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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속 그녀는 정말 거트루드 스타인이었다 [으른들의 미술사]

    영화 속 그녀는 정말 거트루드 스타인이었다 [으른들의 미술사]

    ●가면 쓴 여인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캐시 베이츠가 연기한 여성은 실제 인물 거트루드 스타인이다. 거트루드를 연기한 캐시 베이츠는 우리에겐 영화 ‘미저리’로 익숙한 배우다. 영화 속 거트루드는 파리의 살롱에서 피카소나 헤밍웨이와 함께 문학과 예술을 논하며 주인공의 원고까지 냉정하게 평가하는 고마운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소설을 들고 거트루드를 찾아갔을 때 그녀 뒤에는 피카소가 그린 이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림 속 얼굴을 보고 있으면 조금 이상하다. 초상은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라기보다 무표정한 가면처럼 보인다. 실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피카소가 스타인의 얼굴을 가면처럼 표현했으며, 당시 피카소가 접했던 이베리아 조각의 영향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영화 속 캐시 베이츠의 얼굴과 그림 속 얼굴을 번갈아 보면 더욱 재미있다. 영화에서 거트루드는 단호하고 자신감 넘치며, 젊은 예술가들에게 조언을 건네는 지적인 살롱의 주인으로 등장한다. 실제 거트루드는 강한 자기 확신과 권위적인 태도를 지닌 인물로 알려졌으며, 압도적 재력과 지적인 카리스마로 파리 살롱에서 예술가와 작가들을 이끈 여장부였다. 실제 거트루드는 사람을 평가하고 자신의 판단을 강하게 관철하는 성격이었고, 스스로를 ‘천재’로 내세우는 셀프 신화화에도 능한 인물이었다. 다만 영화는 그녀의 날카롭고 때로는 위압적인 면모를 상당히 부드럽게 순화한 측면이 있다. 영화나 실제 모습에서 거트루드는 거침없이 말하고, 냉철하게 판단하고, 호탕하게 웃는 여장부 스타일인데, 그림 속 거트루드는 고대 조각처럼 아무 말 없이 정면을 응시하는 이상한 존재다. ●“닮지 않았는데요?” “그럴 겁니다” 피카소가 이 초상화를 그린 것은 1905년부터 1906년 사이였다. 거트루드는 마티스와 피카소를 비롯해 많은 예술가를 후원한 중요한 후원자이자 작가였다. 거트루드의 회고에 따르면 그녀는 무려 90번이나 피카소의 작업실에 앉았다. 그러나 피카소는 어느 순간 완성해 가던 얼굴을 지워버렸다. 더 이상 거트루드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피카소는 스페인에 다녀온 뒤 거트루드를 다시 모델로 부르지 않고 얼굴을 완성했다. 완성된 얼굴은 이전보다 훨씬 평면적이며 가면에 가까웠다. 거트루드가 자신과 닮지 않았다고 말하자 피카소는 “그럴 겁니다”라는 의미의 대답을 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90번의 모델링’이라는 숫자는 오늘날 연구자들이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피카소의 빠른 작업 방식을 고려하면 실제 횟수였다고 보기 어렵다. 스타인이 자신의 초상을 둘러싼 이야기를 스스로 신화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작가건 모델이건 자신의 능력을 선전하고 부풀리는 데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이상한 얼굴이 오히려 진짜 얼굴이 되다 그렇다면 피카소는 왜 굳이 거트루드를 이상하게 그렸을까. 답은 단순히 얼굴을 닮게 그리는 데 있지 않았다. 당시 피카소는 전통적인 초상화가 요구했던 ‘닮음’ 자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실제 얼굴의 주름이나 눈매를 충실하게 복사하는 대신 인물의 존재감을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내려 했다. 그래서 거트루드의 몸은 묵직하고 안정적으로 앉아 있지만 얼굴만큼은 단단한 가면처럼 변형되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이 작품이 이후 입체주의로 향하는 변화의 전조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것은 훗날 거트루드 자신이 이 그림을 매우 특별하게 여겼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이 초상이 자신을 가장 제대로 보여주는 이미지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하나도 안 닮은 얼굴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자신을 대표하는 얼굴이 된 것이다. 영화감독인 우디 앨런 역시 이 초상화를 보고 거트루드를 연기할 배우로 캐시 베이츠를 떠올렸을 것이다. 물론 실제 캐스팅 과정이 그러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영화 속 캐시 베이츠는 피카소의 그림 아래 앉아 마치 그림에서 걸어 나온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피카소는 거트루드 스타인의 얼굴을 그린 것이 아니라, 거트루드 스타인이 될 얼굴을 그린 셈이다.
  • 고려대 문과대학, 80주년 기념… 장항준·임진모·김정운 릴레이 토크

    고려대 문과대학, 80주년 기념… 장항준·임진모·김정운 릴레이 토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이 설립 80주년을 맞아 오는 17일까지 영화, 음악, 심리학을 아우르는 기념 주간을 연다고 2일 밝혔다. 정지영·장항준 영화감독,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등이 대거 참여해 대중과 호흡한다. 핵심 프로그램인 ‘인문 80 토크쇼’는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매일 오후 4시 30분 문과대학 서관에서 열린다. 정지영 감독의 영화 제작 이야기(7일)를 시작으로, 임진모 평론가와 지누 프로듀서의 K-POP 제작론(8일), 김정운 교수의 ‘AI 시대, 사람의 마음’(9일), 이현숙 국립중앙박물관 전문경력관의 전시 기획 이야기(10일)가 이어진다. 주말인 12일에는 장항준 감독과 임은정 대표가 ‘이야기는 어떻게 영화가 되는가’를 주제로 마이크를 잡는다. 14일에는 제48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2관왕에 오른 김우창 명예교수 다큐멘터리 ‘기이한 생각의 바다에서’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가 마련된다. 학술 행사와 전시도 풍성하다. 8일 ‘김준엽 렉처’와 9일 독립운동 국제학술회의에 이어 10~11일에는 문과대학 8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열린다. 중앙도서관 로비에서는 17일까지 학과별 대표 번역서를 소개하는 상설 전시가 진행된다. 이희경 문과대학장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인문학이 대중과 호흡하며 제시할 수 있는 실천적 가치를 모색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춤이 된 다섯 눈물… 스스로를 구원하다

    춤이 된 다섯 눈물… 스스로를 구원하다

    한양굿 기반 서울시무용단 새 작품흑·청 조안무, 백의 무용수로 올라한국무용 기반의 컨템퍼러리 지향하고픈 걸 할 뿐… 더 많은 시도 원해굿 의뢰자의 즉흥적인 춤 ‘무감서기’스스로 복 부르는 행위…답은 내 안에 서울시무용단은 2026년 라인업을 공개하던 자리에서 무용수 기무간(33)의 이름을 먼저 꺼냈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초연한 ‘미메시스’에 객원 무용수로 참여해 태평무와 장검무를 췄고 지난 6월 강동아트센터로 옮겨간 무대에도 다시 섰다. 봉산탈춤을 재구성한 ‘에피소드:2, 탈춤’에서 전통과 현대를 오갔고, 연출과 안무를 한 ‘낙원을 찾아서’로 네 개 도시를 돌기도 했다. 세 번째로 그를 호명한 자리는 오는 10~13일 대극장에 올리는 신작 ‘무감서기(Gut: Whispering Steps)’다. 그가 불리는 이유는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쌓은 화제성만이 아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전통을 기반으로 하되 장르의 경계를 두지 않는 컨템퍼러리 댄스를 구현하는 서울시무용단의 방향과 겹치는 자리에 있다. 지난달 27일 세종문화회관 ‘무감서기’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컨템퍼러리로 옮겨가는 이유를 묻자 “더 많은 걸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다른 걸 시도하면 ‘저게 무슨 한국춤이냐’는 말이 돌아온다. 한국무용을 기반으로 한 컨템퍼러리를 지향한다고 매번 설명하는 것도 귀찮아졌다”고 털어놨다. 이어 “무엇에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무감서기’는 한양굿을 바탕에 두고 음양오행의 방위를 나타내는 오방색(청·적·황·백·흑)을 다섯 눈물로 치환해 전개한다. 눈물을 통한 해소와 위로의 끝에는 한양굿의 한 부분인 무감서기가 있다. 의뢰한 이가 무녀의 옷을 받아 입고 즉흥으로 춤추는 행위로, 복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움직여 맞이하는 과정이다. 예술감독과 안무를 맡은 윤혜정 서울시무용단장은 “누군가 나를 대신 구원해 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답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굿거리 12마당의 개념만 빌려왔을 뿐 굿을 재연하지는 않는다. 색깔당 무용수 아홉 명이 부채와 방울로 각 색의 표정을 만들고, 마지막에 모두가 어우러진다. 서울시무용단원인 최태헌·박정훈이 기무간과 함께 조안무에 참여했고, 음악은 이하느리, 미디어아트는 장철수 영화감독이 맡았다. ‘백의 눈물’에서는 판소리 이수자 김율희가 무대에 함께한다. 기무간은 ‘흑의 눈물’과 ‘청의 눈물’에 조안무를 맡고 ‘백의 눈물’(10·13일 공연)에 솔로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조안무의 자리를 “안무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잘 나오도록 돕는 역할”로 설정했지만 무대 위에서의 계획과 약속, 디테일에 대한 철학은 명확하다. “각자의 즉흥이 돋보이려면 그 앞을 치밀하게 약속하고, 무용수들이 충돌하지 않도록 동선 계산을 훨씬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극장에서는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는 무용수들의 손가락 움직임까지 신경 쓰는 것도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성도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백의 눈물’은 그가 구현하는 몸짓과 표현을 그대로 보여준다. 흰 고깔에 긴 도포 차림으로 옷자락을 휘날리는 움직임은 한국무용에 가깝다. 벗은 옷을 수건처럼 날리는 장면에선 몸의 움직임이 더욱 자유롭다. 고개를 툭툭 떨구는, 보일 듯 말 듯 한 무녀의 몸짓은 그가 찾은 디테일이다. 오는 11월에는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 자신의 신작 두 편을 나란히 올린다. 소극장에서 ‘아르코 댄스 업:라이즈(UP:RISE)’ 선정작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다’를, 대극장에선 서울무용제 경연대상 부문 ‘그것을 우리는 사랑이라 부른다’를 선보인다. “나를 들쑤시고 뒤흔들던 것들을 보통 제거하거나 극복하려 하잖아요. 그걸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는 걸 인정한 상태, 거기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전에 써둔 글을 정리하며 구상했다는 작품에 담은 이야기와 사랑은 연인의 감정이 아닌, 인간의 온기다. 탈색한 눈썹에 날카로운 눈매로 무표정하게 설명하는 작품은 정반대의 온도를 품고 있다.
  • 오름이 건넨 ‘비움의 미학’… “기쁨도 슬픔도 모두 내려놔요”[올레길에서 만난 벅차오름]

    오름이 건넨 ‘비움의 미학’… “기쁨도 슬픔도 모두 내려놔요”[올레길에서 만난 벅차오름]

    ‘케데헌’ 등장한 밭담길 총 2만여㎞아름다운 귤밭·소박한 밭담 펼쳐져물통·밥통처럼 움푹 파인 ‘통오름’봉수터 흔적 남아 있는 독자봉 정상전망대 가면 성산일출봉 등 한눈에김영갑갤러리선 오름의 비움 만나“제주의 오름은 오름이 아니라 내림인 것 같아요.” 최근 ‘제주올레’라는 한국·인도 합작 영화를 만든 진광교 감독이 지난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주오름은 단순히 올라가는 산이 아니라 삶을 비우고 내려오는 공간이라는 생각에서 비움인 것 같다”며 간결하게 정의 내리는 것에 내심 놀랐다. 영화감독다운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언가를 더 얻기 위해 오르는 것이 아니라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 아픔, 상처를 하나씩 내려놓고 비우고 돌아오는 곳”이라며 “새벽에도 오름을 찾는 이들을 보면서 제주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치유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름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내년 봄 촬영하기 위해 사전답사차 제주를 찾았다고 했다. ‘제주앓이’를 하는 그를 응원하는 마음에 테마별 이색오름 목록을 건넸다. 그리고 그 목록에 있는 오름이 속한 올레길 3코스의 여정을 떠났다. 온평포구에서 시작한 올레길 3코스는 온평리 올레민박 앞에서 3-A코스와 3-B코스로 나뉜다. 중산간 마을과 오름을 잇는 3-A코스는 20.9㎞, 해안을 따라 걷는 3-B코스는 14.6㎞다. 오름을 품은 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길고 긴 강행군이겠지만, 망설임 없이 3-A코스를 택했다. 제주빌레성 통나무펜션을 지나 보석암을 통과하자 길은 금세 외지고 한적해졌다. 돌하르방이 묵묵히 길손을 맞이하는 길을 지나 난산리 마을 초입에 들어서니 정겨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님 귤 드시고 산책하세요.” 시골의 정감이 묻어나는 글귀가 적힌 난산명월민박 간판과 함께 나무 안내판이 말을 걸어왔다. 제주 올레길을 걷다 보면 가끔 정자 한편에 작은 소쿠리나 쟁반을 내놓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귤을 먹고 가라고 권하는 모습을 종종 만난다. 돈은 받지 않는다. 이름도 묻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는 사람에게 귤 한두 개의 휴식을 권한다. 어쩌면 제주 올레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장 소박하고 따뜻한 배려의 풍경인지도 모른다. 난산리는 오래전 제주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이다. ‘구경하는 갤러리 용강화실’, 귤밭 옆 창고를 개조해 지은 ‘난산리다방’과 그곳에 풀어놓은 백구가 뛰어노는 고즈넉한 마을은 그 자체가 빛나는 보석이고 오소록(구석지고 고요한 뜻의 제주어)한 마을에서 만나는 휴식 같은 친구였다. 제주관광공사 공식 홈페이지 ‘비짓제주’에는 이곳 난산리 난미밭담길이 이렇게 소개돼 있다. ‘제주에는 천 년 이상의 시간을 간직한 밭담길이 있다. 인기 콘텐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배경으로도 등장하는 밭담은 제주의 거센 바람을 막아 작물을 보호하는 놀라운 건축 기술을 보여준다. 모든 밭담을 이으면 약 2만 2000㎞에 달할 만큼 검은 돌들이 끝없이 이어진 모습 때문에 ‘흑룡만리’라고 불릴 만하다.’ 그중 난미 밭담길은 ‘난초처럼 아름다운 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해발 50여m, 한라산이 내려다보일 만큼 높은 지대에 자리한 난산리는 예로부터 토질이 좋아 귤 농사가 발달한 곳이다. 이승익 시인의 성산십경 중 제4경인 ‘난산귤림(蘭山橘林)’이 바로 이곳이다. 아름다운 귤밭과 소담한 밭담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 좋다. 걸어온 올레길 화살표 7㎞를 앞두고서야 통오름(성산읍 난산리 1976번지 일대) 초입에 들어섰다. 산 모양이 물통, 밥통 같은 통처럼 움푹 팬 형태라고 하여 불리는 통오름은 인동초가 한창이었다. 유년 시절 들판에서 뛰어놀 때, 인동초 꽃잎은 심심한 입을 달래줬다. 꿀 향기에 취해 꽃잎을 따 입에 물고 얼마나 쪽쪽 빨아먹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인동초 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떠오른다. 야당 총재 시절 광주 5·18 민주화운동 묘역을 찾은 그는 “나는 혹독했던 정치의 겨울 동안 강인한 덩굴풀 인동초를 잊지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바쳐 한 포기 인동초가 될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말을 남겨 인동초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재명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목포 유세 현장에서 한 시민으로부터 인동초를 선물 받았다. 그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평화롭고 안전하고 잘 사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겠다”고 화답했다. 그런 인동초가 지고 가을이 오면 통오름은 패랭이와 갯쑥부쟁이, 꽃향유 등이 피어나며 오름 전체가 보랏빛 꽃밭으로 물든다. 김종철 선생은 ‘오름 연구의 고전’(古典)으로 불리는 ‘오름나그네’에서 표고 143.1m의 통오름을 ‘몽실몽실한 몸매를 비단잔디로 싸고 아늑한 굼부리를 품어 안은, 어디를 보아도 미운 데라곤 없는 오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걸어보니 그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오름의 능선은 부드럽고 길은 평평했다. 지친 뚜벅이의 발걸음마저 가볍게 해주는 길이었다. 통오름을 내려오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독자봉이 기다린다. 삼달마을 북쪽 약 1.5㎞에 누운 모습의 통오름이 있다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표고 159.3m의 독자봉(성산읍 신산리 1785번지)이 의좋은 이웃처럼 앉은 자세로 있다. 외로운 산이라는 의미의 독산, 망오름, 오음사지악이라고도 불리는 독자봉은 화구가 남동향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ㄷ자형으로 길게 뻗어 내려 있다. 산꼭대기에는 봉수터 흔적이 돌담으로 둘러져 남아 있는데, 이곳 봉수는 조선시대 북동쪽에 수산 봉수와 서쪽의 남산 봉수와 교신했다고 한다. 독자봉 남서쪽 미천이머루에는 미천굴이 있는데 전장이 1695m인 용암 동굴로서 동굴 내부에 있는 돌다리, 거북바위 등 비경으로 유명한 동굴이다. 비탈면에 듬성듬성 곰솔과 삼나무가 있고, 화구 안에는 곰솔, 삼나무, 편백, 찔레나무가 어우러져 숲을 이루고 있다. 홀로 떨어져 있어 외롭게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독자봉이 있는 마을은 독자가 많은 것도 이 오름의 영향이라는 설도 있다고 한다. 5분이면 오르는 정상 전망대에선 바다 쪽으로는 성산일출봉부터 표선백사장까지, 내륙으로는 한라산과 수십 개의 오름이 한눈에 펼쳐진다. 소나무 숲길을 내려와 밭길을 한참 걷다 보니 삼달마을이 나타났다. 그리고 멀리서 반가운 이름 하나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중간 스탬프를 찍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다. 한라산의 옛 이름인 두모악은 쉼을 뜻하는 한자 휴(休) 같은 곳이다. 나무(木) 옆에 사람(人)이 기대어 있는 한자. 사람이 나무에 기대든, 나무가 사람에게 기대든 결국 그곳에는 휴(休)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는 휴식 같은 친구 박훈일 관장이 있다. 수장고가 열악해 김영갑 선생의 사진 작품을 어떻게 보존하고 관리할 것인지 늘 고민했던 박 관장. 한때는 경영 악화로 갤러리를 휴관해야 했을 만큼 마음고생도 컸다. 김영갑 선생은 1985년 제주에 입도한 이래 20여 년간 제주의 자연, 바람, 특히 오름을 피사체에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담아냈다. 그러나 루게릭병에 걸린 그는 투병 생활 6년 만인 2005년 손수 개척한 김영갑갤러리두모악에서 잠들었다. 박 관장은 지난 3월 평소 바람대로 소원을 이뤘다. 고인의 작품이 공공기관으로 옮겨져 체계적인 보존과 관리의 길이 열린 것이다. 국립제주박물관이 두모악으로부터 9만 8652점을 기증받아 수장고에 보관하는 협약을 맺었다. 마음고생이 위로받는 순간이었다. 이날 두모악에 걸린 오름의 풍경을 바라보며 ‘오름은 비움이고 오름은 내림’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리고 그 오름은 기다림의 길이고 위로의 길이란 걸. 신풍리와 신천리 바닷가의 신풍신천바다목장을 지나 ‘배고픈 다리’를 건너자 20.9㎞ 여정의 끝인 표선해변이 가슴에 와닿았다. 마음이 헛헛한 날, 오래 걸었지만 오래 남을 사진첩 하나를 채운 기분이다. 누구나 한 번쯤 배터리가 방전된 듯 ‘번아웃’을 겪는다. 그럴 때 이 길을 권하고 싶다. “오름에 한 번 올라보세요. 기쁨도 슬픔도 유효기간이 있다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 있을 거예요.” ※ 이 기획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 지원으로 제작됐습니다.
  • “촬영장서 수유, 이전과 달랐다”…김민희·홍상수, 출산 후 첫 동반 공식석상 [포착]

    “촬영장서 수유, 이전과 달랐다”…김민희·홍상수, 출산 후 첫 동반 공식석상 [포착]

    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가 아들 출산 이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제79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는 홍 감독의 신작 ‘눈 둘 데가 없네(Nowhere to Lay My Eyes)’ 공식 질의응답 행사가 진행된 가운데 홍 감독과 김민희가 함께 참석했다. 두 사람이 공식 행사에 동반 참석한 것은 지난해 4월 아들을 출산한 이후 처음이다. 이날 김민희는 출산 후 영화 촬영에 복귀한 소감에 대해 “아기를 낳고 2년 정도 쉬다 처음 찍은 영화라 이전과 상태가 달랐다”며 “촬영장에서도 수유와 이유식 준비를 병행하며 육아와 촬영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전처럼 영화에만 몰두하던 모습은 사라졌지만, 아이를 위한 준비를 마친 뒤 영화에 최선을 다하는 제 모습이 오히려 건강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을 향한 애정과 존경심도 드러냈다. 그는 “감독님이 가진 생각과 말을 표현하는 건 처음 말하는데 너무 큰 기쁨이고 영광”이라면서 “제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좋은 생각과 독창적인 걸 제 입을 통해서 연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기쁨이고 축복”이라고 덧붙였다. 김민희와 홍상수 감독은 2015년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통해 인연을 맺은 뒤 2017년 연인 관계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당시 홍 감독은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만큼 두 사람을 둘러싼 논란은 거셌다. 홍 감독은 2016년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2019년 이를 기각했고, 홍 감독은 항소하지 않았다. 한편 ‘눈 둘 데가 없네’는 부모의 갈등 이후 조부모 밑에서 자란 상희가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찾아 제주도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올해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돼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두고 경쟁한다. 김민희는 이번 작품에 배우로 출연하는 동시에 제작실장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눈 둘 데가 없네’에는 김민희를 비롯해 권해효, 신석호, 최명길, 박미소 등이 출연한다. 올해 하반기 국내 개봉 예정이다.
  • 티아라 출신 함은정, 고졸 고백…“동국대라고 말하기 민망”

    티아라 출신 함은정, 고졸 고백…“동국대라고 말하기 민망”

    그룹 ‘티아라’ 출신 배우 함은정이 과거 학업을 끝마치지 못한 아쉬움을 고백했다. 함은정은 지난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10년 만에 모교인 동국대학교를 방문한 영상을 공개했다. 07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티아라 데뷔 전 합격했고, 이후 연예 활동을 시작하며 가수와 배우를 병행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며 입학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1학년까지 다녔다. 2학년 때 휴학을 했고 휴학이 끝났다고 해서 3학년 때 복귀를 했다. 그런데 너무 바빠서 학교에 가지 못했다. 제적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이야기를 할 때마다 동국대 출신이라고 말하기가 너무 민망했다. 제대로 졸업도 못 했는데 학교 이름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민망했다”며 그동안의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학교를 둘러보던 중 재학 당시 동기를 마주쳤다. 외래 교수로 동국대에서 강의를 하는 연극학과 동기를 마주치자 함은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난 졸업도 못했는데 넌 강사냐”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 뒤 함은정은 교수를 만나 재입학 상담을 하며 “조금만 더 어렸다면 학교를 다시 다녔을 텐데 이제는 교수님과 비슷한 나이가 된 것 같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상담을 하던 교수는 “본인만 늦은 것이 아니다. 바쁜 활동으로 기회를 놓치고 잠시 붕 떴던 학생들 중에서도 재입학해 졸업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따뜻한 격려를 건넸다. 특히 “내가 정년퇴직하기 전까지 졸업하는 걸로 하자”는 다정한 제안으로 함은정에게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불어넣었다. 한편 함은정은 1995년 아역 배우로 시작해 2009년 그룹 ‘티아라’의 멤버로 데뷔했다. 이후 가수와 배우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에는 영화감독 김병우와 결혼했다.
  • “40살 어린 여배우 수년간 성폭행”… 한때 잘나갔던 70대 발리우드 영화감독 체포 [월드픽]

    “40살 어린 여배우 수년간 성폭행”… 한때 잘나갔던 70대 발리우드 영화감독 체포 [월드픽]

    샤킬 누라니, 혐의 전면 부인 “억울” 인도의 70대 영화감독이 수년간 한 여성 배우를 성폭행해온 혐의로 체포돼 수사받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뉴스18, 타임스오브인디아(TOI)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왕성히 활동했던 발리우드 영화감독 겸 제작자 샤킬 누라니(73)는 배우 A(33)씨에 대한 강간 등 혐의로 전날 새벽 인도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州) 메다의 한 농가에서 체포됐다. A씨가 최근 경찰에 낸 고소장 등에 따르면, 누라니는 2016년 한 영화 시상식에서 A씨를 처음 알게 된 후 자신의 차기작에 캐스팅해줄 수 있다며 연락을 달라고 했다. 이후 대본을 보기 위해 뭄바이에 있는 누라니의 자택을 찾아간 A씨는 그가 건네준 음료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고 했다. 이후 의식을 되찾았을 때 누라니는 A씨에게 휴대전화로 촬영한 성폭행 촬영 영상을 보여주면서 경찰에 신고하거나 가족에게 알리면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누라니는 이후 수년간 협박하면서 여러 차례 성폭행을 반복했고, 성폭행 후 사후피임약을 복용하도록 강요한 일도 반복적으로 일어났다고 A씨는 주장했다. 지속된 성폭행과 약물 투여 등으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앓았다는 A씨는 올해 뭄바이로 돌아와 누라니에게 치료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누라니가 A씨의 요구에 응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누라니 측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누라니는 당대 톱스타를 기용한 영화 ‘바데 딜왈라’(1999), ‘조루 카 굴람’(2000) 등을 만들기도 했으나, 잇따른 흥행 실패와 제작 분쟁 등 여파로 2000년대 중반 이후 인도 영화계 발리우드에서 명성을 내려놓게 됐다.
  • 삼성호암상 상금 5억원으로 증액… ‘인재제일·사회공익’ 철학 잇는다

    삼성호암상 상금 5억원으로 증액… ‘인재제일·사회공익’ 철학 잇는다

    호암재단이 삼성호암상 상금을 대폭 올려 우수 인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선생 서거 40주기를 맞는 내년부터 적용해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이어간다는 취지다. 호암재단은 5일 삼성호암상 부문별 상금을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증액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학술상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이다. 과학상 물리·수학과 화학·생명과학, 공학상, 의학상, 예술상, 사회봉사상 등 6개 부문 총상금은 18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어난다. 증액된 상금은 2027년 제37회 시상부터 적용된다. 삼성호암상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이병철 선생의 ‘인재제일’과 ‘사회공익’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0년 제정했다. 학술·예술·인류복지 분야에서 사회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찾아 지원하는 것도 기업의 역할이라는 철학에서 출발해 1991년 첫 시상식을 열었다. 이 선대회장은 “우리 시대의 사표로서 귀감이 될 분들을 찾아 지원하는 일도 기업이 담당해야 할 소중한 사명”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재 지원의 폭도 꾸준히 넓어졌다. 호암재단은 국가 기초과학 지원을 강화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제안에 따라 2021년 과학상을 물리·수학과 화학·생명과학으로 나눴다. 이 회장은 2022년부터 5년 연속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와 가족들을 격려했다. 역대 수상자 가운데 세계적 성취로 이어진 인물도 적지 않다. 2021년 과학상 수상자인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듬해 한국계 최초로 필즈상을 받았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2024년 예술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같은 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소설가 박경리, 영화감독 봉준호,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도 수상자다. 이들을 포함해 삼성호암상은 올해까지 188명의 수상자에게 누적 379억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상금 증액을 계기로 세계적 성취를 이룬 우수한 후보자들이 적극 추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보 추천은 오는 10월 말까지 받으며 수상자는 2027년 4월 발표한다.
  • 무더운 여름에 딱 맞는 태국 영화들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본 영화]

    무더운 여름에 딱 맞는 태국 영화들 [정지욱의 창가에서 바라본 영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태국 문화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어메이징 타일랜드’ 특별전이 진행 중이다. 1782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짜끄리 왕조 전시에서 낯익은 이름 ‘라마 4세’가 눈에 들어온다. 1956년 영화 ‘왕과 나’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왕과 나’는 머리를 박박 깎고 출연한 매력적인 배우 율 브리너(1920~1985)와 우아한 데버라 커(1921~2007)의 이름을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알린 영화다. 1956년 개봉했지만 브리너의 부리부리한 눈빛, 왕으로서의 권위 있는 몸짓이 지금도 인상적으로 남아 있다. 영화는 시암(태국의 옛 이름) 국왕 라마 4세(몽꿋 국왕·1804~1868) 자녀들의 가정교사였던 애나 리어노언스의 자전적 소설과 그녀를 다룬 ‘애나와 시암의 왕’을 소재로 한다. 다만 역사 왜곡 등을 이유로 태국에서는 원작 소설 판매와 영화 상영이 금지됐다. 극 중 주인공 라마 4세와 후에 라마 5세가 된 쭐랄롱꼰 왕자는 태국 국민들이 매우 존경하는 국왕들이다. ‘태국 근대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라마 4세가 영국 여인과 연심을 나눈다거나, 태국의 개혁을 이룬 라마 5세가 영국 여인의 영향을 받아 노예제를 폐지한다는 등의 내용이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455만 달러(약 64억 3000여만원)로 제작한 영화는 2300만 달러 수익을 올리며 흥행했다. 이듬해 아카데미에서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미술상, 음악상, 의상상, 음향믹싱상을 받았다. 골든글로브에서도 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태국을 가장 많이 알린 작품이다. 태국에서 만든 작품이 아님에도 태국 문화와 영화를 다룰 때 꼭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요즘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알려진 태국 영화를 꼽으라면 대부분이 공포물일 것이다. 이는 태국 국민들이 이 장르를 특히 선호하는 성향이 반영된 것이다. 오래전 태국의 우본랏 라차깐야 공주에게서 초청을 받아 방문한 방콕국제영화제와 개기일식 관측을 위해 찾았던 태국 여행에서 직접 겪은 일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짜뚜짝 시장 DVD 가게에 전시된 우리나라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이 공포물이었다. 심지어 본국에서 흥행을 거두지 못한 한국 공포영화들도 이곳에선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한국에 알려진 태국 영화 중 대표적인 공포영화 작품은 ‘낭낙’(1999)과 ‘피막’(2013) 그리고 ‘랑종’(2021)이다. ‘낭낙’과 ‘피막’은 모두 라마 4세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남편이 전쟁으로 집을 비운 사이 출산 중 아내가 사망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잊지 못한 아내는 유령이 됐다는 ‘매낙 프랑카농’ 전설을 바탕으로 한다. ‘낭낙’은 남편의 시점에서 풀어낸 공포영화, ‘피막’은 아내의 시점에서 본 이야기로 코믹을 더한 작품이다. 특히 ‘피막’은 태국에서 첫 천만 관객을 기록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한국 관객들이 상상하는 기묘하고 오싹한 태국 공포영화로는 역시 ‘랑종’(2021)을 꼽을 수 있다. 태국 이산 지역을 배경으로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에게 벌어진 미스터리한 현상을 담았다. 지난달 15일 개봉해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호프’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했다. 여기에 ‘피막’을 연출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했다.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한국·태국 합작 공포 스릴러다. 태국 배우 토니 자가 주연을 맡고 프라차야 핀카에우 감독이 연출한 액션 영화 ‘옹박’(2004)은 국내에서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태국 고유 무술 무에타이를 방송 개그 프로그램 등에서 차용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절대 다른 사람을 해치는 데 무술을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받으며 농프라두 사원에서 자란 고아 팅이 도난당한 마을 수호신 옹박 불상의 머리를 찾는 내용이다. 토니 자는 이후 다른 액션 영화에서 승승장구했다. 2004년 방콕국제영화제에서 만나 얘기도 나누고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았다. 얼마 전 전해진 그의 투병 소식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나무로 만든 실로폰인 태국의 전통 악기 라낫 엑을 소재로 한 이티 순톤 위차이락 감독의 ‘전주곡’(2004)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상영됐던 작품이다. 전통 음악가 소론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1900년대 초 태국의 역사적 상황을 담았다. 2004년 방콕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가 “좋은 작품을 봤다”며 크게 칭찬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 수작이다. 일반 관객들에겐 다소 어려운 작품일 수 있지만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작품도 추천한다. 영화감독이자 설치미술가로, 2000년대 이후 국제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엉클 분미’(2010), ‘메모리아’(2021) 등이 있다. 2018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작품 ‘별자리’는 2023년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에 초청되기도 했다. 태국 영화는 공포물은 물론 다양한 장르를 자랑한다. 쉽게 찾아보기가 다소 어렵겠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비롯해 여러 영화제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도 영화를 비롯한 태국 문화의 정수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걸 기억해 주길 바란다. 정지욱 영화평론가
  • ‘부자 증세’ 맘다니, 뉴욕 ‘세컨드 하우스’ 명단 대거 공개

    ‘부자 증세’ 맘다니, 뉴욕 ‘세컨드 하우스’ 명단 대거 공개

    트럼프 일가, 美 상무장관 등 포함 96만건에 달해 혼란과 불만 지적도 미국 뉴욕시가 고가 ‘세컨드 하우스’를 소유한 부동산 부자 명단을 공개하며 증세를 예고했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뉴욕에 살지 않으면서 고가 주택을 가진 사람에게 추가 세금을 걷는 정책을 확정해 추진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뉴욕시는 최근 500만 달러(약 72억원) 이상 세컨드 하우스 96만건을 공개하고 추가 세금 부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개된 명단엔 소유주의 성명과 주소, 부동산 시세 등의 정보가 담겼다. 미 정·재계와 문화계 유력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신탁 관리인으로 있는 3700만 달러 규모 주택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 트럼프,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의 전처 제니카 폴슨, 영화감독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주택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부부와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거주했던 고급 콘도 건물의 주택도 기재됐다. 앞서 뉴욕주의회는 지난 5월 고가 세컨드 하우스 과세 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1일부터 시행됐다. 평가 가치에 따라 연 4∼6.5%의 세금이 부과되며, 약 1만 채에서 최소 연간 5억 달러의 추가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명단은 뉴욕시 전체 가구(370만 가구)의 4분의 1에 달해 불만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뉴욕 경제단체 ‘파트너십 포 뉴욕시’의 스티븐 풀롭 회장은 “명단 공개가 특정 개인을 표적으로 삼아 망신을 주기 위한 도구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이의 신청을 접수하고 심사를 통해 오는 12월 최종 과세 대상을 확정할 예정이다.
  • 사정봉父 배우 사현, 폐렴으로 사망… “화장식에 단 3명만 참석” [월드픽]

    사정봉父 배우 사현, 폐렴으로 사망… “화장식에 단 3명만 참석” [월드픽]

    20세기 후반 활약한 홍콩 배우… 향년 89세성룡 “제가 스턴트맨이던 시절 이미 대스타” 영화 ‘소림축구’에 출연해 한국에서도 친숙한 홍콩 영화계의 전설적인 배우 겸 감독 사현(체인)이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가운데 단 3명만 참석한 조촐한 장례식이 열렸다고 지난 21일(현지시간) 더스탠다드 등 홍콩 매체가 전했다. 고인의 아들인 배우 겸 가수 사정봉(체팅풍·45)과 딸인 배우 겸 모델 사정정(체팅팅·43)은 자신들의 부친이 지난 16일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지난 20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밝혔다. 고인은 말년에 휠체어에 의지했고, 뇌졸중을 앓기도 했다. 지난 19일 홍콩의 와합섹(화합석)화장장에서는 사현의 본명인 사가옥(체가육)으로 화장식이 치러졌다. 고인이 평소 간소한 마지막 길을 희망한 데 따른 것으로, 별도의 장례식 없이 병원 영안실에서 가족들만 참석한 가운데 간소한 의식이 진행된 후 화장이 이뤄졌다. 화장식에는 사정봉과 사정정, 그리고 전 부인인 배우 적파랍(딕보라·74)까지 3명만 참석했다. 사현은 1979년 적파랍과 재혼해 슬하에 사정봉과 사정정을 뒀고 1996년 이혼했다. 두 사람은 이혼 후에도 가까운 친구로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1936년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52년 홍콩 영화계에 발을 들인 이후 40년간 활동하며 인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970년대에는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고인은 1990년대 이후 세대에겐 중화권 톱스타인 사정봉의 아버지로 더 잘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이전 세대에겐 사정봉이 ‘사현의 아들’로 불렸을 만큼 1950~1970년대 홍콩 영화계를 이끈 최고의 미남 배우였다. 2001년 영화 ‘소림축구’에서는 최종 보스 격인 마귀축구단의 구단주 강웅 역할을 맡아 한국 관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19년엔 중화권 3대 영화상인 홍콩 금상장에서 명예상인 종신업적상을 받았다. 당시 시상을 한 홍콩 행정장관은 “어릴 때부터 사현의 영화를 보고 자랐다. 이상하게 생각했던 것은 이 극장에서도 사현, 저 극장에서도 사현. 여자 주인공은 다 다른데 남자 주인공은 모두 한 사람이었다”고 말하며 트로피를 건네 과거 사현의 선풍적인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고인의 별세 소식에 홍콩 영화계 인사들의 추모도 잇따랐다. 성룡(싱룽·72)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젊은 시절 사현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넷째 형’(사현의 애칭) 사현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였다. 제가 여전히 스턴트맨이던 시절부터 그는 이미 대스타였다. 촬영장에서 늘 저를 살뜰히 챙겨줬고, 우리는 참 많은 일을 함께 겪었다. 돌이켜보면 모두 잊을 수 없는 추억들뿐”이라며 “사정봉이 말했듯, 그는 늘 우아하고 매력적이었던 모습 그대로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 ‘슬립노모어 서울’ 매키탄 호텔 개장 1년…‘매튜 본의 백조’ 피쉬 합류

    ‘슬립노모어 서울’ 매키탄 호텔 개장 1년…‘매튜 본의 백조’ 피쉬 합류

    국내 최대 규모의 이머시브 공연 ‘슬립노모어 서울’이 24일 개막 1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관객과 함께하는 특별 이벤트를 준비하고, 장기 공연에 들어가면서 새 얼굴의 합류 소식도 알렸다. 영국 극단 펀치드렁크의 대표작 ‘슬립노모어’는 이머시브(관객 참여형) 공연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1930년대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맥베스’를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스타일의 서스펜스로 옮겼다. 층층마다 배우들이 무언의 연기를 하고 관객들은 자유롭게 건물을 오가며 장면을 찾아다닌다. 어느 장면이 어디에서 벌어지는지 모른 채 관객은 자신이 본 장면들을 모아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완성하게 된다.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에서 10년 넘게 무대에 오른 스테디셀러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프리뷰로 국내 관객과 처음 만난 ‘슬립노모어 서울’은 제작·주최사 미쓰잭슨이 충무로 대한극장을 7층 규모의 ‘매키탄 호텔’로 개조해 선보였다. 이 시리즈 사상 최대 규모로 꾸린 이번 공연은 1년간 약 10만명을 모았고, 16만~20만원대 티켓값에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볼 때마다 이야기가 달라지는 구조는 100회 넘게 극장을 찾은 관객이 나올 만큼 높은 재관람률과 단단한 팬덤으로 이어졌다. 1주년을 기념해 26일에는 관객과 함께하는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리얼리스트 마술사 이준형의 공연과 작품을 소재로 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연다. 출연 배우 니콜라스 브루더가 연출을 맡고, 출연 배우도 자리를 함께해 관객을 만난다. 발레 무용수 잭슨 피쉬가 새롭게 참여한다. 피쉬는 파격적인 명작으로 불리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에서 백조와 낯선 남자를,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로미오를 맡아 국제적인 주목을 받은 무용수로, 몸으로 감정을 밀어붙이는 표현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박주영 미쓰잭슨 대표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새로운 추억을 만드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새 배우들이 합류해 한층 풍성해진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예매는 9월 공연분까지 열려 있다. 이후 일정은 1~2개월 단위로 순차 공개된다.
  • ‘서부지법 난동 촬영’ 다큐감독 벌금형 사건, 헌재 재판소원 전원재판부로

    ‘서부지법 난동 촬영’ 다큐감독 벌금형 사건, 헌재 재판소원 전원재판부로

    헌법재판소가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현장을 촬영한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재판소원 사건을 들여다본다. 카메라를 들고 법원에 무단으로 진입한 행위가 예술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등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헌재는 21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를 열고 건조물침입죄 혐의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된 영화감독 정윤석(45)씨의 재판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12일 재판소원 제도 도입 후 사전 심사를 통과한 사건이 15건으로 늘었다. 정씨는 지난해 1월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직후 발생한 서부지법 사태 당시 법원 안으로 진입했다. 1심 재판부는 같은 해 8월 정씨가 경찰 등에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원 안에 들어간 행위를 건조물침입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올해 4월 대법원이 상고 기각하면서 벌금형이 확정됐다. 정씨는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한다. 영화 촬영을 위한 공익 목적으로 법원에 진입했는데 언론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당행위를 인정받지 못한 게 부당하다는 취지다. 그는 지난 5월 재판소원을 청구하며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에게 민주주의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정씨가 적극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건조물침입죄로 처벌한 법원 판단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또 정씨의 행위가 예술의 일환이자 공적 기록의 성격을 지니는지, 헌법상 예술의 자유 및 언론·출판의 자유에 해당하는지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항소이유서를 늦게 제출해 항소를 각하한 법원 결정 관련 재판소원 사건도 1건 추가 회부됐다. 이로써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이 쟁점인 전원재판부 회부 사건은 6건이 됐다.
  • [포토] 안은진, 10kg 감량 후 물오른 ‘가을 여신’ 비주얼

    [포토] 안은진, 10kg 감량 후 물오른 ‘가을 여신’ 비주얼

    배우 안은진이 다이어트 성공 후 한층 더 슬림해진 비주얼로 근황을 전했다. 안은진은 지난 16일 자신의 SNS에 “셀렙샵의 가을 미리보기”라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그는 그레이 니트에 체크 랩스커트, 부츠를 매치해 감각적인 가을 스타일링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10kg 감량 후 더욱 선명해진 이목구비다. 베일 듯한 턱선과 오뚝한 콧날로 소멸할 듯한 작은 얼굴을 자랑하며 특유의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팬들의 반응도 뜨겁다. 네티즌들은 “얼굴선이 살아났다”, “가을 화보 그 자체”, “여기서 더 빼면 안 된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한편, 안은진은 SBS 드라마 ‘키스는 괜히 해서’에 이어 KBS2 새 드라마 ‘너 말고 다른 연애’의 영화감독 ‘이미도’ 역으로 캐스팅되어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 “권한만 키워선 안 된다… 수사·행정 분리로 독립성 높여야” [경찰, 준비돼 있습니까]

    “권한만 키워선 안 된다… 수사·행정 분리로 독립성 높여야” [경찰, 준비돼 있습니까]

    베테랑 이탈 악순환 끊어야수사 부서 기피에 평균 경력 8.4년인력 늘었지만 사건 부담도 커져‘전문수사관’ 교육 여력마저 부족인사·조직개편 혁신 필요사건 양보다 난도로 실적 평가를독립기관 도입 ·수사심의위 강화도18개월째 공석인 경찰청장 채워야 검찰청 폐지와 형사소송법 개정 등으로 경찰이 사실상 형사사건 대부분을 책임지는 시대가 석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대로는 커지는 수사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 인력은 늘었지만 업무 부담은 여전히 높고, 숙련된 수사관이 현장을 떠나는 악순환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한만 넘긴다고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사 조직과 인사 체계, 평가 시스템 전반의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제언했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수사 인력은 지난해 3만 6823명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인 2020년(2만 2478명)보다 63.8% 증가했다. 하지만 실제 수사가 아닌 지원 업무 인력 등도 포함된 숫자다. 같은 기간 경찰이 접수한 사건도 237만 4893건에서 320만 5709건으로 35.0% 늘었다. 실제 수사 인원 기준 수사관 1인당 담당 사건은 약 108건에서 134건으로 24.1% 증가했고, 사건이 많은 경찰서에서는 수사관 한 명 앞에 놓인 사건이 2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사건 부담과 잦은 야근, 낮은 보상 탓에 수사 부서가 기피 부서가 된 지 오래다. 숙련된 수사관은 현장을 떠나고, 그 자리를 저연차 수사관이 메우는 구조가 이어졌다. 지난해 경찰 수사관의 평균 경력은 8.4년에 불과했다. 경기 지역의 한 수사과장은 “예전에는 팀장 1명과 경험 많은 수사관 4명이 팀을 꾸렸다면, 지금은 숙련된 수사관이 많아야 2명이고 나머지는 신입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경험 부족은 결국 수사의 질과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과 고 김창민 영화감독 상해치사 사건에서는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고,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김병기 무소속 의원 공천헌금 의혹 사건 등 주요 사건도 장기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수사팀장은 “고소·고발 사건을 예외 없이 모두 정식 접수하는 전건접수가 2023년 시행된 뒤 수사관들이 맡는 사건이 크게 늘었다”며 “복잡한 사건을 맡아도 보상은 부족한데, 위에서는 3개월 안에 처리하라고 재촉한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찰은 수사 경찰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수사경과 제도와 함께 2005년 ‘전문수사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상당수 수사관들은 현실적으로 관련 교육을 이수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고 토로한다. 서울의 한 수사과장은 “전문수사관을 많이 배출하면 좋지만 수사팀 입장에선 당장 처리해야 할 사건이 쌓여 있어 3~4주씩 교육을 보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경찰 내 주요 보직과 승진이 여전히 기획·인사 등 비수사 분야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 역시 수사 경험이 풍부한 간부를 육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범죄수사학과 교수는 “수사관은 업무량에 비해 보상과 승진 기회가 부족하고, 경찰서장 가운데도 수사 분야 출신이 많지 않다”며 “수사 경시 풍조가 만연한 조직에서 누가 수사관을 하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통제 및 견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 아닌 별도 기관이 추가 수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의 부족한 부분과 보완 수사 필요성을 검토하는 독립된 제3기관을 두는 것도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적정성을 외부 전문가와 시민이 참여해 심의하는 제도인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심의위 외부위원인 최종술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심의가 한 번 열릴 때마다 40건 안팎의 사건을 다루지만 회의 시간이 짧다”며 “피해자의 억울함을 제대로 살피고 경찰 수사를 실질적으로 견제하려면 심의위원회 규모와 운영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와 조직 개편에 있어 수사와 행정을 엄격히 분리하고, 정치적 외압이나 여론 중심의 지침으로부터 경찰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경찰 인사권이 사실상 정치권의 영향력 아래 있는 구조에서는 경찰이 여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계급을 단순화해 성과와 전문성이 곧 평가로 이어지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1년 6개월 넘게 경찰정장을 공석으로 두며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하는 것 역시 경찰 수뇌부들의 정권 눈치보기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다. 이건수 교수는 “경찰의 인사평가 역시 사건처리 건수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복잡한 사건을 피하게 된다”며 “난이도를 반영하는 평가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찰 내부서도 “국민 불신 번질라” 당혹

    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 장모 경감와 수사팀 간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도 당혹감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형사소송법 개정 등을 앞둔 시점에서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흔드는 사건이 터지면서 “국민 신뢰 회복에 치명타를 안겼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경사급 경찰관은 7일 “아무리 경찰관이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는데 이번 사건은 그 선을 넘었다”며 “개인의 일탈이 경찰 조직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까 가장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찰관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전체 현장 경찰관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또 경찰이냐’는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위기감은 최근 경찰 조직에서 부실 수사와 내부 비위 논란이 잇따른 영향도 크다. 남양주 스토킹 살인 부실 대응과 고 김창민 영화감독 상해치사 사건에 이어 올해 3월에는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팀장이 금품과 향응을 받고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조직 신뢰는 잇따라 타격을 입었다. 서울의 간부급 경찰관은 “지방이라 상대적으로 내부 감시와 견제가 느슨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조직 내부에서도 보완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이런 일이 생겨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착 의혹을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하는 것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지역의 간부급 경찰관은 “친족 특례는 법이 보장한 제도지만, 그 외 경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한 수사와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명운을 걸겠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경찰청은 수사인권담당관을 팀장으로 하는 27명 규모의 특별수사팀을 꾸려 광산경찰서 수사팀의 증거인멸 및 유착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 장항준♥김은희, 풋풋했던 20대 ‘결혼식 사진’ 공개

    장항준♥김은희, 풋풋했던 20대 ‘결혼식 사진’ 공개

    영화감독 장항준과 드라마 작가 김은희 부부의 과거 결혼식 사진이 공개됐다. 두 사람은 지난 1일 공개된 KB국민은행 유튜브 채널 영상에 출연해 앨범을 펼치며 부부로서 함께한 지난 시간들을 돌아봤다. 영상 속 공개된 결혼식 사진은 두 사람의 풋풋했던 20대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1998년 결혼 당시 1969년생인 장항준은 29세, 1972년생인 김은희는 26세였다. 사진을 마주한 김은희는 “장항준의 헤어스타일을 보고 본인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진짜 이 헤어스타일로 간다고?’ 싶었다”며 당시를 유쾌하게 회상했다. 이어 김은희는 “결혼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결혼식은 너무 힘들고 배고프다”고 고충을 토로했고, 장항준 역시 “결혼식을 두세 번 하는 놈들은 대단하다 싶다. ‘이걸 또 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또 당시 엽서 형태의 청첩장에 대해 장항준은 “콘셉트는 새로웠는데 문구가..”라며 당시의 아쉬움을 드러냈고, 김은희는 “문구들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싼값에 부탁드린 거라 별로라는 이야기를 못 했다”고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과거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대해 장항준은 “삼성전자를 사라고 하고 싶다.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붓고 있는 연금을 끝까지 부어라”라고 답했다. 김은희가 “그때는 정말 자산이 없었다”고 말하자 장항준은 “그나마 둘 중에는 내가 좀 관심이 있었다. 둘 다 직업 자체가 미래가 불안한 직업이니까 연금을 매달 13만원씩 넣는 게 있었는데 그걸 끝까지 했다. 그래서 지금은 상당히 큰 금액이 됐다. 사람들이 들으면 놀란다. 그때 준비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의 차이는 우리 나이가 되면 엄청나다”며 꾸준한 저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김은희는 “장항준이 돈 벌더니 돈 이야기만 한다”고 농담 섞인 지적을 했다. 한편 장항준은 영화 ‘라이터를 켜라’, ‘기억의 밤’, ‘리바운드’ 등을 연출했으며 ‘왕과 사는 남자’로 ‘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김은희는 드라마 ‘싸인’, ‘시그널’, ‘킹덤’ 시리즈 등 한국 장르물 역사에 획을 긋는 대작들을 집필했다.
  • 배우 유지태,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공식 홍보대사 위촉

    배우 유지태,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LIC) 공식 홍보대사 위촉

    - 세계 최대 규모 도서관·정보 분야 국제회의 부산 개최 홍보- 7월 9일 위촉식 시작으로 홍보 영상, SNS, 공식 행사 참여 등 본격 활동 전개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 국가위원회(공동 조직위원장 정연욱·차지호 국회의원)는 배우 유지태를 ‘2026 부산 세계도서관정보대회(World Library and Information Congress 2026 Busan, 이하 WLIC)’의 공식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WLIC는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정보 분야 국제 학술대회로, 오는 8월 10~13일 나흘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최된다. 이번 대회는 2006년 서울 대회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대규모 국제 행사다. 올해는 ‘변화를 이끄는 도서관(Libraries Powering Transformation)’을 공식 주제로 선정해 AI 전환 등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도서관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을 모색하고 정보 접근권, 디지털 포용, 지속가능성 등 인류 공동의 의제를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다. 대회는 한국도서관협회 국가위원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광역시가 후원한다. 국가위원회는 유지태 배우의 대중적 신뢰도와 지적인 이미지가 도서관의 공공적 가치와 WLIC의 취지를 국내외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데 적임이라고 판단해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유 홍보대사는 배우, 영화감독,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도서·출판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그는 오는 9일 홍보대사 위촉식과 함께 홍보 영상 촬영, SNS 홍보 활동 등을 통해 대회의 의미와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주요 공식 행사에 참석해 국내외 도서관·출판·문화계 관계자들과 교류하면서 대한민국의 문화적 역량을 중점적으로 소개할 계획이다. 유지태 홍보대사는 “누구나 지식과 정보에 평등하게 접근하며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으로서 도서관이 가진 공공적 가치에 깊이 공감한다”라며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부산에 모여 미래 도서관의 역할을 논의하는 뜻깊은 행사에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세계 150여 개국에서 3000명 이상의 전문가 및 정책 결정자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회 기간 중에는 풍성한 학술 세미나와 전시회 외에도 부산 지역 전통 공연을 선보이는 ‘문화의 밤’ 등 다채로운 한국 문화 체험 프로그램과 도서관 투어가 진행돼 국내외 참가자들에게 ‘독서와 문화의 도시 부산’의 매력을 널리 알릴 것으로 기대된다.
  • 소설가 이승우, 하종현 화백, 배창호 영화감독 등 7인 대한민국예술원 신입회원 선출

    소설가 이승우, 하종현 화백, 배창호 영화감독 등 7인 대한민국예술원 신입회원 선출

    소설가 이승우, 하종현 화백, 배창호 영화감독 등이 대한민국예술원 신입회원으로 선출됐다. 대한민국예술원이 25일 문학·미술·음악·연극·영화 분야를 대표하는 원로 예술인 7명을 신입회원으로 선출했다. 이어 대한민국예술원상과 젊은예술가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문학 부문에서는 소설가 이승우가 선정됐으며, 미술 부문에서는 화가 하종현 홍익대 명예교수, 원문자 이화여대 명예교수, 송수련 중앙대 명예교수가 신입회원으로 선출됐다. 음악 부문에서는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대금 연주자인 임재원이 선정됐고 연극 부문에서는 연극평론가 유민영, 영화 부문에서는 영화감독 배창호가 새롭게 예술원 회원으로 합류했다. 예술원은 기존 회원 76명과 신입회원 7명을 포함해 총 83명의 회원 체제로 운영된다. 1954년 설립된 대한민국예술원은 ‘대한민국예술원법’에 따라 예술 창작과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예술 경력 30년 이상인 예술인을 대상으로 전국 문화예술 관련 기관·단체와 대학 총장의 추천을 받아 신입회원을 선발한다. 예술원은 제71회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도 발표했다. 문학 부문에는 소설가 이동하, 음악 부문에는 피아니스트 김대진, 연극 부문에는 연출가 김도훈이 선정됐다. 대한민국예술원상은 1955년부터 수여해 온 상으로 문학·미술·음악·연극·영화·무용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창작 활동을 통해 예술 발전에 기여한 예술인에게 주어진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5000만원이 수여된다. 젊은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 수상자도 함께 발표됐다. 문학 부문에서는 소설가 최은영, 미술 부문에서는 김민애 작가가 선정됐다. 음악 부문에서는 작곡가 김신과 대금 연주가 유경은이 공동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연극 부문은 김수정 연출가, 영화 부문은 윤가은 감독, 무용 부문은 홍경화 무용가가 각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2년 제정된 젊은예술가상은 만 45세 이하 예술인(음악 부문은 만 40세 이하)을 대상으로 수여하며 수상자에게는 상금 2500만원이 지급된다. 예술원은 전국 문화예술 관련 기관·단체와 대학 총장의 추천을 받아 예비 심사와 본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제71회 대한민국예술원상과 제5회 대한민국예술원 젊은예술가상 시상식은 오는 9월 7일 개최될 예정이다.
  • “할 건 다 하는데 남친은 아니라고 선 긋는 여자, 어장관리인가요?” [요즘 뭐봐?]

    “할 건 다 하는데 남친은 아니라고 선 긋는 여자, 어장관리인가요?” [요즘 뭐봐?]

    “우린 모두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 ‘500일의 썸머’는 운명을 믿는 순수한 청년 ‘톰’(조셉 고든 래빗)과 사랑을 믿지 않는 복잡한 여자 ‘썸머’(주이 디샤넬)의 500일간의 반짝이는 연애담을 그린 로맨스 영화입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호감을 느끼고 다가서고 사랑에 빠졌다가 어느 순간부터 멀어지고 상처를 주고 헤어지는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흔한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내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 요소입니다. 카피라이터인 톰은 운명적인 사랑을 믿습니다. 그는 새로 입사한 썸머를 보고 첫눈에 운명임을 믿어버립니다. 그러나 썸머는 사랑이나 운명을 믿지 않는 철벽녀입니다. 톰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썸머는 톰과 키스도 하고 손잡고 쇼핑도 하지만 진지한 관계는 싫다며 친구 사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영화는 톰과 썸머가 만나는 500일 동안을 488일째에서 1일째로, 다시 290일째에서 11일째로 오가며 순서 없이 보여주는데, 산만하기보다는 궁금증과 재미를 더해줍니다. 썸머와 처음 사랑을 나눈 다음 날에는 세상을 얻은 듯한 기분으로 회사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가 이유도 모른 채 실연을 당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모습으로 바로 이어지는 식입니다. 운명을 믿는 톰과 운명을 믿지 않는 썸머. 두 사람은 과연 진지한 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톰 vs 썸머, 악당은 누구?영화는 섬세한 빈티지 드레스 등 멋진 의상과 신나는 인디 록·팝 사운드트랙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바로 이 관계에서 누가 악당이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마크 웹 감독은 “썸머가 톰에게 정말 잔인하게 굴었다는 느낌이 있긴 했지만 저희는 썸머가 항상 톰에게 솔직했고, 톰은 그 캐릭터에 환상을 투여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디샤넬 또한 영화 팬들이 직접 찾아와 불만을 토로했다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에게 와서 ‘썸머, 당신이 싫어요’라고 말했는지 셀 수도 없다”고 웃었습니다. 톰이 썸머의 희생자였다는 의견이 너무 많아 고든 레빗은 영화가 개봉한 지 9년이 지나 소셜미디어(SNS)에 직접 글을 올려 팬들에게 영화를 다시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고든 레빗은 “사람들은 종종 제게 ‘썸머가 톰을 떠나다니 정말 나빴어’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그를 안 떠날 수 있었겠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내가 항상 예시로 드는 장면은 썸머가 톰에게 꿈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톰은 전혀 듣지 않는 장면이다. 연인이 꿈 이야기를 해주는 것보다 더 달콤한 게 뭐가 있겠나. 당연히 버림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실력, 웃음 둘 다 잡았다…캐스팅 비하인드웹 감독은 “나는 한 뮤직비디오에서 처음 디샤넬을 봤다. 정말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했다. 고든 레빗 또한 흥행에 크게 성공한 스타는 아니었지만 평단의 호평을 받는 배우였다. 신뢰도가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마이클 H. 웨버 작가 또한 “톰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해야 했기 때문에 캐스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감정적인 부분을 잘 전달하기 위해 연기력은 물론이고 유머 감각 또한 갖춘 배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고든 레빗은 둘 다 가진 배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샤넬은 “솔직히 말해서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거절했다. 썸머라는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결국 출연을 결정했고, 대본을 통해 썸머라는 캐릭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물론 톰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니 캐릭터의 모든 면을 알 수는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고든 레빗과 20년 동안 친구로 지냈다. 그는 정말 멋진 사람이고 훌륭한 배우다. 누군가와 그런 좋은 관계를 맺고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라고 전했습니다. 고든 레빗은 “디샤넬과 과거 한 영화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는데, (500일의 썸머에서) 또 함께 합을 맞추게 돼 무척이나 설렜다”며 “디샤넬은 영화와 음악에 대해 놀라운 안목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촬영장에서도 점심 식사 후 분장실로 돌아가서 수정 화장을 할 때면 디샤넬은 항상 옛날 음악을 틀어줬다. 그럼 거기서 함께 신나게 춤을 추곤 했다.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떠올렸습니다. 고든 레빗이 썸머, 디샤넬이 톰이었다면?다만 해당 영화가 지나치게 남성 중심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영화는 제니 베크먼이라는 젊은 여성을 언급하며 시작됩니다. 화면에는 ‘다음은 허구입니다. 실존 인물 또는 고인과의 유사점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입니다. 특히 제니 베크먼, 당신 말이에요. 이 ×아’라는 자막이 뜹니다. 이와 관련해 비평가들은 “이를 본 관객 중 일부는 영화를 자신을 좋아하는 멋진 남자를 거절한 거만한 여자를 비난하는 내용으로 오해할 수 있게 된다. 똑똑한 이들 중 일부가 이 영화를 불쾌하게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 매체는 할리우드는 사랑이나 다른 주제들을 남성 주인공의 시점에서 풀어내는 데는 언제나 능숙했지만, 여성 중심 영화는 부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으며 지나치게 감성적인 젊은 여성이 따분한 직장에서 만난 매력적인 남자에게 빠져드는,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정반대인 영화가 이제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매체는 “고든 레빗 대신 디샤넬이 톰 역을 맡았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로맨틱한 분위기의 썸머가 몇 달 동안 호감을 느끼다가 마침내 톰과 관계를 맺고 세상의 여왕처럼 아파트를 나서는 버전의 영화를 상상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500일의 썸머’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독창적인 연출과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어느덧 다가온 여름, 영화 속 ‘썸머’와 함께 지나간 사랑과 성장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우리는 모두 톰이었을 수도, 썸머였을 수도 있습니다. 미숙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건강한 연애를 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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