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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도는 일본땅”? 푸틴에 ‘뒤통수’ 맞은 日…굴욕 맛본 다카이치 펄쩍 뛴 상황 [권윤희의 월드뷰]

    “독도는 일본땅”? 푸틴에 ‘뒤통수’ 맞은 日…굴욕 맛본 다카이치 펄쩍 뛴 상황 [권윤희의 월드뷰]

    [월드뷰 3줄 요약]● 푸틴 대통령은 태평양함대 훈련과 동부 국경 회의에 이어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쿠릴을 방문해 실효지배 의지를 과시했다.● 남쿠릴의 방공·대함 전력은 영토방어와 함께 오호츠크해 전략원잠과 러시아의 핵 2차타격 능력을 보호하는 외곽 방어선이다.●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당일 러중 공동성명까지 겹치며 일본의 북중러 위협 인식이 커진 가운데, 한미일 군사협력의 북태평양 확대에 대비한 한국의 대러 위기소통과 확전 관리도 중요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쿠릴 4개 도서 가운데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를 찾았다. 일본 패전일, 한국 광복절을 이틀 앞둔 시점이다. 방위백서에서 22년째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일본은 반대로 남쿠릴 문제에선 러시아에 격렬 항의를 쏟아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시베리아·극동 지역을 순방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이투루프의 수산물 가공공장에서 연어알 등 현지 수산물을 맛보고 학교와 병원을 시찰했다. 주민들과 대화하고 발레리 리마렌코 사할린주지사와 업무회의도 했다. 그가 방문한 학교에는 우크라이나전에서 숨진 러시아군 장교 에두아르트 노르폴로프의 이름이 붙어 있다. 푸틴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찾은 것은 2000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그는 2024년 1월 쿠릴열도에 “반드시 가겠다”고 예고했다. 러시아 국가수반으로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이 2010년 처음 남쿠릴을 방문했다. 메드베데프는 총리 재임 중 세 차례 더 찾았고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도 2021년 이투루프를 방문했다. 일본 정부는 니콜라이 노즈드레프 주일 러시아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이투루프가 일본 고유 영토라며 푸틴 대통령의 방문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함대훈련 뒤 이투루프행…남쿠릴, 러시아 ‘극동 방어선’으로푸틴 대통령은 이투루프 방문 전날 미사일순양함 바랴그함에서 올해 태평양함대의 핵심 작전·전투훈련을 참관하고 동부 국경 방어태세를 점검했다. 장병들에게는 “여러분은 후방이 아니라 최전선에 있다”고 말했다. 바로 그 다음 날, 푸틴 대통령은 영유권 분쟁의 중심 이투루프에서 공장과 학교, 병원 등을 돌며 실효지배를 과시했다. 바다에서는 최고사령관으로 해상·도서 방어태세를 점검하고 섬에서는 국가원수로 통치행위를 부각한 것이다. 하루 간격으로 이어진 두 행보는 남쿠릴을 러시아가 방어하고 통치하는 극동 국경으로 제시했다. 태평양함대 훈련은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동해와 오호츠크해, 북서태평양에서 진행됐다. 함정·잠수함·지원함 약 60척과 항공기·헬리콥터·무인체계 약 30대, 병력 1만 3000여명이 투입됐다. 러시아는 극동의 해상 국경과 도서지역, 연안 방어를 훈련 목표로 제시했다. 훈련을 참관한 푸틴 대통령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아시아·태평양 진출과 새로운 군사블록·무기체계 배치가 러시아 안보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한다고도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태평양함대 훈련과 동부 국경 회의 직후 이투루프를 찾은 것은 러시아가 극동을 또 하나의 전선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토방어 넘어 전략원잠 보호…남쿠릴의 군사적 가치쿠릴열도는 오호츠크해와 북태평양을 가르는 섬 사슬이다. 오호츠크해는 캄차카반도에 기지를 둔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탄도미사일탑재 원자력잠수함(SSBN·전략원잠)이 활동하는 핵심 해역이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6월 공개한 ‘일본 주변 러시아군 동향’ 자료에서 태평양함대의 보레이 계열 전략원잠을 5척으로 집계했다. 남쿠릴을 포함한 쿠릴열도는 오호츠크해의 전략원잠을 보호하고 블라디보스토크에 주둔하는 주요 수상함의 태평양 진출로를 확보하는 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캄차카반도와 사할린, 쿠릴열도에 방공·대함 전력을 배치해 외부 해·공군과 공격원잠의 오호츠크해 진입을 억제해왔다. 전략원잠을 자국 해·공군의 엄호가 가능한 해역에 배치해 유사시 핵 2차타격 능력을 보존하는 바스티온(성역) 전략이다. 이투루프와 쿠나시르에는 제18기관총포병사단 예하 부대와 바스티온·발 연안대함미사일, 전투기 등이 배치돼 있다. 남쿠릴의 방공·대함 전력은 영토방어와 오호츠크해 전략원잠 보호를 함께 맡는 외곽 방어선이다. 이번 훈련에도 수상함과 잠수함, 해군항공대, 소해전력이 참가해 동해와 오호츠크해, 북서태평양의 해상 접근로 통제와 도서 방어태세를 점검했다. 훈련 구역과 임무는 쿠릴열도와 사할린을 외곽선으로 삼는 바스티온 전략의 작전 범위와 겹친다. 우크라이나전은 남쿠릴 방공전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방위성은 이투루프와 쿠나시르에 배치됐던 S-300V4 방공체계가 침공 이후 철수돼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한다. 푸틴 대통령은 태평양함대 훈련에 우크라이나전 경험을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훈련에도 무인체계와 전자전, 장거리 정밀타격 요소가 포함됐다. 앞으로 S-300V4 방공망의 복원과 연안 대함미사일·무인체계·전자전 장비의 추가 배치 여부가 우크라이나 전훈의 극동 전력화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전망이다. 평화협상 멈춘 자리에 장거리미사일…깊어지는 러일 군사대치러시아는 일본의 대러 제재를 이유로 2022년 3월 평화조약 협상을 중단했다. 그 사이 일본은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노르웨이산 합동타격미사일(JSM)을 인도받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해상자위대 이지스함 초카이함이 토마호크를 처음 실사격했다. 러시아는 일본의 스탠드오프 전력을 극동 국경에 대한 군사적 위협으로 규정한다. 지난 5월에는 미군 타이폰 중거리미사일 체계의 일본 내 훈련 전개가 러시아 극동을 직접 위협한다고 반발했다. 푸틴 대통령의 나토·신무기 경고에는 일본을 평화조약 협상 상대보다 미국 장거리 타격망의 전방 거점으로 보는 모스크바의 인식이 담겼다. 푸틴 대통령은 “일본을 위협하지 않으며 일본에 어떠한 영토적 요구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쿠릴열도의 지위는 제2차 세계대전 결과에 따라 국제문서로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평화조약 체결을 위해 상호 수용 가능한 해법을 찾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지만, 러시아의 영유권은 전후질서로 확정됐다는 전제를 유지했다. 러중은 ‘재군사화’ 공세…일본은 중·러·북 위협 부각방문 당일 러시아와 중국의 주일대사는 제2차 세계대전 결과의 수정과 아시아·태평양의 재군사화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러시아는 전후질서를 쿠릴 영유권의 근거로 내세우고 중국은 같은 논리로 일본의 대만 유사시 개입과 장거리 타격능력 확대를 견제한다. 일본은 중국과 북한의 군사력 증강, 중러·북러 군사협력 강화를 자국 방위력 확충의 근거로 삼는다. 러중은 이를 일본의 재군사화라고 비판하고, 일본은 다시 중·러·북의 군사활동을 들어 장거리 타격전력과 미일동맹을 강화한다. 서로의 대응이 상대의 군비 증강 명분을 키우는 안보 딜레마다. 북한도 푸틴 대통령의 방문 전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비판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푸틴 대통령의 방문, 러중 공동성명이 사전에 조율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중국·러시아·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는 지점이다. 한미일 작전범위 북상…러 핵전력과 맞닿는 확전 위험한국이 주목할 것은 러시아가 일본 주변 군사활동을 어느 수준의 위협으로 평가하느냐다. 오호츠크해 방어는 전략원잠의 생존성과 직결된다. 러시아는 미일의 장거리미사일과 대잠수함전, 미사일 탐지·추적 활동을 자국 핵 억제력에 대한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미일의 대잠수함전과 미사일 탐지·추적 협력이 일본 북부와 북태평양으로 확대되면 한미일의 작전 범위가 오호츠크해 바스티온과 중첩될 수 있다. 한미일의 재래식 억제 활동이 러시아에는 핵 2차타격 능력의 생존성을 겨냥한 조치로 비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위협 인식의 차이는 위기 시 오판과 확전 위험을 키운다. 한국은 한미일 협의 과정에서 훈련 목적과 구역, 정보수집 범위가 갖는 대러 전략신호까지 검토해야 한다. 대북 억제 활동과 러시아 핵전력 주변의 군사활동을 구분하고 한러 군사·외교 채널을 통한 우발충돌 방지 및 위기소통 체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태평양함대 훈련과 동부 국경 회의에 이어 이투루프를 시찰하며 남쿠릴에 대한 실효지배 의지를 과시했다. 남쿠릴 문제의 무게중심도 러일 평화조약 협상에서 오호츠크해 바스티온과 미일 장거리 타격체계가 대치하는 군사안보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도 이 지역을 단순한 영토분쟁 지대가 아니라 재래식 억제와 핵 억제가 교차하는 확전 관리 공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 ‘열정페이’ 국선변호인, 변호료 300억 못 받아

    ‘열정페이’ 국선변호인, 변호료 300억 못 받아

    매년 예산 부족… 올해 686억피해자 전담·비전담 총 629명“건당 55만원 보수 현실화해야”법원 “관련 예산 뒷받침 노력” 지난해 국선변호인에게 지급하지 못한 보수가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국선변호인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국선변호인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해 피고인 국선변호인 보수 연체액은 297억 5400만원으로 집계됐다. 보수 연체액은 2021년 4억원 수준이었지만 매년 빠르게 증가해 2024년 225억 6600만원을 기록했다. 연체된 보수액이 늘면서 매년 편성된 예산에도 구멍이 나고 있다. 연체 보수는 해를 넘겨 다음 연도 예산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당해 연도에 사용할 국선변호인 보수가 모자라는 것이다. 국회는 2026년도 예산을 통과시키면서 일반 국선변호료 예산을 685억 7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50억원 이상 늘렸다. 그럼에도 올해도 국선변호인 예산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월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국선변호사 수요가 늘게 되면 1000억원에 가깝게 증액해야 한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윤섭 대한변호사협회 국선변호사회 회장은 “상반기 처리한 사건의 보수를 하반기에 받는 데 벌써부터 예산이 모자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며 “열정페이 수준에 불과한 보수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산 증액과 더불어 보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국선변호인은 법원 혹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위촉돼 국선변호 사건만 담당하는 국선전담변호사와 일반 변호사 업무를 병행하는 비전담 국선변호인으로 구분된다. 전담 변호사는 월급을 받지만, 피고인 국선변호인들은 사건당 55만원의 보수를 받고 업무를 수행한다. 이마저도 대법원 상고심의 경우 법률심이라는 이유로 보수의 80% 수준만 지급한다. 검찰 단계에서 선정된 피해자 국선변호인은 사건 수행에 따라 각각 보수를 책정해 10만~20만원을 수당 개념으로 지급받는다. 조사에 동석하면 20만원, 피해자 상담이나 서면을 작성하면 각 10만원 등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또 보수를 받기 위해서는 검찰에 관련 서류와 사건 수행을 입증할 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해 일부 변호사들은 국선변호 수임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는 전국에 47명, 비전담 변호인은 582명이다. 국선변호를 담당했던 한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 장애인 사건 등 난이도가 있는 것들도 많다. 50만원만 받고 열심히 사건을 수행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선변호인은 “공익업무 시간을 채우기 위해 사건을 맡는 경우가 많다. 서류를 준비하는 게 복잡해 사건만 처리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직권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야 할 사건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 관련 예산이 뒷받침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출퇴근 82분 ‘시간빈곤’ 탈출… “지역이 삶의 터전 됐어요”

    [서울신문·삼성 공동 캠페인] 출퇴근 82분 ‘시간빈곤’ 탈출… “지역이 삶의 터전 됐어요”

    나주서 김부각 창업 백가연 대표“지역 산물 제품화… 로컬 맞춤 정책”글로벌 시장 진출에 든든한 지원군문경 고택 재생한 도원우 대표지역 재생 확장해 日기업과도 협력“1㎞이내 모든 시설 있고 여유로워”지역 특색 담아 청년 붙드는 워케이션부산 누적 이용 2만명·청년층 77%“지방의 매력을 알게 돼 이주 결심”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에서 유학을 마친 백가연 대표는 2022년 전남광주 나주에 자리를 잡았다. 프리미엄 김부각이라는 아이템으로 ‘자연공작소’를 운영하고 있다. 유학 시절 한식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을 통해 K푸드 글로벌화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서울이 아닌 고향인 나주에 창업을 결심했다. 나주의 특산물인 백옥찹쌀 등을 직접 농사지어 원료로 쓰려면 넓은 부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고흥산 김과 새우를 비롯해 신안에서 나는 참깨, 담양의 버섯, 고추 등 원료를 직접 선별하기에도 지역에 기반을 두고 창업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백 대표는 13일 서울신문에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가 전남광주에 있어 지역에 터를 잡았고 고도화된 기계 설비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량 확보와 품질 관리를 이뤄냈다”며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유통망이나 인프라 지원을 이끌어내는 건 제가 발로 뛰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과 달리 전남광주에서는 로컬 자원의 부가가치화 등에 특화된 밀착형 지원이 있어 창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백 대표는 “수도권의 창업 지원이 주로 정보통신(IT)이나 테크 분야에 집중돼 있다면, 이곳에서는 지역의 우수한 농수산물을 하이엔드 제품으로 기획할 수 있도록 돕는 로컬 맞춤형 정책이 많았다”며 “지역 고유의 가치를 살리는 ‘로컬과 제조’ 관련 지원사업을 통해 지역의 스토리를 담은 프리미엄 브랜드로 방향성을 확고히 할 수 있었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있어 비빌 언덕이 됐다”고 강조했다. 비싼 주거비와 지옥철의 서울에서 벗어나 지역의 여유로운 환경에서 근무하는 청년들이 주목받고 있다. 출퇴근에만 하루 2~3시간을 쓰는 ‘시간빈곤’을 탈피하고 넓고 쾌적한 주거 환경도 누리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 평균 출퇴근 시간은 82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근 거리는 평균 19㎞였다. 반면 비수도권은 15㎞ 거리에 63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했다. 주거 문제 역시 비수도권이 안정적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청년들의 주거 독립의 경우 수도권이 27.8%이지만 비수도권은 33.2%로 높았다. 수도권의 높은 주거비 부담이 청년층의 주거 독립을 제약하는 반면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에 빠르게 독립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방 청년들은 낮은 출퇴근 스트레스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 공간을 통해 높은 일상적 행복감(웰빙)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구 출신인 도원우 리플레이스 대표도 이같은 이유로 2018년 인구 7만명의 소도시 경북 문경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 연고도 없는 곳이지만 용기를 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그에게 시골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여유로움이다. 그가 주목한 건 지역의 버려진 유휴 건물이었다. 도 대표는 200년 넘은 한옥을 ‘화수헌’이라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로 재구성해 성공적인 첫발을 뗀 이후 20여 곳의 고택, 폐양조장 등을 재생하는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그는 전남광주, 경북 영양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지난 4월에는 일본의 지역재생 기업 사토유메와 ‘한국형 마을호텔 모델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도 대표는 “경기도민은 인생의 3분의 1을 도로에서 보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여기서는 1㎞ 안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고 인구 밀도가 낮아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각 지역의 특색을 담아 조성된 워케이션도 지역의 청년 붙들기 전략이 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청년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콘텐츠를 일자리 공간과 묶어 제공해 단기 워케이션으로 온 청년들을 정주인구로 이어가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워케이션 누적 이용자가 2만명을 돌파했다. 2023년부터 올해 6월까지 2384개사, 2만 598명이 참여했다. 수도권 거주자가 81%, 20~30대 청년층이 77%에 달했다. 또 워케이션 참여를 계기로 20여 개 기업이 부산으로 이전을 추진하거나 지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글로벌 워케이션 전문기업 ㈜호퍼스 김병수 이사는 “워케이션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전국 각지를 다니면서 지방의 매력을 알게 돼 나 역시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주를 결심했다”며 “서울에서 바쁜 삶을 살던 젊은 부부들이 지역 워케이션을 경험 후 여유로운 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감사를 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역 특성을 활용한 노마드·워케이션이 청년 유출 방지와 지역 정착의 핵심 키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미나 대구대 평생교육실버복지학과 겸임교수는 “지역에 완전히 정주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으로 특정 지역을 찾거나 여러 지역을 오가는 로컬노마드를 위한 거점센터를 정부 차원에서 하나의 플랫폼처럼 마련해야 청년들의 지역 유입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며 “지자체에선 외지인이 지역에 정착할 때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거나 창업이 안정적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씨줄날줄] 부양의무자

    [씨줄날줄] 부양의무자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한국의 복지 제도는 오랫동안 이 속담의 틀 안에 갇혀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의 소득이나 재산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정작 본인이 가난하더라도 국가 지원 대상에서 빠지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대표적이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 부양할 의무가 있다는 민법 원칙이 적용됐다. 부양의무자 제도의 뿌리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 ‘조선구호령’. 65세 이상 노인, 13세 이하 아동, 임산부, 장애인을 구호 대상으로 정하되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에 한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유교적 가족주의 정서와 취약한 국가 재정 속에서 1961년 생활보호법은 이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국가가 전면에 서야 한다는 인식은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야 등장했다. 새 법은 국민의 기본권으로 최저생활을 보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재정 부담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은 새 법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러나 가족의 형태는 빠르게 바뀌었다. 2024년 1인 가구가 804만으로 전체의 36%를 넘었고 왕래하지 않는 가족도 늘었다. 연락이 끊긴 자녀가 용돈을 보내지 않는데도 수급에서 탈락한 고령층, 아버지 땅의 공시지가가 올랐다는 이유로 의료급여에서 탈락한 희귀질환 장애인, 사위의 소득이 늘어 수급에서 탈락한 독거노인…. 이런 기막힌 사례들이 속출했다. 복잡한 선정 절차, 가족 소득 조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신청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이 그랬다. 변화는 비극을 겪고서야 왔다. 2015년 교육급여부터 주거급여, 생계급여까지 부양의무자 기준이 차례로 폐지됐다. 부양의무자의 연소득이 1억 3000만원을 넘거나 재산이 12억원을 초과하면 여전히 수급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어제 마지막 예외까지 단계적으로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쓰러진 사람 곁에 부축할 가족이 있는지 찾는 대신 국가가 먼저 돕기로 한 것이다. 홍희경 논설위원
  • 높은 고도·숲 그늘의 힘… 역대급 폭염도 ‘골프 매치’ 못 막아요 [권훈의 골프 확대경]

    높은 고도·숲 그늘의 힘… 역대급 폭염도 ‘골프 매치’ 못 막아요 [권훈의 골프 확대경]

    국내 골프장 대개 산 중턱에 조성코스 넓고 선수·관중 밀집도 낮아42도 불볕 美 대회 우즈 우승 유명20㎏ 넘는 캐디백 멘 캐디 힘들어카트 끌고 단정한 반바지도 허용 무제한 얼음물, 대피소까지 마련 최근 유례없는 폭염 탓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살인적인 더위에 선수와 관중 모두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야외 프로 스포츠가 중단된 기간에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에 이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등 2주 연속 대회를 거뜬하게 치렀다. 골프는 원래 비와 바람 속에서 치르는 경기였기에 나쁜 날씨는 경기의 조건일 뿐 어지간해서는 경기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골프 경기는 더위에도 늘 열린다. 덥다는 이유로 예정된 경기가 열리지 않은 사례는 지금껏 없다. 골프 경기는 야외에서 열리긴 해도 선수나 관중 모두 더위를 덜 느낀다. 국내 골프장은 대개 산 중턱에 조성된다. 높은 해발 고도에 울창한 숲 그늘이 체감 온도를 낮춘다. 폭염에 전국이 불가마가 됐던 이달 초 KLPGA 투어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이 열린 강원 원주시 오로라CC는 구학산 기슭 해발 600m에 자리 잡아 낮에도 30도를 조금 넘는 기온이었다. 원주 도심보다 5~6도낮았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때는 제주 지역도 꽤 더웠지만 낮 최고 기온은 33도 안팎이었다. 제주도 특유의 바람과 울창한 숲 그늘 덕분에 견디기 힘든 더위는 아니었다. 골프 경기가 열리는 골프 코스는 100만m²가 넘는다. 축구장 400개가 들어가는 광활한 면적이다. 100여 명 안팎 선수와 많아야 1000여 명 관중이 흩어져 움직여 밀집도가 낮다. 게다가 나중에 경기 일정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야구와 달리 골프 대회는 취소하면 다시 개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때 박현경은 더위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회를 열어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열심히 경기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는 의젓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낫다는 뜻이지, 골프 대회장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닥치면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프로 골프 사상 최악의 폭염 속 대회는 2007년 PGA 챔피언십이 꼽힌다. 당시 대회가 열린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 힐스CC에는 37~38도의 불볕더위가 닥쳤다. 최종 라운드 때 낮 최고 기온은 42도까지 치솟았다. 더위를 먹고 쓰러지는 관중이 속출했다. 1000여 명이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의료진 20여 명이 카트를 타고 순찰하며 환자를 돌봤다. 200명이 넘는 관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래도 대회는 중단 없이 진행돼 타이거 우즈(미국)가 우승했다. 1963년 PGA 챔피언십도 찜통더위로 악명을 남겼다. 얼마나 더웠던지 18번 홀 그린 옆에 전시해놨던 은제 우승 트로피가 너무 뜨거워져 수건으로 감싼 채 우승자에게 건네졌다는 기사가 남아 있다. 202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때는 대회 코스 낮 기온은 40도에 육박했고, 뜨거운 돌풍까지 불어 고진영은 열사병 증세로 기권했다. LPGA 투어 2020년 ANA 인스퍼레이션도 폭염으로 선수들의 기억에 남았다. 기온이 40~45도까지 치솟는 극심한 더위가 닥쳤는데 코스 인근에 초대형 산불까지 발생해 매캐한 연기까지 코스를 덮쳤다. 이런 폭염 속 골프 대회에서는 선수보다 20kg이 넘는 투어 선수용 캐디백을 메고 코스를 걸어야 하는 캐디가 더 힘들다. 2025년 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때 더위가 심해지자 조직위는 캐디들이 반드시 입어야 하는 선수 식별용 조끼(빕)를 벗고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ANA 인스퍼레이션 때는 손으로 끄는 카트를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무거운 백을 메고 걷다가 쓰러지는 불상사를 방지하려는 조치였다. 프로 골프 대회 캐디가 반바지를 입게 된 것도 폭염이 계기가 됐다. 1999년 7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웨스턴 오픈이 기온이 41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열렸는데 캐디 갈랜드 뎀프시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이 사건 이후 캐디와 선수들은 캐디에게도 긴바지 착용을 강제하는 대회 규정을 바꾸라는 여론이 일었고 결국 PGA 투어는 무릎 길이의 단정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LIV 골프와 아시안투어는 2003년부터 대회 때 선수도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KPGA 투어도 2024년부터 일정 수준 이상 더위가 닥치면 반바지를 입고 경기할 수 있게끔 정책을 바꿨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갈수록 여름이 더워지면서 KLPGA 투어도 지난해부터 폭염 대비 매뉴얼을 만들어 더위에 대비하고 있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때는 얼음물을 선수와 캐디에 무제한 공급하고 관객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를 코스 곳곳에 마련했다. 응급 의료팀도 상시 대기시켰다. KLPGA 투어 류양성 총괄본부장은 “아직 국내에서는 극단적인 폭염 속에서 대회가 열린 적은 없다. 하지만 내년에는 더 여름이 더워질 수 있기에 올해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더 세밀한 폭염 대비책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잇단 공무원 자살에 뒤숭숭한 관가…지난해 자살 순직 요청 49명, 3명 중 2명은 탈락 왜 [강 기자의 세종실록]

    잇단 공무원 자살에 뒤숭숭한 관가…지난해 자살 순직 요청 49명, 3명 중 2명은 탈락 왜 [강 기자의 세종실록]

    7월 기후부 소속 공무원 2명 잇단 자살 김성환 장관 “직장 문화 뼈아프게 자성” 공무원 49명 중 16명만 자살 순직 인정 3년간 120명 자살 순직 신청…70명 탈락 소송서 ‘자살 순직’ 인정 판례 수두룩 자살 통계·원인 분석 미흡…순직 요건 손봐야 요즘 세종 관가가 뒤숭숭합니다. 공무원들의 잇단 자살 때문인데요. 지난 2월 재정경제부 세제실에 파견된 국세청 30대 신입 사무관에 이어 지난달에는 근무한 지 2년도 안 된 기후에너지환경부 30대 사무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기후부 사무관이 숨진 지 일주일도 안 돼 어린 두 자녀를 둔 기후부 산하 영산강유역환경청 주무관(6급·총괄팀장)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소속 공무원들이 잇따라 숨지자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통함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깊이 사과드린다”며 “기후부의 직장 문화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고 조직의 인사시스템과 일하는 문화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뼈아프게 자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행정고시(재경직) 출신 사무관의 죽음에 대해서는 “경찰 조사와 병행해 자체 감사를 벌여 진상을 규명하겠다”며 “유족의 요청사항에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공직에 대한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들어가기는 어렵습니다. 올해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경쟁률은 5급 31대 1, 7급 38대 1, 9급 기준 29대 1로 치열합니다. 흔히 공무원은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모범생’들이 치열한 시험을 뚫고 들어가 비교적 규칙적인 출퇴근과 안정된 생활을 누리는 직업으로 인식됩니다. 자살 사유에 대해선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조직 개편과 성과지향적인 공직 분위기 속에 업무 스트레스와 사람 간 관계 문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공무원 자살은 해마다 되풀이되지만 알려지는 건 극히 일부입니다.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자살 통계는 법적 근거가 없어 현황 통계를 갖고 있지는 않고 경찰청에서 집계하는 자살 통계에 공무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살은 중앙부처를 넘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을 가리지 않고 발생합니다. 대책이 나오려면 정확한 통계를 기반으로 해야 하나 모든 부처나 지자체 등 기관들은 대체로 “자살 수치가 없거나 알지 못한다”거나 있다 해도 내놓길 꺼려합니다. 지난 9일 다소 충격적인 수치가 공개됐습니다. 인사혁신처가 최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인데요. 지난해 재직 중 자살한 공무원의 순직 신청 건수가 49명에 달했습니다. 2023년 31건, 2024년 40건 등 최근 3년간 최소 120명의 공무원이 자살을 했다는 사실이었죠. 순직 신청을 하지 않은 수를 고려하면 자살한 공무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49명 중 실제 공무상 재해인 순직으로 인정된 건수는 16건으로 32.7%에 그쳤습니다. 2023년 16건, 2024년 18건 등 해마다 순직 인정 건수는 비슷한데 자살로 인한 순직 신청이 늘어나니 인정 비율은 3명 중 2명 이상이 탈락하는 셈입니다. 왜 이렇게 인정 비율이 떨어질까요. 12일 인사처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에 확인해보니 자살과 업무의 관련성이 입증이 간단치 않다는 것입니다. 인사처 관계자는 “자살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돼 순직으로 처리되려면 상당한 업무와의 인과 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최근에는 갑질·직장 내 괴롭힘 등은 대부분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는데 그외 실제 심사를 해보면 개인적 사유로 인한 자살이 많아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해주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순직을 심사하는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에는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들도 포함돼 있으며 우울증 등 병원 기록들을 참고해 심사합니다. 죽어서도 업무 관련성을 입증해야 하는 셈입니다.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유족들이 숨진 공무원의 자살 원인이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며 “공상처리요건은 12주 평균 근로시간이 52시간이 넘어야 하고 사고 전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이 11주보다 30% 이상 증가해야 하나 이런 것들을 유족들이 확인하기 쉽지 않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업무 관련성은 얼마든지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관장 및 기관 평가에서 자살자가 나올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내부적으로도 자살자가 나와도 쉬쉬하거나 심지어 유족에게 협조해주지 말라고도 하는 씁쓸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박 대변인은 “자살자가 있으면 기관장 평가에 좋지 않다 보니 주변 동료들에게 진술서를 받아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협조해주지 않으면 유족들이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포기하는 경우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일부 자살 공무원들의 유족들은 자신의 자녀 등 가족이 ‘부적응자’ ‘미성과자’ 낙인이 찍힐까 봐 순직 심사 자체를 스스로 포기하고, 공개되는 것을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박 대변인은 “우리 사회에서 자살을 ‘안 좋은 것’이라고 부끄럽게 여기다 보니 순직에 해당된다고 유족에 권유해도 마다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대변인은 “순직 요건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며 “시간 외 근무(초과근무)로만 인정해 줄 게 아니라 갑질, 괴롭힘, 우울증을 심화시키는 조직 내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순직 처리 요건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인사처 심사에서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유족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끝에 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혀 순직을 인정받은 사례는 적지 않습니다. 2018년 경찰관 자살 사건에서 대법원은 공무상 자살의 경우 업무와 질병·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업무의 내용과 강도, 근무환경, 정신적 부담, 질병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자살이라는 결과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고인이 생전에 처했던 업무 환경과 그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영향을 폭넓게 살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4년 대구시 공무원 자살 사건에서도 법원은 공무상 과로와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유발되거나 악화되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면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최근에도 비슷한 판단이 이어졌습니다. 한 군무원이 과도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다 육아휴직에 들어갔지만 업무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증세가 급격히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입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망인이 업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고 공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했습니다. 이처럼 행정심사 단계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공무와 사망의 인과관계가 법원에서 뒤늦게 인정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유족이 소송까지 감수해야 비로소 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는 현행 심사체계가 적절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OECD 보건통계 2026’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였습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은 24.8명으로, OECD 평균인 10.9명보다 두 배 이상 높습니다. 자살 문제는 특정 직업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회사원부터 자영업자, 학생,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직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공무원 자살 순직은 2018년 8건에서 2022년까지 22건으로 175% 증가했다. 공무원 질환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이 ‘정신질환’입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직장으로 여겨지는 공직사회에서 적지 않은 공무원들의 마음이 병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사혁신처는 재해보상 심사를 담당하는 조사인력을 내년에 2명 충원할 계획입니다. 다만 늘어나는 정신질환과 자살 순직 문제를 고려하면 단순한 심사 인력 확충을 넘어, 공무원이 왜 정신질환을 앓고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지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예방하는 제도적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사회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공무원 마음건강센터가 있지만 상담기록이 남아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주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잘 가지 않게 된다”며 “외형적 시설 확대도 필요하겠지만 기존 제도가 제대로 잘 굴러가고 있는지부터 살펴봐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성과와 실적에 대한 압박에 더해 계엄·탄핵과 같은 정치적 변수까지 겹치면서 공무원들이 크고 작은 부담과 피해를 떠안고 있다고 현장의 공무원들은 입을 모읍니다. 그러나 조직은 이러한 어려움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개인의 ‘약한 멘탈’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는 하소연이 나옵니다. 공무원 자살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구축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을 업무 과중, 조직 내 갈등, 민원, 인사 문제 등으로 세분화해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근무환경과 처우, 정신건강 지원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합니다. 공직자가 업무로 인한 고통 끝에 안타깝게 삶을 포기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공직사회가 보다 적극적인 예방·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109/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 기자의 세종실록’은 대한민국 행정의 수도 세종시에서 생산되는 정부 정책과 관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생생하게 보도하는 코너입니다. 세종시에 포진한 각 정부부처가 내놓는 모든 정책이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고, 오늘의 행정이 내일의 역사가 된다는 관점으로 ‘세종 현대사(現代史)’를 기록하겠습니다.
  • 산 중턱·숲 그늘·낮은 밀집도…폭염에도, 웬만해선 골프 대회 취소는 없다 [권훈의 골프 확대경]

    산 중턱·숲 그늘·낮은 밀집도…폭염에도, 웬만해선 골프 대회 취소는 없다 [권훈의 골프 확대경]

    최근 유례없는 폭염 탓에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살인적인 더위에 선수와 관중 모두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야외 프로 스포츠가 중단된 기간에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에 이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등 2주 연속 대회를 거뜬하게 치렀다. 골프는 원래 비와 바람 속에서 치르는 경기였기에 나쁜 날씨는 경기의 조건일 뿐 어지간해서는 경기를 중단하지는 않는다. 골프 경기는 더위에도 늘 열린다. 덥다는 이유로 예정된 경기가 열리지 않은 사례는 지금껏 없다. 골프 경기는 야외에서 열리긴 해도 선수나 관중 모두 더위를 덜 느낀다. 국내 골프장은 대개 산 중턱에 조성된다. 높은 해발 고도에 울창한 숲 그늘이 체감 온도를 낮춘다. 폭염에 전국이 불가마가 됐던 이달 초 KLPGA 투어 오로라 월드 챔피언십이 열린 강원 원주시 오로라CC는 구학산 기슭 해발 600m에 자리 잡아 낮에도 30도를 조금 넘는 기온이었다. 원주 도심보다 5~6도낮았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때는 제주 지역도 꽤 더웠지만 낮 최고 기온은 33도 안팎이었다. 제주도 특유의 바람과 울창한 숲 그늘 덕분에 견디기 힘든 더위는 아니었다. 골프 경기가 열리는 골프 코스는 100만m²가 넘는다. 축구장 400개가 들어가는 광활한 면적이다. 100여 명 안팎 선수와 많아야 1000여 명 관중이 흩어져 움직여 밀집도가 낮다. 게다가 나중에 경기 일정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야구와 달리 골프 대회는 취소하면 다시 개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때 박현경은 더위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회를 열어주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열심히 경기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는 의젓한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낫다는 뜻이지, 골프 대회장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닥치면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프로 골프 사상 최악의 폭염 속 대회는 2007년 PGA 챔피언십이 꼽힌다. 당시 대회가 열린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서던 힐스CC에는 37~38도의 불볕더위가 닥쳤다. 최종 라운드 때 낮 최고 기온은 42도까지 치솟았다. 더위를 먹고 쓰러지는 관중이 속출했다. 1000여 명이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의료진 20여 명이 카트를 타고 순찰하며 환자를 돌봤다. 200명이 넘는 관객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래도 대회는 중단 없이 진행돼 타이거 우즈(미국)가 우승했다. 1963년 PGA 챔피언십도 찜통더위로 악명을 남겼다. 얼마나 더웠던지 18번 홀 그린 옆에 전시해놨던 은제 우승 트로피가 너무 뜨거워져 수건으로 감싼 채 우승자에게 건네졌다는 기사가 남아 있다. 202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때는 대회 코스 낮 기온은 40도에 육박했고, 뜨거운 돌풍까지 불어 고진영은 열사병 증세로 기권했다. LPGA 투어 2020년 ANA 인스퍼레이션도 폭염으로 선수들의 기억에 남았다. 기온이 40~45도까지 치솟는 극심한 더위가 닥쳤는데 코스 인근에 초대형 산불까지 발생해 매캐한 연기까지 코스를 덮쳤다. 이런 폭염 속 골프 대회에서는 선수보다 20kg이 넘는 투어 선수용 캐디백을 메고 코스를 걸어야 하는 캐디가 더 힘들다. 2025년 LPGA 투어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때 더위가 심해지자 조직위는 캐디들이 반드시 입어야 하는 선수 식별용 조끼(빕)를 벗고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ANA 인스퍼레이션 때는 손으로 끄는 카트를 사용하도록 배려했다. 무거운 백을 메고 걷다가 쓰러지는 불상사를 방지하려는 조치였다. 프로 골프 대회 캐디가 반바지를 입게 된 것도 폭염이 계기가 됐다. 1999년 7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웨스턴 오픈이 기온이 41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 열렸는데 캐디 갈랜드 뎀프시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이 사건 이후 캐디와 선수들은 캐디에게도 긴바지 착용을 강제하는 대회 규정을 바꾸라는 여론이 일었고 결국 PGA 투어는 무릎 길이의 단정한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LIV 골프와 아시안투어는 2003년부터 대회 때 선수도 반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KPGA 투어도 2024년부터 일정 수준 이상 더위가 닥치면 반바지를 입고 경기할 수 있게끔 정책을 바꿨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갈수록 여름이 더워지면서 KLPGA 투어도 지난해부터 폭염 대비 매뉴얼을 만들어 더위에 대비하고 있다.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때는 얼음물을 선수와 캐디에 무제한 공급하고 관객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를 코스 곳곳에 마련했다. 응급 의료팀도 상시 대기시켰다. KLPGA 투어 류양성 총괄본부장은 “아직 국내에서는 극단적인 폭염 속에서 대회가 열린 적은 없다. 하지만 내년에는 더 여름이 더워질 수 있기에 올해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는 더 세밀한 폭염 대비책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문정균 KBOP 대표이사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문정균 KBOP 대표이사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자회사 KBOP를 이끌어온 문정균 대표이사가 지난 10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2000년 KBO에 입사해 홍보팀장, 운영팀장, 육성팀장, 야구인재개발팀장 등을 거쳐 2024년 1월 KBOP 대표 이사로 취임했다. KBOP는 KBO의 마케팅 및 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법인이다. 문 대표는 지난해 11월 올해 만료되는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계약과 관련해 기존 중계권 사업자인 CJ ENM과 차기 계약 우선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는 등 KBO의 사업 전반을 관리해왔다.
  • 올 2분기 경북 외국인 관광객 26% 증가…“국제 행사로 인지도 상승”

    올 2분기 경북 외국인 관광객 26% 증가…“국제 행사로 인지도 상승”

    잇따른 국제 행사 개최에 따른 인지도 상승으로 경북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올해 2분기 경북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26.4% 증가한 205만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체 관광객 증가에 따라 관광소비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6% 늘어난 1조 5488억 원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로는 올해 열린 안동 한일 정상회담과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 연차총회, 지난해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로 해외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비게이션 및 이동통신 데이터 분석 결과 방문객이 가장 두드러지게 증가한 지역은 문경시, 경주시, 안동시였다. 안동시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지로 조명받으며 ‘선유줄불놀이’ 등 지역 특화 콘텐츠가 큰 호응을 얻었다. 문경시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촬영지와 ‘문경 찻사발 축제’ 등 효과로 2024년부터 지속적인 방문자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주는 겹벚꽃 등 계절적 수요와 지역 축제가 맞물리며 방문객 유입이 확대됐다. 2분기 경북 관광 주요 테마는 ‘힐링’으로 나타났다. 소셜데이터상 ‘캠핑장’ 언급량이 전년 대비 700% 급증했으며, 여유로운 일정을 추구하는 ‘슬로우여행’과 ‘가족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김남일 사장은 “대형 국제행사 개최와 다각적인 매체 노출이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실질적인 관광 소비 확대를 견인했다”며 “앞으로도 지역 특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경북 관광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했다.
  • 국정원 9급 응시 20대만 가능…인권위 “나이 제한은 차별” 5번째 개정 권고

    국정원 9급 응시 20대만 가능…인권위 “나이 제한은 차별” 5번째 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가 12일 국가정보원이 일반직 채용시험에서 응시 나이에 일률적 제한을 두는 것에 대해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지난해 국정원 일반직 9급 채용에 응시하려 했으나 지원조차 하지 못했다. 공통 응시 자격이 20~29세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국정원은 일반직 응시 나이에 상한을 두는 이유는 ‘국가정보원직원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공개경쟁 기준에 따른 것이라 답했다. 또한 시행령 입법 예고를 하면서 ‘엄격한 상명하복과 국가에 대한 무한한 충성심이 요구되는 정보기관 특성을 고려한 연령제한 근거를 마련한다’고 이미 공지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응시 나이에 상한을 두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요소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체력적·전문적 자격의 여부이지 나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정보기관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다른 공무원보다 상하관계가 엄격하게 요구된다 하더라도 반드시 나이에 따른 서열 관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응시 기회 자체를 박탈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인권위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인종·피부색·나이 등을 이유로 한 어떤 차별도 하지 않는 고용주임을 스스로 선언하고 있다”며 “CIA의 채용 기준 역시 나이가 아닌 능력과 역량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인권위는 2007년과 2008년에도 관련 규정을 개정하도록 권고를 했으나 국정원은 공개채용 응시 가능 나이 상한을 높이는 조치만 취했다. 인권위는 2009년과 2024년에도 추가로 권고했지만 국정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 [단독] 반도체 특별연장근로 46건 중 45건 인가… 사실상 ‘52시간 예외’

    [단독] 반도체 특별연장근로 46건 중 45건 인가… 사실상 ‘52시간 예외’

    현행 제도, 한시적 초과 근로 허용전체 업종 인가율도 90% 웃돌아李대통령, 부처 간 엇박자 논란에“장관들이 다퉈야 국민이 덜 다퉈” 반도체 기업이 지난해 연구개발(R&D)을 이유로 신청한 ‘특별연장근로’ 46건 중 45건이 인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가 업계에 이미 일상화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메가특구특별법에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담는 것을 반대하는 고용노동부 측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산업통상부는 인가율 통계만으로는 현장의 초과근로 수요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첨단산업 전반에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11일 서울신문이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특별연장근로 신청 대비 인가 건수 비율은 2024년 94.0%, 지난해 92.9%, 올해 상반기 92.1%로 집계됐다. 전체 업종의 신청 대비 인가 건수 비율은 2024년부터 3년째 90%를 웃돌았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25건, SK하이닉스는 3건을 신청해 모두 인가받았다. 세 차례 이상 인가받은 사업장도 887곳에 달했다. 특별연장근로는 업무량 급증이나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R&D 등 정해진 사유가 있을 때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다. 기업이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청한다. 처리 기간은 원칙적으로 3일이다. 반도체 R&D 분야는 재인가를 거쳐 최장 1년간 활용할 수 있다. 노동부가 국회에 보고한 메가특구특별법 검토안은 적용 방식이 다르다. 근로자가 동의하면 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관리자와 R&D 인력을 주 52시간 상한에서 제외하고 법정 가산 수당 대신 별도의 일반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현행 제도는 사유와 기간을 심사해 한시적으로 초과근로를 허용하지만 검토안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인력을 근로시간 상한과 가산수당 규정에서 제외하는 구조다. 노동부는 현행 제도로도 R&D 현장의 초과근무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특별연장근로제도는 연구개발 인력의 장시간 근무를 허용하는 제도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부와 반도체 업계는 ‘초격차 속도전’에 나서는데 특별연장근로 신청 절차가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제품은 고객사 요구와 인증 일정, 수율에 따라 업무량이 갑자기 늘 수 있다”면서 “제도가 열려 있는지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히려 노동부와 산업부 간 팽팽한 대립 상황을 지지하며 활발한 토론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합리적 논쟁을 통해 입장을 하나로 조율해 가는 것이 민주적 과정”이라며 “제 뜻은 논쟁하라는 것이다. 각료가 다투지 않으면 입장이 다른 국민이 싸우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노사정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지형 경사노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자문을 요구하거나 노정 또는 노사정 간 구체적인 협의에 따라 경사노위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이 되면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데 망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 손현보 목사, 트럼프 직접 만나고…“정부 비판했다가 수감” 주장 [월드픽]

    손현보 목사, 트럼프 직접 만나고…“정부 비판했다가 수감” 주장 [월드픽]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손 목사는 방미 기간 미국 방송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신도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 목사가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의 쟁점은 부산교육감 재선거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벌인 불법 선거운동이었다. 정부는 이런 사실관계를 미국 측에 설명하고 손 목사의 주장이 한미 현안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11일 세계로교회 등에 따르면 손 목사는 지난 7일(현지시간) 가족들과 함께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다. 세계로교회가 공개한 사진에는 폴라 화이트 백악관 신앙사무국 수석고문과 미국 보수 개신교계 인사인 롭 매코이 목사가 배석했다. 교회 측은 “손 목사가 대한민국과 한국 교회를 향한 이야기를 전하고 자유와 신앙의 가치를 지켜 나가기 위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손 목사도 면담 내용을 묻는 취재진에게 “저야 더 말하고 싶지 않겠느냐”면서도 “어떤 것도 말할 수 없다. 미국 대통령이나 관계자들에 대한 당연한 예의이며 그쪽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 국무부는 두 사람의 면담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면담에 화이트 수석고문과 매코이 목사가 배석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 보수 개신교계와 백악관 신앙사무국을 통해 일정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손 목사는 지난 2월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마이클 니덤 미 국무부 고문 등을 만났다. 지난 6월에는 라일리 반스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DRL) 차관보와 줄리 터너 DRL 본부 부차관보 대행, 벨시스 로메로 백악관 신앙사무국 연락관 등이 부산 세계로교회를 찾아 손 목사와 면담했다. 지난달 13일부터 미국을 방문 중인 손 목사는 현지 교회와 방송, 정부·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한국의 정치 상황과 종교 자유 문제에 대한 의견을 전달해왔다. 오는 14일 귀국할 예정이다. 손 목사는 매코이 목사, 아들 손찬송씨와 함께 미국 테네시주 월드아웃리치 교회 앨런 잭슨 목사의 팟캐스트에도 출연했다. 지난 8일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서 손 목사는 “굉장히 자유로운 나라였던 한국이 좌파 정부가 들어오고 난 다음 급속하게 좌경화됐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서는 “중국과 북한을 가까이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정부”라고 말했다. 자신의 구속에 대해서도 “예배 시간에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5개월 동안 독방에 수감됐다”며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에 따라 목사가 평범한 이야기를 해도 감옥에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목사가 기소된 이유는 정부 비판이 아니라 불법 선거운동이었다. 손 목사는 지난해 4·2 부산교육감 재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기간 전에 특정 후보와 대담하는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 등에 게시한 혐의를 받았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난해 5월에는 기도회와 주일예배 등에서 확성장치와 영상을 사용해 특정 후보 지지를 호소한 혐의도 적용됐다. 해당 행위는 이재명 정부 출범 전에 발생했다. 손 목사를 고발한 곳도 정부가 아니라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였다. 손 목사는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헌법재판소는 종교단체 내 직무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2024년 1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손 목사는 보수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를 이끌며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다. 정부는 미국 정치권과 접촉하는 국내 보수 개신교 인사들의 발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손 목사의 구속과 형사처벌이 종교의 자유나 정부 비판이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미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손 목사를 비롯한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미국 정부와 정치권 관계자들에게 현 정부를 친중 세력으로 규정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런 주장이 한미 외교·안보 현안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련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 미 국무부가 발간하는 국제 종교의 자유 보고서에 이들의 주장이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미 국무부는 매년 200여개국의 종교 자유 실태와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해 의회에 제출한다. 지난해에는 2024년 현황을 다룬 보고서가 발간되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에는 2024∼2025년 현황을 종합한 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美 견제에도 中 유니트리 몸값 12조원 넘었다

    美 견제에도 中 유니트리 몸값 12조원 넘었다

    미국의 대중 제재 속에서도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가 12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의 97% 이상을 중국 기업들이 차지한 가운데, 아직 양산 경험이 부족한 우리나라 로봇 산업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전날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 일반청약을 마쳤다. 공모가는 주당 150.8위안으로 신주 4044만여 주를 발행해 약 61억 위안(약 1조 2800억원)을 조달한다.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610억 위안(약 12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일반 청약은 8000배 이상 초과 청약됐고 기관 배정 물량 일부를 일반 투자자에게 재배정한 뒤에도 최종 당첨률은 약 0.018%에 불과했다. 지난달 상장한 창신메모리테크(CXMT)의 최종 당첨률(0.47%)보다도 크게 낮은 뜨거운 열기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신규 중국산 휴머노이드·사족보행 로봇이 미국에서 필요한 장비 승인을 받기 어렵도록 규제를 확대했다. 하지만 유니트리의 경쟁력은 호평을 받았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판매량은 2024년 537대에서 지난해 5511대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가장 큰 무기는 가격 경쟁력이다. 유니트리의 ‘G1’은 8만 5000위안(약 1800만원)부터 시작된다. 테슬라가 제시한 ‘옵티머스’의 대량 생산 목표 가격은 2만~3만 달러(2800만~4200만원)이고,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의 초기 생산원가는 13만~14만 달러(1억 8000만~2억원)로 추정된다. 특히 유니트리는 모터, 감속기, 관절 모듈, 인코더 등의 80% 이상을 자체 설계·생산한다. 자체 생산 모터의 원가는 서구권 동급 제품의 30~40%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스마트애널리틱스글로벌(SAG)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약 1만 9100대 가운데 애지봇(44%)과 유니트리(31%) 등 중국 업체가 97%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유니트리가 지난해 1~9월에 거둔 휴머노이드 매출 중 연구·교육용이 73.6%였고 산업용은 9%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저가형 휴머노이드와 높은 신뢰성·내구성이 요구되는 제조 현장용 로봇 시장은 당분간 차별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제조 현장에 투입해 생산 데이터를 축적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로 분석된다. 다만 중국 로봇의 저가·대량 생산 체제가 장기화되면 국내 부품 업계의 압박도 커질 수 있다. 범용 모터와 단순 가공 부품 업체들은 납품 단가 인하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박상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감속기와 서보모터 등 핵심 부품 국산화를 서두르는 동시에 실증·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로봇은 단품 경쟁이 아니라 완제품과 AI, 소프트웨어가 함께 최적화된 플랫폼 경쟁으로 가고 있어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해 학습시키느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 돈봉투 수수 혐의 김영환 전 충북지사 불구속 송치

    돈봉투 수수 혐의 김영환 전 충북지사 불구속 송치

    충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환 전 충북지사를 수뢰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 8월 충북도청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돌입한 지 1년 만이다. 김 전 지사는 2024년 8월 괴산에 있는 자신의 산막 인테리어 비용 2000만원을 지역 체육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A씨가 대신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운영하는 식품업체가 충북도 스마트팜 사업에 참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 전 지사가 대납 대가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4월과 6월 국외 출장을 앞두고 A씨 등 지역 체육계 인사 3명에게 2차례에 걸쳐 총 1100만원을 출장 여비 명목으로 건네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김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반려했다. 김 전 지사는 경찰 수사에서 “금품을 제공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김 전 지사는 지난 6.3 지방선거에 출마해 낙선했다.
  • “러, 최근 몇달새 최대급 민간인 사망”…우크라, 때린 데 또 때렸다(영상) [밀리터리노트]

    “러, 최근 몇달새 최대급 민간인 사망”…우크라, 때린 데 또 때렸다(영상) [밀리터리노트]

    [밀리터리노트 3줄 요약]●우크라이나가 또다시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규모 드론 공격에 나서면서 최근 몇 달 사이 러시아 본토에서 최대 규모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러시아는 정유시설의 반복된 피격으로 연료 생산과 공급에 몇 달째 차질을 빚고 있다.●전선은 교착된 가운데 양측이 후방을 집중 타격하는 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륙 깊숙한 지역의 최대급 정유·석유화학 단지를 드론으로 타격해 13명이 숨졌다. 최근 수개월 사이 러시아 본토에서 발생한 단일 공격으로는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 수치다. 러시아 타타르스탄공화국 당국은 10일(현지시간) 오전 니즈네캄스크시가 대규모 드론 공격을 받아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75명이 의료기관에 진료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루스탐 미니하노프 타타르스탄 수반은 산업시설과 민간시설이 함께 표적이 됐다며 이날을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도 타트네프트 계열 ‘타네코’의 정유공장을 타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타트네프트는 러시아 5위 석유 생산업체다. 러시아 조사위원회는 주거지역이 피격됐다며 이번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도 우크라이나가 고의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AP 통신은 4년 넘게 이어진 전쟁에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가장 치명적인 공격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니즈네캄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1200㎞ 거리로, 모스크바에서는 동쪽으로 약 800㎞ 떨어진 볼가강 중류의 산업도시다. 러·우크라 모두 대규모 드론 공격 영국 BB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방산기업 파이어포인트는 자사의 FP-1 자폭드론이 이번 공격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FP-1은 2024년 말 실전 배치된 장거리 편도 공격용 무인기로, 최대 사거리 1600㎞에 60~120㎏급 모듈형 탄두를 싣는다. 대당 가격은 5만 5000달러(약 7600만원) 수준이며, 5000기 이상 생산됐다. 레이더 흡수 물질을 적용하고 관성·위성 복합 유도에 전자전 대응 기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같은 시간대 러시아 전역과 점령지 크림반도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456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같은 날 밤 드론 126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발사 규모만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 쪽이 러시아의 3~4배에 이르는 셈이다. ‘러시아 정유능력 핵심축’ 니즈네캄스크우크라이나가 니즈네캄스크를 노린 이유는 명확하다. 이곳이 러시아 정유 능력의 핵심축이기 때문이다. 니즈네캄스크에는 3개의 대형 시설이 밀집해 있다. 타트네프트의 타네코는 러시아에서 가장 현대적인 정유공장으로 꼽힌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공장은 2024년 원유 1700만t을 처리해 휘발유 270만t, 경유 850만t을 생산했다. 인접한 타이프-엔카(TAIF-NK)는 원유와 가스 콘덴세이트를 정제해 유로5 기준 연료와 항공유를 만드는 업체다. 같은 날 서시베리아 튜멘주에서도 우크라이나 드론에 의한 산업시설 화재가 보고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재정보시스템 ‘FIRMS’ 위성 영상에서는 타네코 인접 석유화학 공장인 니즈네캄스크네프테힘 부지 주변에서 최근 발생한 열 이상 신호가 다수 포착됐다. 시부르 계열 니즈네캄스크네프테힘은 합성고무와 기초 폴리머를 생산하는 유럽 최대급 석유화학 공장이다. 다만 정유·석유화학 시설은 정상 공정에서도 가스를 소각하기 때문에 위성 영상에 나타난 열 신호를 드론 공격에 의한 화재로만 단정하기는 어렵다. 공장을 소유한 시부르 홀딩은 논평을 거부했다. 튜멘주는 러시아 서시베리아 지역에 위치한 연방관구로,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800㎞ 거리다. 니즈네캄스크에서는 약 110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동서 양단에 있는 주요 산업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노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이 공장들이 러시아군 연료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정유소와 유류 저장고를 제거하는 것이 러시아의 고강도 전쟁 수행 능력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공격에 나섰다고 하지만 민간인 인명피해가 크게 난 것은 도시의 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니즈네캄스크는 구소련 시절 계획적으로 조성된 이른바 ‘모노고로드’(단일기업도시)다. 공단과 주거지가 물리적으로 분리되지 않은 형태로 조성돼 정유시설을 타격하면 민간인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우크라 후방 공격에 러시아 연료 공급 차질 우크라이나가 니즈네캄스크 타네코 정유시설을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초에도 이곳을 비롯한 러시아 곳곳의 정유시설을 공격했다. 당시 공격으로 타트네프트는 러시아 전역의 주유소에서 휘발유와 디젤 판매량을 제한했고, 곳곳의 주유소에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타타르스탄공화국은 연료 배급제를 도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난 6월 원유 생산량은 하루 410만 배럴로 5년 평균 대비 28%, 설계 능력 대비 35% 낮았다. 연료 부족은 러시아 인구의 약 35%인 5000만명에게 영향을 미쳤고, 지난달 9일 기준 러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연료 판매 제한이 시행됐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은 러시아 83개 연방주체 가운데 3분의 2가 정부 지침이나 민간 차원의 연료 배급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연료 부족 사태를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운전자와 기업 모두 연료 부족을 겪고 있으며 주유소 대기 줄이 길게 이어진 상황을 언급하면서도 “심각한 상황은 아니고 일시적일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국내 연료 시장이 어렵지만 통제 중이다”라고 밝히면서 휘발유·항공유에 이어 경유 수출 전면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세르게이 바쿨렌코 연구원은 러시아의 휘발유 가용량이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과 러시아의 시설 복구 간의 속도전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공격 빈도가 유지되고 타격당 피해가 커지면 우크라이나의 성공으로 기운다는 뜻이다. 실제로 복구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AP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수입에 의존하는 특수 설비까지 파괴하면서 러시아가 제재를 우회해 대체품을 구하는 데까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상은 멈추고 후방만 불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군대가 직접 마주 보는 지상 전선이 아니라 후방에 있는 서로의 산업 기반을 노리고 있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지난 7월 한 달간 37.85㎢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1.22㎢ 수준이다. 455.74㎢를 확보했던 지난해 7월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ISW는 러시아군이 진지전을 탈피하려 아레나-M 능동방어체계 등 신기술을 실험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드론이 만들어 놓은 살상지대를 뚫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지상에서의 병력 열세를 후방 타격으로 상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지난달 6개 지역에서 도로·철도·부교를 타격했다고 밝혔다. 연료와 탄약, 증원 병력의 이동로를 반복해서 끊어 러시아 병참을 느리고 비싸게 만들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군 지휘부의 설명이다. 이는 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다. ISW는 러시아군이 9일 오데사와 몰도바·루마니아를 잇는 M-15 고속도로의 마야키 교량을 타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 봉쇄를 우회하려 구축한 대체 육상 수출로를 겨냥한 것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오데사 항만 공격 여파로 2026/27년 곡물 수출 전망치를 기존 4300만t에서 3800만~4000만t으로 최대 12% 낮췄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 소셜미디어에서 러시아의 모든 공격에 대응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전쟁을 러시아 자국에서 더 많이 느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작전의 목적이 푸틴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있다고 여러 차례 말해 왔다. 미국 특사 가지만…‘공중 휴전’도 쉽지 않아 문제는 그 협상 테이블이 쉽사리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티브 윗코프 특사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조만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잇달아 방문할 예정이다. 미국이 새 협상안을 들고 가지만 전쟁 당사자 양측의 입장 차는 여전히 팽팽하다. 우크라이나는 현 전선을 그대로 동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여기지만, 러시아는 돈바스 일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고수하고 있다. 미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무차관은 10일 이 위기의 근본 원인을 다루지 않고서는 어떤 동결도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미국 정부 관계자는 백악관이 모스크바와 키이우 모두 ‘공중 휴전’을 고려할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상 전선은 그대로 둔 채 상호 후방 타격만 멈추자는 제안이다. 다만 러시아는 과거 우크라이나가 제안한 공습 중단안을 거부한 전례가 있다.
  • 이기대 경기도의원, 고양시 지방선거 당선자들과 장애인 정책 간담회 개최

    이기대 경기도의원, 고양시 지방선거 당선자들과 장애인 정책 간담회 개최

    경기도의회 경제노동위원회 소속 이기대 의원(더불어민주당, 고양9)은 지난 10일 고양시(병) 지역사무실에서 장애인위원회 및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선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장애인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고양시 지역 내 산적한 장애인 복지 현안을 세밀히 짚어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간담회에는 이기대 의원을 비롯해 경기도의회 이성한 의원(안전행정위원회), 김해련 의원(건설교통위원회), 그리고 고양시의회 신인선 의원(환경경제위원회), 장윤정 의원(문화복지위원회) 등 도·시의원 당선자 5명과 장애인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고양시 내 4만 1000여 명의 장애인이 겪고 있는 실질적 불편 사항과 개선 필요 정책 등 6개 핵심 주제가 다루어졌다. 첫 번째 안건으로 제시된 장애인 이동권 문제와 관련해 김재룡 위원은 “광역이동지원센터 도입 이후 오히려 배차 시간이 최대 3시간 30분에서 4시간까지 지연되어 학교나 병원 이동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차량 증차뿐만 아니라 대당 0.9명 수준에 불과한 운전원 인력을 적정 수준(2.2명 이상)으로 증원하여 공차 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해련 도의원과 신인선 시의원은 관련 조례 검토, 용역 예산 편성 및 똑버스 등 기존 교통수단의 휠체어 탑승 방안 모색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어 발달장애인 사회활동 배상책임보험 가입 지원(조아라)을 비롯해, 중증장애인 권리중심 일자리 창출(안희철), 장애인 관람석 정의 재정립과 ‘접근성 매니저’ 신설을 담은 공공시설 관람석 조례 개정(현근식), 그리고 전동보조기기 보험 가입 및 지원(신인선 시의원 담당) 등 생활 밀착형 제도 개선 방안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참석자들은 2024년 고양시가 추진했던 ‘장애인 관련 7개 조례의 하나로의 통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장애인위원회 측은 “발달, 지체, 뇌병변 등 장애 유형별 특성과 지원 요구가 천차만별임에도 단지 위원회가 많다는 이유로 조례를 통합한 것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며 “유형별 세밀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장애인 복지 조례를 원상 복구하고 근육장애인 조례 등 필요한 조례를 신설해야 한다”고 조속한 재정비를 강력히 요청했다. 이 의원은 “장애인 당사자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동권, 문화권, 복지권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매우 크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이날 논의된 운전원 인력 충원, 장애 유형별 맞춤형 조례 재정비, 문화예술 접근성 확대 등의 과제들이 경기도와 고양시 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광역·기초의회가 합심하여 입법 및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47년 징역형’ 조주빈, 성폭행 감형 노린 헌법소원 ‘기각’

    ‘47년 징역형’ 조주빈, 성폭행 감형 노린 헌법소원 ‘기각’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주범으로 총 징역 47년 4개월이 확정된 조주빈(30)이 형량을 다시 다툴 수 있게 해달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조주빈이 형사소송법 383조 4호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며 낸 헌법소원을 지난달 23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상고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징역 10년 미만이 선고된 경우 형이 무겁다는 이유만으로는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앞서 조주빈은 2019년 5월∼2020년 2월 아동·청소년을 포함한 여성 피해자 수십 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텔레그램 ‘박사방’을 통해 판매·유포한 혐의로 2021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42년이 확정됐다. 2024년 2월에는 강제추행 혐의로 추가 기소된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4개월을 추가 확정받았다. 조주빈은 2019년 미성년자이던 피해자를 성적으로 착취하고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2022년 9월 추가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이 추가됐다. 조주빈은 이 사건 상고심 중 1·2심에서 선고된 징역 5년과 앞서 확정된 징역 42년 4개월을 합하면 10년을 넘는 만큼 형사소송법상 사실오인이나 양형부당을 이유로 상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고 상고마저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일부 범행에 대한 판결이 이미 확정된 뒤 그와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는 죄에 대한 사건을 심사할 경우, 해당 사건 법원은 확정판결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나 양형을 다시 심사·수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는 확정판결의 확정력에 반할 뿐 아니라, 해당 사건 상고심 심판 대상도 원심판결 중 상고가 된 부분에 한정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헌재는 “(조주빈 주장대로라면) 상고심은 확정판결 부분을 심사할 수 없음에도 상고이유의 인정 범위만 확대돼 상고심 심리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이는 한정된 사법 자원의 합리적 배분이란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부담은 덜고 의미는 더하고…공공예식장 ‘주목’

    부담은 덜고 의미는 더하고…공공예식장 ‘주목’

    고물가 시대를 맞아 예식장 예약 전쟁과 높은 비용 부담으로 고민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공공예식 공간’인 ‘빛의 정원’이 실속있고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광주청사 내 잔디광장과 장미공원 등 ‘빛의 정원’과 청사 1층 ‘시민홀’ 등 공공장소를 시민들의 특별한 결혼식 장소로 개방·운영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공공장소에서 진행되는 예식의 가장 큰 장점은 ‘파격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나만의 자유로운 결혼 콘셉트’다. 장소 이용료는 야외광장의 경우 1일 1만원, 실내 공간은 2시간당 1만원(냉·난방비 별도) 수준으로 예비부부들의 경제적 부담을 대폭 낮췄다. 주차장·화장실·전기공급 등 기본 편의시설이 완비돼 있으며, 예식 소품과 꽃장식을 예비부부가 직접 기획해 개성 있는 결혼식을 연출할 수 있다. 피로연도 실속 있게 준비할 수 있다. 광주청사 구내식당에서는 국수를 1인당 5000원에 제공하며, 야외 출장밥상(케이터링)도 가능하다. 특히 야외 예식 중 갑작스럽게 비가 오더라도 즉시 실내공간으로 옮길 수 있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광주청사 ‘빛의 정원’은 지난해 총 8팀, 올 상반기 3팀(100~250명 규모)이 예식을 치렀으며 하반기에도 6팀이 예약을 하는 등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광주인재교육원 후생관도 주말 및 공휴일에 공공예식장으로 개방돼 예비부부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 곳에서는 2024년 5건, 2025년 3건, 올 상반기 1건의 예식이 진행되는 등 주말 공공예식장으로서의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80석 규모의 후생관은 신부대기실, 152석 규모의 하객 접대 공간, 280대 규모의 주차장을 갖추고 있으며 이용료는 3만원(냉·난방비 별도)이다. 음향·조명 설비와 출장뷔페 이용 때 구내식당 공간을 무료로 제공한다. 여유로운 진행을 위해 ‘1일 1회 예약제’로 운영된다. 문길상 총무과장은 “치솟는 결혼식 비용으로 고민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시청사 및 공공기관 개방이 현실적이고 따뜻한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尹 부부 450만원 식사·영화비 공개’ 판결 뒤집은 대법…“탄핵 후 기록관으로 정보 이관”

    ‘尹 부부 450만원 식사·영화비 공개’ 판결 뒤집은 대법…“탄핵 후 기록관으로 정보 이관”

    450만원 상당으로 알려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저녁 식사비 등 대통령비서실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에 대해 재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탄핵 이후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새롭게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022년과 2023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지출과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해당 목록엔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13일 서울 강남 한 식당에서 450만원을 지출했다고 알려진 식사 비용, 같은 해 6월 12일 김건희 여사와 영화를 관람할 때 쓴 금액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를 거부했고, 대통령비서실행정심판위원회도 경호상 이유로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9월 영화 관람비와 식사 비용, 대통령실 특활비 내역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내외의 저녁 식사, 영화 관람으로 지출된 금액은 국가안전,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 공개할 경우 국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도 2024년 4월 항소기각으로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듬해 4월 탄핵소추로 파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돼 이전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 청구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공기관이 공개 청구 정보를 관리하고 있지 않으면 공개거부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이 사건에서 법률상 이익이 소멸했는지 등을 새롭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심법원에 환송해 다시 심리,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 김정관 장관 “中, 자정까지 일해…주 52시간제 손봐야”

    김정관 장관 “中, 자정까지 일해…주 52시간제 손봐야”

    “中 경쟁 첨단산업 근로시간 손봐야” “일하겠다는 의지 강제로 막아선 안돼” “美, 쿠팡을 농산물 수출 채널로 생각” 과잉생산 美 301조 조사 이달 말 발표 김영훈 노동 장관 “예외 없이도 이익”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6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등이 들어설 메가특구에 ‘주 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52시간 예외 주장이 과잉됐다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입장과 대립하면서 부처 엇박자 논란이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일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의 의지를 제도가 강제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메가특구 내 주 52시간제 특례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주 52시간제 이슈는 우리의 가장 큰 경쟁 상대인 중국과 비교해야 한다”며 사기업 재직 시절 중국 출장 당시 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중국 충칭의 한 정보통신(IT) 기업이 ‘996’(오전 9시 출근·오후 9시 퇴근·주 6일 근무) 제도를 도입하려 하자 종업원들이 ‘그렇게 일해서 다른 기업과 어떻게 경쟁하겠느냐’며 반발해 결국 밤 12시까지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중국 내부 경쟁은 정말 엄청나다”며 “중국 노동자들도 회사가 성장해야 본인이 월급을 받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가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에 대해서 걱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일해서 성취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욕과 의지를 제도가 꺾어서는 안 된다”며 “연구개발(R&D) 분야는 물론 스타트업을 비롯한 첨단산업 전반에서 근로시간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첨단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 시간 규제를 완화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주 52시간제는 근로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인 만큼 중국의 장시간 근무를 한국 노동시장에 적용해야 할 근거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833시간으로 OECD 평균 1736시간보다 97시간 많은 상황이다. 전날 김영훈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52시간제 적용을 받고 있다며 “예외 없이도 지금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우리가 다 따라잡히고 그런 건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이어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 등이) 마치 빠지면 안 되는 것처럼 너무 과잉돼서 건강한 토론을 어렵게 만든다”며 “사실관계에 기초해 합리적 대안을 찾으면 된다”고도 했다. 그는 “양대 노총이 대통령 면담과 사회적 대화를 제안했으니 노동계와 충분히 소통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 노조 성과급 확대 요구에“회사주인은 주주, 주총 동의 얻어야”김정관 장관은 반도체 기업 노조의 성과급 확대 요구에 대해서도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사의 주인은 주주이며 주주와 투자자의 이해가 가장 먼저 우선할 때 우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며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을 무시하는 기업에 누가 투자하고 주주가 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 피해는 결국 경영진과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며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구조에는 반대한다. 최소한 이사회나 주주총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 의견을 관계 부처에 제기해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정관 장관은 한미 통상 이슈로 떠오른 쿠팡 사태와 관련해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쿠팡을 ‘농산물 수출 채널’로서 한미 무역수지 적자를 완화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많은 미국 정치인이 쿠팡 덕분에 미국의 농산물·수산물·축산물들이 한국에 수입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해 ‘한국 사람들 대부분은 쿠팡이 싼 인근의 중국산을 수입한다고 이해하지, 미국산을 (수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깜짝 놀란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 이슈의 본질은 한국 성인의 80% 가까운 정보가 유출되고 그것을 몇 달 동안 몰랐다는 점”이라며 “미국 정치인들에게 ‘미국 성인의 80% 정보가 외국에 유출됐는데 제대로 신고하거나 법적 절차를 밟지 않은 기업을 미국은 어떻게 대할 것 같냐’고 반문하면 대부분 수긍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한국 정부가 쿠팡을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불이익을 줬다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겠느냐”며 “쿠팡 이슈가 한미 동맹이라는 기초나 기반을 흔들 만큼 한미 동맹이 옅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김 장관은 과잉생산 관련 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가 “이달 말 안에 발표될 것으로 본다”며 한미 통상 당국 간에는 지난해 무역 합의에서 정한 15% 상한선에 대해 컨센서스(합의)가 형성돼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다만 15%는 궁극적 목표는 아니며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24일부터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문제 삼아 무역법 301조를 적용, 주요 교역국에 10~12.5%의 이른바 ‘강제노동 관세’를 새로 부과했다. 한국에도 12.5%의 관세가 적용됐다. “CPTPP 가입 안하는 게 더 이상해”“한일 비즈니스 코드 맞아…충분히 논의”김 장관은 이와 함께 체결이 사실상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의미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에 대해 “가입을 안 한다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업의 활동 영역은 할 수 있으면 넓혀야 하고, 어떤 형태든지 우리가 해외시장을 통해 성장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걸림돌과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우리 농산물과 수산물에 대한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하고 허심탄회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최선을 다해 국익 차원에서 지혜롭게 판단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사기업에 재직 당시 일본 종합상사를 경험해봤다며 “아시아에서 시장 경제, 민주주의, 자유무역 통상에 서로 이해하고 같이 발전해왔던 나라가 한일이고 서로 어떻게 사업해야할 지 비즈니스 코드가 맞다”며 “많은 기업들이 이런 경험을 축적하면서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적·외교적 이슈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데 앞으로의 방향은 할 수 있다면 경제 영토를 같이 쓰고 함께 넓혀 나가는 게 우리나라가 잘 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메가 FTA인 CPTPP에는 2024년 영국 가입 이후 일본·멕시코·호주·뉴질랜드·캐나다·싱가포르·베트남·말레이시아·브루나이·칠레·페루 등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과 양자 FTA를 체결하지 않은 국가는 일본과 멕시코뿐이다. CPTPP는 인구 약 5억 8000만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4일 이 대통령 주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아세안,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CPTPP 가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농어업계와 국회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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