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ㆍ사회당의 공동과제 “안정과 개혁”(일본 「보혁 새정국」:하)
◎파벌싸움 지양,변혁대응 외교 펴야 자민/「도이 인기」의존 탈피,「비전」제시 긴요 사회
「자민 안정다수,사회 대약진」으로 판가름난 일본 총선결과는 유권자의 절묘한 밸런스 감각의 표출이다. 자ㆍ사 이극체제의 선택은 일본 국민들이 여야정치에 그만큼 더 무거운 과제를 부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속에 자민당을 주축으로 정국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소비세ㆍ리쿠루트사건으로 상징되는 금권부패의 일당정치를 사회당중심으로 선명히 비판토록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2ㆍ18총선은 「여야역전」이 실현됐던 지난해 7월의 참의원선거이래 「추격바람」을 타고 있던 일본야당에게는 정권교체의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반년동안 「야당연합정권」수립을 위한 사회ㆍ공명ㆍ민사ㆍ사민련등 야당간의 협의는 전혀 진척을 보지 못했으며,새로운 정책대안도 제시하지 못했다. 따라서 일본국민들은 「야당연합정권」에는 국정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함과 동시에 자민당의 교만방자함도 더 이상 허용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법은자민ㆍ사회 양당의 성숙한 협의에 의해 오늘의 번영된 일본을 지키며 정치개혁을 실현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볼때 2월말경 새로 발족하게되는 제2차 가이후(해부)내각과 집권자민당의 정국운영은 결코 쉬울 수가 없다. 중ㆍ참양원의 조화를 꾀하기 위해서도 사실상의 연립,정책연합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참의원에서 여야가 역전되어 있다는 현실은,이번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안정다수의석을 획득한 사실에 의해 치유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13명 전원당선의 결과를 빚은 이번 선거로 『국민의 심판은 끝났다』고 리크루트관련의원이 강변한다 하더라도 대다수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소비세에 대해서도 이번 선거결과가 정부ㆍ자민당의 주장을 전면적으로 양해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총선후 30일 이내 소집하게 되어 있는 특별국회에서는 90년도 예산안 및 자민당의 소비세 개선법안등 심의를 둘러싸고 여야당간의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이후 정권의 안정도이다. 이번 선거에서의 낙승으로가이후 총리의 계속집권은 보장되었지만 당내 기반이 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가이후 총리 자신은 이번 제2차 가이후정권의 조각과 당인사에 거당체제로 인선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으나 그것이 말 그대로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이번 총선에서 중의원세력을 해산당시보다 1석을 더 확보,62석으로 다케시타(죽하)파 69석에 이어 당내 제2파벌로 부상한 미야자와(궁택)파에서 당3역에 거점확보를 기도,다케시타,아베(안배),나카소네(중증근)의 주류3파와 마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의 법안심의 난항,인사잡음은 기반이 약한 가이후 내각을 조기퇴진시킬 수 있는 구실이 된다. 「포스트 가이후」에는 아베 신타로(안배진태랑)전 간사장을 필두로 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전 대장상,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등 3자가 노리고 있다. 이들은 리크루트사건에 관련,한때 실기했었으나 「리크루트 풍화」와 함께 활발히 재기의 포석을 하고 있다. 아직은 때가 이르다고 보여지기는 하나 「일용전쟁」으로 일컬어지는 오자와 이치로(소택일랑)간사장과하시모토 류타로(교본용태랑)대장상간의 헤게모니 쟁탈전도 주목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내정에 산적한 문제이외에 가이후 내각으로서는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안될 외교적 과제가 쌓여 있다.
지난해에는 주로 유럽을 무대로 전개됐던 동서관계의 변화가 앞으로는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 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일본은 종전의 대미의존형 외교에서 탈피,경제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제질서의 재편과정에 적극 참여,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노력은 우선 중국ㆍ북한ㆍ캄보디아 등과의 관계에서 적극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문제는 많다. 우선 91년에는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서기장의 일본방문에 대비,일소관계 개선의 전기를 모색해야 한다. 대미관계에 있어서는 동서긴장완화 추세와 미국의 재정적자현상에 비추어 대일방위비 분담요구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이는 미일 무역마찰과 더불어 양국간의 새로운 마찰요인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노태우대통령의 방일실현,이의 전제가 되는 한국인3세 법적지위보장문제등 해결해야 될 과제가 많다.
문제는 야당쪽에도 있다. 해산당시 83석에 불과하던 사회당의석이 1백36석으로 급증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사회당의 정권담당 능력이 신장됐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결과는 단지 소비세폐지를 원하는 반자민표가 반사적으로 사회당에 흡수됐다고 분석되고 있다. 의석수가 26석에서 14석으로 격감된 민사당의 나가스에(영말)위원장은 『자민ㆍ사회의 대결무드속에 중도는 매몰되어 버렸다』고 탄식했다. 선거에서 의석의 행방을 좌우하는 것은 「지지정당이 없는」 부동층이다. 이번 선거에서는,혁신적인 부동층은 사회당에,보수층은 변혁이 두려워 자민당에 표를 던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회당의 이번 선거에서의 상대적 승인의 하나는 도이(토정)위원장의 개인적 인기였다. 사회당이 앞으로도 계속 이 인기에만 의존하고 현실적 정책제시노력을 게을리한다면 도리어 「자민일당우위체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자민정책에 강력 대항할 수 있는 야당결속의 책임도 사회당에 더 한층 무겁게 지워졌다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