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영등포… 챗GPT 대신 최GPT가 ‘24시간 소통’[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
현장 목소리 듣는 건 기본 중 기본명함에는 주민과 1대1 채팅창 주소언제 어디서든 불편 상황 등 청취 사회안전지수 25개 자치구 중 4위일자리 만들기도 2년 연속 우수상‘숙원’ 영등포로터리 고가 철거 진행87개 재개발·재건축 사업도 탄력“세상에 나온 지 이제 3년이 넘은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가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구청장으로 3년 6개월 넘게 일하며 ‘최GPT’가 되어 잠자는 영등포를 바꾸는 중입니다.” 최호권(63) 영등포구청장은 7일 서울신문 신년인터뷰에서 영등포의 대전환을 끌어낸 지난 3년 6개월과 성큼 다가온 미래에 대해 직관적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그의 명함에는 카카오톡 1대1 채팅에 접속할 수 있는 QR코드와 함께 ‘최GPT 구청장에게 불편개선·건의사항을 보내주세요’라는 문구가 있다. 덕분에 구청장이 된 이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현장에서 주민과 소통하는 시간 외에도 쏟아지는 카카오톡 메시지에 답하는 시간이 늘어서다. 영등포가 ‘천지개벽’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안전지수: 살기 좋은 지역’ 조사에서 25개 자치구 중 4위에 오르는 등 3년 연속 큰 폭으로 뛰었다. 고용노동부 주관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 대상’에서 2년 연속 우수상을 받고, 2년 6개월 연속 서울 자치구 중 고용률 1위를 기록했다. 도시 미관도 확 달라지고 있다. 50년 가까이 된 영등포로터리 고가 철거는 물론, 87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다음은 “영등포를 ‘모두의 고향,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는 최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늘 주민과의 소통을 강조한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지 궁금하다.
“지난해 3월쯤 한 청년으로부터 ‘임신 사전건강관리 지원사업 대기 명단에 올랐다’는 카톡을 받았다. 정부의 가임력 검사 지원 대상이 지난해 ‘부부’에서 ‘20~49세 가임기 남녀 전체’로 늘어나면서 신청자가 급증했고, 서울 대부분 자치구에서 4월쯤 예산이 조기 소진됐다. 이 분처럼 영등포에서 2500여명의 청년이 대기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신속하게 추경 예산을 편성해 7월에 사업을 재개했다. 이후 다른 지자체의 문의와 민원이 폭주했고, 결국 보건복지부가 정부 예산을 지원하게 됐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를 움직여 전 국민이 혜택을 본 사례다.”
-영등포 인구 3명 중 1명이 청년인데.
“영등포는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대학 하나 없지만, 청년인구 비율은 35%로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다. 출생률도 꾸준히 상위권(5위)이다. 그동안 취업, 주거, 결혼 등 청년의 삶 전반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미래교육재단’을 만들어 우리 구를 ‘과학교육 특별구’로 키워나가는 등 미래 융합인재를 양성하는 것도 한몫했다. 초고령화 시대에 발맞춰 모든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게 영등포구에 살고 싶은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미래 융합인재’ 양성은 왜 필요한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교육 중심이 ‘지식 전달’에서 ‘미래 융합’으로 옮겨가고 있다. AI, 로봇, 빅데이터 등 핵심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곧 도시의 경쟁력이다. 교육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 미래 융합인재 한 명이 글로벌 1인 기업이고, 교육이 곧 경제다. 영등포구는 2024년 정식 인가를 받아 미래교육재단을 만들었다. 지방정부가 자체 교육재단을 설립한 선도적 시도다. 2024년 관내 초·중학생 2만명에게 국립과천과학관 연간회원권을 줬다. 지난해부터 모든 초등학교에 과학잡지를 배부했고, 전국 83개 과학관과 박물관을 무료 입장할 수 있게 지원했다. 학부모들이 ‘재단이 있어 다른 구로 이사 가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AI 기술이 행정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제 AI는 지방정부가 반드시 준비해야 할 행정의 기본 인프라다. 행정 수요가 복잡해지고, 인력과 재정에는 한계가 있다. AI로 효율을 높이고, 주민에게 더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중요해졌다. 구는 직원들의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생성형 AI 활용능력 경진대회로 민원 자동 분류, 교통약자 맞춤 서비스, 스마트 방재 등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또 AI를 문제 해결 도구로 활용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있다. 학생뿐만 아니라 전 연령 대상 디지털 교육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 ‘국민행복 IT 경진대회’ 장년층 부문에서 주민 2명이 각각 대상과 금상을 받았다.”
-영등포의 가장 큰 변화를 볼 수 있는 성과는 따로 있다고.
“지금 영등포는 서울에서 가장 뜨겁게 변화하고 있다. 여의도를 비롯해 문래, 당산, 양평, 신길, 대림동, 영등포시장 일대까지 87곳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고, 약 1만 2000세대가 들어서게 된다.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신속통합(신통)기획 자문사업 1호로, 조합 설립 이후 불과 11개월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50년 가까이 된 노후 아파트가 최고 49층, 912세대 주거단지로 탈바꿈하는 전례 없는 속도다. 구가 밀착 지원해 주민 협력을 끌어낸 모범 사례로 김수진 재건축정책 팀장이 지난해 ‘제29회 민원봉사대상’ 본상을 받았다. 재개발·재건축은 주민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도시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사업이다. 속도가 곧 성과다. 정책 혼선으로 사업이 지연될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정교한 제도 보완과 합리적인 규제 완화다.”
-새로 지어질 청사에 갖는 기대가 크다.
“신청사의 가장 큰 특징은 순환형 개발이다. 구청과 구의회를 당산공원 남측에 새로 만들고, 기존 구청 자리는 다시 공원으로 조성한다. 공사 기간 임시 청사를 임차하거나 분산 이전하는 데서 나오는 비용과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본관, 별관 등으로 분산돼 있던 부서가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원스톱 행정’이 가능해진다. 지하 2층에는 지하철 연결통로와 이어지는 북카페를 만들 계획이다. 2030년 준공이 목표다.”
-첫 임기의 마지막 해다. 어떤 구청장이 되고 싶은가.
“주민들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 또한 ‘오직 구민만 바라보는 행정, 공익의 대변자’란 신념을 지켜가고 싶다. 주민이 주인이고, 구청장은 일꾼이라는 마음으로 주민을 대한다. 명함에 적은 ‘최GPT’도 챗GPT처럼 편하게 소통하고, 문제를 잘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하루 수십건씩 주민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년에도 정치하는 구청장이 아니라 일하는 구청장으로 남고 싶다. 보여주기식 성과보다 주민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를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