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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연수 서울시의원, 노원구 노후 열수송관 및 열원시설의 선제적·실질적 개선 촉구

    노연수 서울시의원, 노원구 노후 열수송관 및 열원시설의 선제적·실질적 개선 촉구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노연수 의원(더불어민주당, 노원4)은 제339회 임시회 서울에너지공사 업무보고에서 노원구 지역 내 노후 열수송관의 심각한 파열 위험을 제기했다. 이날 노 의원은 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정비 작업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열원시설 수명 연장 사업에 대해서도 면밀한 실익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 의원은 과거 노원구 관내 학교 인근에서 발생했던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언급하며 “주민 안전과 직결된 사고는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서남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열수송관 환상망 구축 계획’에 발맞춰, 노원 지역 역시 노후된 열수송관을 조속히 교체하고 환상망 체계를 신속히 확충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어 설계 수명 30년이 경과한 노원 열원시설(동부지사)의 수명 연장 사업(153억원)을 지적하며 “단순 수명 연장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과 신규 설비 교체(현대화) 중 어느 쪽이 경제적·안전 측면에서 유리한지 정확한 비교 분석이 선행되어야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공사 측에 적정성 및 비교 분석 결과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서울에너지공사 사장은 “노원 지역도 순차적으로 환상망 체계를 보강해 나갈 예정이며, 열원시설 수명 연장은 10년 연장을 전제로 전문기관의 승인을 받아 추진 중”이라며, 관련 상세 현황과 분석 자료를 별도 보고하겠다고 답변했다. 노 의원은 “단순한 수명 연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며 “서울시민의 안전한 난방 환경 조성을 위해 공사가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 KF-21 다음은?…韓, ‘6세대 전투기’ 형상까지 그리기 시작했다 [밀리터리+]

    KF-21 다음은?…韓, ‘6세대 전투기’ 형상까지 그리기 시작했다 [밀리터리+]

    한국이 KF-21 보라매에 이어 미래 전장을 겨냥한 차세대 전투기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인공지능(AI)과 광대역 스텔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등 이른바 ‘6세대 전투기’의 핵심 요소를 반영한 운용 개념과 기체 형상까지 검토하는 단계다. 27일 항공 전문 매체 에이비에이션위크는 한국이 서방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경쟁을 따라잡고 국내 전투기 설계·개발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 전투기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미래 전투항공기 개념 형상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앞서 방위사업청은 최근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개념연구’ 용역 입찰 공고를 냈다. 사업 규모는 9억원, 연구 기간은 14개월이다. 방사청은 연구 목표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광대역 스텔스, AI 기반 운용 개념·작전 운용 성능 정립을 제시했다. 이를 토대로 최적의 기체 형상까지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향후 소요 제기와 선행연구, 사업 타당성 검토의 기초 자료로 쓰인다. KF-21 끝나자 ‘다음 전투기’ 연구로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것은 KF-21 체계 개발이 막 끝난 시점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방사청은 지난달 29일 KF-21 체계 개발을 공식 종료했다. 2015년 사업을 시작한 뒤 6대의 시제기를 제작했고 42개월 동안 1600여 차례의 비행시험을 사고 없이 마쳤다. 양산 1호기는 올해 하반기 공군에 처음 인도될 예정이다. KF-21은 현재 4.5세대급 전투기로 분류된다. 앞으로 공대지 능력과 스텔스 성능을 단계적으로 강화할 계획이지만, 이번 개념연구는 그보다 더 먼 미래를 겨냥한다. 핵심은 유인 전투기 한 대가 여러 무인기를 통제하는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다. 조종사가 탄 전투기가 앞선 무인기들에 정찰과 전자전, 타격 임무를 나눠주고 하나의 전투체계처럼 운용하는 개념이다. 광대역 스텔스도 중요하다. 특정 주파수의 레이더뿐 아니라 다양한 주파수와 적외선 탐지까지 피하도록 기체 형상과 소재, 센서를 통합하는 기술이다. AI는 센서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조종사의 판단과 무인기 운용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기술들은 미국 F-47과 영국·이탈리아·일본의 글로벌전투항공체계(GCAP) 등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6세대기’ 확정은 아직…형상·성능부터 정한다다만 이번 연구를 곧바로 한국형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의 출발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재 단계는 군이 실제로 어떤 전투기가 필요한지, 어떤 임무를 맡길지, 어느 정도의 스텔스·AI·유무인 복합 성능이 필요한지를 정하는 개념연구다. 여기서 나온 형상과 요구 성능을 토대로 소요 제기와 선행연구, 사업 타당성 검토를 거쳐야 정식 체계 개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미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 필요한 기반 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방사청은 2026년 예산에서 KF-21 연구 역량을 이어갈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연구개발에 636억원을 반영했다. 구조·소재·센서 연구에 612억원, 관련 개발 연구에 24억원을 배정했다.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투자도 2025년 1915억원에서 올해 3402억원으로 늘렸다. 첨단 항공 엔진과 스텔스 기술 등 미래도전국방기술 예산 역시 2503억원에서 3494억원으로 확대했다. 엔진 국산화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방사청과 ADD는 지난달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 시제를 공개했다. 이 엔진은 향후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하는 협업 무인전투기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KF-21 진화형과는 다른 길 차세대 전투기 연구가 시작됐다고 해서 KF-21의 진화가 멈추는 것도 아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21의 스텔스 성능과 타격 능력을 끌어올리는 KF-21EX 구상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다. 에이비에이션위크는 지난해 KAI가 내부 무장창을 갖춘 KF-21EX 개념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2000파운드급 유도폭탄을 내부에 탑재해 레이더 반사 면적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결국 한국의 미래 전투기 전략은 두 갈래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개발을 끝낸 KF-21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스텔스·타격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더 먼 미래에는 AI와 다수의 무인기까지 한데 묶는 별도의 차세대 전투체계를 준비하는 방식이다. KF-21이 한국의 독자 전투기 개발 능력을 입증했다면 이번 연구는 그 경험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첫 단계인 셈이다. 아직 ‘한국형 6세대 전투기’의 개발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전투기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그리는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 클렌징 강자 넘어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로…마녀공장이 그리는 ‘다음 성장’

    클렌징 강자 넘어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로…마녀공장이 그리는 ‘다음 성장’

    ‘클린 뷰티’에서 ‘액티브 뷰티’로 브랜드 정체성 확장…소비자 피부 고민에 적극적인 솔루션 제안‘ma:nyo’에서 ‘manyo’로 로고 변경…패키지·브랜드 컬러까지 글로벌 기준에 맞춰 재정비클렌징에서 쌓은 제품 경쟁력 스킨케어로 확대…글로벌 소비자 접점 강화 글로벌 뷰티 브랜드 ‘마녀공장’이 ‘클렌징에 강한 브랜드’를 넘어 글로벌 스킨케어 브랜드로 도약한다. 2012년 론칭 이후 쌓아 온 클렌징 헤리티지는 유지하면서, 달라진 소비자와 글로벌 시장 환경에 맞춰 브랜드 정체성부터 로고, 패키지, 제품 커뮤니케이션까지 전반적인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마녀공장은 좋은 원료를 바탕으로 깨끗하고 순한 제품을 선보이며 ‘클린 뷰티’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특히 대표 클렌징 오일을 중심으로 클렌징 카테고리에서 경쟁력을 구축하며 소비자들에게 ‘클렌징에 강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뷰티 시장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제품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 단순히 좋은 원료와 순한 제품을 넘어, 자신의 피부 고민에 어떤 성분이 필요한지, 제품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경험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글로벌 시장과 이커머스 비중이 확대되면서 해외 소비자가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브랜드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도 필요해졌다. 이에 마녀공장은 기존의 강점을 버리는 대신, 이를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마녀공장이 새롭게 정의한 브랜드 방향은 ‘액티브 뷰티(Active Beauty)’다. 기존 클린 뷰티가 강조해 온 깨끗하고 순한 제품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엄선한 성분과 마녀공장만의 처방을 통해 소비자의 구체적인 피부 고민에 보다 적극적인 솔루션을 제안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마녀공장이 클렌징 시장에서 경쟁력을 만들어 온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단순히 메이크업을 지우는 기능을 넘어 블랙헤드와 피지 등 소비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피부 고민에서 출발해 원료와 처방을 제안해 온 것처럼, 앞으로는 이러한 제품 개발 방식을 스킨케어 전반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 선보인 ‘글루타치온 7 다크스팟’ 라인 역시 이러한 방향성을 보여 주는 대표 사례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호소하는 피부 고민에서 출발해 그에 적합한 성분과 처방을 담아낸 제품이다.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Everyday Magic for your skin’에도 변화된 방향성을 담았다. 엄선한 원료와 처방을 통해 소비자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피부의 변화를 마녀공장만의 언어인 ‘매일의 마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새로운 브랜드 방향은 로고와 컬러, 패키지에도 반영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 ‘ma:nyo’에서 콜론을 제거한 ‘manyo’ 워드마크다. 해외 소비자의 발음과 인지 혼선을 줄이고, 검색이 중요한 글로벌 이커머스 환경에서 보다 쉽고 직관적으로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오랜 기간 사용해 온 레드 로고 대신 새로운 브랜드 컬러로 ‘lemon yellow’를 적용했다. 마녀공장을 대표해 온 클렌징 오일의 화이트·옐로우 헤리티지를 계승하면서, 향후 다양한 제품과 콘텐츠에서도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패키지는 ‘Clear & Easy’를 핵심 기준으로 재정비했다. 불필요한 장식과 문구는 줄이고, 소비자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제품 정보를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 제품인 퓨어 소이빈 클렌징 오일의 ‘87%’, 글루타치온 제품의 ‘7’처럼 실제 성분과 배합에서 나온 숫자를 전면에 배치해 제품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브랜드 자산도 무조건 바꾸지 않았다. 대표 클렌징 제품은 익숙한 화이트·옐로우 배색을 상당 부분 유지하는 반면, 향후 강화할 스킨케어 제품군에는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기존 소비자에게 익숙한 헤리티지는 지키면서, 새로운 성장 영역에서는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 주기 위해서다. 마녀공장은 이번 리브랜딩을 브랜드 외형 변화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소비자가 경험하는 전반적인 브랜드 경험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리브영 페스타 LA 2026’에서는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반영한 ‘Magic Show’ 콘셉트의 부스를 운영하고, 퓨어 소이빈 클렌징 제품과 글루타치온 7 다크스팟 라인을 참여형 콘텐츠로 선보였다. 향후에는 국내에서 쌓아 온 클렌징 헤리티지와 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스킨케어 경쟁력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원료와 처방이 좋은 스킨케어 브랜드’라는 새로운 인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마녀공장 관계자는 “이번 리뉴얼은 단순히 브랜드의 외형을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앞으로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를 다시 정의하는 과정이었다”며 “오랜 시간 소비자들이 사랑해 주신 마녀공장만의 강점은 지키면서 클렌징에서 쌓아 온 제품 경쟁력을 스킨케어로 확장해, 더 많은 글로벌 소비자의 일상에서 마녀공장만의 ‘Everyday Magic’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65년 기억 허물지 마라”… 서귀포관광극장 “보수·보강 활용” 55.7% 응답

    “65년 기억 허물지 마라”… 서귀포관광극장 “보수·보강 활용” 55.7% 응답

    제주연구원이 주민과 방문객 등 6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서귀포관광극장을 보수·보강해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5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철거한 뒤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41.2%에 달했다. 특히 정방·송산·중앙·천지동 등 관광극장 인근 4개 동 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보수·보강” 50.0%, “철거 후 새로운 활용” 48.8%로 격차가 1.2% 포인트에 불과했다. 관광극장의 미래를 놓고 시민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셈이다. 서귀포시는 지난 19일 오후 시청 별관 문화강좌실에서 ‘서귀포관광극장 활용방안 시민 공개 간담회’를 열고 제주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용역 결과와 10차례에 걸쳐 도출된 추진협의회 권고안을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광극장의 보존과 활용 방안을 둘러싼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보존을 요구하는 시민들은 관광극장이 단순한 노후 건축물이 아니라 서귀포 원도심의 역사와 기억이 축적된 근현대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면 파사드(외관) 등 일부만 남기는 방식으로는 관광극장 전체가 가진 역사성과 장소성을 온전히 보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더욱이 “관광객들이 서귀포를 찾는 이유는 신축건물이 아닌 정방동 거주지와 관광극장 같은 시간이 누적된 가치와 스토리를 보기 위한 것”이라며 “예산이 들더라도 현대건축 기술로 충분히 안전하게 보강할 수 있다면 과정 자체가 스토리텔링이 되고 기억(추억)을 보존하는 상징성을 띠게 돼 홍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건축설계 종사자는 “관광극장은 구조나 용도에 따라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건축물로 봐야 한다”며 “현재 건축물을 구조적으로 보강했을 때 어느 정도 비용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산출한 뒤 활용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연구진이 제시한 파사드 보존과 해체 후 복원 방안에 대해 “사실상 철거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며 “관광극장 전체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보존하는 방안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철거 또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65년 넘게 사용된 노후 건축물인 만큼 보수·보강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고, 안전사고 위험까지 고려하면 미래 활용성과 경제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960년 준공된 서귀포 관광극장은 1963년 서귀읍 최초의 극장으로 문을 열었다. 정면의 현무암 석축과 근대식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결합된 원도심의 대표적인 역사문화 자산이다. 1999년 극장 영업이 종료된 뒤 2009년 지붕이 무너졌고, 2013~2015년 아트플랫폼 사업을 통해 ‘지붕 없는 극장’으로 재생됐다. 그러나 지난해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으면서 철거 논란이 불거졌다. 같은 해 9월 석축 일부 철거가 진행됐지만 건축 전문가와 문화예술계 등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제주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관광극장을 건축물과 석축벽체, 기존 관람석 등 세 부분으로 나눠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 건축물 정면 파사드는 장소적 상징성과 시민들의 기억을 고려해 원형 보존을 우선 검토하고, 구조적으로 보존이 어려울 경우 해체 후 복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파사드 뒤편은 지붕과 슬래브 등을 재구성해 공간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북측 석축벽체는 최대 9m에 달하는 현무암 돌쌓기 방식의 희소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구조 보강을 거쳐 최대한 원형을 유지하도록 했다. 관광극장 일대는 이중섭미술관과 이중섭거리 등 주변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제안됐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는 설문조사 결과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주민설명회 현장에서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컸다며 조사 결과와 실제 현장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지역과 연령 등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설문조사뿐 아니라 건축·구조·문화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까지 종합해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안전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 관광극장을 장기간 방치해서는 안 되는 만큼 태풍이나 지진 등 돌발 상황에 대비한 안전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내외 구조 전문가들의 검토 결과 건축물 전체를 그대로 보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노후화가 심해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수·보강에 상당한 어려움과 비용이 따를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소성과 고유성이 큰 만큼 이를 살릴 수 있는 건축 설계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보수냐 철거냐 어느 한쪽에 쏠린 것이 아니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요소를 살리면서 다음 단계에서 창의적인 설계 방안을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새 시장 취임 이후 추가적인 시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왔다. 현재 시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새 시정의 공공건축에 대한 가치와 비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부박환 서귀포시 문화시설팀장은 “향후 기획설계 진행 과정도 시민 여러분과 잘 공유하겠다”며 “추가적인 의견 수렴 자리를 마련하는 방안은 새로운 시장이 취임하면 보고드리겠다”고 답했다. 서귀포시는 이날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최종 연구용역에 반영한 뒤 9월 기획설계를 발주할 예정이다. 기획설계 결과물은 향후 관광극장 공간 재생을 위한 설계공모 지침서로 활용된다.
  • 박서보미술관 문 연다…도딘과 2인전 ‘첫 터치’

    박서보미술관 문 연다…도딘과 2인전 ‘첫 터치’

    “‘묘법’(描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비우기 위해 끊임없이 반복하는 행위다. 마치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하듯, 내 안의 찌꺼기를 털어내는 수행이다.” ●타계 3년 만에… 21일 서대문서 개관 그림 그리기를 자신을 비워내는 과정으로 여겼던 한국 현대미술 대표 작가 박서보(②·1931~2023)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개관한다. 작가 타계 3년 만이다. 박서보재단은 박서보의 예술세계를 계승하고 동시대 미술과 새로운 대화를 이어가고자 오는 21일 박서보미술관①을 개관한다고 밝혔다. 미술관은 한 작가의 작품을 보존·전시하는 기념 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박서보가 평생 추구한 예술적 가치와 교육 정신을 바탕으로 한국 현대미술을 연구한다. 또 새로운 세대와 세계 미술의 접점을 넓혀가는 문화 플랫폼을 지향한다. 박승호 재단 이사장은 이와 관련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공간을 ‘박서보의 성전’으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그의 뜻을 기리는 의미 있는 공간이 아닌 그가 평소 해 왔던 일이 지속적으로 수행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건축가 최문규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설계한 건물은 지하 2층~지상 3층 전체 면적 2000㎡ 규모다. 총 3개 전시실과 워크숍 등 커뮤니티 공간, 야외 정원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3층의 8m 정사각형 공간 ‘큐브’는 반투명 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유입되도록 설계됐다. ●두 작가 회화 42점 ‘비움’과 ‘충만’ 조명 개관전은 베트남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화가 흐엉 도딘(③·81)과의 2인전 ‘박서보와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이다. 전시에서는 두 사람의 회화 42점이 관객을 맞는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작업해 온 두 작가는 반복과 축적, 절제를 통해 화면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밀도를 응축하는 데 힘써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두 작가의 작업을 한자리에서 살펴본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재료와 방식이 ‘비움’과 ‘충만’이라는 공통의 지점에 이르는 과정을 조명한다. 박서보는 물에 불린 한지 위에 반복적으로 선을 긋고 밀어내는 묘법 연작을 통해 행위와 시간의 축적을 화면에 담아냈다. 흐엉 도딘은 광물 안료를 수십 차례 겹쳐 쌓아 올리며 색의 층위 속에서 빛이 드러나는 회화를 구축했다. 박서보의 흑색 한지묘법부터 색채 한지묘법까지 이어진 묘법 연작 변화 과정을 살필 수 있다. 전시 말미에서는 흐엉 도딘이 2023년 박서보를 만난 뒤 그와의 만남을 기억하며 만든 작품 ‘X.K.N.31’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월 3일까지.
  • ‘전통사찰과 현대예술의 만남’··· 화엄사, 광복절 문화 전시 공연

    ‘전통사찰과 현대예술의 만남’··· 화엄사, 광복절 문화 전시 공연

    구례 화엄사가 광복절을 맞아 문화 전시 공연을 마련해 관심을 모은다. 화엄사는 천년의 화엄사상을 춤과 시 낭송, 국악, 드로잉, 회화, 조각, 설치, 사진 등 동시대 예술로 풀어내며 전통사찰과 현대예술의 새로운 만남을 선보인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1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보제루와 성보박물관에서 ‘화엄전–몸짓과 낭송’을 개최하고, 이어 프랑스 파리에서 오랜 시간 활동해온 한국 작가 8인이 참여하는 ‘경계의 화엄–파리에서 구례까지’를 통해 화엄의 세계관을 현대미술로 확장한다. 첫 번째 전시인 ‘화엄전–몸짓과 낭송’에는 파리와 한국, 도쿄를 오가며 활동하는 아방가르드 무용가 “신은주(애나벨 신)”와 시 낭송가이자 한지 퍼포먼서인 엄경숙 국제하나예술협회 대표가 참여한다. 신은주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춤과 드로잉, 미디어아트로 풀어낸다. 파리에서 작업한 사진 위에 드로잉을 더하고 자신의 몸짓을 회화적 이미지로 재구성해, 시간예술인 춤을 전시 공간으로 확장한다. 엄경숙은 화엄사 성보박물관에서 QR코드를 통해 시 낭송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듣는 전시’를 선보인다. 관람객은 ‘화엄의 범종’ 등 낭송 작품을 직접 들으며 시각과 청각이 결합된 새로운 전시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15일 광복절에는 화엄사 보제루에서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주제로 한 특별공연이 펼쳐진다. 독립운동가이자 승려·시인이었던 한용운의 정신을 기리는 이날 공연에서는 엄경숙의 시 낭송과 한지 퍼포먼스, 신은주의 아방가르드 춤, 대금·가야금·양금·징·북·구음 등 국악 연주가 어우러진다. 신은주는 “화엄사상의 법계연기는 모든 존재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연결돼 있음을 뜻한다”며 “몸짓과 목소리, 이미지와 공간이 서로 관계를 맺고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전시를 구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화엄사의 현대예술 프로젝트는 ‘경계의 화엄–파리에서 구례까지’로 확장된다. 이 전시는 오랜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온 한국 작가들이 천년고찰 지리산 대화엄사로 돌아와 자신들의 예술적 여정을 펼쳐 보이는 자리다. 전시는 파리의 자유로운 예술 형식과 화엄사의 장엄한 고요가 만나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오랜 시간 파리에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의 ‘유목의 시간’이 화엄사의 ‘천년의 시간’과 만나면서, 단순한 작품 발표를 넘어 ‘예술적 귀향과 정화의 여정’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전시에는 홍현주, 문창돈, 최현주, 훈 모로, 박우정, 홍일화, 박인혁, 오세견 등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한국 작가 8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회화와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1991년 창단된 파리의 대표적인 한인 예술인 단체인 소나무작가협회 회원들이다. 지리산대화엄사 전시 관계자는 “몸짓과 낭송,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그리고 파리 작가들의 현대미술은 서로 다른 예술처럼 보이지만 모두 화엄의 ‘연결’이라는 하나의 정신이다”며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수행과 예술이 화엄사에서 서로를 비추며 새로운 문화예술의 인드라망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첫 음악극 선보이는 이하느리 “많이 배워…제대로 해봐야겠단 맘 생겼다”

    첫 음악극 선보이는 이하느리 “많이 배워…제대로 해봐야겠단 맘 생겼다”

    “동화를 망가뜨리고 싶은데 무슨 동화가 좋겠느냐”고 물었다. ‘바리데기’ 신화 같은 여러 후보가 오갔는데 캐릭터와 구조를 세우기에 알맞다는 생각에 ‘아기돼지 삼형제’가 낙점됐다. 어릴 때 보던 이야기이지만 어떤 판본에선 아이들이 볼 만한 내용이 아닌 것도 있었다. “지금 다시 보면 그런 (잔혹한) 게 더 느껴져요. 아이들이 읽도록 포장된 부분을 조금 적나라하게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오는 15~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 오르는 음악극 ‘그렇게 바람이 불었고 나는 두 형을 먹었다’의 연출과 작곡을 맡은 작곡가 이하느리(20)는 이야기의 시작을 조곤조곤 설명했다. 이 작품은 세종문화회관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Sync Next) 26’의 한 편이자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상주작곡가인 그의 첫 음악극이다. 12일 세종 아티스트라운지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하느리는 앞선 간담회에서 시노그라피와 의상을 맡은 조각가 양정욱(44)이 전한 무대 이야기에 음악적 살을 보태 작품을 소개했다. 원작을 부수는 데에서 출발했지만 ‘아기돼지 삼형제’여야 했던 건 그 안에서 관계를 설명할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양정욱은 “세 돼지의 관계, 돼지들과 늑대의 각각의 관계, 그 관계들이 생기면서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구조로 적절했다”면서 “해외에서 TV를 볼 때 언어를 모르거나 완전히 음소거가 돼도 괜찮은 영상들을 계속 보게 되는 것처럼, 우선은 관계 변화를 주면서 시선을 붙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무대 위에 늑대는 없다. 세 인물이 누구인지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형들을 늑대가 먹고 그 늑대를 막내가 먹으니 결국 막내가 형들을 흡수하는 셈인데, 그 과정이 실제로 벌어지는 일인지 아닌지는 정하지 않았다. “확실하게 설정할 수가 없어서 할 수 없는 상태로 놔둬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이하느리는 “얘가 누군지 몰라도 두 사람이 무대에 서 있고 거기에 어떤 음악이 얹히면 생기는 관계가 있다”고 했다. 무대 장치를 건드리는 동작, 어느 위치에 섰을 때 흘러나오는 소리 같은 무언의 관계라는 것이다. 관객에게 그것이 전해질지는 그도 장담하지 않았다. “저는 너무 많이 노출돼서 이미 다 알아버렸거든요. 처음 보는 분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작품은 음악이 서사를 이끈다. 뚜렷한 기승전결도, 사건을 설명하는 대사도 없다. 첫째와 둘째, 막내 돼지가 차례로 나와 비슷한 행동을 되풀이하고 같은 음악이 돌아오는 사이 세 존재의 믿음과 두려움이 서로에게 스민다. 이하느리는 “같은 음악과 언어, 행동이 반복될수록 섞이고 조금씩 왜곡되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곡도 그 구조를 따라 거꾸로 갔다. 구성 전체를 통제할 수는 없겠다고 판단한 그는 어느 대목에서 어떤 행동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그림을 먼저 세우고, 그 행동에 이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역순으로 짚어 올라갔다. 음악이 완성된 뒤에야 드라마가 정리된 대목을 전하면서 이하느리는 “원래 이렇게 작업하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흥미로웠다”고 했다. 소리는 전자음과 신시사이저를 축으로 타악기와 관악기, 성악까지 뒤섞인다. 편성은 오히려 덜어내는 쪽이었다. 애초 네 종류가 더 있었지만 무대 위에 누가 서고 무대 밖에 누가 남을지를 그리다 보니 꼭 필요한 것만 남겼다. 함께 곡을 쓴 신예훈(30), 이한(28)과 장면을 나눠 맡되 각자 잘하는 자리에 섰다. 전자음악은 이한이, 신시사이저는 신예훈이 맡았고 이하느리가 마지막에 전체 틀에 맞춰 다시 짰다. 공연 자체를 해체하는 3막은 이한의 몫이다. 양정욱의 무대에는 집의 감각이 흩어져 있다. 정형화된 구조 몇 개와 안무에 따라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비정형 장치가 놓인다. 목재를 주로 다뤄온 그에게 이번 작업은 제약이 많았다. 방염과 안전 규정을 확인해야 해 즉흥적인 변경이 어려웠고, 대신 길이와 속도, 밝기를 조정하며 밀도를 맞췄다. 끝은 영상으로 닫힌다. 이하느리가 붙든 소재는 ‘엘사게이트’다.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무단으로 끌어와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을 담은 영상이 유튜브에 대량 유통돼 2017년 국제적 논란이 된 사건이다. 초등학생 시절 그 영상들을 보고 자란 그는 어른이 되어서야 무엇이 이상했는지를 알았다. “출처도 없고 누가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영상이 그렇게 쏟아졌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제가 하는 작업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영상들을 모아 편집한 엔딩 영상이 에필로그로 붙는다. 15일과 16·17일의 마무리는 다르다.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된 첫날은 딱 끊기는 엔딩으로, 나머지 이틀은 코다를 더해 관객이 언제 자리를 떠야 할지 모호한 상태로 남겨둔다. 첫 음악극은 이하느리에게 여러 ‘처음’을 안겼다. 예산을 직접 굴려야 하는 일이 특히 그랬다. “이전에는 리허설하고 공연하는 사람이었는데 프로세스가 많이 달랐다”는 그는 “사비를 써야 할 때도 있었다”며 크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평소에 함께 작업하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연락할 명분이 생긴 데 여러 번 고마워했고, “많이 배웠다”고도 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지켜보던 양정욱에게 시상식 자리에서 인사를 건넨 것이 협업으로 이어졌고, 영상 작업은 최근 인상 깊게 본 이은솔에게 맡겼다. “작곡가는 혼자 방에서 종이만 들여다보는 사람이잖아요. 계속 밖으로 나와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많은 분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다원예술 전반에 대한 동경은 늘 있었지만, 이번 경험이 그 동경의 성격을 바꿔놓은 듯했다. “그냥 해보는 게 아니라 제대로 해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들리는 것만 신경 쓰던 사람이 이제 보이는 것까지 신경 쓰고 싶어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싱크 넥스트에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더 잘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초고층에 도달한 인류… 이제는 다시 내려가야 할 때” [월요인터뷰]

    “초고층에 도달한 인류… 이제는 다시 내려가야 할 때” [월요인터뷰]

    ‘몬 다카나와’가 화제인데기존 재개발 녹지는 꾸미기 공간문화시설·녹지 만들어도 단절돼‘걸어서 즐거운 녹지’로 새 시도이상적인 도시의 조건은인구 감소 속 초고층타워 필요한가사람마다 좋아하는 장소 다르지만걸으며 건강·활력 찾는 도시 필요사람에게 집·공간의 의미는한국인 건물 소유욕 오랜 시간 궁금자기 공간 만드는 것, 소유보다 중요스스로 만드는 ‘자기 둥지’ 개념 필요현대건축은 행복한 공간 만들었나‘반짝이는 새집’이 행복함과 결합20세기 전엔 오랜 공간 소중히 해‘새것에 대한 신앙’이 불행의 씨앗도시는 어디까지 높아져야 할까. 기후위기와 팬데믹, 저출산·고령화는 우리가 도시와 건축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 더 높고, 더 크고, 더 새롭게 짓는 일이 여전히 발전일 수 있을까.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72)는 인간 문명을 비탈길에 비유했다. 초고층 타워는 그 오르막의 끝이다. 이제는 내려갈 때라고 했다. 더 낮게 짓고, 더 많이 걸으며, 자연에 가까워지는 길이다. 지난달 15일 도쿄 미나토구 아오야마의 사무실에서 만난 구마는 “인간이 자연에서 멀어진 만큼 자연도 우리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며 “다음 시대의 건축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3월 도쿄 다카나와역에 선보인 복합문화시설 ‘몬 다카나와: 더 뮤지움 오브 내러티브즈’(MoN Takanawa: The Museum of Narratives)가 화제다. “기존 재개발에서도 녹지를 조성하지만 상당수는 사람이 걷고 머무는 공간이라기보다 보기 좋게 꾸며놓은 데 그친다. 문화시설도 마찬가지다. 재개발 지역에 문화시설과 녹지를 함께 조성해도 서로 단절된 경우가 적지 않다. ‘걸어서 즐거운 녹지’를 만들고 싶었다. 이는 사람보다 건물을 앞세워온 도쿄는 물론 세계 여러 도시의 재개발 방식에 안티테제(반대 명제)를 제시하려는 시도였다.” 도쿄 JR 다카나와 게이트웨이역 일대에 조성 중인 일본 최대 규모의 도시 개발 프로젝트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에 문을 연 몬 다카나와는 문화시설과 녹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다다미 쉼터와 옥상 족욕 공간, 옥상 정원 등을 곳곳에 배치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머물도록 했다. 초고층 빌딩이 즐비한 재개발 지구 한가운데 있지만 거대한 건축물 특유의 위압감 대신 사람의 속도에 맞춘 공간감을 구현했다. -몬 다카나와에서 구현한 ‘걸어서 즐거운 녹지’를 도시 전체로도 확장할 수 있을까. “그렇게 돼야 한다. 그런 작은 건축의 좋은 사례를 도시 전체로 넓혀가고 싶다. 사람들이 저마다 좋아하는 장소가 모여 도시를 이루는 모습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와 팬데믹, 인구 감소가 도시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1990년 이후 세계 여러 도시는 ‘도시=타워’라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도 초고층 타워가 계속 필요한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타워는 가장 전형적인 ‘이기는 건축’이다.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보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을 만든다. 반대로 좋은 건축은 꼭 크거나 유명할 필요가 없다. 작더라도 안과 밖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왠지 기분이 좋다’고 느끼게 하는 공간이 더 중요하다.” 구마는 인구 감소를 ‘쇠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여러 지표가 하락하는 시대에도 성장기와는 다른 행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는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끊임없이 새 건물을 짓는다면 빈집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가 축소되는 시기일수록 새것을 향한 집착에서 벗어나 오래된 건축과 공간을 되살려 사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상적인 도시의 조건은 무엇인가. “역시 ‘걸어서 즐거운가’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장소는 다르지만 걷고 싶어지는 공간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초고층 건물만 있는 도시에는 걸어서 가고 싶은 장소가 많지 않다. 앞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걸으면서 건강해지고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도시가 필요하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작업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나. “나는 내 개성을 밀어붙이기보다 그 장소가 가진 장점과 자연을 살리는 건축을 하고 싶다. 아마 그런 점 때문에 세계 여러 곳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먼저 내 생각을 강요하면 상대에게 배울 수 없다. 나는 말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듣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자랑하고 싶은 것을 보면서 배우고 싶다.” -최근 서울 성수동에도 사무소를 열었는데. “서울은 지금 굉장한 기세가 있다. 그 에너지 자체가 재미있다. 성수 사무소는 옥상에 녹지가 있고 걸어서 갈 수 있는 식당도 많아 이상적인 환경이다. 무엇보다 사무소 앞의 좁은 길이 마음에 들었다. 자동차보다 사람이 중심인 거리다. 새로운 것에 민감한 사람들이 가게와 작업실을 걸어서 오가며 문화를 만들어낸다. 마치 ‘초고층 빌딩 안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다’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인 동네 같았다. 그런 점에서 성수는 매우 흥미로운 장소다.” -한국에서는 새 아파트와 집 소유를 성공의 상징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사람들이 왜 새 건물과 소유를 그토록 좋아하는지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소유하지 않으면 불안하니 소유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20세기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나는 그것이 사람에게 일종의 마약과 같다고 생각한다. 소유하지 않으면 불안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무언가를 소유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구마는 일본에서도 주택 소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지진과 쓰나미로 집은 무너져도 대출은 남았고, 집을 다시 지으면 ‘이중 대출’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는 “그 경험을 통해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퍼졌다”며 “집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집과 공간은 어떤 의미여야 하나. “공간은 동물에게 둥지와 같다. 자기 둥지로 돌아왔을 때 편안하고 행복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다. 다만 자기 공간을 만든다는 것과 그 공간을 소유한다는 것은 별개다. 전문가에게 모든 것을 맡기기보다 좋아하는 물건을 놓고 벽에 색을 칠하며 스스로 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자기 둥지를 만들어가는 편이 인간에게 더 자연스럽다.” -현대건축은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공간을 만들어왔는가. “현대건축은 ‘반짝이는 새집을 지으면 행복해진다’는 생각을 만들어냈다. 새롭고 반짝이는 것과 행복을 결합한 것이다. 하지만 20세기 이전 사람들은 반짝이는 새집을 짓는 일이 거의 없었다. 오래전부터 있던 것을 소중히 사용했고, 오래 사용한 공간에서 자기 둥지로서의 행복을 느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 새것을 짓고 그것을 손에 넣는 것이 행복이라는 ‘새것에 대한 신앙’이 생겼다. 나는 그 신앙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구마는 건축만큼이나 꾸준히 글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큰 건축 프로젝트와 작은 프로젝트, 그리고 글쓰기를 자신의 삶을 움직이는 ‘삼륜차의 세 바퀴’에 비유한다. 글은 대부분 세계 곳곳을 오가는 중에 쓴다. “사무실과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판단해야 한다. 테니스 경기 중에는 날아오는 공을 받아치느라 방금 왜 그렇게 쳤는지 돌아볼 수 없다. 글쓰기는 경기가 끝난 뒤 그날의 판단을 되짚는 시간이다. 거기서 다음 경기를 위한 힌트를 얻는다. 오늘도 인터뷰가 끝나면 곧바로 출장을 떠난다. 이번엔 열흘 동안 세계를 한 바퀴 도는 일정이다.” ■ 구마 겐고는 1954년 일본 요코하마 출생. 도쿄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건축설계사무소 ‘구마 겐고 앤드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다. 나무와 돌 등 자연 소재를 활용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020 도쿄올림픽 국립경기장과 몬 다카나와 등을 설계했다. 초고층·콘크리트 중심의 건축을 비판하며 ‘약한 건축’(負ける建築) 철학을 제시해왔다. 저술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구마 겐고, 나의 모든 일’, ‘점·선·면’, ‘작은 건축’ 등이 한국에 출간됐다.
  • [사설] 돌려받을 의료비 378억원 소멸… 신청주의 방식 손봐야

    [사설] 돌려받을 의료비 378억원 소멸… 신청주의 방식 손봐야

    본인부담상한제는 1년 동안 부담한 건강보험 적용 의료비가 정부가 정한 한도를 넘는 경우 초과분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돌려주는 제도다. 증중 질환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으면 의료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는 것이 현실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국민이 질병 때문에 최악의 빈곤에 허덕이는 것을 막아 주는 복지제도다. 문제는 이 제도 또한 우리 복지체계의 최대 허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청주의에 매몰돼 있다는 사실이다. 예기치 않은 질병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는 것을 막아 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요구하지 않으면 주지 않는다. 건보공단이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1년부터 지난 6월까지 5년 6개월 동안 42만 4727건, 3617억 1800만원이 환자에게 돌아가지 않았다. 3년의 소멸시효가 지나 아예 받을 수 없게 된 환급금도 5만 4002건, 378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건보공단은 해마다 8월에 전년도 의료비 부담에 대한 환급 관련 정보를 당사자에게 보낸다. 하지만 안내문을 보지 못하거나 다른 고지서로 오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환급금을 빙자한 사기가 늘어나며 안내문 자체를 외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노약자와 중증환자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알아도 신청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는 본인부담상한제를 두고 의료보장 제도의 핵심이자 건강보험 최후의 안전망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럼에도 기존 지급 방식은 가족 등의 도움을 받기 어렵거나 디지털 환경이 열악한 취약계층에게 더 큰 불이익이 돌아간다. 정부는 ‘신청주의 복지’를 ‘선제적·자동 복지’로 전환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자동화가 어려우면 정부가 먼저 찾아가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본인부담상한제에서 보듯 전환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전자 정부’라고 자랑하는 나라에서 초과분을 알아서 돌려주는 작업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국민은 묻고 있다.
  • 공동주택 승강기 보양 분쟁 증가… “단순 가격보다 책임·운영 시스템 따져봐야”

    공동주택 승강기 보양 분쟁 증가… “단순 가격보다 책임·운영 시스템 따져봐야”

    - 시공 과정 중 대리석·스테인리스 등 공용부 손상 시 입주민·관리주체 갈등 빈번- 기본 견적 외 공용부 추가 보양 비용 기재 여부 확인 필요- 업계 “단순 설치 넘어 공동시설 자산 보호하는 전문 서비스 인식 전환 시급” 공동주택 인테리어 시장이 성장하면서 승강기 보양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양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용부 시설물 파손과 하자 책임 분쟁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승강기 보양은 공사 기간 동안 승강기와 공용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 공정이지만, 일부 현장에서는 시공 과정에서 승강기 스테인리스, 대리석 바닥, 벽면 도장, 몰딩 등 공용부 마감재가 손상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러한 손상이 발생한 이후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다. 공사가 끝난 뒤 시설물 손상이 발견되면 입주민과 인테리어 업체, 관리주체가 책임 여부를 놓고 분쟁을 겪는 사례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공사 완료 후 시설물 손상이 뒤늦게 발견되면 입주민과 인테리어 시공업체, 아파트 관리주체 간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승강기와 공용 복도는 입주민 전체가 공유하는 공간인 만큼 작은 손상도 민원으로 직결되는 데다, 대리석 등 특수 마감재는 복구 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해 시공 업체의 책임 있는 사후 대응 체계가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업체 선정 시 단순 기본 시공 가격만 비교하는 방식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부 업체의 경우 전체 보양, 부분 보양 등 기본 상품 가격을 낮게 책정한 뒤, 현장에서 필수적인 공용부 보양 작업을 이유로 추가 비용을 요구해 최종 견적을 올리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공 적용 범위 ▲추가 비용 산정 기준 ▲직접 운영 여부 ▲하자 발생 시 사후 대응 체계 ▲공동주택 시공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5년 이상 공동주택 인테리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온 ㈜준비된사람들 페어피스의 양승호 대표는 승강기 보양을 단순 시공 공정이 아닌 자산 보호 서비스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대표는 “승강기 보양은 단순 자재 부착 작업이 아니라 공동주택 자산을 보호하는 전문 시공으로, 피해 예방이 최우선”이라며 “문제 발생 시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는지가 업체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 대표는 최근 가격 경쟁이 과열되면서 소비자들이 오히려 더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승강기 보양은 기본 상품 가격만으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공용부 보양이 함께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종 견적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왜 추가 작업이 필요한지 투명하게 설명하는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공동주택 인테리어 시장이 더욱 성숙하기 위해서는 시공 품질뿐 아니라 책임 문화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대표는 “공동주택은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작은 부주의 하나가 입주민 간 갈등과 관리주체의 민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좋은 업체는 시공을 잘하는 업체가 아니라,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끝까지 책임지는 업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앞으로 승강기 보양 역시 단순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서비스의 품질과 운영 체계, 책임 문화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공동주택 인테리어 문화는 지난 15년 동안 많은 변화를 거쳐 왔다. 이제는 보양 역시 단순히 설치하는 공정이 아니라 공동시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입주민과 관리주체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전문 서비스로 자리 잡아야 한다.”라며, “페어피스는 앞으로도 공동주택 인테리어 현장에서 책임 있는 시공 문화와 표준화된 서비스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김성태 경기도의원, 용인 지역 초등학교 ‘안전한 배움터’ 조성 위해 현장 해법 모색

    김성태 경기도의원, 용인 지역 초등학교 ‘안전한 배움터’ 조성 위해 현장 해법 모색

    경기도의회 김성태 의원(더불어민주당, 용인 2)이 지난 30일 용인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해 학교 관계자, 학부모 대표, 교육지원청 관계자들과 정담회를 열고 학교 시설 개선 및 주요 교육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번 정담회에서 학교 측은 체육 활동과 행사 시 사용하는 운동장 스탠드에 비가림 시설이 없어 폭염이나 우천 때 학생들의 불편이 크다며 개선을 건의했다. 또한 통학버스 승하차 구역부터 학교 건물까지 연결되는 비가림 시설 설치와 외부 차량의 무단 출입을 차단하기 위한 정문 차량 차단기 설치 필요성도 함께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김성태 의원은 “여러 시설을 한꺼번에 개선하면 좋으나 예산 지원 특성을 감안하여 학생 안전과 교육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업부터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해야 한다”며 “학교가 가장 시급한 사업을 선정해 교육 환경 개선 사업을 신청하면 교육지원청과 협의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밝혔다. 또한 용인초등학교는 학교 외부에 위치한 12필지, 약 1만 평 규모의 교육청 공유 재산을 위탁 관리하며 불법 점유 점검, 제초 작업, 수목 관리 등으로 행정적·재정적 부담이 상당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학생 교육에 집중해야 할 학교가 직접 활용하지 않는 외부 토지까지 관리하는 구조가 적절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의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매각이나 지방자치단체 이관, 관리 주체 조정 등 가능한 방안을 경기도교육청과 확인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학교가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주요 공공시설인 만큼, 학생 안전과 교육 활동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체육관 등 시설 개방을 활성화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이용 단체의 책임 명확화, 출입자 관리, 청소 및 시설물 관리 기준 마련 등 학교의 부담을 줄이면서 주민 이용 편의를 도모할 구체적 기준 검토를 제안했다. 한편 이날 학부모 대표들은 맞벌이 가정을 위한 초등학교 3학년 돌봄 교실 확대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원거리 통학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복합 특수 학급 확대를 요청했다. 김 의원은 공간, 인력, 수요, 예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인 만큼 학부모와 학교의 의견을 지속 수렴하고 교육지원청 및 도의회 교육위원회와 실현 가능한 지원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김성태 의원은 “미래 세대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들을 수 있어 더욱 뜻깊었다”며 “학교와 학부모가 가장 시급하다고 느끼는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 서울시, 첫 ‘한옥관리 아카데미’ 선보인다…이론부터 실습까지

    서울시, 첫 ‘한옥관리 아카데미’ 선보인다…이론부터 실습까지

    서울시는 한옥의 지붕과 벽, 목재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간단한 관리·보수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한옥관리 아카데미’를 올해 처음 운영한다. 자연 재료를 사용하는 한옥 특성상 이상을 일찍 발견해 적절한 재료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는 주민을 위해 마련했다. 아카데미는 실습 중심으로 진행된다. 분야별 이론을 배운 뒤 실습 도구와 재료를 활용해 관리와 보수 방법을 익힌다. 주요 내용으로는 ▲한옥 자가 점검 ▲목재 관리 ▲미장 보수(벽에 흙·회·모르타르 등을 발라 마감하는 작업) ▲틈새(벽체 코킹)·해충 관리 ▲한지 도배가 있다. 교육은 기초반과 심화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기초반에서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점검과 보수 방법을 배우고 심화반에서는 한옥을 깊이 이해하고 재료의 특성에 맞는 관리·보수 방법을 익힌다. 한옥 관리에 관한 기초지식이나 경험이 많지 않은 시민은 기초반을, 한옥의 구조와 수선 방법을 깊이 배우고 싶다면 심화반을 신청하면 된다. 각 과정은 하루 4시간씩 5일간 진행한다. 서울 한옥 주민과 한옥살이에 관심 있는 시민이면 누구나 교육을 신청할 수 있다. 교육은 기초반 4차와 심화반 2차 차수별 16명씩 총 96명을 모집한다. 수강 신청은 27일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한옥포털’에서 받는다. 올해 처음 시범 운영하는 아카데미는 무료로 진행한다. 자세한 사항은 포털 또는 시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인하거나 한옥관리 아카데미 운영사무국으로 문의하면 된다. 시는 교육에 앞서 8월 20일 종로구 계동 한옥지원센터에서 아카데미 개막 세미나를 연다. 세미나에서는 ‘한옥과 그 안의 삶’을 주제로 전문가와 한옥 주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아카데미에 참여하는 강사진과 교육과정도 소개한다.
  • “AI 기술 속에서도 새로운 조각의 모습 고민”… “깊이 있는 재료 통해 몰입도 높은 현장감 전달”[호반문화재단 ‘2026 H-EAA’]

    “AI 기술 속에서도 새로운 조각의 모습 고민”… “깊이 있는 재료 통해 몰입도 높은 현장감 전달”[호반문화재단 ‘2026 H-EAA’]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호반문화재단 전국청년작가 미술공모전(H-EAA)에서 지난 9일 선정작가상을 수상한 5명의 목소리에는 저마다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치열한 고뇌가 배어 있었다. 강재원(37) 작가는 흙을 만지는 전통적인 조각 방식에서 벗어나 모니터 화면 속에서 디지털 조각을 빚어낸다. 출품작 ‘디포메이션’은 디지털 툴 고유의 변형 기능을 활용해 완성됐다. 강 작가는 “문서 작업처럼 과거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실행 취소’ 기능이야말로 디지털 조각의 차별점”이라며 “급변하는 인공지능(AI) 기술 환경 속에서 조각이라는 매체를 어떻게 새롭게 선보일지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김성수(42) 작가는 알루미늄 판을 두드려 차가운 금속 물성에 인간의 온기와 유기적인 생명성을 불어넣었다. 식물의 성장 과정을 조각가의 시선으로 담아낸 출품작은 중심에서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생명의 확장에 초점을 맞췄다. 김 작가는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시간의 흐름과 서사를 결합한 극장 프로젝트로 조형적 확장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서준(39) 작가는 자신을 작가가 아닌 ‘예술기업가’라고 불러주길 바랐다. 회화에 안주하지 않고 글쓰기와 기획 등 다양한 가치 추구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지를 수묵채색한 후 캔버스 천에 배접해 구김과 형상의 흔들림을 극대화한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 문화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전소영(42) 작가는 시골 하천을 산책하며 마주한 자연의 정서와 감각의 기억을 화폭에 담았다. 출품작 ‘깊은 연결 1’은 눈으로도 질감이 고스란히 만져질 것 같은 ‘시각적 촉각성’에 주목한 작품이다. 미디움(회화 보조제)으로 표면 질감을 내고 얇은 물감층을 여러 겹 쌓아 올렸다. 전 작가는 “막막했던 시기에 이번 수상이 자신을 믿고 나아가라는 큰 격려가 됐다”며 “향후 대형 연작으로 작품을 확장하고 깊이 있는 재료 실험을 통해 몰입도 높은 정서적 현장감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전주희(44) 작가는 자연물을 통해 존재의 관계성을 시각화했다. 그의 출품작 ‘두 개의 상(象) 2025’는 대칭 구조 속에서도 부분적으로 색을 달리해, 하나의 상에서 다른 상으로 영향력이 넘어가는 시간성을 회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으로 구현했다. 전 작가는 “그간의 무력감을 지우고 내 작업이 인정받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어 “대학 입학 이후 25년간 생업과 창작을 치열하게 병행해 온 에너지를 바탕으로, 앞으로 자연 풍경 속에 우리 사회의 공통된 기억을 녹여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선정 작가들의 전시 ‘더 넥스트 신’은 다음달 9일까지 경기 과천시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린다.
  • 곡선의 섬에서 직선의 삶을 보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곡선의 섬에서 직선의 삶을 보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좋은 삶’을 사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고, 싫어하는 것을 줄이면 된다. 제발 ‘좋은 것’과 ‘비싼 것‘을 혼동하지 말자! 자신의 ‘좋은 것’이 명확지 않으니 ‘비싼 것’만 찾는다. 요즘 여수의 내 삶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삶은 계란’이다. ‘삶은 계란’을 아침에 아주 맛있게 먹는 것은 내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김정운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21세기북스) 중에서 ‘뜨거운 여름 한가운데 있는 휴가는 각자의 슈필라움을 물어보기 좋은 기회다. 여수는 김정운 작가가 아니어도 그런 휴가지로 알맞다. 물론 ‘여수 밤바다’의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에 귀 기울이다 돌아와도 무방하다. 내가 함께 걷고 싶은 것이 바다인지, 거리인지, 당신인지, 나의 맘인지 조금은 선명해질지도. 그것만 알게 돼도 충분하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 김정운 작가는 ‘자뻑’이 심하다고 고백한다. 왜냐하면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자신을 많이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그의 썰렁한 농담(글)은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또 평균 수명이 50세도 안 되던 시절에는 ‘직선의 삶’이 유효했을지 몰라도, 100세 시대에는 ‘안 되면 되게 하라’가 아니라 되면 하는 거라고. ‘곡선의 섬’에서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본 ‘직선의 삶’에 관한 통찰이려나. 달리 표현하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일, 그것을 살펴보고 나아가는 용기일 테지. 그러니 여수 남쪽 섬의 미역 창고를 개조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든 그를 시기하고 질투할 수밖에. 책은 문화심리학자인 작가가 자신의 슈필라움에서 쓴 글과 그림을 실은 책이다. 슈필라움은 ‘놀이(Spiel)’와 ‘공간(Raum)’을 합친 독일말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이다. 우리말에는 없는 단어다. 우리에게 그런 삶의 공간이 드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가 붙인 슈필라움의 이름은 ‘아름다움의 힘으로 창조적인 생각을 한다’는 뜻의 미역창고(美力倉考)다. 그의 여수 생활을 더듬더듬 읽어가다 보면 우리 모두에게 보잘것없어도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때 공간은 공간이기도 하고 시간이기도 할 것이며, 각자의 삶을 억누르는 틀을 깨고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미리 말하지만 김정운 작가의 미역창고를 찾아가라는 제안은 아니다. 좋은 삶을 살기 위해서는 좋은 것과 비싼 것을 혼동하지 않아야 하듯,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남이 좋아하는 것을 헷갈려도 곤란하다. 그리고 여수에는 하루 또는 며칠 정도 슈필라움이 되어줄 만한 섬이 많다. 내 경우는 장도가 여수의 슈필라움이다. 장도는 GS칼텍스재단이 지역사회 공헌 사업으로 조성했다. 섬 전체가 복합문화예술공원이다. 여수 사람들은 ‘질다(길다)’는 전라도 사투리를 그대로 붙여 진섬(長島)이라 부른다. KTX는 여수엑스포역보다 여천역에서 내려 웅천친수공원을 목적지 삼는 게 편하다. 웅천친수공원에 내려 바다 위로 놓인 약 335m의 진섬다리를 걸어 들어가면 장도다. 물때에 따라 입도가 힘들기도 한데 예울마루 홈페이지(www.yeulmaru.org)에서 출입 가능 시간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그래봐야 물에 잠기는 시간은 고작 2~4시간 정도다.) 명색이 섬인데 꽤나 쉬워 허망한 당도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답은 늘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지 않던가. ●장도에서 만난 예술의 길·정원의 길 가을을 전제하기에는 했어도, 김정운 작가는 여수의 잔잔하고 따뜻한 앞바다에서 리스트의 ‘콩솔라시옹(Consolation)’을 떠올린다 했다. 콩솔라시옹은 ‘위로’를 뜻하는 말이다. 작가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까지는 아니어도 진섬다리를 건너며 들을 만하다. 해수욕장의 시끌벅적한 생기가 가라앉고 고요히 바다 위를 걷는 듯하다. 진섬다리 중간 즈음에는 천진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갯바위 위에 선으로 빚은 종이학, 꽃, 게 등이다. 그러고 보니 장도 입구에서 달팽이 작품을 본 듯하다. 텅 빈 작품의 몸체는 배경이 색을 대신한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중화가 최병수 작가의 작품이다. 2005년 요양을 위해 여수 섬에 내려왔고 정착했다. 장도는 크게 서쪽 해안의 창작스튜디오를 지나는 예술의길(편도 30분), 반대편 동쪽 숲을 거니는 둘레길(편도 40분), 그리고 다도해정원과 장도전시관 사이 섬 가운데 언덕을 지나는 정원의길(편도 20분)로 나뉜다. 어느 길로 가든 섬 남쪽 끝의 전망대가 목적지다. 육지 가까운 반대편 북쪽은 저녁이 화려하다. 장도는 오후 10시까지 야간 개방하는데 이이남 작가가 장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미디어 파사드가 볼거리다. 앞서 말한 최병수 작가의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것도 목적이 될 수 있다. 최 작가의 작품에는 친절한 글이 있어 좋다. 설명이나 해설보다는 사유를 이끈다. 예술의길 해안 구간이 끝날 즈음에는 우물쉼터가 나오는데, 바다 쪽 돌담 위에는 자그마한 그릇 하나가 놓여 있다. 최 작가의 ‘달그릇’이다. “작은 그릇에도 우주가 있습니다”라는 설명이다. 달그릇은 주위 풍경을 색으로 입는다. 바다를 담으니 바다 그릇이고 산을 담으니 산 그릇이다. 그 위에 작은 초승달 하나가 걸려 있다. 그 또한 보는 방향에 따라서는 그믐달이기도 하겠다. 장도에는 1930년 초 정채민 씨 일가가 입도해 2015년까지 주민들이 살았다. 우물쉼터에는 나이 든 팽나무 그늘에 펌프 하나가 자취로 남아 있다. 그럼 달그릇은 섬사람들의 기억과 우주를 남기고픈 작가의 바람이기도 했으려나. 그 한 그릇에도 슈필라움이 머문다. ●‘관대함’에 고요히 눈을 맞추다 우물쉼터에서 숲길을 걸어가면 곧 전망대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전망대는 아니고 섬의 남쪽 끝에서 가장 먼바다를 마주한 자리다. 난간에는 허공에 옆얼굴 선을 그린 듯한 최 작가의 ‘얼솟대’가 기다린다. 솟대는 평안과 안녕을 빌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 소통의 의미가 있다. 이번에는 ‘우리 얼굴 역시 솟대입니다’라는 글을 덧붙였다. 장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고 많은 이들이 그 곁에서 사진을 찍는다. ‘섬’이라는 글자에서 ‘ㅅ’을 뺀 ‘ ’ 모양의 솟대도 있다. 먼바다의 섬(△)을 겹치니 ‘섬’이라는 글자가 완성된다. 그리고 전망대 우측에는 작은 쪽문이 있으니 잠시 열고 나가 보시길. 섬의 지반을 이루는 바위 기슭 위의 벤치가 쉼을 권한다. 쉬이 지나치기 쉽지만 여유로이 머문 이들은 어렵잖게 찾아낸다. 나는 장도에 갈 때마다 그곳에서 얼마간 숨을 고른다. 도심은 뒤로 하고 눈앞에는 다도해의 섬들이 어른댄다. 그 어딘가 최병수 작가가 사는 섬이 있고 김정운 작가가 사는 섬이 있다. 그들의 슈필라움과 나의 슈필라움이 고요하게 눈을 맞추는 찰나다. 전망대에서는 장도전시관과 아트카페가 가깝다. 마침 전시실에서는 ‘소나무’ 시리즈로 잘 알려진 배병우 사진작가의 ‘여수진경(麗水眞景):하늘과 땅 사이(7월 15일까지)’가 한창이다. 여수는 그의 고향이다. 최초의 방이자 떠나고 싶은 방, 고향은 태초의 슈필라움일 테니까. 장도전시관에서 전망대 반대편으로 나가면 너른 정원이 열린다. 그쯤이 섬의 정상일 듯하다. 하프 모양의 나무를 지나서는 다시 다도해정원이다. 실은 진섬다리에서 가장 가까운 계단이라 곧장 올라올 수 있는 위치다. 그럼에도 섬을 한 바퀴 돌아 다다르니 몸의 열기가 진정되며 섬에 들어올 때는 보지 못했던 무엇, 마음 한켠에 몽글몽글한 감정이 새순처럼 솟아난다. 분명하지 않아도 안도라는 건 알겠다. 좋아하는 것들은 막연해도 선명하다. 조금 길게 머물겠다면 벤치가 있는 정원의 쉼터를 권한다. 남쪽의 반대편 풍경, 여수 내륙을 바라보는 자리다. 7월 초 개장한 웅천해수욕장은 여름 피서의 풍경이 안긴다. 더위를 피하는 대신 더위에 맞서 즐기는 사람들. 저들 또한 각자의 슈필라움을 찾은 듯하다. 그 순간을 일상에서 지속하고픈 게 모두의 바람일 테지만, 그것이 쉽지 않아 여행을 떠나온 것일 테지. 김정운 작가는 자기만의 방의 출입문은 앞으로 당기는 여닫이가 아니라, 옆으로 밀어 여는 미닫이라고 했다. 조금씩 보여야 한단다. 그걸 천천히 밀어 열어야 한다고. 타인의 마음도 “사랑할수록 조금씩 밀어 여는 거”라고. 하물며 나의 마음이야. 그는 여수에서 가장 ‘좋은 것’이 아침에 먹는 ‘삶은 계란’이라 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는데 ‘장도의 시간’을 지나고 나니 그 계란 맛이 궁금하다. 결국에는 그 작고 좋은 것이 직선의 삶에서 곡선의 섬이 필요했던 이유는 아니었을까. ●7월 8일의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장도에서 돌아나가는 길에는 정면 망마산 기슭의 GS칼텍스 예울마루가 눈을 맞춘다. 폭 23m, 길이 152m의 초대형 유리 지붕(Glass River)은 6개의 층으로 물결치듯 흘러내린다. 건물은 산 안쪽으로 몸을 숨긴 채다. GS칼텍스 예울마루는 대극장과 소극장, 전시실 등을 갖춘 복합아트센터다. 프랑스국립도서관(BNF)을 설계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지었다. 건축가의 의도와 맥락은 예울마루에서 출발해 다리 건너 장도를 잇는다. 예울마루의 건물이 산속에 자리해 망마산의 자연을 넘보지 않듯, 섬 끝의 장도전시관 역시 땅 아래 지어 섬의 지형을 해치지 않고 바다로 스민다. 물론 장도전시관 또한 그가 디자인했다. 그러므로 진섬다리를 건너오며 예울마루를 다음 목적지 삼을까 고민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세계적 건축가의 공간을 탐험한 후에는 본래의 목적을 충실히 즐겨도 좋을 듯하다. 여행지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보는 건 자기만의 방을 만드는 또 하나의 경험이다. 군중 가운데 잠시 홀로 머물 수 있는 ‘섬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건 기회다. 다행히 예울마루에서는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종종 열린다. 장도가 있는 여수시 웅천동은 이순신 장군과 밀접하다. 웅천해수욕장 동쪽 멀지 않은 거리에는 이충무공자당기거지(이충무공 어머니 사시던 곳)가 있다. 장군은 효성이 지극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어머니 변 씨 부인을 여수로 모셨다. 난중일기에는 아침저녁으로 문안을 드리는 기록이 자주 나온다. 망마산(望馬山)의 이름 역시 이순신 장군이 전세나 훈련 상황을 살피기 위해 말을 타고 올랐던 산을 의미한다. 이순신 장군이 군관 나대용 등과 거북선을 만든 여수 선소유적 역시 바로 고개 너머다. 항만시설인 굴강, 거북선을 매어두던 계선주, 지휘소였던 세검정 등의 관련 흔적이 남아 있다. 다만 화려하지는 않다. 그저 물길 건너편 벤치에 앉아 선소로 들고나는 바닷물을 바라보며, 거북선이 만들어져 세상으로 나아가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볼 따름이다. 하지만 거북선의 시작이 된 자리를 직접 목격하는 일은 어찌할 수 없는 감격이다. 거북선이 실전에 투입해 승전보를 얻은 건 사천해전이다. 옥포해전과 합포해전에 이은 이순신 장군의 세 번째 전투다. 1592년(임진년) 음력 5월 29일, 양력으로는 이맘때인 7월 8일의 일이다.
  • 장동혁 오늘 최고위 복귀… 국힘 징계정국 몰아친다

    장동혁 오늘 최고위 복귀… 국힘 징계정국 몰아친다

    절차 무결성 중시, 소명기회 줄 듯 친한 “윤리위 재가동, 반대파 숙청” 이번 주 국민의힘은 ‘징계 정국’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 지원에 나섰던 친한(친한동훈)계와 장동혁 대표 사퇴를 요구해 온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이 6일 재가동되는 중앙윤리위원회의 사정권에 모두 포함됐다. 징계 논의 대상자만 30여명에 달하는 만큼 장 대표의 ‘징계 정치’를 둘러싼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행위는 당헌·당규에 따라 윤리위에서 결정하는 부분으로 이건 원칙과 기준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장 대표도 원칙을 얘기했는데, 일부 특정 정치인에 대해 (징계 대상자라고) 잘못 보도된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6일 윤리위의 첫 회의에서는 안건을 검토하고 징계 대상인지를 선별하는 작업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6·3 지방선거 전후 접수된 징계 요구안은 총 50여건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복 요구 등을 포함해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는 대상자는 30명 안팎으로, 전체 소속 의원의 약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 다만 당 관계자는 “접수된 건은 많지만 실제 징계는 명백한 당헌·당규 위반자에 대해 이뤄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특히 윤리위의 칼끝이 지난 선거 당시 부산 북구갑에서 한 의원을 지원한 친한계를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구 방문 일정에 동행한 배현진·박정훈·우재준·정성국·진종오·김예지·안상훈 의원 등과 부산 북구갑을 방문한 고동진·한지아 의원 등의 실명이 거론된다. 장 대표 사퇴와 지도부 총사퇴를 공개 요구해 온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들 역시 심사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다만 지도부에서는 장 대표가 유튜브 방송에서 ‘지도부 공격 인사’라고 언급했던 김용태·김재섭·우재준 의원 등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윤리위는 징계 결정에 이르기까지 절차적 무결성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징계 심사 과정에서는 소명 기회를 충분히 주며 논쟁이 생기지 않도록 진행될 것 같다”고 전했다. 친한계는 윤리위 재가동 자체를 ‘반대 세력 숙청’으로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다. 윤리위 징계가 현실화할 경우 장 대표 사퇴론 재점화는 물론 징계 대상자들의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개인 사정으로 지난 1일부터 자리를 비웠던 장 대표는 6일 복귀해 최고위원회의도 참석할 예정이다. 윤리위 재가동 등을 고리로 한 친한계와 대안과미래 등의 사퇴 압박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변호사비 감액” 법원 잇단 판결에 갑론을박…‘변론 가치’ 정량화 가능할까 [로:맨스]

    “변호사비 감액” 법원 잇단 판결에 갑론을박…‘변론 가치’ 정량화 가능할까 [로:맨스]

    최근 변호사 수임료 관련 소송에서 변호사비를 감액하라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잇따르면서 논란이다. 사건에 기여한 정도에 비해 과도한 비용을 부과해선 안 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지만, 의뢰인과 변호인 간 사적 계약에 의해 결정되는 수임료를 법원이 객관적인 기준 없이 삭감하는 것은 부당한 개입이라는 변호사업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의 한 민사단독 재판부는 지난달 변호사 수임료 관련 소송에서 총 수임료 6600만원 중 50%를 감액한 3300만원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경찰 수사 참여 기간이 7일에 불과한 점, 사건 처리 경과가 복잡했다거나 난이도가 높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지난 4월 중앙지법 또 다른 민사단독 재판부는 변호사 수임료 1100만원 중 40%를 제외한 66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담당 수사관에게 의견서를 작성해 제출했고, 블록체인 분석 도구를 활용해 피해 코인의 이동경로를 분석한 자료를 생성해 제출한 점 ▲초기 상담 및 20차례 가량 원고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담당 수사관과도 사건 진행 방향에 관해 원고를 대신해 소통했던 점 등을 비롯해 위임업무의 범위, 해당 사건의 난이도, 전체적인 진행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비 감액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법관의 재량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전원합의체 판례를 통해 변호사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사건의 난이도, 변호사의 노력, 진행경과 등을 판단할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법관의 ‘고무줄 판단’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대법관들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김신 전 대법관, 조희대 대법원장은 해당 전합 판결 당시 개별 의견을 통해 “법원에 가서 신의칙을 주장하면 보수액이 감액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줘 계약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법원이 앞장서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적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수임료 300만원을 받고 의뢰인 전화 100통을 넘게 받은 적도 있고, 수천만원을 받고 수월하게 일처리를 한 적도 있는데 이를 아우를 수 있는 판단 기준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건의 난이도와 실제 진행상황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업계 특성을 무시한채 단순히 사건처리 기간이나 경과만을 가지고 수임료의 적정성을 따지는 건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접근이란 취지다. 서초동의 한 법률사무소는 이번 판결 이후 계약서 기본안에 대한 수정 작업에 나섰다. 변호사의 역할과 수행 업무를 더 구체적으로 계약서에 적어 분쟁의 여지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마저도 법원에서 ‘신의칙 위반’이라고 판단하면 해법은 없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 보완 작업에 나섰다. 해당 법률사무소 대표는 “사건의 난이도나 위험부담, 책임의 무게는 결과만 놓고 보면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그걸 법원이 사후적으로 재구성해서 판단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며 “규모가 작은 사무소 입장에서는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변호사 수임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 법률 정보에 대한 격차가 큰 만큼 계약을 위한 가이드라인과 수임료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형사 사건 최저 수임료는 330만원, 이혼 등 가사 사건은 55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마저도 ‘정가’가 아닌 ‘시가’이기 때문에 의뢰인들은 참고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 독일의 경우 변호사보수법(RVG)을 통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수임료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소송 남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다만 우리나라의 사법 체계와 다르기 때문에 법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사건의 난이도는 천차만별이고, 사건 수임 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비용을 책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변호사가 쏟을 수 있는 노력의 정도도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비용 기준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수임료 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는 사건별 수임료 기준이 있었는데, IMF 이후 담합이라는 취지의 지적이 있어서 사라졌다”며 “변협 등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수임 전 자문 단계부터 보수를 현실화할 수 있는 시장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변호사 윤리장전에는 ‘과다한 보수를 받지 않는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이라며 “결국 대법원에서 변호사 선임료에 대한 판례를 통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세워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유진 서울시의원, 오세훈 시장의 언론 정책 행보 비판

    박유진 서울시의원, 오세훈 시장의 언론 정책 행보 비판

    박유진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은평3)은 지난 19일 서울시가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를 보도한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한 데 대해 “시정질문을 통해 명백한 책임 소재를 밝혔음에도, 이를 인정하기는커녕 소송으로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한다”며 규탄했다. 앞서 박 의원은 지난 10일 열린 제336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의 법적·행정적 최종 책임자가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아닌 오세훈 서울시장 본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당시에 박 의원은 서울시 행정기구 설치조례와 공사 위·수탁 협약서의 공식 직인 등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서울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짚어낸 바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시정질문 이후에도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채, 지난 17일 해당 사안을 보도한 MBC와 보도본부장, 담당 기자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서울시가 정책적 소명 대신 언론을 향한 법적 대응을 택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내가 시정질문에서 물은 것은 단 하나, 이번 사태의 책임자가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냐, 서울시장이냐는 것이었다”며 “서울시는 조례와 직인이라는 명백한 근거 앞에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중대 사안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정정보도 청구와 3억원 손해배상 소송으로 되돌려준 것”이라며 “이는 오 시장을 비판하는 보도에는 재갈을 물리겠다는 신호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 시장이 서울시 출연기관이었던 공영언론 TBS에 대한 지원을 끊어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한 전례를 거론하며 “4선 때는 TBS를 무너뜨리더니, 5선이 되자 이번엔 MBC를 겨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는 언론을 ‘불공정 언론’, ‘특정 진영과의 공작’으로 규정하고 소송이라는 수단으로 압박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이는 서울시 행정이 책임을 다하지 못한 잘못을 언론 탓으로 돌리려는 낡은 수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길들이기 위한 ‘블랙리스트’ 관리 작업을 하였고, 그 책임자들은 결국 법의 심판대에 섰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오 시장이 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다시 ‘불공정 언론’으로 몰아세우는 행태를 시작하려는 것이라면, 이는 930만 서울시민의 삶을 살펴야 하는 공직자의 책임을 망각한 처사”라며 “시민의 혈세가 오 시장 비판을 억누르기 위한 소송 비용으로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끝으로 “삼성역 지하 5층 기둥에 178t의 철근이 빠진 사태에 대해 ‘아무 문제 없는 일을 국토부와 MBC, 민주당이 공작하여 부풀린다’는 음모론으로 맞서며 시민의 상식과 안전을 갈라치기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서울시정을 도구로 삼는 것과 다름없다”며 “오 시장에게 서울시는 개인의 대권 가도를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은 회피하고, 비판은 탄압하고, 갈등은 조장하는 리더는 서울시의 최대 리스크”라며 “지금 서울시민이 듣고 싶은 것은 국토부·MBC·야당을 향한 음모론이 아니라 왜 철근 178t이 누락됐는지, 왜 서울시는 사태 파악 후 국토부와 17차례나 공식 대면 회의를 가졌음에도 단 한 번도 철근 누락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최종 책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진실한 답변”이라고 강조했다.
  • 1000년 된 페루 대형 지상화 증발…“곡괭이로 지운 듯” [여기는 남미]

    1000년 된 페루 대형 지상화 증발…“곡괭이로 지운 듯” [여기는 남미]

    나스카 라인으로 유명한 페루에서 고대 지상화(땅 표면에 그려진 거대한 고대의 그림) 1점이 감쪽같이 지워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7일(현지시간) 페루 언론에 따르면 사라진 지상화는 트루히요 지방 라레도 지역에 남아 있던 고대 유적 ‘트리플 스파이럴’. 서로 연결돼 있는 3개의 소용돌이를 그려놓은 지상화로 길이는 20m, 높이는 6m였다. 트리플 스파이럴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스카 라인과 유사한 방식으로 그린 것으로 제대로 감상하려면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봐야 한다. 제작 시기는 최소한 1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고고학계는 과거 소용돌이가 물을 상징하는 문양이었다면서 고대인들이 물과 관련된 의식을 기념하기 위해 그린 것으로 보고 있다. 페루는 트리플 스파이럴을 고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보호해 왔다. 지상화가 사라진 시점은 아직 특정되지 않고 있다. 주민들의 신고를 받은 문화유산 보호 단체들이 처음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페루 문화부에 알리면서 사건은 세상에 드러났다. 현장을 둘러본 문화부 관계자는 “곡괭이 같은 도구를 사용해 수작업으로 훼손한 흔적이 보인다”며 “누군가 고의로 지상화를 지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적지와 가까운 곳에서 사람이 주거한 것으로 보이는 임시거주 시설이 발견됐다”면서 “중장비를 이용하진 않은 것 같고 일단의 무리가 숙식을 하면서 사람이 없는 밤에 지상화를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주민은 “일 때문에 지상화가 있는 곳을 매일 지나다니지만 훼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면서 “지상에서는 잘 알아볼 수 없는 특성을 이용해 최소한 며칠 동안 밤에만 작업을 하면서 지상화를 지운 것 같다”고 전했다. 문화부는 이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진상 규명에 나선 경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행정 당국에 앙심을 품은 집단이 지상화를 지웠을 가능성이다. 트리플 스파이럴이 그려져 있던 곳은 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토지 거래가 제한된다. 최근 라레도 당국은 불법으로 토지를 거래하려던 사람들을 강제 퇴거시켰다고 한다. 경찰은 이런 행정 조치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지상화를 훼손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대다수 주민들도 그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상화 트리플 스파이럴은 2015년 중장비가 문양 위로 지나가면서 일부 훼손된 적이 있다. 다행히 당시 피해는 부분 훼손이어서 복원이 가능했다. 문화부는 지워진 지상화의 복원이 가능한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학계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2015년 사고와 달리 이번엔 완전히 훼손돼 지상화가 사라진 상태여서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의견이다.
  • GTX-C 핵심시설 ‘청량리 변전소’ 갈등 풀리나…7월말까지 모의실험

    GTX-C 핵심시설 ‘청량리 변전소’ 갈등 풀리나…7월말까지 모의실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에 필요한 청량리 변전소가 모의실험에 들어간다. 변전소 설치를 두고 주민과 갈등을 겪자 기존 시설을 활용해 GTX를 운행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국토교통부와 지티엑스씨(주), 동대문구가 다음달 말까지 모의실험을 진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실험은 청량리 역사 내에 있는 기존 변전소를 활용해 철도 운행이 가능한지를 확인한다. 동대문구는 소속 공무원과 전문가를 지정해 모의실험 작업 전 과정을 주관 또는 참여한다. 신설 변전소 예정 부지 인접 아파트 입주자들은 입주민 또는 외부 전문가 중 3명을 선정해 모의실험 과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신설 청량리 변전소는 GTX-C 전 구간 운행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시설로 계획됐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와 불과 18m 떨어진 한국철도공사 소유 테니스장이 부지로 발표되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 중 소음과 분진, 진동 등 환경피해와 굴착에 따른 아파트 건물 손상 가능성, 준공 후 전자파 문제 등을 지적하며 변전소 설치를 반대했다. 갈등이 2년여 이어지며 GTX-C 노선 완공 시기도 연기되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2월 아파트 입주민 3500명이 집단 민원을 제기한 뒤 중재를 거쳐 이같은 조정안을 마련했다. 허재우 권익위 상임위원은 “이번 조정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과 관계기관이 함께 소통해 그간 쌓인 갈등이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위기의 예술, 그다음 장을 여는 일곱 개의 젊은 시선

    위기의 예술, 그다음 장을 여는 일곱 개의 젊은 시선

    황지윤, 동식물 형상 반복해 압도강재원 ‘디지털 조각’ 즉흥성 강조전소영·전주희, 물감 감각적 활용서준, 집단주의 폭력 수묵화 묘사김성수 ‘금속’ 김준서 ‘사진’ 생생새달 9일 대상·우수상 등 시상식 예술은 스스로의 역할과 맥락을 새롭게 재정의하면서 위기를 극복해왔다. 19세기 사진기 발명은 미술계를 공포에 빠뜨렸지만, 클로드 모네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은 기계가 찍지 못하는 찰나의 빛을 그려내며 미술이 단순한 대상의 재현이 아님을 증명했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를 그대로 전시회에 출품하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는 미술이 아름다운 물건이 아니라 사유를 이끄는 질문이라는 새로운 맥락을 찾아냈다. 17일부터 경기 과천시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리는 ‘더 넥스트 신’은 위기 속 동시대 예술의 다음 장면을 보여준다. 호반문화재단의 전국 청년작가 미술공모전(H-EAA) 선정 작가들의 전시다. 올해 10회를 맞은 H-EAA에서 선정한 일곱 명의 작가(강재원·김성수·김준서·서준·전소영·전주희·황지윤)는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쳐낸다. 공모전 출품작뿐만 아니라 선정 작가의 작업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을 포함해 모두 60여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2층 전시장에서는 황지윤의 밀도 높은 대형 회화 ‘존재하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다’를 만날 수 있다. 깊은 숲처럼 어두운 화면 속에 반복되는 새들의 형상, 이국적인 잎사귀와 꽃들,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백색 시선’ 등이 캔버스 가득 담겼다.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낯선 눈을 하나둘 발견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나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강재원은 중력과의 싸움을 벌였던 전통적인 조각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의 조각을 상상한다. 그는 디지털 조각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과감하고 즉흥적인 셰계를 펼친다. 컴퓨터 모니터 속의 조각을 일종의 껍데기로 명명하는데, 주유소 앞 바람 인형처럼 무게를 버린 그의 조각은 유연함과 속도감을 얻는다. 전소영은 진득한 시선으로 녹조가 낀 하천의 반투명성, 수중 생물의 미세한 움직임, 바람이 만들어내는 결을 포착한다. ‘줌인’된 채 하천의 일부만을 보여주는 작업은 우리에게 넓이가 아닌 깊이를 드러낸다. 반복되는 붓질과 레이어, 두툼한 물감이 주는 촉각적 경험이 작품 앞에 발을 묶어 놓는다. 3층 전시실에서 관람객을 맞는 것은 전주희의 작품이다. 출품작 ‘두 개의 상(象)’은 위와 아래 대칭의 이미지를 통해 관계성을 보여준다. 이 두 개의 상을 연결하는 것은 흘러내리는 물감이다. 장지 등 전통 재료를 바탕으로 구축된 그의 회화는 동양적 사유와 동시대의 감각이 공존한다. 이로써 조용한 긴장감을 빚어낸다. 서준은 한지에 수묵으로 채색한 회화를 통해 한국 사회 집단주의가 보이는 폭력과 이에 대한 불안을 드러낸다. 집단과 개인, 소속과 소외의 감각 속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오늘날 청년 세대가 마주한 심리적 압박과 관계의 균열을 직설적이면서도 강렬하게 표출한다. 김성수는 금속판을 절단해 바느질하듯 용접하고 이어 붙이는 ‘스틸 퀼팅’ 기법을 활용한 조각과 설치를 통해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금속 조형 위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서사적 장면들은 낯설고 유희적인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인간 존재와 관계, 불안과 욕망에 대한 감정이 스며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준서는 재개발 현장에서 수집한 재료들을 무작위로 스캔해 서사적 맥락을 지운 채 이어 붙인 사진을 선보인다. 스캔 이미지와 정보의 흐름, 해체된 인덱스 구조를 활용한 작업들은 인간의 감각 너머에 존재하는 새로운 풍경을 드러낸다. 공모전 심사를 맡았던 김노암 미술평론가는 “선정 작가들은 자본과 기술의 논리가 압도하는 현실에서도 오늘의 미술가들이 고뇌해온 주제 의식과 창작을 향한 열정, 그리고 진득한 실천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했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선공개 영상이나 예고편은 언제나 설레지만, 감질난다. 청년 작가 7인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는 전시다. 전시는 8월 9일까지. 대상, 우수상 선정과 시상식은 다음달 9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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