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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훈은 없고 여야 충돌만 있었다

    이혜훈은 없고 여야 충돌만 있었다

    국힘 “껍데기 청문회 없다” 충돌민주 “조직폭력배식 보복” 반박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9일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파행한 뒤 기약 없이 끝났다. 여야가 청문회 일정을 앞서 합의했으나 부실한 자료 제출을 두고 충돌하면서 이 후보자는 청문회장에 착석조차 못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직폭력배식 보복”이라고 날을 세웠고 국민의힘은 “껍데기 청문회는 없다”고 맞섰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으로 “여야는 15일 오후 5시까지 자료가 충실하게 안 오면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합의한 바 있다”며 “그런데 제출된 답변은 전체의 15%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를 앉히지도 않고 일정 조정에 관한 말씀을 하는 것은 청문회를 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맞섰다. 위원장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재적 위원 4분의1 이상 요구가 있는 경우 개회해야 한다는 국회법을 거론하면서도 “양당 간사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위원장으로서 청문회 안건을 상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A4용지 186쪽 분량의 이 후보자 추가 제출 자료(18개) 인쇄본에는 이 후보자 자녀의 증여세 납부 및 자산 증식 의혹을 밝힐 ‘금융거래 내역’, 장남 김모씨의 ‘위장 미혼’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 등은 모두 빠졌다. 김씨의 ‘한국고등교육재단’(KFAS) 장학생 선발 시험 점수 내역도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해당 자료들은 청문회 전날인 지난 18일 밤 9시쯤 국회에 제출됐다. 여야가 의사진행 발언에서 ‘도돌이표’ 싸움을 계속하자 임 위원장은 양당 간사에게 “추가 협의를 진행하라”며 오전 회의를 정회했지만 결국 오후까지 청문 일정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후보자는 오전 10시 전 국회에 도착했지만 이날 회의장에 착석조차 하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최대 협조’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자료 제출 문제에 대해 “(야당의) 과장이다. 75% 정도 냈고, 필요한 자료는 다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앞에서 검증하는 기회를 만드는 게 국회 역할인데 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고 차단하는 건 국회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의 가족 간 금융거래 내역 등 90건가량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이번 주 모든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순연하기로 했지만 이 후보자의 청문회는 별도로 개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자 측의 자료 제출 시기와 내용에 따라 20일 개최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자료 제출 문제로 여야 합의로 잡힌 청문회가 파행된 사례는 윤석열 정부 당시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심우정 전 검찰총장 청문회 등이 있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후보자는 검증 대상이 아닌 수사 대상”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더는 고집부리지 말고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기 조직에서 이탈한 조직원을 보복하듯 이 후보자를 공격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장관직 후보로 지명된 후부터 각종 의혹이 야권에서 제기되며 ‘1일 1의혹’이라는 오명을 썼다. 이 후보자가 반포 ‘래미안 원펜타스’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과정에서 장남 ‘위장 미혼’ 논란이 불거지자 사퇴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이 외에도 배우자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인천국제공항 개항 1년여 전 영종도 일대 토지를 매입했다가 6년 뒤 20억원대 차익을 본 것과 관련해서도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이 후보자의 세 아들을 둘러싼 ‘부모 찬스’와 ‘증여세 납부’ 논란도 내내 도마에 올랐다. 다만 여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청문회를 통한 소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청문회가 끝내 불발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임명권자인 이재명 대통령에게 쏠릴 수밖에 없어서다. 의혹에 대한 해명, 이와 관련한 여론의 추이를 살피지 못한 채 가부를 결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담을 의식한 듯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자 관련) 그런 비판도 무겁게 듣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부분들”이라면서도 “다만 본인이 국민께 설명해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국민의힘, 李대통령에 여야 단독 영수 회담·7대 국정 기조 전환 요구

    국민의힘, 李대통령에 여야 단독 영수 회담·7대 국정 기조 전환 요구

    장동혁 단식 2일차·천하람은 철야 필버송언석 “李대통령 한가한 오찬쇼 할 때 아냐”통일교 특검·공천 뇌물 특검 수용 압박‘2차 종합특검’에는 거부권 행사 요구이혜훈 지명 철회·여야정 민생회의 촉구 장동혁 대표의 단식 2일차를 맞은 국민의힘은 16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통일교 게이트 특검’과 ‘뇌물 공천 특검’ 수용,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2차 종합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 국정 기조 전환과 여야 단독 영수회담을 요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어제부터 장 대표의 단식투쟁과 ‘야당탄압 정치보복 3대 특검 연장법’을 반대하는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의 18시간째 철야 필리버스터가 진행 중”이라며 “지금 이 대통령은 한가한 오찬 쇼를 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의 단식농성 현장에 찾아와서 손잡고, 야당이 절박하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청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통령 초청 7개 정당 대표 청와대 오찬에 불참한다. 송 원내대표는 또 “이 대통령에게 7대 국정 기조 대전환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며 “통일교 게이트 특검과 민주당 공천뇌물 특검, 쌍특검을 전면 수용하라”라고 요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특히 이 대통령이 느닷없이 통일교 게이트에 대한 검경 합수부 수사를 지시함에 따라 민주당이 약속을 파기하고 특검 추진을 중단했다. 민주당이 당초 약속했던 대로 통일교 특검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날 민주당이 본회의에 상정한 ‘2차 종합특검법에 대해선 “국회를 통과하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여야 간 재협상을 지시하시라”라며 “이대로 여당의 뜻대로 3대 특검 연장법을 일방 처리하면, 6·3 지방선거는 특검의 개입으로 최악의 불공정 선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 인사들의 범죄 비리에 대한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라”라며 “민주당 공천뇌물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이미 국민적 신뢰를 상실했다. 이러한 가운데 공소청의 보완수사권 존치를 놓고 다투는 당정 간 충돌은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논하기 전에 민주당 공천뇌물 사건과 장경태·이춘석 의원에 대한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라”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송 원내대표는 10·15 부동산 대책 전면 철회, 환율·물가 폭등 해소 대책과 노란봉투법 등의 민생 악법 전면 재개정 논의를 위한 여야정 민생연석회의 개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법왜곡죄와 4심제 도입 등 사법부 장악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7대 국정기조 대전환에 대한 이 대통령의 화답을 기대한다”며 “국정 기조 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 오세훈 “한동훈 제명에 국민 실망…국힘, 자멸의 길 가나”

    오세훈 “한동훈 제명에 국민 실망…국힘, 자멸의 길 가나”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의 한동훈 전 대표 제명 의결에 대해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며 “(당이) 왜 자멸의 길을 가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여기서 멈춥시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날, 국민의힘 윤리위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의결했다”며 “국민의힘의 이런 생경한 모습에 국민들은 참담함과 실망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자숙과 성찰을 보여야 할 때 분열과 충돌의 모습을 보이는 국민의힘은 비정상의 길,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며 “승리의 길을 벗어나 도대체 왜 자멸의 길을 가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한 전 대표를 향해서는 “당원들이 납득할 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통합과 화해의 명분을 먼저 마련해달라”고 했다. 아울러 “장동혁 대표도 이제는 멈춰야 한다. 더 큰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며 “제명은 곧 공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뼈아픈 과거와 단절하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며 “모든 세력을 통합해 오만한 거대 권력과 맞서야 한다. 그래야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 野 “李대통령, 한가한 오찬 말고 특검연장법 철회부터”

    野 “李대통령, 한가한 오찬 말고 특검연장법 철회부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3일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진심으로 야당 지도부와 진실한 소통 기회를 갖기 바란다면 한가한 오찬이 아니라 대법원도 반대하는 사법파괴·정치파괴 ‘3대 특검 재연장법’(재연장법)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본회의에서 (특검) 재연장법을 밀어붙인다면 국민의힘은 응당 모든 수단 다 동원해서 맞서 싸울 것이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포함된다”며 “청와대가 이런 상황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필리버스터 극한 충돌이 예상되는 시간에 여야 지도부를 불러 오찬을 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한가한 발상에 기가 찰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야당과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 원내대표는 2차 종합 특검에 대해 “공정한 수사가 아니라 지방선거 내란몰이 공작일 뿐”이라며 “재연장법의 목표는 오로지 지방선거를 내란몰이 선거로 만들겠다는 술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연장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계엄 동조 혐의가 수사 대상으로 포함됐다”며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을 아무런 근거없이 계엄 동조범으로 몰아 정치적 타격을 주겠다는 선거 공작”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책 비전 경쟁이 아니라 야비한 ‘더티플레이’로 이겨보겠다는 무도한 반칙 정치”라며 “지금 시급한 것은 2차 종합특검이 아니라 통일교의 민주당 등 정치권에 대한 금품 제공 문제를 밝힐 특검과 김병기, 강선우, 김경 등으로 이어지는 공천 뇌물 특검 추진”이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한병도 신임 원내지도부 1호 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는 일방적 야당 탄압 특검법으로 처리할 것인가”라며 “야당을 협상 파트너이자 국정의 한 축으로 인정한다는 한병도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이 3일 천하로 그치고 국회가 또다시 무한 정쟁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16일 오찬 회동을 가진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참석 대상은 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7개 정당 지도부다. 다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불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 취임 후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22일 여야 지도부 초청 오찬, 같은 해 9월 8일 여야 대표 초청 오찬 및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단독 회담 이후 신년인사회 등 청와대 행사에는 불참하고 있다.
  • “보수·진보 다 겪어봤더니”…전 국회 비서관이 파헤친 정치판 실체

    “보수·진보 다 겪어봤더니”…전 국회 비서관이 파헤친 정치판 실체

    “여의도는 오래전 ‘너섬’이라 불렸다. 쓸모없는 모래섬으로 여겨졌던 이곳은 이제 수많은 사람이 목적을 품고 드나드는 정치의 중심지가 되었다. 국회는 하나의 ‘섬’이었다” 국회 보좌진으로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실을 모두 경험한 박윤수 전 비서관이 정치 현장을 기록한 에세이 ‘너섬객잔’을 펴냈다. 너섬객잔은 옛 이름 ‘너섬’인 여의도에 세워진 ‘객잔’, 즉 정치인과 보좌진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임시 거처에 빗댄 표현이다. 저자는 국회를 하나의 섬처럼 바라보며, 그 안에서 스쳐간 수많은 장면과 감정을 기록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령 선포 1년 후 대한민국 국회의 풍경, 정치인들의 과잉 공세, 팬덤 정치와 입법 권력의 충돌 등 동시대 정치의 민낯을 내부자의 시선으로 담아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에서 일한 그는 어느 한 진영의 논리로 국회를 재단하지 않는다. 대신 정치가 왜 늘 같은 방식의 갈등으로 귀결되는지, 그 구조와 관성을 내부자 시선으로 해부한다. 책에는 회의실 안의 정쟁뿐 아니라 뉴스에 나오지 않는 보좌진의 희로애락도 담겼다. 국회 내부에서 직접 경험한 권력의 작동 방식과 정치 갈등의 구조를 분석하면서, 저자는 정치에 여전히 사람의 온기와 진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추천사에서 “국회의 숨은 일상과 보좌진의 솔직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라며 “여야를 모두 경험한 보좌진이기에 가능한 깊이와 균형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평했다. 박 전 비서관은 “정치에 실망한 이에게는 공감을, 정치가 낯선 이에게는 이해의 계기를 주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사설] 강대강 무한대결 여야, 민생입법은 아예 잊었다

    [사설] 강대강 무한대결 여야, 민생입법은 아예 잊었다

    여야가 ‘통일교 특검’과 내란 등 3대 특검에 대한 2차 종합특검을 둘러싸고 격한 충돌을 이어 가고 있다. 통일교 특검은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 방식 등에서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여당은 새해 1호 법안으로 2차 종합특검법 처리를 공언했다. 연말연시 정국이 이 특검법들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반도체특별법 등 오늘 당장 처리해도 만시지탄인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정쟁에만 골몰하는 여야를 보자면 대체 이들은 왜 정치를 하며 무슨 염치로 따박따박 세비를 받는지 기가 꽉 막힌다. 여야 대표는 경쟁하듯 기자회견을 열어 통일교·2차 종합특검에 이견으로 맞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새해 첫 법안으로 3대 특검 수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2차 종합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2차 종합특검법은 법안 심사 등 절차를 고려하면 새달 12일 시작될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어제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이 발의한 통일교 특검법은 야당 발의 특검법을 막기 위한 물타기 법안”이라며 민주당이 신천지 개입 의혹을 수사에 넣고 ‘친여 성향 단체’에 특검 추천권을 주려 한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은 조국혁신당·개혁신당 합의로 특검 2명을 추천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여야는 무엇 하나라도 쉽게 합의될까 봐 일부러 어깃장을 놓는 듯하다. 집권당으로서 국정에 무한 책임이 있는 민주당부터 소임을 완전히 망각한 처신이다. 국민 피로감이 쌓일 대로 쌓인 3대 특검의 재탕 특검을 굳이 새해 1호 법안으로 선언한 것이 합당한가. 내년 지방선거까지 특검 정국을 이어 가려는 선거 전략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통일교 특검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특검 추천권을 여야 정당이 아닌 제3기관에 부여하자고 하나 중립적인 추천이 가능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느닷없이 신천지 의혹을 특검에 넣자는 조건으로 통일교 특검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의심을 스스로 사고 있다. 2018년쯤 통일교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면 올해 말 공소시효가 끝난다. 여야가 두 특검법으로 드잡이를 하는 사이 반도체특별법, 보이스피싱특별법, 재난관리기본법 등 190여 민생법안은 표류하고 있다. 주 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진 반도체특별법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묶여 있으니 유구무언일 뿐이다. 여당의 거대 의석 힘자랑, 야당의 필리버스터 모두 국민 눈에는 한심한 직무유기로만 보인다.
  • 한국은 아침에 발상, 저녁 뚝딱 발의… ‘영국의 91배·독일의 67배 ‘입법 홍수’[홍희경의 탐구]

    한국은 아침에 발상, 저녁 뚝딱 발의… ‘영국의 91배·독일의 67배 ‘입법 홍수’[홍희경의 탐구]

    법안 발의 2만건… 20년 만에 10배↑한국 국회 입법 신기록 경신 중#1 ‘빨리빨리’ 문화가 여전히 잘 작동되는 기관이 있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생산량 극대화를 추구하는 공간이 있다. 대한민국 국회다. 국회의 법안 발의건수는 20년 만에 10배 증가했다. 즉 16대 국회(2000~ 2004년)에서 2507건이던 법안 발의건수가 21대 국회(2020~2024년)에는 10.3배인 2만 5858건으로 17일 집계됐다. 22대 국회에선 이 최고기록이 다시 깨질 기세다. 앞서 국회미래연구원은 20대 국회(2016~2020년) 기간 주요국 의회의 법안 발의건수를 한국과 비교했는데 이때 이미 한국 의원 1인당 접수법안은 80.5건으로 영국(0.88건)의 91배, 독일(1.2건)의 67배였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법안 한 건을 심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7대 23분, 18대 19분, 19대 18분, 20대 13분으로 줄었다고 파악했다. 법안 물량 공세 속에 법안을 제대로 살필 재간이 없는 것이다. ‘입법홍수’가 지속되는 국회의 모습은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한다. 정부 수립 77년이 지났는데도 매년 수천 건의 새 법안이 필요할 정도로 법체계가 불안정한 것인가. 혹시 법의 양에만 신경 쓰느라 품질을 방관하고 있는 것인가. 법을 이토록 쏟아내는데도 공정성·신뢰 지수는 낮고 갈등 지수는 높다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그 답을 암시한다. 선진화법·의원 평가가 ‘주요 요인’문턱 낮은 ‘입법 컨베이어 벨트’#2 법안 폭증의 원인을 추적하면 몇 가지 제도적 요인이 보인다. 우선 법안 발의에 의원 10명의 서명만 갖추면 될 정도로 입법 문턱이 낮다. 300석 국회에서 3.3%의 동의로 법안을 발의할 수 있는 것으로 ‘아침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저녁에 법안이 나온다’는 우스개가 국회 주변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중의원에서 예산 수반 법안을 발의하려면 50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 일본, 입법 영향 분석과 재정 소요 추계가 법안 발의에 동반돼야 하는 독일과 다른 지점이다. 2012년 도입한 국회선진화법도 의도치 않게 ‘죽은 법안도 되살리는’ 효과로 이어졌다. 국회선진화법의 ‘안건 자동상정’ 제도는 상임위에 회부된 법안이 일정 기간 뒤 자동으로 전체회의에 오르게 했다. 소수당 법안이 심사대에 오르지도 못한 채 폐기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취지였지만,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 입장에서 보면 상정되지 못할 부담을 덜어 주는 효과가 생긴 것. 실제 18대 국회(2008~2012년) 의원입법 발의건수는 1만 1191건이었으나 국회선진화법 시행이 동반된 19대 국회(2012~2016년)에선 1만 5444건이 되더니 20대부터 법안 발의건수가 2만건을 넘기 시작했다. 비정부기구(NGO)의 의원 평가나 정당 공천 심사가 ‘법안 발의건수’를 주요 지표로 삼으면서 양산 유인이 더 커졌다. 질보다 양이 중요해지자 꼼수도 늘었다. 사회적 이슈가 터지면 의원실마다 비슷한 법안을 무더기로 발의한 뒤 상임위에서 합쳐 통과시키는 식이다. 피해자 이름을 붙인 ‘네이밍 법안’은 이 관행의 산물로 꼽힌다. 피해자들 이름 딴 법안 범람 지속‘네이밍 법안’ 위헌·실효성 논란#3 스쿨존 사망사고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 음주운전 재범을 가중처벌하는 윤창호법,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의무설치를 이끌어 낸 하준이법, 위험업무 외주화를 제한한 김용균법, 양육의무 불이행 부모의 상속권을 제한한 구하라법…. 20대 국회 이후 피해자 이름을 딴 법안들이 범람했다. 비극적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을 때 의원들이 비슷한 내용의 수십개 법안을 발의하고, 이를 피해자의 이름을 붙인 네이밍 법안으로 통칭한 뒤 법률로 탄생시킨 사례가 늘면서다. 그러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는 법이다. 네이밍 법안의 상당수가 위헌 논란이나 실효성 논란을 동반하는 부작용을 노출했다. 세 차례나 위헌 결정을 받은 윤창호법이 대표적이다. 2018년 9월 부산에서 만취 운전자에게 치여 윤창호 씨가 숨진 사고로 여론의 분노가 커지자 국회는 그해 12월 18일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 거부를 2회 이상 한 재범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가중처벌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고, 시행 3년 만에 윤창호법의 핵심 조항은 효력을 상실했다. 자신이 발의한 법률이 위헌 결정을 받아도 해당 의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는 드물다. 법안의 품질이나 실효성, 법체계와의 정합성보다 현안 이슈에 재빠르게 올라타 ‘네이밍 법안 입법의 주역’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해진 배경이다. 부실 입법에 대해선 “유권자가 다음 선거에서 심판할 것”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유권자가 개별 법안의 위헌 여부까지 따져 가며 투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법안은 쏟아지고 위헌 결정은 반복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됐다. 구조·시스템 설계 없이 규제만 강화처벌하려는 한국, 예방하는 미국#4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네이밍 법안’ 자체가 아니다. 피해자의 비극과 사회적 공분 과정에서 드러난 구조적 문제를 ‘빨리빨리’ 처리해 버리려는 한국 입법의 조급증이 문제다. 이 조급증은 대부분의 네이밍 법안이 처벌 및 규제 강화로 귀결되는 양상으로 드러난다.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시스템을 설계하려면 시간이 걸리고 현장의 목소리를 깊게 들어야 하지만, 형량을 올리는 방향으로 몇 개 조항을 고친 법안을 제출하는 것이다. 미국에도 피해자 이름을 딴 네이밍 법안이 있다. 1996년 텍사스주에서 아홉 살 앰버 해거먼이 납치·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앰버 경고’, 1994년 성범죄 전과자에게 살해된 일곱 살 메건 캉카의 이름을 딴 ‘메건법’이 대표적이다. 앰버 경고는 아동 납치가 발생했을 때 지역방송국과 경찰이 손잡고 TV와 라디오, 전광판으로 즉시 범죄 정보를 전파하는 조기 경보 시스템을 말한다. 주 단위 시범운영을 거쳐 2003년 연방법이 됐는데 26년 동안 1100명 이상 납치 아동을 구출하는 성과를 냈다. 메건법은 성범죄 신상정보를 지역사회에 공개하는 등록·감시 시스템으로, 뉴저지주에서 시작해 1996년 연방법으로 확대됐다. 결국 한국은 ‘엄벌’에, 미국은 ‘예방’에 집중하는 것이 차이다. 한국은 다음 가해자를 더 세게 처벌하려고 피해자의 이름을 빌리는 반면 미국은 다음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피해자 이름을 남긴다. 엄벌주의 입법은 ‘다음 피해자’를, 예방 중심 입법은 ‘피해의 종언’을 목표로 삼는 셈이다. 실제 판결 땐 기존 법 체계와 충돌상징적 엄벌, 정치적 재활용 반복#5 엄벌을 내세우면서도 네이밍 법안은 정작 ‘다음 가해자’를 강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법 조문에선 엄벌을 규정하지만, 실제 판결을 하려고 하면 기존 법 체계와 충돌하는 ‘상징입법’의 성격이 강해서다. 상징입법이란 실질적 효과보다 사회적 메시지 전달에 목적을 둔 입법을 뜻한다. 이를테면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로 어린이에게 상해를 입혔을 때 징역 1~15년의 처벌 규정을 두었다. 반면 타인에게 고의로 상해를 가하는 일반 특수상해죄에는 징역 1~10년형을 내릴 수 있게 법에 규정돼 있다. 교통사고 가해자인 과실범의 최고형이 고의범보다 높은 기형적 구조로,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입법 과정에서 있었지만 실제 표결에서 이를 문제 삼아 본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1명뿐이었다. 그러나 실제 형량은 조문과 달랐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인 2021년부터 2024년 4월까지 민식이법 위반 1심 판결 373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는 22건(5.9%)에 그쳤고 88%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였다. 법원이 과실범에게 고의범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양형 논리가 필요하지만, 현행 형사사법 체계와 충돌하는 이 논리를 정당화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신산업 규제 혁신·중장기 과제 표류‘빨리’ 입법, ‘느릿느릿’ 구조개혁#6 법이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은 국회의원에게 하나도 불리하지 않다. 오히려 입법 단계에선 “강력한 처벌법을 만들었다”고 홍보하고, 실효성이 없으면 국정감사에서 행정부를 추궁하고, 예산심의에서 관련 예산 확충을 요구할 수 있다. 부작용이 계속돼야 해당 사안으로 입법·감사·예산 세 영역에서 정치적 성과가 축적되는 구조다. 문제를 뿌리 뽑자는 주장은 국회의 일감 순환 구조를 끊는 악수로 취급된다. 그러나 조항 몇 개를 고쳐 엄벌과 규제를 강화하는 ‘빨리빨리’ 입법에 길들여진 의회일수록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된 중장기 과제를 후순위로 미루게 된다. 신산업 규제 혁신이나 연금개혁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지만 중요한 입법이 표류하는 이유다. 법은 차고 넘치는데 정작 필요한 입법은 미뤄지는 현실에서 법안 발의 건수 늘리기에 골몰하는 국회가 과연 국민에게 이로운지 질문하게 된다. 홍희경 논설위원
  • ‘환단고기’ 논란… 가짜 책으로 진짜 역사를 논할 수는 없다[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환단고기’ 논란… 가짜 책으로 진짜 역사를 논할 수는 없다[노정태의 뉴스 인문학]

    한민족 고대사, 재야 사학자들 주장李대통령, 재단에 ‘교육’ 관련 질문공식 석상서 재야의 역사 관점 옹호환단고기에는 20세기 이념도 담겨고대 역사서라면 있을 수 없어 ‘위서’서가에 꽂힐 영역은 역사 아닌 픽션 “역사 교육 관련해서, 무슨 환빠 논쟁 있죠? (중략) 왜 몰라요, 그걸. 그 있잖아요, 단군, ‘환단고기’(桓檀古記), 그 주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르잖아요. 음, 그런데 아예 동북아역사재단은 특별한 관심이 없는 모양이군요?”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을 향해 던진 질문이다. 의아해 하던 박 이사장은 곧 이 대통령의 질문을 이해했다. ‘환단고기’라는 책을 중심으로 ‘한민족의 위대한 고대사’를 논하는 소위 ‘재야 사학자’들의 의견에 동북아역사재단이 왜 귀를 기울이지 않느냐는 함의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요지부동이었다. “전문 연구자들의 이론과 주장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이제 전문 연구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박 이사장의 답변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자르며 되물었다. “증거가 없는 건 역사가 아니다?” ‘환단고기’의 내용이 사료(史料)로 입증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음을 익히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고 싶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는 듯했다. ●기원전  7000년 환국 문명 흔적 없어 ‘재야 사학자’들과 이미 대화를 시도했으나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박 이사장의 답변에 이 대통령도 더는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박 이사장을 향한 이 대통령의 질의는 적당히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이 ‘환단고기’와 ‘환빠 논란’을 언급했고, 심지어 그 책과 그런 관점을 옹호했다는 사실만큼은 역사에 분명히 기록될 예정이다. 대체 ‘환단고기’가 뭘까. ‘학계의 정설’에 따르면 위서(僞書)다. 누군가 어떤 목적을 지니고 지어낸 가짜 책이라는 뜻이다. 그 장엄한 내용을 아주 간단히 요약해 보자. 때는 기원전 7000년, 바이칼 호수에 뿌리를 둔 고대 문명이 있었다. 그 이름하여 환국. 환국은 전성기에 1억 8000만명에 달하는 인구를 자랑하며 동서로는 한반도를 넘어 일본과 메소포타미아 지역까지, 남북으로는 북극에서 인도까지, 사실상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신적인 존재이자 정치 지도자인 환인의 다스림 속에 환국은 태평성대를 누렸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제국은 없는 법. 환국은 언제부터인가 기울기 시작했다. 요임금이나 순임금 등 중국 고대사에 등장하는 인물과 국가에 우리 고대 제국의 드넓은 강역이 갉아먹히고 만 것이다. 결국 우리 민족은 저 드넓은 영토와 빛나는 역사를 모두 잃어버린 채 한반도라는 좁은 땅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런 찬란한 역사가 있었다는 사실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망각의 이유는 분명하다. ‘삼국사기’를 쓴 김부식부터 오늘날 주요 대학에 자리를 잡은 소위 ‘강단 사학자’들까지 민족의식을 저버리고 외세를 추종하며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 자부심을 등한시하는 기득권 세력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랑스러운 한민족은 강단 사학자들에게 더는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입을 틀어막고 있는 ‘재야 사학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억할 때 그 영광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문제가 있다. ‘환단고기’는 역사적 사실을 담은 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기원전 7000년이라는 연도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고고학적으로 볼 때 당시는 구석기 시대가 저물면서 신석기 시대가 막 시작되던 무렵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이집트 문명도 기원전 3000년쯤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기원전 7000년에 유라시아 대륙 전체를 지배하던 고대 문명이 있었다면 그 흔적이 어딘가에 어떻게든 남아 있어야 마땅하다. 물론 그런 건 없다. ‘환단고기’라는 책의 출현 시점도 그 내용에 대한 신빙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환단고기’는 1979년 9월 10일 광오이해사라는 출판사에서 발간되었다. 그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저자인 이유립은 자신이 그 책을 직접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911년 계연수라는 독립운동가 겸 도인을 만나 전수받은 다섯 권의 고대 문헌을 종합했다는 것이다. 같은 책 속에 내용의 충돌이 있고 몇몇 대목이 혼란스러운 것은 그래서라고 한다. 그런데 ‘환단고기’는 16세기에 쓰이기 시작한 지명, 18세기에 나온 개념, 20세기에 널리 퍼진 이념 등을 담고 있다. ‘국가’, ‘인류’, ‘전 세계’, 심지어 ‘남녀평권’(男女平權) 같은 근대 이후 개념들이 속출한다. 기원전 7000년의 역사를 담고 있는, 조선시대 이전에 작성돼 숨어 있다가 세상에 나온 고대 역사서에는 도저히 등장할 수 없는 내용이 수두룩하다. 가능한 설명은 단 하나뿐. 훨씬 후대의 누군가가 펴낸 조악한 위서라는 것이다. 여기서 진짜 문제가 등장한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가짜 역사책에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휘둘리는 걸까.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새삼 화제가 되었지만 ‘환단고기’가 정치인의 입에 오르내린 것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PC통신 시절부터 ‘환단고기’와 그 책을 추종하는 유사역사학에 대한 비판적인 글을 쓰며 전문성을 인정받은 역사 연구가 이문영은 ‘유사역사학 비판’(푸른역사, 2018)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2013년 8·15 경축사 때 박근혜 대통령은 ‘고려 말의 대학자 이암 선생은 나라는 인간에 있어 몸과 같고, 역사는 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암은 ‘단군세기’를 저술했다는 인물(물론 이는 ‘환단고기’의 주장일 뿐이다)이며, 해당 인용구는 ‘환단고기’ 서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대통령 연설에 ‘환단고기’의 문구가 인용된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환단고기’ 추종 세력의 영향력은 여전했다. ‘재야 역사학’에 몹시 우호적인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정권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매머드가 살아 숨쉬던 시베리아에 유라시아 대륙을 지배하는 거대 제국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기묘한 역사 판타지에 좌우를 막론하고 정치권의 일부가 힘을 실어 주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황당무계한 소리가 1980년대와 90년대, 심지어 2000년대까지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 1970년대 유신 독재 체제를 구축한 후 집권의 정당성을 찾아야 했던 박정희 대통령이 관제 민족주의 열풍을 끌어올린 후폭풍이었다. 박정희의 딸 박근혜뿐 아니라 운동권 대학생이었던 이 대통령조차 ‘환단고기’에 우호적인 것을 통해 알 수 있듯 박정희의 우호 세력만이 아니라 박정희에게 반대하던 ‘청년’과 ‘진보 세력’들도 고스란히 관제 민족주의 열풍에 휩쓸려 들어갔다. 그렇게 ‘환단고기’는 지금껏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적 역사 담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환단고기의  민족주의는  어둡고 위험 ‘환단고기’는 역사서가 아니다. 픽션이지만 허구가 아닌 역사책을 흉내낸다는 점에서 일종의 포스트모던 문학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 속에 담긴 내용이다. 우리 민족의 영광된 과거를 한없이 부풀리며, 그 몰락의 이유를 ‘외세’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환단고기’에 담긴 민족주의는 어둡고 위험한 사상일 수밖에 없다. ‘유사역사학 비판’의 한 대목을 읽어 보자. “유사역사가는 민족이라는 집단을 최우선시하는 쇼비니즘의 소유자들이다. 인도에서는 이런 유사역사학을 정체성으로 하는 인도인민당이 집권한 뒤 2002년에 구자라트 폭동이 일어났고 2000여명의 이슬람교도들이 죽임을 당했다. 이런 일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 ‘민족’의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2025년 말 대한민국이 만든 반도체가 전 세계의 스마트폰에 탑재되고 있다. 우리가 만든 자동차를 타고 수많은 나라 사람들이 세상을 누빈다. 우리가 듣는 음악에 세계인들이 춤을 추고 우리와 같은 드라마를 보며 울고 웃는다. 우리의 자부심을 위해 까마득한 기원전의 가짜 역사를 들먹여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쟁이 완전히 종결되기를 바란다. 서가에서 그 책이 꽂혀야 할 영역은 ‘역사’가 아니라 ‘픽션’이다. 노정태 작가·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 ‘3박 4일’ 필버 끝났지만… ‘내란재판부법’ 정면충돌 남았다

    ‘3박 4일’ 필버 끝났지만… ‘내란재판부법’ 정면충돌 남았다

    與, 대북전단 제지 ‘경찰관법’ 처리‘위헌성 논란’ 내란재판부법 수정안‘징벌적 손배’ 정통망법도 강행 방침국힘 “8대 악법 철회할 때까지 필버”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3박 4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전도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해외 순방 이후 쟁점 법안을 차례로 처리한다는 계획이어서 ‘성탄절 주간’에도 극한 대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차 필버 정국’의 마지막 법안인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74명 중 찬성 174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전원 퇴장했다. 개정안은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 등 행위에 대해 경찰이 현장에서 경고 또는 제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는 이제 우 의장의 해외 순방 기간(15~20일) 원내 전략을 재정비한 뒤 이달 하순 본회의에서 다시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 임시국회 일정에 대해 “의장과 협의 중”이라며 “21일 또는 22일 개의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21일 (본회의가) 시작이면 24일까지 3개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었으나 22일 개의한다면 2개 법안만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위헌성 논란이 있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과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내용의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상정 가능성이 높지만 최종 확정은 아니라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민주당은 전날 법무법인 LKB평산으로부터 받은 전담재판부 설치법 관련 자문 결과와 당 정책위원회를 통한 비공개 의견 수렴 결과를 반영해 수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정 대표가 직접 의원총회에서 수정안을 설명한 뒤 마지막 토론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내기로 했다. 지난 10일 상임위를 통과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권력자를 향한 감시·비판 보도의 위축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언론개혁특위 간사인 노종면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급적이면 오해가 없는 상태로 평가와 비판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입법 취지를 재차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쟁점 법안 중 이른바 ‘8대 악법’에 대해 필리버스터로 대응하는 한편 국회 본관 앞 천막 농성을 이어가며 대외 여론전을 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원내 전략은 압도적 다수의 힘 있는 민주당의 의사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전체주의 8대 악법에 대해서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주장했다.
  • 아동수당법 이달 내 처리 못 하면… 내년 36만명 ‘수당 0원’

    아동수당법 이달 내 처리 못 하면… 내년 36만명 ‘수당 0원’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목 잡히면서 내년에 36만명에 이르는 2017년생들이 아동수당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급 대상을 현행 ‘만 8세 미만’(7세까지)에서 ‘만 9세 미만’으로 넓히고, 2030년까지 매년 1세씩 올려 만 13세 미만까지 확대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이 여야 이견으로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법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내년에 만 9세가 되는 2017년생은 모두 수당 대상에서 일괄 제외된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법 개정이 연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부터 지급이 중단되는 아동은 36만 2508명이다. 모두 2017년생으로 올해 생일을 맞아 만 8세가 되기 전까지 아동수당을 받아온 아이들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만 9세가 돼 현행 나이 기준이 이대로 유지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생월에 따라 혜택 기간이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를 막기 위해 2017년 1~12월생은 내년에 생일과 관계없이 내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 예산도 미리 편성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컨대 2월생(2월에 만 9세)은 1개월만 받고 제외되는 반면 12월생은 11개월을 받게 된다. 그러나 법 개정이 늦어지면 이 특례 역시 집행할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이 잡혀 있다고 집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지급 나이가 법에 명시돼 있는 이상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이 다소 늦게 통과되더라도 누락분을 소급해 지급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령 내년 3월 법이 처리되면 1~3월분을 한꺼번에 받을 순 있다. 그러나 매달 통장에 들어오던 10만원이 새해부터 끊기는 체감 공백은 피하기 어렵다. 여야가 충돌하는 쟁점은 ‘나이 확대’가 아니라 ‘지역 차등 지급’이다. 정부안은 기본 10만원에 더해 비수도권 아동에게 5000원, 인구감소 우대지역에 1만원, 특별지역에 2만원을 추가 지급하도록 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으면 최대 3만원이 추가된다. 야당은 이를 ‘수도권 역차별’이라고 보고 반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넘지 못한 채 멈춰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은 어린이집 등 양육 인프라가 빠르게 줄고 있어 일정 수준의 우대가 필요하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회기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내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아동수당법 이달 내 처리 못 하면…내년 36만명 ‘수당 0원’

    아동수당법 이달 내 처리 못 하면…내년 36만명 ‘수당 0원’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목 잡히면서 내년에 36만명에 이르는 2017년생들이 아동수당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지급 대상을 현행 ‘만 8세 미만’(7세까지)에서 ‘만 9세 미만’으로 넓히고, 2030년까지 매년 1세씩 올려 만 13세 미만까지 확대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이 여야 이견으로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법이 올해 안에 국회를 통과하지 않으면 내년에 만 9세가 되는 2017년생은 모두 수당 대상에서 일괄 제외된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법 개정이 연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부터 지급이 중단되는 아동은 36만 2508명이다. 모두 2017년생으로 올해 생일을 맞아 만 8세가 되기 전까지 아동수당을 받아온 아이들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만 9세가 돼 현행 나이 기준이 이대로 유지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생월에 따라 혜택 기간이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를 막기 위해 2017년 1~12월생은 내년에 생일과 관계없이 내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특례’ 예산도 미리 편성했다. 그렇지 않으면 예컨대 2월생(2월에 만 9세)은 1개월만 받고 제외되는 반면 12월생은 11개월을 받게 된다. 그러나 법 개정이 늦어지면 이 특례 역시 집행할 수 없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산이 잡혀 있다고 집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지급 나이가 법에 명시돼 있는 이상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이 다소 늦게 통과되더라도 누락분을 소급해 지급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령 내년 3월 법이 처리되면 1~3월분을 한꺼번에 받을 순 있다. 그러나 매달 통장에 들어오던 10만원이 새해부터 끊기는 체감 공백은 피하기 어렵다. 여야가 충돌하는 쟁점은 ‘나이 확대’가 아니라 ‘지역 차등 지급’이다. 정부안은 기본 10만원에 더해 비수도권 아동에게 5000원, 인구감소 우대지역에 1만원, 특별지역에 2만원을 추가 지급하도록 했다. 지역사랑상품권으로 받으면 최대 3만원이 추가된다. 야당은 이를 ‘수도권 역차별’이라고 보고 반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넘지 못한 채 멈춰 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은 어린이집 등 양육 인프라가 빠르게 줄고 있어 일정 수준의 우대가 필요하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회기 일정을 고려하면 올해 내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서대문구의회 김덕현 운영위원장,학교폭력 예방 예산 대폭 삭감 질타

    서대문구의회 김덕현 운영위원장,학교폭력 예방 예산 대폭 삭감 질타

    서울 서대문구의회 김덕현 의회운영위원장(더불어민주당·연희동)은 2025년 행정사무감사에서 교육 안전 예산 삭감과 불공정 채용 시스템 문제를 집중 질의하며 집행부 각성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지원과 감사에서 “2025년도 학교폭력 예방 예산이 전년 대비 80% 가까이 줄어 집행된 것은 무척 걱정스러운 부분”이라면서 “최근 딥페이크, 사이버 성희롱 등 학교폭력 유형이 날로 교묘해지고 심각해지는데 관련 예산을 3250만원에서 650만원 수준으로 대폭 줄인 것은 사실상 아이들의 안전을 포기한 ‘행정 방기’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설 개선이나 AI 코딩 등 가시적 성과 사업 예산은 늘리면서, 정작 아이들의 안전과 직결된 학교폭력 예방 예산을 삭감한 것은 이중적 행정 태도”라며 “내년 교육경비보조금 지침에 학교폭력 예방 사업을 필수 권장 사항으로 지정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문화체육과 감사에서는 생활체육 라인댄스 강사 선발 과정의 공정성 문제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2025년도 라인댄스 지도강사 선발 2차 면접 심사위원에 합격자들을 직접 관리·감독해야 할 소관 부서장(문화체육과장)이 포함됐다”면서 “이는 심사의 객관성을 훼손하고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종 합격자 8명 중 4명이 서대문구 경력 보유자이며, 그중 3명은 직전 연도 강사 출신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관리 부서장이 심사에 참여함으로써 신규 강사들에게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채용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심사위원 구성 시 외부 전문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쿠데타 땐 탈영도 가능”…항명을 이렇게까지? 외국 사례 보니

    “쿠데타 땐 탈영도 가능”…항명을 이렇게까지? 외국 사례 보니

    오는 3일 12·3 비상계엄이 1년을 맞는 가운데 군이 위법한 명령을 수행해야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위법 명령 거부권은 상명하복이라는 군 조직 체계의 기본 원칙을 깨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과 비상계엄 같은 명백히 위법한 사태에 대응할 구제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이런 가운데 외국에서도 각 국가의 국내 사정, 처한 상황 등에 따라 항명 관련 규정이 다른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위법한 명령에 대한 적극적인 항명을 보장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복종의 의무를 우선하는 국가도 있었다. 외국군 가운데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을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한 국가로 프랑스가 꼽힌다. 프랑스는 우리나라의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해당하는 ‘국방법전’에 관련 조항을 두고 있다. 국방법전에는 상급자의 의무 조항에 ‘무력 충돌에 적용되는 법률, 국제법 규칙 및 현행 국제 협약에 위배되는 행위를 명령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하급자의 의무 조항에는 ‘명백히 불법인 행위를 하도록 규정하는 명령을 이행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또한 하급자는 상관으로부터 위법한 명령을 받으면 국방부 장관에게 거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위법한 명령의 이행을 막고 있다. 1·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도 여러 조항을 통해 위법한 명령이 실현되지 않게 하고 있다. 독일의 ‘군인의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명령이나 공식적인 목적을 위해 발령되지 않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은 불복종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범죄 행위로 이어질 경우에는 복종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독일 헌법인 ‘독일연방공화국 기본법’에는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자에 대해 저항할 권리가 명시돼있고 이는 군인에게도 적용된다. 쿠데타 같은 사태가 터지면 긴급피난 차원에서 탈영할 권리도 인정된다. 독일에서 적극적인 항명을 한 사례로 유명한 이가 플로리안 파프다. 2003년 미국의 침공으로 벌어진 이라크 전쟁 당시 컴퓨터·소프트웨어 관련 업무를 하는 장교였던 그는 전쟁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하기를 거부해 재판을 받았지만 독일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독일 군인은 단순 복종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국제법을 준수할 의무도 있다고 판단했다. 영국은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명시적으로는 없다. 다만 영국의 ‘2006 군사법’ 해설에 따르면 복종 대상을 적법한 명령으로 한정하고 있다. 명령에 복종했다가 범죄가 성립되면 명령에 따랐을지라도 하급자에게 책임이 인정된다. 이는 하급자에게 명령의 정당성을 판단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에서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걸쳐 이어진 북아일랜드 분쟁 당시 일부 영국군이 ‘사살 우선 정책’(shoot-to-kill policy)에 협조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고 정당한 행동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미국은 복종의 의무를 우선하며 위법한 명령에 대한 수명자의 불복종을 명시하는 조항은 없다. 위법한 명령의 내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대신 상관의 명령이 범죄로 이어졌을 때 명령을 이행했을 뿐이라는 항변은 인정된다. 잘못된 명령으로 발생한 문제와 관련해 형사책임을 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둔 것이다. 다만 미국 역시 이라크전 초기에 민간인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했던 것이 정당한 거부로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벌어진 ‘미라이 학살’ 때도 미 육군 항공대 소속 항공준사관 휴 톰슨 주니어가 민간인 학살 현장을 목격하고 생존한 민간인 구출을 단행한 바 있다. 톰슨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하들에게 미군을 향한 무장 준비 지시까지 해가며 적극적으로 항명했고, 그의 이야기는 현재 위법한 명령에 대한 정당한 불복종의 대표 사례로 교육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계엄을 계기로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법 개정안이 다수 제출됐다. 계엄 이후 발의된 거부권 관련 법안은 총 10건으로 각각 김한규·김현정·홍기원·이연희·이학영·민형배·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계엄 이후 헌법과 계엄법 교육을 매년 1회 의상 의무화하는 등의 군 교육 관련 법안도 총 4건 발의됐다. 국방부도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25조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문구 가운데 ‘정당한 명령’ 이라는 표현을 넣거나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담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난달 2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법률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갈등 끝에 합의가 불발됐다. 당시 회의에서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일사불란한 명령지휘 체계를 흔들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반대 입장을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보면 상당히 짧은 시간 내에 지휘관이 판단해서 대응하도록 돼 있는데 일선 장병까지 그런 판단을 해야 될 상황이 생기면 상당한 지연과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육군 중장 출신의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도 “수명자에게 자꾸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12·3 계엄을 내란이라고 이런 법을 계속 만들겠다고 하는데 군 출신들은 수긍할 수 없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백선희 혁신당 의원은 “한 위원님이 우려하는 바는 군인에게 헌법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헌법 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을 추가해 우려하는 부분까지 불식시킬 수 있게 불이익 금지 조항을 보완하면 우려를 덜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野 “與, 대장동 국정조사 거부”…여야 협상 엇박자

    野 “與, 대장동 국정조사 거부”…여야 협상 엇박자

    국민의힘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관련 국정조사를 여당이 거부하고 있다며 “꼼수 쓰지 말라”고 촉구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국정조사 개최를 위한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이 정상적인 국정조사 진행을 위해 제시한 부분에 대해 하나도 수용할 수 없다는 민주당의 답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사실상 여당이 국정조사 추진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여당이 주장해왔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 개최에 대해 조건부 수용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의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국조 증인 및 참고인 여야 합의 채택,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독선적 운영 중단 등이 해당 조건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우리가 요구한 것은 조건이 아니라 상식”이라면서 “민주당은 진정 야당 간사도 없는 일방적인 국정조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여야 합의 없이 여당이 부르고 싶은 증인만 불러서 그들만의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뜻인가. 또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독단적인 회의 진행, 비정상적인 행태를 그냥 계속하겠다는 통보인가”라고 따져물었다. 그는 “민주당은 꼼수 쓰지 말고 당당하게 원칙의 정치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면서 “국민의힘은 진실규명을 끝까지 놓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이 조건 없이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정조사감이 아님에도 민주당이 대승적으로 국정조사를 받아들였는데, 국민의힘이 정작 딴짓을 한다”면서 “국정조사를 위한 전문성을 갖춘 법사위에서 하자고 하니까 (국민의힘이) 전제조건을 건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국정조사가 시행되면 검찰과 합작해온 행위가 드러날까 피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국정조사를 안 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나 의원 등에 대한 검찰의 항소 포기를 거론하며 “국민의힘 주장대로 항소 포기만 국정조사를 하려면 나 의원에 대한 항소 포기도 함께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검찰, ‘패스트트랙 충돌’ 박범계·박주민 의원에 벌금형 구형

    검찰, ‘패스트트랙 충돌’ 박범계·박주민 의원에 벌금형 구형

    2019년 벌어진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범계·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벌금형이 구형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6년 7개월 만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김정곤)는 28일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박주민 의원, 이종걸·표창원·김병욱 전 의원,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관 등 10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박범계 의원에게 벌금 400만원, 박주민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에게는 벌금 1500만원, 이종걸, 표창원 전 의원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원과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보좌진과 당직자에게도 200만~1200만원의 벌금형이 구형됐다. 이들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관계자를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각 피고인의 유형력 행사 정도, 행위 태양, 관련 사건 선고 및 진행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구형했다”고 밝혔다. 여야는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릴지를 두고 충돌한 직후 상대방을 고소·고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폭행 등 혐의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됐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지난 20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장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벌금 2400만원, 황교안 자유와혁신 대표에게 벌금 190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전날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에 대한 항소 포기를 결정했다. 그러나 나경원·윤한홍 의원, 곽상도·김선동·김성태·박성중 전 의원, 황 대표, 이장우 대전시장은 항소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피고인만 항소했을 때 1심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상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의원직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패스트트랙 충돌’ 1심 결심 공판 출석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 “보복 기소”

    ‘패스트트랙 충돌’ 1심 결심 공판 출석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 “보복 기소”

    2019년 벌어진 ‘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윤석열 검찰에 미운털이 박힌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선별적 보복 기소”라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김정곤)는 이날 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박범계·박주민 의원, 이종걸·표창원·김병욱 전 의원, 민주당 당직자와 보좌관 등 10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박주민 의원은 공판에 출석하면서 “이 사건은 과거 검찰의 정치적 수사와 기소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진실이 드러나고 그 진실에 부합하는 구형과 판결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같은 사건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국민의힘 관계자들을 상대로 검찰이 전날 항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점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범계 의원은 “이 사건은 ‘동물 국회’를 극복하는 국회선진화법을 적용한 첫 번째 케이스”라며 “(검찰이) 사건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항소를 포기했다고 설명했지만,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는 항소 포기였다”고 말했다. 박주민 의원은 “검찰 내부 규정에는 구형한 형과 다른 형이 선고되면 항소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그런데도 항소하지 않은 것은 제대로 된 업무처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당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관계자를 폭행하거나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그동안 재판에서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의 위법행위에 저항해 소극적 방어행위를 한 것에 불과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여야는 2019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과 공직선거법 개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릴지를 두고 충돌한 직후 상대방을 고소·고발했다. 회의를 열려던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 폭행 등 혐의로, 회의를 막으려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부분 국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됐다.
  • 대여 ‘샤우팅’ 화제된 최보윤…공수 ‘올라운더’ 역할 [주간 여의도 Who?]

    대여 ‘샤우팅’ 화제된 최보윤…공수 ‘올라운더’ 역할 [주간 여의도 Who?]

    매주 금요일 [주간 여의도 Who?]가 온라인을 통해 독자를 찾아갑니다. 서울신문 정당팀이 ‘주간 여의도 인물’을 선정해 탐구합니다. 지난 일주일 국회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정치인의 말과 움직임을 다각도로 포착해 분석합니다. “대장동 이재명”, “대장동 이재명” 최보윤(초선, 비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3일 같은 당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같이 외치는 모습이 유튜브 숏츠에 나왔다. 핏대를 세우며 “대장동 이재명”을 외치는 최 의원을 두고 당원들 사이에서는 ‘샤우팅좌’(강하게 고함을 잘 지르는 사람)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회의장에서는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외압 ‘윗선’ 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이 “대장동 이재명”이라고 외치며 항의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내란당”이라고 맞받으며 충돌했다. 최 의원은 2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소수야당이라 수는 적어도 더 절실한 마음으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 체제에서 당 수석대변인으로 임명된 최 의원에게 대여 투쟁 현장에서 ‘올라운더’(멀티 포지션 역할) 역할을 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의 ‘입’ 역할을 하며 각종 현안 최전선에서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때론 당을 방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 의원이 수석대변인으로서 ‘대장동 항소 포기’, ‘10.15 부동산 대책’ 등 현안에 대해 당번 때 하루 4~5개 논평을 소화할 수 있는 이유는 장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 꾸준한 소통하고, 현안에 대한 고민들을 메모하는 습관 덕이다. 그는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최 의원은 “중요 간담회 등 현장은 당번이 아닐 때라도 되도록 참석을 하려고 한다”며 “현장 목소리가 현안과 맞물려지는 내용들을 주로 논평에 담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지난 8월 수석대변인에 임명된 후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늘 낮은 자세로 귀 기울이겠다’고 했고, 지난 10월 국감이 끝나고는 ‘정확한 기록과 치열한 질문 덕분에 국회의 감시와 견제가 더욱 빛날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을 저격한 박민영 당 미디어 대변인이 장애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당 지도부 일원인 최 의원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신중 모드를 지키고 있다. 장애인 몫 비례대표의 역할이라는 정치권의 오랜 숙제는 최 의원의 과제이기도 하다. 사법연수생 시절 의료사고로 하반신 마비명함에는 ‘가장 낮은 곳, 가장 밝은 등불’최보윤, 1호 법안은 ‘장애평등정책법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 의원은 여야 갈등이 최고조였던 지난 ‘난장판 국감’에서도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과 차별을 끄집어내며 정책 국감의 모범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의원은 복지부 대상으로 대전 한화이글스 구장에서 장애인석을 일반 좌석으로 판매한 사건을 지적했고, 종합감사에서는 “휠체어 장애인석이 11만원에 암표로 거래되고 있다”고 질타하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답을 받았다. 1978년 서울에서 태어난 최 의원은 후천적 장애인이다. 한영외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등 ‘엘리트 주류’의 삶을 살다가 사법연수생 시절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타고 다니게 됐다. 이후 의료 사고나 산업 재해 등을 겪고 장애가 생긴 피해자를 대리하는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공천받아 22대 총선에서 뱃지를 달았다. 최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 체제에서 당 중앙장애인위원회 위원장, 격차해소특위 위원 등을 맡았고, 이후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다. ‘가장 낮은 곳의 가장 밝은 등불’, 최 의원 명함에 적힌 글귀는 그의 정치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의원은 글귀에 대해 “국회의원이 되기로 마음 먹은 이유”라며 “신체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다른 어려움이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섬기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최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장애평등정책법안을 발의했다. 장애평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장애영향평가 등을 실시하도록 한 내용을 담았다. 지난 9월에는 장애인·고령자 등 인공지능(AI) 취약계층의 정책 수립 참여 권리 등을 보장하기 위한 ‘인공지능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사설] 항해사가 휴대전화 보다 좌초… 등골 서늘한 안전불감증

    [사설] 항해사가 휴대전화 보다 좌초… 등골 서늘한 안전불감증

    그제 저녁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발생한 여객선 좌초 사고는 선박 조종을 맡은 항해사가 휴대전화를 보며 한눈을 판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해경 초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사고 해역을 담당하는 관제사도 좌초 여객선이 3분간 항로를 이탈했는데도 신고가 들어올 때까지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자칫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는 점에서 등골이 서늘해진다.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을 태우고 제주에서 목포로 향하던 퀸제누비아2호는 출항 약 3시간 반 뒤인 오후 8시 17분쯤 장산도 인근 무인도 족도의 암초에 걸려 좌초했다. 선체가 왼쪽으로 15도 기울었으나 전복되지는 않았고, 침수와 침몰 위험도 피해 사고 3시간여 만에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그럼에도 여객선 좌초 소식이 전해진 순간부터 구조 완료 때까지 많은 국민이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불안과 충격 속에 가슴을 졸여야 했다. “이번 사고가 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희생자의 가치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는 시민단체의 비판이 조금도 과하지 않다. 해경 조사에 따르면 좁은 협수로에서는 안전을 위해 수동 운항을 해야 하지만 항해사는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며 자동항법장치에 의존하다 충돌을 일으켰다. 함께 조타실에 있던 외국인 조타수도 임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은 이들의 중과실이 명백하다고 보고 두 사람을 긴급체포했다. 근무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타실에 없었던 선장에 대해서도 조사 후 신병 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법과 감독이 강화됐지만 낚싯배 사고 등 해상 안전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운항자 상당수가 충분한 안전교육 없이 영업에 나서는 관행도 바뀌지 않고 있다. 안전 규정을 더욱 촘촘히 보완하고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 [열린세상] 법이면 다 되는 파라다이스

    [열린세상] 법이면 다 되는 파라다이스

    법의 만능시대다. 도깨비방망이처럼 남자를 여자로 바꾸는 일까지 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세상이니 법이면 못 할 것이 없는 것 같다. 경제도 법으로, 인권도 법으로, 복지도 법으로 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 법으로 하면 코스피도 1만이 되나, 파라다이스인가. 지금 같은 법 만능시대에 법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과 기준을 줄까. 삶의 여정 속에 보이는 법의 모습이 철학적 사유의 모습들과 어떤 관계를 갖게 될지 법의 오늘을 한번 생각해 본다. 요즘 대한민국 국회를 보면 마치 ‘법 공장’ 같다. 과연 누구를 위하여 법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국가, 정부, 여당, 야당, 기득권, 이익단체, 국민, 아니면 미래 세대. 국민의 법은 스스로를 지키는 눈에서부터 출발한다. 법은 본래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장치’다. 그런데 지금 법은 점점 국민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국민을 통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국회가 새로운 법을 만들 때마다 시행령, 시행규칙, 행정지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나 행정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 법을 집행하기 위한 공무원, 위원회, 예산이 따라붙는다. 결국 국민의 세금이 규제비용으로 소모되는 것이다. 제15대 국회 당시 800여개 남짓 제정된 법률이 지금은 2000개를 훌쩍 넘어섰다. 30년 동안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국회의원 한 명이 임기 중 내는 법안 수는 15대 때 평균 2건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50건을 넘는다. ‘입법 실적’이 정치적 능력으로 평가받는 현실에서 법은 신중히 다듬어지는 대신 ‘속도전’의 대상이 돼 버렸다. 그 결과 만들어진 법 중 상당수는 실제로 집행되지 않거나 시행 1~2년 만에 폐지·개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을 만들 때보다 고치는 데 더 많은 세금이 들어간다. 문제의 본질은 ‘법 만능주의’에 있다.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이다. 그러나 법이 많아질수록 법의 권위는 떨어진다.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법,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결국 ‘죽은 법’이 된다. 정의 실현 또한 그 법이 공정하게 적용되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살아 있는 법’이다. 법을 만들기 전에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법을 지키기 쉬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법을 어길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방치한 채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 처방이 아니다. 교통법규를 예로 들어 보자. 복잡하고 예외가 많은 규정보다 신호체계가 명확하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로가 사고를 줄인다. 법보다 환경이 먼저다. 법은 사회를 이끄는 도구이기 전에 사회의 성숙도를 비추는 거울이다. 지난 70여년 동안 만들어진 법률은 과거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맞춰 설계된 것이 많다. 산업화 시절의 법, 개발 중심의 행정체계를 전제로 한 법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은 초고령사회,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시대의 한가운데 있다 보니 새로운 산업은 ‘규제 사각지대’에 갇히고 변화는 늘 법의 벽에 부딪힌다. ‘법을 더 만드는’ 국회가 아니라 ‘법을 다시 정비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낡은 법을 걷어 내고 서로 충돌하거나 중복되는 불필요한 법을 정리해야 한다. 우리가 진정 법치를 바란다면 법을 양산하는 대신 법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법, 지키기 쉬운 법을 만들어야 한다. 법이 국민의 삶을 짓누르는 규제가 아니라 신뢰와 예측 가능성을 주는 울타리가 돼야 한다. 법이 적고 단순하며 공정하게 작동할 때 사회는 강해진다. 위정자의 한마디에 각종 이름이 붙는 ○○법이 탄생하는 사회는 건강할까. 결국 법을 살리는 길은 이미 있는 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개혁이다. 법의 만능을 믿기보다 법이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드는 정치와 지혜가 지금의 대한민국에 시급하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 [사설] ‘패스트트랙 충돌’ 유죄… 여야 모두 왈가왈부 자격 없다

    [사설] ‘패스트트랙 충돌’ 유죄… 여야 모두 왈가왈부 자격 없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등 현직 의원 6명이 어제 5년 10개월 만에 열린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6명에게 모두 유죄를 선고하며 “숙의의 전당인 국회 내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입법활동과 공무수행을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일반 형사사건에서는 금고 이상, 국회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재판부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와 국회법 위반 혐의를 분리해 선고했다. 국회법 위반 혐의 관련해서는 모두 4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직 의원 6명의 정치적 운명이 걸렸던 국민의힘으로서는 벼랑끝에서 가슴을 쓸어내렸을 법한 판결이다. 그런데도 선고 직후 나 의원은 “법원이 명백하게 우리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고 했다.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당당하게 입장을 밝힐 자격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나 의원을 포함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소속 27명은 2019년 4월 채이배 당시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감금하거나 의안과 사무실 등을 점거한 혐의로 2020년 1월 기소됐다. 당시 여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할지를 놓고 극한 대립 끝에 물리적으로 충돌했다. 욕설과 고성, 몸싸움이 난무했고 ‘빠루’ 같은 연장까지 동원한 그야말로 ‘동물국회’를 재연했다. 아수라장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대법원 판결을 “정치적 항거의 명분” 운운하는 것은 뻔뻔하고 낯뜨거운 일이다. 자신들이 주도해 만들었던 국회선진화법을 무시하면서 패스트트랙을 막겠다고 물리력을 불사한 행태가 과연 공당으로서 올바른 대응이었다고 할 수 있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판결에 “백지 면죄부”, “솜방망이 선고”라며 거칠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의 반응이 어이없고 볼썽사납지만, 민주당 역시 이 사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당시 민주당은 합의 처리가 관행인 선거법 개정안을 공수처 설치 법안 등 아무 연관도 없는 법안들과 패키지로 묶어 패스트트랙에 올려 이런 사단을 빚었다. 대화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할 집권여당이 협치의 정신을 묵살한 후폭풍이 이 지경 아닌가. 선고를 놓고 여야 모두 왈가왈부 따지는 것 자체가 국민 눈에는 몰염치해 보인다. 극한 대치와 정치의 사법화로 병이 깊을 대로 깊어진 국회의 현주소를 뼈저리게 돌아보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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