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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1113가구로…리모델링 승인

    용산구, 이촌동 강촌아파트 1113가구로…리모델링 승인

    서울 용산구는 이촌동 ‘강촌아파트 리모델링사업’에 대해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하고, 지형도면 등을 고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승인으로 주택법에 따른 리모델링 허가,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 국토의 계획·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구단위계획 결정·개발행위허가 등이 처리됐다고 구는 설명했다. 이는 2021년 10월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이 인가된 지 약 5년 만이다. 이 아파트는 1998년 준공된 이촌역과 한강공원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1001가구 규모의 공동주택 단지다. 준공 후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주차 공간 부족과 설비 노후화 등으로 주거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계획에 따르면 이곳은 대지면적 3만 987.6㎡에 지하 5층∼지상 25층, 9개 동, 연면적 23만 4873.55㎡ 규모로 리모델링이 추진된다. 용적률은 483.46%, 주차가능대수는 1900대다. 기존 1001가구에 112가구를 추가해 총 1113세대를 공급하는 ‘세대수 증가형 수평증축 리모델링’이다. 조합은 2022년 7월 수평증축이 가능하다는 안전진단 결과를 받았다. 이와 함께 어린이집, 주민공동시설(조식카페) 등도 조성될 예정이다. 이촌동 일대에서는 2027년 상반기 사용검사를 목표로 이촌현대아파트 수평증축 리모델링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한강변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리모델링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대 구청장은 “이번 사업계획 승인은 관계기관과 부서와 오랜 기간 협의해 이뤄낸 결실”이라며 “착공과 이주 등 남은 절차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정책도 상품, 세비가 아깝지 않다는 말 듣는 의회 만들 것”…김현정 강남구의회 부의장 [의정 인터뷰]

    “정책도 상품, 세비가 아깝지 않다는 말 듣는 의회 만들 것”…김현정 강남구의회 부의장 [의정 인터뷰]

    “초심의 열정과 3선의 경륜을 바탕으로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확실한 대변자 역할을 하겠습니다.” 서울 강남구의회 제10대 전반기 부의장에 만장일치로 선출된 김현정(47·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당을 떠나 ‘구민의 행복’이라는 의원들 공동의 목표이자 교집합을 찾아내 조율하고 중재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면서 “기초 의회는 주민의 신뢰가 중요하다. 주민들로부터 세비(歲費)가 아깝지 않다는 말을 듣는 의회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의장은 “집행부와는 늘 균형 잡힌 시각에서 ‘생산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하되, 구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정책과 예산이라면 언제든 전폭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의장은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항공에 입사해 11년간 여객마케팅부에서 고객의 애로사항 해소와 소통 업무를 맡았다. 2018년 강남구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그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주민과의 소통 및 정책 홍보, 행정 감시 활동을 펴고 있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그의 각오는 자신의 이름을 닮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그릇된 것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라는 의미를 담은 불교 용어다. 지난 27일 부의장 집무실에서 만나 의회 운영과 지역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기업 마케터 경험이 의정활동에 어떤 강점으로 작용했나. 국내 대표 항공사 여객마케팅부에서 11년간 체득한 ‘고객 중심 사고’가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정책도 일종의 ‘상품’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조례라도 구민이 알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복잡한 행정 언어를 주민 눈높이에 맞춘 ‘수요자 중심 언어’로 바꾸어 소통했습니다. 이러한 실무형 소통 방식이 제 지역구인 압구정·청담동 주민들과 깊은 신뢰를 쌓고 3선에 성공한 가장 큰 자산이 됐습니다. 특히 기업 마케팅의 핵심은 정확한 데이터 분석과 비용 대비 효과(ROI)의 극대화입니다. 이를 의정활동에 대입해 구청의 방대한 예산 집행 과정에서 선심성·일회성 사업을 걸러내고, 구민의 세금이 낭비 없이 쓰이도록 철저하게 검증하는 확실한 나침반이 됐습니다. - 스스로 꼽는 가장 뜻깊은 조례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미래 산업 기반 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입니다. 강남구는 정보통신업과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분야에서 서울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 혁신의 중심지입니다. 기업 마케터 출신으로서 이러한 지역적 강점을 극대화하고 강남의 미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 핵심 기술 기업에 특화된 체계적인 지원 체계와 기본계획 수립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 조례를 통해 관내 유망 스타트업과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첨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나아가 기업들의 혁신 기술을 구정에 접목해 공공서비스의 질을 높임으로써, 주민들께서 일상에서 스마트도시 강남의 변화를 체감하고 지역 경제가 더욱 역동적으로 살아나는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고 있습니다. -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에 관심이 많은데. 강남구가 잘사는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화려한 이면에는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가 생각보다 적지 않습니다. 지난 제9대 후반기 복지문화위원장을 맡아 취약계층의 삶을 보듬는 데 집중했습니다. 먼저 생명 존중과 자살 예방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전면 재정비했습니다. 제가 대표 발의한 ‘자살 예방 및 생명 존중 문화 조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을 통해 자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한 지역사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생명지킴이 활동 지원을 강화했습니다. 또 보건소 행정사무 감사를 통해 부족했던 자살 예방 담당 인력 확충을 관철했고, 복지와 금융 시스템을 연계해 위기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다졌습니다. 또 1인 가구 급증과 고독사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위험 가구에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한 스마트 안부 확인 시스템 확대를 지원하는 등 기술과 복지를 결합한 안전망을 안착시켰습니다. 아울러 ‘장애 진단비 지원 조례’나 ‘자립 준비 청년 자립 지원 조례’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입법 조치를 통해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 강남구의 문화·관광 자원 가치를 높이는 데도 관심이 많은데.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 항공사에서 신규 노선을 만들 때 ‘어떤 콘텐츠와 스토리를 만들어 관광객들이 오게 할 것인가’를 먼저 고려합니다. 강남을 찾는 관광객들이 단순히 보고 지나치는 관광이 아니라, K-컬처 인프라와 결합한 야간 문화재 전행, 전통문화 체험 행사를 확대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강남을 글로벌 ‘K-정주형 문화 관광 도시’로 한 단계 진화시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봉은사, 선정릉 등 강남이 보유한 유구한 역사문화 유산과 압구정·청담동의 현대적 트렌드를 융합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 문화 벨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 집행부 견제와 협치, 그리고 의회 내부 소통은. 정당을 떠나 ‘구민의 행복’이라는 공동 목표이자 교집합을 찾아내 조율하고 중재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구민의 복리 증진이라는 원칙 위에 서면 집행부와의 관계든 여야 간의 소통이든 해법은 언제나 명확해집니다. 이념이나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무조건 반대하거나, 반대로 맹목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는 지양해야 합니다. 집행부와는 늘 균형 잡힌 시각에서 ‘생산적인 긴장 관계’를 유지하되, 구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정책과 예산이라면 언제든 전폭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정당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김현기 구청장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서울시의장을 지내셔서 지방의회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신 분입니다. 이재진 의장과도 조율을 잘하고 있습니다. 의회 내부에서 여야 간 이견이 생길 때마다 부의장으로서 각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 3선 의원 경륜을 바탕으로 수평적이고 포용적인 리더십으로 협치를 이끌겠습니다. - 지역의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현재 압구정동과 청담동의 경우 시급한 현안은 ‘주민의 삶의 질을 바꾸는 도시 공간의 재창조’와 ‘교통 및 경제 인프라의 정상화’입니다. 먼저 압구정 아파트 지구의 재건축을 ‘주민 중심의 정교한 속도전’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압구정 재건축은 단순히 아파트를 새로 짓는 것을 넘어 강남의 백년대계를 그리는 가장 핵심적인 과업입니다. 강남구의 신속 화합(신화) 프로젝트 과정에서 주민들의 정당한 목소리와 재산권이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서울시 및 구청과의 행정 절차를 촘촘하게 조율하겠습니다. 과도한 규제는 완화하되 공공기여와의 합리적인 균형을 잡아 압구정이 최고 품격의 명품 주거단지로 신속하게 거듭나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또 청담·압구정 주민들의 숙원인 교통망 인프라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겠습니다. 주간사 사태 등으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위례신사선 청담사거리 역 등 광역교통망 확충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감시하고 지원하겠습니다. 아울러 경기 침체로 타격을 입은 청담동 명품거리와 압구정 로데오 등 지역 골목상권의 부활을 위해 제가 앞서 다져놓은 4차 산업 기술을 행정 서비스와 골목 마케팅에 접목해 주민들이 일상에서 스마트도시의 편리함과 경제적 활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만들겠습니다. - 주민들에게 어떤 의원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나.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늘 주민 가까이에서 애환을 듣고, 막힌 행정의 혈을 뚫어주었던 ‘실무형 해결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초심의 열정과 3선의 경륜을 합쳐 주민이 가장 신뢰할 수 있었던 확실한 대변자로 평가받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이자 가장 큰 소망입니다. - 마지막으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며 다짐과 약속은. 진정한 의회다움을 회복하고 더 유능한 의회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강남구를 위해 일할 기회를 주신 구민 여러분의 성원과 사명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전반기 부의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신 만큼, 오만하지 않고 더 겸손하게 현장을 지키겠습니다. 구민 여러분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강하고 유능한 강남구의회’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 김영희 경기도의원, 오산 광역버스 현안 점검... “도시 성장에 맞는 노선체계 다시 짜야”

    김영희 경기도의원, 오산 광역버스 현안 점검... “도시 성장에 맞는 노선체계 다시 짜야”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김영희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오산1)은 지난 27일 의원실에서 경기도 교통국 버스정책과 관계자들과 정담회를 갖고, 오산시 광역버스 노선 운영 실태와 세교지구 등 도시 확장에 따른 교통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정담회에서는 5200번과 5300번을 비롯한 주요 광역버스가 오산 시내 여러 곳을 거쳐 서울로 향하는 바람에 출퇴근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기존 노선을 각 지역의 민원에 맞춰 분리하거나 연장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배차 간격이 크게 벌어져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세교1·2지구의 입주와 함께 앞으로 대규모 도시개발이 예고되어 있는 만큼, 급변하는 도시 구조와 실제 통행 수요를 정확히 반영하여 광역교통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 부위원장은 “광역버스가 오산 시내 곳곳을 모두 경유하도록 하다 보니 정작 서울 등 목적지로 이동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광역버스는 주요 간선도로를 통해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고, 주거지역에서는 시내·마을버스를 이용해 광역버스나 철도로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관계자들도 신도시 조성과 도시개발 과정에서 광역버스가 운행할 간선축과 시내·마을버스의 역할을 함께 고려하는 종합적인 노선계획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규 광역버스 노선이나 증차를 위해서는 오산시가 이용수요와 필요성을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수요조사와 관계기관 협의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출퇴근길 정류장 대기 인원과 수요 등 시민들의 실질적인 불편을 객관적 데이터로 축적해 신규 노선과 증차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오산을 거쳐 가는 평택과 화성 등 인접 시·군의 광역버스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지자체 간 협력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부위원장은 “세교지구를 비롯해 오산의 주거지역과 교통수요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에서 그때그때 민원에 따라 노선을 늘리거나 조정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오산시가 시민들의 실제 이동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경기도와 적극 협력해 광역버스와 시내·마을버스, 철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중장기적인 대중교통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옳고 그름은 무엇일까… 객관적 도덕에 묻다

    옳고 그름은 무엇일까… 객관적 도덕에 묻다

    합의 못 한다고 해도 진실은 있어어떤 윤리관 더 나은지 따져 봐야문화 차이·진화론, 정당성과 달라 “살인은 나쁘다.” 이 문장은 사실을 말하는 것일까, 아니면 화자의 감정을 드러내고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것일까. 우리는 친구와 한 약속을 깨도 되는지, 부당한 일에 침묵해도 되는지를 놓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행동은 어려운 질문을 회피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과 석좌교수는 도덕에 관한 ‘회의주의’에 정면으로 맞선다. 도덕의 객관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문화 상대주의, 진화론, 감정과 동기에 대해 날카로운 철학적 논증을 들이댄다. 그 무기는 바로 ‘객관적 도덕’이다. 사형, 낙태, 거짓말, 자기방어를 위한 살인을 두고 사회는 좀처럼 합의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도덕에는 정답이 없는 것일까. 저자는 “의견이 갈린다는 사실이 곧 진실의 부재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과학에서도 학자들은 오랫동안 서로 다른 가설을 놓고 다투지만, 그것이 진실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불일치’가 아니다. 더 많은 정보와 숙고, 공정한 토론을 거친 뒤 ‘어느 주장이 더 나은지’를 따지는 일이다. 문화적 차이도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 사회의 오랜 관습이라는 설명과 그 관습이 정당하다는 판단은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는 원래 그랬다”는 말만으로 성차별과 폭력, 착취를 비판할 근거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일은 타문화를 손쉽게 재단하지 않는 태도다. 저자는 이것이 모든 관행을 옳다고 승인하는 일과는 다르다고 분명히 말한다. 도덕에 대한 논쟁은 일상적인 문장에서 더 선명해진다. “거짓말은 나쁘다”라는 문장에 대해 개인의 반감과 하지 말아야 지시로 해석하는 ‘비인지주의’는 도덕 언어를 사실 판단이 아니라 태도와 명령의 언어라고 설명한다. 예컨대 “나는 네게 문을 닫으라고 명령한다”는 말이 겉으로는 사실을 알리는 진술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상대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할 때 사실을 설명하는 것인지, 내 생각과 요구를 드러내는 것인지를 되묻는다. 이어 논쟁이 될 줄 알면서도 행하는 모순의 상황으로 옮겨 간다. 우리는 음주운전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귀가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부당하다고 여기면서도 불이익이 두려워 침묵할 수 있다. 쟁점은 이렇게 행동하는 이들도 정말로 그 행위를 ‘잘못’이라고 믿는지에 있다. 도덕 판단을 태도의 표현으로 보는 쪽은 진심으로 잘못이라고 말한다면 그 행동을 피하려는 최소한의 동기가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옳고 그름을 사실로 보는 쪽은 인간이 이기심과 공포 탓에 자신의 도덕적 판단을 저버릴 수 있다고 맞선다. 저자는 이 대립을 통해 도덕이 단순한 감정인지, 행동과 무관하게 참·거짓을 가릴 수 있는 판단인지 묻는다. 진화론도 도덕을 의심하는 강한 논거로 등장한다. 우리가 공정함을 좋아하고 배신을 처벌하려는 까닭은 그것이 생존과 집단의 유지에 유리했기 때문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선악에 대한 감각은 진실을 가리키는 기준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본능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어떤 믿음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와 그 믿음이 참인지의 여부는 별개라고 반박한다. 생존에 도움이 되는 믿음이 실제로도 참일 수 있으며, 도덕 감정의 출발점을 설명했다고 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이유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600쪽에 달하는 책은 정답을 쉽게 주지 않는다. 오히려 도덕을 의심하는 주장에 하나하나 반박하며 논리의 빈틈을 집요하게 메운다. 도덕이 감정과 관습, 생존 전략으로만 환원되지 않는다는 책의 주장은 우리에게 일상의 선택과 타인에 대한 책임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기암절벽에 걸린 초록을 배웅하다 [박상준의 문장 여행]

    화암팔경 다 보려는 욕심 버리고막바지 여름 정취에 취해보자기암절벽·녹음의 조화 빠져보네그림바위마을 골목 예술 산책용마소둔치공원서 쉬엄쉬엄거북바위 절경 잊지 못하네싫었던 건 여름 아닌 더위였음을정겨운 초록이 그리워질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가네“글을 쓰며 알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유난히 내성적인 여름 덕후였다는 것을. 하긴, 이렇게 많은 추억을 안겨준 계절을 사랑하지 않는 게 더 어렵지.”-김신회의 ‘아무튼, 여름’ 중에서 8월의 끝은 마치 여름의 끝 같다. 물론 달력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 9월이어도 뒤끝 있는 더위는 얼마간 계속될 것이다. 또 계절이 경계를 넘는다고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가을이 되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지 않나. 그림바위마을 용마소둔치공원 그늘에서 2026년의 마지막일지 모를 화암팔경의 여름과 눈을 맞춘다.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김신회 작가는 일년 내내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출판사의 이름에도 ‘여름’을 넣고 좋아하는 드라마 제목조차 ‘수박’이다. 그리고 ‘아무튼, 여름(제철소)’을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고 소개한다. 허나 모두가 여름에 호의적이지는 않다. 땀을 씻으려 샤워를 하고 욕실을 나서자마자 곧장 땀이 나는, 그래서 다시 욕실로 들어가는 자의 비애를 작가는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어떤 이들에게 여름은 땀과 땀의 무한 루프다. ‘러브레터’에서 겨울을 먼저 떠올리고 여름은 ‘데스노트’에나 쓰는 단어다. 그래도 여름이 좋은 순간이 있다는 걸 끝내 부정하지는 못하겠다. 여름이라서 ‘캬~’하는 탄성마저 맛깔나게 하는 편의점 ‘맥주 네 캔’, 수영 실력과 무관하게 푸른 바다 위에서 첨벙대는 물놀이, 여름 단물의 정수를 쪽쪽 끌어모은 듯한 초당 옥수수 그리고 평양냉면 같은 것들. 특히 더위의 반대편 그늘에서 여름만이 주는 찬란한 녹음을 마주할 때 ‘대나무 자리’ 같은 이 계절의 묘미를 수긍하고 못 이긴 척 인정할 수밖에. 예를 들면 정선 화암리의 소금강 풍경은 꼭 여름에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소금강’이라는 이름이 붙은 명소가 많다.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다. 북녘의 금강산은 기암절벽과 겹겹의 봉우리가 화려한 경관을 뽐낸다. 그래서 기암절벽이 화려한 남쪽의 여행지에는 어김없이 소금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강원 정선군 화암면에 있는 소금강은 화암리에서 몰운리에 이르는 약 4㎞ 구간의 계곡을 이른다. 첩첩산중으로 숨어드는 도로를 휘황한 기암의 절벽이 좌우로 호위한다. 수박을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처럼 입을 쩍 벌린 채 ‘와~’하며 지날 만큼 멋지다. 귓가에는 성악가 조수미 씨가 부르는 ‘그리운 금강산’이 환청처럼 들려온다. ●‘아이맥스’급 소금강 전망대 소금강 전망대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소금강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깎아지른 수직 절벽의 위용을 정면에서 마주하는 건 굉장한 경험이다. 아이맥스 스크린 앞자리에서 영화 ‘오디세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다름 아니고 여름이어서 그렇다. 기암절벽의 표면은 회색과 갈색이 섞였는데 여름 품에 있어 초록의 자연과 명징한 대비를 이루며 조화롭다. 마치 생생하게 살아 꿈틀대는 듯하다. 그러므로 온전히 생기롭고 빛난다. 아마도 가을에는 단풍에 묻히고 겨울에는 삭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정선군 화암면에는 그런 풍경이 무려 여덟이다. 이를 가리켜 ‘화암팔경’이라 부른다. 소금강은 6경에 해당한다. 화암(畵岩)이란 지명부터 심상치 않다. 말그대로 ‘그림바위’다. 화천리 강변에는 용마소(3경), 북쪽으로 멀지 않은 거리에는 화암동굴(4경)이 있다. 남쪽은 거북바위(2경)를 지나 화암약수(1경), 소금강을 따라 화표주(5경), 몰운대(7경), 광대곡(8경)이 펼쳐진다. 그러니 그림바위들은 화암리의 본체나 다름없다. 화암팔경을 모두 돌아보자 제안하는 건 아니니 미리 저어할 건 없다. 소슬바람 부는 가을이라면 모를까, 눈길 닿고 발길 닿는 정도여도 여름 화암의 매력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하다. 다행히 사방 초록은 여전히 싱그러운데 그새 더위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정선은 8월 초에 비해 기온이 5~6도쯤 떨어졌다. 폭염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여름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여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시기다. ●느슨한 여름을 닮은 그림바위마을 화암리의 또 다른 이름은 ‘그림바위마을’이다. 화암동굴과 화암약수의 중간쯤 자리한 마을은 지난 2013년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단장했다. 심원, 고원, 평원의 시선이라는 3가지 주제로 곳곳에 미술 작품을 더했다. 벽화도 있고 조형물도 있고 시설물도 있다. 마을미술프로젝트는 대체로 시간이 지나면 바랜다. 그림도 바래고 취지도 바랜다. 하물며 13년 전 일이다. 그림바위마을은 변함없이 정겹다. 마을에는 빈집을 리모델링한 문화예술 레지던시 화암산방이 있어, 예술가들이 꾸준히 활력을 불어넣는다. 얼마 전까지는 2018년 옛 변전소를 개조한 그림바위예술발전소가 산책의 시발점 역할을 했는데, 현재는 아트플랫폼이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니 가을을 앞둔 여름처럼 어쩌면 지금이 조금이 더 자연스러우며 날것 그대로, 마을의 뜨거운 시절을 거닐 기회일지 모를 일이다. 우선 그림바위마을 커뮤니티센터나, 주차장 입구의 안내물 배포함에서 미술마을 홍보 리플릿(약도) 하나를 챙겨 든다. 센터 맞은편은 그림바위카페(화암산방 1호점)가 있고 옆으로 난 골목은 ‘맷돌바위 길의 꿈’이라는 제목이 붙은 타일 벽화 계단이다. 계단 끝에는 ‘상생’이라는 제목의 바느질을 표현한 작품이 북동쪽 언덕길을 따라 이어진다. 그림바위마을 산증인인 이재욱 작가의 작품이다. 낮은 담장 너머로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며 거닐기 알맞은 골목길이다. 계단 맞은편 안쪽에는 옛 동면 공소(성당)가 위치한다. 이제는 화암박물전람소 역할을 하는 장소로 ‘역사에서 자라는 담쟁이’라는 제목의 종탑이 짝이다. 언젠가는 마을에서 가장 높은 ‘타워’였을 종탑은 마을의 역사를 적은 나무판이 둘레를 감싼다. 그 위로는 ‘황금 담쟁이’ 넝쿨이 철골을 타고 오른다. 큰길가에는 우주당 같은 비건 카페가 눈길을 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하는데 낮에는 우주당찻집으로 문을 연다.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은 우주막(음악과술한잔)으로 변신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7시부터는 리틀포레스트요가를 진행한다. 오는 8~10월까지는 매주 일요일 팝업 형태의 함박식당이 반긴다. 퍼머컬처 텻밭농부이자 자연여행자인 에이미, 성악가 최순웅 씨가 파스타와 감바스 등을 요리한다. 그 밖에도 화암노다지탐사대 등 지역과 지역이, 지역과 여행자가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많다. ●여름의 녹음 속으로 그림바위마을 골목 산책은 사실 작품의 번호를 매겨가며 꼼꼼하게 챙겨볼 까닭은 없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숨은 보물을 찾아내는 기쁨을 누리는 게 맞다. 그리고 더운 여름은 욕심을 내기보다는 욕심을 덜어내며 여행해야 한다. 처음 찾는 동네는 아니어서 나는 용마소둔치공원에 오래 머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마을 서쪽을 감싸고 흐르는 어천 천변에 있다. 반원을 그리며 흘러 ‘반달에 비친’이라는 수식이 그림바위마을 앞에 붙기도 한다. 마을 여기저기를 산책하는 일은 재밌기는 한데 어딘가 그늘에 앉아 푸른 풍경을 보며 쉬엄쉬엄 여름의 시간을 떠나보내고 싶기도 하므로, 그럴 때는 용마소둔치공원이 제격이다. 서늘한 달의 표면에 안착한 듯하다. 공원은 키 큰 나무와 벤치, 정자 등 쉼터가 많아 좋다. 솟대처럼 솟은 ‘빛나는 이야기’ 같은 조형 작품들이 마을 이야기를 전한다. 작품의 기둥은 금광에서 쓰던 채굴 기계를 다시 사용했다. 마을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는 화암동굴이 있다. 금을 캐던 광산으로 갱도 외에 천연 석회암 동굴이 공존한다. 그곳의 시간이 마을에 흐른다. 용마소둔치공원은 지난해까지 캠핑장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많았다. 근래에는 맥문동밭을 조성했다. 그림바위마을은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마을을 물들이는 중이다. 담장도, 벽화도, 화단도 보라색이 자주 눈에 띈다. 두 해를 맞은 맥문동은 아직 키가 작고 어려 듬성듬성 보라색 꽃을 피웠다. 물가 난간 너머는 아기장수의 슬픈 전설이 전하는 화암 3경 용마소다. 겨울에는 물가 자갈들이 보이는데 여름은 온통 초록의 풀들이 뒤덮는다. 용마소 상류 700~800m 거리에는 화암약수 가는 길 초입에 화암 2경 거북바위가 있다. 절벽 위에 있는 바위가 거북을 닮아 그리 부른다. 거북바위는 두 갈래의 산책로가 나 있다. 거북바위산림욕장 쪽은 계단을 따라 정자각까지 오른다. 계단은 이끼가 잔뜩 끼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득한 여름의 초록을 느끼게 한다. 거북바위 정자각에서 아래쪽 데크로 내려가면 거북바위다. 커다란 바위와 바위의 틈새를 지나면 그림바위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자연만이 화암의 자랑일까. 사람들이 사는 마을 또한 그림 같다. 화암팔경에 하나를 더한 화엄 9경이라 불러도 좋겠다. 다만 절벽 위이고 안전난간이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천천히 여름을 배웅하는 법 거북바위에서 화암 1경 화암약수까지는 1.3㎞다. 마을커뮤니티센터를 출발점 삼아도 1.5㎞ 정도,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고작 약수 한 모금 하러 걸어야 할까 싶지만, 화암약수까지 가는 산책로만으로 이미 보상이 되고 남는다. 짙고 푸른 여름 풍경이라 말할 수밖에 없는, 화엄팔경에 넣어도 손색없을 그림 같은 바위가 줄을 잇는다. 화암약수는 철분이 함유된 탄산 약수의 톡 쏘는 맛이 특징이다. 코끝이 찡해서 단숨에 여름을 쫓는다. 약수터를 나오는 다리 위에서는 경쾌한 계곡 풍경에 한 번 더 무장해제한다. 건너편 ‘정선껏 바이 이진리’ 카페에도 들러보시길. 지난 7월 화암약수 건너편 2층 팔각정에 문을 열었다. 고풍스러운 정자에 ‘요즘스런’ 카페인 셈이다. 카페 창밖의 초록이 포근한 정취를 연출한다. 밖은 푸른 여름인데 안은 더위를 잊는다. 그 사이 쉬엄쉬엄 용마소와 거북바위 그리고 화암약수까지 이르렀다. 소금강전망대에서 마을로 들어오는 길에 화표주를 지났으니 화엄팔경 가운데 다섯 곳을 본 셈이다. 화암동굴까지 욕심이 난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데 동굴 안은 연중 평균 14도로 기온이 쑥 내려가 정선을 대표하는 여름 피서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름의 화암팔경은 이쯤에서 그쳐도 무방하다. 구름도 쉬어가는 몰운대나 가는 길이 험한 광대곡의 영천폭포를 굳이 끼워 넣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여름이니까. 남은 팔경일랑은 다른 계절을 위해 남겨둬도 그만이다. 김신회 작가의 말을 빌리면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므로. 그러고 보면 내가 싫어한 게 여름은 아닌 것 같다. 장미의 가시처럼 뾰족한 여름의 더위 때문이었을 뿐, 그저 여름날의 추억 하나 갖고 싶었는지도. 단풍이 들고 눈이 내리면 지겹게 정겨운 이 여름의 초록이 분명 그리울 테니까. 복날에 베어 문 수박처럼. 비록 여름을 싫어하는 나이긴 하지만. 바야흐로 여름이 떠나간다. 글·사진 박상준 여행작가
  • 우리가 몰랐던 일상 속 얼굴들…소소하게 지나간 시간에 있었네

    우리가 몰랐던 일상 속 얼굴들…소소하게 지나간 시간에 있었네

    깊고 넓게 확장한 삶에 대한 시선각각의 표정으로 쓴 김애란표 산문 소설집 ‘달려라, 아비’에서 가난과 결핍을 겪는 각각의 ‘나’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현실을 돌파했고, ‘바깥은 여름’의 ‘나’들은 상실 이후의 시간을 묵묵히 버텨낸다. ‘안녕이라 그랬어’에선 사회 외곽에 살아가는 인물들이 온기와 연대를 나눈다. 허구의 인물을 앞세워 동시대의 결을 촘촘히 직조한 소설가 김애란이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두 번째 산문집을 내놨다. 책은 크게 ‘사람의 얼굴’과 ‘이야기의 얼굴’, ‘일상의 얼굴’로 구분했다. 작가는 오랫동안 들여다본 세 주제 안에서 시선을 깊고 넓게 확장해 나간다. ‘사람의 얼굴’에선 기억과 말을 잃어가는 아버지 곁에 머문다. “어머니의 입을 통해 아버지의 삶을 하나의 완결된 서사, 고정된 판본으로”(‘없는 자리’ 중) 닫아 둔 작가는 용기를 내 그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70여년 삶의 기록은 정갈하고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산문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얼굴’에선 중학생 시절 야간자율학습 교실에서 귀신 이야기를 들려주며 맛본 희열에서 출발한다. 완급을 조절하다 절정에서 친구들을 일제히 비명 지르게 만들던 그날의 감각을 작가는 “‘듣는 쾌락’과 ‘말하는 쾌락’이 일치하는 느낌”(‘나의 유령 문학 유랑’ 중)이라 부른다. 이야기의 권력에 기꺼이 휘둘리면서 그 힘을 써보고 싶었던 충동은 작가의 원형질로 남았다. 그 충동은 세월을 지나 “추상이나 관념이 아닌 구체와 실감의 영역”으로서 문학을 깨닫게 하고 “예감과 공감, 만감으로 나아가게”(‘그랬다고 적었다’ 중) 하는 ‘삶의 자세’로 옮겨갔다. 부분일식에 들뜬 하루, 코로나19가 몸에 새긴 고립의 감각, 세월호 이후 지워지지 않는 것들을 ‘일상의 얼굴’에 나란히 놓았다. “타인에게 실망하고, 타인을 지겨워하면서도, 타인을 그리워하는 요즘”(‘코로나 극장전’ 중)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떠올리고, “힘든 일이 있어도 극복하게 해주세요”(‘종말은 가볍고 투명하게’ 중)라고 기도한 문장을 보면서 진정한 신은 ‘삶’일지 모른다고 사유한다. 한여름에 부친 ‘작가의 말’에 그는 십여 년 전 “시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물었던 자신을 돌아보며 삶이 여전히 여러 얼굴로 같은 질문을 건네온다고 적었다. “은유와 비유로 이뤄진 구멍 많은 그물”을 “논리와 방어로 다 메워 커튼으로 만들지는 말자”는 다짐도 한다. 소소하게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아 각각의 표정을 써 내려간 김애란의 산문은 어느새 우리의 얼굴과 겹쳐 보인다.
  • 김도영은 죄가 없다…40홈런 쳐도 곤란? 난감해진 최연소에 “타당한 기준 세울 것”

    김도영은 죄가 없다…40홈런 쳐도 곤란? 난감해진 최연소에 “타당한 기준 세울 것”

    최연소 40홈런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둔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때아닌 음력·양력 생일 때문에 시끌시끌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김도영이 9월 6일 이전에 40번째 홈런을 치면 인정하겠다는 입장인데 최연소가 맞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도영은 지난 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IA의 경기에서 1회말 무사 1, 2루에서 3점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으로 김도영은 시즌 39호 홈런을 기록했다. 35개로 2위인 오스틴 딘(LG 트윈스)과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최근에는 김도영이 더 앞서고 있다. 이 홈런으로 김도영은 2024년 세웠던 38홈런을 넘어섰다. 그리고 곧 40홈런도 눈앞에 두고 있다. KBO는 김도영이 40홈런을 칠 경우 이승엽의 최연소 40홈런 기록을 넘어선다고 진작부터 공지했다. 그런데 이승엽의 경우 생일을 음력으로 등록했다는 점이 갑작스러운 변수로 등장했다. 과거 KBO에 등록한 이승엽의 공식적인 생일은 1976년 8월 18일이다. 음력 기준이다. 양력으로 따지면 10월 11일이다. 이승엽은 54홈런을 기록한 1999년 40번째 홈런을 그해 7월 23일에 기록했다. 당연히 이 날짜 기준은 양력이다. 그리고 KBO는 음력 8월 18일생인 이승엽이 양력 7월 23일에 기록한 홈런을 역대 최연소로 인정했다. 22세 1개월 5일이다. 야구 기록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심지어 이승엽은 윤달 8월, 즉 그해의 두 번째 음력 8월에 태어나 일반적인 8월과는 결이 다르다. 김도영은 2003년 10월 2일생이다. 음력 날짜로는 9월 7일이다. 28일을 기준으로 보자면 김도영은 태어나서 8366일을 살았다. KBO가 인정하겠다는 9월 6일을 기준으로는 태어난 후 8375일을 산다. 그런데 이승엽은 태어난 일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8320일에 40홈런을 쳤다. 이미 김도영보다 빠르게 40홈런을 기록한 것이다. 최연소 기준을 행정 서류상에 따라 할 것인지 객관적인 숫자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를 두고 어느 것이 맞느냐 틀리느냐 할 수는 없다. 과거에는 태어난 후에 1~2년이 지나서 출생신고를 한 적도 더러 있었고 정년 기준 등을 주민등록상 등록된 날짜 기준으로 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야구가 기록의 스포츠인만큼 이번을 계기로 명확하게 기준점을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KBO는 “선수 생년월일과 관련해 올 시즌을 마치고 타당한 기준을 세울 예정”이라며 “내부에서 깊이 논의해 최고령·최연소 기록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인 여건이 만만치 않지만 차라리 이참에 한꺼번에 정확하게 정리하는 게 미래의 야구 선수들을 위해 더 깔끔할 수 있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이승엽이 그해 야구를 잘했고, 김도영이 야구를 잘해서 생기는 문제다. 김도영은 잘못이 없다. 스스로도 “최연소는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도영이 9월 6일 이후 홈런을 치면 굳이 따질 것도 없이 논란도 종지부를 찍게 되지만 요즘의 기세를 봐서는 치지 말라는 법도 없다.
  • 박보검·김유정, ‘구르미’ 10주년…꿀 떨어지는 화보

    박보검·김유정, ‘구르미’ 10주년…꿀 떨어지는 화보

    배우 박보검, 김유정, 진영, 채수빈, 곽동연이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 방영 10주년을 맞아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27일 패션 매거진 엘르에 따르면, 다섯 명의 주역들은 작품 방영 10주년을 기념하는 9월 스페셜 커버 화보 촬영을 위해 고즈넉한 한옥을 배경으로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지난 2016년 방영 이후 10년 만에 모인 주역들의 화보는 공개 전부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화보 촬영과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 박보검은 “다들 처음 만난 모습 그대로다. 다시 한복을 입고 지금의 모습을 남길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 심지어 날씨까지 당시 촬영하던 때와 비슷하다. 그때도 모이기만 하면 다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며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이어 동료들을 향해 “덕분에 내 청춘이, 우리 청춘이 아름답게 빛날 수 있었어. 우리 모두 달빛처럼 언제나 밝게 빛나기를”이라는 애정 어린 메시지를 전했다. 김유정은 지난 10년 동안 자신에게 생긴 변화에 대해 “온전한 힘이 생겼다. 어려운 상황이 찾아와도 좀 더 적극적으로 마주할 용기, 기꺼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로 “엄마께서 ‘견디다 보면 그 자리에’라는 말씀을 해준 적 있다. ‘견딘다’는 건 꼭 힘든 시간을 버틴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즐거울 때도, 힘들 때도 해야 할 일을 하며 자신의 시간을 계속 살아가는 것. 너무 멀리 내다보며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그때의 우리에게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채수빈 역시 10년 전 자신에게 “잘하고 있고, 잘할 거고, 잘 살아. 늘 큰 걱정 없이 열심히 해온 것 같지만 돌아보면 늘 전전긍긍했던 것 같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니 그저 잘 해내고 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다”며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진영은 오랜 세월 돈독한 인연을 이어온 동료들을 향해 “오래오래 가자. 처음에는 일로 만난 사이였지만 10년 동안 서로 연락하고, 각자의 것을 공유하고, 응원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가 그걸 끝내 해냈다는 게 행복하다”며 끈끈한 우정을 자랑했다. 최근 군에 입대한 곽동연은 “2028년 초까지는 내가 나라를 든든히 지키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각자의 꿈을 마음껏 펼치라고 말하고 싶다”며 입대 전 인사를 전했다.
  • ‘경기 폰 프리 스쿨’, 전국으로 확산할까?…국회서 청소년 SNS 보호 해법 논의

    ‘경기 폰 프리 스쿨’, 전국으로 확산할까?…국회서 청소년 SNS 보호 해법 논의

    경기도교육청의 폰 프리 스쿨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의 건강한 디지털 환경 조성과 SNS 보호 방안을 찾기 위한 ‘청소년 SNS 규제, 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강경숙·김남국·김용태·김재원·김준혁·부승찬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경기도교육청 등 11개 교육청이 후원, 청소년스마트폰프리운동본부가 주관한 토론회에는 학생·학부모·교원 등 45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전 세계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문제와 SNS 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고 그에 따른 공론화를 이미 몇 년 전부터 하고 있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안까지 만들어지고 있다”며 “올 12월에 SNS 관련된 법, 아동복지법, 교사 정치법이 통과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경기도교육청 폰 프리 스쿨 홍보대사인 서울대 김유진 학생의 사회로 ▲홍보 영상 상영 ▲신나는 학교 바투카다 축하공연 ▲축사 및 기념 촬영 ▲주제 발제(김현수 교수·김남국 의원) ▲패널토론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아이들은 무엇을 잃었는가’를 주제로 청소년의 수면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김남국 국회의원은 ‘청소년 SNS 규제에 대한 해외 입법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해외 연령별 보호기준과 우리나라 적용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이건 폰 프리 스쿨 추진단장을 좌장으로 포천 삼성중 임민택 교장, 의정부 신동초 강혜연 교사, 조현미 학부모 단장, 평택여고 최보희 학생이 참여해 학교·가정·학생 관점의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도교육청은 이번 논의를 ‘폰 프리 스쿨’ 정책과 연계해 일률적인 금지나 통제를 넘어 학교 구성원과 함께 스마트폰 사용 약속을 만들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시간을 RAS(독서, 예술문화, 스포츠) 활동으로 채워 건강한 사용문화를 형성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도교육청은 8월 21일 ‘폰 프리 스쿨’ 실천학교 100교를 1차 선정한 데 이어 앞으로 300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폰 프리 스쿨’ 실천 학교를 300개교로 확대하고 100일간 ‘폰 오프’를 실천한 우수 학생 100명을 선정해 해외 견학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 김경옥 경기도의원, 교육청 시설투자 적극 전환 및 학교 현장 간담회 추진

    김경옥 경기도의원, 교육청 시설투자 적극 전환 및 학교 현장 간담회 추진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김경옥 의원(더불어민주당, 평택3)은 지난 26일 도의회에서 그린스마트스쿨 사업 백화로 난항을 겪고 있는 평택 죽백초등학교의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자리는 지난 7일에 열린 제1차 대책 회의의 연장선으로, 경기도교육청의 학교공간조성과·학교안전과·시설과와 평택교육지원청 교육시설과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죽백초등학교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 지원 현황과 향후 대책을 깊이 있게 논의했다. 회의에서 김 의원은 “도의원으로서 교육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확인한 학교의 여건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도교육청의 학교 시설 투자가 소극적·보수적 잣대에 머물지 않고, 주변 개발계획과 지역 여건 변화를 적극 반영해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오늘 논의된 실질적인 지원 방안과 시설 개선 계획은 죽백초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등 교육공동체가 명확히 알고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육청 관계 부서가 직접 죽백초 현장을 찾아가 진행 상황을 소상히 설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간담회를 열자”고 강력히 요청했다. 김 의원의 적극적인 건의를 계기로 경기도교육청과 평택교육지원청 실무 부서들은 조만간 죽백초등학교를 직접 찾아 교육 공동체를 대상으로 시설 지원 현황과 앞으로의 추진 계획을 상세히 안내하기로 뜻을 모았다. 한편, 이날 회의를 함께 지원한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 국중범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성남4) 역시 “도교육청이 학생 배치와 시설 투자를 지나치게 보수적으로만 보지 말고, 지자체 및 개발계획과 연계해 능동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김 의원의 문제의식에 힘을 실었다. 끝으로 김 의원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소신을 바탕으로 죽백초 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 “혼란과 고통 지나야 진리와 신비가 드러나죠”

    “혼란과 고통 지나야 진리와 신비가 드러나죠”

    산문집 펴낸 남상근 신부살며 겪어야 할 일은 겪을 수밖에환란 지나야 비로소 깨달음이 와은총, ‘참 좋은 것’에 수긍하는 힘출판사 대표 변신 김금희편집자로 창작 못잖은 희열 느껴남 신부 만난 덕에 깊은 신앙 얻어앞으로도 가톨릭 필자 발굴할 것 “살면서 책과 같은 삶의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아시겠지만, 늘 신자가 강자고 사제가 약자니까요. 신부들이 큰소리치는 것 같지만 정반대죠. 하하!” ‘소설가 김금희’가 영성으로 충만한 책 ‘은총수업’(페퍼로니)으로 찾아왔다. 직접 쓴 건 아니다. 출판사 사장이자 책의 충실한 편집자로 만듦새를 책임졌다. 그가 한발 물러나며 앞세운 주인공은 남상근 라파엘 신부다. 두 사람을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성당에서 만났다. 남 신부는 스스로 “극도로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밝혔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시종일관 유쾌한 에너지로 기자를 웃기고 울렸다. 김금희가 잠깐 펜을 내려놓고 편집자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보다 앞서 왜 지금 우리에게 ‘은총’이 필요한 것일까. “사람의 능력만으로는 살 수 없으니까요. ‘나’ 혹은 ‘우리’를 세상의 중심에 둘 때 여러 문제가 생기죠. 꼭 그런 게 아님을, 우리를 뛰어넘는 어떤 게 작동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바로 은총을 받아들이는 시작이죠.” ‘은총수업’은 올해로 사제 서품 25주년을 뜻하는 ‘은경축’을 맞이한 남 신부의 첫 번째 산문집이다. 그동안 미사와 강론을 통해 신자들에게 전했던 이야기들을 단정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성경 속 구절이 일상의 고민과 어우러지는 가운데 오늘날 우리의 삶이 결코 우리만의 힘으로 완성되는 게 아님을 넌지시 가르쳐 준다. 꼭 천주교 신자가 아니어도, 신앙심이 없어도 펼쳐볼 만하다. 신앙보다는 삶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라서다. 김금희는 책 57쪽에 있는 ‘모든 불이 지나간 뒤’라는 제목의 글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해당 글에서 남 신부는 열왕기 상권 19장 12절의 문장을 인용하고 있다. “불이 지나간 뒤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살면서 겪어야 할 것은 겪어야 합니다. 피할 도리가 없죠. 예언자 엘리야의 이야기인데요. 엄청난 혼란과 고통이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들을 여력은 우리에게 없습니다. 만약 그러면 우리가 이미 성인(聖人)이죠. 모든 환란이 다 지난 뒤에 비로소 무엇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생의 진리일 수도 삶의 신비일 수도 있죠. 그런데 잘 생각해 보죠. 지진과 불과 바람이라는 혼란이 없었다면 진리나 신비가 우리 눈에 보일까요.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걸 지나와야 비로소 더 귀한 걸 발견하게 되죠.”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대온실 수리 보고서’ 등의 소설을 펴내며 동시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금희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그러나 2023년에 세례를 받았으니, 생각보다 신자로 살아온 세월이 그리 길지는 않다. 짧은 세월에도 깊은 신앙심을 키울 수 있던 건 공덕동성당의 주임신부였던 남 신부와의 만남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기 이름을 내건 출판사 첫 책의 저자로 남 신부를 당당히 앞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페퍼로니라는 출판사 이름은 그의 소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에서 따온 것이다. 남 신부의 책을 만들면서 김금희는 “창작 못지않은 희열감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가톨릭 관련 좋은 필자를 발굴해서 멋진 책을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 한때 기자를 꿈꾸기도 했다는 남 신부는 서울대 신문학과에서 공부했다. 대학원 공부를 이어가던 중 서울 성북구에 있는 성가복지병원에서 우연히 자원봉사를 하게 됐는데 그 길로 신학을 공부하고 2001년 사제품을 받았다. 사제는 분명 교회 안에서 ‘대접받는’ 사람이다. 그 사실 때문에 의기양양하고 더러는 자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은총은 자만심에 빠진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 “은총은 자기의 한계를 아는 사람이 잘 느끼는 것 같아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인 것이 ‘좋으신 분’으로부터 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 그렇게 되면 아무리 열악하고 불행한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어요. 은총은 ‘참 좋은 것’을 ‘참 좋은 것’으로 수긍하게 하는 힘이에요.”
  • 수사 기록 잃어버리고 방치…공소시효 만료된 경찰 사건들

    수사 기록 잃어버리고 방치…공소시효 만료된 경찰 사건들

    경남 지역 경찰관서에서 수사 기록을 분실한 뒤 장기간 방치하다가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사건을 불송치 종결 처리한 사례가 잇따라 확인됐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진주경찰서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무면허 운전) 혐의를 받던 40대 A씨에 대해 지난달 29일 ‘공소권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A씨는 2020년 11월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75% 상태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경찰은 같은 해 12월 A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이듬해 1월 피의자 운전 차량 특정 등을 이유로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 전산 등록이 누락된 데다 담당 경찰관이 수사 기록을 분실하면서 수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수사 기록을 발견했으나 이미 해당 혐의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해진 상태였다. 유사한 수사 기록 분실 사례는 도내 다른 관서에서도 있었다. 남해경찰서는 2019년부터 수사해 온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후 기록을 분실했다. 이 사건 역시 공소시효(5년)가 만료되어 이달 중순 불송치 종결 처리됐다. 공소시효는 남아 있으나, 수사 기록 분실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사건도 있다. 김해중부경찰서는 2022년 9월 송치한 전세보증금 편취(사기미수) 사건, 창원서부경찰서는 2021년 3월 송치한 필로폰 투약·소지(마약류관리법 위반) 사건의 수사 기록을 검찰 보완수사 요구 단계에서 각각 분실했다. 경남경찰청 역시 2021년 3월 송치한 보이스피싱 관련 사건 기록을 분실했다가 최근 인지해 전자문서 출력물 등으로 일부 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기록이 분실된 사건은 발생 후 수년이 지난 만큼 증거가 훼손되거나 관련 사실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재수사와 기소가 이뤄지더라도 향후 공소 유지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사태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대검찰청의 요청으로 ‘보완수사요구 장기 미회신 사건’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은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기록 분실 및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과실이 크다”며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 초기 보완수사요구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시스템 불안정과 서류 교부 등 오프라인 업무 처리가 겹쳐 실수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두고 정확한 경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 오름이 건넨 ‘비움의 미학’… “기쁨도 슬픔도 모두 내려놔요”[올레길에서 만난 벅차오름]

    오름이 건넨 ‘비움의 미학’… “기쁨도 슬픔도 모두 내려놔요”[올레길에서 만난 벅차오름]

    ‘케데헌’ 등장한 밭담길 총 2만여㎞아름다운 귤밭·소박한 밭담 펼쳐져물통·밥통처럼 움푹 파인 ‘통오름’봉수터 흔적 남아 있는 독자봉 정상전망대 가면 성산일출봉 등 한눈에김영갑갤러리선 오름의 비움 만나“제주의 오름은 오름이 아니라 내림인 것 같아요.” 최근 ‘제주올레’라는 한국·인도 합작 영화를 만든 진광교 감독이 지난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주오름은 단순히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삶을 비우고 내려오는 공간이라는 생각에서 비움인 것 같다”며 간결하게 정의 내리는 것에 내심 놀랐다. 영화감독다운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 아픔, 상처를 하나씩 내려놓고 비우고 돌아오는 곳”이라며 “새벽에도 오름을 찾는 이들을 보면서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치유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내년 봄 촬영하기 위해 사전답사차 제주를 찾았다고 했다. ‘제주앓이’를 하는 그를 응원하는 마음에 테마별 이색오름 목록을 건넸다. 그리고 그 목록에 있는 오름이 속한 올레길 3코스의 여정을 떠났다. 온평포구에서 시작한 올레길 3코스는 온평리 올레민박 앞에서 3-A코스와 3-B코스로 나뉜다. 중산간 마을과 오름을 잇는 3-A코스는 20.9㎞, 해안을 따라 걷는 3-B코스는 14.6㎞다. 오름을 품은 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길고 긴 강행군이겠지만, 망설임 없이 3-A코스를 택했다. 제주빌레성 통나무펜션을 지나 보석암을 통과하자 길은 금세 외지고 한적해졌다. 돌하르방이 묵묵히 길손을 맞이하는 길을 지나 난산리 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정겨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님 귤 드시고 산책하세요.” 시골의 정감이 묻어나는 글귀가 적힌 난산명월민박 간판과 함께 나무 안내판이 말을 걸어왔다. 제주 올레길을 걷다 보면 가끔 정자 한편에 작은 소쿠리나 쟁반을 내놓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귤을 먹고 가라고 권하는 모습을 종종 만난다. 돈은 받지 않는다. 이름도 묻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에게 귤 한두 개의 휴식을 권한다. 어쩌면 제주 올레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장 소박하고 따뜻한 배려의 풍경인지도 모른다. 난산리는 오래전 제주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이다. ‘구경하는 갤러리 용강화실’, 귤밭 옆 창고를 개조해 지은 ‘난산리다방’과 그곳에 풀어놓은 백구가 뛰어노는 고즈넉한 마을은 그 자체가 빛나는 보석이고 오소록(구석지고 고요한 뜻의 제주어)한 마을에서 만나는 휴식 같은 친구였다. 제주관광공사 공식 홈페이지 ‘비짓제주’에는 이곳 난산리 난미밭담길이 이렇게 소개돼 있다. ‘제주에는 천 년 이상의 시간을 간직한 밭담길이 있다. 인기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으로도 등장하는 밭담은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막아 작물을 보호하는 놀라운 건축 기술을 보여준다. 모든 밭담을 이으면 약 2만 2000㎞에 달할 만큼 검은 돌들이 끝없이 이어진 모습 때문에 ‘흑룡만리’라고 불릴 만하다.’ 그중 난미 밭담길은 ‘난초처럼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해발 50여m, 한라산이 내려다보일 만큼 높은 지대에 자리한 난산리는 예로부터 토질이 좋아 귤 농사가 발달한 곳이다. 이승익 시인의 성산십경 중 제4경인 ‘난산귤림(蘭山橘林)’이 바로 이곳이다. 아름다운 귤밭과 소담한 밭담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걸어온 올레길 화살표 7㎞를 앞두고서야 통오름(성산읍 난산리 1976번지 일대) 초입에 들어섰다. 산 모양이 물통, 밥통 같은 통처럼 움푹 팬 형태라고 하여 불리는 통오름은 인동초가 한창이었다. 유년 시절 들판에서 뛰어놀 때, 인동초 꽃잎은 심심한 입을 달래줬다. 꿀 향기에 취해 꽃잎을 따 입에 물고 얼마나 쪽쪽 빨아먹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인동초 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떠오른다. 야당 총재 시절 광주 5·18 민주화운동 묘역을 찾은 그는 “나는 혹독했던 정치의 겨울 동안 강인한 덩굴풀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 한 포기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말을 남겨 인동초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목포 유세 현장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인동초를 선물 받았다. 그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평화롭고 안전하고 잘 사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그런 인동초가 지고 가을이 오면 통오름은 패랭이와 갯쑥부쟁이, 꽃향유 등이 피어나며 오름 전체가 보랏빛 꽃밭으로 물든다. 김종철 선생은 ‘오름 연구의 고전’(古典)으로 불리는 ‘오름나그네’에서 표고 143.1m의 통오름을 ‘몽실몽실한 몸매를 비단잔디로 싸고 아늑한 굼부리를 품어 안은, 어디를 보아도 미운 데라곤 없는 오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걸어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오름의 능선은 부드럽고 길은 평평했다. 지친 뚜벅이의 발걸음마저 가볍게 해주는 길이었다. 통오름을 내려오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독자봉이 기다린다. 삼달마을 북쪽 약 1.5㎞에 누운 모습의 통오름이 있다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표고 159.3m의 독자봉(성산읍 신산리 1785번지)이 의좋은 이웃처럼 앉은 자세로 있다. 외로운 산이라는 의미의 독산, 망오름, 오음사지악이라고도 불리는 독자봉은 화구가 남동향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ㄷ자형으로 길게 뻗어 내려 있다. 산꼭대기에는 봉수터 흔적이 돌담으로 둘러져 남아 있는데, 이곳 봉수는 조선시대 북동쪽에 수산 봉수와 서쪽의 남산 봉수와 교신했다고 한다. 독자봉 남서쪽 미천이머루에는 미천굴이 있는데 전장이 1695m인 용암 동굴로서 동굴 내부에 있는 돌다리, 거북바위 등 비경으로 유명한 동굴이다. 비탈면에 듬성듬성 곰솔과 삼나무가 있고, 화구 안에는 곰솔, 삼나무, 편백, 찔레나무가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다. 홀로 떨어져 있어 외롭게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독자봉이 있는 마을은 독자가 많은 것도 이 오름의 영향이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5분이면 오르는 정상 전망대에선 바다 쪽으로는 성산일출봉부터 표선백사장까지, 내륙으로는 한라산과 수십 개의 오름이 한눈에 펼쳐진다. 소나무 숲길을 내려와 밭길을 한참 걷다 보니 삼달마을이 나타났다. 그리고 멀리서 반가운 이름 하나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간 스탬프를 찍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다. 한라산의 옛 이름인 두모악은 쉼을 뜻하는 한자 휴(休) 같은 곳이다. 나무(木) 옆에 사람(人)이 기대어 있는 한자. 사람이 나무에 기대든, 나무가 사람에게 기대든 결국 그곳에는 휴(休)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휴식 같은 친구 박훈일 관장이 있다. 수장고가 열악해 김영갑 선생의 사진 작품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지 늘 고민했던 박 관장. 한때는 경영 악화로 갤러리를 휴관해야 했을 만큼 마음고생도 컸다. 김영갑 선생은 1985년 제주에 입도한 이래 20여 년간 제주의 자연, 바람, 특히 오름을 피사체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담아냈다. 그러나 루게릭병에 걸린 그는 투병 생활 6년 만인 2005년 손수 개척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서 잠들었다. 박 관장은 지난 3월 평소 바람대로 소원을 이뤘다. 고인의 작품이 공공기관으로 옮겨져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의 길이 열린 것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이 두모악으로부터 9만 8652점을 기증받아 수장고에 보관하는 협약을 맺었다. 마음고생이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이날 두모악에 걸린 오름의 풍경을 바라보며 ‘오름은 비움이고 오름은 내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그 오름은 기다림의 길이고 위로의 길이란 걸. 신풍리와 신천리 바닷가의 신풍신천바다목장을 지나 ‘배고픈 다리’를 건너자 20.9㎞ 여정의 끝인 표선해변이 가슴에 와닿았다. 마음이 헛헛한 날, 오래 걸었지만 오래 남을 사진첩 하나를 채운 기분이다. 누구나 한 번쯤 배터리가 방전된 듯 ‘번아웃’을 겪는다. 그럴 때 이 길을 권하고 싶다. “오름에 한 번 올라보세요. 기쁨도 슬픔도 유효기간이 있다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 ‘레드팀’ 눈으로 본 김민석 체제… 앞길 험난한 이유[윤태곤의 판]

    ‘레드팀’ 눈으로 본 김민석 체제… 앞길 험난한 이유[윤태곤의 판]

    당내 강한 비주류 형성정청래·친청 최고위원 목소리 높여민주당 ‘원팀’ 흔들·계파 갈등 우려‘자기 자산’ 적은 김민석총리 지냈지만 ‘관리형 대표’ 인식대통령과의 관계 ‘양날의 칼’ 작용보완수사권·공소취소 ‘악재’수사 부작용 발생 땐 책임 떠안아공소취소 강행 땐 지지층도 분열‘야당 복’ 거꾸로 작용?국힘, 총선 이기려면 혁신 불가피한동훈 복당·중도로 이동 가능성더불어민주당의 ‘김민석 체제’가 출범했다. 김 대표의 임기는 지금부터 2028년 총선 이후까지다.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 입장에서는 ‘일할 수 있는, 일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얼마 전까지 현 정부의 첫 총리를 지낸 김민석이 대표가 됐으니 당정청 일체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하지만 ‘민주당 김민석호’의 전망은 그리 밝진 않다. 부동산 정책, 대미·대북 관계 등 외교안보 이슈, 변동성이 줄어들지 않고 출렁거리는 주식 시장, 호남팹 등 메가프로젝트 투자 본격화 같은 국정 운영의 난제들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민주당, 김민석 본인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처해 있는 정치적 환경과 리스크들이 훨씬 더 버거워 보인다. 레드팀이라 생각하고 부러 냉정하게 짚어 봤다. ●민주당 강점 ‘구심력’ 약화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민석 대표는 ‘신승’했다. 김 대표 체제 출범이 민주당 전대의 결론이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강한 비주류’의 형성도 크다. 이 대통령을 필두로 대부분의 의원들이 김 대표를 음으로 양으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후보는 특유의 난타전을 벌이며 선전했다. 최고위원 경선에선 ‘친청’(친정청래) 후보 3인이 모두 살아남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후 정 전 대표는 “이제 할 말은 하고 살겠다”고 했고 최고위원 중 1위로 당선된 최민희 최고위원은 “끝까지 정청래와 함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랫동안 민주당에선 ‘계파갈등’이라는 말이 드물었다. 십수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친문(친문재인)과 친안(친안철수)이 격렬하게 대립하다가 분당 사태가 발생하고 본격적으로 민주당의 구심력이 강해졌다. 문재인 정부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갈등, 공수처 설치 등의 논쟁이 벌어졌을 때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등 ‘조금박해’가 부각됐지만 이들은 조직적 비주류라기보단 개별적 소신파였다. 2022년 대선 경선의 ‘이낙연 vs 이재명’ 극한 대결 시기가 예외적이었다. 그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됐지만 본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로도 이재명의 당 장악력은 높아졌다. 2024년 총선에선 ‘비명횡사’ 논란을 빚었지만 윤 정권의 실정이 워낙 강력해 총선에서 ‘이재명 민주당’이 대승했다. 총선 이후 여야의 강대강 대치 속에서 ‘이재명 사법리스크’도 부각됐지만 단일대오는 흔들리지 않았고 비상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현 정부가 출범했다. 지난 한 해 동안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과 여당 앞에 거칠 것이 없었다. 야당은 지리멸렬했다. 당정청은 말 그대로 ‘원팀’이었다. 당시 정청래 대표를 향해 간혹 ‘자기 정치’ 운운의 견제구가 날아가긴 했지만 조직적이고 유의미한 비주류의 수장이랄 순 없었다. 하지만 6·3 지방선거와 8·17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민주당 내엔 강한 비주류가 형성됐다. 그 과정에서 여권 차기 주자군 중 선두에 있던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존재감이 확 낮아지고 정 전 대표가 우뚝 섰다. 사실 정청래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전대 결과는 나쁘지 않다. 실은 상당히 괜찮다. 악전고투 끝에 대표 연임에 성공했다면? 그렇다고 해서 당장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당내의 친명(친이재명)계와 난투극을 계속 벌일 순 없는 노릇이다. 대통령 지지율도 여전히 상당하고 임기도 한참 남았다. 정청래 본인이 이명박 정권 때 박근혜처럼 확고한 차기 주자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다. 반대로 ‘예스맨’ 노릇을 할 수도 없다. 아마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운신의 폭이 아주 좁았을 것이다. 하지만 1등을 위협한 2등, 세 사람의 자기 계파 의원들을 최고위원에 당선시킨 전직 대표는 다르다. 눈에 보이는 권력은 없지만 ‘지분’은 확인됐고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당장은 크게 안 움직이겠지만 앞으로 김 대표가 허점을 노출하면 ‘정체성’, ‘개혁’, ‘당원의 뜻’을 강조하며 압박해 들어갈 것이다. ●‘자기 정치’ 못 하는 김민석 김 대표 본인의 발밑도 단단하진 않다. 86세대의 원조 대표주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 이 대통령의 최측근 정도가 김민석의 자산이다. 이 중 86대표의 정치적 가치는 높지 않다. 게다가 민주당 내 86세대들 거의 모두가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주체세력이다. DJ픽은,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해 그때 정치한 사람들은 다 그랬다. 남은 것은 이 대통령과의 관계뿐인데 이게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통령과 정부를 지원하는 당청 협력의 창조적 수평관계를 만들겠다”는 게 김 대표의 취임 일성이었다. 수직적 관계는 아니지만 그냥 수평적 관계도 아니라는 말이다. 김민석의 전임자 정청래는 그래도 강성 당원들의 지지, 김어준과의 파트너십이라는 자기 자산을 갖고 있었다. 그에 비해 김민석은 자기 자산과 독자성이 없다. 당대표가 그래도 힘을 받으려면 고유의 자산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시도하면 본인이 그렇게 비판하던 ‘자기 정치’가 된다. 물론 대통령 지지율이 쭉 높고, 나랏일이 다 잘 돌아가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질 수도 있다. 정부가 국민 전체와 국가의 미래를 바라보고 움직이다가 당과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다. 그건 그나마 다행인데 실정과 실책으로 민심이 이반될 수도 있다. 그때 김민석의 선택은? 속된 말로 들이받는 것도 자기 지지율이나 조직이 있어야 가능하다. 물론 들이받아서 지지율과 존재감을 높이는 수가 있긴 하지만. 보통 여당 대표는 차기 주자형과 관리형으로 나뉜다. 현재의 김민석은 누가 봐도 관리형이다. 최근의 여러 여당 대표들 중에선 이낙연 정도가 혼합형이었다. 총리를 지내고 당대표가 됐다가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다. 그 혼합형 대표의 결말은 모두가 아는 바다. ●보완수사권 폐지 ‘무책임’ 지적 가장 어려운 것은 이 대통령의 문제다. 경제, 외교 같은 국정운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에서 파생된 것들로 꼬인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전대만 해도 최고위원 후보 두 사람이 사퇴하고 대의원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꼴찌로 탈락했다. 6·3 재보선 당시에도 그의 공천 여부가 골칫거리였다. 그는 이 대통령과 사법리스크를 나눠 지고 있는 사람이다.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문제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당에 끌려갔다. 법안이 통과된 이후엔 “나는 안 읽어 봤다”고 했지만 빈축을 샀을 뿐이다. 이 문제에선 김민석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지난해 10월, 총리실 산하엔 검찰개혁추진단이 설치됐다. 이 정부의 가장 핵심적 의제를 총리실 과제로 들고 간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 그 조직은 개혁안을 만들지도 못한 채 해체됐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가 보완수사권 완전폐지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자 김민석은 “원래 내 소신도 그렇다. 입법은 당의 몫으로 돌리겠다”며 발을 뺐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처사다. 공세는 정청래의 몫이었지만 이제 10월부터 검찰청이 없어지면 그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 김민석의 몫이 된다. 본인도 소신이라 했으니 정청래 핑계도 댈 수 없다. 그리고 이것도 결국 연결되는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대통령 공소취소는 핵폭탄급이다. 김민석은 전당대회 말 인터뷰에서 스스로 공소취소 이야기를 꺼냈다. “잘못된 기소가 이뤄졌는데도 끝까지 재판을 받으라는 것은 야만”이라고 말했다. 6·3 선거 직전에 나온 그 이슈가 선거에 악재로 작동하고 전대에서도 다들 말을 아끼던 판에 김민석이 그걸 꺼냈다. 여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 유시민 작가도 대놓고 반대하고 여당 의원 상당수도 탐탁지 않아 하는 이슈다. 야당 반대는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여당 대표 김민석이 관철해 내야 하는 과제라면? 여당 의석이 압도적이고 야당이 지리멸렬하니 밀어붙일 순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어려워질 것이다. 새로운 특검을 통하건, 지금 법무부가 만든 검찰 인권존중미래위원회를 통하건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결정이라 여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시간이 지나면 대통령 지지율이나 장악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총선에 악영향이 클 수 있으니 빨리빨리 처리하자, 맞을 매라면 먼저 맞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내부자들의 생각일 뿐이다. 보수는 결집하고 중도층은 이반하며 지지층은 분열될 것이다. 김 대표가 이끄는 당과 이 대통령의 정부는 디커플링도 되지 않는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한 압박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김 대표는 전대 기간에도 조희대에 대한 ‘조치 필요성’을 여러 번 언급했다. 당대표가 되자마자 “법치 파괴 조희대는 물러나야 한다”는 현수막 게첩을 지시했다. “민주의 황금시대 열겠습니다”라는 현수막과 함께. ●국민의힘, 존재감 발휘한다면 김민석에겐 야당도 걸림돌일 수 있다. 지금까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야당 복이 많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윤 전 대통령에 이어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상당한 도움을 줬다. 하지만 이런 야당의 지리멸렬함은 이제 거꾸로 작동한다. 야당이 어느 정도만 존재감을 발휘했다면 전대 때 여당 사람들끼리 그렇게 죽기 살기로 싸우지 못했을 것이다. 외부에 전선을 형성하지 못하니 막강한 전투력으로 자기들끼리 싸운다. 사실 잘 싸우는 것, 전선을 잘 치는 것은 민주당의 DNA다. 윤석열 정부를 몰아붙였고 박근혜 정부를 몰아붙였고 조기 대선에선 손쉽게 승리했다. 그런데 이젠 적이 없다. 윤석열, 장동혁, 검찰 다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야당 때문에 일 못한다, 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호소는 정부 여당의 꽤 강한 무기인데 이제 쓸 수가 없다. 게다가 어느 순간에 국민의힘이 혁신하면? 장동혁 체제가 끝나고 한동훈이 복당하고 국힘 범주류가 자기들이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운데 방향으로 무거운 몸을 옮긴다면?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윤태곤 공공전략컨설턴트
  • “150조 미래기금 사용조건 못박아야” “국채 상환에도 써야”

    “150조 미래기금 사용조건 못박아야” “국채 상환에도 써야”

    일각 “정부 자의적 사용 우려” 지적재정안정기금 등 보완 방안 제시반도체 호황 지속 여부 등 변수도기획처 “경제구조 변화 등 반영”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초과 세수를 활용해 조성될 150조원+알파(α) 규모의 미래대응기금 윤곽이 드러나자 기금의 성격과 용처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야권에서 “정부가 국회의 통제를 벗어난 쌈짓돈을 만들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미래 성장을 도모하고 재정 위기에 대비하기 위한 기금”이라고 맞서고 있다. 23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야권에서는 “미래대응기금이 상시적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효과를 내기 때문에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예산과 달리 사업성 기금은 20%, 금융성 기금은 30% 내에서 국회 승인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금 사용 조건과 투자 대상을 못박아 정부가 자의적으로 기금을 사용할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는 일정 범위 내 재정의 자율성은 필요하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국가재정법, 기금운용법 등 법률적 근거에 따라 기금운용 자체는 국회의 심의 의결을 받아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과 세수로 마련된 미래대응기금을 ‘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를 위한 ‘지출’ 용도로 활용한다는 것을 놓고도 비판이 나온다. 초과 세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불, 공적자금 상환, 국가채무 상환과 추경에 사용될 수 있는데 미래대응기금은 이를 우회한다는 점에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재정 건전성을 보강하려면 초과 세수의 일부를 적립했다가 국채를 상환하는 데 활용하는 재정안정기금을 설립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기금이 재정건전성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세수 결손이 발생했을 때 기금을 통해 재정 여력을 보강할 수 있어 당장 국가채무를 갚는 것보다 재정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필요한 경우 국채를 상환하는 등 국가재정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운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지금은 세수가 넘쳐 기금을 조성했지만, 당장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수 펑크’ 위기였고 앞으로 언제까지 반도체 호황이 장기간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에 대해 기획처 관계자는 “경제구조 변화, 대규모 경기 변동에 따른 장기 추세를 반영한 추가 세수를 재원으로 활용하기에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작다”면서 “앞으로 3~5년이 지나면 산업구조가 변화해 추가 세수가 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與, 이진숙 징계안 제출…김민석 “반드시 최소 활동 정지”

    與, 이진숙 징계안 제출…김민석 “반드시 최소 활동 정지”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역사 왜곡 발언이 쏟아진 토론회를 개최한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21일 제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도 “이 의원의 제명, 최소한 활동 정지를 반드시 이루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민주당 원내대변인과 안도걸 전남광주시당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이 의원 징계안을 제출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제출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제명 징계 촉구 결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오늘은 본격적으로 구속력 있는 징계안을 제출했다”며 “국회 안에서 벌인 행태는 그대로 묵과하고 지나갈 수 없고 반드시 징계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 의원의 행태는 헌법정신과 5·18 정신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는 중대한 도발”이라며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2차 피해이자 광주와 전남 지역민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5·18 폄훼 발언을 이유로 국회의원 징계를 추진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2019년에도 여야 4당이 5·18을 모독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3명(김진태·이종명·김순례 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한 사례가 있다”며 “그때보다 훨씬 강력하고 광범위한 방식으로 이 의원이 잘못된 행위를 한 만큼 징계 사유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했다. 지난 2019년 2월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던 김진태·이종명 전 의원이 공동 주최한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됐다. 이 전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이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했고, 김순례 전 의원은 5·18 유공자를 “괴물 집단”이라고 폄훼했다. 당시 공청회 연단에는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지만원씨도 올랐다. 민주당은 이 의원 징계안을 당론으로도 추인할 예정이다. 이 원내대변인은 “민의를 적극 반영해 국회도 하루빨리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진숙 의원 징계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김 대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5·18 폄훼 이진숙 의원이 진짜 징계 대상이라는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이진숙 (의원에 대한 징계) 처리를 시작으로 5·18 헌법 전문 수록을 거쳐, ‘국민의힘’이 진정 국민 곁으로 다가가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한편 김 대표는 오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예방한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 징계 관련 내용이 거론될지도 관심이다.
  • 與 법사위 ‘조희대 출석 의결’…野 “탄핵 사전 청문회”

    與 법사위 ‘조희대 출석 의결’…野 “탄핵 사전 청문회”

    더불어민주당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을 현안질의에 출석하도록 하는 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국회로 불러 ‘대법관 서면 제청’을 따져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10월에도 국정감사장에 조 대법원장을 세운 바 있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에 대한 증인 출석 요구 안건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반발해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민주당은 오는 31일 대법관 서면 제청 논란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사건 상고심 전원합의체 회부 등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여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노 처장에 대해 “국회와 대통령실을 무시하는 태도가 지나쳤다고 판단된다”며 “전체회의에 출석해서 커튼 뒤에, 대리인 뒤에 숨지 말고 본인이 했던 일들에 대해서 소상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은 별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긴급현안질의가 아닌 ‘탄핵 사전 청문회”라며 “사법부 수장을 국회로 불러 대법관 제청의 경위를 추궁하겠다는 것은,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맡긴 제청권의 행사를 국회가 사후 심문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제청의 정확한 경위를 알려면 증인으로 나와야 할 사람은 대법원장이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이라며 “민주당이 진상을 원한다면, 증인석에 앉혀야 할 사람도 대통령과 민정수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1일 현안질의와 증인 채택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법사위에서는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조 대법원장을 ‘조희대씨’라고 칭한 것을 두고 여야 고성이 발생했다.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새로 민주당 당대표가 된 김민석씨가 조 대법원장을 보고 ‘법기술원장’이라고 하겠다고 한다”며 “앞으로 지금 이 분위기면 검찰청이 공소청이 되듯 대법원은 ‘법기술원’으로 바뀌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너무 무례하다, 습관성이다. 그건 인성의 문제다”라며 반말을 섞어 항의하자 김 의원은 “왜 반말이냐”, 다시 박 의원이 “당신이 나보다 후배 아니냐”고 했다. 이후에도 두 의원은 “참교육이 필요하다”, “참교육이 필요한 건 당신이다”라고 고성으로 충돌했다. 최근 사직서를 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불출석을 두고도 여야의 입장이 갈렸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법무부 장관이 출석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70여 년 형사소송법 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형사소송법 개정을 했고 주무 장관이 정 장관이다. 당연히 이후 국민 여론은 어떤지, 국민에게 어떤 피해가 가는지 여야가 따져 물을 때 책임 있게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국무위원은 대리 출석을 요청할 수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나오는 게 맞지만 여러 사정을 이야기하고 몸이 아프다고, 제가 직접 통화도 해서 대리 출석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국회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부패방지 특강’ 개최… “청렴 책임 의회 구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부패방지 특강’ 개최… “청렴 책임 의회 구현”

    서울시의회 국민의힘(대표의원 김길영, 강남6)이 공직기강 확립과 청렴한 의정 활동을 위해 소속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강도 높은 청렴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특강은 지방의정 활동에 필수적인 반부패 법령과 제도를 심도 있게 살펴보고, 의원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규정들을 면밀히 점검하기 위해 기획됐다. 참석 의원들은 서울시의회의 청렴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이해충돌 방지법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심도 있게 학습하며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는 공정한 의정 활동을 다짐했다. 특히 하반기 임시회를 앞두고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와 각종 민생 조례안 처리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시의원들을 향한 엄격한 윤리 의식과 청렴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시민의 소중한 예산을 다루고 지역 사회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만큼, 국민의힘은 이번 사전 교육을 통해 사소한 부패 요인조차 철저히 차단하고 투명한 의회 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김길영 대표의원은 “바쁜 의정 활동 중에도 소속 의원 38명 전원이 빠짐없이 특강에 참석한 것은 청렴하고 깨끗한 정치를 향한 국민의힘의 단합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표의원은 “시민의 굳건한 신뢰를 얻는 것이야말로 책임 의정의 첫걸음”이라며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은 앞으로도 투명하고 공정한 의정 활동을 바탕으로, 오직 시민만을 바라보는 실용 정치를 흔들림 없이 펼쳐 나가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 [의정광장] 서울의 공공기여, 가장 필요한 곳으로

    [의정광장] 서울의 공공기여, 가장 필요한 곳으로

    도시의 발전은 단순히 고층 건물이 늘어나고 인프라가 확충되는 외형적 성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정한 선진도시는 도시 성장의 과실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고, 시민 모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균형 잡힌 구조를 갖춘 도시다. 이러한 측면에서 공공기여 제도는 서울의 지속 가능한 미래와 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민간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득의 일부를 공공시설이나 재원으로 환원하는 공공기여는 그동안 도시의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공공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 왔다. 그러나 이제 공공기여의 역할을 한 단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개발된 곳에 다시 투자하는 공공기여’에서 ‘서울에서 가장 필요한 곳에 우선 투자하는 공공기여’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서울형 ‘공공기여 우선투자지수’ 구축을 제안한다. 생활권별 노후도, 대중교통 접근성, 녹지율, 인구구조와 변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부족 정도 등 다양한 도시 지표를 종합해 지역별 공공서비스 취약도를 객관적으로 산출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면 현재의 부족한 시설뿐만 아니라 향후 인구 변화와 도시 수요까지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공기여는 ‘현재의 부족을 메우는 제도’에서 ‘미래의 부족을 준비하는 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 공공기여 대상은 시대적 변화와 시민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달라져야 한다. 저출산·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서울에서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도시 인프라는 더이상 도로·공원·주차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돌봄과 육아, 건강과 체육, 문화와 교육, 고령친화시설 등 시민의 일상과 직접 연결되는 생활 인프라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회는 공공산후조리원과 돌봄센터, 고령층 지원시설 등을 공공기여 대상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도 공공기여는 ‘건물을 위한 도시 인프라’에서 ‘사람을 위한 생활 인프라’로 그 범위를 넓혀 가야 한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공공의 역할만큼 민간의 참여도 중요하다. 공공기여가 민간에 대한 일방적인 부담으로 인식된다면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투자 우선순위와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얼마를 더 부담할 것인가?’보다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가 먼저 명확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제도는 민간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공공에는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게 한다. 공공기여는 개발이익의 환수를 넘어 도시가치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서울의 균형발전은 모든 지역을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어느 지역에 살든 기본적인 삶의 기회에서 지나치게 불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기여의 최종 목표는 ‘지역의 균등’이 아니라 ‘시민의 기회 균등’이어야 한다. 이제 공공기여를 향한 질문도 ‘개발이익을 어디에 환원할 것인가?’에서 ‘서울에서 어디에 가장 필요한가?’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 서울은 AI와 데이터 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공공기여의 우선순위를 객관적으로 정하고, 공공과 민간이 책임을 나누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공공기여를 ‘개발이익의 환수’에서 ‘도시가치의 공유’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서울의 균형발전을 넘어 모든 시민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도시로 나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 민낯을 그렸다, 불륜조차 하찮아지게

    민낯을 그렸다, 불륜조차 하찮아지게

    인플루언서이자 가장인 박경희 역‘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열연유튜브 파고들고 의상·헤어도 연구“불륜·사고 등 극한 상황 속 주인공어떻게 금이 가는지에 초점 맞췄죠김지훈·조여정 등 캐릭터 완벽 구현”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영상으로 팔아온 인플루언서의 집에 격랑이 몰아친다. 남편이 바람피우는 건 파국의 위기 앞에 그저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주저앉았던 아내는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선다. 그 눈빛이 서늘하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감독 이창희)는 빠른 호흡의 사건이 인물들을 휩쓰는 8부작 블랙코미디다. 인플루언서 부부와 이혼 소송 중인 앞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비밀로 얽히고 설킨다. 지난달 31일 첫 공개 후 5회까지 선보인 시리즈는 플랫폼 인기 순위 1위를 3주째 지키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극 중 박경희를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밑바닥부터 시작한 가장”으로 읽었다고 했다. 경희는 인테리어 회사 대표이자 구독자 100만명을 자랑하는 영상 크리에이터 ‘박대장’이다. 김혜수가 처음 맡은 인플루언서 역할이다. 그런데도 무게를 실은 쪽은 직업이 아니었다. 김혜수는 “인플루언서이기도 하지만 경희는 가장이다. 예기치 못한 사건 앞에서 이 가장이 어떻게 금이 가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균열은 빠르게 확산한다. 딸이 뺑소니 사고를 냈다고 믿은 경희는 남편 임재홍(김지훈 분)과 함께 시신을 옮겨 감춘다. 곧 영상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이 날아들고, 부부는 회사 돈까지 끌어다 5억원을 마련한다. 그런데 협박범이 쥔 영상에 담긴 것은 사고도 시신도 아닌 남편과 앞집 이웃 안수정(조여정 분)의 불륜 현장이었다. 가족을 지키려던 선택이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구조다. 김혜수는 “경희에게는 가족을 지키려는 유일한 길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가식으로 채워졌던 사람의 진짜 민낯이 그때 나온다”고 설명했다. 작품 선택의 이유를 묻자 김혜수는 고민 없이 제목을 언급했다. 읽어야 할 대본이 몇 편 쌓여 있던 날 제목 한 줄이 “퀵 줌처럼” 눈에 들어왔다. “그래? 그럼 뭐가 문제야?”라는 궁금증에 대본을 집어 들었다. 완성도 높은 대본에 제목마저 장치로 읽혔다. 김혜수는 “불륜으로 시작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여러 인물이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지가 작가가 하려는 이야기”라고 했다. 불륜과 사고, 자녀 문제처럼 익숙한 소재를 인간의 민낯까지 끌고 가는 전환이 치밀했다는 것이 그의 평이다. 대중을 붙드는 감각을 익히려 처음으로 유튜브를 파고들었다. 인테리어를 검색해 조회 수 높은 순으로 봤고, 요리·가구·패션까지 범위를 넓혔다. 백만 구독자를 가진 인플루언서들이 대중의 관심을 오래 붙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폈다. 지하방과 옥탑방에서 시작해 자기 공간과 가족의 성장까지 공개해 지지 기반을 쌓은 사례가 경희의 모델이 됐다. 의상은 실제 인플루언서들의 착장을 참고해 제작했고, 헤어스타일은 분장팀과 오래 회의한 뒤 최종안조차 촬영 며칠 전 스스로 바꿨다. “오래 청룡영화상과 함께한 화려한 이미지가 있으니, 개인 김혜수의 화려함이 아니라 캐릭터로서의 화려함을 보여줘야 해 특히 신경을 썼다”고 했다.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데는 현장의 조건도 한몫했다. 이 감독은 두 이웃이 마주하는 골목과 집을 로케이션 대신 세트로 지었다. “이웃과 이웃이 만나는 순간의 빛과 공기는 외부에서 제한적인데, 그걸 과감하게 세트로 선택한 것이 배우들에게 큰 강점이었다”고 했다. 날씨에 발목 잡히지 않으니 상황만 남았다. 이 감독의 연출은 “굉장히 라이트하다”고 표현했다. 연출 방식은 배우가 준비한 것을 먼저 받아들인 뒤 지나가듯 단서를 주는 쪽이었다. 현장에 몰입한 상태에서는 그 단서 하나가 연기의 폭을 넓히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했다. 16세였던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올해로 배우 인생 40년을 맞았다. 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무섭다”고 했다. 현장의 불안은 모든 배우가 안고 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가 두려움을 극복한 힘은 촬영을 함께한 동료 배우들에게서 나왔다. 아내의 그늘에 가려 살아온 배우 임재홍을 연기한 김지훈에 대해 그는 “어느 순간은 김지훈이 연기하는 재홍이 아니라 인간 재홍처럼 보였다”며 “자칫 철부지나 이기적인 인물로만 보일 수 있는데 그걸 구현해 낸 건 오롯이 김지훈의 역량”이라고 했다. 이웃 피부과 원장을 연기한 배우 조여정에 대해서는 “어떤 배우가 하느냐에 따라 완성되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수정의 전 남편 주보성 역 배우 김재철에 대해선 “블랙코미디의 정점을 보여줄 배우”라고 평했다. 남은 이야기의 관전 포인트는 또다시 ‘민낯’이다. 오는 21일 공개되는 6회에선 수정이 공구를 챙기고, 주보성의 변호사 최상철(이두석 분)이 경희의 집에 침입한다. 그는 “모든 인물의 수위는 점증하고, 그 절정은 7회가 될 것”이라며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드러나는 극 중 인물들의 다종다양한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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