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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의 청년이 행복한 나라] 농지 전수조사 환영한다

    [우석훈의 청년이 행복한 나라] 농지 전수조사 환영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찬성하지는 않는다. 가덕도 신공항에 반대하고, 최근 공공부지에 새로 짓기로 한 대규모 주택의 몇몇 입지에 대해서도 반대한다. 어쨌든 대통령의 많은 정책들은 내가 찬성하든 반대하든, 예상 범위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렇지만 부재지주들에 대한 농지 전수조사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4월부터 쓸 예정인 농업경제학 책의 핵심 결론이 농지 전수조사였다. 그래도 아직 확정을 못한 건, 나 같은 사람이 혼자서 외친다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고민 때문이었다. 그래도 어쨌든 대환영이다.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 원칙은 1987년에 명문으로 헌법에 들어갔다. 부재지주를 금지하고, 동시에 소작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이승만의 농지개혁이 민주화와 함께 비로소 헌법에 명시됐다. 이게 흔들린 건 불행히도 노무현 때였다. ‘6헥타르 정책’이 추진될 때, 농림부는 ‘도시 자본’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투기 자본을 농업에 끌어들이려고 했다. 격렬한 위헌 논쟁 끝에 결국은 주말농장이 허용되었다. 농지은행을 만들어 농지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으로 사회적 타협이 만들어졌다. 2005년의 일이다. 이런저런 추정으로는 현재 농지의 절반 정도는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고, 그 규모만큼 임차농이 일반화되어 있다. 농민에게 주는 직불제 같은 지원금을 놓고 계속해서 갈등이 생겨난다. 정책은 실제 농사짓는 사람들의 생활을 지원해 주고 싶은데, 그 근거가 남으면 부재지주임을 행정적으로 인증하게 되므로 지주들이 온갖 음성적 계약을 강요하게 된다. 싫으면, 계약 해지다. 정책지원을 위해서 비료비 영수증 같은 편법이 사용되었다. 직불제만이 아니라 농민 기본소득, 태양광 지원 등 새로운 정책에서 유사한 일이 계속 벌어졌다. 누가 농민이냐. 행정적으로는 정확히 알 방법이 없다. 2024년 농림어업조사 기준 우리나라의 농가는 97만 정도 되고 농가인구는 200만 정도 된다. 통계상 경지 없는 농가는 7070가구로 되어 있지만, 이 수치가 임차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지 규모별 농가 통계 등 다른 통계를 찾아보면 이 7000 정도의 경지 없는 농가는 축산 농가다. 핵심 통계인 논 경영통계나 밭 경영통계에는 논 없는 농가나 밭 없는 농가 항목이 없다. 우리나라의 농업 기초 통계에 부재지주와 임차농 같은 요소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영국에서 직불제 관련 논란이 크게 일어난 것은, 직불제의 최대 수혜자가 영국 왕가였다는 것이 알려진 때였다. 국내에선 이명박 정부에서 공직자의 농지 소유가 문제가 되었을 때,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사태 때 농지 전수조사에 대한 여론이 높았다. 하지만 현실적인 행정력 미비로 불가능하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이었다. 나중에 전해 들은 얘기는, 농업에 발언권이 큰 규모농들이 농지 가격 하락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더 우수한 농지인 논보다 열등지인 밭이 더 비싸지는 일이 벌어졌다. 일본 농지보다 한국 농지가 훨씬 비싼 것도 이상하다. 공은 이제 농식품부로 넘어갔다. 청년들이 귀농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다. 불법으로 보유하고 있던 농지를 어떻게 ‘바기닝’할 것인가, 이건 농식품부의 역할이다. 일본 농지은행은 전국 단위인 한국의 농지은행과 달리 지역별로 조성된다. 지자체가 공공농지에서 할 역할을 만들고, 농지은행이 보완적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지금부터 농식품부가 설계할 종합대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농지 전수조사가 주는 또 다른 가능성은 스마트 농업과 같은 신기술 확대에 도움이 되는 농지 규모화다. 부재지주의 농지를 통한 규모화 역시 새로운 정책 목표다. 지금까지 투기화된 농지 때문에 가로막혔던 청년농업과 규모화가 전수조사의 두 가지 정책 목표다. 조선을 망하게 한 이유 중 하나는 전정(田政)의 문란이다. 지금 그때와 비견될 정도로 한국의 농지 보유가 문란해졌다. 이제는 농식품부 장관의 시간이다. 이번 전수조사 종합대책으로 그가 최장수 장관 정도가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수 있는 장관이 되기를 소망한다. 우석훈 경제학자
  • “AI시대 맞춤형 인재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뿌리내려야” [이순녀의 이사람]

    “AI시대 맞춤형 인재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뿌리내려야” [이순녀의 이사람]

    AI시대 암기 능력 필요 있겠나글로벌 빅테크 이미 학력 파괴졸업장 대신 다단계 면접 채용이력서에 출신학교 표기 불법출신학교 채용차별 금지법 추진과태료 500만원 강제력 없다고?반복 위반 땐 사회적 압박 효과지난 1월 20일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대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채용 단계에서 학벌을 이유로 구직자를 차별한 기업을 채용절차 공정화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행사에는 정치인과 시민단체, 학부모 등과 함께 최교진 교육부 장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도 참석했다. 이어 2월 5일에는 국회의원 15명이 참여하는 추진단과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한 시민사회 자문단이 결성됐다. 3월 안에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송인수(62) 재단법인 교육의봄 공동대표는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 국민운동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 교육의봄은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을 직무 능력 위주 채용 문화로 바꾸고자 2020년 출범한 비영리기관이다. 지난달 25일 서울 용산구 재단 사무실에서 송 대표를 만나 법안 추진 배경과 기대 효과, 그리고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채용 제도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법이 왜 필요한가. “출신학교와 학력을 이유로 채용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다. 고용정책기본법 7조 1항에는 성별, 나이, 사회적 신분 등과 함께 출신학교와 학력을 차별 금지 조항으로 명시하고 있다. 출신학교는 1994년, 학력은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추가됐다. 문제는 처벌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30년 넘게 법이 있어도 기업들이 지키지 않는 이유다. 우리의 요구는 현행 채용 절차 공정화법 4조 3항에 규정된 입사지원서 수집 금지 정보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포함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제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력서에 출신학교와 학력을 쓰지 못하게 하고, 위반하면 처벌하는 근거를 마련해 최소한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다.” -이전에도 비슷한 법안이 여러 차례 추진됐다. “이번엔 세 가지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법안 발의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국회의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의원들이 나타났다. 정부의 관심도 높다. 무엇보다 국민 인식이 변했다. 시민단체 300여곳이 연대했다. 법 만들려고 이렇게 많은 단체가 결집한 건 이례적이다.” -이런 변화의 이유는. “학벌 사회에 대한 국민 피로와 사회적 고통이 극심하다. 사교육비는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꺾인 적이 없다. 입시 경쟁은 출산율 저하의 구조적 요인이기도 하다. 채용 절차를 바로잡지 않으면 교육이 변할 수 없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들의 미래가 없다는 절박함이 반영됐다고 본다.” -과태료 수준의 제재로 채용 관행이 바뀔까. “기업이 ‘500만원 내고 그냥 하던 대로 할 거야’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하기는 어렵다. 기업 채용 공고와 이력서 양식은 공개돼 있어 위법 여부 확인이 쉽다. 사회적 압박 효과가 크기 때문에 처벌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경각심을 줄 수 있다. 교통 법규 위반 범칙금이 크지 않아도 신호를 지키는 것과 같다.” -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나. “출신학교 정보 수집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라마다 그 사회에 가장 고통을 주고 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에 따라 특정 항목의 수집을 금지한다. 학벌로 인한 국가적 스트레스가 한국처럼 심각한 나라는 없다. 선행교육 규제법도 우리나라에만 있다.” -이력서에 안 써도 면접 등으로 사실상 학벌을 유추할 수 있지 않나.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과 아예 이력서에 특정 대학 이름을 명기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처음부터 학벌을 요구하느냐 아니냐는 채용 담당자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출신학교에 따라 가점을 줄 필요도, 감점을 줄 필요도 없고 능력으로 평가해 채용하라는 것이다.”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에 대한 의견은. “출신학교 차별 금지는 이미 법의 영역에 있다. 성별·나이 차별을 금지한다고 기업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하지 않듯이 학벌도 마찬가지다. 전공·학점 등 직무 관련 정보는 요구할 수 있다. 다만 특정 대학 이름으로 혜택이나 불이익을 주는 관행을 끊자는 것이다.” -명문대생들은 불공정과 역차별을 우려할 수도 있는데. “그들이 쌓은 능력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학벌이 좋다고 해서 가점을 주고, 좋지 않다고 해서 감점을 주는 게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명문대 나온 능력으로 기업 채용 과정에서 직무에 적합한지 정당하게 평가받아서 뽑히면 된다. 학벌은 능력의 증거가 아니라 배경일 뿐이다.” -대학 서열 구조가 그대로인데 채용만 규제한다고 바뀔까. 학벌 대신 다른 스펙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대학 서열은 수능 점수에 고착돼 있다. 기업이 학벌을 보지 않으면 굳이 특정 대학에 집착할 이유가 약해진다. 위에서 매듭을 풀어 줘야 아래가 변한다. 서류 전형만 바뀌어도 기업이 달라지고, 대학이 달라진다. 부모를 설득하고 학교를 설득하는 지렛대가 생기는 것이다. 이력서에서 출신학교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선언, 그 신호가 정확하게 가면 불필요한 경쟁은 줄어든다. 채용의 변화를 법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지금은 학벌이라는 단일 지표가 과도하게 왜곡돼 있다. 직무와 무관한 스펙은 자연히 걸러질 것으로 본다.” -그러면 기업은 구직자의 능력을 무엇으로 판단해야 하나. “자기주도성, 문제 해결력, 협업 능력을 측정하는 대안적인 채용 도구들이 많이 보급돼 있어 직무 중심 채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연구직 같은 특수직의 경우에는 학력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동의한다. 그래도 출신학교까지 정보를 제공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공공부문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지 10년이 돼 간다. “직무 중심 채용으로 바뀌면서 학벌이 아니어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들이 경험 자산으로 축적됐다. 블라인드 채용 효과는 연구 결과로 입증됐다. 2018년 한양대 연구팀 조사를 보면 출신학교 다양성이 증가했고, 사내 정치가 사라졌다. 직무능력은 이전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기업에도 이익이다. 신입사원 조기 퇴사 사유 1위가 ‘직무 부적합’이다. 학벌로 능력을 ‘추정’하는 게 아니라 과학적으로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 준다.” -AI 시대가 빨라지면서 채용 관행도 변하고 있는데. “글로벌 빅테크들의 채용 방식은 이미 학력 파괴로 접어든 지 오래다. 구글은 학벌, 전공, 학점, 코딩 실력이 인재를 판정하는 데 있어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학 졸업장을 보는 대신 4~5단계 면접을 통해 정확하게 직무 능력을 측정해서 인재를 채용한다. 우리나라만 퇴행적인 관행에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지금의 학벌은 정답 찾기, 암기 능력 자격증일 뿐이다. AI 시대에는 더이상 필요 없는 것들이다. AI 시대 맞춤형 인재를 키우려면 능력주의 채용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 -‘K채용’을 강조하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출신학교에 의존하지 않고 직무 능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채용의 시대를 우리나라가 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외국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제도적으로 800만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발판으로 선진 채용 기술을 개발해 해외로 진출할 수도 있다.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로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채용 기업 발굴과 소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지난 4년간 좋은 채용을 위해 애쓰고 있는 기업 60여곳을 발굴해서 소개했다. 인사 책임자와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인터뷰해 능력 중심 채용 방식을 공개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학벌보다 자율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채용 관행이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이런 정보가 국민들에게 널리 전달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부모,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교육 과열, 입시 경쟁으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신음하는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출신학교 채용차별 방지법을 불편해하고, 득실을 따지겠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한다면 이번에는 마음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 추진 과정은. “법안에 대해 연령별로 여론을 분석하고, 기업과 구직 청년들 얘기도 많이 들을 것이다. 선의로 출발했지만 잘못된 결과가 나오지 않게 부작용도 충실히 연구해 법을 추진하겠다.” ●송인수 대표는 1989년 공립고교 영어 교사로 교직에 발을 디뎠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행복했지만 입시 경쟁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는 일은 괴로웠다. 부모와 학생들로부터 환영받는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좋은교사운동’을 조직했다. 2003년 교직을 그만두고 모임 활동에 전력했다. 5년 대표 임기를 마친 2008년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창립해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선행교육규제법 등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교육비 축소와 입시경쟁 완화에는 현실적인 한계를 절감했다. 교육을 바꾸려면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으로 2020년 교육의봄을 설립해 6년째 이끌고 있다. 이순녀 수석논설위원
  • 질병·실직 때도 돌봄 공백 없도록… 구로는 ‘삶의 베이스캠프’ [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끝>]

    질병·실직 때도 돌봄 공백 없도록… 구로는 ‘삶의 베이스캠프’ [2026 새해 포부-서울 단체장에게 듣는다<끝>]

    구로형 기본사회 추진요양원 대신 집에서 통합돌봄 제공교통 취약지에 공공셔틀버스 검토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바우처 시행사회복지 6000억원 시대 예산 확충 위해 업무 추진비 삭감학교 교육 환경 시설 예산은 늘려발달장애인 ‘생활배상보험’ 실시구정 공백 막는 구청장의 실천‘20년 숙원’ 차량기지 이전 재추진가리봉동 노후 주거지 정비 시동 문화누리, 지역 커뮤니티로 완성“질병, 실직, 돌봄 공백 등 삶의 전환기에도 주민들의 일상은 이어질 수 있도록 ‘삶의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있습니다.” 장인홍(60) 서울 구로구청장은 4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구정철학인 ‘구로형 기본사회’의 취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취약층 어르신에게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용품 바우처 카드를 제공하는 등 복지 사각지대를 줄여나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복지 분야뿐만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구로’를 위해 교육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빠듯한 예산 사정에도 미래 세대를 키우는 학교 환경개선 예산을 늘린 이유다. 지난해 4·2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장 구청장은 취임 후 첫 신년을 맞이했다. 초중고를 모두 구로에서 나온 ‘토박이’인 그는 “한국 경제에 헌신한 사람들의 동네인 구로가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며 “주민들이 살고 싶은 구로로 변화시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해를 맞이해 만난 구민들이 어떤 당부를 하나. “거리에서 만난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구로구의 골목형 상점가 확대, 구로사랑상품권 확대 발행 등이 있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고 하셔서 힘이 된다. 구로의 이야기를 잘 아는, 구로 사람이 반갑다는 말씀도 전해주신다.” -취임 이후 ‘구로형 기본사회’를 추진해왔다. “구로형 기본사회는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 주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주민이 행정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자동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전환하려고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각지대의 소외계층을 좀 더 두텁게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통합돌봄법 시행을 앞두고 통합돌봄과를 만들었다. 통합돌봄은 어르신 등 취약계층이 요양원이 아닌 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취약계층을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빈구석을 하나하나 채워가고 있다. 대중교통 기반이 부족한 동네에 공공셔틀버스를 추가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저소득층 어르신에게 대상포진 예방 접종을 지원하고 여성 청소년의 생리용품 지원도 바우처 방식으로 바꾼다. 질병, 실직, 돌봄 공백 등 삶의 전환기에도 일상이 이어질 수 있도록 ‘삶의 베이스캠프’를 만들고 있다.” -복지 정책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결과다. 생리용품 바우처 지원은 서울에서 두 번째로 추진한다. 공공셔틀버스도 수년간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상생활 배상책임보험 지원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발달장애를 겪은 성인이 행동 통제가 어려워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개별적인 상해 보험 가입이 힘들었다. 마을 만들기 운동을 오랫동안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고민한 결과다.” -구로구 최초로 사회복지 예산 6000억원 시대가 열렸는데. “어려움 속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당수 복지 사업이 국가, 서울시와 매칭 구조이기 때문에 구가 감당해야할 복지 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세수 증가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그래서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는 공무원 여비와 업무 추진비를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 ‘행정이 먼저 절감해 주민 삶을 지킨다’는 의지로 실행력을 끌어낸다는 취지다. 지방 정부가 지역 특성에 맞는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선 근원적인 재정 배분 구조를 바꿔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층에도 매력이 있는 동네를 만들기 위해서 주거 환경과 함께 교육 환경 개선에 힘쓰고 있다. 올해 예산 편성 과정에서 학교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시설 예산은 늘렸다. 서울시남부교육지원청과 교육협력특화지구를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예산을 확보했다. 교육 분야에서 민관 거버넌스 역량이 잘 보존된 곳이 구로다.” -지난해 말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구로차량기지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 서명부를 제출했다.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20년 넘게 묵은 숙원 사업이다. 2023년 광명시 반대로 중단됐다가 재추진 중이다. 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을 김윤덕 장관에게 전했다. 구민 3만명의 뜻을 담은 서명부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장관의 답변을 받았다.” -G밸리 배후 주거환경 조성은 어디까지 추진됐나. “G밸리 배후 지역인 가리봉동은 노후 주거지와 생활환경 문제가 겹친 지역이다. 주거환경 개선이 곧 G밸리 이미지 개선으로 이어지는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재개발, 재건축 등 주거 정비를 추진해 ‘일터 가까이 살 수 있는 동네’로 전환 중이다. 현재 정비사업 구역은 102곳으로, 계획대로 진행되면 2030년까지 4189가구가 공급될 전망이다.” -개봉동 구로문화누리도서관이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구로구 최초의 직영 도서관이다. 구로문화누리는 중앙도서관을 넘어 평생학습관 등과 함께 지역 커뮤니티 거점 역할을 할 것이다. 서울시가 고척동에 고척스카이돔을 만들면서 생활 사회기반시설(SOC)을 함께 만들기로 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아직 더 받아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을 구로에서 보낸 토박이다. “돌이켜보면 서민의 삶이지만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살았기 때문에 가난으로 힘든 기억은 많지 않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공부 안 하면 공장 간다’라며 꾸지람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헌신했던 사람, 그들의 자녀가 사는 곳이 구로다. 그동안의 고생이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의식이 생기고 구로를 터전으로 여러 활동을 하면서 가진 새로운 인식이다.” -구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임하자마자 그동안의 (전임 문헌일 구청장의 사퇴에 따른) 구정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쉬지 않고 달려왔다. 해결되지 않고 있던 현안을 정리하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지켜드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했다. ‘주민 편에서 판단해 줘서 믿음이 간다’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다.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살고 싶은 구로로 변화시키겠다.”
  • 나무 3600만 그루 심어 탄소 13만t 흡수

    정부가 올해 36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연간 13만t의 탄소를 흡수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4일 이런 내용의 2026년 나무 심기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산림은 우리나라 탄소흡수원의 97%를 담당하는 핵심 수단으로, 나무 1t이 평생 약 1.84t의 탄소를 흡수·저장할 수 있다. 청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이행 첫해인 올해 정부 주도의 조림 정책을 국민 실천 운동으로 확장해 서울 남산 면적의 60배인 1만 8000㏊에 3600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다. 정부 부처별 유휴토지 등을 활용한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도 추진한다. 경제림육성단지 등 9891㏊에는 산업용재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밀원 수림과 지역 특화 조림 등을 통해 경제적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공익기능(7893㏊) 조림도 확대한다. 큰 나무 조림과 산불에 강한 내화 수림 조성 등을 늘리고 산불피해지 복구 및 재해방지 숲을 전년 대비 3배(5776㏊)로 늘려 기후재난에 강한 숲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기후 대응 도시숲(90개)과 도시바람길숲(15개), 생활밀착형 숲(82개) 등 총 260개 도시숲을 조성해 생활권 녹색공간을 확충하고 도심 탄소 저장 기능도 강화한다. 산림청은 ‘범국민 나무 심기 캠페인’을 통해 전국 220곳에서 국민 참여 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하고 133곳에서 46만 그루의 묘목을 무상 분양한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국민 모두가 나무 심기에 참여할 수 있는 지역별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탄소 실천 포인트 제공 등 탄소흡수원 확충을 위한 노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1억 투자해도 누구는 감세 270만원, 누구는 432만원…국민성장펀드 과세 형평성 논란

    1억 투자해도 누구는 감세 270만원, 누구는 432만원…국민성장펀드 과세 형평성 논란

    국민성장펀드가 본격 가동을 시작한 가운데 ‘성장의 과실을 국민과 나누겠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국민참여형 펀드가 과세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소득 기준 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역설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실제 감면받는 세금이 더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3일 정부와 여당은 오는 6월 출시를 목표로 3년 이상 투자하면 소득공제 40%와 배당소득 9% 분리과세 혜택을 부여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전략산업과 벤처기업에 개인 자금을 유도해 기업이 성장하면 그 이익을 국민과 공유하겠다는 취지다. 납입 한도는 1인당 최대 2억원이다. 논란의 출발점은 ‘소득공제’ 방식이다. 소득공제는 세금을 직접 깎아주지 않고, 세금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실제 줄어드는 세금 규모는 개인이 적용받는 세율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누진세 구조다. 소득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쉽게 말해 같은 금액을 공제받아도, 세율이 높은 사람일수록 줄어드는 세금이 더 많다. 과세표준이 비교적 낮은 중산층 구간은 15% 세율이, 그보다 높은 소득 구간은 24% 세율이 적용된다. 이 구조가 국민성장펀드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이 각각 1억원을 투자해 최대 공제액인 1800만원을 적용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세율이 15%인 구간에 있는 사람은 약 270만원의 세금이 줄어든다. 반면 24% 구간에 있는 사람은 약 432만원이 줄어든다. 같은 1억원을 투자했지만 감세액은 162만원 차이가 난다. 연봉의 10%를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은 500만원을 넣고 약 30만원 세금이 줄어들지만 연봉 1억원인 사람은 1000만원을 투자하고 약 96만원이 줄어든다. 같은 금액을 투자해도, 같은 비율로 투자해도 고소득 구간일수록 더 많은 세금 혜택을 받는 설계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소득이나 나이 제한이 없어서 소득 없는 가족 명의의 분산 투자나 세대 간 자산 이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최병권 수석전문위원은 “같은 투자에 대해 감세액이 달라지는 구조는 조세 형평성 원칙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소득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투자액이나 소득 구간에 따라 공제 혜택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부산 금정산 국내 첫 도심형 국립공원 지정

    부산과 경남 양산에 걸쳐 있는 금정산이 국내 첫 도심형 국립공원으로 공식 지정됐다. 국립공원공단은 금정산이 우리나라 24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금정산의 국립공원 지정안을 의결한 뒤 고시를 거쳐 이날 효력이 발생했다. 금정산은 금정·동래구 등 부산의 6개 구와 양산에 걸쳐 있으며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은 66.859㎢다. 금정산과 함께 낙동정맥으로 이어지는 백양산도 국립공원에 포함됐다. 금정산에는 삵, 수달, 고리도롱뇽 등 멸종위기 14종을 포함한 1782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17개 산봉과 25개 기암, 13개 습지 등 총 71개의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또 범어사가 소장한 국보인 ‘삼국유사’ 진본을 비롯한 국가 지정 문화유산 17점, 지방 지정 문화유산 70점 등 문화자원 127점이 금정산에 분포해 국립공원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금정산은 도심 복판에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다른 국립공원들과 구분된다.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연간 탐방객 수가 국립공원 중 5위에 해당하는 312만명에 이른다. 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8개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가졌던 금정산 관리권은 국립공원공단으로 이관됐다. 공단은 ‘금정산국립공원 보전관리계획’ 수립 용역을 통해 중장기 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공단은 금정산 국립공원을 상징하는 동식물인 깃대종을 오는 4월 최종 선정할 예정이다.
  • 조희대 “‘사법 개혁’ 심사숙고해 달라… 법관 악마화 안 돼”

    조희대 “‘사법 개혁’ 심사숙고해 달라… 법관 악마화 안 돼”

    “사법 제도에 근거 없는 폄훼 안 돼” 통계 인용 뒤 여권발 사법불신 반박후임 대법관 임명엔 “계속 협의 중” 노태악 “정치 사법화가 불신 조장”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대법관 증원)에 대해 “국회 입법 활동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면서도 “국민들에게 해가 되는 내용은 없는지 마지막까지 심사숙고해달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리 제도를 근거 없이 폄훼하거나 개별 재판을 두고 법관들에 대해 악마화해선 안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3일 사법개혁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직전 “개헌 사항에 해당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이후 8일 만에 침묵을 깬 것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의 ‘심사숙고’ 발언을 놓고 법안 성립의 마지막 관문인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사실상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조 대법원장은 ‘대통령에게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고 “법관들이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께서 기다려 주시고 또 필요한 경우 우리가 열심히 하는 것을 인정해 줄 필요도 있다”고 답했다. 조 대법원장은 여권 일각에서 ‘국민의 사법 불신’을 근거로 사법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데 대해 “근래 세계 여러 나라, 심지어 국제기구에서도 대한민국 사법부를 배우려 하고 우리와 교류 협력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갤럽 등 여론조사기관의 신뢰도 조사 결과 미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35%에 그친 반면 우리나라는 47%를 기록했다는 점과 ‘월드 저스티스 프로젝트’(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의 세계 140여국 법치주의 지수 조사에서 한국이 세계 19위를 차지한 점 등 여러 객관적인 지표를 근거로 들었다. 사법개혁 3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놓고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어떤 경우에도 헌법이 부과한 사항을 다하겠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법원이 할 수 있는 내용을 전달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법안 강행에 반대하며 사의를 표명한 이후에 이어지고 있는 여권의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일축하고,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노태악 대법관의 후임 제청이 한 달 넘게 지연되는 데 관해서는 “(대통령실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례적인 지연 사태를 두고 청와대와 대법원의 이견이 노출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노 대법관은 이날 6년 임기를 마치고 열린 퇴임식에서 “설마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을 마주하며 마음이 무겁다”며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때까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정치적으로 해결할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지금처럼 양극화된 사회에서 결국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고 덧붙였다.
  • LNG 가격 46% 폭등, 선박 40척 계류… 석화·해운업계 초긴장

    LNG 가격 46% 폭등, 선박 40척 계류… 석화·해운업계 초긴장

    이란이 미국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로 카타르에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을 폭격하면서 국제 LNG 가격이 폭등했다. 유가와 LNG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해 공격 의사를 밝히면서 해운 업계의 긴장도 크게 높아졌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TTF거래소에서 천연가스 선물 근월물 가격은 1㎿h당 46.52유로로 전 거래일 대비 46% 폭등했다. 네덜란드 TTF거래소 천연가스 가격은 유럽 지역 천연가스의 벤치마크로 통용된다. 동북아시아 지역의 천연가스 가격지표도 폭등했다. S&P 글로벌 플라츠 데이터에 따르면 LNG 일본·한국 마커(JKM)는 이날 100만BTU당 15.068달러로 직전 거래일 대비 약 40% 올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란 드론 2대가 전날 카타르 수도 도하 남쪽에 있는 메사이드의 발전소 물탱크와 북부 라스라판의 에너지 시설을 각각 공격하면서 카타르에너지는 라스라판에서 LNG 생산을 중단했다. 카타르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LNG 수출국이고,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에 LNG를 공급한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 등은 장기적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LNG 수급은 주로 장기 계약을 맺고 중동산 비중이 20% 미만이라 당장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카타르의 생산 차질로 LNG 현물 가격이 급등하는 게 문제다. 가스 업계 관계자는 “적은 수량은 그때 그때 현물로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 상승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원가가 올라가도 시황이 좋으면 판매가에 반영할 수 있지만 현재는 업계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LNG 가격 상승은 평균 발전단가를 끌어올려 전기료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려는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공격 위협에 해운 업계의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 있거나 인근을 운항 중인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은 40척으로 파악됐다. 이에 해수부와 한국해운협회 등은 해협 내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계류하도록 하고, 인근 선박의 해협 진입을 금지했다. 해운사들은 호르무즈 해협 내 항만 대신 대체 항만에 화물을 하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인근에 대기하면서 모니터링하고 실시간 대응계획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인천~두바이 항공편 운항 중단을 오는 8일까지로 연장하는 등 당분간 항공 대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 실용의 韓, 화려한 中, 정밀한 日… 피지컬 AI 격전지 된 MWC

    실용의 韓, 화려한 中, 정밀한 日… 피지컬 AI 격전지 된 MWC

    韓 통신 3사, 생활 밀착형 기술 위주中 아너, 백플립 로봇에 시선 압도日 도코모, 원격으로 로봇 손 조종 美 메타, 스마트 글래스 체험 인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26에 한국·미국·중국·일본 등의 ‘대표 미래 기업’들이 대거 나서면서 ‘피지컬 인공지능(AI)’의 글로벌 격전지가 됐다. 이동통신 기술 행사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콘텐츠 등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아우르는 전시회로 확대된 것이다.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 비아에서 막을 올린 MWC26은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약 10만명이 참가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실생활에 스며드는 ‘실용주의 AI’ 전략을 내세웠다. LG유플러스는 ‘모든 연결의 인간화’를 기치로 내걸고 ‘익시-오 프로(ixi-O pro)’가 탑재된 홈 에이전트 로봇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남편이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갑자기 출장이 잡혔다”고 말하자 로봇이 스스로 캐리어를 끌어와 짐을 싸기 시작했다. KT는 로봇 서비스 플랫폼 ‘K-RaaS’를 전시하며 로봇이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줬다. SK텔레콤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A.X K1’을 전시하고 생성형 대형언어모델(LLM)을 직접 체험하도록 전시했다.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약 180여개가 참가했다. 중국 기업들은 화려한 동작을 하는 로봇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특히 AI 디바이스의 신흥 강자로 부상한 아너, 모바일·로봇·전기차를 잇는 거대 생태계를 구축한 샤오미 등의 대형 부스는 관람객들로 붐볐다. 아너가 이날 처음 공개한 은색 휴머노이드 로봇은 음악에 맞춰 두 명의 사람과 함께 춤을 췄고, 뒤로 도는 ‘백플립’을 선보였다. 아너의 ‘로봇폰’은 사용자의 시선을 따라 스스로 몸체를 틀어 최적의 촬영 각도를 잡고 사용자의 동선을 기민하게 추적했다. 중국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은 ‘로봇 식당’을 콘셉트로 식재료를 옮기고 음식을 만드는 요리 로봇을 시연했다. 이 중 ‘티 소믈리에’ 로봇은 오차 없이 차를 우려내 대접했다. 차이나텔레콤의 로봇은 붓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조절하며 한자를 써 내려가는 서예 실력을 뽐냈다. 일본의 NTT도코모는 원격으로 로봇 손을 조종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손을 움직이는 대로 동작은 물론 악력까지 그대로 구현했다. 해당 기술은 힘의 세기를 경우에 따라 조정해야 하거나, 섬세한 동작이 필요한 작업에서 특히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타는 자사의 인기 웨어러블 제품인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를 누구나 손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안경을 쓰고 말로 지시하면 사진 찍기는 물론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 [사설] 호르무즈 장기 봉쇄 우려, 유가 급등 대책 단단해야

    [사설] 호르무즈 장기 봉쇄 우려, 유가 급등 대책 단단해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보복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통행이 중단돼 세계 에너지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우리는 원유의 70.7%를 중동에서 수입하며 이 중 95%가 이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 국제유가는 이미 요동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공습 직후 8% 이상 급등했다. 봉쇄가 지속되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고 해상 운임은 80%까지 폭등하리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7개월분의 비축유가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힘의 논리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는 세계 질서에서 국가적 낭패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참에 점검하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겠다던 에너지 다변화 계획이 왜 매번 구호로 끝났는지 당장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오랜 기간 중동 외교에서 조용한 방관자였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낸 적도,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략적 관계를 구축한 적도 없다. 높은 의존도와 낮은 외교적 존재감의 불균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 위기다. 중동 각국의 다발적인 공항 폐쇄로 발이 묶인 우리 국민의 송환도 다급하지만, 이란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대비책을 기민하게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음을 직시해야 한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유조선 항로가 막히고 정유소 재고가 바닥나면서 수개월에 걸쳐 물가를 밀어올리다 금융시장을 흔든 공급발 위기였다. 지금은 순서가 뒤집혔다. 이란 공습 직후 비트코인 시장에서 185조원이 증발하고 파생상품 청산이 3600억원 규모로 터졌다. 선물 헤지 강화, 환율 방어선 점검, 유동성 채널 확보 등 실물을 넘어 금융시장 안정까지 전방위 대응이 필요하다. 판이 바뀔 때마다 허둥대는 외교 대신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전략 외교로의 체질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 [길섶에서] 고층 아파트 재건축

    [길섶에서] 고층 아파트 재건축

    살고 있는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인테리어 공사 안내판이 붙었다. 전에도 안내판이 붙었지만 이 번에는 같은 동에서 두 집이 비슷한 시기에 공사를 한다. 2019년 준공된 아파트라 ‘준신축’인데 입주민에게는 불편함이 있는 모양이다. 아파트가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대상에서 벗어났음을 느낀다. 이러다 수십 년 지나면 재건축 대상이 되겠지. 그때도 지금처럼 재건축이 주택 수요의 주요 공급원이 될 수 있을까. 재건축됐거나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들은 15층 전후였다. 재건축 이후 30층, 때로는 40층 이상이 된다. 고층을 지으려면 건축 자재는 물론 설계, 공법 등이 저층 아파트와 매우 다르고 건축비도 더 든단다. 수십년 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할 때 비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때쯤이면 인구가 대폭 줄었을 텐데 그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수요가 있을지 궁금하다.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도시 곳곳에 신규 아파트 단지가 공급된다. 신규 아파트의 수명과 재건축·리모델링은 미래 세대에게만 맡겨도 되는 걸까 싶다.
  • [세종로의 아침] 관광에 ‘1만 시간’ 투자했더라면

    [세종로의 아침] 관광에 ‘1만 시간’ 투자했더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여행에 진심인 편이다. 고래가 길을 잃고 해안으로 쓸려오고, 오사카 도톤보리강에 물고기 떼가 몰려와 대지진의 전조를 알려도 관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그 덕에 일본은 지난해 역대 최대 관광 실적(4268만 3600명)을 수확했다. 그중 최고 공신은 단연 방문객 1위 한국인(945만 9600명·22%)이었다. 처음엔 낮은 환율 덕이라 보는 견해가 우세했다. 하지만 단지 ‘싸서’ 가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환율 변동과 무관하게 일본 방문의 흐름은 늘 견고하다. 우리가 일본에서 소비하는 다른 뭔가가 있다는 얘기다. 좀더 자극적인 이야기 하나 더. 한국은 일본보다 관광 강국이었다. 외래 관광객 1000만명이라는 이정표도 한국이 일본보다 1년 빠른 2012년에 달성했다. 2015년에 이 구도가 뒤집힌다. 이후 역전 구도가 깨진 적은 없다. 이유가 뭘까. 우리와 일본의 차이 말이다. 이를 살피는 건 곧 한국 관광의 미래를 모색하는 과정이다. 원인은 무수히 많을 터. 우선 관광 정책의 지속성과 우리 안의 냉소주의부터 들여다보자. 대구 남구의 앞산 아랫마을에 빨래터 축제라는 게 있었다. 빨래터 공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축제다. 빨래터라….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연분홍 수양벚꽃이 흐드러진 우물가에 동네 아낙이 우르르 모여 앉아 빨래하는 장면이라니. 세상 어느 남정네가 벚꽃 아래에서 빨랫방망이를 내려치는 여인네를 보며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지 않으랴. 어딘가 본능에 호소할 소지가 다분한 그림이다. 축제 구성도 신선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젊은이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방식이 특히 그랬다. 앞산 아래는 대명공연문화거리로 소극장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 하는’ 젊은이들은 배가 고프다. 축제는 그 청년들을 주요 구성원으로 활용해 흥을 불어넣는 프로그램들로 빼곡히 채웠다. 몇 해 뒤 대구 출장길에 관계자에게 물었다. 올해 빨래터 축제는 언제 열리냐고. 끝났단다. 그새 자치단체장이 바뀌었고, 그는 전임자의 흔적이 역력한 축제를 그냥 두지 않았다고 했다. 명칭부터 캐릭터가 불분명한 이름으로 바뀌었다. 강원 원주의 국제따뚜축제도 비슷하다. 이름도 독특한 따뚜축제는 각국 군악대가 모여 퍼레이드도 하고 공연도 여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 역시 2010년에 자진 해산 형식으로 사라졌다. 따뚜축제가 지속해 관록을 쌓았더라면 어땠을까. 반면 일본은 2003년 당시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관광홍보 CF에 출연해 요코소 재팬(‘어서 오세요, 일본으로’) 캠페인을 알린 이후 관광홍보 정책을 지속해 오고 있다. 나라 안팎의 정세가 바뀌고, 정파도 변했지만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 비전’이란 국가 전략이 수정된 적은 없다. 우리 안의 냉소주의도 걷어내야 한다. 여론조사 때마다 해외로 나가는 이유로 국내 콘텐츠 부족을 꼽는 이가 많다. 지방 출장 때마다 현지인에게 듣는 이야기인 “우리 동네 뭐 볼 게 있냐”는 것과 얼개가 똑같다. 지역민이 그렇듯, 혹시 우리가 우리나라 사람이어서 볼 게 없다는 생각을 갖는 건 아닐까. 얼마 전 확대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렸다. 국무총리가 주재하던 종전과 달리 대통령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관광산업 논의 자리에 대통령이 서는 건 정치적으로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허구한 날 적자만 내는 자리에 참석해 봐야 득보다 실이 많을 게 뻔해서다. 회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 점만으로도 박수받을 일이라 여겨진다. 아이 하나 키울 때 온 마을이 필요하듯, 관광산업을 일으키려면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는 걸 대통령이 보여 줬다.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의 “한국은 살아 보고 싶은 나라”란 말도 인상적이다. 관광의 목적과 정확히 부합해서다. 살고 싶은 곳의 다른 이름은 ‘복지’다. 삶의 현장을 누구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드는 것, 그게 국민 복지 아닌가. 관광은 그 이후에 자연스레 따라온다. 손원천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 필리핀 참전용사를 기억합니다… 한국전 희생 기리는 현대차그룹

    필리핀 참전용사를 기억합니다… 한국전 희생 기리는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과 국가보훈부가 필리핀 국립 영웅묘지의 한국전 참전비 및 참전 기념관에 대해 보수·환경 개선에 나선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첫 번째, 세계 세 번째로 한국전쟁(6·25전쟁)에 병력을 보낸 우방국이며, 우리나라와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77주년을 맞았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2일 “우리 정부는 필리핀 참전용사 추모시설을 시작으로 유엔 참전국의 참전 기념 시설에 대한 정비를 확대해 참전국과의 결속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이달부터 개보수 작업에 들어가는 국립 영웅묘지 참전비와 한국전 참전 기념관은 수도 마닐라에 있다. 이들 시설은 한국전쟁 당시 필리핀의 한국 원정군(PEFTOK) 5개 전투대대 소속이었던 총 7420명의 병력과 그 가족의 헌신을 기리려 건립됐다. 이 중 1967년 세워진 국립 영웅묘지 참전비는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감사 의미를 담았다. 양국 수교 60주년이었던 2009년에 보훈부 주도로 보수 작업을 한 바 있으며, 이번에는 현대차그룹이 보훈부와 함께 새롭게 단장에 나서게 됐다. 참전비는 약 7m 높이의 삼각기둥으로 상단에는 유엔 엠블럼과 함께 한국·필리핀 양국의 국기가 부착돼 있다. 또 아래쪽에는 전사한 대원 112명 전원의 이름을 새겼다. 현대차그룹은 이달부터 참전비의 균열되거나 변색된 부분을 보수하고 참전비 주변 계단과 바닥부의 대리석을 전면 교체할 예정이다. 시설 안내판과 상징성을 살린 조형물도 설치해 참전용사 가족과 관광객이 쉽게 현장을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참전비에서 약 1.2㎞ 떨어져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관은 2012년 건립됐으며, 한국전쟁 당시 기록물과 사료를 전시·보관하는 박물관과 도서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건물도 보수하고 내부 가구류 등도 교체하는 동시에, 시설 리모델링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필리핀을 시작으로 한국전쟁 참전국의 현지 참전용사 추모시설들을 돌아보고 환경 개선 사업을 본격 검토한다. 또 해외 각지에 있는 독립운동 사적지의 보존·관리를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필리핀에서 재난 구호에 활용할 차량과 물품 등을 지원하고 사회적 취약계층 청소년과 재난 피해 지역 학생들에게 학용품과 생필품을 지급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을 펼쳐 왔다.
  • [단독] “100m 앞에서 ‘쾅’… 선체 흔들리며 죽음의 공포 밀려와”

    [단독] “100m 앞에서 ‘쾅’… 선체 흔들리며 죽음의 공포 밀려와”

    “어둠 속 불빛 하나가 하늘 날아가곧 폭발음 울리고 연기 피어올라”땅 울리는 굉음 속 충격파 선체로국내 선박 37척 해협 주변 운항 중“먹거리·송환 대책 등 마련해 달라”중동 10개국 국민 1만 7000명 체류사우디 등 7개국 ‘특별여행주의보’ “배에서 불과 100m 떨어진 곳에 미사일이 떨어졌습니다. 번쩍이는 불빛이 바다를 가르더니, 곧바로 폭발음이 울렸어요. 순간 ‘고국의 가족들도 못 보고 중동에서 죽을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제벨 알리 항구에 정박 중인 우리나라 선박의 선원 A씨는 2일 서울신문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전날 긴박했던 순간을 이렇게 떠올렸다.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응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인근 한국 선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에는 우리나라 선박 37척이 운항 중이다. A씨가 머무는 선박은 해협에 갇히자 제벨 알리 항구로 대피한 상태였다. 해당 항구는 중동 최대의 컨테이너 항구이자 미 해군 함정이 기항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A씨가 처음 이상 징후를 감지한 건 지난 1일 새벽 3시쯤이었다. 어둠 속에서 불빛 하나가 하늘을 가르며 날아갔다. 이어 다른 불빛들이 연이어 궤적을 그렸다. 그는 “이란이 미 해군 함정을 겨냥해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이었다. 다른 나라에 폭격이 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두바이까지 영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멀리 있던 전쟁’은 눈앞으로 다가왔다. 낮 12시 30분쯤 선박 인근 해상과 항구 주변으로 수십 발의 미사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면 위로 거대한 물기둥이 솟구쳤고, 땅을 울리는 듯한 굉음이 항만을 뒤흔들었다. 충격파가 선체를 타고 전해지며 지진이 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A씨는 “처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혹시 다음 미사일이 우리 쪽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머리가 하얘졌다”고 몸서리쳤다. 그를 포함한 승무원 20여명은 폭발 직후 선내 안전구역인 ‘시타델’로 대피했고 이날 오전부터 일부 하역 작업을 재개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A씨는 “언제 다시 공습이 이어질지, 출항 명령은 언제 내려질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가족들과 스마트폰으로 연락은 주고받고 있지만 곧 통신이 끊길 수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정부가 선원과 교민들에 대한 주·부식 보급을 지원해주고, 송환 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쿠웨이트 앞바다에서 투묘(닻을 내리고 정박하는 것) 중인 우리 선박의 선원 B씨도 본지 인터뷰에서 “2일 자정쯤 하늘에서 미사일이 불꽃놀이처럼 번쩍였다”며 “내가 탄 배가 표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선원들도 한때 패닉 상태에 빠졌다가 지금은 다시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틀 뒤 쿠웨이트에서 빠져나갈 예정인데 그때까지 안전할지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 등에 따르면 IRGC의 봉쇄 조치 이후 최소 4척의 선박이 피격돼 승조원 1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중동 상황점검 긴급 관계부처 회의 직후 합동브리핑을 열고 “현재 공격 대상인 중동 10여개국에 우리 국민 1만 7000여명이 체류 중이며 현재까지 파악된 국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부에 진입한 선박은 정박해 대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선사에 보냈고, 해군 청해부대는 해협 인근에서 국내 선원 구조에 대비해 대기 중이다. 외교부는 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7개국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 38세 늦깎이도, 이민자도 OK… ‘퍼스트 펭귄’ 키우는 美장학금[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38세 늦깎이도, 이민자도 OK… ‘퍼스트 펭귄’ 키우는 美장학금[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나이·인종 등 따지지 않고 장학금연구 독창성·인류 기여도가 우선“새로운 분야 시도하라는 말 들어”호반 장학생, UC어바인 박사과정“조건 없이 지원해야 깊은 연구 가능”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크 코리도어(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과학·기술자들은 수많은 장학금이 미국의 인재 육성 동력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연구 지원금은 나이·인종·국적 등을 가리지 않고 오로지 연구 프로젝트의 독창성과 인류 기여도가 우선시된다.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에서 물리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크리스 곤잘러스(38)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38세에 공부를 시작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늦은 나이이기에) 책임감도 강하고, 교수와 동료 사이의 소통을 잘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이민 가정 출신인 크리스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대신 미국 통신회사에서 인터넷 설비 기사로 일했다. 6년의 근무 기간 동안 인터넷 설비와 관련된 물리학 강의를 들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고 2019년 대학에 진학했다.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인 크리스는 “미국 국립과학재단과 국립보건원의 장학금 제도가 잘 마련돼 있어 늦은 나이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불안하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과정을 밟는 한해윤씨도 “한국에선 어느 정도 연구가 이뤄진 영역을 발전시키려 연구한다면, 미국에서는 연구 성과가 안 나와도 좋으니 본인의 아이디어로 연구하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씨는 “우주 분야의 주류가 아닌 소행성에 관심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실용적이지 않은 주제라 연구에 펀딩도 잘 들어오지 않았다”며 “이와 다르게 미국에서 연구 후원을 받을 때는 ‘소행성과 같이 아예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시도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캐나다 출신 해나 루포(22)는 학부에서 법의학을 전공한 뒤 화학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화학과 범죄 간의 연계성을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학문일수록 접목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장학금·투자 제도는 연방정부, 주정부, 학교, 기업, 민간 재단 등 사회 전 분야에 촘촘하게 퍼져 있는 연구 안전망이다. 미국 역시 자금을 지원받으려는 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지원 규모가 압도적인 세계 1위인 데다 지원 시스템도 다양하다. 정순조 칼텍 항공우주공학 교수는 “칼텍은 규모가 작다는 것을 이점으로 살려 소수 정예 연구진에게 상대적으로 넉넉한 지원을 해 준다”며 “연구 분야가 희귀하고 실패 확률이 클수록 학교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호반 장학생 9기로 UC어바인의 박사과정 5년 차가 된 김기민(33)씨는 “한국의 경우 5년 안에 논문이나 특허를 몇 개 내는지 정량적 평가가 중요하고, 그때그때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연구 주제의 유행이 뚜렷하다”면서 “반면 미국에서는 각 연구자가 관심사에 맞춰 자신만의 속도로 한 연구가 장기적으로 ‘퍼스트 펭귄’이 되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반 장학제도처럼 조건 없이 학문 연구를 이어 갈 수 있게 지원해야 개인의 관심사에 따른 다양하고 깊이 있는 연구가 가능하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스탠퍼드대는 전공 무관 재학생들을 위해 이공계 학생들의 창업을 돕는 ‘스탠퍼드 기업가정신 양성 프로그램’(STVP)과 디스쿨을 운영하는데, 사무실에는 ‘당신이 실수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도전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문구를 붙여 놓았다. 티나 실리그 STVP 명예교수는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실패는 피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실패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며 “큰 실패로 이어지기 전에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작은 실험에서부터 시작해 결과를 보며 실패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게 핵심이다. 도전은 실패가 아닌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민간에서는 ‘와이 콤비네이터’(YC)와 같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초기 스타트업 육성 조직)가 활발하게 활동한다. 에어비앤비 등 45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배출한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 YC는 아이디어뿐인 초기 스타트업 창업 준비자에게 초기 창업 교육, 투자자·기업 등 네트워크 연결, 시장 전략 코칭 등을 제공한다. 지난달 26일 찾은 YC에서는 창업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YC 지원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출신 학생들을 위한 현지 네트워크 조직도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풀러턴 캠퍼스공중보건학 부교수인 박보영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남가주지부 회장은 “유색 인종에 대한 유리천장이 있는 미국 사회에서 한국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를 편하게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기성 학계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도록 ‘안전하게 실패하는 곳’으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작고 소소하게 자기 능력을 시험하고 아이디어를 선보일 기회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美 과학의 힘 ‘거북이 연구’[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美 과학의 힘 ‘거북이 연구’[초격차 과학인재 1만人 프로젝트]

    서울신문 ‘K사이언스랩’은 지난 1월 1일부터 5회에 걸쳐 ‘초격차 과학인재 1만명을 기르자’는 대주제로 우리나라 과학인재 육성의 문제점을 찾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5회에 걸쳐 미국 동부와 서부, 일본, 싱가포르의 과학 현장을 찾고 한국 과학인재 육성 시스템에 적용할 시사점을 찾는다. 세계 최고의 과학 클러스터인 미국 ‘캘리포니아 테크 코리도어’(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로스앤젤레스)가 전 세계 과학·기술자를 끌어들이고 인재로 키워 내는 비법을 찾는 것이 시작이다. “정부·학교·기업·재단 모두 장학금이나 연구자금을 주면서 ‘당장은 성과가 안 나와도 원하는 걸 우직하게 해 달라’고 합니다. 미국 과학자들이 다양한 도전을 하는 용기의 원천이죠.” 호반장학생 9기 출신으로 미국 캘리포니아대(UC)어바인 재료공학 분야 박사 과정 5년 차인 김기민(33)씨는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이곳에 과학·기술인재가 몰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유행하는 연구 분야에서 단기 성과를 내려 ‘토끼’처럼 뛴다면, 미국은 자신만의 관심사를 스스로의 속도로 연구토록 하는 ‘거북이’ 전략을 쓴다. 특히 실패를 경험의 축적으로 여기며 훌륭한 자산으로 취급한다. 지난해까지 643명의 화학·물리학·생리의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중 절반이 넘는 329명이 미국 출신이란 것도 이런 연구 문화의 결과물이라고 현지 과학·기술자들은 전했다. 미국의 과학·기술 인재 파이프라인은 국가, 인종, 학벌, 재정 형편을 가리지 않는다. 재교육과 재도전은 모두의 권리다. 2년제 공립대학 ‘커뮤니티칼리지’ 등 지역에 산재한 교육기관은 명문대나 최첨단 연구소로 향하는 ‘중간 사다리’다. 미국에서 UC 편입률 1위인 샌타모니카칼리지의 제이슨 비어즐리 부총장은 “커뮤니티칼리지는 아직 앞길이 창창한 학생들에게 멈춤이나 실패가 끝이 아니라는 것, 아직 얼마든지 재도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안전망”이라고 말했다.
  • “달러 강세에 환율 다시 오르고 주가 변동성 커질 수도”

    “달러 강세에 환율 다시 오르고 주가 변동성 커질 수도”

    위험자산 회피에 환율 상승 압력美 중심 글로벌 증시 조정 가능성비트코인 출렁… 금은 가격 올라 일각선 “코스피 흔들리지 않을 것” 한국 증시가 6000선을 훌쩍 넘어 초강세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중동발 불확실성이 되살아나면서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코스피 상승과 함께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증시 조정과 함께 환율 상승,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월평균 원달러 환율(종가 기준)은 지난달 1447.39원으로 집계됐다. 월평균 환율이 145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0월(1424.83원) 이후로 4개월 만이다. 지난주 환율은 1420~143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하향 안정 추세였다. 이 같은 안정세에는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일부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돌아오는 흐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거품론’ 논란 속에 주춤하자 달러 환전 수요도 다소 줄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 보인다. 먼저 코스피발 ‘훈풍’이 쪼그라들어 기술적 조정이 오고, 달러 강세로 환율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강화되면 달러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고 원달러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도 “환율 시장은 불안해질 것이고 국제유가가 올라가게 되면 달러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면서 환율 상승을 점쳤다. 이어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 조정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나라 주가 상승 추세가 미국보다 더 빠르고,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도 영향을 받아 오르는 추세였기 때문에 조정이 올 경우 낙폭도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비트코인이 출렁거리고 금은값이 상승하는 흐름도 감지된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미국 뉴욕시간 오전 6시 기준 한때 6만 3038달러까지 밀렸다. 직전 대비 3.8% 하락한 수준이다. 그러다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소식에 다시 반등했다. 반면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은 지난달 27일 기준 5267.20달러에 거래됐다. 2월 초 대비 약 13% 상승했다. 코멕스 3월 인도분 은도 같은 날 온스당 90.988달러를 기록하며 2월 초부터 1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 교수는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리면 금은 가격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란 최고지도자 사망으로 조기에 사태가 종료되고 베네수엘라처럼 미국이 원하는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 사태가 안정되고 일시적 충격에 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중동 사태가 국내에 미칠 영향이 제한된다는 시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개인 투자자들이 이미 시장에 깊이 들어와 있어 현 국면에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이제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가 심해지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 자체는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구글맵 반출, 조건부 승인에… 네이버·카카오 ‘AI 에이전트’ 승부수

    AI 활용해 장소 탐색·예약 ‘원스톱’로보택시·자율주행과 접목 주목구글이 요구하던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우리나라 정부가 19년 만에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지도 플랫폼 시장의 강자인 ‘네카오’(네이버·카카오)의 피해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들은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를 대비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고도화 등 돌파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가 지난 27일 개최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에서 1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로 허가하면서 국내 업체들은 긴장 속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구글이 길찾기 기능 등을 본격 제공하면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이탈한 국내 이용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도 흡수할 수 있다. 지난 1월 기준 네이버지도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880만명, 카카오맵은 1256만명, 구글 지도는 998만명 순이었다. 구글은 이미 해외에서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지도 서비스에 결합해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지도 플랫폼 업체들도 AI 서비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쇼핑 분야를 시작으로 통합 AI 에이전트 ‘에이전트 N’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지도 서비스와 연동을 추진한다. 사용자의 일정과 위치, 검색 이력 등을 종합 분석해 최적의 동선을 설계하고, 예약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도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 도중 AI가 맛집 장소를 추천하고 바로 예약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화창에서 장소 탐색부터 예약까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대화 맥락을 기반으로 한 에이전트형 AI 서비스다. 이번 결정으로 구글 길찾기를 주로 사용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불만은 줄어들 전망이다. 또 해외용과 국내용을 따로 개발했던 국내 관광 및 지도 기반 소프트웨어 업계는 불필요한 작업을 던다. 학계에서는 고정밀 지도 반출로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이 약 680만명 증가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과 향후 10년 동안 최대 197조 3800억원의 경제적 비용이 든다는 부정적 관측이 엇갈린다. 지도 기술은 유통망은 물론 로보택시나 드론택시,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 도시 등 미래 전략 산업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국내 산업의 위축을 막는 정부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보안 문제도 여전하다. 정부는 보안 처리 완료된 영상 사용, 군사·보안 시설 가림(흐림) 처리, 대한민국 영토 좌표 표시 제거 등을 반출 조건으로 달았다. 하지만 한국이 여전히 남북이 대치하는 분단국가라는 점 때문에 실효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북한이 가림 처리된 군사·보안 시설을 AI와 위성사진을 이용해 복원하고 한국의 방공망 정보 등을 수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고정밀 지도 반출은 대미 비관세 장벽 중 우리가 처음으로 수용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관세 리스크를 걷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 [르포] “선열의 헌신 오래도록 기억돼야”… 3·1절 서대문형무소 3만명 발길

    [르포] “선열의 헌신 오래도록 기억돼야”… 3·1절 서대문형무소 3만명 발길

    “우리나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열사들의 헌신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군 복무 중인 아들과 함께 오니 더욱 절절하게 느껴져요.” 제107주년 3·1절인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만난 나경희(52)씨는 아들의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했다. 대구에서 이른 새벽에 출발했다는 나씨는 “형무소 곳곳을 둘러보니 선열들의 숨결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며 “직접 오길 정말 잘했다”고 밝혔다. 함께 온 아들 이모씨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무료로 개방한 서대문형무소는 항일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되새기려는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붉은 벽돌 담장을 따라 조성된 형무소 입구엔 수백 명의 아이들이 태극기를 손에 쥔 채 부모와 사진을 남겼다. 이날 방문객은 약 3만명으로 평소 일평균 방문객 3000명의 10배 수준을 기록했다. 가장 긴 줄이 늘어선 곳은 사형장 앞이었다. 150m가량 이어진 줄 끝 건물 앞에는 ‘통곡의 미루나무’로 불리는 나무 기둥이 쓰러진 채 놓여 있었다. 사형선고를 받은 독립운동가들이 마지막 순간 이 나무를 붙들고 흐느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쓰러진 나무를 한동안 바라보던 공군 병장 김모(21)씨는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에서 올라온 송미옥(37)씨는 “값비싼 희생 끝에 이룬 오늘의 역사를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하고 싶다”며 “교과서 속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에서 체감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념 행사 ‘1919 서대문, 그날의 함성’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독립운동가처럼 흰 저고리와 검은 바지·치마를 입은 소년·소녀 13명은 가로·세로 3m가 넘는 대형 태극기를 들고 행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에 참여했다는 김정윤(13)양은 “이전 세대의 헌신이 오래도록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백명의 시민은 안중근·김구·유관순의 영정을 들고 400m 떨어진 독립문으로 향했다. 행진 도중 태극기 게양식이 진행되자 모두 걸음을 멈췄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남녀노소가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광장은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이날 3·1절을 맞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대구 중구 청라언덕 등에서도 독립 만세 운동 재현 행사가 열렸다.
  • ‘수소환원제철’ 혁신 기술로 탄소중립 실현하는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혁신 기술로 탄소중립 실현하는 포스코

    화석연료 대신 수소로 쇳물 생산파이넥스 공법 기반 경제성 확보40조 들여 공정전환 인프라 구축2028년 年 30만t 규모 설비 준공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인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미래를 향한 큰 걸음을 내디딘다.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Hydrogen Reduction)이라는 혁신 기술 실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다. 1일 포스코에 따르면 포항제철소는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과제 해결과 독자 기술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와 글로벌 수요 둔화, 막대한 투자 비용 등 수많은 고비도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포스코가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을 실현하는 ‘하이렉스’(HyREX) 개발에 도전하는 이유는 기술 격차를 통한 대한민국 철강 산업 경쟁력 확보, 산업 생태계 유지 및 투자를 통한 지역 상생 발전의 지속가능성 확보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친환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제철은 대한민국 국가 경쟁력을 성장시킨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양의 온실가스 배출 때문에 근본적인 체질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후 등 전 세계가 이미 기후 위기를 목격하면서 이런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상향하며 강한 탄소중립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철은 철 생산 과정에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는 산업이다.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NDC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기업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냉엄한 현실 속에서 포스코는 지속가능한 제철 산업 현실화와 기존 제철 공법을 대체할 혁신을 위해 수소환원제철에 뛰어든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전통적인 제철 공정에서는 석탄(코크스)이 타면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 가스가 필요하다. 일산화탄소 가스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면서 순수한 철이 생산되고 동시에 열기로 철을 녹여 쇳물을 제조한다. 그 과정에서 일산화탄소는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된다. ●고온 가열한 수소로 철광석 녹여 반면 수소를 활용한 제철 공정을 실현할 경우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한 수소와 접촉시켜 철을 제조할 수 있다.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 깨끗한 물이 발생하고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게 되는 원리다. 여기에 더해 포스코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렉스를 개발해 100% 수소를 활용한 제철 공정 실현으로 글로벌 기술 격차를 확보하려고 한다. 해외 경쟁사들이 추진하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에는 철광석을 일정한 크기로 가공한 ‘펠릿’을 사용해야 한다. 펠릿은 가공 과정에서 이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가격 또한 가공되지 않은 철광석보다 t당 80~90달러 비싸다. ●2007년 세계 최초 파이넥스 공법 상용화 이 같은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기반으로 수소환원제철을 개발할 계획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별도의 가공 없이 광산에서 채굴한 가루 형태의 ‘분광’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원료 확보가 쉽고 생산 원가 또한 절감할 수 있어 그 자체로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파이넥스 공법은 여러 차례 환원 과정을 거치는 다단유동로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수소는 철광석과 반응하면서 열을 흡수하는 흡열 반응을 일으켜 온도를 낮춘다. 다단유동로 구조를 그대로 계승하면 단계별로 산소만 추가 투입해 온도 저하 문제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결국 안정적인 철 생산성과 저렴한 원료 가격이라는 장점을 가진 파이넥스 공법을 수소 기반 공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하이렉스라 할 수 있다. 이는 향후 글로벌 철강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잠재력도 충분하다. 포스코는 이미 2024년 수소환원제철 공정 구현의 시험 설비 구축 핵심 역할을 할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를 개소했다. 개발센터에는 총괄부서인 ‘하이렉스 추진반’, 투자사업 관리를 전담하는 ‘투자엔지니어링실’, 연구개발 부서인 ‘미래철강연구소’, 설계를 담당하는 ‘포스코이앤씨’가 입주해 기술연구부터 설비 구축, 시험조업까지 일련의 과정을 통합 수행한다. 3400만t 이상의 쇳물을 생산하며 이미 기술력이 검증된 파이넥스 공법을 바탕으로 설비 개발을 거쳐 2028년까지 포항제철소 내에 연간 30만t 규모의 하이렉스 실증 설비를 준공할 계획이다. 이후 시운전에 돌입해 2030년까지 상용화를 위한 기술 검증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최종적으로는 2050년까지 단계적으로 기존 고로 설비를 모두 수소환원제철 설비로 교체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산업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1년 22조 130억 달러였던 이 시장은 2032년 193조 1475억 달러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시장에는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탄소 감축 기술 산업 분야, 수소 생산기술 및 인프라 분야, 에너지 산업 분야, 탄소 포집 및 재활용 분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탄소 배출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활용해 자국 산업 경쟁력을 지켜내고 있다.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CBAM은 유럽으로 수입되는 제품은 물론 제품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양에 비례해 온실가스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종의 탄소 관세인 셈이다.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수소, 전기, 비료 등 품목에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저탄소 철강 생산은 포스코의 선택을 넘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생존 전략인 셈이다. CBAM은 제철 공정을 넘어 에너지 생산 전반에도 커다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기존 고로 방식에서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활용한 자가발전이 일부 가능하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외부 전력 의존도가 높아져 기존 대비 전력 소모가 높아진다. 단순 전기요금에 더해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까지 고려해야 한다. ●포항·광양·당진 등 철강도시 생존 직결 탄소중립을 향한 첫 단추로 현재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인접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부지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제철 공정상 수소환원제철 설비는 기존 고로와 가까운 곳에 배치해야 한다. 생산성 유지를 위해 기존 다른 고로 철거를 통한 부지 확보도 쉽지 않다. 또한 추가로 요구되는 발전소와 수소설비, 물류 동선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신규 부지 확보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에 포스코는 바다 매립이라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부지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설비 투자 비용이다. 설비 교체와 관련 인프라 구축 등 수소환원제철 공정 전환을 위한 투자비는 4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일 기업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을 넘어서고 있다. 해외 주요국은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는 중이다. 일본은 ‘그린 이노베이션 기금’을 통해 철강업계 탄소 감축에 약 4조원을 지원한다. 독일 등 EU 국가들은 설비 투자와 함께 운영비 차액까지 보전한다. 스웨덴은 수소환원제철 설비와 값싼 전력 공급까지 연계한 지원으로 상용화를 돕고 있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현을 통한 하이렉스 공정 전환은 한 기업의 미래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철강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느냐를 결정짓는 여정이다. 경북 포항, 전남 광양, 충남 당진 등 미국의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은 철강 도시 입장에선 생존 문제와도 연결된다. 포스코 관계자는 “탄소중립 전환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와 함께 제조업의 근간인 철강 산업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와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나설 계획”이라며 “지속가능한 철강 생산 능력 확보를 통해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과 지역 상생 발전을 모두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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