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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동 “여가부 폐지 공약, 국민 여론과 시대정신 따른 것”

    권성동 “여가부 폐지 공약, 국민 여론과 시대정신 따른 것”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 결단은 여가부에 대한 국민 여론과 시대정신을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권 의원은 윤 당선인이 젠더 갈등을 부추겨 대선 판세를 초박빙 접전으로 악화시켰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대선 결과의 원인을 잘못 분석해서는 안 된다”며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권 의원은 “이것을 젠더 갈등, 여성 혐오인 것처럼 무작정 몰아간 것은 오히려 민주당”이라며 “그동안 잘못된 정책으로 젊은 남녀를 갈라치기해 온 것도 현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초 선대위 해체 전 청년 보좌역들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저와 유상범 의원이 보고드려 결단한 것이 페이스북 단문 메시지 형태의 여가부 폐지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한 일간지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여가부 폐지에 2030 남성은 90% 이상, 여성도 50% 가까이가 찬성했다”며 “이미 서울 시내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모두 폐지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여가부 폐지론의 배경에는 여성 인권을 대변한다는 명목으로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부 시민단체와 이를 지원하는 여가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쌓여온 데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연 여성의 권익을 제대로 지켜왔는지에 대한 비판이 많았기 때문에 그 기능을 다른 부처로 옮기고 제대로 하겠다는 의미에서 공약을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도 “젠더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게 아니다”라며 “그렇게 오해하면 절대 안 된다”며 “남성도 차별을 받는다고 하면 그것도 보호해줘야 하는 게 정치가 지향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백래시’에 검열이 작동했나… 페미 토론 영상 비공개 논란

    경기 고양시가 다양한 가족 구성을 주제로 토론한 행사를 비공개한 것을 두고 ‘페미니즘에 대한 검열’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3일 고양여성민우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고양여성네트워크 ‘공감’의 일환으로 CGV 일산점에서 토크쇼 ‘다양한 가족, 공동체를 상상하다’가 열렸다. 2014년 고양시의 ‘여성친화도시’ 슬로건 출범과 함께 구성된 ‘공감’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여성 리더들로 구성된 민관 거버넌스다. 토크쇼에서는 이성애 결혼 중심 사회에서 오는 차별과 혈연 가족을 넘어선 공동체 구성, 생활동반자법과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논했다. 패널로 비혼 지향 공동체 공덕동하우스의 홍주은씨, 강한별 에미프 공동대표, 나영정 가족구성권연구소 연구위원, 정민경 나들목교회 시민사회팀장이 참석했다. 토크쇼는 고양시 공식 유튜브 채널 ‘고양TV’를 통해 영상 편집본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불발됐다. 민우회는 고양시가 비공개 사유의 하나로 “커밍아웃, 비혼주의 등 예민한 부분에 대한 민원이 예상된다”는 점을 꼽았다고 주장했다. 민우회 관계자는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기에 단체 차원의 공유를 위해 따로 보내줄 것을 부탁했지만 그마저도 거부했다”며 “고양시가 성평등 기본조례를 제정한 이후 이를 ‘양성평등’으로 바꾸라는 보수 기독교계의 민원을 받으며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내용 문제는 아니고 방역 수칙과 음향에 관한 부분 때문에 내부 검토 중”이라며 “4일 민우회와 논의해 (영상 공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미니즘 행사에 ‘백래시’(반발 심리나 행동)가 작동하는 경우가 종종 드러난다. 한동대는 2017년 임옥희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이사 등을 초청해 페미니즘 강연을 연 학생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가 2020년 대구지법 포항지원으로부터 징계 무효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5월 포항공대 총여학생회는 하예나 전 디지털성범죄아웃 대표를 강연에 초청했다가 일부 남학생들의 반발에 무산됐다. 임 이사는 “과잉대표된 일부 ‘이대남’, 보수 기독교계의 인식에 정부가 따라간 결과”라고 말했다.
  • 남성들이 만든 ‘페미’ 혐오… ‘낙인’ 지우고 물어보세요 “너는 어떤 페미니스트야?”

    남성들이 만든 ‘페미’ 혐오… ‘낙인’ 지우고 물어보세요 “너는 어떤 페미니스트야?”

    외신들은 ‘학대’라 말하고, 국내 언론들은 ‘논란’이라고 했던 도쿄올림픽 3관왕 양궁의 안산 선수를 향한 ‘쇼트커트 페미’ 공격. 최근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서울 시내 대학에서 유명무실해진 총여학생회의 존재와 야권 대선 주자들로부터 다시금 폐지 논란이 불거진 여성가족부. 이들 모두는 왜 하필 지금 터져 나오는 것이며 이전과는 양상이 어떻게 다를까. 페미니즘을 향한 백래시(반발 심리)를 조명하기 위해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를 만났다. 권김 소장은 1997년 성균관대 총여학생회장을 지냈고 윤김 대표는 총여학생회 재건을 도모했던 단체 ‘성성어디가’(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에서 시작해 2019년 탄생한 범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창립 멤버다. 이날 만남은 캠퍼스에서 시작해 여성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 페미’와 ‘영영 페미’의 만남이기도 했다.●온라인서 영글어져 나온 페미니즘 백래시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는 시대적 수순인가요, 백래시의 결과인가요. 윤김진서 백래시의 결과인 한편으로 대학 내 여성 자치기구를 향한 반발은 탄생 때부터 계속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의 과정들 속에서는 안티페미니스트, 여성 혐오 무리가 세력화돼서 멋진 운동을 만들어 냈다고 착각하는 상황을 봐왔거든요. ‘우리는 총여학생회를 만들려는 저 페미니스트에게 대항하는, 지성 있고 객관적 판단을 할 줄 아는 연대’라는 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신기했어요. 이전까지는 익명의 개인들이 학내에서 불만을 표출했다면, 그것이 서명이라는 총투표 형태로 세력화되는 과정이 이 시대의 특성일 순 있겠구나 싶어요. 특별히 이 시대에 성평등이 어느 정도 달성돼 총여를 폐지할 때가 됐다기보다, 계속해서 해 왔던 요구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영글어져서 나타난 거죠. 권김현영 제가 총여학생회장을 하던 당시 총학생회장이 집회에서 연행되면 다른 단과대학 회장이 집회 지도를 하던 것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어요. “총학생회장이 없으면 총여학생회장이 2인자 아니야?” 했던 거죠(웃음). 그랬더니 총여 밑에는 단과대 단위의 여학생회가 없다는 공격을 받았어요. 막상 만들려고 하니 다른 어느 곳에서도 요구하지 않는 수준의 것들을 요구하다 결국 해당 단과대 총회에서 인준을 안 해 줬고요. 총여학생회는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공격을 받았어요. 자기네들 운동에 동원할 수 있는 여학생 조직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행동하려고 할 때 공격받는 거죠. 2000년대 중반쯤 되면 학생 사회에서 자치 활동에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한계가 오면서 총학생회도, 총여학생회도 세우기 힘들게 됐어요. 2016년 페미니즘 대중화 물결 속에서 몇 년 동안 공백 상태에 있던 대학 내 여성 운동이 다시 조직적인 모습을 갖추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걸 조직적으로 막은 게 현재의 백래시 행태라고 볼 수 있어요. ●제대로 안 하면 없앤다는 다수주의 -총여학생회 폐지와 여가부 폐지 논의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시나요. 윤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의심받고 질문받는 여가부의 역사를 보고 총여학생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더 심한 건 ‘촛불(혁명)’이 민주주의의 폭발처럼 얘기가 됐잖아요. 그 결과 민주주의의 화신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나타났고요. 대학에서도 투표로 누군가를 끌어내리거나 다시 세우는 일들이 민주 시민의 권리처럼 얘기되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소비자의 권리처럼 행사되거든요. ‘내가 대학에 이만큼 돈을 내고 있으니까 총여 끌어내리자’는 식이죠. 여기서 계속 누락되는 건 한 번이라도 총여학생회가 기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기나 하고 폐지시키냐는 거죠. “너네 제대로 안 하니까 없애겠다”는 말이 총여학생회에도, 여가부에도 너무 쉽게 향하는 걸 느껴요. 거기 동원되는 언어들이 다수주의, 소비자중심주의 같은 거고요. 권김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의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해요. 다수결에 의거한 폭거를 민주주의로 착각하고 가장 약한 고리를 향한 공격이 일어나는 거죠. 우리가 가진 작은 목소리들을 늘릴 수 있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보편성을 만들면서 오히려 모두를 소외시키는 거죠.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면서 서로를 인정해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정치적 탈주체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거기에 포퓰리즘이 붙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남는 건 소수의 엘리트주의 또는 기존 운동권의 대안 세력이 나오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형태의 정치죠. 예를 들면 1000만 서울시민의 한 표, 4000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한 표, 이렇게 단일 조직 안에 일원으로서 카운트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거죠. 사실 그 표는 성인 남성, 비장애인 이런 식으로 상상되는 한 표이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상상되는 방식이 아닌 거죠. 사람들이 “너와 내가 똑같이 한 표면 우리는 동등해”라는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까, 나의 차이를 말할 수 없게 되면서 정치적 효능감이 굉장히 떨어지게 돼요. 윤김 ‘한 표’라는 환상이 있잖아요. 매일 듣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공정인데요. ‘이대남들이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뿔났다’는 거죠. 총여학생회를 만들면 여학생은 두 표를 가지게 되고, 마찬가지로 장애인, 성소수자 학생회가 생기면 누군가는 최대 네 표를 갖는 게 불공정하다는 거예요. 총여학생회 관련 토론회를 열었을 때 폐지를 주장하는 남성분이 “총여가 필요하다면 게이·장애인 학생회도 필요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어요. 우리가 말하는 게 바로 그것, 만들자는 거예요. 그분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돈도, 시간도 낭비된다”고 했는데요. 그걸 낭비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학생 자치 요구는 다 묻히는 거죠.●맥락 없이 기호만 짜맞춰 안산 선수 공격 -최근 안산 선수를 둘러싼 젠더 폭력을 떠올려 보면 어떤가요. 남초 커뮤니티는 안 선수가 쇼트커트 머리에 여대에 재학 중이라는 점, ‘웅앵웅’, ‘오조오억’ 같은 ‘남혐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페미’라고 지칭했어요. 권김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난 혐오의 맥락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전라도, 세월호, 페미니스트 같은 어떤 기호를 조합해서 공격할 만한 흐름이 되는 방향으로 한번 던져 본 거 같아요. 근데 안 선수 같은 경우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어그로’(관심 끌기)라서 본인들도 당황해서 열심히 치워 보려고 하지만 너무 ‘빵’ 터진 거죠. 지금 누가 봐도 안 선수 건에 대해서 펨코(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가 하는 말에 동의할 수 없잖아요. 이번 일을 중심으로 사실은 ‘집게손 논란’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다시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기도 해요. 한편으론 안 선수가 스무 살에 올림픽 3관왕이라는 점에서, 20대 여성들로선 그 정도로 올라서지 않으면 존중받을 수 없다는 걸 경험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안 선수를 둘러싼 이야기를 예외적으로 문제적인 사건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GS25 포스터를 비롯해서 여성들을 “페미냐”는 물음으로 공격하던 방식 전반을 문제 삼는 것으로 다시 얘기를 끌어와야 하는 거죠. 윤김 당시 트위터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안산을 욕하려면 금메달 4개 따고 와라”라는 표현이었어요. “그럼 우리는 모두 금메달리스트가 되기 전까지는 혐오로 공격받아도 되는 사람이냐”를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브리타임(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안산’을 검색해 봤더니 제일 많이 나오는 얘기가 “우리는 안산을 욕하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왜 ‘웅앵웅’이라는 말을 썼는지가 궁금한 것이다”예요. 그걸 통해서 안 선수가 자신들을 혐오했고, 그래서 자신들은 ‘남혐’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말한다는 거죠. GS25 포스터 사태처럼 ‘집게손’ 같은 백래시가 먹힌 게 대부분 기업들이잖아요. 이 사람들이 철저히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이렇게 하면 돈 안 쓴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사실 인생에서 소비자로서만 승리를 해 본 거죠. 권김 굉장히 독특한 남성 정체성이에요. 한국에서 2010년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구가 될 순 없다’는 생각과 ‘가성비’가 20대 남성 정체성의 중요한 언어로 등장하고 있거든요. 이들이 노동자나 정치적 주권자로서가 아니라 합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로서만 자신을 얘기하는 거죠.●페미니스트의 스펙트럼 넓혀야 할 때 -안 선수를 향한 ‘쇼트커트 페미’ 공격에서 보듯, ‘페미’라는 말 자체가 낙인이 된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김 과거로 회귀한다고 느껴요.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해시태그가 2015년에 등장했는데 최근 다시 나오고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페미’라는 말을 구성하는 주체가 철저히 남성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선언이 페미를 정의하고 호명하는 주체를 여성들 스스로에게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들이었던 거죠. 그렇지 않으면 자꾸 뺏겨버리는 말이라 계속해서 낙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권김 페미니스트를 둘러싼 명명의 정치 역사가 있거든요.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언제나 사회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정성의 총합 같은 것으로 활용됐어요. “내가 싫으면 페미니스트, 빨갱이” 하는 식으로요. 한편 여성들이 가진 페미니스트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게 있어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성차별주의에 반대해”라고 얘기했거든요. 혹은 “성차별주의에 반대하지만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니야”라든지, “페미니스트는 좀 무섭다”는 식의 태도, 거리두기를 했죠. 근데 페미니즘이 대중화되면서 2015년도부터는 “나는 페미니스트이지만 ‘메갈’은 아냐” 이렇게 얘기하기 시작한 거예요. “나는 어떤(which) 페미니스트야” 하는 식으로 바뀐 거죠. 윤김 대표 말대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남성들이 자기들 쪽으로 가져오려고 하지만 여성들은 이미 다른 단계로 갔어요. “너 페미냐” 하는 질문의 힘을 가지고 와서 “넌 어떤 페미니스트야”라는 형태로 질문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사라져가는 총여학생회’ 경희대도 결국 폐지 수순

    ‘사라져가는 총여학생회’ 경희대도 결국 폐지 수순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이달 중으로 해산 절차를 밟는다. 이제 서울 지역 대학에서 총여 조직이 잔존해 있는 곳은 한양대, 총신대, 감리신학대, 한신대 정도뿐이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 총학생회 등 학내 자치기구는 이달 초 확대운영회의를 열고 총여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 경희대 총여는 2017년 이후 대표자가 나오지 않고 뚜렷한 대내외 활동도 없어 사실상 유령조직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총여 활동을 꺼리는 이유로 학생자치가 점차 퇴조하는 대학가 분위기와 더불어 총여 회원들에 대한 온·오프라인 상 공격을 꼽는다. 총여 회원들은 신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단으로 공개되고, 페미니즘 활동을 비난하는 전화가 걸려오는 등의 협박을 일상적으로 마주해야 했다. 문제는 총여 활동이 위축되는 만큼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평등 현안에도 대응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참에 유명무실한 총여를 폐지하고 지금까지 총여가 맡아온 역할을 다른 새로운 대안 기구가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16일 총여 존폐를 논하는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 학생은 “대학 내에서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져 해산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총여가 해산해야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사업을 다른 자치기구들이 분담하거나 (대안 기구에서) 새롭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젠더 문제를 성평등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이 좌절되는 등 젠더 갈등이 다각도로 깊어지는 현실을 반영해 대학 내 ‘인권위원회’나 ‘성평등 위원회’ 등 대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여 폐지가 성평등 문제의 축소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산 방법도 고민이다. 학생들은 총여가 독립된 자치조직으로 출범한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여학생들의 투표로 자발적 해산을 결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남우석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타 대학에서 졸속으로 총투표를 해 구성원 간 견해차가 해소되기 전에 총여를 폐지한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대학에서는 여학생 회원들의 자치권을 존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총여는 총학생회와는 별개 조직으로 1987년 출범했다. 1990년대까지 여성주의 논의를 주도하며 여학생들의 취업 대책 등을 위해 힘썼다. 그러나 2006년 ‘고 서정범 교수 무고 사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전반적인 총여 존폐 위기 속에서 그 힘을 잃었다.
  • 강연은 시작도 전에 공격당한 페미니즘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여성 인권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강연 중단은 물론 총여학생회 폐지까지 요구하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 여성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포항공대 일부 남학생, 강연자 신상 털고 여총 공격 포항공대 총여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본명 박수연·24)씨를 초청해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하씨는 2016년 한국 최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인물로 2018년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주의자인 하씨의 강연이 예고되자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학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가 낸 학생회비로 남성 혐오적인 강연을 열어 포항공대의 이미지를 실추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지원팀 전화번호를 게시하고 유선 항의를 유도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하씨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오고 실제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총여학생회 구성원에 대한 신상털이 위협도 확인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연을 연기하기로 했다. ● 여성단체 “명백한 사상검증…여학생 보호해야” 여성의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리셋, 유니브페미 등 12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씨의 강연을 재개하고 여학생들을 보호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연사의 행적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라며 우려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손’ 하나에 주가 출렁 기업 흔든 젠더갈등… 강연은 시작도 전에 공격당한 페미니즘

    ‘손’ 하나에 주가 출렁 기업 흔든 젠더갈등… 강연은 시작도 전에 공격당한 페미니즘

    엄지와 검지로 만든 손 모양, 월계수 잎, 초승달이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GS25 포스터 남혐 논란에 여성들 반박 ‘아수라장’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가 지난 1일 홍보용으로 만든 이벤트 포스터(위)가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상징물(아래)을 차용해 남성들을 조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 브랜드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주가에 불똥이 튄 것이다. GS25 불매운동에 나선 남성들은 해당 회사 주가 끌어내리기에 동참했고 이에 대응한 여성들의 ‘방어 투자’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까지 젠더갈등에 휩싸인 모양새가 됐다.●주가 쥐락펴락·불매운동… 경찰 홍보물도 ‘불똥’ 3일 GS리테일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50원(2.37%) 떨어진 3만 495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거래량은 전 거래일(34만 3401주)보다 66.6% 증가한 57만 2254주를 기록했다. 장이 열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 사이 네이버 금융 GS리테일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게시글만 1558개로 집계되는 등 남녀 투자자들의 기 싸움이 벌어졌다. “이번 기회에 ‘페미’(여성주의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남성들과 “꼬투리 잡고 우기지 마라”는 여성들의 글로 뒤범벅이었다. GS25 포스터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소시지를 집는 듯한 손 모양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 디자인이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뜻을 담은 메갈리아 로고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GS25는 논란이 터지자 포스터를 수정하고 사과문을 냈지만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런 마케팅을 남성 혐오로 규정하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GS리테일이 내부 회의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명했다는 글이 게시됐으나 남성들은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며 분노했다. 해당 논란은 서울경찰청 등이 배포한 개정 도로교통법 홍보물로 옮겨붙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홍보물을 제작한 A사는 “디자이너는 40대 남성”이라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하는 모양을 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감한 MZ세대 , 감정적 남녀 대치 경계해야 ” 이번 사태를 두고 이남자·이여자로 불리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젠더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에서 여성과 남성이 감정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건전한 논쟁은 필요하지만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성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여성 인권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강연 중단은 물론 총여학생회 폐지까지 요구하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 여성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포항공대 일부 남학생, 강연자 신상 털고 여총 공격 포항공대 총여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본명 박수연·24)씨를 초청해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하씨는 2016년 한국 최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인물로 2018년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주의자인 하씨의 강연이 예고되자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학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가 낸 학생회비로 남성 혐오적인 강연을 열어 포항공대의 이미지를 실추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지원팀 전화번호를 게시하고 유선 항의를 유도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하씨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오고 실제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총여학생회 구성원에 대한 신상털이 위협도 확인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연을 연기하기로 했다. ●여성단체 “명백한 사상검증…여학생 보호해야” 여성의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리셋, 유니브페미 등 12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씨의 강연을 재개하고 여학생들을 보호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연사의 행적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라며 우려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반성폭력 활동가 강연 막은 포항공대 학생들

    반성폭력 활동가 강연 막은 포항공대 학생들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여성 인권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강연 중단은 물론 총여학생회 폐지까지 요구하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 여성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포항공대 총여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본명 박수연·24)씨를 초청해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하씨는 2016년 한국 최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인물로 2018년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주의자인 하씨의 강연이 예고되자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학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가 낸 학생회비로 남성 혐오적인 강연을 열어 포항공대의 이미지를 실추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지원팀 전화번호를 게시하고 유선 항의를 유도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하씨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오고 실제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총여학생회 구성원에 대한 신상털이 위협도 확인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연을 연기하기로 했다. 여성의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리셋, 유니브페미 등 12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씨의 강연을 재개하고 여학생들을 보호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연사의 행적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라면서 “이런 일이 반복해 용인되면 여성 폭력과 혐오가 정의로운 행동처럼 합리화된다”며 우려했다. 총여학생회에 대한 백래시(반발성 공격)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5월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성소수자인 은하선 칼럼니스트 초청 강연을 열었다가 학내 반발에 직면했고 이 일이 계기가 돼 이듬해 1월 학생 투표를 거쳐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바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캠퍼스 밖 총여 2막, 성평등 응원하다

    캠퍼스 밖 총여 2막, 성평등 응원하다

    “대학 내 제도 변혁을 위한 이슈 파이팅에 더불어 20대의 섹슈얼리티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20대 페미니스트 그룹으로, 대학의 경계를 가로질러 ‘총여 정치의 2막’을 열고자 합니다. 학생 사회에서 소멸하고 있는 대안 세력으로서, 누구도 시작한 적 없는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 갑니다.” 지난해 9월 혐오와 차별이 없는 ‘새로운 대학’을 건설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범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소개글이다. 이 단단한 선언은 유니브페미가 지향하는 목표이자 대학을 평등한 공간으로 바꾸겠다는 의지 그 자체다. 각 대학의 내부가 아닌 대학 밖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연대할 수 있는 공동체가 탄생한 건 공교롭게도 대학이 생각만큼 평등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8년 여러 대학에서 총여학생회가 줄줄이 폐지되는 가운데 대학 내 페미니스트들은 공격의 대상이 됐고 여성주의 활동 역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단과대 여학생위원회나 여성주의 학회 등 풀뿌리 조직의 활동도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대학에서 여성 정치와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활동가들은 대학 안에서 활동하기 어렵다면 대학 밖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손을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학내에서 고립된 페미니스트들을 잇는 구심점인 유니브페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대학 내 성평등 제도화와 20대 페미니스트 정치 세력화를 꿈꾸고 있는 유니브페미의 노서영 대표와 윤김진서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총여학생회 재건, 첫 단추를 끼우다2018년 미투 운동에도 총학생회 팔짱만 낀 채 방관 -유니브페미를 창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노서영 2018년에 대학 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있었는데 그 당시 총학생회의 학생 대표자들이 당당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을 보고 당시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총여학생회(총여)를 재건해 보자는 운동을 펼치게 됐어요. 총여 새 회장을 뽑자고 제안했는데 오히려 총여를 폐지하자는 총투표가 열렸고 그 결과 우리 학교에서 총여가 폐지됐어요.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던 총여도 똑같은 형태로 총투표를 통해 폐지되는 일이 지난해까지 이어졌죠. 총여만 폐지된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 활동하는 페미니즘 모임이나 여학생위원회, 성평등위원회 등도 영향을 받았어요. 이후 대학 내에서 페미니스트에 대한 낙인이 더 심해졌어요. 자연스럽게 학내 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변 학교에 연대 요청을 하기도 하고 같은 위기를 겪고 있던 학교와 함께 대안을 만들면서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갔어요. 처음으로 학교 바깥의 페미니스트들과 직접적으로 만난 계기였죠. 학교에서 물리적인 공간을 빼앗기고 쫓겨난 상황에서 학교 바깥에서 대학 페미니즘 운동을 이어 갈 수 있는 구심점을 만들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결과 지난해 9월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유니브페미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윤김진서 유니브페미는 회원제로 운영하고 있고 현재 회원은 170여명이에요. 자격 조건을 따로 정해 두지 않아서 재학 여부나 성별에 상관없이 대학 페미니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습니다. -단체를 창립할 때 설정한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노서영 총여가 받았던 비판 중 하나는 학적부상 여성만을 위한다는 점에서 편향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유효하지 않은 비판일 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페미니스트 내부 혹은 총여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진행된 고민이었죠. 총여를 쇄신하려면 학적부에 근거하지 않고 가령 회원제를 운영한다든지 아니면 학생회의 일원으로서 성별에 상관없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든지의 고민을 이어서 해 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돌이켜 보면 총여가 최근에 했던 활동들은 학적부상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사업들은 아니었거든요. 학내 성평등한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더 집중했고, 학내 소수자들의 사안에 가장 열심히 연대했던 단위였어요. 그간 총여가 존재해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유니브페미를 통해 그런 고민을 해 보고 싶었어요. 쫓겨난 사람들이 서로 기대고 연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결국 우리가 계속해서 학내 사안에 목소리를 내고 다시 학생 사회에서도 지지를 얻어 갈 수 있는 페미니즘 정치를 펼쳐 보고 싶습니다.페미니스트들, 학교 밖에서 뭉치다서울 43개大, 성평등 현황 23가지 조사 ‘전무후무’ 유니브페미는 창립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활동을 펼쳐 왔다. 대학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여러 페미니즘 이슈에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각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 때에는 후보들의 공약이 얼마나 성평등한지 점검하고 있다. 그 가운데 유니브페미가 가장 집중했던 프로젝트이자 구성원들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꼽는 것은 ‘대학 성평등 지수 프로젝트’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과 2018년 대학 미투, 불법촬영 규탄 시위 등을 지나오면서 페미니스트들은 끊임없이 성평등한 대학을 요구해 왔지만 기존 대학 평가 항목 중 성평등과 관련한 지표가 하나도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12월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성평등 제도 현황 연구 보고서’를 공개하셨죠. 노서영 교육부에서 매년 대학 평가 공시 자료를 내는데 기껏해야 교수 성비랑 반성폭력 필수 교육 이수율 정도만 공시하거든요. 그 외에는 전혀 알 수 없죠. 보고할 의무도 없고요. 대학 내 인권센터를 비롯해서 성평등 관련 제도 현황을 파악해 보자는 생각에서 각 대학에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학교 당국이나 총학생회에 직접 문의하는 방식으로 객관적인 통계 정보를 모아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지난해 9월부터 약 두 달간 서울 소재 4년제 43개 대학의 성평등 관련 23가지 제도 현황에 대한 연구를 조사했습니다.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전담기구의 독립성, 전임교수 중 여성 비율, 강의평가 시 성인지 감수성 항목, 필수 정규 교과목으로서 인권 및 젠더 강좌 개설 여부, 성중립 화장실 설치 유무 등을 조사하고 각 대학의 종합 순위를 매겼어요. 윤김진서 처음엔 목표를 원대하게 잡아서 전국 대학의 현황을 조사하고 싶었는데 저희가 전문 연구 인력이 아니다 보니 역량적으로 부족해 서울로 한정해서 조사를 하게 됐죠. 그래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 건 이걸 통합적으로 조사한 기록이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에요. 온라인 속 페미니즘, 목소리를 내다온라인 플랫폼, 신고 시스템 갖춰야 여성혐오 줄 것 유니브페미가 올해 집중할 사업의 키워드로 꼽은 건 ‘온라인 공간에서의 페미니즘’이다. 유니브페미는 지난 4월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n번방’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지만 이를 방치하는 회사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브리타임 내 여성 혐오는 도를 지나칠 정도로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중국인 여학생을 대상으로,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합격자 입학 포기 사건 당시에는 페미니스트들을 향한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내 여성 혐오가 왜 이렇게 심해진 걸까요. 노서영 생각해 보면 대학에 공론장이 없다는 것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대학이라는 공간을 같이 쓰는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환경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요. 그런 상황에서 온라인은 유일하게 대화의 형태를 띤 논의를 할 수 있는 공간처럼 여겨지죠. 오프라인에서 공론장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온라인 공론장이 활성화된 가운데 익명성이 더해지면서 사태가 심각해진 것 같아요. -에브리타임 측에는 어떤 사항을 요구했나요. 윤김진서 혐오 표현을 제재할 수 있는 플랫폼 내 자체 윤리규정을 만들라고 요구했어요. 현재 에브리타임 내 신고 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기계적이거든요. 신고 누적 수가 많으면 해당 게시물이 삭제되고 또 신고 건수가 너무 많으면 계정이 정지당하는 정도예요. 기계적으로 숫자가 많아서 글이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따라, 예를 들면 성차별적이거나 혐오 표현이 포함돼 있을 때 삭제되는 시스템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노서영 저희가 에브리타임의 행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했을 때만 해도 ‘n번방’ 사건이 이슈화된 직후라서 이에 대한 2차 가해 게시물이 정말 많이 올라왔어요. 그런데 이게 어떤 사람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행법상 명예훼손죄나 모욕죄로는 처벌할 수 없고 저희 역시 ‘게시물을 올린 작성자를 바로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2차 가해 게시물이 계속 양산되는 데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이 있고 최소한 제대로 된 신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에브리타임 이용자 수가 약 440만명이에요. 최소한 이용약관 등에 해당 커뮤니티가 어떤 공간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서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명확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유니브페미, 그들만의 생존 전략은전국 단위 활동으로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구축할 것 대학에서 총여 재건 운동에 참여했었던 두 사람은 ‘괜히 나섰다가 총여 폐지나 시켰다’는 비난을 들었던 적도 있었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보다는 책임감이 더 컸다. 대학 밖의 페미니스트들을 연결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고 대학 페미니즘 활동을 계속 이어 갈 수 있게 해야겠다는 목표가 지금의 유니브페미를 만들었다. 두 사람은 유니브페미는 “대학 안에서만 활동하기에는 너무 외롭고 동료가 충분치 않아 대안적인 공간을 필요로 한 페미니스트들의 요구에 응답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 번 응답을 했으니 어쨌든 끝까지 해 보겠다”는 이들의 다짐이 가볍게 들리지 않았다. -유니브페미의 운영진으로서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윤김진서 ‘대학 페미니스트들의 단체’라는 대표성을 가지고 싶어요. 그런 맥락에서 장기적으로는 유니브페미가 전국 단위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단체의 물리적인 활동 반경을 넓히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 않더라고요. 지난 2월 서울에서 정기총회를 할 때도 전북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운영위원들이 왔었는데 그분들이랑 ‘앞으로 자주 만나요’ 했는데 각자 학교 다니느라 그 이후로는 못 만났어요(웃음).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열심히 탐색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노서영 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으로 토론을 많이 하고 있어요. 상근 체계나 회원 체계를 좀더 잘 구축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는 전국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걸 기점으로 전국 페미니스트들이 연대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숙명과도 같은 페미니스트 간 네트워킹을 잘 하고 단체의 안팎을 단단히 다지는 한 해로 만들고자 합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페미니스트 싫어서” 스토킹한 총학 후보…대학가 ‘백래시’여전

    “페미니스트 싫어서” 스토킹한 총학 후보…대학가 ‘백래시’여전

    사이버 스토킹 제재 없이 출마 논란 사퇴 뒤에도 노골적 적대감 드러내 학교, 사태 커지자 뒤늦게 조사 착수 불법 촬영물 유포·대자보 훼손 등 타 대학도 왜곡된 혐오 공격 문제지난해부터 ‘미투’ 등 페미니즘 운동이 국내에서 활발해진 이후 대학가 등에 불어닥쳤던 ‘백래시’(Backlash·반발 심리) 현상이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 대학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자신의 과거 사이버 스토킹(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며 공포심 등을 유발하는 것) 행적이 드러나자 “(피해자가) 극렬 페미니스트여서 괴롭히려고 했다”고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내 비난받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인하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 회장 후보로 출마한 A씨가 과거 같은 학교 여학생 B씨를 온라인상에서 괴롭혔던 사실이 공론화됐다. 피해자인 B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씨가 지난해 3월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내 실명을 적은 공개 고백글을 올린 이후 수차례 쪽지를 보내 ‘만나 달라’며 괴롭혔다”고 말했다. 당시 B씨가 정식으로 문제 삼자 A씨는 인하대 성평등상담실과 B씨에게 각서를 제출해 사과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총학 후보로 나서면서 공론화됐다. 학내에는 “어떻게 스토킹 가해자가 학생 대표를 맡을 수 있느냐”는 비판 여론이 퍼졌고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부총학생회장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A씨도 자동 사퇴처리됐다. 그러나 A씨는 반성 대신 혐오감정만 드러냈다. 그는 사퇴 뒤 낸 입장문에서 “(B씨가) 극렬 페미니스트라 좋아한다는 게시물을 써서 괴롭혔다”면서 “여성주의 눈치를 보느라 남자 휴게실 설치를 못 밀어붙인 학생회가 싫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생들은 “’페미’(페미니스트)에게 맞서 싸운 투사”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대학가에서 왜곡된 백래시 현상이 목격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의 한 대학 총여학생회 관계자가 등장하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제목이 달린 불법 촬영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됐다. 또 지난 5월에는 중앙대 페미니즘 동아리가 붙인 대자보가 훼손됐는데, 당시 가해 학생은 지인에게 “(대자보를 찢었다는) 글을 올려 페미들이 발작하면 웃기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안일한 학교의 대처다. 인하대 사건 피해자인 B씨는 “당시 학교 성폭력상담센터에 사건을 접수했더니 ‘학칙상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면서 “상담사는 ‘좋은 경험한 셈 쳐라’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퍼져 있는 잘못된 통념이나 차별적 언행을 하면 이를 교정할 책임은 대학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하대는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A씨는 최근 커뮤니티에 게시물을 다시 올려 “B가 명시적 거절 의사를 밝힌 후 더 이상 쪽지를 보내지 않았다”면서 “사이버스토킹을 하지 않았다”며 입장을 바꿨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극렬 ‘페미’여서 괴롭혔다”는 사람이 총학생회 후보?…대학가 ‘백래시’ 논란

    “극렬 ‘페미’여서 괴롭혔다”는 사람이 총학생회 후보?…대학가 ‘백래시’ 논란

    인하대 총학 선거 출마자, 과거 ‘사이버 스토킹’ 논란공론화 되자 “남자 휴게실 못 밀어붙인 학생회 싫었다”대학가 곳곳에서 ‘백래시’ 현상…가해자 처벌은 ‘미온적’지난해부터 ‘미투’ 등 페미니즘 운동이 국내에서 활발해진 이후 대학가 등에 불어닥쳤던 ‘백래시’(반발 심리) 현상이 여전히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 대학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자신의 과거 사이버 스토킹(온라인상에서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쫓아다니며 공포심 등을 유발하는 것) 행적이 드러나자 “(피해자가) 극렬 페미니스트여서 괴롭히려고 했다”고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내 비난받고 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인하대에서는 총학생회 선거 회장 후보로 출마한 A씨가 과거 같은 학교 여학생 B씨를 온라인상에서 괴롭혔던 사실이 공론화됐다. 피해자인 B씨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씨가 지난해 3월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내 실명을 적은 공개 고백글을 올린 이후 수차례 쪽지를 보내 ‘만나 달라’며 괴롭혔다”고 말했다. 당시 B씨가 정식으로 문제 삼자 A씨는 인하대 성평등상담실과 B씨에게 각서를 제출해 사과했다. 이 사건은 A씨가 총학 후보로 나서면서 공론화됐다. 학내에는 “어떻게 스토킹 가해자가 학생 대표를 맡을 수 있느냐”는 비판 여론이 퍼졌고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부총학생회장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A씨도 자동 사퇴처리됐다. 그러나 A씨는 반성 대신 혐오감정만 드러냈다. 그는 사퇴 뒤 낸 입장문에서 “(B씨가) 극렬 페미니스트라 좋아한다는 게시물을 써서 괴롭혔다”면서 “여성주의 눈치를 보느라 남자 휴게실 설치를 못 밀어붙인 학생회가 싫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생들은 “’페미’(페미니스트)에게 맞서 싸운 투사”라며 두둔하기도 했다. 대학가에서 왜곡된 백래시 현상이 목격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의 한 대학 총여학생회 관계자가 등장하는 것처럼 악의적으로 제목이 달린 불법 촬영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됐다. 또 지난 5월에는 중앙대 페미니즘 동아리가 붙인 대자보가 훼손됐는데, 당시 가해 학생은 지인에게 “(대자보를 찢었다는) 글을 올려 페미들이 발작하면 웃기겠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안일한 학교의 대처다. 인하대 사건 피해자인 B씨는 “당시 학교 성폭력상담센터에 사건을 접수했더니 ‘학칙상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면서 “상담사는 ‘좋은 경험한 셈 쳐라’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퍼져 있는 잘못된 통념이나 차별적 언행을 하면 이를 교정할 책임은 대학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하대는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부랴부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인하대 측은 “이번주부터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가해자 징계 여부 등)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최근 커뮤니티에 게시물을 다시 올려 “B가 명시적 거절 의사를 밝힌 후 더 이상 쪽지를 보내지 않았다”면서 “사이버스토킹을 하지 않았다”며 입장을 바꿨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의 명과 암

    [요즘 것들의 문화 답사기]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의 명과 암

    ‘흰 티에 청바지 입고 방금 학생회관 앞 지나가신 분, 남친(남자친구)이 있나요?’ 대학생 김모(23·여)씨는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인상착의를 묘사하며 호감을 표시한 게시물을 봤다. 처음에는 ‘나와 친해지고 싶은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점점 정도가 심해졌다. 익명의 상대방은 김씨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까지 몰래 엿본 뒤 공개 게시판에 올렸다. 학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라 같은 학교 학생일 거라는 추측 외에 단서가 없었다. 너무 무서웠다. 김씨는 “사진까지 올라왔을 땐 아무 생각도 안 나 엉엉 울었다”고 했다. 익명 커뮤니티 관리자 측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게시물 작성자의 신상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익명 사이트라 개인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고려대 ‘고파스’ 등 별도 커뮤니티 갖춘 곳도 요즘 대학생들에게 학내 익명 커뮤니티는 거리낌 없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공간이다. 대표적인 곳인 에브리타임(에타)은 시간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게시판 기능이 더 활성화됐다. 학생증·수료증 등으로 자신이 속한 대학을 인증해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자유게시판과 비밀게시판을 비롯해 학생들이 직접 관심사에 따라 만든 다양한 게시판들이 있다. 서울대의 ‘스누라이프’나 고려대의 ‘고파스’처럼 별도의 커뮤니티를 갖춘 경우도 있다. 대학생들은 이곳에서 익명성에 기대 현실 친구에게 말하기 껄끄러운 이야기를 쉽게 털어놓는다. 일반 커뮤니티와 달리 같은 학교 학생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끼리 심리적 밀착감도 크다. 하지만 동시에 익명성에 기대 위험한 발언이 오가는 곳이기도 했다. 불필요한 욕설이나 혐오 표현이 오가 커뮤니티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대학생들도 많았다. ●‘대면식서 女신입생 외모 품평’ 사건 등 고발 많은 대학생들은 익명 커뮤니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실용성을 꼽았다. 학내 ‘꿀강의’(학점을 잘 주거나 재미있는 강의) 추천은 물론 취업 준비에 도움이 되는 정보까지 서로 얼굴은 몰라도 같은 학교라는 동질감 아래 의외로 좋은 정보들이 오간다는 것이다. 정다은(21·여)씨는 “대학생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맘껏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면서 “분실물을 찾거나 알바나 방을 구하는 등 순기능도 꽤 많다”고 말했다. 실명으로는 말 못할 내부 고발도 오간다. 지난 3월 서울교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한 학과 남학생 대면식에서의 여자 신입생 외모 품평회 자료가 있고 이 자료가 졸업생에게까지 넘어갔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이름을 밝힐 필요 없는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고 결국 이 일은 공론화됐다. 이후 서울교대는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21명에게 최대 3주의 유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다만 당사자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징계 절차는 정지됐다. 같은 학교라는 연대 의식 속에 익명으로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다는 점도 대학별 익명 커뮤니티의 매력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대학교별 ‘대나무 숲’이나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 페이스북 페이지보다 철저히 같은 학교만 이용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들이 요즘 더 인기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교양 강의에서 우연히 본 이름 모를 학우들을 향한 고백글도 올라온다. “어제 학생 식당에서 흰색 모자를 쓰고 저녁을 먹던 분 성함이 궁금하다”는 식이다. 이모(21)씨는 “번호를 물어 볼 용기는 없지만 누군지 궁금한 마음에 올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도 많아져” 하지만 대학생들은 최근 익명성을 악용해 서로를 저격하거나 갈등을 조장하는 게시물이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한 교대에 다니는 윤모(21·여)씨 역시 정치적으로 편향된 게시물을 본 뒤 커뮤니티에 발길을 끊었다. 어느 날부턴가 ‘달창’, ‘문슬람’(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자를 비하하는 은어) 등 일부 커뮤니티에서만 쓰일 줄 알았던 단어들이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윤씨는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그런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는 게 충격적이었다”면서 “이뿐 아니라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표현도 흔히 눈에 띄었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민모(23·여)씨도 최근 학교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을 지워버렸다. 결정적 계기는 총여학생회 폐지를 둔 찬반 논쟁이었다. 극단적이고 거친 혐오 표현이 오갔다. 민씨는 “얼굴 내놓고는 그런 얘기 못 할 거면서 온라인에서만 큰소리를 친다고 친구들과 이야기했다”면서 “게시글과 댓글을 익명으로 쓰다 보니 논의가 유난히 극단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이 도 넘은 게시물들을 신고하면 해당 계정 사용이 일정 기간 중지되는 등 제재가 있기는 해도 큰 효과가 없다고 느낀다. 민씨는 “계정 정지를 당하면 불편하긴 하겠지만 제재의 기준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경각심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규율이 없으니 ‘여기선 어떤 말이든 해도 돼’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원래 의도와 다르게 낙서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방의 한 대학에 다니는 이모(21)씨는 “익명성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공간에서 무슨 말을 못 하겠느냐”면서 “학교나 총학생회 등에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물타기’를 하거나 거친 표현으로 비판 아닌 비난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우리끼리’ 뭉치는 건 좋지만 ‘자정’ 필요 전문가들은 특정 집단의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학내 익명 커뮤니티로 모이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다만 익명성과 ‘우리끼리’라는 폐쇄성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학교 학생들끼리 유대감을 형성해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눌 창구로서 학내 익명 커뮤니티는 긍정적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익명이라는 특성이 도덕적 측면에서 자기 통제나 억제 수준을 낮추게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 대학교에 다니는 우리끼리만 이야기하자’는 식의 특권 의식이 결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익명 커뮤니티에 모여 말하는 것은 학생들의 직접적인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용자들이 스스로 어떤 표현은 문제적이고, 허용해선 안 된다는 나름의 규율을 만들어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건강한 공론 위해 ‘배심원 제도’ 커뮤니티 운영진도 대책을 고심 중이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학내의 건전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서는 지난 6월부터 배심원제도를 운영한다. 매일 이용자 중 4000~5000명이 랜덤으로 배심원 자격을 얻어 10건 이상 신고된 게시물에 대해 판정을 내린다. 신고글 작성자는 소명할 기회도 얻는다. “표현이 격해졌다”며 사과하기도 하지만 왜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해명하기도 한다. 고파스 운영진은 “성별 갈등 게시물에 운영진이 징계를 내릴 때마다 반발이 심했다”면서 “배심원제로 이용자들이 직접 제재 여부를 판단하도록 해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자정 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그래픽 이다현 기자 okong@seoul.co.kr
  • “기사 읽는 데 장애 없도록… ‘듣는 교지’ 시작됐죠”

    “기사 읽는 데 장애 없도록… ‘듣는 교지’ 시작됐죠”

    작년 교지·인터넷 라디오방송국 뜻 모아 1% 안 되는 장애인 학우 위해 기사 녹음 “오히려 비장애인 학생들이 관심 갖게 돼 학내 넘어 소수자 인권 알리는 기회 되길”“장애인이라고 기사를 못 읽는 일이 생기면 안 되죠. 언론은 누구도 배제해서는 안 되니까요.”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가르는 단단한 벽을 허물고 나섰다. 연세대 교지 ‘연세지’와 학내 인터넷 라디오방송국 ‘엷’이 지난해 여름부터 공동 추진 중인 배리어프리(Barrier-free) 프로젝트 ‘듣는 교지’ 얘기다. 배리어프리란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게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연세지와 엷은 학생들이 직접 교지에 실린 기사를 녹음해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배리어프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에 따르면 신촌 캠퍼스 기준 장애 학생은 100명 내외다. 전체 재학생이 3만여명 정도니 비율로 따지면 1%도 채 안 된다. 그런데도 이들이 장애 학우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엷’ 국장 권희성(21·여)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난 삶인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불편함을 느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같은 재학생인데 종이에만 인쇄됐다는 이유로 교내 언론기관에서 나온 신문, 교지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는 건 아주 큰 불편함일 것”이라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아주 미미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몇 개 기사를 더 전달할 수 있는 것만으로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지 편집장 이윤형(25·여)씨는 “교지 구성원이 먼저 장벽을 낮추고 장애 학우들에게 다가서려고 했던 것이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듣는 교지는 단순히 기사 원고를 녹음하는 게 아니다. 권씨는 “시각으로 쉽게 확인해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소한 요소까지 목소리를 통해 표현해야 한다”면서 “괄호, 큰따옴표, 작은따옴표, 각주 표시까지 읽고, 표가 삽입된 경우 표의 제목과 내용까지 다 읽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A4 용지 8~9장짜리 원고 하나를 녹음하는 데 2~3시간이 소요된다. 원고 내용에 따라 목소리의 분위기와 읽는 속도도 달라진다. 이씨는 “기사의 내용에 따라 교지 측에서 먼저 방송국에 원하는 톤을 요청하고 녹음자를 선정한다”면서 “셰어하우스를 소개하는 글은 발랄하고 통통 튀는 분위기로 읽는다면, 총여학생회 폐지를 다룬 글은 더 담담하게 읽는 식”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이번 여름이 세 번째. 이제는 교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기사를 올릴 때 듣는 교지 링크까지 같이 올릴 정도로 익숙해졌다. 프로젝트 이후 가장 크게 바뀐 건 장애인이 아닌 비장애 학생들의 반응이다. 권씨는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위해 시작했지만, 막상 방송을 진행하고 보니 비장애 학생들에게 ‘배리어프리 프로젝트가 뭐냐’는 질문을 제일 많이 받았다”면서 “대부분 우리 주위에 장애인이 있다는 사실도 잘 인식하지 못한다. 이 프로젝트가 학내를 넘어 전체 장애인, 소수자 인권에 대해 더 많이 알리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인권위, “기독 대학에서 성소수자 강연 불허는 인권 침해”

    인권위, “기독 대학에서 성소수자 강연 불허는 인권 침해”

    한동대, “건학이념 어긋난다”며 주최 학생 징계인권위, “종교 자유는 타인 기본권 지키는 범위에서 행사돼야”국가인권위원회가 학내에서 성소수자 강연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담당 학생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한동대에 징계 취소를 권고했다. 인권위는 건학 이념을 이유로 학내 성소수자 강연회를 허가하지 않거나 시설을 대관해주지 않는 것은 평등권 및 집회 자유의 침해라고 판단했다. 7일 인권위는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를 불허하고 학생을 무기정학 및 특별지도 처분한 건에 대해 한동대 총장에게 처분 취소와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2월 한동대 미인가 동아리 ‘들꽃’ 소속 학생 석모(28)씨 등은 학내에서 다자성애와 매춘, 동성애 합법화를 주장하는 강연을 열었다. 학교 측은 강의 내용이 기독교 건학이념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행사를 개최한 학생들을 징계했다. 이에 대해 석씨 등 3명은 표현·집회·학문·종교·양심 등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지난해 1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동대 측은 “건학이념에 비춰 학내에서 동성애, 성매매 등에 관한 강연회는 기독교 신앙에 어긋나 대학에 부여된 종교의 자유, 학문의 자유, 대학의 자율성을 이유로 개최를 불허하거나 장소 대관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연회에서 표현하고자 한 내용 모두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 운영의 자유 등을 보장받는 종교 사학이라 하더라도 공공성이 전제된 교육기관이므로, 헌법질서와 타인의 기본권을 지키는 범위 내 행사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학이 취한 일련의 조치는 과잉금지의 원칙(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위배한 것으로, 향후 대학 내 학교구성원들의 집회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이 크게 위축될 수 있어 피해학생들의 법익이 보다 두텁게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는 숭실대에서 총여학생회 등이 인권영화제를 진행하면서 ‘마이 페어 웨딩’ 등 성소수자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학내 시설 대관을 신청하자, 학교에서 이를 불허한 것 또한 차별이라고 보고 시정을 권고했다. 지난 2015년 숭실대 총여학생회장과 숭실대 성소수자 모임 등은 학교의 결정이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대학에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장애인, 소수 인종,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이어 “기독교인 상당수가 동성애를 포함한 성소수자를 반대하더라도 모든 기독교인들이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성소수자의 성적지향이나 성 정체성에 관한 내용은 입시요강이나 학칙 등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학생들에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연세대 총여학생회 31년만에 폐지…찬성 79%

    연세대 총여학생회 31년만에 폐지…찬성 79%

    연세대 총여학생회가 31년 만에 폐지된다. 이로써 서울시내에 총여학생회가 있는 대학은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4일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진행된 ‘총여학생회 폐지 및 총여 관련 규정 파기와 후속 기구 신설안’ 학생 투표에서 찬성 78.92%로 총여 폐지 안건이 통과됐다. 재적생 2만 4849명 중 1만 3637명이 투표해 54.8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1만 763명(78.92%)이 찬성, 2488명(18.24%)이 반대, 386명이 기권했다. 이번 투표 안건은 총학 회칙에서 ‘총여학생회장’에 관한 내용을 삭제하고, 총학 산하단체인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해 학생들에게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방안을 담았다. 연세대는 지난해 6월에도 페미니스트 강사 은하선 씨의 교내 강연 강행 등이 문제로 떠올라 총여 재개편 학생 총투표가 진행됐다. 이후 재개편 방향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러진 총여 선거에서 선거본부 ‘프리즘’(PRISM)이 당선했고, 일각에서는 재개편이 아닌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었다. 이에 재학생 2535명이 총여 폐지에 대한 총투표를 요청했고, 학생 총투표가 진행됐다. 1988년 설립된 연세대 총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서울에서 공식적으로 총여가 남아있는 대학은 한 곳도 없다. 앞서 동국대는 지난해 치러진 총여 폐지 학생 총투표에서 찬성률 75.94%로 총여가 폐지됐다. 성균관대도 지난해 학생 총투표 끝에 총여학생회 폐지를 의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총여학생회 잇단 폐지… “그 민주주의에 여성은 없다”

    총여학생회 잇단 폐지… “그 민주주의에 여성은 없다”

    최근 연세대·성균관대·동국대 등 서울 주요 대학에서 ‘총여학생회’(총여)가 잇따라 폐지되자 총여에 속했던 학생과 여성주의 모임 소속 학생들이 9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2018 총여 백래시(반발) 연말정산’이라는 이름으로 총여 폐지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그 민주주의에 여성은 없다’고 적힌 피켓을 들고 “총학생회의 비민주적 언행은 문제 삼지 않고 그저 다수의 결정이 곧 민주주의라는 철학 아래 모든 사안이 결정됐다.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면서 “대학 내에는 여전히 차별이 만연하다”고 주장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벼랑 끝 ‘총여’의 반격…연대활동 추진

    동국·성균관·연세대 포럼·집회 예정 여성계도 미투 법안 연내 처리 촉구 대학가 총여학생회(총여)가 사실상 ‘전멸 위기’에 빠지자 벼랑 끝에 몰린 총여들이 연대하며 본격적 반격에 나섰다. 더불어 여성계에서는 올해를 뜨겁게 달군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2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국대 31대 총여 ‘무빙’과 성균관대 성소수자 단체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 연세대 29대 총여 ‘모음’은 ‘2018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그 민주주의는 틀렸다’라는 주제로 오는 8∼9일 포럼과 집회를 잇달아 개최한다. 이들은 사회에 페미니즘이 확산함과 동시에 이에 대한 ‘백래시’(반발) 현상도 강화됐다고 보고, 최근 잇따른 총여 폐지가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했다. 숙명여대 여성학 동아리 ‘SFA’도 립스틱, 아이라이너 등으로 대자보를 작성하는 ‘탈코르셋 대자보 운동’을 통해 총여 폐지와 함께 위축된 대학가 페미니즘에 지지를 보냈다. 이들은 백래시를 “여성의 해방을 남성 가부장제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이에 대한 대응은 여성 간 연대”라면서 “성녀와 창녀로 이분화해 여성이 여성의 적이 되도록 강요하는 사회에서 여성들이 끈질기게 뭉치고 연대한다면 언젠가 체제는 전복되고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계는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한 사회 변화를 규탄하며 적극적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미투 운동이 확산한 올해 상반기 국회에서는 여야가 경쟁적으로 관련 법안을 내놨지만, 정작 가결된 법안은 150여개 중 형법 개정안 등 5건에 그쳤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지난달 2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미투 관련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또한 미투시민행동은 지난 1일 광화문 광장에서 올해 마지막 성차별·성희롱 끝장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가정폭력, 사회 성폭력, 학교 내 성폭력 피해자 등이 나서 성차별적 사회 행태를 환기하고 정부와 국회, 사법부에 실질적 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 집회는 올해 2월 미투 운동이 시작된 후 모두 6차례에 걸쳐 개최됐다. 누적 참가자는 약 10만명(주최 측 추산)에 달했다. 김영순 미투시민행동 집행위원장은 “올해 광장에서 시민 10만명이 ‘여성에게 국가가 있는가, 못 살겠다’고 외쳤지만 여성의 삶을 파괴하고 뒤흔드는 성폭력·성차별을 근절할 법안들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면서 “국가는 말로만 하는 성평등 말고 진정으로 미투 운동에 응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사라지는 총여학생회…학내 여성단체가 나선다

    사라지는 총여학생회…학내 여성단체가 나선다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각 대학 총여학생회가 공동으로 위기 대응에 나섰다. 동국대 31대 총여 ‘무빙’과 연세대 29대 총여 ‘모음’, 성균관대 여성단체 ‘성 평등 어디로 가나’는 오는 8∼9일 연세대 신촌캠퍼스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 앞에서 포럼과 집회를 차례로 연다. 이들 단체는 페미니스트로서 겪은 올해의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백래시’(backlash·반격)에 대응할 동력을 마련하고자 포럼과 집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또 “올해 ‘미투 운동’을 비롯해 여성주의 운동이 본격화했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반동으로 백래시 역시 심화했고, 대학가에서는 ‘총여 폐지’라는 형태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8일에 열리는 포럼은 학교별로 관련 발제를 하고, 내년 활동 계획을 모색한다. 또 9일 예정된 집회에서는 ‘혐오가 판치는 학교가 학교냐, 차별이 판치는 학교가 학교냐’, ‘총여 폐지 총투표는 민주주의 퇴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총여를 지키기 위한 의지를 다지기로 했다. 이밖에도 대학생소셜 앱인 ‘에브리타임’에서 거론된 혐오 발언을 모아 낭독할 계획이다. 한편 숙명여대 여성학 동아리 ‘SFA’는 최근 ‘탈코르셋 운동’(여성에게 강요되는 정형화된 모습을 탈피하는 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이들은 최근 교내에 아이라이너, 립스틱 등 여성이 외적으로 꾸미는 데 사용하는 화장품을 이용해 ‘탈코르셋 대자보’를 써서 붙였다. 이 단체는 학내 다른 여성단체들과 함께 총여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동국대 총여 지지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사라지는 ‘총여’] 페미니즘 혐오 때문에?… 총여학생회 34년 만에 ‘전멸 위기’

    [사라지는 ‘총여’] 페미니즘 혐오 때문에?… 총여학생회 34년 만에 ‘전멸 위기’

    대학에서 여학생의 권익과 인권을 대변하는 기구인 ‘총여학생회’(총여)가 역사의 뒤안길로 하나둘씩 퇴장하고 있다.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처음 생긴 이후 민주화 운동과 여성 운동을 이끌며 전국 대학에 90개가 넘을 정도로 번성했던 총여가 34년 만에 전멸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동국대는 지난 21일 학생 총투표를 실시해 총여 폐지를 결정했다. 유권자 1만 2755명 가운데 7036명(투표율 55.2%)이 투표해 찬성 5343표(75.9%), 반대 1574표(22.4%), 무효 119표(1.7%)로 총여 폐지 안건이 가결됐다. 이 학교 총여는 2015년부터 2년간 회장 공석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지난해 활동을 재개했지만 동력이 실리지 않았다. 2017년 총여 회장 임은씨는 “폐지 투표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총여가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서 “학내 성차별 문제를 사소하게 여기는 현재 상황이 총여가 존재해야 할 당위성을 말해준다”며 폐지에 반대했다. 투표 결과가 이대로 확정되면 서울 내 종합대학 가운데 활동하는 총여 조직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가 된다. 지난 10년간 총여 회장 후보자가 없었던 광운대도 조만간 총여 폐지 투표를 한다. 다만 활동 중단 상태였던 연세대 총여가 지난 23일 회장 당선자를 배출해 재개편을 논의 중이다. 앞서 성균관대에서는 지난달 15일 총여 폐지가 확정됐다. 성균관대에서는 총여 재건을 추진했던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성성어디가)가 “성평등 정치의 백래시(반발)였음을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면서 “폐지가 결정된 이후 소수자 정치는 더 활기를 띠어야 한다. 평등한 대학을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총여 회장 입후보자였던 노서영씨는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 이후 페미니스트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동시에 이에 반발하는 학내의 백래시가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페미니즘 향한 ‘백래시’... 온라인 반대 여론서 시작 총여는 2000년대 이후 세력이 점차 약화됐고, 2015년쯤부터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2008년 이후 총여가 폐지된 48개 학교를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28곳이 최근 3년 사이에 없어졌다. 이는 2015년 메갈리안 등장,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이 거리로 나온 시기와 일치한다. 특히 미투 운동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불편한 용기’의 대규모 여성 시위가 있었던 올해에는 총여 폐지 움직임이 정점을 찍었다. 연세대, 성균관대, 동국대 등 주요 대학에서 총여 재개편안이나 폐지안이 통과됐고 광운대도 조만간 폐지 투표를 한다. 공교롭게도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질수록 총여 폐지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이다. 총여 폐지의 시작은 온라인 공간에 올라온 페미니즘에 대한 반대·혐오 글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나 학내 익명 게시판이 진원지가 됐다. 고려대 여성주의 교지 석순 편집위원 아모(23)씨는 “최근 페미니즘 관련 소모임이 생겨나도 남성들이 적극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익명 게시판에 페미니즘은 피해망상이라는 식의 원색적 비난이 계속 올라온다”고 전했다. 연세대생인 노모(21)씨도 “남학생들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쉽게 표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국대에서도 지난해 익명 게시판과 총여 이메일에 “페미니스트는 사회악”, “뇌에 먼지가 찼다”는 등의 비하 발언이 쏟아졌고, 총여 회장과 부회장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나돌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동력을 얻은 총여에 대한 반발은 결국 학내 다수 여론으로 확산됐고, 학생회를 통한 폐지 안건 발의에 이어 학생 총투표로 이어졌다. 연세대에서 일어난 페미니스트 은하선씨 강연 반대 움직임은 총여 반대 기류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돼 버렸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다소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완전히 배제된 것에 대한 비판이다. 동국대는 폐지안 발의부터 총투표까지 모든 절차가 일주일 이내에 이뤄졌다. 연세대도 재개편 추진단 출범부터 통과까지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임은씨는 “총투표 근거 회칙이 투표 2주 전에 졸속으로 만들어졌다”면서 “사실상 총여를 없애려고 만든 회칙”이라고 비판했다.●“다른 대안 찾아야” vs “총여 여전히 필요” 총여가 존폐의 기로에 내몰리게 된 것이 학생회의 ‘탈정치화’와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2000년대 이후 대학 내 ‘운동권’이 학생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되자 일부 정치색을 띠었던 총여도 굳이 조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는 “신자유주의 이후 젊은 세대는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해 누군가가 자신을 대변해주길 바라기보다 직접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다”면서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총여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다”라면서 “총여를 유지하려면 학생 개인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이고 조정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총여가 사라진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 인권 활동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성성어디가’는 학내 다른 모임과 연대해 소수자 인권 축제를 개최하는 등 학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1989년 총여가 해산된 고려대에서도 여학생위원회, 소수자인권위원회 등이 연대해 성폭력과 여성 인권 이슈에 대응하고 있다. 여대생이 더는 소수이거나 약자가 아니라는 판단 아래 총여가 스스로 내부 개편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2014년 폐지 투표가 부결된 이후 충북에서 유일하게 총여를 유지한 충북대는 총여를 학생인권위원회로 재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학교 총여 회장 후보로 나선 허난희(21)씨는 “학내에 총여에 대한 반발 여론이 퍼져 있고, 여학생이 반드시 학내에서 약자의 위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소수자는 물론 학생 전체의 인권을 보장하는 기구로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총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 양(量)적인 평등은 이뤄졌을지 몰라도 질(質)적인 평등은 아직 멀었다는 이유에서다. 대학 내에서 남자 교수에게 성폭력을 당한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려면 총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진희 서울대 여성연구소 연구원은 “총학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총여처럼 폐지론이 나오진 않는다”면서 “대학은 아직 성평등한 공간이 아니며, 학생회도 남성 중심이기 때문에 여성을 위한 별도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별로 총여의 문제점과 대안을 서로 진단한 뒤 연대해 나가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사라지는 총여학생회… 더 거세지는 성평등 논란

    대학 총여학생회가 속속 폐지되고 있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의 반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성평등’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는 지난 10~12일, 15일 나흘간 총여학생회 폐지 안건을 놓고 학생 총투표를 진행했다. 유효표 4747표 가운데 4031표(84.9%)가 폐지에 찬성했다. 투표율은 9242명 가운데 4842명이 참여해 52.4%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총여학생회는 공식적으로 문을 닫게 됐다.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9년간 공석이었던 총여학생회장에 지난 8월 학내 성평등 모임 ‘성균관대 성 평등 어디로 가나?’(성성어디가) 측에서 입후보 희망자를 낸 것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들이 총여학생회장 선거를 요구하고 나서자 전체학생대표자회의는 “현재 학내에 총여학생회가 필요한지 의문”이라며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안을 발의했다. 이 때문에 총여 폐지 투표를 보이콧하는 운동도 일었다. 투표는 지난 10~12일 3일간 진행됐지만, 유효투표율인 50%에 미치지 못한 44.8%에 그치자 학생대표자회의 측은 회칙에 따라 지난 15일까지 투표 기간을 하루 연장했다. 총여학생회는 1984년 서울대를 시작으로 대부분 대학에 생겼다가 최근 상당수가 폐지됐다. 건국대, 홍익대에서 이미 폐지됐고 일부 남아 있는 학교에서도 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윤김지영 건국대 교수는 “대학은 남녀가 평등한 공간이라고 여겨지는 ‘착시 효과’가 작동하기 때문에 다수결로 존폐를 결정하면 폐지가 우세할 수밖에 없다”면서 “페미니즘에 반감을 갖는 ‘백래시’ 현상도 총여학생회 폐지 투표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러나 학내 성폭력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총여학생회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색다른 인터뷰] ‘입법 미비’ 이유로 비겁하게 숨은 법원…1심은 안희정 아닌 김지은 재판이었다

    여성운동을 이끌어 온 활동가들은 ‘안희정 재판’이 남성 편향적인 한국 사회의 틀을 바꿀 변곡점이 되리라 기대했다. 자신들도 예상하지 못했던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대한 제도권의 첫 응답이었기 때문에 많은 여성운동가들이 재판에 주목하고 참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이 수행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활화산처럼 타오른 미투의 분노와는 달리 우리 사회의 지반은 여전히 여성들에게는 동토(凍土)임을 확인해 줬다. 공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42)씨가 지난 17일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재판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계속 재판을 방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흔치 않다. 피해자가 나서기도 어렵고 법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이 여기까지 밀어붙인 셈이다. 더욱이 안희정은 내가 20년간 성폭력 상담과 관련 운동을 하면서 봐 온 피의자 중 권력이 가장 센 사람이었다. →안희정의 권력도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방청 과정에서 엄청난 권력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 선고공판 당일 새벽 6시 전에 방청권을 얻기 위해 가장 먼저 법원 앞에서 줄을 선 이들이 안희정의 지지자들이었다. 변호사들의 조력도 남달랐다. 재판관을 주로 상대하는 중년 여성의 변호사, 증거 채택 문제에 집중한 두 남성 변호사, 피해자에게 송곳 같은 질문을 던진 젊은 여성 변호사 등 안희정의 변호인단은 전략적으로 치밀했다.→김씨 측은 어떠했나. -김지은을 지지하고 도운 사람들 가운데 남성 변호인이나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그 많던 남성 인권변호사들이 모두 외면했다. 한 줌의 여성들이 어떻게든 해보려고 나섰다. 재판 전체가 ‘위력이 행사되는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유죄를 예상했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재판부가 이 사건의 쟁점을 위력이 존재하는지와 위력이 실제로 행사됐는지로 쪼개서 본다고 말했다. 그러자 변호인이 바로 “저희도 그것을 중심으로 재판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위력 간음죄를 총체적, 맥락적으로 보겠다”고 했다. 재판부와 안희정 측 변호인단이 대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판결 가운데 가장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은 무엇인가. -책임을 입법에 돌린 점이다. 판사는 ‘비동의 간음죄’(No means no rule)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무죄를 선고한 것처럼 말했다. 그런데 비동의 간음죄보다 권력형 성폭력 범죄를 더 확실하게 처벌할 수 있는 게 ‘위력에 의한 간음죄’다. 이 조항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 서방 국가도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미투가 계속 터져 나오니까 오히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위력에 의한 간음죄(형법 303조)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죄(성폭력 처벌법 10조)가 다 있다.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되는데 비겁하게 입법 미비로 책임을 돌렸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이 굳이 필요 없다는 뜻인가. -비동의 간음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비동의 간음죄는 ‘노’(No)라 말했을 때 상대가 ‘노’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위력 관계에서는 ‘노’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때문에 비동의 간음죄는 부부나 친구 관계 등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처벌하는 데 유효한 조항이다. →위력에 의한 성폭행이라는 본질을 외면한 채 입법 논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인가. -그렇다. 미투가 비동의 간음죄 입법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입법 물타기’를 경계한다. 이번 판결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따라 본질이 왜곡된 게 문제다. 재판부 탄핵이나 젠더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만드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 처벌이 보편화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피해자들이 숨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법정까지 갔을 때 잃는 게 너무 많다. 직장 여성으로서 커리어를 다 포기하고 재판을 시작해야 하니까 입을 닫는다. 김지은의 안희정 고발은 미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해자가 용기 내기 어려운 사회였는데 미투 이후에 달라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법원이 “이제 우리가 가진 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어야 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성적자기결정권’ 등 여성주의 용어들을 언급하며 신경을 쓴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재판부에 낸 의견서에 쓴 용어들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쓴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고 침해당해선 안 되는 권리이지 행사해야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김지은한테 왜 그걸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마치 ‘돈이 있는데 왜 쓰지 않느냐’고 책임을 묻는 꼴이다.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그걸 침해한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 재판부는 김씨의 성인지 감수성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성인지 감수성은 재판관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법관이 성인지 감수성을 갖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안희정을 재판해야 하는 것이란 말이다. →‘김씨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재판부의 판단도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자답지 않다고 지적된 행동 대부분이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던 일들이다. 강간 다음날 순두부를 챙겨 줬다고 하는데, 식사 챙기는 것은 권력자를 상사로 둔 비서의 기본 업무이다.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상사가 짜증을 내는데 안 할 수 있겠나. →이번 판결에 가장 분노하는 이들이 여성 직장인들인 것도 그 때문인가. -그렇다. 비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직장인들도 위력에 의한 등산, 위력에 의한 회식으로 고통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전날 저녁 상사가 술자리에서 욕하고 때렸어도 다음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해야 하는 게 직장 내 ‘을’들의 현실이다. 김지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기에 성이 개입되니까 ‘이상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체가 ‘피해자다움’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은 다 쓰러져 있고, 인생 포기하고, 자살을 기도할 거라는 편견이 있다. 그런데 대다수 피해자들은 당장은 그렇게 못 한다. 대부분이 얼어붙는다. ‘내가 어제 뭘 겪은 거지’라고 그 일을 소화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김지은이 수행비서에 채용된 지 불과 3주 만에 첫 간음이 일어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던 거다. 그리고 두 달간 3번의 성폭행이 일어났다. 김씨는 비서가 된 후 “이제 너는 안희정 사람”, “정치판에서는 평판이 전부”라는 이야기를 매일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만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사소화시키는 과정을 겪는다. 김지은도 그 과정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고 ‘위력의 존재’가 곧 ‘위력의 행사’는 아니지 않나. -물론 양자를 동일시할 수 없다. 그런데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위력’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행사 여부를 증명할 때는 김지은에게 “왜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갑자기 주어가 달라진 거다. 재판부는 안희정한테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그렇게 인권을 강조하던 사람이 왜 참모한테 그런 행동을 했느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안희정 재판이 아니라 김지은 재판이었다. 안희정이 “외롭다. 안아 달라”고 한 것 자체가 위력의 행사인데도 말이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가 너무 넓게 인정되면 부하 여직원과의 불륜을 모두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다. 불륜은 둘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보통 위력에 의한 간음죄 재판에서는 둘이 진짜 연인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같이 찍은 사진이나 하트를 보낸 문자가 있는지, 데이트를 한 흔적이 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위력 관계 속에서도 상호 동의에 의해서 위력이 무력화될 수 있는 연인 관계로 전환됐는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안희정 재판의 쟁점은 이게 아니었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성적자기결정권 행사 여부를 물었다. 안희정은 둘이 연인이었다는 증거를 하나도 제출하지 못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남성 혐오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성평등 사회로 가려면 결국 남성과 함께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여성들만의 힘으로 1심까지 왔다면 2심에서는 남성들의 동참이 절실하다. 남성들도 겪었던 갑질 횡포에 대한 증언과 자백이 나와야 한다. 생물학적 성별을 떠나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여성들과 얼마든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감하는 그 지점을 찾아내는 것은 남성들의 몫이다. 위력에 의한 모욕에 숨죽일 수밖에 없는, 영혼이 죽어 가는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가. →미투 이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도 발전하고 있지 않나. -그간 남성들이 많이 놀랐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의를 하면서 여성이 겪는 폭력의 현실을 얼마나 몰랐는지 고백하는 남학생들도 많이 만났다. 밤에 택시 타고 들어갈 때 여성이 “잘 들어갔느냐”고 안부 문자를 보내면 남성은 이를 호감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이 문자는 위험 사회에 노출된 여성들의 일상의 언어이다. 이런 현실을 남성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보수 정권에 비해 젠더 감수성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 않나. -현 정부는 ‘386 진보 남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보수의 한계와는 또 다르다. 진보 쪽 남성들은 자신이 다른 남성보다 낫고 매력적이라고 착각하며 여성들이 모든 것에 동의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 보수 남성들이 ‘왕’처럼 군림했다면 진보 남성들은 ‘왕자병’에 걸린 것 같다. 보수는 여성의 입을 막았고 진보는 듣는 척하지만, 결국 ‘너도 동의했잖아’라고 치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나도 페미니스트다”라고 선언했지만, 페미니즘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다. 선언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다. →항소심은 어떻게 예상하나. -항소심이든 대법원이든 이겨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안희정 편이었다. 검찰이 제기한 모든 문제에 아무것도 답하지 않았다. 대법 판례를 볼 때 폭행, 협박이 없고 김지은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은 사건에도 유죄를 내린 경우가 있다. 이번처럼 끝까지 싸우려는 피해자가 등장했을 때 권력형 성폭력 문제가 진전되어야만 한다. 여기서 이겨야 다른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다. 이창구 사회부장 window2@seoul.co.kr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권김현영은 누구 1994년 대학에 들어간 이후 줄곧 여성운동을 해 왔다. 대학 총여학생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대학원 졸업 후 이화여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강의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등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한국 남성을 분석한다’ ‘피해와 가해의 페미니즘’ 등 다수의 책과 연구논문을 냈다. 지난 18일 안희정 무죄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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