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관광 상징 된 ‘부산병’… 더 머물고픈 매력, 방방곡곡 번져야” [전문가 좌담]
외국인 관광객 3000만 시대로올 2300만명 예상… 매년 상승세패키지보다 개별 여행 89% 차지한국인 일상 체험이 관광 콘텐츠서울 넘어 지역까지 발길 끌어야서울서 안동까지 갈 ‘매력’ 찾아야지방공항 중심 ‘5대 관광권’ 활성화인접 지역까지 성장할 생태계 구축지역 콘텐츠, 발견의 미학여행지 특별한 경험 SNS로 공유다음 관광객 예약·결제까지 유도지속성 위해 지역 사업자 발굴도둘러보기 아닌 머무는 곳으로기존 시설 품질 높여 안심 숙소로15.8억 들여 숙박 통합플랫폼 구축콘텐츠·이동·숙박이 ‘하나의 여행’“‘부산병’이라는 말은 한국이 글로벌 관광객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장의 진단에는 ‘K관광’의 성취와 다음 과제가 함께 담겼다.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이 서울을 넘어 부산까지 넓어진 지금, 더 많은 지역으로 열기를 확산할 수는 없을까. 관광객을 늘리는 데서 나아가, 이들이 지역에서 머물고 소비할 환경을 갖추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체부가 주최하고 서울신문·두리커뮤니케이션이 주관한 ‘K관광 역대 최다 방한객 시대, 관광정책의 오늘과 내일’ 2026 전문가 좌담회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강 실장,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 장호찬 한국방송통신대 도시콘텐츠·관광학과 교수, 정지하 트립비토즈 대표가 참석한 이날 좌담회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분산과 체류 확대를 위해 지방입국과 이동, 지역 교통, 콘텐츠 유통, 숙박 제도를 함께 손봐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외국인 관광객 3000만, 현실이 될까
한국 관광산업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문체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은 1280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3% 늘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방문객은 2300만명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지출액 역시 168억 달러(22조 6000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33.2% 늘었다. 개별자유여행객 비중은 89%나 됐다. 여행사가 짠 정형화된 일정에 따라 이동하기보다 여행자가 직접 목적지와 숙소, 체험을 찾고 예약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관광 목적도 의료관광과 웰니스, 공연, 미식, 뷰티 등 다양해지고 있다. 장 교수는 “보복수요와 환율 효과는 일시적 요인”이라면서도 “입국 시장이 다변화되고, 방문객 연령과 방한 동기도 다양해진 것은 구조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3000만명 목표가 생각보다 훨씬 현실적인 숫자로 다가왔다”고 했다. 강 실장은 “K콘텐츠를 보고 한국에 와보니 한국인이 즐기는 삶의 패턴 자체가 매력적인 것”이라며 “한국인의 일상 그 자체가 즐길 거리가 됐다”고 말했다. 뷰티와 미식, 동네 상권과 한강처럼 한국인의 일상이 외국인에게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제 과제는 K콘텐츠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의 동선을 수도권 밖으로 어떻게 확장하느냐다.
●지역이 ‘서울의 중력’을 극복하려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전역을 여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5년 인천·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관광객은 전체의 71.9%에 달했다. 문체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문객의 지역 방문율은 34.3%로 전년보다 2.9%포인트 높아졌다. 지역으로 직접 입국한 건 288만명으로 지난해 225만명보다 28% 증가했다. 올해 1~7월 비수도권 방문객 지출액은 1조 443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9% 늘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지출 증가율은 50.3%였다. 지역 방문과 소비가 늘고는 있지만, 수도권 집중 구조를 바꾸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장 교수는 이를 관광의 ‘중력 법칙’으로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 온 사람이 경북 안동시까지 가려면 안동에 어마어마한 매력이 있어야 한다”며 “거리와 멀어질수록 더 무거운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공항을 통해 가까워지면 지역의 매력이 조금 약해도 관광객을 끌어당길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김해·대구·청주·양양·무안공항을 거점으로 한 ‘지방공항 중심 5대 관광권’을 확정했다. 공항과 인근 도시를 하나의 여행권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2027년에는 국비 659억원과 지방비 276억원 등 총 935억원을 투입해 해외 홍보, 지방공항·항만 연계 관광객 유치, 지역 교통과 결제 편의, 특화 콘텐츠를 지원할 계획이다. 교통·결제 편의 개선에는 149억원이 배정됐다.
5대 관광권은 공항 하나에 관광지를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다. 김해공항 권역은 부산·경주·울산·거제·통영을, 대구공항 권역은 대구·경주·안동을 잇는다. 청주공항 권역은 청주에서 공주·부여, 익산·전주로 이어지고, 양양공항 권역은 양양·강릉·속초를, 무안공항 권역은 무안·목포·광주·여수를 아우른다. 방한객의 실제 여행 동선을 고려해 행정구역 경계를 넘어 관광권 단위로 지역관광을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실장은 “방한객은 행정구역에 맞춰 이동하지 않는다”며 “특정 지역만을 관광 목적지로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접 지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광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콘텐츠는 쉽게 노출돼야 팔린다
지방공항을 통해 관광객이 들어와도 지역에서 이동하고 체험하며 소비할 서비스가 없다면 관광권은 작동하기 어렵다. 안 실장은 “관광객이 수도권에 머무르면서 여행사와 서비스 인력 등 관광 생태계도 수도권에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안 실장은 “지역의 2~3시간짜리 체험상품도 수요는 있지만, 공급 영역에서 이를 운영할 수 있는지가 과제”라며 “전통 약과 만들기 체험처럼 상품이 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안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운영할 사업자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관광의 과제가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행상품을 만들 사람과 조직을 확보하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지역 콘텐츠의 양보다 ‘발견되는 방식’을 강조했다. “여행은 누군가에게 자랑하기 가장 쉬운 소비”라며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되는 경험이 다음 여행 수요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신안 퍼플섬을 예로 들었다. ‘퍼플 아일랜드’라는 선명한 이름과 사진·영상으로 남길 장면이 해외 인플루언서를 끌어들이고, 그 콘텐츠가 다시 관광객을 부른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콘텐츠가 없는 게 아니라 검색이 잘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별여행객이 직접 목적지를 찾고 예약하는 환경에서 디지털 노출과 유통은 관광 콘텐츠의 일부가 됐다는 진단이다.
검색에서 발견된 관광지는 예약과 결제로 이어져야 실제 상품이 된다. 외국어 안내 페이지가 있더라도 예약 가능 날짜와 가격, 이동 방법이 제각각이거나 현장 결제만 가능하면 개별여행객은 일정을 짜기 어렵다. 특히 2~3시간짜리 체험은 교통과 식사, 숙박 동선에 자연스럽게 결합될 때 체류시간을 늘리는 상품이 된다. 지역의 작은 체험도 ‘무엇을 할지’뿐 아니라 ‘어떻게 가고, 언제 예약하며, 어디에서 묵을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방문’에서 ‘체류’로
관광객의 체류는 결국 숙소에서 완성된다. 현재 추산되는 관광숙박업소 수는 약 2900개다. 일반·생활숙박업소 수는 약 2만 7000개로 관광숙박업의 9배를 상회한다. 관광숙박업은 문체부가, 일반·생활숙박업은 공중위생관리 체계에서 관리해온 만큼 업종별 관리 기준과 지원 체계도 나뉘어 있다.
문체부는 일반·생활숙박업까지 포괄하는 가칭 ‘숙박업법’ 제정을 추진한다. 관광호텔을 새로 짓는 것만으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보다, 기존 시설의 서비스 품질을 높여 외국인이 안심하고 예약할 수 있는 숙소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안 실장은 “일반숙박업 중에서도 외국인이 실제 이용하는 시설이 많고, 모텔도 외국인 관광객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위생관리 중심으로 운영돼 서비스 평가 기준은 부족했다”며 “가용한 숙박자원의 전반적인 품질을 끌어올려 외래객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7년부터 40억원을 투입해 일반·생활숙박시설을 대상으로 품질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관광사업자 융자 지원 예산 7062억원 가운데 일부는 우수 일반·생활숙박시설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숙박업 통합 플랫폼 구축에는 15억 8500만원을 편성하고, 정책 기반 통계를 쌓기 위한 데이터 표준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지역관광이 관광지나 숙소를 새로 만드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교수는 “콘텐츠 매력만으로는 방한객을 지역까지 유인하기 어렵다”며 “실제로 그 지역에 도착했을 때 이동·숙박·안내 체계가 매끄럽게 작동해야 재방문과 체류 연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관광의 성패는 사람이 만든다”며 지역 관광기업과 현장 인력이 활동할 기반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중앙정부·지방정부·민간이라는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야 지속 가능한 관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산병’의 열기가 다른 지역의 체류와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공항과 교통, 콘텐츠, 숙박을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제작 지원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