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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호르무즈 호위 작전의 난제

    [열린세상] 호르무즈 호위 작전의 난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우리를 포함한 서방 7개국에 선박 호위 작전 목적으로 해군 함정 파견을 요청함으로써 여러 정부를 놀라게 했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이 요청을 거절했고 일본은 종전 후 기뢰 제거 작전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락가락 말을 바꾸고는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봉쇄를 풀기 원하며 이에 한국이 기여해 주기를 바라면서 무언의 압력을 넣고 있다. 우리는 이 해협 봉쇄로 가장 피해를 보는 나라 중 하나이다. 또한 해양 수송로의 자유 통항 보장을 원하며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나라임은 분명하다. 게다가 그 요청 방식이 거칠고 불투명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동맹국인 미국이기에 거절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불가피성이 존재하더라도 우리의 군함을 파견하는 것은 참전에 준하는 사안이므로 깊은 전략적 고려를 한 다음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호위함 파견이라지만 이는 전쟁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지역에 미국을 도와 참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미국의 전쟁에 참전국이 된다는 결심을 먼저 해야 한다. 이는 이란을 우리의 적대국으로 간주한다는 말이며 이란과 교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호위 함정만 파견하더라도 이란은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란은 여태까지 우리의 선린국이었으며 미국 제재 이전에는 우리와 교역도 많이 한 나라였다. 두 번째, 미국을 도와 참전하더라도 미국의 전쟁 목표와 출구 전략을 명확히 파악한 다음에 참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말이 서로 다르고 또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계속 바뀌고 있어 미국의 전쟁 목표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란 공격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되었으니 곧 종전할 것이라고 하다가 지상군 투입을 말하고 있다. 미국 측의 진정한 의도를 모르고 참전한다면 우리는 출구 없는 미로에 빠질 위험이 있다. 세 번째, 단순한 호위 작전이라 하지만 미 해군도 아직 이란의 지대함 미사일이나 기뢰, 수중 드론을 피해 가면서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호르무즈 해협의 전투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 함정을 파견한다면 함정의 무장 수준이나 교전 수칙을 정하지도 못한 채 애매하게 파견할 수밖에 없다. 군함 파견을 하려면 이란군으로부터 어떤 수준의 피해를 입을 때 어느 수준으로 대응하라는 명백한 교전 수칙이 있어야 현지 함장이 부대를 지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원칙도 없이 군함을 파견한다면 어불성설인데, 지금 이것을 제대로 작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네 번째, ‘무력은 모든 외교적 방법을 다 소진한 연후 사용해야 한다’는 게 국제정치의 불문율이다. 미국 말만 듣고 파병하지 말고 이란과 외교적 담판을 해 봐야 한다. 이란은 적국 함정이 아닌 경우 통항을 허용한다고 했으며 중국과 인도 선박들은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를 인정받게 되면 호위 작전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글로벌 강국 지향을 외교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런 강국은 전략적 판단에 입각한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동맹인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중요한 나라들과의 관계도 잘 유지하는 포괄적인 안목을 가져야 한다. 우크라이나전에 우리가 살상 무기를 직접 지원했다면 종전 후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이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란과의 미래 관계를 생각해야 하고 유럽 등 다른 서방국들이 미국의 요청을 거절한 사유도 감안해야 한다. 복잡하고 불안정한 정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단답형 답변을 내밀면 안 된다. 미국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어느 정도 필요한 준비는 하면서 국내 여론과 전쟁 동향, 타국 움직임 등을 고려해 맞춤형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 [서울광장] 예고된 비극, 방임하는 국가

    [서울광장] 예고된 비극, 방임하는 국가

    스토킹이 지금처럼 중대한 범죄로 인식되지 않던 시절, 영화 ‘스토킹 로라’는 뒤틀린 집착이 초래하는 파국을 경고했다. 영화의 모티프는 1988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방위산업체에서 일어난 실화다. 엔지니어 로라 블랙은 동료 남성의 집요한 구애에 시달려야 했다. 거절에도 멈추지 않은 남성의 접근은 자택 침입과 노골적인 위협으로 번졌고, 그녀의 평온한 일상은 단숨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회사가 그를 해고했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해고는 증오에 불을 지피는 기폭제가 됐다. 앙심을 품은 해고자는 총기와 수천 발의 탄약으로 무장한 채 다시 회사에 나타났다. 평화롭던 사무실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했고, 7명이 숨지는 참극이 벌어졌다. 한 여성을 향한 빗나간 순애보가 무고한 목숨까지 앗아간 집단 살해로 귀결된 것이다. 이 사건은 미국 사회에 거대한 파열음을 냈으며 범죄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반복된 위협을 사소하게 취급한 대가를 처절하게 목격한 미국은 비로소 ‘스토킹’을 법의 테두리로 끌어올렸다.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처벌 규정이 신설됐고, 스토킹은 강력한 공권력 개입이 필요한 중범죄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사건이 커지기 전에 가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이 제도 운영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 한국에서 스토킹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위험성은 일찌감치 환기됐으나 제도는 늘 한발 늦었다. 1999년 첫 법안 발의 이후 입법은 무려 20년 넘게 공전했다. 그사이 수많은 피해자는 일방적인 괴롭힘에 고통당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노원 세 모녀 피살 사건’ 같은 잔혹한 비극을 겪고서야 2021년 ‘스토킹 처벌법’이 뒤늦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법 시행 후에도 현실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다. 최근 2년 사이 스토킹 검거 건수는 40% 이상 급증했으나, 실제 구속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1% 안팎에 불과하다. 경고가 거듭되고 신고가 쌓여도 상대의 신병 확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무력한 대응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법은 존재하되 현장에서 폭력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경찰의 조치는 턱없이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제도적 빈틈 속에서 최근 경기 남양주의 대낮 거리에서 보호 대상이던 20대 여성이 살해됐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로 간절히 구조를 요청했지만, 공격은 경찰 도착 전에 끝났다. 가해자는 접근금지 대상이자 전자발찌 착용자였으나 그 어떤 장치도 살의를 막지 못했다. 사전에 동선을 파악하고 차량에 위치추적장치까지 부착하는 등 계획 범행의 징후가 뚜렷했음에도 공권력은 제때 개입하지 못했다.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범행을 국가 시스템이 사실상 방치한 것에 가깝다. 참변이 일어난 후에야 경찰은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며 분주하지만, 문제는 현장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에 있다. 법원이 반복성과 위험성을 지나치게 엄격히 따지며 잠정조치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관행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를 떨어뜨려 놓는 조치조차 상당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법부의 소극적 판단이 일선의 적극적 대응 의지를 꺾고 있는 형국이다. 스토킹은 관계 속에서 서서히 수위를 높여 가며 결국 극단적 폭력으로 치닫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수사와 사법 판단은 사건의 전체 맥락이 아닌 개별 행위 단위의 법리에만 함몰되어 있다. 전자발찌를 부착하고도 보란 듯이 접근을 시도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현실은 현재의 보호 체계가 범죄 억제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음을 보여 준다. 피해자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국가의 약속이 현장에서는 공허한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법이 없는 게 아니라 법이 숨 쉬지 않는 것이다. 스토킹은 예고된 범죄이며, 집요한 괴롭힘은 이미 국가의 단호한 개입을 요구하는 절박한 신호다. 초기 단계에서 집착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한다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박상숙 논설위원
  • 트럼프 중국 방문 한 달 전, 베이징 찾는 대만 野 대표

    트럼프 중국 방문 한 달 전, 베이징 찾는 대만 野 대표

    미중 정상회담을 한 달여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현직 대표가 10년 만에 방중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다. 정리원 대만 국민당 주석은 5월 14~15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보다 앞선 오는 7~12일 중국 장쑤·상하이·베이징을 방문할 예정이다.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쑹타오 주임이 “시진핑 총서기는 국민당 정리원 주석이 방문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10년 전에는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이 국민당 주석의 방중을 알린 데 비해 이번에는 장관급이 직접 소식을 발표해 중국이 이번 회담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줬다. 시 주석이 국민당 주석과 회담하는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미중 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중국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대만 민진당 정부는 미국과 밀착하면서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데, 정 주석의 방중으로 중국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우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이 사상 최초로 3연속 집권하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한 상황이다. 특히 이란 전쟁으로 중국이 대만 군사작전 명분을 얻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12월 미국은 사상 최대 액수인 110억 달러(약 16조원)의 무기를 대만에 판매했으며, 시 주석은 지난달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기 공급이 미중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나랏돈 800조’ 초읽기… 본예산 10% 늘려 AI·지역 살찌운다

    ‘나랏돈 800조’ 초읽기… 본예산 10% 늘려 AI·지역 살찌운다

    기본 764조… 세수 증가 반영 전망국방 예산 첫 70조원대 돌파 유력의무지출 10% 감축 목표 첫 제시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 등 검토AX 생태계·통합 지방정부 지원내년 국가 예산이 8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예산 727조 9000억원에서 약 10%가 늘면 사상 처음 800조원에 도달한다. 경제 성장률 반등, 인공지능 대전환(AX·AI 대전환), 지역균형발전 등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두둑한 ‘재정 실탄’이 필요한 만큼 지출 증가율은 본예산 기준으로 거뜬히 1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예산처는 30일 ‘2027년 예산안 편성 지침’이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됐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5% 늘어난 764조 4000억원으로 계획돼 있다. 하지만 중동 전쟁 충격파로 국내총생산(GDP)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앞으로 성장률 반등을 위한 재정 소요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반도체 업황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와 정부의 적극 재정 기조가 더해져 내년 예산이 80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방예산도 대폭 증액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35년까지 국방예산을 GDP 대비 3.5%까지 비중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65조 8642억원 편성됐다. GDP 대비 비율은 2.3% 수준이다. 내년 국방예산은 사상 첫 70조원대 돌파가 유력하다. 커지는 예산 규모만큼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전제돼 있다. 정부는 전 부처의 모든 재정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성과가 저조하거나 효율적이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감축·폐지할 방침이다. 특히 재량 지출의 15%, 의무 지출의 10% 수준을 각각 감축하고 전체 사업의 10%를 폐지한다는 구체적인 원칙을 세웠다. 의무 지출에서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제시한 건 처음이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지출을 줄일 수 없는 복지 제도는 모수에서 제외해 10%를 적용할 것이므로 복지 사업이 줄어들 우려는 작다”고 설명했다. 수익자 부담 원칙도 강화한다. 민간 대비 사용료가 저렴하거나 장기간 낮게 유지된 부담금을 적정 수준으로 현실화할 예정이다. 현재 무료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료화 전환 등이 검토 대상이다. 이렇게 확보한 재원은 국가 성장 패러다임 전환에 집중 투자된다. 정부는 전 산업 분야의 AX를 본격 추진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혁신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수도권 편중을 벗어난 5극 3특 지방 거점별로 성장을 유도할 지원책을 담는다. 광주·전남과 같은 통합 지방정부에 연간 최대 5조 원, 4년 동안 20조 원 규모의 재정 확충을 추진한다. 각 부처는 예산안 편성지침에 따라 5월 31일까지 기획처에 예산안 요구서를 제출한다. 기획처는 요구서를 토대로 각 부처와 협의를 거쳐 정부 예산안을 마련해 8월 말에 발표하고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 이란 배후는 러시아?…젤렌스키, 중동 파고들며 ‘군사적 밀착’ 주장하는 이유 [핫이슈]

    이란 배후는 러시아?…젤렌스키, 중동 파고들며 ‘군사적 밀착’ 주장하는 이유 [핫이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 이란의 군사적 밀착을 주장하며 연일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를 촬영한 위성 사진을 공격 며칠 전 이란에 공유해줬다”면서 “러시아는 이란이 중동 전역에서 미군을 공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 왔다. 100%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7일 이란은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로 탄도미사일 6발, 드론 29대를 동원해 공격했으며 미군 병사 최소 12명이 부상하고 이 중 2명은 중상을 입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지에 배치된 KC-135 공중급유기 최소 2대와 E-3 센트리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1대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미국의 방공망을 뚫고 공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러시아가 있다는 점을 젤렌스키 대통령이 강조한 것이다. 최근 그의 움직임을 요약하면 러시아가 이란을 돕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에 부각해 서방의 경각심을 키우고, 중동 국가들과는 방어 동맹을 맺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8일부터 3일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 드론 공격에 시달리고 있는 중동 국가들을 연이어 방문해 우크라이나의 실전 경험을 전수하는 대가로 안보 협력을 끌어냈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안보 파트너십을, 카타르와는 10년 안보 협정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간 미국과 유럽 중심의 전쟁 지원에 목말라하던 우크라이나가 이란과 러시아를 한데 묶어 이에 대항하는 글로벌 연합을 형성해 가는 것이다. 이란 전쟁과 관련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견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우크라이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에도 연이어 러시아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우스트-루가, 프리모르스크, 노보로시스크 항구 등에 대한 연이은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전체 해상 석유 수출 능력의 약 40.00%(하루 약 200만 배럴)를 가동 불능 상태에 빠뜨렸다. 특히 러시아의 발트해 최대 석유 수출항인 우스트-루가가 우크라이나의 집중적인 드론 공격을 받고 있는데, 피해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지난 27일 미국 상업 위성업체 밴터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우스트-루가항이 시뻘건 화염에 휩싸인 모습이 확인된다. 이곳은 러시아의 핵심 석유 수출 거점으로 평상시 하루 약 70만 배럴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이 처리된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정유 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이유는 이란 전쟁 이후 원유 가격 상승과 일부 제재 완화로 반사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수익 증가는 미국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지원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패트리어트 대체할 유럽산 대안 ‘SAMP/T’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패트리어트 대체할 유럽산 대안 ‘SAMP/T’ [최현호의 무기인사이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유럽이 미국제 무기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란 전쟁의 여파로 유럽산 방공 시스템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유럽연합(EU) 국방우주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열린 파리 국방전략포럼에서 미국으로부터 충분한 방공 미사일을 공급받을 수 없으며, 자체적인 요격 미사일 생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된 미국산 방공 미사일은 패트리어트를 의미한다. 유럽, 특히 우크라이나에서는 패트리어트만이 러시아의 이스칸더 같은 탄도미사일 위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어망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수요가 높지만 미국의 생산량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전쟁 개전 5일 만에 중동 주둔 미군과 중동 국가들이 패트리어트 미사일 약 800발을 소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생산량은 연간 750발 수준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중동 내 수요가 폭증하자 유럽이 주문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중동 국가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유럽의 반발을 사고 있다. 스위스는 주문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납품이 지연되자 대금 지급을 중단했다. 유럽에서 탄도미사일 방어가 가능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대체할 수단은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하고 탈레스와 MBDA가 구성한 합작법인 유로샘(EUROSAM)의 SAMP/T가 유일하다. SAMP/T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외에 덴마크, 우크라이나, 싱가포르가 도입했다. SAMP/T는 사거리 100km의 아스터-30 미사일을 발사하며, 최근 배치가 시작된 개량형 SAMP/T NG는 탄도미사일 대응 능력이 대폭 향상된 사거리 150km의 아스터-30 블록 1NT 미사일을 사용한다. 유럽이 자체적인 미사일 방어망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에서도 제기된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 국가들이 2023년 EU의 탄약 생산 증대 프로그램을 모델로 삼아 방공 시스템과 요격 미사일 생산량을 신속히 확대하는 긴급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지만 현재 SAMP/T와 아스터 미사일 생산량은 많지 않은 상태다. 아스터-30 미사일 생산량은 연간 200발 정도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MBDA는 올해까지 2022년 대비 생산량을 50.00%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SAMP/T 시스템이 러시아 탄도미사일에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2026년 도입하는 2개 포대를 배치해 러시아 탄도미사일 방어에 투입할 예정이다. 이번 배치와 그 결과에 유럽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데스크 시각]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

    [데스크 시각] ‘한국판 스페이스X’가 필요하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 핵심 거점인 하르그섬의 군사 표적을 공격할 당시 이스라엘군은 테헤란에 있는 우주연구센터와 방공 시스템 제조 시설을 대대적으로 타격했다. 군사용 위성 개발과 정찰 등에 활용되는 곳이어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 통신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전황을 바꾸는 군사 인프라였다. 진짜 전쟁은 국토가 아닌 우주에서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도 지각 변동 중이다. 전차나 전투기 같은 개별 플랫폼만 파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이를 우주의 센서 및 통신망에 연결해 적의 위협을 조기에 탐지하고 추적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수주 경쟁력이 생긴다. 실제 글로벌 방산 업체들은 인수합병(M&A) 등으로 우주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략 폭격기 B-2를 만드는 미국 노스롭그루먼은 2018년에 우주 발사체 및 위성 역량을 가진 오비탈 ATK를 인수해 ‘우주 기반 미사일 방어체계’에 집중 투자했다. 미국 정부가 미사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는 ‘골든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최근 노스롭그루먼의 주가가 치솟았다. 미국 록히드마틴도 2024년 소형 위성 제조업체 테란 오비탈을 인수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를 인수해 기업 가치 1조 2500억 달러(약 1886조원)의 공룡이 됐다. 유럽의 에어버스, 레오나르도, 탈레스도 각자의 우주 사업을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겠다며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유럽도 분산된 우주산업 구조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보고 통합을 추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주 산업에는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우주·통신·감시·요격이 결합된 현대전 체계는 장기간의 연구개발 투자와 체계종합 역량, 후속 군수 지원 능력까지 요구한다. 방산 기업의 전략적 합병이 중요해진 이유다. 시장 독과점은 경계해야 하지만 개별 기업의 투자만으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선 승산이 적다. 수출만이 살길인 한국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한국 방산기업은 여전히 각자도생 중이다. 디펜스뉴스의 지난해 ‘글로벌 방산기업 톱100’에 따르면 국내 최대 방산기업인 한화는 세계 22위였다. 현재 ‘K방산’은 각국에서 수주를 이어 가고 있지만 우주산업에 투자하지 않고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그런 점에서 최근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매입하며 협력을 강화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다. 한화가 갖춘 우주산업 핵심 부품과 밸류체인 전반의 강점과 KAI가 비교우위를 누리는 항공 플랫폼과 체계종합 역량이 시너지를 보인다면, 한국 방산·우주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과 매킨지는 세계 우주 경제 규모가 2023년 6300억 달러에서 2035년에는 1조8000억 달러로 3배가량 뛴다고 봤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우주항공청 예산은 9649억원으로 38조원대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비교하기도 힘들다. 국력의 차이가 있다면 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민간 주도의 새 우주산업 질서에 대응하면서 핵심 기술과 사업 역량을 묶어 국제 경쟁력을 높일 ‘국가대표’ 기업을 키워야 한다. 한화와 KAI가 발사체, 위성, 항공 플랫폼, 체계종합 역량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도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한국판 스페이스X’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전시 대응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고 첨단전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점에서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제도 개선, 민간 수요 확대, 스타트업 육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과 맞물려 우주산업 생태계 전반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 양사의 주요 사업장이 있는 경남·전남·제주를 결합하는 ‘우주산업 벨트’가 구축돼 양질의 일자리가 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이경주 산업부장
  • 칸트 앞, 이란 전쟁과 평화[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칸트 앞, 이란 전쟁과 평화[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진보 표방 국내 660개 시민단체“美의 이란 침공은 국가 테러” 규정이란의 까다로운 현실 평가 있었나전제 군주의 통제되지 않는 권력자국민 수만명 학살과 타국 침략다른 한편의 문제에 눈감은 비판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영원한 평화, 그 너머 실현 위해보다 정직한 양눈의 현실을 봐야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미국의 정밀타격에 의해 사망했습니다. 한 주권 국가의 지도자가 자국에서 외국 군대에 의해 살해당한 겁니다. 유엔헌장을 정면으로 위반한 미국의 침공 행위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명백한 국가 테러리즘입니다.” 지난 3월 1일 조국혁신당에서 발표한 논평의 한 문장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군사 작전을 통해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폭격하자 그것을 유엔헌장에 위배되는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며 비판한 것이다.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은 선전 포고 없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전쟁 행위다. 그것만으로도 도덕적 비난의 여지는 충분하다. 인공지능(AI)까지 동원한 초정밀 스마트 폭격으로 민간인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는 하나 무고한 인명 피해도 이미 발생한 상태. 이란이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미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는 국가들을 향해 보복 공격을 감행하고,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쟁의 피해는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원유와 천연가스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전쟁의 여파가 국민의 생활에 와닿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5일부터 우선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시민들에게도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요청한 상태다. 비닐봉지의 원료인 나프타 부족으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때아닌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세상의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24일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660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범진보 세력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행위이며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전쟁은 나쁘다. 시작하지 말아야 하며 이미 벌어졌다면 빨리 끝내야 한다. 이 원론적 입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국제정치는 냉혹한 힘의 논리가 작동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엔헌장을 근거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대목은 더욱 의아하다. 이란 역시 유엔에 의해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보다 깊고 진지한,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하다. 전쟁은 모든 이의 고민거리다. 철학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마누엘 칸트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살던 18세기 후반의 유럽은 격동의 시대였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혁명이 국경을 넘고 있었다. ‘왕의 목을 자른 나라’ 프랑스에 맞서 주변의 왕국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했다. 이른바 ‘프랑스 혁명 전쟁’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혁명을 전후한 시기, 수많은 철학자가 전쟁과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울리엄 펜, 아베 드 생피에르, 장 자크 루소 등이 평화에 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칸트 역시 그 흐름 속에서 바젤 평화 조약 직후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을 집필·발표했다. 1795년의 일이었다. 칸트의 목표는 원대했다. 다른 철학자들은 그저 지역적인 평화, 일시적인 평화를 얻는 방법을 고민했을 뿐이라고 봤다. 반면 칸트는 단지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에 지나지 않는 평화라면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영원히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 평화 조약만이 진정한 평화 조약으로서 의미를 지닌다고 봤다. 평화에 대한 칸트의 짧은 논문이 ‘영구’ 평화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유다. ‘영구평화론’은 6개의 예비 조항과 3개의 확정 조항 그리고 두 개의 추가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추가 조항은 영구 평화를 보증하는 방법, 두 번째 추가 조항은 영구 평화를 위한 비밀 조항이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실제 평화 조약을 연상케 한다. 현실의 불완전한 평화 조약을 패러디한 것이다. 흔히 딱딱하고 근엄한 철학자로만 여겨지는 칸트의 재기발랄한 글쓰기 전략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자. 예비 조항 6개 항목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전쟁의 여지를 남기는 조약은 평화 조약으로 여기지 말 것. (2) 어떤 국가도 타국의 소유로 전락시키지 말 것. (3) 상비군을 조만간 완전히 폐기할 것. (4) 대외 분쟁을 위한 국채 발행을 금지할 것. (5) 타국의 체제와 통치에 폭력으로 간섭하지 말 것. (6) 설령 전쟁을 하더라도 암살, 독살, 항복 조약 파기, 적국의 반역 선동 등 상호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를 하지 말 것. 일단 전 세계의 모든 국가가 이 예비 조항에 가입하고 실천한다면, 이제 그 위에 세 가지의 확정 조항이 도입되고 영원한 평화가 현실화된다. 첫째, 모든 국가의 시민적 정치 체제는 공화정이어야 한다. 둘째, 국제법은 자유로운 국가들의 연방 체제에 기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세계 시민법은 보편적 우호의 조건들에 국한되어야 한다. 실로 완전한 평화 기획이다. 일단 문명 국가들이 모두 시민적 공화정으로 탈바꿈한 후 국제 연방 체제를 형성해 상호 간의 전쟁을 막고, 18세기 현재 미개척 상태이거나 식민지인 나라들도 우호적인 세계 시민법으로 포용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뜻이니 말이다. 칸트의 시야는 단지 유럽 국가들 사이의 전쟁 종식을 넘어서고 있었다. 식민지 수탈과 원주민 학대를 종식하고 주권 국가를 수립해 전 세계가 시민 공화정의 연맹을 이루는 꿈을 제시한 것이다. 이상주의적인 기획인가? 물론 그렇다. 비현실적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상적이기 때문에 더욱 현실적이다. 칸트는 자신 있게 말한다. “영원한 평화를 보증해 주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예술가인 자연이다.” 전쟁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의 갈등을 겪는 인류는 언젠가 국가 간에도 공법적이고 합법적인 질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고, 보다 나은 체제를 스스로 건설하게 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인류는 그 방향으로 조금씩 전진해 왔다. 예비 조항 중 특히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는 6번 항목의 경우마저 그렇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국가들은 서로를 향해 독가스를 뿌렸다. 2차 세계대전은 적국의 도시를 융단폭격해 수십만 명의 사망자를 내고 심지어 원자폭탄을 투하하는 참상까지 이어졌다. 인류는 스스로의 모습에 넌더리를 냈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1949년 제네바 협약을 통해 설령 전쟁을 치르는 중이어도 부상자와 병자를 보호하며 전쟁 포로마저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보호하는 협약을 마련하고 총 197개국이 가입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비록 느리지만 천천히 칸트의 이상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칸트의 꿈이 완전히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꼭 실현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시민 공화국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제 군주나 그 외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군대를 손에 쥐고 있는 한 그들의 이익을 위해 무고한 생명을 희생하고 타국을 침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까다로운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이란은 ‘이슬람 공화국’이다. 대선과 총선을 치르지만 실제로는 율법학자들에 의해 나라가 운영된다. 정규군도 아닌 혁명수비대가 무력을 독점하며 걸프 국가를 향해 미사일을 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군사 작전을 수행한다. 지난 1월 중순 자국민 수만 명을 학살한 것 역시 혁명수비대의 소행이다. 칸트가 비판하고 있는, 시민 공화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 18세기적 ‘상비군’인 셈이다. 외국이 어떤 나라의 체제를 무력으로 전복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하지만 어떤 나라가 시민 공화국이 아닌 채로 남아서 시민의 주권적 통제를 받지 않는 상비군을 유지하며 주변국과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것 역시 영원한 평화로 향한 여정의 걸림돌이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과 시민단체가 한쪽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른 한편의 문제에 애써 눈을 감는 모습을 보며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다. 영원한 평화,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보다 더 정직한 현실주의적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전쟁, 인간의 자연 상태인가 극복의 대상인가

    인간은 늘 전쟁을 해 왔다. 그것을 ‘자연 상태’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제도적으로 극복하고 폐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봐야 할까? 전쟁과 평화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의는 바로 그 논점을 둘러싼 지적 대결의 산물이다. 모든 정치적 논의의 시작에는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의 저자인 마키아벨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키아벨리는 전쟁을 도덕적으로 비난하거나 제거해야 할 악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정치 공동체의 생존과 자유를 위해 전쟁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보며,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민적 덕성이 함양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한 시각은 ‘리바이어던’의 저자 토머스 홉스로 이어진다. 홉스는 자연 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규정한다. 외적의 침입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권리를 포기하고 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바이어던, 국가를 초월한 상위의 법은 없다. 세계는 영원히 전쟁의 늪에서 허우적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모든 철학자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전쟁과 평화의 법’을 쓴 네덜란드의 법학자·철학자인 휘호 흐로티위스가 대표적이다. 그는 ‘정당한 전쟁’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쟁의 발발 조건과 수행 방식에 규범적 제한을 도입했다. 전쟁, 더 나아가 싸움이라는 인간적이고 자연적인 현상 자체를 없앨 수는 없으니, 일단 전쟁을 법적 질서 내에 포섭하고자 한 것이다. 칸트의 영구평화론 역시 조약을 통해 전쟁을 종식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러한 지적 흐름의 산물이다.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은 인류는 칸트적 평화 구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우드로 윌슨이 제창한 국제연맹,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국제연합은 칸트의 ‘국가 연합’ 아이디어를 부분적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물론 인류는 아직 완전한 평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꿈을 향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한강의 ‘눈부신 우울함’… 4·3 상흔을 어루만지다

    한강의 ‘눈부신 우울함’… 4·3 상흔을 어루만지다

    소설 분야서 한국인 첫 수상… 비영어권 문학선 3번째 영예심사위원장 “속삭이는 문체… 강렬한 꿈처럼 오래 머물러”李대통령 “고통스러운 역사, 시적으로 풀어내며 깊은 울림”수상 계기로 소설 판매량 다시 급증… 최대 10배 이상 늘어 “나는 여전히 우리들 안에 깜빡이는 빛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그 빛을 굳건히 붙들고 앞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한강 작가의 수상 소감에서) 국가 폭력이 만든 역사의 비극을 되살리고 ‘기억의 윤리’라는 인류 보편의 주제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NBCC)상을 받은 것은 제주 4·3 사건 78주년을 앞두고 전달된 낭보라 더 각별하다. 이예원과 페이지 모리스가 번역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 영어판(‘We Do Not Part’)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소설 심사위원장을 맡은 헤더 스콧 파팅턴은 작품에 대해 “눈부신 우울함, 황량한 날씨, 그리고 속삭이는 문체가 어우러진 작품”이라면서 “대기처럼 감싸면서 강렬하게 사로잡는 꿈처럼 오래 머문다”고 평가했다. NBCC는 도서평론가들이 전년도에 미국에서 출간된 책 가운데 최고의 작품을 선정해 시·소설·논픽션·전기·번역서 등 부문별로 시상한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은 퓰리처상, 전미도서상과 함께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도서상으로 꼽힌다. 비영어권 번역 문학에 대해선 보수적이라 지난 50년간 단 두 편의 번역 소설이 상을 받았는데 ‘작별하지 않는다’가 세 번째로 역사를 썼다. 한국인으로는 2024년 김혜순 시인의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 이후 두 번째다. 2021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와 그의 친구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인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입원한 인선의 부탁으로 그의 제주 집을 찾은 경하가 환상 속에서 4·3 피해자인 인선 어머니의 아픈 과거사를 마주하게 된다. 영어 번역본은 2025년 초에 출간됐다. 당시 많은 서평에서 관광지로 잘 알려진 제주에서 한국전쟁 전후 최소 3만명이 사망한 민간인 대량 학살이 벌어졌다는 것을 언급하며 제주 4·3 사건을 상기시켰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그해 1월 22일자 서평에 “1948~1949년에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제주 인구의 10%를 학살했다”면서 “한강은 위장(stomach-wrenching)이 뒤틀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역사를 자연의 이미지를 빌려 시적인 산문으로 엮었다”고 표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월 2일자 서평에 “제주 4·3은 미국 군대가 반공주의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학살에 공모했는데도 많은 미국 독자들에게 익숙하지 않다”면서 “지금 펼쳐지는 권위주의적 위협에 맞서려 애쓰는 우리에게, 시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 사건이 소름 끼치는 경종을 울린다”고 썼다. 영국 가디언 역시 2025년 2월 6일자 서평에서 “최근에 탄생한 걸작을 읽는 것, 이 문장들 이 시대를 견디며 영원히 살아남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일은 참으로 보기 드문 특권”이라면서 “실로 경이롭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상 소식이 알려진 27일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며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이라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을 인간의 존엄과 기억, 서사로 승화시킨 작품”이라며 “고통스러운 역사를 시적으로 풀어내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밝혔다. 수상을 계기로 해당 소설의 판매량이 다시 급증하고 있다. 지난 27일 예스24는 오전 9~12시까지 3시간 동안 ‘작별하지 않는다’의 판매량이 전날 하루치보다 5배 늘었다고 집계했다. 교보문고는 지난 27~28일 판매량이 수상 전인 25~26일과 비교해 10배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한강은 1970년 겨울 광주에서 태어나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했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수많은 국내 문학상의 주인공이 됐고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 ‘아프리카의 세브란스’ MCM 세우고 의대까지… “무조건 퍼주기? 희생을 나누어서 가능했어요”[월요인터뷰]

    ‘아프리카의 세브란스’ MCM 세우고 의대까지… “무조건 퍼주기? 희생을 나누어서 가능했어요”[월요인터뷰]

    ‘아프리카 최고 수준’ 명성기독병원 “무조건 퍼주는 게 능사 아니야”지속 가능한 의료 서비스 구축6·25 참전용사·극빈자는 무료첫 비영리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DJ 부탁 계기로 설립 산파 역할1000명 교인·전문가 수감자 교육“범죄자 변화, 기독교 접근 효과 입증”‘홀사모’ 울타리 되고 위기의 교민 지원목사 남편과 사별한 사모들 챙겨작년 미사일 쏟아지던 예루살렘서교회 네트워크 활용 교민 탈출 도와종교의 역할에 대하여“서로 공통분모 찾는 여유 필요양극화 해결 위한 첫걸음 될 것”출산 장려·미혼모 지원 활동도우리는 평생 달의 한 면만 보고 산다. 다른 면이 없는 건 아니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이면의 모습까지 합쳐져야 달은 비로소 온전한 모습이 된다. 이제부터 전하려는 ‘사람 김삼환’ 이야기도 비슷하다. 우린 오랜 시간 동안 ‘목사 김삼환’만 봐왔다. 그 이면에 드러나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 건 최근 출간된 ‘작은 파도가 물결이 되어’(은파기념사업회 지음, 현암사)란 책이다. 김삼환(81) 명성교회 원로목사의 아호 은파(恩波·은혜의 파도)를 모티프로 삼은 일종의 평전이다. 책이 전한 문자의 향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어렵게 인터뷰가 성사됐고, 그의 입을 통해 지난한 삶을 건너온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는 국내 최대 교회 중 하나다. 교인이 10만명에 가깝다. 한국 최대라는 건 곧 세계적으로도 그렇다는 것과 의미가 같다. 1980년 설립된 명성교회가 채 50년도 되기 전에 초대형 교회로 성장한 배경엔 김 목사가 있다. 그는 현재 담임목사가 아닌 원로목사로서 2선에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지난달 하순 명성교회에서 진행됐다. ●일어설 힘을 주는 ‘참도움’ “무조건 퍼주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당장 필요하다고 돈을 주는 것보다 일어설 힘을 주고 방책을 알려주는 게 ‘참도움’이지요.” 명성교회가 2004년 에티오피아에 설립한 명성기독병원(MCM)은 단순한 자선 병원이 아니다. 140년 전 선교사들이 한국에 와 의료와 교육의 씨앗을 뿌렸듯, 그 은혜를 에티오피아에 돌려주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6·25전쟁 당시 군인 6000명을 보내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준 에티오피아에 대한 보은의 마음도 담았다. MCM은 처음부터 영리 병원으로 운영됐다. 극빈자와 6·25 참전용사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진료비를 받았다. 이 결정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중국을 비롯해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서구의 비정부기구(NGO)들이 앞다퉈 에티오피아에 병원을 세웠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구 의료진은 자원봉사 형태로 근무하다 떠나갔고, 그들이 세운 병원은 모두 문을 닫았다. 의연하게 남은 건 MCM 하나였다. 김 목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140여년 전 미국 선교사 호러스 알렌이 우리나라에 광혜원(현 세브란스 병원)을 설립해 사람들을 치료하고 의료진을 양성한 것처럼, 단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병을 고쳐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에티오피아에 지속 가능한 병원을 세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그 목표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 ‘아프리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MCM의 현주소다. ●명성의과대학(MMC) 설립 김 목사의 또 다른 목표는 의과대학 설립이었다. 에티오피아에 의대가 없던 건 아니었다. 졸업한 뒤 의료 인력 대부분이 더 나은 환경을 찾아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게 문제였다. 이 고질적인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12년 명성의과대학(MMC)이 첫발을 뗐다. “아프리카 최고의 병원이 있고, 최고의 의대가 있으니 이제 고급 의료 인력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만은 막을 수 있게 됐어요.” 2018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 MMC는 현재 연세대·한양대 등 국내 대학병원과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 인재를 꾸준히 길러내고 있다. 김 목사는 MCM과 MMC를 에티오피아인들 손에 완전히 넘길 시점을 “2040년”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돈을 줄 수는 있어요. 하지만 희생을 나누지는 못해요. 명성교회가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예전 우리나라를 일으킨 선교사들처럼 희생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경기 여주시에 자리 잡은 소망교도소는 한국 최초의 비영리 민영교도소다. 재단법인 아가페가 2010년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김 목사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은 게 계기가 되어 산파역을 담당했다. 소망교도소는 일반 교도소와 달리 1000명 이상의 교인과 전문가들이 참여해 수감자 각자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김 목사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제도 확대를 촉구한다. “범죄자들을 변화시키는 데 기독교적 접근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게 입증됐어요. 민영교도소 확대, 민영 여성 교도소 신설 등을 국가와 사회가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입니다. 하나님 나라에는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있어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통일교·신천지, 교회와 한자리 안 돼”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할까. 이 질문에 김 목사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성경 말씀과 기독교의 본질을 넘지 않는 한 교회가 과격해지는 건 삼가야 합니다. 부부간에도 다툼이 있지 않습니까. 서로 공통분모를 찾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함부로 서로에게 돌을 던지지도 말아야지요. 특히 목회자들은 종교 지도자의 언어로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종교 집단을 둘러싼 수사 논란과 관련해서는 단호했다. 말은 짧았지만 무게는 묵직했다. “통일교와 신천지는 교회가 아닙니다. 이들과 교회를 한자리에 세워선 안 됩니다.” ●홀로 남겨진 사모들을 위한 울타리 “하나님 나라에 낙오자가 없어야 한다”는 신념은 은파장학회와 복지재단으로도 이어졌다. 그가 주목한 또 다른 사각지대가 있었다. 바로 목사로 일하던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아내, 이른바 ‘홀사모’들이다. ‘사모’는 겉으로는 모두 잘 먹고 잘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남편이 세상을 뜨는 순간 상황은 급변한다. 살던 사택을 비워야 하고, 홀로 생계를 꾸려야 한다. 평생 목회자의 아내로만 살아온 탓에 세상 물정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 홀사모들은 이제 서로서로 울타리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한 홀사모는 말했다. “눈물 달고 살 때,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옆집에 가면 얘기가 다 되는 거예요. 이 자체가 울타리인데, 이게 진짜 귀한 곳이구나 싶었습니다.” ●미사일이 날아드는 예루살렘에서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교전이 벌어졌다. 이란의 미사일이 예루살렘 하늘로 날아들었다. 아이언 돔(단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예루살렘 상공을 방어하고 있다지만, 미사일 하나라도 뚫리면 생지옥이 펼쳐진다. 당시 김 목사도 그 자리에 있었다. “한국전쟁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박한 상황”이었다. 돈 좀 있다는 이들은 수억원짜리 개인 전세기로 가족 몇 명만 챙겨 탈출했다. 김 목사는 달랐다. 현지 교회 네트워크를 활용해 버스를 수배한 뒤 한국 교민들과 함께 예루살렘을 빠져나왔다. 탄도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이 굉음을 내며 맞부딪치는 그 순간에도 그의 시선은 자신이 아닌 곁에 있는 이들을 향해 있었다. 국내에는 ‘교민들이 무사히 대피했다’는 결과만 전해졌을 뿐, 그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달의 이면이 살짝 드러난 셈이다. ●고난을 ‘삶의 나침반’으로 김 목사는 사실 무너질 이유가 누구보다 많은 사람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두 누이를 잃었고, 폐병으로 죽음 바로 앞까지 갔다 왔다. 곡괭이에 눈을 찔려 안구가 탈구되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 아이를 먼저 보내는 참척(慘慽)의 아픔이야 더 말할 게 없다. 하지만 고통은 그를 무너뜨리지 못했다. 오히려 낮은 곳을 향해 걸어가게 만드는 나침반이 됐다. “병에 걸렸다고 인생을 놓아버릴 수는 없지요. 하나님이 주신 목숨이니 하나님 뜻대로 하실 거라 믿고, 그저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최선인 거지요.” 그의 삶은 낮은 곳을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용산참사, 근로정신대 등 사회·정치적 비탄의 자리에 그는 언제나 함께했다. 꼬박 20년 간 남모르게 이어온 출산 장려 지원, 수백명의 미혼모에게 출산 비용과 산후조리 비용을 대주는 일도 이제야 조금씩 알려졌다. 인터뷰는 끝났다. 끝내 묻지 못한 게 있다. 그의 사랑 이야기다. 책에도 ‘아내’의 이야기는 나오지만, ‘목사님 사모’로서의 이야기가 전부다. 둘만의 이야기는 언젠가 ‘아내’의 입을 통해 듣기로 한다. 달의 이면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 후티 ‘원유 10% 운송길’ 위협… 사우디 참전 땐 전선 더 확대

    후티 ‘원유 10% 운송길’ 위협… 사우디 참전 땐 전선 더 확대

    이스라엘 공격한 ‘저항의 축’ 후티바브엘만데브 해협 막을 가능성걸프국가 참전 여부 분수령 될 듯일각선 “후티 공격은 일회성” 분석 이란의 지원을 받는 ‘저항의 축’ 일원인 예멘 무장정파 후티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참전하면서 중동전쟁이 다중 전선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후티 참전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 걸프국을 자극할 경우 중동 전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28일(현지시간) AP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후티가 이스라엘을 향한 미사일 공격을 두 차례 감행했다고 공식 발표한 가운데, 이스라엘은 방공망을 가동해 자국으로 날아오던 미사일을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으로 인한 사상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소규모로 이뤄진 후티의 이번 공격은 세계 최고 수준인 이스라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기에는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토머스 주노 연구원은 타임지에 “후티의 공격이 이스라엘에 대한 소수의 공격에 그친다면 전쟁의 전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티 참전에 따른 가장 큰 우려는 홍해 봉쇄 여부다. 후티는 2023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와 연대를 명분으로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10%를 차지하는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유조선 등 상선을 공격해 왔다. 이란이 세계 최대 에너지 공급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막는다면 전 세계는 전대미문의 에너지 위기 사태를 겪을 수 있다. 아울러 후티가 홍해 항행을 실제로 막아선다면 그간 군사 행동을 자제하던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이 참전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란 본토와 호르무즈 해협 위주였던 전선이 중동 전체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것이다. 사우디는 2015년 후티가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한 이후 중동 연합군을 이끌고 후티와 싸웠으며, 지난 4년간 불안정한 휴전 상태를 이어 오고 있다. 다만 후티의 이번 공격이 일회성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란에 대한 의리를 보여 주기 위한 상징적 공격으로, 미군의 막강한 군사력에 맞서 전면적인 참전을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달 28일 개전 후 후티가 다른 ‘저항의 축’ 일원인 헤즈볼라나 시아파 민병대와 달리 사태를 관망했던 것도 이 같은 군사적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이란과 이스라엘은 서로를 향한 공습을 이어 갔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미군 주둔 공군 기지인 프린스술탄 기지는 이란에서 날아온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아 기지 건물 안에 있던 미군 12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이 앞서 이란을 상대로 공격 수위를 높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이란의 유일한 원전인 부셰르 원자력발전소도 이날 공습을 받았으나 인적·물적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 “노 킹스” 트럼프 향한 분노 폭발… 80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노 킹스” 트럼프 향한 분노 폭발… 800만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민 단속·이란전쟁·고물가 규탄일부 지역선 최루탄·체포도 발생공화당 강세 지역 등 美 전역 개최유럽·남미·호주 등 12개국에 확산 “광대야, 왕관을 내려놓아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일제히 열렸다. AP통신에 따르면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라는 이름의 대규모 시위는 이날 미국 50개 주 3300여곳에서 열렸으며 8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노 킹스 시위는 지난해 6월과 10월에 각각 500여만명과 700여만명이 참여한 바 있어 이번 시위는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번 시위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강경 이민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판하고 이란 전쟁 반대와 고물가 등 경제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특히 중동 전쟁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번 시위에는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주에서도 참여가 늘었다고 주최 측은 전했다. 시위 현장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기저귀 찬 ‘트럼프 베이비’ 대형 풍선이 등장했고,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히틀러를 합성한 사진과 트럼프를 범죄자로 지칭한 현수막 등을 들고 현 행정부를 비판했다. 시위의 중심은 ICE 요원에 의해 무고한 미국인 2명이 사망했던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이었다. 미네소타주 의회 앞 광장에 수만 명이 모였고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조앤 바에즈 등 시위를 지지하는 유명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했다. 워싱턴DC에서는 수백 명이 링컨기념관을 지나 내셔널몰까지 행진했고 뉴욕 맨해튼 시위에서는 로버트 드니로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나와 시위에 힘을 보탰다. 드니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자유와 안보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라며 “지금 당장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은 시민이 체포되기도 했다. 아울러 이번 시위는 미국 외에도 유럽과 남미, 호주 등 12개 국가에서 열렸다고 AP는 전했다.
  • 통행료 걷는 ‘이란판 톨게이트’…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전세계가 인질 [핫이슈]

    통행료 걷는 ‘이란판 톨게이트’…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전세계가 인질 [핫이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통행료를 지급하는 ‘톨게이트’가 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CNN은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새로운 수입 창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란은 중국, 러시아, 인도 등 소위 우호국으로 간주하는 국가만 사전 조율과 통행세 지급을 조건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선박에 최대 200만 달러 수준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 의회는 아예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위한 법안 초안까지 마련 중이다. 수에즈 운하처럼 이번 기회에 공식적으로 통행료를 받는 ‘톨게이트’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보도에 따르면 평상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매일 약 2000만 배럴의 원유와 석유 제품이 통과하며 이는 전 세계 총 원유 소비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여기에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생산되는 전 세계 LNG 물동량의 약 20%도 이곳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매일 통과하는 선박의 수는 약 120~140척으로 이 중 절반가량이 원유를 운송하는 유조선이다. 만약 실제로 이란이 통행료를 받기 시작하면 선박당 최대 200만 달러로 가정 시 연간 수입은 1000억 달러가 넘는다. 다만 이란의 이 같은 주장은 국제법상 근거가 부족하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26조와 제44조에 따르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는 모든 선박에 통과 통행권이 보장되며, 영해 내에서도 통과 자체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는 없고 외국 선박을 위해 제공된 특정 서비스의 대가로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란은 이 협약의 당사국이 아니기 때문에 조항을 준수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임스 크라스카 미 해군전쟁대학 국제해양법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영해가 겹치는 국제 항행 해협”이라면서 “통행료 부과는 통항 규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역시 “전쟁 이후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통행료 징수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불법일 뿐 아니라 용납할 수 없고 세계에 위험을 초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디나 에스판디아리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중동 담당 책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전략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았다”면서 “이번 전쟁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는 이란이 이를 통해 새로운 협상력을 가졌고 다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고물 전투기의 화려한 부활…中 ‘자폭 드론’ 개조해 대만 해협 대규모 배치 [밀리터리+]

    고물 전투기의 화려한 부활…中 ‘자폭 드론’ 개조해 대만 해협 대규모 배치 [밀리터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을 장악하기 위한 중국의 공세는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중국이 구형 초음속 전투기를 드론으로 개조해 대만 해협 인근 공군기지에 대규모로 배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지난달 대만과 가까운 푸젠(福建)성의 룽톈(龍田) 공군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여러 대의 J-6 전투기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에 대해 미국 국방 싱크탱크 미첼 항공우주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이 전투기는 J-6을 개조한 드론인 J-6W로, 200대 이상이 대만과 인접한 중국의 공군기지에 전진 배치됐다고 밝혔다. J-6은 1960년대부터 중국이 소련의 MiG-19를 면허 생산한 기체로 1990년대 중반까지 중국 전투기 전력의 핵심이었다. 이제는 고물과도 같은 기종이지만 J-6은 놀랍게도 공격용 자폭 드론으로 부활했다. 보도에 따르면 J-6W은 조종석을 비우고 대신 원격 제어 및 자동 항법 장치를 탑재해 자폭 드론으로 개조됐다. 특히 250~500㎏의 폭탄이나 유도 무기를 싣고 마하 1.4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어 사실상 순항 미사일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이 구형기를 드론으로 개조한 노림수는 명확하다. 초기 공격에서 J-6W를 대량으로 투입해 대만의 값비싼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미국 해군 정보 장교 출신 J. 마이클 담은 “J-6W은 대만 침공 초기 몇 시간 동안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대규모로 대만과 미국 동맹국의 목표물을 공격하면 사실상 방공망을 압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전략은 특히 샤헤드 드론을 앞세워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 등을 공격하는 이란과도 비슷해 가성비 높은 전쟁을 추구하는 현대전의 양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편 중국은 2027년까지 압도적 무력으로 대만을 침공해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다른 분위기도 흘러나온다. 최근 미국 정보공동체(IC)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27년에 대만을 공격할 계획이 없으며 무력 사용 없이 대만을 통제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IC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필요하다면 무력을 사용하여 통일을 강제하고, 미국이 대만을 이용해 중국이 부상하는 것을 약화하려 한다면 맞서 싸우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가능하면 무력 사용 없이 통일을 이루는 것을 선호한다”고 평가했다. IC는 미국의 외교 정책 및 국가 안보 이익을 위해 정보 활동을 수행하는 미 연방 정부 정보기관과 산하 조직들의 집합체로, 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국가정보국장실(ODNI) 지휘를 받는다.
  • “한국에 보복할 수밖에”…푸틴이 우리에게 ‘섬뜩한 경고’ 보낸 이유는? [핫이슈]

    “한국에 보복할 수밖에”…푸틴이 우리에게 ‘섬뜩한 경고’ 보낸 이유는? [핫이슈]

    러시아 정부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제공할 경우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28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간접적으로 공급하는 데 참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루덴코 차관은 특히 미국과 서방이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체계인 ‘우선 지원 요구 목록(PURL)’을 언급하며, 한국이 이 체계를 통해 무기를 제공한다면 러시아가 문제 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이러한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러시아는 어쩔 수 없이 보복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장비와 인도적 지원만 제공해 온 점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유럽이 한국에 포탄과 방공무기, 포탄 생산 협력 등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극도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루덴코 차관은 일본에도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일본의 추가 조치가 러시아 극동 국경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의 방어 능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전쟁으로 탄약 부족한 미국, 우크라 지원 무기 빼나미국은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가 출범한 ‘우크라이나 우선순위 요구 목록(PURL)’ 프로그램을 통해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했으나 최근 이란 전쟁으로 탄약이 부족해지자 이를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 우선순위 요구 목록’ 프로그램으로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고 이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이란 전쟁으로 방공 요격 미사일과 탄약 부족 현상에 시달리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할 무기를 중동으로 전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만약 전용이 이뤄질 경우 이는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이 점점 더 큰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 국방부 내부 논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PURL 공급 자체는 지속되겠지만 향후 패키지에서는 방공 능력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및 걸프 지역 동맹의 재고를 보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관련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은 피하면서도 “우리는 그런 일을 항상 한다”고 인정하며 “독일이나 유럽 전역 등 다른 국가에도 (미군 장비가) 배치되어 있다. 때로는 한 곳에서 가져와 다른 곳에 사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러시아산 원유 도입 가능”한편 우리 정부는 이란 전쟁으로 인해 원유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극대화하고 미국이 한시적으로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완화하자 이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제 유가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발 빠르게 러시아산 원유 수입 절차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중동 상황 관련 에너지 분야 공급망 현황 일일 브리핑에서 “현지 대사관과 기획재정부가 미국 측과 협의를 진행한 결과, 달러 이외의 통화로 결제가 가능하고, 2차 제재 적용도 없다는 내용을 확인받았다”고 말했다. 그동안 핵심 변수로 꼽혔던 러시아 관련 금융 결제와 2차 제재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국내 업계도 러시아산 원유 등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양 실장은 “현재 제재 해소 물량이 해상에 선적된 것으로 한정돼 품질, 물량 등을 확인하기 어렵고 계약부터 대금 지급까지 한달 안에 진행해야 한다”며 “거래자 검증 문제, 한달 내 거래 가능성 등을 정유사 등에서 검토해 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유사가 지원을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 트럼프 “이란전 책임은 헤그세스”라더니…에너지 시설 공격 또 미뤘다 [핫이슈]

    트럼프 “이란전 책임은 헤그세스”라더니…에너지 시설 공격 또 미뤘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이란전 강경론자로 잇달아 공개 지목한 뒤, 정작 본인은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을 또 미뤘다. 헤그세스 장관과 군 수뇌부는 협상보다 승리에 무게를 둔 인물로 세우고, 자신은 공격 시한을 조정하며 “대화가 매우 잘 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워싱턴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드라이브의 부담은 측근들에게 넘기고, 자신은 전쟁의 출구를 관리하는 인물처럼 보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멤피스 행사에서 헤그세스 장관을 향해 “당신이 가장 먼저 ‘해보자’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둬선 안 된다고 주장한 인물로 직접 지목했다. 이어 24일 백악관에서는 헤그세스 장관과 댄 케인 합참의장을 두고 “합의에는 관심이 없었고, 이기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그는 26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시한을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까지 10일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닷새 유예를 선언한 데 이어 다시 시간을 늘린 것이다. 그는 대화가 “매우 잘 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 측은 미국 제안을 “일방적이고 불공정하다”고 평가했다. 며칠 사이 헤그세스 장관은 강경론의 얼굴로,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 결정을 쥔 인물로 각각 부각됐다. ◆ 헤그세스에겐 ‘개전 책임’, 트럼프에겐 ‘종전 주도권’ 이 흐름은 최근 백악관의 역할 배분을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헤그세스 장관과 군 수뇌부는 ‘더 강하게 밀어붙인 쪽’으로 비치고,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과 유예를 조정하는 쪽에 선다. 전쟁을 시작한 책임과 끝낼 권한을 분리해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커진 정치적 부담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전의 이유와 목표, 종료 시점을 여러 차례 바꿔 설명해 왔다고 짚었다. 미국 안에서는 전쟁 피로감이 커졌고, 대이란 군사행동에 반대한다는 여론도 60% 안팎으로 나타났다. 유가와 휘발유 가격 불안 역시 백악관에는 부담이다. 전장 부담도 적지 않다. 로이터는 3월 중순 기준 미군 부상자가 약 200명 수준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백악관이 “짧고 결정적인 작전” 이미지를 강조해도, 숫자가 쌓일수록 미국 내 여론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 시한을 또 늦춘 것은 외교적 여유라기보다 커지는 정치·군사적 비용을 의식한 선택으로 읽힌다. ◆ 이란은 거부, 걸프는 회의적…반복된 유예가 키운 불신 걸프 지역도 이번 유예를 마냥 안도 신호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미루기 전부터 걸프 국가들과 지역 분석가들이 오판과 확전 가능성을 강하게 우려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협상 진전을 강조하지만, 이란은 공개적으로 선을 긋고 있다. 시한은 계속 바뀌고 메시지는 엇갈리는 데 실질적 합의가 또렷하지 않다면, 유예는 외교적 인내보다 시간 끌기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화법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룰 때의 트럼프식 접근과도 닮았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미국의 직접 부담을 줄이려는 메시지를 우크라이나전에서 반복해 온 흐름을 고려하면, 이란전에서도 강경 드라이브의 부담은 옆으로 밀고 종결의 주도권은 자신에게 모으려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런 흐름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란은 미국안을 거부했고 걸프 지역은 회의적이며 백악관의 목표와 시한도 계속 흔들렸다. 유예를 거듭할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력보다 ‘책임은 남에게, 공은 자신에게’라는 비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또 안 때린다?”…트럼프 유예 반복, ‘양치기 소년’ 비판 커졌다 [핫이슈]

    “또 안 때린다?”…트럼프 유예 반복, ‘양치기 소년’ 비판 커졌다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등 에너지 시설 공격을 또 미루며 전면전과 협상 사이를 오가는 압박 전술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시한을 거듭 늦추는 사이 “진짜 협상인지 시간을 버는 전술인지 모르겠다”는 의구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외교 공간을 넓히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유예와 경고를 반복하는 방식이 오히려 미국의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정부의 요청에 따라 발전소 파괴를 미 동부시간 기준 4월 6일 오후 8시까지 10일 더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화가 진행 중이며 “아주 잘 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닷새간 유예를 선언한 데 이어 다시 열흘을 연장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이번 조치는 확전보다 협상에 무게를 싣겠다는 메시지에 가깝다.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거론한 4~6주의 전쟁 종료 구상과 맞물리면서, 4월 안에 일정한 형태의 종전 또는 휴전 틀을 만들려는 계산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이란이 합의하지 않으면 계속 공격하겠다”는 취지의 경고도 함께 내놨다. 외교와 군사 압박을 동시에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협상 방식이라는 해석이 뒤따르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낙관론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데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는 미국이 협상 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종전안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대화의 실체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이 “매우 잘 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란은 미국안을 편향적이고 일방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낙관론과 이란의 반응 사이 간극이 여전히 크다는 뜻이다. 걸프 지역의 시선도 차갑다. 가디언은 걸프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화가 진짜 협상인지, 아니면 트럼프식 압박 전술의 연장선인지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과거 중재 시도 뒤 곧바로 군사행동이 이어진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외교 메시지와 실제 전략이 다를 수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란이 미국의 15개항 제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주변국들 역시 이번 유예를 곧바로 협상 진전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 안도 대신 피로감…시장도 “또 바뀔 수 있다” 반응 금융시장도 즉각 안도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전쟁 종료 기대가 약해지자 뉴욕증시가 전쟁 발발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유예 연장이 나왔는데도 시장이 안정 신호보다 변동성에 먼저 반응한 셈이다.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은 “공격을 미룬다”는 말보다 “정말 전쟁을 끝낼 수 있느냐”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에너지 시설 공격 유예만으로는 공급 불안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재개방 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계속 활용하고 있고, 이란도 미국의 요구를 쉽게 수용할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결국 시장은 이번 연장을 신뢰 회복의 신호보다 “또 바뀔 수 있는 시한”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 “외교 공간”인가 “시간 벌기”인가…더 커진 불신 이번 연장을 두고는 두 가지 해석이 맞선다. 하나는 미국과 이란이 합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간을 더 확보했다는 시각이다. 닷새 안에 결론을 내기 어려웠던 만큼, 열흘의 추가 시간이 협상 타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결정적 군사행동을 준비하면서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시간 벌기라는 해석이다. 에너지 인프라 공격만 유예했을 뿐 모든 대이란 군사 행동을 중단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다. 결국 핵심은 반복되는 유예가 협상을 위한 인내로 읽히느냐, 아니면 신호를 너무 자주 바꾸는 불안정한 리더십으로 보이느냐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잘 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바뀌는 시한과 엇갈리는 메시지가 쌓일수록 시장과 동맹국, 중재국의 불신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전쟁의 끝을 향한 포석일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흐름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유예 정치는 오히려 미국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씨줄날줄] 한불 수교 140주년

    [씨줄날줄] 한불 수교 140주년

    전등사와 정족산사고가 있는 강화도 정족산성의 동문으로 들어서면 ‘순무천총양공헌수승전비’가 보인다. 흔히 ‘양헌수 승전비’라 부른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이곳에서 프랑스군을 격퇴한 양헌수 장군을 기리는 비석이다. 강화성을 점령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의 왕실 의궤를 약탈하고 건물에 불을 지른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프랑스군은 강화도에 이어 한양도성을 점령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앞서 프랑스 함대는 한강 물길을 탐사하고 서강에서 하루를 머물기도 했다. 조선과 프랑스가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은 1886년이다. 미국과 1882년, 영국·독일과 1883년, 이탈리아·러시아와 1884년 수교했으니 다른 서구 국가들보다 늦었다. 조선이 “프랑스는 전쟁을 치른 나라로 배상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병인양요는 베르뇌 주교를 비롯한 프랑스인 천주교 사제들이 순교한 병인박해가 원인이었으니 사실상 종교전쟁이었다. 병인박해 때 탈출한 프랑스인 페롱 신부는 1868년 독일 상인 오페르트의 악명 높은 남연군 시신 도굴 미수 사건에 가담하기도 했다. 조불수호통상조약에는 ‘조선에서 학문 혹은 언어, 과학, 법학, 예술을 배우고 가르치는 프랑스 시민은 친선의 증거로서 언제든 원조와 교섭을 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가르치다’라는 표현으로 프랑스인은 선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러니 문화 협정의 성격이 짙다.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 140주년을 맞았다. 두 나라에서는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공식 기념식이 6월 덕수궁에서 열리는 등 관련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넘볼 수 없는 문화 선진국’이었던 프랑스에 대한 ‘존경심’이 옛날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프랑스 문화가 정체에 빠진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가 숨가쁘게 뒤쫓은 결과일 것이다. 150주년을 맞는 2036년에는 19세기 얽혔던 실타래를 풀어내는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라도 열면 어떨까 싶다.
  • [서울광장] ‘자주국방’이 국민 불안 해소하려면

    [서울광장] ‘자주국방’이 국민 불안 해소하려면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이란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하면서 발발한 이란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지며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폭등 등 세계경제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지면서 ‘안보가 곧 경제’임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있다. 핵을 개발해 온 이란을 막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세에 핵전쟁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동북아의 불안한 정세를 떠올렸다. 이미 핵무기를 가진 북한의 도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우리 안보를 점검하고 대비해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게다가 패트리엇·사드 등 주한미군 전력의 중동 반출과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함정 파병 요구까지 맞물리며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와 한미동맹 청구서 쇄도 상황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란 전쟁 발발 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중앙통합방위회의를 주재하면서 복잡하고 유동적인 국제 정세를 언급하며 “국방은 누구에게도 맡겨서는 안 된다. 자주국방이 통합방위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외부의 어떤 지원도 없는 상태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방위비 규모와 세계 5위 군사력, 방위산업 등에서 자주국방 역량이 된다며 “자신감을 확고하게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제 열린 한국형 전투기 KF-21 양산 1호기 출고식에서도 “자주국방의 위용을 떨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일관되게 ‘자주국방’을 강조해 왔다. 그가 자주국방론자임을 공식화한 것은 성남시장 때부터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17년 1월 토론회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그에 대비해 자주국방 정책을 수립, 진정한 자주국가로 태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몇 주 뒤 페이스북 글에서도 “미군 철수를 각오하고라도 과도한 주둔비 축소를 요구하고 사드 배치를 철회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은 의당 자주국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대통령이 돼서도 국방비 증액과 임기 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을 골자로 한 자주국방을 줄기차게 언급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한미군의 대북용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동으로 반출됐을 때도 “대북 억지 전략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자주국방이 구호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자존심만 세워서 되는 것이 아님을 이 대통령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우리 스스로를 지키려면’ 갖춰야 할 것이 많다. 특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따른 안보 공백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점검할 것이 산적해 있다. 우선 자주국방의 핵심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군의 ‘핵우산’ 강화를 위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내실화하고 핵우산이 실전에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대비해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이라는 ‘3축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도 갈 길이 멀다. 2028년이 유력한 전작권 전환 목표를 위해 철저한 평가 및 검증, 한미 간 연합훈련을 강화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적한 ‘똥별’ 수준의 일부 장성들은 아직도 전작권 전환은 이르지 않으냐며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수준의 전직 장성들이 참여한 민관군 자문위원회는 드론작전사령부 폐지를 권고했다. 남북 간 드론 공방으로 이란 전쟁에서 보듯 인공지능(AI) 기반에 가성비까지 갖춘 대량 드론 체계가 절실한데도 밥그릇 싸움이나 하며 ‘스마트 강군’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명예와 신뢰가 땅에 떨어진 군의 사기 문제도 심각하다. 이 대통령이 주문한 ‘현대적 상황에 맞춰 실질적으로 가동 가능한 체계와 태세’가 갖춰지려면 군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미 간 합의한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우라늄 농축·사용후연료봉 재처리 권한 확대도 서둘러야 한다. 잠재적 핵능력 확보는 한국에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국민 불안을 해소할 자주국방의 꿈은 철저한 대북 핵 태세와 전작권을 갖춘 강군이어야 이룰 수 있다. 김미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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