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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뿌잉’ 혀 짧은 소리, 보호본능 자극한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뿌잉’ 혀 짧은 소리, 보호본능 자극한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2021년 9월에 한류의 전 세계적 확산을 반영해 대박, 먹방, 오빠 등 한국어 유래 단어 26개를 실었습니다. 그중에는 애교(aegyo)도 있습니다. 사전에는 ‘한국 대중문화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일종의 귀여움이나 매력 또는 귀엽고 매력적이며 사랑스럽다고 여겨지는 행동’으로 풀이돼 있습니다. 한국 덕성여대, 스위스 취리히대 공동 연구팀은 K팝 아이돌과 드라마 속 애교 말투의 비밀을 음향학적으로 밝혀냈습니다. 애교로 말할 때는 입을 벌린 정도를 의미하는 제1포먼트(F1) 값이 일제히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는 성인이 어린아이처럼 짧은 목구멍을 가진 것처럼 들리도록 목소리를 바꾸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음향학 분야 국제 학술지 ‘미국 음향학회 저널’ 8월 19일 자에 실렸습니다. 애교는 연인 관계에서 상대의 호감을 얻기 위해 사용되는 말투입니다. 어린아이 같은 말투는 서구에서는 ‘베이비 토크’로 부르는 것과 닮았습니다. 연구팀은 서울말을 사용하는 25~31세 남녀 12명에게 광고 내레이션 형식의 대본 29문장을 한 번은 애교를 최대한 넣어서, 다른 한 번은 애교 없이 건조하게 읽도록 한 다음 음성분석 프로그램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혀와 입술, 턱의 움직임에 따라 특정 주파수 대역에 목소리 에너지가 몰리는 ‘포먼트’(F)에 주목했습니다. 이 중 F1은 모음의 높낮이와 반비례하며 목구멍 안쪽 공간인 인두강의 길이에 좌우됩니다. 관이 짧을수록 높은 소리가 나는 원리와 같습니다. 분석 결과, 애교 발화에서는 F1이 전체 평균 약 28㎐ 높아졌습니다. 모음별로는 ‘ㅏ’가 약 60㎐로 상승 폭이 가장 컸고 ㅐ, ㅜ, ㅔ, ㅣ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승이 확인됐습니다. 성도가 짧으면 긴 경우보다 자연히 더 높은 공명이 만들어지고 포먼트 주파수도 높아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어른과 다르게 들리는 주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성도가 짧고 후두가 충분히 내려오지 않아 F1이 높은데 애교 말투는 성인이 그 구조를 음향적으로 모방한다는 말입니다. 폴커 델보 취리히대 교수는 “아이 목소리처럼 귀엽게 들린다는 것은 상대의 보호 본능을 자극해 유대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마음속에 자신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나 자신을 각인시킨다는 것은 모든 친밀한 사회적 관계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500만 년 전 나타난 원숭이,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멸종위기’ [사이언스 브런치]

    500만 년 전 나타난 원숭이, 세상에 알려지자마자 ‘멸종위기’ [사이언스 브런치]

    2008년 아프리카 밀림에서 우연히 찍힌 흐릿한 사진 속에는 나뭇잎에 절반쯤 가려진 검은 원숭이가 보였다. 과학자들은 사진 속 원숭이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다섯 번째 원숭이 신종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고 학명을 붙였다. 그렇지만 이름을 얻는 순간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확인됐다. 콩고민주공화국 루쿠루 야생동물연구재단, 루마니 국립공원, 미국 예일대, 예일 피바디 박물관 척추동물 연구부, 플로리다 애틀란틱대, 뉴욕 시립대(CUNY), 뉴욕 자연사 박물관 공동 연구팀은 콩고 열대우림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아프리카 원숭이 신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현대 영장류학에서도 손꼽히는 보기 드문 발견으로 평가받지만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7월 16일 자에 실렸다. 이번에 발견된 원숭이는 콩고민주공화국 동중부, 로마미강과 콩고강 사이 외딴 하천 지대에서 발견됐다. 이 지역은 중앙아프리카에서 생물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윤기 나는 검은 털에 어깨를 감싸는 망토 같은 털, 길게 늘어진 꼬리, 입과 코 주위를 감싼 선명한 주황빛 크림색 반점까지 가진 이 원숭이는 현지에서는 ‘리크웰리’로 불렸으며 이번에 ‘콜로부스 콩고엔시스’라는 학명이 새로 붙었다. 지난 75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확인된 신종 원숭이는 이번이 다섯 번째에 불과하다. 콩고엔시스는 중앙아프리카에서 수십 년에 걸친 과학적 탐사가 이뤄졌음에도 기록에 거의 남지 않았다. 콩고엔시스는 근연 콜로부스 원숭이들보다 작아 약 6.8㎏에 불과하고 항문 주위의 흰색 무늬가 이 종을 구별 짓는 특징이다. 유전학적 분석 결과 콩고엔시스와 가장 가까운 근연종은 1200㎞ 떨어져 있는 서중부 아프리카에 사는 ‘콜로부스 사타나스‘로 약 400만~500만 년 전에 갈라져 나온 별개의 진화 계통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해부학적으로도 콩고엔시스의 두개골과 피부는 다른 콜로부스 원숭이들과 비슷하지만 차이를 보여 별개의 종으로 확정할 수 있었다. 콩고엔시스는 다른 아프리카 콜로부스 원숭이들과 음향학적으로도 차이를 보였다. 깊고 울림이 큰 포효 같은 울음소리는 근연 종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향을 보였다. 루마미 국립공원 완충지대에 있는 여러 마을의 주민과 사냥꾼들에 따르면 콩고엔시스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보기 힘든 동물로 나타났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약 1700㎢ 범위에서 114차례 목격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콜로부스 종 원숭이 치고는 이례적으로 서식범위가 좁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극도로 좁은 서식 범위, 작은 개체군 규모, 커지는 사냥 압력, 계속되는 서식지 파괴 때문에 콩고엔시스를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 목록에 ‘위기’ 등급으로 분류할 것으로 제안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알려지기도 전에 멸종할 위험이 극도로 크다고 경고했다. 연구를 이끈 콩고 루쿠루 야생동물연구재단의 보전과학자 존 하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이미 과학적으로 탐사된 지역에서도 완전히 새로운 종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중앙 콩고 분지가 생물다양성의 보고라는 점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 헬스장에서 통화하면 왜 어색할까 [달콤한 사이언스]

    헬스장에서 통화하면 왜 어색할까 [달콤한 사이언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중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강도라는 것이 어느 정도일까. 운동 강도를 가늠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운동 중 대화 가능 여부를 살펴보는 ‘대화 검사’다. 말하거나 노래까지 무리 없이 할 수 있으면 저강도, 짧게 끊어서만 말할 수 있으면 중강도, 대화 자체가 어려우면 고강도로 분류하는 식이다. 미국 운동의학회에서도 이런 대화 검사를 운동 강도 평가 보조 지표로 인정하고 있다. 이처럼 신체에 부담이 가해지면 호흡과 말하기 사이의 조율이 흐트러지는데 이 관계를 통해 신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미국 댈러스 텍사스대 컴퓨터공학과, 전기공학과 연구팀은 호흡과 발성은 하나로 신체 상태는 목소리에 그대로 남는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1~15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 음향학회’ 제190차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신체에 가해지는 부담은 호흡과 발성에 곧바로 영향을 주고 말하기도 같은 호흡계를 공유하기 때문에 변화가 음높이, 발화의 시간 구조, 음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호흡과 신체적 부담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음성 특성은 음높이, 음의 세기, 쉼의 구조다. 운동 중에는 음높이와 음 세기가 모두 높아지고 동시에 음 세기는 일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워져 들쭉날쭉해진다. 또 호흡에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해야 하다 보니 말 속도는 느려지고 문장 사이의 쉼이 더 길고 잦아지면서 발화가 토막토막 끊기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사람 귀에는 또렷하게 감지되지 않지만 음향 측정 장비로 분석하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밝혔다. 청자가 음높이, 세기, 발화 시간 구조 같은 특성은 청취자가 단번에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에도 일관되고 분명한 변화를 보인다. 발성 기관의 변화를 측정해 신체적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해 평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신체 부담이 음성 패턴을 어떻게 바꾸는지 정확히 파악하면 표준적이지 않은 음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음성 인식 시스템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자흐라 오미디 연구원은 “긴급 구조 대응, 군사 작전, 업무 부하가 큰 항공 운항, 신체 활동 중에 말로 작동시키는 웨어러블 음성 인터페이스 같은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화자의 말소리는 호흡 및 발성에 가해지는 제약 때문에 평상시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고 말의 명료도와 시스템 성능이 함께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오미디 연구원은 “인간의 말은 본질적으로 몸에 의해 빚어지는 산물이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신체 부담이 말의 발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말의 변이를 단순히 언어학적 차원이 아니라 화자의 ‘몸 상태’가 드러나는 신호로 폭넓게 받아들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메이저리그를 흥분시킨 ‘어뢰배트’에 숨겨진 과학 [사이언스 브런치]

    메이저리그를 흥분시킨 ‘어뢰배트’에 숨겨진 과학 [사이언스 브런치]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MLB)를 뜨겁게 달군 화두는 ‘어뢰 배트’(torpedo bat)였다. 기존 배트와 달리 몸통 중간 부분이 불룩하고 무거우며 끝으로 갈수록 약간 가늘어지는 형태 때문에 어뢰나 볼링핀을 닮았다. 뉴욕 양키스 타자들이 사용한 어뢰 배트는 배트의 가장 넓은 지점이 공을 멀리 보내기 최적 위치인 ‘스위트 스팟’에 더 가까워지게 설계됐다. 이론적으로도 인체공학적 측면에서 타자에게 유리해 타석에서 방망이를 휘두를 때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평가됐다. 수많은 화제 속에서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과연 어뢰 배트가 실제로 뛰어난가”라는 문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은 어뢰 배트의 형태는 스위트 스팟 위치에 변화를 주고 배트의 타구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 경기에서 실질적 이점으로 이어질지는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11~15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제190회 미국 음향학회 연례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연구를 이끈 댄 러셀 교수는 음향학 기술로 스포츠 장비를 평가한 스포츠 음향학 권위자로 골프 클럽, 테니스 라켓, 하키 스틱, 탁구 라켓 등도 분석했다. 연구팀은 어뢰 배트 분석을 위해 ‘모드 분석’ 기법을 사용했다. 이는 특수 망치로 배트를 두드린 뒤 충격력과 그에 따른 진동을 측정하는 것으로 배트의 여러 지점을 타격하고 측정해 배트 각 부분의 움직임이 다른 부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모든 물체는 외부 충격이 가해질 때 특정 주파수에서 진동하는 고유 진동을 갖는다. 모드 분석은 배트에서 진동이 0이 되는 노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배트의 스위트 스팟은 첫 번째나 두 번째 진동 모드의 노드 부근에 위치하는 데 이 지점에 공을 맞추면 손으로 전달되는 불쾌한 떨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배트의 고유 진동수를 가진 진동 모드 형상의 집합을 확보했다. 이 진동 형상으로 타구 속도에 영향을 주는 배트 배럴 부분의 스위트 스팟과 타격 시 손에 전달되는 느낌인 타구감에 영향을 주는 손잡이 부분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 물리학적으로 스위트 스팟은 반발 계수가 극대화되는 지점으로 어뢰 배트처럼 질량 분포를 조절하면 관성 모멘트가 변해 스윙 속도와 타격 시 에너지 전달 효율 사이의 균형점이 바뀌게 된다.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이런 정보는 중요한데, 진동 모드를 바탕으로 배트 성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공이 어디로 가는지나 타구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보다 공을 맞추는 순간의 소리와 타격 순간의 느낌으로 품질을 인식한다. 심리음향학적으로 타격 시 발생하는 고주파 음은 재질의 강성을 의미하고 이를 통해 장비의 신뢰도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는 실제 물리적 비거리 못지않게 타자의 심리적 자신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러셀 교수는 “어뢰 배트의 형태는 스위트 스팟 위치에 변화를 주고 이는 배트의 타구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타구 속도를 몇 킬로미터 정도 높여줄 가능성이 있다”며 “컴퓨터 모델과 실험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과 2025년 MLB 경기 데이터와 대조해 표준 배트와 어뢰 배트의 효과를 비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걸을 때 운동화 ‘삑삑’ 소리 왜 날까[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걸을 때 운동화 ‘삑삑’ 소리 왜 날까[유용하 과학전문기자의 사이언스 톡]

    새로 산 신발을 신고 복도를 걷는데 아기 신발처럼 삑삑거리는 소리가 나서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농구장처럼 매끄러운 바닥에서 운동화가 미끄러지면서 내는 날카로운 소리 때문에 신경이 거슬릴 때도 있다. ●밑창 표면의 마찰로 폭발적 파동 미국 하버드대 응용과학·공학부, 영국 노팅엄대 공학부, 프랑스 르망대 음향학 연구실, 이스라엘 히브리대 물리학 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운동화가 내는 소리는 부드러운 소재가 표면과의 마찰로 순간적으로 미세 변형돼 물결파를 만들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이런 효과를 조절하는 방법도 찾았다. 재료 간 마찰력을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2월 26일 자에 실렸다. 합성 소재부터 지질학적 단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스템에서 마찰 현상은 발생한다. 부드러운 소재가 단단한 표면 위를 미끄러질 때 삑삑대거나 ‘끼익’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생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표면 간 상호작용과 마찰을 조사한 기존 연구들은 두 물질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스틱-슬립’ 현상에서 진동이 생성되기 때문에 소음이 발생한다고 봤지만, 이는 저속 이동 상황만 살펴봤을 때 나온 결론이라는 한계가 있다. ●신발 단단할수록 거슬리는 소리 이에 연구팀은 빠른 속도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표면 간 상호작용을 밝혀내기 위해, 농구화가 매끄러운 유리판에 부딪히고 미끄러지면서 소리를 내는 장면을 초고속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운동화 고무 밑창 변형이 표면을 가로질러 폭발적 파동 형태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때 발생하는 소음의 높낮이(피치)는 파동이 발생하는 빈도와 일치하고, 신발 밑창의 단단함(강성)과 두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진·타이어 마찰 등 제어에 도움 연구팀은 추가 실험에서 부드러운 표면이 매끄러운 밑창과 마찰을 일으킬 경우는 파동이 불규칙하게 발생해 뚜렷한 소리가 나지 않지만, 운동화 바닥 패턴처럼 요철이 있는 표면은 일정한 파동 주기를 생성해 높은음의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카티아 베르톨디 하버드대 교수(응용물리학)는 “이번 연구는 미끄러짐과 마찰의 본질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며 “농구화 제작뿐만 아니라 지진 연구, 타이어나 기계 부품의 마찰, 스마트 기기 표면 질감 제어를 통한 햅틱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푸른빛 무대 위 바이올린 선율, 시리게 들렸다

    푸른빛 무대 위 바이올린 선율, 시리게 들렸다

    12가지 색상의 환경서 음악 감상녹색·파란색으로 된 공연장에선음색 역시 차갑게 느껴진 것 확인“시각적 외관이 음향에 영향 미쳐” 정지용, 김기림 등과 함께 한국 모더니즘 시 운동을 선도한 김광균은 도시적 감수성을 세련된 감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한 번쯤 만났을 그의 시에서는 유독 공감각적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외인촌),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와사등),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추일서정) 등이 대표적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오감은 독립적 감각으로 인식되지만, 일부 사람들은 두 가지 감각을 동시에 경험하기도 한다. 바이올린의 고음 연주를 들으면 눈앞에서 푸른색 불꽃이 펼쳐지고, 종소리가 들리면 피부 위에 부드러운 진동이 퍼지는 식이다. 일반인이 이런 공감각을 경험하기는 어렵지만, 하나의 감각이 다른 감각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가 나와 눈길을 끈다. 독일 베를린 공과대 연구팀은 공연장 조명과 시각 효과 등 전체적인 색상이 관객의 청취 경험과 소리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음향학회에서 발행하는 음향학 분야 국제 학술지 ‘JASA’ 2월 25일 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공연장의 색상이 음향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실험 참가자들에게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색조, 밝기, 채도 등을 바꿔 12가지 색상의 환경을 조성한 뒤 음악을 들려줬다. 또, 연구팀은 가상 현실(VR)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색의 콘서트홀을 시뮬레이션하고, 바이노럴 기술을 적용한 헤드폰을 착용하고 공연을 감상하도록 했다. 바이노럴은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소리를 전달해 시간, 음압, 위상 차이를 이용해 ‘3차원 입체 음향’으로 느끼게 만드는 오디오 기술이다. 실험 참가자들은 바이올린 연주 2곡, 클라리넷 연주 2곡 등 총 4곡의 음악 공연을 들었으며, 각 곡은 다양한 박자와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에게 공연을 선호도, 잔향, 음색, 강도를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공연장의 시각적 디자인과 지각된 음악의 음색 사이에 명확한 상관관계가 발견됐다. 음악의 ‘소리 색깔’로 불리는 음색은 공연장의 색상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적으로 차갑게 보이는 채도 높은 색깔인 녹색과 파란색 공연장에서는 음색도 차갑게 느껴진 것으로 확인됐다. 참가자들은 어두운 공연장에서 연주된 곡에 대해 더 높은 호감도 점수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였다. 음색과 호감도는 공연장의 색깔에 더해 참가자 개인의 음악적 경험으로 증폭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음량 지각에는 색깔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를 이끈 슈테판 바인치얼 베를린 공과대 교수는 “콘서트홀에서 청중들의 음향 인식은 다차원적”이라며 “콘서트홀의 잔향이 더 많거나 적고, 소리가 크고 작게 인식되는 것을 넘어 홀이 음악을 따뜻하게 또는 차갑게 느끼게 하기도 하고 밝거나 날카로운 금속성으로 느끼게 한다”라고 말했다. 바인치얼 교수는 “콘서트홀을 비롯해 음악을 감상할 공간을 설계할 때 시각적 외관이 음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번 연구는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 드릴 소음을 줄여 치과 공포증 없앤다 [달콤한 사이언스]

    드릴 소음을 줄여 치과 공포증 없앤다 [달콤한 사이언스]

    ‘앵’, ‘드르륵’…. 치과 문을 열자마자 들리는 각종 치과 기기의 소음은 ‘치과 공포증’(odontophobia)을 유발한다. 과거 치료 경험으로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나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 등으로 생기는 치과 공포증은 치과를 피하게 만들어 충치, 잇몸병, 치아 손실 등 위험이 커질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치료비 부담도 커지게 된다. 많은 전문가는 치과 공포증의 중요한 요인을 치과 드릴이 내는 날카로운 소음으로 본다. 이에 일본 오사카대, 고베대, 대만 국립 쳉공대 공동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치과 드릴의 대규모 공기 음향학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치과 드릴의 소음이 실제로 치과 공포증을 일으킨다고 7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5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제6회 미국음향학회·일본음향학회 공동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치과 공포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많지만, 이와 관련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없다. 연구팀은 압축 공기로 구동되고 분당 약 32만 번 회전하는 치과용 드릴의 내외부의 공기 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정밀 시뮬레이션을 했다. 연구팀은 공기가 드릴 내부와 주변을 어떻게 이동하며 소음을 만드는지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약 20 k㎐(킬로헤르츠)의 고주파 음을 발생할 수 있는 치과 드릴의 심리적 영향을 어린이와 성인을 대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어린이들은 어른들보다 치과 드릴 소리를 더 크고 불쾌하게 느낀다는 점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 소음을 줄이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능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드릴 날 구조와 배기구를 최적화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연구를 이끈 야마다 토모미 일본 오사카대 치과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히 드릴 소음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불쾌감이나 치과 공포증을 완화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특히 아동의 치과 드릴 소리로 인한 공포증은 단순한 심리적 차원이 아닌 생리적 본질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마다 교수는 “어린이들은 치과 드릴 소리를 어른과 다르게 인지하는 만큼, 치과 치료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력이 아닌 감각적 반응”이라며 “드릴 소리의 크기뿐만 아니라 음질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음악은 ‘직행 타임머신’

    음악은 ‘직행 타임머신’

    어쿠스틱 정도·연주 소리 크기 등음악 특징 따라 불러온 기억 달라“알츠하이머 환자 치료 활용 기대” “나는 마들렌 한 조각을 녹인 차 한 모금을 입으로 가져갔다.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온몸을 떨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특별한 일에 주목했다.… 이토록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많은 독자를 좌절감에 빠뜨린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걸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부분이다. 우연한 자극으로 의식 저편에 묻혀 있던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심리학자와 뇌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프루스트 효과’라고 부른다. 사실 오래된 기억은 되살리기도 쉽지 않지만 왜곡되는 경우도 많다. 뇌과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억은 아직도 완전히 풀리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그래서 SF에서 시간여행과 함께 기억은 단골 소재로 쓰인다. 이런 가운데 영국 골드스미스 런던대 실험심리학과 연구팀은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기억의 성격은 음악의 특징에 따라 달라진다고 밝혔다. 곡의 에너지와 음향학적 특성(어쿠스틱)에 따라 음악을 듣고 회상하는 기억 종류가 다르다는 말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8월 21일 자에 실렸다. 어떤 음악은 첫 소절을 몇 초만 들어도 금세 과거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까맣게 잊고 있던 어린 시절 친구의 생일 파티나 가족들과 여행했던 장면, 첫사랑의 설렘 등의 이미지가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다. 앞선 많은 연구에서 음악이 과거의 기억을 선명하게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이런 기억 속 음악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파악하게 해 주고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박자와 어쿠스틱 정도, 속도 등 음악의 구체적 특징이 기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성인 남녀 233명을 대상으로 음악을 들을 때 연상된 개인적 기억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이 고른 노래 한 곡과 참가자들의 어린 시절과 20대 무렵 유행했던 노래의 일부를 들려주면서 답하도록 했다. 그 결과 발라드같이 잔잔하거나 전자음 없이 어쿠스틱하고 힘이 약한 음악을 들었을 때는 아름답다고 느끼는 감정, 애정, 차분함, 슬픔과 관련한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자음이 많고 비트가 강한 음악 같은 경우는 재미있었거나 활력이 넘쳐 흥분됐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으며, 이런 기억은 다른 것들보다 더 빨리 연상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스로 고른 음악을 들었을 때 떠오른 기억들은 단순히 20대에 유행했던 음악을 무작위로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긍정적이며 특별하고 중요한 것으로 인식했다. 어쿠스틱 정도, 소리 크기, 에너지 같은 음악 특성에 따라 불러내는 기억의 종류가 다르다는 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잔잔하고 에너지가 약한 음악은 개인적 기억을, 에너지가 큰 음악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형성한 기억을 쉽게 끌어내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다이애나 오미지 교수(인지 신경과학)는 “이번 연구는 음악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와 관련된 기억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불러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알츠하이머 치매처럼 기억에 문제 있는 환자들을 위한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7300만 년 전 사라진 공룡은 어떤 소리를 냈을까 [사이언스 브런치]

    7300만 년 전 사라진 공룡은 어떤 소리를 냈을까 [사이언스 브런치]

    영화 ‘쥐라기 월드’에는 중생대에 살았던 다양한 공룡들이 등장한다. 등장하는 공룡들은 모두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과연 영화에서처럼 진짜 그런 소리를 냈을까.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화석을 이용한 물리학적,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대형 초식 공룡인 파라사우롤로푸스(Parasaurolophus)가 어떻게 소리를 냈는지 밝혀내고, 소리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18~22일 온라인 가상 회의로 열린 미국 음향학회 제187차 기술 세션에서 발표됐다.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백악기 후기인 7650만 년~7300만 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초식 공룡이다. 몸길이가 9~10m에 무게는 2.5t으로, 특징은 볏을 포함한 머리뼈의 길이가 1.6~2m에 이르며 오리주둥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름도 볏 도마뱀, 관 도마뱀이라는 뜻의 파라사우롤로푸스로 붙여졌다. 기다란 볏, 또는 관으로 보이는 기관은 속이 비어있고 콧구멍까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데 어디에 사용됐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고생물학자들은 관이 소리를 증폭하는 기관으로 여러 소리를 만드는 데 쓰였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연구팀은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 내부에서 음향학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수학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파이프로 구성된 물리적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공명실에서 영감을 받아 면사에 매달려 마이크로 주파수 데이터를 모은 뒤 작은 스피커로 주파수를 증폭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추가 연구를 진행할 것이지만, 이번 초기 연구 결과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은 요즘 우리가 보는 새의 볏이나 관처럼 소리 공명을 일으키는 데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유사한 발성 구조를 가진 동물을 연구하고 수학적 모델로 검증함으로써 실제 파라사우롤로푸스의 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할 것”이라며 “이번에 사용한 기술을 활용하면 멸종된 동물들의 소리를 재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 서울은 기계음, 경기도는 클래식…수능 고사장마다 종소리 다른 이유는 [취중생]

    서울은 기계음, 경기도는 클래식…수능 고사장마다 종소리 다른 이유는 [취중생]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도 세대도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수능 종소리 너무 소름 돋아요. 스피커 앞자리 걸리면 진짜 고역입니다.” 비상상황 발생 시에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연상케 하는 대한수학능력시험(수능) 타종 음은 수험생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습니다. 안 그래도 긴장하고 있는 상황에 크고 기괴한 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는 의견도 적잖습니다. 하지만 사실 모든 수험생이 같은 타종 소리를 들은 건 아닙니다. 고사장에서 동일한 타종 음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에 있는 학교에서는 기존의 부저 형식의 타종 대신 클래식 음악을 활용한 타종 음이 흘러나옵니다. 샤프도 똑같은 수능 샤프를 쓰는데 타종 소리는 왜 같지 않을까요. 이는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모든 고사장에서 일관된 타종 음을 강제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타종에 관한 전반적인 지침은 내리지만, 세부 시행은 각 시도교육청과 고사장 상황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위임하고 있습니다. 평가원의 <수능업무처리지침>에도 ‘타종은 시험장 타종시설에 따라 적당한 방법으로 실시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기도교육청과 인천교육청만이 대수능 시나리오 음원을 공식적으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두 교육청 모두 모스부호 타종 음을 사용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몇 년 전부터 클래식 음악을 활용한 멜로디 타종 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기도교육청 차원에서 현재 평가원에서 권고하는 타종 음이 너무 오래되었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타 교육청들은 이 두 교육청이 제작한 음원을 받아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학교별로 음원을 자체 제작하거나, 인터넷에서 음원을 내려받거나, 심지어는 현장에서 실제로 종을 울리는 방식을 채택하더라도 이를 따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전국에서 모든 학생이 동일한 조건에서 봐야 하는 시험인데, 왜 통일된 방송 음원을 배포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유회종 한국음향학회 음향표준화위원은 “경고음의 필수 조건은 사람이 들었을 때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어떤 의미인지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타종 음이 다르면 고사장마다 수험생에게 다른 영향이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시험장 환경 하나하나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교육부나 평가원이 동일한 음원을 나눠줘야 하는 건 아닐까요.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는 시험의 공정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수능에서 매년 방송이나 타종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데, 아직도 이와 관련된 개선 움직임이 없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짚었습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교육부나 평가원 차원에서 일관된 음원을 제작해서 배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타종 사고가 반복되는 것도 아쉬움을 더하는 대목입니다. 이번 수능에서도 서울과 전북에 위치한 고사장에서 예정된 시간보다 종이 빨리 울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수험생들은 본인들의 실수와는 상관없는 일로 인해 혼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수능은 수험생들이 1년 내내 모든 것을 걸고 준비하는 시험입니다. 이제는 방송·타종 사고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차원에서부터 대책을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주삿바늘 걱정 없는 예방접종법 개발 [달콤한 사이언스]

    주삿바늘 걱정 없는 예방접종법 개발 [달콤한 사이언스]

    어린이나 어른이나 주사를 맞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주사 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실제 주사 접종하는 생각만 해도 통증을 느낀다. 단순히 뾰족한 주삿바늘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극도의 공포감으로 심할 경우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성인의 4분의1, 아동 3분의2가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그렇지만 백신 대부분이 주사로 투여된다. 이에 영국 옥스퍼드대 의생명공학연구소, 생의학 초음파·바이오테라피·바이오의약품 연구소(BUBBL) 공동 연구팀은 초음파를 이용해 약물을 전달함으로써 주삿바늘의 공포를 덜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4~8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음향학 분야 국제학술대회인 ‘음향학 2023 시드니’에서 발표됐다. 연구팀은 ‘캐비테이션’(cavitation)이라는 현상을 활용했다. 캐비테이션(공동현상)은 액체 상태 매질에 특정 주파수의 초음파가 가해질 경우 물리적 압력 변화로 기포가 형성되는 원리다. 주사 대체 캐비테이션은 각질층 바깥을 통과하는 통로를 뚫어 백신 분자가 통과할 수 있도록 하고, 약물 분자를 이 통로로 밀어 넣는 펌프 역할을 한다. 그다음 백신 분자가 세포 내부로 들어갈 수 있도록 세포 자체를 둘러싼 막을 통과하도록 한다. 동물 실험을 통해 캐비테이션 방식은 기존 주사와 비교하면 전달되는 백신 분자의 수는 700분의1 수준이지만, 면역력을 더 빠르게 유도하고 더 효과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근육에 놓는 주사보다 피부를 통해 초음파로 약물을 전달하기 때문에 부작용 위험이 거의 없고 접종 양이 줄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지만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콘스탄틴 쿠시오스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캐비테이션 주사는 현재 전달이 쉽지 않은 DNA 백신에 유용하다”라며 “치료제 접근을 막는 세포막에 균열을 내면 면역반응을 집중시킬 수 있고 감염 위험이 낮을 뿐만 아니라 보관 안정성도 높아 DNA 백신의 다른 장점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졸졸졸… 찌르륵… 소쩍소쩍… 건강한 자연, 소리로 증명하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졸졸졸… 찌르륵… 소쩍소쩍… 건강한 자연, 소리로 증명하다[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전에는 아침에는 울새, 검정지빠귀, 산비둘기, 어치, 굴뚝새 등 여러 새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 속 한 문장입니다. 도시에서 새소리가 사라진 것은 꽤 오래된 듯싶습니다. 요즘은 도시를 벗어난 교외 지역에서도 가을 풀벌레 소리나 새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연의 소리를 포함해 일상의 소리 환경 전반을 조경학에서는 음향 경관 또는 소리풍경(soundscape)이라고 합니다. 소리풍경은 실제로 들을 수 있는 소리뿐만 아니라 심상, 기억 속 소리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단순히 ‘물소리’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물 흐르는 소리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청량함을 느끼게 되는 작용을 말합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2월 발표한 ‘프론티어 2022: 소음, 대형 화재와 불일치’ 보고서에서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환경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보고서에서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소리풍경입니다.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기준치를 넘어선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인류의 일상과 보건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시계획을 세울 때 긍정적 소리풍경 형성을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에콰도르, 미국 공동 연구팀은 산림 관리에 있어서 소리풍경이 생물다양성을 측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10월 18일자에 실렸습니다. 지구온난화와 도시화로 인해 산림 건강도 위협받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산림 생물다양성을 대규모로 감시하는 것이 보존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문제는 비용도 많이 들고 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물은 어떻게 모니터링할지 표준화된 측정 도구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에 연구팀은 자연 속 미세한 소리까지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했습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DNA를 통해 여러 생물학적 요소를 판단할 수 있는 ‘DNA 메타바코딩’ 방식으로 생물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리를 내지 못하는 동물이 만들어 내는 소리풍경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에콰도르에 있는 버려진 농장부터 오래된 숲까지 다양한 산림에서 소리풍경을 녹음해 생물다양성을 평가했습니다. 분석 결과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저렴하고 정확하고 폭넓게 산림 생물다양성을 판단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연구를 이끈 요르크 뮐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물 음향학과 인공지능 기술의 결합이 산림 생물다양성을 감시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박사는 최근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라는 책에서 생태계 파괴는 인공 음이 자연의 소리를 덮어 버리면서 시작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스컬 박사의 책이나 이번 연구를 보면 지구 생태계에 인공적인 소리만 남고 자연의 소리가 사라질 때가 바로 ‘여섯 번째 대멸종’의 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K잠수함 전진기지… 세계 최대 수조에 띄운 초격차 기술

    K잠수함 전진기지… 세계 최대 수조에 띄운 초격차 기술

    지난 15일 방문한 경기 시흥의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은 한화오션 잠수함 수출의 전진기지나 다름없는 곳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수조 및 예인수조, 음향수조 등을 갖춘 이곳이 이날 언론에 공개된 것은 2018년 8월 개소 이래 처음이다. 연구사무동과 추진기시험동, 친환경 연료와 전동화를 연구하는 연구동 등 모두 5만㎡ 규모인 중앙연구원은 330여명의 연구원 중 70%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다. 민감한 연구가 많다 보니 사진촬영 금지에 연구원조차 접근이 불가능한 일부 군사보안지역도 있다. 연구원이 제일 먼저 안내한 곳은 가로 25m, 세로 15m, 깊이 10m의 수영장과 흡사한 음향수조였다. 국내에선 한화오션만이 보유한 음향수조는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방산 분야 전문 연구시설이다. 가정용 욕조 1만개 용량(3만t)으로 물을 채우는 데만 최대 4일이 걸리는 이곳은 대상 물체를 수조에 넣고 음파를 쏘면 발생하는 소음이나 음파의 굴절 등을 연구한다. 공기분사 기술을 이용해 선체에 일종의 에어커튼을 형성, 선체의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마스커 에어시스템도 이곳에서 탄생했다. 함정성능연구팀의 이원병 책임연구원은 “여러 가지 센서를 물속에 설치한 상황에서 대상 물체를 넣어 그 음파를 받았을 때의 특성이나 굴절, 주파수 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관측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잠수함 내부 배관의 유체 흐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잡기 위한 유체소음기 개발도 이곳 음향수조에서 이뤄지고 있다. 연구원이 안내한 또다른 곳은 가로 62m, 높이 21m로 3600t의 물을 초속 15m까지 흘려보내 프로펠러의 소음을 줄이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공동수조였다. 잠수함을 포함한 모든 수상선박은 프로펠러가 돌면서 기포가 생겨나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프로펠러 날개가 침식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강한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특히 군사 목적의 함정은 은밀하고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데 소음이 발생하면 적에게 발각될 수도 있어 프로펠러 소음은 생존 문제로 직결된다. 이날도 연구원은 30분의1로 축소 제작된 프로펠러를 2000rpm 속도로 돌려 소음의 원인을 찾고 있었다. 성능평가팀 정재권 책임연구원은 “실제 선박은 60rpm으로 운영되지만 공동수조에 있는 프로펠러는 축소 모형이기에 2000rpm까지 돌려 소음의 변화를 측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선박의 소음을 줄이는 데 연구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바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잠수함 건조능력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폴란드와 캐나다 등 최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3000t급 잠수함 발주를 따낸다는 계획이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은 “유상증자로 마련한 투자금 2조원 중 45%가량인 9000억원을 방산 분야 설비 확충에 사용할 것”이라며 “해외 사업장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 르포/국내유일 음향수조 및 세계 최대 공동수조 보유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잠수함 수출의 전진기지

    르포/국내유일 음향수조 및 세계 최대 공동수조 보유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잠수함 수출의 전진기지

    지난 15일 방문한 경기 시흥의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은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사무동 건물이 여러동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곳은 한화오션 잠수함 수출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곳이다.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발한 뒤 처음으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이 언론에 공개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공동수조 및 예인수조, 음향수조 등을 갖춘 이곳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2018년 8월 개소된 뒤 처음있는 일이다. 연구사무동과 유압시스템실험실, 추진기시험동, 친환경 연료와 전동화를 연구하는 연구동, 모형제작 워크샵, 육상관제센터 등 모두 5만㎡규모인 중앙연구원은 330여명의 연구원 중 70%가 석박사 학위 소지자일정도로 연구에 진심인 곳이다. 일반 상선은 물론 전투함과 잠수함 등 한화오션이 생산하는 군함관련 성능 연구 등을 하다보니 연구원 내에서 사진촬영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일부는 연구원이라도 접근이 불가능한 군사보안지역도 있다. 이날 언론 공개도 해군과의 협의를 거친 것이다. 연구원이 제일 먼저 안내한 곳은 가로 25m, 세로 15m, 깊이 10m의 수영장 같은 음향수조였다. 국내에선 한화오션만 보유한 음향수조는 음파를 이용해 대상 표적의 음향학적 특성을 분석하는 방산분야 전문 연구시설이다.가정용 욕조 1만개 용량(3만t)으로 물을 채우는데만 최대 4일이 걸리는 이곳은 비대칭 이중벽으로 설계됐다. 불필요한 반사음 감소를 위해 내벽표면에 특수재질을 사용했다. 대상물체를 수조에 넣고 음파를 쏘게 되면 발생하는 소음이나 음파의 굴절 등을 연구한다. 함정이 내는 소리로 인해 위치를 노출하지 않도록 공기분사 기술을 이용해 선체에 일종의 에어커튼을 형성하는 방사소음 저감기술인 카스커 에어시스템의 기반기술도 이곳에서 탄생했다.함정성능연구팀의 이원병 책임은 “물속에 여러가지 센서를 설치한 상황에서 대상표적을 넣어 그 음파를 받아 특성이나 굴절, 주파수 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관측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잠수함 내부 배관의 유체 흐름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잡기 위한 유체 소음기 개발도 이곳 음향수조에서 이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잠수함 내부에 붙이는 흡·차음재를 위한 음향 특성 분석도 한다.연구원이 안내한 또 다른 곳은 가로 62m, 높이 21m로 3600t의 물을 초속 15m까지 흘려보내 프로펠러의 소음을 줄이는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공동수조였다. 일정한 온도의 물속에 압력이 급격히 바뀌면 물은 기체 상태로 변하고 여기서 발생한 기포가 강한 소음과 진동을 일으킨다. 잠수함을 포함해 모든 수상선박은 프로펠러로 동력을 얻는데 프로펠러가 돌면서 기포가 발생하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프로펠러 날개가 침식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어떤 모양의 프로펠러를 사용할 것인지는 추진력을 향상시키고 소음을 줄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군사목적의 함정은 반드시 은밀하고 빠르게 이동해야 하는데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는 것이 적에게 발각될 수 도 있어 생존의 문제로 연결된다. 이날도 연구원은 30분의 1로 축소 제작된 프로펠러를 2000rpm의 속도로 돌려 소음의 원인을 찾고 있었다. 성능평가팀의 정재권 책임은 “실제 선박은 60rpm으로 운영되지만 공동수조에 있는 프로펠러는 축소 모형이기에 2000rpm까지 돌리는 것”이라며 “선박소음의 주된 원인이기에 소음의 변화를 측정해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실제 선박에 탑재되는 추진시스템을 그대로 본떠 성능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해 육상에 설치된 시험설비인 LBTS(Land Based Test Site)에서는 국내 최초의 3000t 급 잠수함인 도산 안창호함에 적용한 리튬 추진 체계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에는 수소를 사용한 추진체계와 관련한 성능시험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함정책임연구팀 정승교 책임은 “이곳은 향후 수출형 잠수함에 채택될 수소저장실린더 성능시험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화오션이 선박의 소음을 줄이는데 연구력을 집중하는 이유는 바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잠수함 건조능력에서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바탕으로 폴란드와 캐나다 등 최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3000t급 잠수함 발주를 따내려는 것이다. 실제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5일 폴란드 키엘체에서 열린 유럽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 ‘폴란드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MSPO)’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을 상대로 한화오션의 3000톤급 잠수함인 ‘장보고-Ⅲ 배치(Batch)-Ⅱ’의 우수한 잠항 능력과 다목적 수직 발사관 등의 기술력을 강조하며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강중규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장은 “최근 유상증자로 마련한 투자금 2조원 중 45%가량인 9000억원을 방산분야 설비 확충에 사용할 것”이라며 “해외사업장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 [이은경의 과학산책] 음파 자극과 소리, 그리고 이어폰/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이은경의 과학산책] 음파 자극과 소리, 그리고 이어폰/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이걸 끼고 있어야 안정감이 듭니다.” 웹예능 프로그램인 ‘SNL코리아’의 ‘MZ오피스’ 편에서 신입사원이 업무시간 중 이어폰 사용을 지적받았을 때 대사다. 이어폰은 소리를 내면 곤란한 때와 장소에서 소리를 듣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요즘에는 주변 소음을 막을 때 또는 말 걸지 말라는 신호를 보낼 때도 이어폰을 사용한다. 시끄러운 곳에서 조용한 곳으로 옮기면 이어폰에서 들리는 소리가 너무 커서 놀랄 때도 있다. 이렇게 우리 귀에 집중적으로 자극이 계속되고 있는데 귀의 건강은 괜찮을까? 사람의 감각에 대한 정량적ㆍ물리화학적 연구는 19세기 중반 실험과학이 발전하면서 시작됐다. 독일 과학자 헤르만 폰 헬름홀츠는 그 연구의 선구자 중 한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헬름홀츠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집안 형편이 나빴던 그는 부모 권유로 프로이센 군대의 빌헬름 의학연구소에서 의학을 공부했다. 헬름홀츠의 박사학위 논문은 생리학과 물리학을 결합한 연구였다. 19세기 초에는 생명체의 생리, 대사 현상을 초자연적인 ‘생기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믿었다. 그러나 헬름홀츠는 척추동물의 신경계를 연구해 근육 작용이 일어날 때 힘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이 발생한다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이 연구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학자 헬름홀츠의 이름을 물리학계에 알렸다. 그는 1847년 베를린 물리학회에서 ‘힘의 보존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전 연구를 더 확장해 근육수축 외에도 기체 팽창처럼 힘이 손실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에서 사실은 열이 발생하므로 힘이 열로 전환되면서 보존된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은 에너지 개념이 확립되기 전에 착안한 에너지보존법칙의 여러 버전 중 하나였다. 1870년까지 그는 여러 대학에서 생리학 교수로 있으면서 측정할 수 있는 물리 자극과 그에 반응하는 사람의 지각 현상을 연구했다. 특히 시각과 청각 연구가 주목할 만하다. 1851년에 눈의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검안경을 발명했다. 검안경은 안과 진단과 시각 연구에 큰 혁신을 가져왔고, 의학 분야에서 헬름홀츠에게 명성을 안겨 주었다. 청각 분야 연구에선 소리의 압력 진폭과 사람이 지각하는 소리 크기의 관계를 밝혔다. 단순하게 말하면 사람이 소리를 2배, 3배 크게 들으려면 음파의 압력 진폭은 각 4배, 8배로 높아진다. 이 원리는 음향기기 설계에 이용된다. 생리학 교수인 헬름홀츠의 연구는 실험물리학에서 광학과 음향학 영역으로 확장됐고, 1871년 베를린 훔볼트대학은 그를 물리학 교수로 초빙했다. 이어폰이 신체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워진 요즘 170여년 전 헬름홀츠의 연구를 다시 살펴보는 것은 귀의 건강 때문이다. 점점 커지는 일상 소음을 뚫고 이어폰으로 소리를 들으려면 볼륨을 높여야 한다. 우리는 볼륨을 조금 높이지만 귀는 그보다 훨씬 큰 지수함수 값의 진폭 압력을 받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면 난청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귀의 건강을 챙길 수 있을까?
  • 음악과 수학이 만나 ‘아름다운 선율’ 창조

    음악과 수학이 만나 ‘아름다운 선율’ 창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 22) 에는 주인공 최민식이 원주율의 소수점 아래 숫자들을 음계로 치환해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원주율을 구성하는 숫자들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곡은 고대 수학자 피타고라스의 믿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피타고라스는 세상의 섭리가 수와 음계 속의 질서로 표현된다고 믿었다. 기원전 500년경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수의 패턴을 발견하려 했던 그는 한 옥타브는 1:2의 비율, 5도음은 2:3의 비율일 때 조화로운 소리를 낸다는 수학적 원리를 발견한다. 오늘날 음정과 음향학의 출발점이다. 음악학자이며 기술사학자인 저자는 인류 최초의 악기인 선사시대 뼈 피리는 인간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은 음악을 어떻게 조합하고 작곡했을까, 20세기 초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에는 음악 알고리즘을 어떻게 만들어 냈을까, 오늘날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음악에 이용하면서 과거 작곡 과정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등의 의문점에 답한다. 고대의 비율, 근세 조합론, 19세기 음향학, 20세기 통계와 알고리즘, 컴퓨터를 통찰하면서 음악사의 씨실이 기술사의 날실과 촘촘히 엮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이라는 영역에서 수학이 어떻게 사용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은 어디까지 와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는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지 설명한다. ‘대량 생산’과 ‘개인에 대한 최적화’란 공존할 수 없을 것 같던 목표가 AI로 가능해진 시대가 됐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챗GPT처럼 구글은 ‘뮤직LM’이란 텍스트 기반 음악 생성 AI 시스템을 선보였다. 간단한 텍스트 명령을 내리면 뚝딱 음악을 만들어 준다. AI 기반으로 맞춤형 음악을 추천해 주는 플랫폼도 이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최초의 AI 작곡가 이봄(EvoM)을 개발한 안창욱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이런 책이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 경기도 문화예술 이끌 경기아트센터 서춘기 사장 취임

    경기도 문화예술 이끌 경기아트센터 서춘기 사장 취임

    경기도의 문화예술을 이끌 경기아트센터의 새 수장에 오른 서춘기(64) 신임사장이 3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본격적인 임기를 시작했다. 서 사장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립예술단 총괄본부장, 한국문예회관 연합회 공연장 전문 컨설턴트, 안성시 안성맞춤아트홀 운영위원, 서울시 50플러스 재단 뮤지컬과 오페라 감상법 강사 등을 지낸 공연계 전문 인사다. 2012년 실내음향학으로 한양대 대학원 건축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서 사장은 국악 오케스트라 악기배치 및 국악 전용 홀 음향설계 표준안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했고, 한양대 건축공학부 교수로도 재직한 바 있다. 서 사장은 ‘국내 문화예술 최고 위상의 공연장 및 예술단 운영’을 제시했다. 세부적으로는 ‘예술역량 강화 및 새로운 예술생태계 조성’, ‘인력과 조직의 혁신’, ‘생활예술 인프라 및 미래세대를 위한 기반 확충’, ‘경기 남·북부 문화예술 불균형 해소’ 등을 제시했다. 취임식에서 서 사장은 “경기도 대표 공공 공연장으로 공연예술의 패러다임 전환과 미래를 위한 다양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 어젠다를 설정하고 실천해 가겠다”면서 “자부심과 우리만의 이야기가 있는 경기아트센터가 되기 바라며 문화예술로 경기도민이 행복하고 생활의 원동력이 되는 방안을 잘 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 사장의 임기는 2년이다.
  • 칼 대신 초음파로 외과 수술 방법 개발

    칼 대신 초음파로 외과 수술 방법 개발

    국내 연구진이 칼 대신 초음파로 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박기주 박사는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집속초음파를 이용해 정밀하고 미세하게 생체 조직을 파쇄할 수 있는 새로운 초음파 수술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음향학 분야 국제학술지 ‘초음파 음향화학’에 실렸다. 연구팀은 집속초음파가 집중되는 초점에서 압력 세기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충격파 산란효과를 줄여 정밀 수술이 가능하게 했다. 수~수십㎜ 단위로만 제어할 수 있는 기존 집속초음파 기술과 달리 이 기술은 수십~수백㎛(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제어가 가능해 생체조직을 정밀하게 파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음향 시뮬레이션과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한 인체조직 모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이 같은 효과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박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집속초음파 기술은 원하는 특정 세포만 선택해 파쇄할 수 있다”며 “관련 초음파 기술을 국내와 미국에 특허출원한 상태이고 정밀수술과 시술에 사용할 수 있는 핸드헬드 타입 초음파 의료기기 상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이젠 칼 대신 안전하게 초음파로 수술한다

    이젠 칼 대신 안전하게 초음파로 수술한다

    국내 연구진이 칼 대신 초음파로 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센터 연구진은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집속초음파를 이용해 정밀하고 미세하게 생체 조직을 파쇄할 수 있는 새로운 초음파 수술기술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음향학 분야 국제학술지 ‘초음파 음향화학’에 실렸다. 의료에서 사용되는 초음파는 정밀 검사 뿐만 아니라 외과 수술에도 이용되고 있다. 특히 초음파를 이용한 외과수술은 피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환자의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초음파를 작은 부위에 집중시켜 100분의 1초라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는 강한 기포로 주변 생체조직을 칼로 자른 듯 물리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집속초음파 수술법은 치료과정을 관찰하고 치료시간도 짧고 회복도 빠르다. 그렇지만 생체조직을 파쇄하면서 형성되는 충격파 산란효과 때문에 정밀도가 낮아져 주요 장기나 혈관에 붙어 있는 조직이나 종양을 제거하는데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연구팀은 집속초음파가 집중되는 초점에서 압력 세기를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충격파 산란효과를 줄여 정밀 수술이 가능하게 했다. 기존 집속초음파 기술은 수~수십㎜ 단위로 제어가 가능하지만 수십~수백㎛(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제어가 가능해 생체조직을 정밀하게 파쇄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음향 시뮬레이션과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해 인체조직 모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이 같은 효과를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박기주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집속초음파 기술은 초음파 압력을 조절해 파쇄 범위와 강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특정 세포만 선택해 파쇄할 수 있다”라며 “관련 초음파 기술을 국내와 미국에 특허출원한 상태이며 정밀수술과 시술에 사용할 수 있는 핸드헬드 타입 초음파 의료기기 상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과학과 예술의 만남/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연구단장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과학과 예술의 만남/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연구단장

    지난주에 아주 큰 선물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널리 알려진 조각가 권치규, 김경민 부부가 한국 기초과학연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귀중한 미술 작품 여러 점을 필자가 속한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핵연구단에 무상으로 대여해준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핵물리 연구를 위해 2019년 말 출범한 우리 연구단에는 연구원들이 담소를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라운지가 있다. 이 휴식 공간은 여느 라운지와 비슷하게 소파와 책장 외에는 달리 놓여 있는 게 없어 약간은 삭막해 보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연구소에 흔히 있을 법한 과학 관련 사진이나 포스터 대신 연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순수 예술 작품을 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틀을 깨는 창의적 연구를 하려면 연구 환경만큼이나 휴식 환경도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훌륭한 예술 작품을 보는 것은 정신을 정화시키고 영감을 얻게 해 줘 연구가 답보상태일 때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해 줄 수도 있다. 과학과 예술은 별개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점이 많을뿐더러 일종의 상호작용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물리학의 한 분야인 음향학은 소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해 공연장을 어떻게 설계하면 더 좋을지, 그리고 다양한 악기의 음색을 파동으로 분석할 수 있게 한다. 뿐만 아니라 빛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색의 원리를 올바르게 이해하게 되면서 인간은 새로운 미술 사조나 건축 분야를 개척하기도 했다. 예술과 과학의 상호작용을 이뤄 낸 대표적인 사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미술가이면서 동시에 과학자이기도 했던 그는 인체 골격이나 힘줄, 새의 날개를 세밀하게 관찰해 작품에 구현함으로써 자연과 생명을 이해하는 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과학과 예술은 신이 인간에게만 준 귀한 선물이다. 벌들이 제아무리 아름답고 정교하게 육각형의 벌집을 짓고, 수달이 하천에 거대한 댐을 쌓아도 그 행위는 본능에 불과하다. 인간 외에 어떤 동물도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 않은 행위에 시간을 쓰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과 생명의 원리를 찾고자 끊임없이 고군분투하며, 동시에 내면을 반영한 미술 작품이나 영혼을 울릴 만큼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 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생각의 벽을 만나면, 잠시 멈추고 바이올린 연주에 몰입했다. 그는 자신의 발견이 음악적 통찰의 결과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20세기 초 비슷한 시기에 피카소는 4차원을 그림에 담았고 아인슈타인은 4차원 시공간에 대한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다. 그래서 혹자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피카소 작품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고 각자 자기의 분야에서 천재성을 발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술과 과학의 또 다른 공통점은 두 영역 모두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전자기 현상을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을 물리학자들은 ‘아름답다’고 표현한다. 상대성이론도 아름답다. 과학자들, 특히 물리학자들은 수학을 이용해 복잡한 자연현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려 하기 때문에 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예술이 지닌 감성적 가치를 잘 알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에 불과하다. 이번 미술 작품 설치를 계기로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 결코 우연이 아니고 좋은 연구 업적을 위한 필연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더 분발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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