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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공공도서관 대출 1위는…한강 ‘소년이 온다’

    지난해 공공도서관 대출 1위는…한강 ‘소년이 온다’

    지난해 전국 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여한 책은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였다. 국립중앙도서관이 1일 발표한 공공도서관 1583곳의 2025년 도서 대출 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문학 부문 ‘소년이 온다’의 연간 대출 건수는 총 6만 504건이었다. 비문학 부문 1위인 강용수의 ‘마흔에 읽은 쇼펜하우어’(2만 1839건)보다 대출 건수가 훨씬 많았다. 이어 ‘채식주의자’가 문학 부문 2위(5만 8272건), ‘작별하지 않는다’ 3위(4만 6387건), ‘흰’은 7위(3만 1829건)에 오르는 등 한강 작가 작품 대부분이 대출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해 공공도서관 전체 대출 건수는 1억 3854만 5845건으로, 2024년에 견줘 3.6% 증가했다. 특히 한국 문학은 전체 대출량의 25%에 달했다. 이 같은 한국 문학 강세 속에서 1998년 출간된 양귀자 작가의 ‘모순’이 대출량 기준으로 6위에 오르기도 했다. 비문학 분야에서는 경제·금융, 가정·건강, 심리 등을 주제로 한 책의 이용자가 많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을 다룬 실무형 책도 주목받았다. 월별로는 8월, 연령별로는 40대 이용률이 높았다.
  • 101층 빌딩 ‘맨몸 등반’ 근육질男 “고기 안 먹는다”

    101층 빌딩 ‘맨몸 등반’ 근육질男 “고기 안 먹는다”

    아무런 안전 장비 없이 맨몸으로 등반하는 미국의 ‘프리 솔로’ 암벽등반가 알렉스 호놀드(40)가 세계 2위 높이의 마천루인 대만 ‘타이베이 101’ 등반에 성공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그가 10년이 넘는 기간 채식주의자로서 고기를 거의 섭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호놀드는 수년 전부터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신을 ‘유연한 채식주의자’라고 소개해왔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음식을 섭취하며 종종 생선도 먹지만, 대부분 곡류와 채소 위주의 식단을 지켜왔다고 그는 설명한다. 등반을 위해 가벼운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점, 최소한의 먹거리만 가지고 암벽을 올라야 하는 특성 등이 그가 채식주의자가 된 배경이다. 특히 자연 속에서 활동하면서 갖게 된 환경에 대한 고민이 그를 채식주의로 이끌었다. 환경 관련 재단을 이끄는 그는 최근 잡지 ‘지큐’와의 인터뷰에서 “(육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나 스스로 ‘탄소 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혔다. 암벽 등반가에게는 상당한 근육량이 요구된다. 호놀드 또한 등반하는 모습을 보면 근육이 탄탄한 팔과 어깨, 다리 등이 눈에 띈다. 이러한 근육량이 고기를 섭취하지 않은 채 유지되는 비결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그는 “단백질 파우더 같은 제품을 먹기는 하지만, 시금치와 같은 채소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한다”면서 “암벽 등반가에게는 보디빌더 같은 근육 보다 손가락의 힘으로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세계를 탐험하며 많은 농부를 만났는데, 그들이 쌀과 채소를 주로 먹으면서 날씬하고 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을 봤다”면서 “우리는 이미 채소 등을 통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고 있으며, 강해지기 위해 매일 일정량의 단백질을 더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의 식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탄수화물과 채소, 과일이다. 그는 “끼니마다 채소를 먹으며, 항상 똑같은 식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면서 “최대한 다양한 채소를 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식단과 요리법을 공개했다. 그가 암벽 등반을 갈 때는 아침 식사로 스무디를 마시는데, 시금치와 바나나, 아보카도, 견과류, 식물성 단백질 파우더 등을 섞어 600~800㎉에 달하는 높은 열량을 공급하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등반을 마친 뒤에는 채소를 듬뿍 넣은 파스타로 에너지를 보충한다. 시금치와 피망, 양파, 애호박, 아보카도 등을 넣은 파스타를 통해 풍부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이를 통해 지친 몸을 회복한다고 설명했다. 알렉스 호놀드는 2017년 높이 975m에 달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 엘 캐피탄 절벽을 3시간 56분 만에 맨몸으로 등반하는 데 성공했다. 그 외에도 남극과 그린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도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신재생 에너지와 관련된 비영리 단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높이 509m(101층)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부르즈 할리파(828m)에 이은 세계 2위 마천루인 대만 ‘타이베이 101’를 맨몸으로 등반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도전은 넷플릭스가 ‘마천루 라이브’라는 방송을 통해 생중계했다. 그는 로프 등 아무런 안전 장비 없이 타이베이 101을 지상에서부터 맨몸으로 올라 불과 91분 만에 정상에 도달했다.
  •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 남성 본위에 맞선 여자들의 이야기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 남성 본위에 맞선 여자들의 이야기

    “당신이 세상을 다시 만든다면, 다시 여자와 남자를 창조한다면, 경험 없는 풋내기 도공처럼 하지 마세요. 여자로서 지상에 내려와 보세요, 프라부(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단편소설집 ‘하트 램프’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언뜻 절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옷소매 걷어붙이고 쏟아내는 거친 댓거리나 비난, 야유처럼 와닿기도 한다. 총 12편의 단편소설 속에 수많은 명문이 담겨있지만 이 책의 성격을 무엇보다 간명하게 드러내는 건 바로 이 문장이지 싶다. 핍진한 여성서사를 신파조가 아닌, 잔인할 정도의 솔직한 유머로 그려낸다는 것 말이다. ‘하트 램프’는 지난해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다. 관례를 깨고 장편이 아닌 단편소설집에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듣도 보도 못한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공용어인 칸나다어로 쓴 걸 영어로 옮겼다는 것도 화제였다. 따지고 보면 2024년에 우리 한강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긴 ‘채식주의자’ 역시 한글로 쓴 첫 사례다. 책의 무대는 인도 남부의 가부장적 이슬람 공동체다. 여기 여성들은 ‘나’로서 주체적인 삶보다 딸, 아내, 며느리, 어머니 등의 전통적이고 고루한 역할만 강요받는다.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에 억압과 소외로 점철된 이곳 여성의 일상을 풍자적이면서도 신중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작가 바누 무슈타크(83)는 소설가이자 변호사, 활동가이기도 하다. 1970~80년대엔 인도 남부의 저항 문학 운동 ‘반다야 사히티야’의 핵심 여성 작가였다. 그는 법정에서 여성의 현실을 목격했고, 거리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소설 속 서사는 허구지만, 그 속에 현실의 뼈대가 단단하게 자리한 이유다. 책에 담긴 열두 편의 단편은 저자가 33년 동안 쓴 50여 작품 중 일부다. 이를 선별해 재구성한 이는 인도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디파 바스티다. 그러니까 바누 무슈타크가 작곡하고 디파 바스티가 편곡한 여자들의 노래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 같다. ‘하트 램프’는 중의적 표현이라 여겨진다. 등불처럼 빛나는 회복력과 의지, 연대 의식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속 여자들은 거대한 변혁을 시도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건네며, 마음의 등불을 지켜낸다.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인간 경험이라는 태피스트리(직물 공예)에서 한 올 한 올의 실은 그 직물 전체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며 “이 책은 어떤 이야기도 결코 작지 않다는 믿음에서 태어났다”고 역설했다.
  • ‘재산 23조’ CEO 정자 받겠다는 여성들…“고학력·미혼” 줄섰다

    ‘재산 23조’ CEO 정자 받겠다는 여성들…“고학력·미혼” 줄섰다

    러시아 출신 억만장자이자 텔레그램 창업자인 파벨 두로프(41)는 정자 기증을 통해 전 세계에 100명이 넘는 생물학적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두로프의 선택이 생식 윤리와 기술의 경계를 넓히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두로프가 2010년쯤부터 정자 기증을 시작해 현재 최소 12개국에서 100명 이상의 자녀가 태어났다고 보도했다. 두로프는 공식적으로는 세 명의 여성 사이에서 6명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로프는 지난해 7월 텔레그램을 통해 “건강한 정자 부족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기증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현재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난임 병원에 자신의 냉동 정자가 보관돼 있다. 두로프는 지난 6월 프랑스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연 임신으로 태어난 아이들과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 사이에 차별은 없다”며 모든 생물학적 자녀에게 유산을 동등하게 상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과학자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서는 “DNA 공유가 확인된다면, 내가 사망한 뒤 유산의 일부를 받을 자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상속 시점은 2055년 이후, 각 자녀가 만 30세가 된 뒤로 제한했다. 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두로프의 재산은 약 170억 달러(약 23조~25조원)로, 대부분 텔레그램의 기업가치에 기반한 것이다. WSJ은 두로프의 광범위한 정자 기증이 생식 윤리와 기술의 경계를 넓히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유전자 검사와 유전자 편집을 통해 원하는 특성을 지닌 아이를 갖고자 하는 일부의 욕구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두로프는 자신의 정자 기증을 건강한 정자 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다른 남성들의 참여를 장려하기 위한 행위라고 설명해왔다. 여성들이 자신의 ‘고품질 유전자’를 원한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두로프의 정자 기증 소개에는 “난 채식주의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한다. 영어, 페르시아어, 라틴어 등 9개 외국어를 구사한다”고 나와 있다. 두로프의 냉동 정자가 보관된 러시아의 한 난임 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유명 기업가이자 성공한 사업가인 파벨 두로프의 정자를 사용한 체외수정(IVF)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한 의사는 WSJ에 “두로프의 정자를 받기 위해 찾아온 여성들은 외모와 교육 수준이 높고 건강 상태도 우수했다”며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모두 미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특정 유형의 남성 아이를 원했고, 그런 유형의 아버지를 ‘올바른 유형’으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 英 부커상에 솔로이의 소설 ‘플레시’

    英 부커상에 솔로이의 소설 ‘플레시’

    ‘문학계의 오스카’로 불리는 영국 최고 권위의 부커상이 헝가리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51)의 ‘플레시’(flesh·살)에 돌아갔다. 부커상 심사위원단은 10일(현지시간)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한 헝가리 남성의 유년기부터 노년까지의 인생 여정을 담은 소설 ‘플레시’에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솔로이는 헝가리인 아버지와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자랐고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뒤 금융 관련 광고 영업을 했다. 당시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2008년 첫 소설 ‘런던과 남동부’를 썼으며 수상작 ‘플레시’는 그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출간된 영어 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부커상 수상자에게는 5만 파운드(약 96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강 작가는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어 번역 소설에 주는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에는 한국계 수전 최(56)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손전등)도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폐허에서 무한으로]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폐허에서 무한으로]

    편집자 주 망각忘却은 모든 문장의 운명입니다. 오래된 책은 잊힌 문장으로 가득한 폐허廢墟이지요. 책을 읽는다는 건 무엇일까요. 폐허에서 무한無限을 찾는 것 아닐까요. 먼 옛날에 쓰인 문장을 가지고 와 이어 써보려고 합니다. 저의 심폐소생으로 책이 부활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의 글 역시 결국 무로 돌아갈 것이기에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온라인으로 연재하는 이 시리즈는 기사도 소설도 아니고 시는 더더욱 아닙니다. 옛날과 오늘날을, 필자의 짧은 상상력으로 접붙이는 에세이 정도로 가볍게 읽고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신 독자에게 문운文運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6. 사랑에서 사랑으로: 헤겔, 앤 카슨, 이병률, 신이인, 토니 모리슨 “사랑은 모든 대립을 배제한다.”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어떤 단어는 ‘공간’이 됩니다. ‘사랑’이 그렇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원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사랑이 다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신의 사랑과 인간의 사랑이 다르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도 각기 다릅니다. 연인과의 사랑, 친구와의 사랑도 같지 않고 반려동물을 향한 사랑 역시 또 다른 차원에 있습니다. 이 모든 걸 우리는 사랑이라고 합니다. ‘다르게’ 불러야 할까요. 그러자고 주장하는 이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있나요. 헤겔의 말마따나 사랑은 ‘대립을 배제’하는 것인데요. 저 다양한 사랑을 그저 ‘사랑’이라는 단어의 공간으로 불러들이면 될 일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사랑입니다. 이 공간에 어떻게 ‘입장’하셨는지요. 당신의 머릿속에 있는 사랑은 무엇인지요. 무엇이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저 사랑함으로써, 사랑 안에서 어우러지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 무엇도 사랑이 될 수 있고, 또 사랑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그 무엇도 할 수 있습니다. 짧지만 이 글은 제 나름대로 ‘사랑의 역사’를 써보려고 합니다. ‘정확하고 적절한’ 서술은 불가능할 겁니다. 그러고 싶지도 않고요. 제가 읽은 시와 소설과 철학에서 정의하는 사랑을 건져 올릴 것입니다. 그리고 맞붙여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면 사랑이 무엇인지 모습을 드러낼까요. 글쎄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은 없겠습니다. 그것 역시 사랑의 한 모습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사적인 사랑의 역사, 저는 헤겔에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여기에는 다소 내밀한 이야기가 있는데, 잠시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학부생 시절 ‘사회사상’이라는 수업을 들은 적 있습니다. 사회학과 전공 수업으로 서구의 사회 사상사를 개론 차원에서 풀어주는 내용이었죠. 제 전공이 사회학은 아닙니다만, 제목에 매료돼 겁도 없이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난했는데, 중간고사 이후 올 것이 오더군요. 바로 헤겔이었습니다. 교수님은 다음 시간까지 헤겔의 ‘법철학’을 읽어오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전체는 아니고 부분만요. 100쪽 남짓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정말 한 단어,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검은 건 글자요, 흰 것은 종이라. 그래도 문학청년이랍시고 이런저런 책을 들춰봤는데도, 사정은 처참했습니다. 심지어 독일어 원문도 아니었고 한국어 번역본이었는데도, 헤겔의 문장은 외국어나 다름없었습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강의실로 들어갔습니다. 슬쩍 눈치를 보니 당황한 건 저뿐만은 아니었던 듯합니다. 교수님도 이를 간파하시더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던가요?” 물으셨습니다. 다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교수님은 헤겔이 법철학에서 한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셨습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아니, 이런 문장이 있었나. 혈기 왕성했던 대학생의 눈에 이 질문은 강력한 매혹이었습니다. 법철학의 내용은 지금도 어렴풋합니다. 이 질문만 뚜렷이 남아있습니다. 난해하고 어려운 철학자 헤겔은 그렇게 저에게는 ‘사랑의 철학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머리가 조금 더 크고 더 공부해 보니 제 ‘편견’은 그리 틀리진 않았던 듯합니다. 헤겔은 이곳저곳에서 사랑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철학사상 가장 난해하다고 평가되는 ‘정신현상학’뿐만 아니라 여러 글과 책을 통해 ‘사랑’을 정의하고자 노력합니다. “사랑은 모든 대립을 배제한다”는 저 말은 ‘청년 헤겔의 신학론집’(그린비)에 실린 단편 ‘사랑’(Die Liebe)에서 가지고 온 문장입니다. 사랑에 관한 헤겔의 또 다른 정의를 보겠습니다. 저를 골치 아프게 했던 그 ‘법철학’에서 그는 사랑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나와 타자 사이에 통일이 이뤄져 있다는 의식을 뜻한다. 여기서 나는 고립돼 있는 게 아니라 나와 타자, 타자와 나의 통일을 자각함으로써 나의 자기의식을 획득한다.”(헤겔, ‘법철학’) 단어들이 조금 어렵지만 찬찬히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금 멋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렇습니다. 사랑은 대립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 나와 타자의 ‘통일’을 찾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사랑은 모든 ‘사회적인 것’의 기초가 됩니다. 나와 타자가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분리돼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회’라는 것이 성립할 수 있을까요. ‘사회사상’에서 헤겔과 ‘법철학’을 다뤄야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와 타자 사이의 통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론을 가지고 와 보겠습니다. “에로스는 경계의 문제다. … 손을 뻗음과 붙잡음 사이, 시선과 응답하는 시선 사이, ‘나는 널 사랑해’와 ‘나도 널 사랑해’ 사이의 간격 속에서 욕망의 부재하는 현존이 활기를 띤다. 하지만 시간과 시선과 ‘나는 널 사랑해’의 경계는 에로스를 창조하는 불가피한 주요 경계, 즉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육체 및 자아의 경계의 여파에 불과하다. 그리고 불쑥 내가 그 경계를 해체하려 하는 순간에만 나는 내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깨닫는다.”(앤 카슨, ‘에로스, 달콤씁쓸한’) 시인 앤 카슨은 자신의 박사논문을 아름다운 에세이로 개작했습니다. 황유원 시인의 번역으로 국내에도 출간된 ‘에로스, 달콤씁쓸함’(난다)은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한 이라면 꼭 들춰봐야 할 책입니다. 카슨의 책은 아주 유려하면서도 치밀합니다. 에로스는 주지하듯 사랑을 의미하는 명사입니다. 명사는 어떤 대상의 이름을 고정하는 것이지요.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랑은 과연 고정될 수 있는 것일까요. 달콤했다가 씁쓸하기도 하고, 둘 사이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입니다. 무한한 진동입니다. 카슨은 에로스가 ‘경계’의 문제라는 걸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죠. ‘나’와 ‘너’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헤겔은 사랑을 ‘나’와 ‘타자’ 사이의 통일이라고 봤습니다만, 카슨은 여기에 반대합니다. ‘불쑥 내가 그 경계를 해체하려 하는 순간에 나는 내가 절대 그럴 수 없음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이는 ‘나’와 ‘너’가 완벽히 하나가 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주장하고 유지합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닦달하죠. 왜 ‘나’가 되어주지 못하냐고. ‘나’를 없애지 못합니다. ‘너’로 나아갔다가 끊임없이 ‘나’로 되돌아오는 경험. 모두 해본 적 있을 겁니다. ‘내’가 사라지지 않는 한 ‘나’와 ‘타자’와의 통일은 불가능한 욕망입니다. 사랑은 그래서 슬픈 것입니다. ‘하나됨’과 ‘하나되지 못함’. 우리의 사랑은 둘 사이에서 무한히 진동합니다. 우리는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요. 탁월한 비평가였던 롤랑 바르트는 여기에 의미 있는 통찰을 전하고 있습니다. 실연의 아픔을 철학적으로 묵상하고 싶은 분이라면 바르트의 책 ‘사랑의 단상’(동문선)을 꼭 읽어보길 권유합니다. 그의 강연을 묶은 글인데, 그만큼 파편적인 단편들이 많습니다. 그중에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바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취소(ANNULATION).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 자체에 무게에 짓눌려 사랑의 대상을 취소하게 되는 언어의 폭발. 사랑의 고유한 변태성에 의해, 주체가 사랑하는 것은 사랑 그 자체이지 대상이 아니다.”(바르트, ‘사랑의 단상’) 인간은 누구나 사랑하기에 모두에게 해당하는 질문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어떤 ‘대상’입니까, 아니면 그 대상을 사랑하고 있는 ‘나’입니까. 사랑하면서 ‘나’를 버릴 수 있습니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나’를 ‘대상’에게 투영하고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봅니다. 그것 역시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지만…. 글쎄요. 그렇게 부르기가 왜인지 꺼려집니다. 이렇듯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율배반에 짓눌립니다. 사랑은 좋기만 한 것이 전혀 아닙니다. 대단히 슬프고 위험한 것이기도 하죠. 사랑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러 폭력을 생각해 봅니다. “사랑해서 그랬다”는 그들의 변명을 어떻게 들어줘야 할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악동뮤지션’ 이찬혁은 ‘멸종위기사랑’을 노래했습니다. 한 사람당 하나의 사랑만 있었다죠. 하나뿐인 나의 사랑,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내 안에 있는 어떤 것. 사랑하기도 사랑받기도 쉽지 않은 시대, 타인을 향한 문을 닫아버린 시대. 그렇게 사랑이 점점 자취를 감춰가는 가운데 그 흔적을 뒤쫓는 사내가 있습니다. 시인 이병률은 그 흔적을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유리창 바깥쪽 면이었다누구를 들여다보려 했을까무엇을 말하려다 무심결에 이마가 닿은 걸까안쪽 세상으로 밀어놓지 못한 자국은그로부터 한참이 지나도 닦인 적 없이 명료하게 굳어 있다거리가 어두워지면 안에서 옅은 불빛이 새어 나오는데그때마다 이마 자국은 더 선명해진다…이마 자국 안쪽에는혼자 무슨 말인가를 내뱉는 영혼의 모든 일이그 안을 휘젓고 있을지 모른다가끔 차량의 걸걸한 불빛들이 스쳐 지나면서몇 번이고 이마 자국이 드러나는 아주 깊은 시각나는 그 이마에 내 이마를 겹쳐보았다이마를 정확히 그 자리에 마주 대야만안쪽의 무언가가 잘 보일 거라는 절대적인 확신을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이병률, ‘어느 가게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문학과지성사)에 실린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머릿속에 싱싱한 파란이 일었습니다. 유리에 찍힌 이마 자국, 그것은 피부의 개기름과 화장품과 로션 같은 것이 섞인 무언가일 겁니다. 지저분하죠. 가게가 깨끗하게 보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닦아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걸 닦아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지저분한 자국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그저 이마를 한 번 대보는 사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을 ‘기울여야’ 할 테죠. 사랑이 통일인지, 경계인지, 구분인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기울임’ 안에 사랑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랑은 기우는 것입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화가가 되지 못했네 수의사도 되지 못했고 연극배우도 부유한 젊은 사업가도 되지 못했다 사랑해서 절절 울었던 고양이의 주인도 되지 못했고 채식주의자도 웃긴 사람도 아빠를 따라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도 될 수 없었지당신은 무엇도 아닌 나를 매만져 책상도 없는 방 천장에 붙여두었다 자기 전까지 눈 뜨고 볼 수 있는 야광 스티커였다 그건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지만 한번씩 상상해본 신의 자세를 흉내내어 팔을 벌리고 말하기도 했다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무 말이나 해도 당신은 그걸 다 받아 적고 외우고 기억했다 즐거워 했다 그럴수록 나는 매일 조금씩 더 커졌다끝내 방이 좁고 힘겨워져 더 견딜 수 없겠다고 판단했을 때 천장에서 내려와 문밖으로 걸어나가니 세상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우주처럼 컸다 그리고 미친 것처럼 밝았다 어둠은 없었고 나는 두 번 다시 빛나지 않았다신이인 ‘기어코 난’ “나의 사랑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성경 아가서 2장 10절. 저 문장이 끝까지 저를 붙들고 있습니다. 신이인 시인의 시집 ‘나 외계인이 될지도 몰라’에 실린 시입니다. 성경에서도 아가서는 매우 독특한 위상을 지닙니다. 두 남녀 사이의 아주 농밀한 사랑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성(聖)스러운 책에 어째서 성(性)스러운 이야기가 들어있을까요. 어쩌면 인간은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신적인 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시에서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신의 흉내’죠. 신이 아니면 어떤가요. 신의 사랑을 따라 해 보는 것 정도는 괜찮을 겁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시작된 사랑은 신(神), 무한 그 자체가 됩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두 번 다시 빛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무한해진 나의 밝음, 사랑으로 세상을 밝혔으니까요. 사랑과 관련한 문장들을 떠오르는 대로 적어봤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사랑이 무엇인지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글을 시작하며 밝혔듯, 사랑이 무엇인지 정확히 해명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러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할 일은 그저 사랑의 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뿐입니다. 이런 사랑도 있다고, 저런 사랑도 있다고 알려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다 누군가를 만날 수도 있겠고, 헤어질 수도 있겠습니다. 그것은 모두 우연의 소관입니다.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은 흑인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1993년)을 받은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입니다. 미국 남북전쟁 이후를 배경으로 흑인 노예제가 엄존하던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소설에서는 도망치는 노예를 추적하는 일당과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하는 이를 죽여야 하는 삶의 모순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빌러비드’라고만 보면 잘 안 보이는데, 영어 원제는 ‘Beloved’입니다. 자세히 보면 ‘러브’(Love)가 보이죠. ‘사랑을 받는 자’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겁니다. 다시 한번, 사랑을 받는 일은 물론이고 사랑을 주는 것조차 어렵고 힘든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리슨은 말합니다. 이런 세상에서도 우리는 사랑해야 한다고요. 그의 인터뷰를 담은 책 ‘토니 모리슨의 말’(마음산책)에서 가지고 온 문장으로 글을 마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떠한 결론도 아닙니다. “사랑이 없이 산다는 것은 재미도 없고 위험도 없어요.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삶이죠. 사랑은 살고 싶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삶을 당당한 것, 당당한 사건으로 만들어 줍니다.”(토니 모리슨)
  • “말차 마시고 탈모” 해외 SNS서 화제… 전문가 의견은

    “말차 마시고 탈모” 해외 SNS서 화제… 전문가 의견은

    커피보다 건강하다며 매일 말차 라떼를 마시던 여성들이 틱톡과 엑스에 “말차를 마시고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웰빙 음료로 각광받던 말차가 왜 갑자기 탈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걸까. 전문가들은 “특정 조건의 사람들에게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포스트와 엘르, 보그 등은 6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말차와 탈모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빈혈 있는 사람은 말차 섭취 주의 노스웰 헌팅턴 병원의 영양사 스테파니 쉬프는 “말차 섭취 후 탈모가 발생한다면, 말차 자체보다는 차에 포함된 타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타닌은 항산화 특성을 지닌 식물성 화합물이지만, 철분과 결합해 체내 철분 흡수를 방해한다. 인체는 철분을 스스로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이나 보충제로 섭취해야 하는데, 타닌이 이를 막으면서 철분 결핍으로 이어지고, 결국 탈모가 발생하는 것이다. 카페인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말차 한 잔(1~2g)에는 일반 녹차보다 훨씬 많은 8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영약학자 에이미 샤피로는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켜 일부 사람에게 일시적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평균적인 사람이 하루 1~2회 말차를 마시는 것은 탈모 위험이 낮다고 본다. 다만 철분 부족이나 빈혈을 앓고 있는 사람, 월경량이 많은 여성, 특정 위장질환이 있는 사람, 철분 섭취가 부족한 채식주의자는 주의해야 한다. 샤피로는 “매일 엄청난 양의 말차를 섭취하거나 농축된 녹차 추출물 보충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탈모 위험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며 “탈모가 걱정된다면 추측하기보다 철분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말차 마시면서 머리카락 지키는 법 그러면서 철분 수치가 낮다면 시금치, 흰콩, 두부 같은 철분 함량이 높은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기 전후나 식사 중에는 말차를 마시지 말라고 조언했다. 동물성 철분은 흡수율이 높아 말차와 함께 섭취해도 괜찮다. 또한 식물성 철분 식품을 먹을 때 비타민C가 풍부한 감귤류, 피망, 딸기, 브뤼셀 콩나물 등과 함께 섭취할 것을 권장했다. 비타민C가 타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방받지 않은 고농축 녹차 추출물이나 보충제는 피해야 한다. 이런 제품들은 일반 차보다 부작용 위험이 훨씬 높다. 일부 사람들은 말차를 마시면 메스꺼움이나 소화불량을 경험한다. 이 역시 타닌 때문이다.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불면증, 불안감, 심계항진,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 드물지만 녹차를 과도하게 마시면 간 효소 수치가 상승하고 간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항산화 물질 EGCG의 고농축 때문인데, 특히 농축 녹차 추출물 보충제를 공복에 복용할 때 위험이 크다. 황달, 메스꺼움,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개 회복 가능하다. “혈당 수치 낮추고 식욕 감소” 효과 샤피로는 “말차는 녹차 잎 전체를 섭취하기 때문에 녹차 섭취 방법 중 가장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말차에는 졸음 없이 이완을 촉진하는 L-테아닌이 함유돼 있어 커피처럼 불안감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정신적 각성 효과를 높인다. EGCG 함량은 녹차보다 3배 이상 높아 활성산소를 중화하고 심장질환 같은 만성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말차는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며, 일부 연구에서는 식욕을 감소시키고 신진대사를 높여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샤피로는 “탈모가 발생하면 갑상선 문제, 스트레스, 약물 등 다른 일반적인 원인도 검사해볼 것”을 권하며 “말차는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 대선 코앞 ‘카톡 검열’ 현수막 내건 보수단체 대표, 검찰 송치

    대선 코앞 ‘카톡 검열’ 현수막 내건 보수단체 대표, 검찰 송치

    지난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두고 고등학교 인근에 “카카오톡 검열” 등 정치적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한 보수 성향 단체 대표가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시민단체 ‘보건학문&인권연구소’ 대표 김모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대선을 이틀 앞둔 6월 1일 서울 시내 고등학교 200여곳 정문 인근에 ‘카톡·인스타 검열 “내 말 막지 마세요.” 그 시작은 첫 투표에서.’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건 혐의를 받는다. ‘일반 시민도 카톡 등 소셜미디어(SNS)에서 12·3 비상계엄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하면 고발하겠다’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방침을 ‘카톡 검열’에 빗대 비판하는 취지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12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현수막 등 광고물 설치는 금지된다. 반드시 정당명이나 인명이 아니더라도 이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간주한다. 경찰은 지난 8월 김씨 사무실과 집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을 확보하고 김씨를 상대로 피의자 조사 등을 이어왔다. 한편 김 대표가 이끄는 단체는 댓글 조작 의혹으로 경찰이 수사 중인 ‘리박스쿨’ 등과 함께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등을 청소년 유해 도서로 규정하고 학교 도서관을 중심으로 유해도서 폐기 운동 등을 벌여왔다.
  • 겨울철되니 코 훌쩍…日 영양사 추천한 면역력 강화 과일 5가지는?

    겨울철되니 코 훌쩍…日 영양사 추천한 면역력 강화 과일 5가지는?

    일본의 한 영양사가 어릴 때부터 과일을 즐겨 먹으며 건강을 지켜온 비결을 공개했다. 사과, 감귤류, 베리류, 감, 무화과 등 5가지 과일을 매일 섭취하면 면역력을 높이고 장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국 CNBC는 1일(현지시간) 일본 나라 지역에서 자란 영양사 미치코 토미오카의 건강 비법을 소개했다. 토미오카는 과일 농장과 밭으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성장하며 딸기, 수박, 감, 무화과 등 제철 과일을 늘 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일은 계절의 일부이자 전통, 축하 행사, 심지어 약의 역할까지 했다”며 “영양사가 된 지금도 과일이 건강과 장수를 돕는 가장 강력한 도구 중 하나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1. 사과사과는 비타민C와 섬유질, 칼륨,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특히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를 모두 함유해 장 건강을 돕는다. 장 건강은 뇌 기능과 면역 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과는 항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한 사과 품종으로는 후지, 갈라, 허니크리스프, 그래니스미스 등이 있다. 다양한 품종을 시도하면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토미오카는 섬유질을 최대한 섭취하기 위해 사과를 껍질째 먹는다고 밝혔다. 샐러드에 사과 조각을 넣거나 수프에 활용하고, 직접 사과 소스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2. 감귤류오렌지, 유자, 레몬, 라임 등 감귤류 과일은 비타민C와 비타민A, 엽산이 풍부하다. 칼륨과 섬유질도 많이 들어있다. 플라보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 등 항산화 물질이 높아 세포를 보호하고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비타민C는 식물성 식품에서 철분 흡수를 돕는 역할도 한다. 채식주의자에게는 특히 중요한 영양소다. 주스보다는 과일을 통째로 먹는 게 좋다. 오렌지 주스는 섬유질이 부족하고 혈당을 급격히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껍질에도 엽산, 리보플라빈, 티아민, 칼슘이 많이 들어있어 버리지 않고 활용하면 좋다. 3. 베리류딸기, 블루베리, 블랙베리, 라즈베리, 크랜베리, 구기자 등 베리류는 칼로리는 낮지만 비타민과 섬유질, 안토시아닌 같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가득하다. 블루베리는 뇌와 심장 건강에 특히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구기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눈 건강을 돕는다. 제철에는 신선한 베리를 먹고, 냉동 유기농 베리는 스무디에 활용하면 좋다. 말린 구기자는 간식이나 토핑으로 훌륭하다. 4. 감감은 비타민A와 비타민C, 수용성과 불용성 섬유질, 칼륨이 풍부하다. 탄닌과 플라보노이드 같은 폴리페놀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감은 콜레스테롤과 혈압 조절을 돕고 눈과 피부 건강을 증진시킨다. 감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단감은 단단할 때 먹고, 떫은감은 완전히 익거나 말려서 먹어야 한다. 토미오카는 자신의 어머니가 늦가을 떫은감을 매달아 말렸다고 전했다. 말린 감은 간식으로 먹거나 일본 전통 과자인 ‘와가시’에 사용했다. 채소와 함께 조려 먹기도 했다. 감잎차는 항염증 효과가 있고 깊고 풍부한 흙 맛이 난다. 5. 무화과무화과는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해 여성 건강에 도움이 된다. 피신이라는 효소가 들어있어 단백질 소화를 돕는다. 따라서 식후 간식으로 제격이다. 콜레스테롤 조절과 염증 감소 효과도 있다. 신선한 무화과와 말린 무화과를 샐러드, 수프, 디저트, 잼에 활용할 수 있다. 무화과의 단맛은 말차나 다크 초콜릿과 잘 어울린다. 토미오카는 “모든 과일을 사랑하지만, 이 5가지는 늘 부엌에 준비해둔다”며 “건강하고 긴 삶을 위한 필수재”라고 강조했다.
  • “문학 역할은 비인간 존재 목소리 회복시키는 것”

    “문학 역할은 비인간 존재 목소리 회복시키는 것”

    “오늘날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이 인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탈피해야 합니다. 인간이 아닌 ‘비인간’의 목소리를 회복시키는 것이 오늘날 문학의 역할입니다.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보면 식물을 모티프로 삼고 있죠. 저도 여기에 동의하며 그런 문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올해 14회를 맞은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인도 출신의 작가 아미타브 고시(69)는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86년 ‘이성의 순환’을 발표한 고시는 이후 인도와 서구 문단에서 여러 문학상에 호명됐다. 인도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자주 거론된다. 고시의 방한은 2017년 이후 두 번째다. 그는 2000년 발표한 ‘유리 궁전’을 통해 정치권력이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탐색했다. 최근에는 생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며 환경 파괴와 기후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문학적, 철학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는 ‘유리 궁전’, ‘육두구의 저주’, ‘대혼란의 시대’ 등이 소개돼 있다. 고시는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은 지난 20년간 대중음악부터 문학까지 문화의 전 영역에 걸쳐 세계적인 리더가 됐으며 이것이 제가 이 상을 받은 게 특별히 자랑스러운 이유”라고 했다. 박경리문학상은 대하소설 ‘토지’ 등을 통해 민족의 수난과 아픔을 문학적으로 승화한 작가 박경리(1926~2008)의 뜻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제정된 국제문학상이다. 고시는 23일 시상식을 시작으로 25일 수상 작가와의 만남(박경리문학공원), 27일 서울대 강연 등을 통해 국내 독자와 만난다.
  • 200주년 맞은 태국 비건 축제…20~29일 푸껫 등 태국 전역서 진행

    200주년 맞은 태국 비건 축제…20~29일 푸껫 등 태국 전역서 진행

    전 세계 채식주의자들이 태국으로 집결한다. 태국관광청은 “20일~29일 푸껫을 비롯한 태국 주요 지역에서 태국 채식주의자 축제가 열린다”고 13일 전했다. 채식주의자 축제는 올해로 꼬박 200주년을 맞았다. 지난 1825년부터 시작돼 해마다 음력 9월에 진행된다. 특히 중국계 주민들은 10일 동안 채식을 하면서 마음을 깨끗이 하고 행운을 비는 행사를 갖는다. 주요 의식은 중국 사당이나 사원에서 진행된다. ‘마 송’으로 알려진 신도가 맨발로 숯불 위를 걷거나 칼날이 선 사다리를 오르는 등의 진기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축제 기간 불 위를 걸어가거나, 쇠꼬챙이 등으로 볼을 관통시키는 행위, 하얀 옷을 입고 몸을 자해하는 행위를 하는 등의 특이한 볼거리도 즐길 수 있다. 태국관광청은 “축제 참가자는 최소 3일 채식을 한다”며 “살생이나 동물성 음식을 먹는 행위는 금지된다”고 밝혔다.
  • [씨줄날줄] 노벨문학상과 출판

    [씨줄날줄] 노벨문학상과 출판

    중고등학교 시험문제 같아 민망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의 3대 요소’라면 작품·번역과 함께 출판을 꼽아야 한다. 아무리 작품이 좋아도 번역이 제대로 되지 않고 출판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국내용’에 머물 수밖에 없다. 1982년 수상자인 콜롬비아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1967년 아르헨티나 수르출판사가 ‘백년 동안의 고독’을 펴내면서 나라 밖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남미 문학이 세계 문학시장에서 급부상한 ‘라틴아메리카 붐’을 선도한 의미도 있다. 작품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됐는데, 영국 하퍼앤드로의 영어판이 호평받으며 노벨상 후보로 떠올랐다. 1994년 수상자인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와 이와나미출판사의 협업도 유명하다. 출판사가 그를 지속적으로 ‘문제적 작가’로 인상 지운 결과 프랑스 갈리마르를 비롯한 유럽 출판사들이 출간에 나섰다. 이후 ‘개인적인 체험’이 스웨덴에서도 번역되며 일찌감치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한림원의 주목을 받게 된다. 지난해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도 2015년 영국의 독립출판사 포르토벨로 북스에서 출간되며 이듬해 같은 나라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세계문학의 흐름을 출판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쉽지 않은 그의 작품은 국내에선 출판사 한 곳에서만 나왔다. 2018년 ‘사탄탱고’를 비롯한 6종이다. 내년에 한 권이 더 나올 것이라고 한다. 출판사 대표는 “어려울수록 버티려면 좋아하는 것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펴냈다”고 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작품집은 9월 한 달 40부 남짓 팔렸는데, 수상 소식 이후 하루 1800권이 나간다. 그럼에도 출판사는 “노벨상으로 주가가 높아지면 다른 작품 판권은 사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다. 이런 출판사의 존재가 우리 문화가 결코 척박하지만은 않음을 보여 주는 증거일 것이다.
  • 한강이 이룬 K문학 새 물결… 다양한 물길 터야 큰 강 흐른다[한강 노벨문학상 1년]

    한강이 이룬 K문학 새 물결… 다양한 물길 터야 큰 강 흐른다[한강 노벨문학상 1년]

    노벨상 수상 후 K문학 위상 높아져해외 판매·번역 요청 2배 넘게 뛰어해외 도서전·낭독회·강의까지 인기양적 팽창에도 저변은 여전히 미미시장성 넘어 다양성 고려 지원 필요 ‘변방의 언어’로 도달한,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취.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 속에 우뚝 선 지 다음달이면 꼭 1년이 된다. 한국에서 한국어로 문학을 창작하는 작가도 이제는 세계의 독자를 의식하며 글을 쓴다.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맞아 한국문학의 기회와 위기, 과제를 2회에 걸쳐 짚는다. 세계는 한국문학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한국문학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양적인 팽창’이 두드러지고 있다. 25일 한국문학번역원이 각 출판사를 통해 집계한 결과 지난해 해외에서 판매된 한국문학 책은 약 120만부로 전년(2023년) 52만부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효과가 본격화된 올해 판매 부수는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팔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번역해 달라는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올 상반기 번역원의 해외 출판사 번역지원 출판 사업에는 193건이 접수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160건)보다 20%나 늘어난 숫자다. 사업 등 공식적인 통로 외에도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는 의뢰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번역원 산하 번역아카데미 교수인 윤선미 번역가는 “해외 출판사들이 출간하고자 하는 책을 번역가에게 직접 의뢰하기도 하는데, 체감상 건수가 노벨상 수상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세계 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서구의 주요 문학상에 한국 작가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이제 그리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김혜순 시인의 ‘죽음의 자서전’은 지난 7월 한국인 최초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HKW) 국제문학상을 받았다. 이 시집을 독일어로 옮긴 박술 독일 힐데스하임대 철학과 교수는 “(노벨상 수상 이후 한국문학이) 아는 사람만 알던 상태에서 일반교양 수준으로 올라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며 “독일 현지에서 낭독회를 해 보면 한국에 대해 깊이 아는 독자가 요즘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번역원뿐만 아니라 대산문화재단의 지원도 한국문학이 전 세계에 소개될 수 있었던 힘이다. 데버라 스미스가 옮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죽음의 자서전’ 독일어판도 재단에서 번역을 후원했다. 올해는 이성복 시인의 ‘그 여름의 끝’ 영역본이 안톤 허의 번역으로 미국 문학 전문 출판사 크노프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세계 3대 SF문학상으로 꼽히는 미국 ‘필립 K 딕’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는 “콘텐츠를 넘어 언어와 역사, 문화 등으로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최근 15년 사이 전 세계 대학 수준에서 학과 설치나 강의 개설이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학문이 한국어, 한국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 북토크 현장을 다니는 작가들도 달라진 위상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독일, 일본, 러시아에서 해외 독자와 만난 오은 시인은 “독일에서는 아직 번역된 책이 없음에도 한 독일인이 다가와 한국어로 ‘팬이에요’라고 말해서 크게 놀랐다”고 했다. 한국문학 창작자를 실제로 만나고자 하는 해외 독자의 열망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해외에서 열리는 문학축제나 북토크 행사를 지원하는 번역원의 ‘해외교류 공모사업’에는 올 상반기 20개국에서 50건의 신청이 확정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9%나 늘었다. 한국문학의 매력에 빠져 번역가의 길을 택하는 학생도 크게 늘었다. 올해 1월 마감된 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야간과정 모집 인원수는 2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14명)보다 28%나 늘었다. 현재 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있는 프랑스인 한국문학 번역가 지망생 알리야 그타리는 “프랑스에서는 단편보다는 장편소설이 인기가 많고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같은 작품이 크게 주목받았던 것 같다”며 “한국어는 언어 자체가 참 매력적인데, 한국어만의 뉘앙스를 최대한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외 도서전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 5월 폴란드에서 열린 바르샤바 도서전의 주빈국은 한국이었다. 이 도서전에서 폴란드 출판계를 대상으로 기관사업 세미나가 열렸는데 일반 관람객까지 총 50여명이 참석했다. 폴란드 출판시장 규모에 비춰보면 상당히 큰 숫자다. 같은 달 한국과 스페인의 수교 75주년을 맞아 마드리드에서도 한국문학 행사가 열렸다. 총 5회에 걸쳐 진행된 이 행사의 전체 관객 수는 500명에 달했다. 전석 매진이었다는 후문이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는 내년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도서전(4월)도 열리는데, 한국은 여기에도 주빈국으로 초청됐다. 마냥 성과에 취해 있을 때는 아니다. 이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일 뿐 아직 한국문학의 저변은 미미하다. 양질의 한국문학을 세계에 공급할 우수한 번역가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다양한 작품이 번역되고 소개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해외 출판사는 번역본 출간을 결정하기 전 ‘얼마나 팔렸는지’를 확인한다. 그러나 국내 문학·출판 시장이 워낙 협소해서 문학적으로 탁월한 작품보다는 일부 인기 있고 대중적인 작품만 해외에서 주목받는 경향도 있다. 김현우 읻다 출판사 대표는 “일부 스타 번역가가 직접 고른 작품이거나 바로 성과가 나타날 수 있는 시장성 있는 책이 아니면 해외에 소개되는 것은 노벨상 수상 이후로도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해외에 소개할 작품을 ‘톱다운’으로 결정하는 성과 위주의 현행 지원 방식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가장 밑단의 번역가들이 자생적으로 살아남아 그들의 취향대로 번역할 작품을 고르고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세종로의 아침] 한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세종로의 아침] 한류, 어른들을 위한 동화

    이달 초 그리스 출장에서 여러 유럽인이 기자에게 한류 팬이라며 대화를 건넸다. 일행과 한국말을 하는 걸 보고선 다양한 국적과 나이의 사람들이 한국 문화를 사랑한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스가 고향이지만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는 여성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갯마을 차차차’, ‘사랑의 불시착’ 등 여러 한국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봤다고 했다. 한국어를 할 수는 없지만 들었을 때 이게 한국말이란 인식은 가능한 수준이 된 그는 한류의 인기 비결로 ‘순수한 인간성’을 들었다. 남녀가 만나면 바로 육체적 관계를 갖는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첫 만남에선 감정적 교류를 하고 처음 손을 잡기까지 연인의 설레는 감정선을 잘 그려 낸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들었다는 것이다. 그리스에서 열린 데이터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 만난 오스트리아 통신사 APA의 기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의 휴대전화 배경 화면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나오는 호랑이 캐릭터 ‘더피’였다. 그는 한류 콘텐츠 가운데 특히 연애 예능을 좋아한다면서 자신의 연인과 방송 프로그램 속 커플의 심리에 대해 토론하는 걸 즐긴다고 설명했다. 미묘하면서도 아슬아슬하게 긴장선을 타는 남녀 간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대담하게 끌어내는 한국 연애 예능 프로그램에 큰 재미를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저널리즘 박사 과정생 웨이웨이는 한국 아이돌에 빠져 3~4년 전부터 아예 한국어를 독학으로 배웠다.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현재 영국에서 살고 있고 중국인 부모를 둔 그는 수준급의 한국어를 구사했다. 곧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오빠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케데헌’에 나오는 노래 ‘소다팝’을 부르기 위해 군무 연습을 하고 있다며 영상을 보여 줬다. 기존 안무를 따라 추는 커버댄스지만 5명의 참여자 모두 팔꿈치 각도가 딱딱 맞는 춤 실력을 보여 얼마나 진심으로 노래에 빠져 연습했는지 알 수 있었다.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며 한류란 단어가 대중화될 때만 해도 일부 세대에 한정된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10년쯤 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붐을 일으킬 때도 한때의 바람일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웨이웨이는 한류가 자신이 살고 있는 유럽에서는 보편적 인기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세대나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10~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두루두루 한류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한류는 드라마와 영화, K팝뿐만이 아니었다. 그리스판 ‘올리브영’이라 할 수 있는 화장품 전문 체인점 혼도스 센터에는 한국 화장품을 판매하는 매대가 특별히 마련돼 ‘조선미녀’ 등의 국산 브랜드가 전시돼 있었다. 한강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연극으로 만든 작품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성황리에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에서 초연을 한 ‘채식주의자’는 유럽 전역을 돌며 순회 공연 중이다. 유럽의 한류 팬들이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이유로 드는 것 중 하나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을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상업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으며 느꼈던 순수한 감정을 한류 콘텐츠를 통해 다시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출장의 목적이었던 유러피안 데이터 저널리즘 콘퍼런스에서도 인공지능(AI)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다뤘지만, 중요한 결론은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였다. AI가 기사 작성을 비롯한 업무 자동화를 맡을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문화가 유럽을 비롯한 세계인의 각광을 받게 된 데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미국산 플랫폼의 덕도 크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전쟁과 분단의 상처에도 인간의 힘을 믿으며 전진해 온 한국인의 저력이 있다. 한류는 세계인이 공유하는 감정의 언어이며, 어른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동화다. 윤창수 국제부 전문기자
  • [열린세상] 채식 가능 음식, 한식 메뉴판에 넣자

    [열린세상] 채식 가능 음식, 한식 메뉴판에 넣자

    얼마 전 한국에 거주하는 인도 출신 여성 유학생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이 어렵다”는 글과 영상이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인도의 ‘힌두스탄타임스’에도 소개돼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종교 규율에 따라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며 “닭고기는 괜찮지만 어릴 때부터 잘 먹지 않았고, 달걀은 먹을 수 있다”고 밝혔다. 1944년 설립된 영국의 비건협회는 “실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식품, 의류, 그 밖의 어떤 목적으로든 동물을 착취하거나 해를 끼치는 모든 형태를 배제하려는 생활 방식을 따르는 사람”을 비건이라고 정의했다. 엄격한 비건은 고기, 생선, 가금류뿐만 아니라 우유, 치즈, 달걀, 꿀 등의 동물성 식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주의자다. 이 인도 유학생은 비건이 아니라 유제품과 달걀 식용을 허용하는 락토오보에 속한다. 2000년대 이후 북미와 유럽의 대도시 일반 음식점에서는 메뉴판에 채식 음식을 V 혹은 VG로 표시해 판매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채식 마크를 메뉴판에 붙인 음식점이 예전과 달리 늘었다. 이것은 서울시의회에서 2021년 3월 제정한 ‘서울특별시 채식 환경 조성 지원에 관한 조례’ 덕분이다. 2024년 9월 서울시에서 발간한 ‘이해하기 쉬운 채식 음식점 운영 매뉴얼’에서는 채식 음식점을 채식 음식만을 판매하는 ‘채식 전문 음식점’과 비채식 음식과 채식 음식을 함께 판매하는 ‘채식 가능 음식점’으로 나눴다. 서울시는 이 조례에 근거해 홈페이지의 ‘스마트서울맵’에 별도로 ‘채식음식점맵’을 개설하고 두 종류의 채식 음식점을 지도로 검색할 수 있게 해 뒀다. 휴대전화로 이 사이트까지 들어가려면 포털사이트에서 한글로 ‘서울 채식 음식점’ 혹은 ‘채식음식점맵’을 쳐야 한다. 그런데 영어로 검색하면 이 사이트 접근이 쉽지 않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채식 음식점을 찾으려면 웹서핑을 부지런히 할 수밖에 없다. 애써 찾은 채식 음식점 대부분이 파스타나 인도 요리 전문점이란 사실을 알고 나면 바로 힘이 빠지고 만다. 나는 몇 시간의 웹서핑 중에 올해 4월 인도의 설명형 저널리즘 포털인 뉴스바이트에 올라온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인도 사람들은 한국의 음식, 드라마, 영화에 열광한다. 한국 음식은 다양한 향신료, 채소, 국수가 들어가 있어 영양가가 높고 매콤하다.” 그런데 이 기사의 글쓴이 역시 “대부분의 한국 음식은 비채식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표 음식인 김치찌개, 한국식 두부튀김, 김밥, 비빔밥, 잡채의 채식 요리법을 적어 뒀다. 우리가 나서서 할 일을 인도의 한 기자가 한 셈이다. 한식은 본디 곡물 밥과 생채와 나물로 상징되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채식 식단이었다. 1969년 정부가 최초로 실시한 국민영양조사에서 국민 1일 1인당 식물성 식품 섭취는 97%였다. 경제적 압축성장과 함께 한국인의 동물성 식품 욕망이 급속하게 늘어나며 1990년대 중반 한식은 육식화됐다. 최근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 덕에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그들 중 최소한 5%는 채식주의자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이 한식당의 메뉴에서 V나 VG를 발견하지 못하면 얼마나 당황할까. 한식당 업주가 스스로 채식 가능 음식점으로 전환하겠다고 하면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 줘야 한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식품안전 관련 부서에서는 채식 가능 음식점의 주방 시설 기준을 현실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나는 한식을 채식화하자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세계인의 한식이 되려면 한식당의 메뉴판에 채식 가능 음식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한식은 채식주의자 외국인뿐만 아니라 점차 늘어나는 국내의 채식주의자까지 챙기는 배려의 음식이 될 수 있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음식인문학자
  • 요새 물가 비싸서 억지로 ‘이것’ 했더니…알고 보니 위암 특효약

    요새 물가 비싸서 억지로 ‘이것’ 했더니…알고 보니 위암 특효약

    미국 연구진이 약 8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위암에 걸릴 확률이 45% 낮아진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이 각종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 미국 로마린다대학교 연구팀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제칠일안식일교도 7만 9468명의 의료 데이터를 살펴본 뒤 이들의 건강 상태를 2015년까지 추적했다. 제칠일안식일교는 건강한 생활을 중시하며 많은 신도들이 채식을 하는 기독교 종파다. 연구진이 이 종교 집단을 선택한 이유는 신도들이 대부분 금연, 금주를 하고 건강에 관심이 많아 다른 요인들의 영향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 채식주의자들은 위암에 걸릴 위험이 45% 낮았고, 림프종이 생길 확률도 25% 줄었다. 전체 암이 생길 확률로 보면 12% 줄었다. 연구를 이끈 게리 프레이저 교수는 “위암이나 림프종 같은 암에 관한 정보로는 가장 확실한 연구 결과”라면서 “연구 대상자들이 모두 건강에 관심이 많은 종교인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소화기관에서 가장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했다. 위와 장은 음식과 직접 닿으면서 소화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물질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가공육은 이미 위암과 대장암의 위험 요소로 알려져 있고, 반대로 과일과 채소는 보호 효과가 있다. 하지만 비뇨기나 신경계 암에는 채식의 보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폐암, 난소암, 췌장암 등에서는 위험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지만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족했다. 이번 연구는 규모가 크고 오랜 기간 진행됐지만, 원인과 결과를 직접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경향성만 보여준다는 한계가 있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운동도 더 많이 하는 등 다른 건강한 생활 습관을 함께 실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리한 채식이 영양 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경제적 사정이 어렵거나 건강한 음식을 구하기 힘든 환경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또 특정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채식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 연구진은 엄격한 채식주의자가 되기 보다는 평소 식단에 채소를 늘리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한국은 채식하기 힘든 나라?”…인도 유학생 영상에 쏟아진 논쟁

    “한국은 채식하기 힘든 나라?”…인도 유학생 영상에 쏟아진 논쟁

    한국에서 유학 중인 인도 채식주의자가 겪는 어려움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인도 유학생 쿠시 야다브(Khushi Yadav)는 최근 한국인과 나눈 대화를 담은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오크라(bhindi)가 먹고 싶어서 죽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로서의 고충을 호소했다. 고기 중심의 외식 문화와 달거나 기름진 빵, 그리고 커피 위주의 카페 문화는 채식주의자인 그에게 모두 장벽으로 다가온다고 했다. 쿠시는 “커피도 싫어해서 카페에도 갈 수 없다”라며 “고깃집에는 아예 가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채식을 고집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함께 출연한 한국인이 화면 밖에서 “먹을 게 하나도 없네”라고 반응하자, 이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해당 영상은 “한국인에게 말하는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것’의 어려움”이라는 설명과 함께 게시됐고, 이 내용은 12일 힌두스탄타임스에도 소개됐다. 해당 영상을 본 사람들은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담아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일부는 “채식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고, 또 다른 일부는 “외국인만이 아니라 국내 채식주의자들도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식 메뉴 절반 이상이 고기인데 채식 옵션은 왜 이렇게 적을까”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원래 고기 문화가 강하다”거나 “개인의 선택을 위해 외식업계가 바뀌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왔다. 인도인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정말 한국에 오크라가 없나”라고 놀랍다는 댓글을 달았다. 쿠시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는 답글을 달았다. 실제로 한국은 전통적으로 육류와 해산물을 많이 사용하는 식문화를 가지고 있어 채식주의자들이 식당에서 메뉴를 선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외식 문화의 변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은 채식 인프라 확대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최근 들어 비건 레스토랑이나 채식 메뉴를 제공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일부 대도시나 특정 상권에 한정돼 있다. 직장인이나 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와 위치에서 채식 메뉴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열린세상] 모소 대나무와 K예술 지원

    [열린세상] 모소 대나무와 K예술 지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이어 최근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세계 뮤지컬계의 가장 권위 있는 토니상 6개 부문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K컬처가 가히 절정에 달했다는 생각을 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봉준호 감독으로 대표되는 K무비,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으로 이어지는 K클래식, 세계 곳곳에 아미 팬을 거느린 BTS를 비롯한 K팝, ‘오징어 게임’으로 대표되는 K드라마까지 큰 물줄기를 이룬 오늘의 K컬처가 있기까지 무엇이 있었을까. 문득 중국 극동지방에서 자란다는 희귀종 모소 대나무가 떠오른다. 이 대나무는 4년 동안 전혀 자라지 않거나 자라도 3㎝ 남짓이라고 한다. 그런데 5년째 되는 해에 죽순을 올리고 하루에 30㎝ 이상씩 자라 6주 만에 15m 이상 치솟으며 울창한 대나무숲을 이룬다. 자라지 않는 4년 동안은 땅속 깊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고 이 과정이 끝나면 5년째 되는 해에 급속히 자라 숲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 모소 대나무 이야기는 예술 지원에 있어 곧잘 인용된다. 하나는 신진(청년) 예술가가 훌륭한 예술가로 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그 성장, 발전 과정을 좀처럼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다 어느 날 불쑥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는 성장이 없어도 꾸준히 정성을 들여 모소 대나무를 가꾸는 농부의 혜안과 인내심이 마침내 빛을 발하듯 예술 지원에도 이런 농부의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의 K컬처도 모소 대나무와 같은 과정이 있었다. 문학에 한정해 본다면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의 30년 넘는 한결같은 번역출판 지원과 국제교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을 지원해 널리 알린 대산문화재단은 1992년 창립 이래 문학을 전문적으로 지원했다. 종적으로는 대산청소년문학상, 대산대학문학상, 대산창작기금, 대산문학상에 이르는 생애주기에 맞춤한 지원으로 한국문학이 체계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했다. 횡적으로는 한국문학번역 지원, 국제교류 지원, 서울국제문학포럼과 동아시아문학포럼을 통해 한국문학이 활발히 세계문학과 만나고 진출하게 했다. 그 배경에는 교보문고 입구에 역대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걸고 가운데 비워 둔 한 자리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대산문화재단을 세운 교보생명의 대산 신용호 창립자의 뜻이 있다. 그 의지는 “예술·문화 지원은 결과 예측이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므로 좋은 정책을 가지고 일관되게 지원해야 한다”는 신창재 회장의 운영철학으로 이어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얼마 전 김혜순 시인이 ‘죽음의 자서전’으로 독일 세계문화의집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면서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오늘의 K컬처는 영화아카데미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금호문화재단, 우란문화재단, CJ엔터테인먼트, 교보생명 등 많은 농부들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40여년을 정성 들여 지원했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지향하는 문화강국과 문화산업 300조원 시대 등은 기대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쉬운 것은 2022년 대선 때 유망한 청년 예술인들이 5년간 창작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청년 예술인을 위한 1만 시간 지원 프로젝트’라는 모소 대나무 심기 공약이 이번 대선에는 빠졌다는 사실이다. 반면에 최근 박은관 시몬느 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연세대와 함께 3~5년을 바라보는 창작지원형 문학상 제정을 비롯해 인문학 진흥과 창의적인 인문인 양성 지원에 나선 것은 반갑고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K컬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은 새로운 농부가 나오고 새로운 모소 대나무를 계속해서 심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곽효환 시인·전 한국문학번역원장
  • “소설도 코미디도 결국 비트는 것”[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소설도 코미디도 결국 비트는 것”[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대학 2학년 때 글 시작… 최적의 놀이” 소설도 코미디도 결국은 ‘비트는’ 것이다. 비틀어서 바라볼 때 성(聖)스러운 것 안의 속(俗)된 것이 해방되고, 진지함에 눌린 가벼움이 비로소 기지개를 켠다.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에는 들어가지 못한 여자’ 스탠드업 코미디언 원소윤(30)을 27일 만났다. ‘개그계의 블루칩’인 줄로만 알았는데, 느닷없이 장편소설을 한 권 써냈다. 제목은 ‘꽤 낙천적인 아이’(민음사)다.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선 원소윤의 얼굴에서는 장난기가 가득 묻어났다. 앞에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기자를 어떻게든 ‘웃겨 보려는’ 의지가 역력했다. 코미디로 이름을 알렸지만, 소설이 먼저였다. “학부 2학년 때쯤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돈이 안 드는 일이잖아요. 혼자서도, 집에서도 할 수 있으니까. 제 성향에 맞는 최적화된 놀이였어요. 그렇게 쓰다 보니 한 권 분량이 모였네요.”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인문·종교 분야 출판편집자로 일하다가 스탠드업 코미디에 관심이 생겨 무대에 오른 지 올해로 2년이 됐다. 대중에게 이름을 각인시킨 건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쇼츠를 통해서다. ‘자소서를 봐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인생네컷 찍자는 사람은 없다’, ‘서울대도 들어갔는데 클럽은 못 들어간다’ 등의 명언은 여기서 탄생했다. 명실공히 한국 사회 최고 엘리트인 ‘서울대생’이 나와 비슷한 ‘찐따’였다니. 선망의 시선을 단박에 비트는 유쾌하고 영리한 자조(自嘲)에 대중은 박수를 보냈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소설의 미학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했던 아이. 그러나 그가 어엿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숱한 슬픔과 이별과 외로움을 삼키는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에는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에 가까워요. 사람은 누구나 복잡하잖아요.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주류가 됐다가, 비주류가 되기도 하죠. 그것이 저의 유구한 관심사입니다.” ●“종교·채식 등은 세계를 보는 관점” 원소윤은 채식주의자다. 소설을 보면 페미니즘에도 관심이 많은 듯하다. 종교학을 전공해서인지 성서나 불경에 대한 이해도 깊다. 채식주의나 페미니즘, 종교는 원소윤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채식주의는 육식주의를 비틀고, 페미니즘은 가부장제를 비튼다. 눈앞의 세계가 새로워진다. 원소윤은 “채식주의나 페미니즘이나 둘 다 ‘웃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점에서 채식주의와 페미니즘은 코미디와도 연결된다. “제 생각에 코미디는 어느 정도 ‘재수 없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툴툴대고 트집 잡는 거죠. 삐딱하게 앉아서 딴지를 거는 거죠. 금기를 건드리고 성속(聖俗)을 뒤집고. 근엄하기만 했던 세계를 뒤트는 것에서 오는 해방감이 있었어요.” ●결혼 앞두고 사랑이 서툴다는 여자 쇼츠 때문에 유명해졌지만, 요즘은 다소 슬럼프를 겪는 중이다. 그럴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하는 법. 인간은 왜 웃는가. 원소윤은 “코미디와 호러의 공식이 비슷하다”며 ‘낙차’와 ‘반전’을 이야기했다. 엄중한 가운데서도 웃음을 찾아내고, 비극을 희극으로 뒤집는 것. 냉소와 슬픔을 딛고 독자를 웃기려는 소설에서 진심으로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있다. 남자친구와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다. 이 내용이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원소윤은 실제로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사랑에 성공한 비결을 물었다. ‘펀치라인’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연애와 결혼에는 성공한 것 같은데, ‘사랑’은 아직 서툴러서요. 멋있죠? 이렇게 말하면 멋있겠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웃음).”
  • 익룡은 물고기만 먹었을까? 채식주의자도 있었다!

    익룡은 물고기만 먹었을까? 채식주의자도 있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하늘을 누비는 익룡의 모습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 중생대 생명체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무엇을 먹고살았는지는 오랫동안 미스터리였다. 익룡의 뼈가 너무 얇고 가벼워 온전한 화석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어서다. 위장 내용물이나 이빨 자국 같은 직접적인 증거를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익룡의 식생활, 오랜 논쟁의 종지부?과거에는 거대한 익룡이 바닷가 절벽에서 활공하며 물고기를 잡아먹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익룡 화석이 발견되고, 물고기만 먹기에는 몸집이 너무 큰 익룡도 많아 이 가설은 의심받기 시작했다. 홍학처럼 플랑크톤이나 갑각류를 걸러 먹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 역시 명확한 증거는 없었다. 반전! 익룡의 위장에서 ‘식물석’ 발견최근 중국 과학자들이 이 미스터리를 풀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랴오닝성 서부 백악기 지층에서 놀랍도록 보존 상태가 좋은 소형 익룡 화석 시놉테루스 아타비스무스(Sinopterus atavismus)를 발견한 것이다. 이 화석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위장 내용물이 고스란히 화석으로 남았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이 위장 내용물에서 뜻밖의 물질을 발견했다. 식물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광물인 식물석(phytoliths)이다. 이는 시놉테루스가 식물을 섭취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지금까지 익룡의 먹이로 물고기, 작은 공룡, 초기 포유류, 곤충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었지만 식물 섭취의 증거가 밝혀진 것은 처음이다. 익룡도 잡식성이었다?현재 살아있는 조류도 매우 다양한 먹이를 섭취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발견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수 있다. 트라이아스기부터 백악기까지 1억년 이상 번성하며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진화한 익룡도 종에 따라 식성이 다양했을 것이다. 시놉테루스 또한 식물 외에 씨앗이나 곤충 등 더 다양한 먹이를 섭취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번 연구는 익룡의 식생활에 대한 첫 번째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도 보존 상태가 좋은 익룡 화석들이 발견돼 익룡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더 많은 비밀이 밝혀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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