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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다가 무산될라”…日·英·伊 공동 개발 ‘6세대 전투기’ 삐걱 [밀리터리+]

    “이러다가 무산될라”…日·英·伊 공동 개발 ‘6세대 전투기’ 삐걱 [밀리터리+]

    일본을 비롯한 영국과 이탈리아가 야심 차게 공동 개발 중인 6세대 전투기 사업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3국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전투항공 프로그램’(GCAP)이 차질을 빚자 일본이 좌절감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 나라가 추진 중인 GCAP에 적색등이 켜진 이유는 영국 정부의 자금 승인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세 나라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을 위한 ‘에지윙’(Edgewing)이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지난해 말까지 주요 설계 및 개발 계약을 체결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영국의 국방 투자 계획 발표가 지연되면서 계약 서명이 미뤄졌다. GCAP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측 지연으로 인한 사업 차질을 언급하며 “솔직히 말해서 끔찍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FT는 일본이 영국의 사업 추진 의지에 의구심을 표하며 상당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2022년 12월 3국 정부는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초음속 성능과 레이더 탐지 능력을 대폭 강화한 6세대 전투기를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하고 GCAP 조약에 서명했다. GCAP는 과거 영국과 이탈리아가 추진하던 6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 ‘템페스트’(Tempest)와 일본의 차세대 전투기 개발 계획 ‘F-X’를 합친 것으로 각국 주력 전투기인 유로파이터 타이푼(영국·이탈리아)과 F-2(일본) 등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 BAE시스템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 각국의 대표적인 방산업체가 참여했다. 그러나 개발 과정에서의 가장 큰 문제인 예산이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투기 개발은 방산 프로젝트 중에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분야로 수십 년 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된다. 여기에 3국 정부와 여러 기업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라 정부 간의 조정 사항도 많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특히 2035년이라는 기한을 지키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J-36과 J-50 같은 첨단 전투기를 시험 중인 상황이라 일본으로서도 자국 공군력을 키워야 한다. 한편 이 전투기는 6세대로,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속도(2495㎞/h)보다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BAE시스템스는 이 전투기가 세계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상호 운용이 가능하며 연결성이 뛰어난 전투기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 BAE시스템스에 따르면 이 전투기에는 지능형 무기 시스템,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대화형 조종석, 현재 시스템보다 1만 배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차세대 레이더가 장착될 예정이다. 또한 통상 6세대 전투기 특징으로 거론되는 AI 기술과 드론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자가용보다 비행기가 더 많다고?”…입 떡 벌어지는 마약왕의 재산 규모 [여기는 남미]

    “자가용보다 비행기가 더 많다고?”…입 떡 벌어지는 마약왕의 재산 규모 [여기는 남미]

    승용차보다 많은 비행기를 보유하고 있던 거물급 마약 카르텔 두목의 재산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볼리비아 언론은 17일(현지시간) “볼리비아에서 검거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마약 카르텔 두목 세바스티안 마르셋의 재산 중 일부가 압수수색 때 몰래 빼돌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볼리비아 사회방위부는 “마르셋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누군가 현금과 보석류 등을 빼돌리고 보고를 누락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우루과이 출신 마약 카르텔 두목 마르셋은 지난 13일 볼리비아 산타크루스 데 라 시에라의 한 고급 주택에서 검거됐다. 볼리비아는 검거 직후 그에게 추방 명령을 내리고 그를 추적해온 미국에 신병을 넘겼다. 볼리비아는 검거 및 압수수색 작전이 종료된 후 압수한 재산 목록을 공개했다. 당국은 고급 주택 5채, 고가의 수입 자동차 10대, 경비행기 16대를 압수했다. 자동차보다 더 많은 비행기를 보유하고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니면서 경찰의 추적을 따돌려온 셈이다. 경찰은 “그의 비행기가 마약 밀수를 할 때도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사회방위부 부장관의 브리핑을 인용해 “압수된 마르셋의 재산이 알려진 것만 약 1500만 달러(약 22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압수품 중에는 아직 경제적 가치가 확인되지 않았거나 재산 규모 추정치에 포함되지 않은 품목이 많다. 볼리비아는 전투용 소총 AK47 3정, 권총 21정, 600발 이상의 탄환, 방탄조끼, 항공 연료 400리터 등도 압수했다. 일부는 시장에선 거래가 되지 않는 물건이어서 시장 가격을 추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현금과 보석류, 귀금속 등은 재산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마약 카르텔 두목의 압수품 목록에 아예 현금이 없는 건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누군가 막대한 현금과 금 등을 빼돌렸다는 제보를 받은 볼리비아 당국이 곧바로 수사를 결정한 것도 이런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마르셋이 다양한 형태로 곳곳에 숨겨놓았을 것으로 보이는 은닉 재산의 규모도 지금으로선 추정조차 불가능해 그가 천문학적 재산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우루과이 출생인 마르셋은 마약 거래 혐의로 모국에서 검거돼 2013~2018년 징역을 살고 나온 후 파라과이로 은신했다가 다시 볼리비아로 건너가 마약 거래를 시작했다. 마약 장사로 엄청난 부를 쌓은 그를 범죄 세계에선 ‘이 시대의 파블로 에스코바르’라고 불러왔다고 한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1987년부터 1993년까지 포브스의 억만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콜롬비아의 전설적 마약 카르텔 두목이다. 미국은 마르셋에 현상금 200만 달러(약 29억원)를 걸고 그를 추적해왔다.
  • 지구 생명체 기원이 지구가 아니라고?

    지구 생명체 기원이 지구가 아니라고?

    지구 생명체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지구 생명체의 기원이 지구 내부가 아니라 우주 공간 어딘가에서 시작돼 소행성, 운석, 혜성 등을 타고 지구로 전달됐을 것이라는 ‘범종설’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생물지구화학 연구센터, 홋카이도대, 게이오대, 규슈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팀은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에서 채취해 보내온 표본에서 지구 생물체의 DNA와 RNA를 구성하는 핵염기인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 우라실 5종을 모두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견은 초기 태양계 형성 과정에서 화학적 특성과 생명 탄생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연구 결과는 천문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 3월 17일 자에 실렸다. 핵염기는 지구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DNA와 RNA의 필수 구성 요소다. 지구 환경에 오염되지 않은 외계 물질에서 핵염기를 검출하면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이런 화합물이 어떻게 형성되고 태양계로 운반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존에 진행된 소행성 류구의 시료 분석에서 우라실의 존재가 보고된 바 있고, 운석이나 근지구 소행성인 ‘베누’의 시료에서는 이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염기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하야부사 2호가 수집한 류구 시료 2개를 분석한 결과, 양쪽 샘플 모두에서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 우라실 5종의 표준 핵염기를 모두 검출했다. 이어 이 결과를 기존 머치슨 운석, 오르게유 운석, 소행성 베누에서 회수한 시료들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핵염기의 상대적 함량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났다. 류구에는 퓨린 계열 핵염기인 아데닌, 구아닌과 피리미딘 계열의 핵염기인 사이토신, 티민, 우라실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포함돼 있었다. 반면 머치슨 운석은 퓨린 계열이 더 많았고, 베누와 오르게유 샘플에서는 피리미딘 계열이 더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각 모(母)천체가 거쳐온 서로 다른 화학적, 환경적, 진화적 역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윤수 한국천문연구원 은하진화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태양계 외곽에서 유입된 얼음 물질에 포함된 암모니아가 태양계 내에서 생명 기원 물질이 화학적으로 형성되는 데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소크라테스·니체’가 구글서 일한다… 다시 뜨는 철학

    ‘소크라테스·니체’가 구글서 일한다… 다시 뜨는 철학

    서울대 학과 중 수시 최고 경쟁률 생성형 AI 의 답변 정교해질수록‘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 중요해져자율차 사고 판단 등 윤리적 공백빅테크들 철학자 채용… 방향 찾아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이 “철학과에 가겠다”라고 하면 대뜸 ‘철학관 차릴거냐’, ‘굶어 죽고 싶냐’는 반응이 나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변한다. 인공지능(AI)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시대, 문해력이 갈수록 중요한 시대가 되면서 철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학과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집단은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이다. 이들의 선택을 보면 현재 학생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다. 서울대를 기준으로 보면 2026학년도 인문대학 수시모집 최고 경쟁률을 보인 학과는 철학과(15.56대 1)였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자유전공학부(10.35대 1)는 물론 공과대 경쟁률 1위인 원자핵공학과(11.73대 1), 자연과학대 최고 경쟁률을 보인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전공(10.17대 1)을 웃돌았다. 서울대 철학과의 수시 입학 경쟁률은 2021학년도 11.33대 1로 처음 두 자릿수 경쟁률을 보인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점점 더 빨리, 점점 더 정교한 답을 내놓게 되면서 이제는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중요해졌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입력값(프롬프트)을 설계 작성하고 최적화하는 것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가 질문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해 고품질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논리학적 구조와 체계적 사고를 통해 맥락과 지시사항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다. 철학의 논리학에서 다루는 개념의 명확화, 범주 설정, 추론 과정의 오류 제거 기술이야말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핵심이다. 이에 미국 AI 기업들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할 때 코딩 실력보다 비판적 사고와 복잡한 개념을 언어로 정교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하며 철학 등 인문학이나 문학 전공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자율주행차의 사고 판단이나 채용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같이 AI 결정이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도 철학의 윤리학이 소환되고 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상주 철학자를 채용해 윤리적, 철학적 관점에서 기업의 방향성과 가치 정립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군사 AI 사용 확대에 반대하면서 미국 정부 기관들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AI 빅테크 ‘앤트로픽’은 AI에게 유엔 세계인권선언, 헌법 등을 학습시키고 규범 윤리학을 코딩 핵심축으로 삼아 ‘헌법적 AI’라는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인간이 일일이 유해 콘텐츠를 검수하는 대신 AI가 스스로 ‘헌법에 어긋나는가’를 자문하게 하고, 문제가 될 경우 답변을 수정하도록 훈련했다. AI가 예술, 창작, 추론 등 인간 고유의 영역까지 넘보면서 기술적 편리함보다 기계보다 못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인간 소외에 대한 공포,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와 같은 실존적 질문이 주목받으면서 철학에 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철학 소설 ‘소피의 세계’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는 최근 발간한 한국어판 30주년 서문에서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는 것만으로도 필요한 지식, 그 이상의 정보까지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고, 이 새로운 전지의 세계에 최근 추가된 존재가 바로 AI”라면서 “우리는 과연 더 현명해졌을까? 오늘날의 세상에는 어쩌면 더 많은 지능보다 더 깊은 지혜가 필요할지 모른다”고 철학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철학이란 본디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데, 지난 수십년 동안 지혜에 대한 필요성은 절대 줄어들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덧붙였다.
  • 나노로봇·꽃가루 종이… 싱가포르 대학은 ‘퍼스트 무버’ 놀이터[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나노로봇·꽃가루 종이… 싱가포르 대학은 ‘퍼스트 무버’ 놀이터[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대학생들 실패·성공하며 적성 찾아나노미터 정밀 로봇 세계 최초 도전3D프린팅으로 자동차 등 제작도비인기 학문·주제에도 연구비 지원고연봉 국가 연구기관 등으로 취업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의 시대는 저물었다.’ 최근 수년간 과학기술 학계와 업계를 뒤덮은 위기의식이다. 인공지능(AI)과 피지컬 AI의 보편화로 산업 생태계는 빠르게 변화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기술을 학습해 경제를 일궈낸 우리나라의 성장 모델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무리 빠르게 따라가도 변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이다. 위기 극복의 실마리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된 싱가포르의 과학·기술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따라가기’보다는 ‘선도하는’ 모델을 택했다. 싱가포르 연구진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과감히 택한다.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로봇 연구팀은 나노미터 단위로 정밀하게 움직이는 로봇에 세계 최초로 도전했다. 룸궈잔 기계항공공학과 조교수가 소개한 ‘약 투여용’ 로봇은 지름 2㎜, 두께 1㎜ 정도의 원형 로봇 4개가 차곡차곡 쌓여 원통을 이룬 모습이었다. 나노로봇은 약을 투여하라는 명령을 받자 정확히 지시받은 자리에 입력된 용량만큼 4가지 약을 뿌렸다. 룸 교수는 “먹는 약을 복용하면 아픈 부위에 약이 도달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지만, ‘나노로봇’이 약을 투여하면 이 비율이 55%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NTU는 로봇 분야에서 세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를 꾸준히 내놓고 있다. 천이밍 기계항공공학과 교수가 만든 로봇은 물건을 들어 올리는 ‘피킹’(picking) 기술로 아마존 경연대회에서 우승해 현재까지 아마존 매장에서 쓰이고 있다. 칩을 심고 머신러닝을 통해 학습시킨 ‘사이보그’ 딱정벌레를 2025년 미얀마 지진 현장에 투입해 생존자 확인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조남준 NTU 재료과학 및 공학부 교수의 ‘크로스 이코노미’(cross economy·변환경제)도 같은 맥락이다. 변환경제는 단순 재활용을 의미하는 ‘순환경제’에서 한 단계 진화된 개념으로, 버려지는 재료를 아예 다른 형태로 가공해 상품화하는 것을 말한다. ‘꽃가루’는 그가 주목한 대표적 재료다. 꽃가루는 통상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부정적 물질로만 인식되지만, 그에겐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귀한 재료로 보였다. 조 교수는 “꽃가루를 가공해 종이, 스펀지, 섬유, 대체당, 선크림 등 무궁무진한 제품들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와이이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는 ‘3D 프린팅’ 분야의 선구자다. 1991년부터 3D 프린팅 기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연구를 시작했다. NTU 연구원들은 그의 지도 하에 3D 프린팅으로 화장실을 만들어 인도에 수출했다. 또 학생들이 3D 프린팅으로 만든 자동차는 ‘쉘 에코 마라톤’이라는 국제 경주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싱가포르는 바이오제약, 반도체, 전기공학, 데이터과학, 환경공학 등 각 분야 인재풀도 다양하다. 버나드 탄 NUS 수석부총장은 “싱가포르에서도 의대 선호는 높지만 다른 STEM 분야에도 인재들이 공평하게 분배돼 있다”면서 “싱가포르는 연구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입식 교육은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지만, 연구 중심 교육은 스스로 탐구하고 실패·성공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적성을 확실하게 찾아준다는 것이다. 비인기 학문·주제여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점 역시 여러 분야의 균형 성장을 돕는 버팀목이다. 김희림 NTU 환경생태공학과 교수는 아시아 인종의 인류학적 자료를 세계 최초로 집대성했다. 그는 “기초과학 연구이고, 수익성도 없지만 1000만 달러(약 140억원)를 지원받았다”고 회상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를 통해 과거에 인도차이나반도 쪽의 아시아인이 알래스카를 거쳐 남미로 이동한 사실을 밝혀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는 시도도 꾸준하다. NUS는 프레지덴셜 영 프로페서십(PYP)을 통해 STEM 분야 젊은 인재들을 조교수로 임용한다. 북미에서 공부하던 박소민 NUS 화학과 조교수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포르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박 교수는 “초반 연구 지원금, 정착금, 시드머니, 연구실 장비와 공간을 해결해 준 게 NUS로 오게 된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5년간 20억원을 연구비 등으로 지원받는다. 직업적 안정성도 싱가포르를 STEM 강국으로 만든 밑거름이다. 다수의 싱가포르 STEM 인재들은 높은 급여와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국가 연구기관에서 일한다. 싱가포르 과학기술청(A*STAR)이 대표적이다. A*STAR는 기초과학, 생명과학, 첨단 제조(소재·반도체), 디지털 기술, 기후·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주도한다. 굳이 의대를 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더라도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는 뜻이다. 산학 연계도 활발하다. 탄 수석부총장은 “대다수의 NUS 교수들이 기업 쪽 파트너가 있어서 협업이 잘 된다”면서 “예컨대 싱가포르항공이 항공기 내 습도를 정하는 연구를 의뢰하는 등 기업이 자금을 제공하면 학교는 공간과 교수, 학생들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 새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게임체인저 된 ‘저가 드론’

    새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게임체인저 된 ‘저가 드론’

    미국과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앞다퉈 사용하고 있는 저가용 드론이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이란이 5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샤헤드 드론(왼쪽)’으로 미군과 걸프 이웃 국가를 타격하고 미국은 이를 모방한 ‘루카스 드론(오른쪽)’으로 맞대응하면서,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게 일반적이었던 현대전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2024년부터 미군 연구개발팀은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역설계해 표적 연습용으로 활용해 왔다”며 “이번 전쟁에서 (이를 모방한) 미국의 루카스 드론이 이란 기간 시설을 타격하고 이란 방공망을 압도했다”고 보도했다. 샤헤드 드론과 루카스 드론은 길이 약 3.05m, 날개폭 약 2.44m이며 좌표가 입력되면 수백㎞를 자율 비행해 목표물과 충돌 시 기수부에 장착된 폭발물이 터진다. 저가의 드론은 속도가 느리고 저고도로 비행해 오히려 최첨단 방공망에 포착되기 어렵다. 드론을 노려 레이더 탐지망 설정을 바꾸면 새나 소형 민간 항공기를 격추할 우려도 있다.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이웃 걸프 국가들을 공격할 때 사용했던 무기가 바로 이 같은 저가용 드론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아마존 데이터센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미국 대사관이 이란 드론의 공격 타깃이 됐다. 대당 가격이 약 3만 5000달러(약 5200만원)에 불과한 샤헤드를 방공망이 한 번 격추할 때마다 최대 300만 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기에 250만 달러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경제성을 자랑한다. 미국은 샤헤드 드론을 따라 만든 루카스 드론을 이번 전쟁에 투입했다. ‘이에는 이, 드론에는 드론’으로 대응한 것이다. 특히 루카스는 미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작은 스타트업인 스펙트르윅스가 약 18개월 만에 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국방부의 관료제 방식으로 무기를 조달하던 미국이 실리콘밸리에서나 볼 법한 신속한 혁신으로 신무기를 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군은 저렴한 드론과 함께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고성능 드론을 확보하기 위해 ‘앤더릴’, ‘스카이디오’ 등 민간 방산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더욱 정밀하게 타깃을 공격할 수 있는 드론을 대량으로 구축하는 것이 미군의 목표라는 관측이다. 향후 인공지능(AI) 기술 발달에 맞춰 드론이 표적을 자율 식별해 공격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 ‘우주 눈사람’ 같은 카이퍼 벨트 소행성…사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우주를 보다]

    ‘우주 눈사람’ 같은 카이퍼 벨트 소행성…사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우주를 보다]

    우리에게 익숙한 소행성은 표면에 수많은 크레이터가 있는, 작은 달 같은 모습이다. 따라서 2019년 나사(NASA·미 항공우주국)의 뉴허라이즌스 호가 태양계에서 가장 먼 소행성인 486958 아로코스(Arrokoth, 이전 명칭: 2014 MU69)의 모습을 전송해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로코스는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소행성의 이미지와 달리 두 개의 구형 얼음 천체가 붙어 있는 ‘눈사람’ 모양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아로코스가 단순히 겉보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로 두 개의 소행성이 접촉해 형성된 접촉 쌍성계(contact binary)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2020년 나사의 뉴허라이즌스 팀은 두 개의 소행성이 시속 15km의 느린 속도로 가까이 붙어 접촉 쌍성계를 형성한 결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여기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8일 학계에 따르면 미시간 주립대 대학원생인 잭슨 반스가 이끄는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새로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어나기 힘든 소행성 충돌보다 ‘중력 붕괴’(gravitational collapse) 과정이 눈사람 형태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 연구는 왕립 천문학회 월간회보(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발표됐다. 아로코스 같은 눈사람 모양의 소행성은 태양계 외곽에 있는 카이퍼 벨트(Kuiper Belt)에 생각보다 흔해 전체 소행성의 약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왜 흔한지는 오랫동안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어 왔다. 간단히 접촉에 의해 생성되기엔 소행성 간의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이다. 카이퍼 벨트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와 달리, 천체들이 수백만 km 이상 떨어져 있어 충돌 확률이 극히 낮다. 따라서 충돌설로는 이렇게 접촉 쌍성계가 흔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연구팀은 보다 현실적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태양계 초기에 어떻게 카이퍼 벨트 소행성들이 형성되는지 분석했다. 이전의 컴퓨터 모델들은 충돌하는 천체를 흐르는 덩어리로 취급해, 두 개의 덩어리로 된 독특한 눈사람 형태를 구현할 수 없었지만, 미시간 주립대의 사이버 연구소(ICER)의 고성능 컴퓨팅 클러스터와 새로운 모델 덕분에 이번 연구에서는 천체들이 자기 강도를 유지하면서 서로 부딪히고 접촉하는 현실적인 환경을 시뮬레이션 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태양계 초기 원시행성계 원반(protoplanetary disk)의 먼지 입자들이 점차 뭉쳐져 소행성 크기의 원시 미행성(planetesimal)이 형성되는 과정부터 시뮬레이션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성운이 회전하면서 물질이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면, 일부 미행성들이 찢어져 서로 공전하는 두 개의 미행성이 생성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두 천체는 나선형 궤도를 따라 안쪽으로 이동해 서로 부드럽게 접촉하고 융합하여 최종적으로 눈사람 형태의 접촉 쌍성계를 만들었다. 연구를 주도한 미시간 주립대의 셋 제이컵슨 교수는 “접촉 쌍성계가 전체 소행성의 10%를 차지한다면, 그 형성 과정은 희귀한 일이 될 수 없다”며, “중력 붕괴는 우리가 관측한 것과 잘 맞는 설명”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대로 카이퍼 벨트 소행성의 충돌 확률이 낮기 때문에 일단 형성된 접촉 쌍성계는 다른 소행성 충돌로 분리되지 않고,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실제로 아로코스 표면에는 크레이터나 충돌 흔적이 거의 없는데,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충돌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증거다. 연구팀은 이 모델이 3개 이상의 천체로 구성된 다중성계(triple or higher-order binaries)의 형성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연구팀은 더 정밀한 중력 붕괴 모델을 개발 중이며, 향후 NASA의 탐사 임무를 통해 카이퍼 벨트의 더 많은 ‘눈사람’ 소행성이 발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한영민의 우주路] 우주 활용은 수송 능력에 달렸다

    [한영민의 우주路] 우주 활용은 수송 능력에 달렸다

    “인공지능(AI)의 미래는 우주에 있다. 관건은 수송 능력이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주야말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데 가장 경제적인 장소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지상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부지 확보, 냉각과 송전망 등에서 한계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초인공지능(AGI) 단계로 갈수록 더욱 폭증하게 될 추론 연산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태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공간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구 궤도 인프라가 대안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수십만기에서 100만기 규모에 이르는 위성 인프라를 상정하며 태양광을 활용한 궤도 데이터센터 구상을 시사해 왔다. 구글 역시 자체 AI 칩 TPU(텐서 처리장치)를 탑재한 위성 구상인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우주 기업인 액시엄 스페이스는 우주정거장을 기반으로 하는 궤도 데이터센터 구축을 모색 중이다. 유럽과 중국의 기업들 역시 유사한 개념을 검토하며 우주 연산의 주도권에 동참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월 13일 국회에서 우주 AI 데이터센터에 관한 토론회가 열린 바 있다. 다만 아직 현실에서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다수의 위성 발사에 예상되는 천문학적인 비용 때문이다. 따라서 초기 모델은 지상에서와 같은 대규모 중앙집중형 데이터센터보다는 위성에서 데이터를 일차적으로 처리해 유효 정보만을 선별한 뒤 지상으로 전송하는 위성 데이터 궤도상 전처리와 에지 컴퓨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유력시되고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경제성이다. 현재 ㎏당 2만 달러에 달하는 발사 단가를 수백 달러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면 대형 모듈의 궤도 배치는 현실성을 얻게 될 것이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구축 이후에도 유지·보수, 세대교체가 필수적이므로 반복적 발사 능력이 확보돼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향후 국가의 가장 주요한 자산에 속하게 될 우주 데이터센터를 타 국가나 경쟁 기업이 대신 발사해 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우주 연산, 우주 데이터센터 경쟁이 우주 수송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가 당장 대형 우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에는 국내 발사체 역량에 한계가 있지만, 그냥 구경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가시적 목표인 발사체 반복 발사, 재사용 기술, 저비용화 등의 기술 고도화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해 나간다면 반드시 길은 열릴 것이다. 이를 위해선 중장기적인 전략과 발사체 부품의 다중 모델 병렬 개발 로직, 메커니컬 AI 설계 및 제작 도입 등과 같은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자립적인 대형화, 고도화된 우주 수송 역량 없이는 우리의 우주 데이터센터도 없다. 우주 활용의 시대는 우주 수송 능력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연구소장
  • 트럼프, 한국이 낸 관세로 전쟁 하나…이란 공습 예상 비용 계산해 보니 [핫이슈]

    트럼프, 한국이 낸 관세로 전쟁 하나…이란 공습 예상 비용 계산해 보니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거둬들인 수백조 원의 관세가 고스란히 중동 전쟁 자금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 재무부와 세관국경보호국(CBP)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취임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 관세로 지난해 말 기준 약 1335억 달러(한화 약 197조 1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격인 ‘장대한 분노’(Operation Epic Fury) 작전을 감행하면서 천문학적인 지출이 예고됐다. 미국 경제 매체 포춘은 지난 2일 펜실베이니아대 ‘펜-와튼 예산 모델’(PWBM)의 켄트 스메터스 소장의 분석을 인용해 “미국의 대이란 타격으로 인한 총 경제적 비용이 최대 2100억 달러(약 310조 1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란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작전과 고갈된 장비 및 탄약 교체 등 직접 비용에만 약 650억 달러(약 96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더불어 본격적인 공습이 시작되기도 전 미군은 이미 상당한 혈세를 중동에 쏟아 부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레인 맥커스커 전 국방부 예산 담당자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 국방부가 항공모함과 전투기 등 군사 자산을 중동에 사전 배치하는 데 이미 약 6억3000만 달러(약 9300억원)의 혈세가 증발했다”고 주장했다.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를 압박해 거둬들인 관세 200조원을 전쟁 비용으로 소모하고도 추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군사 작전으로 인한 간접적 영향도 만만치 않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무역 차질과 에너지 공급망 교란, 금융 리스크 등 이번 전쟁이 촉발할 수 있는 거시경제적 손실 추정치는 약 1150억 달러(약 170조 원)에 달한다. “이란 미사일 400발 막는데 최대 14조원”문제는 이란이 미국과 중동 내 동맹국들의 요격 미사일 창고를 바닥내겠다는 전략을 세움에 따라 지금 이 시간에도 미국의 ‘비싼 무기’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전쟁이 종료된 후에도 미국 행정부가 빈 무기 곳간을 다시 채우는 데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2일 전문가를 인용해 패트리엇 시스템만으로 이란 미사일 400발을 요격한다면 비용이 41억 달러(약 6조 106억원)에서 최대 96억 달러(약 14조 736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르웨이의 방공 전문 매체인 노르스크 루프트베른은 “공격과 방어 사이의 경제적 비대칭성은 체계적으로 공격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면서 “지난해 ‘12일 전쟁’ 당시 요격 미사일에만 20억~40억 달러가 들었다. 반면 이란의 공격 미사일 생산 비용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전쟁, 결국 중간선거 패인(敗因) 될까이번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가 맞닥뜨린 또 다른 숙제는 민심이다. 미국 납세자들은 막대한 전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습을 대체로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CNN 방송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란 공격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59%, 지상군 파병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60%였다. 여기에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마가’(MAGA) 내부에서도 이란 전쟁이 미국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를 두고 분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지난달 24일 연방대법원이 상호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토해내야’ 할 관세 환급금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일대 예산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미 1500개 이상의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돌려줘야 할 관세 환급액은 약 1420억 달러(약 209조 7000억원)로 집계됐다. 200조 원을 관세로 거둬들인 뒤 209조원을 환급액으로 돌려주고 추가로 전쟁 자금 300조원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어떤 결말을 맞이할 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유럽도 ‘천조국’ 합류…“국방비 1003조원 기록” 천문학적 세금 붓는 이유 [밀리터리+]

    유럽도 ‘천조국’ 합류…“국방비 1003조원 기록” 천문학적 세금 붓는 이유 [밀리터리+]

    유럽의 국방비 규모가 냉전 말기인 1990년보다 커졌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4년 넘게 이어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과 추가 침공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방비 증액 압박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유럽 대륙의 군사비 지출은 6930억 달러(한화 약 1003조 1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옛 소련 붕괴 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냉전 말기인 1990년 6160억 달러(약 891조 6000억원)의 약 113%에 달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유럽에서는 지중해 섬나라 몰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가 국방비를 증액했다. 특히 전쟁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2023년보다 31% 증가한 380억 달러(약 55조원)를 국방비로 집행했다. 이는 폴란드 국내총생산(GDP)의 4.2%에 달한다. 러시아와 인접한 또 다른 유럽 국가들인 스웨덴(34%), 노르웨이(17%), 핀란드(16%) 등도 2024년 국방비를 대폭 늘렸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 대국화를 억제해 왔던 독일은 2024년 885억 달러(한화 약 128조 1000억원)를 국방비로 지출했다. 이는 미국·중국·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 수준이다. 이보다 1년 전인 2023년 독일의 국방비 지출 순위는 세계 7위(600억~700억 달러)였다. 불과 1년 새 3계단이나 상승한 셈이다. 지난해 말에는 독일 연방의회 예산위원회가 물류 조달 및 전투차량 확보, 정찰 감시위성 체계 등 방산 인프라에 500억 유로(약 85조 2760억원)가 넘는 국방조달계약을 한꺼번에 승인하기도 했다. 국방비 증액 배경의 양대 요인은?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은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꾸준히 늘던 유럽의 국방비는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4, 5년 안에 나토 회원국을 위협할 준비를 마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서방 정보기관들의 보고서는 유럽 국방비 증액 속도를 더욱 가파르게 만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도 유럽의 군비 증강의 한 축을 담당한다. 그는 그동안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며 유럽을 압박해 왔다.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3.5%를 국방비에 지출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기존 목표(2%)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탈퇴 우려도 유럽의 방위비 및 방산 인프라 투자 증액을 부추긴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정부가 탈퇴하기로 서명한 66개 국제기구 가운데 나토 연계 조직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나토 탈퇴를 우려하는 유럽이 미국에 대한 안보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천문학적인 세금을 국방비로 쏟아붓고 있다는 의미다. 안드레 덴크 유럽방위청(EDA) 청장은 ”GDP 대비 3.5%라는 새로운 나토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6300억 유로(약 1030조원) 이상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유럽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기록적인 국방비를 쓰고 있으며,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짝 잃고 초고속으로 은하 질주하는 별 발견

    짝 잃고 초고속으로 은하 질주하는 별 발견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우리 태양처럼 그 자리에서 영원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태양을 포함한 모든 별은 정해진 수명이 있다. 그리고 그 수명 동안 제자리에 멈추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간다.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으로 별의 이동을 관측해 별이 각자 고유 운동(proper motion)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양도 멈춰 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태양은 은하 중심을 기준으로 초속 220㎞의 속도로 이동한다. 그럼에도 은하계가 흩어지지 않는 이유는 은하계의 강한 중력이 별들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결국 각자 달려봐야 은하계의 중력권 안에서 이동하면서 대략 2억년 주기로 공전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수많은 별을 관측하면서 드물긴 하지만, 다른 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별을 관측했다. 이런 별들은 초고속 별(HVS, hyper-velocity stars)로 분류되는데, 속도가 초속 1000㎞가 넘는 것도 있다. 이는 우리 은하계의 중력을 이겨내고 외부로 달아날 수 있는 엄청난 속도다. 과학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과속하는 별이 생성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초고속 별의 생성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가설은 거대 질량 블랙홀의 중력이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으로 인해 가까이 다가갔던 별이 운 좋게 탈출하면서 중력 도움을 얻어 가속되는 경우다. 또 다른 가설은 1961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아드리안 블라우프가 주장한 것으로 본래 두 개의 별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가 동반성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다른 별이 튕겨져 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신성 폭발 잔해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짧은 시간인 몇만년 정도면 사라지기 때문에 이 가설을 검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초신성 연관 초고속 별의 유일한 예외는 태양 질량의 12~13배 정도 되는 별인 HD 37424로 초신성 잔해 S147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확실한 사례로 여겨진다. 최근 독일 예나 대학의 바하 딘첼(Baha Dinçel)이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 우주국의 가이아 데이터를 분석해서 초고속 별 가운데 쌍성계-초신성 탈출에 해당되는 경우가 또 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HD 254577이 새로운 후보로 지목됐다. 이 별의 움직임을 역추적한 결과 연구팀은 해파리 성운(Jellyfish Nebula)으로 알려진 IC 443이 이 별과 함께 공전했던 사라진 동반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파리 성운은 1만~3만년 전 초신성 폭발의 잔해로 대략 지구에서 5000광년 떨어져 있다. 과거 두 개의 무거운 별이 서로의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빠르게 공전하다가 한쪽이 초신성 폭발로 다른 쪽을 밀어내면서 상당히 무거운 초고속 별인 HD 254577이 탄생한 것이다. 우주에는 태양처럼 혼자 있는 별 못지않게 동반성과 함께 공전하는 쌍성계가 흔하다.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무거운 별 가운데도 쌍성계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신의 짝을 잃고 은하계를 질주하는 초고속 별의 사례는 더 흔할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을 연구해 우주의 미스터리 중 하나였던 초고속 별의 생성 원인을 정확히 밝혀낼 것이다.
  • 짝 잃고 초고속으로 은하 질주하는 별 발견 [우주를 보다]

    짝 잃고 초고속으로 은하 질주하는 별 발견 [우주를 보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우리 태양처럼 그 자리에서 영원한 존재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태양을 포함한 모든 별은 정해진 수명이 있다. 그리고 그 수명 동안 제자리에 멈추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간다. 천문학자들은 망원경으로 별의 이동을 관측해 별이 각자 고유 운동(proper motion)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양도 멈춰 있지 않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태양은 은하 중심을 기준으로 초속 220㎞의 속도로 이동한다. 그럼에도 은하계가 흩어지지 않는 이유는 은하계의 강한 중력이 별들이 도망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결국 각자 달려봐야 은하계의 중력권 안에서 이동하면서 대략 2억년 주기로 공전한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수많은 별을 관측하면서 드물긴 하지만, 다른 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른 별을 관측했다. 이런 별들은 초고속 별(HVS, hyper-velocity stars)로 분류되는데, 속도가 초속 1000㎞가 넘는 것도 있다. 이는 우리 은하계의 중력을 이겨내고 외부로 달아날 수 있는 엄청난 속도다. 과학자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과속하는 별이 생성될 수 있는지 연구했다. 초고속 별의 생성을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가설은 거대 질량 블랙홀의 중력이다. 블랙홀의 강한 중력으로 인해 가까이 다가갔던 별이 운 좋게 탈출하면서 중력 도움을 얻어 가속되는 경우다. 또 다른 가설은 1961년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아드리안 블라우프가 주장한 것으로 본래 두 개의 별이 쌍성계를 이루고 있다가 동반성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켜 다른 별이 튕겨져 나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신성 폭발 잔해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짧은 시간인 몇만년 정도면 사라지기 때문에 이 가설을 검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초신성 연관 초고속 별의 유일한 예외는 태양 질량의 12~13배 정도 되는 별인 HD 37424로 초신성 잔해 S147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확실한 사례로 여겨진다. 최근 독일 예나 대학의 바하 딘첼(Baha Dinçel)이 이끄는 연구팀은 유럽 우주국의 가이아 데이터를 분석해서 초고속 별 가운데 쌍성계-초신성 탈출에 해당되는 경우가 또 있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HD 254577이 새로운 후보로 지목됐다. 이 별의 움직임을 역추적한 결과 연구팀은 해파리 성운(Jellyfish Nebula)으로 알려진 IC 443이 이 별과 함께 공전했던 사라진 동반성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파리 성운은 1만~3만년 전 초신성 폭발의 잔해로 대략 지구에서 5000광년 떨어져 있다. 과거 두 개의 무거운 별이 서로의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빠르게 공전하다가 한쪽이 초신성 폭발로 다른 쪽을 밀어내면서 상당히 무거운 초고속 별인 HD 254577이 탄생한 것이다. 우주에는 태양처럼 혼자 있는 별 못지않게 동반성과 함께 공전하는 쌍성계가 흔하다.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무거운 별 가운데도 쌍성계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자신의 짝을 잃고 은하계를 질주하는 초고속 별의 사례는 더 흔할 가능성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을 연구해 우주의 미스터리 중 하나였던 초고속 별의 생성 원인을 정확히 밝혀낼 것이다.
  • 오픈 AI와 손잡은 세레브라스…AI 프로세서 시장 새 판 짤 수 있을까? [고든 정의 TECH+]

    오픈 AI와 손잡은 세레브라스…AI 프로세서 시장 새 판 짤 수 있을까? [고든 정의 TECH+]

    오픈 AI는 최근 웨이퍼 스케일 엔진(Wafer Scale Engine, 이하 WSE)을 개발하는 미국의 스타트업인 세레브라스(Cerebras)와 인프라 도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세레브라스의 WSE 기반의 750MW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으로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부 언론 보도에서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픈 AI는 세레브라스의 최신 WSE3-3 기반의 GPT-5.3-Codex-Spark를 공개해 이 프로세서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는 엔비디아 의존도가 여전히 높고 두 회사가 기존에 맺은 상호 투자 계획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런 행보는 오픈 AI가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이를 통해 엔비디아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물론 더 비용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다만 웨이퍼 스케일 엔진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들고나온 세레브라스가 실제 그만큼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세레브라스는 2015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2019년 첫 번째 WSE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이 기술에 웨이퍼 스케일이라는 명칭이 붙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프로세서를 만들 때 사용되는 둥근 원판인 웨이퍼를 잘라서 칩을 만드는 게 아니라 웨이퍼 전체를 통째로 하나의 프로세서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적인 프로세서와 메모리 모두 웨이퍼를 잘라서 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웨이퍼를 여러 개로 잘라서 프로세서를 만든 후 이들을 별도의 시스템에서 병렬로 연결한다는 것은 사실 제조 비용 상승은 물론 프로세서 간 데이터 전송 시 발생하는 병목현상으로 인해 성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발상을 바꿔 아예 웨이퍼 하나를 통째로 멀티코어 프로세서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이전부터 있어 왔으나 몇 가지 큰 걸림돌이 있어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첫 번째는 프로세서 제조 과정에서 사소한 오류 하나만 생겨도 웨이퍼 전체를 못 쓰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프로세서는 웨이퍼 하나에서 150개 정도의 제품이 나왔을 때 100개 정도만 양품이면 나머지 50개를 버려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웨이퍼 전체에서 치명적인 오류가 한 번만 발생하면 웨이퍼 전체를 못 쓰게 되어 손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웨이퍼 안에 수많은 코어를 탑재할 경우 코어 간 병목 현상과 메모리 병목 현상 역시 우려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거대한 프로세서는 전력 소모량과 발열량 역시 엄청나게 클 수밖에 없어 실용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힘들었습니다. 세레브라스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 한계를 극복했습니다. 우선 하나의 큰 코어 대신 작은 코어 여러 개를 연결해 반복되는 구조를 만든 후 각 코어가 모두 연결되어 있어 일부 코어와 연결 회로에 오류가 생기더라도 나머지 부분이 정상 작동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대용량의 SRAM을 프로세서에 통합해 메모리 병목 현상을 최소화했습니다. 2024년 공개한 세레브라스의 최신 프로세서인 WSE-3의 경우 TSMC의 5nm 공정을 이용해 4조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한 역대 가장 거대한 프로세서로 90만 개의 코어를 집적했습니다. 실제로는 90만 개보다 더 많은 코어를 넣어서 오류가 나더라도 90만 개 정도의 코어 숫자를 보장한 것입니다. 하지만 코어가 많다고 해서 성능이 바로 그만큼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수많은 코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WSE-3는 코어들은 거대한 메쉬(Mesh) 구조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실리콘 안에서 모든 코어가 연결된 덕분에 수천 개의 GPU를 묶을 때 발생하는 병목 현상을 피하고 데이터 전송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WSE-3는 90만 개의 코어를 뒷받침하기 위해 44GB SRAM 메모리를 칩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는 대규모 AI 연산에 필요한 대규모 데이터를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가중치(Weights)를 칩 외부의 전용 스토리지에 보관하고, 연산 시 필요한 부분만 초고속 스트리밍으로 칩에 공급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런 독특한 구조를 통해 웨이퍼 스케일 엔진 기술은 기본 AI 프로세서가 지닌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AI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밋빛 미래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 AI 생태계 자체가 엔비디아의 CUDA에 기반해 있고 AI 서비스 솔루션 자체도 GPU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려운 장벽입니다. 더구나 현재도 적자인 오픈 AI는 여기저기 투자 계획과 협업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 막대한 자금들을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금 흑자를 내고 있다고 해도 앞으로 계획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천문학적인 자금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니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WSE-3나 혹은 그 후속 프로세서들이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엔비디아의 GPU보다 더 앞선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역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현재 여러 AI 제조사가 자사의 기술이 엔비디아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의미 있는 대항마로 성장한 곳은 구글의 TPU 정도이며 오랜 라이벌인 AMD 조차도 아직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할 수준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축적된 엔비디아의 기술을 신생 스타트업이 쉽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 아무래도 의문인데, 확실하지 않은 곳에 많은 자금을 투자할 정도로 재무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일 것입니다. 물론 엔비디아의 현재 모습을 10년 전 대부분 예상 못한 것처럼 앞으로 10년 후 역시 예상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과연 10년 후 엔비디아의 독점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시장을 뒤흔들게 될지 궁금합니다.
  • [열린세상] 압축사회의 주름살을 펴야 할 때

    [열린세상] 압축사회의 주름살을 펴야 할 때

    대한민국의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참으로 극적인 현대사의 증인들이다. 1970년생인 필자는 유년 시절 호롱불 아래서 숙제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마을 이장댁에서 출발한 전기라는 문명의 혜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야 받게 되었다. 초가지붕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고 버스의 뒤꽁무니를 쫓아 다니게 됐다. 도구의 삶에서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문명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그 세대가 장년이 되어 손안의 스마트폰에 AI와 로봇이 공존하는 초고도 문명사회를 살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서구 사회가 수백년간 겪은 변화를 압축적으로 통과한 것이다. 이들은 80년대 PC 보급, 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벤처 붐과 스마트폰 혁명을 모두 겪으며 정보기술(IT) 활용 능력을 체득한 ‘디지털 원주민’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인 ‘마처 세대’로서, 서구 사회가 단기간에 겪은 변화를 단 50년 만에 통과한 ‘압축 사회’의 주역이자 고독한 관찰자로 서 있다. 한마디로 ‘압축 인간’인 것이다. 이 압축 성장의 속도는 눈부셨으나 그 가속도가 만들어 낸 원심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치명적인 독소를 비산시켰다. ‘더 빨리’ 가기 위해 선택한 효율성은 ‘승자 독식주의’를 시대의 정의로 둔갑시켰고, ‘함께’라는 가치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돈이 곧 인격’이라는 자본 만능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러한 의식 구조의 파괴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점은 바로 ‘주택’이다. 압축 사회를 살아온 70년대생은 초가집, 슬레이트 블록집, 다가구·다세대, 빌라를 전전하며 지하층, 옥탑방, 고시원을 체험하고 결혼 이후에는 아파트라는 목표를 향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그사이 인간이 몸을 뉘고 삶을 일궈야 할 아늑한 주거 공간을 손에 쥔 이들도 있고, 아직까지 무주택자로서 천정부지로 폭등한 집값을 견디며 세입자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어느덧 투기와 재산 증식의 유일한 수단으로 전락한 주택 가격의 유례없는 앙등은 단순한 경제지표 상승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돌이키기 힘든 우리 사회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기성 세대가 자산 증식의 축배를 들며 ‘부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동안 그 천문학적인 비용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부채로 전가되고 있다. 오늘날 주택은 계급을 나누는 잣대가 되었고 성실하게 일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절벽’이 되었다.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한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사치를 넘어 ‘공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삶의 터전 밖으로 계속해서 내몰리는 청년들의 좌절은 세대 간 불신과 갈등을 낳았고, 이는 공동체의 존립을 흔드는 근본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모두의 욕망이 된 아파트는 끊임없이 진화해 화려한 상품이 되었으나,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앞세운 담장 안 아파트는 유례없이 취약해진 ‘압축된 인간’들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압축 사회는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물질적 풍요와 성장을 위해 인간다움을 유보했던 우리가 이제는 ‘모두의 실패’라는 쇠퇴의 과정마저 압축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그동안 우리는 ‘돈’이라는 거대한 압력 아래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구겨 넣고 압축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압축해서도, 압축되어서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공동체를 향한 사랑, 이웃을 향한 배려, 그리고 후손의 미래를 염려하는 정신의 고귀함이다. 이제 압축 성장의 그래프가 아닌, 삶의 질과 존엄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키를 틀어야 한다. 주택이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안식처가 되는 사회, 미래 세대의 희망을 가불해 현재의 풍요를 연명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그 압력 속에서 겹겹이 구겨진 인간의 마음과 정신의 주름을 활짝 펼 때이다. 유창수 전 서울시 부시장
  • 몰락한 천재의 부활 드라마… LIV, 반등의 흥행카드 얻었다[권훈의 골프 확대경]

    몰락한 천재의 부활 드라마… LIV, 반등의 흥행카드 얻었다[권훈의 골프 확대경]

    부상·약물 중독으로 12년 공백기작년 복귀했지만 부진 끝에 퇴출프로모션 막차로 호주대회 출전최강 람·디섐보와 맞대결서 우승LIV서 돈 아닌 감동 스토리 펼쳐켑카·리드 공백 메우고 반전 효과 설 연휴 동안 세계 골프에 강력한 폭탄이 터졌다. 호주 애들레이드 그레인지 골프클럽에서 지난 15일 막을 내린 LIV 골프 시즌 두번째 대회에서 앤서니 김이라는 잊혀졌던 선수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현대 골프 역사상 가장 강렬한 부활 스토리가 펼쳐진 것이다. 그가 과거에 얼마나 대단한 선수였고, 어느날 갑자기 연기처럼 프로 골프 무대에서 사라졌다가 12년 만에 LIV 골프를 통해 복귀했는지는 웬만한 골프 팬이라면 다 아는 유명한 이야기다. 지난 12년 공백기 동안 부상에 따른 좌절, 약물과 알코올 중독이라는 질곡의 늪에서 허덕였던 사실도 어느 정도 알려졌다. 작년 LIV 골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그는 너무나 달라진 외모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일그러진 얼굴, 더 왜소해지고 빈약해진 몸은 누군가 ‘LA 도심에서 흔히 보는 노숙자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프로 골프 선수의 면모는 찾기 어려웠다. 경기력도 형편없었다. 한번도 20위 이내에 들지 못하고 시즌이 끝나자 곧바로 LIV 골프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잊혀진 천재, 몰락한 천재의 필드 복귀는 그렇게 허무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거기서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LIV 골프 출전권을 다시 찾으려고 나선 LIV 골프 프로모션은 이번 호주 대회 우승의 예고편이었다. 3명을 뽑는 프로모션에서 그는 최종일 마지막 홀 퍼트를 성공시켜 3위에 턱걸이했다. 이게 부활의 전주곡이라는 걸 눈치챈 사람이 있었을까. 12년의 실전 공백과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경기력을 고려하면 그가 비록 LIV 골프라도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아니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는 우승했다. 그것도 LIV 골프에서 가장 강하다는 욘 람(스페인),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와 최종 라운드 맞대결에서 이겼다. 람과 디섐보는 메이저대회에서도 언제든 우승할 수 있는 현존하는 최고의 다섯명 안에 드는 선수들이다. 그들과 경기력 뿐 아니라 기싸움에서도 앤서니 김은 완승을 거뒀다. 지금까지 골프가 TV로 중계방송된 이래 이보다 더 기가 막힌 부활 스토리는 없었다. 앤서니 김의 우승은 놀랍고, 믿기지 않는 이른바 ‘동화같은’ 또는 ‘영화같은’ 스토리라고 전 세계 골프 매체는 묘사했다. 부활의 원동력이 됐다고 앤서니 김이 털어놓은 아내와 딸의 등장도 드라마에 극적의 요소를 보탰다. 특히 이런 앤서니 김의 우승은 공교롭게도 LIV 골프가 한참 궁지에 몰렸을 때 나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PGA투어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경연장으로 만들겠다던 LIV 골프는 최근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시즌을 시작하기 전부터 브룩스 켑카 ,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 등 간판급 선수들의 이탈이 줄을 이었다. LIV 골프가 존폐 위기에 빠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LIV 골프가 PGA투어를 이기지 못하는 건 무엇보다 전통과 서사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없었다. 사람들의 관심은 선수들이 가져가는 천문학적 상금에만 쏠렸다. 고작 50여명의 선수가 컷 없이 54홀 경기를 치러 우승자를 가리는 구조에서 나올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을 수 없었다. 람, 디섐보, 더스틴 존슨(미국) 등 최강자들은 늘 상위권이었다. 무명에 가까웠던 테일러 구치(미국)의 시즌 3승과 호아킨 니만(칠레)의 시즌 7승 이변이 없지 않았지만 그저 찻잔 속 태풍으로만 여겨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올해 개막전은 암울한 LIV 골프의 미래를 연상시키는 어두컴컴한 야간 경기로 치러졌다. 갤러리가 거의 없이 열린 대회에서 팬들에게 낯선 엘비스 스마일리(호주)가 우승했다. 그런데 LIV 골프 시즌 두번째 대회에서 몰락했던 천재 골퍼가 긴 암흑기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에 선 감동적인 드라마가 펼쳐졌다. 앤서니 김의 우승이 ‘개인의 부활’을 넘어, 존폐 위기설까지 돌던 LIV 골프에 강력한 반등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금까지 LIV 골프 뉴스는 누가 얼마 받고 이적했나 등 돈에 국한됐지만 앤서니 김의 우승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인간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면서 “PGA투어가 독점하던 영역을 LIV 골프가 침범하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앤서니 김의 극적인 등장으로 LIV 골프는 강력한 흥행 카드를 얻었다. 떠난 켑카, 리드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 러시에 상당수 선수들이 불안해하던 LIV 골프 내부의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사기를 북돋는 가외 효과도 기대된다. 성적 부진에 시달리던 기존 LIV 소속 선수들에게 “12년 공백을 깬 앤서니 김도 해냈다”는 메시지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될 전망이다. 앤서니 김의 부활 신화는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더 위력적이다. 그는 마침 LIV 골프가 세계랭킹 포인트를 받는 시점에 딱 맞춰 재기했다. 호주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이 644계단 뛴 그가 다음달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도 우승을 보탠다면 올해 메이저대회 출전도 바라볼 수 있다. 만약 앤서니 김이 메이저대회까지 진출한다면 스코티 셰플러(미국)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못지 않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것이다. 앤서니 김의 스웩(Swag)은 현존 골프 선수 가운데 최고로 꼽히기에 최고의 선수가 모인 메이저대회에서 그의 존재감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앤서니 김의 부활 드라마는 지금 세계 골프계를 뒤흔들 진앙이 되고 있다.
  • [책꽂이]

    [책꽂이]

    대한민국 금융위기(홍종학 지음, 이콘) 금융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재난이 아니다. 오랜 시간 누적된 정책 선택과 구조적 방치가 일정한 경로를 따라 쌓일 때 위기가 현실이 된다.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맡았던 저자는 하이먼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을 배경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조건과 구조를 한국 경제의 사례에 맞게 정리한다. 책은 위험 요인들이 중첩되고 증폭돼 어떻게 대형 금융위기로 이어지는지 국내외 사례를 통해 자세하게 분석한다. 464쪽, 2만 4000원. 우주는 어디에서 왔을까(크리스 페리·게라인트 F. 루이스 지음. 김주희 옮김, 시공사) 누구나 한 번쯤 밤하늘을 보며 궁금증을 가졌던 우주에 대한 질문을 양자물리학과 천문학이라는 두 언어로 풀어낸다. 빅뱅과 원소의 탄생에서 시작해 별의 생애와 블랙홀의 운명을 거쳐 물질의 변화까지 우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하나의 질문으로 엮는다. 과학 대중화에 힘쓰는 두 과학자는 복잡한 수식 대신 직관적인 비유와 이야기로 가장 현대적인 우주관을 펼친다. 272쪽, 2만원. 고서의 은밀한 매력(이재정 지음, 푸른역사) 고서를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책으로 고서의 표지, 제목, 본문과 주석의 배치, 글자 크기, 문단 나누기, 띄어쓰기, 본문 밖 여백, 소장자의 흔적에 주목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조선 시대 금속활자와 고서를 전시하고 연구해 온 저자는 ‘화엄경’, ‘월인천강지곡’, ‘조선왕조실록’ 등의 책을 골라 각 고서의 물성에 최적화된 형식,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지면 배치 방식, 디자인 감각 등을 관찰하고 설명한다. 416쪽, 2만 7900원.
  • ‘산재 사망 반복 땐 영업익 5% 과징금’ 의결… 경영계 “비현실적 제재”

    ‘산재 사망 반복 땐 영업익 5% 과징금’ 의결… 경영계 “비현실적 제재”

    산업재해로 연간 3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한 기업에는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2일 여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경영계는 “비현실적인 경제제재”라며 반발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해당 법안엔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해 1년간 근로자 3명 이상이 사망할 경우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공기관 등 영업이익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30억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는 고용노동부가 관계부처에 등록말소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신설했다. 등록말소 처분을 받은 건설사는 신규 사업·수주·하도급 등 모든 영업 활동이 불가능해진다. 올해 도입된 ‘안전일터 신고 포상금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사업주의 작업 중지 의무 강화와 노동자의 작업 중지 요구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이번 법안에 담았다. 표결에 불참한 기후노동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여야 간 어떠한 협의도 없이 고용노동법안소위를 기습적으로 소집해 입법독주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경영계는 제재 수준이 과도하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규모 사업장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부과될 수 있고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임에도 추가로 과징금제도를 신설하는 것은 중복 제재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산재 감소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근로자의 작업 중지 요구권을 확대하는 내용에 대해선 “기준이 모호해 작업 중지 범위를 둘러싼 노사다툼 및 법적 분쟁이 증가하는 등 현장 혼란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또 사후 처벌보다는 사전예방 대책 마련에 힘써 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제언했다.
  • “딱 맞는 클럽 들고 돈 더 벌면 돼”… ‘용품 FA’ 선언한 스타들[권훈의 골프 확대경]

    “딱 맞는 클럽 들고 돈 더 벌면 돼”… ‘용품 FA’ 선언한 스타들[권훈의 골프 확대경]

    리디아 고 “용품 계약 않겠다” 선언올시즌 100만 달러 넘게 수입 감소리드·로즈·스콧 특정 브랜드 안 써66승 신지애도 입맛대로 클럽 선택우즈·매킬로이 등 대부분 용품 계약천문학적 계약금·우승 보너스 챙겨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올해부터 골프클럽과 볼, 그리고 가방 등 모든 골프 용품 사용 계약을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용품 프리 에이전트(FA)가 된 것이다. 리디아 고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레이크 노나 골프&컨트리클럽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개막전에서 핑 드라이버와 핑 아이언, 타이틀리스트 보키 웨지와 스카티 카매론 퍼터로 백을 채웠다. 모두 후원을 받은 게 아니라 리디아 고가 개인적으로 마련한 클럽이다. 이게 왜 놀라운 소식이냐면, 대개 프로 골프 선수들은 클럽을 포함한 장비를 자기 돈으로 사서 쓰지 않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클럽과 장비에 돈을 쓰는 게 아니라 클럽과 장비로 오히려 돈을 번다. 특정 브랜드 제품을 쓰는 대가로 적지 않은 돈을 받는다. 용품 사용 계약에 따른 소득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상금으로 1억 달러(약 1443억원)를 번 타이거 우즈(미국)는 용품 사용 계약으로 챙긴 돈이 상금보다 너댓배 더 많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테일러메이드 클럽과 볼 사용 계약으로 1년에 1200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PGA투어 선수만큼은 못 받지만, 넬리 코르다(미국)나 리디아 고 등 LPGA투어 정상급 선수들은 용품 사용 계약으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린다. 코르다는 클럽과 볼 사용 계약으로 1년에 200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럽 등 용품 사용 계약은 계약금도 적지 않지만 보너스가 더 큰 경우가 많다. 용품을 사용해 우승하면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단서를 계약에 포함하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의 이번 용품 FA 선언은 연간 100만 달러 이상 수입 감소를 뜻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남녀 프로 골프 선수 가운데 용품 FA는 리디아 고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마스터스 챔피언 패트릭 리드(미국)는 우승 후 자신은 어떤 클럽과도 사용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혀 큰 주목을 받았다. 마스터스 우승 당시 사용한 클럽 구성은 핑 드라이버, 나이키 우드, 타이틀리스트 아이언, 아티산 웨지, 오디세이 퍼터, 그리고 타이틀리스트 볼이었다. 당시 미국 언론은 리드가 특정 브랜드와 용품 사용 계약을 한 상태에서 마스터스 우승을 했더라면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LIV 골프에 뛰고 있는 그는 지금도 용품 사용 계약을 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클럽을 그때그때 조달해 사용하는 방식을 고집한다. 지난달 25일 DP월드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승했을 때 리드가 사용한 클럽은 타이틀리스 드라이버, 테일러메이드 페어웨이 우드, 그라인드웍스 아이언, 스카티 카메론 퍼터였다. 지난 2일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우승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도 캘러웨이 드라이버와 테일러메이드 페어웨이 우드, 미우라 아이언, 타이틀리스트 보키 웨지, 스카티 카메론 퍼터 등 여러 브랜드 클럽을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다. 애덤 스콧(호주)도 계약 없이 다양한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선수로 잘 알려져 있고, 브룩스 켑카(미국)는 한동안 용품 FA로 지내다 2년 전 아이언과 볼만 스릭슨과 사용 계약을 했다. 한국, 미국, 일본을 오가며 무려 66승을 따낸 신지애도 특정 클럽 회사와 계약을 하지 않고 입맛대로 클럽을 골라 쓴다. 올해는 타이틀리스트 드라이버, 미우라 아이언과 미우라 웨지, 그리고 스코티 카메론 퍼터로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제법 큰 경제적 이익을 포기한 이유는 물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클럽을 사용하고 싶어서다. 클럽 FA의 ‘원조’ 격인 리드는 “나는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었고, 그러려면 내게 딱 맞는 장비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돈을 받고 특정 브랜드 클럽을 사용하는 계약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 회사 제품이 가진 고유한 개성과 특징이 선수와 맞지 않으면 선수의 경기력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로즈는 20년 동안 테일러메이드 계약 선수였다가 결별한 뒤 혼마와 전속 사용 계약을 했지만, 경기력이 크게 떨어져 고생한 적이 있다. 로즈는 이후 전속 사용 계약을 피하는 선수가 됐다. 로즈처럼 A 회사 클럽을 쓰던 선수가 돈을 더 준다거나 조건이 더 좋다고 해서 B 회사 클럽을 쓰기로 계약한 뒤 성적이 급전직하한 사례가 수두룩하다. 사실 용품 FA 선수들이 많아진 건 투어 대회 상금 규모가 커진 것도 한몫했다. 용품 FA를 선택한 선수들은 “내게 맞는 클럽으로 우승을 많이 하면 된다”는 신념을 밝히곤 한다. 용품 사용 대가로 천문학적 금액을 받는 선수들이 대세인 가운데 이들 ‘내돈내산’ 선수들의 활약 또한 올 시즌 지켜볼 만한 관전 포인트다.
  • AI 메모리 대란으로 폭풍 성장…중국 CXMT는 메모리 4강 안착할까?

    AI 메모리 대란으로 폭풍 성장…중국 CXMT는 메모리 4강 안착할까?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반도체, 특히 메모리 자급을 국가 전략 과제로 설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성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지 오래되었고, 신규 팹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자본과 축적된 공정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칭화 유니 그룹은 자금난으로 붕괴되었고, 푸젠 진화는 미국의 제재로 사업이 중단되었으며, 우한 홍신은 사기 사건으로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실패의 연속 속에서 드물게 생존에 성공한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2019년 허페이에서 DDR4 메모리 양산에 돌입한 창신 메모리(CXMT)입니다. CXMT는 중국 최초로 의미 있는 수준의 D램 양산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CXMT는 설립 초기, 파산한 독일 메모리 기업 키몬다(Qimonda)로부터 다수의 D램 관련 특허를 정식으로 인수하며 기술적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를 통해 제재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자체 공정 역량을 축적해 왔습니다. 다만 성장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한국 반도체 인력 유출 논란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관련자 일부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CXMT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XMT의 기술적 진전은 분명합니다. 2019년 DDR4 양산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DDR5와 LPDDR5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허페이에 위치한 두 개의 팹을 중심으로 월 약 16만 장 수준의 웨이퍼 처리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베이징 경제 기술 개발구 이좡(Yizhuang)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CXMT 베이징 법인 명의로 신규 생산 거점을 구축 중입니다. 베이징 팹의 구체적인 생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재 가동 중인 1단계 팹에서 월 5만~10만 장 수준, 향후 2단계에서 두 번째 팹이 완공될 경우 월 15만 장 이상의 생산 능력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현재 목표인 월 30만 장 규모의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이곳에서는 15nm~17nm급 공정을 중심으로 DDR5와 LPDDR5X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XMT는 2025년 하반기 기준, 8000Mbps 속도의 DDR5와 1만 667Mbps 속도의 LPDDR5X 양산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DDR5 양산 수율이 80%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회사 측 발표와 일부 업계 추정에 근거한 수치로 외부에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자료는 제한적입니다. CXMT는 현재 상장을 앞둔 비상장 기업이라 공시한 내용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또 중국 기업 특유의 비공개 경영 문화로 인해 세부적인 정보 파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확실한 점은 현재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약 5% 내외로 추정되며, 아직 ‘안정적인 4위 업체’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입니다. 다만 최근의 AI발 메모리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국면은 CXMT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30일, CXMT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STAR 마켓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2025년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은 570억 위안, 누적 순손실은 408.6억 위안에 달했지만, 지난해 한 해 매출은 550억~580억 위안, 순이익은 20억~35억 위안으로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 개선의 핵심 배경입니다. CXMT의 주요 고객은 레노버,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내 기업들입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속에서 국산 메모리 채택이 확대되며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중국 외 기업들 사이에서도 CXMT 제품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가격 환경이 유지된다면 올해는 수익성과 고객 기반 모두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CXMT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6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조달 자금은 베이징 팹 2 증설과 올해 착공에 들어간 상하이 신규 팹 및 패키징 시설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미국의 제재로 ASML이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등 서방 장비 도입이 제한되면서, 베이징 팹은 중국산 노광·식각·증착 장비를 실제 양산에 적용하는 ‘시험장’ 성격을 띠는 만큼 실제 양산 및 수율이 얼마 정도 될 것인가가 업계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하이 패키징 시설은 메모리 후공정, 특히 HBM 메모리 생산을 염두에 둔 투자입니다. CXMT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웨이 등 중국 내 주요 AI 칩 설계 기업에 HBM3 시제품을 제공했다고 밝히며, 단계적인 양산을 추진 중입니다. 또 2027년까지 HBM3E 양산을 목표로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초기 단계인 만큼 수율과 생산 안정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여전히 큽니다. AI발 메모리 대란은 CXMT의 공격적인 증설 전략이 치명적인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크게 낮춰주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제재 역시 역설적으로 중국 내 국산 메모리 채택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AI 산업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다시 소수 업체 중심의 과점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메모리 생산 설비 증설은 다시 한번 메모리 가격 급락과 치킨 게임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이 오면 이미 막대한 현금 흐름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버틸 수 있겠지만, 후발주자인 CXMT는 생존의 기로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첨단 공정 장비에 대한 수입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미세 공정 전환에서의 한계 역시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최첨단 공정과 고부가 메모리 제품에 집중한 선두 업체들은 치킨 게임 국면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수익을 유지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는 후발 업체들은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D램 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졌고, 현재의 3강 체제가 형성되었습니다. CXMT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4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치킨 게임 희생양으로 남을지는 앞으로 몇 년이 결정할 것입니다. AI라는 일시적 순풍을 넘어, 기술과 수익성이라는 본질적인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CXMT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AI 메모리 대란으로 폭풍 성장…중국 CXMT는 메모리 4강 안착할까? [고든 정의 TECH+]

    AI 메모리 대란으로 폭풍 성장…중국 CXMT는 메모리 4강 안착할까? [고든 정의 TECH+]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반도체, 특히 메모리 자급을 국가 전략 과제로 설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그러나 성과는 제한적이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지 오래되었고, 신규 팹 건설에는 천문학적인 자본과 축적된 공정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칭화 유니 그룹은 자금난으로 붕괴되었고, 푸젠 진화는 미국의 제재로 사업이 중단되었으며, 우한 홍신은 사기 사건으로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러한 실패의 연속 속에서 드물게 생존에 성공한 기업이 등장했습니다. 2019년 허페이에서 DDR4 메모리 양산에 돌입한 창신 메모리(CXMT)입니다. CXMT는 중국 최초로 의미 있는 수준의 D램 양산에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CXMT는 설립 초기, 파산한 독일 메모리 기업 키몬다(Qimonda)로부터 다수의 D램 관련 특허를 정식으로 인수하며 기술적 기반을 다졌습니다. 이를 통해 제재 리스크를 줄이는 동시에 자체 공정 역량을 축적해 왔습니다. 다만 성장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한국 반도체 인력 유출 논란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관련자 일부가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CXMT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XMT의 기술적 진전은 분명합니다. 2019년 DDR4 양산을 시작으로 2024년에는 DDR5와 LPDDR5 양산에 성공했습니다. 허페이에 위치한 두 개의 팹을 중심으로 월 약 16만 장 수준의 웨이퍼 처리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베이징 경제 기술 개발구 이좡(Yizhuang)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CXMT 베이징 법인 명의로 신규 생산 거점을 구축 중입니다. 베이징 팹의 구체적인 생산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현재 가동 중인 1단계 팹에서 월 5만~10만 장 수준, 향후 2단계에서 두 번째 팹이 완공될 경우 월 15만 장 이상의 생산 능력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현재 목표인 월 30만 장 규모의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입니다. 이곳에서는 15nm~17nm급 공정을 중심으로 DDR5와 LPDDR5X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CXMT는 2025년 하반기 기준, 8000Mbps 속도의 DDR5와 1만 667Mbps 속도의 LPDDR5X 양산에 진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DDR5 양산 수율이 80%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회사 측 발표와 일부 업계 추정에 근거한 수치로 외부에서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자료는 제한적입니다. CXMT는 현재 상장을 앞둔 비상장 기업이라 공시한 내용 자체가 별로 없습니다. 또 중국 기업 특유의 비공개 경영 문화로 인해 세부적인 정보 파악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확실한 점은 현재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이 약 5% 내외로 추정되며, 아직 ‘안정적인 4위 업체’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점입니다. 다만 최근의 AI발 메모리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 국면은 CXMT에 매우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30일, CXMT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STAR 마켓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2025년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고 밝혔습니다.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누적 매출은 570억 위안, 누적 순손실은 408.6억 위안에 달했지만, 지난해 한 해 매출은 550억~580억 위안, 순이익은 20억~35억 위안으로 전망했습니다.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메모리 가격 상승이 수익성 개선의 핵심 배경입니다. CXMT의 주요 고객은 레노버, 화웨이, 알리바바 등 중국 내 기업들입니다.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속에서 국산 메모리 채택이 확대되며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메모리 공급 부족이 겹치면서, 중국 외 기업들 사이에서도 CXMT 제품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현재의 가격 환경이 유지된다면 올해는 수익성과 고객 기반 모두 대폭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CXMT는 이번 상장을 통해 약 6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조달 자금은 베이징 팹 2 증설과 올해 착공에 들어간 상하이 신규 팹 및 패키징 시설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미국의 제재로 ASML이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등 서방 장비 도입이 제한되면서, 베이징 팹은 중국산 노광·식각·증착 장비를 실제 양산에 적용하는 ‘시험장’ 성격을 띠는 만큼 실제 양산 및 수율이 얼마 정도 될 것인가가 업계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하이 패키징 시설은 메모리 후공정, 특히 HBM 메모리 생산을 염두에 둔 투자입니다. CXMT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화웨이 등 중국 내 주요 AI 칩 설계 기업에 HBM3 시제품을 제공했다고 밝히며, 단계적인 양산을 추진 중입니다. 또 2027년까지 HBM3E 양산을 목표로 선두 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습니다. 다만 초기 단계인 만큼 수율과 생산 안정성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여전히 큽니다. AI발 메모리 대란은 CXMT의 공격적인 증설 전략이 치명적인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크게 낮춰주었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대중 제재 역시 역설적으로 중국 내 국산 메모리 채택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AI 산업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투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하면, 시장은 다시 소수 업체 중심의 과점 구조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메모리 생산 설비 증설은 다시 한번 메모리 가격 급락과 치킨 게임을 촉발할 수 있습니다. 그 시점이 오면 이미 막대한 현금 흐름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버틸 수 있겠지만, 후발주자인 CXMT는 생존의 기로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첨단 공정 장비에 대한 수입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미세 공정 전환에서의 한계 역시 본격적으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수익성이 높은 최첨단 공정과 고부가 메모리 제품에 집중한 선두 업체들은 치킨 게임 국면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수익을 유지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는 후발 업체들은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수많은 D램 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졌고, 현재의 3강 체제가 형성되었습니다. CXMT가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4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치킨 게임 희생양으로 남을지는 앞으로 몇 년이 결정할 것입니다. AI라는 일시적 순풍을 넘어, 기술과 수익성이라는 본질적인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CXMT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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