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가담’ 박성재 징역 25년 법정구속
수용 여력·검사 파견 검토 등 ‘유죄’“노상원 수첩 증명력도 인정” 판단‘김건희 수사 무마 혐의’ 공소기각‘안가 회동 위증’ 이완규 공소기각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재판 1심에서 징역 2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내란 특검이 구형한 징역 20년보다 더 센 형량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심 선고기일 당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이진관 재판장은 이날 “12·3 비상계엄은 친위 쿠데타”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3부(부장 이진관)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위에서부터의 내란이 가진 위험성은 세계사의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고, 과거 아래에서부터의 내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양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박 전 장관을 법정구속했다. 형사합의 33부는 앞서 한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 1심을 맡아 특검 구형량(징역 15년)보다 더 무거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헌법을 수호할 더 무거운 책임이 있었음에도 내란이 성공할지도 모른단 생각에 의무와 책임을 외면하고 가담하기로 했다”면서 “특히 피고인의 수행 의무는 윤석열의 반대 세력을 제압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를 저지하는 필수 요건이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 후 법무부 간부 회의를 소집해 출국금지 담당 직원의 비상 대기와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등 지시 ▲계엄 해제 직후 법무부 검찰과에 계엄 정당화 문건 작성 지시 등 박 전 장관의 계엄 관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박 전 장관이 이미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에서 포고령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것으로 보고, 국헌 문란의 목적과 위법성의 인식도 있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1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던 ‘노상원 수첩’의 증명력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필기가 조악한 것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받아 적었기 때문이고, 수사기관이 발견하기 쉬운 장소에 놓여있던 것은 내란 행위가 실패할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선고 형량은 내란 가담 정도가 유사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뿐 아니라 국정 2인자인 한 전 총리와 비교해도 무겁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일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한 전 총리는 1심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서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
형사소송에 밝은 한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은 단순히 내란 관련 지시를 이행했고, 한 전 총리는 사후 계엄 선포문에 서명했다가 번복했다면 박 전 장관은 계엄 이후까지 정당화 논리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관여 정도가 더 높다고 재판부가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박 전 장관의 경우 이 전 장관과 사실관계가 거의 일치하는 사건의 공범인데 재판부에 따라 형량이 3배 넘게 차이가 나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로부터 서울중앙지검에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전담 수사팀이 구성된 경위를 파악해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은 후 하급자에게 부적절한 지시를 내린 혐의(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선 공소를 기각했다. 내란 특검의 수사 범위가 아니라는 취지다. 계엄 해제 직후 ‘안가 회동’에서 계엄 논의가 없었다고 국회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완규 전 법제처장에게도 같은 취지로 공소 기각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공소기각 판결이 확정된 경우 적법한 수사기관의 수사개시를 통해 수사절차를 진행하고, 적법하게 다시 기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우성 내란 특검보는 선고 직후 “공소기각 부분에 대해선 종합특검으로의 인계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항소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