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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의 신화, 일본 도쿄서 피어나다”…박소빈 작가, 일본 첫 개인전 ‘미르의 탄생’ 개최

    “용의 신화, 일본 도쿄서 피어나다”…박소빈 작가, 일본 첫 개인전 ‘미르의 탄생’ 개최

    동양적 신화와 용(龍)의 상징성을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연필 드로잉으로 그려내는 박소빈 작가가 오는 9월 일본 도쿄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도쿄 신주쿠 카구라자카에 위치한 갤러리 루트케이 컨템포러리(루트K Contemporary)는 오는 9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 지하 대안 공간 ‘Space루트K’에서 박소빈 작가의 일본 첫 개인전 ‘미르의 탄생(The Birth of Mir)’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전시 개막 당일인 12일 오후 5시에는 작가가 참석하는 오프닝 리셉션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작가는 신라 시대 의상 대사와 선묘 낭자의 설화, 그리고 부석사에 전해 내려오는 용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용의 형상성과 상징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대학원 논문을 시작으로, 동양 미술사와 미학에 뿌리를 둔 채 웅장하고도 정교한 신화적 세계를 화폭에 담아냈다.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에서 이름을 딴 이번 전시 ‘미르의 탄생’은 작가의 오랜 예술적 주제인 용과 더불어, 사랑하는 이를 위해 용으로 변신해 수호신이 된 선묘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의 대형 대표작은 물론 최신작까지 한자리에서 선보여 박소빈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전남 광주 출신의 박소빈 작가는 목포대학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3년 첫 개인전 이후 한국, 중국, 미국, 이탈리아, 그리스 등 세계 각국에서 15회의 개인전을 비롯한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하며 국제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뉴욕 첼시 아트 뮤지엄, 베이징 투데이 아트 뮤지엄, 청두 산허 클래식카 뮤지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2009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청년작가상, 2014년 제20회 광주미술상을 수상했다. 중국 허베이미술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는 등 창작과 교육 활동을 병행해 왔으며, 그의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주광주 중국 총영사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주일한국문화원과 주중한국문화원이 후원하며, 고(故) 벤 하우프트만(Ben Hauptmann)을 추모하고 감사를 전하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전시를 주최하는 루트케이 컨템포러리는 2020년 도쿄 카구라자카에 개관한 현대미술 공간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는 다양한 기획전을 이어오고 있다.
  • 영화 속 그녀는 정말 거트루드 스타인이었다 [으른들의 미술사]

    영화 속 그녀는 정말 거트루드 스타인이었다 [으른들의 미술사]

    ●가면 쓴 여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캐시 베이츠가 연기한 여성은 실제 인물 거트루드 스타인이다. 거트루드를 연기한 캐시 베이츠는 우리에겐 영화 ‘미저리’로 익숙한 배우다. 영화 속 거트루드는 파리의 살롱에서 피카소나 헤밍웨이와 함께 문학과 예술을 논하며 주인공의 원고까지 냉정하게 평가하는 고마운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소설을 들고 거트루드를 찾아갔을 때 그녀 뒤에는 피카소가 그린 이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림 속 얼굴을 보고 있으면 조금 이상하다. 초상은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 무표정한 가면처럼 보인다. 실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피카소가 스타인의 얼굴을 가면처럼 표현했으며, 당시 피카소가 접했던 이베리아 조각의 영향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영화 속 캐시 베이츠의 얼굴과 그림 속 얼굴을 번갈아 보면 더욱 재미있다. 영화에서 거트루드는 단호하고 자신감 넘치며, 젊은 예술가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지적인 살롱의 주인으로 등장한다. 실제 거트루드는 강한 자기 확신과 권위적인 태도를 지닌 인물로 알려졌으며, 압도적 재력과 지적인 카리스마로 파리 살롱에서 예술가와 작가들을 이끈 여장부였다. 실제 거트루드는 사람을 평가하고 자신의 판단을 강하게 관철하는 성격이었고, 스스로를 ‘천재’로 내세우는 셀프 신화화에도 능한 인물이었다. 다만 영화는 그녀의 날카롭고 때로는 위압적인 면모를 상당히 부드럽게 순화한 측면이 있다. 영화나 실제 모습에서 거트루드는 거침없이 말하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호탕하게 웃는 여장부 스타일인데, 그림 속 거트루드는 고대 조각처럼 아무 말 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이상한 존재다. ●“닮지 않았는데요?” “그럴 겁니다” 피카소가 이 초상화를 그린 것은 1905년부터 1906년 사이였다. 거트루드는 마티스와 피카소를 비롯해 많은 예술가를 후원한 중요한 후원자이자 작가였다. 거트루드의 회고에 따르면 그녀는 무려 90번이나 피카소의 작업실에 앉았다. 그러나 피카소는 어느 순간 완성해 가던 얼굴을 지워버렸다. 더 이상 거트루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피카소는 스페인에 다녀온 뒤 거트루드를 다시 모델로 부르지 않고 얼굴을 완성했다. 완성된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평면적이며 가면에 가까웠다. 거트루드가 자신과 닮지 않았다고 말하자 피카소는 “그럴 겁니다”라는 의미의 대답을 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90번의 모델링’이라는 숫자는 오늘날 연구자들이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피카소의 빠른 작업 방식을 고려하면 실제 횟수였다고 보기 어렵다. 스타인이 자신의 초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스스로 신화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작가건 모델이건 자신의 능력을 선전하고 부풀리는 데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얼굴이 오히려 진짜 얼굴이 되다 그렇다면 피카소는 왜 굳이 거트루드를 이상하게 그렸을까. 답은 단순히 얼굴을 닮게 그리는 데 있지 않았다. 당시 피카소는 전통적인 초상화가 요구했던 ‘닮음’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실제 얼굴의 주름이나 눈매를 충실하게 복사하는 대신 인물의 존재감을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내려 했다. 그래서 거트루드의 몸은 묵직하고 안정적으로 앉아 있지만 얼굴만큼은 단단한 가면처럼 변형되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이 작품이 이후 입체주의로 향하는 변화의 전조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것은 훗날 거트루드 자신이 이 그림을 매우 특별하게 여겼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이 초상이 자신을 가장 제대로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나도 안 닮은 얼굴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자신을 대표하는 얼굴이 된 것이다.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 역시 이 초상화를 보고 거트루드를 연기할 배우로 캐시 베이츠를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실제 캐스팅 과정이 그러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영화 속 캐시 베이츠는 피카소의 그림 아래 앉아 마치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피카소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얼굴을 그린 것이 아니라, 거트루드 스타인이 될 얼굴을 그린 셈이다.
  • 이현세 거장의 대표작 ‘남벌’, 30년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 10월 초연

    이현세 거장의 대표작 ‘남벌’, 30년 만에 뮤지컬로 재탄생… 10월 초연

    대한민국 만화계 거장 이현세의 대표작 ‘남벌’이 약 30년 만에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남벌’은 오는 10월 23일부터 11월 14일까지 티켓링크 1975 씨어터에서 초연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개막 준비에 나섰다. 1994년 발표되어 단행본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한 원작 만화 ‘남벌’은 중동발 에너지 위기로 촉발된 국제적 분쟁과 수용소의 비극 등 치밀한 정세 묘사로 거대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메가 히트작이다. 무대로 옮겨진 뮤지컬 ‘남벌’은 원작의 웅장한 스펙터클과 선 굵은 야성을 고스란히 계승하되 주인공 ‘오혜성’의 고뇌와 결단을 중심으로 서사를 한층 밀도 높게 재구성했다. 작품은 억류된 2,000여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구출하기 위한 사투에서 출발한다. 빼앗긴 가족의 비극을 딛고 전장으로 뛰어든 오혜성, 절망 속에서도 운명을 개척하는 ‘최엄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카오루’ 등 다채로운 신념을 품은 인물들의 묵직한 인간애가 돋보인다. 15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순한 승패를 넘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깊은 질문과 감동을 던질 예정이다. 대작에 걸맞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음악 역시 극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전장의 속도감을 담은 강렬한 비트부터 인물들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서정적 선율까지 총 26곡이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어우러져 객석에 짙은 여운을 선사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감탄사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한다.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의 부활에 공연계와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의 ‘안개 속…’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의 ‘안개 속…’

    서울시는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43) 작가의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이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수상작은 푸른 밤의 고요한 풍경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구 형태의 작품이다. 고온에서 녹인 유리에 공기를 불어넣는 블로잉 기법을 활용해 시간의 흔적을 녹여냈다. 유리지공예상은 우리나라 현대공예 1세대 작가인 유리지(1945~2013)의 뜻을 잇기 위해 2023년 제정됐다. 유족이 서울공예박물관에 30년간 총 9억원의 공예상 운영 기금을 후원하는 민관 협력 방식이다. 이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서울시장 명의 상장과 상패가 수여됐다. 유리지공예관은 이 작가에게 3개월간 프랑스 파리시가 운영하는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시테 데자르’ 참여 및 개인전 개최를 지원한다. 수상작을 포함한 결선 진출작은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다.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체크인 공방’이나 공예 강좌, 가을밤 전시 산책 등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 작가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에 이태훈 작가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

    서울시는 ‘제2회 서울시 유리지공예상’으로 이태훈(43) 작가의 ‘안개 속 푸른 밤의 녹턴’이 선정됐다고 31일 밝혔다. 수상작은 푸른 밤의 고요한 풍경을 서정적으로 담아낸 구 형태의 작품이다. 고온에서 녹인 유리에 공기를 불어넣는 블로잉 기법을 활용해 시간의 흔적을 녹여냈다. 유리지공예상은 우리나라 현대공예 1세대 작가인 유리지(1945~2013)의 뜻을 잇기 위해 2023년 제정됐다. 유족이 서울공예박물관에 30년간 총 9억원의 공예상 운영 기금을 후원하는 민관 협력 방식이다. 이날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수상자에게 서울시장 명의 상장과 상패가 수여됐다. 유리지공예관은 이 작가에게 3개월간 프랑스 파리시가 운영하는 국제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 ‘시테 데자르’ 참여 및 개인전 개최를 지원한다. 수상작을 포함한 결선 진출작은 1일부터 10월 11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에 전시된다.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는 ‘체크인 공방’이나 공예 강좌, 가을밤 전시 산책 등 프로그램도 예정돼 있다. 전시와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된다. 민수홍 시 문화본부장은 “우수한 작가를 지원해 서울 공예문화의 경쟁력과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 김면우 감독의 ‘회생’ 제23회 EBS국제다큐영화제 대상

    김면우 감독의 ‘회생’ 제23회 EBS국제다큐영화제 대상

    올해 EBS국제다큐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경쟁)’ 부문 대상(다큐멘터리고양상)에 김면우 감독이 연출한 ‘회생’이 선정됐다. 김 감독이 법무사인 아버지를 도와 사무원으로 일하며 자신의 가계에 내려오는 오래된 돈과 마음의 빚 등의 계보를 추적하는 내용의 작품이다. 경쟁 부문 수상작으로는 대상을 비롯해 심사위원특별상 2편, 심사위원특별언급 2편 등 총 4편이 뽑혔다. 심사위원특별상에는 오이에르 플라사 감독의 ‘애쉬’와 애나 피치·뱅커 화이트 감독의 ‘요(사랑은 길들지 않는 새)’가 선정됐다. 심사위원특별언급에는 이레네 칼텐보른 감독의 ‘마더 에이지’와 주로미·김태일 감독의 ‘이슬이 온다’가 뽑혔다. 대상 수상작에는 1000만원, 심사위원특별상 2편에는 700만원, 심사위원특별언급 2편에는 300만원의 상금을 각각 수여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후원하는 ‘아트 앤 컬처’ 섹션에서는 알렉스 바크리 감독의 ‘나의 친애하는 후세인’이 우수상, 마우리시오 알보르노스 이니에스타 감독의 ‘우리 땅을 지키는 노래’가 특별상에 선정됐다. 우수상은 300만원, 특별상은 200만원의 상금이 각각 돌아간다.
  • 판소리부터 씨름, 아비뇽부터 시드니…‘2026 서울아트마켓’ 10월 13일 개막

    판소리부터 씨름, 아비뇽부터 시드니…‘2026 서울아트마켓’ 10월 13일 개막

    쇼케이스 9편, 전막 5편…4일간 14편 펼쳐‘팸스×스파프 초이스’·‘팸스밍글’도 신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국립중앙극장이 공동 주최하는 ‘2026 서울아트마켓’(PAMS·팸스)이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국립극장과 대학로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일대에서 열린다. PAMS는 작품 소개와 피칭, 비즈니스 미팅으로 국내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잇는 아시아 대표 플랫폼으로 꼽힌다. 팸스초이스 선정작인 리퀴드 사운드 ‘긴: 연희해체프로젝트 I’(2023년)과 이자람 판소리 ‘눈, 눈, 눈’(2025년)은 지난 7월 아비뇽 페스티벌 공식 프로그램에 초청됐고, 입과손스튜디오 판소리 ‘긴긴밤’(2024년 팸스초이스)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와 1년여 협업 끝에 올해 2월 한·영 이중언어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팸스초이스 전막 공연에 참여한 악단광칠은 독일·스위스·오스트리아·스웨덴을 돌며 공연했고, 안무가 이양희는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의 당스 엘라르지 파이널리스트에 오르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PAMS의 대표 프로그램 ‘팸스초이스’ 쇼케이스는 올해 9편을 준비했다. 13일에는 입과손스튜디오가 ‘수궁가’를 오늘의 극장 어법으로 옮긴 ‘완창판소리프로젝트2_강산제 수궁가’와, 옛 음악에 전자음향을 포갠 무지카 엑스 마키나의 ‘기계장치의 음악’이 오른다. 14일에는 움직임의 원리를 파고드는 최강 프로젝트 ‘기초무용: 기적의 공식’,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더 벨트’, 관객이 거대한 밧줄을 함께 풀어내며 집단의 감각을 경험하는 갈매 ‘여기는 아니지만 여기를 통하여’가 이어진다. 15일에는 자연의 시간을 음악으로 옮긴 그레이바이실버 ‘나무의 시간’과 신체 감각을 탐구하는 아하 무브먼트 ‘음-파’가, 마지막 날에는 떵샤의 모던댄스 ‘메타발레: 즉흥, 구겨진 아티튜드’와 국악·재즈·클래식을 아우른 이슬뮤직 ‘김이슬의 두 개의 소리’가 무대에 선다. 올해 신설된 ‘팸스×스파프 초이스’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손잡고 5편을 전막으로 선보인다.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실질적인 국내외 유통 동력을 확보하려는 프로그램이다. 바리나모 ‘건져올렸지만 가라앉으려는 경향’(10월 9~10일)은 인간을 세계의 중심에 두는 시각에 몸과 소리로 질문을 던진다. 모든 컴퍼니 ‘씨름’(10월 14~15일)은 전통 스포츠의 몸짓을 현대무용의 언어로 옮긴다.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10월 15~16일)는 1세대 트랜스젠더 여성의 생애를 통해 퀴어 공동체의 기억을 불러낸다. 떵샤의 모던댄스 ‘메타발레: 비(非)-코펠리아 선언’(10월 18일)은 발레가 요구해온 몸의 규격을 되묻고, 제로셋 프로젝트 ‘어서오세요_2026’(10월 20~21일)은 재난 참사 유가족의 안부를 묻는다. 담론의 장 ‘팸스살롱’은 캐나다공연예술마켓(CINARS), 요코하마 국제공연예술회의(YPAM) 등 해외 4개 기관과 협력해 지속가능성, 도시와 극장을 논한다. 소규모 교류 프로그램 ‘팸스밍글’도 새로 마련됐다. 팸스피칭과 팸스링크, 1:1 미팅인 스피드데이팅, 팸스부스도 함께 운영된다. 1차 사전등록은 9월 15일까지로 전일권이 50% 할인되고, 2차는 9월 16일부터 10월 7일까지 30% 할인된다. 스피드데이팅은 9월 16일부터 선착순 접수한다. 전막 공연은 참가 등록과 별도로 예매해야 한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서울아트마켓은 한국 공연예술이 세계 무대와 만나 유통과 공동제작, 현지화의 기회를 만드는 플랫폼”이라면서 “관계자 간 교류와 협력이 이어지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 K BOOSTER, 팝 아티스트 존 버거맨 개인전 후원…예술·뷰티 접점 넓힌다

    K BOOSTER, 팝 아티스트 존 버거맨 개인전 후원…예술·뷰티 접점 넓힌다

    ‘LOUNGE with Jon Burgerman’ 8월 27일~10월 18일 청담동 써저리서 진행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 K BOOSTER(케이부스터)가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존 버거맨(Jon Burgerman)의 개인전 ‘LOUNGE with Jon Burgerman’을 공식 후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8월 27일부터 오는 10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컨템포러리 아트 공간 ‘써저리(SURGERY)’에서 진행된다. 공식 개막 하루 전인 지난 26일에는 존 버거맨 작가와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프닝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영국 출신으로 미국 뉴욕을 거점으로 활동 중인 존 버거맨은 즉흥적인 드로잉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두들(Doodle)’ 장르를 현대 미술의 주요 영역으로 안착시킨 작가다. 회화를 비롯해 그래픽 디자인, 조각, 설치 미술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으며, 팝마트(POP MART), 케이스티파이(CASETiFY), 삼성, 롯데 등 글로벌 기업들과 다채로운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존 버거맨이 최근 전개한 회화 연작을 중심으로 작품을 구성했다. 기존 작업에서 두드러졌던 선명한 그래픽 라인과 달리 부드럽고 몽환적인 색면 위에 캐릭터를 배치했으며, 유쾌한 이미지 안에 행복과 불안, 외로움, 위로 등 일상에서 경험하는 여러 감정을 담아냈다. 전시 제목인 ‘LOUNGE’에 맞춰 공간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작품을 관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시장에 머물며 작품과 공간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스피크이지 스타일의 칵테일 라운지를 조성했으며, 전시 기간 관련 프로그램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브랜드와 문화 예술의 협업은 작품이나 전시를 매개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활용되면서 패션·뷰티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K BOOSTER 역시 이번 후원을 통해 예술과 뷰티가 일상에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제공한다는 접점을 연결했다. 특히 존 버거맨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과 생동감 있는 캐릭터가 K BOOSTER가 지향하는 건강하고 활기찬 아름다움의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후원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K BOOSTER 관계자는 “존 버거맨의 작품은 유쾌한 색채와 캐릭터를 통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예술을 경험하고 일상 속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며 “예술과 뷰티 역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감정과 새로운 영감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후원을 계기로 예술과 문화를 연결하는 활동을 이어가며 고객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다양하게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존 버거맨의 공공 미술 작품은 수인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2번 출구 유리 캐노피에 설치돼 있으며 올해 설치 12주년을 맞았다. 해당 작품은 전시가 진행되는 써저리와 도보 5분 이내 거리에 있어 기존 공공 미술 작업과 이번 전시의 회화 작업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 ‘경기 폰 프리 스쿨’, 전국으로 확산할까?…국회서 청소년 SNS 보호 해법 논의

    ‘경기 폰 프리 스쿨’, 전국으로 확산할까?…국회서 청소년 SNS 보호 해법 논의

    경기도교육청의 폰 프리 스쿨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의 건강한 디지털 환경 조성과 SNS 보호 방안을 찾기 위한 ‘청소년 SNS 규제, 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강경숙·김남국·김용태·김재원·김준혁·부승찬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하고 경기도교육청 등 11개 교육청이 후원, 청소년스마트폰프리운동본부가 주관한 토론회에는 학생·학부모·교원 등 45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안민석 경기도교육감은 “전 세계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문제와 SNS 문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고 그에 따른 공론화를 이미 몇 년 전부터 하고 있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법안까지 만들어지고 있다”며 “올 12월에 SNS 관련된 법, 아동복지법, 교사 정치법이 통과되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토론회는 경기도교육청 폰 프리 스쿨 홍보대사인 서울대 김유진 학생의 사회로 ▲홍보 영상 상영 ▲신나는 학교 바투카다 축하공연 ▲축사 및 기념 촬영 ▲주제 발제(김현수 교수·김남국 의원) ▲패널토론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김현수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아이들은 무엇을 잃었는가’를 주제로 청소년의 수면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김남국 국회의원은 ‘청소년 SNS 규제에 대한 해외 입법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해외 연령별 보호기준과 우리나라 적용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이건 폰 프리 스쿨 추진단장을 좌장으로 포천 삼성중 임민택 교장, 의정부 신동초 강혜연 교사, 조현미 학부모 단장, 평택여고 최보희 학생이 참여해 학교·가정·학생 관점의 실천 방안을 논의했다. 도교육청은 이번 논의를 ‘폰 프리 스쿨’ 정책과 연계해 일률적인 금지나 통제를 넘어 학교 구성원과 함께 스마트폰 사용 약속을 만들고,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시간을 RAS(독서, 예술문화, 스포츠) 활동으로 채워 건강한 사용문화를 형성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도교육청은 8월 21일 ‘폰 프리 스쿨’ 실천학교 100교를 1차 선정한 데 이어 앞으로 300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경기도교육청은 ‘폰 프리 스쿨’ 실천 학교를 300개교로 확대하고 100일간 ‘폰 오프’를 실천한 우수 학생 100명을 선정해 해외 견학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 조선의 중심에서 오늘의 서울까지… ‘종’소리 울리는 ‘길’[서울 로드]

    조선의 중심에서 오늘의 서울까지… ‘종’소리 울리는 ‘길’[서울 로드]

    조선 통금·해제 알리던 보신각종서울신문 균열 보도에 모금 운동1980년대 국민 힘 모아 다시 제작전차·가로등·주상복합·주택단지국내 최초의 기록이 즐비한 거리소설가 구보처럼 천천히 걸어볼까조선부터 구름처럼 사람 몰리던 곳고관대작 피하기 위해 ‘피맛길’ 생겨해방 후 예술가·민주화운동의 길로 종로는 서울의 자치구 중 유일하게 이름에 ‘길(路)’을 담고 있다. 종이 울리는 길이란 뜻이다. 조선 초기 도성을 여닫고 인정(人定·통행금지)과 파루(罷漏·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종을 매단 종루(보신각)가 있던 데서 유래했다. 요즘에는 한 해를 보내고 새해의 평안과 희망을 기원하며 찾는 보신각이, 조선 시대에는 일상을 통제하는 국가 시설이었다. 같은 공간이 시대에 따라 다른 의미와 기능을 품은 셈이다. 보신각은 여러 차례 보수를 거쳤다. 지금의 종은 국민 성금으로 만들어졌다. 1984년 서울신문이 보신각종에 생긴 균열을 보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모금 운동이 이어졌고, 국민 손으로 다시 세웠다. 조선 시대에도 ‘종로’는 한양의 중심이었다. 광화문 남쪽으로 뻗은 세종대로는 관청이 늘어선 육조거리였고, 그와 직각으로 놓인 종로는 팔도의 물자와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 ‘운종가(雲從街)’로 불렸다. 동대문(흥인지문)과 서대문(돈의문)을 잇는 이 거리에는 독점적 영업권이 있는 육의전(명주·종이·어물·모시·비단·무명)이 있었다. 이곳에선 때때로 탐관오리를 공개처형함으로써 국법의 엄중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광화문우체국 맞은편에 표지석으로 남아 있는 혜정교가 그 무대였다. 육조거리와 종로거리가 마주치는 곳인 동시에 죄인을 다스리는 우포도청 앞이어서 공개형을 치르기에는 최적이었다. 팽형(烹刑) 또는 부형(釜刑)으로 불렸는데, 끓는 가마솥에 죄인을 담그는 공개형이란 의미다. 다만, 삶는 흉내만 내 경각심을 주는 데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권력의 서슬을 피하기 위한 작은 길도 있었다. 말[馬]을 피[避]하기 위해 만든 곳이란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고관대작을 피해 서민들이 이용하던 좁은 뒷길, ‘피맛골’이다. 해방 이후에는 문인과 언론인, 예술가의 집합소였고, 독재정권 때는 경찰을 피해 시위대가 숨어드는 해방구였다. 1974년 지하철 1호선 공사 때 일부가 사라진 뒤 종로1가 교보문고 뒤쪽에서 종로3가까지 사잇길이 남았다. 길 양쪽에 해장국과 생선구이, 빈대떡을 파는 식당과 술집이 즐비했다. 2009년 청진동 재개발로 피맛골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비판이 제기됐다. 이미 개발이 진행된 곳을 제외하고 종로2가에서 종로6가에 걸쳐 있는 피맛골을 수복재개발구역으로 지정해 예전 모습을 재현하기로 하고, 2012년 종로3가~종묘 구간에 대한 정비사업을 완료했다. ‘청진옥’ ‘서린낙지’ ‘한일관’ 같은 노포가 인근으로 옮겨져 명맥을 잇고 있다. 종로는 근대 문물이 가장 빨리 유입된 곳이기도 하다. 1899년 돈의문에서 종로를 거쳐 청량리에 이르는 최초의 노면전차가 개통됐다. 1900년 전차가 야간 운행을 시작하면서 정거장과 매표소를 밝힐 불이 필요했다. 최초의 전기 가로등 3개가 들어섰다. 덕분에 종로의 밤은 대낮처럼 밝고 활기찼다. 일제강점기 종로는 민족의 자존심을 건 격전지였다. 일본인이 명동과 충무로 등 남촌 일대 상권을 개발했다면, 청계천 북쪽 종로 상권엔 조선인이 많았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장군의 아들’과 드라마 ‘야인시대’로도 유명한 김두한의 주무대가 이 일대인 까닭이다. 김두한의 흔적이 남은 곳들도 근래까지 꽤 있었다. 김두한이 한때 기거했고, 한국기원 근처여서 지방에서 올라온 바둑기사들이 많이 묵었던 종로 YMCA 옆골목 ‘종로 용일여관’이 대표적이다. 이곳은 1980~90년대에 안동식 장터국밥과 석쇠불고기를 파는 ‘시골집’으로도 유명했지만, 2020년 재개발로 사라졌다. 1930년대 종로2가에 있던 화신백화점(현 공평동 종로타워 자리)은 최첨단 문물을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1935년 화재 이후 지하 1층, 지상 6층의 현대식 건물로 재건됐다. 당시 경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고,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일루미네이션이 설치된 핫플레이스였다. 창업자 박흥식은 조선총독부와 밀착해 조선 최고 갑부가 된 인물로, 훗날 해방정국에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제1호 검거자로 구속됐다. 1934년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주인공 구보는 전차에서 내려 이 길을 배회한다. “구보는 전차 선로를 두 번 횡단하여 화신상회 앞으로 간다. 그리고 저도 모를 사이에 그의 발은 백화점 안으로 들어서기조차 하였다.” 구보와 모던보이가 거닐던 경성의 랜드마크 화신백화점은 1970년대까지 명맥을 이었지만, 1980년 부도에 이어 1987년 철거 수순을 밟았다. 화신백화점 자리에서 멀지 않은 북촌의 한옥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를 통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한국 최초 디벨로퍼’가 고민 끝에 남긴 흔적이다. 1920년대 ‘건축왕’ 정세권(1888~1965)은 북촌과 익선동 일대에 한옥 단지를 조성했다. 100평 규모의 사대부 한옥이 아니라, 서민도 살 수 있도록 10~40평대로 공급했다.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수도나 전기가 들어오도록 했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북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통왕’ 박흥식, ‘광산왕’ 최창학과 함께 1930년대 ‘경성 3대 왕’으로 불릴 만큼 부를 일궜지만, 삶의 궤적은 전혀 달랐다. 친일파로 이름을 남긴 다른 둘과 달리 정세권은 독립운동을 후원하고, 조선어학회에 사옥을 기증했다.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고문을 당했고, 뚝섬에 있던 3만평 땅과 재산, 건설면허를 빼앗겼다. 그럼에도 지원을 이어갔고 1957년 ‘큰 사전’의 간행을 이끌어냈다. 훗날 고향의 단칸 농가에서 숨진 그가 남긴 것은 ‘큰 사전’과 쌀되, 밥공기, 수저 한 벌뿐이었다.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종로3·4가로 들어서면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가 눈에 띈다. 애초 이 일대는 2차세계대전 말기 미군 공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소개(疏開) 공지대였다. 목조건물 밀집지대에 소이탄이 떨어질 경우 불이 옮겨붙는 것을 막기 위해 중간중간에 빈터를 마련한 것이다. 1960년대 종묘 앞 일대 ‘종삼(鍾三)’은 길이 1㎞, 넓이 5만㎡의 땅에 2200여 동의 무허가 판잣집과 대규모 사창가가 뒤섞인 슬럼가였다. 역대 서울시장 중 가장 굵은 족적을 남긴 ‘불도저’ 김현옥 시장은 1966년 판자촌을 쓸어버리고 1968년 ‘나비 작전’이란 이름으로 남은 사창가를 없앴다. 그 자리에 세워진 ‘세운상가’ 지구는 한국 최초이자 최대의 주상복합 건물군이다. 당대의 건축가이자 3공화국 핵심들과 교분이 남달랐던 김수근이 설계했다. 1㎞ 길이의 거리가 보행로가 될 수 있도록 입체화시켜 데크로 잇고, 1~4층에는 상가를, 5층 이상은 아파트를 두는 주상겸용 복합건물군을 배치하는 ‘큰 도시 속에 작은 도시들’ 콘셉트였다. 현대상가를 시작으로 세운상가, 청계상가, 대림상가, 삼풍상가, 풍전호텔, 신성상가, 진양상가 등 8개 대형건물이 이어진 형태다. 1960년대 후반 세운 지구는 서울의 핵심 상권인 동시에 저명인사들이 앞다퉈 입주하던 최고급 아파트였다. 하지만 영광은 짧았다. 1970년대 신세계, 미도파에 이어 롯데백화점까지 을지로 일대에 문을 열자 상권의 중심이 움직였다. 강남 한강변에 현대·한양 등 대형 고급아파트가 건립되자 재력가들의 주거도 움직였다. 끝으로 1970년대 김중업이 설계한 삼일빌딩을 비롯한 미학적 완성도가 높은 건물이 속속 들어서자 세운상가를 두고 ‘위압감을 주고 볼썽사납다’는 평가와 함께 서울의 녹지축을 단절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때 미래 서울의 상징으로 주목받던 세운 지구는 도심의 흉물로 쇠락했다. 지난한 논란을 겪고도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 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이처럼 종로는 수백년 동안 레이어(겹쳐입기)를 하듯 새 옷을 입고 매무새를 고쳤지만, 어딘가에는 과거를 품고 있다. 왕조의 수도에서 격동의 근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 종로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길인 동시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연을 품고 있는 공간이다.
  • 담양서 한국·캐나다 예술 교류전…‘집 그리고 또 다른 장소들’ 개최

    담양서 한국·캐나다 예술 교류전…‘집 그리고 또 다른 장소들’ 개최

    전남광주 담양에서 한국과 캐나다 작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문화예술 교류전이 열린다. 담양군문화재단은 오는 21일부터 10월 11일까지 담빛예술창고에서 ‘집 그리고 또 다른 장소들 HOME AND OTHER PLACES’ 전시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개막식은 21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이번 전시는 광주 남구 이강하미술관과 캐나다 웨스트 바핀 코어퍼레이티브가 공동 기획하고 담양군문화재단이 협력한 국제 전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 주한캐나다대사관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전시에는 캐나다 북극 킨가이트 출신 이누이트 예술가 17명과 한국 작가(김설아·이조흠·주세웅) 3명이 참여한다. 참여 작가들은 ‘집’을 주제로 고향과 새로운 공간 사이에서 느끼는 정체성과 삶의 변화를 다채로운 작품으로 풀어냈다. 2024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시작해 토론토와 오타와 순회전을 거쳐 이번에 담양에서 결실을 맺게 됐다. 전시 기간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관람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10:00~18:00)까지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판매대에서 가장 먼 미술관, 까르띠에

    [이세라의 브랜드 앤 아트] 판매대에서 가장 먼 미술관, 까르띠에

    보석상이 미술관을 지으면 무엇을 걸까. 까르띠에의 답은 뜻밖에도 ‘자기 지우기’였다. 1984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 문을 연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에는 보석도 시계도, 브랜드의 화려한 역사도 없다. 오직 동시대 미술이 있을 뿐이다. 설립을 주도한 당시 회장 알랭 도미니크 페랭은 예술가들에게 기업이 무엇을 해 주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돌아온 답은 간섭 없는 지원이었다. 프랑스 기업 메세나의 효시로 꼽히는 이 재단은 그렇게 40년 넘게 상업과 예술 사이에 단단한 벽을 세워 왔다. 1994년 파리 라스파이 대로로 옮겨 온 재단 건물은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유리 상자다. 정원과 전시장이 투명하게 겹쳐 보이는 이 공간에서 재단은 데이비드 린치, 무라카미 다카시, 론 뮤익처럼 당시 제도권 미술관이 쉽게 품지 못하던 이름들을 과감히 초대했다. 수학과 나무, 원주민 예술처럼 미술 바깥의 주제까지 전시장으로 끌어들인 기획들은 재단의 안목을 증명하는 목록이 됐다. 전시장 어디에도 매장은 없고, 도록에는 제품 사진 한 장 실리지 않는다. 후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창립의 원칙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거리 두기가 만들어 낸 효과다. 팔려는 의도가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브랜드의 안목을 신뢰한다. 재단이 일찍 알아본 작가들이 세계 미술의 주역으로 성장하는 동안 까르띠에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동시대 미술의 감식안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10월 재단은 루브르 맞은편 팔레 루아얄 광장의 옛 백화점 건물로 확장 이전했다. 설계는 이번에도 장 누벨. 40년을 함께 늙어 온 건축가와 재단이라니, 이 관계 자체가 후원의 철학을 말해 준다. 개관전은 40년 소장품전. 제임스 터렐과 론 뮤익이 한 지붕 아래 모였다. 명품의 예술 후원이 흔해진 시대에 까르띠에가 여전히 각별한 이유는 순서에 있다. 마케팅을 위해 예술을 부른 것이 아니라 예술을 위해 마케팅을 물렸다. 판매대에서 가장 멀리 지은 미술관이 결국 브랜드를 가장 빛나는 자리에 올려놓은 셈이다. 이세라 아츠인유 대표·작가·방송인
  • ‘2026 수원 국가유산 야행-열 번째 밤, 수원연향’ 개막

    ‘2026 수원 국가유산 야행-열 번째 밤, 수원연향’ 개막

    이재준, “세계인이 찾는 ‘케이(K)-글로벌 문화관광 허브’로 도약하겠다” ‘2026 수원 국가유산 야행’이 14일 저녁 용연에서 열린 점등식을 시작으로 사흘간 일정에 들어갔다. 수원특례시 주최, 수원문화재단 주관, 국가유산청이 후원하는 수원 국가유산 야행은 여름밤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주변 문화시설을 거닐며 즐기는 축제다. 야행 개최 10년 차를 맞은 올해는 ‘열 번째 밤, 수원연향’을 주제로 16일까지 열린다. 2026 수원 국가유산 야행은 ▲야경(夜景) ▲야로(夜路) ▲야사(夜史) ▲야화(夜畵) ▲야설(夜說) ▲야시(夜市) ▲야식(夜食) ▲야숙(夜宿) 등 8가지 테마의 ‘8야(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꾸며진다. 올해는 10회째를 맞아 행사 공간과 참여 주체를 대폭 확대했다. 용연 일대에서 주로 진행됐던 행사 공간을 화성행궁 광장과 팔달문 인근까지 넓혀 관람객들이 수원화성의 밤을 더 다채롭고 폭넓게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지역 예술인들은 행사장 곳곳에서 거리예술 공연을 한다. 점등식에서 이재준 시장은 “관광객들이 수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여름밤을 만끽하길 바란다”며 “수원 국가유산 야행을 시작으로 9월부터 10월까지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능행차,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2026-2027 수원 방문의 해를 계기로 수원은 세계인이 찾는 ‘케이(K)-글로벌 문화관광 허브’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제4회 GMEC 전국 아카데믹 페어 개최...“한국 예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다”

    제4회 GMEC 전국 아카데믹 페어 개최...“한국 예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다”

    (주)맥스교육이 주최하는 제4회 GMEC 전국 아카데믹 페어(GMEC National Academic Fair)가 2027년 1월 16일(토)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Our Korea, Our Pride: K-Art, Our Soul’로 정해졌다. 최근 K-컬처를 향한 전 세계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예비 초등학생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학생들이 참가해 한국의 다양한 예술을 직접 탐구하고 그 가치를 세계에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최근 K-팝과 K-드라마를 중심으로 확산된 한류는 이제 음악과 영상 콘텐츠를 넘어 미술, 전통 공예, 건축, 국악 등 한국 예술 전반으로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BTS를 비롯한 K-팝 아티스트들은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화제를 모은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를 통해 한국의 음악과 전통문화, 민속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콘텐츠가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주요 미술관에서는 한국 미술 특별전이 잇따라 개최되는 등 한국 예술의 문화적 가치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번 대회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학생들이 한국 예술을 새로운 시각으로 탐구하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와 캠페인으로 발전시키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한 문화 소개를 넘어 객관적 팩트에 기반해 한국 예술의 가치를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참가 학생들은 판소리, 민요, 전통 악기, 서예, 건축, 전통 공예 등 다양한 한국 예술 분야를 주제로 탐구를 진행하며, 객관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왜 지금 우리 예술이 세계에 알려져야 하는가’를 분석한다. 또한 탐구 결과를 토대로 홍보 포스터 또는 인포그래픽을 제작하고, 글로벌 캠페인 아이디어를 기획하는 등 한국 예술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완성하게 된다. 특히 제4회 GMEC 전국 아카데믹 페어에는 이퍼블릭,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 이퓨쳐, AI 휴먼소사이어티가 후원 기관으로 참여해 학생들의 탐구 활동과 한국 예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이번 대회의 취지에 힘을 보탠다. GMEC 관계자는 “이번 대회는 학생들이 한국 예술을 단순히 배우고 즐기는 것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문화 콘텐츠로 재해석하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탐구와 데이터 분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국 문화의 가치를 자신만의 언어로 전달하는 뜻깊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 제4회 GMEC 전국 아카데믹 페어 참가 신청은 GMEC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된 참가 신청서를 통해 가능하며, 부문별 세부 주제와 프로젝트 수행 조건 등 자세한 내용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박준영·강서연, KJGA 회장배-PLK컵 중고교 골프 대회 남녀부 우승… 내년 미국 AJGA 출전권 획득

    박준영·강서연, KJGA 회장배-PLK컵 중고교 골프 대회 남녀부 우승… 내년 미국 AJGA 출전권 획득

    박준영(청주신흥고 2)과 강서연(신성고 2)이 제37회 KJGA 회장배-PLK컵 전국 중고등학생 골프대회 남녀부 정상에 올라 내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주관 대회 전 경기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골프 플랫폼 기업 퍼시픽링스 코리아(PLK·대표이사 장옥영)는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KJGA·회장 허남양)과 함께 7월 30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북 군산시 군산CC(파72)에서 중고등학생 골프 선수 240명이 참가한 가운데 대회를 치렀다고 3일 밝혔다. 남자부에서 박준영은 3라운드 합계 9언더파 207타로 우승했다. 박준영은 이승민(대경문화예술고 3)과 박성빈(신성중 2)을 3타차로 제쳤다. 여자부 강서연은 이시은(남녕고2)을 연장전에서 따돌렸다. 둘은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로 3라운드를 마쳐 연장전을 치렀다. 대회는 932명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예선을 치러 추린 240명이 사흘 동안 본선으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열렸다. AJGA와의 공식 파트너십을 구축한 퍼시픽 링스 코리아는 작년부터 한국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과 이 대회를 공동 주최하면서 남녀부 우승자에게는 AGJA 전 경기 출전권을 부여한다. 장옥영 퍼시픽링스 코리아 대표이사는 “퍼시픽링스 코리아는 주니어 골프 육성을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삼고 있다. 이번 대회 후원 역시 우리 청소년 선수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 ‘조각의 신’ 미켈란젤로, 돌 속에 잠든 영혼을 깨우다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조각의 신’ 미켈란젤로, 돌 속에 잠든 영혼을 깨우다 [이명옥의 예술가의 명언]

    ‘신성한 사람’이라 부르며 경외심神 지위 오른 이유 시·명언에 나와대리석 안에 형상이 있다고 생각세상에 드러내는 게 조각가 역할사람은 컴퍼스를 눈에 지녀야눈은 예술가의 종합적 판단력세계미술사의 별들 가운데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가 두 차례나 출판된 최초의 예술가는 누구일까? 바로 르네상스의 천재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1475~1564)이다. 당대 화가이자 미술사가였던 조르조 바사리는 그를 향해 이런 찬사를 남겼다. “죽은 자와 살아 있는 자를 통틀어 승리의 종려가지를 거머쥔 이는 신성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이다. 그는 회화와 조각, 건축 세 분야 모두에서 최고의 권위를 지닌다.” 동시대인들은 미켈란젤로를 신성한 사람, 즉 이탈리아어로 ‘일 디비노’라고 부르며 경외심을 품었다. 그는 어떻게 생전에 신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해답은 그가 남긴 작품과 글 속에 숨겨져 있다. 미켈란젤로는 조각가이자 화가, 건축가였으며 300편이 넘는 시를 남긴 시인이기도 했다. 오늘날 전해지는 500여통의 친필 서한 속 시와 명언들은 그가 왜 일 디비노라 불리게 되었는지를 밝혀 주는 열쇠가 될 것이다. 첫 번째 명언 “가장 뛰어난 예술가도 대리석 속에 존재하지 않는 형상을 창조할 수는 없다. 오직 지성에 복종하는 손만이 그 형상을 드러낼 수 있다.” 이 문장은 미켈란젤로가 영혼의 단짝으로 여겼던 여성 시인 비토리아 콜론나에게 보낸 소네트에 나온다. 그는 대리석 안에 이미 완전한 형상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조각가의 역할이란 그것을 가리고 있는 부분을 제거해 세상 밖으로 해방시키는 일이었다. 이 명언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지성에 복종하는 손”이라는 표현이다. 당시 회화와 조각은 물감을 칠하거나 돌을 깎는 장인들의 육체적 기술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미켈란젤로는 뛰어난 손재주만으로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에게 조각은 손과 물질, 지성이 하나가 되어 진리를 찾아가는 철학적이고도 정신적인 수행이었다. 이러한 예술관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실마리는 미켈란젤로의 10대 시절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열네 살 무렵 피렌체의 통치자인 로렌초 데 메디치의 눈에 들어 후원을 받았다. 이후 메디치가를 드나들던 인문주의자와 시인, 철학자들에 의해 신플라톤주의를 접하게 되었다. 신플라톤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 철학을 르네상스 기독교 세계관과 결합해 새롭게 해석한 사상이다. 지상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진리와 신성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스물네 살 무렵 완성한 ‘피에타’①는 신플라톤주의 예술관을 보여 주는 걸작이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품에 안고 슬퍼하는 장면을 담은 이 작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슬픔이라 불린다. 그런데 1499년 이 조각상이 로마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 대중은 작품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의문을 품었다. 서른세 살에 죽은 아들을 품에 안고 있는 어머니가 왜 이토록 젊게 보이는가? 미켈란젤로의 전기에 따르면 그는 성모가 비현실적으로 젊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하느님의 기적적인 손길이 그녀의 영원한 처녀성과 순결함을 세상에 증명하기 위해 젊음을 유지하도록 도왔을 것이라 나는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영혼을 지닌 성모 마리아의 얼굴은 세월에 훼손되지 않은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으로 빛나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참혹하게 죽은 아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라면 분노하며 울부짖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그런데 성모의 얼굴에는 격렬한 감정의 폭발 대신 고요와 평온이 감돈다. 신플라톤주의자들은 현실의 고통을 영혼의 힘으로 이겨내고 초월하게 되면 신성한 고요함에 이른다고 믿었다. 미켈란젤로가 표현한 성모는 그리스도의 죽음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신의 뜻임을 받아들이고 감당하기 어려운 인간적 비극과 절망을 더 높은 차원의 정신적 평온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두 번째 명언 “사람은 컴퍼스를 손이 아니라 눈에 지녀야 한다. 손은 단지 실행할 뿐이며 눈이 판단하기 때문이다.” 조르조 바사리의 저서 ‘미술가 평전’에 기록된 미켈란젤로의 핵심 미학을 담고 있는 명언이다. 여기서 눈은 신체의 눈만을 뜻하지 않는다. 대상의 비례와 균형, 작품이 놓일 공간과 높이, 관람자가 바라보는 거리와 각도까지 종합적으로 헤아리는 예술가의 판단력을 의미한다. 미켈란젤로가 활동하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수학적 비례와 원근법, 해부학적 지식이 미술의 중요한 토대로 자리잡았다. 예술가들은 자와 컴퍼스를 사용해 인체와 건축물의 이상적인 비례를 탐구했다. 미켈란젤로는 수학적으로 정확한 수치를 지닌 작품이라도 생명력과 조화를 잃는다면 진정한 아름다움에 도달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눈의 컴퍼스 철학이 구현된 작품이 피렌체의 상징이 된 ‘다비드’②이다. 미켈란젤로가 표현한 다비드는 성경 속 소년 목동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신체 높이가 5.17m나 되는 거대한 몸과 단단하게 다져진 근육질의 누드상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영웅이나 신을 떠올리게 한다. 앞선 조각가들은 주로 다비드가 잘린 골리앗의 머리를 발아래에 두고 승리를 선언하는 순간을 선택했다. 반면 미켈란젤로는 다비드가 적과 싸우기 직전 두려움과 투지가 팽팽하게 맞서는 결전의 찰나를 포착했다. 이마를 가로지르는 깊은 고뇌의 주름, 팽팽하게 긴장된 목덜미의 근육, 돌을 감춘 오른손에 불끈 솟아오른 핏줄 등. 온몸의 감각이 적을 향해 곤두서 있다. 그런데 ‘다비드’를 살펴보면 일부 신체 비례가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머리는 몸에 비해 비교적 크고 특히 돌을 쥔 오른손은 크고 강하게 강조되었다. 왜 이상적인 인체 비례에서 벗어나 머리와 손을 크게 표현했을까? ‘다비드’는 원래 피렌체 대성당 외부의 높은 버팀벽 위에 세워질 조각상으로 주문되었다. 작품이 높은 곳에 놓이면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관람자의 눈에는 원근법적 단축 현상 때문에 머리와 손이 실제보다 작아 보이게 된다. 즉 조각상이 실제로 놓일 높이와 관람자의 시점을 미리 계산하고 시각적 효과에 맞추어 비례를 의도적으로 조정한 것이다. 한편으로 크게 강조된 머리는 거인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다비드의 지성을, 강인한 오른손은 거인을 쓰러뜨릴 결단력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제시된다. 세 번째 명언 “화가는 회화만큼 조각에도 힘써야 하며 조각가 역시 조각만큼 회화에도 힘써야 한다. 회화와 조각은 하나의 동일한 지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말은 일흔두 살 무렵의 미켈란젤로가 오랜 예술적 경험 끝에 도달한 깨달음을 담고 있다. 그는 평생 자신을 조각가라고 생각했고 젊은 시절에는 조각이 회화보다 우월하다는 자부심도 가졌다. 그런 그에게 1508년, 교황 율리오 2세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를 그리라는 임무를 맡겼을 때 그의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까. 당시 미켈란젤로는 조각가로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었다. 게다가 높고 넓은 곡면 천장에 대규모 프레스코화를 제작한 경험이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익숙한 조각이 아니라 회화 작업을 맡게 된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실패할 경우 조각가로서 쌓아 온 명성이 손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작업은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초기에는 회반죽의 습기와 배합 문제로 화면에 곰팡이처럼 보이는 얼룩이 생겨 일부를 제거하고 다시 작업해야 했다. 높은 비계 위에서 오랫동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을 향해 붓을 들어야 했던 작업이 그의 몸에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 1509년 무렵 그는 친구인 조반니 다 피스토이아에게 작업 자세를 익살스럽게 묘사한 시를 보냈다. “고통 속에서 목에는 혹이 생기고 배는 턱밑까지 밀려 올라왔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붓의 물감은 내 얼굴을 화려한 바닥처럼 만들었지. 조반니여, 내 명예를 지켜주게. 나는 화가가 아니라네.” 스스로 화가가 아니라고 호소했던 조각가가 그린 그림이 어떻게 인류 최고의 걸작이 될 수 있었을까? 비결은 조각의 3차원적 양감과 인체 표현력을 회화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인 ‘아담의 창조’③를 살펴보겠다. 화면 왼쪽 아담의 몸을 자세히 보면 가슴과 복부, 팔과 다리를 따라 이어지는 근육은 빛과 그림자를 통해 단단한 부피감을 얻고 있다. 천장화를 채우고 있는 300명이 넘는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몸을 비틀고, 웅크리고, 팔을 뻗는 자세마다 조각적 감각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는 붓을 조각가의 정처럼 사용해 살아 움직이는 듯한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1536년에 그렸던 시스티나 예배당 벽화 ‘최후의 심판’에서도 2차원 평면에 3차원적 입체감을 통합하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조각과 회화를 넘나드는 오랜 경험은 미켈란젤로의 생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1547년 피렌체의 인문학자 베네데토 바르키는 학계에서 뜨겁게 논쟁하던 주제에 대해 미켈란젤로의 견해를 구했다. “회화와 조각 가운데 어느 예술이 더 우월한가?”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조각이 회화의 등불이며 조각과 회화 사이에는 태양과 달만큼의 차이가 있다고 믿었는데 이제는 깨달았다. 조각과 회화는 동일한 지성에서 나오는 본질적으로 같은 예술이다.” 세상의 찬사와 성공을 거머쥐었던 미켈란젤로도 생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죽음과 구원의 의미를 성찰했다. 영혼의 안식을 위한 간절함이 담긴 그의 유작이 ‘론다니니 피에타’④이다. 그가 20대에 완성한 바티칸의 ‘피에타’는 이상적이고 완벽한 인체의 아름다움으로 눈부셨다. 그러나 여든여덟 살의 미켈란젤로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까지 다듬었던 ‘론다니니 피에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그가 평생 자랑해 온 해부학적 정확성도, 매끈하게 마감된 대리석 피부도 찾아볼 수 없다. 표면에는 정으로 찍고 깎아낸 거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고 인물의 얼굴은 희미하며 팔다리는 길고 가늘게 늘어져 있다. 성모와 그리스도의 몸은 서로 기대어 하나로 합쳐지는 듯하다. 슬픔에 잠긴 성모가 죽은 아들을 붙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음을 넘어선 그리스도가 성모를 구원으로 이끌고 있는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젊은 시절 그는 완벽한 신체적 아름다움을 통해 천상의 신성을 증명하려 했다. 그러나 죽음을 눈앞에 둔 그는 영혼의 본질만을 남기고자 했다. 이 작품은 지상의 미를 탐구하던 그의 눈이 마침내 물질을 초월해 신의 구원이라는 절대적 아름다움에 도달했음을 보여 준다. 그가 남긴 친필 기록에는 마지막 소망이 이렇게 새겨져 있었다. “비록 내 육체는 쇠하고 늙어 숨쉬기마저 버거우나 내게 맡겨진 소명을 결코 내려놓지 않을 것이네. 나는 오직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사랑을 위해 일하며 내 영혼의 모든 소망과 구원을 오직 그분께만 두고 있기 때문이네.” 이명옥 사비나 미술관장
  • 사랑의달팽이, 청각장애 유소년 연극단 달꿈극단 창작연극 ‘미로와 푸른귀 이야기’ 성료

    사랑의달팽이, 청각장애 유소년 연극단 달꿈극단 창작연극 ‘미로와 푸른귀 이야기’ 성료

    청각장애 유소년 배우 9인·성인 배우 5인 호흡…CKL스테이지 객석 3회 연속 매진우리금융미래재단, 서울경제진흥원 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 사단법인 사랑의달팽이(회장 이행희) 소속 청각장애 유소년 연극단 ‘달꿈극단’이 창작 연극 ‘미로와 푸른귀 이야기’ 공연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달꿈극단은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 중구 CKL스테이지에서 총 3회에 걸쳐 무대를 선보였다. 회차당 200석 규모의 객석이 대부분 채워지며 청각장애 청소년들의 예술 활동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김양구 작가와 추미정 연출이 함께한 이번 작품은 혜성의 접근으로 세상이 불안과 설렘으로 가득 찬 가운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공와우를 착용한 소녀 ‘미로’는 토굴에서 정체불명의 신호를 따라가다 현실과 과거, 기억과 이야기가 얽힌 낯선 세계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전쟁을 피해 아이들을 지키려 했던 바우와 태수, 그리고 모든 이야기에 귀를 열어 두는 존재 ‘푸른귀’와 만나게 된다. 작품은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순간 이해가 시작되고 잊힌 삶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듣는다는 것’의 의미로 풀어냈다. 이번 무대에는 청각장애 단원 김예린, 김찬솔, 박승민, 박승혜, 오예나, 이윤아, 장윤소, 최시현, 홍수민이 출연했으며, 성인 배우 김완수, 김진호, 유슈인, 지혜연, 최혜수가 함께 무대를 완성했다.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청각장애 유소년 배우들의 진지한 연기와 전문 배우들과의 조화로운 앙상블에 호평을 쏟아냈다. 한 관객은 “청각장애 배우들이 나온다고 해서 왔는데, 막이 오르자마자 이야기 자체에 빠져들었다”며 “공연이 끝나고도 ‘듣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계속 맴도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달꿈극단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달팽이의 꿈’, ‘달팽이들의 꿈의 무대’라는 뜻을 담은 달꿈극단은 2022년 창단한 청각장애인 연극단 옥탑방달팽이에서 출발해 2026년 새 이름으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발성·호흡·연기 교육을 통해 청각장애 청소년의 언어 재활과 자존감 향상을 꾸준히 지원해 온 결과물이기도 하다. 미로 역의 최시현 배우는 “처음에는 많은 사람 앞에 서는 것이 떨렸지만, 준비 과정에서 자신감이 붙었다”며 “관객들이 우리 이야기에 함께 웃고 집중해 주는 모습이 정말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공연은 우리금융미래재단과 서울경제진흥원의 후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CKL스테이지 공간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사랑의달팽이는 달꿈극단 활동 외에도 클라리넷앙상블 연주단 운영, 멘토링, 직업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청각장애 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있다. 청각장애 청소년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듣는다는 것’의 가치를 예술로 표현한 이번 공연은 문화예술이 장벽을 허물고 공감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의미 있는 사례로 남았다.
  • 본 대회 앞둔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위성회의 시작

    서울·부산 10개 기관서 12개 국제 학술회의…25개 IFLA 전문위원회 참여AI·허위정보·녹색 전환·문화유산 보존 등 미래 도서관 핵심 의제 논의세계 도서관·정보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위성회의가 6일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되며 미래 도서관의 핵심 의제 논의에 착수한다. 오는 10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하는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orld Library and Information Congress 2026 Busan, 이하 WLIC)’에 앞서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산하 전문위원회별로 진행하는 위성회의가 6일부터 서울과 부산에서 잇따라 열린다. 이번 위성회의는 서울과 부산의 10개 기관에서 모두 12차례 개최되며, IFLA 산하 25개 전문위원회 관계자와 국내외 도서관·정보 분야 전문가 등 약 97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본 대회 이전인 8월 6일부터 8일까지 10개 회의가 열리고, 본 대회가 끝난 뒤인 14일에는 2개 회의가 추가로 진행된다. 위성회의에서는 인공지능과 허위 정보, 정보 신뢰, 연구 윤리, 문화유산 보존, 녹색 전환, 공공도서관의 AI 활용, 의회도서관과 조사 서비스 등 세계 도서관계가 마주한 주요 과제를 다룬다. 국회도서관에서 첫 일정…의회도서관의 역할 논의, 본 대회 이후에도 전문 논의 이어져 WLIC 본 대회에 앞서 열리는 위성회의의 첫 일정은 6~7일 국회도서관에서 개최되는 의회도서관 및 조사 서비스 분과 위성회의다. 해당 회의는 ‘진실, 신뢰 그리고 변화: 정보화 시대 의회도서관 및 조사 서비스의 역할’을 주제로 허위 정보와 과잉 정보가 확산되는 환경에서 정책 결정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의회도서관과 조사 기관의 역할을 논의한다. 이어 7일부터는 서울과 부산의 주요 기관에서 다양한 주제의 위성회의가 진행된다. 연세대학교에서는 ‘AI 시대의 유산 변화: 전통, 디지털, 그리고 지역사회 기억의 가교로서의 도서관’, ‘AI 시대 연구 윤리를 지원하는 문헌정보 전문가의 역할’을 주제로 두 개의 회의가 개최된다. 서울도서관에서는 ‘도서관을 통한 사회적 연결망의 변화’를 주제로 도서관의 지역사회 연결 기능과 사회적 가치 창출 방안을 다룬다. 부산에서는 복합문화공간 F1963, 동의대학교 도서관, 부산시민도서관, 부산대학교, 도모헌, 부산도서관 등 6개 기관이 위성회의를 연다. 이들 기관에서는 예술도서관의 디지털 전환과 문화유산 보존, AI 시대의 지식 격차와 윤리,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도서관, 도서관과 정보의 역사적 의미, 신진 전문가 국제 협력, AI와 허위 정보 시대의 정보활용능력 등 다양한 글로벌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본 대회 종료 이후인 8월 14일에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서울도서관에서 후속 위성회의가 이어진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아동 및 청소년 독서의 변화’를 주제로 디지털 환경에서의 독서 문화와 도서관 서비스를 논의하고, 서울도서관은 ‘공공도서관 내 인공지능의 실무적 도입 및 활용 방안’을 주제로 공공도서관 현장의 AI 활용 사례와 운영 과제를 공유하며 전문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국가위원회(공동 조직위원장 정연욱·차지호 국회의원, 이하 국가위원회)는 위성회의 개최 기관에 연세대학교 대학발전연구소가 개발한 번역 프로그램을 제공해 다국적 참가자들의 원활한 소통과 학술 교류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위원회 이진우 집행위원장은 “위성회의는 본 대회에 앞서 분야별 전문가들이 주요 현안을 깊이 있게 논의하는 학술 교류의 장”이라며 “서울과 부산에서 시작된 논의가 본 대회의 국제적인 지식 교류와 협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는 8월 10일부터 13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주최하고 ‘2026 부산 WLIC 국가위원회’가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광역시가 후원하는 이번 대회는 ‘변화를 이끄는 도서관(Libraries Powering Transformation)’을 주제로 전 세계 120개국 이상에서 도서관·정보 분야 관계자 3,5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 짜증내는 여자 [으른들의 미술사]

    짜증내는 여자 [으른들의 미술사]

    <편집자 주> ‘으른들의 미술사’는 앞으로 두 달간 ‘이상한 그림들’을 연재한다. 이상한 그림들이란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어딘가 어긋난 시선, 설명되지 않는 분위기,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이야기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작품들을 말한다. 우리는 종종 잘 알려진 명작만을 미술의 기준으로 삼지만, 오히려 이런 낯설고 기묘한 그림들이야말로 시대의 균열과 개인의 욕망을 더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상함은 곧 질문을 낳고, 그 질문은 작품을 오래 바라보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이 이상한 그림들 속에서 미술이 얼마나 인간적인지 다시 발견하게 된다. ●짜증이 많이 난 여인 ‘오톨린 모렐 부인’은 처음 보면 분명 이상한 그림이다. 인물의 비율은 어딘가 어긋나 있고, 얼굴은 또렷하기보다 흐릿하며, 시선은 관람자를 똑바로 바라보지 않는다. 더욱이 입을 삐죽거리고 짜증을 내고 있어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짜증이 많이 난 오톨린 모렐 부인은 사실 20세기 초 영국에서 예술가와 작가들이 모이는 살롱을 운영하며 한 시대의 문화적 흐름을 만든 예술 후원자였다. 1873년 영국 귀족 가문인 캐번디시-벤팅크 가문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귀족 사회 안에서 성장했지만, 전통적인 상류층 여성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1902년 정치가이자 자유당 의원이었던 필립 모렐과 결혼한 뒤,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인물들과 교류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유명해진 이유는 자신의 집을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개방했기 때문이다. 런던 블룸즈버리의 자택은 당대 지식인들의 중요한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이곳에는 문학과 예술의 중심 인물들이 드나들었다. 그녀는 직접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는 아니었지만, 예술가들이 모이고 새로운 생각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사람이었다. ●‘이상한 귀부인’ 모렐 부인은 평범한 귀부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화려한 옷차림과 독특한 행동으로 유명했고, 사람들은 그녀를 매혹적이면서도 괴짜 같은 인물로 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삶 자체를 하나의 공연처럼 연출했다. 따라서 어거스터스 존이 그린 ‘오톨린 모렐 부인’은 일반적인 귀족 초상화와 다르다. 당시 초상화는 보통 인물의 아름다움, 지위, 품위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 속 모렐은 이상할 정도로 짜증내고 있다. 얼굴은 길게 늘어진 듯하고, 눈은 옆으로 돌아가 있으며, 입매는 짜증으로 일그러져 부인의 얼굴을 더욱 이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이상함은 실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어거스터스 존은 모렐 부인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1906년에 처음 만난 어거스터스 존과도 가까운 친구였으나 둘은 친구 관계를 넘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예술가와 후원자의 쿨한 관계로 남았다. 존에게 모렐은 단순한 귀족 부인이 아니라, 예술가와 작가들을 끌어들이는 독특한 에너지의 소유자였다. ●이상한 게 아니라 정확한 초상 영국 국립초상화갤러리 자료에 따르면, 모렐 부인은 단순한 후원자를 넘어 자신을 하나의 예술적 존재로 연출한 인물로 평가된다. 독특한 의상, 과장된 실루엣, 그리고 연극적인 태도는 그녀를 살아 있는 이미지로 만들었다. 이 점에서 그녀는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이미 작품 같은 인물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초상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대중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 그림을 무대 위 괴상한 초상화처럼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모렐 부인 자신은 이 작품을 좋아했고, 자신의 런던 집 벽난로 위에 걸어두었다. 왜 그녀는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말한 초상을 좋아했을까? 아마도 그 이유는 이 그림이 자신의 외모보다 자신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모렐 부인은 완벽한 귀부인으로 기억되길 원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모이는 혼란스럽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었고, 스스로도 그 시대의 실험적인 인물이었다. 그래서 ‘오톨린 모렐 부인’은 ‘못생긴 초상’이나 ‘이상한 초상’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솔직한 초상이다. 아름답게 포장된 귀족 여성이 아니라, 모순과 열정, 괴팍함과 매력을 동시에 가진 한 인간을 보여준다. 결국 이 그림이 이상한 이유는 얼굴 때문이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너무 독특해서, 평범한 초상화라는 틀 안에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0년 뒤에 만난 한 사람의 시선을 그렇게도 붙잡았나 보다.
  • ‘서거 200년’ 한 해 앞서 듣는 베토벤…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 ‘프리뷰 베토벤’

    ‘서거 200년’ 한 해 앞서 듣는 베토벤…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 ‘프리뷰 베토벤’

    8월 비교하며 듣는 교향곡 4번과 8번10월 피아니스트 김태형 ‘황제’ 협연 오는 8월과 10월,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IBK기업은행과 함께하는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프리뷰 베토벤’이 열린다. 2027년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서거 200주년을 한 해 앞두고, 교향곡과 협주곡을 나란히 놓아 그의 작품 세계를 미리 짚어보는 기획이다. 쉬운 해설을 곁들여 유머와 균형미부터 장대함과 서정성까지 작품마다 다른 표정을 살핀다. 8월 15일 무대는 홍석원 지휘자와 발트앙상블이 함께 채운다. 실험적 유머가 번뜩이는 교향곡 제8번과 중기의 밝은 균형감이 돋보이는 제4번을 잇따라 연주한다. 지휘와 해설을 맡는 홍석원은 베를린 국립음대를 거쳐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티롤 주립극장 수석 카펠마이스터로 활동하며 요한 슈트라우스 2세(1825~1899)의 ‘박쥐’로 현지에 이름을 알렸고, 광주시립교향악단 재임 시절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도이치 그라모폰 음반을 냈다. 2024년 대한민국 오페라 어워즈 지휘자상 수상자이며 현재 서울대 교수, 부산시향 수석객원지휘자다. 독일어로 ‘숲’을 뜻하는 발트앙상블은 유럽에서 경력을 쌓은 연주자들이 모인 단체로, 2015년 예술의전당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빈 무지크페라인 투어를 거쳐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다. 10월 17일에는 이병욱 지휘자가 지휘와 해설을,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협연을 맡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만난다. 1부는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2부는 교향곡 제6번 ‘전원’으로 채운다.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출신으로 현대음악부터 오페라와 발레까지 폭넓게 다뤄온 이병욱은 인천시립교향악단을 6년간 이끌었고 2024년 한국 브루크너 음악상을 받았다. 김태형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이후 솔로와 실내악을 병행해왔으며, 올해 3월 8년 만의 독주 음반 ‘에코스 인 더 미스츠(Echoes in the Mists)’를 냈다. 마티네 시리즈 해설자로 쌓은 경험도 이번 무대와 맞물린다. 예술의전당은 IBK기업은행 후원으로 문화소외계층을 초청해 객석의 문을 넓히고 있다. ‘토요콘서트’ 입장권은 일반석 4만원, 3층석 2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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