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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시대] 추미애 경기지사에게 바란다

    [지방시대] 추미애 경기지사에게 바란다

    “나무는 그 열매로 안다.” 고대 그리스 격언이다. 가지가 얼마나 무성한지가 아니라 어떤 열매를 맺느냐로 그 나무를 안다는 뜻이다. 정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추미애 경기지사가 취임한 지 두 달이 됐다. 열매를 따지기에는 이르다. 그래도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예상과 조금 다르다. ‘정치인 추미애’보다 ‘행정가 추미애’의 모습이 더 보인다. 눈에 띄는 것이 업무보고다. 취임 직후 실·국 업무보고를 받다가 열흘 만에 중단시켰다. 사업에 대한 냉정한 평가보다 성과와 장밋빛 전망이 앞선다는 이유였다. “업무보고는 지사의 눈과 귀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계획은 무엇이었는지, 예산은 얼마나 들었는지, 실제로 무엇을 했고 못 했는지 다시 따져 보라고 했다.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부족한 것은 부족한 대로 보고하라고 했다. 그렇게 다시 받은 업무보고 결과를 사업평가와 예산,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업무보고는 자칫 새 단체장에게 잘된 일을 설명하고 앞으로 잘될 일을 약속하는 자리가 되기 쉽다. 실패한 사업과 잘못된 판단을 스스로 꺼내 놓기는 쉽지 않다. 추 지사는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재정을 대하는 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경기도가 7조원의 채무를 안고 있다며 남아 있는 사업예산 1조 4000억원을 전면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조정하라고 했다. 지사가 직접 결재하지 않은 연구용역도 잠정 중단시켰다. 새 단체장은 보통 자신의 공약을 펼칠 새 사업부터 궁리하기 마련이다. 추 지사는 일단 반대로 가고 있다. 새 사업에 앞서 벌여 놓은 것부터 들여다보고 있다. 급기야 내년 본예산에도 자신의 공약을 위한 신규 사업은 담지 않겠다고 했다. 곳간 사정이 어렵다면 씀씀이부터 살피는 게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자르느냐가 아니다. 오랫동안 관행처럼 이어 온 사업 가운데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없는지, 특정 기관이나 단체의 몫처럼 굳어진 예산은 없는지 가려내는 일이다. 잘라내기 쉬운 곳부터 손대는 것이 아니라 필요 없는 곳부터 손대야 한다. 그래야 구조조정이 단순한 긴축이 아니라 도정의 체질을 바꾸는 일이 된다. 추 지사는 지난 1일 도의회에서 5500억원 규모의 세출 구조조정을 설명하면서 “지사를 보좌하는 정무직 인사도 불가피하게 최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취임 초기 상당수 정무라인을 비워 뒀고 당선인 시절부터 재정 사정을 이유로 조직 신설에도 제동을 걸었다. 전직 국회의원과 정치권 인사들을 여러 정무라인에 기용했던 전임 도정 후반기와 비교하면 다른 모습이다. 추 지사는 당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전국구 정치인이다.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마음만 먹으면 여의도 인사들로 주변을 채우는 일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절제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 기조가 임기 끝까지 이어졌으면 한다. 경기도청이 어느 순간 차기 대선 준비 캠프로 변하고 정치권 인사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다면 취임 초 보여 준 모습의 의미도 퇴색한다. 정치권 출신 인사가 행정조직 위에 서고 중앙정치를 향한 메시지가 도정에 앞서기 시작하면 공무원들은 정치의 눈치를 보고 도민들은 눈길을 거둘 것이다. 대권을 생각한다 해도 도정이 먼저다. 경기도정을 잘하는 것보다 좋은 대권 준비가 또 있을까.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고 산하기관을 제대로 관리하며 묵은 현안을 하나씩 해결하면 자연스레 여론이 부른다. 나무가 스스로 좋은 나무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좋은 열매가 열리면 사람들이 먼저 알아본다. 한상봉 전국부 기자
  • [사설] 부실 수사에 수사권 독점 코앞, 경찰 수장은 21개월째 공석

    [사설] 부실 수사에 수사권 독점 코앞, 경찰 수장은 21개월째 공석

    정부가 그제 밤 시도경찰청장 18명 중 14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경찰 인사를 단행했다. 치안감 자리도 80% 이상 바뀌었다. 그런데 정작 14만 경찰 조직의 수장은 또 직무대행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년 9개월째 경찰청장 자리는 비어 있다. 당시 조지호 청장이 탄핵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뒤 이번 김종철 신임 차장까지 세 번째 대행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다음달 검찰청이 폐지되고 검사의 보완수사권까지 사라지면 고소·고발을 비롯한 민생 범죄가 사실상 경찰 몫이 된다. 수사 권한이 한층 집중되는 만큼 경찰을 어떻게 통제하고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더욱 중요해졌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공룡 경찰’이 등장하는데 이를 지휘할 최고 지휘관이 정식 청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경찰에 대한 국민 신뢰가 이미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장윤기 사건에서는 부실한 사건 처리와 지휘·감독 실패 논란이 수뇌부까지 번졌다. 제주에서는 실종 신고를 허위 종결했다가 104일 만에 시신을 찾고도 정확한 사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해당 경찰관이 맡았던 다른 사건에서도 석연찮은 종결 사례가 줄줄이 드러났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건에서 이 같은 무능과 수사 난맥이 반복된다면 일부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김 대행도 “경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경찰청장을 장기간 공석으로 둔 채 내부 충성 경쟁을 유도하면서 조직을 장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정부가 이런 의심을 살 이유가 없다. 한밤중 대규모 물갈이 인사를 할 수 있었다면 최고 지휘부만 계속 비워 둘 명분도 없다. 잇단 사건으로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고 국민의 불신을 걷어내려면 대행체제부터 끝내야 한다. 권한만 키우고 수장은 비워 둔 비정상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 메시 “더 이상 낼 힘이 없다”…‘축구의 신’ 21년 대표팀 여정 마침표

    메시 “더 이상 낼 힘이 없다”…‘축구의 신’ 21년 대표팀 여정 마침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9)가 21년간 함께한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을 벗는다. 한때 잇단 결승전 패배에 눈물을 흘리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다시 돌아와 조국에 36년 만의 월드컵 우승을 안긴 뒤,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을 준우승으로 마치고 대표팀과 작별했다. 메시는 31일(현지 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국가대표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메시는 “월드컵 결승전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고민 끝에 은퇴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며 “가슴이 아프고 또 아픈 결정이지만 지금이 떠날 때임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의 일원이었던 모든 순간을 사랑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며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이제 더 이상 낼 힘이 남아 있지 않다”고 했다. 2005년 18세의 나이로 성인 대표팀에 데뷔한 메시의 국가대표 여정은 화려한 기록만큼이나 굴곡이 많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한동안 대표팀에서는 유독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전설 디에고 마라도나와 끊임없이 비교되면서 “대표팀에서는 마라도나를 넘지 못했다”는 평가도 따라다녔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메시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왔던 첫 번째 기회였다. 아르헨티나를 24년 만에 월드컵 결승으로 이끌었지만 독일에 연장 접전 끝에 0-1로 패했다. 메시는 대회 최우수 선수(MVP)인 골든볼을 받고도 월드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시련은 이어졌다. 2015년과 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도 연이어 칠레에 패했다. 특히 2016년 결승 승부차기에서 직접 실축한 메시는 경기 후 “대표팀에서의 내 시간은 끝났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29세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축구계, 팬들의 복귀 요청이 쏟아졌고 메시는 두 달여 만에 은퇴를 번복했다. 복귀 이후에도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 등 좌절을 겪었지만 결국 오랜 기다림 끝에 대표팀에서도 정상에 섰다. 2021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을 꺾고 우승하며 성인 대표팀에서 첫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품었다. 정점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었다. 당시 35세였던 메시는 7골 3도움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를 36년 만의 월드컵 정상으로 이끌었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는 두 골을 넣었고 승부차기에서도 첫 번째 키커로 성공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메시는 2014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월드컵 골든볼까지 차지했다. 오랫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대표팀 무관’이라는 꼬리표도 완전히 사라졌다. 월드컵 우승 이후에도 메시는 대표팀을 떠나지 않았다. 올해 북중미 월드컵에도 출전해 39세의 나이가 무색한 활약으로 아르헨티나를 다시 결승까지 이끌었다. 하지만 16강부터 이어진 연장 혈전으로 체력이 소진된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스페인에 0-1로 패했다.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은 준우승으로 끝났다. 2005년부터 2026년까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뛴 메시는 A매치 통산 207경기에서 125골을 기록했다. 출전과 득점 모두 아르헨티나 역대 1위다. 월드컵에서는 2022년 우승과 2014·2026년 준우승을 경험했다. 개인적으로는 역대 최다인 8차례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세계 축구사에 손꼽히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한때 대표팀에서 거듭된 실패로 비판받으며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던 메시는 결국 월드컵 트로피를 조국에 안기고 20여 년에 걸친 대표팀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메시는 “지난 20년 동안 보내주신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경기장 안에서 여러분의 함성을 듣던 그 순간들이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며 “이제 저는 여러분과 같은 한 사람의 팬으로서 밖에서 영원히 대표팀을 응원하고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어 “꿈같은 순간들을 선물할 수 있어 마음 깊이 안도하며 자부심을 갖고 떠난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어 참으로 행복했다. 사랑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 “GS샵 158만명 털리고도 8개월간 몰랐다”…과징금 128억 GS리테일 ‘철퇴’

    “GS샵 158만명 털리고도 8개월간 몰랐다”…과징금 128억 GS리테일 ‘철퇴’

    이름·생년월일·연락처·주소 무방비 유출 단시간 로그인 시도·실패 급증 인지 못해 탐지·차단책 전무해 장기간 유출 이어져 조사서 1599명 추가 유출에 늑장 통지도 데이팅 앱 ‘위피’ 엔라이즈도 과징금 1억 SK텔레콤 ‘이프랜드’ 360만원 과징금 온라인 홈쇼핑 ‘GS 샵(SHOP)’과 편의점 ‘GS25’에서 166만명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돼 운영사인 GS리테일에 128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31일 개인정보 보호 법규를 위반한 GS리테일에 과징금 128억 3600만원과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신원 미상의 해커는 GS SHOP과 GS25 홈페이지에 2024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크리덴셜 스터핑’ 공격을 시도해 로그인에 성공했다. 크리덴셜 스터핑은 사전에 확보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차별 대입해 로그인을 시도하는 공격 방식이다. 해커는 회원정보 수정 페이지에 접속해 GS SHOP 회원 158만 1025명과 GS25 회원 7만 9128명의 이름·성별·생년월일·연락처·주소·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빼냈다. GS리테일은 동일한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에서 단시간에 대규모 로그인 시도가 발생할 경우 이를 탐지·차단하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로그인 시도·실패가 급증했는데도 이상 징후를 인지하지 못해 개인정보 유출이 장기간 이어졌다. 특히 GS리테일은 2024년 12월 26일 시작된 GS25의 개인정보 유출을 열흘 만인 지난해 1월 4일 최초 인지하고도 GS SHOP에서 같은 공격이 발생한 사실을 한 달여 뒤에야 파악했다. GS25 공격에 쓰인 IP 중 327개가 GS SHOP 공격에도 사용됐지만 유출사고 대응에 소홀해 추가 유출을 막지 못했다. 사고 당시 개인정보 전담 조직이 없고 보안 운영도 이원화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정보위 조사에서 유출 대상자 1599명이 추가 확인됐지만 이들에 대한 통지도 정당한 사유 없이 법정 기한인 72시간을 넘겼다. 개인정보위는 GS리테일에 과징금·과태료 부과와 함께 처분 사실 공표를 명령하고, 비정상 접속 식별 대책과 개인정보 보호 전담 인력 배치 등 개인정보 보호 체계 전반을 개선하도록 시정명령했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위는 엔라이즈와 SK텔레콤, 에이토즈에도 제재를 내렸다. 데이팅 앱 ‘위피’ 운영사 엔라이즈는 2023년 3월 해킹으로 736개 계정의 닉네임·성별·프로필 사진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과징금 1억 1844만원과 과태료 360만원을 부과받았다. SK텔레콤이 에이토즈에 위탁해 운영한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 이벤트 웹사이트에서도 관리자 페이지 노출로 1140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SK텔레콤에 과태료 360만원과 시정명령, 에이토즈에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 부의 집중·패권 충돌·극단 정치… 1920년대가 보내온 ‘경고’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부의 집중·패권 충돌·극단 정치… 1920년대가 보내온 ‘경고’ [모종린의 문화로 읽는 AI시대]

    미중 패권경쟁, 100년전과 닮은꼴‘군함·석유’ 대신 ‘반도체·AI’로 맞서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 위기 불러극단주의·문화 충돌 ‘반작용’까지대공황·세계대전 필연적 역사 아냐‘불안한 번영’의 경고 외면한 대가중산층 경제·다자주의 질서 재정립‘자유주의 복원’으로 파국 막아야역사가 필요한 시대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과 노동시장의 지형을 재편하며 화이트칼라 일자리마저 위협하고, 무역과 기술을 넘어 군사와 이념의 영역으로 확산되는 미중 패권 경쟁의 핵심 대상으로 부상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극우 정당과 포퓰리즘 세력이 주류 정치로 복귀하는 반면 미국 Z세대에서는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과 기술 권력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이는 변화들이 이제는 하나의 시대적 위기 속에서 얽히며 동시에 밀려오고 있다. 어느 것이 원인이고 어느 것이 결과인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정책 하나, 정치인 한 명을 탓하는 진단으로는 이 복잡한 국면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흐름의 끝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적 극단화, 패권 충돌이라는 낯설지 않은 궤적이 어른거린다. 낯선 시대를 이해하려면 먼저 닮은 시대를 찾아야 한다. 미래는 반복되지 않지만 구조는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을 이해하는 데 특히 유용한 시대적 나침반이 바로 1920년대다. ●美서 주목한 1910년대론·1930년대론 현재 미국 학계는 1920년대보다 1910년대와 1930년대에 더 주목한다. 예일대 교수 오드 아르네 베스타는 지금을 1차 세계대전 전야에 견준다. 강대국의 세력균형이 흔들리고 민족주의와 경제적·인종적 긴장이 고조된 시기다. 그는 지금의 다극화가 1914년 이전의 불안정한 세력균형과 닮았다고 본다. 존스홉킨스대 교수 할 브랜즈는 대공황과 파시즘이 부상한 1930년대를 지목한다. 그는 중국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지금을 그 도전이 본격화되는 국면으로 읽는다. 두 견해는 서로 다른 시대를 호출하지만 국제질서의 불안정을 강대국 간 힘의 이동과 수정주의 세력의 도전에서 찾는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국제정치라는 단일 축만으로는 불평등과 독점, 금융 불안정, 문화적 충돌 같은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위기를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특히 브랜즈의 1930년대론은 파시즘의 부상을 강조하지만 그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대공황이라는 경제위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국제정치학은 강대국 간 힘의 재편을 설명하는 정교한 이론을 갖추고 있지만 자본주의 내부의 균열을 분석하는 축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 빠진 축을 채워 줄 역사적 참조점이 1920년대다. 미국에서 1920년대는 흔히 ‘광란의 20년대(Roaring Twenties)’로 불린다. F 스콧 피츠제럴드는 이 시대를 ‘재즈 시대(Jazz Age)’라고 명명하고 대중화했다. 유럽도 비슷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그린 파리와 드라마 ‘바빌론 베를린’이 재현한 베를린에서는 예술과 대중문화가 도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전쟁 뒤 경제적 번영과 대량소비가 확산되고 도시문화는 새로운 해방감을 누렸다. 그러나 그 화려함 아래에서는 국제질서의 재편과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영국의 패권이 저물고 미국의 힘이 부상했지만 권력의 이양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워싱턴 해군군축조약과 국제연맹이 상징하듯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힘의 재배분은 진행 중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 되고도 국제연맹 가입을 거부하며 패권국으로서의 책임을 주저했다. 지금의 미중 경쟁 역시 기존 패권국의 우위가 흔들리지만 신흥국이 기존 질서를 완전히 대체하지 못한 과도기라는 점에서 닮았다. 1920년대 군함과 석유를 둘러싼 경쟁의 자리에는 오늘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와 배터리가 놓여 있다. 자본주의 체제 내부의 유사성도 뚜렷하다. 미국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920년대 말 다시 1차 세계대전 이전의 18~19% 수준에 이르렀다. 포드의 대량생산 체제 아래 ‘모델 T’가 대중 자동차로 자리잡으면서 소수의 거대 기업이 다수의 소비를 조직하는 산업 구조가 확립됐다. 할부 구매와 신용을 동원한 주식 투자가 확대됐고 과도한 부채와 투기는 금융 붕괴의 파괴력을 증폭시켰다. 피츠제럴드의 1925년작 ‘위대한 개츠비’가 화려함 아래 감춰진 공허를 그렸다면, ‘바빌론 베를린’은 그 이면의 정치를 보여 준다. 1929년 베를린의 재즈클럽에서 사람들이 춤추는 동안 거리에서는 공산주의자와 극우 세력이 충돌했다. 미국에서도 재즈 시대의 열기는 이민 배척주의, KKK의 재부흥, 적색공포와 나란히 존재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로 모습을 드러낸 극우 세력도 전쟁의 상처와 경제 불안, 불평등, 민족주의가 결합하며 성장했다. 지금도 플랫폼과 AI 붐을 이끄는 빅테크 기업의 천문학적 기업가치와 부의 집중은 1920년대를 연상시킨다. 동시에 예술과 문화는 인간의 정체성과 새로운 생활양식을 둘러싼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주의가 중산층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문화적 진보주의가 이를 충분히 다루지 못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공동체와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럽의 극우 정당 약진과 미국의 포퓰리즘 부상 속에서 인종과 이민, 젠더와 정체성을 둘러싼 문화충돌도 격화되고 있다. ●두 번의 전환이 겹친 시대 1920년대와 지금의 유사성을 관통하는 첫 번째 개념은 ‘패권전이’다. 강대국 간 힘의 배분이 재편될 때 기존 패권국은 쇠퇴하고 신흥국은 부상한다. 어느 쪽도 질서를 온전히 주도하지 못하는 과도기는 구조적으로 불안정하다. 두 시기는 모두 미완의 전환 국면에 서 있다. 국제질서에 패권전이가 있다면 자본주의 내부에도 정치와 경제의 국면 전환이 존재한다. 아서 슐레진저 주니어의 정치순환론은 1920년대가 미국 정치의 어떤 국면이었는지를 보여 주고, 피터 터친의 구조인구학 이론은 그 국면에 축적된 불평등과 엘리트 경쟁이 어떻게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한다. 역사학자 슐레진저는 미국 정치가 ‘공적 목적’과 ‘사적 이익’ 사이를 한 세대 안팎의 주기로 오간다고 보았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1920년대는 진보주의 시대의 개혁이 후퇴하고 방임과 사적 이익이 지배한 국면이었다. 그 과정에서 누적된 문제가 대공황을 거치며 뉴딜이라는 새로운 공적 목적을 불러냈다. 터친이 ‘종말의 시대(End Times)’에서 제시한 구조인구학 이론(Structural-Demographic Theory)으로 보면, 1920년대 미국은 기존 질서의 균열이 정치적 불안과 폭력으로 분출한 전환기였다. 진화생물학자 출신으로 역사동역학을 연구해 온 터친에 따르면 대중의 생활수준이 정체되는 가운데 엘리트 지망자가 늘어나고 한정된 지위와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면 사회의 구조적 압력도 높아진다. 두 이론을 함께 읽으면 지금의 불안은 구조적 패턴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국제정치체제의 패권전이와 자본주의체제의 국면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며 임계점에 가까워지던 시대가 1920년대였다. 지금 그 두 전환이 다시 겹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다. ●1920년대가 주는 시대적 교훈 1920년대가 주는 진짜 교훈은 파국이 예정된 운명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무솔리니의 1922년 로마 진군과 히틀러의 1923년 뮌헨 폭동은 파시즘의 부상을 알렸지만 아직 독재의 완성은 아니었다. 무솔리니의 일당독재는 1926년에야 확립됐고 히틀러의 뮌헨 폭동은 실패로 끝났다. 파시즘의 부상과 독재의 완성 사이에는 경로를 바꿀 시간이 있었다. 대공황도 필연은 아니었다. 1929년 주식시장 폭락으로 경제위기가 시작되자 미국의 긴축적 대응은 경기침체를 악화시켰다. 이어 각국이 경쟁적으로 관세를 높이면서 위기는 세계적 대공황으로 확산됐다. 세계대전의 발발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은 아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1938년 뮌헨협정에서 히틀러를 저지하는 대신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 병합을 허용했다. 그러나 유화정책은 전쟁을 막지 못했고, 히틀러는 이듬해 체코슬로바키아를 해체한 뒤 폴란드를 침공했다. 1930년대의 파국은 경고가 없어서가 아니라 경고를 거듭 외면하고 대응을 미룬 결과였다. 2020년대가 1920년대와 닮았다면 이 역사는 예언이 아니라 파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미리 바꾸라는 경고다. 현재와 같은 혼란 속에서 완성된 대안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방향은 분명하다. 자유주의의 복원이다. 국내 정치에서는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의 제도와 규범을 지켜야 한다. 경제에서는 자유주의를 시장방임과 동일시하지 않고 부의 집중을 완화하며 안정된 일자리와 소득, 사회적 이동성을 뒷받침하는 중산층 경제를 다시 세워야 한다. 국제 정치에서는 강대국의 일방주의와 충돌을 완충할 국제기구의 조정 기능과 중견국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치적 자유, 중산층 경제, 다자주의 국제질서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자유주의 질서다. 개츠비가 밤마다 바라보던 초록빛은 희망인 동시에 끝내 닿을 수 없었던 신기루였다. 1920년대의 사람들은 그 불빛을 좇느라 발밑에서 커지던 균열을 보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초록빛을 좇는 일이 아니다. 이미 도착한 역사의 경고 신호를 읽고 파국으로 향하는 경로를 바꾸는 일이다. 1920년대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도 바로 그곳이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포착] 한국서 성형한 33세 여성…아이폰도 얼굴 못 알아봤다

    [포착] 한국서 성형한 33세 여성…아이폰도 얼굴 못 알아봤다

    호주의 한 여성 인플루언서가 한국에서 안면거상 수술을 받은 뒤 얼굴이 심하게 부어 아이폰의 얼굴인식 기능까지 작동하지 않았던 사연을 공개했다. 그는 부기와 멍이 생긴 수술 직후 모습부터 회복 과정까지 소셜미디어(SNS)에 그대로 공개했다. 25일 호주 뉴스닷컴(news.com.au)에 따르면 호주 바이런베이에 거주하는 인플루언서 루비 튜즈데이 매튜스(33)는 지난 21일 서울의 한 성형외과에서 내시경 안면거상 수술을 받았다. 매튜스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24만 5000명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피플에 따르면 매튜스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이목구비는 유지하면서 몇 년 전처럼 좀 더 생기 있는 인상을 되찾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약 4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후 얼굴에 부기와 멍이 나타났고, 회복 초기에는 앉은 자세로 잠을 자야 할 정도로 불편을 겪었다. 특히 수술 사흘째에는 “내 인생에서 얼굴이 이렇게 부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뜻밖의 문제는 휴대전화에서 생겼다. 수술 후 부종이 심해지면서 아이폰의 얼굴인식 기능인 ‘페이스 ID’가 매튜스를 본인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여러 앱에 얼굴인식 보안을 설정해둔 탓에 문자메시지 등에도 제대로 접속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매튜스는 잠옷 차림으로 서울의 애플스토어를 찾아 휴대전화 설정을 다시 해야 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얼굴을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든, 부풀어 오른 풍선”에 빗대기도 했다. “새 얼굴 아니다”…부기·멍까지 그대로 공개 매튜스는 성형수술 뒤 달라진 모습만 보여주기보다 부기와 멍 등 실제 회복 과정을 그대로 공개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모습은 최종 결과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부은 상태라며 다른 사람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약 5년 전 자신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 매튜스가 받은 내시경 안면거상은 머리카락 안쪽 등에 작은 절개를 내고 내시경으로 얼굴 조직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그는 눈꺼풀 수술도 함께 고려했지만 의료진과 상담한 끝에 진행하지 않았다. “33세에 왜?” 비판도…해외 성형 주의할 점은 수술 후기를 접한 일부 이용자는 30대 초반인 매튜스가 안면거상 수술까지 받은 것을 두고 젊은 여성에게 잘못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매튜스는 성형 사실과 회복 과정을 감추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 공개하는 편이 낫다고 반박했다. 수술 사실을 숨긴 채 갑자기 달라진 모습만 보여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한편 뉴스닷컴은 이번 사례를 전하며 해외 성형을 계획할 경우 의료기관과 시술 내용을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는 호주 외교부의 안내도 소개했다. 여행보험이 예정된 치료와 합병증을 보장하는지도 미리 확인해야 하며, 해외에서 의료 문제가 발생하면 추가 치료비나 귀국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 트럼프 출구 전략, 이거였나…“중국 때문에 이란에 졌다 할 것” [핫이슈]

    트럼프 출구 전략, 이거였나…“중국 때문에 이란에 졌다 할 것”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의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교착에 빠진 가운데, 전쟁의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국제커뮤니케이션그룹(CICG)이 운영하는 논평 플랫폼 차이나포커스는 이번 주 논평에서 “미국 언론들은 이란 전쟁의 성공 여부가 중국의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는 식의 서사를 구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국을 겨냥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주 미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적 왕따’ 작전을 실시하며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대한 ‘3차 제재’를 시행하겠다고 밝히자, 미국 안팎에서는 중국의 협조 없이는 해당 전략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차이나포커스는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실패하면 중국 탓일 것이라는 변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정책 실패에 대한 희생양을 찾고 제재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나 유가 변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해당 플랫폼은 이란이 미국의 숱한 제재에도 굴복하지 않은 지난 역사를 근거로 제시했다. 차이나 포커스는 “현재 미국과 미국 언론의 태도는 자국 제재의 근본적인 실패를 은폐하려는 시도”라며 “1979년 이후 수십 년간 강화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굴복하지 않았다. 최근의 조치는 실질적인 효과를 지닌 경제적 무기라기보다는 정치적 제스처이자 억지력에 가깝다”고 깎아내렸다. 이어 “제재는 평화를 가져올 수 없고, 강압은 결코 존경을 얻을 수 없다”며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 결과는 미국이 일방적인 압력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 전쟁과 관련해 중국을 굴복시키려는 시도는 ‘물고기를 잡으려고 나무에 오르는 것’과 같다”며 “이번 ‘경제적 왕따’ 작전은 국제 관계 역사상 또 하나의 어처구니없는 드라마와 같다”고 일갈했다. 트럼프 “이란 임무 완수” 선언미국의 ‘경제적 왕따’ 작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소셜에 이란 전쟁과 관련한 ‘임무 완수’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게시물은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 옆에 ‘임무 완수, 2026’(Mission Accomplished, 2026)이라고 적힌 그림을 담고 있다. 왼쪽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임무 완수 실패, 2001-2021’이라고 적힌 그림이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데일리뉴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임무 완수’를 선언했지만, 이 전쟁은 인기가 없고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며 끝이 보이지 않는 채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쟁을 통해 세운 목표 중 어느 하나라도 달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승리 선언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영구 폐지, 이란의 이웃 국가 공격 방지, 테러 대리 단체 자금 지원 차단 등 그가 제시했던 핵심 전쟁 목표에 대한 뚜렷한 진전 없이 나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 교체를 공언했지만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아들인 무즈타바 하메네이가 이후 권력을 잡았고 이란 정권은 거의 변화가 없는 상태”라며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권력 기반을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란 외무부, 미국 추가 제재에 “허풍” 비판한편 이란 외무부는 미국의 대이란 추가 제재와 국제적 압박을 ‘허풍’이라고 일축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6일 SNS를 통해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정책을 ‘허풍’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이 대이란 공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바레인의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바레인과 이란 간 실질적인 경제 교류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란과의 스포츠·학술 교류를 중단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바가이 대변인은 해당 교류는 이미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지적하며 “미국이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대상에 다시 제재를 부과하고 ‘허울뿐인 조직’을 ‘동맹’으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메시지 역시 오락가락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27일 회담 자체를 비판하는 자국 내 여론과 관련 국영 통신사 IRNA에 “협상은 후퇴의 신호가 아니다”라며 “전쟁의 성과를 공고히 하고 적들이 계획한 심각한 재앙으로부터 나라를 안전하게 이끌기 위해 권력의 수단을 수호하고 보호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강경파인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대변인을 통해 “이란과 오만의 영토인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 각자 국가의 몫(통행료)과 그 수익에 대해 합의했다”며 “미국이 양해각서(MOU)로 복귀한다면 합의된 틀 안에서 해협을 개방할 수 있다”고 요구했다. 이어 “미국이 조건을 수용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된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버티는 장동혁… “당협 직선제 반드시 필요” 당원주권 2.0 선언

    버티는 장동혁… “당협 직선제 반드시 필요” 당원주권 2.0 선언

    당내 반발에도 ‘당협 물갈이’ 관철소속 의원 새 평가제도 구축 예고임기 완수 의지… 보수 빅텐트 시사4선 의원 회동 “총선 승리 어려워” 취임 1주년을 맞은 장동혁 대표가 26일 시·도당위원장, 당협위원장 선출 등에 당원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는 ‘당원주권 2.0’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은 1년 동안 총선 승리의 교두보가 되겠다”고 임기 완수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장 대표를 향한 사퇴 요구가 이어졌다. 장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열어 “당원주권 2.0위원회를 조속히 출범시켜 당무감사 평가지표 개선 등 조직관리 체계를 향상시키고 당무혁신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의원들의 반발로 지난 24일 최고위 의결이 보류된 ‘당협위원장 당원 직선제’ 논의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협위원장 직선제에 대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는 확고한 신념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선출직 평가 제도도 보수의 시대적 가치에 맞게 개편하겠다”며 국회의원·광역단체장·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평가 제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또한 “지난 1년은 흩어진 보수를 결집하는 시간이었다”며 “결집된 당심을 토대로 ‘당원 중심 정당’을 ‘민생정당’으로 한 단계 더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장 대표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분야별 당내 조직이 대거 신설된다. 장 대표는 “대한민국 정통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이 진정한 ‘보수의 맏형’이 되도록 ‘보수정체성확립위원회’를 설립해 모든 보수 세력과 연대하겠다”고도 했다. “2028년 총선에서 과반 승리해 반드시 정권을 탈환해야 한다”는 장 대표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연임 도전에는 말을 아꼈다. 개혁안 발표 후 당내에선 반발이 나왔다. 이성권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지난 1년의 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국민의힘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진정 국민의힘과 보수를 위하고 이재명 정권과 제대로 싸우길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용퇴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국회에서 회동한 4선 의원들은 “당이 이런 상태로 총선에서 승리하기는 어렵다고 하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 쿠도커뮤니케이션, 구성원의 ‘경험을 잇(IT)다’… 사람 중심 성장문화 내재화

    쿠도커뮤니케이션, 구성원의 ‘경험을 잇(IT)다’… 사람 중심 성장문화 내재화

    AI·ICT 전문기업 쿠도커뮤니케이션㈜(대표 김용식)은 구성원의 업무 경험과 성장 노하우를 조직의 지식 자산으로 확산하기 위한 사내 강연 프로그램 ‘경험을 잇(IT)다’를 새롭게 운영한다고 밝혔다. ‘경험을 잇(IT)다’는 구성원들이 업무 현장에서 쌓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 프로젝트 노하우와 성장 스토리를 직접 나누는 사내 지식 공유 프로그램이다. 단순한 직무 교육을 넘어, 개인의 소중한 경험을 조직 전체의 자산으로 연결하고 다시 구성원의 성장으로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한다. 쿠도커뮤니케이션은 그간 ‘직원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사람 중심의 성장 문화를 단계적으로 다져왔다. 2023년 역량성장위원회를 발족한 데 이어 구성원들이 지식과 업무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사내 학습 플랫폼 ‘쿠도지식뱅크(LMS)’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사업부 비전 워크숍을 통해 7개 사업부와 2개 관리부서의 비전·미션·핵심가치를 전사 비전과 정렬했다. 이러한 HRM·HRD 체계를 기반으로 쿠도커뮤니케이션은 2025년 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Best HRD)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이번 ‘경험을 잇(IT)다’는 이러한 제도와 활동을 하나의 성장 흐름으로 연결하는 ‘성장 플로우 휠(Grow·Flow·Wheel)’의 일환이다. 회사의 비전과 사업부의 방향성을 구성원 개인의 업무와 연결하고, 현장에서 만들어진 경험과 지식을 다시 조직 전체에 공유함으로써 회사·사업부·구성원 간 조직정렬(Alignment)을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 번째 강연은 오는 8월 13일 쿠도커뮤니케이션 DX타워에서 진행된다. 시큐리티사업부 윤태석 이사가 ‘하늘의 위협을 막다 – 우리가 지킨 인천항’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공유하며, AX사업부 서성혁 부장은 ‘15년의 기록, 쿠도와 함께 쌓아 올린 프로젝트 이야기’를 통해 장기간 다양한 현장에서 축적해 온 업무 경험과 성장 과정을 구성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시큐리티사업부 윤태석 이사는 “업무 경험은 개인에게만 남아 있을 때보다 구성원들과 공유될 때 더 큰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강연에서는 프로젝트의 결과만 소개하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고,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공유해 동료들이 자신의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연 참가 구성원은 “다른 사업부의 프로젝트는 결과 중심으로 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실제 담당자의 경험을 통해 프로젝트 과정과 고민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며 “다른 구성원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업무 노하우를 얻고 이를 자신의 업무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쿠도커뮤니케이션은 앞으로도 다양한 직무와 프로젝트 경험을 가진 임직원을 강연자로 발탁해 ‘경험을 잇(IT)다’ 프로그램을 이어갈 방침이다. 아울러 강연의 핵심 내용을 쿠도지식뱅크 등 사내 학습 시스템과 연계해, 개인의 경험이 일회성에 머물지 않고 조직 전체의 지식 자산으로 탄탄하게 쌓이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쿠도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경험을 잇(IT)다’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구성원이 서로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회사의 비전과 구성원의 성장을 연결하는 다양한 제도를 통해 사람 중심의 성장 문화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전남과 광주, 동부와 서부가 협력·상생하도록 중심 잡을 것”

    “전남과 광주, 동부와 서부가 협력·상생하도록 중심 잡을 것”

    40년 만의 통합, 지역 갈등 해법청사·조직개편 사회적 합의 필요인구·접근성·효율 등 기준 있어야합리적 공감대 찾도록 소통·조정지역 현안 지원, 성과로 답할 때호남 미래 바꿀 반도체 클러스터필요한 조례·예산 신속히 뒷받침군 공항·국립의대 등도 市와 협치“전남과 광주, 동부와 서부가 경쟁보다 협력을, 대립보다 상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회가 중심을 잡겠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과 함께 통합특별시의회 초대 의장을 맡은 송형곤(62) 의장(더불어민주당·고흥1)은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0년 만의 전남·광주 통합이 지역 간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광주 군 공항 이전 등 지역 핵심사업에 관해서는 조례와 예산을 통해 신속 지원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모든 판단의 기준을 어느 지역이냐가 아니라 320만 특별시민 전체의 이익에 두겠다고도 밝혔다. 함께 손발을 맞춰가야 할 집행부에 대해서는 ‘속도만큼 협치도 중요하다’며 정책의 동반자로 생각해 줄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한민국 최초 통합광역의회 초대 의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영광이면서도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온다. 전남과 광주가 오랜 시간 쌓아온 역사와 정서를 하나의 의회 안에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초대 의회는 한 번뿐이다. 지금 우리가 세우는 원칙과 문화가 앞으로 통합특별시의회의 기준이 된다. 그래서 더 신중하게 결정하고, 더 책임 있게 행동하려고 한다. 앞으로 의장실의 문턱은 낮추고 소통의 문은 넓히겠다. 91명의 의원 모두와 지혜를 모아 전남과 광주가 함께 성장하고 시민들이 ‘통합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지방의회법 제정과 관련해 전국 시·도의회를 직접 순회 방문했는데.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었다. 인사권 독립 이후에도 입법·정책지원, 조직·예산 등 의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똑같았다. 국회에 국회법이 있듯 지방의회에도 독립된 지방의회법이 필요하다. 의회가 조직과 예산, 정책지원 역량을 제대로 갖춰야 시민을 대신해 집행부를 더 꼼꼼히 견제하고 지역에 필요한 정책도 만들어 낼 수 있다. 결국 지방의회법은 의원들의 권한을 키우기 위한 법이 아니다. 지방자치를 제대로 작동시키고 시민의 권리를 더 두텁게 지키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통합특별시 청사, 조직개편 문제 등으로 광주권, 서부권, 동부권 갈등이 적지 않은데. “통합 속도에 비해 새로운 질서를 운영할 원칙과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아직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사와 조직, 기관 배치는 각 지역의 일자리와 발전, 지역의 미래와도 연결된 문제라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지금의 갈등이 통합 실패의 신호는 아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두느냐’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인구와 접근성, 행정 효율, 지역 균형 등을 고려한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고 그 과정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전남과 광주, 동부와 서부가 통합해서 ‘오히려 더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의회가 균형을 잡겠다.” -의회에서도 비슷한 마찰이 있었는데. “40년 넘게 서로 다른 의정 문화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처음부터 모든 생각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 지역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여러 의견을 내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차이가 오랜 갈등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 갈등이 없는 통합은 없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야기하고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공감할 수 있는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의장이 더 많이 듣고 조정하도록 하겠다.” -지역 갈등 해소를 위한 통합의회 의장의 역할은. “우리는 오랫동안 지역감정과 지역차별의 피해자였고,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우리가 통합특별시 안에서 또 다른 지역감정의 가해자가 되거나 새로운 지역갈등의 포로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의장의 역할이 갈등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의견이 분열로 가지 않도록 길을 잡는 것이 의장의 역할이다. 그래서 모든 판단의 기준을 어느 지역이냐가 아니라 320만 특별시민 전체의 이익에 둘 것이다. 청사와 조직, 예산과 사업도 ‘누가 더 가져가느냐’가 아니라 ‘전체가 어떻게 함께 잘 살 것이냐’는 관점에서 바라보겠다. 전남과 광주, 동부와 서부가 경쟁보다 협력을, 대립보다 상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회가 중심을 잡겠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합의회는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반도체는 우리 특별시의 미래를 바꿀 가장 중요한 기회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속도전을 넘어서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속한 추진을 강조했다. 그 말씀에 지금 우리의 절박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전격전의 각오로 움직이는 만큼 우리도 늦어서는 안 된다. 의회도 필요한 조례와 예산은 신속하게 뒷받침하겠다. 동시에 전력과 용수, 교통 같은 기반시설과 인재 양성, 정주 여건까지 제대로 준비되고 있는지 꼼꼼히 살피겠다. 지금은 계획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성과로 답할 때다.” -4년 후 통합특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통합의회의 역할은. “행정구역만 하나가 된 특별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이 달라진 특별시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일자리가 늘고, 교통이 편리해지고, 의료와 교육의 기회가 좋아지고, 어느 지역에 살든 통합의 효과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간 갈등은 줄고 미래 성장동력은 더 커져야 한다. 의회의 역할은 그 변화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저는 화려한 의장보다는 임기를 마쳤을 때 ‘초대 의회가 방향을 잘 잡아줬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의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의회는 집행부 견제가 본연의 역할이다. 시장 등 통합특별시 공직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속도만큼 협치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조직개편과 인사, 반도체 클러스터, 군 공항 이전, 국립의대 같은 문제는 앞으로 통합특별시의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일이다. 이런 사안일수록 의회를 결정이 끝난 뒤 설명하는 대상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논의하는 정책의 동반자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 제대로 된 협의는 속도를 늦추는 절차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줄이고 실행력을 높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의회가 요구하는 것도 복잡하지 않다. 정확한 정보를 제때 공유하고 중요한 결정은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해 달라는 것이다. 집행부가 의회를 더 많이 찾고 더 자주 설명해 주시길 바란다. 의회 역시 필요한 정책에는 누구보다 빠르게 힘을 보태고, 잘못된 부분은 원칙 있게 바로잡겠다.” ■ 송형곤 초대 의장은 ▲1964년 전남 고흥 출생 ▲조선대 토목공학과 졸업 ▲순천대 경영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제9·10·12대 전남도의회 의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초대 의장 ▲더불어민주당 해양수산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전)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기획조정실장(전) ▲고흥청년회의소(JC) 회장(전)
  • 손님 만취시켜 술값 부풀리고 방치해 숨지게 한 업주 징역 6년

    손님 만취시켜 술값 부풀리고 방치해 숨지게 한 업주 징역 6년

    손님을 고의로 만취시킨 뒤 술값을 부풀려 결제하는 이른바 ‘작업’을 벌이고 의식을 잃은 손님을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유흥업소 업주와 종업원들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는 유기치사와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유흥주점 업주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종업원 B씨는 징역 2년, 또 다른 종업원 2명은 각각 징역 1년, 나머지 종업원 1명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 등은 2024년 10월 24일 손님 C씨를 유흥주점으로 유인한 뒤 짧은 시간 안에 양주 1병과 맥주를 마시게 해 의식을 잃게 했다. 이후 C씨가 의식을 잃은 틈을 타 술값을 부풀려 결제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해당 주점에서는 손님에게 술을 집중적으로 마시게 해 만취시킨 뒤 돈을 빼내는 이른바 ‘작업’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에 성공하면 가담자들이 금액을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A씨 등은 무단 결제 사실을 감추려고 방 안에 양주 빈 병 여러 개를 가져다 놓은 뒤 결제를 진행했다. C씨가 의식을 잃자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지문 잠금 해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신용카드를 이용해 91만원을 무단 결제했다. 추가로 132만원을 결제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C씨는 의식을 잃은 뒤 약 3시간 20분 동안 방 안에 방치됐고 결국 급성 알코올 중독으로 숨졌다. 재판부는 C씨의 사망에 대한 피고인들의 예견 가능성과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방치한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손가락으로 지문을 찍거나 지갑에서 카드를 빼내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의식을 잃어야 작업이 가능한 구조”라며 “알코올을 과다 섭취하게 해 의식을 잃게 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치명적인 위협을 발생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상태임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상태를 확인하거나 깨우는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며 “범행 이후 공범들과 말을 맞추고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삭제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충분하지 않았던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 태국 부적 하나에 ‘600만원’…1200만 中청년 취업난이 만든 ‘영적 소비’ [여기는 동남아]

    태국 부적 하나에 ‘600만원’…1200만 中청년 취업난이 만든 ‘영적 소비’ [여기는 동남아]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짓눌린 중국 청년들이 태국 불교 부적에 매달리고 있다. ‘재물운’과 ‘취업운’을 판다는 이 작은 부적이 하나에 수백만 원을 호가하며 거대한 시장으로 커지자, 이번엔 범죄 조직이 이를 자금세탁 통로로 노리기 시작했다. 결국 태국 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1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글로벌 등에 따르면 태국 상좌부 불교의 민간 신앙물이던 부적(태국어로 ‘프라크루앙’)이 최근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하나의 ‘집착’에 가까운 유행이 됐다. 얼어붙은 취업 시장과 소득 불안, 연애와 창업의 높은 벽 앞에서 청년들이 운을 바꿔줄 지름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어떤 부적이 재물운과 승진운에 좋은지를 놓고 벌이는 토론과 수집담이 넘쳐난다. 특히 승려가 아닌 민간 주술사가 만드는 ‘음패’(陰牌·어두운 힘을 다룬다고 여겨지는 부적)는 ‘빠른 효과’를 앞세워 5만~30만 바트(약 214만~1285만원)에 팔리고, 최고급품은 수백만 바트까지 호가한다. 부적 열풍의 뿌리에는 중국 청년들의 불안이 있다. 중국 교육부에 따르면 2026년 대학 졸업생은 1270만명에 이르며, 앞서 취업에 실패한 이들과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까지 더해지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안정적인 일자리도, 오르지 않는 소득도 불확실한 청년들에게 부적은 일종의 심리적 버팀목이 된 셈이다. 청론 림파디 태국 이민국 부국장 겸 대변인은 “많은 중국 청년들이 사회·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며, 사랑과 부, 경력에서 앞날을 개선해줄 영적 지지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열풍이 범죄 조직의 눈에도 들었다는 점이다. 태국 이민국은 급성장한 부적 거래가 중국계 회색자금 네트워크의 자금세탁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온라인 도박과 통신사기, 마약 밀매로 벌어들인 돈이 부적 판매 수익으로 둔갑한다는 것이다. 림파디 대변인은 “금이나 주식, 부동산과 달리 부적 같은 신성한 물건에는 정해진 시장 가격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몇천 바트짜리 물건이 수백만 바트짜리 희귀품으로 포장될 수 있고, 거래도 현금이나 가상자산으로 이뤄져 추적이 어렵다. 그는 “불교 부적은 태국의 문화유산이자 신앙의 일부이며, 범죄를 감추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적 시장을 둘러싼 잡음은 이미 여러 차례 터져 나왔다. 2023년 8월 태국 경찰은 촌부리주 카오치찬 사원에서 중국인 관광객에게 실제 가치가 11달러가량인 가짜 부적을 715~2830달러(101만~400만원)에 판 혐의로 중국인 18명을 적발했다. 올해 3월에는 홍콩 관광객 9명이 나콘시탐마랏주의 한 사원에서 유명 불탑을 배경으로 부적을 팔며 라이브 방송을 하다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태국은 자금세탁방지청과 중앙수사국, 사이버경찰 등이 합동 단속에 나선 상태다.
  • 李대통령 “임기 내 세종 집무실 시대 열겠다”

    李대통령 “임기 내 세종 집무실 시대 열겠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대통령 세종 집무실과 국회 세종 의사당 건립에 속도를 내고 관련 인프라 정비 또한 차질 없이 진행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우리 정부 임기 내에 세종 집무실 시대를 열고 마지막 국무회의도 세종 집무실에서 개최한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야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행정수도 세종의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완성을 위한 법, 제도의 뒷받침도 중단 없이 이어가야 하겠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수도권 일극 체제는 부동산 문제, 교육 문제, 청년 문제, 극단적인 양극화 등 현재 우리 사회의 모든 중대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국토 균형 발전은 이 같은 대한민국에 고질병을 고치고 전국이 고르게 성장 기회를 누리는 모두의 성장 시대를 여는 핵심 열쇠”라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폭염 피해를 지적하며 “특히 근거 규정이 미비하거나 담당 주체가 불분명한 주거 대책 때문에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이 많이 계신다”며 “기후 재난 관점에서 최저 주거 기준의 개정을 적극 검토하고 고시원과 비닐하우스, 판잣집과 같은 주택 이외 거처에 대한 개선 작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기후 재난 시대를 맞이해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정책이 국민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야지 거꾸로 국민의 삶을 기성 제도에 억지로 꿰맞추는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공직자 여러분들은 기존 사회 안전망 체계의 혹여 공백이나 부족함이 없는지 늘 부지런히 점검하고 어려운 국민의 삶을 세심하게 살피는 진정한 공복의 자세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공직자들에 대한 포상과 문책 강화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잘하는 것은 격려하고 잘못된 부분은 징계를 해야 그 조직이 제대로 유지가 되고 또 그 조직 본연의 역할, 즉 국민에 대한 봉사, 국가에 대한 헌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유능하고 성과를 내는 공직자들에 대한 포상과 보상을 좀 더 철저히 해 주시길 바란다”며 “열심히 잘하려고 했는데 실패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문책이나 감사를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 美 이란 갈등 뿌리를 찾아서

    美 이란 갈등 뿌리를 찾아서

    이란 백색혁명 후 극심해진 빈부격차빠른 서구화에 스멀스멀 확산된 반감급진적 변화 예상 못한 ‘미국의 실수’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습했다.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관료들을 제거했다. 미국은 이란이 바로 항복할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란과 이른바 ‘저항의 축’이라 불리는 이란과 연계된 세력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홍해까지 위협하고 있다. 급기야 미군 기지까지 공격한다. 이란 체제는 굳건하다. 알리 하메네이의 자리는 둘째 아들 모지타바 하메네이가 물려받았다. 50년 전을 돌아보면 정말이지 의아한 일이다. 당시 이란은 미국이 서아시아에서 가장 신뢰하던 동맹국이었다. 책은 미국의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는 ‘모범국가’였던 이란이 미국의 최고 ‘불량국가’가 된 출발점으로 1979년 이란혁명을 꼽는다. 이란 혁명정부가 왜 반미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는지, 미국은 예나 지금이나 왜 이란 정권의 움직임을 오독하는지를 이해하려면 1979년을 돌아봐야 한다. 이란혁명의 중심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석유를 기반으로 미국의 무기를 사들이며 강대국을 꿈꾼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 국왕, 망명지에서 혁명을 이끈 종교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 방대한 외교·정보 조직을 거느리고도 동맹의 붕괴를 막지 못해 함께 몰락한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이다. 책의 원제목은 ‘킹 오브 킹스(King of Kings)’다. 페르시아어로 ‘왕’을 ‘샤’라고 한다. 책은 ‘샤한샤(왕 중의 왕)’로 불린 레자 국왕의 번성기를 지나 이란혁명 발발로 몰락하기까지를 따라간다. 레자 국왕은 영국에 의해 쫓겨난 아버지의 대타로 20대 초반 샤로 즉위했다. 1953년 미국이 지원한 친위 정변에 이어 1963년 ‘백색혁명’으로 권력을 장악한 뒤 힘을 키워 ‘샤한샤’로 거듭났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이란 군주정은 그 어느 때보다 탄탄했다. 통치 기간 1인당 국민소득은 스무 배 증가했다. 서아시아의 아랍 국가 군대를 모두 합친 것보다 강한 세계 5위의 군대를 보유했다. 저자는 그 이면을 놓치지 않는다. 석유가 터진 후 발생한 극심한 빈부 격차와 부패, 비밀경찰 ‘사바크’를 내세운 정치적 억압, 급격한 서구화에 대한 반감이 스멀스멀 자랐다. 이란의 현대화에 반대해 1964년 추방됐던 루홀라 호메이니는 망명지에서 서서히 힘을 키웠다. 세속 좌파와 자유주의자, 보수적인 성직자들을 이끌며 ‘반(反)샤 운동’을 벌였다. 급기야 1978년 1월부터 이란혁명이 발발한다. 팔라비 왕조의 이란 제국이 무너지고 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최고 권력을 가지는 신정 체제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오판은 뼈아픈 대목이자, 문제를 키운 핵심 원인이다. 저자는 1977년 8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보고서를 들어 비판한다. “가까운 장래에 이란의 정치 행태에는 어떤 급진적 변화도 없을 것이다”라고 적혀 있다. 이란혁명을 5개월 앞두고도 CIA는 이란 왕정이 1000년은 더 갈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는 레자 국왕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한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을 범인으로 지목한다. 유전 개발 이후 이란은 미국의 무기를 대량 구입했다. 레자 국왕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에 이어 카터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란의 변화에 눈을 감고 있었다. 레자 국왕과 카터 대통령은 극소수 측근의 조언에만 의존했다. 고국에서 쫓겨난 레자 국왕의 미국 입국 허용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는 결국 이란과 미국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었다. 1979년 11월 4일 이란 혁명정부는 테헤란에 있는 주이란 미국 대사관을 점거해 미국인 52명을 1981년 1월 20일까지 무려 444일이나 억류했다. 구출 작전 ‘이글클로’의 참담한 실패였다. 초강대국의 자존심은 구겨졌다. 카터의 재선 가도도 끝장났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대악마’ 미국과 ‘불량국가’ 이란의 이미지가 이때 만들어졌다. 40년 가까이 세계 분쟁 현장을 누려온 베테랑 종군기자로 활동한 저자의 취재력이 읽을수록 감탄스럽다. 왕비 파라를 비롯해 미국 백악관·국무부·CIA 직원, 옛 혁명가들에 이르는 생존 증인들과의 인터뷰와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1979년 전후를 생생하게 구성했다.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유효하다. 휴전과 재충돌을 반복하는 지금도 미국의 ‘삽질’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권력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받아들이고 힘을 발휘하면 큰 위기를 부른다. 그게 미국이어서 전 세계가 지금 위기에 빠졌다. 과거를 돌아봐야 한다. 누구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책을 열독해야 할 듯하다.
  • “평생직장보다 평생성장”… 호반그룹 여름 명사 특강

    “평생직장보다 평생성장”… 호반그룹 여름 명사 특강

    호반그룹이 최근 유쾌하고 솔직한 화법으로 프랑스 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전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파리민수’ 정일영 인하대 영미유럽인문융합학부 초빙교수를 초청해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미래 경쟁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27일 호반그룹에 따르면 정 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경영총괄사장, 김민형 호반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를 비롯한 임직원 1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장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그는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평생직장’보다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는 ‘평생 성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문하는 습관과 도전정신, 신뢰와 협업, 실패를 성장 과정으로 수용하는 태도 등이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과 문제 해결력, 창의성, 공감과 소통 등 사람만의 강점이 더욱 가치 있는 경쟁력이 된다고 전망하며 태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특강을 통해 임직원들이 변화하는 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고 스스로의 성장 방향을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국민 볼펜’이 쓴 韓문구 역사…“우리들 모두의 모나미” 15원으로 시작됐다 [창업주의 비밀노트]

    ‘국민 볼펜’이 쓴 韓문구 역사…“우리들 모두의 모나미” 15원으로 시작됐다 [창업주의 비밀노트]

    “우리 모두의 모나미를 멋지게 키워라.” 2022년 작고한 고 송삼석 모나미 명예회장의 유언에는 한평생 모나미를 ‘국민 볼펜’으로 키워낸 자부심과 ‘모나미는 나 혼자만의 것이 될 수 없다’는 생전 철학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1963년 첫 국내산 볼펜의 시대를 열었던 모나미는 한국인의 필기 문화를 바꾸고 대한민국 문구 산업의 토대를 세웠습니다. 최근 상장 폐지 위기를 맞았던 모나미에 ‘애국매수’ 열풍이 분 것도 모나미를 일개 문구회사가 아닌 한국 문구 산업의 역사와 상징으로 여기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송 명예회장의 손자인 송재화 모나미 사장은 “모나미가 걸어온 60여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자필 편지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에 엉망된 경제 살려야” 父 뜻 거스르고 상경대로일제강점기가 한창이던 1928년 전북 군산에서 3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난 송 명예회장은 약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전북 삼례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아버지는 보수적인 시대상에도 6남매를 모두 대학에 보낼 정도로 개방적이었지만, 송 명예회장을 포함해 아들들을 무조건 의대에 보내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연이어 의대에 진학하며 의료를 통해 조국에 봉사하고 일제에 맞서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랐지만 송 명예회장은 남몰래 다른 생각을 품었습니다. 상경대에 진학해 엉망이 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리고 싶다는 것이었죠. 송 명예회장은 회고록 ‘저 높은 곳을 향하여’에서 당시 어둑한 방 안에서 서울대 상경대(경제학과)에 가겠다는 선언에 할 말을 잃은 아버지의 망연한 표정을 떠올리며 “그때 내 기분은 차라리 늘씬하게 매라도 맞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광복과 함께 서울대 상경대에 진학한 송 명예회장은 6·25전쟁으로 경제가 황폐해지고 실업자가 쏟아지던 해에 졸업을 하게 됩니다. 취직을 못 한 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 송 명예회장은 그길로 지금의 산업통상부 격인 상공부로 향합니다. 약속도 잡지 않고 장관실로 들어간 송 명예회장의 기개에 고 이교선 당시 상공부 장관은 무역회사인 ‘삼흥사’를 연결해 줬습니다. 그렇게 들어간 삼흥사는 불과 2년 6개월 만에 파산했지만, 그 당시 배운 무역회사의 면면은 송 명예회장이 이후 자신의 회사를 열 수 있게 해준 기틀이 됐습니다. ‘나의 친구’ 모나미의 시작송 명예회장이 본격적으로 문구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55년 일본에서 문구류를 수입하던 이용섭 당시 광신산업 사장에게 지분 10%를 투자해 공동경영을 시작하면서입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서 물감과 크레파스를 만들던 공장을 인수한 광신산업은 1960년 광신화학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꾸고 문구류 생산에 돌입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광신화학공업주식회사의 이름으로 처음 세상에 나오게 된 제품이 ‘모나미 물감’과 ‘왕자 파스’(크레파스)입니다. 불어로 ‘나의 친구’라는 뜻의 모나미는 경리부에서 일하던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낸 의견이었습니다. 뜻도 좋고 부르기도 편한 이름에 아이디어 회의에서 단번에 발탁됐는데, 며칠간 잠깐 경리 일을 돕다 간 사람이라 그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게 됐습니다. 추후 회사가 성장하고 모나미가 정식 사명으로 변경된 뒤 송 명예회장이 수소문해 보았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합니다. 첫 과제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송 명예회장은 직접 초등학교 앞으로 나가 모나미 물감과 왕자 파스의 로고가 새겨진 시간표를 나눠주고, 사생대회를 열었습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문구 도매상을 찾아 ‘모나미회’라는 조직으로 묶고 야유회를 열며 도소매 생태계를 장악했습니다. ‘볼펜’의 자유로움에 매료되다1962년 경복궁에서 열린 국제박람회 참가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모나미를 포함해 아직 국내에서 자체 생산하는 문구가 많지 않았기에 일본에서 가장 큰 문구 도매상인 우치다 요오코 상사와 함께 박람회 부스를 차리게 됐습니다. 바로 그 박람회장에서 송 명예회장은 ‘볼펜’을 처음 접하게 됩니다. 잉크로 써지면서도 새거나 흐르지 않고, 자유자재로 옷에 꽂았다가 귀에도 꽂는 볼펜의 존재에 송 명예회장은 완전히 매료됐습니다. 온통 볼펜에 마음을 뺏긴 송 명예회장은 일본의 ‘오토 볼펜 주식회사’와 접촉해 기술을 전수받습니다. 송 명예회장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사장의 입에서 기술이전을 허용한다는 얘기가 떨어지는 순간 사장도, 직원도 사무실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 눈앞에 떠오른 것은 학교에서, 사무실에서, 은행에서, 관공서에서 손에 볼펜을 들고 자유롭게 쓰고 그리는 학생들과 사무원들의 모습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이듬해 탄생한 것이 흰 몸체에 검은 머리, 한국 볼펜의 대명사가 된 ‘모나미 153’ 볼펜입니다. 한 자루의 가격은 15원. 당시 버스 1구간 요금, 또 신문 한 부의 가격과 같았습니다. 주 소비층인 학생들과 사무원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한 결정이었습니다. 세상에 처음 나온 획기적인 필기구를 버스 한 번 탈 가격으로 온 국민이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송 명예회장의 신념이 모나미를 국민볼펜으로 세운 것입니다. 세금 추징·화재 파고 넘어 ‘국민 볼펜’으로모나미 153이 불티나듯 팔리자 광신화학주식회사는 모나미화학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꿨습니다. 사세가 확장되며 기업공개도 단행했으나 위기도 있었습니다. 비상장기업이던 시기부터 관행처럼 해오던 무자료 거래에 국세청이 탈세 혐의로 7억 5000만 원을 추징한 것입니다. 주요 간부들과 사재를 모으고 징수 유예를 통해 파고를 넘겼지만 이 여파로 이 전 사장이 공동경영에서 물러나며 송 명예회장이 유일한 대표이사가 됐습니다. 성수동에 공장 두 채와 1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국내 최고의 문구 기업으로 성장했던 1978년에는 공장에 큰 화재가 나며 폐허가 되기도 했습니다. 송 명예회장은 당시 직원들과 함께 잔해를 정리하고 기계 분해와 조립을 다시 하며 화재 사건을 극복합니다. 송 명예회장은 회고록을 통해 “모나미가 공중분해 돼버렸을지도 모를 커다란 위기를 몇 번이나 겪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 벗고 뛰는 사람들을 보고도 어찌 모나미를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회사가 커진 뒤 ‘내 것’이라는 생각을 버렸다고 털어놨습니다. 애국매수로 이어진 인간 중심 경영송 명예회장이 강조한 경영 원칙은 ‘인간 중심의 경영’입니다. 제품 품질에 대한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소비자 중심의 경영’, 판촉부터 위기 극복까지 함께 몸을 던진 ‘직원 중심의 경영’이 핵심 축입니다. 편법을 쓰지 않고 소비자와 직원 중심 경영을 실천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우리들 모두의 모나미”라는 송 명예회장의 유언은 상폐 위기 앞에 선 모나미를 구사일생으로 살리기도 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7월부터 자본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해 코스피 상장 유지 요건을 ‘시가총액 300억원’으로 상향하자 국내 투자자들이 애국 매수에 나선 것입니다. 문구류의 수요가 줄어드는 정보기술(IT) 시대 모나미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이를 위해 모나미는 문구류를 넘어 색조 분야 강점을 살린 화장품 사업과 학원 및 문화예술 서비스업, 부동산 개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신산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 두피가 ‘뇌’처럼 구불구불…희귀질환 앓던 20대, 마지막 병원에서 맞은 ‘반전’

    두피가 ‘뇌’처럼 구불구불…희귀질환 앓던 20대, 마지막 병원에서 맞은 ‘반전’

    중국의 한 20대 남성이 두피가 뇌 주름처럼 굵게 접히는 희귀 질환을 앓다 1년여에 걸친 난수술 끝에 건강한 모습을 회복했다. 의료진은 정상 두피를 조금씩 늘려 병변 부위를 대체하는 치밀한 전략으로 치료를 성공시켰다. 절망에 빠졌던 한 청년이 일상을 되찾은 희망적인 사례다. 2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후난성 출신의 23세 남성 A씨는 최근 후베이성 우한대학교 중난병원에서 ‘회선성 두피’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두피 밑 연부 조직이 과도하게 두꺼워지면서 피부가 굴곡지게 접히는 희귀 질환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선천적 요인보다는 후천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질환을 동반하지는 않지만 외형 변화가 심하다. A씨가 처음 이상을 느낀 것은 어릴 적이었다. 초기에는 두피가 단단해지는 수준이었으나 14세 무렵에는 이미 머리의 절반가량이 두꺼워질 정도로 증상이 진행됐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피부가 과도하게 자라나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마치 뇌 표면을 연상시키는 굵은 주름 형태로 두피 전체를 덮게 됐다. 치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과거 타 병원에서 시도한 피부 확장 치료가 실패로 끝나면서 두피 전체에 깊은 흉터가 남았다. 이로 인해 이식에 쓸 건강한 피부가 부족해지자 대다수 병원이 수술을 거부했다. 반면 우한대 중난병원 의료진은 기존 흉터 부위를 절개선으로 재활용하는 정교한 수술 계획을 세웠다. 남아 있는 정상 두피 조직을 서서히 넓혀 병변과 흉터를 동시에 덮는 방식이었다. 의료진은 지난해 7월 1차 수술을 통해 정상 두피 밑에 피부 확장기를 삽입하고 조직을 조금씩 늘려갔다. 2차 수술에 필요한 충분한 피부를 확보하기까지 11개월이 걸렸다. 최근 3시간에 걸친 2차 수술도 무사히 끝났다. 의료진은 A씨의 변형된 두피 조직을 완전히 제거하고 확장된 정상 피부로 자리를 채웠다. 현재 A씨는 머리카락이 정상적으로 자라나며 일반인과 다름없는 외모를 되찾은 상태다.
  • “빠뜨롱 나와!” 정일영 교수가 말하는 AI시대 경쟁력…호반그룹 초청 명사 특강

    “빠뜨롱 나와!” 정일영 교수가 말하는 AI시대 경쟁력…호반그룹 초청 명사 특강

    호반그룹은 임직원들의 성장을 돕고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미래 경쟁력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정일영 인하대 영미유럽인문융합학부 초빙교수를 초청해 명사 특강을 열었다고 27일 밝혔다. 호반그룹은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김윤혜 호반프라퍼티 경영총괄사장, 김민형 호반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를 비롯한 임직원 1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름 명사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강연에는 유쾌하고 솔직한 화법으로 프랑스 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전하며 ‘파리민수’로 불리는 정 교수가 연사로 나서 ‘성장하는 사람은 무엇이 다른가’를 주제로 급변하는 시대에 필요한 성장의 태도와 미래 경쟁력에 대해 설명했다. 정 교수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평생직장’보다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에 적응하는 ‘평생 성장’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질문하는 습관과 도전정신, 신뢰와 협업, 실패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AI) 시대에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과 문제 해결력, 창의성, 공감과 소통 등 사람만의 강점이 더욱 가치 있는 경쟁력이 된다고 전망하며 태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특강은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구성원들이 잠시 업무에서 벗어나 일과 삶을 돌아보고 성장의 동기를 찾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정답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질문과 사례를 통해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화와 성장의 방향을 고민하도록 돕는 데 초점을 뒀다고 그룹은 설명했다. 호반그룹은 인재를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명사 특강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태성 역사 강사,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지선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마약 예방 인식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 등을 초대해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직무 교육뿐 아니라 인문학, 역사, 과학,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명사를 초청해 구성원들이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을 기회를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이번 특강을 통해 임직원들이 변화하는 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고 스스로의 성장 방향을 고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명사 특강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구성원의 성장을 지원하고 배움 중심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 [단독] “업무 이관” “사전투표 폐지”… 선관위 직원도 포기한 선거 관리

    [단독] “업무 이관” “사전투표 폐지”… 선관위 직원도 포기한 선거 관리

    89% “행안부에 투표 사무 맡겨야” 93% “사전투표 방식에 손질 필요”선거 시스템 등 개혁 불가피 확산野 최보윤 “국조 연장해 문책해야”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10명 중 9명은 투표사무를 행정안전부로 넘겨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내부 조사 결과가 26일 나왔다. 사전투표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 선거와 참정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할 선관위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성보다는 ‘자포자기’식 현실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선관위 노조의 ‘조직쇄신 및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선관위 직원들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선행 과제(복수 응답)로 투표사무의 행정안전부(지방자치단체) 이관(80%·910명)과 사전투표제 개편 등 선거시스템 전면 개편(80%)을 꼽았다. 이어 선거관리업무 전반 재검토(72.6%), 선거관리 업무에 과부하를 주는 불필요한 업무 조정(71.3%) 순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투표업무 행안부 이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응답자 88.5%(1007명)는 ‘찬성’이라고 답했고, 현행 유지 등 기타 의견은 11.5%(131명)에 그쳤다. 직원들 대다수가 조직의 핵심 업무를 다른 기관에 넘기자고 답한 것이다. 다만 선거사무 이관은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도 위헌 논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또 전국공무원노조가 지난 2일 “선관위는 설립 취지에 반해 선거사무를 지자체에 떠넘기려는 무책임한 태도를 즉각 중단하라”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선관위 직원 다수는 사전투표제도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전면 폐지’가 41.4%(474명)로 가장 많았고, ‘사전투표 기간이나 시간 조정’이 30.2% (346명), ‘부재자투표 도입’이 21.8%(250명)로 뒤를 이었다. 전면 폐지부터 운영 방식 조정 등 방법론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응답자의 93.4%가 현재의 사전투표 방식은 손질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 선관위의 견제 방식에 대해선 ‘내부직원과 외부직원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54.4%(619명) 가장 많았다. 국회 소속 감사위원회는 20.4%(232명), 감사원 직접감사는 12.8%(146명)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선관위 공무원노조가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9일간 내부 커뮤니티에서 익명 투표 방식으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전국 선관위 현원 3007명(지난 5월 기준)이며, 1138명이 참여했다. 외부 여론이 아닌 내부 구성원들의 인식을 담은 조사로 선관위가 혁신 역량과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다. 최 의원은 “선관위 내부에서조차 현행 선거관리 체계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번 설문은 투표지 부족 사태가 일선 직원의 단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실패였다는 내부 고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정조사 기간을 연장하고 국민특검을 통해 책임 소재를 끝까지 밝히는 동시에 선거관리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올공 사태·김보미 도전은 기득권 향한 청년의 분노… 새로운 정치세력 나올 것” [월요인터뷰]

    “올공 사태·김보미 도전은 기득권 향한 청년의 분노… 새로운 정치세력 나올 것” [월요인터뷰]

    ‘고인물’ 양당 정치의 한계유시민 발언, 86세대 위기감 보여양당, 변화 외치면서 물갈이 안 해총선까지 2년, 새로운 ‘바람’ 기대당원 주권주의 그림자‘공천=당선’ 의식, 강성층 눈치보기당원은 느는데 합리적 온건파 침묵정치 쟁점은 당정 간 조율 충분해야이재명 정부 방향성李, 변화 노력… 관료 몫도 남겨야개헌은 필요하지만 협치가 핵심보수도 유연성 찾아야 정권 견제그는 주저 없이 ‘86세대 퇴진론’을 꺼냈다. 지난 6·3지방선거 이후 민심과 여야 각 당의 혼란상을 근거로 ‘세대 교체 가능성’이 현 시점 한국 정치의 최대 관건이라고 본 것. 그는 “(86세대가 내세운) 의제의 시대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평생 현실 정치를 연구하다 다음 달 퇴임을 앞둔 한국 정치학계의 석학 강원택(65)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이 지난 20일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내놓은 진단이다. 강 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30대 주자로 나서 86세대를 직격했던 김보미 전 전남 강진군의회 의장을 거론하며 “파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짚었다. 또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시위 등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터져 나온 2030세대의 분노 등이 이르면 다음 총선에서 공고한 양당제 구도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도 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 전 의장은 자신의 도전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했다. “김 전 의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 자체가 굉장히 주목해야 할 현상이다. 그게 쉽지 않다. 김 전 의장의 이야기는 요즘 젊은 친구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다. 그 세대가 말은 안 하지만 상당히 공유하고 있는, 굉장히 넓게 퍼져 있는 기득권에 대한 저항이나 분노 같은 게 깔려 있다고 본다. 그가 남긴 여운, 파장은 앞으로 계속될 거다.” -정치권도 2030에 대한 태세 전환을 하는 것 같은데. “기존 정당이 변하려면 (의석) 절반 이상을 바꾸든지 해야 한다. 엄청난 수준의 공천 개혁을 통해 지역구까지 물갈이를 해 아예 새로운 정당처럼 보일 정도가 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물갈이가 될까. 그걸 안 하려고 양당 모두 저렇게 난리 치는 거 아닌가. 기득권을 못 내려놓을 거다. 86세대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이 유시민 작가인데, 최근 유 작가의 대통령을 향한 발언을 보면 이 세대가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양당제가 공고한데 새로운 세력이 위협이 될 수 있나. “다당제의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 어차피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하는 건 조직의 힘이 아니다. 바람이 불어야 한다. 이제 변화가 불가피한 시점에 왔다고 본다. (2028년 총선까지) 2년이면 제가 볼 때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변화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기존 정당 체제가 더 버티기 어렵다는 건가. “2004년 86세대가 전면에 등장한 이후 세대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이 내세운 어젠다(의제)의 시대적 한계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진보가 새로운 어젠다를 던져야 하는데 ‘바꾸자’는 메시지가 없다. 기득권이 된 것이다. 보수·진보 양당 간 내용상 차이도 없다. 뭐가 보수이고 뭐가 진보인지 모르겠다. 이런 구도 자체가 한계가 온 것 같다.” -변하고 싶어도 강성 당원 눈치를 보는 것 아닌가. “사실 국회의원이 무서워해야 하는 건 일반 지지층, 지역구민들이다. 그런데 ‘공천이 곧 당선’이라고 생각하니 당원들 눈치를 보는 거다. 다당제가 되거나 정치적 변화가 생겨 공천을 받아도 당선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의원들은 일반 유권자 목소리를 더 들으려고 할 것이다.” -당원 주권주의가 강조되는 현실은 어떻게 보나. “일단 우리나라는 당원 중에 허수가 너무 많다. 미국·영국·독일 등 정당 정치의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에선 당원이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는 당원이 늘고 있다. 이 자체가 믿기 어려운 구조다. 과거엔 당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치적 신념을 갖고 당에 들어왔다면, 지금은 ‘놀이터’ 같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소수지만 굉장히 강경하고 적극적인 사람들만 당원 주권주의의 이름으로 당내 여론을 장악하고 문자 테러 같은 걸 한다. 왜곡되어 있는 거다.” -민주당 차기 지도부에 제언을 한다면. “정치적으로 중요한 쟁점이 될 만한 정책은 사전에 당정 간 충분한 협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조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다. 대통령이 100을 하고 싶은데 야당이 0을 주장한다면 정치력을 발휘해 대통령 뜻을 70이든 80이든 관철시키고 야당이 요구하는 것도 일부 들어주면서 끌고 가는 게 여당이다. 의원 숫자가 많으니까 마음대로 한다? 그렇게 손쉬운 정치가 어디 있나. 여당의 지원을 못 받으면 대통령은 굉장히 힘들어진다.” -대통령 지지율이 지방선거 이전과는 다른 추이를 보이는데.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지금부터는 지지율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좀 더 폭넓게 중도층 유권자를 대상으로 정책을 펴고 소통을 해야 지지율 관리가 될 거다. 관리라는 게 지지율이 확 올라간다는 의미보다는 더 떨어지지 않게 한다는 의미에 좀 더 가깝다. 지지율이 유지돼야 대통령 리더십도, 권위도 생기는 거다.” -이재명 정부는 순항하고 있다고 보나. “일단 3대 메가 프로젝트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성과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변화의 방향은 제시됐다고 본다. 특히 지방의 균형 발전은 중요한 메시지다. 다만 이 대통령이 굉장히 디테일한 부분까지 관여하면 관료들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대통령은 큰 방향을 던져 주고 그 방향에 맞춰 관료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국민 여론도 청취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시시콜콜 다 얘기를 한다.” -국무회의 생중계로 효능감을 느끼는 국민도 있다. “국무회의를 그렇게 공개하는 게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정부 부처 간 입장이 다를 수 있는 거라 그 안에서 조율이 되고 다양한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생중계를 하면 장관이 대통령한테 깨지지 않는 걸 보여주는 데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견이 있어도 말 못 하면 결국 정책 실패로 이어진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이재명 정부의 노력은 이 정도면 됐다. 이제는 중요한 사안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나중에 알릴 수 있는 사항은 브리핑을 통해 알리면 된다.” -개헌 이야기도 나온다. “오랫동안 개헌을 주장해 왔고 지금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개헌에서 중요한 건 개헌의 내용보다 어쩌면 그 절차다. 1987년 헌법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직선제 개헌 등 중요한 내용을 합의한 덕도 있지만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이 의원 수가 통일민주당보다 두 배 많았는데도 4대 4로 ‘8인 정치회담’을 했기 때문이다. ‘수의 정치’를 하지 않고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개헌을 도출해 냈다. 이게 갖는 힘이 굉장히 크다.” -지금 여당이 그럴 수 있을까. “여당이 일방적으로 끌고 가면 그것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의 원천이 된다. 개헌을 성사시키려면 대통령과 여당의 보다 큰 정치력이 필요하다. 정치력이 전제가 안 되면 개헌과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어렵다. 지금의 국회가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보수 재건은 가능한가. “보수가 밑바닥까지 갔기 때문에 변화하려면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새롭게 바뀌는 산업 환경, 2030이 요구하는 새 변화에 맞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과거에 매여 있거나 부정선거·윤석열이라는 유령과 싸워서 되겠나. 결국 보수의 생명은 유연함이다. 야당이 건강해야 대통령도 더 긴장해서 자기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는 거다.” -다음 달 퇴임하신다. 향후 계획은. “한국 정치 연구는 계속할 거다. 전 세계적으로 정치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가 위기란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우리도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강의를 안 한다는 거다. 홀가분한 측면이 있지만 눈동자 반짝이는 학생들을 못 본다는 건 섭섭하다.” ■강원택 원장은 강원택(65)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은 한국의 정당과 현실정치, 선거 제도 등을 평생 연구해온 정치학 분야 대표 석학이다. 런던정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숭실대를 거쳐 2010년부터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해 왔으며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의 연구는 학계와 강단을 넘어 현장과 치열하게 호흡하며 전개돼 왔다. 여야 정당과 의원실 등이 주최하는 각종 토론회에 참석해 고언을 아끼지 않는 등 외부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한국정당학회장, 한국정치학회장을 지냈고 현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국가 미래를 위한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정책을 제안하는 융복합 연구를 이끌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벼랑 끝 민주주의를 경험한 나라’, ‘제5공화국’,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등이 있다. 퇴임 전 마지막 저서 ‘국가의 탄생, 제헌국회로 읽는 대한민국의 기원’ 출간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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