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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민순 칼럼] 미국발 ‘패싱’, 냉정하게 대응하라

    [송민순 칼럼] 미국발 ‘패싱’, 냉정하게 대응하라

    동맹국 사이에도 상대를 건너뛰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흔히 이런 ‘우회’(bypassing)를 ‘패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래 미국이 한국을 패싱해 북한과 직거래할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전쟁으로 악화된 여론 전환용이라는 것이다. 때마침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축소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기 위한 자리 깔기인지, 한국의 이란전쟁 지원 거부나 대미 투자 지연에 대한 불만 때문인지 말들이 분분하다. 미국은 가끔 한국을 패싱해 왔다. 1994년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에서 북한과 양자 합의 후 한국에 경수로 건설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담시켰다. 그런데 2002년 부시 행정부는 한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수로 사업의 폐기에 들어갔다. 2019년 북미 ‘하노이 핵 협상’이 결렬됐을 때도 한국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이런 일들은 워싱턴의 공화·민주, 그리고 서울의 보수·진보 정부라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미국은 다른 동맹국들도 패싱해 왔다. 1971년 닉슨 전 대통령은 중국을 전격 방문해 일본, 대만, 한국에 ‘쇼크’를 줬다. 거꾸로 다른 동맹국들도 미국을 패싱한다. 1956년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이 규합해 미국을 따돌린 채 이집트를 침공했다. 수에즈운하의 국유화를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독일의 브란트 전 총리는 미국을 넘어 소련과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 한국도 1953년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반공포로를 전격 석방해 미국에 충격을 안겼다. 근래에는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전승 70주년에 톈안먼 성루에 올랐다. 이처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언제든지 동맹국 간 소위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패싱당한 쪽에서 상응 조처를 하거나 충격을 흡수할 역량이 있느냐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 나름의 상응 조처를 취했다. 수에즈에서 미국은 ‘핵 사용’을 위협해 영국과 프랑스를 후퇴시켰다. ‘닉슨 쇼크’를 받은 일본은 다나카 전 총리가 1972년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해 미국보다 7년이나 앞서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지금 미국은 국력의 상대적 축소 추세에 맞추어 세계 전략을 변환 중이다. 트럼프 이후에도 동맹국을 우회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은 한미동맹의 나사를 조이는 한편 만약의 패싱에 대한 카드도 가다듬어야 한다. 첫째,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핵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나고 한국은 단거리 핵의 직격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거래의 가능성은 계속 살아 있다. 한국은 한반도의 위험한 핵불균형에 대응할 방책을 강구할 자격이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미국의 국가방위전략(NDS)에 따라 한국 방어의 1차 책임은 한국이 맡게 된다. 한반도에서 미국의 군사 역할 축소와 함께 한미 훈련도 조정될 것이다. 그에 더하여 중국을 겨냥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요구까지 커질 것이다. 안팎으로 부담의 가중이다. 한국의 역내외 활동은 자체 안보 여력의 범위 내로 국한하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 셋째,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도 같은 원칙에 따라야 한다. 한국 선박의 안전과 국제해양 질서를 위한 응분의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미국 요구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명분과 입장에 따라 자체 능력과 제약에 맞는 수준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미국은 그 반사 효과를 보면 된다. 북한은 핵능력에 더하여 러시아 파병으로 재래군비의 현장운용 경험까지 축적 중이다. 이런 환경에서 한국 대통령이 “북미 신뢰 회복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기대한다”면서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훈련 축소 결정을 환영했다. 초현실적 광경이다. 평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이 미북 관계 때문인지, 만약 그렇다면 한국은 이 땅에서 어떤 존재인지 심란해진다. 또 야당은 정부의 잘못으로 미국의 패싱을 불러온다고 비난한다. 지금의 야당이 집권 시에도 패싱은 있었다. 집안싸움이 아니라 미국발 ‘패싱의 파도’를 넘을 대응책에 같이 집중해야 한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 광주비엔날레 중국 측 작품 설치 중단…외교 갈등 번지나

    광주비엔날레 중국 측 작품 설치 중단…외교 갈등 번지나

    오는 9월 5일 개막하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가 ‘대만관’ 명칭을 둘러싼 한·중·대만 간 외교 갈등에 휘말렸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대만 측 요구를 받아들여 전시관 명칭을 ‘대만 파빌리온’으로 승인하자 중국 측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국관 전시 작품 설치 작업이 중단됐다. 29일 광주비엔날레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중국관 파빌리온 작품 설치를 진행하던 중국 측 크리에이터와 전시 인력이 작품 전시 작업을 중단하고 현장을 떠났다. 전시 인력은 이날 오후까지 복귀하지 않았으며 중국 작가들은 아직 입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측은 이번 작품 설치 중단은 전날 있었던 중국 측의 ‘대만관’ 명칭 승인에 대한 반발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는 27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방문해 민형배 시장과 면담하면서 대만 파빌리온 명칭 승인에 유감과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의 출발점은 대만 파빌리온 명칭을 둘러싼 광주비엔날레재단과 대만 측의 갈등이었다.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부터 본전시와 별도로 국내외 미술·문화기관이 참여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국립대만미술관(NTMoFA)을 비롯해 16개 국가관과 11개 기관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대만 측은 그동안 ‘대만관(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으로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재단은 지난 6월 명칭을 ‘NTMoFA 파빌리온’으로 변경했다. 재단은 파빌리온 참여 주체를 국가관과 기관관으로 구분하는 운영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대만 문화부와 참여 작가들은 당초 협의한 명칭을 일방적으로 바꿨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명칭 갈등은 결국 전시 준비 차질로 이어졌다. 국립대만미술관 작품은 지난 18일께 국내에 들어왔지만 명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전시 장소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전시5관에 설치되지 못했다. 개막을 불과 열흘 남짓 앞둔 시점까지 작품 설치가 지연되면서 파행 우려도 커졌다. 재단은 결국 지난 26일 대만 측의 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NTMoFA 파빌리온’ 대신 ‘대만 파빌리온’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당초 합의했던 명칭을 둘러싼 논란을 봉합하고 전시 준비를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하루 만에 상황이 다시 뒤집혔다. 다이빙 대사가 광주를 찾아 대만관 명칭 승인에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중국 측 전시 인력이 설치 현장에서 철수하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전시관 명칭 논란을 넘어 외교 문제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광주비엔날레가 5·18민주화운동의 도시이자 민주주의와 인권, 문화예술의 자율성을 상징하는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라는 점에서 논란의 파장이 크다. 명칭을 둘러싼 정치적 압력이 예술행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중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서는 형국이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시장 역시 27일 중국대사와의 면담에서 정치적 판단이 예술 영역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이 대만 측 요구를 수용한 배경에도 예술의 자율성을 둘러싼 국내 미술계와 지역사회의 비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개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중국 측 작품설치 인력의 작업 중단이 일시적인 조치인지, 중국관 전시 자체의 불참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중국 측을 설득해 정상적인 전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국제 미술행사의 명칭과 전시 운영이 국가 간 외교 현안과 충돌할 경우 주최 측이 어디까지 정치적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례가 됐다. 개막을 불과 며칠 앞두고 불거진 한·중·대만 간 갈등이 광주비엔날레의 전시 파행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막판에 봉합될지 주목된다.
  • ‘尹 부부 450만원 식사·영화비 공개’ 판결 뒤집은 대법…“탄핵 후 기록관으로 정보 이관”

    ‘尹 부부 450만원 식사·영화비 공개’ 판결 뒤집은 대법…“탄핵 후 기록관으로 정보 이관”

    450만원 상당으로 알려진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저녁 식사비 등 대통령비서실 정보를 공개하라는 판결에 대해 재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탄핵 이후 관련 자료가 대통령기록관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새롭게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비서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2022년과 2023년 대통령실 특수활동비 지출과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해당 목록엔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5월 13일 서울 강남 한 식당에서 450만원을 지출했다고 알려진 식사 비용, 같은 해 6월 12일 김건희 여사와 영화를 관람할 때 쓴 금액도 포함됐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를 거부했고, 대통령비서실행정심판위원회도 경호상 이유로 행정심판 청구를 기각해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9월 영화 관람비와 식사 비용, 대통령실 특활비 내역 일부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통령 내외의 저녁 식사, 영화 관람으로 지출된 금액은 국가안전, 국방, 통일, 외교관계 등 공개할 경우 국가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라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도 2024년 4월 항소기각으로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듬해 4월 탄핵소추로 파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돼 이전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 청구된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대법원은 “공공기관이 공개 청구 정보를 관리하고 있지 않으면 공개거부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며 “이 사건에서 법률상 이익이 소멸했는지 등을 새롭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원심법원에 환송해 다시 심리,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 “한국군 움직임 더 자세히 엿본다”…김정은, 정찰망 전면 강화 나선 이유 [밀리터리+]

    “한국군 움직임 더 자세히 엿본다”…김정은, 정찰망 전면 강화 나선 이유 [밀리터리+]

    북한이 한국군의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군사정찰과 해외 정보 수집 능력을 대폭 강화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찰위성과 해외 공관이 부족한 북한이 러시아의 위성 기술과 중국의 해외 정보망을 활용해 약점을 보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회의를 주재하고 군사정찰·정보 능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비밀리에 운영해온 정보기관과 해외 공작 활동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 매체는 이번 조치의 목적을 잠재적 적국의 위협을 통제하고 핵심 정보를 확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개편 방향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배치·이동, 연합훈련 동향 등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파악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그동안 굵직한 사이버 공격과 해외 공작을 수행한 것으로 지목됐다. 2014년 미국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은 미 정부가 국가안보 사안으로 대응할 만큼 파장이 컸다. 북한 해커들은 2016년 한미 군사작전계획을 탈취한 혐의도 받았다. 이듬해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 사건에도 북한 공작원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북한은 해외 해킹과 김정남 피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찰위성 1기·해외 공관 43곳…정보 수집망은 취약 북한은 사이버 분야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였지만 전통적인 정보 수집 능력은 주요국보다 크게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에 파견한 외교관과 무역대표부 직원 수가 적고, 광범위한 정찰위성망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북한의 해외 외교공관은 43곳에 그쳤다. 미국은 같은 기준으로 271곳을 운영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재정난으로 최근 일부 공관까지 폐쇄했다. 외교공관은 공식 외교 업무뿐 아니라 주재국의 정치·군사 정보를 수집하고 공작원을 지원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 북한은 해외 거점이 부족해 현지 정보원 확보와 통신 감청, 방산기업·정부기관 접근 등에 한계를 겪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보요원들은 국제 금융망 접근이 차단된 탓에 활동 자금도 자체 조달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한 전직 북한 관리들은 북한 공작원과 해커들이 암호화폐 탈취 등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정찰위성 부족은 한국군 감시 능력과 직결되는 약점이다. 북한이 현재 궤도에 올린 군사정찰위성은 1기에 불과하다. 특정 지역을 반복 관측하려면 여러 위성을 서로 다른 궤도에 배치해야 하지만 북한은 아직 실질적인 위성군을 구축하지 못했다. WSJ는 구글어스가 제공하는 공개 위성 자료가 북한이 자체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영상보다 관측 범위 면에서 더 포괄적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보유하고도 한국군 기지와 전력 이동을 실시간에 가깝게 추적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러시아 기술·중국 정보망 결합하나 김 위원장은 우선 정찰위성망 확충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러시아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 대가로 북한에 위성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러시아가 위성 제작과 발사, 영상 분석 기술을 지원하면 북한은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움직임을 더 자주 관측할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전후의 부대 이동과 한미 연합훈련, 주요 공군기지와 항만의 전력 배치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해외 정보망을 활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조지프 버뮤데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북한 전문가는 북한이 두 나라와 지역별로 역할을 나눠 정보를 수집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와 북한의 사이버 조직은 이미 악성코드와 보안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커들이 러시아와 중국 내 거점을 활용해 한국과 미국의 방산기업, 군 관련 기관을 겨냥할 경우 사이버 정찰과 위성 감시를 결합한 정보 수집이 가능해질 수 있다. 북한은 정보기관의 명칭도 바꿨다. 김 위원장 집권 직전 여러 공작 조직을 통합해 만든 정찰총국은 지난해 조직명에 ‘정보’를 추가했다. 해킹과 군사정찰뿐 아니라 해외 인적 정보 수집과 비밀공작까지 확대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은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들과 외교관계도 넓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러시아의 우방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었다. 벨라루스는 다음 달 평양에 첫 대사관을 열 계획이다. 북한 외교관과 무역대표부 직원들은 과거 무기 거래와 정보 전달 역할을 함께 맡아왔다. 해외 거점이 늘어나면 한국과 미국을 겨냥한 통신 감청과 사이버 침투, 방산 정보 수집도 확대될 수 있다. 전인범 전 육군 특전사령관은 WSJ에 북한이 해외 기반을 넓히기 위해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외교에 나서고 있다며 “서방이 북한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 북한의 가장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 “10·24 유엔데이를 국경일로”…부영·대한노인회 등 캠페인

    부영그룹은 대한노인회, 광복회, 대한민국헌정회,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유엔한국협회와 제헌절을 맞아 유엔(UN)의 헌신을 기리고 과거 공휴일이었던 ‘유엔데이’(10월 24일)를 국경일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공동 캠페인을 한다고 16일 밝혔다. 캠페인 제목은 ‘제헌절, 대한민국 제헌 헌법 제정에는 유엔이 함께했습니다’로 정했다. 대한민국이 유엔의 도움으로 1948년 5월 10일 제헌국회를 구성하고 7월 17일 제헌 헌법을 공포했으며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 또 한국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을 지킨 유엔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에 대한 감사를 담았다. 정부는 과거 유엔의 헌신에 감사하는 의미로 1950년부터 유엔 창설일(1945년 10월 24일)을 공휴일로 기념했지만, 북한의 유엔 산하기구 가입에 대한 항의 표시로 1976년 유엔데이를 공휴일에서 제외했다. 대한노인회장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유엔데이 국경일 지정은 대한민국의 탄생과 보존을 위해 헌신한 유엔의 희생을 기억하고 역사적 사실과 감사의 가치를 계승하며 미래세대에 외교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라며 “제헌절을 계기로 유엔의 역할도 함께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란 돌아가면 목숨 위험”…트럼프 정부, 망명자 정보 유출 피소 [핫이슈]

    “이란 돌아가면 목숨 위험”…트럼프 정부, 망명자 정보 유출 피소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출신 망명 신청자들의 민감한 정보를 이란 정부에 넘겨 이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는 정보 공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7일(현지시간) A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계 미국인 법률지원기금은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 소송그룹과 함께 워싱턴DC 연방법원에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는 미국 이민 당국이 지난해부터 이란인 망명 신청자들의 이민 기록을 이란 측에 제공했다는 주장이 담겼다. 공개됐다고 지목된 정보에는 기독교 개종 사실과 성적 지향, 이란 정부에 반대하는 정치활동 등이 포함됐다. 원고 측은 민주화 시위 참여나 종교·성적 지향을 이유로 박해받은 이들이 미국에 보호를 요청했는데, 미국 정부가 이들의 신원과 망명 사유를 박해 주체인 이란에 알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구금이나 고문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란 관리가 망명 신청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 소송을 제기한 단체들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된 이란인들이 이란 측 관계자와 면담하도록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공식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미국 내 이란 영사 업무는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대사관에 설치된 이란 이익대표부가 맡는다. 소장에 따르면 면담에 나온 이란 측 관계자는 당사자의 망명 신청서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 원고 측은 이를 근거로 미국 이민 당국이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고 의심했다. AP통신은 공개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이란인 약 600명이 미국 이민 당국의 구금시설에 수용됐다고 전했다. 일부 수용자는 이란 반정부 시위 참여나 기독교 개종 등을 이유로 본국에 돌아가면 박해받을 수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고 측은 미국 정부가 구금된 이란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3월부터 미국과 이란 측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이들의 귀환 문제를 논의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미 국토안보부 “정보 공유 주장은 거짓” 미 국토안보부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토안보부는 “ICE가 망명 신청 기록을 이란 정부와 공유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구금자가 영사 담당자와 연락할 권리를 보장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ICE는 추방 절차에 필요한 여행증명서를 확보하기 위해 각국 영사기관과 접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망명 신청자의 신원과 신청 사유는 본국에서 박해받을 가능성과 직결돼 미국 규정상 엄격한 보호 대상이다. 원고 측은 법원에 이란 정부로의 정보 제공을 즉시 중단하고, 독립적인 감시인을 지정해 추가 정보 공유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소송은 원고 측 주장을 심리하기 시작한 단계다. 미국 정부가 실제로 망명 신청 기록을 이란 측에 넘겼는지는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다만 박해를 피해 미국을 찾은 이들의 정보가 이란에 전달됐다는 의혹만으로도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커질 전망이다.
  • [기고] 실용외교, 이제 큰 그림이 필요하다

    [기고] 실용외교, 이제 큰 그림이 필요하다

    지난해 6월 대선 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외교가 불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진보 정부들처럼 일본을 적대하고 미국과는 껄끄러워질 것이며 ‘균형 외교’를 내걸고 중국에 접근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년간 이재명 정부 실용 외교의 성과는 바로 이러한 예상을 뒤엎고 대외관계를 안정시켰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과감하게 한일 협력 강화 정책을 펼쳤다. 혼돈의 국제질서 상황에서 한일 협력은 양국 모두에 전략적 이득이 된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 여섯 번의 정상회담으로 셔틀 외교가 자리잡았다. 양국 국민의 상호 인식도 크게 개선됐고 여러 분야에서 실질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과 관련해서도 안정적인 동맹관계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장과 북러 군사동맹 체결로 어려워진 안보 상황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안보 공약 준수 확보가 핵심 외교 과제다. 특히 개인적 인간관계를 중시하고 거래적이며 예측이 힘든, 독특한 리더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잘 유지해 오고 있다. 관세·투자 협상에서 민수용 농축과 재처리 권한 확보, 핵추진잠수함 건조에 미국 측 동의를 끌어낸 것도 성과였다. 미중 간의 경쟁은 우리 외교에 큰 부담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국에 여전히 중요하다. 경제 관계뿐 아니라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 잠재적 파트너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소원했던 한중 관계를 두 번의 정상회담으로 대화를 복원했고 안정적 양국 관계에 진입했다. 한한령, 서해 현안, 북핵, 공급망, 비호감 국민 정서 등의 숙제가 있지만 긍정적 출발이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최근 한미 간 서해 공군훈련, 북핵 시설 정보 노출, 미사일 중동 반출, 전작권 전환 시기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전략적 유연성 문제도 있다. 이러한 이견들이 누적되면 한미 관계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단기 현안에 몰두해 미국을 걸림돌로 보고 정면으로 부딪치지 말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큰 그림 속에서 협력 파트너로 신뢰를 쌓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의 핵심은 남북 관계인데 북을 움직일 레버리지가 우리보다 미국에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둘째, 대외정책 사령탑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산업 업무가 외교·안보 업무와 얽혀 돌아간다. 그래서 미국, 일본, 유럽연합(EU)도 대외업무의 총괄조정 기능을 크게 강화했다. 그런데 우리는 각 부처가 실제로는 따로 놀고 정보 교환도 원활치 않다. 이를 개선한 뒤 제대로 통일된 전술과 전략을 갖고 미국 행정부 및 의회와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은 대남 적대 전략을 체제 안보 수단으로 삼고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 획기적인 남북 관계 개선도 어려울 전망이다. 그래서 최우선 과제는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이 오해와 과잉 대응으로 인해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어야 한다. 소통 채널 구축 노력은 계속하되 유엔사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험난한 국제정치 상황에서 일본, 호주, 유럽, G7 등 뜻 맞는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인도, 브라질 같은 글로벌사우스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경제 안보 등의 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긴요하다. 남은 임기 동안 주변국과 안정적 외교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선진국형 글로벌 외교를 펼쳐나가길 희망한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 트럼프, 시진핑 뒤통수 치나…“대만 총통과 통화하겠다” 中 발칵 [핫이슈]

    트럼프, 시진핑 뒤통수 치나…“대만 총통과 통화하겠다” 中 발칵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직후 나온 발언이어서 미중 관계에 새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 총통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과 대만 총통의 직접 통화가 이뤄지면, 미국이 1979년 대만 대신 중국과 수교한 이후 사실상 전례 없는 외교적 사건이 된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한다. 특히 대만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규정하고, 외국 정부가 대만을 독립된 정치 실체처럼 대우할 때마다 강하게 반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예고는 중국의 ‘레드라인’을 건드린 셈이다. 대만은 즉각 환영 의사를 내비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대만 측은 라이 총통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기꺼이 응하겠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중국이 대만해협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으며, 대만의 미래는 대만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시진핑 만난 뒤 꺼낸 대만 카드 이번 발언은 시점상 더 민감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 주석과 정상 접촉을 가진 뒤 대만 문제를 다시 꺼냈다. 대만은 미중 관계에서 가장 폭발력이 큰 의제다. 시 주석 입장에서는 정상 외교 직후 미국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의 직접 대화를 예고한 셈이다. 미국은 대만과 공식 외교관계를 맺지 않는다. 다만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의 자위 능력을 지원해 왔다. 미국 의회도 대만 무기 판매와 안보 지원에 초당적 지지를 보내 왔다. 반면 중국은 이를 내정 간섭이자 ‘하나의 중국’ 원칙 훼손으로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접근법은 그동안 모호했다. 그는 시 주석과의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면서도 대만 무기 판매와 압박 카드를 동시에 활용해 왔다. 이번 통화 예고 역시 대만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라이칭더 “대화 기회 있으면 응하겠다” 라이 총통도 대미 무기 구매 의지를 분명히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가 생기면 미국산 무기 구매를 계속 희망한다는 뜻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힘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취지로 대만의 국방력 강화를 강조했다. 중국의 반발 수위가 관건이다. 중국은 라이 총통을 ‘분리주의자’로 규정해 왔고, 대만 주변 군사 압박도 이어가고 있다. 실제 통화가 성사되면 미중 무역·안보 협상은 물론 대만해협 긴장까지 한꺼번에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거래를 강조하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가장 민감한 카드를 꺼냈다. 이번에는 그 카드가 대만이다. 시 주석과의 정상 외교 직후 나온 ‘대만 총통 통화’ 예고가 미중 관계를 다시 흔드는 변수로 떠올랐다.
  • 특사 보내고 지원했는데 한국 뒤통수? ‘주체’ 확인땐 이란도 딜레마

    특사 보내고 지원했는데 한국 뒤통수? ‘주체’ 확인땐 이란도 딜레마

    정부가 전쟁 중인 이란에 외교 특사를 보내고 인도적 지원을 결정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우리 선박이 외부 공격을 받았다. 이란 반관영 매체가 한국의 대이란 외교를 공개 칭찬한 지 닷새 만의 일이었다. 나무호 피격 주체가 이란으로 확인될 경우 한국은 균형 외교 기조를 조정해야 하는 압박에 놓인다. 이란 역시 관여를 인정하든 부인하든 해명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전쟁 중에도 이란에 공들인 한국한국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달 정병하 외교부 장관 특사를 테헤란에 파견했다. 정 특사는 약 2주간 체류하며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만났다. 전쟁 중 외국 특사가 이란을 직접 찾은 사례는 한국이 유일했다. 이란 측도 사의를 표했다. 같은 시기 한국 정부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50만 달러(약 7억 4000만원) 규모의 인도적 지원도 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병 압박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이란에 대한 외교적 성의는 최대한 표현하는 중립을 택했다. 나무호 화재가 발생한 5월 4일 직전에도 한국과 이란 외교장관 간 전화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긍정적·건설적 접근” 화답이란도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인도적 지원 및 특사 파견은 전쟁 기간 이란에 대한 한국의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접근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전 요구를 한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의미 있는 균형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메흐르 통신은 한국에 더 많은 역할도 주문했다. 인도적 지원을 정례화하고 외교적 경로를 강화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란 최고지도자가 관할하는 기관들과 연계된 것으로 평가되는 메흐르 통신이 한국에 협력 확대를 요청한 셈이었다. 칭찬 닷새 뒤 나무호 피격이란이 한국 외교를 칭찬한 지 닷새 뒤인 5월 4일, HMM 나무호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 UAE 외해에서 외부 공격으로 인한 화재에 휩싸였다. 중국 선주 소유 JV 이노베이션도 같은 해역에서 공격받았고, 하루 뒤인 5일에는 프랑스 해운사 CMA CGM 소속 샌 안토니오호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아 선원 7명 이상이 부상했다. 나흘 사이 한국·중국·프랑스 상선이 같은 해역에서 잇따라 피격됐다. 정부는 합동조사를 통해 나무호 피격 사실을 확인했으나, 공격 주체는 아직 특정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자폭드론에 의한 피격 가능성을 제기한다. 다만 한국을 일부러 겨냥했는지, 즉 ‘고의성’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인정하면 한·이란 관계 경색조사 결과 이란이 공격 주체로 특정된다면 이란의 선택지는 인정하거나 부인하거나, 두 갈래로 좁혀진다. 어느 쪽도 쉽지 않다. 공격 관여 사실을 인정할 경우 한·이란 외교관계 경색은 불가피하다. 불과 닷새 전 한국 외교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접근”이라고 평가했던 메흐르 통신의 메시지는 외교적 기만으로 읽힐 수 있다. 한국의 균형 외교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한 이란이 한국 선박을 공격했다는 결론은 이란의 외교적 언어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게 된다. 정부는 이란 소행이 확인될 경우 강력 항의와 공식 사과 요구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호르무즈에 묶인 선박 26척 귀환을 위한 외교 협상 카드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있다. 지난 3월 11일 태국 상선이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공격을 받은 뒤 약 2주 만에 태국이 이란과의 외교 협상을 통해 또 다른 자국 선박의 해협 통과를 이끌어낸 전례가 있다. 다만 당시엔 IRGC가 공격 사실을 직접 공개했기 때문에 태국도 즉각 이란 대사를 초치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 있었다. 한국이 이란을 자극하지 않으려 유지해온 균형 외교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국 주도 해양자유구상(MFC)이나 종전 이후를 전제로 한 영국·프랑스 주도 다국적군 구상 참여 논의가 빨라질 수 있다. 이란이 이번 전쟁을 미국·이스라엘의 침공에 맞선 방어적 항전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한국 등 제3국과의 갈등을 공식화하는 일은 이란에도 전략적 부담이다. 부인해도 신뢰도 타격부인으로 일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무호와 같은 날 피격된 중국 선주 선박, 하루 뒤 피격된 프랑스 선박 등 피해국들이 각자 수집한 증거가 쌓이면 이란의 부인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는다. 이란은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 방향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란 미사일을 격추했다”는 튀르키예와 나토의 발표를 여러 차례 부인하면서 신뢰를 잃은 바 있다. 나무호 사건에서도 이미 엇갈린 신호가 나왔다. 주한이란대사관이 군 개입을 부인한 6일 이란 국영매체 프레스TV는 “이란이 해상 규칙을 위반한 한국 선박을 겨냥한 건 주권 수호의 신호”라고 했다. 부인과 인정에 가까운 메시지가 한날 공존한 것이다. 정부가 잔해 정밀 감식을 통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경우 이란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인정해도 부인해도 ‘곤혹’10일 외교부로 불려온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에게 “선박 피해는 유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이 오해로 이어져 긴장이 고조되는 건 원치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군 연루설을 재차 부인하면서도 관계 경색은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함께 보낸 것이다. 전쟁 중 한국을 칭찬하고 협력 확대를 요청했던 이란이 한국 선박 공격에 관여했다는 결론은 이란에도 부담이다. 이란 역시 결론을 서두르지 않을 동기를 갖고 있으며, 만약 정부 조사 결과가 공격 주체를 이란으로 가리키더라도 이란이 자국 연루설을 지속해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 한미 관계 뇌관 된 ‘쿠팡 동일인 김범석’ 지정… 딜레마 빠진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쿠팡이 한미 간 안보 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공개하면서 공정위의 결정이 한미 관계에 새로운 중대 변수로 부상하면서다.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을 기준으로 그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하고 동일인을 발표한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배우자와 4촌 이내 혈족·3촌 이내 인척이 지분을 보유한 모든 계열사가 공정위의 규제망에 들어오게 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강화된다. 쿠팡의 동일인은 현재 김 의장이 아닌 ‘쿠팡㈜’다. 쿠팡이 대기업집단에 처음 진입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법인’이 총수다. 김 의장은 그간 친족이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고,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등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을 충족해 지정을 피했다. 지난해 쿠팡에서 3367만건의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고, 정부 차원의 제재 움직임이 잇따르자 공정위는 김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나섰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공개적으로 쿠팡의 동일인을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며 지정 변경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공정위가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이 국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하고 쿠팡의 총수를 법인에서 김 의장으로 변경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는 얘기도 공정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그런데 쿠팡을 감싸는 미국 정관계의 압박 역시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미 하원은 별도의 청문회를 열고 한국 정부의 조치를 문제 삼는가 하면 공화당연구위원회 소속 의원 54명은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서한을 보내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쿠팡의 미국 법인 쿠팡Inc는 올해 1분기에만 미국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109만 달러(16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규제 수위를 높이면 미국 정관계는 한층 더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위태로운 한미 관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렇다고 공정위로서는 발표를 사흘 앞두고 결정을 쉽게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공정위가 외교관계를 고려해 한발 물러선다면 쿠팡을 향한 정부의 전방위 제재에도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공정위는 26일 “법과 규정에 따라 판단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영상] ‘소달구지’로 트럼프에 맞선다고? 실화인가…“드론이 뭔지 모를 듯” 조롱 [핫이슈]

    [영상] ‘소달구지’로 트럼프에 맞선다고? 실화인가…“드론이 뭔지 모를 듯” 조롱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이은 다음 군사작전 타깃으로 지목해 온 쿠바가 소달구지를 동원한 방공 훈련을 진행했다. 쿠바 온라인 매체 사이버쿠바 등 현지 언론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지난 11일 쿠바 정부가 자국 내 산악 지역에서 ‘소달구지 대공포’를 이용한 군사 훈련을 실시했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소 두 마리가 수레에 대공포를 싣고 산길을 힘겹게 올라간다. 이후 군복을 입은 남성들이 소달구지에 실린 대공포를 하늘로 발사한다. 수레를 끌던 소는 사격이 시작되자 굉음에 놀라 몸부림을 치기도 했다. 사이버쿠바는 해당 영상을 두고 ‘쿠바의 드론 대응 비밀 병기’라고 소개하며 “당국은 소달구지 대공포를 드론에 대한 대공 방어 훈련이라고 진지하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훈련 장면에 네티즌들의 조롱이 쏟아졌다”면서 “소달구지 대공포, 18세기 전쟁 준비인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나라(미국)가 이걸 보고 겁을 먹겠나”, “이 군인들은 군사용 드론이나 B-2 폭격기가 뭔지 알고 있을까” 등의 댓글을 소개했다. 쿠바 “미국 침략시 격퇴할 것” 강경 대응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전쟁을 치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꾸준히 “이란과의 전쟁이 끝나면 쿠바에 잠시 들를 수도 있다”면서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또한 쿠바를 ‘실패한 국가’라고 지칭하며 꾸준히 봉쇄 수위를 높였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지난 1월부터 쿠바 봉쇄 작전 일환으로 해상을 봉쇄했다. 또 행정명령을 통해 쿠바에 석유를 수출하는 국가에는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3개월여 동안 러시아 유조선 1척 분량을 제외하고, 유류 수입이 대부분 차단되면서 쿠바 전역은 극심한 전력난과 경제난, 의료난을 겪었다. 지난 16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쿠바는 실패한 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압박에 의해 ‘포위된 국가’다. 미국의 군사적 침략 시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그것을 피하기 위해 준비하는 건 우리의 의무다. 만약 피할 수 없다면 이를 격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디아스카넬 대통령 퇴진과 함께 석유 산업 민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반대하는 미국의 대쿠바 군사작전미국은 1959년 사회주의 혁명으로 피델 카스트로 정권이 들어선 뒤 쿠바와 외교관계를 끊고 각종 경제 제재를 가해왔다. 이란과 전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군사 작전을 시사하자 일부 국가는 이에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0일 독일 하노버를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쿠바가 공산주의 정권에서 겪고 있는 정치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제3국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쿠바에 개입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방어 능력은 다른 나라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권리가 아니다”라며 “현재 미국이 그런 행동을 개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도 “쿠바는 70년 동안 제재와 봉쇄를 당했다. 이건 전 세계적 스캔들이다. 쿠바뿐 아니라 모든 나라에 대한 주권 침해에 반대한다”면서 “한 나라가 혁명 이후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강대국이 순전히 이념적 동기로 봉쇄를 가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을 비판했다.
  • 1995년 장쩌민 첫 방한 앞두고… 北 “대만과 수교 검토” 반발했다

    1995년 장쩌민 첫 방한 앞두고… 北 “대만과 수교 검토” 반발했다

    中 내부도 “APEC 뒤 방한” 요청장 주석 “한국 발전경험 정리하라”삼풍 사고 직후 YS “공업화 과정”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1995년 중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할 당시 북한이 대만과의 수교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외교부는 31일 비밀 해제 시한 30년이 지난 1995년 외교문서 총 2621권, 약 37만쪽 분량을 일반에 공개했다. 정부는 탈냉전 이후 외교 다변화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신외교’를 추진하고 있었다. 장 주석의 시장경제 개혁 움직임과 맞물려 1995년 11월 13일~17일 중국 정상의 첫 방한이 성사됐다. 북한은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1995년 5월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대표단은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문제연구소와 회의를 했다. 북측은 “11월 장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대만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대만과의 외교관계 수립까지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의 우려도 있었다. 한국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 18~19일) 이전 장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중국 내에선 북한의 자극을 우려해 APEC 회의 이후 방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경제에 대해 장 주석이 큰 관심을 보인 정황들도 파악됐다. 당시 중국 측은 장 주석의 엔지니어 경력을 거론하며 한국의 주요 산업시설 시찰과 경제인 면담을 먼저 요청했다. 깊은 인상을 받은 장 주석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이동하는 항공기 안에서 외교 당국에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도 거론됐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는 1995년 10월 국회에서 “한국합방 조약은 당시의 국제관계 등 역사적 사정 속에서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돼 실시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토 다카미 총무처 장관도 같은 달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당시 한중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의제 관리 차원으로 제3국 관련 질문을 삼가기로 조율했었다. 하지만 한국 측 기자가 일본 관련 질문을 했고 여기에 장 주석이 “역사를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극언’까지 했다. 정상회담 이후 중국 측은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정부는 ‘한국 언론의 특성’을 거론하며 달래기에 진땀을 뺐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혼란스러운 북한 문제도 의제에 올랐다. 장 주석은 북중 고위급 교류가 제한적이고 북한 사회의 폐쇄성이 높아 정세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면서도,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총 144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관련해 방한한 막심 칼롯 코르만 바누아투 총리가 위로를 전하자 김 대통령이 “공업화로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며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언론의 자유가 지나치게 보장돼 있고 민주주의가 발달돼 있어 언론들이 너무 많이 과장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서울 서초구 외교사료관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 1995년 장쩌민 첫 방한 앞두고… 北 “대만과 수교 검토” 반발했다

    1995년 장쩌민 첫 방한 앞두고… 北 “대만과 수교 검토” 반발했다

    中 내부도 “APEC 뒤 방한” 요청장 주석 “한국 발전경험 정리하라”삼풍 사고 직후 YS “공업화 과정”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1995년 중국 정상으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할 당시 북한이 대만과의 수교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정황이 확인됐다. 외교부는 31일 비밀 해제 시한 30년이 지난 1995년 외교문서 총 2621권, 약 37만쪽 분량을 일반에 공개했다. 정부는 탈냉전 이후 외교 다변화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신외교’를 추진하고 있었다. 장 주석의 시장경제 개혁 움직임과 맞물려 1995년 11월 13일~17일 중국 정상의 첫 방한이 성사됐다. 북한은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으려는 중국의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1995년 5월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 대표단은 북한 외무성 산하 군축 및 평화문제연구소와 회의를 했다. 북측은 “11월 장 주석이 한국을 방문한다면 대만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대만과의 외교관계 수립까지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 내의 우려도 있었다. 한국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 18~19일) 이전 장 주석의 방한을 요청했다. 중국 내에선 북한의 자극을 우려해 APEC 회의 이후 방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 경제에 대해 장 주석이 큰 관심을 보인 정황들도 파악됐다. 당시 중국 측은 장 주석의 엔지니어 경력을 거론하며 한국의 주요 산업시설 시찰과 경제인 면담을 먼저 요청했다. 깊은 인상을 받은 장 주석이 방한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이동하는 항공기 안에서 외교 당국에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정리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도 거론됐다.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일본 총리는 1995년 10월 국회에서 “한국합방 조약은 당시의 국제관계 등 역사적 사정 속에서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돼 실시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토 다카미 총무처 장관도 같은 달 식민통치를 정당화하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당시 한중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의제 관리 차원으로 제3국 관련 질문을 삼가기로 조율했었다. 하지만 한국 측 기자가 일본 관련 질문을 했고 여기에 장 주석이 “역사를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대통령은 “이번 기회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줘야 한다”는 ‘극언’까지 했다. 정상회담 이후 중국 측은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 정부는 ‘한국 언론의 특성’을 거론하며 달래기에 진땀을 뺐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혼란스러운 북한 문제도 의제에 올랐다. 장 주석은 북중 고위급 교류가 제한적이고 북한 사회의 폐쇄성이 높아 정세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면서도, 김정일이 권력을 장악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 총 144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관련해 방한한 막심 칼롯 코르만 바누아투 총리가 위로를 전하자 김 대통령이 “공업화로 가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며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언론의 자유가 지나치게 보장돼 있고 민주주의가 발달돼 있어 언론들이 너무 많이 과장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축소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서울 서초구 외교사료관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인 “美와 외교관계 복원”

    볼리비아 대통령 당선인 “美와 외교관계 복원”

    남미 볼리비아에서 20년 만에 좌파 정권을 붕괴시킨 중도 성향의 로드리고 파스(58) 대통령 당선인이 전 정권에서 끊기다시피 한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미 우파 정부가 들어선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에콰도르와 볼리비아를 연결하는 남미의 ‘친미·우파 벨트’가 형성될 전망이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수도 라파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20년간 우리가 제기해 온 가혹한 비판 중 하나는, 오늘날 볼리비아가 국제무대에서 특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제 저는 볼리비아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의 대화 재개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우리 캠프와 크리스토퍼 랜도 미국 국무부 부장관 간 논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전 좌파 정권들은 줄곧 미국과 외교 갈등을 빚었고, 양국은 사실상 고위급 소통 채널을 없앤 상태다. 2006~2019년 집권한 좌파 에보 모랄레스(65) 전 대통령은 내정 간섭을 이유로 2008년 자국 주재 미국 대사와 마약단속국(DEA) 관계자를 추방했다. 2013년에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볼리비아 담당자들도 쫓아냈다. 미국 정부도 주미볼리비아대사를 추방하면서 양국 대사직은 공석으로 남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면서 “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같은 주변 우호국과 연료 부족 문제를 비롯한 경제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즉각 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친기업 성향의 파스 대통령 당선인은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라는 구호 아래 정부 권한 분산, 민간 부문 성장 촉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유지 등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신중하고 온건한 방식의 개혁 추진을 공약했다. 그는 전날 치러진 대선 결선에서 우파 호르헤 키로가(65) 후보를 꺾고 라틴아메리카 대표 좌파 정당으로 꼽히던 볼리비아 사회주의운동당(MAS) 20년 집권 체제를 끝냈다.
  • 이상일 용인시장, 베를린서 독일 주요 도시와의 교류협력 방안 모색

    이상일 용인시장, 베를린서 독일 주요 도시와의 교류협력 방안 모색

    용인 반도체 프로젝트 설명, 교류협력 의사 밝혀 대한민국대도시시장협의회 소속 시장단과 함께 독일을 방문 중인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이 5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의 독일도시협의회와 연방 상원의회를 방문해 한국-독일 도시 간 교류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연방제 국가인 독일의 각 도시가 연방정부, 주 정부와의 관계에서 자치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고 세계 각국의 도시들과는 어떤 형태의 교류협력을 하는지 등을 물었다. 1905년 설립된 독일도시협의회에는 약 200개 도시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정당과 무관하게 독일의 회원도시 입장을 대변하며 지방 재정권 확대 등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 쾰른, 프랑크푸르트, 라이프치히 등 대도시와 다른 주요 도시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 시장은 독일도시협의회의 힐마르 로예브스키 운영총괄(head of departments)과의 간담회에서 초대형 반도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용인특례시가 올해 미국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는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와 자매결연을, 미국의 4차산업 관련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와는 우호 결연을 한사실을 설명하며 “독일도 첨단산업 분야의 선도국가인 만큼 용인이 독일 주요 도시와 교류협력 관계를 맺고 싶은데 도와주기를 바란다”라고말했다. 이에 대해 로예브시키 총괄은 “한국 반도체산업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발전했는지 독일에서도 궁금해한다”며 “용인시가 독일의 어떤 도시와 어떤 내용의 교류협력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제안을 앞으로 해준다면 적극 돕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시장 일행은 이어 독일 16개 주 대표로 구성된 연방 상원의회를 방문한 뒤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저에서 임상범 대사와 독일 내부 정세, 한국과 독일의 외교관계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환했다.
  • 유승준, 비자소송 세번째 승소…외교부 “후속 법적대응 여부 유관기관과 협의” (종합)

    유승준, 비자소송 세번째 승소…외교부 “후속 법적대응 여부 유관기관과 협의” (종합)

    가수 유승준(48·미국 이름 스티븐 승준 유)씨의 한국 입국비자 발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이정원)는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유씨가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자 주 LA 총영사를 상대로 낸 세 번째 소송이다. LA 총영사관은 유씨의 비자 발급을 거부하며 “유씨의 행위 등이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처분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비자 발급 거부 처분으로 얻게 되는 공익에 비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커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법리적으로 거부 처분을 취소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결론이 원고의 과거 행위가 적절했다고 판단하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입국이 허가돼 원고가 국내에서 체류하게 되더라도 격동의 역사를 통해 충분히 성숙해진 우리 국민들의 비판적 의식 수준에 비춰 원고의 존재나 활동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립이나 안전에 위해를 가할 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유씨가 이번 소송에서 ‘간접강제’를 청구한 데 대해선 “이번 거부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피고가 그 의무를 임의로 이행할 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하다고 볼 수 없어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행정소송법상 간접강제란 거부처분 취소 등의 소송에서 승소 판결이 났는데도 행정청이 이를 일정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지연 기간에 따라 일정한 배상을 명하거나 즉시 손해배상을 하도록 명령하는 제도다. 민사집행상의 간접강제도 유사한 개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는 후속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 법무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유씨가 법무부의 2002년 입국금지 결정은 무효라며 낸 입국금지 결정 부존재 확인 소송은 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 해할 사유 있다 보기 어려워”“법리적인 거부 처분 취소…과거 행위 적절했다는 판단 아냐”외교부 “후속 법적대응 여부, 법무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할 것”국내에서 유명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유씨는 당시 군에 입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돌연 병역 의무를 피하려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가 2002년 한국 입국이 제한됐다. 유씨는 38세가 된 2015년 8월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F-4) 체류 자격으로 비자 발급을 신청했다. 옛 재외동포법은 병역 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상실했더라도 38세가 되면 재외동포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LA 총영사관은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유씨는 이를 취소해달라며 첫 소송을 제기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아냈지만, LA 총영사관은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유씨의 병역의무 면탈은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을 재차 거부했다. 이에 유씨는 2020년 10월 두 번째 소송을 냈고, 2023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LA 총영사관은 지난해 6월 또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했고, 유씨는 그해 9월 세 번째 소송을 냈다.
  • ‘병역 기피’ 유승준, 3번째 비자소송도 승소…이유는?

    ‘병역 기피’ 유승준, 3번째 비자소송도 승소…이유는?

    과거 병역 의무 회피를 위해 출국했다가 한국 입국을 금지당한 가수 유승준(미국명 스티브 승준 유)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세 번째 소송에서 승소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이정원)는 유씨가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제기한 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1심 선고기일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무부를 상대로 한 입국 금지 결정 부존재 확인 소송은 각하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는 이날 유씨가 ‘법무부의 2002년 입국 금지 결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낸 입국 금지 부존재 확인 소송 1심에서는 처분성이 인정 안 돼 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며 전부 각하했다. 이날 재판부는 “유씨의 언동이 대한민국 안전보장, 질서유지, 외교관계 등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유씨를 입국 금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공익과 유씨의 사익을 비교했을 때 유씨에 대한 침해 정도가 더 커서 이는 비례원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선고 결과가 유씨의 과거 행위가 적절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설령 유씨의 입국이 허가돼 국내에 체류하게 돼도 충분히 성숙해진 국민 의식 수준 등에 비춰볼 때 유씨의 존재나 활동이 한국의 불이익이나 안전에 가할 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 영주권자로 1997년 한국에서 데뷔한 유씨는 2002년 해외 공연을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돌연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법무부가 같은 해 유씨를 입국 금지 조치하면서 2003년 장인의 사망으로 일시 입국한 것을 제외하곤 한국행이 일절 금지됐다. 이에 유씨는 2015년 8월 재외동포 체류 자격으로 LA총영사관에 비자 발급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첫 소송에서 1·2심은 정부의 비자 발급 거부가 적법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이 “행정절차법을 위반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지난 2020년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LA총영사관은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것일 뿐, 비자를 발급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유씨의 비자 발급을 재차 거부했다. 이 처분이 문제가 된 2차 소송에서 2023년 유씨는 또다시 승소했지만, 당국은 “안전보장, 공공복리 등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발급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유씨는 지난해 9월 세 번째 소송을 냈다.
  • 두 달 만에 연단 선 하메네이 “美에 복종 못 해”

    두 달 만에 연단 선 하메네이 “美에 복종 못 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이후 첫 공개연설에서 “미국에 복종할 수 없다”며 대미 핵협상을 거부하고 내부 단결을 강조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하메네이가 24일(현지시간) 8대 시아파 이맘의 순교기념일을 맞아 수천 명의 대중 앞에서 공개 연설을 했다고 전했다. 하메네이는 “미국이 이란에 맞서는 이유는 이란 국민이 복종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이란 국민은 엄청난 모욕에 단호히 저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으면서도 “현재 미국에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은 이란에 대한 본질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며 “그들은 이란 국민과 이슬람 공화국이 굴복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짧은 동영상 메시지만 내놓으며 제한적으로 활동했던 하메네이의 이번 대중 연설은 이란 내부에서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재설정하라는 개혁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서방에 적대적인 이란 내부 강경파 사이에서는 변화를 요구하는 개혁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을 축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하메네이의 연설 후 “국가 통합과 화합을 위해 최고지도자의 조언을 경청하자”는 글을 엑스(X)에 올렸다. 이스라엘은 이날 예멘의 후티 반군이 집속탄을 사용했다며 수도 사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공습해 최소 4명이 사망, 지역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이란이 대미 핵협상을 중단한 상황에서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예멘의 행동을 “올바른 대응”이라고 칭찬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도 중단한 이란은 26일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3개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
  • [열린세상] 김여정의 ‘조한 관계론’ 유감

    [열린세상] 김여정의 ‘조한 관계론’ 유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28일 ‘조한 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남북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50일 만에 언급한 ‘조한 관계’는 그동안 자신들이 사용해 온 ‘북남 관계’를 대체한 개념이며, 남북이 이제 더는 같은 민족이 아니라는 의미다. 김 부부장은 대북 확성기 방송 및 전단 살포 중지, 개별 관광 허용 검토 등 이재명 정부가 취한 대북 유화 조치들을 일일이 거명하며 ‘성의 있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통일부를 해체돼야 할 대상으로 규정하고, 우리를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12월 노동당 전원회의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남북을 전쟁 중의 적대관계로 전환하고 통일 민족·개념 삭제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 부부장이 새삼 ‘조한 관계’라는 생소한 개념을 강조한 것은 남북한이 더이상 민족 간 특수관계가 아닌 별개의 국가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백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의 입장 변화에는 문재인 정부 시기에 남북미 정상회담의 성과 도출 실패에 대한 좌절감과 윤석열 정부의 과도한 대북 강경책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남북이 각각 유엔에 가입한 국제법적 별개의 국가라는 현실도 외면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2국가론을 인정하자는 논의와 아울러 ‘통일’ 용어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던 독일 사례도 회자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2국가론은 평화 관계의 정착이 아닌 적대관계로의 전환과 한반도 전쟁의 상시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는 1969년 동독을 부정하는 할슈타인 원칙을 폐기하고 동서독 간 공존을 지향하는 신동방정책을 추진했다. 브란트 전 총리는 서독의 정통성에 입각한 전독부(全獨部) 명칭을 내독관계부로 변경해 중립화했지만, 양독관계의 특수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북한의 완전한 2국가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규정해 남북이 하나의 국가임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 정권도 같은 입장을 견지했으며, 남북이 서명한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북 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조국광복=김일성 업적’으로 선전해 왔으며 6·25를 조국해방전쟁이라 부르고 있다. 사망 직전 김일성 주석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해 면담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따라서 민족과 통일은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에 해당한다. 김정은 정권의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은 대한민국 헌법은 물론 김일성·김정일의 노선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셈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남북 관계에 대한 전면 거부인 동시에 각각 별개의 국가로서 외교관계 형성은 가능하다는 우회적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남북 국가 대 국가 관계의 공식화는 한반도 영구 분단의 고착화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만일 북한의 한반도 적대적 2국가론이 수용될 경우 헌법정신 위배는 물론 북한 지역에 대한 우리의 모든 권리와 의무도 소멸된다. 유사시 북한 문제에 대해 우리가 개입할 수 없으며 탈북민의 경우도 남북 특수관계의 적용이 아닌 일반 난민으로서의 지위를 지니게 될 뿐이다. 평화통일의 지향은 헌법상 의무이자 권리이며 남북 민족 관계는 일개 정권 차원에서 인위적으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관계 교착 국면 타개를 위해 노력하되 원칙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 부산서 강제추행·폭행 혐의 받던 외교관 면책특권 행사…경찰, ‘공소권 없음’ 종결 예정

    부산서 강제추행·폭행 혐의 받던 외교관 면책특권 행사…경찰, ‘공소권 없음’ 종결 예정

    부산에서 한국인 남성을 추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던 온두라스 외교관이 면책특권을 행사해 해당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강제추행,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온두라스 외교관 A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19일 오전 6시 30분쯤 부산 도시철도 2호선 전동차 안에서 한국인 남성 B씨에게 신체 접촉을 하고, 이 일로 다툼이 시작되자 전동차에서 내려 B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당시 출장으로 부산에 방문했으며,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이 알려지자 온두라스 외교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A씨의 면책특권을 철회하고 한국에서 조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외교관은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주재국의 형사재판 관할권에서 면제되는 특권을 가지는데, 이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면책 특권 철회와 관련해서는 접수한 공문이 없다. 해당 발표 이후 외교부를 통해 온 공문에서 면책특권 행사 의사가 확인돼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현재 출국한 상태로, 온두라스 외교부에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외교관 신분이 오는 10일까지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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