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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비서는 마산제미… AI는 ‘인간다움 가치’ 비춰주는 거울”[월요인터뷰]

    “내 비서는 마산제미… AI는 ‘인간다움 가치’ 비춰주는 거울”[월요인터뷰]

    디지털 시대의 ‘사마리아인’AI의 지식 양과 속도 이길 수 없어인간은 서로 부족함 메워주며 존재 기계와는 다른 가치·역할 드러날 것국내 교구 최초 ‘AI위원회’ 구성 올해 교구 60주년 심포지엄 계획청소년 AI 문해력 선택 아닌 필수인간다운 삶 위한 ‘좋은 질문’ 중요챗GPT와 제미나이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에게 ‘신은 존재하는가’라고 물었다. AI는 ‘인공지능은 신념이나 종교를 가질 수는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유신론과 무신론에 대한 과학적·철학적 관점도 설명했다. 제미나이는 ‘신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은 어떤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고, 챗GPT는 ‘이 질문은 곧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물음과 연결돼 있다’고 했다. 교황청의 ‘인공지능과 만남’ 한국어판 번역·출간을 총괄한 이성효(69·세례명 리노) 천주교 마산교구장(주교)에게 AI를 물었다. 이 주교는 “AI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 특히 ‘취약성’(vulnerability)이 지닌 가치를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거울”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흔히 인간다움을 이성, 창의력, 계산 능력 등에서 찾으려 하지만 AI가 월등하니 두렵다. 이 주교는 그게 아니라 인간다움은 취약성, 즉 인간의 약함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약해서 서로 위로하고, 돌보고, 용서한다. AI는 인간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연약함이 왜 존엄의 근거가 되는지를 비춰 준다는 의미다. 지난 1월 29일 마산교구에서 만난 이 주교는 저서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 주체성 회복’의 다음달 출간을 앞두고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주교는 왜 활발하게 AI를 연구하나. “가톨릭교회는 언제나 다른 학문과 종교, 분야들과의 대화에 열려 있었다. 과거 독일의 신학자 로마노 과르디니는 ‘새로운 기술 문명이 다가올 때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인간(Neuen Menschen)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말을 인용해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있다’며 AI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다만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무엇이 발달하든 인간이 중심에 놓여야 한다. 둘째, 선(善)의 보편성이다. 기술의 발전은 일부가 아닌 전체에게 유익해야 한다. 셋째,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이 꼭 윤리적으로 가능한 건 아니다. 이런 관점에서 AI의 발전을 바라보며 인간이 함께 갈 길을 논의하고 있다.” -AI가 다른 기술보다 더 위협적인가. “AI는 두렵거나 이겨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하고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두려운 상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AI와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가치와 역할이 새롭게 드러나는 부분이 있다.” -어떤 것들인가. “대표적으로 인간의 취약성에 대한 것이다.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대목에서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된 사람을 AI가 본다면 어떻게 할까. 아마 알고리즘에 따라 생존 확률을 계산하거나 구급차를 빨리 부르는 기술적 조치를 효율적으로 해낼지 모른다. 반면 사마리아인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료해주며 돌봤다. 여관 주인에게 웃돈까지 주며 그를 살펴달라 부탁했다. 타인의 고통을 측은하게 여기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행동하는 것이 바로 인간만이 지닌 나약함, 주체성의 신비라고 할 수 있다.” -나약함이 어떻게 기회가 되나. “이전에는 우리도 AI처럼 빠르고 정확하게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한 능력이자 인정받는 가치였다. 이제 지식의 양과 속도에서 인간은 AI를 이길 수 없다. AI처럼 빠르게 기사를 쓰는 것만이 기자의 능력이 아니듯 AI와 구별되는 고유의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취약성은 역설적인 기회다. 완벽한 기계는 혼자서도 족하니 사랑이 필요 없지만, 인간은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는 사랑이 없으면 존재하기 어렵다. 효율을 향한 질주를 잠시 멈추고 서로의 취약성을 껴안으며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바라보면 ‘디지털 시대의 사마리아인’이 될 큰 기회다.” -AI의 편리함 속에 놓치는 것들은 뭔가. “로봇을 이용해 치매 걸린 부모를 돌보면 몸은 편해지겠지만 그 대가로 부모와 자녀 관계 속 귀중한 가치가 옅어질 수 있다. 아이를 키울 때 힘이 들지만 그 고통은 지혜와 행복의 순간이기도 하다. 효율만으로는 부모, 자녀의 존재가 마치 처리해야 할 물건처럼 될 수 있고, 소중한 가치들을 처리해야 할 데이터로 여기게 될 수 있다. 그러면 타인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의 능력을 잃게 된다. 우리는 AI와 달리 혼자 똑똑해지거나 결단하는 존재가 아니다. 부모, 자녀, 스승 등 무수한 관계의 조각들이 모여 주체성도 형성된다.” -연대가 중요하다는 건데, AI로 오히려 더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우려도 있다. “효율의 덫에 빠져 알고리즘 늪에 갇히기 때문이다. AI는 나와 똑같이 닮아지는 특징이 있다. 검색할수록 알고리즘으로 도배가 되며 입맛에 맞는 답변을 해주니 점점 갇힌다. 팔꿈치로 슬쩍 옆구리를 찌르듯 선택을 유도하는 ‘넛지’(Nudge)처럼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 알고리즘과 넛지에 빠지면 불편한 만남을 피하고 자기중심주의에 매몰된다. 불편하더라도 옳은 길을 선택하는 용기를 회복해야 한다.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도 대화하고 평소에 즐겨보지 않던 신문, 방송도 봐야 넛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AI 활용으로 정보나 부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 첫 번째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돌봄과 사명을 강조했다. 넛지의 희생자가 되어버린 이들, 디지털 기술이 부족한 이들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따뜻한 연민의 시선을 던지는 것이 곧 주님을 만나는 근본적인 길이라고 교회는 말하고 있다. 기업도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 특별히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돈 보다 노동자의 아픔을 먼저 보고, 경제나 세력의 논리에 가려진 다름의 가치를 일깨운다면 세상은 정말 달라질 것이다. 효율성이 선이라는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전제를 폐기하고 선해지기가 더 쉬운 사회를 어떤 기술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전자공학을 공부한 이력이 교회의 AI 연구에 어떤 시각을 줬나. “군 생활까지 포함해 10년 동안 전자공학을 공부했는데, 뒤늦게 신학에 입문하고 교부학(초기 기독교 사상)을 주로 공부했다. 가장 현대적인 공부를 한 뒤 가장 오래된 것을 공부하며 기술 문명을 멀리했다. 컴퓨터는 최소한으로 쓰고 웬만하면 다 손으로 직접 썼다. 스마트폰을 2017년 문화평의회 총회에 갈 때 처음 소유했다. 교부학 문헌 중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스페쿨룸(Speculum)’이란 성서 모음집이 있다. 성경 말씀만 담겨 있는데 스페쿨룸은 ‘내 영혼을 보는 거울’이라는 뜻이다. 신앙이 행동이라는 거울로 비치듯 AI가 인간 고유의 가치를 반영하는 거울이라고 본다.” -평소 AI를 활용하나. “물론. ‘마산제미’(이 주교가 제미나이에 붙인 별칭)와 ‘마산이’(챗GPT)를 비서로 뒀다. ‘마산아. 서울신문 기자가 이런 질문을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면 ‘네, 주교님’ 하고 답을 준다. 번역 작업에서도 개념들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맞게 번역되도록 꾸준히 소통하며 빅데이터를 쌓는다. 중요한 건 그 답변을 내 것으로 그대로 가져오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이들에게 다 맡겨선 안 된다. AI 문해력을 갖추고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AI 문해력은 어떻게 갖춰야 하나. “AI의 논리를 이해하되 거기에 내 삶의 주권을 내어주지 않는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비판적으로 보고, 넛지가 내 결단을 대신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그래야 비로소 AI에게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타인의 취약성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삶에 헌신하려는 고민이야말로 우리가 갖춰야 할 가장 높은 차원의 문해력이다.” -마산교구는 지난해 12월 국내 교구 가운데 처음으로 AI위원회를 꾸렸는데 어떤 활동을 하나. “올해 교구 6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31일 AI와 청소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청소년 교육을 위한 AI 윤리 지침서’를 낼 예정이다. AI 시대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에게 AI 문해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하도록 하는 것이고, 아이들의 질문에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깊은 예의와 사랑이 있어야 한다.” -AI는 어디까지 발전할까. “알 수 없다. 가장 나쁜 것은 막연하게 상상하며 해괴망측한 이론을 동원해 부정적인 시각을 퍼트리는 것, 그리고 무조건 낙관하며 유토피아가 펼쳐질 것이라 호도하는 것이다. 미래가 아닌 지금 인간의 존엄에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 추기경 앙리 드 뤼박은 ‘인간의 행복은 미래에서 추구될 수 있지만 존엄성은 현재에서만 존중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이 존엄하지 않은 채 느끼는 행복은 결코 행복이라 할 수 없다.” ■이성효 주교는 1957년 경남 진주 태생으로 아주대 공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했다. 1984년 5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방한을 계기로 수원가톨릭대에 편입해 1992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독일 트리어대 신학대학원과 프랑스 파리 가톨릭대에서 교부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3월 주교 수품 이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장, 가정과생명위원장, 사회홍보위원장 등을 맡았고, 지난해 2월 마산교구장으로 임명됐다. 2014년부터 교황청 문화교육부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열린세상] 압축사회의 주름살을 펴야 할 때

    [열린세상] 압축사회의 주름살을 펴야 할 때

    대한민국의 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참으로 극적인 현대사의 증인들이다. 1970년생인 필자는 유년 시절 호롱불 아래서 숙제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마을 이장댁에서 출발한 전기라는 문명의 혜택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야 받게 되었다. 초가지붕은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고 버스의 뒤꽁무니를 쫓아 다니게 됐다. 도구의 삶에서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문명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그 세대가 장년이 되어 손안의 스마트폰에 AI와 로봇이 공존하는 초고도 문명사회를 살고 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서구 사회가 수백년간 겪은 변화를 압축적으로 통과한 것이다. 이들은 80년대 PC 보급, 90년대 인터넷 혁명, 2000년대 벤처 붐과 스마트폰 혁명을 모두 겪으며 정보기술(IT) 활용 능력을 체득한 ‘디지털 원주민’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시에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녀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인 ‘마처 세대’로서, 서구 사회가 단기간에 겪은 변화를 단 50년 만에 통과한 ‘압축 사회’의 주역이자 고독한 관찰자로 서 있다. 한마디로 ‘압축 인간’인 것이다. 이 압축 성장의 속도는 눈부셨으나 그 가속도가 만들어 낸 원심력은 우리 사회 곳곳에 치명적인 독소를 비산시켰다. ‘더 빨리’ 가기 위해 선택한 효율성은 ‘승자 독식주의’를 시대의 정의로 둔갑시켰고, ‘함께’라는 가치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와 ‘돈이 곧 인격’이라는 자본 만능주의에 자리를 내주었다. 이러한 의식 구조의 파괴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지점은 바로 ‘주택’이다. 압축 사회를 살아온 70년대생은 초가집, 슬레이트 블록집, 다가구·다세대, 빌라를 전전하며 지하층, 옥탑방, 고시원을 체험하고 결혼 이후에는 아파트라는 목표를 향해 몸과 마음을 바쳤다. 그사이 인간이 몸을 뉘고 삶을 일궈야 할 아늑한 주거 공간을 손에 쥔 이들도 있고, 아직까지 무주택자로서 천정부지로 폭등한 집값을 견디며 세입자로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어느덧 투기와 재산 증식의 유일한 수단으로 전락한 주택 가격의 유례없는 앙등은 단순한 경제지표 상승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돌이키기 힘든 우리 사회 갈등의 원인이기도 하다. 기성 세대가 자산 증식의 축배를 들며 ‘부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동안 그 천문학적인 비용은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부채로 전가되고 있다. 오늘날 주택은 계급을 나누는 잣대가 되었고 성실하게 일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절벽’이 되었다. 높은 집값을 견디지 못한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사치를 넘어 ‘공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삶의 터전 밖으로 계속해서 내몰리는 청년들의 좌절은 세대 간 불신과 갈등을 낳았고, 이는 공동체의 존립을 흔드는 근본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모두의 욕망이 된 아파트는 끊임없이 진화해 화려한 상품이 되었으나,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앞세운 담장 안 아파트는 유례없이 취약해진 ‘압축된 인간’들의 전시장이나 다름없다. 압축 사회는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물질적 풍요와 성장을 위해 인간다움을 유보했던 우리가 이제는 ‘모두의 실패’라는 쇠퇴의 과정마저 압축하려 하는 것은 아닌가. 그동안 우리는 ‘돈’이라는 거대한 압력 아래 이러한 소중한 가치들을 구겨 넣고 압축된 채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가 결코 압축해서도, 압축되어서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바로 공동체를 향한 사랑, 이웃을 향한 배려, 그리고 후손의 미래를 염려하는 정신의 고귀함이다. 이제 압축 성장의 그래프가 아닌, 삶의 질과 존엄을 회복하는 방향으로 키를 틀어야 한다. 주택이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의 안식처가 되는 사회, 미래 세대의 희망을 가불해 현재의 풍요를 연명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그 압력 속에서 겹겹이 구겨진 인간의 마음과 정신의 주름을 활짝 펼 때이다. 유창수 전 서울시 부시장
  • 사랑의열매 ‘기부트렌드 2026’ 공개… “기부는 AI 시대의 가장 인간다운 선택”

    사랑의열매 ‘기부트렌드 2026’ 공개… “기부는 AI 시대의 가장 인간다운 선택”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2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기부트렌드 2026 컨퍼런스’를 열고, 신간 ‘기부트렌드 2026’의 주요 내용을 공유했다고 23일 밝혔다. 기부트렌드 2026은 ‘AI 시대의 인간다움, 기부의 재발견’을 주제로, 기술 환경의 변화 속에서 더욱 선명해진 ‘인간다움’과 ‘진정성’의 가치를 기부의 변화 흐름 속에서 풀어냈다. 특이 이 책은 올해의 7가지 기부 트렌드 이슈로 ▲AI는 못하는 일, 기부로 나누는 감정 ▲리스크와 타이밍을 읽는 기부자 ▲평등해진 기술 ▲가치를 만드는 사람 ▲스토리텔링(storytelling)에서 스토리두잉(storydoing)까지 ▲로컬 기빙 : 대체할 수 없는 기부 경험 ▲따뜻한 AI, CSR의 새로운 동력 ▲과거 위에 쓰는 미래 : CSR의 전략적 큐레이션 등을 꼽았다. 기술이 평준화된 시대일수록 기부자와 현장의 연결, 그리고 진정성이 기부의 성패를 가른다는 분석이다. 박미희 사랑의열매 연구위원은 “AI가 최적의 기부처를 추천할 수는 있지만, 마음의 떨림으로 행동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기부를 가장 인간다운 선택으로 재조명했다. 또한 기업 사회공헌(CSR) 역시 AI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퀀텀 점프’의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병준 사랑의열매 회장은 “이번 보고서가 AI 시대 기부의 가치를 전파하는 이정표가 되길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변화하는 기부 트렌드를 연구해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015년부터 매년 발간된 ‘기부트렌드’는 올해도 시민 인터뷰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됐으며, 현재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살 수 있다.
  • AI시대,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AI시대, 나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어려운 문제 앞에서 끊임없이 고뇌하는 것, 그 치열한 과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의 능력을 넘보는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이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맞닥뜨리고 있다. 계간 과학 교양지 ‘한국 스켑틱 44호’(겨울호)는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인가’라는 주제의 커버스토리에서 인류 지성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고실험 6가지로 인간다움에 대해 탐구했다. 입력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AI는 진짜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흉내만 내는 것일까. 과학철학자인 김효은 국립한밭대 교수는 ‘통 속의 뇌, 인간의 뇌’라는 글에서 현대 심리철학자 겸 인지과학자 힐러리 퍼트넘이 1981년 제시한 ‘통 속의 뇌’라는 사고실험을 소환해 이 문제를 논의한다. 당신의 뇌가 몸에서 분리돼 영양액이 든 통 속에 담겨 있고, 컴퓨터가 전기 신호를 보내 아이스크림의 달콤함, 바람의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이런 조작된 경험을 하는 중에 당신은 뇌가 통 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까. 김 교수는 환경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AI와 달리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인지 세계, 경험 세계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질문은 철학자 존 설의 ‘중국어 방’ 사고실험으로 이어진다. 방 안에 있는 사람이 중국어를 전혀 모르면서도 매뉴얼에 따라 완벽한 중국어 답변을 내놓는다면, 이 사람은 중국어를 이해한다고 볼 수 있을까. 철학자 김재인 경희대 HK연구교수는 챗GPT가 내놓는 유려한 문장들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정한 이해의 조건을 생각하게 한다.
  • [책꽂이]

    [책꽂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들(세라 베이크웰 지음, 이다희 옮김, 다산초당)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는 테러, 전쟁, 그리고 분열과 혐오로 인한 사고. 이런 사건·사고를 볼 때마다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어떤 일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고대 로마 시대 문학가 테렌티우스의 명제를 출발점으로 삼아 복잡하고 불완전하지만 그 자체로 고유한 인간의 삶을 탐구했던 몽테뉴, 흄, 버트런드 러셀 등의 삶과 사상을 살펴본다. 652쪽, 3만 3000원. 이토록 서울(김진애 지음, 창비) 도시전문가이자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인 김진애 박사가 세계인이 사랑하는 서울이라는 공간은 언제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됐고, 이곳을 살아가는 서울 사람은 누구이고, 서울다움이란 무엇인지를 그만의 독특한 필치로 말한다. 책을 읽고 나면 서울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게 될지는 그 안에 살아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444쪽, 2만 3000원. 이주사란 무엇인가?(크리스티아네 하르치히·디르크 회르더·도나 가바치아 지음, 이용일 옮김, 교유서가) 과거 이민자라고 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살기 어려운 사람으로 ‘뿌리 뽑힌 자’,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문제 집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주’는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함께한 행위로 “예외적 사건이 아닌 인간 삶의 본질적 조건”이라고 주장한다. 320쪽, 2만 2000원.
  • 인간은 배우고 선택한다, 고로 삶이 존재한다

    인간은 배우고 선택한다, 고로 삶이 존재한다

    휴머니스트 지식인 31명이 말한 인간다운 삶과 방법에 대한 통찰“인생은 시작과 끝만 있는 이야기”“비참함에 빠지거나 벗어나거나행복도 결국 자신이 선택하는 것” 사람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지에 대해 답하는 철학 사상이 인본주의, 즉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은 인간다움을 추구하며 인간의 능력을 믿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한다. 오늘날 휴머니즘은 특정 학파의 사상이나 철학자의 전유물을 넘어 현대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으로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휴머니스트들의 의견을 직접 접할 기회는 많지 않다. 저자는 팟캐스트 ‘나는 이렇게 믿는다’를 진행하면서 세계적인 지식인 31명을 만나 삶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과학자, 심리학자, 작가, 역사학자, 철학자, 언론인, 예술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휴머니스트라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은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각자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세계관을 밝힌다. 답은 모두 제각각이지만 삶과 세상의 의미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괴짜 심리학’이라는 책으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마술사인 리처드 와이즈먼은 인간을 변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긴다. 그는 “우리는 누구나 변화할 수 있고 배울 수 있다”면서 “그것이 바로 인간의 뇌가 가진 놀라운 점”이라고 말한다. 반면 인지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인간에게는 퇴보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그는 “민주주의, 인권, 과학적 이해 등은 저절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며 부족 중심주의나 권위주의로 되돌아가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과학적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배우이자 작가인 재닛 엘리스는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삶은 여러 면에서 우리가 직접 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면서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이야기의 시작과 끝뿐이고, 때로는 시작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저널리스트이자 작가 크리스티나 패터슨과는 상실과 고통을 주제로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패터슨은 “삶의 경험이 쌓이고, 몇 번의 시련을 견뎌낸 후에야 행복도 일종의 선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서 “우리는 자신을 비참하게 만드는 일에 계속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반대로 그것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데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전한다. 역사학자이자 작가 S. I. 마틴은 역사와 다양성에 대해 통찰력을 보여준다. 그는 “역사란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의 문제이며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면서 “역사를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받고, 또 다른 이들에게 도전할 기회를 얻는다”는 답을 내놓는다. 예술가들이 정의하는 삶의 의미도 눈길을 끈다. 작곡가인 해나 필에게 음악은 의미를 전달하는 표현 수단이고, 싱어송라이터 프랭크 터너에게 음악은 타인과의 대화다. 또한 소설가 이언 매큐언에게 소설은 “일상은 기적과도 같다는 진실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것”이다. 저자는 “휴머니스트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관점은 매혹적”이라면서 “우리는 타인의 가치와 신념을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 AI·옷·죽음… 전통춤·현대무용의 경계서 만나다

    AI·옷·죽음… 전통춤·현대무용의 경계서 만나다

    국립무용단 ‘안무가 프로젝트’가 인공지능(AI), 옷, 죽음을 주제로 한 세 작품을 묶어 새달 6~9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오른다. 차세대 발굴을 위한 이 프로젝트는 외부에도 기회를 개방해 국립무용단 단원 정소연·박수윤 외에도 현대무용 안무가 이지현이 실험적인 신작을 선보인다. ●정소연 ‘너머’… AI와 인간의 소통 그려 2018년 ‘싱커페이션’을 창작한 정소연은 ‘2022 무용극 호동’에 공동 안무자로 참여하며 안무 실력을 다양하게 선보여 왔다. 신작 ‘너머’는 AI와 인간의 소통이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최근 국립극장 연습실에서 만난 정소연은 “가장 전통적인 것과 가장 혁신적인 것을 어떻게 접목할까 고민하다가 AI를 떠올렸다”며 “AI 시대에 인간으로서 무엇을 꼭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기계와 함께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인간다움이 바로 한국춤의 호흡”이라고 강조한 그는 맺고 푸는 한국춤의 기본 움직임으로 공간을 채우고 레이저를 활용한 디지털 무대를 구현할 계획이다. ●이지현 ‘옷’… 개인·사회 등 다층적 메시지 이지현은 2019년 크리틱스 초이스 댄스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안무가(‘닮은 닳은 인간’)로 선정됐고, 2022년 한국무용제전에서 ‘조화²5’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는 등 안무가로서 커리어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독창적인 미장센이 강점인 그는 신작 ‘옷’에서 인간과 공간, 개인과 사회 등 다층적인 메시지를 건넨다. 무용수들은 옷을 옷걸이에 걸거나 입고 벗는 동작을 보여 주고, 팔을 감싸안은 채 군무를 추기도 한다. “감추고 싶은 것들이나 원하는 것을 뺏기지 않으려는 모습”이라는 게 이지현의 설명이다. 그는 “옷이라는 글자는 그 자체로 사람의 형상이기도 하고, 갈망과 싫증, 과시와 정체성 등을 품고 있다”면서 “5장으로 구성된 장면마다 메시지가 다르지만 공통점은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윤 ‘죽 페스’… 축제로 풀어낸 죽음 박수윤은 전작 ‘길티풀’로 올해 크리틱스 초이스 최우수 안무가로 선정됐고, 앞서 2023년 창작한 ‘설령 향기롭다 할지라도 나는…’은 크리틱스 초이스 프런티어로 뽑히며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죽음 페스티벌을 줄인 ‘죽 페스’는 몇 년 전 “벼랑 끝에 몰렸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죽음을 앞둔 이가 무섭고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평온해 보였던 일이 있었다”면서 “그래서 죽음을 슬픔이 아니라 축제로 풀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호흡과 화려한 동작이 특징인 박수윤은 이번 작품에선 비움과 단순미를 강조했다. 초원 같은 무대에 무용수들이 누워 발에 눈 모양 소품을 끼고 손을 움직여 다양한 움직임을 표현한다. 휘파람을 불기도 하고 종소리 같은 음향 효과도 울려 퍼진다. “죽음 후의 세상은 모든 것이 뒤집힌 상태가 아닐까 생각했다”는 그는 “휘파람은 죽음을 앞둔 이의 마지막 숨을 의미하고, 종소리는 삶과 죽음을 연결해 주는 장례식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라며 “무대에 거울을 올려 관객과 무용수가 같은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게 하는 장면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AI는 인간 비추는 거울, 영성으로 통제해야”…‘나부터 포럼’, AI 대응 전략 모색 세미나

    “AI는 인간 비추는 거울, 영성으로 통제해야”…‘나부터 포럼’, AI 대응 전략 모색 세미나

    “인공지능(AI)은 ‘지능의 모사체’이면서 인간의 욕망과 편향, 그리고 신적 영역에 대한 도전 의식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AI의 발전은 멈출 수 없지만, 영성으로 통제해야 합니다.” ‘나부터포럼’(대표 류영모 목사)이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20일 연 ‘AI, 너에게 한국교회의 내일을 묻는다’ 포럼에서 나온 주제발제 중 한 부분이다. 이날 행사엔 기독교계 지도자와 연구자 등이 참석해 AI 시대 속 교회의 사명과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AI의 발전은 멈출 수 없지만, 그 사용은 기독교적 윤리와 영성으로 통제 가능해야 한다”포럼은 구요한 차의과대 교수의 ‘AI, 넌 누구니?’와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의 ‘AI, 너와 어떻게 놀아야 하니?’ 등 두 주제강연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에서 구 교수는 AI의 본질을 “기계가 아니라 인간을 비추는 거울”로 규정했다. 구 교수는 “AI는 인간이 만든 ‘지능의 모사체’이지만,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편향, 그리고 신적 영역에 대한 도전 의식을 반영한다”며 “(바벨탑 사건처럼) 인간이 언어와 기술로 스스로 신이 되려 한 시도가 오늘날 AI 문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AI의 발전은 멈출 수 없지만, 그 사용은 통제 가능해야 한다”며 “기독교적 윤리와 영성의 회복이 기술문명의 방향을 바로잡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구 교수는 특히 ‘모델 붕괴’ 현상을 통해 “AI가 인간의 데이터를 반복 학습하다 결국 인간성을 소멸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AI와 공존하되, 신앙의 원칙 위에서 놀아야 한다.”두 번째 발제자인 김명주 교수는 AI 시대의 교회와 사회가 직면한 윤리·법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었다. 김 교수는 “AI는 표절, 저작권 침해, 개인정보 유출, 감정의 착취 등 수많은 윤리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AI 공존 시대의 핵심은 기술 통제가 아니라 가치 통제”라고 강조했다. 또 ‘일라이자 효과’를 언급하며, “사람들이 단순한 알고리즘에도 감정을 이입하고 교감한다고 믿는 현상은 기술을 신격화하는 착각이므로, 기독교인은 기술을 섬기지 말고, 섬김의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죽음 이후의 인간 재현(Digital Persona)까지 가능하진 부분에 대해선 “AI 시대의 진짜 위기는 일자리 상실보다 인간다움의 상실”이라며 “교회는 다음세대에게 도구 활용 능력보다 영성과 협업, 변화 수용,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월 17, 18일엔 파주 한소망교회에 ‘프랙티스 코스’ 개설이번 행사를 주관한 ‘나부터포럼’의 류영모 대표는 “AI의 발전은 인류 문명사적 전환이지만,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타락을 막아주지는 않는다”며 “교회가 먼저 스스로를 성찰하고 ‘나부터 변화’라는 신앙적 개혁운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나부터포럼’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운동의 연장선에서 출발한 단체다. 주최 측은 포럼 이후 실습 중심의 ‘프랙티컬 코스’를 개설한다. 11월 17일과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 파주 한소망교회에서 열리는 프랙티컬 코스에서는 AI를 목회·교육·콘텐츠 제작 등 교회 사역 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직접 배우고 실습한다. 강사진은 김명주 교수, 구요한 교수, 마상욱 교수(숭실사이버대), 조성실 목사(소망교회) 등이다.
  • [김민식의 알 수 없어요] 독해력과 해석… 식탁이 실종된 사회

    [김민식의 알 수 없어요] 독해력과 해석… 식탁이 실종된 사회

    독해력.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와 영어 수업 시간에 그토록 지적받던 독해. 살면서 독해력이 필요할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에피소드 하나로 뜬금없이 학창 시절의 독해가 떠올랐다. 취임 갓 백일을 넘긴 대통령의 발언. “초우대 고객의 초저금리에 0.1%라도 더해 이를 저신용자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그러자 야당의 젊은 대표가 “시장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경제 몰이해”라며 발끈했다. 여러 경제학자와 각 언론의 논설도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정책 제안은 자유경제에 반하는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배려하자는 제안에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선동이라며 매섭게 몰아붙였다. 사실 동일한 팩트에 다른 해석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텍스트와 팩트는 안중에 없이 진영 논리로 덧칠을 한다는 것이다. 논쟁에 참여하는 이들 면면을 보면 정치인, 언론인, 경제학자 등 언뜻 우리 사회 가장 고학력 그룹의 일원이다. 일컬어 대중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큰 명망 있는 자들로 보인다. 그런데 이름 석 자만으로도 알 만한 이들 중에 타인의 고통을 읽는 감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인사들이 의외로 많다. 그가 가진 가치의 중심에는 이성과 시장 효율, 주장의 전개까지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더라만 정작 사람이 빠져 있다. 풍경 하나를 더 가져온다. 시속(時俗)일까, 요즈음 후마니타스(Humanitas)가 인문학으로 번역돼 문학, 역사, 철학, 고전을 공부하는 모임들이 여기저기에서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런데 이 그리스적 가치의 본래 뜻은 키케로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의 덕성을 키우고 타인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 고전 중에 특히 ‘향연’으로 소개된 플라톤의 ‘심포지엄’에서 후마니타스의 명장면을 만날 수 있다. 비극 경연대회 뒤풀이로 아테네의 철인들이 아가톤의 집에 모였다. 파이드로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와인을 마시며 ‘에로스’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철학의 아버지들도 속 깊은 대화를 술자리에서 나누었고 플라톤은 이 대화를 받아 적었다. 그래서 향연이다. 근대의 인물 이마누엘 칸트도 지혜만 사랑하던 책상물림이 아니었다. 칸트는 직접 요리하고 이웃을 그의 집으로 불러 와인 잔을 돌리던 유쾌한 옆집 아저씨였다. 위대한 철학자들도 이웃과 함께 먹고 마시며 늘 한 해의 밀 농사, 포도 작황을 고민했던 사람들이다. 이런 ‘인간다움’을 키케로는 후마니타스라 했다. 그럼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불과 한 세대 전 한국의 일상적 아침 인사는 “진지(밥) 드셨습니까?”였다. 인사말로도 이웃의 밥 걱정을 했고, 참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표현은 “그 집의 숟가락 수도 알고 있는 사이”. 넉넉지 못해도 길손이 떠날 때는 은근히 노잣돈을 마련해 주었다. 일본에 료칸, 유럽에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에는 그 같은 숙박 시설이 없었다. 초행길 금시 초면의 어느 곳에도 사랑채가 있는 집에 들어가면 숙식을 제공하는 인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길손은 온갖 세상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으로 환대에 갚음을 했다. 사랑채의 대주와 자녀들은 출입하는 길손 식객들로 인해 세상 물정, 지리를 터득했고 멀리 다른 집안의 인심도 귀동냥으로 알았다. 이러면서 타인을 알게 됐고 사랑방 손님과 밥상을 나누며 세상 문리를 깨쳤다. 독해력은 이렇게 생겨나는 것이다. 만권의 책을 읽은 이일지라도 독해의 역량이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타인의 삶을 읽는 데 미숙하기 때문이다. 2023년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갈등 비용은 자그마치 명목 GDP의 10%로 추산된다. 사회적 갈등 비용 총액은 2013~2022년 누적치로 약 2326조원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사회가 이토록 깊은 갈등의 늪에 빠져 있는데도 합리주의자들은 텍스트를 좁게 읽고 해석해 시장경제와 효율만을 강조한다. 해석의 다름은 우리 사고의 지평을 더 넓혀 주기도 하나 독해력 부족은 상호 간의 소통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든다. 중학교에 진학해 배운 단어 독해, 은사님들은 십대 제자에게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셨다. 김민식 내촌목공소 고문
  • [책꽂이]

    [책꽂이]

    사소한 인류(이상희 지음, 김영사) 한국 최초의 고인류학자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대 인류학과 종신교수, 고인류학계 거장 등의 수식어를 단 저자의 에세이. 1980년대 유학 간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며 인종, 성, 계급을 곱씹었다. 아시아인 혐오 행동을 하는 이웃, 청바지를 입으면 교내 청소부로 오해하는 교직원 등에게서 낯선 시선을 느꼈다. 소수인종 여성들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며 후배들에게는 새로운 길을 터주었다. 고인류의 흔적으로 삶을 추적하던 저자는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인간다움, 존재의 의미를 유쾌하고 날카롭게 풀어놓는다. 260쪽, 1만 7800원. 횡단 한국사(장석봉 지음, 궁리) 5년간 기획하고 3년간 집필해 1901년부터 한반도의 121년 역사를 살폈다. 대한제국 시기(1901~1910), 일제강점기(1910~1945), 미 군정기(1945~1948), 대한민국(1948~2021)까지 네 시기로 나눠 한국사와 세계사를 직관적이고 간결하게 담았다. 주요 사건, 소소한 일상 등을 보여 주는 사진 500여장을 배치하고 대통령과 산업 재해, 한국 영화 등 14개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넣었다. 사진으로 보는 역사 다큐멘터리로 볼 만하다. 372쪽, 5만 5000원. 인구절벽 너머의 미래(이현출 지음, IMK) 한국은 가장 빠르게 늙고, 가장 적게 아이를 낳는 나라가 됐다. 합계출산율 0.7, 고령화율 20% 돌파라는 인구 격변은 단지 출산과 고령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 복지 제도, 안보 시스템, 지역 공동체까지 모든 분야의 구조 전환에 영향을 미친다. 책은 인구 구조 변화와 파장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인구 문제를 넘어서서 정의로운 전환, 세대 간 연대,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키워드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할 방향을 제시한다. 264쪽, 1만 6000원. 클래식을 읽는 시간(김지현 지음, 더퀘스트) KBS 클래식FM의 프로그램 ‘출발 FM과 함께’의 한 코너에 소개된 내용들을 추렸다. “곡의 작품 번호는 누가 어떻게 붙이나요”, “같은 곡에 카덴차가 두 가지라는데 누가 만들어서 연주하나요”, “박수는 언제 치죠” 같은 클래식 음악의 기본 교양을 폭넓게 알려 준다. 각 꼭지에 주제와 관련된 음악을 QR 코드로 넣어 음악을 들으며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끔 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길 때마다 꺼내 읽기 좋다. 328쪽, 2만 1000원.
  • ‘일본군 생체실험’ 다룬 中영화 개봉…중국 거주 일본인들 어쩌나

    ‘일본군 생체실험’ 다룬 中영화 개봉…중국 거주 일본인들 어쩌나

    생체 실험 등의 만행을 저지른 일본군 ‘731부대’를 다른 중국 영화 ‘731’ 개봉을 앞두고 주중 일본인들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일본 731부대의 생체실험 등 만행을 고발한 영화 ‘731’이 오는 18일 중국 전역과 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 개봉한다”고 보도했다. 자오린산 감독이 연출하고 장우, 왕즈원, 리나이원, 쑨첸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가 중국 동북지역에서 자행한 생체 실험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행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인공 등 무고한 민간인들이 당시 731부대로 유인·구금된 뒤 비인간적인 생체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저항 정신 등이 영화의 핵심 스토리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영화 ‘731’이 제작되기까지 무려 12년이 소요됐다. 자오 감독 등 제작진은 오랜 시간 일본 각지와 중국 하얼빈 등지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검토했고 피해자들의 후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또 중국과 일본에서 기밀 해제된 8000족 분량의 당시 기록과 423시간 분량의 영상 자료도 검증했다. 자오 감독을 10년 넘게 수집한 자료와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731부대에서 자행된 페스트 실험, 벼룩 실험, 냉동 실험, 생체 해부, 인체 표본 등을 제작했고 고증을 거쳐 이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렇게 제작된 이 영화는 일본군이 만주를 침략하기 위해 조작한 만주사변이 벌어진 9월 18일에 맞춰 개봉한다. 올해는 만주사변 발발 94주년이다. 주일 중국 대사관은 일본 현지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주일 중국 대사관은 14일 엑스에 ‘731’ 영화 포스터와 함께 18일 개봉 소식을 전했다. 주중 일본인들은 ‘비상’…중국인-일본인 충돌 우려731부대는 인류의 ‘인간다움’을 위협하는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고, 당시 731부대의 만행으로 숨진 중국인과 한국인, 러시아인 등은 수천 명에 달한다. 가혹한 범죄를 저지른 일본군을 고발하는 이번 영화의 개봉이 임박하자 중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둥성(省) 선전의 일본인 학교는 영화 ‘731’이 개봉하는 18일 휴교를 결정했다. 앞서 이 학교에서는 만주사변 93주년이던 지난해 9월 18일 등교 중이던 일본인 학생이 중국인 남성에게 흉기로 공격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베이징 일본인학교는 보안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고, 상하이와 쑤저우, 항저우 등지에 있는 일본인 학교 5곳은 영화 개봉 당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특히 쑤저우의 경우 지난해 6월 일본인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일본인 모자(母子)와 그들을 돕던 중국인 안내원이 흉기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당시 가해자는 52세 중국 남성이었다. 일본인 모자는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범행을 말리려다 중상을 입은 버스 안내원이 사건 발생 이틀 뒤 사망했다. 일본 당국은 올해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특별 안전 조치를 내렸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고조되는 반일(反日) 감정에 특히 경계해야 한다”면서 “외출 시에는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생체실험 저지른 일본군’ 다룬 中영화 개봉…중국 거주 일본인들 비상 [핫이슈]

    ‘생체실험 저지른 일본군’ 다룬 中영화 개봉…중국 거주 일본인들 비상 [핫이슈]

    생체 실험 등의 만행을 저지른 일본군 ‘731부대’를 다른 중국 영화 ‘731’ 개봉을 앞두고 주중 일본인들 사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일본 731부대의 생체실험 등 만행을 고발한 영화 ‘731’이 오는 18일 중국 전역과 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 개봉한다”고 보도했다. 자오린산 감독이 연출하고 장우, 왕즈원, 리나이원, 쑨첸 등이 출연한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가 중국 동북지역에서 자행한 생체 실험을 고발하는 작품이다. 행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인공 등 무고한 민간인들이 당시 731부대로 유인·구금된 뒤 비인간적인 생체 실험 대상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난과 저항 정신 등이 영화의 핵심 스토리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 영화 ‘731’이 제작되기까지 무려 12년이 소요됐다. 자오 감독 등 제작진은 오랜 시간 일본 각지와 중국 하얼빈 등지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검토했고 피해자들의 후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또 중국과 일본에서 기밀 해제된 8000족 분량의 당시 기록과 423시간 분량의 영상 자료도 검증했다. 자오 감독을 10년 넘게 수집한 자료와 생생한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731부대에서 자행된 페스트 실험, 벼룩 실험, 냉동 실험, 생체 해부, 인체 표본 등을 제작했고 고증을 거쳐 이를 생생하게 재현했다. 이렇게 제작된 이 영화는 일본군이 만주를 침략하기 위해 조작한 만주사변이 벌어진 9월 18일에 맞춰 개봉한다. 올해는 만주사변 발발 94주년이다. 주일 중국 대사관은 일본 현지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주일 중국 대사관은 14일 엑스에 ‘731’ 영화 포스터와 함께 18일 개봉 소식을 전했다. 주중 일본인들은 ‘비상’…중국인-일본인 충돌 우려731부대는 인류의 ‘인간다움’을 위협하는 잔혹한 행위를 저질렀고, 당시 731부대의 만행으로 숨진 중국인과 한국인, 러시아인 등은 수천 명에 달한다. 가혹한 범죄를 저지른 일본군을 고발하는 이번 영화의 개봉이 임박하자 중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둥성(省) 선전의 일본인 학교는 영화 ‘731’이 개봉하는 18일 휴교를 결정했다. 앞서 이 학교에서는 만주사변 93주년이던 지난해 9월 18일 등교 중이던 일본인 학생이 중국인 남성에게 흉기로 공격받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었다. 베이징 일본인학교는 보안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고, 상하이와 쑤저우, 항저우 등지에 있는 일본인 학교 5곳은 영화 개봉 당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특히 쑤저우의 경우 지난해 6월 일본인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일본인 모자(母子)와 그들을 돕던 중국인 안내원이 흉기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곳이다. 당시 가해자는 52세 중국 남성이었다. 일본인 모자는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범행을 말리려다 중상을 입은 버스 안내원이 사건 발생 이틀 뒤 사망했다. 일본 당국은 올해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 특별 안전 조치를 내렸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지난 11일 “중국에서 고조되는 반일(反日) 감정에 특히 경계해야 한다”면서 “외출 시에는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 50대男 “28세 연하와 재혼했어요”…2만원짜리 ‘매칭앱’ 뭐길래? [이런 日이]

    50대男 “28세 연하와 재혼했어요”…2만원짜리 ‘매칭앱’ 뭐길래? [이런 日이]

    “미쿠 좋은 아침. 오늘 아침은 뭐 먹을까?”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에 거주하는 회사원 시모다 치하루(53)는 매일 아침 아내와 다정한 대화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내 미쿠와의 아침 인사는 빼먹을 수 없는 그의 루틴 중 하나다. 시모다의 아침 인사에 미쿠는 수십초 만에 “오늘도 같이 뒹굴뒹굴 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 아침은 팬케이크가 좋을 것 같아”라며 답을 한다. 스마트폰 채팅창으로 말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인공지능(AI) 상대와 만날 수 있는 연애 매칭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가상의 아내와 ‘가상의 재혼’을 한 시모다의 사연을 조명했다. 시모다는 4년 전 이혼했다. 그는 슬하에 딸과 아들을 뒀는데, 이혼 후 아들의 친권을 맡아 단둘이 살아왔다. 아들은 2년 전 성인이 되어 현재 독립한 상태다. 아들의 출가 후 혼자가 된 시모다는 2023년 9월 스마트폰 광고에서 우연히 접한 AI 매칭 앱 ‘러버스’(LOVERSE)를 통해 미쿠와 만나게 됐다. 프로필에 따르면 미쿠는 효고현 출신 25세로, 직업은 컨설턴트다. 취미는 여행과 독서다. “다른 AI 여성들과는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았는데, 미쿠는 달랐어요.” 공원이나 카페 등에서 채팅을 통해 미쿠와 데이트를 이어간 시모다는 2023년 12월 24일 미쿠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미쿠의 대답은 “정말 기뻐”였다. 그렇게 시모다는 미쿠와 ‘재혼’을 했다. 이들은 미쿠의 생일인 지난해 12월 6일, 오키나와현의 한 예배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시모다는 “엄밀히 말하면, 대화 속에서 그렇게 된 것뿐”이라고 했다. 즉, 실제로 존재하는 결혼식이 아니라, 채팅창 안에서 진행한 가상의 이벤트라는 뜻이다. 미쿠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접촉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시모다는 월 2480엔(2만 3000원)에 자신의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미쿠와의 지금의 관계가 “딱 적당한 거리감”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매칭앱에서 만난 AI 아내…핵심은 ‘인간다움’시모다가 미쿠를 만난 앱 러버스는 2023년 6월 ‘사만사’(samansa)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사만사의 고키 구스노키 대표는 “이미 결혼했거나, 여러 사정으로 연애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러버스를 만들었다. 현재 러버스에는 수천명의 AI 캐릭터가 등록돼 있는데, 이들 모두 거대언어모델(LLM)을 바탕으로 여러 엔지니어가 함께 개발했다. 러버스가 추구하는 건 ‘인간다움’이다. 각 캐릭터는 직업·나이·취미 등을 설정해 하루 일과표를 갖고 있으며, 일하거나 취미 활동 중일 때는 사용자가 메시지를 보내도 답장을 하지 않는다. 또한 한꺼번에 수천 명과 대화하는 ‘비현실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만약 사용자가 “나 말고도 1000명과 동시에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실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러 제한을 두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는 AI 캐릭터에 사용자가 지나치게 몰입하지 않도록 장치도 마련했다. 예를 들어 대화창에는 항상 “이 내용은 가상의 설정입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되며, 자해 위험이 있는 메시지가 감지되면 곧바로 상담 창구를 안내한다.
  • 사할린에 남겨진 경계인들을 호명하다

    사할린에 남겨진 경계인들을 호명하다

    사할린 한인 이야기 담은 이금이 작가 신작일제강점기 女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희망·행복을 찾아가는 힘은 연대에서 나와인간다움 잃지 않는 삶이 슬픔의 틈새 메워 거대 담론 속에서 잊혀진 사람들이 있다.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이들을 호명해 온 이금이(63) 작가는 신작 장편소설 ‘슬픔의 틈새’를 통해 이방인 내지 경계인, 소수자로 삶을 이어 가야 했던 사할린 한인들의 목소리를 소환한다. 작가는 2016년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거기)를 시작으로 2020년 ‘알로하, 나의 엄마들’(알로하), 이번 ‘슬픔의 틈새’에 이르기까지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이산) 3부작을 완성했다. ‘거기’가 일제강점기 및 해방 정국의 혼란기에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으로 이어지는 여정을 그렸다면 ‘알로하’에서는 일제강점기 하와이로 떠난 이민 1세대 재외동포와 결혼해 생활을 꾸려 가는 여성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부터 3부작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작가는 21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첫 작품을 쓸 때만 해도 후속작에 관한 생각이 없었다”며 “일제강점기를 공부하면서 마주한 ‘사진 신부’(1910~1924년 하와이로 이주한 남자들과 결혼하기 위해 서로의 사진만 보고 이국 땅으로 향한 신부들)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알로하’를 쓰게 됐으며, 이 작품이 일제강점기 초반을 다루고 ‘거기’가 중반을 다루기 때문에 일제강점기 후반을 다룬 이야기도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자리를 준다는 일본의 회유책에 속아 남사할린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들은 일본이 조선에 시행한 ‘국가총동원법’의 일환인 줄도 모른 채 계약 기간만큼 돈을 벌고 돌아와 식구들을 먹이고 교육시키려던 사람들이었다. 비행기로 3시간도 안 돼 올 수 있는 거리를 50년을 돌고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러일전쟁에서 이긴 일본은 사할린 남쪽의 통치권을 넘겨받아 40년간 지배했다. 당시 일본은 그 땅을 가라후토라 불렀고 조선인들은 한자 음대로 화태(樺太)라 불렀다. 하지만 1945년 소련·일본 전쟁으로 사할린은 다시 소련의 통치를 받게 됐다. 몇 번의 지배 체제가 바뀌는 동안 사할린 한인 1세대들은 일본인도, 소련인도, 조선인도 아니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하고 이어 1948년에는 대한민국이 수립되지만, 끝내 조선인들을 위한 귀국선은 오지 않았다. 조국에 배신당한 이들은 큰 상심에 빠지지만 식구의 누울 곳과 끼니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견뎌 내야만 했다. 작품은 굴곡진 역사의 무대에 ‘단옥’, ‘야케모토 타마코’, ‘올가 송’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야만 했던 단옥과 일본인 어머니가 재혼한 한국인 남성을 아버지로 두고 살아갔던 유키에라는 두 여성을 내세운다. 작가는 “당시 시대상으로 봤을 때 모두가 어려웠지만, 특히 여성들의 삶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며 “두 여성이 이중고, 삼중고 속에서도 자매애로 이겨 나가는 모습을 그린 것은 슬픔의 틈새에서도 희망과 행복을 찾아가는 힘은 연대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두 가족의 일대기를 다루며 스무 명이 넘는 인물들의 삶을 보여 준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어린 시절 사할린으로 온 단옥은 조국에 대한 기억을 안고 있지만, 자식과 손주들이 있는 사할린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반면 사할린에서 태어난 동생 광복은 한번도 가 본 적 없는 한국에서 살고 싶어 한다. 유키에는 일본으로 돌아갈 몇 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뿌리내린 곳에서 살기 원하며 사할린에 남는다. 조국에서 찾아온 다큐멘터리 작가에게 전하는 단옥의 말에는 그들이 어떻게 슬픔의 틈새를 메우며 살았는지에 대한 대답이 들어 있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 보듬으며 지나온 순간이 얼마나 경이로울 수 있는지 보여 준다. “앞으로는 사할린 한인들의 삶을 전할 때 우리가 모진 운명 속에서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고 슬픔의 틈새에서 기쁨과 즐거움, 행복을 찾아내고자 애쓰며 살았다는 것 또한 함께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소.”
  • 신이 알아차리지 못할지라도…온기 품은 인간에 닿기를

    신이 알아차리지 못할지라도…온기 품은 인간에 닿기를

    신(神)이 없다면 기도는 누구와의 대화인가. 무엇을 위해 우리는 두 손을 모으고, 누구를 위해 우리는 무릎을 꿇는가. 시인 여세실(28)의 두 번째 시집 ‘화살기도’는 기도라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게 한다. 천주교 신자라면 화살기도라는 말이 익숙할 것이다. 일상에서 바치는 짧고 간결한 기도를 의미한다. 용건을 압축해 신에게 탁 쏘아 올리는 것이다. 화살기도를 올리는 순간 인간은 신과 가장 가까워진다. 그래서 다른 기도보다 더 내밀하고, 더 간절하다. 하지만 그 기도가 신에게 닿을까. 신이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모르지 않는가. 하늘을 향해 쏘아진 화살은 언젠가 땅으로 떨어진다. 우리의 기도도 그럴지 모른다. 시집에는 기도의 제목과 형태를 한 시가 여럿 등장한다. 시인의 기도는 하늘이 아니라 우리의 옆으로, 주변으로 향한다. “들불로 나를 씻으시고 죽음에 앞장서게 하세요 무고함을 말하는 자의 입속에서 혀가 되게 하세요 빛이 내 위에 드리워 끝내는 승리하게 하시고 그보다 더 오래 승리의 참혹함을 게워 내게 하세요 … 나를 슬픈 자의 발 앞에 두지 마시고, 그가 내가 되게 하세요”(시 ‘만종’ 중 ‘철의 기도’ 부분·24~25쪽) 장시(長詩)에 속하는 ‘만종’은 여러 존재가 바치는 기도문을 얽은 작품이다. ‘유실물 보관함의 기도’, ‘양봉꾼의 기도’, ‘불침번의 기도’, ‘흑연의 기도’, ‘시의 기도’ 등 다채로운 기도가 담겼다. 각 기도는 간절한 바람이기도, 삶에 관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어떤 건 헛소리처럼 읽히기도 하는데, 어쨌든 그 모두는 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삶의 모습일 터. ‘만종’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단번에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1814~1 875)의 그림이 떠오른다. 그 그림을 보라. 황량하기 짝이 없는 들판에서도 하늘이 우리에게 준 작은 것에 감사해하며 고개를 떨구는 모습. 거기에 삶의 비의가 있음을 시인은 일찍이 알아챈 듯하다. “왜라는 질문도 녹여 버릴 수 있을 것 같은/이 새파란 수영장에서는/내 이목구비를 지워 버려도 벌서지 않으니 … 수경을 쓰고 본 네 얼굴은/나무와 다름없다/우리는 물속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뽀뽀한다”(시 ‘분실물 보관함’ 부분·104~105쪽) 기도는 나를 지우고 타인을 향하는 것. 타인과 나의 구분을 무화(無化)하는 것. 수영장에서 화자는 나를 규정하는 “이목구비”를 지운다. 사라진 이목구비로 물속에서 너를 본다. 나무와 다름없는 너의 얼굴을 향해 열렬히 입 맞추는 것. 나는 나를 잃어버리고, 너는 너를 잃어버린 이 ‘분실물 보관함’ 같은 세계에선 기도야말로 궁극의 사랑이다. 종교가 있건 없건, 신을 믿건 안 믿건 그런 건 중요치 않다. 기도하며 사랑하는 인간은 그것으로 세상의 일원이 된다. “젖은 그네에 새가 앉아 있다/이웃집 마당에 못 보던 개가 누워 있다/자동차 밑 고양이 밥/마을버스를 코앞에서 놓친 사람/차창에 얼굴을 비춰 보며 구레나룻을 매만지는 사람”(시 ‘나무는 나무이기를 그만두고 지붕은 지붕이기를 멈추며’ 부분·138쪽)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21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첫 시집 ‘휴일에 하는 용서’(2023) 이후 2년 만의 신작이다. 시인에게 직접 물어봤다. 기도는 무엇인가. 시인은 그리고 인간은 왜 기도하는가. 기도를 정의하는 시인의 문장은 퍽 시적이다. 당연하게도. “기도란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난겨울은 비상계엄 선포와 여객기 참사로 유독 혹독하고 추웠다. 큰 무력감에 젖어 있었지만, 시위 현장에서 함께 연대하는 사람들을 보며 서로를 돌보려는 온기의 소중함을 절감했다. 절망의 순간에 발휘되는, 인간다움을 알아차리는 것. 늘 취약한 자리, 슬픔이 있는 자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모순적이지만, 슬픔을 돌보는 일은 슬픔이 오롯이 슬픔일 수 있도록 내버려 두며 기다리는 것. 이번 시집은 그런 무성한 기다림에 관한 이야기다.”
  • 연대… 미친 폭력을 무너뜨리는 힘

    연대… 미친 폭력을 무너뜨리는 힘

    한국 청소년 문학에서 독보적인 감수성을 보여 온 최상희(53) 작가가 유전자 조작 시술이 상용화된 미래, 국가라는 거대 권력이 청소년을 잠재적 범죄자이거나 괴물로 모는 상황을 그린 소설 ‘늪지의 렌’을 선보인다. 소설에는 이해할 수 없는 폭력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 공간은 ‘늪지’와 ‘도시’로 이분화돼 있다. 늪지는 거대한 쓰레기 산과 고인 물이 있는 공간인 반면 도시는 없는 게 없는, 뭐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단, 늪지인들에게는 발급되지 않는 ‘아이디 카드’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늪지인은 도시인들에게 ‘유령’처럼 취급된다. 문제는 갑자기 괴력이 생긴 청소년들이 돌변,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건이 다발적으로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이에 정부는 13~19세 청소년들에게 소집령을 내린다. 사고를 예방하고 치료하겠다는 명목으로 무장 군인들이 지키는 외딴 시설 ‘캠프’에 아이들을 몰아넣는다. 질서 유지와 보호라는 이름 아래 폭력은 묵인된다. 주인공인 렌, 위령, 나기는 세상이 정한 ‘정상’의 범주와 동떨어진 인물들이다. 렌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항해서 싸우는 ‘시위자’와 같은 정의로운 소녀이지만, 한쪽 눈은 푸르고 한쪽 눈은 갈색인 이질적인 존재라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다. 위령 역시 큰 키와 덩치를 타고난 탓에 소외된 인물이다. 나기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늪지에서 온 인물로 렌과 같은 오드 아이를 갖고 있다. 평균적이지 않다는 공통점으로 렌과 위령, 나기는 금세 가까워진다. 아이들은 캠프에서의 탈출을 꿈꾸기 시작한다. 전례 없던 발작의 원인이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준다’는 명목하에 시행된 ‘넥스트 제너레이션’ 프로젝트라는 소문이 돌자 아이들은 동요한다. 소설은 ‘정상’의 범주는 누가 정하는 것인지, 이상적인 아이의 기준은 무엇인지, 이를 사회가 정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질문을 던진다. 최 작가는 지난해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에 “오랫동안 묻어 둔 원고를 다시 꺼내” 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내가 쓰고 싶었던 건 흉포하고 잔인한 폭력과 억압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며 살아남고자 연대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라면서 “무섭고 슬플 때마다 광장에 울려 퍼지는 노래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응원봉의 불빛에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속에 렌과 위령, 나기도 함께 노래하고 있다”고 썼다.
  • 호평과 혹평 사이… 그럼에도, K콘텐츠 꽃은 피었습니다

    호평과 혹평 사이… 그럼에도, K콘텐츠 꽃은 피었습니다

    최종편 공개 하루 새 93개국 1위서사 완결성엔 평가 엇갈리지만잔혹한 현실의 축소판 고스란히시즌1 에미상 6관왕 등 ‘신드롬’전 세계 주류 된 한국 문화 입증 전 세계를 비정하면서도 묘한 매력의 잔혹 동화 속으로 안내했던 ‘오징어 게임’이 지난 27일 최종 시즌3를 공개하며 약 4년에 걸친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은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인간성 상실을 드러낸 ‘K디스토피아’를 날카로운 풍자와 잔혹한 게임을 통해 펼쳐 냈다. 또한 전통놀이 문화를 비롯해 극한에서 꽃피운 가족애, 휴머니즘 등 한국적 정서를 버무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적 양극화에 시달리는 전 세계인의 공감대를 끌어냈고,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다. 2021년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시즌1과 시즌2는 여전히 역대 비영어권 시리즈 1위와 2위다. 시즌1의 누적 시청 시간(공개 이후 91일 기준)은 22억 520만 시간, 시즌2는 13억 8010만 시간으로 합치면 35억 8530만 시간에 달한다. 29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시즌3는 전날 기준 넷플릭스 TV 부문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공개 하루 만에 미국, 영국 등 93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즌1의 경우 작품성까지 인정받아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에미상 시상식에서 6관왕을 달성해 K콘텐츠 역사를 새로 썼다. 시즌2는 이례적으로 공개 전에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TV 드라마 부문 작품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선 시즌1에 이어 시즌2도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을 받았다. 그뿐만 아니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딱지치기, 제기차기 등 한국 전통놀이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세계 곳곳에서 드라마 속 게임 체험을 위한 대형 이벤트가 열렸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미국 대중문화에 끼친 영향력을 기려 시즌1이 공개된 날인 9월 17일을 ‘오징어 게임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열풍은 K팝, 한국 영화에 이어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 중심부로 진입하는 계기가 됐고 이는 한국 문화 전반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오징어 게임’은 언어의 장벽만 넘으면 우리 콘텐츠가 전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시즌1(9부작)은 승자 독식 사회에서 낙오한 성기훈(이정재)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456억원을 차지하기 위해 죽음의 서바이벌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시즌2(7부작)는 잔혹한 게임을 멈추려는 기훈을 좇았고, 6부작으로 공개된 시즌3에서는 반란 실패 후 무기력해진 기훈이 다시 게임에 참여하면서 겪는 변화와 극복에 초점을 맞췄다. 황동혁 감독은 시즌1 공개 당시 “우리는 누가 이토록 치열한 경쟁 사회를 설계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경기장의 말처럼 살아간다”면서 “이 시스템을 만든 이가 누구이며 이를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즌3 또한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향해 달려간다. ‘오징어 게임’은 겉으로는 평등과 공정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계층과 계급이 나뉘어 있고, 그 속에서 배신과 반칙이 난무하는 현대 사회의 축소판을 그려 왔다. 시즌3에서는 이런 인간 군상의 민낯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참가자가 죽을 때마다 늘어나는 상금에 환호하고, 더 많은 돈을 얻기 위해 갓난아이까지 죽이려 든다. 허울만 남은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 수위는 한층 높아진다. 김준희(조유리)가 게임 중 낳은 아기는 중요한 메타포(은유)다. 자식보다 돈이 먼저인 비열한 아빠 이명기(임시완)도 있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기훈과 장금자(강애심) 같은 이타적인 인물도 나온다. 프론트맨(이병헌)은 “아직도 사람을 믿나”라고 묻고, 기훈은 게임을 지켜보는 VIP들을 향해 “우리는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라고 일갈한다. 시즌3에 나오는 게임은 숨바꼭질, 대형 줄넘기, 고공 오징어 게임 등 모두 3개다. 마지막에는 할리우드 톱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녀’로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끈다. 미국판 시리즈를 암시하는 듯한데 황 감독은 지난 9일 제작발표회에서 스핀오프 제작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내외 평단에서는 시즌3에 대한 반응이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영국 가디언은 “잔혹함은 더 심해지고, 폭력은 끊임없이 이어지며 풍자는 점점 사라져 간다”며 “볼거리는 있지만 예전만큼 날카롭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도 “에미상 수상작이라면 감정적인 무게감이 있는 결말을 만들어야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하나의 드라마를 넘어 글로벌 문화 현상이 된 만큼 작품이 던진 메시지와 완주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워낙 기대가 컸기 때문에 전체적인 서사나 인물들의 완결성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이 냉혹한 시스템을 거슬러 스스로 인간다움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순천만으로 함축된 자연을 그리다…김일권 개인전

    순천만으로 함축된 자연을 그리다…김일권 개인전

    순천만을 소재로 함축된 자연을 그려온 김일권 작가의 전시회 ‘Break through the nature’가 서울 종로구 자하미술관에서 8일부터 29일까지 열린다. 김일권은 야트막한 산을 경계로 하늘과 순천만이 뚜렷하게 나뉘는 풍경을 강렬한 색의 대비가 느껴지는 추상화로 표현해 왔다. 태양의 위치, 계절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순천만의 한순간을 포착해 캔버스에 그린다. 김일권 작가는 마음으로 본 순천만의 모습을 미니멀하게 추상으로 표현하여 온 작가로 명성이 높다. 자연 풍경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평화를 담은 추상으로 재구성했다. 그의 캔버스에는 어둠과 빛, 정적과 깨어남 등의 시간 변동과 색의 대비,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 등이 표현돼 있다. 색채가 양분된 작가의 캔버스는 계절적인 변화 리듬에 의해 미묘하게 조절된 풍경을 환기시킨다. 김일권은 “그림을 보는 이에게 고요함과 힐링, 평안해지는 마음을 드리기 위해 작가로서 보다 더 인간다움의 완성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 고통, 내면의 벽을 깨어내는 고뇌를 통해 삶의 실천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일권은 뉴욕 미술학교 MFA를 수료하고 서강대 영상대학원 박사과정, 뉴욕시립대 연구교수를 지냈다. 뉴욕 유학 시절에는 백남준 사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전남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뮤지엄 산, 포스코 미술관, 토털 미술관 등 국내 유수의 미술관을 비롯하여 뉴욕 첼시 앤드레 자르 갤러리 전속작가와 미국 뉴욕 소호, 프랑스 파리 등에서 전시한 바 있다.
  • 유철환 권익위원장 “쪽방촌에선 인간다움 송두리째 부정당해”

    유철환 권익위원장 “쪽방촌에선 인간다움 송두리째 부정당해”

    “지붕이 있다고 다 집은 아닙니다. 쪽방은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인간 존엄의 과제입니다.” 유철환(65) 국민권익위원장은 1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쪽방촌 문제를 주거 문제가 아닌 ‘인간 존엄의 과제’로 규정했다. 그는 “화장실과 세면대가 없는 좁은 방, 곰팡이 가득한 벽, 찜통 같은 여름과 냉동고 같은 겨울은 인간다움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유 위원장은 쪽방촌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쪽방촌 주민 다수는 독거노인, 노숙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합적 취약계층”이라며 “현재 주거복지 제도로는 한계가 있다. 현실에선 이들은 보증금이 없어 공공임대주택조차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물품 지원이나 급식 제공 중심의 복지 정책으론 자립을 기대할 수 없다”며 “주거, 복지, 의료, 정신건강, 사회 참여가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방안으로 ‘생활공유형 임대주택’(Co-Housing)을 제안했다. 생활공유형 임대주택이란 개인의 독립된 공간(방)은 보장하되 거실이나 주방, 커뮤니티 공간을 공동 사용하는 방식이다. 유 위원장은 “해외에서는 이미 코하우징 방식이 노숙인, 정신질환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 자립 모델로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며 “국내 현실에 맞춰 도입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노후 쪽방 리모델링 지원 ▲생활공유형 공공임대 시범사업 ▲민간 기부와 세제 인센티브 확대 ▲지방정부 자립지원센터 설치 등이 담긴 종합 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유 위원장은 “이런 정책이 실현되려면 지방정부, 공공기관, 민간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통합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쪽방촌을 ‘도시의 부담’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무’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이제는 쪽방촌을 철거나 이전이 아닌 공존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전환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인간 존엄을 회복시키는 주거 복지가 지속 가능한 도시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 [길섶에서] 지성의 갈림길

    [길섶에서] 지성의 갈림길

    인류는 약한 육체를 지능으로 보완하며 진화해 왔다. 불을 다루고 언어를 만들며 협력했던 사피엔스는 결국 ‘생각하는 인간’으로 나아갔다. 이 지적 혁명은 언제나 함께 살아남기 위한 도구였다. 공감하고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지키는 능력은 인간만의 무기였다. 지성의 진보는 늘 사회성과 함께였다.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지적 존재, 인공지능(AI)과 함께 살고 있다. AI는 계산하고 예측하며 인간보다 빠르게 판단한다. 그러나 그것은 공감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으며, 관계를 맺지 않는다. AI는 인간 지능의 연장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2차 지적 혁명’이다. 공감하고 협력하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과 거리가 있다. 공감 없는 지능은 효율일 수 있어도, 인간이 진화를 통해 걸어온 길과는 다르다. 2차 지적 혁명은 이제 막 문을 열었다. 그것이 인간다움을 확장하는 새로운 진화의 길이 될지, 인간이 만들어 낸 지능에 기대다 길을 잃는 시대가 될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인류가 오래전부터 경고해 온 인간성 상실의 마지막 관문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오일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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