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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연구 안보’에 세계는 발 벗고 뛰는데

    [열린세상] ‘연구 안보’에 세계는 발 벗고 뛰는데

    2025년 12월 국내 반도체 핵심기술을 빼돌려 중국에 팔아넘긴 전직 삼성전자 임직원 일당이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과 7년 형을 받았다. 2016년 삼성이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디램 양산에 성공했는데 이 핵심 기술이 같은 해 설립된 중국 창신메모리 손으로 넘겨졌다. 창신메모리는 2023년 중국 최초로 18나노 디램 양산에 성공하면서 삽시간에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다음 자리인 전 세계 시장 점유율 4위로 올라섰다. 해외 산업기술 유출 건수는 2022년 18건, 2023년 37건, 2024년 47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 147건 가운데 60건(40.8%)은 중국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유출 분야는 반도체가 가장 많고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정보통신, 조선, 심지어 화장품까지 다양하다. 기술 개발에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유출되면 막대한 재산상 손해가 따르고 회복은 불가능하다. 적발 건수의 절대다수는 내부 연구자로 알려졌다. 최근 첨단기술 문단속이 중요해지는 것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연구기관의 연구안보 프로그램 운영을 의무화했고 유럽연합(EU) 이사회나 주요 7개국(G7) 공동원칙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21년 국가안보 대통령 각서(NSPM-33)를 공표하면서 그 기준을 한층 더 높였다. 미국은 연방 정부 지원 연구개발 사업의 보안과 무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외국 정부의 기술 탈취나 간섭으로부터 연구자산을 보호하고 과학기술 리더십까지 지키는 동시에 여전히 개방적인 연구 환경이 유지되도록 방향을 잡았다.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은 강화된 기준에 따라 2024년 7월부터 외국 재정 지원 공개와 2025년 10월부터 연구 보안 평가와 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역설적으로 보이지만 중국도 반도체 설계의 핵심 지식재산인 집적회로 배치에 대한 자국 기술 보호를 강화하고 나섰다. 최근 중국은 반도체 관련 기술을 보호하는 한편 유출에 대한 처벌까지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집적회로 배치설계 보호 관련 법령을 개정한 사실을 공표하고 오는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2001년 자국 기업의 핵심기술 유출과 무단 복제를 막기 위한 법적 장치를 제정한 이후 다시 등록 신청과 심사 절차를 대폭 손질한 것이다. 중국은 침해 정도가 심각한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 지식재산권 보호 제도를 고도화했다. 한국도 ‘국가연구개발사업 보안대책’에 따라 기관마다 보안대책 총괄담당자를 지정하고 외국인 연구원 참여를 심의하며 국외수혜 관련 정보 보고를 의무화하는 중이다. 2021년 보안대책이 만들어진 뒤 2023년 다시 개정해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전담조직(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도 꾸렸다. 2026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처음으로 연구안보사업 대상 대학을 선정하고 점차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보안대책 제정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 동안 한국의 산업기술 해외유출이 줄지 않고 피해도 약 23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이상 연구결과나 기술의 단순 해외유출에 초점을 두는 과거의 연구보안 개념에 머물 시점이 아니다. 이제 연구자와 연구 생태계 전체를 지키는 연구안보라는 개념으로 확장시켜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선 몰라서 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연구의 기획 단계부터 연구의 민감성, 협업기관의 지배구조, 연구 자료의 이동, 외국 연구 인력과 연구비의 구성, 성과물의 공유 등에 대한 위험성 분석에 따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접근법이 막중해진다. 또한 유출범에게는 걸려도 돈벌이가 된다는 생각을 뜯어고쳐 줘야 한다. 막대한 연봉, 주거비, 자녀 학비 등 파격적인 대우에 넘어가 첨단 과학기술 정보를 팔면 미국과 같이 간첩죄를 적용해서 평생 감옥에 가둬야 한다. 손해배상도 철저하게 집행해야 할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벼랑끝 푸틴, 생화학·핵무기 만지작… 바이든 “명확한 징후 있다”

    벼랑끝 푸틴, 생화학·핵무기 만지작… 바이든 “명확한 징후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한 달 가까이 교착상태에 빠진 러시아가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등 ‘벼랑 끝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남부 마리우폴에 대한 러시아군의 항복 요구를 재차 거부하면서 양국 정상 간의 대화를 촉구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미국 200대 기업의 이익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우크라이나가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러시아의 거짓 주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생화학무기의 사용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생화학무기 실험실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군사용 생물학적 프로그램이 있다”는 등의 주장을 펴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해 왔다. 바이든은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의 이런 주장이 ‘가짜 깃발’ 작전이라면서 “궁지에 몰린 푸틴이 (생화학·생물학 무기) 둘 다 사용하는 것을 고려한다는 명확한 징후”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소형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울리히 쿤 독일 함부르크대 평화연구안보정책연구원 박사는 “러시아는 2000년대 들어 군사훈련의 기조를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했으며 핵무기의 현대화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전쟁에서 고전할 때 핵무기를 사용해 적의 후퇴나 항복을 유도하는 것이 러시아의 핵전쟁 독트린이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하는 등 전쟁의 ‘금기’를 무시하고 있는 러시아가 비교적 ‘덜 파괴적인’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카드는 아니라는 것이다.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내는 데 실패한 러시아가 민간인 대량 살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전황을 뒤집으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러시아가 민간인을 공격하는 건 대규모 난민을 발생시킨다는 ‘플랜B’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마저도 실패하면 폴란드의 우크라이나군 보급시설을 공습하는 ‘플랜C’, 이어 화학무기나 핵무기를 사용하는 ‘플랜D’를 가동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문인 알렉산데르 로드얀스키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를 꺼내 들 경우 이는 서방의 군사적 개입의 ‘레드라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는 이날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을 재차 거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영방송 서스필네 및 유로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동부 하르키우(하리코프)와 수도 키이우(키예프), 폭격받은 마리우폴 등을 넘겨 줄 수 없다”면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함한 러시아와의 어떠한 협상안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는 방송 연설에서 푸틴과 직접 대화해 휴전과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를 취한 뒤 돈바스 지역과 크름반도의 지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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