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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덕대왕신종, 22년 만에 퍼진 ‘천년의 울림’

    성덕대왕신종, 22년 만에 퍼진 ‘천년의 울림’

    시민 771명 초청해 총 12번 타종 보존 개선 위해 신종관 건립 추진 영혼을 울리는 ‘천년의 소리’가 22년 만에 ‘천년고도’ 경북 경주에 울려 퍼졌다. 가을비의 습기를 머금은 공기를 가르며 그윽하게 퍼지던 소리는 사그라드는 듯하다 다시 피어나 긴 여음을 남겼다. 24일 오후 7시 국립경주박물관은 771명의 시민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주낙영 경주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를 열었다. 771은 성덕대왕신종이 조성된 해를 상징한다. 성덕대왕신종은 1992년까지는 제야의 종으로 꾸준히 울려 퍼졌지만 균열이 우려돼 1993년부터 제야의 종 역할을 내려놓았다. 이후 여러 차례 타음조사만 이뤄졌는데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03년 이후 22년 만이다. 이날 보신각 종지기를 지낸 신철민씨와 국가무형유산 주철장 이수자 원천수씨가 타종자로 나서 12번 종을 쳤다. 길이 187㎝, 두께 35㎝의 당목(종 치는 막대기)은 1분~1분 30초 간격으로 연꽃무늬 당좌(종 치는 자리)를 힘차게 때려 장엄한 종소리를 냈다. ‘에밀레종’으로도 많이 알려진 국보 성덕대왕신종은 석굴암과 함께 신라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이다. 높이 3.66m, 무게 18.9t의 청동 범종으로 웅장한 규모뿐만 아니라 다채롭고 아름다운 문양, 깊은 소리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다. 한국에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큰 종이기도 하다. 공개회 현장에 참석한 이건용 작곡가는 “아름다운 소리였고 흠잡을 데 없는 소리여서 더 듣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며 “길게 이어지는 여음에 제 마음이 실려 갔듯 이 소리가 계속 울려서 우리의 마음을 다 모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이날 타음조사를 시작으로 2029년까지 다양한 조사를 실시한다. 올해는 종의 맥놀이 현상(진동수가 다른 두 파동이 만나 소리의 세기가 주기적으로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음향 현상) 연구, 타종 전후 변화를 파악하는 고해상도 사진 촬영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신종관(神鍾館) 건립도 추진한다. 앞선 연구에서 성덕대왕신종은 걸쇠와 용뉴(종 꼭대기 장식)가 구조적으로 약한 데다 야외의 온·습도 변화에 상시 노출돼 있으며 태풍·지진·화재 등의 천재지변에도 취약하다는 점 등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윤상덕 박물관장은 “성덕대왕신종의 보존과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서 신종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평상시에는 종을 매달지 않고 바닥으로 내려 무게를 지탱하던 용뉴를 보호하고 높이가 높아서 보기 힘들었던 종의 상부도 가까이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경주의 오월, 책며들다… 창 안의 고도, 빠져들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경주의 오월, 책며들다… 창 안의 고도, 빠져들다 [박상준의 書行(서행)]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는 오월에 찾아야 한다. 서가의 창으로 ‘늦봄이나 초여름에 새로 나온 잎의 푸른빛’이 비치는데 휘황하다 못해 찬란하다. 불과 한두 해 전만 해도 찾는 이 없던 박물관 외진 자리의 수장고는, 이제 쉼을 찾는 관람객이 도란도란 둘러앉아 독서의 광합성을 즐기는 곳이 됐다. 초록 잎이 아느작대는, 사르르 한 오후의 햇살을 누리며, ‘신록의 계절’이란 이런 것이군 하며.●외져서 한갓진 ‘천년의 서고’ 신라천년서고는 국립경주박물관의 도서관이다. 박물관 서별관을 활용했다. 원래 서별관은 박물관 업무 공간이었다. 마지막 임무가 수장고였다. 그래서 박물관 중심에서 한 걸음 떨어진 외진 구역에 있다. 지금은 오히려 그 한갓진 자리가 매력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에 가기 위해서는 박물관의 주요 전시관을 두루 지나야 한다. 정문으로 들어서 야트막한 동산을 끼고 돌자 본관 격인 신라역사관이 나타난다. 반대편은 불국사 다보탑과 석가탑 복제품이 있는 박물관 중정이다. 그 주변으로 월지관, 신라미술관 같은 또 다른 전시관과 야외 전시물이 위치한다. 사이사이로 웃자란 나무와 식물이 화창하다. 박물관과 같이 나이 먹었다면 50년 가까운 푸름이겠다. 물론 아직 신라천년서고는 보이지 않는다. 월지관 뒤편으로 한두 층 정도 높이를 낮춘 땅에 비껴 숨어 있는 까닭이다. 신라천년서고 가는 길을 두루뭉술하게라도 읊는 이유는 초록이 황홀하니 찬찬히 음미하며 걷고, 또 한편으로는 전시관 한 곳이라도 들렀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눈에 띄는 유물이 하나라도 있다면 신라천년서고에서 분명 반짝이는 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다. 그 책의 인연을 발견하는 동안 나른하게 스미는 햇살과 창밖으로 서성이는 신록이 더해져 추억이 되고, 그 장면과 장면이 모여 우리의 역사가 될 것이다. 역사란 인류와 사회 변천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연혁이기도 할 테니까. 신라천년서고를 값지게 즐기는 방법이다. ●닫힌 수장고에서 열린 도서관으로 신라천년서고의 외관은 의외로 덤덤하다. 신라역사관을 닮았지만 누가 지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요즘 도서관 건물의 화려함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내부는 반전이다. 국내 실내디자인상을 대표하는 골든스케일베스트어워드 수상이 거저 주어졌을까. 신라천년서고의 리모델링은 김현대, 김수경 건축가가 맡았다. 외관은 그대로 두고 주로 내부를 디자인했다. 우선 옛 수장고의 기능을 지웠다. 안에서 밖을 넉넉히 볼 수 있도록 창을 늘렸고 천장을 걷어 층고를 높였다. 지붕부는 한옥 구조를 복원해 고풍스럽다. 반면 조명은 과하지 않게 내려 자연광과 부드럽게 섞인다. 기품과 안온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다.안으로 들어서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석등이다. 뒤편 창 너머로는 댓잎이 반짝인다. 대숲 사이로는 월지관으로 향하는 돌계단이 나 있다. 석등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될 만큼 대단한 유물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라천년서고의 맞이 공간에 서니 위풍 있고 당당하다. 박물관 야외 고선사지 삼층석탑 옆에 초라하게 있던 시절은 아득한 기억이다. 책은 시대를 밝힌 불빛이란 의미일 텐데, 도서관의 침묵을 흔들어 기분 좋은 긴장을 만든다. ●책 안에 경주의 역사가 오롯이 석등이 신라천년서고의 첫인상이라면 오른쪽 전시서가는 첫인사다. 표지가 보이도록 전시한 책들은 전국 국립박물관들의 도록이다.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 50년 1971~2021’(2021. 9~2022. 3)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2022. 7~2024. 1)까지 스물네 권의 도록이다. 2~3년 상간 우리 국립박물관이 관심 가진 전시 주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가운데 2022년에 있었던 국립경주박물관의 ‘낭산, 도리천 가는 길’의 전시 도록을 편다. 낭산은 경주 남산의 오타가 아니다. ‘신들이 노니는 숲’이라 해서 ‘신유림’(神遊林)이라 했던 산이다. 선덕여왕은 생전에 자신을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유언했다. 신하들이 어디냐 물으니 ‘낭산 남쪽’이라 했다. 바로 그 낭산이다. 도록에는 ‘신라인들은 힘든 일이 있으면 낭산을 찾았다’고 나온다. 전시관에서 본 유물 가운데 낭산의 것이 있었나 기억을 더듬는다. 그러고는 휴대전화 지도 앱을 열어 낭산을 표시한다. 박물관에서 불과 2㎞ 거리다. 막 지나온 경주 여행이 신라천년서고에서 다시 시작된다.맞은편 ‘북큐레이션’ 방 역시 국립경주박물관만의 개성이다. 대표적인 큐레이션은 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시다. 특별전 주제와 연결 고리를 가진 책들을 전시 큐레이터와 도서관 사서가 협의해 선정한다. 다음 특별전은 오는 7월 16일 시작하는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 70주년, 기억과 연결’전이다. 가족 여름휴가로 기대해 봐도 좋겠다. 큐레이션 방에 놓인 낡은 책상도 시선을 끈다. 관사에서 쓰던 가구와 문구류로 국립경주박물관 사람들의 역사인 셈이다.●근엄하지 않아 ‘눕독’ 북큐레이션 방을 나오자 정면 끝에 큰 세로 창이 벽을 대신한다. 시선은 창밖의 수묵당과 고청지의 소나무까지 단숨에 내달려 활짝 열린다. 머리 위로는 전통 한옥의 보와 동자주, 서까래 등이 고스란한데 이를 받치고 있는 건 콘크리트 기둥이다. 전통적인데 현대적이다. 서가는 그 좌우로 도열하며 창밖 풍경을 고조한다. 안과 밖을 연결하며 확장하는 힘이 세다. 두 건축가가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의 서가 구조를 떠올려 설계했다는 말이 이해된다. 풍경에 빼앗긴 넋을 수습하고 서가의 책들을 살핀다. 신라천년서고는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아카이브 한 10만여권 가운데 1만여권을 선별했다. 신라와 경주를 다룬 책들과 국립경주박물관 발간 도서 그리고 도서목록의 절반이 넘는 6000여권의 전시도록이다. 그래서 여느 도서관과 달리 서가 분류에 도록과 지역 박물관 등을 포함한다. 그렇다고 근엄한 도서관이라 오해해서는 곤란하다. 신라천년서고 소개 글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눕독’(누워서 하는 독서)이다. 음료 반입과 가벼운 대화도 막지 않는다. 물론 실제로 누워서 독서할 수 있는 곳이 있지는 않다. 소파에 절반쯤 몸을 기댄 채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충분하다.●푸르러 취하는 오월의 창가 그럼에도 이곳은 도서관. 책 여행을 빼놓을 수 없겠다. 오늘의 ‘읽만책’(읽다만 책)을 찾아 신라천년서고가 자랑하는 도록의 서가 사이를 거닌다. 역시나 크고 두꺼운, 만만하지 않은 제목의 책들은 선뜻 꺼내 들게 되지 않는다. 다행히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방에서 인상 깊게 조우했던 ‘반가사유상’(강우방, 민음사)이 보인다. ‘반가사유상’은 두 반가사유상을 세밀하게 클로즈업한 사진집에 가깝다. 덕분에 금관의 해와 달 문양, 뜻밖에도 아이 같은 개구진 표정, 심지어 두 반가사유상의 콧대 높이가 꽤나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멀리서 보던 것을 세세하게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즐거움, 그게 도록을 읽는 재미의 하나란 걸 뒤늦게 깨닫는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독서에 몰입한다. 소파에 기대 오른쪽 다리를 왼편 무릎 위에 걸치고 턱을 괸다. ‘조선의 소반’(국립전주박물관)과 ‘미물지생’(국립춘천박물관)의 조충도를 넘기는 동안 오월의 시간은 유유히 흐른다. 창밖으로는 햇살 아래 아지랑이처럼 느리게 걷는 연인들이 보이고 그들 곁으로 들뜬 초록이 파도친다. 마침 유리창 위로 이내 얼굴의 푸근한 미소가 번지는데 그게 반가사유상을 닮았다 하면 지나친 자아도취려나? 경주가 간직한 신라의 시간은 유독 깊고 천년서고의 시간은 홀로 느리게 흘러간다.●와우~! 여기가 ‘국립’이라고? 신라천년서고를 나와서 다시 국립경주박물관을 서성인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전시관들은 공간 탐구 관점에서 봐도 흥미롭다. 신라역사관은 고 이희태 건축가가 1975년 설계했다. 상부는 황룡사구층목탑, 하부는 경복궁 경회루의 재해석이다. 콘크리트 기초 위에 한옥 지붕을 이고 처마 끝을 살짝 들어 올렸다. 주변으로는 열주가 건물을 두른다. 당시로는 고도 경주와 결을 맞추려는 최선이었겠다. 신라역사관의 실내 로비 등은 다음 세대 디자이너 양태오(태오양 스튜디오)가 2019년 바통을 이어 리모델링했다. 그는 ‘아키텍처럴 다이제스트’와 ‘바이 디자인’이 꼽은 세계 100대 디자이너(스튜디오)다. 로비와 진열장 틀 밖으로 나온 유물들, 신라의 장신구를 차용한 조명, 통로와 유리벽 너머로 품은 정원과 남산의 풍경은 기존 국립박물관의 문법을 기분 좋게 깨뜨린다. 월지관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동궁과 월지에서 발견한 유물을 주제별로 전시하는데 건축가 김수근이 1982년에 설계했다. 외관은 전통창고에서 착안했다. 골목을 산책하듯 이어지는 관람로가 흥미롭다. 아쉽게도 환경 개선을 위해 휴관 중(2025년 3월까지)이지만 외관을 장식한 전벽돌과 목재만으로 그 색깔을 드러낸다.●국보 신종과 석탑과 기이한 팽나무 건물에만 마음을 빼앗길까. 국립경주박물관은 야외가 넓고 옥외전시가 알차다. 가장 잘 알려진 문화재가 ‘에밀레종’으로 불리는 성덕대왕신종(국보)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이 현재 위치에 새로 개관하며 성덕대왕신을 이전해 왔는데 그해 경주에서 가장 큰 행사의 하나였다.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대왕을 기려 만든 종으로 혜공왕 때(771년)에 이르러 완성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종 가운데 가장 크다. 종에 새긴 비천상이 세밀하고 아름답다. 성덕대왕신종은 박물관 입구에서 가깝고 종각 아래 있어 눈에 띈다. 반면 고선사지 삼층석탑(국보)은 신라미술관 남쪽에 치우쳐 지나치기 쉽다. 고선사는 원효대사가 머물던 사찰이다. 덕동댐 건설로 인해 물에 잠기게 되며 탑을 옮겨 왔다. 통일신라의 대표적인 석탑 형태로 그 생김이 단정하면서도 경쾌하다. 경주 감은사지 동·서 삼층석탑(국보)과도 닮았다. 박물관 야외 쉼터를 찾는다면 신라역사관 중정 쪽의 벤치가 좋다. 월지관 쪽에서 바라보면 건물에 등을 대고 자란 팽나무가 장관이다. 슬슬 고목의 태가 나는 팽나무는 기어이 지붕 위로 잔가지를 뻗었다. 맞은편으로는 비록 복제한 것이긴 해도 잘 빚은 다보탑과 석가탑이 우뚝 서 있다. 동남쪽 멀리 능선이 어리는데 저기 어디 즈음이 신라천년서고 도록에서 본 낭산이겠구나 싶다. ●일상이 역사요, 예술인 고도 신라천년보고는 박물관 중정에서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둔 개방형 수장고다. 영남권 유물을 보관하는 시설로 로비전시실과 전시수장고 등은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수장고 진열장에는 신라 토기와 기와, 그릇의 파편이 빼곡하다. 그 일부는 신라천년서고가 수장고이던 시절의 유물이 수장, 전시돼 있다. 신라천년서고가 도서관이 되기 전 모습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수장 전시품은 QR코드가 세부 정보를 제공하는데 그보다 유물의 여정을 함께한다는 느낌으로 부담 없이 관람하는 게 좋다. 땅에서 나온 유물이 복원돼 가는 여정의 정류장인 셈이다. 국립경주박물관 인근에는 동궁과 월지, 첨성대, 계림 등이 유명하다. 모두 걸어서 오갈 만하다. 노동리고분군은 약 3㎞ 떨어진 거리다. 시내 길가에 봉황대, 금관총 등의 고분이 있어 이채롭다. 일상의 고도 경주를 체감한다.조금 결이 다른 여행지를 원할 때는 보문관광단지의 솔거미술관을 추천한다. 한국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의 기증 작품 중심으로 꾸린 미술관이다. 경주엑스포대공원 내 경사진 땅에 기대선 건물은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했다. 전시실 벽의 일부가 창이라 작품과 더불어 아평지 연못, 경주타워 등이 보인다. 미술관 전시는 박대성 화백의 상설전과 다양한 주제의 기획전으로 나뉜다. 박대성 화백은 어릴 때 왼손을 다쳐 오른손만으로 그림을 그린다. 하지만 그의 수묵화는 국경과 시대를 넘나든다. 몇 해 전 전시실에서 아이가 작품을 훼손했는데 ‘아무 문제도 삼지 말라’고 한 일화 역시 유명하다. 오는 6월 16일까지는 ‘소산수묵: 개방과 포용’이란 제목으로 ‘코리아 판타지’, ‘천년배산’ 등을 전시한다. 미술관둘레길을 따라 걸으며 김구림, 이강소 등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각별한 즐거움이다. [여행수첩] 경주 신라천년서고 ●오전 10시~ 오후 6시(월~금), 주말 및 공휴일 휴관 ●누리집 gyeongju.museum.go.kr (054)740-7630.
  • 문화재청, 제2회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 경진대회 수상작 18점 공개

    문화재청, 제2회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 경진대회 수상작 18점 공개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이 주최하고 한국전통문화대학교(총장 강경환)가 주관한 ‘제2회 국가유산 디지털 콘텐츠 경진대회’ 수상작 18점에 대한 시상식이 지난 15일 세계국가유산산업전(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됐다. 이번 대회는 문화재청이 축적·개방하고 있는 디지털국가유산 원천기록 데이터를 국민과 민간기업의 디지털 콘텐츠 소재로 널리 활용되도록 하고, 그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개최됐다.경진대회는 디지털 서비스 기획 및 마케팅 아이디어와 3D모델 및 프린팅 모형을 디자인하는 ‘디지털 기획·콘텐츠 분야(이하 기획·콘텐츠 분야)’와 메타버스맵(월드맵)에 활용 가능한 3D모델을 구현하는 ‘국가유산 메타버스 분야(이하 메타버스 분야)’ 등 총 2개 분야에 학생부와 일반부 부문으로 나누어 공모했다. 대회 기간인 8월 1일부터 8월 13일까지 총 82개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부문별 최우수상 4점, 우수상 4점, 장려상 8점, 특별상 2점으로 총 18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작품은 산업 및 학계 전문가와 연계한 1:1 맞춤형 멘토링을 진행하고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국가유산산업전’ 특별전시를 통해 공개됐다. 앞으로 국내 디지털 콘텐츠 관련 전시회와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도 국민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최우수상인 문화재청상은 학생부 기획·콘텐츠 분야에 ▲ 전통문화로 디자인된 팔각의 카드에 문화재 설명을 연계하여 놀이와 학습이 가능한 ‘팔각보드게임’과 메타버스 분야에 ▲ 조선왕실 의궤에 기록된 생일잔치(진찬례)를 주제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 메타버스 월드 및 아바타를 제작한 ‘조선 왕실의 생일잔치’가 선정됐다. 일반부 기획·콘텐츠 분야에는 ▲ 인공지능(AI)이 이용자 맞춤형 국가유산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성 AI(챗GPT)를 활용한 K-헤리티지GPT’가, 메타버스 분야에는 ▲ ‘AI 기반 조선시대 초상화 디지털 휴먼 제작’이 각각 선정됐다. 우수상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상은 학생부 기획·콘텐츠 분야에 ▲ ‘엔트리 게임-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의 소리를 잡아라!’가, 메타버스 분야에 ▲ 신라 황룡사를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 재현한 ‘삼국 메타버스 헤리티지의 초대’가 선정됐다. 일반부는 기획·콘텐츠 분야에 ▲ 한국의 고대 문명과 보물을 찾아 나서는 3D 어드벤처 게임 ‘허밋랜드(Hermit Land)’가, 메타버스 분야에 ▲ 고구려의 강서중묘를 3D모델로 복원한 ‘고개를 드니 강서중묘, 고구려 고분벽화의 구조복원과 활용방안’이 선정됐다.
  • 번뇌를 잊으라, 범종의 울림[그 책속 이미지]

    번뇌를 잊으라, 범종의 울림[그 책속 이미지]

    우리나라 범종 가운데 가장 긴 여음을 가진 성덕대왕신종.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국 범종 가운데 가장 크고 아직까지 타종이 가능한 통일 신라 범종이다. 마치 독을 거꾸로 엎어 놓은 것같이 위가 좁고 배 부분이 불룩하다. 종구 쪽으로 가면서 다시 오므라드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저자는 “이 범종이 맑고 웅장한 소리를 지니고 있어 누구라도 종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속의 번뇌와 망상을 잊게 된다”고 말한다. 맥박이 뛰는 듯 끊어질 듯 이어지는 범종의 긴 공명을 ‘맥놀이 현상’이라고 부르는 것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어린아이를 넣어 종을 완성함으로써 종소리가 어미를 부르는 것 같다’는 이 종에 얽힌 애절한 설화는 종의 제작 과정이 얼마나 지난했는가를 은유적으로 말해 준다.
  • 디지털 에밀레종은 어떤 소리가 날까…‘성덕대왕신종 소리체험관’ 오는 8일 개관

    디지털 에밀레종은 어떤 소리가 날까…‘성덕대왕신종 소리체험관’ 오는 8일 개관

    국립경주박물관은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주조 1250주년을 맞아 오는 8일 성덕대왕신종의 소리를 활용한 실감형 디지털 콘텐츠 상영관인 ‘성덕대왕신종 소리체험관’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5일 밝혔다.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경덕왕(재위 742∼765)이 아버지 성덕왕의 공을 기리고자 제작을 시작해 혜공왕 7년(771년)에 주조가 마무리됐다. 소리체험관에서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성덕대왕신종의 진정한 울림을 찾아 떠나는 여정’을 주제로 하는 영상을 볼 수 있다. 9.1채널 서라운드 스피커를 활용한 입체 음향 시스템을 도입했고, 3차원 프로젝션 맵핑 등의 기술과 총 7대의 초고화질 프로젝터를 활용해 8K급 고화질 입체영상을 제공한다. 영상 콘텐츠는 신종과 관련된 각종 기록과 설화를 바탕으로 종의 제작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특히 먼 미래의 외계인을 등장시켜 성덕대왕신종의 맑고 웅장한 소리, 맥놀이 현상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소리체험관의 종소리는 지난해 10월 성덕대왕신종 1차 타음 조사 과정에서 녹음된 음원을 바탕으로 완성됐다. 타음 조사는 내년까지 총 3차에 걸쳐 진행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1차 타음 조사에서 측정한 고유 주파수, 맥놀이 시간 파형 등을 2001∼2003년 측정한 데이터와 비교 분석한 결과, 소리에 영향을 줄 정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덕대왕신종의 현재 상태를 더 면밀히 점검해 향후 구체적인 성덕대왕신종의 활용 전략을 수립,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물관은 현재 실외에서 전시 중인 성덕대왕신종의 부식 방지와 타종 시 관람 효과를 고려해 신종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석굴암 전문가 성낙주 소장 별세

    석굴암 전문가 성낙주 소장 별세

    석굴암 전문가인 성낙주 석굴암미학연구소장이 5일 오전 별세했다. 66세.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뒤 이날 오전 9시 30분쯤 서울 하계동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국어 교사이자 소설가, 재야사학자인 고인은 25년 동안 석굴암을 주로 연구했다. 수백 번 산을 오르내리며 주지의 허락을 얻어 석굴암에서 잠을 청한 적도 여러 차례였을 정도로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굴암의 미학을 소설, 논문, 단행본 등 다양한 형태로 풀어냈다. ‘20세기 초 사진 텍스트 분석을 통한 석굴암 건축구조 해석’, ‘에밀레종 전설 연구사 비판’, ‘신라종 양식의 기호학적 해석’ 등 논문을 냈다. 저서로는 ‘왕은 없다’, ‘차크라바르틴’, ‘문화전사 유홍준의 미덕과 해악’, ‘석굴암을 위한 변명’,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 ‘아수라의 눈물’, ‘시간 위에 지은 집’, ‘에밀레종의 비밀’, ‘석굴암 백년의 빛’, ‘석굴암, 법정에 서다’가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변혜원 씨와 아들 성시경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원자력병원장례식장 2층 2호실이다. 발인은 8일 오전 7시 30분,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 차산리 선산이다. 02) 970-1542.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추캉스족 유혹하는 복제 에밀레종…“저를 힘껏 쳐 주세요”

    추캉스족 유혹하는 복제 에밀레종…“저를 힘껏 쳐 주세요”

    “추석 연휴에 경주에 오시면 저를 힘껏 쳐 주고 가세요.”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재현한 신라대종이 ‘추캉스족’(추석바캉스족)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신라대종이 천년의 소리를 자주 토해내고 싶지만 자신을 타종해 주는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때문이다. 1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8월 12일부터 시민과 관광객이 신라대종을 타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경주 중부동 옛 경주시청 터 종각에 설치된 이후 3·1절 기념, 제야의 종 행사 등에서 타종했으나 시민·관광객에게 타종 기회를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일 낮 12시~오후 5시 사이 매시 정각에 체험관에 비치된 신라복을 착용하고 한 팀당 최대 3번 종을 칠 수 있다. 다만 당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신라복 착용은 하지 않는다. 경주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 하지만 관광객 등의 발길이 뜸해 체험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날까지 총 125회 타종에 그쳤다. 하루 평균 고작 2,5회 정도다. 시 관계자는 “애초 신라대종 타종 체험에 관광객 등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코로나19로 한산한 실정”이라고 했다. 청동재질에 높이 3.75m, 둘레 7m, 무게 18.9t 규모로 소리와 문양 등을 3년에 걸쳐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제작한 신라대종의 종소리는 성덕대왕신종과 같이 웅장하고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라대종 모델인 성덕대왕신종은 통일신라 때 만든 국내 현존하는 가장 큰 종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으며 안전과 훼손 우려로 1995년부터 타종을 중단했다. 시 관계자는 “신라대종 타종 체험을 통해 경주를 찾는 많은 이들이 신라 문화를 집대성한 걸작 성덕대왕신종의 숨결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文대통령 “한·아세안, 하나의 공동체 향해 같은 꿈 꾸고 있어”

    文대통령 “한·아세안, 하나의 공동체 향해 같은 꿈 꾸고 있어”

    文 “최적의 동반자, 새로운 도약 기회 맞아” 이재용·정의선·최태원 등 재계 총수 참석 전통·5G 융합된 에밀레종 홀로그램 설치 라운지에는 정상들이 추천한 도서 비치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아세안의 꿈이 한국의 꿈”이라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해 우리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 힐튼호텔에서 주재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에 참석, 만찬사에서 “지난 30년간 우리는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최적의 동반자’가 되었고 이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아세안·한국의 협력은 공동번영을 넘어 지속가능한 세계의 희망을 인류에게 준다”며 “나눔·상호존중의 아시아 정신이 우리 뿌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곳 부산은 아세안을 향한 바닷길이 시작되고 대륙·해양, 아시아·태평양이 만나는 곳”이라며 “아세안과 한국의 마음이 만나 서로의 우정이 더욱 깊어지는 밤이 되길 바란다”고 건배를 제의했다. 앞서 이날 부대행사로 열린 ‘CEO 서밋’에서도 문 대통령은 “아세안은 한국의 영원한 친구이며 운명공동체”라고 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주재한 환영만찬에는 아세안 10개국 정상 혹은 정상내외를 비롯해 각국 대표단, 경제인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세안 역내 공관으로부터 상대국과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기업 총수들을 요청받아 초청했다”고 전했다. 영접 장소와 정상들 대기 장소인 라운지, 만찬메뉴·공연에도 아세안의 전통과 첨단기술, ‘다양성 속의 통일’이라는 의미가 새겨졌다. 로비 뒤편에는 전통과 5G 기술이 융합된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 홀로그램이 설치됐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에밀레종은 ‘국태민안’의 상징으로, 아세안 전체 나라의 태평과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라운지는 문 대통령과 각국 정상이 추천한 도서들을 비치한 ‘정상의 서재’ 콘셉트로 꾸며졌다. 문 대통령은 1980년 5월 ‘광주 학살’을 다룬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국·영문본을 선반에 비치했다. 만찬에는 우리의 산, 바다, 평야에서 거둔 식재료를 활용해 평화·동행·번영·화합의 주제를 담은 4개 코스 요리가 올라왔다. 산나물 잡채, 전복과 해산물찜, 부산 철마산 한우 갈비구이와 김해쌀 진지 등이다. 후식으로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쌀을 섞어 만든 떡이 나왔다. 만찬 행사 사회는 배우 정우성이 맡았다. 앞서 이날 문 대통령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가졌다. 인도네시아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이날 최종 타결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통해 양국 간 교역을 더욱 확대해 가기로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회담에서 문 대통령을 ‘존경하는 형님’이라고 부르며 친근함을 드러내 주변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양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내년 중 최종 타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장 주변에는 경호를 위해 최첨단 드론·로봇 장비들이 등장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벡스코 주변에는 다목적 무인경비차량 ‘HR-셰르파’가 나타났고 경비안내 로봇 ‘파로’가 자율주행하며 외국어로 안내도 맡았다. 경호용 드론도 동원돼 각국 정상들의 동선 점검, 수색 역할을 맡았다. 부산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문 대통령, 한·아세안 환영 만찬 주재…특별 후식도 제공

    문 대통령, 한·아세안 환영 만찬 주재…특별 후식도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5일 열린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의 첫 공식행사로 환영 만찬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의 영원한 우정을 위해”라면서 각국 참석자들에게 건배를 제의했다. 환영 만찬은 이날 부산 힐튼 호텔에서 열렸다. 아세안 국가 정상들을 비롯해 국내외 귀빈 300여명이 참석했다.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프락 속혼 캄보디아 부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내외,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세안 회원국은 총 10개국으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이다.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등과 함께 아세안의 ‘대화상대국’으로 분류돼 있다. 올해는 1989년 한국이 아세안과 대화 관계를 수립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문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지난 30년 간 우리는 우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최적의 동반자’가 되었고 이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해 우리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과 아세안의 30년 우정이 올해로 진주혼을 맞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과 아세안의 영원한 우정과 함께 아세안의 무궁한 발전을 위해”라면서 건배를 제의했다.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각국 정상 등을 초대한 만찬 장소에는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 홀로그램이 설치됐다. 우리 전통과 첨단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융합시킨 것으로, 통상적인 만찬 장소와 차별화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아세안 각국 정상이 입장할 때마다 종소리가 울렸다. 리셉션장에는 문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추천한 도서들을 비치한 ‘정상의 서재’가 마련됐다. 참가국 정상들이 자연스럽게 서로의 관심 서적을 소재로 교류하고 환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상의 서재’에 비치된 서적들은 향후 국내 유명 서점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소개될 예정이다. 만찬 메뉴는 우리 산·바다·평야에서 생산한 식재료를 활용, 평화·동행·번영·화합을 주제로 담은 4개의 코스 요리가 마련됐다. 송이버섯 등 산나물을 활용한 잡채, 전복과 해산물 찜, 부산 철마산(産) 한우 갈비구이와 김해 쌀 진지 등의 메뉴가 순서대로 나왔다. 후식으로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쌀을 섞어 만든 떡이 나왔으며, 여기에 호박식혜 양갱과 반시도 함께 나왔다. 이런 일반식 메뉴 외에도 정상들의 다양한 기호를 고려해 할랄·채식·해산물식으로도 제공됐다.문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환영 만찬을 위해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농부들이 정성껏 수확한 쌀로 쌀독을 가득 채워주셨고, 메콩강이 키운 쌀과 한강이 키운 쌀이 하나가 돼 디저트로 올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부터 26일까지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이어 오는 27일에는 한·메콩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베트남, 태국,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이 참여한다. 만찬 문화공연은 ‘아시아 판타지아’라는 제목 아래 문화·기술·번영·평화를 소주제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렸다. 1막에선 LED 조명과 4K 영상 기술을 결합해 아세안 각국의 전통 몸짓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비슬무용단의 퍼포먼스가, 2막에선 5G와 모션 캡처, 혼합현실 미디어기술을 이용한 가수 현아의 공연이 진행됐다. 3막은 혼합현실 미디어 기술과 조명, 레이저 등을 활용한 이은결 일루셔니스트의 ‘빛의 씨앗’ 공연, 4막은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연주자와 합창단 등 50명이 참여한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진행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그림 하나 제대로 못 보고 인생 마감… 그래서야 되겠나”

    “그림 하나 제대로 못 보고 인생 마감… 그래서야 되겠나”

     “평생 그림 하나, 꽃 하나 제대로 못 보고 마감하는 게 우리 삶입니다. 그래서야 되겠습니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처음으로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기 전날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있는 일향(一鄕)한국미술사연구원을 찾았더니 강우방(77) 원장이 3시간여 인터뷰가 끝날 즈음 이렇게 되물었다. 강 원장이라면 문화재 업계에선 꼬장꼬장하기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유홍준 교수가 추사 위작(僞作)들을 무분별하게 대중들에게 진품인 것처럼 소개한다고 지적해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터였다. 국립경주박물관장이었을 때도 국정감사 나온 국회의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 “검토해보겠습니다” 대신 “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대꾸했던 그다.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중앙박물관 학예사로 “어렵게 취업”해 밤낮 없이 그림과 불상과 도자기 등을 들여다보며 모든 것을 홀로 공부했다. 박물관에 고고학과나 미술학과 나온 인재들은 수두룩했지만 그처럼 매년 몇 편의 논문을 꾸준히 내놓는 이는 많지 않았다.  2000년 이화여대 초빙교수로 옮긴 뒤 2004년 이대 후문 쪽에 연구원을 열었다. 성덕대왕신종(속칭 에밀레종)에 새겨진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 마을이 되었네’ 명문에서 따왔다. 10여년 전 그리스 유적들을 돌아보다 벼락에 맞은 것처럼 깨달았다. 우리가 보는 예수나 부처 그림 가운데 아이콘은 20%에 불과하고 장식(ornament)이 80%를 차지하는데 세상 어느 누구도 이 장식을 연구하고 이해하고 해석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미술사학 강의를 듣지 않고 독학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에 이르를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 때부터 장식들에 숨겨진 의미들을 파헤치는 데 몰두했다. 수많은 장서와 슬라이드 책자로 둘러싸인 연구소의 한쪽 방에는 그만의 채색분석 방이 따로 있다. 꽃과 새, 패턴 문양 등이 어떤 순서로 그려졌는지 원리원칙을 톺아봤다. 그렇게 분석하며 색칠한 그림만 9000점이 된다고 했다. 그림의 작업 순서를 표시하느라 한 색 칠하고 스캔 뜨고 다른 색 칠하고 스캔 뜨고 했다. 컴퓨터 화면을 클릭할 때마다 작업 순서에 따라 볼 수 있게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엄두도 못 낼 엄청난 공력이다. 그의 데스크톱 컴퓨터 용량이 웬만한 기업의 데이터 처리 용량에 맞먹는 15테라바이트나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강 원장은 “보통 오전 11시쯤 출근해 연구원에서 밤늦게까지 머무른다”며 “해야 할 일이 잔뜩 밀려 있고 매주 수요일 문하생 수업이 있어 준비하고 논문 쓰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고 했다. 접근하기 쉬운 인상은 아닌데 웃으면 아이 같은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 신기했다. 그렇게 종일 연구에 붙들려 있는데도 “시력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했다. 건강의 비결을 물으니 “색채 분석에 몰두하다가 의심이 풀리거나 궁금증이 해소되면 온몸에 희열이 뻗친다. 그 덕에 이렇게 건강한 것 같다”고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15년 채색분석에 매달렸더니 우리의 불화(佛畵)나 중국 자금성의 장식, 프랑스 고딕 양식이나 그리스 이오니아 양식 등이 모두 한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른바 ‘영기화생(靈氣化生)’론이다.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나 그리스, 독일 학자들을 모아 강연하면 모두들 장식이라고만 치부했던 것에 그렇게 깊은 뜻이 숨어 있다는 그의 주장에 반색했다고 했다.  평소 “죽음만이 정년”이라고 외쳐온 강 원장이지만 이렇게 동서양을 통틀어 자신만이 하는 연구가 질적, 양적으로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었다. “매주 수요일 강의를 듣는 이들 가운데 독창적으로 뭘 해보는 이도 있고, 제가 항상 떠들던 얘기를 몇 년 뒤 스스로 깨달았다고 기뻐하는 수강생들도 있어 희망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이 연구를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고교 때부터 클래식을 들어온 그의 CD 라이브러리 얘기를 꺼냈더니 진지하게 귀 기울일 만한 답이 돌아왔다. “보통 그림은 슬쩍 한 번 보고 지나치잖아요? 그래놓고 다 봤다고 생각들 하죠? 하지만 작품들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그 사이에는 엄격한 조형의 전개원리가 있음을 알아냈지요. 그러므로 채색분석해 보아야 조형예술작품을 한 점 봤다고 말할 수 있고 그 사이에 해석은 자연히 이루어집니다. 작품에 따라 한 시간, 일주일, 혹은 열흘 걸립니다. 그런데 음악은 흔히 시간예술이라 하지 않습니까? 베토벤 운명 교향곡은 30분 걸려 한 연주를 듣지요, 리하르트 바그너의 작품처럼 이틀 걸리는 작품도 처음부터 끝까지 귀 기울여 듣잖아요? 음악처럼 조형예술작품도 채색분석을 하며 시간적인 흐름을 타는 것처럼, 조형예술작품을 시간예술로 바꿔놓았다고 감히 자부하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조형예술작품도, 현실 자연의 변화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 강 원장은 “뭐가 뭔지 모르는 이들이 수두룩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출근하며 길가의 꽃이 예뻐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람들이 ‘그깟 꽃 뭐하러 찍느냐’고 한다. 그런데 꽃 하나를 설명하라고 하면 한두 줄도 못 쓴다. 전문가 연(然)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꽃을 열심히 찍는 까닭은 인류가 창조한 조형들 가운데 꽃 모양이 주류를 이뤄 그 꽃 모양이 세계미술을 푸는 열쇠가 되기 때문에 비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3시간여 인터뷰를 해보니 그는 꽉 막힌 원칙주의자가 아니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내뱉는 기자의 엉뚱한 얘기에도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다른 이를 웃게 만들었다.  어느 대목에서는 “이제 대충대충 살까 싶어요”라고 했다가 다른 대목에선 “불의를 보고 지나치면 안 된다”고 했다. 수십년 전 좌천되듯 경주박물관 내려가 경주 분지 서쪽의 아름다운 선도산 중턱에 한 대학 병원이 들어서는 일을 극적으로 막아낸 강단도 있다. 최근 충남 예산군이 추사 작품을 매입하겠다고 여기저기 공고를 낸 일을 언급하며 “정말 모르니 이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벌이는 것”이라고 혀를 끌끌 찼다.  강 원장은 “평생 정직해야 한다고 믿고 살아왔다.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지 아는 척하면 안된다”고 했다. 이어 “내가 학위나 진급이나 자리 욕심이 있었다면 지금의 삶은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사는 건 의미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세계의 미술을 올바로 풀어주고 선도할 수 있게 된 것은 기적에 가깝다. 세계미술의 건축, 조각, 회화, 공예, 복식을 혼자서 풀어내고 있다. 실제로 영기화생론으로 세계의 미술을 풀어낸 저서가 금년에 출간될 예정이라 흥분된다”고 말한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들을 선정해 매년 두 권씩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라 한다.  이렇게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수많은 오류가 서양에서 비롯되었음을 알았으며, 그 오류들을 일본이 그대로 받아들인 뒤 우리가 다시 받아들여 결과적으로 연구할수록 오류가 축적될 뿐이라고 한탄했다. 강 원장은 자신의 연구로 세계미술의 르네상스가 이뤄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어찌 보면 돌연한 자신감마저 내비쳤다.  연구원 현관을 나서려는데 강 원장이 “집사람은 늘 나보고 정신연령이 10세라고 해요”라고 말했다. 호기심 어린 소년이 환히 웃으며 문을 닫는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추락한 해병대 날개, 방산비리 때문?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추락한 해병대 날개, 방산비리 때문?

    지난 17일, 경북 포항 군 비행장에서 한국형 상륙기동헬기 MUH-1 마린온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정조종사 김 모 중령과 부조종사 노모 소령을 비롯해, 부사관 2명과 병사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래 해병대 입체상륙작전의 핵심 전력으로 군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온 마린온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고가 던진 충격파는 굉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로 해병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해병항공단 편성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해병대사령부 전력기획실장 조영수 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이번 사고의 원인에 대해서는 조종사 과실, 정비 불량, 기체 결함 등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위의 정밀조사가 끝나봐야 확실하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상황에서 추론 가능한 사고 원인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조종사 과실 가능성이다. 항공기는 이·착륙 과정에서 사고에 가장 취약한데, 이·착륙 과정에서의 사고는 조종사의 조작 실수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서 조종사 과실이 있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비행에 나선 조종사들이 베테랑 교관조종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사고기를 조종했던 정조종사 故 김모 중령과 부조종사 故 노모 소령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조종장교였다. 특히 김모 중령은 20년 가까운 경력과 3,300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보유했으며, 미국 비행시험학교까지 수료한 엘리트였다. 부조종사 노모 소령 역시 10년 가까운 경력에 우수한 비행실력으로 선·후배 장교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조종사였다. 이러한 엘리트 조종사들이 몰았던 수리온에는 안전 비행을 돕는 최첨단 비행제어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조종 미숙에 의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둘째, 정비 불량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사고가 난 마린온 헬기는 현재까지 해병대에 인도된 4대의 기체 중 두 번째 기체이다. 올해 1월 해병대에 인도된 6개월 된 사실상 신품 헬기다. 신형 항공기가 부대에 인도되면 부대에서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이 바로 기체 정비다. 정비사들의 정비 교육과 병행해 정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것이 FM대로 진행되며, 자칫 정비 불량으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장비 전력화 일정에 차질이 생겨 담당자들에게 큰 불이익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마린온을 제작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항공기를 인도한 뒤 운용부대에 전문 인력을 파견해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제작사에서 파견나온 전문 엔지니어까지 정비에 참여하는 상황에서 정비 불량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조종사 과실과 정비 불량 가능성이 낮다면 기체 자체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실 마린온과 그 원형인 수리온은 도입 초기 단계부터 온갖 결함에 시달리며 ‘방산비리의 결정체’라는 오명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비행 중 진동이 너무 심해서 진동 때문에 기체 프레임에 균열이 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으며, 방빙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비행 중 불시착한 사고도 있었다. 이처럼 전력화 초기단계에서부터 수많은 결함들이 보고되자 감사원과 국회에서 수차례 관련 내용을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수리온 계열 헬기를 둘러싼 수많은 결함 의혹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된 것은 동력과 기어박스 계통의 문제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수리온은 유럽의 유로콥터(現 에어버스 헬리콥터스)의 구형 헬기 AS532 쿠거(Cougar) 단동체형의 설계를 구입해 이를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된 기종이다. 원형인 쿠거는 1977년 첫 비행한 노후 기종인데, 사업 초기단계부터 이러한 노후 기체를 개발 원형으로 선정한 것에 대한 논란이 거셌다. 일반적으로 노후 기체를 개량하거나 이를 바탕으로 개조개발을 하는 경우는 해당 노후기종이 기술적으로 매우 신뢰도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쿠거 시리즈는 그렇지 못했다. 동력 계통에서 수시로 문제가 발생했고, 추락 사고도 낮았다. 지난 2016년 4월 노르웨이 정유업체 스타토일(Statoil)에서 운용하던 EC225 헬기의 경우 비행 중 로터 블레이드가 샤프트(shaft), 즉 동력전달 축 통째로 공중 분리되며 추락해 탑승자 13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우리 군의 수리온 헬기도 약 30여 대가 노르웨이 추락 사고기와 동일한 기어박스 부품을 사용했는데, 육군은 사고 발생 직후 대당 7억 5천만 원을 들여 문제의 부품을 전량 교체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엔진 동력 출력 방향 자체가 다른 엔진과 기체를 결합하다보니 결빙 문제나 진동 문제 등 갖가지 문제가 계속해서 터져 나왔던 것이다. 이번 마린온 추락사고 역시 기체 결함이 원인이었다면 이와 같은 동력 계통의 문제였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이번 사고 기체는 진동 문제를 테스트하기 위해 비행에 나섰다가 이륙 직후 로터 블레이드가 기체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사고 발생 전에도 진동을 비롯한 동력계통 전반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수리온 계열 헬기의 과거 사고 사례나 이번 사고 현장의 목격담만 종합해 보자면 이번 사고는 기체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방산비리’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과연 수리온은 일각에서 비난하는 것처럼 ‘방산비리의 결정체’일까? 사실 이러한 장비 결함 문제는 수리온을 포함해 소위 말하는 ‘한국형 명품 무기’ 대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한다. 최근 세계 방산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9 자주포도 배치 초기에는 엔진과 변속기 고장이 매우 잦았고, 주행 중 무한궤도가 끊어지는 사고도 종종 발생했었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초의 복합소총으로 탄생했다는 K11은 잦은 폭발사고로 인명사고까지 발생했고, K21 장갑차 역시 교육훈련 중 물 속으로 가라앉아 인명사고를 냈다.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과 여론은 한국형 무기체계의 방산비리라며 비난에 목소리를 높이고, 개발과 전력화 업무를 담당한 관련자들은 줄줄이 수사기관에 소환되어 비리 사범으로 마녀사냥을 당하기 일쑤였다. 과연 한국형 무기체계들의 결함들이 전적으로 방산비리 때문일까? 현장의 목소리는 많이 다르다.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은 예산 절감이 미덕처럼 받아들여지는 관료문화 덕분에 최저가로 사업자가 선정되다보니 개발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투입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으로 성과를 내야 하다 보니 개발자들의 격무는 관행처럼 굳어졌다. 신라시대에 아이를 쇳물에 녹여 만들어졌다는 선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의 설화를 빗대어 “한국형 무기들은 공학자들을 갈아넣어 만든 현대판 공밀레종”이라는 자조 섞인 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K-9 자주포 개발 과정에서 1명, T-50 개발과정에서 2명의 엔지니어가 과로로 순직했다. 이렇게 엔지니어들을 희생시켜 무기체계가 완성되어도 문제다. 최저가로 낙찰되었으니 당연히 비용 절감이 요구되었을 것이고, 이 비용 절감은 대부분 시험평가 기간과 횟수를 줄이는 것에서 이루어진다. 100번 테스트할 것을 10번만 테스트한다던가, 봄여름가을겨울 모든 환경 요소를 반영해 테스트해야 할 것을 한 계절에서만 약식으로 테스트하는 식으로 비용 절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리온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개발된 미국의 UH-1Y 헬기 사례를 예를 들어보자. 이 헬기는 기존의 UH-1N 헬기를 바탕으로 개발되었지만, 개발에 1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었다. 개발완료 이후 전투용적합판정을 받기까지는 3년이 걸렸다. 개발사와 미군은 UH-1Y의 개발완료와 전투용 적합 판정을 선언하기까지 알래스카와 같은 혹한 지형부터 열사의 사막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조건에서 혹독한 비행시험을 실시했다. 하지만 수리온을 비롯한 한국형 명품 무기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개발 예산과 일정 모두 부족하고,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개발자와 제조사는 방산비리사범으로 낙인찍혀 사법당국의 고강도 조사와 여론의 비난을 받아내야 한다. 실제로 최근 군의 한 무인기 개발 프로젝트에서 시제기가 추락하자 당국은 개발에 관여한 5명의 연구원들에게 1인당 13억 4천만 원을 변상하라고 통보했다. 이런 환경에서 K-9이나 T-50과 같은 무기들이 나왔다는 것은 엔지니어들의 분골쇄신(粉骨碎身)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군 당국은 이번 해병대 헬기 추락 사고를 철저하게 조사해 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사를 통해 기체 결함이 발견되면 마린온의 추가 생산은 당연히 중단될 것이고, 육군에 납품되고 있는 수리온과 해외 수출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최저가 낙찰에 의한 공밀레 방식 무기개발’ 일변도인 한국형 무기체계 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무거운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 방위산업의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 군의 전력 공백은 물론 이번 사고와 같이 우리 장병들의 억울한 희생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혈세로 대종 제작 나선 경북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혈세로 대종 제작 나선 경북

    새해 벽두부터 경북 지역이 대종(大鐘) 논란으로 시끄럽다. 구미시는 1999년 ‘밀레니엄 사업’으로 전자신종(높이 4.1m, 직경 2.5m)을 제작, 시내 동락공원에 설치했다.대구은행이 6억 6000만원을 들여 청동으로 만든 뒤 구미시에 기부채납한 이 종은 외양이 일반 종과 비슷하지만 밖에서 종을 때려 소리가 나는 주물종과 달리 컴퓨터 시스템과 스피커에 의해 종소리가 울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스위치를 누르는 방식의 타종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멀어지면서 타종식 관람객들도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종이 당목(撞木)으로 쳐서 소리가 나는 주물종에 비해 종 특유의 감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시민들 사이에서는 일반 종으로 교체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11일 “주물종을 새로 만들려면 비용이 드는 데다 전자도시란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경주에서는 시가 2016년까지 예산 30억원으로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을 복제한 신라대종과 종각을 만든 데 이어 4억원의 추가 예산을 들여 신라대종 홍보관 건립에 나서자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올해 옛 경주시청사에 설치된 신라대종 종각 옆에 연면적 65㎡ 크기의 홍보관을 전통한옥 형태로 신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진품인 성덕대왕신종이 인근 국립경주박물관에 있고 박물관 측이 향후 성덕대왕신종 홍보를 위한 별도 건물 신축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복제종의 홍보관 신축은 단체장의 치적 쌓기를 위한 혈세 낭비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지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포항에선 시가 내년 시 승격 70주년을 앞두고 30억원짜리 대종 제작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포항 시민들은 “엄동설한에도 500여명의 이재민이 허술한 대피소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 가고 있고 1000억원이 넘는 복구비를 쏟아부어야 할 판에 수십 억원짜리 대종 제작이 말이 되느냐”고 비난했다. 구미·경주·포항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15억원 짜리 ‘신라대종’ 타종 체험 ‘헛구호’

    ‘세계평화의 종 2만 4000번 대 신라대종 0번’ 경북 경주시의 ‘신라대종’(?사진?) 타종 체험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신라대종은 시가 2016년까지 예산 15억원을 들여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을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 이 종은 같은 해 11월 21일 경주시 노동동 옛 경주시청사 터에 15억원을 들여 지은 종각에 안치됐다. 2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5일 ‘신라대종 관리 및 운영규정’을 제정했다. 이 규정에는 일반인(시민 및 관광객 등) 타종 체험은 매일 낮 12시에서 오후 1시 사이에 1회 1타 하도록 돼 있다. 전화 또한 현장에서 신청을 받아 접수 순서에 따라 타종 대상자를 정한다. 타종료는 무료다. 하지만 시가 이 같은 운영 규정을 마련해 놓고는 1년이 다된 지금까지 타종 체험을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강원도 화천군의 ‘세계 평화의 종’이 연간 2만 4000명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종각 관리요원과 화장실 등 타종 체험행사를 위한 인력 및 시설을 전혀 확보하지 않은 탓이다. 시는 지난해 3.1절 첫 타종을 시작으로 각종 행사 때 주요 귀빈을 대상으로 타종 행사를 벌인 것이 고작이다. 이런 가운데 시가 올해 예산 4억원으로 신라대종 인근에 홍보관(연면적 65㎡)을 짓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홍보관을 신축해 관광편의시설과 관리사무소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진품인 성덕대왕신종이 인근 국립경주박물관에 있는 상황에서 복제종의 홍보관을 신축하는 것이 예산 낭비라는 주장이다. 또 국립경주박물관 측이 향후 성덕대왕신종 홍보를 위한 별도 건물 신축을 고려하고 있어 복제종인 신라대종 홍보관 건립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경주시 관계자는 “올해 신라대종 종각 옆에 홍보관이 세워지고 관리 인력이 확보되면 신라대종 체험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생각나눔] ‘ctrl+c ctrl+v’ 국보 복제 바람… 자원화냐 훼손이냐

    [생각나눔] ‘ctrl+c ctrl+v’ 국보 복제 바람… 자원화냐 훼손이냐

    “시민 접근성 높여” vs “문화재 가치 떨어뜨려” 경북의 시·군들이 우리 문화재인 국보 복제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시·군들은 국보 복제가 문화재 활용도 제고와 문화·관광 상품화 및 자원화 등에 효과적이라는 반면 전문가들은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질 경우 국보 훼손과 모욕이 우려된다며 신중을 당부한다.안동시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으로부터 반환받은 국보 제121호인 ‘안동 하회탈’ 복제품 제작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하회탈의 주인인 하회마을보존회 동의와 문화재청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12세기쯤 고려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하회탈(나무가면, 총 14점)은 현재 주지 2개·각시·중·양반·선비·초랭이·이매(하인)·부네(첩·기녀)·백정·할미 탈 등 11점이 남아 있다.앞서 포항시는 지난 2월 예산 7000만원을 들여 국보 제264호인 ‘냉수리 신라비’와 국보 제318호인 ‘중성리 신라비’ 복제품을 제작, 시청사 2층에 상설 전시했다. 냉수리 신라비에는 신라 시대 재산 취득과 사후 재산 상속과 관련한 내용이 231자로 새겨져 있다. 중성리 신라비에는 신라 관등제 성립 과정과 신라 6부 구조, 신라 지방통치와 분쟁 해결절차 등 신라 정치·경제·문화 상황을 보여 주는 203자가 담겨 있다. 중성리 신라비는 지증왕 4년(503)에 제작한 냉수리 신라비보다 2년, 울진 죽변면 봉평리 신라비보다는 23년이 앞선다.경주시도 지난해 15억원을 들여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을 그대로 본떠 신라대종을 만들었다. 신라대종은 청동재질에 높이 3.75m, 둘레 7m, 무게 18.9t이다. 외형은 물론 소리, 문양 등이 에밀레종과 최대한 가깝게 제작됐다. 742년 신라 경덕왕이 부왕인 성덕대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기 시작해 771년 혜공왕 때 완성한 에밀레종은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돼 있고 훼손 우려로 2003년 개천절 이후 타종이 영구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 지자체 관계자들은 “국보급 문화재를 시민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지역 이미지를 높이고 문화·관광 상품화와 자원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재해 안동대 민속학과 명예교수는 “안동 시내 곳곳에 조잡하고 엉터리로 복제되거나 재현된 하회탈이 흉물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어 국보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국보 복제는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세울 2m짜리 ‘평화의 종’ 주조식

    김포 애기봉 평화생태공원 세울 2m짜리 ‘평화의 종’ 주조식

    경기 김포시는 애기봉 평화생태공원에 건립될 ‘세계평화의 종’ 주조식이 11일 오후 충북 진천군 성종사 주조실에서 열렸다고 밝혔다. 세계평화의 종은 한강하구와 북녘 일대를 조망하는 월곶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 건립될 예정이다. 대한민국평화통일국민문화제 조직위원회와 사단법인 우리민족교류협회가 추진한다. 디자인은 영국의 세계적 산업디자이너이자 1982년 오스크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감독 아널드 슈워츠먼(81)경이 맡았다. 56년간 범종 제작의 외길을 걷고 있는 원광식(75) 주철장이 제작한다. 지난해 에밀레종을 복원해 실제와 99%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은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장인이다. 이 평화의종은 한국전쟁의 상흔이 서려 있는 비무장지대의 녹슨 철조망과 탄피들을 녹여 만든다. 매년 정전기념일 등에 공식 타종할 예정이다. 평화의종은 높이 2m, 하단 둘레 163㎝ 규모로, 제작비 18억원이 투입된다. 서체는 훈민정음체를 집자해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살리고, 당좌에 한국전쟁 참전 16개국이 대한민국을 지키는 형상을 조각한다. 좌우 비천상은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한민족의 기원을 담아 창공을 향해 날아가는 비둘기의 모습을 새긴다. 유영록 시장은 “수도권 최북단 한강하구 애기봉에 남북평화의 종 건립을 추진한 김영진 위원장님을 비롯해 송기학 이사님과 원광식 주철장께 감사드린다”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평화명소가 되도록 끝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1500년 전 신라, 제물 흔적 인골… ‘에밀레종 설화’ 우연은 아니었네!

    1500년 전 신라, 제물 흔적 인골… ‘에밀레종 설화’ 우연은 아니었네!

    시신 머리·성문 방향 일치…인신공양 흔적 국내 첫 발견 해자서는 터번 쓴 토우 나와…‘병오년’ 적힌 목간도 발견돼신라의 천년 왕궁, 월성 성벽에서 1500여년 전 제물로 바쳐진 사람의 뼈가 발견됐다. 경주 월성 서쪽 성벽 기초층에 박힌 인골 두 구는 국내에서 처음 구체적으로 발견된 ‘인신공양’의 흔적이다. 건물을 짓거나 제방을 쌓을 때 무너지지 말라고 사람을 묻는 인주(人柱) 설화가 고고학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16일 월성 발굴 현장을 언론에 공개한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종훈 소장은 “이전까지는 무덤에서 인골이 나오는 사례가 대부분이었으나 시설물을 만들면서 사람을 제물로 제의에 쓴 흔적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설화로만 전해지던 이야기가 실제로 이뤄졌음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골을 조사 중인 김재현 동아대 교수는 “2000년 경주국립박물관 내 신라 우물 안에서 발견된 어린아이 유골이나 이번 성벽 바닥 면에서 출토된 유골의 특징을 볼 때 신라시대 때 인신공양의 풍습이 의례행위로 존속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아이를 쇳물에 넣어 만들었다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 설화가 우연히 만들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성벽은 5세기 전후 지어진 것으로, 인골 역시 같은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하늘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누워 있는 인골 한 구는 신장 166㎝의 성인 남성으로 확인됐다. 다른 한 구는 반대편 인골을 바라보는 형태로 얼굴과 한쪽 팔이 돌려진 상태로 묻혀 있었다. 159㎝ 키의 성인으로 성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인숙 학예연구사는 “인골들은 성벽을 본격적으로 쌓기 직전인 기초층에서 발견됐고 별도의 매장 시설이 없는 데다, 머리가 (현재는 유실된) 성문의 방향, 석렬 진행 방향과 일치하게 놓여져 있어 제물로 바쳐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저항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숨진 채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인골은 자연 퇴적층에 1.5m 높이로 쌓인 흙에 묻혔고 그 위로 9m 높이의 성벽이 지어졌다. 인골의 얼굴과 몸 군데군데에는 나무껍질과 풀이 덮여 있었다. 인골의 발치에는 단경호, 연질소옹 등 토기 넉 점이 함께 묻혀 있었다. 발굴된 인골들은 DNA 분석, 대퇴부 콜라겐 분석에 들어가 식생활, 건강상태 등 당시 신라인들의 생활상을 밝혀 줄 전망이다. 주거지나 성벽을 짓는 과정에서 사람을 제물로 바친 풍속은 고대 중국 상나라(기원전 1000~1600년) 때 유행했다. ‘고려사’ 충혜왕 4년(1343년)에는 ‘왕이 민가의 어린아이를 잡아다 새로 짓는 궁궐의 주춧돌 아래 묻는다’는 유언비어가 돌았다고 전한다.월성 북쪽으로 길게 늘어선 해자에서는 터번을 쓴 토우가 출토됐다. 눈이 깊고 코가 큰 얼굴에 오른쪽 팔뚝까지 자락이 내려오는 터번을 두른 토우는 신라와 페르시아 간의 교역을 보여 준다. 박윤정 학예연구실장은 “6세기 것으로 현재까지 나온 소그드인(이란계) 토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께 발굴된 7점의 목간은 신라시대 문자 활동이 활발했음을 증명한다. 병오년이라고 적힌 목간은 월성 해자에서 나온 목간 가운데 정확한 연대가 처음 확인된 것으로, 법흥왕 13년(526년)이나 진평왕 8년(586년)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법흥왕 때 목간이라면 지금까지 나온 삼국시대 목간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 왕경 정비 작업에 지방민을 동원하고 지방 유력자가 이들을 감독했음을 보여주는 목간, ‘아뢰고’라는 뜻으로 쓰인 백견(白遣) 등 신라 왕경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이두가 새겨진 목간도 함께 나왔다. 신라시대 유물로는 처음으로 곰의 뼈가 발견된 것도 눈길을 끈다. 경주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경주 월성은 제5대 파사왕 22년(101년)에 축성을 시작했고 신라가 패망한 935년까지 궁성으로 쓰였다. 1961년 사적 16호로 지정됐으며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문화재청은 2014년 12월 월성에서 시굴 조사에 나선 뒤 2015년 3월부터 본격 발굴에 들어갔다.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황룡사·분황사 돌며 남긴 ‘유금오록’…古都의 자취 ‘오롯이’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황룡사·분황사 돌며 남긴 ‘유금오록’…古都의 자취 ‘오롯이’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라 하면 ‘금오신화’(鰲新話)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문학사는 이 작품을 본격적인 소설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금오산은 경주 남산을 이루는 봉우리의 하나다. 황금자라가 서라벌에 깊숙이 들어와 편히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지금 발굴조사가 한창인 월성에서 바라보면 옛사람들이 남산을 왜 남산이라고 불렀는지 무릎을 치게 된다. 서라벌의 정남쪽을 안정감 있게 두르고 있는 남산이 없었다면 신라의 왕궁이었던 월성의 포근함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짐작처럼 ‘금오신화’는 남산에서 씌어졌다. 물론 김시습이 7년 동안 머물렀다는 용장사의 금오산실(鰲山室)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매월당의 체취를 느끼고자 두 시간 남짓한 산행을 마다않는 탐방객이 꼬리를 문다. 매월당은 용장사에 머무는 동안 ‘금오신화’ 말고도 ‘유금오록’(遊鰲錄)을 남겼다. 경주 일대의 고적을 돌아본 감회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기행시집(紀行詩集)이다. 김시습이 태어난 곳은 성균관 부근이라고 하니 오늘날의 서울 명륜동이다. 그럼에도 매월당은 그다지 연고가 깊지 않은 경주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매월당은 경주를 두고 ‘산수와 절이 아름답고 고도(故都)의 풍속이 온화하여 다른 고을과는 다른 데가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고 읊었다. 매월당은 강릉 김씨로 시조는 김주원이다. 김주원은 김알지의 후손으로 선덕왕을 잇기에 모자람이 없는 왕위 계승자였으나 원성왕에 밀려 강릉으로 물러났다는 인물이다. ‘유금오록’에는 뿌리를 더듬는 ‘계림’과 ‘김씨릉’은 물론 북천 건너 김주원의 집터를 찾아 감회에 젖는 시도 보인다. ‘원성왕과 김주원이 서로 왕위를 양보할 때/장맛비로 북천의 물이 끝없이 넘쳐흘렀네/백이숙제와 태백만 어찌 아름다운 소문을 독점하랴/천년 전부터 강릉에는 오랜 사당이 있었네’ 김주원이 원성왕과의 권력 다툼에서 패한 역사를 일종의 반어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릉 또한 깊은 인연을 가진 고장이다. 어머니의 고향이자 강릉 김씨의 터전이었다. 경포대에는 2007년 매월당김시습기념관이 세워졌다.●‘유금오록’ 경주 관광에 좋은 가이드북 경주 여행이라면 흔히 시내에서 월성과 황룡사 터, 국립경주박물관을 돌아보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그런데 체제 너머의 방외인(方外人)으로 살다 간 매월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유금오록’은 좋은 ‘관광 가이드북’이 될 수 있다. ‘유금오록’을 살펴보면 매월당의 경주 고적 탐방은 매우 폭이 넓었음을 알 수 있다. 용장사와 선방사, 흥륜사, 황룡사, 영묘사, 백률사, 분황사, 불국사, 천왕사 등 옛 절터가 망라돼 있다. 황룡사를 두고 ‘동인(銅人)이 우뚝 서서 언덕을 향해 선 것은/흥망을 그전부터 말하려 하지 않음이라’라고 노래한 것을 보면 김시습이 찾았을 때만 해도 큰법당의 본존불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싶다. 지금 폐허가 된 황룡사의 큰법당 터에는 삼존불 대좌의 기단석만 남아 있다. 황룡사와 이웃한 분황사는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적이 있어 김시습이 더욱 사랑한 절이다. 분황사의 모전석탑은 지금 3층까지만 남아 있어 조화롭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돌탑은 그야말로 드높기도 해/쳐다보기는 해도 올라가기는 어렵다/층층이 봄풀이 자라났고/켜마다 이끼 꽃이 피어 있네’라는 시구절을 보면 매월당이 찾았을 무렵에는 창건 당시 옛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분황사에서는 모전석탑 바로 곁의 비석 대좌를 눈여겨봐야 한다. 위쪽에는 비석을 세웠던 홈이 패어 있고, 그 아래 ‘이것은 화쟁국사 비석의 받침’(此和靜國師之碑趺)이라고 새긴 추사 김정희의 필적이 있다. 원효에게 화쟁이라는 시호를 내린 고려 숙종이 세운 추모비다. 비문의 일부는 탁본으로 전하며, 1976년 분황사 경내에서 발견된 화쟁비의 손바닥만 한 조각은 동국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매월당은 이 비석을 보고 ‘무쟁비’(無諍碑)라는 시를 남겼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신라의 이승(異僧) 원욱(元旭)씨가 머리 깎고 저자에서 도(道)를 행한 것을…’으로 시작한다. 욱(旭)자와 효(曉)자는 ‘마침내 환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원욱씨란 바로 원효대사다. 이렇듯 화쟁국사 비석은 원효와 매월당, 추사의 흔적이 한데 어우러진 보기 드문 문화유산이다. ●절 없어져 버려진 성덕대왕신종 목격도 분황사 터에서 황룡사 터를 다시 가로질러 동해남부선 철길을 건너면 국립경주박물관이다. 봉덕사종, 흔히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이 마당에 있다. 매월당은 들판에 나뒹구는 신종을 바라보면서 ‘절은 없어져 자갈에 묻히니/이 물건도 초목에 버려졌구나/주나라 석고(石鼓)와 다르지 않아/아이들이 두드리고 소는 뿔을 비비네’라고 한탄했다. 신라시대 이후 기능을 잃은 신종은 1460년 영묘사로 옮겼지만 북천의 범람으로 다시 벌판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매월당이 딱한 모습을 목격한 것도 이때다. 흥륜사는 진흥왕 5년(544) 완공된 신라 최초의 사찰이다. 이차돈이 신라에 불법(佛法)을 전하고자 순교의 길을 가면서도 지으려 했던 절이다. 김시습이 흥륜사 터를 찾았을 때는 신라시대의 위용은 당연히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각의 남은 터는 마을로 변했구나’라는 시구처럼 절집은 모두 허물어져 지금은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진 돌구유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매월당 이후 흥륜사 터로 알려진 곳은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 영묘사 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최근 경주공업고등학교 마당에서 ‘흥’(興) 자가 새겨진 수키와 조각이 출토됐다. 두 절의 위치는 고고학적 증거에 따라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다.●최근 흥륜사 터 발굴조사 결과 ‘주목’ 매월당 당시 사천왕사도 폐허였다. ‘도솔가’와 ‘제망매가’를 지은 월명사가 주석한 절이다. 최초의 쌍탑식 가람으로 2기의 목탑 기단부의 면석을 녹유소조상으로 장식해 건축사와 미술사에 중요한 기준을 제공하기도 했다. 문무왕 19년(679) 부처의 힘으로 당나라 군사를 퇴치하고자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매월당은 ‘아무리 믿음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 변방이 편안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불교가 비현실 세계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했다. 경주에는 ‘유금오록’에서는 찾을 수 없는 김시습의 흔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토함산 너머 기림사의 매월당 영당(影堂)이다. 당초 현종 11년(1670) 용장사에 오산사(鰲山祠)라는 이름으로 세웠던 영당이 고종 5년(1863) 훼철되자 경주 유림이 고종 15년(1873) 기림사에 다시 세웠다. 기림사는 원효대사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가 오랫동안 머물며 설법을 베푼 사찰이 기원정사(祇園精舍)다. 또 기원정사가 있는 숲을 기림(祇林)이라고 한다. ‘경주에는 불국사 말고 기림사도 있다’는 말의 의미를 한번 느껴 보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울린다, 신라대종… 첫 타종 행사 경주에서

    울린다, 신라대종… 첫 타종 행사 경주에서

    제작비 30억… 에밀레종 본떠훼손 우려로 타종이 영구 중단된 경주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국보 제29호)을 본떠 새로 만든 신라대종이 3·1절에 웅장한 소리를 처음으로 들려준다. 경북 경주시는 3·1절 행사 때 신라대종을 시민과 함께 처음으로 타종한다고 28일 밝혔다. 신라대종 공원에서 3·1절 기념식에 이어 최양식 경주시장을 비롯한 지역 대표 198명이 33개 조로 나눠 33번 종을 울리는 것이다. 신라대종은 충북 진천군 성종사에서 주조 및 문양 작업을 한 뒤 지난해 11월 경주로 옮겨와 시내 노동동 옛 경주시청 터 종각에 설치됐다. 청동 재질이며 높이 3.75m, 둘레 7m, 무게 18.9t으로 외형은 물론 소리와 문양을 에밀레종과 거의 똑같이 만든 것이 특징이다. 총 30억원을 들였다. 경주시는 광복절, 시민의 날, 신라문화제 등 주요 행사 때 대종을 칠 계획이다. 신라대종 모델인 성덕대왕신종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국내 현존하는 가장 큰 종이다.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안전 문제 등으로 1995년부터 타종이 전면 중단됐다. 경주시 관계자는 “3·1절에 ‘형상은 산이 솟은 듯하고 소리는 용의 소리 같았다’는 에밀레종과 흡사한 웅장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천년의 소리 듣는다 …신라 소리축제-에밀레전 21일 부터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을 주제로 한 ‘신라 소리축제-에밀레 전’이 21일부터 사흘간 경북 경주 첨성대 일원에서 열린다. 세계에서 현존하는 종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나고 순수한 우리 방식으로 만든 에밀레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2012년부터 축제를 하고 있다.세계의 종을 쳐보고 불국사, 첨성대, 동궁, 월지, 대릉원 등 유적지를 4D로 체험하며 신라 문화를 즐길 수 있다. 에밀레 주제관에서는 신라 시대 범종 6개 모형을 전시한다. 에밀레종 표면명문과 문양, 종 특징과 과학성, 주조·제작과정 등을 볼 수 있다.에밀레종 비천상 탁본과 신라 시대 금관 만들어 보기, 신라 왕과 왕비 옷 입어보기 등 체험도 할 수 있다. 신라 간등회(看燈會)는 한국 전통 등의 효시인 신라 시대 간등을 재연하는 행사로 공작과 용, 황룡사 9층 목탑 형상의 50여개 대형 전통 등이 첨성대를 배경으로 은은한 야경을 연출한다. 한편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은 국보 29호로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하고 있으며 훼손을 우려해 1995년 이후 타종을 영구 중단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지진, 천년 에밀레종 흔들다!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지진, 천년 에밀레종 흔들다!

    "진짜 무슨 노이로제 걸릴 것 같심더. 하루종일 덜덜덜, 내 경주에서 58년 살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교? 아이구, 참!" 경주에서 만난 주민 이원우(58)씨는 대뜸 한탄을 한다. 지진으로 인해 기왓장이 떨어지고 간도 덜컥 떨어졌다 붙었다. 천년고도 경주가 몸살을 앓고 있다. 선덕여왕 미실을 바라보면서, 신라 조상들이 겪었을지도 모를 '일식(日蝕)'의 혼란처럼 지진은 현재 서라벌 주민들의 생계도 그렇게 흔들고 있다. 정부는 급기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을 지경이다. 2016년 9월 12일 저녁, 규모 5.1의 지진과 곧이어 따라온 규모 5.8의 강진으로 인해 불국사 대웅전 지붕 및 오릉 담장 일부 기와가 고드름 떨어지듯 내려앉았고, 첨성대의 상부 정자석이 이동하였다. 이외에도 경주 인근에 산재한 많은 문화유산들이 지진으로 인해 다소간의 피해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 지진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었던 '국립경주박물관'의 경우 특별한 손실 없이 잘 버텨주었다. 박물관 관계자들의 말을 빌리면, 신라역사관 유리창 4장과 건물 외벽 및 기와 몇 장의 파손만 확인되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고 한다. 말 그대로 진도 규모 7.0도 견디는 내진설계의 위력을 다시금 체감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 측은 전시물들의 자리이탈 교정 및 바닥 고정 작업을 서둘러 하고 있어 향후 다시 일어날지도 모를 지진을 대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참 지진으로 흔들리고 있는 경주 문화유산의 꽃, 국립경주박물관이다. ● 신라역사관에서 서라벌의 예술을 느끼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문화 유산의 보고이다. 말 그대로 서라벌 문화의 고갱이만 차곡차곡 모아 놓은 진귀한 곳이지만, 의외로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지니는 ‘무거움’때문인지 경주 방문객들이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립경주박물관은 제값 톡톡히 하니 경주 1순위 방문지로 삼아야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처음 1945년도에 국립박물관 경주분관으로 출범한다, 이후 지금 앉은 자리인 인왕동으로 1975년 7월 2일에 이전하였고, 이때 ‘국립’으로 격을 높여 지금까지 훌륭한 유물전시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상설전시관으로는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 등의 3관이 있으며, 따로 특별전시관을 두고 있다. 입구 오른편에는 그리도 유명한 성덕대왕 신종(에밀레종)과 고선사터 삼층석탑, 각종 다양한 불교조각품을 전시되고 있다. 우선 관람객들의 경우 입구 정면 건물 계단을 오르면, 신라역사관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는 총 4개의 방이 있는 데, 제1실부터 제4실까지 신라 역사를 유물을 통해 한 눈에 만나게 되는 진귀한 경험을 한다. 특히 이곳에는 4세기 초부터 8세기 후반에 이르는 기간 동안 신라의 훌륭한 예술적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금, 은, 동으로 화려하게 세공한 각종 장신구들의 경우 현재의 그것들과 겨루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디자인적 감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역사책에 늘 나오는 삼채뼈 항아리, 토우장식 긴목 항아리를 포함하여 각종 장식보검들이 즐비하게 쌓여 있어 신라 공예 예술의 수준을 한 눈에 감탄하게 만든다. 모 대기업 로고문양을 생각나게 만드는 신라의 웃는 얼굴, 바로 얼굴무늬수막새을 만날 수 있는 행운도 있다. ● 신라의 시대정신, 불교 예술을 만나다 신라역사관을 나와 왼편으로는 신라미술관이 있다. 이곳에는 신라의 찬란했던 불교문화의 정수인 각종 불교미술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분황사 석탑 사리갖춤, 감은사 서석탑 사리갖춤, 남산 장창골 미륵삼존불, 백률사 약사불 등이 있다. 그리고 역사 교과서에 늘 신라인의 대표예술품으로 등장하는 말탄무사모양뿔잔과 황룡사 망새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신라미술관을 지나 정원을 거쳐 나오면 월지관이라는 길게 뻗은 전시관이 있다. 월지는 신라 유흥문화의 정수라고 불리울만큼 진귀한 보물들이 많이 나온 연못 이름이다. 이곳에는 국가대표 축구팀의 대표 응원단 문양인 ‘치우천왕’의 원형으로 볼 수 있는 용얼굴무늬기와가 있어 관람객들의 흥미를 끈다. 이 외에도 수많은 기묘하고도 야한(?) 형태의 조각품들을 통해 신라시대 조상들의 유쾌하고도 개방된 유흥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진도, 안타깝지만 ‘정확히 기록해야 될 우리 역사의 사실’이라는 박물관 관계자들의 말은 국립경주박물관이 이미 지진을 넘어서 역사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가을, 지진으로 흔들린 경주 땅을 단단히 눌러 주러 가는 것은 어떨까? <국립경주박물관에 대한 10문답>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10문답입니다.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인가? -너무나 당연하다. 경주에서 가장 볼거리 풍부한 곳 중 으뜸은 단연 ‘국립경주박물관’이다. 2. 이 공간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추천한다. 쉴 곳과 볼거리가 풍부하고 지친 발걸음 잠시 편히 놓아도 될 벤치가 많아 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3. 지진 영향은 없나? -내진설계가 되어, 지진 진앙지가 바로 박물관 아래에서 발생한다고 해도 규모 7까지 안전한 공간이다. 4. 시간은 많이 걸리나? -제대로 마음먹고 둘러본다면 한나절도 부족할 듯하다. 2~3시간 정도의 관람시간. 5.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놓치지 말고 꼭 봐야 하는 공간은?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 얼굴무늬수막새, 임신서기석, 황룡사망새, 천마총 출토 금관 외에도 각종 금동 장신구들. 6. 홈페이지 주소는? -http://gyeongju.museum.go.kr/html/kr/ 7. 관람시간 및 입장료? -입장료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매주 토요일 야간개장 오후 9시까지 / 자세한 시간 문의는 홈페이지 참조. 8. 주변에 가 볼만한 다른 공간도 있을까? -박물관 바로 옆에 안압지라고 불리던 ‘동궁’과 ‘월지’가 있다. 야경이 환상적이다. 9. 이곳에서 꼭 추천하고픈 것은? -당연히 자원봉사자 전시해설이다. 해설을 듣는 것과 안 듣는 것의 차이는 확연해서 입구에서 시간확인 후 꼭 참여를 하도록. 이것이 여의치 못한 사람들은 오디오 가이드를 꼭 빌려서 감상하도록. 10. 총평 및 당부사항, 기타정보 -관람객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지진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 혹 천년의 향기 품은 경주를 방문할 일이 있다면 국립경주박물관은 꼭 들리자.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기자 vieniame20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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