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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열 칼럼] 인도·태평양에서 태평양으로 바꾼 트럼프

    [손열 칼럼] 인도·태평양에서 태평양으로 바꾼 트럼프

    지난달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 사령부 명칭을 태평양 사령부로 변경했다. 트럼프 1기인 2018년 태평양을 인도·태평양으로 변경한 후 8년 만에 원위치로 돌아간 셈이다. 국방부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본 임무, 지리적 범위, 전력 구조, 파트너십 대상은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역의 명칭 변경은 개념 변경을 수반하는 것이므로 미국이 지역의 성격, 범위, 역내 전략적 우선순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018년 미국이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명칭을 변경할 때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인도양과 태평양의 전략적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논리를 폈다. 중국의 해군력 팽창이 태평양을 넘어서 인도양으로 향하고 동중국해에서 호르무즈에 이르는 해상 운송로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견제할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명칭 변경을 통해 인도를 끌어들임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장을 견제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냈다. 반면 ‘태평양’으로의 복귀는 인도의 전략적 가치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트럼프 2기 미국·인도 파트너십이 난항을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도가 미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제재에 반해 수입을 강행하자 트럼프는 보복 조치로 50%의 관세 폭탄을 퍼부었고, 인도는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맞서고 있다. 안보면에서도 미국은 이란 전쟁에서 중재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도의 경쟁국 파키스탄과 공조하는 등 인도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고 있다. 중국 견제에 있어 인도의 유용성이 하락한 것이다. 보다 구조적인 요인은 인도·태평양이란 광활한 공간에 대한 미국의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도양과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파트너십 구조를 유지,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트럼프는 태평양으로 공간을 축소해 군사 중심, 양자관계 중심 구조로 질서를 재편하고자 한다. 이런 방향성은 지난겨울 공표한 ‘2025 국가안보전략(NSS)’에 드러났다. 미국은 인태 전략의 핵심 부속품인 쿼드 등 여러 네트워크의 활용도를 낮추고,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전략 공간의 주변부로 밀어냈다. 대신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는 ‘제1도련선’ 국가들이 미국에 군사 지원을 확대하고 스스로 방위비 증강과 억지력 향상에 투자하게 만드는 전략을 선보였다. 태평양 개념의 부활은 제1도련선 국가인 일본, 필리핀, 호주 등이 서태평양 최전선인 대만 방어에 전략적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임을 예고한다. 제1도련선에 애매하게 걸려 있는 한국도 대만 유사시에 보다 전향적으로 임무와 역할 분담에 나서야 할 상황을 맞을 것이다. 더 큰 우려는 한국 등 역내 중견국이 미중 관계에 더욱 종속되는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래 전략 공간이 좁을수록 중견국은 미중 양자구도에 갇혀 양자택일을 강요받기 쉽다. 일본과 호주 등 중견국이 인태로 공간 확장을 기도한 이유도 다양한 파트너와 다각적 관계를 통해 전략적 레버리지를 확보하려는 데 있다. 반면 트럼프는 태평양에서 중국과의 G2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태평양을 중국과 공동관리한다는 G2 본연의 의미보다는 미중 간 경쟁적 거래와 합의의 장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동맹관계는 거래지향적 미중 관계의 하위에 놓이기 때문에 동맹국들은 전략적 입지의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등 동맹국들은 제1도련선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중 억제적 지역 개념에 안보상 보조를 맞추어야 하겠지만 무역, 투자, 첨단기술, 인프라 개발, 해양안보, 경제안보 분야 등에서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설사 인태 공간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약화되더라도 일본, 인도, 호주 등 인태 핵심국들은 기성 질서 유지를 위해 노력을 배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미중 경쟁의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동남아 및 인도와의 연계와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현 정부는 트럼프가 초래한 지역 개념의 혼란 사태 추이를 관망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안보와 비안보 분야를 중층적으로 아우르는 지역 공간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한국, 또 뒤통수 맞을까…“인니, KF-21 48대 구매할 수도” 희망고문 논란 [밀리터리+]

    한국, 또 뒤통수 맞을까…“인니, KF-21 48대 구매할 수도” 희망고문 논란 [밀리터리+]

    KF-21 보라매 공동개발국 지위를 가진 인도네시아가 기존에 알려진 예상 물량의 3배인 48대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나왔다. 신동학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상무는 최근 영국 항공 전문 매체 플라이트글로벌에 “현재 초도 물량인 16대 도입을 놓고 인도네시아 측과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최종 주문 규모는 최대 48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이 최종 확정될 경우 해당 전투기는 한국에서 KAI가 생산하게 되며 인도네시아도 산업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가 현지 생산 대신 완제품 도입으로 방향을 선회해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 도입 물량은 16대, 계약 규모는 약 3조 원 수준이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과연 KF-21 도입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프랑스산 라팔 전투기 42대를 주문했고, 미국산 F-15 계열과 튀르키예 5세대 전투기 ‘칸’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바 있다. 당초 KF-21은 상반기 중 수출 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여전히 관련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0월 중국산 젠(J)-10C 전투기 최소 42대 도입을 결정했다. 이처럼 프랑스, 튀르키예, 중국으로 투자처를 다원화하는 것은 기술 역량이 부족한 중견국이 위험을 회피할 때 보이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자체 항공기 개발과 핵심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중견국들은 특정 국가나 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공급 중단이나 기술 이전 차질, 외교 갈등에 따른 제재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여러 국가와 동시에 무기 도입 및 기술 협력을 추진하며 협상력을 높이고 상황 변화에 따라 조달 계획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네시아의 불확실성, K방산에 미치는 영향은?플라이트글로벌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한국과 인도네시아 협력은 비용 분담 문제와 기술 유출 의혹 등으로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다가 2025년에야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며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라팔 전투기 협력을 확대하고 칸 전투기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KF-21 사업에 대한 의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 당시 전체 개발비의 20%인 약 1조 6000억원을 분담하고 그에 상응하는 규모의 가치이전을 받기로 했다. 가치이전 대상은 KF-21 시제기 5호기 1대 3500억원, ‘참여 대금(인도네시아 연구 인력 인건비) 및 기술이전’ 1742억원, 개발자료 758억원 등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가 경제난 등을 이유로 지급을 연체했고 지난해 최종적으로 분담금을 6000억원으로 줄였다. 더불어 2024년에는 KAI에 파견된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KF-21 관련 자료를 무단 반출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양국 간 신뢰에도 균열이 생겼다. 한국 정부는 수사 결과와 별개로 국가 핵심 기술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고 인도네시아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 사건은 공동개발 사업의 기술 이전 범위와 보안 관리 체계를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인도네시아가 여러 국가의 다른 전투기 도입을 병행하면서 한국에서는 공동개발 파트너의 장기적인 사업 참여 의지가 약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서 인도네시아의 최종 주문 수량이 48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KAI 측 언급에 불신을 드러내는 이유다. 인도네시아의 불확실한 사업 추진 기조는 KF-21을 비롯한 K-방산 항공 분야의 수출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말레이시아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시큐리티아시아(DSA)는 지난 6월 “한국과 인도네시아와의 KF-21 16대 규모 협상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에 있다”면서도 “이 계약은 KAI의 향후 수출 경쟁력과 KF-21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늠할 핵심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경쟁 전투기들이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 한국이 KF-21의 기술력과 방산 협력을 실제 수출 계약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라며 “특히 인도네시아는 KF-21의 첫 수출 계약을 가늠할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덧붙였다. 1600번 날았다…10년 7개월 만에 개발 끝난 KF-21한편 방위사업청은 2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주요 정부 부처와 개발 참여 기관·기업, 공동개발 협력국가인 인도네시아 국방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KF-21/IF-X(인도네시아형) 체계개발 종결’ 기념식을 개최했다. KF-21 사업에 착수한 지 10년 7개월 만에 체계 개발이 마무리된 것이다. KF-21은 2021년 시제 1호기 출고 및 총 6대의 시제기 제작을 거쳐, 지난 42개월 동안 총 1600여 회의 고난도 개발 비행시험을 진행했다. 이후 공대공 무장 발사 시험과 국내 최초 공중급유 시험 등 성능 검증을 마치며 지난 5월 국방 규격 제정 및 최종 전투용 적합 판정까지 획득했다. 방사청은 KF-21 체계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올해 하반기 양산 1호기를 대한민국 공군에 처음으로 인도할 예정이다. 이용철 방사청장은 “KF-21의 성공은 사업 관계자 및 개발에 참여한 기술진의 피와 땀, 그리고 우리 기술력을 믿고 응원해 준 온 국민의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 KF-21의 우수성을 알리고, 기술 자립을 통한 자주국방으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 트럼프 만나 군함 건조 논의한 李 대통령 “최대한 협조하겠다”

    트럼프 만나 군함 건조 논의한 李 대통령 “최대한 협조하겠다”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열린 만찬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군용 선박 건조 관련 후속 논의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레젭 타입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리셉션 및 환영 만찬에 참석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고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이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대화했을 당시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겠느냐”고 요청한 것과 관련 후속 협의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면서 우수한 선박 제조 역량을 가진 우리 기업들에 대해 소개했다. 양 정상은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양 정상은 이날 만찬 자리에서 3주 전 만찬장에서 약속했던 골프 회동을 상기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추진하고 그 계기에 골프 라운딩도 추진해 나가자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만찬장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함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현 국제정세 속에서 다른 중견국들과 함께 연대해 나갈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우크라이나에 1억 달러(약 15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면서 우크라이나 복구 재건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지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전쟁의 조속한 종식 및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재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했다. 또 양 정상은 우크라이나 내 북한군 포로 문제는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다만 1억 달러 지원이 살상 무기 지원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 입장은 기존에서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살상 무기를 지원하지 않는 입장이며 그 외에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KF-21, 200대 수출할 수도”…외신도 놀란 한국 전투기 잠재력, 세계 시장 흔든다 [밀리터리+]

    “KF-21, 200대 수출할 수도”…외신도 놀란 한국 전투기 잠재력, 세계 시장 흔든다 [밀리터리+]

    한국이 개발한 KF-21 보라매 전투기가 향후 동남아를 넘어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졌다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왔다. 말레이시아의 국방·안보 전문 매체인 디펜스 시큐리티 아시아(DSA)는 6일 “한국의 KF-21 보라매는 아세안과 걸프 지역 공군의 전략적 제3의 선택지 다목적 전투기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국은 인도태평양 전장에서 미국, 유럽, 러시아, 중국의 전투기 수출 지배력에 도전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F-21은 최대 속도 마하 1.81(시속 약 2200㎞), 항속거리 2900㎞에 달하는 초음속 전투기로 미국 F/A-18E/F, 프랑스 라팔, 유럽 유로파이터와 견줄 수 있는 4.5세대 전투기다. 전 세계에서 4.5세대 이상 초음속 전투기 개발에 성공한 국가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한국이 여덟 번째다. 총사업비 16조 5000억원이 투입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 사업으로 꼽힌다. ‘제3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한 KF-21매체는 KF-21의 장점으로 성능과 가격을 꼽았다. DSA는 “공대공 임무 중심의 블록Ⅰ 가격은 약 8300만 달러(한화 약 1263억원), 공대지 능력이 추가되는 블록Ⅱ는 약 1억 1200만 달러(약 1704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가격 구조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며 “많은 중견국 공군이 스텔스 기능에 치중한 5세대 전투기 도입 프로그램과 관련된 유지 관리 부담 없이 억지 작전, 해상 타격 임무 및 통합 방공망 침투를 지원할 수 있는 첨단 네트워크 중심 전투기를 점점 더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불어 KF-21은 스텔스 성능을 일부 반영한 기체 설계와 국산 AESA 레이더, 첨단 항전장비, 미국 GE F414 엔진을 탑재한 4.5세대 전투기다. 이는 성능과 가격 사이에서 고민하는 국가들에 ‘제3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매체는 “KF-21은 미국의 고가 5세대 전투기와 러시아·중국산 전투기 사이에서 성능과 가격을 모두 고려한 ‘제3의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다”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언급했다. “향후 10년간 200대 이상의 전투기 수요 발생 가능”인도네시아는 현재 KF-21의 가장 유력한 수출 대상국으로 꼽힌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개발 분담금 문제를 조정한 뒤 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약 16대 규모의 KF-21 구매가 논의되고 있다. 공군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인 필리핀은 현재 12~20대 규모의 다목적 전투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 필리핀은 KF-21을 개발·생산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부터 FA-50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만큼 기존 운용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양측은 금융 지원과 유지·보수(MRO) 시설 구축 방안까지 포함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말레이시아 역시 차세대 다목적 전투기 사업(MRCA)의 후보 가운데 하나로 KF-21 약 30대 도입을 검토 중이며, 아랍에미리트는 100대 이상 구매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장 큰 잠재 고객”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수출 캠페인이 종합적으로 추진된다면 향후 10년 동안 200대 이상의 KF-21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김종출 KAI 사장 역시 “현재 KF-21의 수출 상담이 진행 중인 물량은 200대 이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KF-21 수출 호조, 세계 전투기 시장의 구조적 변화 예고다만 현재 KAI는 한국 공군의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생산 능력을 충분히 확대해 수출 지연을 방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수출 지연은 빠른 도입을 원하는 잠재적 고객 사이에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체는 KF-21이 ‘제3의 선택지’로서 전략적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DSA는 “지정학적 분열 심화와 군사 현대화 가속화 추세 속에서 KF-21은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에 진출하는 비서방 전투기 프로그램 중 가장 상업적으로 중요한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의 광범위한 방산 수출 생태계는 서울이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등을 다수의 동맹국 및 비동맹국에 성공적으로 수출하면서 확장 가능한 산업 역량을 이미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 ‘협력 재구상’ 제주포럼 개막…李 대통령 “국제협력 선도할 것”

    ‘협력 재구상’ 제주포럼 개막…李 대통령 “국제협력 선도할 것”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이 25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렸다. 외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는 올해 포럼은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대주제로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세계 각국 및 국제기구 전·현직 지도자와 고위 인사, 학계·시민사회 전문가 등 4500여명이 참석해 68개 세션에서 국제 현안을 논의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축사에서 “지금 세계가 직면한 도전들은 결코 한두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 해결 역량이 있는 국가들이 유연한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때 기존 국제질서의 공백을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서로 싸울 필요가 없는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제주포럼과 같은 계기를 통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을 선도하는 등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역할과 기여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개회사에서 “세계가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 제주는 협력의 시대를 열고, 세계가 갈등의 언어에 익숙해진다면 제주는 공존의 언어를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축사에서 오늘날의 다자주의는 더 연결되고 포용적이며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고 밝혔다.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한국과 슬로베니아 같은 중견국이 다자주의 수호와 소다자주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거버넌스에서 역할을 확대해 분절화되는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분절화된 국제질서가 구조적 현실로 자리 잡았다며 공급망 다변화, 국제법과 규범 수호, 글로벌 사우스 역량 강화, 다자주의 개혁 등을 새로운 협력 방식으로 제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 지도자 세션,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 다자주의 재구상 세션, 이란 전쟁 이후 중동 평화 구축 세션 등이 진행된다.
  • 모욕과 수모 겪었던 G7… 트럼프의 말, 부메랑 돼 돌아올까

    모욕과 수모 겪었던 G7… 트럼프의 말, 부메랑 돼 돌아올까

    “마크롱, 아내에 학대당하고 살아”“카니는 총독… 미 51번째 주 될 것”파병 거절한 타국에도 ‘비난 세례’美, 이란 종전 합의 협조 구할 전망WP “동맹들, 압력에 저항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그가 과거 이들 G7 정상을 향해 내뱉은 거친 발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G7 정상 대부분을 모욕하고 갈등을 일으켰다며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서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친 언사를 일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경제와 안보를 이끌어가는 핵심 리더 그룹인 G7 정상들마저도 ‘조롱거리’로 삼았는데, 특히 이란전쟁을 기점으로 빈도가 더욱 잦아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이란전쟁 기간 동맹국들이 미국의 전쟁지원 요청을 외면했다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을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두고서는 지난 4월초 “아내에게 학대당하는 마크롱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턱에 맞은 상처가 아직 회복중이었다”고 ‘매 맞는 남편’인 양 조롱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은 “답할 가치가 없다”고 불쾌함을 표출했다. 미국과 같이 영어를 사용하는 전통적 동맹국 영국과 캐나다도 트럼프의 막말을 피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이란전쟁 발발 후 미국에 비협조적이었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네빌 체임벌린 전 영국 총리에 빗대어 비판했다. 체임벌린 전 총리는 1930년대 나치 독일을 상대로 유화 정책을 펴 2차세계대전을 촉발했다는 오명을 갖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에 대해선 “카니 총독”이라고 부르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 카니 총리는 최근 미국의 강압에 맞선 ‘중견국 연대’ 필요성을 주창하며 트럼프와 각을 세운 바 있다. 친트럼프 성향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교황 문제를 두고 갈라섰다. 멜로니가 교황을 옹호하며 자신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용기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틀렸다”며 이탈리아가 이민자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3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주만 공습’을 언급하자 이에 당황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동공’이 흔들리기도 했다. 그동안 내뱉은 말들은 이번 G7 기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정상에게 호르무즈 해협 개방 지원과 종전 합의 협조를 구할 예정이지만, 얼마나 우호적인 반응이 나올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의 압력에 저항하려는 G7 정상들의 의지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캐나다 찾은 강훈식, 이틀째 잠수함 수주 총력… 의회·정부 인사 전방위 면담

    캐나다 찾은 강훈식, 이틀째 잠수함 수주 총력… 의회·정부 인사 전방위 면담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한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3일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섰다. 강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캐나다 오타와 2일 차 보고드린다”며 정부와 의회 인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이 잠수함 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캐나다 상원에서 마티 디콘 국가안보·국방·보훈 상임위원장과 상원의원 3명을 만났다고 소개했다. 강 실장은 “에너지 자원 분야 협력 방안과 잠수함 사업을 연계해 제안한 우리의 산업 협력 방안이 캐나다에 어떤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지 설명했다”며 “잠수함 수주를 위한 의회 차원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팀 코리아‘가 제조업의 심장인 온타리오의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고 했다. 마크-안드레 블랑샤드 캐나다 총리 비서실장과도 면담했다. 강 실장은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라며 “양국 비서실장이 긴밀히 소통해온 것 자체가 양국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방증임에 저와 블랑샤드 실장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두 실장은 에너지·중견국 연대 등 파트너십 확대를 논의했으며, 강 실장은 한국 잠수함의 우수성과 산업 협력을 통한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당부했다. 강 실장은 멜라니 졸리 산업장관과 면담에서는 “한화와 APMA-Algoma(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협회) 간 MOU를 통해 캐나다에 자동차 공장 하나가 들어가는 것과 맞먹는 수준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또한 “잠수함 협력이 가져올 963억 캐나다달러의 GDP 효과와 2026~2044년간 43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소개했고,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그리는 수소 청사진도 소개했다”고 했다. 이에 “졸리 장관은 한국 기업들이 약속한 투자와 고용을 성실히 이행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하며, 반도체·생명과학·AI·우주·방산 등 다방면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고 했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팀 호지슨 천연자원부 장관과도 만나 원유·LNG·핵심광물 등 에너지·자원 협력을 강화하기 하고, ‘한·캐나다 에너지·자원 공급망 포럼’에 참석했다. 포럼에서는 캐나다산 원유 도입 확대 방안 등이 논의됐다. 지난달 31일 출국한 강 실장은 전날 토론토 ‘한-캐나다 첨단산업 협력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참석 후 오타와에서 스티븐 퓨어 국방조달 국무장관,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 등과 만나 잠수함 사업과 관련한 협조를 구했다. 강 실장은 4일쯤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한화오션은 최대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자 자리를 두고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최종 경쟁 중이다. 사업자 발표는 6월 말쯤으로 예상된다.
  • 60조 캐나다 방산 공들이는 강훈식…“다음엔 한국 잠수함 타고 올 것”

    60조 캐나다 방산 공들이는 강훈식…“다음엔 한국 잠수함 타고 올 것”

    “다음에는 한국 잠수함을 타고 와야겠습니다.”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 캐나다를 방문 중인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1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하며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섰다. 강 실장은 페이스북에 “이른 아침 미래 유망 사업인 방산·우주·수소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인 ‘한·캐나다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했다”며 캐나다에서의 특사 일정을 소개했다. 특히 강 실장은 오타와에서 스티븐 퓨어 국방조달 국무장관, 데이비드 맥귄티 국방장관과 각각 면담하며 한국산 잠수함 수주를 설득하기도 했다. 캐나다 정부는 노후 잠수함을 대체할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놓고 한국과 독일이 경쟁하고 있는데 청와대와 정부, 기업이 총력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비행기 연착으로 면담 시간에 촉박하게 뛰어 들어간 강 실장에게 세 번째 만난 두 장관은 “캐나다에서 연착은 일상”이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강 실장은 “지금 캐나다 서부해안에 정박 중인 우리 잠수함이 태평양 1만 4000㎞를 잠행해 오면서도 단 한 치의 지연도 없이 ‘on time’(제 시간)에 도착했으니, 다음에는 잠수함을 타고 와야겠다고 농담도 주고받았다”고 대화를 소개했다. 강 실장은 면담에서 “최근 중동전쟁 장기화 등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표적인 방산 국가인 한국이 캐나다의 안보 강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의지와 역량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조달 속도, 품질, 납기 신뢰성을 모두 갖춘 유일한 파트너인 한국을 선택하는 것은 캐나다 국방 조달 개혁의 성공 사례이자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강 실장은 “카니 총리가 강조하는 ‘중견국 연대’가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캐나다가 미래의 바다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그러자 맥귄티 장관도 이에 공감하며 “중견국 연대를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에 대해 전략적 고민을 속도감 있게 해 나가자”고 화답했다고 강 실장이 전했다. 강 실장은 “내일도 바쁜 하루가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국제 정세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 강훈식, 캐나다 출국…60조원 잠수함 수주 막판 총력전

    강훈식, 캐나다 출국…60조원 잠수함 수주 막판 총력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수주를 위한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강 실장은 31일 페이스북에 “전략경제협력 대통령 특사로서 캐나다로 출국한다”며 “이번 특사단에는 산업통상부, 외교부와 함께 에너지, 자원, 공급망, 첨단산업 분야 기업과 단체들이 함께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5월 8일 양국 정상 통화에서도 확인했듯 한·캐나다 관계는 경제, 에너지, 첨단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특히 중동 사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양국의 경제·산업 구조가 상호보완적이며 글로벌 중견국으로서 협력의 시너지가 매우 크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4개월 만의 두 번째 특사 방문인 만큼 에너지, 자원, 공급망, 첨단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 실장은 캐나다에서 열리는 ‘한국-캐나다 자원 안보 공급망 협력 포럼’에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강 실장은 캐나다 잠수함 수주를 위한 지원 사격에 나선다. 앞서 강 실장은 지난 1월에도 캐나다를 찾아 정부 설득에 나선 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노후 잠수함을 대체할 신형 디젤 잠수함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놓고 한국과 독일이 경쟁하고 있다.
  • [손열 칼럼] 한일 관계 개선 넘어 미래지향적 협력하려면

    [손열 칼럼] 한일 관계 개선 넘어 미래지향적 협력하려면

    오는 19일 경북 안동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사이 세 번째이고,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회동을 포함하면 지난 1년간 여섯 번째다. 양국 정상은 빈번한 만남을 통해 견조한 관계 개선의 길을 걷고 있다. 두 정상은 관계 개선을 통해 어떠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가. 지난 1월 일본 나라에서 개최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국교정상화 60주년 이후 새로운 60년을 향한 미래지향적 협력 의지를 다졌다. 그렇다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란 무엇인가. 본래 미래지향이란 표현은 양국이 과거사 문제에 매몰되어 감정적 대립과 불신으로 안보와 경제 등에서 대화와 협력에 주저해 온 현실을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나왔다. 현 정부가 실용외교를 내걸며 한일 관계를 다뤄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역사문제 해결보다 실용적 협력을 강화한다고 해서 한일 관계가 곧 미래지향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란 현재의 청년세대 혹은 MZ 세대가 20~30년 후 양국 사회의 주류가 되어 만나는 시공간이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협력은 청년세대가 장차 마주할 기회와 도전과 관련한 협력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온 한일경제공동체론은 새롭게 조명받을 필요가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한일 양국이 성장이 멈추는 단계에 진입했으며 미중 전략경쟁이란 지정학적 압력과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인구 감소란 거대한 도전 앞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멸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안은 사안별 연계를 넘어 제도적 결속으로 공동체를 형성해 7조 달러 규모의 세계 4위 경제권을 만들자는 것이다. 미래지향 장기 과제다. 규칙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적나라한 세력 균형이 작동하는 세상에서는 덩치를 키워야 대접받을 수 있다. 미국은 동맹관계를 거래로, 동맹국을 수단으로 취급하며 한일 양국에 가혹한 관세 및 투자, 군사비 지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도 상호의존의 무기화를 통해 양국에 경제 강압을 가해 왔다. 동시에 양 강대국 간 협조 체제(G2)가 형성되면 한국과 일본의 강대국 의존은 가중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어느 편에 설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서 강대국의 전략적 목표와 거래에 운신의 폭이 심각하게 제약되는 상황을 뜻한다. 강대국의 각개격파 대상이 되지 않고 미래를 주체적으로 설계할 능력을 확보하려면 뜻을 함께하는 중견국 간 연대와 결속이 필요하다. 공통 도전과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와 일본은 어떤 국가보다도 최적의 파트너다. 한일경제공동체는 단순한 경제적 이득의 확보를 넘어서 강대국과의 경쟁 및 협조체제의 종속변수가 되지 않기 위한 양국의 전략적 방어선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상대국과 이익 차원을 넘어 정서적 유대와 ‘우리 의식’(we-feeling)에 기반한 공동체를 추진한다는 데 대한 기성세대 및 정치 주도층의 거부감이다. 한국 기성세대는 식민지 지배자로서의 일본을 추격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고, 일본 기성세대는 한국을 자신보다 한 단계 아래의 국가라는 후견주의적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에 따른 모멸감과 우월감, 질시와 무시가 교차하는 현상이 여전하다. 반면 최근 동아시아연구원이 실시한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세대는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70%를 상회할 정도로 정서적 친밀감과 안정감을 보여 주며, 나아가 일본과 같은 선진국 세대로서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일본의 청년세대도 유사한 패턴을 보여 주고 있다. 양국의 미래세대가 공동체 형성의 문화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래 질서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으로서 한일 경제공동체론은 현재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의 심리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나 실익을 누릴 청년세대에게는 생존을 위한 조건이다. 두 세대가 공동체란 배에 함께 오를 수 있도록 양국 정상은 매력적인 서사의 일단을 제시할 수 있을까. 안동에서 이들의 미래지향 의지를 지켜볼 일이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사설] 선박 피격에 파병 압박… 다자 협력 채널 통해 출구 모색을

    [사설] 선박 피격에 파병 압박… 다자 협력 채널 통해 출구 모색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정박 중인 한국 해운사 HMM의 화물선에 그제 폭발에 이은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은 미국이 페르시아만에 갇힌 민간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탈출할 수 있도록 군용기와 군함으로 호위하는 ‘프로젝트 프리덤’ 작전을 개시한 날이다. 맞대응을 천명한 이란의 공격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경위는 조사 중이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 의한 피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한국이 작전에 합류할 때가 됐다”고 했다. 한국을 콕 집어 파병을 또 공개 압박한 것이다.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는 한국 선박 26척과 160명의 한국인 선원들이 두 달째 갇혀 있다. 한국이 물리적 공격의 피해자가 된 사실이 확인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를 대놓고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 전쟁에 협조하지 않은 유럽을 겨냥해 독일 주둔 미군 감축, 자동차 관세 인상이라는 경제적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 투자 지연, 쿠팡 차별 문제 등을 빌미 삼아 핵추진잠수함 도입 논의와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의를 지연시켜 왔다. 여기에 군사적 기여와 안보·통상 현안을 연결해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프로젝트 프리덤’이 성공할 경우 2000여척에 이르는 해협 대기 선박 중에서 우리 선박들이 ‘우선 구출 리스트’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렇더라도 미국의 요청대로 직접 파병을 하기에는 이란의 보복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아덴만에서 활동하는 청해부대 전력을 파견하는 데도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우선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적 통항 재개를 위해 제안한 ‘해양자유연합’ 참여 방식을 긴밀히 협의하면서 독자적 우회 항로 등을 모색해야 한다. 당장 전력 투입은 하지 않더라도 정보 공유, 연락장교 파견 등 비전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유럽연합(EU), 호주, 인도, 캐나다 등 중견국들과의 다자 간 협력을 통해 해상수송로 보호의 주체로 참여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해협 재개방을 위한 다국적 논의에서 실질적 기여 방안을 찾는 것은 의미가 크다. 미군 작전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우리 선박들에 출구가 닫히지 않도록 이란 측과도 적극적인 물밑 소통을 이어 갈 필요가 있다. 이 와중에 해협을 무사히 빠져나온 일본의 유조선 사례를 적극 참고했으면 한다. 우리 선박의 안전을 도모하고 전후 중동 지역 재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해 이란을 설득하는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 [열린세상] ‘글로벌 책임강국’을 위한 질문

    [열린세상] ‘글로벌 책임강국’을 위한 질문

    우리나라는 전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까지 ‘글로벌 강국’을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전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로, 현 정부는 ‘글로벌 책임강국’으로 이름만 다르다. 대선 기간 중 설치된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가 현재도 작동 중이며 이재명 대통령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글로벌 책임강국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하드파워는 세계 상위권에 이미 진입했다. 세계 유수의 국방력 지수 평가기관(GFP)은 작년 기준 우리 국방력을 세계 5위로 평가한 바 있고 제조업 경쟁력 평가기관(IWD)은 우리 제조업 역량을 세계 3위로 평가했다. 세계 강국들의 모임인 G7은 우리가 호주와 함께 G7 플러스의 일원으로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우리의 소프트파워는 아직 책임강국 역할을 맡을 준비가 덜 돼 있다. 우리는 박근혜 정부 때 ‘중견국가론’을 제기한 후 국제사회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각인시키기도 전에 글로벌 강국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나름의 소프트파워와 철학적인 배경을 갖추지도 못한 채 이런 선언을 한 강국의 예는 찾기 힘들다. 우리는 K컬처라는 소프트파워를 장착하고 있으나 아직 철학적 기반이 없고 국민적 정서도 강국 역할을 맡는 데 호의적이지 않다. 글로벌 강국을 지향해야 할 명분은 있으나 이를 지탱해 줄 국내적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모든 정치는 지역적이다’라는 격언처럼 국제 정치도 국내 정치에 귀속된다. 국민이 이해하고 지지하지 않으면 좋은 외교 정책도 추진되기 어렵다. 우리는 부쩍 자라서 체형에 맞지 않는 작은 치수의 옷을 입고 있는 청소년에 비유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정세가 엄중해 우리의 관심과 역량을 한반도를 넘어 전개할 여유가 없는 면도 있다. 지난 연말 국회와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해 작성한 ‘대한민국 외교 컨센서스’를 살펴봐도 책임강국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은 보이지 않는다. 국익 외교와 질서 외교의 두 축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선언만 있을 뿐이다. 국회에는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와 ‘국익기반 실용외교위원회’라는 상반된 목적의 2개 위원회가 존재한다. 이 두 위원회가 합동으로 개최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간에도 두 목표의 병행 추진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다. 이런 점은 글로벌 책임강국을 정책 목표로 추진하기 위한 우리의 자세가 정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말해 준다. ‘구성주의’ 이론에 따르면 정책 형성 과정에는 국민의 집단 정서와 국민이 공유하는 서사가 중요하다. 구성주의 이론은 지도자가 원하더라도 국민의 지지가 없으면 정책의 지속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사항들을 자문해 봐야 한다. 우선 책임강국을 지향한다면 국제 질서 구축과 유지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의지를 보유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이 물러서면서 생기는 힘의 공백을 메우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또 급변하는 정세 속에 나름의 전략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독자적 행보를 할 각오도 해야 한다. 즉 우리는 신질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글로벌 공공재를 공급할 각오를 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한 노력에 우리가 기여하기를 국제사회가 기대한다는 점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해상 수송로를 지키는 국제 연합 작전에 우리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군의 활동 범위를 한반도를 넘어 해외로 점차 확대해야 한다. 이를 잘 수행한다면 우리는 글로벌 강국으로 나아가는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선언적 정책이나 구호만으로는 글로벌 강국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강국이 되기 위한 정책 결정자들의 의지부터 먼저 점검해 봐야 한다. 다음으로는 우리 군의 해외 활동 확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소극적인 인식을 바꾸려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강국과 실용외교 등 서로 상충되는 개념이 혼재해 있는 현 정부의 외교 목표 중 우선순위도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 [사설] 인도·베트남 연쇄 회담… 전방위 연대로 중동 파고 넘어야

    [사설] 인도·베트남 연쇄 회담… 전방위 연대로 중동 파고 넘어야

    인도와 베트남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오늘은 또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마주앉는다. 미중 패권 경쟁과 보호무역주의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중동전쟁발 에너지·공급망 위기까지 겹쳐 글로벌 경제안보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인도·태평양 지역 중견국 우방들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다지는 것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더없이 긴요한 과제다. 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상호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최적의 전방위적 협력 파트너”라는 데 공감했다. 교역 규모를 현재 250억 달러에서 2030년까지 500억 달러로 두 배 확대한다는 목표 아래 조선·금융·인공지능(AI)·국방·방산 등 전략산업의 협력망을 넓혔다. 장관급 산업협력위원회를 신설해 구조적 대화 채널도 마련했다.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조속히 개선해 관세·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한국 기업의 투자와 진출 여건을 개선하기로 한 것도 실질적인 성과다. 핵심 광물과 원자재의 안정적 수급에 협력하기로 한 합의는 공급망 불안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 경제안보를 보완하는 불가결한 안전장치다. 그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인도가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해양 이니셔티브’(IPOI) 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의미가 각별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해상 물류 재편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시의적절한 대응이다. 한국의 3대 교역국이자 아세안(ASEAN) 경제의 핵심인 베트남과의 정상회담 역시 무게감이 남다르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 공급망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잡은 핵심 경제 파트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수가 1만여개나 된다. 또럼 서기장과의 정상회담은 단순히 제조 기지로서의 협력을 넘어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디지털 전환 등 미래 산업의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원전과 북남고속철도 건설 등 국책사업 수주에서도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인도는 글로벌 사우스의 맹주로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베트남은 아세안 내에서 한국의 입장을 가장 가깝게 지지할 수 있는 우방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공간을 넓히고 특정 강대국에 편중되지 않는 균형 외교를 구축하는 데 이들 중견국과의 연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번 인도·베트남 순방을 발판 삼아 글로벌 사우스 외교를 본격 가동해야 한다.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 李 “글로벌 위기 속 한·인도 같은 중견국 협력 중요”

    李 “글로벌 위기 속 한·인도 같은 중견국 협력 중요”

    이재명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2박 3일간의 인도 국빈 방문을 마치며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 속, 한국과 인도와 같은 책임 있는 중견국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다시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베트남에 도착해 순방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뉴델리에서 하노이로 출국하기 전 페이스북에 전날 한·인도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모두 높은 성장 잠재력과 상호 보완적인 산업 구조를 지닌 만큼, 서로에게 든든한 동반자가 되리라 확신한다”면서 “모디 총리님, 가까운 시일 내 한국에서 다시 뵙겠다”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방한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민주주의’라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양국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발전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두 정상은 “민주주의는 개인의 충분한 역량 발휘를 촉진하며 그러한 점에서 아시아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인 양국 간의 협력이 누구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공감했다고 위 실장은 밝혔다. 모디 총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100여 년 전 ‘한국이 동방의 등불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예언이 현실이 됐고 ‘빛의 혁명’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구자라트 주총리 시절 한국을 모델로 삼아 주 발전을 가속화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두 정상은 이 대통령의 인도 방문 기간 내내 매우 깊은 개인적 친밀감을 보여줬다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정상회담에서 소인수 회담은 40분 정도로 예상했으나, 1시간 이상 진행되면서 양측 의전 담당자가 두 정상에게 일정 지연에 대해 주의를 환기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인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 이 대통령은 24일까지 3박 4일간 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을 진행한다. 22일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이튿날 서열 2·3위인 레 밍 흥 총리, 쩐 탄 먼 국회의장과 각각 면담한다.
  • “AX·제조업 결합한 K경제안보 전략… 대체 불가한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AX·제조업 결합한 K경제안보 전략… 대체 불가한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김성식 “공급망 안정성 고려해야”김용범 “지속·안정성 경쟁력 중요” “외부 충격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습니다.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가진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전환(AX)과 결합해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면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인 국민경제자문회의의 김성식 부의장은 25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열린 ‘K-경제안보 전략과 핵심과제 공개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은 지난 1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 제1기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첫 공개 행사다. 김 부의장은 “한국이 글로벌 경제안보의 무대에서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갖춘 당당한 전략 국가로 도약할 때”라며 “향후 투자와 대외 거래를 할 때는 수익성 뿐만 아니라 공급망의 안정성과 안보 협력 기반 강화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축사를 통해 “중동 상황은 보급로의 안정성과 에너지 공급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효율성 중심의 인프라는 위기 상황에서 대응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의 경쟁력은 속도와 함께 지속성, 안정성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에너지와 물류 생산 거점을 보다 균형 있게 발전시켜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산업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포럼에선 K-경제안보의 목표도 제시됐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조병제 경남대 초빙석좌교수는 경제안보의 목표로 “미국과는 상호 의존을 심화해 우리를 배제하는 비용을 높게 하고, 중국에 대한 취약성은 관리해 우리에 대한 압박의 효율을 낮추는 것”을 제시했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교수는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공급망을 무기화하는 현 국제 정세를 ‘보호주의 진영화 시대’라고 규정한 뒤 “대미 통상 협상 이후 한국을 미국 제조업 재건의 필수 파트너로 위치시키고, 비패권 중견국으로서의 우호국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전략산업연구센터장은“새로운 첨단 공급 허브로 자리매김할 기회”라며 “국가 산업 전략 목표에 최우선한 정책 통합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 [열린세상] 중견국 연대, 관세전쟁 이기는 해법

    [열린세상] 중견국 연대, 관세전쟁 이기는 해법

    지금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엄청난 투자액을 약속받고 관세 합의를 한 후에도 자국 이익을 위해 우리가 받기 힘든 조건을 추가하는 변덕을 부리고 있다. 이런 일방주의로 국제 질서는 무너지고 과거와 미래가 딴판이 되는 단절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 80년간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와 미국의 패권도 이전처럼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지금 미국이 국력 회복을 위해 유별난 행동을 하지만 패권 유지 방식을 재조정한 후 왕좌로 복귀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패권을 유지하는 데는 힘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당성과 신뢰성도 필수불가결하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국력도 쇠퇴하고 있지만 최근의 행보를 통해 정당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미국은 단기적 이익 확보에 혈안이 돼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를 자국에 불리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자유주의 무역 질서는 사실 미국이 설계했고 지난 80년간 자국에 유리했기에 미국은 이를 유지해 왔다. 최근 들어 미국의 무역 경쟁력이 약화해 적자가 확대되자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들고 나왔다. 과거 다른 나라들이 무역에서 미국을 ‘벗겨 먹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허위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과거 위선과 현재의 민낯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미국이 만든 상호의존형 경제 체제에 많은 나라들이 동참하게 만든 뒤 미국은 이제 상호의존성을 약점 잡아 이를 무기화해 관세를 강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로 알고 이제 우리도 동맹의 편익과 비용을 냉정히 계산하는 실용외교를 펼쳐야 한다. 미국이 관세를 패권 경쟁국인 중국에 가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가혹하게 동맹, 우방국에 부과하면서 피아 구분을 흩트려 혼돈은 더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이 지향했던 자유와 권위주의 진영 간 분리가 이뤄졌다면 사실 우리 같은 중견국은 운신의 폭을 넓힐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전선이 불투명해지니 각국은 진영 편입보다는 각자도생을 도모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각국을 상대로 일대일 관세협상을 진행하면서 중견국들은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먼저 희생되지 않으려고 중견국들이 ‘죄수의 딜레마’ 이론처럼 서로 경쟁하면서 결국 모두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중견국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관세 부담을 미국에 떠넘겨 관세로 인한 자국의 피해가 더 심해지면 미국은 관세 압박을 거둬들일 것이다. 반대로 관세전쟁이 지속되면 미국의 국력만 쇠퇴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교역 국가들도 집단적 피해를 입어 결국 세계 경제 위기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그렇기에 더욱 중견국들이 연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속에서 번영을 누려 온 자유주의적 교역 질서도 포기할 수는 없다. 이 질서를 지킬 국가들끼리 연대해 별도의 교역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역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강제하려는 국가들은 제외하고 자유무역을 원하는 국가끼리 교역권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유럽연합(EU)을 결합하면 가능하며, 따라서 우리도 CPTPP에 속히 가입할 필요가 있다. 그냥 미국이 시키는 대로 순응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이런 인식과 비전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만 우리 협상력이 올라간다. 손자(孫子)도 전쟁은 주도권 싸움이며 전투에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끌려가면 필패한다고 했다. 상대의 약한 점을 파악하고 우리가 강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면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 손자병법의 교훈이다. 미 대법원이 관세 부과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려 그 법적 기반이 약화된 점을 우리는 잘 이용해야 한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 [손열 칼럼] 중견국 외교, 큰 무대가 온다

    [손열 칼럼] 중견국 외교, 큰 무대가 온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25%로 되돌리겠다는 협박으로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한미 투자 합의 이행 지연을 빌미 삼은 보복 조치에 정부가 워싱턴을 오가며 총력 대응하는 사이,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 없는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에 몰입하고 있다. 이들이 시선을 돌리고 있는 지점은 베이징이다. 작년 12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오르포 핀란드 총리, 카니 캐나다 총리, 스타머 영국 총리가 줄을 이었다. 메르츠 독일 총리도 방중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는 캐나다가 중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카니 총리는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하와 자국 농산물에 대한 중국 관세 인하를 중심으로 합의를 밀어붙였다. 스타머 총리는 기업 최고경영자 60인을 대동하고 영·중 ‘황금시대’의 재현을 외쳤다. 한편 GDP 규모 세계 2위 유럽연합(EU)과 4위 인도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발표했다. EU는 인도와의 교역품목 99.5%에 대해 관세 인하를, 인도는 EU에 110%에 달하는 자동차 관세를 10%까지 낮추고 의약품 등에 대해선 관세 철폐에 가까운 조치를 약속했다. 이 모든 움직임은 미국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트럼프의 강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관세 위협, 베네수엘라와 그린란드 주권 침해 등 미국의 국제질서 파괴 행위가 경각심을 고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미국 없는 국제질서’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국을 대안으로 고려하지 않는다. 캐나다와 영국, 프랑스는 여전히 중국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가드레일’을 설정하며 거래를 조절해 왔다. EU와 인도의 연대도 같은 맥락이다. 카니 총리는 다보스 연설에서 국제규칙을 무시하는 미·중 강대국의 횡포를 강력히 규탄하면서 중견국들이 힘을 모아 새로운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립하자고 역설했다. 여기서 중견국 대다수는 미국의 동맹국이다. 이들의 연대와 결속은 대미 협상력 확보를 위한 수단이지 결코 미국을 배제하는 길이 아니다.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 없이 새로운 ‘안보’ 질서를 만들기는 어렵다. 미국 핵우산의 대안이 없는 한국과 일본은 더더욱 그렇다. 국제무역 질서의 경우 전 세계 교역에서 미국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는 트럼프의 관세 무기화에 따른 직접적 영향에서 자유로운 교역이 92%에 달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보호주의의 확산을 막고 자유롭고 공정한 국제무역질서의 재건에 뜻을 같이하는 중견국 연대가 유용한 이유다. 이 경우 이들의 대미 협상력이 증진되고 장기적으로 미국의 선회를 유도할 수 있다. 카니 총리의 주창에 스타머 총리는 즉각 호응했다. 도쿄를 방문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국 확대와 EU와의 전략적 연대를 위한 영·일 협력을 선언했다. 한국에 중견국 연대론은 결코 낯설지 않다. 이명박 정부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국제규칙 제정자로서 중견국 외교론을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는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과 중견국 연합체인 MIKTA를 가동했다. 대륙별로 중견국을 선정해 연합체 형성까지는 성공했으나 공통의 목표와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소멸 상태에 빠졌다. 반면 현재 중견국 연대 외교의 장은 가변적인 기하학 구조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슈에 따라 불안과 위기감, 이익을 공유하는 중견국 집합과 구조가 변동한다는 뜻이다.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집합,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과 같은 경제안보 공조 집합, 인공지능 관련 디지털 협력 집합 등이 있다. 트럼프와 양자 거래로 막대한 대미 투자를 약속한 중견국들이 서로 연대하고 협업하는 집합도 가능하다. 한국이 참여해야 할 무대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과 일본 방문으로 새해를 힘차게 출발했으나 곧바로 트럼프에 발목이 잡혔다. 새해는 양자외교를 잘 관리하는 만큼 중견국 다자외교에 역점을 둬야 한다. 특히 가변적인 중견국 집합 속에 상수로 꼽히는 일본, 호주, 캐나다 등과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들이 포진해 있는 CPTPP 가입도 필수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마감 후] 연설이 남긴 것

    [마감 후] 연설이 남긴 것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 세계 외교 무대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람은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아닐까. 전 세계를 상대로 각종 ‘무기’를 휘두르며 연일 광포함을 드러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훅’을 제대로 날렸으니 말이다.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은 말 그대로 ‘트럼프 성토장’이었다. 유럽 각국 정상들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어떻게 해서든 차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야망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여러 나라의 격한 성토 속 다보스 포럼 연단에 오른 카니 총리는 직접 작성한 연설문을 차분하게 읽어 내려가며 트럼프의 ‘트’ 자도 언급하지 않고 그를 직격했다. 카니 총리의 연설을 거칠게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는 강대국 간 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는 무너졌다. 강대국에 아첨하면 안전할 거라는 생각은 버려라. 그들은 언제 어떤 무기를 들이밀며 들이닥칠지 모른다. 현실을 직시하고 실용적인 자세를 취하라.’ 그가 말한 ‘실용적인 자세’란 캐나다와 유럽 그리고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을 포함한 중견국들이 공동의 가치와 이익을 바탕으로 해 사안별로 서로 다른 효과적인 연합체를 구성해 협력하는 것이다. 일부 외신은 카니 총리의 연설이 국제 질서의 위기를 정면으로 응시한 용기 있는 진단이었다며 극찬했다. 관세와 영토를 무기로 협박을 일삼는 미국 앞에서 방황하는 세계 지도자들에게 처음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고도 호평했다. 물론 비판도 뒤따랐다. 현실적인 대안이 아닌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연 중견국의 연대가 가능한지, 강대국의 우산 아래에서 벗어나는 게 가능한지 의문도 제기됐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도 이 연설이 시사하는 바는 가볍지 않다. 카니 총리 연설의 방점은 ‘반(反) 트럼프’가 아니라 ‘중견국의 생존’에 찍혀 있다. 카니 총리는 당장 중견국의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손잡고 ‘제3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주권 및 각국의 영토 보전 등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수호하되 에너지, 식량, 핵심 광물, 금융, 공급망 분야 등에서 실질적인 협력망을 구축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중견국 간 다자주의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각국이 보유한 자원, 정치적 의지, 각종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는 탓이다. 하지만 경제·군사적 영향력을 무기화하는 강대국의 압박에 맞서 협상력을 키우고, 타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이 동의할 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한 언행은 그의 재임 기간 계속되리라 예측할 수 있는 만큼 중견국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카니 총리는 연설에서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결국 메뉴에 오른다”고 했다. 중견국들이 능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강대국의 패권 다툼 속에 결국 그들의 허기를 채울 ‘먹잇감’이 되고 말 것이라는 일갈이다. 힘이 정의를 압도하는 시대일수록 테이블을 지키려는 자들의 연대는 필연적이다. 물론 중견국 연대의 목표가 약소국을 배제한 ‘그들만의 리그’, ‘또 다른 강대국’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약소국의 권익까지 대변하는 역할을 자처해야 비로소 강대국의 일방주의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조희선 국제부 기자(차장급)
  • 캐나다 총리는 왜 ‘反트럼프 깃발’을 드나

    캐나다 총리는 왜 ‘反트럼프 깃발’을 드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근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초의 비 영국인 영란은행 총재를 지낸 그는 신중한 성격의 ‘경제통’으로 평가되는데, 최근 대미 전략을 강경 노선으로 전환하며 이목이 쏠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카니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친절한 사람’(Nice guy) 전략을 포기하고 강경책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짚었다. 카니 총리는 지난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행태를 겨냥한 연설로 관심을 모았다. 이 연설을 계기로 카니 총리는 유럽 등 ‘미국에 맞서는 중견국의 연대’를 이끄는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카니 총리가 트럼프에 맞서는 한편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배경에는 국내외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우선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협상을 앞두고 협상 카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펜 햄슨 오타와 칼턴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WSJ에 “올해 USMCA 재협상을 앞두고 캐나다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카니 총리가 계산적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최선의 선택은 무역을 다변화하고, 투자자를 찾고, 규칙에 기반한 파트너 연합을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는 조기 총선을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아바커스 데이터의 대표 데이비드 콜레토는 카니 총리의 다보스포럼 연설이 의회에서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한 조기 총선의 포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은 소수 여당의 한계로 정국 돌파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력에 나선 카니 총리를 향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며 재차 충돌했다. 이에 카니 총리는 “중국과 한 조치는 최근 몇 년간 발생한 이슈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의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김흥종의 세계읽기] 지금은 신냉전이 아니다

    [김흥종의 세계읽기] 지금은 신냉전이 아니다

    최근 미중 갈등과 패권 경쟁, 전쟁과 제재, 관세와 공급망 압박을 설명하는 데 신냉전이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그러나 지금은 신냉전 시대가 아니다. 신냉전으로 보는 순간 세계를 잘못 이해하게 된다. 현재의 국제 질서를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단순하며 심각한 오해를 낳는다. 냉전은 분명한 구조를 가진 질서였다. 이념을 중심으로 한 네 편과 내 편 진영의 고착, 군사·경제·외교 전반에 걸친 블록화, 그리고 상호 단절이 핵심이었다. 반면 오늘날의 세계는 이념보다는 이해관계가, 진영보다는 사안별 연합이, 전면적 단절보다는 선택적 분리가 지배하고 있다. 미중은 전략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동시에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상호의존관계에 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는 이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결과 양국 간 전면 충돌 가능성은 낮다. 한편 전쟁을 통해 오히려 존재감을 키운 러시아는 국제 안보 질서의 주요 행위자로 부상했다. 세 강대국이 마치 유리박물관에 들어간 코끼리같이 안에서 충돌하며 유리 조형물을 깨고 있다. 주변국이 흔들린다. 신냉전과 반대편에 있는 시각으로 ‘천하삼분지계’가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가 세계를 삼등분해 각자의 세력권을 구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과장이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서반구를 자국의 세력권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먼로주의의 재림, 즉 신먼로주의다. 서반구에서 배타적 질서를 구축하되 다른 지역에서 이해관계가 위태로워질 경우 언제든지, 주저 없이 ‘하드 파워’로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세력권 안에서는 국제법이 무용지물이다. 베네수엘라,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가 그 사례다. 다만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감당할 의지가 없는 미국은 관세를 통한 압박이나 ‘외과 수술식 군사 공격’을 선호한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자기 세력권임을 주장하는 러시아의 인정투쟁이며, 중국은 대만을 포함한 동남중국해를 자신의 세력권으로 주장하지만 주변국의 억제에 직면해 있다. 결국 천하삼분지계는 러시아와 중국의 희망 사항에 가깝다. 세계 질서의 변화는 제3국 희생으로 나타난다. 그린란드는 지정학의 전면에 등장했고, 이란은 다시 시험지가 되었다. 반도체, 에너지, 식량은 안보의 언어로 재해석된다. 달라 보이는 사건들이 하나로 수렴한다. 20세기의 규칙 기반 자유주의 질서는 끝났고, 세계는 자강과 사안별 연대를 통해 균형을 추구하던 19세기 유럽식 국제정치로 회귀하고 있다. 이 질서는 냉전 시보다 중견국에 더 가혹하다. 진영이 분명했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한쪽을 택하는 순간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든다. 한국에 중요한 것은 줄서기가 아니라 자강과 독자적 설계다. 통상·외교·안보를 하나의 전략으로 엮고, 조롱받고 있지만 여전히 작동하는 다자 체제와 유럽연합(EU) 같은 지역 연합체, 경제 통합체를 동아줄 삼아 끝까지 버텨야 한다. 변하는 세계를 정확히 읽지 못하면 번영은커녕 생존도 위태로워진다. 김흥종 전 대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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