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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불협화음의 화성학(김대현 지음, b) 내가 생각하는 문학은 매끄러운 일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질감을 가진 소리들이 충돌하며 만들어 내는 불협화음이기 때문이다. 불협화음은 완결된 형식의 협화음이 기존의 경로에서 이탈할 때 생성되는 파열음을 의미한다. 이 파열음은 때로는 시끄럽고 때로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그 불일치가 우리를 다른 생각으로 이끌어 간다. 2012년 ‘실천문학’ 문학평론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문학평론가 김대현의 첫 비평집이다. 진은영, 송경동 등의 시를 통과하며 김대현은 온갖 ‘다른 것’이 충돌하는 민주주의 사회에 문학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묻는다. 우리는 분명 서로 다르게 존재하기에, 우리의 말은 모두 불협화음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화성을 이룬다. 부조화 속 조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평론가의 일이다. 447쪽, 2만원. 작가님, 이 소설은 반드시 완성되어야 합니다(페터 주어캄프 지음, 홍성광 옮김, 눌민) 제가 보기에는 새로운 예술의 과제는 상상력을 이 경직 상태에서 해방시키고, 원초적 근원과 움직임, 생동감을 다시 불어넣는 데에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원초적 상상력의 움직임이 경직된 상상력의 갑옷을 부수고 파괴하게 되는 것입니다. 독일 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출판사 ‘주어캄프’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출판사인 주어캄프의 발행인 페터 주어캄프와 당대 작가들이 나눈 편지를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헤르만 헤세, 베르톨트 브레히트, 토마스 만 등 거장들의 작품을 밝은 눈으로 알아본 통찰력 있는 편집자의 주옥같은 문장들이 돋보인다. 256쪽, 2만원. 대치키즈: 오답 없는 아이들(이현지 글, 디니 그림, 이지북) 이상하고 신기한 나라에 도착했어야 하는데 요상하고 기이한 나라에 잘못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학원에 입학해야 한다. 높은 성적이 곧 행복의 기준이 되는 공간, 대치동. 이곳에 전학을 온 첫날 도경이 마주한 교실의 풍경은 낯설다. 짝꿍 장재서는 수업 내내 교과서 대신 학원에서 내 준 수학 숙제를 한다. 서아인은 갑자기 손을 들더니 수업이 너무 재미없다고 외치기도 한다. 무엇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실제 대치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사이기도 한 작가는 경쟁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모든 어린이에게 애정 어린 질문을 던진다. 알 수 없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은 어디까지 희생돼야 하는 것인지. 160쪽, 1만 5000원.
  • 임창휘 경기도의원, 미 백악관 통상 보고서 내 ‘경기 반도체·배터리’ 명시 우려… 도 차원 실효적 대응 체계 촉구

    임창휘 경기도의원, 미 백악관 통상 보고서 내 ‘경기 반도체·배터리’ 명시 우려… 도 차원 실효적 대응 체계 촉구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소속 임창휘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2)은 지난 9일 열린 제393회 임시회 국제협력국 업무 현안 보고에서, 최근 미 백악관 보고서에 경기도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배터리가 직접 명시된 사안의 엄중함을 지적하며 경기도 차원의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통상 위기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임 의원은 이날 지난 8월 13일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중국 불법 환적 및 우회 수출 위험 관련 보고서’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이 1유형으로 분류되고 그 안에 ‘경기 반도체·배터리’가 직접 명시된 것은 도내 첨단 수출 기업들에게 극도로 위험한 시그널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특히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 통관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세한 서류상의 오류나 통상 규정 위반이 기업들에게 즉각적인 물류 지연과 강력한 제재로 직결될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다. 이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단일 유통망이나 하위 벤더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연관된 도내 기업들 전체가 ‘공급망 전염 리스크’에 노출되어 영문도 모른 채 징벌적 제재와 천문학적 배상 책임에 휘말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임 의원은 대기업에 비해 내부 대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글로벌 통상 종합 대응 매뉴얼을 시급히 배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국제협력국장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 최근 글로벌 공급망 트렌드를 언급하며, 도내 포진한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ASML, ASM 등)과의 연계 강화 및 국제적 연합 검토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아울러 지적된 징벌적 규제 분야에 대해서도 도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 교육과 컨설팅 프로그램을 적극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선거 밀리자 “670만원”…트럼프 ‘1800조원 배당금’, 한국에도 변수인 이유 [핫이슈]

    선거 밀리자 “670만원”…트럼프 ‘1800조원 배당금’, 한국에도 변수인 이유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지킬 경우 미국 성인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7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공언했다. 모든 성인을 대상으로 단순 계산하면 필요한 돈만 1조 3500억 달러(약 180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약이다. 공화당의 선거 전망과 자신의 지지율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판세를 뒤집기 위한 ‘배당금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 연설에서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을 모두 이긴다면 미국의 모든 성인 시민에게 5000달러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성공한 기업이 주주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설명하면서 받은 돈은 미국 안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지급 대상과 방식, 법적 근거와 재원 마련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 성인 인구를 약 2억 7000만명으로 잡으면 필요한 재원은 미국의 연간 재정 적자 규모에 맞먹는 수준으로 불어난다. 그만큼 실제 지급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높은 공약인 셈이다. 지지율 33%·투표 의향 열세…중간선거 앞두고 다급해진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이 거액의 배당금 공약을 꺼낸 시점도 주목된다. 중간선거를 약 두 달 앞둔 가운데 최근 여론 흐름은 공화당에 녹록지 않다. 로이터·입소스의 지난달 말 조사에서 중간선거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의향이 강한 민주당 지지층은 46%로 공화당 지지층 31%보다 15%포인트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33%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내가 직접 투표용지에 올라 있다고 생각하고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중간선거를 사실상 자신의 재신임 투표로 규정하고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이다. 선거일까지 주요 경합주와 지역도 잇달아 찾을 계획이다. 생활비 부담 역시 공화당에는 부담 요인이다. 물가와 주거비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1인당 5000달러 지급 약속은 유권자의 지갑을 직접 겨냥한 카드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년간 자신의 임기를 “대통령 역사상 가장 위대한 2년”이라고 자평하면서도 민주당이 다시 힘을 얻을 경우 미국이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800조원 어디서 마련하나…한 시간 만에 조건 붙은 공약 관건은 실현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약 한 시간 뒤 J.D. 밴스 부통령은 고소득층을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모든 성인 시민”을 대상으로 제시했지만 곧바로 구체적인 조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드러난 셈이다. 관세 수입만으로 1조 달러가 넘는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연방 정부가 이처럼 막대한 현금을 지급하려면 관련 예산과 입법 절차도 거쳐야 해 대통령의 공언만으로 곧바로 시행할 수 없다. 재정 적자를 키우거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관세 수입 등을 활용한 현금성 배당 구상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에는 지급액을 5000달러까지 끌어올리고 이를 공화당의 상·하원 동시 승리와 직접 연계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한국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모두 유지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2년간 관세와 대미 투자, 동맹국의 비용 분담 확대 등 자신의 정책을 의회의 지원을 받아 보다 강하게 추진할 여지가 커진다. 한미 통상·안보 현안에서도 현재의 압박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 가운데 한 곳을 장악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과 주요 입법 추진에는 견제가 강해질 수 있다. 의회 조사와 청문회를 통한 행정부 압박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한다고 해서 미국의 대한국 관세·외교·안보 정책이 곧바로 바뀐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통령 권한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 결과는 정책 방향 자체보다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대외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느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트럼프 배당금’은 이런 정치적 승부의 한복판에서 나온 카드다. 공화당의 선거 열세를 뒤집고 지지층까지 결집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천문학적인 재원과 불분명한 지급 방식 등을 고려하면 실제 배당금 지급까지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 “1인당 670만원 준다”…트럼프 ‘현금 살포’ 파격 선언에 美 ‘발칵’

    “1인당 670만원 준다”…트럼프 ‘현금 살포’ 파격 선언에 美 ‘발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미국 성인 모두에게 1인당 5000달러(약 669만원)의 ‘국민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실제 실현 가능성과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차지한다면 미국의 모든 성인에게 5000달러씩 국민배당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배당금 지급의 전제 조건으로 ‘미국 내 소비’를 내걸었다. 그는 “여러분이 이 돈을 들고 캐나다에 가는 걸 원하지 않는다. 중국이나 독일에 가서 쓰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며 반드시 미국 내에서 소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는 “우리 행정부가 국정 운영을 매우 잘해 왔고, 국가 차원에서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을 뿐 구체적인 세부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미 정치매체 더힐 등 현지 언론은 이번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미국의 성인 인구가 약 2억 7000만명에 달해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데다 법적 근거 역시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금성 지원 공약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에도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한 ‘2000달러 관세 배당금’ 지급을 약속했으나 이 역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의회의 승인 여부를 둘러싼 행정부 내부의 혼선도 존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의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 ‘수출 1조 달러’ 눈앞인데 왜 마음 놓고 웃지 못할까 [강 기자의 세종실록]

    ‘수출 1조 달러’ 눈앞인데 왜 마음 놓고 웃지 못할까 [강 기자의 세종실록]

    수출 7094억 달러, 작년 연간 수출 추월 117일 앞당겨…6월 첫 월 1000억弗 돌파 반도체 수출 8개월째 세 자릿수 상승 대미흑자 작년 두 배…美 AI 인프라 수요↑ 반도체 투자 압박 등 美 ‘새 청구서’ 될라 오는 18일 대미투자 프로젝트 1호 공개 한국 수출이 지난 5일 오후 1시 기준 7094억 달러(약 957조원)를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실적(7093억 달러)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수출 실적을 117일이나 앞당긴 것으로 추세대로라면 세계 4번째로 ‘꿈의 연간 수출 1조 달러’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수출은 중동 전쟁 등 어려운 대외 여건에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등 반도체 활황에 힘입어 올해 1월부터 역대 동월 대비 최대 실적들이 쏟아졌습니다. 6월에는 사상 처음 월간 수출액 10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현재의 견조한 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전망된다”는 이종욱 관세청장의 보고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로 공개하기도 했었죠. 그런데 정작 수출·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부는 마음 놓고 웃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동맹국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우방과 적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을 벌이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흑자가 1000억 달러에 달해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산업부는 지난 1일 ‘8월 수출입 동향’에 이어 5일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해 올해 화려한 수출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참고로 산업부는 매월 1일이 되면 전달 수출입 결과를 발표합니다. 핵심 주역은 역시 ‘슈퍼 사이클’을 탄 반도체였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1~8월 누적 2812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9.6%로 급증하며 전체 수출 비중의 40.6%를 차지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이 209% 증가한 지난달에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8%까지 올랐습니다. 거의 절반 가까운 실적을 반도체 한 품목에서 올린 셈입니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올해 8월까지 컴퓨터 주변기기(262.2%), 석유제품(40.7%), 무선통신기기(28.1%), 선박(12.4%) 등 다른 주요 품목들도 고루 성장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중동 전쟁으로 인해 수출이 9.8% 급감한 중동 지역 수출 감소를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중국(76.1%), 미국(57.0%) 등 주요국에서 반도체 수출이 크게 늘면서 전년보다 전체 수출이 50% 이상 늘었고 베트남(57.7%), 말레이시아(95.4%), 대만(61.3%) 등에서도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미국과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산업부는 ‘1조 달러’ 달성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무역법 301조 ‘과잉 생산 관세’ 부과가 남아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 시간)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미국이 적자를 보는 국가들과 무역을 중단하겠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연준을 겨냥해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우리가 적자를 보고 있는 국가들과의 무역을 중단할 것”이라며 “연방대법원은 어리석고 값비싼 관세 판결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할 절대적 권한이 있다’고 강력히 인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고용 호조로 금리 인상 가능성에 힘이 실리자 대미 흑자국과의 교역 중단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든 것이죠.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불만을 제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산 제품에 25%의 높은 상호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한국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에 합의하고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췄습니다.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위반이라며 무효화했습니다. 헌법상 관세 부과 권한은 원칙적으로 의회에 있고, IEEPA의 수입 규제 권한에 관세를 매길 권한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이 무역 적자를 보는 국가를 겨냥해 미 무역법 232조로 임시 10%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이어 다시 301조를 활용해 ‘불공정 무역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301조로 관세율이 더 높아지는 걸 막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대미 무역흑자가 오히려 더욱 커지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대미 흑자폭은 지난해 약 490억 달러에서 지난달 25일 기준 누적 647억 달러를 넘어 연말 두 배인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미 흑자가 줄어야 관세를 내릴 명분이 생기는데 되레 호수출이 협상에 부담이 되는 역설이 생긴 셈입니다. 지난달에도 대미 수출은 165억 달러로 89% 증가했습니다. 특히 반도체는 아마존·구글 등 초대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사업자(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확대로 AI 인프라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300% 상승하는 등 8개월째 세 자릿수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여기에 컴퓨터 수출도 기업용 SSD 핵심 부품인 낸드 가격이 상승과 수출 물량이 늘면서 1040%가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미국이 관세 장벽을 쳤던 철강마저 109% 대미 수출이 늘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끌어올렸습니다. 강감찬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연간 수출 1조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 대미 수출 흑자가 이미 지난해 흑자 수준을 넘어 굉장히 커지고 있는데 이는 반도체 때문”이라며 “특히 유럽연합(EU) 수출 규제로 인한 철강 감소분도 미국의 AI 데이터센터용 강재료 등으로 메우면서 수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EU 철강 쿼터로 인한 수출 하락분을 미국 AI ·전력 수요로 인한 철강 수입 증가가 완충해주는 모양새라는 거죠. 문제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한국 기업에 대미 반도체 투자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등 추가 투자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러트닉 장관은 지난 7월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의 신규 반도체 생산공장(팹) 착공 행사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직접 거론하며 미국 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을 요구했습니다. 당시 두 회사와 투자 확대를 논의 중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습니다. 미국 기업의 반도체 수요 증가로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과 무역흑자가 크게 늘었다면, 미국에서 필요한 반도체는 아예 생산시설을 미국에 지어 현지에서 공급하라는 논리인 셈입니다. 한국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800조원 규모의 대규모 국내 투자를 추진할 여력이 있다면 그만큼 미국에도 추가 투자하라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죠. 이미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370억 달러 이상(약 51조원)을 들여 첨단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2곳과 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기존 오스틴 공장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 7000만 달러(약 5조원)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출은 기업의 영역인 만큼 대미 흑자를 둘러싼 미국의 요구는 ‘투자’ 등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수출은 기업 문제이고 대미흑자는 정부가 ‘투자’ 측면에서 풀면 될 일”이라며 “상호이익 관점에서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기업에 우려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영원한 우방’이라 믿었던 미국이 동맹국에 대해 연일 관세 압박을 벌이는 데 대해 정부는 상황을 타파할 해법으로 미국과 ‘미국이 경계하는’ 중국이 가입해 있지 않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고 농어민 등을 대상으로 공론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중 양국이 없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급 다자간 공동경제협력체는 CPTPP가 유일하다는 이유에서죠.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아세안,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CPTPP 가입을 검토해 나가겠다”, 같은 달 6일 관훈토론회에서는 “한국 같은 통상 국가가 CPTPP에 가입을 안 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며 농수산 분야의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산업부는 지난 4일 농어업계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분야별·업종별 의견 수렴에 착수했습니다. 오는 18일에는 대미투자 프로젝트 1호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233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와 1200억 달러(약 161조원) 규모의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 건설 프로젝트가 막바지 조율 중입니다. 전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가운데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1500억 달러를 제외한 2000억 달러의 약 71%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에는 수출 호조의 성적표인 ‘대미 무역흑자 1000억 달러 시대’가 역설적으로 미국의 또 다른 ‘투자 청구서’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수출 호조의 성과는 지키면서 미국의 추가 투자 압박은 막아야 하는 딜레마를 정부가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됩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 117억 년 전 폭발했다…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포착한 가장 오래된 초신성 폭발 [우주를 보다]

    117억 년 전 폭발했다…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포착한 가장 오래된 초신성 폭발 [우주를 보다]

    태초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 외에는 다른 원소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 가운데 태초에 생긴 수소를 제외한 산소, 탄소, 질소, 칼슘, 인, 철 등 다른 원소들은 사실 2차적으로 생긴 원소들이다. 이 원소들은 별의 핵융합 반응과 초신성 폭발을 통해 생성된 뒤 우주로 뿌려졌다. 특히 우주 초기에는 지금보다 밀도가 높고 가스가 많아 무거운 별이 많이 생성됐고 이들이 지금 우주에 있는 무거운 원소들을 대량으로 생산했다. 하지만 실제 이 시기에 얼마나 자주 초신성 폭발이 일어났는지는 직접 관측하기는 쉽지 않다. 초신성 폭발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폭발로 은하 전체만큼이나 밝게 빛나지만, 100억 광년 이상 먼 거리에서는 은하도 작고 어두운 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빅뱅 직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인 120억 광년 전의 은하나 초신성은 최신 망원경으로도 관측이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현시점에서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으로 가장 오래된 초신성 폭발을 찾고 있다. 미국 하와이대 천문학 연구소의 발레리아 아파리시오가 이끄는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코스모스 웹 관측 프로그램에서 초신성 ‘SN 2023aeaf’를 발견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이 초신성은 117억 광년 떨어진 것으로 이제까지 발견된 초신성 가운데 가장 먼 거리에서 관측된 것이다. 117억 광년 전의 초신성을 관측했다는 것은 117억 년 전 모습을 관측한 것과 같다. 빛이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초신성은 빅뱅 직후 20억 년 후에 폭발한 것으로 초기 우주에서 폭발한 초신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연구팀은 초신성 ‘SN 2023aeaf’의 시간에 따른 밝기 변화 패턴(광도 곡선)과 색 변화를 시뮬레이션된 초신성 집단과 면밀히 비교해 이 초신성을 II형 초신성으로 분류했다. II형 초신성은 질량이 큰 별이 핵연료를 모두 소진하고 철 핵이 자체 중력으로 붕괴될 때 발생하는 폭발이다. 초신성의 질량은 태양의 12배 정도로 추정된다. 그리고 분석 결과 폭발 전 주변으로 많은 가스를 날려 보내 태양 질량의 절반 정도 되는 가스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폭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연구팀은 초신성 폭발의 배경 은하 스펙트럼도 분석해 젊고 활발하게 별을 형성하는 왜소 은하이며, 무거운 원소의 비율이 낮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직 초신성 폭발로 무거운 원소를 많이 공급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는 예상된 결과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의 강력한 성능 덕분에 과학자들은 더 먼 우주를 들여다보고 더 과거의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과학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그 뒤를 이을 차세대 망원경을 통해 더 태초의 우주를 확인하고 지금의 우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밝혀낼 것이다.
  • 잘나가던 알파벳을 왜 던졌나…억만장자 투자자는 조용히 ‘이것’ 샀다 [재테크+]

    잘나가던 알파벳을 왜 던졌나…억만장자 투자자는 조용히 ‘이것’ 샀다 [재테크+]

    세계적인 헤지펀드 퍼싱스퀘어를 이끄는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이 구글 모기업 알파벳 주식을 전량 매각하고 그 자금으로 넷플릭스 주식을 새로 사들였습니다. 퍼싱스퀘어는 설립 이후 순이익 기준으로 전 세계 20대 헤지펀드에 꼽히는데요. 애크먼이 이처럼 포트폴리오를 바꾼 이유는 알파벳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단기적으로 주가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반면, 넷플릭스는 주가가 많이 떨어졌지만 앞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7일(현지시간) 미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애크먼은 주가가 18개월 사이 100% 오른 알파벳을 매도한 대신 최고점보다 주가가 42% 떨어진 넷플릭스에 새롭게 투자했습니다. 광고로 돈 벌고 AI로 달린다…클라우드 매출 82% 급증알파벳은 2분기에 순이익이 예상치에는 못 미쳤지만 전체적으로는 탄탄한 실적을 거뒀습니다. 매출은 24% 증가한 1200억 달러(약 161조원)를 기록하며 12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습니다. 알파벳은 구글 검색과 유튜브를 바탕으로 성장한 디지털 광고 기업입니다. 전체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광고에서 나오지만 최근에는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에 힘입어 2분기에 82% 급증했는데요. 5분기 연속 성장률 확대가 이어진 결과입니다. 구글은 이번 분기에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인 텐서처리장치(TPU)를 외부 고객에게 처음 판매해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시장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알파벳 발목 잡은 천문학적 AI 투자…마이너스 현금흐름그렇다면 애크먼은 왜 알파벳 주식을 팔았을까요? 알파벳은 장기적인 성장성이 높지만 당장은 AI 인프라 투자 비용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알파벳은 2분기 상장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회사가 벌어들인 돈보다 AI 관련 시설에 쏟아부은 투자금이 더 많아서 곳간에 들어오는 현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아졌다는 뜻입니다.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지난해 910억 달러(약 122조원)에서 2000억 달러(약 268조원)로 대폭 늘려 잡았습니다. 이는 회사가 미래 먹거리인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뜻입니다. 잉여현금흐름 적자는 AI 인프라에 대한 과도한 지출이 아니냐는 논쟁을 낳으며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만큼 과연 그만큼의 이익이 남을 것인지를 두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고점 대비 42% 하락한 넷플릭스…“저평가 매력 있다”반면 넷플릭스는 지난 10년간 스트리밍 업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속에서도, 거의 모든 핵심 지표에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월간 활성 이용자 수부터 매출, 재구독률, TV 시청 시간 비중까지 모든 면에서 업계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해 6월 고점 대비 42% 떨어진 상태인데요.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와 로쿠 인수 경쟁에서 잇달아 밀려나면서 앞으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퍼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월가에서는 넷플릭스의 순이익이 향후 3년 동안 매년 평균 21%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미국 투자 매체 모틀리풀은 이러한 성장세를 고려할 때 현재의 주가수익비율(PER) 24.7배는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넷플릭스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돼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목표주가 중간값은 주당 94달러로, 현재 주가인 78달러보다 20% 높게 형성되어 있습니다.
  • 인간은 단순함을, AI는 복잡함을 선호한다…체스 2400판이 밝힌 차이

    인간은 단순함을, AI는 복잡함을 선호한다…체스 2400판이 밝힌 차이

    인공지능(AI)의 실제 모습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바둑 AI ‘알파고 리’와의 대국이다. 인공지능이 개발되면 체스, 바둑, 장기 등 보드게임으로 능력을 측정하곤 한다. 인간의 사고와 의사결정 능력의 집약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드게임을 마주했을 때 사람과 AI의 경향성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탈리아 파르마대 수학·물리·컴퓨터과학과, 오스트리아 복잡계 과학 허브 공동 연구팀은 사람끼리 둔 대국과 AI끼리 둔 대국 총 2400판의 체스 게임을 한 수씩 분석한 결과 인간은 판이 복잡하게 얽히면 상황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AI는 얽힌 상태를 훨씬 오래 그대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물리학회에서 발행하는 ‘APS 오픈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팀은 최정상 그랜드마스터 대국 1200판과 세계 최강 AI 엔진끼리 겨루는 공식 대회인 TCEC에서 스톡피시와 릴라 체스 제로가 맞붙은 2019~2024년 대국 1200판을 분석했다. 사람과 AI의 대국이 아니라 각각의 대국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비교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략적 긴장’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체스에서 긴장은 서로 잡을 수도, 잡힐 수도 있는 기물이 맞물려 있는데도 교환을 실행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기물은 킹, 퀸, 룩, 비숍, 나이트, 폰 등 체스 게임에서 사용되는 말을 통칭하는 단어다. 긴장 상태에서 교환을 실행하면 판은 단순해지지만 버티면 양쪽 모두 ‘지금 잡게 되면 다음 수는 어떻게 될까’를 계속 계산하고 고민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연구팀은 잠재된 복잡함을 숫자로 바꾸기 위해 선수들이 한 번 둘 때(반수)마다 체스판을 관계망으로 변환했다. 기물과 서로 노리고 있는 빈 칸을 점으로 놓고 곧바로 잡을 수 있는 관계(공격), 잡히면 되잡을 수 있는 관계(수비), 상대가 들어오면 잡을 수 있는 빈 칸(통제) 등 세 종류로 구분했다. 이렇게 만든 그물망이 얼마나 촘촘한지를 ‘최대 고유값’으로 요약했다. 체스판은 8×8, 64칸이기 때문에 관계망의 점은 최대 64개다. 값이 클수록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의 가짓수가 많고 동시에 작은 실수 하나가 판 전체로 번질 위험도 크다. 긴장 곡선의 모양은 양쪽이 비슷했다. 시작할 때는 기물이 멀리 떨어져 있어 낮다가 서로 다가서며 치솟고 30~60반수 구간에서 정점을 찍은 뒤 내려왔다. 정점 자체는 오히려 사람이 더 높았다. 그랜드마스터들이 40반수 무렵까지 따라가는 오프닝 정석이 원래 기물 충돌이 빽빽한 국면이기 때문이다. 차이는 정석 구간이 끝난 뒤부터 나타났다. 정석이 끝나고 스스로 계산해야 하는 구간에 들어서면 사람은 기물을 교환하며 판을 빠르게 정리했지만 AI는 얽혀 있는 국면을 훨씬 오래 유지했다. AI 대국은 판에 남은 기물 수도 더 많았고 관계망의 연결선과 고리도 더 촘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긴장을 견디는 힘은 실력과 계산 자원에 비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의 경우 플레이어의 능력을 수치로 계산한 엘로 점수가 높을수록 누적 긴장이 거의 직선으로 늘었고 같은 실력이라도 생각할 시간이 긴 클래식 대국이 속기나 초속기 대국보다 높게 나왔다. AI도 몇 수 앞까지 내다보는 탐색 깊이가 늘어날수록 긴장이 커졌다. 사람의 대국은 공격 관계가 수비 관계보다 많은 쪽으로 치우쳤고 기물마다 짊어진 부담의 편차도 컸다. 반면 AI는 공격과 수비가 고르게 분포했고 기물별 역할도 비교적 균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물 하나당 긴장은 사람 쪽이 내내 높았다. 즉 사람은 기물을 자주 교환해 숫자를 줄이는 대신 남은 기물에 더 무거운 짐을 지우는 방식으로 두고 있었다는 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승부가 갈리는 시점은 대체로 30반수 전후로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전으로 나타났다. 인간 게이머가 판을 단순화하는 행위는 승리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는 뜻이다. 이미 유리해진 쪽이 상대의 반격 여지를 줄이려 기물을 맞바꾸는 것이지 맞바꿈으로써 이기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40반수 시점에서 폰 1개 이상 앞서 있을 때 최종 승리 확률은 사람 대국이 약 71%, AI 대국은 약 59%였다. 사람이 체스판에서 단순화하려는 성향은 적응적 태도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복잡한 판을 계속 정확히 계산하려면 막대한 인지 자원이 드는데 작업기억과 주의력에 한계가 있는 사람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판을 줄여 정확도를 지키는 쪽을 택한다는 것이다. 체스 한 판을 지는 단기 손해보다 에너지를 아끼고 범용적 지능을 유지하는 장기 이득이 크다는 진화적 맞교환이라는 뜻이다. 연구를 이끈 에드워드 리 서울대 교수는 “체스는 지능 시스템이 눈앞의 기회와 장기적 결과를 저울질하는 방식을 통제된 환경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연구 수단”이라며 “AI가 복잡성을 증폭시킨다면 협상이나 경제 경쟁, 갈등 같은 다른 전략적 상황에서는 어떨지 추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계산 능력이 커진 AI가 긴장을 오래 유지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더 복잡한 대치가 가능해지지만 오판의 대가도 커질 수 있다. 현실의 협상과 분쟁은 체스와 달리 정보가 불완전하고 규칙도 고정돼 있지 않아 직접 비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 성인물 모델 “젤렌스키, 내게 감사해라”…돈줄 끌어올 ‘뜻밖의 카드’ [밀리터리노트]

    성인물 모델 “젤렌스키, 내게 감사해라”…돈줄 끌어올 ‘뜻밖의 카드’ [밀리터리노트]

    러시아와 4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전쟁 비용을 마련하고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성인물 합법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성인물 제작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 재정위원장인 야로슬라우 젤레즈냐크 의원은 “성인물을 합법화하면 연간 최대 2500만 달러(약 337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에 비해선 미미한 금액이지만, 드론 3만대를 구입할 수 있는 액수다. 젤레즈냐크 의원이 공동 발의한 법안은 지난 7월 의회의 1차 표결을 통과했고, 현재 2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와 달리 성인물의 제작, 유통, 소지가 모두 불법이다. 기소될 경우 최대 징역 7년 형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실제로는 대규모 성인물 산업이 형성돼 있고, 일부 업체들은 부패한 경찰의 비호를 받으면서 성업 중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은 지난 5월 3곳의 경찰서가 각각 매달 2만 달러(약 2691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세무당국이 성인물 제작자들에게 세금 납부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됐다. 성인물 제작으로 얻은 소득을 신고할 경우 스스로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당국에 알리는 셈이기 때문이다. 젤레즈냐크 의원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 탈세 혐의로 처벌받고, 세금을 내면 성인물 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며 “희비극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세무당국이 성인용 온라인 플랫폼 온리팬스의 영국 모회사 피닉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우크라이나 모델들의 수입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2023년 우크라이나 국민 7900명은 온리팬스에서 1억 3100만 달러(약 18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일부 우크라이나 성인 모델들은 해외로 활동 무대를 옮기고 있다. 이 같은 활동으로 얻은 수입에 대한 세금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다른 나라에 납부하게 된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실제 온리팬스 구독자 100만명을 보유한 성인모델 스비틀라나 드보르니코바는 몇 주에 한 번씩 우크라이나 최전선 인근에 있는 집을 떠나 프랑스나 스페인의 지중해 연안에 있는 별장에서 온라인 방송을 한다고 WSJ에 전했다. 드보르니코바는 “정부는 나를 범죄자로 낙인찍을 것이 아니라 내가 낸 90만 달러(약 12억원)의 세금에 감사해야 한다”며 “그 돈으로는 군용트럭 100대나 드론 2000대를 구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인물을 합법화해달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의회가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 “100억 줄게” 중국 광고 제안에…로제 “안 찍어요” 거절했다는데

    “100억 줄게” 중국 광고 제안에…로제 “안 찍어요” 거절했다는데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100억원대에 달하는 중국 광고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일 코리아헤럴드에 따르면 로제는 최근 한 유명 중국 차 브랜드가 제시한 약 100억원(720만 달러) 규모의 광고 제안을 거절했다. 또 1년 가까이 논의가 진행됐던 유명 샴페인 브랜드와의 프로젝트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스페셜 에디션 샴페인의 병 디자인이 본인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자 무산됐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매체는 로제가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APT.)’로 글로벌 브랜드가 되면서 자본의 무게에 휘둘리지 않고 아티스트로서의 주도권을 단단히 쥐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천문학적인 액수 앞에서도 자신의 이미지 브랜드를 가장 우선시하며 ‘거절할 수 있는 여유’를 쟁취했다는 것이다. 다만 로제 측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따로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편 로제는 2016년 블랙핑크 멤버로 데뷔해 ‘불장난’, ‘뚜두뚜두’, ‘킬 디스 러브’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사랑받았다. 2021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4년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곡 ‘아파트’를 발매했다. 이 곡은 2025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서 ‘올해의 노래’를 수상했으며, 2026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총 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비록 수상을 하지는 못했지만, 로제는 K팝 솔로 아티스트 최초로 그래미의 주요 본상 후보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 외계 행성 이제는 직접 찍는다…로만 우주 망원경의 비밀 무기 ‘코로나그래프’ [우주를 보다]

    외계 행성 이제는 직접 찍는다…로만 우주 망원경의 비밀 무기 ‘코로나그래프’ [우주를 보다]

    과학자들은 이미 6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을 발견했고 이 숫자는 지금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사에 성공한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 망원경’이 내년 초부터 본격 관측을 시작하면 이 숫자는 더 빠르게 늘어날 예정이다. 로만 우주 망원경은 대선배인 허블 우주 망원경과 비슷한 2.4m 지름의 주경을 지닌 우주 망원경이다. 하지만 3억 화소의 가시광, 근적외선 카메라인 광시야 관측 장비(WFI)를 지녀 한 번에 100배나 많은 시야를 제공한다. 덕분에 수많은 별의 밝기 변화를 정확하게 관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외계 행성 포착 방법은 ‘미세 중력 렌즈 효과’다. 이는 행성급의 작은 천체가 별빛을 휘게 하는 효과를 측정해 숨은 외계 행성을 찾아내는 것으로 기존의 방식과 달리 멀리 떨어진 외계 행성이나 떠돌이 외계 행성을 찾아낼 수 있다. 미세 중력 렌즈 효과는 물론 다른 망원경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로만 우주 망원경의 압도적인 광시야 관측 능력을 이용해 은하 중심의 수많은 별을 지속적으로 관측하면 수많은 미세 중력 렌즈를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화성보다 작은 행성이나 별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 그리고 별 주변을 돌지 않고 우주를 방랑하는 떠돌이 행성까지 포함해 수천 개의 새로운 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로만 우주 망원경의 진가는 이렇게 찾아낸 외계 행성을 직접 관측한다는 점에 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천문학 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그래프 장치’(CGI)는 이제까지 만들어진 가장 정교한 광학 장비로 목성급 외계 행성의 빛을 직접 포착해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던 외계 행성의 비밀을 직접 풀어낼 로만 우주 망원경의 비밀 무기다. 코로나그래프는 기본적으로 태양 같은 밝은 별을 가려서 주변의 코로나 같은 구조를 보는 장치다. 현재 지상 망원경에도 코로나그래프 장치가 설치되어 별 주변에 있는 어두운 동반성을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외계 행성의 경우 별보다 너무 어두워 코로나그래프를 사용해도 직접 관측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목성의 경우 태양보다 10억 배 어둡다. 로만 우주 망원경의 코로나그래프는 이렇게 극도로 어두운 행성을 아주 먼 거리에서 관측하기 위해 개발됐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히 중앙의 별만 가리고 행성은 가리지 않는 정확도가 필요하다. 막스 플랑크 연구팀이 개발한 정밀 정렬 시스템(PAM)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사람을 보는 각도와 비슷한 수준의 정밀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적응 광학(Adaptive Optics) 및 실시간 자가 보정 시스템을 이용해 망원경 내에서 발생하는 극도로 미세한 왜곡도 보정해 희미한 행성의 빛을 정확히 포착한다. 앞서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도 외계 행성을 직접 포착하기는 어려워서 별빛이 대기를 통과할 때를 이용해 대기 성분을 간접 측정했다. 반면 로만 망원경은 차갑고 성숙한 목성형 행성의 반사광을 직접 포착할 수 있다. 따라서 제임스 웹의 관측을 보완하고, 가스 행성의 실제 모습을 더 생생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로만 우주 망원경의 강력한 코로나그래프로도 지구 크기의 외계 행성의 빛을 직접 포착할 순 없다. 이를 위해서 나사는 차세대 우주 망원경인 거주 가능 세계 관측소(HWO)를 구상하고 있다. HWO는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비슷한 6m 지름의 주경을 지닌 우주 망원경으로 코로나그래프를 이용해서 지구 크기의 외계 행성을 직접 탐사한다. 로만 우주 망원경은 HWO의 중요한 기술적 토대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외계 행성을 찾아냈어도 그 특징에 대해서는 주로 간접적인 정보에 의존해서 추론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로만 우주 망원경은 외계 행성 연구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차세대 망원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그 활약이 기대된다.
  • 영국 대사 옷 벗긴 북한… 우크라 아동 ‘세뇌 교육’ 의혹에 결국 ‘파국’ [밀리터리노트]

    영국 대사 옷 벗긴 북한… 우크라 아동 ‘세뇌 교육’ 의혹에 결국 ‘파국’ [밀리터리노트]

    북한이 영국의 대러시아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며 영국과의 외교 관계 급수를 대리대사급으로 전격 격하했다. 주영 북한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 조치하는 등 양국 외교 관계가 급격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송도원 야영소’ 제재가 당긴 불씨1일 북한 외무성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영국 정부가 부당하고 근거 없는 구실을 붙여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를 대러시아 제재 대상에 포함하는 정치적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은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외교관 급수를 대리대사급으로 낮추는 외교적 맞불을 놓았다. 본국으로 복귀한 주영 북한 대사는 다른 직무로 보직을 이동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아동 강제 이주 및 세뇌 교육 혐의에 연루된 러시아 관련 단체와 개인을 겨냥한 추가 제재 패키지를 발표했다. 영국 측은 북한 강원도 원산에 위치한 송도원 야영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아동 강제 이송 및 재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편의를 제공했다”고 판단해 제재 명단에 올려놓았다. 체제 선전장과 국제 제재의 충돌 송도원국제소년단야영소는 1960년 8월 개장한 이래 친북 국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홍보해 온 주요 국제 교류 시설이다. 지난 7월에도 러시아 및 중국 청소년들이 참가한 여름 캠프가 열리는 등 최근 밀착 행보를 보이는 대러·대중 교류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됐다. 제재 발표 직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극악한 정치적 도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으나, 결국 대사 소환 및 외교 관계 격하라는 강수로 이어지면서 양국 관계는 2000년 수교 이후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정은의 ‘원산 벨트’ 구상 직격탄… 관광 외화벌이 차질 불가피 일각에서는 북한의 이 같은 과격한 반응 뒤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심 국정 과제인 ‘원산 관광 벨트 사업’에 가해진 치명적 타격이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김 위원장은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및 송도원 일대를 세계적인 휴양지로 키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과 자원을 쏟아부어 왔다. 특히 대북 제재망 속에서 외화를 벌어들일 핵심 창구로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영국의 제재로 인해 송도원 야영소를 포함한 원산 일대 관광 시설과 협력하는 제3국 기업이나 단체까지 이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의 위험에 노출됐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 관광객 유치 전선에 직접적인 빗장을 거는 결과로 이어져 ‘원산 대형 관광지 육성’을 통해 경제적 활로를 뚫으려던 북한 최고지도부의 구상에 심각한 차질을 줄 전망이다.
  • 암흑물질 밝힐 美우주망원경 ‘로먼’ 발사…허블 시야각 100배 성능

    암흑물질 밝힐 美우주망원경 ‘로먼’ 발사…허블 시야각 100배 성능

    허블 우주망원경이 100년 동안 관측할 범위를 한 달만에 관측할 수 있는 최신형 우주망원경이 발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30일 오전 7시26분(한국시간 30일 오후 8시 26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낸시 그레이스 로먼 우주망원경’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로먼 망원경은 허블, 제임스 웹에 이어 미국이 발사한 3번째 우주망원경이다. 개발 기간 10년, 개발비 약 43억 달러(약 5조 9362억원)이 투입됐다. 재미있는 점은 9·11 테러 이후 국가정찰국(NRO)이 만들던 정찰 위성을 나사가 넘겨받아 우주망원경으로 개조했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애초 내년 5월 발사 예정이었으나 9개월 가량 앞당길 수 있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길이 12.7m, 폭 4m로 허블 우주망원경과 비슷한 크기이고 반사 거울의 지름도 2.4m로 허블과 같다. 그렇지만 허블 망원경보다 1000배 이상 빠른 관측 능력을 갖췄고 시야각은 최소 100배 넓은 300메가픽셀 카메라를 탑재했다. 로먼 우주망원경의 광시야 관측기는 대형 적외선 검출기 18개를 모자이크처럼 배열해 우주를 촬영하게 된다. 로먼 우주망원경이 관측 활동을 하는 최종 목적지는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약 150만㎞ 떨어진 제2라그랑주점(L2)이다. 라그랑주점은 지구와 태양의 중력이 공전운동을 하는 우주선의 원심력과 균형을 이뤄 안정적 궤도를 유지할 수 있는 위치다. 특히 L2는 지구가 햇빛을 가려주기 때문에 천체 관측이 훨씬 용이하다.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인 38만 5000㎞보다 4배 정도 먼 L2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2022년부터 자리 잡고 임무를 수행 중이다. JWST가 멀리 있는 천체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역할을 하고 로먼 우주망원경은 하늘의 넓은 부분을 한꺼번에 찍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지구 궤도를 돌며 1차 기기점검을 마친 뒤 3개월 정도의 여정을 거쳐 목표 궤도에 안착한 뒤 내년 초 첫 관측 사진을 전송할 예정이다. 과학자들이 로먼 우주망원경에 기대하는 것은 우주 가속 팽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암흑 에너지, 우주에 구조를 제공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암흑 물질과 관련된 새로운 데이터 확보다. 이와 함께 태양계 밖 외계 행성 탐사 과제도 수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발견한 외계 행성은 6000여 개인데 로먼 우주망원경은 3중 추적 기술로 지금보다 40배나 더 많이 찾을 것으로 나사는 기대하고 있다. 로먼 우주망원경은 1960년대 나사 최초 수석 천문학자인 낸시 그레이스 로먼(1925~2018) 박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로먼 박사는 망원경의 관측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대기층을 벗어나 지구 궤도에서 우주 관측 필요성을 강조해 우주망원경 프로그램을 세우는 데 기여해 ‘허블 우주망원경의 어머니’로 불렸다. 칠레 베라 루빈 천문대가 처음으로 여성 천문학자의 이름을 딴 것처럼 우주망원경에 여성 과학자 이름이 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부의 집중·패권 충돌·극단 정치… 1920년대가 보내온 ‘경고’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부의 집중·패권 충돌·극단 정치… 1920년대가 보내온 ‘경고’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미중 패권경쟁, 100년전과 닮은꼴‘군함·석유’ 대신 ‘반도체·AI’로 맞서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위기 불러극단주의·문화 충돌 ‘반작용’까지대공황·세계대전 필연적 역사 아냐‘불안한 번영’의 경고 외면한 대가중산층 경제·다자주의 질서 재정립‘자유주의 복원’으로 파국 막아야역사가 필요한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과 노동시장의 지형을 재편하며 화이트칼라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무역과 기술을 넘어 군사와 이념의 영역으로 확산되는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대상으로 부상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극우 정당과 포퓰리즘 세력이 주류 정치로 복귀하는 반면 미국 Z세대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과 기술 권력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변화들이 이제는 하나의 시대적 위기 속에서 얽히며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책 하나, 정치인 한 명을 탓하는 진단으로는 이 복잡한 국면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흐름의 끝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적 극단화, 패권 충돌이라는 낯설지 않은 궤적이 어른거린다. 낯선 시대를 이해하려면 먼저 닮은 시대를 찾아야 한다. 미래는 반복되지 않지만 구조는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이해하는 데 특히 유용한 시대적 나침반이 바로 1920년대다. ●美서 주목한 1910년대론·1930년대론 현재 미국 학계는 1920년대보다 1910년대와 1930년대에 더 주목한다. 예일대 교수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지금을 1차 세계대전 전야에 견준다. 강대국의 세력균형이 흔들리고 민족주의와 경제적·인종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다. 그는 지금의 다극화가 1914년 이전의 불안정한 세력균형과 닮았다고 본다. 존스홉킨스대 교수 할 브랜즈는 대공황과 파시즘이 부상한 1930년대를 지목한다. 그는 중국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지금을 그 도전이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읽는다. 두 견해는 서로 다른 시대를 호출하지만 국제질서의 불안정을 강대국 간 힘의 이동과 수정주의 세력의 도전에서 찾는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국제정치라는 단일 축만으로는 불평등과 독점, 금융 불안정, 문화적 충돌 같은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위기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브랜즈의 1930년대론은 파시즘의 부상을 강조하지만 그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공황이라는 경제위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국제정치학은 강대국 간 힘의 재편을 설명하는 정교한 이론을 갖추고 있지만 자본주의 내부의 균열을 분석하는 축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 빠진 축을 채워 줄 역사적 참조점이 1920년대다. 미국에서 1920년대는 흔히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불린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 시대를 ‘재즈 시대(Jazz Age)’라고 명명하고 대중화했다. 유럽도 비슷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그린 파리와 드라마 ‘바빌론 베를린’이 재현한 베를린에서는 예술과 대중문화가 도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쟁 뒤 경제적 번영과 대량소비가 확산되고 도시문화는 새로운 해방감을 누렸다. 그러나 그 화려함 아래에서는 국제질서의 재편과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의 패권이 저물고 미국의 힘이 부상했지만 권력의 이양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워싱턴 해군군축조약과 국제연맹이 상징하듯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힘의 재배분은 진행 중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되고도 국제연맹 가입을 거부하며 패권국으로서의 책임을 주저했다. 지금의 미중 경쟁 역시 기존 패권국의 우위가 흔들리지만 신흥국이 기존 질서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과도기라는 점에서 닮았다. 1920년대 군함과 석유를 둘러싼 경쟁의 자리에는 오늘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와 배터리가 놓여 있다.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유사성도 뚜렷하다. 미국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20년대 말 다시 1차 세계대전 이전의 18~19% 수준에 이르렀다. 포드의 대량생산 체제 아래 ‘모델 T’가 대중 자동차로 자리잡으면서 소수의 거대 기업이 다수의 소비를 조직하는 산업 구조가 확립됐다. 할부 구매와 신용을 동원한 주식 투자가 확대됐고 과도한 부채와 투기는 금융 붕괴의 파괴력을 증폭시켰다. 피츠제럴드의 1925년작 ‘위대한 개츠비’가 화려함 아래 감춰진 공허를 그렸다면, ‘바빌론 베를린’은 그 이면의 정치를 보여 준다. 1929년 베를린의 재즈클럽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동안 거리에서는 공산주의자와 극우 세력이 충돌했다. 미국에서도 재즈 시대의 열기는 이민 배척주의, KKK의 재부흥, 적색공포와 나란히 존재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로 모습을 드러낸 극우 세력도 전쟁의 상처와 경제 불안, 불평등, 민족주의가 결합하며 성장했다. 지금도 플랫폼과 AI 붐을 이끄는 빅테크 기업의 천문학적 기업가치와 부의 집중은 1920년대를 연상시킨다. 동시에 예술과 문화는 인간의 정체성과 새로운 생활양식을 둘러싼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주의가 중산층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문화적 진보주의가 이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공동체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의 극우 정당 약진과 미국의 포퓰리즘 부상 속에서 인종과 이민, 젠더와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두 번의 전환이 겹친 시대 1920년대와 지금의 유사성을 관통하는 첫 번째 개념은 ‘패권전이’다. 강대국 간 힘의 배분이 재편될 때 기존 패권국은 쇠퇴하고 신흥국은 부상한다. 어느 쪽도 질서를 온전히 주도하지 못하는 과도기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두 시기는 모두 미완의 전환 국면에 서 있다. 국제질서에 패권전이가 있다면 자본주의 내부에도 정치와 경제의 국면 전환이 존재한다.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의 정치순환론은 1920년대가 미국 정치의 어떤 국면이었는지를 보여 주고, 피터 터친의 구조인구학 이론은 그 국면에 축적된 불평등과 엘리트 경쟁이 어떻게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다. 역사학자 슐레진저는 미국 정치가 ‘공적 목적’과 ‘사적 이익’ 사이를 한 세대 안팎의 주기로 오간다고 보았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1920년대는 진보주의 시대의 개혁이 후퇴하고 방임과 사적 이익이 지배한 국면이었다. 그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가 대공황을 거치며 뉴딜이라는 새로운 공적 목적을 불러냈다. 터친이 ‘종말의 시대(End Times)’에서 제시한 구조인구학 이론(Structural-Demographic Theory)으로 보면, 1920년대 미국은 기존 질서의 균열이 정치적 불안과 폭력으로 분출한 전환기였다. 진화생물학자 출신으로 역사동역학을 연구해 온 터친에 따르면 대중의 생활수준이 정체되는 가운데 엘리트 지망자가 늘어나고 한정된 지위와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면 사회의 구조적 압력도 높아진다. 두 이론을 함께 읽으면 지금의 불안은 구조적 패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국제정치체제의 패권전이와 자본주의체제의 국면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며 임계점에 가까워지던 시대가 1920년대였다. 지금 그 두 전환이 다시 겹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1920년대가 주는 시대적 교훈 1920년대가 주는 진짜 교훈은 파국이 예정된 운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무솔리니의 1922년 로마 진군과 히틀러의 1923년 뮌헨 폭동은 파시즘의 부상을 알렸지만 아직 독재의 완성은 아니었다. 무솔리니의 일당독재는 1926년에야 확립됐고 히틀러의 뮌헨 폭동은 실패로 끝났다. 파시즘의 부상과 독재의 완성 사이에는 경로를 바꿀 시간이 있었다. 대공황도 필연은 아니었다. 1929년 주식시장 폭락으로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미국의 긴축적 대응은 경기침체를 악화시켰다. 이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높이면서 위기는 세계적 대공황으로 확산됐다. 세계대전의 발발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1938년 뮌헨협정에서 히틀러를 저지하는 대신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병합을 허용했다. 그러나 유화정책은 전쟁을 막지 못했고, 히틀러는 이듬해 체코슬로바키아를 해체한 뒤 폴란드를 침공했다. 1930년대의 파국은 경고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고를 거듭 외면하고 대응을 미룬 결과였다. 2020년대가 1920년대와 닮았다면 이 역사는 예언이 아니라 파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미리 바꾸라는 경고다. 현재와 같은 혼란 속에서 완성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자유주의의 복원이다. 국내 정치에서는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와 규범을 지켜야 한다. 경제에서는 자유주의를 시장방임과 동일시하지 않고 부의 집중을 완화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 사회적 이동성을 뒷받침하는 중산층 경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 국제 정치에서는 강대국의 일방주의와 충돌을 완충할 국제기구의 조정 기능과 중견국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적 자유, 중산층 경제, 다자주의 국제질서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자유주의 질서다. 개츠비가 밤마다 바라보던 초록빛은 희망인 동시에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신기루였다. 1920년대의 사람들은 그 불빛을 좇느라 발밑에서 커지던 균열을 보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초록빛을 좇는 일이 아니다. 이미 도착한 역사의 경고 신호를 읽고 파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바꾸는 일이다. 1920년대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도 바로 그곳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北, 美 무기판매·인권지원 비난…“적대적 관행 지속”

    北, 美 무기판매·인권지원 비난…“적대적 관행 지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내 북미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한미 간 무기 거래와 미국 정부의 대북 인권 사업 지원을 문제 삼으며 미국의 대북 정책이 여전히 적대적이라고 반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환경과 지역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적대적 움직임을 거듭 보이는 것’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이같은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대변인은 미 국무부가 한국에 AIM-9 사이드와인더 블록Ⅱ 공대공 미사일과 관련 장비 판매를 잠정 승인하고,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기록하는 등의 사업에 수백만 달러의 자금 지원 계획을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안전령역에 새로운 위협 요소를 추가하고 우리 국가사회제도에 불안정을 조성해보려는 미국의 적대적 관행이 지속성과 연속성을 띠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올해 미국이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최신형 미사일과 신형 헬기, 정밀유도폭탄 등의 판매를 승인하며 한국의 전쟁수행능력을 부추겼다‘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행위가 지역의 안보환경에 미치게 될 부정적인 영향은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실은 미국이 새로운 대조선위협을 확장해나가는데 얼마나 적극적이고 열성이 높은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며 “항구적으로 적대적이려는 미국의 거침없는 입장 표명을 명백히 인식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대폭 축소를 지시하는 등 북미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밝히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메시지가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북한은 한미 군사동맹과 인권 문제 거론 등 미대북 적대시 정책을 완전히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무성 대변인과 기자의 문답 형식을 선택하면서 비난 수위를 조절했다는 평가다.
  • 임창휘 경기도의원 “광주시 공장 난개발의 아픔 씻고, 첨단산업 자족도시로 나아가야”

    임창휘 경기도의원 “광주시 공장 난개발의 아픔 씻고, 첨단산업 자족도시로 나아가야”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임창휘 의원(더불어민주당, 광주2)이 지난 26일 광주시청에서 개최된 ‘2030 광주시 공업지역 기본계획 주민공청회’에 참석해 광주시 산업 공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오랜 중첩 규제로 성장에 제약을 받아온 광주시의 현실을 지적한 임 의원은, 단순한 노후 공장 정비를 넘어 광주시를 경기 동부권 경제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혁신적인 미래 산업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임 의원은 광주시 공업지역 기본계획이 지니는 막중한 의미를 강조했다. 광주시는 수십 년간 이어진 자연보전권역 등 다중 규제로 인해 계획적인 산업단지 조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왔다. 그 결과 기반 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소규모 공장들이 산발적으로 들어서는 뼈아픈 난개발을 겪어야만 했다. 이는 오염원의 분산을 초래해 체계적인 환경 관리를 어렵게 만들었고, 비좁은 도로와 부족한 상하수도 등 열악한 인프라를 사후에 정비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본계획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흩어진 산업 역량을 한데 모으고 광주시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절실한 골든타임이자 생존 마스터플랜이라는 것이 임 의원의 뼈 있는 진단이다. 광주만이 가질 수 있는 ‘엣지(Edge) 있는 첨단산업 특화 전략’을 제안했다. 광주시를 단순한 통과 도시가 아닌, 성남 판교와 용인·이천을 잇는 ‘황금 징검다리’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판교의 압도적인 IT 및 소프트웨어 역량을 스펀지처럼 흡수해 기술의 실증과 사업화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로 조성하고, 나아가 용인과 이천의 거대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첨단 배후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우수한 입지와 교통망을 자랑하는 ‘삼리B지구’에 용적률 상향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적용하여, 광주의 첨단 생태계 전환을 이끌어갈 눈부신 산업혁신형 전초기지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수질 보전이라는 오랜 규제 배경을 원망하는 대신 오히려 빛나는 자산으로 역이용하여, 물산업(Water Industry)과 기후테크, 푸드테크 등 광주만의 색깔이 듬뿍 담긴 친환경 첨단 브랜드를 창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의원은 첨단산업 전략의 성공을 위해 도시관리계획과의 거시적·유기적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략적 공업지역을 과감히 확충하고 전방위적인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특히 ‘장지지구’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도로 확장이나 정비 수준을 넘어설 것을 주문했다. 장지지구의 현행 도시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주변 지역을 아우르는 도시구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거시적 공간 혁신 모델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임 의원은 “우리 광주시는 오랜 시간 수도권의 맑은 물을 지키기 위해 성장의 권리를 묵묵히 양보해 온 숭고한 헌신의 도시”라며 “이제는 그 따뜻한 헌신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첨단산업 자족도시’라는 온전히 보답받아야 할 때”라고 정부와 경기도의 협력과 지원“을 요구했다.
  • [열린세상] 빅테크 기업들이 빼앗는 것

    [열린세상] 빅테크 기업들이 빼앗는 것

    인공지능(AI)에 대한 담론이 범람하는 요즘, 빅테크 기업들은 온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기술이나 금융 투자에 특별히 관심 없는 사람들조차 빅테크 기업들을 열거하는 데 무리 없을 정도다. 빅테크 기업과 그에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여러 기업의 주인들은 슈퍼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인지도마저 누린다. 가히 ‘빅테크와 아이들’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 빅테크 기업들이 우리 일상에 어떻게 침투해 있는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I 기술을 비롯한 여러 획기적인 기술들로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당수가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최대한 많이 빼앗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소유한 메타, 유튜브와 검색엔진 등을 소유한 구글, 스마트폰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애플, 온라인 쇼핑의 선두주자인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중심에는 사람들의 시간을 최대한 많이 빼앗아 자신들의 플랫폼에 ‘체류’시키고 소비시키는 일이 자리하고 있다. 1970년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관심경제’(Attention economics)라는 용어로 현대사회의 핵심을 지적했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인간의 관심은 가장 희소한 자원이 된다는 그의 통찰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 훨씬 더 정확한 현실이 되었다. AI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엇에 분노하고 환호하는지 끊임없이 학습하며 ‘관심’을 붙잡아 둔다. 그렇게 우리가 플랫폼에 쓴 시간은 고스란히 데이터화되고, 빅테크 기업의 천문학적인 매출과 주가로 환산된다.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는 ‘감정 채굴’(최지수 역, 돌베개)에서 특히 그 중심에 ‘감정’이 놓여 있음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기술과 이처럼 하나가 된 적이 없었다. 감정이 기술 플랫폼의 일부가 되면서 전례 없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주체성은 기술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가치 창출의 내부 기제로 자리잡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감정’이라는 원자재를 통해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를 플랫폼 중독에 빠뜨리며, 스마트폰에서 눈과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시대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과 시간을 더 잘 빼앗길 바라며 열심히 그들의 주식을 사는 것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빼앗기고 있는 내 관심과 시간을 더 먼저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희로애락이 알고리즘에 의해 세팅되며 증폭되는 것에 넋 놓고 따라가기보다는, 어느 순간 멈춰 서서 나의 ‘관심과 시간’을 어디에 쏟을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에 쏟는 시간이 내게 진정한 기쁨과 만족을 주고, 내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길이라면 애써 거부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된다고 하는 한국인의 스마트폰 스크린타임을 생각해 보면, 1년이면 약 2000시간가량 쓰이는 그 시간이 정말 우리에게 값진 시간인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데 1만 시간가량 걸린다고 하는 통념에 따르면 우리는 대략 5년마다 얻을 수 있는 수준급의 연주나 요리 실력, 운동능력이나 지적 자산을 잃고 있는 셈이다. 매 시대마다 새로운 기술은 탄생했다. 그 기술들은 인류에게 많은 편의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주는 것이 있으면 빼앗는 것이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야말로 만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열어 보일 거라 주장하는 저 미래가 오기까지, 내가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것들 중에는 내가 마땅히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썼어야 할 사랑과 우정의 시간, 인생에서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었던 일에 대한 관심, 꿈에 도전하는 데 사용했어야 할 에너지 같은 것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정지우 변호사·작가
  • 16세 연하 女변호사와 ‘공원 키스’한 男변호사…연봉 수백억 날렸다 [월드픽]

    16세 연하 女변호사와 ‘공원 키스’한 男변호사…연봉 수백억 날렸다 [월드픽]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16세 연하의 부하 변호사와 입맞춤을 나누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유포돼 논란을 빚은 대형 로펌 파트너 변호사가 결국 로펌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24일(현지시간) 미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대형 로펌 ‘왁텔 립턴 로젠 앤 카츠’(Wachtell Lipton Rosen & Katz·이하 왁텔)는 소속 파트너 변호사인 너새니얼 컬러턴(45)을 내보내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컬러턴은 지난달 센트럴파크 벤치에서 같은 소송 부속 부하 직원인 변호사 켈시 보렌즈와이그(29)와 키스하던 중 지나가던 행인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SNS를 통해 일파만파 번져 파문이 일었다. 영상 유포 직후 왁텔 측은 즉각 자체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컬러턴은 수 주 동안 휴직 상태를 이어왔다. 여러 매체는 공식적인 퇴사 시점만 남았을 뿐 컬러턴의 퇴출은 기정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번 파문으로 컬러턴의 거액 이직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애초 그는 동료 파트너들과 함께 유명 로펌 ‘깁슨 던’(Gibson Dunn)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으나, 깁슨 던 측은 영상이 확산하자마자 그의 영입을 전격 철회했다. 미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공공장소 애정 행각을 넘어, 인사권과 평가 권한을 가진 파트너 변호사와 하급자 간의 엄격한 직장 내 위계 관계에서 발생한 윤리 문제라는 점에서 치명타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보렌즈와이그 변호사의 거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사태는 일론 머스크에 맞서 오픈AI(OpenAI)와 샘 올트먼을 대리했던 왁텔 소송팀 내부의 연쇄 이탈 파동 속에 터져 나왔다. 앞서 소송팀을 이끌던 스타 변호사 빌 새빗(63)은 3년간 9600만 달러(약 13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대우를 받고 파트너 5명과 함께 깁슨 던으로 이적한 바 있다.
  •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민 정보 유출 사태에 경징계 및 5000원 보상 규탄…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촉구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서비스에서 462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의 안이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다음은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고찬양 대변인 논평 전문 서울시민 2명 중 1명 정보 유출 숨겨도 ‘경징계’, 보상은 고작 ‘5000원’? 서울시의 한심한 보안 불감증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에서 462만명의 개인정보가 통째로 유출됐습니다. 무려 서울시민 절반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심지어 산하기관인 서울시설공단은 이 사실을 알고도 상급 기관인 서울시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천문학적인 정보 유출도 모자라 조직적인 은폐까지 더해진 참사입니다. 그런데 서울시가 내놓은 후속 대책이 가관입니다. 해킹 사고를 인지하고도 미신고한 내부 담당자를 고작 ‘경징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아예 규칙안에 명문화까지 했습니다. 462만명의 정보가 무방비로 빠져나간 사실을 숨긴 중대 비위는 결코 가벼운 징계로 끝낼 일이 아닙니다. 이는 대책이 아니라 면죄부입니다. 사고를 치고 덮어도 적당히 눈감아 주겠다는 ‘제 식구 감싸기’를 공식화한 것일 뿐입니다. 시민을 더욱 기만하는 것은 황당한 보상 대책입니다. 수백만명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유출됐는데, 서울시가 내민 것은 고작 ‘5000원짜리 따릉이 이용권’ 한 장이었습니다. 그마저도 기한 내에 안 쓰면 사라지는 생색내기용 조치에 불과했습니다. 내 식구 치부는 ‘경징계’로 덮어주면서, 시민의 불안감은 자전거 이용권 한 장값으로 후려쳤습니다. 서울시가 시민의 개인정보를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찰 통보 전까지 해킹 사실조차 몰랐던 깡통 보안, 그리고 솜방망이 처벌. 이것이 오세훈 시장이 자랑하는 ‘스마트 도시 서울’의 부끄러운 현주소입니다. 시민들은 규칙안 몇 줄 고치며 어물쩍 빠져나가는 얄팍한 행정을 원하지 않습니다. 뼈저린 반성도, 납득할 만한 구제책도 없이 꼬리 자르기로 일관하는 무책임한 행정은 반드시 매서운 심판을 마주할 것입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고찬양
  • “대학은 미래 산업의 심장… AI로 지역 운명 바꿀 청년 키운다”[월요인터뷰]

    “대학은 미래 산업의 심장… AI로 지역 운명 바꿀 청년 키운다”[월요인터뷰]

    생성형 AI 시대의 대학 역할‘질문하는 교육’이 대학의 존재 이유AI에 창의적으로 묻는 통찰력 필요자기 전공 새 해법도 AI 통해 찾아야서남권 첨단산업 시대의 대학거대 프로젝트 마지막 단추는 사람반도체·에너지 분야 연 450명 공급기업·대학 인재 공동설계·양성 나서지역 의료·바이오 산업 비전전남대, 국내 유일 바이오 특화단지GIST와 손잡고 ‘의사과학자’ 육성세계 톱 100 연구중심 대학 키울 것전남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캠퍼스에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교정의 정취와 첨단 기술의 열기가 묘하게 교차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이라는 ‘지방대 소멸’의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지만 이근배(63) 전남대 총장의 목소리에는 위기감보다 확신에 찬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이제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는 곳이 아니라 지역의 생존을 견인하는 ‘혁신 플랫폼’이자 미래 산업의 ‘심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발표한 896조원 규모의 서남권 첨단산업 메가프로젝트. 그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에서 전남대는 ‘인공지능(AI) 선도 국립대학’이라는 깃발을 높이 들었다.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AI로 지역의 운명을 바꾸겠다는 이 총장의 비전은 단호하고 명확했다. 그는 교육자라기보다 미래를 설계하는 전략가에 가까웠다. 23일 서울신문은 지역과 대학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있는 이 총장을 만나 대학 혁신의 방향과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챗GPT로 상징되는 생성형 AI 시대다. 대학의 존재 이유 자체가 도전받고 있는데 AI 시대 대학의 본질은 무엇일까. “인류 역사상 이토록 빠르고 강력한 변화는 없었다. 과거의 대학이 거대한 ‘지식의 창고’였는데 이제 그 역할은 사실상 끝났다. 파편화된 지식은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나는 ‘정답을 찾는 교육’에서 ‘질문하는 교육’으로의 대전환에서 답을 찾는다. AI는 누군가 질문하지 않으면 답하지 않는다. 맥락을 짚어내고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며 AI에게 날카롭고 창의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통찰력’과 ‘사유의 힘’은 오직 인간만의 영역이다. 전남대는 학생들이 AI라는 강력한 파도를 타고 넘어 인류와 지역의 나침반이 되는 지혜의 광장으로 진화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 혁신을 준비하고 있는지. “2027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전교생이 AI 교양 6학점을 필수로 이수하게 된다. 인문학이든 예술이든 자기 전공의 벽을 넘어 AI를 도구로 쓸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전체 교원의 31%인 600여 명이 AI 기초 역량 교육을 마쳤고 250시간에 달하는 ‘AI 마스터’ 과정에 참여하는 교수도 있다. 2029년까지 전 학과에 AI 교육과정을 도입해 학생들이 AI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AI를 통해 자기 전공의 새로운 해법을 찾도록 할 계획이다.” ―‘인간 중심 AI’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기술 지상주의에 대한 경계인가.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AI가 내놓은 결과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윤리 의식, 타인과 공감하고 연대하는 공동체 정신은 캠퍼스라는 공간에서 교수와 학생이 뜨겁게 부딪히며 체득하는 것이다. 특히 광주는 민주, 평화, 인권의 도시이다. 그 숭고한 가치를 AI와 결합하는 연구 인력, 이른바 ‘필로소포이 펠로우’를 기르고 있다. AI의 답을 사람의 자리에서 다시 묻는 힘, 그것이 전남대만의 차별화된 인재상이다.” ―글로컬대학 사업에도 이런 철학이 반영됐는지. “단순히 AI를 능숙하게 다루는 학생을 키우는 데는 큰 뜻이 없다. 총장으로서 진정 원하는 것은 ‘AI를 도구 삼아 자기가 발 딛고 선 지역을 바꿔보려는 청년’이다. 배움이 일자리로 이어지고 그 일자리가 지역을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 지방대의 위기를 국가균형발전의 해법으로 바꾸는 일은 거점 국립대학인 전남대만이 할 수 있는 책무다.” ―정부가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 비전을 발표했다. 천문학적 투자가 예고됐는데 대학의 역할은. “기업의 투자 계획이 구체화됐고 인프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다. 이제 남은 마지막 단추는 그 현장에서 뛸 ‘인재’다. 사실상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가장 큰 병목은 사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팹, 세계 2위 후공정 기업 앰코의 광주 공장 증설 등 전남광주는 이제 반도체 제조의 전 과정을 완결하는 유일한 권역이 된다. 우리는 첨단융합대학을 신설해 반도체, 미래에너지 등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매년 450명씩 쏟아낼 준비를 마쳤다.” ―기업 일체형 교육을 강조하는데 기존 산학협력과 다른 점은. “과거의 산학협력이 교육과정 밖에서 맴돌았다면 이제는 기업이 대학의 안방까지 들어온다.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기업이 참여해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를 함께 분석하고 그것이 곧바로 교과목이 된다. KT, CJ올리브네트웍스,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같은 기업들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 우리와 함께 고민한다. 대학이 인재를 만들어 기업에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기업과 대학이 같은 밑그림 아래 인재를 공동 설계하고 양성하는 구조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3년 안에 팹이 착공되면 인재를 적시에 공급해야 한다.” ―의대 교수 출신으로 의료와 바이오 산업에 대해서도 과감한 비전을 제시했는데. “전남대가 가진 가장 확실한 자산 중 하나가 바로 의료·바이오이다. 화순 바이오 특화단지는 연구개발부터 비임상, 임상, 품질인증, 생산까지 한 권역에서 완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바이오 특화단지다. 전남대는 화순전남대병원의 임상 데이터와 의과대학의 연구력을 하나로 잇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손잡고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미라클 사업단은 현장의 문제를 기술로 번역하는 핵심 기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전남대병원 새 병원 건립은 의료·바이오 생태계의 연구·임상 역량을 높이는 동시에 지역 정주 여건을 뒷받침하는 핵심 과제다. 필수·응급의료와 중증질환 대응 역량을 강화해 서남권 의료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산업 현장에서 일할 인재와 가족들이 안심하고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의료 현장에도 AI가 들어오는 것인지. “이미 전남대병원은 ‘AI 전환(AX) 선도병원’으로 나아가고 있다. AI가 웨어러블 기기로 환자의 부정맥을 실시간 감지하고 생성형 AI로 신약 후보 물질을 설계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립대 병원의 공공적 책무이다. 지역 의료가 무너지면 소멸은 가속화된다.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에서 수련해 정착하는 의료 인력 양성 체계를 지키는 것, 그것이 곧 바이오 산업 경쟁력의 토대다.” ―계획이 원대해도 학생들의 삶이 바뀌지 않으면 공허할 수 있는데. “지당한 말씀이다. 올해 진로취업본부를 독립 조직으로 확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입학부터 졸업 이후까지,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진로 목표를 진단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징검다리 교수’와 전문 컨설턴트가 연계된 상담 체계를 통해 배운 지식이 실제 직무로 연결되는 성취감을 느끼게 할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주도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입학부터 사회 진출까지 대학이 끝까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겠다.” ―국립대학으로서 재정 자립도 숙제인데. “정부 지원에만 기댈 수는 없다. 대학 스스로 성장의 재원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 이전, 발전기금의 투명한 운영, 그리고 지역 직장인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등 수익원을 다변화하고 있다. 첨단산업융합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업과의 개방형 공동연구를 확대해 대학의 연구 성과가 기술이전과 사업화로 이어지는 기반을 만들겠다. 아울러 유휴 공간과 교육·연구시설도 지역사회와 기업에 개방해, 대학 자산의 공공성과 활용도를 함께 높이겠다.” ―임기(2029년 2월까지) 중 꼭 이루고 싶은 과제는. “지역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바꾸는 세계적 거점대학으로 전환하는 것은 전남대가 지향하는 궁극적 모습이다. 세계 100위권 진입은 단순한 순위 목표가 아니라 전남대의 교육과 연구가 세계적 기준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증명이 돼야 한다. 임기 동안 전남대의 연구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국내외의 뛰어난 학생과 연구자가 찾아오는 교육·연구 환경을 만들 것이다. 전남대가 강점을 가진 분야는 세계 수준으로 키우고 학생들이 전공의 벽을 넘어 변화하는 사회의 문제에 답할 수 있도록 교육의 틀도 새롭게 바꾸겠다. 중요한 것은 순위 자체가 아니다. 전남대가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계속 도약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그 변화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임기 안에 전남대가 세계와 경쟁할 준비를 마친 대학으로 확실히 자리 잡게 하겠다.” ―대한민국 교육계와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이제 정부, 지자체, 대학, 기업이 ‘원팀’이 되어야 한다. 규제를 넘어선 과감한 권한 이양과 파격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다. 지방은 더 이상 한계가 아니다. 896조 원의 기회가 열리고 있는 이곳 서남권은 청년들이 꿈을 펼칠 거대한 도전의 현장이다. 전남대가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글로벌 핵심 인재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 이곳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이근배 총장은 정형외과 의사이자 의학자에서 거점국립대학을 이끄는 대학 행정가로 변신했다. 1963년생으로 전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9년부터 모교 교수로 재직했다. 족부·족관절 분야 권위자로 2015년 EBS ‘명의’에 선정됐으며 2023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에 이름을 올렸다. 전남대 직선제 초대 교수회장과 평의원회 의장, 거점국립대 교수회연합회장, 전남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등을 거치며 대학 행정과 고등교육 정책에도 폭넓게 참여했다. 2025년 2월 제22대 총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29년 2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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