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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착] 75세 ‘동안 여배우’의 진한 키스 장면 논란…“나이 많아서가 아니라”

    [포착] 75세 ‘동안 여배우’의 진한 키스 장면 논란…“나이 많아서가 아니라”

    중국의 70대 유명 여배우가 드라마에서 키스 장면을 연기했다가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유명 여배우인 류샤오칭(75)은 현지에서 ‘중국의 동안 여신’이라고 불리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 왔다. 그의 SNS 팔로워는 1000만명 이상일 만큼 두터운 팬층을 자랑한다. 류샤오칭은 최근 드라마 시리즈 ‘화려한 고요’에 출연해 가문의 몰락을 딛고 왕의 아내가 되는 주인공 ‘쑤완칭’을 연기했다. 문제는 70대 여배우가 맡은 주인공의 극 중 나이가 18세라는 사실이다. 더불어 드라마 속 상대 배우와 연기한 키스신이 전파를 타면서 논란이 커졌다. 상대 남성 배우는 올해 45세로, 두 배우의 나이 차이는 30세에 달한다. 단순히 나이가 많은 여배우의 키스신이 문제라기보다 배우와 어울리지 않는 배역과 설정이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부 시청자는 “할머니가 손자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70대 여성에게 아이 역할을 준 것이냐”며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류샤오칭은 나이의 경계를 허물고 여성 배우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준 선구자”라는 찬사도 나온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현지의 한 성평등 운동가는 “만약 70대 남성이 30세 어린 여성 배우와 연기했다면 비판이 이 정도로 거셌을까”라고 반문하며 중국 연예계의 성별과 연령 잣대를 비판했다. 한편 류샤오칭은 “해당 키스신은 대본에 따른 연출이었을 뿐”이라면서 “지금은 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시기”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올해 단편 드라마 10편에 출연할 예정인 만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하루 수면 시간이 3시간에 불과하지만 촬영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체력을 위해 엄격한 자기관리를 지켜온 것으로 알려졌다.
  • “1200만 관중 자존심”… K야구 선봉에 선 소형준

    “1200만 관중 자존심”… K야구 선봉에 선 소형준

    경기당 최대 65구까지 투구 가능정우주와 둘만으로 마무리 ‘최상’체코 선발은 ‘日 2군 경력’ 파디삭김도영 1번·존스 2번 타자로 승부 17년 만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첫 경기 선발로 소형준(kt 위즈)이 출격한다. 류지현 감독과 선수단은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강조했다. 류 감독은 4일 일본 도쿄 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앞서 오사카에서 열린 연습경기에 나오지 않았던 두 선수가 있다”면서 “체코전 선발로는 소형준이, 그다음에는 정우주(한화 이글스)가 나서 대회 첫 경기 초반을 이끌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5일 오후 7시 도쿄 돔에서 체코를 상대로 2026 WBC 본선 1라운드 첫 경기를 치른다. WBC에는 투수들의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있는 만큼 선발 투수가 길게 책임질 수 없다. 류 감독도 “한정된 일정에서 투수를 운영해야 한다. 투구 수 제한도 있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계획한 대로 이겨야 다음 경기에 전략적인 문제가 안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우주 뒤에 나오는 투수는 경기 상황을 보며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전(7일), 대만전(8일), 호주전(9일)에 앞서 약체팀을 상대하는 일정인 만큼 힘을 최대한 덜 들이는 효율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본선 1라운드에서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최대 65구까지 던질 수 있다. 투수가 잘 던질 때 공 10~15개 사이에 1이닝을 마친다고 하면 소형준과 정우주만으로 경기를 끝내는 것이 대표팀으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소형준은 “첫 경기 선발로 믿고 내보내 주신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던지겠다”며 “1200만 관중이 오시는 한국 야구 선발 투수로 그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정우주도 “첫 경기인 만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면서 “투수 운영이 꼬이지 않도록 임무를 잘 완수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가전에서 달아올랐던 타격감이 식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류 감독은 김도영(KIA 타이거즈), 저마이 존스(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1, 2번에 전략적으로 배치해 승부를 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정교한 데이터 분석이 바탕이 됐다. 존스의 경우 지난해 ‘조정 득점 창출력’(wRC+)이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도 높은 159를 기록했던 만큼 상대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2번 타자 임무를 부여했다. 2009 WBC 준우승 이후 8강 진출에 번번이 좌절했던 만큼 대표팀의 의지도 남다르다. 류 감독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인기 많은 스포츠가 야구지만 최근 큰 국제 대회에서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에는 (결선이 열리는) 마이애미까지 가서 좋은 경기로 팬들께 기쁨을 선사하겠다. 지금 여기 WBC에 온 30명, 가슴에 코리아를 달고 있는 모두가 똑같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체코는 선발 투수로 일본프로야구 2군에서 뛰었던 다니엘 파디삭을 예고했다. 196㎝ 장신 오른손 투수인 파디삭은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2025년에는 일본프로야구 2군 니가타에서 2경기에 출전했다.
  • [우석훈의 청년이 행복한 나라] 농지 전수조사 환영한다

    [우석훈의 청년이 행복한 나라] 농지 전수조사 환영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찬성하지는 않는다.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고, 최근 공공부지에 새로 짓기로 한 대규모 주택의 몇몇 입지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어쨌든 대통령의 많은 정책들은 내가 찬성하든 반대하든, 예상 범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지만 부재지주들에 대한 농지 전수조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4월부터 쓸 예정인 농업경제학 책의 핵심 결론이 농지 전수조사였다. 그래도 아직 확정을 못한 건, 나 같은 사람이 혼자서 외친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고민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대환영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은 1987년에 명문으로 헌법에 들어갔다. 부재지주를 금지하고, 동시에 소작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이승만의 농지개혁이 민주화와 함께 비로소 헌법에 명시됐다. 이게 흔들린 건 불행히도 노무현 때였다. ‘6헥타르 정책’이 추진될 때, 농림부는 ‘도시 자본’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투기 자본을 농업에 끌어들이려고 했다. 격렬한 위헌 논쟁 끝에 결국은 주말농장이 허용되었다. 농지은행을 만들어 농지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으로 사회적 타협이 만들어졌다. 2005년의 일이다. 이런저런 추정으로는 현재 농지의 절반 정도는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고, 그 규모만큼 임차농이 일반화되어 있다. 농민에게 주는 직불제 같은 지원금을 놓고 계속해서 갈등이 생겨난다. 정책은 실제 농사짓는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해 주고 싶은데, 그 근거가 남으면 부재지주임을 행정적으로 인증하게 되므로 지주들이 온갖 음성적 계약을 강요하게 된다. 싫으면, 계약 해지다. 정책지원을 위해서 비료비 영수증 같은 편법이 사용되었다. 직불제만이 아니라 농민 기본소득, 태양광 지원 등 새로운 정책에서 유사한 일이 계속 벌어졌다. 누가 농민이냐. 행정적으로는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 2024년 농림어업조사 기준 우리나라의 농가는 97만 정도 되고 농가인구는 200만 정도 된다. 통계상 경지 없는 농가는 7070가구로 되어 있지만, 이 수치가 임차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지 규모별 농가 통계 등 다른 통계를 찾아보면 이 7000 정도의 경지 없는 농가는 축산 농가다. 핵심 통계인 논 경영통계나 밭 경영통계에는 논 없는 농가나 밭 없는 농가 항목이 없다. 우리나라의 농업 기초 통계에 부재지주와 임차농 같은 요소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영국에서 직불제 관련 논란이 크게 일어난 것은, 직불제의 최대 수혜자가 영국 왕가였다는 것이 알려진 때였다. 국내에선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자의 농지 소유가 문제가 되었을 때,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사태 때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현실적인 행정력 미비로 불가능하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이었다. 나중에 전해 들은 얘기는, 농업에 발언권이 큰 규모농들이 농지 가격 하락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더 우수한 농지인 논보다 열등지인 밭이 더 비싸지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 농지보다 한국 농지가 훨씬 비싼 것도 이상하다. 공은 이제 농식품부로 넘어갔다. 청년들이 귀농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다. 불법으로 보유하고 있던 농지를 어떻게 ‘바기닝’할 것인가, 이건 농식품부의 역할이다. 일본 농지은행은 전국 단위인 한국의 농지은행과 달리 지역별로 조성된다. 지자체가 공공농지에서 할 역할을 만들고, 농지은행이 보완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지금부터 농식품부가 설계할 종합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가 주는 또 다른 가능성은 스마트 농업과 같은 신기술 확대에 도움이 되는 농지 규모화다. 부재지주의 농지를 통한 규모화 역시 새로운 정책 목표다. 지금까지 투기화된 농지 때문에 가로막혔던 청년농업과 규모화가 전수조사의 두 가지 정책 목표다. 조선을 망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전정(田政)의 문란이다. 지금 그때와 비견될 정도로 한국의 농지 보유가 문란해졌다. 이제는 농식품부 장관의 시간이다. 이번 전수조사 종합대책으로 그가 최장수 장관 정도가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수 있는 장관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석훈 경제학자
  • “AI시대 맞춤형 인재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뿌리내려야” [이순녀의 이사람]

    “AI시대 맞춤형 인재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뿌리내려야” [이순녀의 이사람]

    AI시대 암기 능력 필요 있겠나글로벌 빅테크 이미 학력 파괴졸업장 대신 다단계 면접 채용이력서에 출신학교 표기 불법출신학교 채용차별 금지법 추진과태료 500만원 강제력 없다고?반복 위반 땐 사회적 압박 효과지난 1월 20일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대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채용 단계에서 학벌을 이유로 구직자를 차별한 기업을 채용절차 공정화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사에는 정치인과 시민단체, 학부모 등과 함께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도 참석했다. 이어 2월 5일에는 국회의원 15명이 참여하는 추진단과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한 시민사회 자문단이 결성됐다. 3월 안에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송인수(62) 재단법인 교육의봄 공동대표는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 국민운동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 교육의봄은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을 직무 능력 위주 채용 문화로 바꾸고자 2020년 출범한 비영리기관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재단 사무실에서 송 대표를 만나 법안 추진 배경과 기대 효과, 그리고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채용 제도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법이 왜 필요한가. “출신학교와 학력을 이유로 채용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다. 고용정책기본법 7조 1항에는 성별, 나이, 사회적 신분 등과 함께 출신학교와 학력을 차별 금지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출신학교는 1994년, 학력은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추가됐다. 문제는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법이 있어도 기업들이 지키지 않는 이유다. 우리의 요구는 현행 채용 절차 공정화법 4조 3항에 규정된 입사지원서 수집 금지 정보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제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력서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쓰지 못하게 하고, 위반하면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해 최소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전에도 비슷한 법안이 여러 차례 추진됐다. “이번엔 세 가지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법안 발의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국회의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원들이 나타났다. 정부의 관심도 높다. 무엇보다 국민 인식이 변했다. 시민단체 300여곳이 연대했다. 법 만들려고 이렇게 많은 단체가 결집한 건 이례적이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학벌 사회에 대한 국민 피로와 사회적 고통이 극심하다. 사교육비는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꺾인 적이 없다. 입시 경쟁은 출산율 저하의 구조적 요인이기도 하다. 채용 절차를 바로잡지 않으면 교육이 변할 수 없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들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고 본다.” -과태료 수준의 제재로 채용 관행이 바뀔까. “기업이 ‘500만원 내고 그냥 하던 대로 할 거야’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기는 어렵다. 기업 채용 공고와 이력서 양식은 공개돼 있어 위법 여부 확인이 쉽다. 사회적 압박 효과가 크기 때문에 처벌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경각심을 줄 수 있다. 교통 법규 위반 범칙금이 크지 않아도 신호를 지키는 것과 같다.” -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나. “출신학교 정보 수집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라마다 그 사회에 가장 고통을 주고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에 따라 특정 항목의 수집을 금지한다. 학벌로 인한 국가적 스트레스가 한국처럼 심각한 나라는 없다. 선행교육 규제법도 우리나라에만 있다.” -이력서에 안 써도 면접 등으로 사실상 학벌을 유추할 수 있지 않나.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아예 이력서에 특정 대학 이름을 명기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처음부터 학벌을 요구하느냐 아니냐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출신학교에 따라 가점을 줄 필요도, 감점을 줄 필요도 없고 능력으로 평가해 채용하라는 것이다.”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은. “출신학교 차별 금지는 이미 법의 영역에 있다. 성별·나이 차별을 금지한다고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하지 않듯이 학벌도 마찬가지다. 전공·학점 등 직무 관련 정보는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특정 대학 이름으로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관행을 끊자는 것이다.” -명문대생들은 불공정과 역차별을 우려할 수도 있는데. “그들이 쌓은 능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학벌이 좋다고 해서 가점을 주고, 좋지 않다고 해서 감점을 주는 게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명문대 나온 능력으로 기업 채용 과정에서 직무에 적합한지 정당하게 평가받아서 뽑히면 된다. 학벌은 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배경일 뿐이다.” -대학 서열 구조가 그대로인데 채용만 규제한다고 바뀔까. 학벌 대신 다른 스펙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대학 서열은 수능 점수에 고착돼 있다. 기업이 학벌을 보지 않으면 굳이 특정 대학에 집착할 이유가 약해진다. 위에서 매듭을 풀어 줘야 아래가 변한다. 서류 전형만 바뀌어도 기업이 달라지고, 대학이 달라진다. 부모를 설득하고 학교를 설득하는 지렛대가 생기는 것이다. 이력서에서 출신학교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선언, 그 신호가 정확하게 가면 불필요한 경쟁은 줄어든다. 채용의 변화를 법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지금은 학벌이라는 단일 지표가 과도하게 왜곡돼 있다.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자연히 걸러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기업은 구직자의 능력을 무엇으로 판단해야 하나. “자기주도성,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을 측정하는 대안적인 채용 도구들이 많이 보급돼 있어 직무 중심 채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연구직 같은 특수직의 경우에는 학력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래도 출신학교까지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지 10년이 돼 간다. “직무 중심 채용으로 바뀌면서 학벌이 아니어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들이 경험 자산으로 축적됐다. 블라인드 채용 효과는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2018년 한양대 연구팀 조사를 보면 출신학교 다양성이 증가했고, 사내 정치가 사라졌다. 직무능력은 이전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기업에도 이익이다. 신입사원 조기 퇴사 사유 1위가 ‘직무 부적합’이다. 학벌로 능력을 ‘추정’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 준다.” -AI 시대가 빨라지면서 채용 관행도 변하고 있는데. “글로벌 빅테크들의 채용 방식은 이미 학력 파괴로 접어든 지 오래다. 구글은 학벌, 전공, 학점, 코딩 실력이 인재를 판정하는 데 있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 졸업장을 보는 대신 4~5단계 면접을 통해 정확하게 직무 능력을 측정해서 인재를 채용한다. 우리나라만 퇴행적인 관행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지금의 학벌은 정답 찾기, 암기 능력 자격증일 뿐이다. AI 시대에는 더이상 필요 없는 것들이다. AI 시대 맞춤형 인재를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K채용’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출신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직무 능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채용의 시대를 우리나라가 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국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도적으로 800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발판으로 선진 채용 기술을 개발해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로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채용 기업 발굴과 소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좋은 채용을 위해 애쓰고 있는 기업 60여곳을 발굴해서 소개했다. 인사 책임자와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인터뷰해 능력 중심 채용 방식을 공개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학벌보다 자율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채용 관행이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정보가 국민들에게 널리 전달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부모,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교육 과열, 입시 경쟁으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신음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을 불편해하고, 득실을 따지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이번에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 추진 과정은. “법안에 대해 연령별로 여론을 분석하고, 기업과 구직 청년들 얘기도 많이 들을 것이다. 선의로 출발했지만 잘못된 결과가 나오지 않게 부작용도 충실히 연구해 법을 추진하겠다.” ●송인수 대표는 1989년 공립고교 영어 교사로 교직에 발을 디뎠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행복했지만 입시 경쟁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괴로웠다. 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환영받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좋은교사운동’을 조직했다. 2003년 교직을 그만두고 모임 활동에 전력했다. 5년 대표 임기를 마친 2008년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창립해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선행교육규제법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축소와 입시경쟁 완화에는 현실적인 한계를 절감했다. 교육을 바꾸려면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으로 2020년 교육의봄을 설립해 6년째 이끌고 있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따스한 예능이 분다

    따스한 예능이 분다

    외딴 시골 마을에서 어르신들의 머리를 다듬는 박보검과 폐교 위기 초등학교의 연극반 선생님으로 나선 김태리.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무해한 웃음과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착한 예능’이 주목받고 있다. ●도시의 자극 대신 시골의 무해함 물씬 tvN ‘보검 매직컬’은 초보 이발사 박보검이 좌충우돌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지난 1월 첫 방송에서 박보검은 군 복무 중 취득한 이용사 국가 자격증을 활용해 전북 무주군 앞섬 마을에 이발소를 열었다. 배우 이상이는 네일 아트 국가 자격증을 취득해 동네 주민들의 손을 다듬고 곽동연은 따끈한 붕어빵과 어묵을 손님들에게 대접한다. 이 프로그램은 세 배우가 마을 사람들과 유대감을 쌓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어느새 이발소는 동네 사랑방이 되고 박보검은 손님들의 머리뿐 아니라 마음까지 함께 다듬어 준다. 이상이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손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이웃집 할머니의 일손을 거들기도 한다.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에 감동한 마을 사람들은 이발소에 밑반찬을 갖다주면서 정을 쌓아간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5회에서는 백발을 까만 머리로 염색한 할머니 손님의 영정 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 방송돼 먹먹한 감동을 안기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달 22일 첫 방송한 tvN ‘방과후 태리쌤’에서 김태리는 경북 문경시 용흥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연극을 가르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친절한 설명과 아낌없는 칭찬으로 수업에 활력을 불어 넣으며 아이들과 함께 연극 ‘오즈의 마법사’를 준비한다. 배우 최현욱도 보조 교사로 합류해 아이들의 수업 준비를 돕는다. 연출을 맡은 박지예 PD는 “지방 소멸 시대와 맞물려 폐교되는 작은 학교들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실에 도움이 되고 의미가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첫선을 보인 MBC ‘마니또 클럽’은 학창 시절 유행하던 ‘마니또 게임’을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재해석했다. ‘마니또 게임’은 상대방 몰래 도와주고 편지나 선물을 보내는 놀이의 일종으로 서먹서먹한 친구 관계를 가깝게 하는데 활용되곤 한다. ●이효리·이상순 , 장애인 상담소장 으로 ‘착한 예능’ 바람은 계속될 전망이다. 오는 8일 처음 방송되는 SBS ‘내 마음이 몽글몽글-몽글상담소’는 사랑을 꿈꾸는 발달장애인 청춘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함께 출연한다. 상담소장을 자처한 부부는 발달장애인 청년들과 8주간 여정을 함께 하며 이들이 인생 첫 로맨스를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돕는다. 4월 방송 예정인 tvN ‘앙상블’은 뮤지컬 대가 김문정 음악감독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과 함께 합창단에 도전한다. 7개국 출신 31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의 100일 도전기를 통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청소년들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화합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앙상블’ ‘봉주르빵집 ’등 온기는 계속 소외된 어르신들을 찾아가는 힐링 예능도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월 공개 예정인 쿠팡플레이 ‘봉주르빵집’은 배우 김희애와 차승원이 파티시에로 변신해 시골 마을에서 ‘시니어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며 주민들과 온기를 나눈다. ‘마니또 게임’을 기획한 김태호 PD는 4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주류를 이룬 독한 예능에 대한 반대급부로 인해 ‘착한 예능’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단절되고 소외된 디지털 시대에 인간관계를 이어주는 아날로그 감성의 선하고 따뜻한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 전인대 “이란 주권 존중”…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직접 비판은 자제

    중국 전인대 “이란 주권 존중”…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직접 비판은 자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작된 가운데 한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자제하면서 양국 간 협력 의지를 강조해 미중 정상회담를 앞두고 메시지 수위를 조절했다. 8일 일정으로 막 올린 올해 양회에서 세계의 눈은 리창 국무원 총리가 5일 제시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보다 왕이 외교부장이 이어 내놓을 대외 메시지에 쏠리고 있다. 양회 개막과 함께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이 “중국은 이란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며 “이란 주권과 안보는 존중받아야 하고 군사 작전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우 대변인은 “어떤 국가도 국제 문제를 좌지우지하거나 타국의 운명을 지배할 권리가 없으며, 제멋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미국을 언급하진 않았다. 그는 미중관계에 대해 “미국과 모든 수준과 채널에서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안정적 관계를 가져가겠다는 의지다. 한편 주된 석유 공급원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이 연달아 미국의 공격을 받은 가운데 2023년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GDP 성장률 목표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공급 충격에 대응하고 내수 진작을 위해 성장의 고삐를 늦춘다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중국은 연속으로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제시했고 실제 성장률은 각각 5.2%, 5.0%, 5.0%를 기록했다. 홍콩 명보는 지방 양회에서 21개 지역이 올해 성장률 목표를 낮췄고 9곳은 동결했다며 리 총리가 전국 목표 4.5~5%를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성장률 목표를 4.5~5%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지정학적 상황과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에 다소 낮은 경제성장률을 목표치로 제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중국 정부가 보수적 성장 목표 속에서 소비 지출 확대를 정책 기조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다. 4.5~5%는 전년도 성장률 목표 약 5%에서 하향 조정된 수치지만, 중국 정부의 1인당 GDP 성장 목표에는 부합한다. 중국은 2035년까지 1인당 GDP를 두 배로 늘릴 예정인데 이때 필요한 연평균 성장률은 4.17%다.
  • 세계 누비며 연구, 인류 과제 해법 설계… ‘창의력’에 진심인 美명문들[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세계 누비며 연구, 인류 과제 해법 설계… ‘창의력’에 진심인 美명문들[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미네르바, 서울 등에 캠퍼스 마련세계 옮겨다니며 사고력·논리 훈련싱귤래리티, 실리콘밸리 창업 학교기업·정부 리더 위한 미래기술 교육 지구촌 자체를 캠퍼스로 삼고 있는 미국 미네르바 대학과 ‘인류 문제 해결형 기업가’를 키우는 싱귤래리티 대학 등은 인공지능(AI)이 일상과 산업을 빠르게 재편하는 시대에 걸맞은 독특한 커리큘럼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교를 둔 미네르바대 학생들은 4년 동안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서울과 독일 베를린, 인도 하이데라바드, 영국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에 마련된 캠퍼스로 옮겨다니며 수업을 받는다. 전 세계에서 지식을 탐구하는 21세기판 노마드(유목민)인 셈이다. 미네르바대는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추상적 지식을 쌓는 데 그치지 않고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도록 이런 교육 시스템을 도입했다. AI 시대 인재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 중 하나가 새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이라는 판단에서다. 미네르바대 모든 수업은 20명 이하로 구성된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논리 전개 능력을 집중 훈련시킨다. 미네르바대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실을 몰입형 가상 세미나, 생동감 넘치는 글로벌 경험,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런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미네르바대는 유엔훈련조사연구원 등이 공동으로 선정하는 세계 대학 혁신 순위에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하버드대나 매사추세츠공대(MIT) 등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학교로 꼽히고 있다. 미네르바대 학생들은 입학 지원 단계에선 전공을 선택할 필요가 없다. 1학년 때는 ‘코너스톤’(주춧돌) 수업을 통해 논리적 글쓰기와 통계적 추론 등의 소양을 쌓으며 2학년 때부터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전공 핵심 과목을 이수한다. 심화과정인 3~4학년 때는 탐구활동을 하며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업 사관학교이자 미래 혁신가 육성기관인 싱귤래리티대는 인류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하는 기업가를 기르는 걸 목표로 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과 기업가 피터 디아만디스가 2008년 공동 설립해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의 에임스 연구센터에서 출범한 싱귤래리티대는 정식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은 아니지만 기업과 정부 리더를 교육하는 미래 기술 중심 교육·연구 네트워크다. 싱귤래리티대의 핵심 교육 과정은 ‘글로벌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일정 기간 합숙하며 AI, 블록체인, 디지털 헬스, 지속가능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실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피터 배 글로벌혁신센터(KIC) 실리콘밸리 센터장은 “실리콘밸리는 ‘원석’과도 같은 인재가 몇십배 값진 다이아몬드로 발돋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배척하지 않고 활성화 돼 있는 엔젤 투자 문화가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 [김정인의 역사프리즘] 3·1운동은 민주화운동이었다

    [김정인의 역사프리즘] 3·1운동은 민주화운동이었다

    올해로 107주년을 맞은 3·1운동은 20세기 한국사에서 손꼽히는 대표적 사건이다. 교과서에서도 단독 사건으로는 제일 많은 면을 차지한다. 역사학계에서도 연구 성과가 꾸준히 쌓이고 있다. 덕분에 잘못 알고 있었던 걸 바로잡거나, 새롭게 진실을 밝혀낸 게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3·1운동이 한국사에서 차지하는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인식하게 됐다는 점을 꼽고 싶다. 3·1운동이 우리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3·1운동을 세계가 주목할 정도의 대규모 운동으로 이끈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민족의 자유와 평등이 정당한 권리라는 주장은 민족의 독립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1운동은 민주화운동이었다. 이는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 내내 쉼없이 계속된 독립운동을 이끈 원동력 역시 다른 무엇도 아닌 민주주의를 향한 열정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이유로 대한제국이 망하고 1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조선시대로 되돌아가자거나 순종을 황제로 복귀시키자는 ‘왕정복고’ 구호가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3·1운동의 배경으로 1918년 세계를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에 주목하는 연구도 눈길을 끈다. 1918년 가을부터 1919년 봄까지 한반도에서는 750만명이 스페인 독감에 걸렸고 14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사람이 사망했다. 조선총독부의 위생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동아시아에서 가장 피해가 컸다. 1919년 봄 거리에서 독립 만세를 외친 한국인은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가까운 가족이나 이웃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3·1운동 참가자들의 외침은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의 절규와도 맞닿아 있다. 3·1운동을 대표하는 사진 두 장을 둘러싼 오해도 100년이 다 되어서야 해소되었다. 광화문 기념비전 주변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어딘가를 쳐다보는 사진을 보자. 이 사진은 학생과 함께 여성도 만세 시위에 많이 참가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사료로 해석되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사진 속 군중들은 1919년 2월 28일 고종 장례식 예행연습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오사카 아사히 신문’ 1919년 3월 3일자에 실렸고 ‘경성 광화문통 기념비 문 앞 군중(예행연습일)’이라는 해설이 붙어 있다. 이 사실을 미처 몰랐던 대표 포털 사이트에선 100주년이 되는 날 첫 화면에 이 사진을 N이라는 글자에 넣어 게시하기도 했다. 한 무리의 여성이 만세를 부르며 행진하는 사진도 있다. 이것은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 만세를 부르며 시위행진을 한 사실을 증빙하는 유일한 사진 사료다. 그런데 오래도록 이 사진은 기생들이 시위를 하는 모습을 찍은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 하지만 첫날 서울에서 기생 시위가 있었다는 기록은 없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역사학자들에게 문의했더니 그 머리 모양은 히사시가미라고 불리는데 당시 일본 여학생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고 한다. 또한 이 사진은 ‘오사카 아사히 신문’ 1919년 3월 5일자에 실렸고 ‘조선인 여학생이 만세를 절규하면서 전찻길을 행진하고 있다’라는 해설이 붙어 있다. 그런데 이 사진은 1998년에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경기여고 90년’에도 게재되어 있었다. 추적 결과 이 사진의 여성들은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었다. 여러 장을 촬영했음에도 일본 신문이 3월 1일 서울의 만세 시위를 대표하는 사진으로 여학생 만세 시위 사진을 게재한 것은 여학생이 독립 만세를 외치며 거리에서 행진하는 장면이 그만큼 충격적이고 인상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3·1운동 하면 떠올리는 첫 번째 인물은 단연 유관순이다. 한국인의 뇌리에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새겨진 유관순에 관한 진실도 100년이 되어서야 드러난 것들이 있었다. 유관순 하면 서대문형무소 투옥 당시 퉁퉁 부은 얼굴로 찍은 인물 카드 사진이 떠오른다. 여기에 더해 판결문까지 두 종의 사료만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100주년 무렵 후배의 귀띔 덕에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에서 새로운 유관순 사료를 찾을 수 있었다. 1919년 7월 9일에 충남 도장관이 조선총독부에 올린 “천안군 동면 용두리 유관순 일가는 소요죄 및 보안법 위반으로 처분되어 일가가 거의 전멸하는 비참한 지경에 빠졌다”로 시작하는 정보보고서였다. 거기에는 유관순의 할아버지인 75세의 유윤기가 6월에 사망한 후 집안에서 장례 의식을 기독교식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전통식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것은 조선총독부가 유관순 가족의 저항과 희생이 민심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유관순 일가를 예의주시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사료였다. 유관순은 1946년 가을 국어 교과서를 만들 당시 ‘한국의 잔 다르크’를 찾던 전영택 등 문교부 편수국 관리들과 이화학당 교사와 학생 출신들에 의해 발굴됐다는 것이 기존의 통념이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유관순이 국민 영웅으로 떠오른 시기를 추적했다. 국민들이 해방 후 세 번째 맞는 1948년 3·1절 당시 전영택이 쓴 전기인 ‘순국처녀 유관순’을 읽고, 영화 ‘유관순’과 연극 ‘순국처녀 유관순 혈투기’를 관람하며 3·1운동을 기념하고 기억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당시 좌우로 편을 갈라 싸우는 정치 현실, 나아가 분단 상황에 분노하던 여론은 10대 여성으로서 독립을 염원하며 죽음마저 두려워하지 않았던 유관순을 통해 민족 통합의 염원을 표출했다. 영화 ‘유관순’ 제작자 방의석은 제작 동기를 묻자 “삼팔선을 우리의 손으로 부수고 쓸데없는 고집을 버리고서 한데 뭉치자”고 답했다. 윤봉춘이 감독한 영화 ‘유관순’은 1948년 3월 1일 개봉했는데, 영화에서 유관순이 흔드는 낡은 태극기는 1919년 4월 1일 아우내 장터 만세 시위에서 실제로 사용됐던 것이었다. 유관순 이웃에 사는 할머니가 30년 가까이 숨겨놨던 태극기를 영화에 써 달라며 가져왔고, 이 사연을 들은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 울면서 시위 장면을 촬영했다고 한다. 진실이란 때론 왜곡되고 은폐되어 과거라는 지층 안에 묻혀 있지만 언젠가는 드러나고야 만다. 그것이 역사의 힘이고, 역사학자의 소명이라고 믿는다.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 어색해진 미국·중국, 정상회담 잘 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장기전 가능성을 밝힌 가운데 이달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에서 개최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릴지 주목된다. 미국은 최근 중국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을 잇달아 타격해 트럼프 대통령의 9년 만의 중국 방문이 어색해진 상황이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강경한 비판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군사적 대응은 하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 통화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고의로 전쟁을 도발했다”며 대이란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예정된 정상회담의 취소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양국 모두 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크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 한 달도 남지 않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다음 주말 파리에서 만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회담 의제로 중국의 보잉 항공기와 미국산 대두 구매와 대만 문제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과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 성과가 될 수 있는 상호 투자 재개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댜오다밍 중국 인민대 교수는 SCMP에 “두 강대국 간 긴밀한 소통은 세계 질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라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통해 글로벌 질서 수호 의지를 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포착] 호르무즈 해협 관문이…이란 최대 해군기지 공습에 ‘화르르’

    [포착] 호르무즈 해협 관문이…이란 최대 해군기지 공습에 ‘화르르’

    지난 28일(현지시간)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對)이란 합동 군사 공격에 나선 가운데, 이란의 핵심 해군기지가 불타는 모습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지난 2일(현지시간) 미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TWZ)은 호르무즈 해협과 면한 이란 최대 해군기지가 공습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실제 이날 미국 위성영상 업체 플래닛 랩스가 촬영한 사진을 보면, 이란 반다르아바스 항구가 공습으로 인해 일부 파괴되고 짙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확인된다. 특히 이란 해군이 보유한 가장 큰 함정인 IRINS 마크란함이 불타는 모습도 선명히 보인다. 이 함정은 기존의 민간 유조선을 군사용으로 개조한 해상전진기지함으로 길이가 약 230m, 폭은 40m에 달한다. 보도에 따르면 반다르아바스 기지에는 이란 해군의 주요 사령부와 최정예 함선 및 잠수함이 주둔하고 있다. 반다르아바스는 이란 최대의 무역항 및 해군 기지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이란의 핵심적인 시설이기 때문에 이번 미군의 ‘에픽 퓨리’(Epic Fury) 작전의 주요 목표물로 꼽혔다. 다만 TWZ는 “사진에 나타난 짙은 연기 때문에 이란 해군 함정의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 “공습 전 사진과 비교해보면 많은 소형, 대형 함정이 항구 밖으로 옮겨진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이틀 동안의 공습으로 이란 해군 함정 9척을 격침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해군 함정 9척을 파괴했다는 보고를 받았으며 그중 일부는 중요한 함정”이라면서 “남은 함정도 곧 바다에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중요한 해상 통로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담당하는 핵심적인 전략 요충지다. 이란은 수십 년 동안 국가에 심각한 위협이 가해질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폐쇄하겠다고 반복적으로 위협해왔는데, 이를 위한 핵심 시설이 바로 반다르아바스에 있다.
  •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다른 위성과 대형 충돌 있었다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다른 위성과 대형 충돌 있었다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들은 모두 정해진 궤도를 따라 규칙적으로 공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자들은 사실 태양계 역사 초기 상당히 많은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와 달 역시 원시 지구와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인 테이아가 충돌해서 생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옆으로 누운 채 자전하는 천왕성 역시 충돌설이 제기되는 행성이다. 과학자들은 행성뿐 아니라 위성에서도 수많은 충돌의 흔적을 찾아냈다. 3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지적 외계생명체 탐색(SETI) 연구소’의 마티야 추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 역시 과거 다른 위성과 대규모 충돌을 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지닌 행성이지만, 사실 위성 질량의 대부분은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이 가지고 있다. 4개의 큰 위성을 지닌 목성과는 대조적이다. 타이탄은 태양계 최대 위성인 가니메데(목성의 위성) 다음으로 큰 위성이며 수성보다도 지름이 약간 크다. 이렇게 큰 위성이다 보니 가까이 있는 위성에게도 중력을 행사하는데, 3대4 궤도 공명을 이루는 위성인 히페리온(Hyperion)이 대표적이다. 히페리온은 360.2㎞×266.0㎞×205.4㎞의 감자 모양 형태의 위성으로 토성의 위성 가운데 8번째로 크다. 하지만 형태가 매우 특이해 다른 위성과는 기원이 다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히페리온이 과거 타이탄에 충돌한 다른 위성의 파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앞서 MIT의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세차운동(자전축이 비틀거리면서 도는 현상)을 조사해 과거 타이탄이 다른 큰 위성과 충돌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토성에는 타이탄 이외에는 비슷한 크기의 위성이 없어 대체 어떤 위성과 충돌했는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SETI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은 과거 충돌한 위성의 궤도가 히페리온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충돌한 위성은 히페리온보다 큰 중간 크기 위성으로 충돌 후 남은 파편이 바로 히페리온인 셈이다. 물론 타이탄도 이 충돌로 지각이 파괴되는 큰 충격을 겪었다. 실제로 타이탄 표면에는 큰 크레이터가 없는데, 이는 지각이 최근에 다시 생겼다는 유력한 증거다. 또 이를 통해 이 충돌이 태양계 전체의 나이로 보면 최근인 수억 년 이내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가설은 타이탄과 히페리온의 대형 충돌의 결과로 지금처럼 큰 고리가 생겼을 가능성이다. 토성의 고리는 사실 토성이 생겨난 46억 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얼음 입자가 사라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그렇게 오래전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고리가 1억 년 전쯤 형성된 것이라면 타이탄과 히페리온의 대충돌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학자들이 이에 대해 더 자신 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2034년 토성에 도착할 예정인 나사의 드래곤플라이 탐사선이 타이탄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드래곤플라이 탐사선은 타이탄 표면을 이동하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여기서 타이탄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많은 정보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다른 위성과 대형 충돌 있었다 [우주를 보다]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다른 위성과 대형 충돌 있었다 [우주를 보다]

    태양계의 행성과 위성들은 모두 정해진 궤도를 따라 규칙적으로 공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학자들은 사실 태양계 역사 초기 상당히 많은 충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지구와 달 역시 원시 지구와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인 테이아가 충돌해서 생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옆으로 누운 채 자전하는 천왕성 역시 충돌설이 제기되는 행성이다. 과학자들은 행성뿐 아니라 위성에서도 수많은 충돌의 흔적을 찾아냈다. 3일 학계에 따르면 미국 ‘지적 외계생명체 탐색(SETI) 연구소’의 마티야 추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토성의 최대 위성 타이탄 역시 과거 다른 위성과 대규모 충돌을 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토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지닌 행성이지만, 사실 위성 질량의 대부분은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이 가지고 있다. 4개의 큰 위성을 지닌 목성과는 대조적이다. 타이탄은 태양계 최대 위성인 가니메데(목성의 위성) 다음으로 큰 위성이며 수성보다도 지름이 약간 크다. 이렇게 큰 위성이다 보니 가까이 있는 위성에게도 중력을 행사하는데, 3대4 궤도 공명을 이루는 위성인 히페리온(Hyperion)이 대표적이다. 히페리온은 360.2㎞×266.0㎞×205.4㎞의 감자 모양 형태의 위성으로 토성의 위성 가운데 8번째로 크다. 하지만 형태가 매우 특이해 다른 위성과는 기원이 다른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히페리온이 과거 타이탄에 충돌한 다른 위성의 파편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를 진행했다. 앞서 MIT의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세차운동(자전축이 비틀거리면서 도는 현상)을 조사해 과거 타이탄이 다른 큰 위성과 충돌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토성에는 타이탄 이외에는 비슷한 크기의 위성이 없어 대체 어떤 위성과 충돌했는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SETI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은 과거 충돌한 위성의 궤도가 히페리온과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충돌한 위성은 히페리온보다 큰 중간 크기 위성으로 충돌 후 남은 파편이 바로 히페리온인 셈이다. 물론 타이탄도 이 충돌로 지각이 파괴되는 큰 충격을 겪었다. 실제로 타이탄 표면에는 큰 크레이터가 없는데, 이는 지각이 최근에 다시 생겼다는 유력한 증거다. 또 이를 통해 이 충돌이 태양계 전체의 나이로 보면 최근인 수억 년 이내에 발생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또 다른 흥미로운 가설은 타이탄과 히페리온의 대형 충돌의 결과로 지금처럼 큰 고리가 생겼을 가능성이다. 토성의 고리는 사실 토성이 생겨난 46억 년 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 얼음 입자가 사라지는 속도를 생각하면 그렇게 오래전에 형성됐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만약 이 고리가 1억 년 전쯤 형성된 것이라면 타이탄과 히페리온의 대충돌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과학자들이 이에 대해 더 자신 있게 말하기 위해서는 추가 증거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2034년 토성에 도착할 예정인 나사의 드래곤플라이 탐사선이 타이탄에 대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드래곤플라이 탐사선은 타이탄 표면을 이동하면서 많은 정보를 수집할 예정이다. 여기서 타이탄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많은 정보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 LG, 수익 내는 ‘실전형 AI’ 승부수[MWC26]

    LG, 수익 내는 ‘실전형 AI’ 승부수[MWC26]

    LG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6에서 ‘1위 AI 원팀’ 로드맵을 선보이며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을 알렸다. 2일(현지시간) 기조연설자로 나선 홍범식 LG유플러스 CEO(최고경영자)는 ‘사람 중심 AI’를 주제로 AI 콜 에이전트 ‘익시오’ 등 실질적인 서비스 전략을 발표했다. 통신사를 넘어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전략의 핵심은 지능의 크기 경쟁을 넘어 실질적인 투자 대비 수익(ROI)을 입증하는 ‘실전형 AI’다. 전날 간담회에서 이상엽 LG유플러스 CTO(최고기술책임자)는 AI 도입 기업 중 실제 수익을 내는 곳이 적은 현실을 지적하며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액셔너블 AI’를 승부수로 던졌다.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진화하는 ‘에이전틱 아키텍처’를 통해 단발성 응답의 한계를 깨고 비즈니스 현장에서 영속적인 성과를 내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기술 진화의 하이라이트는 차세대 모델인 ‘엑사원 4.5’다. 언어와 시각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는 VLM(비전언어모델)인 엑사원 4.5는 한국형 휴머노이드 ‘케이팩스’(KAPEX)의 두뇌로 탑재된다.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압도적인 지능이 전제되어야 물리적 공간에서 오차 없이 행동하는 ‘피지컬 AI’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화면 속 지능을 현실 세계로 끌어내 인간을 돕는 실질적인 파트너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도 구체화됐다. 2027년 준공 예정인 파주 AI 데이터센터(DC)는 수도권 최대 규모인 200MW급으로 구축되며, 최대 12만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수용한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 역량을 결집하는 ‘원 LG’ 전략의 거점으로 작동할 전망이다. 이번 MWC에 처음 참가한 LG전자 VS(전장)사업본부도 퀄컴과 6G 연합을 결성하고 차세대 텔레매틱스 기술 협력을 강화하며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탰다.
  • “중요한 건 악보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

    “중요한 건 악보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

    “중요한 건, 악보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핀란드 출신 지휘자 사카리 오라모(61)는 2일 서울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영국 최정상급 오케스트라 다섯 곳을 이르는 ‘런던 빅 파이브’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영국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오는 28일 경기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오르는 그는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작곡가나 레퍼토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28일 무대, 피아니스트 손열음 협연 연주자는 연주를 위해 필연적으로 악보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다. 그러나 ‘자기화’의 과정인 해석에는 다양한 요소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오라모는 이를 경계하는 듯했다. 그는 “음악에 관한 해석의 전통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전통에는 아름다운 요소와 동시에 불필요한 관습이 혼재돼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라모와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총 네 곡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돈 후안’, 버르토크 ‘피아노 협주곡 3번’, 제럴드 핀지 ‘에클로그’,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이다. 버르토크와 핀지의 작품을 연주할 때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국내엔 낯선 영국 작곡가 핀지 조명 영국 출신 핀지는 한국 관객에게는 낯선 작곡가다. 오라모는 “(핀지는) 보기 드물게 섬세한 재능을 가진 작곡가로 영어의 언어적 특성을 아름답게 음악으로 풀어낸 성악곡으로 유명하다”며 “피아노, 클라리넷, 첼로 협주곡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으며, 작품 전반에 서정적이면서도 순간 스쳐 지나가는 듯한 정서가 깃들어 있다”고 평했다. 무대를 함께 꾸리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대해서는 “영국의 오랜 음악 전통에 기반한 아름다운 소리를 지니고 있다”면서도 “연주하는 작품에 따라 이를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했다. 오라모는 이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13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 김동인의 ‘질투’·셰익스피어의 ‘초록’이 만나다

    김동인의 ‘질투’·셰익스피어의 ‘초록’이 만나다

    초록 눈 ‘토마’와 주변인들 이야기동서양 이야기 뒤섞여 ‘질투’ 탐구 “뱃사람에게 초록은 재앙의 전조예요.” 초록 눈을 가진 이방인 토마는 재앙의 색을 가졌다는 이유로 바닷마을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자랐다. 그에게 초록은 불길한 상징이다. “땅에서 초록은 생명을 움트게 하는 색인걸요.” 부유한 상인의 딸 유희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려는 의지를 가졌다. 초록에서 새로운 시작을 볼 줄 아는 유희는 토마에게서 그의 눈 색깔이 아니라 바다를 읽는 능력을 찾아낸다.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3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초록’은 세상을 보는 다른 시선이 어떻게 삶을 움직일 수 있는지, 운명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1900년대 초반 황해도 해주를 배경으로 초록 눈을 가진 토마, 유희, 토마가 헌신으로 지켜낸 동생 영진과 의문의 남자 류인이 만들어내는 사랑과 질투, 욕망과 파멸을 풀어낸다. 능력이 출중하지만 초록색 눈이라는 이유로 무시와 차별 속에 살았던 토마가 질투에 눈이 멀어 파국에 이르는 이야기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오셀로’와 닮았다. 잘생기고 똑똑한 동생 영진과 유희의 관계에서 질투와 오해가 비롯되는 건 김동인의 ‘배따라기’가 갖는 설정이다. ​동서양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뒤섞여 가장 보편적인 감정인 질투의 이중적인 모습을 탐구한다. 토마(박규원·손유동·김지철), 류인·영진(이종석·김찬종·김재한), 유희(박란주·이한별·전민지)를 맡은 배우들은 각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무엇보다도 김태형 연출, 이현정 안무의 조합이 흥미로운 무대를 만든 게 눈에 띈다. 조명이 배우들 머리에 닿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층고가 낮고 폭이 좁은 무대이지만, 공간 활용이 매우 효율적이다. 무대 안쪽 벽을 따라 단차를 높인 길은 때론 부두가, 때론 언덕이 된다. 한가운데에 놓은 사각 단상은 배가 되기도, 평상이 되기도 한다. 드라이아이스 효과는 깊은 바다와 비극을 부르는 징후가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특히 청상아리를 잡는 장면, 사월 초파일의 낙화놀이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순간을 만들면서 몰입감을 더했다. ‘초록’의 이은경 프로듀서는 “누구나 한번쯤 느껴봤을 질투와 열등감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했다”면서 “토마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지켜보며 각자의 삶과 감정에 대해 떠올려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공연은 3월 29일까지.
  • [단독] “100m 앞에서 ‘쾅’… 선체 흔들리며 죽음의 공포 밀려와”

    [단독] “100m 앞에서 ‘쾅’… 선체 흔들리며 죽음의 공포 밀려와”

    “어둠 속 불빛 하나가 하늘 날아가곧 폭발음 울리고 연기 피어올라”땅 울리는 굉음 속 충격파 선체로국내 선박 37척 해협 주변 운항 중“먹거리·송환 대책 등 마련해 달라”중동 10개국 국민 1만 7000명 체류사우디 등 7개국 ‘특별여행주의보’ “배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미사일이 떨어졌습니다. 번쩍이는 불빛이 바다를 가르더니, 곧바로 폭발음이 울렸어요. 순간 ‘고국의 가족들도 못 보고 중동에서 죽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 알리 항구에 정박 중인 우리나라 선박의 선원 A씨는 2일 서울신문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날 긴박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응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인근 한국 선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는 우리나라 선박 37척이 운항 중이다. A씨가 머무는 선박은 해협에 갇히자 제벨 알리 항구로 대피한 상태였다. 해당 항구는 중동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이자 미 해군 함정이 기항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A씨가 처음 이상 징후를 감지한 건 지난 1일 새벽 3시쯤이었다. 어둠 속에서 불빛 하나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이어 다른 불빛들이 연이어 궤적을 그렸다. 그는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겨냥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이었다. 다른 나라에 폭격이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두바이까지 영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멀리 있던 전쟁’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낮 12시 30분쯤 선박 인근 해상과 항구 주변으로 수십 발의 미사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면 위로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고, 땅을 울리는 듯한 굉음이 항만을 뒤흔들었다. 충격파가 선체를 타고 전해지며 지진이 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A씨는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혹시 다음 미사일이 우리 쪽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머리가 하얘졌다”고 몸서리쳤다. 그를 포함한 승무원 20여명은 폭발 직후 선내 안전구역인 ‘시타델’로 대피했고 이날 오전부터 일부 하역 작업을 재개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A씨는 “언제 다시 공습이 이어질지, 출항 명령은 언제 내려질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가족들과 스마트폰으로 연락은 주고받고 있지만 곧 통신이 끊길 수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정부가 선원과 교민들에 대한 주·부식 보급을 지원해주고, 송환 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쿠웨이트 앞바다에서 투묘(닻을 내리고 정박하는 것) 중인 우리 선박의 선원 B씨도 본지 인터뷰에서 “2일 자정쯤 하늘에서 미사일이 불꽃놀이처럼 번쩍였다”며 “내가 탄 배가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선원들도 한때 패닉 상태에 빠졌다가 지금은 다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틀 뒤 쿠웨이트에서 빠져나갈 예정인데 그때까지 안전할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 등에 따르면 IRGC의 봉쇄 조치 이후 최소 4척의 선박이 피격돼 승조원 1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점검 긴급 관계부처 회의 직후 합동브리핑을 열고 “현재 공격 대상인 중동 10여개국에 우리 국민 1만 7000여명이 체류 중이며 현재까지 파악된 국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부에 진입한 선박은 정박해 대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선사에 보냈고, 해군 청해부대는 해협 인근에서 국내 선원 구조에 대비해 대기 중이다. 외교부는 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7개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 강동, 모듈러 교실로 강빛초 과밀 해소

    강동, 모듈러 교실로 강빛초 과밀 해소

    서울 강동구는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모듈러 교실이 설치된 강빛초, 고덕초를 찾아 현장 점검을 실시했다고 1일 밝혔다. 모듈러 교실은 골조, 마감재, 기계·전기설비 등을 공장에서 제작해 학교에서 조립한 임시 교실을 뜻한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지난달 25일 강빛초에서 이달 운영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인 ‘모듈러 교실’ 설치 현장을 점검했다. 이번 점검은 최근 재건축 입주가 시작되면서 비롯된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구는 강빛초, 강동송파교육지원청과의 협의를 거쳐 구 소유 주차장 부지를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이곳에는 총 26개 학급 규모의 모듈러 교실이 설치될 예정이다. 2026학년도에는 10개 학급을 우선 운영하고, 2027학년도부터는 26개 학급 전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모듈러 교실은 2029년 3월 개교 예정인 (가칭)강율초 개교 전까지 운영된다. 이 구청장은 모듈러 교실을 둘러보고 수업 환경을 살폈다. 이어 고덕초를 방문해 고덕강일지구 학생들의 통학 안전을 중점 점검했다. 그는 현장에서 학교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로 통학 안전 우려가 있는 만큼 통학버스 운영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은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과 안전한 통학로 조성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며 “3월 개학철을 맞아 통학로 집중 점검을 할 예정이며, 고덕초를 비롯한 지역 내 교육환경 현안에 대해서도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인천 바다 위 달리는 ‘꿈의 코스’… 새달 29일 청라하늘대교 마라톤

    인천 바다 위 달리는 ‘꿈의 코스’… 새달 29일 청라하늘대교 마라톤

    인천 바다의 풍광을 즐기며 해상 교량 위를 달리는 ‘청라하늘대교 개통 기념 마라톤대회’가 다음달 29일 열린다. 이번 대회는 서울신문이 주최·주관하고 인천시가 후원한다. 대회 코스는 인천 서구 인천로봇랜드에서 출발해 청라하늘대교를 건너 돌아오는 10㎞ 코스와 인천로봇랜드~청라하늘대교~해안도로를 왕복하는 하프 코스 등 2개로 꾸려진다. 안전 관리를 위해 대회 당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11시 30분까지 청라하늘대교 청라→영종 방향 2개 차로와 갓길을 통제하고 1개 차로만 개방한다. 인천 중·서부경찰서, 인천해양경찰서 등의 협조를 받아 교통 통제 요원과 경찰을 배치하는 등 우회 차량 유도 및 현장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길이 4.68㎞, 폭 30m 왕복 6차로의 청라하늘대교는 영종대교(제1연륙교), 인천대교(제2연륙교)에 이어 인천 영종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세 번째 연륙교로 지난달 5일 개통했다. 주탑에 설치된 전망대는 영국 기네스북과 미국 세계기록위원회에 ‘세계 최대 높이 해상교량 전망대’로 등재됐다. 아파트 67층 높이인 해발 184.2m로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 메인주의 페놉스콧 내로스 교량 전망대(128m)보다 56m가량 높다. 이곳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대교 양옆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서해와 세계 최고 높이 해상교량 전망대의 위용을 보면서 달릴 수 있어 러너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대회 참가 예정인 임미선 인천시 공보관은 “마라톤 주자들에게 해상 교량은 ‘꿈의 코스’로 각광받는다”며 “단순한 교량을 넘어 인천의 관광자원이자 전 세계에 알릴 대표 상징물인 청라하늘대교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여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참가 인원은 선착순 5000명이다. 전원에게 티셔츠, 양말, 스포츠 젤, 무알코올 맥주, 간식, 물, 기념 메달 등을 증정한다. 각 종목 1~5위에게는 5만~30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시상한다.
  • K컬처 전에 K사상… ‘나혜석과 염상섭’ 그들을 다시 읽다

    K컬처 전에 K사상… ‘나혜석과 염상섭’ 그들을 다시 읽다

    창비의 ‘한국 사상가 재조명’ 2탄 사상적 공통점 위주로 인물 묶어 나혜석·염상섭 새로운 시선 발견 창간 60주년을 맞은 창비가 ‘한국사상선’ 10권을 내놨다. 지난 2024년에 1차로 선보였던 10권에 이어 2년 만에 내놓는 2차분이다. 선집은 ‘전기편’(1~15권)과 ‘후기편’(16~30권)으로 나눠 전기에는 19세기 이전 사상가를, 후기에는 20세기 사상가들을 배치했다. 이번 2차분 전기 사상가로는 조광조·조식, 이이, 정제두·이충익·심대윤, 유성룡·이항복·김육·채제공, 박지원을, 후기 사상가는 김구·여운형, 한용운·신채호, 조소앙, 홍명희·정인보, 나혜석·염상섭을 다뤘다. 한 사람을 한 권으로 깊이 다루기도 했지만, 함께 봐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인물들을 한데 묶어 사상적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조선 사림의 거두이자 정치적,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유학자 조광조와 조식을 하나로 묶었으며, 주류 성리학의 대안을 모색하며 마음과 실천의 이론을 탐구한 강화학파 정제두, 이충익, 심대윤을 한 권에 담았다. 정치적 실천이 사상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유성룡, 이항복, 김육, 채제공 4명의 재상을 한 번에 살펴보게 했다. 후기 사상가로는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사상가로 김구와 여운형을 함께 다뤘고, 말과 글, 실천으로 해방의 사유를 담대한 필체로 전개한 한용운과 신채호, 일제 강점기 현실과 세계정세에서 민족문화의 가능성과 한반도의 정체성을 탐색한 작가 홍명희와 정인보를 하나로 엮어 통찰했다. 이번에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25권 ‘나혜석·염상섭’ 편이다. 두 사람은 근대 한국 예술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사상가로의 접근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신선하다. 나혜석은 예술사를 깊이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떠들썩했던 이혼 스캔들, 시대를 앞서가는 거침없는 발언들, 그리고 무연고 사망자로 불우한 삶을 마감한 인물이라는 정도로만 알려졌기 때문이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경석 문학평론가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 화가이자 작가로서 서양화와 근대소설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인 나혜석과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삼대’, ‘해바라기’ 등의 걸출한 작품을 남긴 소설가이자 언론인 염상섭에게서 집요하게 사상가적 면모를 찾는다. 강 평론가는 이들이 3·1운동을 출발점으로 해 ‘개성(個性)의 해방’을 골자로 한 자주적 각성, 더 나아가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역사와 전통, 생명에 근거를 둔 ‘조선’이라는 독자성의 인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두 예술가의 삶이 실제로는 전근대성에서 근대성으로 문명 전환을 이끈 사상가로서의 행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오는 여름쯤 3차분 10권을 출간해 총 59명의 한국 사상가를 다룬 30권을 완간하고, 가을에는 ‘K사상’ 심포지엄을 열어 한국 사상의 성취와 보편적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단독] 첫날 3% 수익… 리딩방, 개미지옥이 열렸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2>]

    [단독] 첫날 3% 수익… 리딩방, 개미지옥이 열렸다 [2026 투자 격차 리포트<2>]

    “비밀 지켜요” 은밀한 제안… 정보에 목마른 개미는 덫을 물었다 “수익률 높은 주식 정보 우선 제공, 전담 투자 컨설턴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코스피 불장 속에서 지난 1월 텔레그램으로 메시지 하나가 왔다.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사진을 내건 홍보물에는 ‘빅데이터 기반 정밀 예측’과 ‘1대1 컨설팅’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서울신문은 26일까지 지난 두 달간 텔레그램·쓰레드·라인 등 메신저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런 다수의 ‘주식 공부방’(리딩방)에 잠입했다. 자산가들이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와 전담 자문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설명회나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프라이빗 딜(소수 투자자 대상 비공개 지분 거래) 등 비교적 폐쇄된 정보로 고수익을 얻는 구조 속에서, 정보에 목마른 개인투자자들이 왜 리딩방으로 향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100여명이 모인 단체방으로 초대됐다. 담당 매니저가 배정됐고, 그는 두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식사는 하셨냐” 등 안부 메시지를 보내며 신뢰를 쌓았다. 매일 밤 ‘교수님’ 강의가 이어졌다. 작전 세력에 당하지 않는 법, 차트 해석법, 추천 종목이 제시됐고 다음 날이면 PDF 자료가 배포됐다. 아무리 검색해도 어느 학교 교수인지 경력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방 안에서는 ‘찬양’이 잇따랐다. 대부분 바람잡이로 보였다. 첫 추천 종목은 ‘저평가’됐다는 코스닥 상장 바이오주였다. 과거 두 자릿수 수익을 냈다는 정리본이 함께 올라왔다. 실제 추천 이후 주가가 오른 종목인지, 이미 오른 종목을 정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소액으로 투자하자 첫날 3% 수익이 났다. 그러나 6거래일 만에 수익은 손실로 돌아섰다. 매니저는 “자책하지 말라”며 기다리라고 했다. 보름 뒤 본론이 나왔다. ‘기관 전용 계좌’로 비상장주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라고 했다. 관심을 보이자 “비밀 유지에 자신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이름·휴대전화 번호·자산 규모·투자 가능 금액을 적는 신청서가 전달됐다. 별도 애플리케이션 설치도 요구했다. 가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으로 자금을 이체하게 한 뒤 잠적하는 수법은 이미 수차례 적발된 유형이다. ‘기관 물량을 싸게 배정한다’는 이른바 ‘블록딜 사기’ 수법 역시 마찬가지다. 주저하자 “같은 방 투자자”라는 인물이 연락해 먼저 투자해 보겠다며 4900만원을 6200만원으로 불렸다는 인증 화면을 보냈다. 출금 화면까지 첨부했다. 매니저는 해당 MTS에 돈을 넣기에 앞서 은행 창구에서 현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신한·하나·NH농협·BNK부산은행과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현재는 종료됐기 때문이란다. 단체방 안에서는 현금다발 사진이 올라왔고, 바람잡이들은 “창구에서 갑자기 거액을 찾으면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으니 핑곗거리를 생각해 두라”고 조언했다. 실제 MTS인 양 미국주식 거래도 오픈하고 수차례 앱 업데이트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전형적인 ‘단계형 심리 사기’라고 설명한다. 초기에는 정보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소액 수익을 경험하게 해 신뢰를 쌓은 뒤, 비공개 투자나 기관 전용 물량을 내세워 투자 규모를 키우는 단계적 접근이 핵심이다. 폐쇄형 메신저를 기반으로 운영돼 추적이 쉽지 않은 탓에 사전 차단에도 한계가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작은 성공으로 심리적 문지방을 넘기면 이후에는 자신의 선택을 부정하기 어려워진다”며 “사기 조직이 고급 정보를 지닌 전문가처럼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상하 구조를 만들면서 피해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질병·실직 등으로 추가 자금 마련이 간절한 이들이 수익을 내보려다 덫에 빠져 어려움이 가중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경기 김포의 중소 제조업체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김모(57)씨도 최근 이런 수법에 당했다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구조조정으로 2023년 말 일자리를 잃었다가 최근 재취업한 그는 노후 자금 불안이 커진 상태로 텔레그램 투자방에 들어갔다. 기관 물량을 준다는 매니저의 말을 믿고 300만원을 투자했고, 수익이 난 화면을 보며 안심했다. 매니저는 “승인된 회원만 가입이 가능하다”며 참여 금액을 단계적으로 늘리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김씨는 퇴직금 일부와 2금융권 대출을 포함해 11차례에 걸쳐 약 1억 1200만원을 송금했다. 출금을 요청했더니 수수료와 승인비 명목의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항의하자 단체방에서 곧바로 퇴출됐다. 서울신문이 확인한 복수의 리딩방은 이름만 달랐을 뿐 자료 형식과 운영 방식이 유사했다. 단순히 홍보성 메시지를 배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SNS 댓글을 유도해 주식 공부방으로 끌어들인 뒤 자금 이체를 요구하는 구조였다. 인스타그램이나 쓰레드 등 SNS에서 “7시간 뒤 게시글을 삭제하겠다”고 공지한 뒤 ‘주식’이라는 문구나 특정 번호를 메시지로 보내면 유망 종목을 알려 준다는 식이다. 이런 사기 리딩방들은 겉으로는 ‘정보 격차를 메워 준다’고 하지만 실상은 정보의 비대칭을 더 교묘하게 이용해 자금 여력이 약한 투자자를 표적으로 삼고 있었다. 자산가들은 전담 PB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선별된 고급 정보’를 접하는 반면 자산이 적은 개인은 공시 외 별도 정보 창구가 마땅치 않다. 그래서 폐쇄형 메신저 속 검증되지 않은 ‘비밀 정보’에 의존하도록 내몰린다. 정보 접근력의 차이가 곧 수익률 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리딩방은 그 왜곡된 단면이 드러나는 현장이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 변호사는 “주식 공부방은 겉으로는 정상적인 투자 자문이나 정보 제공과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특정인만 아는 ‘비밀 정보’나 고수익을 강조할수록 일단 의심하고, 제도권 금융회사와 공시된 정보를 통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골격은 비슷해도 피해자 개개인의 특성과 심리를 겨냥하는 식으로 사기 수법이 계속 진화하는 만큼 실사례 중심의 반복적인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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