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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바이든의 대북 메시지, 조기 발신 필요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까지 40여일 남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무, 재무 등 행정부의 주요 보직에 대한 인선을 발표하면서 향후 대내외 정책 방향의 윤곽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이란 핵합의에 깊숙이 관여했던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이 국무장관으로 지명되면서 북한 핵문제를 단계별 접근, 제재 강화, 국제 공조로 요약되는 ‘이란식 해법’으로 해결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돌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때 북핵 감축과 북미 정상회담 연계를 언급한 이후 이렇다 할 대북 발언이 없는 상태다. 북한은 미 대선 결과에 5주째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대미 침묵은 북한이 최고의 방역 단계인 ‘초특급’으로 격상해 코로나19 대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여유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바이든 외교안보팀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으로 인해 관망하고 있을 공산도 크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해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고 실행하기까지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걸릴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복구 등의 3중고를 겪고 있는 북한에 북미 대화를 위한 교섭 재개에 내년 하반기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고통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 내부 갈등 치유와 중동 문제 등으로 대북 문제를 후순위로 돌린다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의 전략적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후임을 조기에 임명해 대화 의지 등 대북 메시지를 조기에 보낼 필요가 있다. 북한은 내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를 열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더불어 대미 정책을 발표한다. 북미가 서로를 오독하지 않고 불필요한 한반도 군사 긴장을 일으키지 않으며 대화에 안착하려면 한국 정부의 중재 노력 또한 중요하다.
  • ‘美 외교안보 투톱’ 블링컨·설리번 이란식 해법 주장, 北에도 통할까

    ‘美 외교안보 투톱’ 블링컨·설리번 이란식 해법 주장, 北에도 통할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인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지명되면서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에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5년의 ‘이란 핵합의’ 방식이 준용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둘 모두 북핵과 관련, 이란식 해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북한은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고도화하고 있기에 이란식 해법을 단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블링컨은 지난 9월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도출을 거론하며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리번도 2016년 5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이란에 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란의 핵을 둘러싼 미국 등과의 갈등은 2006년 유엔 제재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협상이 시작된 후 2년 6개월 만인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는 핵 활동 제한과 제재 해제를 단계적으로 교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영·프·러·중), 독일, 유럽연합(EU)이 서명했다. 이란식의 단계적 접근은 북한도 선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하나의 협정에 모든 비핵화 조치를 담는 포괄적 합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란 핵협상에서는 우라늄 농축 제한과 핵시설 사찰 등 핵무기 개발의 제한만 다뤘지만, 북핵 협상에서는 이미 개발된 핵물질과 핵탄두, 미사일 폐기까지 논의해야 하기에 북미가 단번에 합의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블링컨은 제재를 통해 이란을 협상에 나오게 해 합의를 이룬 것처럼 대북 정책에서도 협상 유도를 위한 제재 강화와 다자 공조를 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제재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이란과 달리 북한은 장기 제재를 겪으며 폐쇄적 경제구조를 갖추고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기에 이란식 제재가 통할지 의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강화하거나 한미 연합훈련을 복원·진행한다면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했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선언의 원점 재검토,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 제재 추가를 한다면 북한도 미국이 대화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핵·미사일 실험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바이든 외교안보 투톱’의 이란식 해법 주장… 북한에 통할까

    ‘바이든 외교안보 투톱’의 이란식 해법 주장… 북한에 통할까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투톱인 국무장관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 전 부통령 안보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지명되면서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에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5년의 ‘이란 핵합의’ 방식이 준용될지 주목된다. 그동안 둘 모두 북핵과 관련, 이란식 해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북한은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고도화하고 있기에 이란식 해법을 단순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블링컨은 지난 9월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도출을 거론하며 “북한과도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리번도 2016년 5월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이란에 했던 것과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란의 핵을 둘러싼 미국 등과의 갈등은 2006년 유엔 제재로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협상이 시작된 후 2년 6개월 만인 2015년 타결된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는 핵 활동 제한과 제재 해제를 단계적으로 교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란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미·영·프·러·중), 독일, 유럽연합(EU)이 서명했다. 이란식의 단계적 접근은 북한도 선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하나의 협정에 모든 비핵화 조치를 담는 포괄적 합의는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무리다. 이란 핵협상에서는 우라늄 농축 제한과 핵시설 사찰 등 핵무기 개발의 제한만 다뤘지만, 북핵 협상에서는 이미 개발된 핵물질과 핵탄두, 미사일 폐기까지 논의해야 하기에 북미가 단번에 합의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블링컨은 제재를 통해 이란을 협상에 나오게 해 합의를 이룬 것처럼 대북 정책에서도 협상 유도를 위한 제재 강화와 다자 공조를 하겠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제재에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이란과 달리 북한은 장기 제재를 겪으며 폐쇄적 경제구조를 갖추고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기에 이란식 제재가 통할지 의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강화하거나 한미 연합훈련을 복원·진행한다면 북한이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가 합의했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선언의 원점 재검토, 한미 연합훈련의 재개, 제재 추가를 한다면 북한도 미국이 대화 의사가 없다고 판단하고 핵·미사일 실험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6·12 북미 정상회담] 美, 북핵 분해해 미국에 ‘봉인’… 2년 내 완벽한 비핵화 끝낸다

    [6·12 북미 정상회담] 美, 북핵 분해해 미국에 ‘봉인’… 2년 내 완벽한 비핵화 끝낸다

    북·미 정상회담을 한 달가량 앞둔 가운데 미국이 주장하는 비핵화 로드맵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오는 23~25일 풍계리 핵시험장을 폐기한 뒤 현재 보유한 핵무기·핵물질을 분해해 미국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핵물질을 생산하는 시설도 제거된다. 생화학무기 폐기 및 북한 내 핵과학자 관리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완벽한 비핵화’다. 핵심은 속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체제안전보장(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교환을 마치겠다는 것이다.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ABC방송 인터뷰에서 밝힌 ‘비핵화 빅딜’은 핵탄두·핵물질 반출, 핵시설·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개방적 사찰,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고농축우라늄 재처리 능력 제거, 생화학무기 폐기 등 네 가지다. 북한이 23~25일 실시하겠다고 밝힌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까지 감안하면 이미 보유한 ‘과거핵’과 ‘미래핵’을 모두 없애는 조치다. 또 폐기된 핵을 미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간다는 것은 미국이 직접 2020년까지 북한 핵무장을 해제하겠다는 뜻이다. 윤곽이 드러난 북한의 비핵화 모델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모델이다. 속전속결이라는 점에서는 리비아식과 비슷하고, ‘완성 핵무기’를 반출한다는 점에서 리비아식 및 카자흐스탄식과 흡사하며, 개방적 사찰은 이란식과 맥을 같이한다. 리비아는 2003~2004년 고농축우라늄 생산에 필요한 원심분리기를 반출하는 식으로 2년 내에 비핵화를 마쳤다.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의 속전속결형으로 불린다. 카자흐스탄은 1992년부터 1996년까지 핵무기 1000여기를 러시아에 넘기는 식으로 비핵화를 진행했다. 이란은 전면안전조치협정(CSA·핵물질과 저장시설 모니터)과 추가의정서(AP·연구시설 및 해당국 동의하에 의심 지역 사찰)를 뛰어넘는 AP+를 진행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목한 의심시설에 대해 이란이 사찰을 거부하려면 24시간 이내에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북한이 아직 구체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은 핵물질·ICBM 은닉 우려 때문에 개방적 사찰이 필수라는 입장이지만 북한은 ‘영토 주권’을 주장할 수 있다. 또 북·미가 빅딜을 시사하고 있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조치’와 미국의 ‘선 핵포기 후 보상’ 이견이 어느 선에서 봉합될지도 관건이다. 핵무기와 ICBM을 제외한 생화학무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단거리미사일 등은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아니라 향후 별도의 남·북·미 군축회담을 통해 본격적으로 협의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만명 규모의 북한 핵·미사일 전문가에 대한 관리는 중장기 과제로 꼽힌다. 파키스탄 핵개발에 기여한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이란, 북한, 리비아 등에 고농축우라늄 제조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기술을 전수한 사례가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완전한 핵폐기에 대한 보상을 언급하면서 북·미 간 빅딜이 예상보다 구체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핵화 보상책으로는 대북 체제안전 보장과 경제제재 완화, 국제기구의 대북 융자 지원, 미국 민간 자본 투자 등이 예상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이 신속한 핵반출을 언급할 정도면 이미 북한에 구체적인 경제제재 완화 방안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볼턴 보좌관은 협상용 ‘채찍’을, 폼페이오 장관은 ‘당근’을 언급해 역할 분담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트럼프·김정은, 비핵화 시한·검증방법 ‘통 큰 합의’ 이룰까

    트럼프·김정은, 비핵화 시한·검증방법 ‘통 큰 합의’ 이룰까

    ‘파격적 결단, 노련한 수싸움’을 공통적으로 겸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비핵화 담판이 5월 하순 판문점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일시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양측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북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만큼 미국의 비핵화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는 양측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리비아식 속전속결형 해법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절충해 비핵화 시한을 도출하고 핵무기 등 사찰·검증 방법을 정하는 일이다. 또 비핵화 단계에 따라 미국이 어느 시점에 대북 경제 제재를 풀지가 북한의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1. 비핵화 완료 시한 美 리비아식·北 이란식 비핵화 선호 시간끌기 막는 1~2년 절충안 거론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하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질 비핵화 로드맵 협상에서 미국의 리비아식 ‘속전속결형 해법’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둘러싸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1일 북핵 외교가에 따르면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비핵화 정의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협상 방식인 ‘일괄타결’은 어느 정도 타협점이 보이는 상태다. 일괄타결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이 보상으로 북한에 제공할 체제안전보장(평화협정, 북·미 관계 정상화)을 단번에 타결하는 방식이다. 남은 쟁점은 실행 단계다. 미국의 리비아식은 먼저 북한이 핵폐기를 하면 검증한 뒤 보상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방식은 단계를 나눠 비핵화와 보상을 동시에 주고받는다. 리비아식이라고 해서 아예 단계가 없지는 않지만 북한의 방식이 더 세분화된다. 하지만 미국은 2003~2008년 6자회담에서 북한이 단계를 늘리는 시간 끌기 전술을 쓰면서 핵무기 개발 시간만 벌었다고 본다. 다만 리비아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는 단계였지만 북한은 핵무기 완성을 선언했고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리비아처럼 핵물질을 한번에 반출하고 단번에 검증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최근 미 정가에서 나오는 절충안은 1~2년의 비핵화 시한을 못박는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접근이지만, 시간 끌기는 막는 방식이다. 다만,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시한이 2년 6개월을 넘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비핵화 시한을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핵 없는 한반도’에 미국의 핵우산·핵항모 등 전략핵이 포함될지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국은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준용하자는 입장이다. 합의서는 핵무기, 우라늄 농축, 플루토늄 재처리 등을 포기하는 내용인데 남북이 체결 당사자로 미국은 제외된다. 2. 비핵화 검증 방법 美, 미신고 핵활동도 사찰 요구할 듯 미사일·생화학무기 포함 여부 관건 5월 하순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과 함께 비핵화 검증 방법도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복귀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에는 큰 무리 없이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검증 강도와 사찰 범위에 미사일 및 생화학무기를 포함할지 여부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1992년 모든 평화적 핵활동하에 있는 핵물질 검증을 위한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맺으면서 NPT에 가입했으나 2차 북핵 위기로 2003년 탈퇴했다. CSA는 북한이 전체 핵물질을 신고하면 IAEA가 사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실제 플루토늄 신고량과 IAEA의 추정치 간에 중대한 불일치가 발견됐다. 또 그동안 40~50㎏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은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추출된 플루토늄 양은 추정이 가능하지만 고농축우라늄(HEU)은 기술적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검증 강화를 위한 협정인 추가의정서(AP)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 어디든 확인할 수 있도록 미신고 핵활동 등 신고 대상과 사찰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국토 주권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미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검증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 이 경우 북한 전역에 산재된 미사일과 발사대 등을 모두 사찰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핵물질만 해도 사찰 범위가 넓어 미국이 원하는 속전속결 비핵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영변 지역의 핵 관련 시설만 400개, 북한 전체로 2000개에 이르기 때문에 2년 내 사찰은 어려울 수 있다”며 “물론 단번에 전부 폭파시키면 되지만 해당 지역의 치유·복원이 힘들기 때문에 결국 핵물질을 해외로 반출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 대북제재 해제 시점 北 “비핵화 로드맵 맞춰 제재 완화” 美 “핵폐기 확인 후 경제원조 가능” 국제사회의 강화된 대북 제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서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는 주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천명한 경제건설 총력을 위해서는 제재 완화가 필수다. 하지만 미국은 비핵화 이전에 대북 제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북·미 간 어느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유엔 회원국 내 소득이 있는 북한 노동자 전원을 2년 내에 북한으로 송환하도록 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397호(2017년 12월 채택)가 풀리면 분명한 제재 완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 간 ‘판문점 선언’에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 철도 연결 등 경제협력(경협)을 위한 포석들이 포함됐다. 현재 북한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대북 제재는 안보리 결의 2397호다. 달러를 벌어 오던 해외 노동자들의 강제 송환으로 돈벌이 통로가 막히고 있어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정상국가화를 통해 트럼프타워, 맥도날드 등 미국 자금 투자까지 원할 정도”라며 “빠른 경제 제재 완화를 위해 북한이 통 큰 비핵화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은 비핵화 로드맵에 맞춰 제재 완화 로드맵을 구축하는 방안을 북·미 정상회담 석상에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대북 제재뿐 아니라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도 한꺼번에 풀기가 쉽지 않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에 대북 제재를 풀 마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 다녀온 비행기는 180일 내에 미국에 들어오지 못한다’ 등 대통령 행정명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뜻대로 폐지할 수 있지만, 대북 제재법 등은 미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테러지원국 제재, 적성국교역국 제재, 인권탄압국 관련 제재 등이 단계적으로 완화 또는 해제되려면 결국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 문정인 “한미동맹 깨져도 한반도에서 전쟁 안돼”

    문정인 “한미동맹 깨져도 한반도에서 전쟁 안돼”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군사 옵션을 거론한 것에 대해 “한미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문 특보는 지난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토론회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미국이 군사 행동을 할 때는 목표를 설정하는데 정치적 목표는 북한 지도부 궤멸과 핵 자산을 없애는 것, 군사적 목표는 적의 군사 지휘부 궤멸”이라며 이와 같이 밝혔다. 문 특보는 “지상군 투입 없는 군사 행동으로는 그게 상당히 어렵다”며 “정치적, 군사적 목표 달성이 어려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무모하게 한다고 하면 인류에 대한 죄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상당히 걱정되는 상황이고 제일 큰 위기는 북미 간 우발적, 계획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 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재래식보다 오히려 핵전쟁으로 발전되는 것 아닌가 우려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여기서 걱정되는 것은 한국을 무시하고 미국과 중국이 마음대로 하는 ‘코리아 패싱’”이라며 “더 심각한 것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문에 한국이 샌드위치가 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강화와 관련해서도 “제재와 압박이 능사는 아니다”며 “한미일 세 국가는 최대한 압박을 가해 국제사회의 공조를 얻어서 북한이 엄청난 고통을 느껴 손들고 나오게 하고 그게 안 되면 체제가 붕괴되도록 하는 구상인 것 같은데, 북한은 엄청난 적응력을 갖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문 특보는 또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까지 제재하는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선 “중산층이 없으면 제재를 백번 해봐야 영향이 크지 않다”며 “평양에 있는 200만 명은 기본적으로 수령, 당과 일심동체이기 때문에 제재를 한다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야권에서 거론하는 전술핵 재배치 논란와 관련해선 “중국이나 러시아는 북한을 때리려 갖다 놓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미국 의회 통과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고, 핵무장론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제재 등을 이유로 가능성 자체를 일축했다. 그는 현실적 대안에 대해 “내가 한마디 하면 계속 나가서 부담스럽다. 내 의견이 아니라 미국 학자의 의견을 말하려 한다”며 미국의 핵과학자 지그프리트 해커 박사를 인용, “미국이나 한국이 현실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엄청난 핵을 갖고 있는데 비핵화를 않으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안 된다”며 “해커 박사 같은 경우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했고, 핵 동결을 ‘입구’에 놓고 완전한 비핵화를 ‘출구’에 놔야지 비핵화를 입구에 놓으면 북한에선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한반도 문제를 고위직에서 다뤘던 사람들은 유연성 있게 다뤄야 한다며 ‘동결 대 동결’안을 제시한다”며 “그런데 한국에선 동결도 아니고 ‘한미연합 군사훈련(중단)을 미국과 협의할 수 있다’는 내 발언으로 일주일 넘게 얻어맞았다”며 일각의 비판에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위기 극복은 북미 대화, 남북 대화가 있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할 때 가능성이 열린다. 미국과 북한 지도자는 자제하는 수사를 써야 한다”며 현재 북미 간 ‘말폭탄’ 공방에도 우려를 표했다. 한편 문 특보는 이날 강연 말미에 “정부에서 봉급을 받지 않는 위촉직이고 자유분방할 수 있었던 것은 기관 제약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항상 특보보다는 연세대 명예교수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을 ‘자유분방한 사람’으로 비판한 송영무 국방장관의 발언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대북전문가 은밀 접촉… 뒤엔 도발재개 카드

    北, 대북전문가 은밀 접촉… 뒤엔 도발재개 카드

    北 외무성 북미국장 최선희 방러 외교가, 추석연휴 도발 재개 전망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6일(현지시간) 북한 은행 10곳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등 매일같이 북한을 외교적·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방안을 쏟아내면서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북·미 대결 구도에서 북한은 강도 높은 ‘말폭탄’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지만 이날까지 실질적인 도발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미국의 일련의 조치를 지켜본 뒤 북한이 이를 명분으로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관측된다. 이번 북·미 대결의 양상을 보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성명, 리용호 외무상의 유엔총회 ‘맞불’ 기조연설 및 기자회견, 선전매체 논평 등을 통해 도발을 예고하며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말폭탄 대결에 맞서면서도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B1B 전략폭격기 출격 등 실제 압박 조치까지 병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미 대결 양상은 사실상 ‘말 대 행동’ 구도인 셈이다. 북한은 최근의 한반도 긴장 국면을 내부 체제 결속에 활용하며 도발 시점을 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는 김 위원장의 성명 이후 당 중앙위원회 집회, 인민무력성 군인집회, 평양 10만 군중집회, 노동자·농민 단체 집회 등이 줄줄이 이어지며 ‘최고 존엄’에 대한 충성과 ‘반미대결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북한은 ‘물밑 외교전’도 이어 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워싱턴의 싱크탱크 관계자들에게 접근하려 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유엔주재 북한 사무소는 최근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을 평양으로 초대했으나 거절당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그들(북한 관계자)은 미 학자들과 전직 관료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그러한 만남이 유용하기는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이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려면 미 정부에 직접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전문가를 했던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기금 부소장도 접촉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한 북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전략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워싱턴 싱크탱크의 전문가들과 채널을 열어 놓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북한 대미 외교 핵심 실무자인 최선희 외무성 북미국장은 이날 러시아를 방문했다. 모스크바 남쪽 브누코보 국제공항에 도착한 최 국장은 방문 목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러시아 외무성과 협상하기 위해서 왔다”고 짧게 답했다. 최 국장은 러시아 측 6자회담 차석대표인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외무부 특임대사와 회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다음달 10일 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추석연휴에 도발을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조치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마친 뒤 도발 수위와 방식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핵실험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사거리를 늘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이나 아직 공개되지 않은 ‘화성13형’, ‘북극성3형’ 등을 발사할 것이란 관측이 주로 나온다.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사설] 북·미 중재 노력과 함께 국민 대비도 필요하다

    미국의 대북 압박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과 거래를 한 은행·기업·개인을 제재하는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에 이어 어제는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국가 명단에 북한을 추가했다. 23일 밤에서 24일 새벽 사이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가 6·25 전쟁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국제 공역을 F15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한국군과의 연합이 아닌 단독으로 비행 작전을 수행했다. 경제 제재와 군사 옵션을 동시에 전개해 북한을 다각도로 압박하겠다는 미국의 초강수가 읽힌다. 우선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고강도 압박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직접적인 강 대 강 말폭탄 주고받기 직후 이뤄진 미국 단독의 전폭기 ‘사상 최북단’ 비행 작전은 대북 군사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직접적인 경고를 북한에 보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 그 어느 쪽도 전쟁의 위험과 결과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섣부르고 무모한 선제공격 지시를 내리긴 쉽지 않다. 그러나 가능성이 작다고 해서 그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며, 한반도 위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님을 정부와 국민들은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미 양쪽을 설득하고 대화하도록 배전의 노력을 해야 할 때다. 워싱턴, 베이징과 긴밀히 협의하며 사태 수습에 진력해야 한다. 북한도 수소탄 실험 등의 말폭탄을 날릴 게 아니라 우리와 중국에 미국과의 대화 중재를 요청해야 한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이란 외무장관에게 미국과 설전을 중단하도록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북·미 지도자가 전쟁 버튼을 누르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지금은 말폭탄에 의한 공포와 오해, 조그만 충돌이 발단이 돼 전쟁을 초래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미국의 대북 전쟁 시나리오 가운데 그 어느 하나 남한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은 없다. 얼마 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서울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군사 옵션을 언급했으나 그런 마법의 해법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몇 차례 밝혔지만 무엇을 걸어서든 이 땅의 전쟁만은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제재·압박에 동참하는 한편 미국과의 중재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만일의 사태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추석 선물로 비상식량, 방독면 등이 담긴 ‘전쟁 배낭’을 지급한 회사가 있다고 한다. 서울 강남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에게 전시 대비 교육을 하면서 생존 배낭, 방독면, 비상식량 등을 준비하라고 당부했다. 지난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기간의 민방위훈련은 여느 때처럼 관(官), 그들만의 훈련이었다. 위기인데도 훈련은 느슨했다는 외신의 조롱도 있었다. 개인이 알아서 자기 몸을 지키라고 해서는 안 된다. 다음부터라도 제대로 훈련을 실시해 위기에 대응하는 자세가 국민들 몸에 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씨줄날줄]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오일만 논설위원

    세컨더리 보이콧의 역사는 짧지 않다. 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일괄 제재하는 의미에서 ‘제3자 제재’라고 불린다. 이 방식은 1973년 2차 중동전쟁 직후 아랍 국가들이 적국인 이스라엘에 적용했다. 이른바 ‘알제리 선언’이다. 이스라엘과 거래하는 나라에 대한 석유 수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이다. 중동 석유에 목줄을 매고 있던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동참했다가 1978년 양국 관계가 단절된 적도 있다.마카오 소재 중국계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제재도 마찬가지다. 미국 재무부는 2005년 북한의 불법 자금세탁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의 거래를 중단시켰다. 대량 인출 사태가 벌어지자 BDA는 김정일 통치자금으로 알려진 2500만 달러를 동결했다. BDA 제재 이후 중국 24개 은행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은 북한은 2007년 2월 단계적 비핵화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제재에서 벗어났다. 세컨더리 보이콧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된 사례는 이란에서다. 강경 보수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정권이 노골적으로 핵 개발에 착수하자 미국은 유엔 안보리에서 4차례 제재 결의안을 주도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해외 금융기관의 미국 내 거래를 금지하는 국방수권법(NDAA) 등을 발효시켰다. 이란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2012년부터 2년간 실업률은 20%로 치솟고 인플레이션은 40%대에 이르렀다. 석유 수출 금지로 인한 손실은 1600억 달러(182조원)나 됐고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이 1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이란은 결국 두 손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에 서명했다. 북한 경제에 타격은 크지만 이란의 경제 구조와 다른 점이 변수다. 석유 수출에 국가 경제를 의존하는 이란과 달리 북한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이다. “원유 수출 자금이 경제를 지탱하는 구조인 이란과 달리 북한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이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조치는 북한의 대외 거래에서 90%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이 타깃이다. 북한과 거래할 때 국제 무역은 물론 미국이 장악한 글로벌 금융망에서 퇴출한다는 최후통첩의 의미가 있다. ‘미국이냐, 북한이냐’ 양자택일을 강요한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북한과의 신규 거래 중단을 결정하면서 일단 고개를 숙였지만 중국 은행들이 본격적인 제재를 당할 경우 미·중 간 충돌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다.
  • [사설] 美·北 강대강 대치, 우발충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평화를 다짐해야 할 유엔총회가 북핵을 둘러싼 강 대 강 대결의 전장이 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각국 정상들은 평화적 북핵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각론에서는 힘의 우위에 바탕한 해법들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에 대해 ‘완전 파괴’를 언급했고, 뒤이어 북한과의 무역 거래에 관여한 세계 모든 금융기관과 북한을 드나든 선박과 비행기 등을 제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이른바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했다. 북한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향후 미국과 중국의 가파른 대치가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라는 화약고 앞에서 주요 2개국(G2) 미·중 간 마찰의 불똥이 마구 튀는 형국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득이하지만 위태로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단언컨대 평화의 무대를 대결의 전장으로 만든 주범은 김정은과 그의 추종 세력들이다. 중국과 러시아마저 미흡하게나마 대북 제재의 큰 흐름에 동참한 상황에서조차 김정은 세력은 핵과 미사일을 부둥켜안은 채 고립무원의 세계적 ‘왕따’를 자처하고 있다. 미국을 타격할 핵미사일만 완성하면 지금의 판세를 일거에 뒤집을 수 있다는 엄청난 착각 속에 파국의 길로 내닫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어제 새벽 ‘국무위원회 위원장’ 이름으로 낸 개인 성명은 그가 지금 얼마나 치기 어린 자아도취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지 여실히 보여 준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시정잡배의 댓글에서나 볼 ‘늙다리’ ‘불망나니’ ‘깡패’ ‘겁먹은 개’ 같은 원색적 표현을 써 가며 비난을 퍼붓고는 “트럼프의 생각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보다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될 만한 대규모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의 ‘북 궤멸’ 발언과 김정은의 막말 성명은 물론 상대를 말로 제압하려는 기 싸움의 성격으로 봐야겠으나 김정은이 공언한 추가 도발이 이어지고 이에 미국이 제한적이나마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을 듯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빚어질 우발적 충돌과 이에 따른 확전 가능성도 닫아 놓을 수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을 안정적 상황 관리’와 ‘이를 위한 국제사회의 안보협력 프로세스 가동’을 강조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했다. 문 대통령의 지적처럼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유엔 헌장이 말하는 안보공동체의 기본 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구현돼야 한다. 이제부터가 초강도 압박으로 북을 누르고, 다각도의 대화 모색으로 북을 흔들며, 누구도 원치 않는 무력 충돌을 다자간 협력으로 예방하는 지혜와 전략이 절실한 때다. 우리 정부의 목소리가 더 많이 국제 공조에 투영돼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더더욱 미국과의 긴밀한 대화에 주력해야 한다.
  • 김정은 “불로 다스릴 것”…리용호 “태평양 수소탄 시험 생각”

    김정은 “불로 다스릴 것”…리용호 “태평양 수소탄 시험 생각”

    핵실험·ICBM 넘는 초대형 도발 예고 집권 5년차 자신감… ‘말폭탄’ 관측도 강경화·틸러슨 회담 열어 대응 논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 중 처음으로 직접 ‘위원장 성명’을 내고 미국에 대한 ‘사상 초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예고한 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첫 연설에서 전례 없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자 그에 걸맞은 반격을 가한 것이다. 특히 미국의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에 맞서 북한이 실제로 ‘태평양 수소탄 실험’에 나설 경우 한반도 정세는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22일 공개한 김 위원장의 성명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역대 최고 강도다. 김 위원장이 단언한 사상 초유의 초강경 대응조치는 북한이 지금껏 보여 주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단행하겠다는 위협과 다름없다. 이미 여섯 차례 핵실험과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을 한 북한이 보여 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도발은 리용호 외무상이 말한 태평양 수소탄 실험에 가까운 방식이 될 수 있다. 성명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개 짖는 소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깡패’, ‘늙다리’ 등 원색적 표현도 대거 동원됐다. 위원장 성명이란 형식도 전례가 없다. 북한은 통상 대외 메시지를 발표할 때 전략으로 각종 명의를 내세운다. 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2371호가 채택됐을 때 북한은 ‘공화국 정부 성명’을 냈다. 북한 정권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보다 위원장 성명의 급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체제의 특성을 고려하면 조만간 북한의 대형 도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직접 성명을 발표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선례가 없음에도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집권 5년차에 접어들며 정권이 안정화됐다는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말폭탄’이 강할 때는 실제 도발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많았다. 북한이 위협성 발언과 실제 도발을 번갈아 가며 한반도 긴장을 유지하는 전략을 이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은 강도 높은 위협을 곧장 실행에 옮기는 방식으로 ‘핵미사일 완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ICBM 장착용 수소탄두 개발 소식을 전한 직후 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북한의 도발 재개 시점은 추석 연휴나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즈음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미국에 끌려갈 수 없기 때문에 지금은 말폭탄이라는 차원에서 긴장을 최대치로 높인 상황”이라면서 “당장 파국적 상황으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회담을 열어 김 위원장 명의 성명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트럼프, 北 대화 재개 위한 구두 메시지 보내야”

    “트럼프, 北 대화 재개 위한 구두 메시지 보내야”

    “中 거치지 말고 직접 전달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내년 1월 취임 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대화 재개를 위한 구두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가가 주장했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당국자와 ‘트랙 2 접촉’을 가졌던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대북 정책 제언 보고서에서 “이란식 제재와 (대북) 선제타격, 외교(대화)의 3가지 옵션 중 최상의 선택은 외교”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식 제재는 중국이 반대해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선제타격은 작전상의 어려움과 한·일의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트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는 취임 100일 안에 북핵 위협에 관한 현 상황을 평가하고 관련 대북 정책을 입안해 행동해야 한다”며 단계별 ‘게임 플랜’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는 “내년 1월 중순까지 새 정부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지명자가 별도의 공식적 언급 및 청문회 발언으로 미국과 동맹 방어에 대한 강력한 의지 및 적극적 대화 재개 노력에 관한 대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트럼프가 한국, 일본, 중국 정상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어 미국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트 연구원은 특히 “트럼프가 과거 비핵화 공동성명에 기반을 둔 여러 원칙에 근거해 (북·미) 양측 대표들이 가능한 한 빨리 만나 현재 상황을 검토하고 대화를 진전시켜 나가자는 제안을 담은 구두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보내야 한다”며 “이 구두 메시지는 중국을 거치지 말고 직접 북한에 전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2월 초 1차 북·미 탐색 대화 ▲2월 중순 한·미 합동군사훈련 축소 또는 수정 발표와 북한의 핵실험 중단 발표 ▲2월 말 2차 북·미 대화 ▲3월 중순 북·미 협상 공식 재개 및 양측의 ‘담대한 조치’ 필요성에 관한 트럼프의 대북 서한 발송,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영변 핵시설 사찰 활동 복귀 ▲4월 북한의 대화 재개 미준비 시 제재 강화 등의 일정표를 제시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美 정보국장 “北 핵포기 안 해… 핵능력 제한이 최선”

    美 정보국장 “北 핵포기 안 해… 핵능력 제한이 최선”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5일(현지시간)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제한하는 정도이지만 북한이 엄청난 유인책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는 미 정부가 추구해 온 ‘한반도 비핵화’ 정책과 배치되는 입장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당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의 북핵 불용 의지는 변함없이 강력하다”고 일축했다. 클래퍼 국장은 이날 미국외교협회(CFR)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것은 아마도 ‘가망이 없는 것’(lost cause)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들(북한)은 그것(비핵화)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핵개발)은 ‘그들의 생존을 위한 티켓’(ticket to their survival)”이라고 밝혔다. 2014년 11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방북했던 그는 “내가 거기(북한)에 있었을 때 그들(북한)의 (핵을 보유한) 유리한 위치에서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잘 알게 됐다”며 “그들은 포위돼 있고 매우 피해망상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북한이) 그들의 핵능력을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은, 그것이 무엇이든 그들에게는 재고할 가치가 없는 생각”이라고 단언했다. 클래퍼 국장은 또 “우리가 아마도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일종의 ‘제한’(cap)”이라며 “그러나 그들이 우리가 단지 요구한다고 해서 그것(제한)을 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중대한 유인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핵개발 제한 또는 중지를 이끈 ‘이란식 협상’이 북한에도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클래퍼 국장의 발언은) 우리(미국) 정부의 입장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정책목표는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며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정부도 강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 북한이 비핵화 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긴급 기고] 美의 훙샹그룹 제재 의미와 향후 대북 정책/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긴급 기고] 美의 훙샹그룹 제재 의미와 향후 대북 정책/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북한 핵개발과 연계돼 있다는 혐의로 중국의 훙샹그룹이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secondary sanction) 대상에 올랐다. 훙샹그룹은 그동안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금융 서비스 및 물자 공급 등 불법 거래 행위를 이행해 왔다. 미국 재무부는 북한에 물자 거래 등을 지원한 단둥훙샹실업발전과 이 회사의 주주 등 4명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대북 제재의 신호탄이다. 미국은 북한 핵개발에 대해 강한 제재로 일관해 왔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국의 대북 제재는 소위 ‘카펫제재’로 불릴 만큼 강하고 포괄적인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지난 5월 웬디 셔먼 전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연설에서처럼 미국의 대북 제재는 이란식 제재보다 더욱 강력하다. 즉, 국제 경제체제로부터 격리돼 있는 북한 정권은 그만큼 핵무기에 의존적이며, 따라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더욱더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현재 중국에 북한은 더이상 긍정적 완충 지역이 아니며,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로 인해 이제는 점차 골칫덩이로 변해 가고 있다. 중국도 국제사회의 제재에 협력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미국 하원은 4차 핵실험 이후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이 들어 있는 대북제재강화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지난해 2월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지만 1년 가까이 전체 하원 회의에 계류돼 있었다. 법안에 따르면 북한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관련해 거래를 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까지도 미국법에 의한 제재를 받는다. 앞서 미국은 2010년 6월 이란의 원유를 수입하는 제3국에 대해 미국 내 파트너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담은 ‘이란 제재법’을 통과시켰고, 그 결과 2015년 13년 만에 이란과 핵협상을 타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을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첫째로 미·중 간 강하게 형성돼 있는 경제적 상호 의존성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개발과 연관돼 있지 않은 제3국의 기업을 제재하게 되면 중국의 다수 기업은 물론이고 미국의 기업까지 타격을 입게 된다. 미 의회가 법안 이행을 오바마 대통령의 재량에 맡겨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둘째는 중국의 반발이다. 훙샹그룹에 대한 미국의 제재와 관련해 중국은 자국 기업을 미국이 제재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직접 훙샹그룹 사법처리에 적극 임하고 있는 이유다. 세컨더리 보이콧이 이행된다면 중국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미국 역시 또 하나의 미·중 간 충돌 사안을 만들고 싶어 하진 않는다. 향후 미국의 대북 정책은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제재의 폭과 강도를 더욱더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시키고 동시에 이를 객관적으로 국제사회에 증명해 보인다면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것이 북한 핵시설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이 될지, 아니면 소위 ‘시간끌기용’ 대화와 제재의 병행이 될지는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북한은 자국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를 통해 게임의 판세를 바꾸려 하고 있으며, 이는 내년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 달러·핵부품 운반 고려항공 옥죄고… 석탄·철강 수출 숨통 죄기

    달러·핵부품 운반 고려항공 옥죄고… 석탄·철강 수출 숨통 죄기

    핵실험 이후 유엔헌장 41조 기반 최고 고강도 비군사적 제재 분석 미국이 세계 각국에 북한과의 외교·경제 관계를 격하하거나 단절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청한 것은 북한의 지난 9일 5차 핵실험 직후 발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언론성명에 명시된 유엔 헌장 41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국이 금융 등 각종 경제 제재에 이어 유엔 헌장 및 지난 3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의 철저한 이행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워싱턴 고위소식통은 28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9일 발표된 안보리 언론성명은 기존 성명들과는 달리 유엔 회원국들이 경제·외교 관계 중단 등을 담은 유엔 헌장 41조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에 따라 미국이 세계 각국에 있는 자국 공관을 통해 주재국들이자 회원국들에 이에 동참할 것을 직접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유엔 헌장 7장에 포함된 41조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거나 침해하고, 침략 행위를 하는 나라를 상대로 회원국들이 경제 관계 및 교통·통신·전파 등의 완전한 또는 부분적 중단과 외교 관계 단절을 적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42조에 명시된 군사행동과는 다른 조치이지만, 경제 및 외교 관계 단절은 회원국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비군사적 제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대북 제재에 앞장서고 있는 미국이 직접 나서 각국에 이 같은 제재 이행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북한을 경제적으로는 물론, 외교적으로도 철저히 고립시켜 자금줄을 차단함과 동시에 정상적 국가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안보리 제재 이후 유럽과 중동, 동남아 등과 외교관계를 강화하려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안보리 결의안 2270호 이행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조치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C) 입항 거부 및 화물 몰수 ▲한국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고려항공 기착지 축소 ▲몇몇 정부의 북한 여권 소지자 비자 발급 거부 ▲방글라데시·남아프리카공화국·미얀마 등 불법행위 연루 북한 외교관 추방 ▲대만의 북한산 석탄 금지 ▲몰타의 북한 노동자 비자 연장 중단 ▲몽골의 ‘편의치적’(선박을 자국이 아닌 제3국 등록) 북한 선박 등록 취소 및 캄보디아의 북한 등 외국 선박 자국 깃발 사용 금지 등을 거론했다. 외교관 추방 및 고려항공 기착지 축소 등 항공기 제재는 결의안 2270호에 처음 포함된 내용으로, 이에 대한 이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활동 제한을 받는 고려항공은 해외에서 일한 북한 노동자들이 벌어들인 달러 현금과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부품을 운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유일의 국적항공사인 고려항공은 현재 중국 베이징과 선양,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직항을 운항 중이다. 대북 제재 이후 쿠웨이트 노선과 방콕 노선은 중단됐다. 평양 순안국제공항으로 들어가는 외국적으로는 중국국제항공도 있다. 북한에 대한 외교적 고립은 5차 핵실험 이후 한·미 정부가 북한을 제재·압박하기 위해 함께 마련한 조치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2010년 이란에 적용했던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2015년 이란의 핵프로그램 중지라는 항복을 받아낸 만큼 ‘이란식 제재’를 통한 해결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북제재 강화법(2월)에 이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6월)하며 이란식 제재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여기에 미국이 북한과의 외교·경제 관계 단절을 촉구한 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및 인권탄압 등을 이유로 북한과의 관계를 축소하거나 아예 끊는 국가들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은 이미 철저한 고립국가인 만큼, 외교적 고립에 얼마나 타격을 입을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아쉬운 두 가지 ‘레거시’/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오바마의 아쉬운 두 가지 ‘레거시’/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그가 비통한 얼굴로 지난 12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흑인 총격으로 희생된 경찰관 5명을 기리기 위해 열린 추모식 연단에 섰다. 그는 지난주 벌어진 경찰의 잇따른 흑인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에서 군 출신 흑인이 쏜 총에 스러져 간 경찰 5명의 사연을 일일이 밝힌 뒤 “최근 우리가 본 총격 사건들은 인종 증오 행위다. 민주주의의 가장 깊은 단층선이 갑자기 드러났고 더욱 넓어진 것 같다”며 “이런 분열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더욱 악화됐고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보이는 만큼 그렇게 분열돼 있지 않다고 말하려고 여기에 왔다”며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시민운동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라는 문구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흑인 희생자 가족의 고통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평화적 시위를 말썽꾼이나 편집증, 역차별 증상으로 치부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40분간 이뤄진 연설에서 흑인 대통령의 고통을 읽을 수 있었다. 오바마는 자신의 임기 중 했던 20여 차례의 흑백충돌·총격사건 관련 연설에서처럼 “인내와 희망”을 얘기했지만 어쩔 수 없는 절망감이 느껴졌다. 차별을 딛고 첫 흑인 대통령이 됐지만 흑백 갈등이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만큼 높아졌다는 미 언론의 지적도 부끄러울 것이다. 모든 인종의 화합을 강조하고 경찰 등 사법 시스템 개혁, 구매자 신분 조회를 강화하는 총기규제법안의 의회 통과 등을 외쳐 왔지만 나아지기는커녕 사태가 악화된 현실은 임기 마지막 해에도 50%가 넘는 지지율을 누리고 있는 오바마에게는 다음 대통령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레거시’(유산)일 것이다. 인종갈등 악화가 오바마에게 지우고 싶은 대내적 레거시라면 대외적으로 그를 절망스럽게 한 것은 북한과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2009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북한과 이란, 쿠바 등을 거론하며 “적국과도 악수하겠다”며 대화 의지를 피력했던 그는 취임 4개월 뒤 북한이 강행한 2차 핵실험으로 펀치를 맞았다. 북한은 그 뒤로 수차례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이어 가며 미국을 위협했고, 미국 기업에 해킹 공격까지 불사했다. 이에 오바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강공법으로 맞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돈줄을 죄는 대북 제재 행정명령에 대북 제재 강화법을 통과시키더니, 급기야 김정은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 대상에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게다가 최근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협의해 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경북 상주 배치 결정까지 발표하면서 오바마와 김정은은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바마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은 북한도 이란처럼 제재를 강화하면 백기를 흔들고 나올 것이라는 잘못된 판단(북한과 이란은 상황이 다르다)의 영향을 받아 길을 잃었고, 결국 최악의 북·미 관계로 끝나고 있다. 임기 중 쿠바와도, 이란과도 화해하고 손을 잡은 오바마에게 북한만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로 다음 정부로 넘기게 됐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측은 이란식 제재만 강조하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오바마의 8년 전처럼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오바마의 대북 레거시만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chaplin7@seoul.co.kr
  • 오바마 정부 대북정책 개점휴업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국계 성 김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주필리핀 대사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은 19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총괄해온 성 김 대표를 주필리핀 대사로 지명하면서 임기 말 대북 정책에서 별다른 진전을 거두기 힘들게 됐다”며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동안 공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대북 정책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올 여름쯤 미 상원 인준을 거쳐 이르면 연내 필리핀으로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정쟁으로 다수당인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직 지명 인준을 미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김 대표가 당분간 현직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별다른 힘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그의 후임도 언제 정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또다른 한국계인 조셉 윤 주말레이시아 미대사가 국무부로 복귀, 대북정책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윤 대사의 후임 인사가 먼저 이뤄져야해 결정은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대북 정책은 차기 정부가 구성되기 전까지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도 아직 불투명하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시각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이 밝힌 대북정책은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클린턴 측 외교참모가 밝힌 ‘이란식 대북 압박정책’은 이미 오바마 정부가 가해온 대북 제재를 이어가는 것에 불과해 북한이 달라지지 않으면 클린턴도 전략적 인내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측은 ‘중국의 대북 지렛대론’을 내세웠지만 이 역시 오바마 정부가 그동안 해온 정책과 다를 바 없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국무장관 때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반도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많은 클린턴은 대북 정책에 있어 알려진 것보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트럼프는 별다른 대책 없이 중국 탓만 하며 역할을 떠미는 상황”이라며 “한국 정부가 각 후보 캠프 외교라인과 긴밀하게 접촉해 대북 공조 정책을 정교하게 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사설] 손 맞잡은 한·이란 정상, ‘제2 중동붐’ 기대 크다

    이란을 국빈 방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현지시간) 권력 서열 2위인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권력 서열 1위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잇따라 만났다. 신정(神政)일치 국가 이란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회동은 적지 않은 상징성을 갖는다. 박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을 가속화해 교역액을 3배로 늘린다는 데 합의했다. ‘북핵 반대’라는 성과도 이끌어 냈다. 서먹했던 두 나라 관계가 한 차례 정상외교로 당장 정상화될 수 있겠느냐는 일각의 우려를 해소하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비(非)무슬림 여성 정상으로는 처음 이란을 찾은 박 대통령이다.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이란식 히잡인 ‘루사리’를 착용하며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양국 관계 정상화의 속도를 높이는 데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경제 협력 분야에서 한국과 이란이 극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2위의 자원 부국이다.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하지 않고는 더이상의 경제 발전을 바랄 수 없는 우리로서는 반드시 껴안고 가야 할 상대다. 여기에 8180만명의 인구를 가진 이란은 매력적인 소비재 상품 시장이기도 하다. 이란은 지난 1월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제재가 해제되자 연평균 8%의 고성장을 이루겠다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야심 차게 세웠다. 오랜 경제 제재로 낙후할 대로 낙후한 이란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토목·건설 등 전통적 인프라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과 보건·의료·환경 등 신기술은 우리에게 강점이 있다. 박 대통령의 방문으로 활짝 트인 협력의 물꼬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것은 앞으로의 과제다. 두 나라는 정상회담이 끝나고 해운협정을 비롯한 19건의 협정과 59건의 경제 분야를 포함한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과학기술과 산업 인프라는 물론 해운·교통·에너지·금융·문화·교육 등 분야가 망라됐다. MOU 체결에 따른 수주 가능 금액은 철도·도로·수자원 관리가 121억 2000만 달러, 석유·가스·전력 재건이 316억 달러, 보건·의료가 18억 5000만 달러 등 최대 456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청와대는 전망했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36개사 500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다. 이제부터는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MOU를 실제 계약으로 연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국 경제는 핵심 산업 분야마저 구조조정이 논의될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1970년대 ‘중동붐’이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고 한다. ‘제2 중동붐’이 현실화한다면 우리 경제가 성장 궤도에 재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란과의 경제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이란을 두고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이라고도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정상회담 결과에서 보듯 기대는 이란 쪽에서도 크다. 이란 일간신문도 ‘200억 달러의 방문’이라며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나라가 ‘윈윈’하는 실리외교의 성공 사례를 만들어 가기 바란다.
  • 北 폐쇄형 경제구조 ‘이란식 제재’ 통할까

    北 무역규모 100억弗… 中 과 90% 거래 “中 제재 협조 없이 실효성 낮아” 분석도 한·미·일 3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면서 새 대북 제재 방식으로 거론되는 ‘이란식 제재’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와 별도로 독자적으로 이란의 원유 수출을 봉쇄해 핵개발을 포기하게 했다. 세 나라는 북한에도 독자 제재를 가해 돈줄을 끊어 ‘핵 도박’을 끝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제재 이전 원유 수출로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벌었던 이란과 달리, 북한은 무역규모가 100억 달러도 되지 않는 폐쇄형 경제구조여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란 핵 문제는 2002년 이란의 반정부단체가 “이란 중부 나탄즈에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다”는 폭로로 불거졌다. 유엔은 2006년 12월 1차 제재 결의안 채택을 시작으로 2010년 6월 4차 제재 결의안 채택까지 지속적으로 제재 수위를 높여 갔다. 북한 역시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때부터 올해 1월 4차 핵실험까지 점점 수위가 더 높아진 제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유엔 제재는 핵이나 미사일 등 군사 관련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경제제재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정상적인 무역도 제재해야 하지만 이 경우 국제법적 근거가 약해 유엔 차원에서 결의되기 어렵다. 급기야 미국은 보다 강력한 경제제재 효과를 내기 위해 자국법을 동원해 제3국의 무역에 제재를 가했다.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이란과 정상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은행까지 제재하는 것)을 통해서다. 실제로 미국은 2010년 ‘포괄적 이란 제재법’을 만들어 이란 석유산업에 투자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2010년 6.6%에 달하던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12년 -6.6%로 급전직하했다. 결국 2013년 온건 성향의 하산 로하니가 대통령에 선출돼 핵개발 포기 협상에 나섰다. 지난 10일 미국 상원에서 통과된 대북제재 법안에도 이런 세컨더리 보이콧이 포함돼 있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광물자원을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이 그간 자국 기업의 북한 투자를 금지해 왔지만, 세컨더리 보이콧을 통해 제3국의 대북 무역에까지 제재를 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북한 제재의 경우 중국이라는 변수가 워낙 커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나라다. 또 북한 전체 무역의 90% 이상이 중국과의 거래인 만큼 북한의 중국 의존은 생존에 절대적이다. 한·미·일 3국이 새 대북제재의 효과를 높이려고 중국의 참여를 압박하다 되레 역효과를 낼 수도 있어 지금처럼 중국이 대북 제재를 거부하는 한 의미 있는 진전은 어려워 보인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 조너선 폴락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이란의 사례처럼 북한에 대가를 치르게 하는 데 협력할 준비를 갖추거나 실제로 미국 등에 협력할 때까지 북한은 자신의 전략을 바꿀 하등의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북한도, 국제사회도 이란 비핵화 교훈 삼으라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어제(한국시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풀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핵무기 위협이 줄어들어 세계가 더 안전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쿠바가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통해 경제봉쇄 해제 수순을 밟고 있어 북한만 유엔 제재를 받는 고립 국가로 남게 됐다. 최근 4차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핵 대신 경제 살리기를 택한 이란의 길을 좇아야 함은 불문가지다. 국제사회도 촘촘한 경제 제재로 성과를 거둔 ‘이란식 모델’을 북핵 해결에 창조적으로 원용하는 방안을 찾을 때다. 이번 대이란 제재 해제는 지난해 7월 미국 등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의 합의에 따른 이행 수순이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인 원심분리기 감축, 저농축 우라늄 해외 반출, 아라크 중수로를 또 다른 핵원료인 플루토늄이 나오지 않는 경수로로 설계 변경 등의 약속을 먼저 이행하면서다. 이렇게 해서 이란은 이번에 1000억 달러(약 122조원)에 이르는 해외 동결자산을 되찾게 된다. 더군다나 최근 유가 하락으로 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최대 수입원인 원유·가스 수출길이 열려 이란 경제는 가뭄 끝 단비를 만난 형국이다. 국제적 고립 속에 핵 개발에 헛돈을 쓰느라 민생이 도탄에 빠진 북한이 이란의 결단을 본받아야 할 이유다. 물론 이란이 핵무장 의사를 완전히 접었느냐를 놓고 미 공화당이나 이스라엘 등은 아직 의구심을 감추지는 않고 있다. 그럼에도 국제사회가 단합해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 나간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음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이란식 핵 해법’은 북핵 협상의 좋은 본보기이긴 하다. 그러나 핵무기화가 진행되지 않은 이란과의 협상은 ‘핵 비확산’ 차원이라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이미 4차례의 핵실험을 거쳐 핵보유국임을 주장하는 상황이라 협상 목표 자체가 ‘비핵화’라는 점에서 훨씬 지난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까닭에 이번 주중 본격화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안 마련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확고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란과 북한은 같은 강도로 경제 제재를 해도 효과는 천양지차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원유 수출 등 대외 의존도가 높은 이란은 국제 제재로 인한 압박감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중·러시아 이외에는 이렇다 할 교역국이 없을 정도로 폐쇄경제를 고수해 온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는 약발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에 풀리는 이란에 대한 ‘2차 제재’, 즉 미국이 이란과 거래하는 비(非)미국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제재가 상당히 주효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통하려면 전제가 있다. 북한과 무역·금융 거래가 많은 중국이 꼭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어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에게 축하 서한을 보내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 공조를 다짐했다. 정부는 대북 제재 국면에서 최대 과제는 대중 설득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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