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차 전기밴으로 바뀐다… 기아 PV5 200대 투입
우체국의 집배 차량이 전기 중형밴으로 바뀐다. 하루에도 수십 차례 차에서 내렸다 타기를 반복하고, 무거운 소포를 싣고 내려야 하는 집배 업무의 특성을 차량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기아는 우편물 수집·배달 등 집배 업무에 맞춰 개발한 맞춤형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더 기아 PV5’ 카고 모델을 우정사업본부에 공급하고, 이달부터 전국 우체국에 200대를 순차 배치한다고 11일 밝혔다.
공급되는 PV5 카고는 차체를 낮춘 저상화 설계로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반복되는 승·하차 때 신체에 실리는 부담을 줄였고,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달아 주행 안전성을 높였다. PV5 카고는 적재고(지면에서 테일게이트 개구부 최하단까지 높이)가 419㎜로 낮고 롱 모델 기준 최대 적재 공간이 4420ℓ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71.2㎾h 롱레인지가 377㎞, 51.5㎾h 스탠다드가 280㎞다.
2개월 실증 거쳐 적재 솔루션 반영
개발 과정에 현장 검증 단계를 넣은 점이 눈에 띈다. 기아는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약 2개월간 전국 9개 지방우정청 산하 거점우체국에 PV5 카고를 투입해 실사용자 대상 운영 실증을 진행했다. 차량 관리자·사용자 대상 현장 설명회와 실제 집배 업무 투입을 통한 업무 적합성 평가를 거쳐 나온 개선 의견을 차량 개발에 반영했다.
기아는 실증에 참여한 집배원들이 우편물을 싣고 내리며 낸 의견을 특장 개조를 맡는 ‘PBV 컨버전 파트너십’을 통해 차량에 반영했다. 문이 파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사양을 더했고, 짐칸 바닥은 알루미늄으로 마감했으며, 짐칸 바닥의 턱을 없애 평평하게 다듬었다. 기아는 이를 통해 우편물을 옮기고 싣는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차량 공급에 그치지 않고 우정사업본부의 전기차(EV) 운영 환경 전반도 지원한다. 차량 운영 관리자 대상 EV 교육과 맞춤형 충전·정비 솔루션 등을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기아 국내사업본부 관계자는 “단순히 차량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우편배송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업무에 꼭 맞는 PBV를 구현한 사례”라며 “공공 서비스 현장의 업무 환경 개선과 전동화 전환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8년 전 초소형 전기차 사업과는 다른 조건우편 배달 차량의 전동화는 처음 추진되는 일이 아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환경부는 2018년 2월 업무협약을 맺고 3년간 우편배달용 이륜차 1만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23대를 시험 운영하는 데 그쳤고, 이듬해 계획도 4000대에서 1000대 시범 운영으로 축소됐다. 당시 도입된 초소형 전기차 세 차종은 모두 에어백이 없었고 일부는 ABS나 경고음 발생장치도 갖추지 못해 집배원들의 외면을 받았다. 발주 물량이 줄면서 공급업체로 선정됐던 중소기업 세 곳은 약 300억원의 생산시설 투자를 떠안았다.
이번에 공급되는 PV5는 초소형이 아닌 중형 전기 밴이라는 점에서 조건이 다르다. PV5 카고는 지난해 12월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인 유로 NCAP 상용 밴 평가에서 주행 안전성·충돌 방지·충돌 후 보호 시스템 3개 항목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아 최고 등급인 별 다섯을 획득했다.
한전·쿠팡 이어 공공 부문 레퍼런스 확보기아로서는 공공 부문 공급 실적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기아의 첫 PBV인 PV5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만 6405대가 팔려 현대차·기아 전기차 가운데 판매 3위에 올랐고, 기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글로벌 누적 판매는 3만 9000여대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리옹 솔루트랜스에서는 국내 브랜드 처음으로 ‘2026 세계 올해의 밴’에 선정됐다.
기아는 PV5 패신저·카고를 시작으로 오픈베드, 교통약자용 차량(WAV), 샤시캡 도너모델, 프라임 등 신규 라인업을 순차 선보이고 있으며 한국전력공사, 쿠팡파트너스연합회, 지오영 등과도 PBV 기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생산 기반도 갖췄다. 기아는 지난해 11월 경기 화성 오토랜드에 PBV 전용 공장 ‘화성 이보(EVO)플랜트 이스트’를 준공했다. 30만 375㎡ 부지에 약 4조원을 투입해 이스트 공장에서 PV5를 연 10만대, 내년에 가동하는 웨스트 공장에서 PV7 등 대형 PBV를 연 15만대 등 연 25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인근에는 6만 3728㎡ 규모의 PBV 컨버전 센터를 별도로 두고 외부 특장업체와 함께 오픈베드·탑차·캠핑차 등 특화 모델을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