이나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 입장에서 위안화나 달러는 정부의 자본 통제나 매수 수요에 따라 변동성이 큰 투자처”라며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변동성에서 벗어난 신흥 투자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의 가치가 이에 참여하는 승객과 운전기사가 얼마나 많느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비트코인 가치도 같은 맥락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친 가격 단기 급등에 ‘거품’ 논쟁도 여전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지나치게 단기 급등하는 바람에 거품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중국에서는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코인당 1120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거품이 빠지며 40% 단기 급락한 사례가 있다. 2011년에도 급등하던 가격이 단번에 80%나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아직까지 안전성 측면에서 지급 결제의 주류는 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계좌의 안전성은 은행 계좌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은 고수익을 노리는 중국 큰손들에게 큰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에서 비트코인 1일 거래 규모는 많게는 200만 비트코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khkim@seoul.co.kr [용어 클릭] ■비트코인 일반 화폐와 사실상 똑같은 기능을 하고 있지만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이 거래에 개입하지 못하는 가상화폐다.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거래하며, 거래 내역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에 남는다. 세금이나 환전수수료가 없고, 익명성이 보장돼 마약 거래나 돈세탁 같은 검은 거래에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대안 통화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터넷 닉네임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만들었으며, 첫 개발 당시에는 단돈 1달러에 거래됐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비트코인과 전쟁’을 선포한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비트코인과 전쟁’을 선포한 중국

     “중국 동북부 산둥(山東)성에 살고 있는 황(黃·32)모는 소위 ‘비트코인(디지털 가상화폐) 트레이더’이다. 유치원생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지난해 2월 자동차 정비공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떠오르는 비트코인 분야에 뛰어들었다. 황은 비록 전문적인 금융투자 경력이 없지만 그래도 자신을 ‘비트코인 전문가’라고 부른다. 먹고 자고 집안 일을 하는 시간을 빼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비트코인 거래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데이트레이더’(Dday Trader)이기 때문이다. 황은 비트코인에 본격적으로 투자한 이후 6개월 동안 가족의 저축 절반을 투자해 3배로 불렸다.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주식시장에 갖다 버리느냐”며 침체된 증시를 기웃거리는 친구들을 설득해 비트코인 투자로 끌어들여 ‘대박’이 났다. 친구들은 감사 인사와 함께 고급 양주를 그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QUARTZ)가 지난해 9월 26일 보도한 중국의 비트코인 투자 열풍의 모습이다.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비트코인 투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전쟁을 선포했다. 중국 3대 비트코인 거래소가 고객의 인출을 돌연 정지시키는 등 중국 금융당국이 ‘해외 자본유출’의 주범으로 지목된 비트코인의 거래를 줄이기 위해 규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 3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차이나와 훠비(火幣), OK코인은 지난 10일 고객들의 자금 인출을 돌연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요청으로 BTC차이나는 전날부터 72시간 심사를 실시한다는 이유로 모든 비트코인 인출을 중단했고, 훠비와 OK코인도 비트코인의 인출을 완전히 막아버렸다. 다만 이들 비트코인 거래소는 비트코인을 위안화로 바꾸거나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구입하는 거래는 가능하다. 이번 인출 중단 사태는 관련 법률의 준수와 대응 조치가 끝나는 대로 풀리게 된다고 이들 거래소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기는 불투명하다. 인민은행은 앞서 지난 8일 하오비터비(好比特幣) 등 소형 비트코인 거래소 9곳의 대표를 불러 외환 관리와 돈세탁, 결제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면 폐쇄시키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지난달에는 BTC차이나, 훠비, OK코인 이들 3대 거래소에 대해 현장조사를 이례적으로 실시하고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해당 금액의 0.2%를 거래수수료로 수취하라는 규정을 발표했다. 비트코인 전문 조사기관 비트코이니티(Bitcoinity)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비트코인 전 세계 거래량은 1억 7471만 비트코인에 이른다. 이 가운데 거래량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졌다. 중국이 사실상 세계 비트코인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셈이다. 중국 정부가 비트코인과 전쟁을 천명한 것은 중국에선 투자가가 위안화 하락에 대한 헤징(위험 분산), 부유층은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바람에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은 2015년 1월 12일 코인당 214.08 달러에서 불과 2년 만인 지난 1월 4일 무려 4배 이상 오른 1129.87 달러까지 치솟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당황한 중국 정부는 위안화 약세를 저지하기 위해 외화보유고를을 헐어 달러를 팔고 위안화 사들이는 시장 개입을 지속하는 한편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데 두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심리적 저지선인 3조 달러(약 3415조원) 선마저 맥없이 무너지면서 자본 해외 유출에 대한 우려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이 비트코인 매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내 위안화 자산을 손쉽고 편하게 해외 반출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산 가치 축소가 걱정되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중국 내 자산을 자유롭게 해외에 반출할 수가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 거래를 통해 위안화를 해외로 빼내 다시 달러로 바꾸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 제일재경일보(第一財經日報)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소인 BTC차이나와 OK코인, 훠비 등을 통해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사들인 뒤 이 비트코인을 국외 거래소로 옮겨 놓으면 곧바로 달러로 환전이 가능하다. 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분이 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이뤄진다. 이 덕분에 당국의 감독과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비트코인 거래소가 중국 내 자산을 간편하게 해외로 밀반출하는 통로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덩젠펑(鄧建鵬) 중앙민족대학 교수는 “비트코인 거래는 외환관리제도를 피해가기 쉽고, 거래소에서 고객 확인에 더 노력하지 않으면 돈세탁으로 악용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이 새로운 ‘역대급’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른 점도 투자 열풍을 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한햇동안 120% 수직 상승하며 수익성이 높기로 소문 난 부동산 투자수익률을 크게 압도했다. 여기에다 급격한 위안화 평가절하에 따른 중국 금융당국의 외환 관리·감독 강화가 한 몫 했다. 인민은행은 올 들어 개인들이 달러를 매입할 수 있는 연간 한도(5만 달러·5700만원)를 초과할 경우 매입 목적이나 기간 등을 서류로 제출하도록 했다. 개인들의 무분별한 달러 매입이 위안화 가치 하락을 부추긴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나 이런 규제가 미국 금리인상과 맞물리며 오히려 비트코인 같은 대체 투자처로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는 분석이다. 세금이나 환전 수수료 같은 부담이 없고, 거래 익명성이 보장되는 것도 개인 큰손에게 더 없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비트코인 자체가 갖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보비 리 BTC차이나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 입장에서 위안화나 달러는 정부의 자본 통제나 매수 수요에 따라 변동성이 큰 투자처”라며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변동성에서 벗어난 신흥 투자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차량공유 서비스인 우버의 가치가 이에 참여하는 승객과 운전기사가 얼마나 많느냐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처럼 비트코인 가치도 같은 맥락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가격이 지나치게 단기 급등하는 바람에 거품 논쟁이 끊이질 않는다. 중국에서는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인 1120 달러대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거품이 빠지며 40% 단기 급락한 사례가 있다. 2011년에도 급등하던 가격이 단번에 80% 정도 곤두박질치기도 했다. 이런 연유로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아직까지 안전성 측면에서 지급 결제의 주류는 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계좌의 안전성은 은행 계좌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은 고수익을 노리는 중국 큰손들에게 큰 인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에서 비트코인 1일 거래 규모는 많게는 200만 비트코인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은 일반 화폐와 사실상 똑같은 기능을 하고 있지만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이 거래에 개입하지 못하는 가상화폐다.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직접 거래하며, 거래 내역은 공개 장부인 블록체인에 남는다. 세금이나 환전수수료가 없고, 익명성이 보장돼 마약 거래나 돈세탁 같은 검은 거래에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각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를 대안 통화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2009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인터넷 닉네임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만들었으며, 첫 개발 당시에는 단돈 1달러에 거래됐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親러·反中·美우선’ 트럼프 시대… 한반도 위험관리 시급”

    [동북아 불확실의 해-세계 석학들에 길을 묻다] “‘親러·反中·美우선’ 트럼프 시대… 한반도 위험관리 시급”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포퓰리즘 시대의 도래와 함께 ‘팍스 아메리카나’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트럼프의 친(親)러시아, 반(反)중국 정책은 북한 문제 해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미 관계도 불확실성이 커져 대비를 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위험분석가로 꼽히는 이안 브레머(48) 유라시아그룹 회장이 전망한 2017년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함께 포퓰리즘 득세, 글로벌 리더십 부재, 미국 대외정책의 불확실성, 글로벌 무역질서의 분열 등으로 인해 그리 밝지 않았다. 브레머 회장은 1일(현지시간) 서울신문 신년 인터뷰에서 “한국도 대통령 탄핵 등 앞날이 불투명한 만큼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 등 전 세계적 포퓰리즘에 대한 평가와 전망은. -포퓰리즘 득세에는 두 가지 주요 이유가 있다. 세계화에 대한 반발과 정치적 정체성의 상실이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화로 신흥시장은 성장했지만 미국·유럽 등에서 일자리를 뺏긴 중산층이 주류층, 지도자와 정당 등에 화가 났다. 또 ‘정체성의 정치학’으로 볼 때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자국이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여기에 경제적 박탈감이 결합되면서 포퓰리즘으로 이어졌다. 유럽의 경우, 독일·프랑스 등은 그래도 경제가 받쳐줘 다가오는 대선에서 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16년 가장 큰 놀라움을 줬는데 미국인의 50%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적 무관심을 드러낸 것이고 워싱턴이 어떤 의미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포퓰리즘의 승리로 이어졌다. 주목할 점은 향후 5~10년 내에 신흥국가들도 포퓰리즘을 겪게 될지 여부다. 세계화로 덕을 본 중국 등에서 한순간 혜택이 줄어들고 일자리가 없어져 반발이 생기면 포퓰리즘이 글로벌 현상으로 고착될 수 있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신(新)고립주의인가.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위한 일방주의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더이상 남을 위한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또 동맹이 무임승차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글로벌 무역 설계 역할도 축소하는 등 미국의 예외성·불가결성을 버리겠다는 것인데, 1945년 시작된 ‘팍스 아메리카나’가 2016년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는 글로벌 리더십이 없는 시대, 즉 리더 그룹이 부재한 ‘G-Zero’ 시대의 공식 시작을 뜻하는데, 어느 나라도 미국처럼 중동이나 유럽 등 다자구조에서 리더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불황’(Geopolitical Recession)이 왔다고 평가한다.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었다면, 이제는 정치적 진공상태에 따른 불안정한 상황이 온 것이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이 불분명해 우려를 낳고 있는데. -트럼프의 불확실한 대외정책이 엄청난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트럼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 사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부터 외교정책에 대한 불안감은 컸다. 오바마는 시리아 등 중동 문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을 다루면서 강한 리더가 되겠다고 했지만 결국 제대로 끝낸 것이 없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보다 더욱 ‘와일드카드’라서, 대만 총통과 통화하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흔들고, 러시아와의 밀월을 예고한 가운데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의 대선 해킹 개입을 밝히자 증거를 내놓으라고 반박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이 트럼프에 대해 많이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들은 이제 미국을 믿고 의지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동맹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아닌가 우려한다. 그래서 이들 국가들이 앞으로 닥칠 많은 불안정한 상황에 대해 헤징(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트럼프의 대중, 대러 정책에 대한 전망은. -트럼프의 대러 정책은 단기적으로 ‘라프로슈망’(화해·협력)이 이뤄져 오바마 때보다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외교정책의 최대 실패는 러시아였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실제 군대를 주둔시키자 결국 러시아의 지배를 인정하고 가능한 한 밖에 머무르려 했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대러 제재 등을 협의하면서 긍정적 관계를 도모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해킹에 대해 독일 등 선거를 앞둔 유럽 다른 나라들도 걱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동맹과 러시아 사이에서 어떻게 줄타기를 할 것인지 주목된다. 반면 미·중 관계는 훨씬 더 큰 걱정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중국이 무역에서 폭리를 취하고 환율을 조작한다고 비판해왔으며 이제는 대만 이슈까지 꺼내 들었다.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하겠지만 중국은 멕시코와 달리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이 있다. 우리는 이미 중국이 트럼프의 발언 이후 미국 자동차기업 등에 대해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대중 정책을 바꾼다면 중국도 대미 정책을 바꿀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같은 미·중 간 긴장은 한국을 포함한 그(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 거론했는데 한·미 관계 전망은. -미국의 최대 아시아 동맹인 일본과 한국에 대한 관계 전망은 엇갈린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문, 일본의 방위 공약 확대 등을 밝힌 것에 대해 아주 기뻐했다. 아베는 자신이 강력 희망하는 TPP를 트럼프가 버리겠다고 밝혔음에도 트럼프 시대에 미·일 관계가 아주 좋을 것임을 강조했고, 이에 트럼프도 호응했다는 점에서 미·일 관계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이 현재 겪고 있는 대통령 탄핵과 헌법재판소 결정 등 엄청난 정치적 도전을 고려할 때 한국 대통령이 향후 몇 달간 누가 될지도 모르고 (새 대통령은) 국내 현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북한 문제도 다뤄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의 대외적 입장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한·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에 대비한 세심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으로 보나.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독자 제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미 양자 제재를 거부했다. 최근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 특히 석탄 수출 제한은 중국이 다자 제재에 동참해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자주의자가 아니라서 6자회담이나 유엔 제재에 회의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나서 북한을 옥죄기보다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는 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미·중 간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대북 대응은 실무 정책을 주도할 국무부 부장관이 누가 되느냐도 중요하다. 강경파 존 볼튼(전 유엔대사)이 되면 미·중, 북·미 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대치 상태가 될 것으로 보여 크게 우려되지만 합리적 성향의 리처드 하스(미외교협회장)가 되면 걱정은 줄어들 것이다. 더 큰 우려는 트럼프가 북한의 핵무기·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거칠게 비난해 북한으로부터 나쁜 반응을 야기하고 그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TPP 파기, 무역협정 재협상 공약에 대한 평가는. -TPP를 없애는 것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이 다수 동맹이 참여하는 TPP에서 빠져버리면 동맹들이 미국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이 추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쏠릴 수 있고 이는 자본 흐름과 기준이 아시아로 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남미 등도 미국보다는 중국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에 상처를 입힐 것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이안 브레머 회장은 누구 : 정치적 위험 분야에서 떠오르는 권위자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국제정치학자로, 뉴욕대 교수와 베스트셀러 작가, 칼럼니스트 등으로 맹활약하며 ‘정치적 위험’(Political Risk) 분야에서 ‘떠오르는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1998년 글로벌 정치위험연구·컨설팅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을 세워 전 세계 다수의 정부와 투자자, 기업 등에 정치적 위험과 금융시장과의 연관성 등 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그가 처음 제시한 용어 ‘G-Zero’(글로벌 파워의 공백 상태)는 미국 등 슈퍼파워의 역할과 국제정치 질서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서로는 ‘자신을 위한 모든 국가: G-Zero 세계에서 승자들과 패자들’, ‘자유 시장의 종말: 국가와 기업 간 전쟁의 승자는?’ 등이 있다.
  •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톡톡 경제콘서트]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참가자 및 투자자

    [한국은행과 함께 하는 톡톡 경제콘서트] 국제금융시장의 주요 참가자 및 투자자

    2011년 9월 17일 1000여명의 시민들이 ‘월가를 점령하라’고 외치며 국제금융시장의 중심가인 월가를 행진했다.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고서도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아 챙긴 소수 금융기관 임원이나 고위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국제금융시장 참가자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국제금융시장은 국제무역, 해외투자, 자금대차 등에 따르는 국제 금융거래를 통해 세계 경제가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기업 활동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제금융시장은 단기금융시장, 자본시장, 파생금융상품시장, 외환시장 등으로 구분되지만 각 시장은 서로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국제금융시장은 투자은행(IB), 연기금,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큰손’에 의해 24시간 쉬지 않고 굴러간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이해는 국제금융시장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IB의 탄생은 경제 대공항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융기관들의 무리한 투자와 거대화는 증시에 거품을 만들었고 1929년 10월 24일 미국 주가가 대폭락했다. 미국 정부는 금융기관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1933년 은행의 증권업 겸업을 금지하는 ‘글라스 스티걸법’을 제정했고 이후 상업은행과 IB는 분리돼 각자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발전하고 영향력이 커지면서 미 의회가 결국 이들의 로비를 받아들여 1999년 IB와 상업은행의 겸업을 허용하는 법을 다시 제정해 오늘날의 IB 모습을 갖췄다. 상업은행은 예금과 대출을 기본사업으로 한다. 반면 골드만삭스와 같은 IB는 인수(underwriting), 트레이딩 등의 사업을 주로 한다. 인수란 기업이 증권을 발행할 때 발행가격을 정하는 것부터 발행증권의 일괄 인수 및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말한다. 트레이딩은 자기자본을 이용하는 거래다. 2012년 국제금융시장의 핫이슈였던 ‘런던고래’ 사건은 바로 이 자기자본거래에서 발생했다. ‘런던고래’라는 별명을 가진 JP모건 트레이더의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로 회사가 5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 이처럼 무분별하고 과도한 자기자본거래는 은행 부실화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최근 미국 정부는 볼커룰을 만들어 투자은행들의 자기자본거래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IB와 더불어 국제금융시장을 움직이는 양대 축은 각종 펀드다. 펀드는 주식과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기 위해 조성된 자금으로 전문 운용인력이 관리한다. 투자 목적과 운용주체에 따라 크게 연기금, 뮤추얼 펀드,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으로 구분된다. 연기금은 국제금융시장의 ‘소리 없는 공룡’으로 통한다. 모든 국제금융시장 참가자들 중 가장 규모가 큰 약 30조 달러를 운용하지만 뉴스에 등장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이다. 가장 큰 연기금은 일본의 공적연금펀드다. 운용자산은 약 1조 4000억 달러로 우리나라 국민연금 3000억 달러(세계 4위)의 4배가 넘는 규모이다. 연기금은 일반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됐기 때문에 보수적 자산운용을 중시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연금 지출 확대를 보전하기 위해 주식, 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뮤추얼펀드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한 뒤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펀드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연기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투자자다. 전 세계적으로 29조 달러, 7만 5000여개 펀드가 운영 중이다. 뮤추얼펀드로는 마젤란 펀드가 유명하다. 운용자인 피터 린치는 13년간 운용하면서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기록, 전설적인 스타 펀드매니저로 재테크 서적에 종종 등장한다. 뮤추얼펀드는 주요 투자자산에 따라 주식형, 채권형, 머니마켓펀드(MMF), 하이브리드(혼합형)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채권 매입이 줄어들고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선진국 주식펀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헤지펀드(Hedge Fund)는 1949년 월가의 투자가 알프레드 존스가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공매도하는 헤징(hedging) 전략을 시도한 것이 시초가 됐다. 헤지펀드는 금융위기나 시장 불안이 있을 때마다 늘 그 뒤에 있어 비난의 대상이었다. 1992년 영국 파운드화 폭락,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모두 헤지펀드와 관련된 금융위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특유의 민첩성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국제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기능도 갖고 있다. 1980년대 말 금융시장이 어려웠는데도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 펀드 등이 연평균 5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헤지펀드가 중흥기를 맞이했다. 이후 유명한 펀드 매니저들이 앞다퉈 헤지펀드 업계에 뛰어들어 지난해 기준 6000개가 넘는 헤지펀드들이 운용되고 있고 자산 규모는 2조 달러가 넘는다. 사모펀드(PEF)는 주요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다.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집해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되파는 전략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2003년에 외환은행을 1조 3800억원에 인수해 2012년에 팔면서 4조 6600억원의 차익을 남긴 론스타도 사모펀드다. 여러 종류의 사모펀드가 있지만 크게 엔젤 투자, 벤처 캐피털과 차입매수로 나눌 수 있다. 엔젤투자는 초기 단계의 비상장 회사에 투자해 회사가 성장하면 수익을 얻는 반면, 벤체캐피털은 이미 확고한 사업계획과 상업적으로 판매 가능한 제품까지 개발한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는 전략이다. 차입매수는 기업 인수시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대출받아 소액의 자기자본으로 기업을 인수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풍부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IB와 각종 펀드들 외에도 중앙은행, 국부펀드, 보험사 등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의 금융중심지인 월가에서 재채기만 해도 한국 금융시장은 독감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미미하다. 앞으로 서울이 뉴욕, 런던, 홍콩 같은 국제금융시장의 중심지로, 그리고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국제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부상할 날을 기대해 본다. 내용 문의 lark3@seoul.co.kr [쏙쏙 경제용어] ■공매도(Short Selling) 증권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해당 증권의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미리 팔아놓고 나중에 가격이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시세차익을 얻는 거래다.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2008년 10월부터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가 금지됐다. 주식시장이 안정되고 공매도 금지가 시장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나타나 2013년 11월 14일부터 금융주 공매도 금지가 해제됐다. 지난해 봄 제약업체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공매도에 2년간 시달렸다며 회사를 다국적 제약사에 팔겠다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매도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볼커 룰(Volcker Rule)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도입된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의 핵심 사항이다. 은행이 자기자본으로 파생상품, 원자재 선물 옵션 등 위험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 금지되고, 헤지펀드 및 사모펀드(PEF)에 투자하거나 소유하는 행위도 제한된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인 폴 볼커의 제안으로 2011년 10월 초안이 공개됐으나 규제 강화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반대하고 정부 부처끼리 이견을 보이면서 승인이 지연되다가 2013년 12월 최종안이 승인됐다. 볼커 룰을 시행하면 투자은행의 수익성은 줄겠지만 자기자본의 건전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 [시론] G2 지도부 교체,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시론] G2 지도부 교체, 협력과 갈등의 이중주/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2012년 동북아 정치에 있어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영향력이 큰 사건은 역내 국가들의 지도부 교체일 것이다. 2012년 11월 미국과 중국, 소위 ‘G2’의 연이은 동반 지도부 교체는 아시아 차원을 넘어 21세기 국제정치에 새로운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한국 대선은 동북아 지도부 교체의 종지부를 찍는 이벤트이다. 오늘날 지구촌 사회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여파로 본격적인 긴축재정 시기를 맞이했다. 그렇기 때문에 미·중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미·중의 상호협력 필요성은 단순히 양국의 국가이익 도모 차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국제적 차원에 걸쳐 산적해 있는 주요 현안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화와 함께 다양한 행위자로의 권력 분산이 진행되는 현 상황에서 세계 지도자급 국가들 간 협력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극복과 국제사회의 안녕에도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의 양대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중은 정치전통, 가치체계 그리고 정치문화의 근본적 차이로 인해 구조적 불신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대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다가오는 위협이 될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의 정책 결정자들도 미국이 중국을 돕기 위해 아니면 해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 엄청난 신경을 쓰고 있다. 미·중 간 서로의 의도에 대한 이러한 불확실성은 양국 간에 나타나고 있는 권력의 불균등한 변화로 인해 그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켜 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재선에 성공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세계 전략은 제1기 때의 아시아 중시 정책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특히 긴축재정 시기를 맞이해 ‘현명한 축소 전략’과 ‘선택적 개입 전략’ 사이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그 핵심은 대중(對中) 전략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제2기 오바마 행정부의 동아시아 전략은 위험 분산화를 의미하는 대중 헤징 전략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균형 요소에 무게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우방국 및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통해 지역의 안정을 확보하면서 대중 견제와 동맹국 안전을 재보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국의 안보 전략은 구체적으로 소위 ‘3+3 체제’ 구축으로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은 가능하다면 대중 균형과 동아시아 안보 차원에서 ‘미국-일본-한국’, ‘미국-일본-호주’, ‘미국-일본-인도’로 이어지는 3각 안보체제를 구축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새로 출범하는 미·중 양국의 지도부가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모두 수렴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만들어 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양국의 새로운 지도부 출범 이후 단기적으로는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넌다)의 정신으로 양자적, 지역적 그리고 지구적 수준에서 공동의 이익창출을 위해 협력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 부상과 쇠퇴·축소라는 양국의 권력 변화에 따라 미·중 관계의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는 수렴보다는 상충되는 상황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의 출범과 더불어 2013년에 본격적으로 전개될 미·중 간 전략적 관계 양상은 양국의 안보전략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에 기존 안보전략의 검토와 새로운 대안적 안보전략의 모색을 강하게 추동하고 있다. 특히 남북한 관계의 한반도 정치는 미·중의 전략적 관계 변화로부터 구조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따라 동북아 차원에서 전개되는 미·중 강대국 정치의 다양한 형태와 성격은 남북한의 한반도 정치에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따라서 동북아에서 전개되는 미·중 강대국 정치의 적폐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는 우선적으로 남북한의 한반도 정치에서 서로에 대한 정책 방향 및 접근 방법에서 최소한의 공통적 입장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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