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연간 23.4조 원”
성인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내 사회경제적 손실 규모가 연간 23조 4,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비만을 단순히 개인의 체중 관리 소홀이나 외모 문제로 치부하며 정책적 지원에서 소외시킨 결과, 의료비 폭증과 생산성 저하, 건강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비만학회(이사장 김민선)는 3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ICOMES(International Congress on Obesity and Metabolic Syndrome) 2026’ 첫날, 특별 정책세션으로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리얼월드(Real World)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국 성인 비만의 질병 및 경제적 부담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고, 국가 차원의 제도적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는 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 김원석 교수(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가 공개한 ‘한국 성인 비만의 경제적 부담과 중재의 잠재적 효과’ 연구 결과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 및 사회경제적 손실 추계 모델을 활용한 중간 분석에 따르면, 성인 비만 환자의 직접 의료비 부담은 정상 체중군에 비해 최소 79%에서 최대 174%까지 높았다.
의료비 증가뿐만 아니라 비만으로 인한 결근, 업무 생산성 저하, 조기 사망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성인 비만이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약 23.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김 교수는 “이번 결과는 건보공단 청구 데이터에 직접 반영된 최종 비용이 추가되지 않은 중간 분석 결과임에도 엄청난 액수”라며 “향후 최종 분석이 완료되면 경제적 부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비만에 대한 적극적인 의학적 치료와 중재가 이뤄질 경우, 비만 관련 주요 질환의 발생 위험을 7%에서 20%까지 유의미하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활동의 핵심인 2040 청년 및 중년층 비만 환자에게 지속 가능한 중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향후 국가 의료비 재정 부담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라는 설명이다.
학회 보험법제위원회 이청우 교수(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는 단순 BMI(체질량지수) 수치에만 의존하는 비만 진단의 한계를 지적했다. 건보공단 표본 코호트(약 35만 명) 분석 결과, 체중계 숫자 이상으로 신체 기능 손상과 합병증을 동반한 ‘임상적 비만(clinical obesity)’ 환자군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적 비만 환자군은 정상군에 비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3.6배, 대사이상 2.7배, 근골격계 질환 2.6배 높았으며, 특히 간질환 위험은 무려 26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성인 5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비만 중증도가 높을수록 삶의 질 저하와 수면장애, 일상 업무 손상이 심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중 감량을 시도한 응답자(79.9%) 중 실제 체감 효과를 얻은 비율은 8.5%에 불과했으며, 3단계 고도비만 환자 10명 중 7명은 항비만약물 치료 경험조차 없는 등 심각한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이준혁 교수(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는 주요 선진국들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비만 치료의 공정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다학제 진료 체계를 지원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비만을 ‘법정 비급여 대상’으로 묶어 지원보다 규제 중심의 시각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포함한 ‘제2차 국가비만관리종합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하며, 국회는 지난 3월 서미화 의원이 대표 발의한 ‘비만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상 축사를 보낸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법안의 실효성 있는 현장 안착을 약속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각계의 요구가 이어졌다. 같이건강 사회적협동조합 김유현 이사장은 치료 성과를 반영한 체계적 급여 기준 마련을 요구했고, 청년재단 이도경 사무총장은 “19~29세 비만율 33.5%, 30~39세 비만율 37.9%에 달하는 청년층 비만은 사회구조적 원인이 크다”며 국가적 지원을 강조했다. 질병관리청 정혜원 사무관은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성인 비만 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